[금주의 성인]-(5) 천주의 성 요한(St. John of God, 3월 8일)고통 중에도 고통 보듬어 천주의 성 요한(St. John of God, 3월 8일) 1495~1550. 포르투갈 몬테모로노바 출생. 병자들과 간호사의 수호성인. 성인은 포르투갈 농작물 판매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20살 때 군대에 들어간 그는 스페인과 프랑스 간 전쟁에 참여한 후 다시 고향 포르투갈로 돌아왔지만 부모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그는 슬픔을 삼키며 한 평생 하느님 섬기며 여생을 보내기로 결심한다. 그는 여러 지방을 떠돌며 책 파는 일을 시작했다. 신앙서적을 파는 일이 하느님을 알리는 일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던 중 한 소년에게 그라나다 지방으로 가면 예수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는 곧 그라나다로 떠난다. 그곳에서 그는 요한 데아빌라 신부의 강론을 듣고 큰 깨달음을 얻는다. 그는 그동안의 삶을 참회하며 광장 한 가운데서 사흘밤낮으로 자신이 저지른 죄를 큰 소리로 외쳐댔다. 사람들은 그를 미친 사람으로 여겼다. 정신병원으로 보내진 그는 자신의 소명이 아픈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임을 확신하게 된다. 그는 자신이 입원한 병원에서 보조 간호사로 봉사하며 아픈 이들을 돌봤다. 또 쉼터 책임자로 일하며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보살폈다. 성인은 어느 누구도 거절하지 않고 온갖 종류의 질병에 걸린 사람들을 받아들였다. 그의 헌신적 활동에 감탄한 이들은 그의 쉼터를 돕기 시작했고, 쉼터 운영에 필요한 물품들을 기증했다. 그 역시 관절염, 심잠병 등으로 고통받았지만 쉬지 않고 일했다. 몸이 쇠약해진 그는 1550년 마루바닥에서 무릎 꿇고 기도를 바치다 숨을 거뒀다. 그는 마지막으로 "예수님, 제 영혼을 당신 손에 맡기나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1690년 교황 알렉산데르 8세에 의해 성인품에 올랐다. 1886년 교황 레오 13세는 성인을 아픈 이들의 수호성인으로, 1930년 교황 비오 11세는 모든 간호사들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했다. 그를 따르던 제자들은 그의 정신을 기리는 천주의 성요한 수도회를 설립했고 교황 비오 5세는 1572년 수도회를 공신 승인했다. 우리나라에는 1958년 진출했으며 광주대교구에 한국관구 본부를 두고 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8일 : 성 두탁(주교), 성 세난(수도자), 성 베레문도(수도원장), 성 오그문트(주교), 성 험프리(주교), 성 필레몬(순교자) ▲9일 : 성 안토니오(수도자), 성 보사(주교), 성 파치아노(순교자), 성녀 프란체스카(수도원장) ▲10일 : 성 고드라토(순교자), 성 마카리오(주교), 성 빅토르(순교자), 성녀 아나스타시아(동정 은수자), 성 안드레아(수도원장), 성 히멜리노(사제), 성 카이오(순교자) ▲11일 : 성 콘스탄틴(수도자), 성녀 로시나(동정 순교자), 성 비질리오(순교자), 성 소프로니오(주교), 성녀 아가페(동정 순교자), 성녀 아우레아(동정녀), 성녀 알베르타(동정 순교자), 성 엔고(주교), 성 칸디도(순교), 성 피르미노(수도원장) ▲12일 : 성 빈디치아노(주교), 성 도로티오(순교자), 성 막시밀리아노(순교자), 성 베르나르도(주교), 성녀 세라피나(동정녀), ▲13일 : 성 로데릭(순교자), 성 마케도니오(순교자), 성 사비노(순교자), 성 솔로몬(순교자), 성녀 아라비아(순교자), 성 헬드라드(수도원장), 성녀 파트리치아(순교자) ▲14일 : 성 레오(주교), 성녀 마틸다(여왕), 성 에우티치오(순교자), 성 다이아코노(순교자), 성 보니파체(주교)cpbc2009.03.03
[성경 속 동식물]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오디새금관 대신 황금빛 볏 가진 새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후투티는 뽕나무 열매, 즉 오디가 익어갈 무렵 뽕나무에 앉아 해충을 잡아먹는 고마운 새라고 해서 '오디새'라 불렀다. 머리깃털이 인디언 추장 머리장식과 비슷하다고 해서 '추장새'라고도 하는 여름 철새다. 몸길이 약 28cm, 날개길이는 약 15cm이다. 깃털은 검정색과 흰색의 넓은 줄무늬가 있는 날개와 꽁지, 그리고 검정색의 긴 댕기 끝을 제외하고는 분홍색을 띤 갈색이다. 부리는 길고 밑으로 살짝 굽어 있다. 머리 깃털을 자유롭게 눕혔다 세웠다 하는데, 땅 위에 내려 앉아 주위를 경계할 때나 놀랐을 때는 곧게 선다. 처마 밑이나 담장 틈새에 둥지를 틀고 살 정도로 사람과 가까이 지낸다. 먹이로 나비, 벌, 파리, 거미, 딱정벌레, 곤충 유충, 지렁이 등을 잡아먹으며, 성장 기간에는 주로 땅강아지와 지렁이를 먹는다. 아라비아인은 오디새가 비밀을 전하고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샘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스와 로마에도 오디새에 대한 민간신앙이 전해질 정도로 신비로운 새로 생각했다. 이스라엘에는 솔로몬과 오디새에 관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어느 날 솔로몬 왕이 사막을 여행하는데 날씨가 몹시 무더워 곧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때 오디새 무리가 날아와 햇빛을 가려 솔로몬 왕을 구해 주었다. 솔로몬 왕은 고마움의 표시로 새들에게 상을 주겠다고 했고 오디새들은 서로 의논한 끝에 솔로몬 왕과 같은 금관을 갖고 싶다고 했다. 솔로몬 왕은 새들의 요구를 허락했다. 그래서 오디새는 머리에 금관을 쓰게 되었다. 눈부신 왕관을 머리에 단 오디새들은 의기양양하여 물이 조금이라도 고여 있는 곳으로 가면 머리를 숙이고 자기 모습을 물에 비춰 보았다. 그러나 새의 신분에 금관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금관을 뺏기 위해 앞다투어 오디새를 잡으려고 했다. 이제 오디새에게 금관만큼 거추장스러운 것이 없게 되었다. 살아남은 오디새들이 솔로몬 왕에게 가서 "금관은 우리들의 목숨을 위협하니 떼어 주십시오"하고 청했다. 그래서 솔로몬 왕은 금관 대신 황금빛 볏을 주었다. 이후로도 오디새들은 예전의 화려한 모습을 아쉬워하며 물이 고인 곳이면 으레 머리를 숙이고 자기 모습을 비춰 본다고 한다. 성경에는 레위기와 신명기에 황새와 각종 왜가리와 박쥐와 함께 먹으면 안 되는 새로 등장한다(레위 11,19; 신명 14,18).cpbc2007.12.20
[성경속 상징]24-무릎 꿇는 동작- 하느님께 대한 감사와 경배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고대 희랍인들은 무릎을 꿇는 것은 자유인에게 어울리지 않으며 야만인이나 하는 자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릎을 꿇는 것은 아주 긍정적 의미도 담고 있다. 억지로 하는 비굴한 자세가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극진한 존경과 사랑을 표현하는 자세이다. 인간이 하느님 앞에 나설 때에는 자연히 경배의 자세로 무릎을 꿇게 된다. 무릎을 꿇는 행위 안에는 모든 기도가 내적으로 지녀야 할 기본적 자세를 외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미사나 전례, 기도에서 무릎 꿇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 동작이다. 우리나라 전통 예절 중 하나인 큰절을 할 때도 무릎 꿇는 동작을 먼저 한다. 이처럼 무릎을 꿇는 것은 자기 자신을 낮추며 존경과 겸손을 드러내는 동작이다. 무릎을 꿇는 자세는 속죄, 통회의 의미도 있다. 또한 양 무릎을 꿇는 것은 자기보다 강한 자에 대한 굴복을 나타낸다. 특히 신적 존재에게 경배할 때에는 이 자세를 취했다. 앗시리아에서는 왕도 제단 앞에서는 무릎을 꿇었다. 덜덜 떠는 무릎의 흔들림은 불안과 두려움 혹은 연약함을 상징한다. 성경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죄책감의 표시, 간절히 바라는 동작, 공손함의 표현으로 간주했다. 무릎을 꿇는 행위는 무엇보다 기도하는 자세이다. 솔로몬은 이스라엘 회중 앞에서 하늘을 향해 두 손을 펼치고서, "무릎을 꿇고 하늘을 향하여 손을 펴고" 기도했다(2역대 6,13). 에즈라는 저녁 제사 때에 단식을 그치고 일어나서, 의복과 겉옷은 찢은 채 무릎을 꿇고 두 손을 펼쳐 번민의 기도를 올렸다(에즈 9,5). 예수님께서도 무릎을 꿇고 기도하셨다. 올리브 동산에서 예수님은 십자가의 죽음을 앞두고 무릎을 꿇은 채 기도하셨다. "그러고 나서 돌을 던지면 닿을 만한 곳에 혼자 가시어 무릎을 꿇고 기도하셨다"(루카 22,41). 예수님이 무릎을 꿇은 자세는 하느님과 우리 인간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당신의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 이뤄지기를 염원하는 기도를 바치는 예수님은 무엇이 참된 자유인지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다. 또한 무릎을 꿇는 것은 경외심을 나타낸다. "그리하여 예수님의 이름 앞에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자들이 다 무릎을 꿇고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모두 고백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게 하셨습니다"(필리 2,10-11). 그리고 하느님에 대한 감사와 경배의 표시로써 무릎을 꿇는다. "이렇게 대답하여라. '그것은 주님을 위한 파스카 제사이다. 그분께서는 이집트인들을 치실 때, 이스라엘 자손들의 집을 거르고 지나가시어, 우리 집들을 구해 주셨다.' 그러자 백성은 무릎을 꿇고 경배하였다"(탈출 12,27). 또한 무릎을 꿇는 것은 간절히 무엇을 바라는 사람의 태도이다. 사람들은 예수님 앞에서 자비를 청할 때 무릎을 꿇는다. 나병을 고치기를 바라는 사람(마르 1,40), 아들의 간질병을 치유하기를 바라는 부친 등이 그렇다(마태 17,14-15). 초기 유럽 교회에서는 번민, 혹은 속죄의 성격을 가진 날에만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중세 말부터는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의 기본자세가 됐다. 겸손과 통회라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 무릎을 꿇는 동작은 시대가 흐름에 따라 보다 심오한 흠숭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첨가됐다. 조은일2008.11.11
[성경 속 상징]17-신전(성전)하느님을 만나는 거룩한 장소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고대 신전은 사람들 집회소가 아니고 신(神)들의 거주지였다. 당연히 신전은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신전 건축양식은 종교에 따라 다양하다. 메소포타미아 문화의 신전은 정교하게 설계되고 장식돼 있다. 계단양식으로 된 신전 맨 꼭대기에는 신들이 기거하는 공간으로 특정한 제사장들만이 출입할 수 있었다. 고대 이집트에도 신전이 있었으나 당시 종교의 주된 관심사는 내세였기에 피라미드형 무덤들이 주요 성지이자 가장 친숙한 건축 유산이 됐다. 고대 이집트 신전은 우주의 구조를 나타내며, 또한 신들과 인간 사이의 종교적 관계를 나타낸다. 잉카인과 마야인 신전은 돌로 만들었는데 뛰어난 조각 기술을 엿볼 수 있다. 유다인들 성전도 우주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하늘과 땅, 지상과 지하를 수직으로 연결한다. 신전 계단은 하늘로 상승하는 의미와 신자의 영적 향상을 상징한다. 예루살렘 신전은 우주의 중심이었으며 신과 이스라엘 민족이 교류하는 장소였다. 구약성경에서 성전은 하느님이 거주하는 장소이며 인간이 하느님을 만나는 거룩한 장소였다. 솔로몬은 예루살렘 모리야 산에 주님의 집을 지었다(2역대 3,1). 그러나 이 성전은 B.C. 587년에 예루살렘이 바빌론에 함락되면서 불타 없어졌다. 바빌론 유배에서 풀려난 이스라엘 백성은 예루살렘에 돌아와 성전을 다시 지었다. 예루살렘 성전 재건은 에제키엘 예언서에 자세히 묘사돼 있다(에제 40,1-44,9). 이사야 예언자는 성전이 '모든 민족들을 위한 기도의 집'이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한다(이사 56,7). 이로써 예루살렘 성전은 단순히 유대 민족의 종교적 예배의 중심지뿐 아니라 전 인류의 중심이 됐다. 그러나 재건된 성전도 A.D. 70년께 로마 군인들이 파괴해 그 웅장한 모습을 지금은 볼 수 없다. 거룩한 성전 건축에는 채석장에서 다듬은 돌을 사용했다. 그래서 건축 현장에서는 망치나 정이나 그 어떤 쇠 연장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1열왕 6,7). 성전이 완성되고 야훼의 언약궤가 성소로 운반된 후 구름이 주님의 집을 가득 채웠다. 성전의 구름은 하느님의 능력과 기운이 작용하는 장소임을 상징한다(1열왕 8,10-11).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성전의 외적 형태가 아니다.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오직 그들의 깨끗한 마음과 바른 행동이다(예레 7,3-15). 신약성경에서는 성전이 또 다른 새로운 의미로 전환된다. 진정한 성전은 이 세상의 돌로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으로 지어진다는 것이다(요한 2,19). 더 나아가 세례 받은 그리스도교 신자들 자신이 바로 하느님이 머무르시는 성전이 된다. "여러분이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모릅니까?"(1코린 3,16) 조은일2008.09.09
유배에서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에게 희망 안겨성경 하루 한장 읽기(역대기 해설)'신명기계 역사서'인 사무엘기 및 열왕기와 달리 그 뒤에 나오는 '역대기' 상ㆍ하 권과 에즈라기 및 느헤미야기는 그 사상과 문체와 신학이 서로 비슷해서 '역대기계 역사서'라고 불립니다. 커다란 희망을 안고 바빌론 유배에서 돌아왔지만 현실은 기대만큼 그들을 반기지 않아 이스라엘 백성은 깊은 좌절과 허무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역대기는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어 주면서 다윗 왕조가 재건되리라는 꿈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1) 저자와 명칭 역대기는 전통적으로 '에즈라'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실상은 '역대기계 역사가들'에 의해 편집된 것으로 보입니다. 역대기는 히브리어 성경에서 '날들/매일의 사건들'이란 뜻의 '디브레 하야밈, ※1'이라 불리며 맨 뒤에 위치해 있는 반면, 그리스어 성경인 칠십인역에서는 '빠뜨린 것/옆에 남겨 놓은 것'을 뜻하는 '파랄레이포메논, Παραλειπομεινων'이라 불리면서 '열왕기'에 이어 나옵니다. 역대기라는 우리말 성경의 명칭은 라틴어 성경인 불가타에서 유래하는데, 거기서 이 책은 '연대기/편년사'를 뜻하는 '크로니콘, Chronicon'이라 지칭되고 있습니다. (2) 구조와 내용 역대기는 다음과 같이 구성돼 있습니다: ① 1역대 1-9장 : 아담에서 사울에 이르는 다윗의 족보. ② 1역대 10장-2역대 9장 : 다윗과 솔로몬의 통일 왕국 역사. ③ 2역대 10-36,21 : 이스라엘이 빠진 유다 왕국 역사. ④ 2역대 36,22-23 : 페르시아 임금 키루스의 칙령. (3) 핵심 신학 사상 미사를 비롯한 교회 전례에 참석하는 우리의 자세를 반성케 해주는 역대기의 핵심 신학 사상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 성전 역대기의 핵심 주제는 '성전'입니다. 이 책 저자에 의하면 예루살렘 성전은 야훼 하느님의 유일한 합법적 신전으로서 남과 북 이스라엘의 공동 소유이며, 다윗과 솔로몬을 포함한 모든 왕들 이야기의 중심 주제입니다. 이방인인 페르시아 황제 키루스의 칙령은 예루살렘 성읍에 성전을 건설하도록 허락하고 유다인들을 고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허락하고 있기에, 키루스의 마음 안에 하느님이 계심을 보여준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② 다윗과 솔로몬 역대기 저자는 다윗과 솔로몬을 야훼 하느님께 대한 완전한 순종과 헌신으로 통치한 이상적 '성왕(聖王)'들로 간주해서, 다윗이 헷 사람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를 범하고 우리야를 죽인 사건이나 솔로몬이 산당에서 제사를 드리고 이스라엘 왕국을 분열시킨 사건 같이 이들에게 불리한 이야기들은 빼고 백성들의 한결 같은 지지를 받은 인물들로 묘사했습니다. 다윗과 솔로몬의 최대 공로는 예루살렘 성전의 건축과 성전 제의의 확립입니다. 다윗은 성전 건축을 위한 모든 것을 준비했고, 솔로몬은 다윗의 계획을 충실하게 따랐습니다. ③ 인과응보 역대기 저자는 '인과응보'를 이스라엘 왕들의 삶을 규정하는 잣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참조 : 1역대 10,13-14; 13,14; 15,13; 2역대 12,5; 15,2; 24,20). 저자가 말하는 인과응보는 다음 구절에서 가장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 "내 아들 솔로몬아, 너는 네 아버지의 하느님을 바로 알고, 한결같은 마음과 기꺼운 마음으로 그분을 섬겨라. 주님께서는 모든 마음을 살피시고 모든 생각을 꿰뚫어 보신다. 네가 그분을 찾으면 그분께서 너를 만나 주시고, 네가 그분을 버리면 너를 영영 저버리실 것이다"(1역대 28,9). ④ 회개와 자비 사무엘기 및 열왕기의 저자와 역대기의 저자는 '회개'를 통해 하느님 '자비'의 은혜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실례를 들어 언급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히즈키야의 회개로 그의 생애 동안 주님의 진노가 그에게 떨어지지 않게 됐으며, 심지어 악한 왕이던 므나쎄도 회개함으로써 용서를 받아 장수했습니다. ⑤ 마음가짐 역대기 저자는 이스라엘이 율법을 문자적으로 지키는 것(성전에 예물을 가져오고 성전 예식에 참석하는 것) 외에 온전한 마음으로 순종하고(1역대 28,9; 29,9.17), 즐거이 예물을 드리며(29,1-9.14.17), 기쁨으로 참여(29,2.17.22)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신희준 신부(서울대교구장 비서)남정률2007.09.12
[성경 속 동식물]82- 행운의 새 공작무지갯빛 부채 깃털 '신비'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초등학교 때 동물원으로 소풍을 가면 제일 먼저 공작새 우리로 달려가 화려한 날갯짓을 한참동안 구경하곤 했다. 몸길이의 몇 배나 되는 깃털을 활짝 펼친 모습은 마치 형형색색의 거대한 부채 같았다. 깃털 끝에는 청색과 청동색의 테를 두른 무지갯빛 동그란 무늬가 있어 수많은 눈동자로 우리를 쳐다보는 듯 한층 신비스러운 동물로 느껴졌다. 대부분의 동물이 그렇듯이 공작도 수컷의 모습이 훨씬 화려하다. 암컷은 수컷에 비해 몸길이가 작고 온몸이 갈색이어서 그다지 곱지 않다. 수컷은 깃털을 부채모양으로 벌리면서 암컷에게 구애 행동을 한다. 닭목 꿩과에 속하는 공작은 인도 아삼과 스리랑카, 미얀마, 말레이반도 등지에 분포하고 서식하나,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사육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신라시대에 공작을 길렀다는 기록이 있다. 공작의 목, 가슴, 어깨는 짙은 청색이며, 빛의 각도에 따라 녹색, 자청색을 띤다. 공작은 참공작, 인도공작 두 종류가 있다. 참공작은 미얀마와 자바에 걸쳐 분포하며 수컷의 가슴은 금녹색이고 머리 위의 볏은 다발 모양이다. 인도산인 인도공작의 수컷 가슴은 감색이고 볏은 반쯤 열린 부채 모양이다. 또한 하얀공작은 인도공작의 변종으로 희귀종이다. 공작새는 보통 밀림의 물가에서 나무열매와 벌레 따위를 먹으며 산다. 둥지는 땅 위에 잔가지나 풀을 모아서 만들고 6∼10개의 흰색 알을 낳아 암컷이 품는다. 새끼는 약 24일 만에 부화하며 부화하는 즉시 걸을 수 있다. 중국의 소수 민족인 대족은 공작새를 길조(吉鳥)로 여기며 공작새가 깃을 펼 때 행운이 찾아온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공작새의 춤을 본따서 다채로운 공작춤을 추기도 한다.또한 공작새는 용과 호랑이, 거북이 등과 함께 장수의 동물로 알려져 있다. 공작 고기는 맛이 매우 좋아 옛날부터 유럽에서는 고급 요리에 사용했다. 수세기 동안 공작은 서방 세계에서 공원과 정원을 우아하게 장식해 주는 새였고, 선원들이라면 누구나 가져오고 싶어했던 그럴듯한 선물이었다. 그리스인은 공작을 '페르시아조'(鳥)라고 불렀다고 한다. 페르시아와 인도 사이에 무역이 이루어진 것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페르시아인은 한 번 인도를 정복했었다. 알렉산더 대왕의 군사가 인도에 침입했을 때 모든 장병들은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이 아름다운 새를 보고 크게 놀랐다고 한다. 로마는 그리스에서 공작을 가져왔다. 그래서 서기 2세기 경에는 사치스러운 로마인들이 공작의 고기를 즐겨 먹을 정도가 되었다. 성경의 기록에 따르면 페니키아 무역 상인들이 솔로몬 시대 이전에는 이집트까지 공작을 가지고 갔을 가능성이 있다. "왕은 다르싯 상선대를 조직하여 히람 상선대와 함께 해상 무역에 종사토록 하였다. 다르싯 상선대로 금, 은, 상아, 원숭이, 공작새 등을 해외에서 한 번 실어 오는 데 삼 년이 걸렸다"(1열왕 10,22). 솔로몬 왕은 세상의 아름다운 것은 모두 수집했다고 한다. 그는 이스라엘 황금시절의 군왕으로서 먼 나라의 진귀한 것들을 많이 손에 넣을 수 있었을 것이다.cpbc2008.02.13
불의엔 당당히 맞서고, 어려운 이웃은 따뜻이 보듬고.. 평화신문에 비친 '교회'와 '세상' 신문의 기능 중 하나는 역사의 기록입니다. 묵은 신문을 들춰보면 당대 역사를 만날 수 있을뿐 아니라 시대정신도 읽어낼 수 있습니다. 평화신문이 창간 20년 만에 지령(紙齡) 1000호를 맞았습니다. 제법 높이 쌓인 신문 제본(製本) 속에는 격동의 20년 역사가 생생히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그때 그 사건과 인물을 다시 만나보기 위해 창간호부터 100호 단위로 묵은 신문을 넘겨봅니다 창간호(1988년 5월 15일자) 1면 머릿기사는 "광주 비극, '솔로몬 지혜'로 풀어야"라는 제목의 김수환 추기경 대담 내용입니다. 당시 우리 사회는 민주화 욕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면서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 규명 때문에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 평화신문에 등장한 방독면 외계인(?) '이제는 그만'이라는 제목이 달린 사진도 눈길을 끕니다. 검은 방독면을 쓴 시위현장의 전경 얼굴을 클로즈업한 사진인데, 마치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외계인같습니다. 광주의 상처는 20년이 아니라 200년이 흘러도 완전히 치유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나마 진상 규명과 피해자 보상이 어느 정도 이뤄져 다행입니다. 서울 도심에서 화염병과 최루탄이 자취를 감추고, 방독면 외계인(?)도 지구를 떠났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계속 돌 것입니다. 제100호(90.9.16)에는 매우 이색적인 글이 실렸습니다. 이인구(서울예전) 교수가 여동생 이해인 수녀를 보호하느라 감내해야 하는 괴로운 심정을 토로한 기고(寄稿)입니다. 당시 시인 수녀의 인기는 요즘의 빙상스타 김연아 못지 않았습니다. 이 수녀 자신은 물론 수녀원에서도 기자들 취재를 막느라 곤혹스러웠습니다. 수녀원 접근이 막히자 한 여기자는 수녀원에 성소자로 위장 잠입해 밀착 르포를 썼는가하면 신문ㆍ방송사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이 교수를 찾아가 협조를 구했습니다. 한 영화사가 현금 다발을 들고 찾아가 이 수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자고 제안한 적도 있습니다. 그 때마다 이 교수는 "하나밖에 없는 오라비로서 동생 수도생활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도와줄 책임이 있다"며 유혹과 청탁을 물리쳤습니다. 평화신문은 또 역사의 기록자라는 사명감을 갖고 순교자의 후손을 탐방하는 특집기사를 100호부터 게재했습니다. 용인본당 사리퇴공소에 찾아가 성 권철신ㆍ일신 형제의 6대손 권혁인(야고보)씨를 인터뷰 하는 등 전국을 누비며 후손들을 만났습니다. 제200호(92.9.20) 1면에는 평화방송 지방국 확충을 촉구하는 전국 홍보국장 신부들의 목소리가 실렸습니다. 90년 개국한 평화방송 라디오 출력은 5kw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만 청취가 가능했습니다. 정부는 선교방송이라는 이유로 방송망 확충 허가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허가를 미끼로 종교를 순치(馴致)시키려한다는 의심을 살 만한 행동도 있었습니다. 16년이 흐른 지금, 평화방송 라디오가 전하는 '기쁜소식'은 광주ㆍ대구ㆍ부산ㆍ대전 등 전국에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 독자들과 울고 웃고... 제300호(94.10.2) 1면은 전국 가정대회 개최 소식과 아울러 낙태를 사실상 합법화한 형법개정안 제135조의 삭제를 촉구하는 기사가 장식했습니다. 이후 평화신문은 가정의 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연속 보도로 생명과 가정 문제를 한국교회의 어젠다(Agenda)로 제시했습니다. 가슴 뭉클한 미담도 눈에 띕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지존파 사건' 범인 6명이 서초경찰서 고병천(요한) 경위의 노력으로 회개하고 있다는 미담입니다. 그들은 고 경위가 건넨 묵주반지를 손가락에 끼고 검찰로 송치됐습니다. 한 평신도가 미움과 증오로 가득 찬 그들 마음에 사랑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신문에서 미담은 메말라가는 독자들 가슴을 촉촉히 적셔주는 단비와 같습니다. 제400호(96.10.13)에도 일주일에 사흘은 공장 노동자, 이틀은 대학 불문과 교수로 살아가는 벽안(碧眼)의 선교사 임경명(파리외방전교회) 신부가 소개됐습니다. 서울 난지도 한 공장 야적장에 걸터 앉아 일용 잡부와 웃음꽃을 피우는 사진 속 임 신부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는 말보다 그들과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의 말은 현대 신앙인의 현주소를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제500호(98.10.18) 1면에는 선교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 주교회의 정기총회 소식이 실렸습니다. 아시아 주교 시노드에서 선교문제가 핵심의제로 다뤄진 데다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선교 열의가 조금씩 분출되던 시기였습니다. 이때부터 시작해 약 2002년까지 선교운동이 전국에서 대대적으로 전개됐습니다. 평화신문도 선교현장을 누비며 관심과 격려로 힘을 보탰습니다. 그러나 이내 열기가 식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기사는 사그라든 선교 불씨를 되살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케 합니다. 제600호(2000.10.29)는 '시대의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 합니다. 서울에서 열린 제3차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ASEM)를 계기로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당시 아셈 회의장은 경제 자유화를 통해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신자유주의적 분위기가 팽배했습니다. 하지만 강대국 자본이 고삐가 풀리면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빈부격차를 더 벌려놓고, 무한 생존경쟁을 부추기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세계를 강타한 미국발 금융위기와 신자유주의, 그 상관관계를 찾으려는 노력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 주인공은 평범한 우리 이웃 제700호(2002.11.17)에서는 김수환 추기경이 인권 증진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칠레 대십자훈장을 받고 인사를 나누는 사진이 유달리 눈길을 끕니다. 사진 속 추기경은 매우 건강해 보입니다. 그러나 86살 추기경은 지난 7월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한 이후 아직까지 퇴원을 못하고 있습니다. 뒷짐을 지고 숙소 마당을 한가로이 거니는 추기경 모습을 빨리 보고 싶습니다. 인권주일에 발행된 제800호(2004.12.5) 1면은 이채롭게 꾸며져 있습니다. 해맑게 웃음지는 갓난아기 모습, 두 손을 예쁘게 모으고 기도하는 소녀, 노숙자에게 우유를 나눠주는 수녀, 호스피스 봉사자 등이 지면 상단을 멋지게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 밑에는 "모두가 다릅니다. 그러나 모두가 소중한 우리 이웃입니다"라는 글귀가 달려 있습니다. 인권존중의 싹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이웃에 대한 배려와 관심에서 돋아난다는 사실을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제900호(2006.12.17)에는 언 마음을 녹여주는 따뜻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해 8월 집중호우로 집을 잃은 강원도 평창 두메산골의 김찬중ㆍ성중 형제가 본보 독자들 도움으로 새 보금자리를 장만했다는 기사입니다. 이 노총각 형제들 사연이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에 소개되자 많은 애독자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줬습니다. 본보는 2001년 초부터 지금까지 사랑나눔 캠페인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를 통해 41억5000여만 원의 성금을 모금해 가난한 이웃에게 전해줬습니다. '사랑의 기적'이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김원철2008.12.23
성경 하루 한장 읽기(역대기 상권ㆍ하권, 14∼20일)▨역대기 상권ㆍ하권(14∼20일) 상권 ▲27장(14일) : 츠루야의 아들 ( )은 인구 조사를 시작해 놓고는 끝내지 못하였다. 이 인구 조사 때문에 이스라엘 위로 진노가 내렸던 것이다. 그래서 인구수는 다윗 임금의 실록에 오르지 못하였다. ▲28장(15일) : 내 아들 ( )아, 너는 네 아버지의 하느님을 바로 알고, 한결같은 마음과 기꺼운 마음으로 그분을 섬겨라. 주님께서는 모든 마음을 살피시고 모든 생각을 꿰뚫어 보신다. ▲29장(16일) : 그들은 그에게 기름을 부어 주님께 속한 영도자로 세우고, ( )에게도 기름을 부어 사제로 세웠다. 하권 ▲1장(17일) : 너에게 지혜와 ( )을 주겠다. 거기에다 또 부와 재물과 영광도 주리니 너와 같은 임금은 네 앞에도 없었고, 네 뒤에도 다시없을 것이다. ▲2장(18일) : 그곳에 계신 그분 앞에서 향기로운 향을 피우고 늘 두 줄로 빵을 차려 바치며, 아침과 저녁, 안식일과 초하룻날, 주 우리 하느님의 축일마다 ( )을 바칠 것입니다. ▲3장(19일) : 솔로몬은 예루살렘 ( )에 주님의 집을 짓기 시작하였다. 그곳은 주님께서 그의 아버지 다윗에게 나타나신 곳으로서, 본디 여부스 사람 오르난의 타작마당이었는데 다윗이 집터로 잡아 놓았다. ▲4장(20일) : 이렇게 바다는 황소 열두 마리 위에 얹혀 있었는데, 세 마리는 북쪽을, 세 마리는 서쪽을, 세 마리는 남쪽을, 세 마리는 동쪽을 바라보았다. 바다는 황소들 위에 올려져 있고 황소들은 모두 ( )를 안쪽으로 향하였다. 남정률2007.10.10
[성경속 동식물] 81-사랑의 꽃, 헤나아름답고 향기로운 식물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머리카락 염색약, 문신 재료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헤나는 열대성 관목인 로소니아 이너미스의 잎을 따서 말린 다음 가루로 만든 것이다. 헤나 나무는 이집트가 원산지이며 파키스탄, 인도, 네팔 등에서 자란다. 기온이 높고 건조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데 1년에 3~4번 수확할 수 있을 정도로 번식력이 빠르고 2~5m 높이까지 자란다. 헤나 잎은 타원형이고 연한 녹색이며 매끄럽다. 꽃잎은 4개, 꽃은 흰색 또는 황색이고 향기가 좋다. 꽃이 지면 완두콩 크기 정도의 열매를 맺는다. 사람들은 옛날부터 헤나 잎으로 염료를 만들어 썼다. 헤나 꽃다발을 목욕탕에 넣어 향기를 즐기기도 한다. 목욕물에 헤나 꽃다발을 담그고 그 향기로 몸을 단장하여 남편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결혼 풍습도 있었다고 한다. 중동 일부지방에서는 헤나로 만든 꽃다발을 친구가 주는 최상의 결혼선물로 여긴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헤나 가루에 물을 부어 묽은 풀처럼 만들어서 화장품으로 이용했다. 손톱이나 발톱, 머리카락 염색, 문신 재료로도 사용했다. 의류를 염색할 때 안료로도 쓰인다. 영양공급과 피부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나 아랍에서는 헤나 잎이 피부병에 효과가 있음을 알고 종기, 화상, 타박상, 피부염에 예방과 치료약으로 사용했다. 이집트 남부의 아스완 지방에선 전통적인 결혼 예식에 헤나 의식이 있다. 이 의식은 결혼식 하루 전날 밤에 행해지는데 헤나를 물에 개어 신랑, 신부의 손과 발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봉숭아로 손톱에 물들이는 일을 연상할 수 있다. 그래서 이집트의 미라에서 붉게 물든 손톱이 발견되기도 한다. 네팔의 타라이 지방에서도 부와 길조의 식물이라 생각해 결혼식 때 헤나로 손발을 곱게 염색하는 풍습이 있다. 또한 이슬람 여인들도 헤나를 이용해서 즐겨 염색했다. 이처럼 헤나는 유다인뿐만 아니라, 아랍의 여인들도 즐겨 사용했던 것이다. 헤나가 사랑을 받은 까닭은 무엇보다 진동하듯이 멀리 퍼지는 아름다운 향기에 있다. 헤나의 꽃에는 흡사 장미꽃 향기와 비슷한 향기로운 휘발성 정유가 함유돼 있다. 사람들은 이 향기로운 기름을 증류해 종교적 축제에 향료로 사용했다. 그래서 솔로몬은 아가서에서 헤나 꽃 향기를 사랑하는 이에 비유했던 것이다. 헤나 꽃은 또한 회교도의 종교 의식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나 네팔에서 헤나 꽃은 사원에 바쳐지는 향기로운 제물의 하나다. "나의 연인은 내게 엔 게디 포도밭의 헤나 꽃송이어라"(아가 1,14). 성경에서는 자신의 사랑을 헤나 꽃송이에 비교할 정도로 헤나가 아름답고 향기로운 식물로 등장한다. 헤나는 사해 해변에 위치한 엔 게디 지방에서 발견되는 식물이므로 엔 게디 포도밭이라는 언급이 나온다.cpbc2008.01.29
성경 하루 한장 읽기 해설(시편)하느님 계시에 대한 인간의 찬미가「성경」은 라틴어 성경인 「불가타」 전통을 따라 욥기 다음으로 '시편'(Liber Psalmorum)을 싣고 있습니다. 흔히 '완전한 기도서'라고도 불리는 시편만큼 널리 읽히고 사랑받는 작품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 계시에 대한 인간의 응답 기도 또는 찬미가를 담고 있는 이 책의 내용을 우리는 가톨릭교회의 기도, 성가와 전례 안에서 가장 빈번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 히브리어 성경은 시편을 '쉐페르 터힐림'(찬미들의 책)이라 부르고, 그리스어 성경인 칠십인역은 '프살모이'(악기 반주가 따르는 찬미가)라고 지칭합니다. 히브리어 터힐림은 시편의 전체 내용을 잘 반영하는 반면에 그리스어 프살모이는 시편이 사용된 방식을 잘 나타냅니다. 이 두 가지 명칭을 통해서 우리는 '기도'와 '찬미' 두 단어가 시편의 성격과 내용을 가장 적절히 표현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시편은 인간의 조건, 의인과 악인의 운명, 하느님 구원에 대해 숙고하면서 탄원과 찬미, 비관과 희망, 저주와 화해, 미움과 사랑, 슬픔과 기쁨 등을 표현하고 있기에 그 내용에 따라 탄원 시편(시편 12; 13; 44; 51; 58; 63; 79; 86; 90; 109 등), 감사 시편(18; 30; 32; 34; 41; 67; 124; 125; 136 등), 그리고 찬양 시편(8; 15; 19; 24; 47; 76; 93; 103; 104 등) 등으로 분류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34편의 시편을 제외한 모든 시편들은 각기 자기 머리말에 저자의 이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73편의 시편이 다윗의 노래(3~9; 11~32; 34~41; 51~65; 68~70; 86; 101; 103; 108~110; 122; 124; 131; 133; 138~145)라고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아삽, 코라의 자손들, 솔로몬 등의 노래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머리말에 소개된 사람들이 정말로 시편의 저자들인지는 불분명합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이는 시편을 이해하는 데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길이와 형식이 서로 다른 150편의 시로 이뤄져 있는 시편은 전통적으로 다섯 권으로 구분돼 있습니다 : ① 제1권: 1~41편 ② 제2권: 42~72편 ③ 제3권: 73~89편 ④ 제4권: 90~106편 ⑤ 제5권: 107~150편. 각 권 마지막 부분에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면서 하느님 영광을 찬미하는 환호송이 실려 있습니다(41,14; 72,18~19; 89,53; 106,48; 150,1~6). 시편을 이와 같이 다섯 권으로 구분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즉 시편과 모세오경 사이의 연관성을 분명하게 나타내기 위해서입니다. 하느님께 충실하게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지시해주는 율법서가 모세오경이라면,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인 율법에 대한 인간의 응답이 바로 시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편이 말하는 인간의 생명은 단순히 육체적 목숨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죽음 또한 단순히 이승의 마감을 뜻하지 않고 병이나 고뇌, 배신당함이나 버림받음과 같이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상황들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행복 역시 평화와 안녕, 기쁨과 쾌락의 상태를 말하기보다는 하느님께 충실한 신앙의 상태를 말합니다. 시편은 이스라엘 백성의 기도인 동시에 예수님의 기도이자 초대교회의 기도였으며,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의 기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기도할 줄 몰라 기도하는 방법을 배우고자 한다면 우선적으로 시편을 읽고 묵상하는 가운데 기도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시편으로 기도하면서 다음과 같은 자세를 지니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①시편 저자가 처해진 상황과 느낌을 실제로 느껴보려는 자세 ②시편 구절이 들려주는 예수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는 자세 ③가정과 본당 공동체, 단체와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나'에게 필요한 말씀을 받아들이려는 자세. 시편 저자들이라고 해서 삶이 녹록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하느님께 화도 내고 불평하기도 하고 원망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신앙에 충실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가까이 계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믿었기 때문입니다. 부디 시편을 읽고 묵상하면서 시편 저자들처럼 우리 신앙도 성장하고 견고해질 수 있기를 주님께 청합니다.남정률2008.04.02
성경 하루 한장 읽기(사무엘기 하권 및 열왕기 상권, 7월 29일∼8월 11일)▨사무엘기 하권 및 열왕기 상권(7월 29일∼8월 11일) 사무엘기 하권 ▲21장(29일) : 그 뒤 다윗의 부하들은 "임금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다시는 싸움터에 나가지 마십시오. 그러면 임금님께서 ( )의 등불을 꺼 버리시게 될 것입니다." 하며 다짐을 받았다. ▲22장(30일) : 당신께서는 제 원수들에게서 저를 빼내시고 저를 거슬러 일어선 자들에게서 들어 높이셨으며 ( ) 자에게서 해방시켜 주셨습니다. ▲23장(31일) : 사람을 정의롭게 다스리고 하느님을 경외하며 다스리는 이는 구름 끼지 않은 아침, 해가 떠오르는 그 아침의 햇살 같고 비 온 뒤의 찬란함, 땅에서 돋아나는 ( )과 같다. ▲24장(8월 1일) : 괴롭기 그지없구려. 그러나 주님의 자비는 크시니, ( ) 손에 당하는 것보다 주님 손에 당하는 것이 낫겠소. 열왕기 상권(해설 12면) ▲1장(2일) : 내가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두고 그대에게, '그대 아들 솔로몬이 내 뒤를 이어 임금이 되고, 나 대신 ( )에 앉을 것이다.' 하고 맹세하였으니, 오늘 그대로 하겠소. ▲2장(3일) : 그러나 ( ) 사람 바르질라이의 아들들에게는 자애를 베풀어, 네 식탁에서 함께 먹게 하여라. 그들은 내가 네 형 압살롬을 피해 달아날 때, 나를 그렇듯 충성스럽게 맞아 주었다. ▲3장(4일) : 임금이 다시 말하였다. "그 ( )를 둘로 나누어 반쪽은 이 여자에게, 또 반쪽은 저 여자에게 주어라." ▲4장(5일) : 유다와 이스라엘은 그 ( )가 바다의 모래처럼 많았다. 그들은 먹고 마시며 행복하게 지냈다. ▲5장(6일) : 나는 주 나의 ( )의 이름을 위한 집을 지으려고 합니다. 주님께서 내 아버지 다윗에게, '내가 너 대신 네 왕좌에 앉힐 너의 아들이 내 이름을 위한 집을 지을 것이다.' 하고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6장(7일) : 솔로몬 임금이 주님께 지어 바친 ( )은 그 길이가 예순 암마, 너비가 스무 암마, 높이가 서른 암마였다. ▲7장(8일) : 이렇게 바다는 황소 열두 마리 위에 얹혀 있었는데, 세 마리는 북쪽을, 세 마리는 서쪽을, 세 마리는 남쪽을, 세 마리는 동쪽을 바라보았다. ( )는 황소들 위에 올려져 있고 황소들은 모두 엉덩이를 안쪽으로 향하였다. ▲8장(9일) : 부디 당신께서는 계시는 곳 ( )에서 들어 주십시오. 들으시고 용서해 주십시오. ▲9장(10일) : 자기 조상들을 ( ) 땅에서 이끌어 내신 주 그들의 하느님을 저버리고, 다른 신들을 끌어들여 그 신들을 예배하고 섬겼기 때문이지. 그래서 주님께서는 이 모든 재앙을 그들 위에 내리셨다네. ▲10장(11일) : 주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영원히 사랑하셔서, 임금님을 ( )으로 세워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게 하셨습니다. 남정률2007.07.25
시각장애 청소년 터키 성지순례(2) "보지 않고도 믿는 그들, 그래서 더 행복하다" 성소피아 성당과 블루 모스크가 마주보고 있는 이스탄불 중심가 술탄 아흐멧 지구. 시각장애 청소년들에게 이 거대한 건축물들을 보여줄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성소피아 성당(내부 면적 7000㎡)만 하더라도 얼마나 웅장한지, 유스티아누스 황제는 532년 낙성식 때 성당에 들어서서 "예루살렘 대성전을 지은 솔로몬이여, 내가 당신을 능가했소"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오스만 제국의 위용을 드러내는 블루 모스크도 크기가 이에 못지 않다. 현지 안내인 손현민(프란치스카)씨의 설명이 재미있다. "블루 모스크는 뾰족한 연필을 세워놓은 것 같은 첨탑이 6개에요. 앞에 있는 지붕은 밥공기 엎어놓은 것 같고, 그 뒤 지붕은 바가지 엎어놓은 것 같고, 창문은 벌집처럼 나 있고…" 역시, 궁(窮)하면 통(通)한다. 기념품점에 있는 건축물 모형을 사서 만져보게 했더니 청소년들이 "아~ 이제야 알겠다"며 만족스러워한다. 충주성모학교 교사 이영신(로사) 수녀는 고대경기장 히포드롬에서 뱀 3마리가 똬리를 틀고 있는 형상을 한 청동뱀 기둥을 설명하느라, 기둥 앞에서 학생들과 뱀처럼 엉켜 '쇼'를 한다.고대도시 라우디케이아에서 유적들을 손으로 만져보는 시각장애 청소년들. 이들의 발달한 청각ㆍ촉각ㆍ후각ㆍ미각은 시각의 약점을 극복하고도 남는다. 궁즉통(窮卽通)은 본디 '궁즉변(窮卽變), 변즉통(變卽通), 통즉구(通卽久)'에서 나왔다. 내가 변해야 상대방과 통할 수 있다는 말이다. 때마침 황인환(서울 동서울지역교구장 대리 보좌) 신부는 미사에서 "서로 상대방을 통해 그리스도를 만나자"는 강론을 한다. "예수님은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고 하셨다. 그분의 제자들은 보고야 믿었다. 특히 토마스는 그분 옆구리에 손을 넣어봐야 믿겠다고 했다. 도우미들은 시각장애 청소년들을 통해, 청소년들은 도우미들을 통해 예수님을 보는 순례를 하자."# 서로를 통해 그리스도를 만나자 이튿날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에게해 연안도시 이즈미르(옛이름 스미르나). 에페소ㆍ페르가몬ㆍ필라델피아 등 요한묵시록에 등장하는 7대 교회를 순례하려면 이스탄불, 앙카라에 이어 터키의 3번째 도시 이즈미르를 기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 도시는 사도 요한의 제자 폴리카르푸스(69~155년)가 "예수님을 믿은 지 86년 동안 주님은 한 번도 나에게 잘못하신 일이 없는데, 어찌 주님을 모른다 하리오"라며 화염 속에서 순교한 곳이라 더 의미가 깊다. 시차도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강행군. '만물박사' 유재준(요셉, 17)군은 헤비메탈ㆍ인터넷ㆍ스포츠 분야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수다로 장거리 버스 안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어느새 7대 교회의 하나인 페르가몬(묵시 2,12-17) 교회 터가 보인다. 로마시대에 세라피스 신전이었던 이 허물어진 교회 건물은 2000년 풍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폐허 위에 남아있는 대리석 기둥들과 금방이라도 '우르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벽체가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그리스도는 천사를 통해 요한에게 전한 계시에서 페르가몬 신자들의 믿음을 칭찬하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희는 '사탄의 왕좌'에 살고 있다면서 우상숭배를 엄하게 꾸짖으신다. 그 꾸짖음을 귀담아 듣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사방 팔방 어디를 둘러봐도 2000여 년 전 신앙의 꽃을 피운 초대교회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 밝고 예민한 '마음의 눈' 청소년들은 손으로 유적지 돌무더기를 더듬는다. 또 서로 손을 잡고 기둥을 빙 둘러서서 그 둘레를 가늠한다. 이들의 눈은 '손 끝'에 있다. 지중해의 햇볕과 바람이 부딪히는 '뺨'에도 있다. 장애 때문에 슬픔과 고민이 더 깊었을 '마음'에도 있다. 이들의 '마음의 눈'은 비장애인이 깜짝 놀랄만큼 밝고 예민하다. 더우기 본 것을 갖고 상상력을 발휘해 쓰러진 기둥을 세우고, 떨어져 나간 벽을 쌓고, 무너져 내린 지붕을 올린다. 비장애인들은 대개 "돌덩이 밖에 없잖아"하며 볼거리 없는 유적지에 실망하는데 말이다. 김솔(로사, 17)양은 라오디케이아에서 "여기저기 널려 있는 돌덩이들이 '미지근하여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은'(묵시 4,16-17) 내 신앙심 같다"고 말한다. 솔이는 "마음을 잡고 지난해 가을부터 다시 주일미사에 참례하고 있다"고 한다. 묵시록 저자는 "(너희가 풍족하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비참하고 가련하고 눈멀고 벌거벗은 것을 깨닫지 못한다"(묵시 4,17)고 라오디케이아 신자들에게 말씀하신다. 그러면서 "안약을 사서 눈에 발라 제대로 볼 수 있게 하여라"라고 이르신다. 영적 가난을 책망하는 말씀이다. 뙤약볕에서 유적을 더듬으며 그분의 목소리까지 마음에 담으려고 애쓰는 이들의 순례 태도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양 여기는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안약은 과연 누구에게 필요한 것일까? 이즈미르=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꿈★은 이루어 진다'-성지순례를 떠나기 전까지우연과 고난의 연속 잘할 수 있을까, 잘돼야 될 텐데… 지난해 11월 가톨릭 시각장애인 교육기관인 충주성모학교에 갔을 때다. 교사 이영신(사랑의 씨튼수녀회) 수녀는 "아이들이 성경에 나오는 장소를 무척 가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수업시간에 "갈릴래아 호수가 충주호보다 커요?", "사도 바오로가 선교한 나라가 어디에요?" 등 쉴새없이 질문을 한다며. 학생들 염원이 평화방송ㆍ평화신문과 터키관광청(한국홍보대행사 나스기획)을 '사랑의 끈'으로 이어 줬다. 본사의 '시각장애 청소년 성지순례' 기획에 터키관광청이 선뜻 동참의사를 알려온 것. 하지만 "앞을 보지 못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무슨 고생을 시킬려고 하느냐"는 부정적 의견도 없지 않았다. 안전문제도 큰 걱정거리였다. 순례 준비는 이처럼 우연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이번 순례에 고등부 2학년생 김종석(안드레아)ㆍ유재준(요셉)ㆍ김솔(로사)ㆍ권유진(레지나), 중등부 3학년생 신재혁(가브리엘)이 참가했다. 솔이와 유진이는 태어나면서 시력을 잃었다. 재준이와 재혁이는 중도 실명했다. 종석이는 약시(교정시력 0.1)다. 봉사자 겸 지도신부로 나선 황인환 신부는 학생들과 가까워지려고 이들과 함께 준비모임을 가졌다. 그리고 모임 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멋지게 '쐈다'. 포크에서 자꾸 빠져나가는 스파게티 면발, 납작한 채소… 2시간 만에 식사를 무사히(?) 마치고 난 뒤에 드는 생각은 오로지 하나. '잘할 수 있을까, 잘돼야 될 텐데….'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cpbc2008.07.15
[성경속 동식물]79-거룩한 향료 유향동방박사들이 가져온 선물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유향은 올리브과에 속하는 유향나무의 수액을 건조시켜 만든 약재다. 유향나무는 키가 3~10m로 자란다. 줄기나 가지에서 자연분비되는 액은 고무처럼 말랑하고 투명하며 동그랗게 방울이 진다. 이 액이 공기에 닿으면 굳어져서 광택이 나며, 마찰하면 가루가 나와 백색 반투명체가 된다. 유향의 색깔은 흰색, 황색, 황갈색 등이며 백색유향이 가장 좋은 것으로 꼽힌다. 줄기에서 유백색 액이 나오는 모양이 젖과 같아 유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훈향료나 향수의 재료로 쓰이며 한의학에서 몰약과 배합해 사용하기도 한다. 약성은 온화하고 독이 없으며 맵고 쓰다. 기혈을 잘 돌게 하고 진통효과가 뛰어나고 관절의 동통을 다스리는 약재로도 쓰인다. 로마의 황제 네로가 왕비 포파에아의 장례식 때 도시 전체가 1년 동안 쓸 양의 유향을 썼다는 이야기가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 종교의식에 사용했으며 유다인 성전에서는 방향제로 쓰였다. 시바의 여왕이 솔로몬왕의 총명함을 듣고 그를 만나러 올 때 많은 유향을 바쳤다고 한다. 유향 향기를 흡입하면 고요하고 안정된 침착한 상태가 된다고 해 옛날부터 치료제로 쓰였다. 유향은 몰약과 함께 이스라엘 백성뿐만 아니라, 이집트에서도 옛날부터 귀하게 쓰인 향료로도 값비싼 무역품이었다. 유향은 오늘날도 정교회의 종교의식에서 향료로 쓰고 있다. 유향은 별을 따라서 아기 예수를 찾은 동방박사들이 몰약과 함께 가져온 선물로도 유명한데 귀한 향료로 성경에 여러 번 등장한다.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마태 2,11). 몰약은 장례 때 방부제로 쓰였지만, 유향은 제사의식의 분향제나 화제, 소제에 쓰이는 거룩한 향료로 사용했다(레위 2,1-2). 안식일에 드리는 이스라엘 자손을 위한 영원한 언약의 빵 위에 정결한 유향을 두어 기념물로 삼기도 했다(레위 24,7). 야훼의 장막 안 증거궤 앞에 두는 지극히 거룩한 가루향을 만들 때에 유향을 섞어 만들게 해서 그 향기를 가장 거룩한 것으로 다루었다(탈출 30,35-36).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이 거룩한 가루향의 배합법을 알려주시며 거룩하게 다룰 것을 명하신다. 또한 개인적으로 사사로이 향기를 즐기려는 사람은 자기 백성에게서 잘려 나갈 것이라고 경고하신다(탈출 30,34-38). 그 정도로 유향을 귀중하게 여겼던 것이다. 또한 거룩한 유향은 죄악을 생각하게 하는 제물에는 쓰면 안 되는 것이었다(민수 5,11-15). 유향은 성소에 쓰는 기물이나 제물들과 함께 귀중한 보물처럼 다뤘다(1역대 9, 29-30). 이스라엘에서는 생산되지 않아 더욱 귀했던 유향은 다른 나라에서 비싼 값을 치르고 사와야 했다. 그래서 이스라엘인들은 유향을 귀한 선물이나 진상품으로 올리기도 했다(창세 43,11).cpbc2008.01.16
[성경 속 동식물] 54-온순하고 영리한 코끼리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생텍쥐페리(1900~1944)의 유명한 소설 「어린왕자」에 코끼리 이야기가 나온다. 어린왕자가 여섯 살 때 색연필로 그린, 코끼리를 통째로 삼키고 그걸 소화시키느라 여섯 달 동안 잠을 자는 보아뱀 그림은 아주 인상적이다. 그러나 실제로 보아뱀은 중남 아메리카에 살기에 코끼리를 만날 확률이 적을뿐 아니라 몇톤이나 되는 코끼리를 삼키기 불가능할 것이다. 코끼리는 육지에서 사는 가장 큰 동물이다. 코끼리 피부는 두껍고 털이 매우 적고, 코는 원기둥 모양이고 매우 길며, 코 끝으로 작은 물건을 집을 수도 있다. 코끼리는 영리하고 온순하여 사람에게 잘 사역된다. 코끼리 위턱에 길게 뻗은 두 개의 어금니인 상아는 예전부터 공예품ㆍ인장ㆍ피아노 건반 등의 소재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귀하게 여겨왔다. 고대 히브리인, 아시리아인, 페니키아인, 이집트인 등이 취급한 상아에는 인도 상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상아도 끼어 있었다. 고대의 상아는 대체로 코끼리의 진짜 앞니일 것이다. 성경에는 코끼리는 상아를 가진 동물로 기록되어 있다. 고대에는 지금은 찾아 볼 수 없는 모양을 가지고 있는 코끼리가 팔레스티나에 서식했었다고 본다. 솔로몬 시대에 이 동물이 많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솔로몬은 상아로 왕좌를 만들었다는 기사도 있고(2역대 9,17) 아합 왕은 상아궁을 지었다고 한다(1열왕 22,39). 상아궁은 상아로 지은 궁전이라는 뜻이 아니라 상아와 귀중한 장식재를 많이 이용해서 궁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는 뜻이다. 아가서에서는 은유적 표현으로 상아를 표현했다. "그이의 팔은 보석 박힌 금방망이. 그이의 몸통은 청옥으로 덮인 상아 조각이랍니다"(아가 5,14). 성경에서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마카베오기에 나온다. 실제로 시리아군은 수 만의 군사와 코끼리 기병을 이용해서 이스라엘군을 자주 침략하고 약탈했다. 벳 즈카르야의 전투에는 코끼리 기병을 이용한 전투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전한다. "코끼리들을 잘 싸우게 하려고 포도즙과 오디 즙을 보여 자극시키고 나서, 그 짐승들을 전열에 나눠 배치했다. 그들은 코끼리마다, 쇠사슬 갑옷으로 무장하고 머리에는 청동 투구를 쓴 보병 천 명을 배열시켰으며, 또 코끼리마다 정예 기병 500명도 배치했다. 코끼리가 있는 곳에는 어디나 기병들이 먼저 가 있었고, 코끼리가 이동하면 함께 이동하여 코끼리를 떠나는 일이 없었다. 코끼리 등에는 단단한 나무 탑을 얹어 덮고, 그것들을 특별한 기구로 고정시켰다. 나무 탑에는 전투를 벌이는 군대의 병사 네 명과 인도 사람 하나가 타고 있었다"(1마카 6,34-37). 마카베오기 상권에는 하우아란이라고 하는 엘아자르의 용감한 행동이 전해진다. 그는 적군의 임금이 있을 것이라 추정되는 커다란 코끼리의 배를 찔러 죽이고 그도 그 코끼리의 밑에 깔려 장렬하게 전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적군들이 퇴각하기도 했다(1마카 6,43-47). 이처럼 마카베오기에는 곳곳에 코끼리 기병에 대한 기사가 전해진다. 대개는 코끼리를 길들여 성벽이나 성 문을 공격할 때 사용한 것으로 나온다.cpbc2007.06.27
[출판/문학]소설가 최인호씨 산문집 「꽃밭」 발간소설가 최인호씨 10년만에 신작 산문집 펴내... 살아오는 동안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작가 최인호(베드로, 62)씨가 10년만에 신작 산문집을 냈다. 산문집 「꽃밭」이다. 지난 10년간 여러 지면에 발표해온 글들로, 화해와 용서, 인내, 현재에 머물지 않는 영원을 파고들었다. 세칭 '인기 작가'로 세상의 주목을 받으며 살아오는 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가족과 일상, 주변 사람들에 대한 작가의 새로운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따지고 보면 우리들 인생이란 하느님이 내려준 정원에 심은 찬란한 꽃들이 아니겠는가. 수고도 하지 않고 길쌈을 하지 않아도 솔로몬의 영화보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이 꽃들은 우리들에게 플로베르의 '인생은 아름답다고 죽도록 말해주고 싶어요, 하고 말하며 꽃들은 죽어간다'는 시처럼 아름다운 인생을 말해주고 있다"(책 머리 중에서). 작가는 꽃밭에서 님을 기다린다. 그 님이 누구인지 아직은 잘 모른다지만, 그 님은 마침내 그의 생애 '꽃밭'에 자신이 바라던 손님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올 것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또 그는 말한다. 우리 모두는, 그리고 우리들의 인생은 찬란한 꽃이라고. 나이가 '이순(耳順, 60)'을 넘기며 작가는 문득문득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11쪽)는 걸 느낀다고 고백한다. 남들 하는 것 다해봤지만 어느날 작가는 '그저 하루 하루 떠밀리듯 살아왔음이 아닐까'(18쪽)하고 고백한다. 그래도 날마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느낌으로 작가는 꽃밭을 일군다. 특별히 작가에게 아내 황정숙씨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손님이기도 하고, 어머니이기도 하며, '평화를 짜는 사람'(96쪽)이기도 하다. 그리고는 한송이 꽃과 같이 소중한 마님(133~134쪽)이라고 표현해버리고 만다. 그런 아내 때문인지 작가는 '모든 여성적인 것이 인간을 구원한다'(310쪽)고 믿는다. 작가는 특히 젊은이들에 대한 기대를 담아 '지나치게 현실적 계산과 현세적 쾌락에 의해 노트르담성당 종탑에 갇힌 카지모도처럼 꼽추로 살아가지 않기를 바란다'(158쪽)고 주문한다. 또한 작가는 '깃발 없는 기수 정진석 추기경'이라는 산문을 통해 '또 한 명의 추기경 탄생은 국가적 경사인 일로 영광의 훈장이자 승리의 갑옷일 것인가. 아니다. 정진석 추기경의 탄생은 성 테레사의 말처럼 적으로부터 반대 받는 표적이 됨으로써 집중 포화를 받아도 결코 쓰러질 수 없는 또 한 명의 깃발 없는 기수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213쪽)이라고 말한다. (열림원/1만2000원)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오세택2007.10.02
한수산씨 글 3주교님 입국을 기다리며 당시 조선의 신자들이 교황님께 보낸 1835년 1월 19일자 편지는 절절함이 넘친다. "주교님은 삶과 죽음과 위험을 돌보지 않고 국경을 넘기로 결심하셨나이다. 이러한 은혜는 우리나라의 모든 영혼을 구하기 원하시는 천주의 특은으로… 저희들은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감동하고 눈물을 흘리도록 감격하나이다." 이 조선의 어린 양들을 찾아, 착한 목자 브뤼기에르 주교는 마찌아즈로 마지막 길에 오른다. 1835년 10월 7일이었다. "저희는 내일 길을 떠나려고 합니다. 앞으로가 제 여행 중 가장 험난한 여정입니다. 제 앞에는 온갖 어려움과 장애의 위험만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저는 머리를 숙이고 이 미로 속으로 몸을 던집니다"(1835년 10월 5일, 시완쯔에서). 그렇게 이 길을 가셨는가 생각하자 가슴이 벅차 오른다. 시완쯔에서 마찌아즈까지는 2000여 리가 넘는 길이다. 중국인 라자로회 고 신부, 순직한 일꾼 왕 요셉 일행이 길안내를 맡아 동행했다. 마차로 13일간을 달려 이 길을 갔다. 나무들이 키 작은 관목으로 변하고 풀이 뒤덮인 스텝지대가 끝나면서 나타나는 이끼들만이 자라는 땅, 바라보이는 산은 그렇게 검다. 놀라운 것은 그 밑으로 이어지는 평야다. 드문드문 방목하고 있는 말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한여름이면 초원으로 변할 것 같은 들판도 지금은 그냥 검다. 그 들판이 몇 백 미터씩 이랑을 이루며 경지정리가 되어 있다. 토지가 국가관리 밑에 있어서 가능했겠지만, 광활한 농지가 놀랍고 부럽다. '뭐가…아무리 가도 변하지가 않아.' 창밖을 내다보며, 뒤쪽에서 어느 교우가 중얼거린다. 몇 시간을 가도 창밖 풍경이 그림을 걸어놓은 듯 변하지 않는 이런 체험이 나에게는 있다. 노랗게 물든 자작나무 숲을, 죽음의 땅같이 검은 툰드라 지대를 시베리아 철도를 타고 가면서 몇 시간씩 눈이 시리도록 바라보았었다. 리비아 사막 한가운데 섰을 때, 천하는 단지 선 하나, 지평선뿐이었다. 대지의 그 광활함을 작은 반도의 우리들은 일상적인 체험으로 껴안지 못하고 살아간다. 함께 마음을 모아 바치는 기도가 이어지는 사이사이 나는 문득 생각했다. 이 길을 앞에 두고 브뤼기에르 주교가 마카오의 르그레즈와 신부에게 쓴 편지는 우리를 얼마나 숙연하게 만드는가. "이 위험한 계획이 어떻게 될까 하는 데 대하여는 별로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나는 운명을 천주의 손에 맡기고 천주님 섭리의 품에 달려들며, 고개를 푹 숙이고 위험을 뚫고 달려 내 길이 끝나는 데까지 계속할 작정입니다." 광활한 대지는 눈이 덮여 적요한데…우리는 버스를 세워놓고 컵라면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대자연 속에서 먹는 라면은 이미 라면이 아니다. 대자연식(食)이다.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는 국제 우주정거장(ISS)에서 둘째 날을 보내고 나서, '사람이 제 때 배설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주에 와서 깨닫는다'고 했다. 누구는 우주에 가서 그걸 깨닫는데 우리는 내몽골의 산맥을 넘으며 그걸 뼈저리게 겪는다. 일단 공중화장실이 없다. 어쩌다 주유소에 차를 세워도 중국 특유의 개방형 화장실은 차마 발을 들여놓기도 민망하다. 지난 100년 동안 인류가 발명한 문명의 이기 가운데 최고는 무엇일까. 나는 그게 전화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언젠가 하릴없는 영국 신문이 뽑은 1위는 '양변기'였다. 그러나 우리에게 브뤼기에르 주교님은 있어도, 양변기는 없다. 결국 궁여지책으로 짜낸 묘안은 차를 다리 옆에 세우는 것이었다. 그리고 남성들은 우루루 길가에 나가 늘어선다. 이때 도로에서 얼마나 멀리 나가 실례를 하느냐는 그 사람이 살아온 교양의 척도가 된다.(왜 다리 옆에 세우느냐고 묻는 사람은 상상력에 심히 결함이 있는 분이다. 여성들은, 가슴 트이게 광활한 대지를 뒤로 하고 그 다리 밑으로 들어가 몸을 숨겨야 하기 때문이다.) 한낮을 지나자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거대한 산맥을 넘고 그 속의 분지를 뚫고 나온 것이다. 가이드에게 산 이름을 묻자 퉁명하게 '구멍산'이란다. 그런데 이게 중국어인지 한국어인지 알 수가 없지만, 더 묻지 않기로 한다. 지나치는 곳의 지리나 역사에 대해 물으면 가이드의 대답은 한결같다.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토를 단다. "가이드는 관광지를 안내하는 사람입니다. 여기는 관광지가 아닌데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제대로 아침을 먹나, 길가에 서서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지 않나, 차에 올랐다 하면 내리 기도만 하니…당신들처럼 이상한 여행을 하는 사람은 내 평생 처음이요 하며 눈을 흘기는 것만 같다. 산맥을 넘자 이번에는 또 다른 모습이 나를 놀라게 했다. 거대한 비닐하우스군이다. 우리의 비닐하우스와 모양은 같은데 한 쪽을 흙으로 막고 한 쪽만 햇살을 향해 세웠다. 추위 때문에 생각해낸 묘안인가 보다. 그 비닐하우스가 어마어마하게 줄을 이루며 뻗어 있다. 츠펑(赤峰)이 멀지 않았다. 교구청이 자리한 츠펑은 내몽골자치구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우리는 조금 이른 저녁기도를 바치기 시작했다. 츠펑에서 하룻밤을 묵고 내일 아침에야 우리는 마찌아즈로 간다. 츠펑은 교외부터 개발이 한창이다. 숲처럼 신축 아파트가 단지를 이루며 들어서고, 거리는 4차선 차도에 가로수를 심고 그 바깥으로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고 다시 인도를 만들었다. 시내로 들어선 우리는 바로 성당으로 향했다. 중국정부에서 인정하는, 흔히 말하는 천주교 애국회 소속교회다. 거기서 교구장 대리를 만났는데 사제복도 입지 않은 이분의 외양이 옛날 마적이 저랬을까 싶게(실례) 범상치가 않다. 하여튼 사람도 내용만큼이나 형식도 중요하다는 걸 확인한다. 브뤼기에르 주교님이 오셨던 그 길을 버스에 앉아 잘 포장된 도로를 달렸으면서도 주교좌성당으로 들어서는 나는 발길이 헛놓이게 피곤했다. 주교님이 우리 천주교사에 남긴 자취를 생각했다. 조선교구 설정에 결정적 기여를 하셨는가 하면, 한국인 사제를 길러야 한다는 절박했던 꿈은 모방 신부에게로 이어져, 최초의 신학생 세 명을 마카오로 보내는 계기가 된다. 그렇게 피워 올린 꽃이 김대건, 최양업 두 신부가 아닌가. 그뿐이 아니다. 랴오둥교구를 설정하는 계기를 만들어 선교사들이 조선으로 들어오는 안정된 입국로를 개척할 수 있게 하시지 않았는가. 선각자의 한 걸음 한 걸음은 이토록 위대했다. 12시간을 달려온 우리 여정을 두고 일행 가운데 김성진(아우구스티노)씨의 해석이 즐겁다. 12가 얼마나 복된 숫자냐는 것이다. 솔로몬이 둔 지방관은 모두 12명(열왕상 4,7)이었고 예수님도 제자 열둘을 세우시고 그들을 사도라 이름 하셨고(마르 13,14), 오천 명을 먹이시고 남은 빵조각과 물고기를 모으니 12광주리(마르 6,43)였다. 늘 분석적이고 치밀한 그에 따르면, 우리가 출발한 시간은 아침 6시 10분, 츠펑 천주당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6시 10분이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복된 12시간인가.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갑자기 오늘 하루가 황금의 갑옷을 입는 것만 같다.이창훈2008.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