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각장애 청소년 터키 성지순례(2) "보지 않고도 믿는 그들, 그래서 더 행복하다" 성소피아 성당과 블루 모스크가 마주보고 있는 이스탄불 중심가 술탄 아흐멧 지구. 시각장애 청소년들에게 이 거대한 건축물들을 보여줄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성소피아 성당(내부 면적 7000㎡)만 하더라도 얼마나 웅장한지, 유스티아누스 황제는 532년 낙성식 때 성당에 들어서서 "예루살렘 대성전을 지은 솔로몬이여, 내가 당신을 능가했소"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오스만 제국의 위용을 드러내는 블루 모스크도 크기가 이에 못지 않다. 현지 안내인 손현민(프란치스카)씨의 설명이 재미있다. "블루 모스크는 뾰족한 연필을 세워놓은 것 같은 첨탑이 6개에요. 앞에 있는 지붕은 밥공기 엎어놓은 것 같고, 그 뒤 지붕은 바가지 엎어놓은 것 같고, 창문은 벌집처럼 나 있고…" 역시, 궁(窮)하면 통(通)한다. 기념품점에 있는 건축물 모형을 사서 만져보게 했더니 청소년들이 "아~ 이제야 알겠다"며 만족스러워한다. 충주성모학교 교사 이영신(로사) 수녀는 고대경기장 히포드롬에서 뱀 3마리가 똬리를 틀고 있는 형상을 한 청동뱀 기둥을 설명하느라, 기둥 앞에서 학생들과 뱀처럼 엉켜 '쇼'를 한다.고대도시 라우디케이아에서 유적들을 손으로 만져보는 시각장애 청소년들. 이들의 발달한 청각ㆍ촉각ㆍ후각ㆍ미각은 시각의 약점을 극복하고도 남는다. 궁즉통(窮卽通)은 본디 '궁즉변(窮卽變), 변즉통(變卽通), 통즉구(通卽久)'에서 나왔다. 내가 변해야 상대방과 통할 수 있다는 말이다. 때마침 황인환(서울 동서울지역교구장 대리 보좌) 신부는 미사에서 "서로 상대방을 통해 그리스도를 만나자"는 강론을 한다. "예수님은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고 하셨다. 그분의 제자들은 보고야 믿었다. 특히 토마스는 그분 옆구리에 손을 넣어봐야 믿겠다고 했다. 도우미들은 시각장애 청소년들을 통해, 청소년들은 도우미들을 통해 예수님을 보는 순례를 하자."# 서로를 통해 그리스도를 만나자 이튿날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에게해 연안도시 이즈미르(옛이름 스미르나). 에페소ㆍ페르가몬ㆍ필라델피아 등 요한묵시록에 등장하는 7대 교회를 순례하려면 이스탄불, 앙카라에 이어 터키의 3번째 도시 이즈미르를 기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 도시는 사도 요한의 제자 폴리카르푸스(69~155년)가 "예수님을 믿은 지 86년 동안 주님은 한 번도 나에게 잘못하신 일이 없는데, 어찌 주님을 모른다 하리오"라며 화염 속에서 순교한 곳이라 더 의미가 깊다. 시차도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강행군. '만물박사' 유재준(요셉, 17)군은 헤비메탈ㆍ인터넷ㆍ스포츠 분야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수다로 장거리 버스 안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어느새 7대 교회의 하나인 페르가몬(묵시 2,12-17) 교회 터가 보인다. 로마시대에 세라피스 신전이었던 이 허물어진 교회 건물은 2000년 풍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폐허 위에 남아있는 대리석 기둥들과 금방이라도 '우르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벽체가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그리스도는 천사를 통해 요한에게 전한 계시에서 페르가몬 신자들의 믿음을 칭찬하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희는 '사탄의 왕좌'에 살고 있다면서 우상숭배를 엄하게 꾸짖으신다. 그 꾸짖음을 귀담아 듣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사방 팔방 어디를 둘러봐도 2000여 년 전 신앙의 꽃을 피운 초대교회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 밝고 예민한 '마음의 눈' 청소년들은 손으로 유적지 돌무더기를 더듬는다. 또 서로 손을 잡고 기둥을 빙 둘러서서 그 둘레를 가늠한다. 이들의 눈은 '손 끝'에 있다. 지중해의 햇볕과 바람이 부딪히는 '뺨'에도 있다. 장애 때문에 슬픔과 고민이 더 깊었을 '마음'에도 있다. 이들의 '마음의 눈'은 비장애인이 깜짝 놀랄만큼 밝고 예민하다. 더우기 본 것을 갖고 상상력을 발휘해 쓰러진 기둥을 세우고, 떨어져 나간 벽을 쌓고, 무너져 내린 지붕을 올린다. 비장애인들은 대개 "돌덩이 밖에 없잖아"하며 볼거리 없는 유적지에 실망하는데 말이다. 김솔(로사, 17)양은 라오디케이아에서 "여기저기 널려 있는 돌덩이들이 '미지근하여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은'(묵시 4,16-17) 내 신앙심 같다"고 말한다. 솔이는 "마음을 잡고 지난해 가을부터 다시 주일미사에 참례하고 있다"고 한다. 묵시록 저자는 "(너희가 풍족하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비참하고 가련하고 눈멀고 벌거벗은 것을 깨닫지 못한다"(묵시 4,17)고 라오디케이아 신자들에게 말씀하신다. 그러면서 "안약을 사서 눈에 발라 제대로 볼 수 있게 하여라"라고 이르신다. 영적 가난을 책망하는 말씀이다. 뙤약볕에서 유적을 더듬으며 그분의 목소리까지 마음에 담으려고 애쓰는 이들의 순례 태도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양 여기는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안약은 과연 누구에게 필요한 것일까? 이즈미르=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꿈★은 이루어 진다'-성지순례를 떠나기 전까지우연과 고난의 연속 잘할 수 있을까, 잘돼야 될 텐데… 지난해 11월 가톨릭 시각장애인 교육기관인 충주성모학교에 갔을 때다. 교사 이영신(사랑의 씨튼수녀회) 수녀는 "아이들이 성경에 나오는 장소를 무척 가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수업시간에 "갈릴래아 호수가 충주호보다 커요?", "사도 바오로가 선교한 나라가 어디에요?" 등 쉴새없이 질문을 한다며. 학생들 염원이 평화방송ㆍ평화신문과 터키관광청(한국홍보대행사 나스기획)을 '사랑의 끈'으로 이어 줬다. 본사의 '시각장애 청소년 성지순례' 기획에 터키관광청이 선뜻 동참의사를 알려온 것. 하지만 "앞을 보지 못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무슨 고생을 시킬려고 하느냐"는 부정적 의견도 없지 않았다. 안전문제도 큰 걱정거리였다. 순례 준비는 이처럼 우연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이번 순례에 고등부 2학년생 김종석(안드레아)ㆍ유재준(요셉)ㆍ김솔(로사)ㆍ권유진(레지나), 중등부 3학년생 신재혁(가브리엘)이 참가했다. 솔이와 유진이는 태어나면서 시력을 잃었다. 재준이와 재혁이는 중도 실명했다. 종석이는 약시(교정시력 0.1)다. 봉사자 겸 지도신부로 나선 황인환 신부는 학생들과 가까워지려고 이들과 함께 준비모임을 가졌다. 그리고 모임 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멋지게 '쐈다'. 포크에서 자꾸 빠져나가는 스파게티 면발, 납작한 채소… 2시간 만에 식사를 무사히(?) 마치고 난 뒤에 드는 생각은 오로지 하나. '잘할 수 있을까, 잘돼야 될 텐데….'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cpbc2008.07.15
![[성경속 동식물]79-거룩한 향료 유향](//cpbc.co.kr/CMS/newspaper/2008/01/rc/235905_1.1_titleImage_1.jpg)
[성경속 동식물]79-거룩한 향료 유향동방박사들이 가져온 선물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유향은 올리브과에 속하는 유향나무의 수액을 건조시켜 만든 약재다. 유향나무는 키가 3~10m로 자란다. 줄기나 가지에서 자연분비되는 액은 고무처럼 말랑하고 투명하며 동그랗게 방울이 진다. 이 액이 공기에 닿으면 굳어져서 광택이 나며, 마찰하면 가루가 나와 백색 반투명체가 된다. 유향의 색깔은 흰색, 황색, 황갈색 등이며 백색유향이 가장 좋은 것으로 꼽힌다. 줄기에서 유백색 액이 나오는 모양이 젖과 같아 유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훈향료나 향수의 재료로 쓰이며 한의학에서 몰약과 배합해 사용하기도 한다. 약성은 온화하고 독이 없으며 맵고 쓰다. 기혈을 잘 돌게 하고 진통효과가 뛰어나고 관절의 동통을 다스리는 약재로도 쓰인다. 로마의 황제 네로가 왕비 포파에아의 장례식 때 도시 전체가 1년 동안 쓸 양의 유향을 썼다는 이야기가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 종교의식에 사용했으며 유다인 성전에서는 방향제로 쓰였다. 시바의 여왕이 솔로몬왕의 총명함을 듣고 그를 만나러 올 때 많은 유향을 바쳤다고 한다. 유향 향기를 흡입하면 고요하고 안정된 침착한 상태가 된다고 해 옛날부터 치료제로 쓰였다. 유향은 몰약과 함께 이스라엘 백성뿐만 아니라, 이집트에서도 옛날부터 귀하게 쓰인 향료로도 값비싼 무역품이었다. 유향은 오늘날도 정교회의 종교의식에서 향료로 쓰고 있다. 유향은 별을 따라서 아기 예수를 찾은 동방박사들이 몰약과 함께 가져온 선물로도 유명한데 귀한 향료로 성경에 여러 번 등장한다.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마태 2,11). 몰약은 장례 때 방부제로 쓰였지만, 유향은 제사의식의 분향제나 화제, 소제에 쓰이는 거룩한 향료로 사용했다(레위 2,1-2). 안식일에 드리는 이스라엘 자손을 위한 영원한 언약의 빵 위에 정결한 유향을 두어 기념물로 삼기도 했다(레위 24,7). 야훼의 장막 안 증거궤 앞에 두는 지극히 거룩한 가루향을 만들 때에 유향을 섞어 만들게 해서 그 향기를 가장 거룩한 것으로 다루었다(탈출 30,35-36).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이 거룩한 가루향의 배합법을 알려주시며 거룩하게 다룰 것을 명하신다. 또한 개인적으로 사사로이 향기를 즐기려는 사람은 자기 백성에게서 잘려 나갈 것이라고 경고하신다(탈출 30,34-38). 그 정도로 유향을 귀중하게 여겼던 것이다. 또한 거룩한 유향은 죄악을 생각하게 하는 제물에는 쓰면 안 되는 것이었다(민수 5,11-15). 유향은 성소에 쓰는 기물이나 제물들과 함께 귀중한 보물처럼 다뤘다(1역대 9, 29-30). 이스라엘에서는 생산되지 않아 더욱 귀했던 유향은 다른 나라에서 비싼 값을 치르고 사와야 했다. 그래서 이스라엘인들은 유향을 귀한 선물이나 진상품으로 올리기도 했다(창세 43,11).cpbc2008.01.16
![[성경 속 동식물] 54-온순하고 영리한 코끼리](//cpbc.co.kr/CMS/newspaper/2007/06/rc/213479_1.1_titleImage_1.jpg)
[성경 속 동식물] 54-온순하고 영리한 코끼리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생텍쥐페리(1900~1944)의 유명한 소설 「어린왕자」에 코끼리 이야기가 나온다. 어린왕자가 여섯 살 때 색연필로 그린, 코끼리를 통째로 삼키고 그걸 소화시키느라 여섯 달 동안 잠을 자는 보아뱀 그림은 아주 인상적이다. 그러나 실제로 보아뱀은 중남 아메리카에 살기에 코끼리를 만날 확률이 적을뿐 아니라 몇톤이나 되는 코끼리를 삼키기 불가능할 것이다. 코끼리는 육지에서 사는 가장 큰 동물이다. 코끼리 피부는 두껍고 털이 매우 적고, 코는 원기둥 모양이고 매우 길며, 코 끝으로 작은 물건을 집을 수도 있다. 코끼리는 영리하고 온순하여 사람에게 잘 사역된다. 코끼리 위턱에 길게 뻗은 두 개의 어금니인 상아는 예전부터 공예품ㆍ인장ㆍ피아노 건반 등의 소재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귀하게 여겨왔다. 고대 히브리인, 아시리아인, 페니키아인, 이집트인 등이 취급한 상아에는 인도 상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상아도 끼어 있었다. 고대의 상아는 대체로 코끼리의 진짜 앞니일 것이다. 성경에는 코끼리는 상아를 가진 동물로 기록되어 있다. 고대에는 지금은 찾아 볼 수 없는 모양을 가지고 있는 코끼리가 팔레스티나에 서식했었다고 본다. 솔로몬 시대에 이 동물이 많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솔로몬은 상아로 왕좌를 만들었다는 기사도 있고(2역대 9,17) 아합 왕은 상아궁을 지었다고 한다(1열왕 22,39). 상아궁은 상아로 지은 궁전이라는 뜻이 아니라 상아와 귀중한 장식재를 많이 이용해서 궁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는 뜻이다. 아가서에서는 은유적 표현으로 상아를 표현했다. "그이의 팔은 보석 박힌 금방망이. 그이의 몸통은 청옥으로 덮인 상아 조각이랍니다"(아가 5,14). 성경에서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마카베오기에 나온다. 실제로 시리아군은 수 만의 군사와 코끼리 기병을 이용해서 이스라엘군을 자주 침략하고 약탈했다. 벳 즈카르야의 전투에는 코끼리 기병을 이용한 전투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전한다. "코끼리들을 잘 싸우게 하려고 포도즙과 오디 즙을 보여 자극시키고 나서, 그 짐승들을 전열에 나눠 배치했다. 그들은 코끼리마다, 쇠사슬 갑옷으로 무장하고 머리에는 청동 투구를 쓴 보병 천 명을 배열시켰으며, 또 코끼리마다 정예 기병 500명도 배치했다. 코끼리가 있는 곳에는 어디나 기병들이 먼저 가 있었고, 코끼리가 이동하면 함께 이동하여 코끼리를 떠나는 일이 없었다. 코끼리 등에는 단단한 나무 탑을 얹어 덮고, 그것들을 특별한 기구로 고정시켰다. 나무 탑에는 전투를 벌이는 군대의 병사 네 명과 인도 사람 하나가 타고 있었다"(1마카 6,34-37). 마카베오기 상권에는 하우아란이라고 하는 엘아자르의 용감한 행동이 전해진다. 그는 적군의 임금이 있을 것이라 추정되는 커다란 코끼리의 배를 찔러 죽이고 그도 그 코끼리의 밑에 깔려 장렬하게 전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적군들이 퇴각하기도 했다(1마카 6,43-47). 이처럼 마카베오기에는 곳곳에 코끼리 기병에 대한 기사가 전해진다. 대개는 코끼리를 길들여 성벽이나 성 문을 공격할 때 사용한 것으로 나온다.cpbc2007.06.27
![[출판/문학]소설가 최인호씨 산문집 「꽃밭」 발간](//cpbc.co.kr/CMS/newspaper/2007/10/rc/224228_1.0_titleImage_1.jpg)
[출판/문학]소설가 최인호씨 산문집 「꽃밭」 발간소설가 최인호씨 10년만에 신작 산문집 펴내... 살아오는 동안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작가 최인호(베드로, 62)씨가 10년만에 신작 산문집을 냈다. 산문집 「꽃밭」이다. 지난 10년간 여러 지면에 발표해온 글들로, 화해와 용서, 인내, 현재에 머물지 않는 영원을 파고들었다. 세칭 '인기 작가'로 세상의 주목을 받으며 살아오는 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가족과 일상, 주변 사람들에 대한 작가의 새로운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따지고 보면 우리들 인생이란 하느님이 내려준 정원에 심은 찬란한 꽃들이 아니겠는가. 수고도 하지 않고 길쌈을 하지 않아도 솔로몬의 영화보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이 꽃들은 우리들에게 플로베르의 '인생은 아름답다고 죽도록 말해주고 싶어요, 하고 말하며 꽃들은 죽어간다'는 시처럼 아름다운 인생을 말해주고 있다"(책 머리 중에서). 작가는 꽃밭에서 님을 기다린다. 그 님이 누구인지 아직은 잘 모른다지만, 그 님은 마침내 그의 생애 '꽃밭'에 자신이 바라던 손님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올 것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또 그는 말한다. 우리 모두는, 그리고 우리들의 인생은 찬란한 꽃이라고. 나이가 '이순(耳順, 60)'을 넘기며 작가는 문득문득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11쪽)는 걸 느낀다고 고백한다. 남들 하는 것 다해봤지만 어느날 작가는 '그저 하루 하루 떠밀리듯 살아왔음이 아닐까'(18쪽)하고 고백한다. 그래도 날마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느낌으로 작가는 꽃밭을 일군다. 특별히 작가에게 아내 황정숙씨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손님이기도 하고, 어머니이기도 하며, '평화를 짜는 사람'(96쪽)이기도 하다. 그리고는 한송이 꽃과 같이 소중한 마님(133~134쪽)이라고 표현해버리고 만다. 그런 아내 때문인지 작가는 '모든 여성적인 것이 인간을 구원한다'(310쪽)고 믿는다. 작가는 특히 젊은이들에 대한 기대를 담아 '지나치게 현실적 계산과 현세적 쾌락에 의해 노트르담성당 종탑에 갇힌 카지모도처럼 꼽추로 살아가지 않기를 바란다'(158쪽)고 주문한다. 또한 작가는 '깃발 없는 기수 정진석 추기경'이라는 산문을 통해 '또 한 명의 추기경 탄생은 국가적 경사인 일로 영광의 훈장이자 승리의 갑옷일 것인가. 아니다. 정진석 추기경의 탄생은 성 테레사의 말처럼 적으로부터 반대 받는 표적이 됨으로써 집중 포화를 받아도 결코 쓰러질 수 없는 또 한 명의 깃발 없는 기수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213쪽)이라고 말한다. (열림원/1만2000원)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오세택2007.10.02
한수산씨 글 3주교님 입국을 기다리며 당시 조선의 신자들이 교황님께 보낸 1835년 1월 19일자 편지는 절절함이 넘친다. "주교님은 삶과 죽음과 위험을 돌보지 않고 국경을 넘기로 결심하셨나이다. 이러한 은혜는 우리나라의 모든 영혼을 구하기 원하시는 천주의 특은으로… 저희들은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감동하고 눈물을 흘리도록 감격하나이다." 이 조선의 어린 양들을 찾아, 착한 목자 브뤼기에르 주교는 마찌아즈로 마지막 길에 오른다. 1835년 10월 7일이었다. "저희는 내일 길을 떠나려고 합니다. 앞으로가 제 여행 중 가장 험난한 여정입니다. 제 앞에는 온갖 어려움과 장애의 위험만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저는 머리를 숙이고 이 미로 속으로 몸을 던집니다"(1835년 10월 5일, 시완쯔에서). 그렇게 이 길을 가셨는가 생각하자 가슴이 벅차 오른다. 시완쯔에서 마찌아즈까지는 2000여 리가 넘는 길이다. 중국인 라자로회 고 신부, 순직한 일꾼 왕 요셉 일행이 길안내를 맡아 동행했다. 마차로 13일간을 달려 이 길을 갔다. 나무들이 키 작은 관목으로 변하고 풀이 뒤덮인 스텝지대가 끝나면서 나타나는 이끼들만이 자라는 땅, 바라보이는 산은 그렇게 검다. 놀라운 것은 그 밑으로 이어지는 평야다. 드문드문 방목하고 있는 말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한여름이면 초원으로 변할 것 같은 들판도 지금은 그냥 검다. 그 들판이 몇 백 미터씩 이랑을 이루며 경지정리가 되어 있다. 토지가 국가관리 밑에 있어서 가능했겠지만, 광활한 농지가 놀랍고 부럽다. '뭐가…아무리 가도 변하지가 않아.' 창밖을 내다보며, 뒤쪽에서 어느 교우가 중얼거린다. 몇 시간을 가도 창밖 풍경이 그림을 걸어놓은 듯 변하지 않는 이런 체험이 나에게는 있다. 노랗게 물든 자작나무 숲을, 죽음의 땅같이 검은 툰드라 지대를 시베리아 철도를 타고 가면서 몇 시간씩 눈이 시리도록 바라보았었다. 리비아 사막 한가운데 섰을 때, 천하는 단지 선 하나, 지평선뿐이었다. 대지의 그 광활함을 작은 반도의 우리들은 일상적인 체험으로 껴안지 못하고 살아간다. 함께 마음을 모아 바치는 기도가 이어지는 사이사이 나는 문득 생각했다. 이 길을 앞에 두고 브뤼기에르 주교가 마카오의 르그레즈와 신부에게 쓴 편지는 우리를 얼마나 숙연하게 만드는가. "이 위험한 계획이 어떻게 될까 하는 데 대하여는 별로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나는 운명을 천주의 손에 맡기고 천주님 섭리의 품에 달려들며, 고개를 푹 숙이고 위험을 뚫고 달려 내 길이 끝나는 데까지 계속할 작정입니다." 광활한 대지는 눈이 덮여 적요한데…우리는 버스를 세워놓고 컵라면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대자연 속에서 먹는 라면은 이미 라면이 아니다. 대자연식(食)이다.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는 국제 우주정거장(ISS)에서 둘째 날을 보내고 나서, '사람이 제 때 배설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주에 와서 깨닫는다'고 했다. 누구는 우주에 가서 그걸 깨닫는데 우리는 내몽골의 산맥을 넘으며 그걸 뼈저리게 겪는다. 일단 공중화장실이 없다. 어쩌다 주유소에 차를 세워도 중국 특유의 개방형 화장실은 차마 발을 들여놓기도 민망하다. 지난 100년 동안 인류가 발명한 문명의 이기 가운데 최고는 무엇일까. 나는 그게 전화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언젠가 하릴없는 영국 신문이 뽑은 1위는 '양변기'였다. 그러나 우리에게 브뤼기에르 주교님은 있어도, 양변기는 없다. 결국 궁여지책으로 짜낸 묘안은 차를 다리 옆에 세우는 것이었다. 그리고 남성들은 우루루 길가에 나가 늘어선다. 이때 도로에서 얼마나 멀리 나가 실례를 하느냐는 그 사람이 살아온 교양의 척도가 된다.(왜 다리 옆에 세우느냐고 묻는 사람은 상상력에 심히 결함이 있는 분이다. 여성들은, 가슴 트이게 광활한 대지를 뒤로 하고 그 다리 밑으로 들어가 몸을 숨겨야 하기 때문이다.) 한낮을 지나자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거대한 산맥을 넘고 그 속의 분지를 뚫고 나온 것이다. 가이드에게 산 이름을 묻자 퉁명하게 '구멍산'이란다. 그런데 이게 중국어인지 한국어인지 알 수가 없지만, 더 묻지 않기로 한다. 지나치는 곳의 지리나 역사에 대해 물으면 가이드의 대답은 한결같다.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토를 단다. "가이드는 관광지를 안내하는 사람입니다. 여기는 관광지가 아닌데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제대로 아침을 먹나, 길가에 서서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지 않나, 차에 올랐다 하면 내리 기도만 하니…당신들처럼 이상한 여행을 하는 사람은 내 평생 처음이요 하며 눈을 흘기는 것만 같다. 산맥을 넘자 이번에는 또 다른 모습이 나를 놀라게 했다. 거대한 비닐하우스군이다. 우리의 비닐하우스와 모양은 같은데 한 쪽을 흙으로 막고 한 쪽만 햇살을 향해 세웠다. 추위 때문에 생각해낸 묘안인가 보다. 그 비닐하우스가 어마어마하게 줄을 이루며 뻗어 있다. 츠펑(赤峰)이 멀지 않았다. 교구청이 자리한 츠펑은 내몽골자치구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우리는 조금 이른 저녁기도를 바치기 시작했다. 츠펑에서 하룻밤을 묵고 내일 아침에야 우리는 마찌아즈로 간다. 츠펑은 교외부터 개발이 한창이다. 숲처럼 신축 아파트가 단지를 이루며 들어서고, 거리는 4차선 차도에 가로수를 심고 그 바깥으로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고 다시 인도를 만들었다. 시내로 들어선 우리는 바로 성당으로 향했다. 중국정부에서 인정하는, 흔히 말하는 천주교 애국회 소속교회다. 거기서 교구장 대리를 만났는데 사제복도 입지 않은 이분의 외양이 옛날 마적이 저랬을까 싶게(실례) 범상치가 않다. 하여튼 사람도 내용만큼이나 형식도 중요하다는 걸 확인한다. 브뤼기에르 주교님이 오셨던 그 길을 버스에 앉아 잘 포장된 도로를 달렸으면서도 주교좌성당으로 들어서는 나는 발길이 헛놓이게 피곤했다. 주교님이 우리 천주교사에 남긴 자취를 생각했다. 조선교구 설정에 결정적 기여를 하셨는가 하면, 한국인 사제를 길러야 한다는 절박했던 꿈은 모방 신부에게로 이어져, 최초의 신학생 세 명을 마카오로 보내는 계기가 된다. 그렇게 피워 올린 꽃이 김대건, 최양업 두 신부가 아닌가. 그뿐이 아니다. 랴오둥교구를 설정하는 계기를 만들어 선교사들이 조선으로 들어오는 안정된 입국로를 개척할 수 있게 하시지 않았는가. 선각자의 한 걸음 한 걸음은 이토록 위대했다. 12시간을 달려온 우리 여정을 두고 일행 가운데 김성진(아우구스티노)씨의 해석이 즐겁다. 12가 얼마나 복된 숫자냐는 것이다. 솔로몬이 둔 지방관은 모두 12명(열왕상 4,7)이었고 예수님도 제자 열둘을 세우시고 그들을 사도라 이름 하셨고(마르 13,14), 오천 명을 먹이시고 남은 빵조각과 물고기를 모으니 12광주리(마르 6,43)였다. 늘 분석적이고 치밀한 그에 따르면, 우리가 출발한 시간은 아침 6시 10분, 츠펑 천주당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6시 10분이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복된 12시간인가.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갑자기 오늘 하루가 황금의 갑옷을 입는 것만 같다.이창훈2008.05.06

살레시오회 국제청소년지원단 파푸아뉴기니 봉사활동 (상)흘리는 땀방울 만킄 사랑도 나눔도 커져갑니다 눈부신 태양과 끝없이 푸른 하늘, 자연이 찬란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파라다이스. 검은 피부를 가진 아이들의 순수하고 해맑은 눈빛을 잊을 수 없는 곳. 그러나 늘 가난하고 배고픈 나라 파푸아뉴기니. 살레시오회 한국관구(관구장 황명덕 신부) 주최로 국제청소년지원단(단장 이명천) 청소년 32명과 지도자 5명 등 총 53명이 7월 21일~8월 5일 파푸아뉴기니 수도인 포트 모르스비의 보로코 지역에 있는 돈보스코 기술대학과 까리따스 기술학교에서 학교 건물공사 자원봉사를 펼쳤다. 특히 이번 봉사에는 의료봉사단체 '말구유 나눔회'(회장 김용인 루카) 소속 현직 의료인과 의대 재학생 등 16명이 동행, 일주일간 말라리아와 피부병 등 풍토병으로 고통받는 현지 주민들을 위해 인술(仁術)을 베풀어 봉사의 의미를 더했다. 봉사 현장을 동행 취재,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종종 '아프리카 어느 나라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들어본 듯 하지만 왠지 생소하게 느껴지는 곳. '파푸아뉴기니'(Papua New Guinea)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이 정도가 아닐까. 한반도 동남쪽 5000여㎞, 호주 북쪽에 있으며 동쪽으로는 솔로몬 제도의 여러 섬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큰 섬이다. 서쪽으로는 인도네시아와 칼로 자른 듯 국경을 맞대고 있다. 면적은 한반도의 2배에 해당하며, 인구는 650여만 명, 공용어는 영어이며, 영어의 파생어인 피진어(pidgin)와 부족어인 모투어(motu) 등도 함께 사용한다. 가톨릭과 개신교가 90% 이상을 차지하는 그리스도교 국가다. ▶국제청소년지원단 국제청소년지원단은 살레시오회가 한국진출 50주년 기념사업으로 결성, 2003년부터 여름과 겨울방학에 동티모르와 필리핀, 캄보디아 등 가난한 나라 청소년들의 인도적 지원과 문화교류를 위해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이번 봉사에 이어 6~18일에는 필리핀 맘부칼 지역 청소년시설 등 건설현장에서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국제청소년지원단 활동 지원을 통해 기아와 빈곤, 의료와 교육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제3세계 국가 청소년들을 후원할 수 있다. 계좌번호 : 국민은행 758401-04-006021, 예금주 : (재)한국천주교 살레시오회, 문의 : 02-833-6006▨저 삽질 처음인데요! 국제청소년지원단 일행이 파푸아뉴기니 포트 모르스비 공항에 도착한 것은 주일 새벽. 계절이 겨울이라는 말만 듣고 절반 이상 긴팔 차림으로 온 봉사단은 생각보다는 덥고 습한 새벽 공기가 낯설기만 했다. 이들은 포트 모르스비의 보로코에 있는 돈보스코 기술대학에 보름간 머물며 자원봉사에 팔을 걷어 부쳤다. 교내 엠마우스 피정센터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현지 학생들을 위한 건축 공사와 성당 벽 페인트칠, 교내 인터넷 랜선 구축 작업에 구슬땀을 흘렸다. 돈보스코 기술대학은 살레시오회가 운영하는 대학이다. 살레시오회는 1980년 파푸아뉴기니 크레마교구 아라이미 지역에 진출해 학교를 세우는 등 현지인 교육과 선교활동을 펼쳐오다 1992년 이곳 보로코에 남학생 학교인 돈보스코 기술학교(고교과정에 해당)와 돈보스코 기술대학을 설립했다. 이 대학 옆에 있는 까리따스 기술학교는 여학생을 위한 교육시설로, 살레시오회 가족 수도회인 까리따스 수녀회 한국관구가 운영한다. 봉사단은 도착 이튿날부터 까리따스 기술학교 건물 건축 공사에 투입됐다. 주변 땅을 다져 나무를 심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학교 측 요청에 조경공사를 맡았다. 아침 9시부터 쏟아지는 뙤약볕을 맞으며 처음 해보는 삽질에 청소년들은 금세 온몸이 땀범벅이 됐다. 중학교 3학년부터 대학생들, 마음만 10대인 교사 등 자원봉사자들은 난생처음 해보는 삽질과 곡괭이질이 만만치가 않다는 것을 시작 5분 만에 알아차렸다. 이들은 처음엔 "나랑 삽질 바꿀래?"하며 이리저리 쉬운 일을 찾으려 애썼다. 삽질이 쉽지 않아 곡괭이로 바꿨지만 몇 번 땅을 찍고 나면 팔과 어깨 등 안 아픈 데가 없다. 다시 손수레에 흙 나르기로 바꿔보지만, 가득히 쌓인 흙더미에 팔다리가 저려온다. 처음 하는 일이 쉬울 리가 있을까…. 다음날, 또 그 다음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쑤셔오는 몸을 이끌고 현장에 나온 아이들 표정이 가지가지다. 손바닥에 물집이 잡힌 아이부터, 어깨가 쑤신다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프다는 아이까지 엄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얘들아! 여기 곡괭이질과 삽질 좀 더 해야겠어!" 이곳 학생들에게 뭔가 해주고 가야겠다는 의지에 불탄 현장 감리단장(?) 안성옥(살레시오회) 신부는 엄살이 끝나지도 않은 아이들을 다그친다. 귀국 이틀전까지 계속된 고된 자원봉사는 참석한 청소년들의 마음가짐을 변화시켰다. 처음엔 검은 피부의 현지인들이 무섭게만 느껴졌다는 김형욱(노엘, 고1)군. "착하고 순수한 눈빛을 본 뒤부터는 무섭지 않았어요.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제가 무언가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요."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이힘2007.08.14

15-강인하고 아름다운 향백나무'수목의 왕' 위용을 떨치다▲레바논의 옛 조상인 페니키아인들이 향백나무를 배로 나르는 장면, 대영박물관 소장, 부조 작품. ▲구약시대엔 향백나무를 수목의 왕으로 여겼다. 사진은 레바논의 향백나무 숲.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구약성경에 70번이나 등장하는 향백나무는 소나무과 상록수다. 높이가 보통 40m에 줄기 지름이 3m에 이르는 웅장한 침엽수다. 사자를 동물의 왕이라 부르듯이 구약시대 사람들은 향백나무를 수목의 왕으로 생각했다. 수명이 2000~3000년씩이나 되니 그렇게 불러도 손색이 없다. 사철 푸른 향백나무는 어려서는 연두색, 성장하면 갈색, 다 자라면 암갈색이 된다. 자라는 모양도 피라밋형 또는 원뿔형으로 사시사철 청청한 자태는 실로 사람의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다. '튼튼하게 뿌리를 뻗는 강인한 수목'이라는 뜻의 고대 아랍어가 향백나무 어원이라고 한다. 짙은 향기와 나무진이 많아서 병충해가 없고 내구력이 뛰어나 귀중한 건축재로 쓰였다. 또 선박자재나 악기, 조각, 관재로도 많이 쓰였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향백나무를 선박재로 썼고, 특히 뛰어난 내구력으로 미이라를 만들 때 관재로 사용했다. 이 나무에서 채취한 수액, 즉 기름을 시체에 발라서 부식을 방지했다고 한다. 이슬람 교도들은 향백나무를 성자의 화신이라 여겨 신성시한다. 향백나무에 관한 재미있는 전설도 내려온다. 한 천사가 무서운 폭풍을 만났는데 마침 나무 밑에서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천사는 하느님께 "이 나무는 향기가 좋고 나무 그늘이 안전했으므로 장차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유익한 열매가 달리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래서 이 열매에서 난 향백나무가 예수 그리스도의 성상을 만드는 재목으로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성상은 언제나 향백나무로 만들게 됐다. 지금도 옛 고분에서 향백나무로 조각한 성상들이 원형대로 발견되고 있다. 향백나무는 추운 곳에서 자라기에 재질이 굳은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레바논과 인접한 여러 나라에서 궁전을 짓는 데 건축재로 많이 이용해 향백나무라하면 궁전을 짓는 건축재였음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구약성경 열왕기, 역대기, 사무엘서 등은 건축재로서 다른 모든 재목보다도 향백나무를 귀중하게 여긴 것을 분명하게 전하고 있다. 다윗의 집을 짓고자 티로의 임금 히람이 향백나무와 목수와 석수를 보내어 집을 짓게 했다(2사무 5,11). 또한 솔로몬이 예루살렘 성전을 짓고자 티로의 임금 히람과 상거래 계약을 맺고 원하는 대로 향백나무와 잣나무를 벌채해 가고 그 댓가로 곡물과 기름을 줬다고 한다(1열왕 5,15-32). 에즈라가 성전을 수리할 때에도 레바논 향백나무를 사용했다(에즈 3,7). 솔로몬은 사랑의 아가에서 연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레바논 향백나무에 비유하며 노래했다(아가 5,15). 또한 시편 저자는 의인의 번영을 레바논 향백나무에 비유했다(시편 92,13). 에제키엘은 앗시리아의 강대함을 레바논 향백나무의 아름다움에 비유했지만 교만으로 심판을 받았다(에제 31,1-18). 아무리 위대하고 아름답고 힘이 강하더라도 겸손하지 못하고 교만하면 하느님 심판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옛날 그토록 울창했던 광활한 레바논의 향백나무 대삼림이 지금은 간곳이 없다. 다만 레바논 산맥의 한 계곡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솔로몬왕 시대부터 3000년간, 오늘까지 문명이라는 이기심 때문에, 자신의 탐욕을 채우려고 자연을 파괴한 인간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야생 동식물이 멸종되고 자연 생태계 균형이 붕괴됐다. 벌목과 함께 개척한 경사지는 홍수로 표토가 유실되고 모래먼지만 남은 사막으로 변화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에게 당신이 만드신 피조물을 잘 다스리도록 맡겨주셨다. 인간은 하느님을 협조해 자연과 피조물을 잘 가꾸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을뿐, 그것들의 주인이 아니다. 엿새동안 세상을 만드시고 손수 만드신 모든 것들이 "참 좋았다" 하신 하느님 마음을 헤아려 보고, 충실한 하느님의 협조자가 되기를 다시 한번 다짐해 보자.cpbc2006.08.30

17-겸손과 미련함의 상징인 나귀나귀 타고 예루살렘 입성하신 예수예수께서는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자존심이 강한 말을 타지 않고 온순한 당나귀를 타고 오셨다. 사진은 `예루살렘 입성`, 12세기, 모자이크.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올 초에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갔다가 당나귀를 탄 적이 있다. 처음에는 당나귀 실력이 못미더웠는데 순례단 일행을 태운 당나귀는 좁다란 협곡을 안전하게 통과했다. 말에 비해 생김새도 우스꽝스럽고 목소리도 곱지 않다. 그런데 어린아이들이 타도 아무 위험이 없다고 하니 정말 순한 동물인 것 같다. 나귀는 고대 아프리카 산악 지대나 중동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고대 중동 지방에서는 나귀에 안장을 지워 등에 타고 다니기도 했다. 왕이나 제사장과 같은 지체 높은 사람들의 운송 수단이었다. 나귀는 체구가 작으면서도 허리가 튼튼해 등에 짐을 얹어 운반하는데 안성맞춤이었다. 그런데 나귀는 때때로 주인에게 순종하지 않고 고집이 센 단점이 있다. 그래서 말을 채찍으로 다스리는 것처럼 나귀는 입에 자갈을 물려 다스린다. 당나귀는 말과의 포유류 동물로, 세계 모든 지역에 분포해 있다. 키는 140~150cm, 몸무게는 350~400kg 정도이다. 당나귀는 가축으로 기르는 것과 야생이 있다. 야생 당나귀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분포해 있다. 당나귀를 가축으로 기른 것은 물자 운반을 위해 기원전 4000년경 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나귀의 어원은 '작은 것'이라는 뜻이다. 성경에서 당나귀는 짐을 나르며(창세 22, 3) 쟁기로 밭을 가는(이사 30, 24) 짐승이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수레를 끄는 일이다. 나귀가 일반 백성들에게 친근한 동물이었지만 또한 나귀와 노새는 고대 근동 지방 왕의 의식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솔로몬은 왕이 되기 위한 기름 부음을 받으러 기혼으로 갈때 다윗의 노새를 탔다. 다윗 임금이 차독 사제와 나탄 예언자, 그리고 여호야다의 아들 브나야에게 "그대들은 그대들 주군의 신하들을 거느리고, 내 아들 솔로몬을 내 노새에 태워 기혼으로 내려가시오"라고 명령했다(1열왕 1, 33). 열왕기에는 입성할 때 의전으로 나귀를 탔다고 기록돼 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입성 때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신 이유를 생각해볼 만하다. 사실 예수님은 나귀를 타심으로써 우리들에게 깊은 교훈을 남겨주셨다. 자존심이 강한 말을 타지 않고 온순한 당나귀를 일부러 택하신 것이다. 당나귀 모습은 우리들에게 예수님의 가치관을 가르쳐준다. 성경에서 나귀는 겸손과 봉사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만왕의 왕이지만 겸손하게도 어린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왕의 대관식을 하셨다. 나귀는 미련함을 상징하기도 한다(잠언 26, 3). 유다인들은 연자 맷돌을 돌려 곡식을 찧는 데 나귀 힘을 빌렸다. 구약성경에서 나귀는 유다인들 재산으로 취급한다. 성경은 특히 나귀의 재산적 가치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구덩이를 열어놓거나 파고 그것을 덮지 않아서 소나 나귀가 거기에 빠졌을 경우, 그 구덩이 임자는 짐승의 임자에게 돈을 치러 배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탈출 21, 33-34). 또한 정의 실현에 관한 법을 설명하면서 나귀 안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탈출23, 4-5). 나귀는 주로 가난한 이들과 가까운 동물로 묘사됐고 이런 특징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런데 그리스도교 오랜 전승에서 나귀는 겸손과 봉사뿐 아니라 게으름, 어리석음과 완고함의 정반대 상징도 드러냈다. 붉은 나귀는 사탄의 모습을 나타내는 그림이 되기도 했다.cpbc2006.09.20

18-축복의 근원이 된 밀가나안 축복 약속에 등장한 첫 식물`가라지의 비유`, 12세기, 유리화, 영국 켄터베리 대성당. 상단에는 밀을 수확하는 농부가 있고 하단에는 주인 명령에 따라 가라지를 불태우고 있다. `가라지의 비유`는 세상에 선인과 악인이 뒤섞여 있지만 주님의 심판날이 되면 분명히 구별되어 영생과 영벌에 처해진다는 것을 말한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오늘날 밀이라고 하면 대부분 밀가루로 쓰인다. 서구 문화는 밀에 기초했다고 할 수 있다. 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곡물로 수십억 인류의 주식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밀은 지리학적 식물학적 고고학적으로 빙하기 말기인 기원전 1만5000년~l만년 께부터 이미 있었던 식물이라고 한다. 밀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코카사스까지에 이르는, 서아시아 지역이 원산지였을 것으로 추정되며 인류와 오랜 역사를 함께한 대표적 농작물이다. 그 흔적을 살펴보면 6700년 전 메소포타미아 옛 유적지에서 밀이 발견됐다. 이집트 고분과 신석기시대 유적지에서도 밀이 발견됐다. 또한 기원전 3000년 께 고대 이집트인들이 발효 빵을 만들었다는 학설도 있다. 발효 빵을 만들게 된 배경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이집트 어떤 게으른 사람이 밀가루를 반죽했다가 빵을 굽지 않고 그대로 두어서 하룻밤이 지난 뒤에 보니, 껍질이 썩은 것처럼 거품이 생겼다. 그래도 버릴 수 없어서 구웠더니, 딱딱한 무교병보다 연하고 맛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 후부터 밀가루에 효모를 넣는 제빵 기술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밀은 중국을 거쳐 들어왔다. 신라, 백제의 유적에서 밀이 발견된다. 확실한 도입 연대는 알 수 없지만 중국과 문물교환이 빈번했던 삼국시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밀은 성경에 수없이 등장하는 중요한 농작물이다.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시기로 약속한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로운 땅, 가나안 축복 약속에 등장하는 일곱 가지 식물(밀, 보리, 포도, 무화과, 석류, 올리브, 대추야자) 중에서 첫째로 등장하는 중요한 곡물이 밀이다(신명 8, 8). 성경에서 밀이 처음 나오는 대목은 창세기에서 인간 형상을 한 하느님을 만나는 대목이다. 아브라함은 한창 더운 대낮에 천막 어귀에 앉아 있다가 지나가는 나그네를 만나서 자기 천막에 초대한다. 아브라함은 사라에게 고운 밀가루로 빵을 굽게 한다. 아브라함의 지극한 손님 접대로 사라가 자식을 얻을 것이라는 축복을 받게 된다(창세 18,1-15). 이런 이유로 밀은 축복의 근원이 됐다. 하란 고원은 밀의 풍산지로 알려져 있는데, 11~12월에 파종해 그 다음해 4~5월에 수확한다. 밀 수확기는 계절 구분의 하나다(탈출 34,22). 보리 수확기보다 약 1개월이 늦다. 밀의 첫 수확은 오순절 제사에 바쳤다. 이 시기에는 한 달씩이나 이삭줍기를 할 수 있었다. 고대 바빌론이나 시리아, 팔레스티나 등은 관개시설이 없어 자연강우에 의존해서 농사를 지었다. 가뭄으로 흉년이 들어서 기근에 허덕이는 것을, 성경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요셉 시대나 룻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집트는 관개시설이 잘 돼 있어서 농사가 잘 되기에, 기근으로 허덕이는 이웃나라들을 도왔다. 이처럼 이집트의 부유함은 나일강 물로 재배한 밀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집트는 로마제국이나 비잔틴제국의 곡창지대였다. 이스라엘은 솔로몬 왕조 이후 곡물을 수출하는 나라로 번성했다. 솔로몬왕은 성전 건축을 위해 티로임금 히람에게서 건축재를 제공받고 밀을 보내주었다(1열왕 5, 25). 밀은 가루로 만들어 하느님 제단에 드리는 제물용 빵을 만드는 재료였고(탈출 29,2), 혼합빵의 재료이며(에제 4,9), 발효빵을 만드는 재료였다.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은 한 알의 밀을 신앙에 비유했다(요한 12,24). 밀과 가라지 비유에도 나온다(마태 13,24-30). 예수님은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통해 좋은 땅에 뿌려진 씨는 30배, 60배, 100배 결실을 낸다고 하셨다(마태 13,3-8). 실제로 밀은 보통 한 알에서 평균 30배 수확을 거두며, 옥토에서는 지금도 100배 수확도 올릴 수 있으니 결코 과장된 표현은 아니다. cpbc2006.09.27

명화로 읽는 예수님의 생애 / 김남철 신부 지음읽다보면 기도와 묵상이 '절로'안드레아스 카란디노스의 이콘 그림 `성체성사의 상징(1709년 작, 아테네 비잔틴박물관 소장)`의 일부분. 천사들이 한 손에는 성찬례에 제물로 쓰이는 빵과 포도주를 들고 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둥근 지구를 떠받치고 있다. 김남철 신부는 이를 성체성사로 세상이 지속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성화는 '절대를 향한 창'이라고 합니다.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영원함의 가치와 절대자를 향해 나아가도록 인도해 주기 때문입니다. 성화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이나 하느님을 마음에 품을 수 있게 해주는 징검다리입니다." 「명화로 읽는 예수님의 생애」(성바오로)를 출간한 김남철(의정부교구, 가톨릭대 교수) 신부가 책 머리말에 쓴 글이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성경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느끼고 묵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 책은 예수님의 생애를 주제로 화가 22명의 작품 24점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은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자연스럽게 기도하게 되고 묵상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렉시오 디비나'(거룩한 독서)의 또다른 차원인 '비데오 디비나'(거룩한 화상)라 할 수 있다. 책에는 복음 말씀에 대한 해설과 믿음을 향한 안내, 저자의 신앙고백이 모두 녹아 있다. 또 그림을 자주 접하지 못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전문용어를 피해 쉽게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소개된 그림을 교리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편집에 세심한 신경을 썼다. 한 마디로 성화에 대한 인간미 넘치는 개괄서이다. 문화에 대한 관심 확산과 함께 우후죽순처럼 쏟아진 미술 평론가들의 난해한 글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성화 감상의 안목을 넓혀주는 길잡이 역할도 한다. 먼저 그림 전체를 찬찬히 살펴본 다음 선과 구도, 인물의 표정, 복장, 동작, 시선, 도구 등을 주시하고, 배경과 사물, 동물의 상징들을 찾아볼 것을 글을 통해 안내해 주고 있다. 책은 예수님 생애의 연대기 순서에 따라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예수님 탄생' 부분에서는 프라 안젤리코의 작품 '주님 탄생 예고', 티치아노의 '아담과 하와의 유혹', 지거쾨더의 '신앙의 계보', 보티첼리의 '신비한 탄생', 기를란다요의 '목자들의 경배', 브뢰헬의 '동방박사들의 경배', 루블료프의 '삼위일체' 작품을 소개했다. '예수님의 공생활'에서는 두초의 '베드로와 안드레아를 부르심', 카라바조의 '마태오를 부르심', 라파엘로의 '그리스도의 변모', 바사노의 '착한 사마리아 사람', 베르메르의 '마라타와 마리아 집의 그리스도', 푸생의 '솔로몬의 재판',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지커쾨더의 '너희가 나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작품이 실렸다.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에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안드레아스 카란디노스의 '성체성사의 상징', 조토의 '십자가에 못 박히심', 반 데르 웨이덴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그리스도의 부활'이 수록돼 있다. 마지막 '성령 강림과 성모 마리아'부분에서는 엘 그레코의 '성령 강림'과 라파엘로의 '식스토의 성모', 코레조의 '성 예레니모의 성모', 마사초의 '삼위일체'가 등장한다. 김남철 신부는 "생활 속에 실제적으로 포르노그라피의 폐해에 젖어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성화를 통해 쾌락적이고 유혹적 이미지를 상쇄시키고 극복해갈 수 있도록 하려고 이 책을 펴냈다"며 "하느님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창인 성화를 통해 새롭게 성경을 보고 믿음을 성장시켜 나가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cpbc2007.01.31

13-아름다움과 거룩함을 상징하는 석류제사장 옷에 금방울과 주렁주렁◀석류는 예로부터 성스러움과 아름다움, 축복의 상징이었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감추려고 감추려고 애를 쓰는데도 어느새 살짝 삐져나오는 이 붉은 그리움은 제 탓이 아니에요 푸름으로 눈부신 가을 하늘 아래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서 터질 것 같은 가슴 이젠 부끄러워도 할 수 없네요 아직은 시고 떫은 채로 그대를 향해 터질 수밖에 없는 이 한 번의 사랑을 부디 아름답다고 말해주어요. 이해인 수녀의 시 '석류의 말'이다. 이 시처럼 석류는 낭만적 과실인 것 같다. 석류는 예로부터 생명의 과일, 여성의 과일로 불리운다. 무덥고 오랜 장마에도 유독 석류만은 싱싱하고 힘차게 아름다운 꽃을 잘 피운다. 석류는 원래 아프가니스탄과 인도 서북부에 자생하던 식물로 유럽으로 오래 전에 건너가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는 과실이 됐다. 석류는 이집트에서도 흔하고 귀한 과일이었다. 이집트에서는 B.C. 2000년께 이미 재배했고 신성하게 생각했던 식물이다. 석류의 아름다움은 아무래도 가을에 탐스럽게 잘 익은 열매에 있다. 새빨간 씨가 달고 신 즙이 있는 껍질에 싸여 빽빽하게 박혀 있다. 석류 씨는 구약의 솔로몬 시대부터 갈증을 해소하는 청량음료를 만드는 데 널리 쓰였다. 석류 열매는 촘촘히 박힌 보석 주머니 같다고해서 사금대(沙金袋)라고 할 정도였다. 또한 가지와 잎이 무성하고 꽃과 열매가 달려있는 기간이 4~5개월이나 된다. 봄철 잎이 돋을 때는 붉은 빛을 띠고 여름에 꽃이 피어 가을에 붉게 익는다. 오늘날에도 과일즙으로는 술을 빚기도 하고, 씨는 말려서 과자를 만든다. 덜 익은 열매 껍질은 빨간색 염료로 쓰기도 한다. 모세는 가나안에 입성하기 전에 각 지파에서 한명씩 뽑아서 정탐꾼을 보냈다(민수 13, 1-24). 에스콜 골짜기에서 포도 한 송이 달린 가지를 둘이서 막대기에 꿰어 메고 또 석류와 무화과를 따가지고 돌아왔다.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약속하신,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로운 땅에 내려 주신, 축복한 일곱가지 식물 중 하나가 석류다. 성경에서도 석류는 성스러운 식물로 등장한다. 제사장 아론이 성소에 들어갈 때 입는 에폿에 딸린 겉옷을 만들때 자락 둘레에는 자주와 자홍과 다홍 실로 석류들을 만들어 달고, 석류 사이사이에는 돌아가며 금방울을 달도록 했다. 그리고 겉옷 자락을 돌아가며 금방울 하나에 석류 하나, 또 금방울 하나에 석류 하나씩을 달았다(탈출 28, 31-38). 그래서 아론이 예식을 거행할 때 이 옷을 입어 성소에 들어가는데 방울 소리가 울려 죽지 않으리라고 한 것을 보아도 이스라엘에서는 석류를 성스런 나무로 생각했다. 석류는 아름다운 여인의 볼에 비유되기도 하고(아가 4, 3), 석류의 많은 씨는 풍요를 상징하며(아가 4, 13), 달콤한 즙은 사랑의 꿀(아가 8, 2)로 표현되기도 했다. 그러나 석류가 가장 많이 쓰인 곳은 건축 장식이었다. 솔로몬이 건축한 성전과 왕궁장식에 석류나무를 사용했다(2열왕 25, 17; 2역대 4, 13). 석류 열매의 풍작과 흉작은 하느님의 복과 재앙을 상징해 석류 열매에 비유했다(하까 2, 19). 석류는 그리스도교 미술에서는 희망의 상징으로 사용했다. 석류는 터키, 중국, 그리스 등지에서는 다산을 뜻하는 과일로 자손의 번영을 의미하기에 결혼축하 선물로 보내는 풍습이 있다. 터키에서는 결혼한 신부가 잘 익은 석류를 땅에 던져서 쏟아지는 씨의 수가 장차 낳을 자식의 숫자를 나타낸다고 믿는 풍속도 있다. 이처럼 옛날부터 석류는 축복의 상징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석류를 심으면 자손이 흥하고 부귀가 늘 함께한다고 해 양지바른 정원에 즐겨 심었다. 또 잘 익은 석류에서 씨앗이 튀어나오는 모양이 조금 모자라는 사람이 이를 드러내고 웃고 있는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석류의 꽃말은'바보' 또는 '우둔함'이라 하니 이래저래 재미있는 나무다.cpbc2006.08.16

'평화의 도시' 예루살렘- <1>개요지구촌 화약고로 변한 '평화의 도시'`평화의 도시` 예루살렘 전경.요한 복음서는 예수께서 다섯 차례 예루살렘을 방문하신 것으로 기록한다. 이스라엘 갈릴래아 지방 성지 안내를 마치고 앞으로 5차례에 걸쳐 '평화의 도시' 예루살렘을 소개한다. 먼저 예루살렘에 대한 개요를 설명한 후 윗도시, 아랫도시, 벳자타, 골고타 지역을 나눠 순례하고자 한다. --------------------------------------------------------------------------------------------------- 구약 이스라엘 백성들은 '평화'를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주시는 구원의 구체적 표현으로 여겼다. 오직 하느님만이 세상에 평화를 주시며 전쟁과 갈등이 없는 평온을 보장해 주신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다인들은 지금도 하느님의 지성소를 모셨던 성채를 '평화의 도시', '평화의 근원'이란 뜻의 히브리말 '예루살라임'이라 부른다. 그리스말 '예로솔리마', 라틴말 '예루살렘'으로 불리는 이 도시가 오늘날 가장 위태로운 지구촌 화약고라니 아이러니하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중앙 산악 지대의 키드론 골짜기 서쪽 해발 700m 고지에 자리잡은 도시이다. 동으로 유다 광야, 서로 쉐펠라 목초지, 남으로 베들레헴, 북으로 벤야민 산지가 있다. 예수시대 예루살렘은 성전을 중심으로 윗도시와 아랫도시로 구획돼 있었다. 윗도시에는 제관들과 고관들이 살았다. 반면, 아랫도시에는 석공, 도기 제조공, 방적공 등 여러 계층의 장인들과 서민들이 거주했다. 극심한 사회 갈등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은 성전을 중심으로 결속돼 있었다. 성전은 윗도시 사람들의 유일한 존재 이유이자, 아랫도시민들의 유일한 생계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예루살렘에는 7개의 성문이 남아있다. 아브라함의 묘가 있는 헤브론으로 통하는 '자파 성문'과 시온산 다윗왕의 무덤으로 통하는 '시온 성문'. 또 시내의 모든 오물을 버릴 때 사용했던 '오물 성문'과 스테파노 부제가 순교해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선 '스테파노 성문'이라고 불리는 '사자 성문'이 있다. 아울러 헤로데 안티파스의 궁전 인근에 있는 '헤로데 성문'과 예루살렘 중심 성문으로 가장 아름다운 '다마스커스 성문'이 있다. 그리고 1887년 술탄 압둘 하이드가 다마스커스 성문과 자파 성문 사이의 중간 지점 성벽을 뚫어 만든 '뉴 게이트'가 남아 있다. 예수께서 벳파게와 베타니아에서 예루살렘으로 입성할 때(마르 11,1-11) 통과한 성문으로 전해지는 '금문'은 1530년 이슬람군에 의해 폐쇄됐다. 예루살렘에는 성벽을 끼고 3개의 계곡이 흐른다. 성벽 동쪽과 올리브산 사이에 위치해 있는 '키드론 계곡'은 우기를 제외하고 항상 메말라 있다. 키드론은 '더럽다'는 뜻인데 여호사밧이 계곡 밑에 무덤들이 즐비해 있는 것을 보고 이 곳을 키드론이라 이름 붙였다(요엘 4,2-12). 다윗 도시 서쪽 언덕에 형성된 '티로포에온 계곡'은 자연스럽게 윗도시와 아랫도시의 경계 역할을 했다. 이 계곡에 실로암 연못(이사 8,6)이 있었으나 지금은 계곡의 흔적만 겨우 볼 수 있다. 예루살렘 서쪽에 발달한 '힌놈 계곡'은 우리말로 '지옥' 또는 '죽음'을 뜻한다. 유다와 벤야민 지파의 경계지역(여호 15,8)이었던 이 계곡에는 오늘날 그리스 정교회 성 오누프리우스 수도원이 자리잡고 있다. 네 복음서는 예수의 예루살렘 활동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마르코ㆍ마태오ㆍ루카 복음서는 예수께서 공생활 이후 파스카 축제 때 단 한차례 예루살렘을 방문한 것(마태 21,1-11, 마르 11,1-11, 루카 19,28-38)으로 기술하는 반면, 요한 복음서는 예수께서 적어도 다섯 차례 예루살렘에서 머문 것으로 증언한다. 특히 요한 복음서는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머물던 정확한 날짜와 세부 활동까지 자세히 밝히고 있다. 요한 복음서에 따르면, 예수께서 파스카 축제 때 예루살렘에 머물면서 성전 환전꾼들을 내쫓고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요한 2,13-22)고 했다. 예수께서는 다시 유다인 축제 때 예루살렘에 올라가 '양문'근처 벳자타 연못에서 안식일에 병자들을 치유하다 유다인들과 시비가 붙었다. 예수께서 세번째로 예루살렘을 방문한 것은 초막절 때였다. 히브리말로 '수꼿'이라 하는 초막절은 유다인 3대 명절 중 하나로 유다인들이 이집트를 탈출해 약속의 땅에 정착하기 까지 광야에서 떠돌아다닌 것을 기념해 초막을 치고 축제를 벌였다. 초막절은 보통 태양력으로 9~10월경에 열린다. 요한은 예수께서 초막절 때 남몰래 예루살렘에서 갔고, 축제 마지막 날 성전에서 군중들에게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라고 가르쳤다(요한 7,1-39). 예수께서는 초막절 석달 후 지내는 '성전 봉헌 축제' 때 또다시 예루살렘으로 가셨다. 성전 봉헌 축제는 기원전 164년 새 성전을 봉헌한 것을 기념하는 날로 예수께서는 성전 동편 행각에 있는 솔로몬 주랑에서 "나는 하느님의 아들이다"고 가르치자 유다인들이 돌을 집어 던지려 하며 예수를 배척했다(요한 10,22-39). 예수께서 마지막으로 예루살렘에 오른 것은 라자로를 살린 다음 맞은 파스카 축제 때다. 봄철 축제로 누룩없는 빵을 먹으며 유다인들이 이집트 탈출을 기념해 지내는 이 축제는 히브리말로 '페사흐', 우리말로 '과월절' 또는 '무교절'이라고도 한다. 예수께서 라자로를 살렸다는 소식을 들은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은 최고의회를 소집해 예수를 잡아 죽이기로 결의했다(요한 11,45-57). 이 때 예수께서는 예전에 예루살렘을 방문했을 때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입성했다. 예수께서는 마치 왕이 입성하듯 어린 나귀를 타고 성문으로 들어왔고, 순례자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예수를 맞으며 "호산나!"를 노래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 [알고 가면 재미 두 배] 1. 팔레스타인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급적 피하라. 예루살렘 순례는 항상 자유롭다. 하지만 언제나 보이지 않는 감시의 눈길이 있다는 것을 주의하라. 특히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다면 출국시 공항에서 엄격한(?) 몸검사, 짐검사로 낭패를 당한다. 2. 한국에서 준비해간 음식을 식당에서 내놓으면 안된다. 유다인 식당에는 정결한 음식과 부정한 음식을 가리는 랍비가 있다. 랍비의 검열을 통과하지 않은 음식은 모두 부정한 것으로 간주한다. 부정한 음식을 담은 접시나 그릇은 모두 깨버리기도 하고 심한 경우는 식당에서 쫓겨나기도 한다. 3. 레스토랑ㆍ커피숍 음식값에는 무장 경비원 수당이 포함돼 있다. 커피숍 등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영수증이 메뉴판 가격보다 비싸게 청구된다. 무장 경비원 수당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비싸지 않으니 신변 안전을 위해서도 무장 경비원이 있는 가게를 갈 것을 추천한다.cpbc2007.04.18
예수성탄대축일- 사랑하면 알고, 알면 보이나니이기양 신부(서울대교구 잠실7동본당 주임)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루카 2,11). 마침내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구원자가 베들레헴에 태어나셨습니다. 베들레헴은 다윗의 고향이며 미카 예언자가 기록했고(미카 5,1),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이 알고 있었듯이 메시아가 태어나실 땅이었습니다. 다윗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윗의 대를 이은 왕들은 백성들의 기대를 저버렸고 그중 뛰어났던 솔로몬왕도 항구하게 하느님 뜻을 따르지 않음으로써 아들 대에 이르러 나라는 두 동강이 나고 말았습니다. 오래지 않아 북 왕국과 남 왕국이 차례로 멸망하고 백성들은 바빌론에 노예로 끌려가는 수모를 당하지요. 백성들은 노예살이에서 그들을 구해줄 제2의 모세를 그리며 탈출을 희망합니다. 그 후 여러 예언자들이 메시아 시대를 예고했고, 구체적으로 메시아는 처녀의 몸을 빌어온다(이사 7,14)는 예언도 들려왔습니다. 그렇게 수백년을 기다렸지만 그분은 오시지 않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그분이 오셨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기다려왔던 메시아를 알아 본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언제 오실지 어디서 태어날지를 몰라서 사람들이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 아닙니다. 마태오 복음과 루카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 탄생사화를 종합해 보면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이 소문만 들었을 뿐 만나지 못한 사람들과 구별되어 나옵니다. 아기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은 들판에서 밤새워 양을 치던 목자들, 별의 인도로 동방에서 예물을 준비해 찾아온 박사들, 죽기 전에 그리스도를 보리라는 성령의 예언을 받은 시메온(루카 2,26), 밤낮으로 단식하고 기도하며 하느님을 섬겼던 한나라는 예언자뿐이었습니다. 한편으로 아기 예수님 탄생을 알았음에도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아기 예수님을 기다렸으며 언제 어디에서 태어나실 지도 잘 알고 있었던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 그리고 태어나신 아기를 죽이려고 했던 헤로데 임금과 그 병사들입니다. 그토록 기다리던 구원자가 가까이 계셨지만 그들은 결코 구원자를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관심과 기대가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관심이 없으면 바로 옆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하고, 관심이 있으면 멀리 있어도 잘 보이는 법입니다. 그것이 사람의 마음이요 마음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의 눈입니다. 놀라운 것은 예수님 시대의 이러한 어리석음이 그대로 우리 시대에도 답습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기 예수님이 태어나신 이 밤을 흥청망청 먹고 마시며 아무 생각 없이 들뜬 분위기에서 보내고 만다면 우리는 나에게 오신 예수님을 결코 만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오신 예수님을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요? 어리석은 왕이 사냥을 나갔다가 울퉁불퉁한 자갈길에서 잘못하여 넘어져 발에 상처가 났습니다. 화가 난 임금은 발을 보호하려고 온 나라 길이란 길에는 모두 소가죽을 깔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 때 현명한 신하 하나가 황급히 달려와 말했습니다. "폐하! 발을 보호하려면 작은 가죽 두 장이면 충분하옵니다. 폐하의 발에 가죽을 붙이면 온 나라가 다 가죽 아래 있사옵니다." 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발에 가죽을 붙였습니다. 세상의 부패를 탓할 필요가 없습니다. 욕망을 따르는 삶에서 길을 틀어 하느님의 길을 따르려고 노력하면 됩니다. 나만을 생각했던 이기심에서 벗어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면 됩니다. 예수님은 가난하고 약한 자, 병든 자, 헐벗고 굶주린 이들과 감옥에 갇힌 자들과 함께 계셨고, 그들에게 해준 것이 나에게 해준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마태 25장). 내가 변하면 세상이 변하고, 눈이 맑아져 우리 안에 계신 예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cpbc2006.12.20

24- 생명과 불멸의 상징 호두나무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생명과 불멸의 상징인 호두나무. 과실 모양이 사람의 뇌와 닮아 호두를 먹으면 머리가 좋아지고 임산부가 먹으면 머리가 좋은 아이를 낳는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호두는 단백질과 지방질이 풍부하며 피부에 좋은 무기질과 비타민 B쐜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호두의 지방산은 모두 불포화지방산이어서 성인병 예방, 동맥의 탄력과 유연성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호두나무는 나무 중에서도 가장 고귀한 목재의 하나로 손꼽히고 종교 의식에도 사용했다. 호두나무는 잎이나 기름, 목재에서 향기가 나서 훈향제로 태웠다. 호두유는, 올리브유에는 다소 뒤지지만, 유럽에선 식용은 물론 비누 제조에 널리 쓰인다. 또한 유화의 물감, 화장품, 향료, 피부병에도 사용한다. 딱딱한 껍질로 둘러싸인 호두는 예로부터 생명과 불멸의 상징이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사람들은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결혼식에서 좌석 주위에 호두를 뿌렸다. 지금도 이탈리아 사람들은 결혼식에서 아들 딸을 많이 낳으라는 의미로 신랑 신부에게 호두를 던진다. 요즘 결혼식장에 가보면 신랑 신부가 퇴장할 때 폭죽을 터뜨리고 꽃과 색종이, 쌀을 던지곤 하는데 이런 것들도 호두를 던지는 풍습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유럽에서는 매년 11월1일 모든 성인 대축일에 젊은 남녀가 함께 모여 파티를 즐기는데 이때 호두로 사랑 점을 치는 풍습이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으로 생각하면서 활활 타는 불에 호두를 던져 터지는 정도에 따라 상대방도 자신을 사랑하는지를 점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중세 시대 사람들은 호두나무에 악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호두나무에서 유독 물질이 분비돼 주변 식물을 말려 죽인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호두나무는 높이가 20m에 달하고 가지는 굵으며 사방으로 퍼진다. 녹음이 짙은 나무라서 나무 밑이나 주위에는 다른 식물이 햇볕을 받지 못해 살 수 없고 말라죽는 다. 중세 시대 사람들은 호두나무를 막대기로 두들기면서 주문을 외우면 그 가지에 있는 악마가 쫓겨나 수확이 많아진다고 믿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은 호두나무를 두들길 때 꽃가루가 바람에 날리기에 열매가 잘 열리는 것이다. 어쨌든 이런 믿음으로 러시아에서는 '개와 마누라와 호두나무는 두들기면 두들길수록 잘된다'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요즘 세상에서는 성적 차별이라고 비난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호두가 우리나라와 인연을 맺는 것은 약 700년 전 고려 중엽에 류청신이라는 사람을 통해서이다. 그가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올 때 호두나무 묘목을 갖고 와서 천안 지방에 심었다. 그래서 지금도 천안 지방에는 호두나무가 많고 '호두과자'하면 천안을 떠올리게 된다. "나는 대추야자나무 새싹을 보려고 포도나무가 꽃을 피웠는지, 석류나무가 봉오리를 맺었는지 보려고 호두나무 정원으로 내려갔네.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암미나딥의 병거에 올라타게 되었네"(아가 6,11-12). 성경에서 호두나무는 아가서에 단 한 번 언급된다. 이 때문에 한때는 호두나무가 아가서 솔로몬의 노래에 나오는 이 동산에만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스라엘 여러 곳에 호두나무가 자라고 있고 예루살렘 동부에는 '호두나무 골짜기'라고 불리는 곳도 있다. 유럽에는 성모 마리아가 베들레헴으로 가는 도중에 비를 만났는데 호두나무 잎이 비를 막아 주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에서는 첫날밤에 신혼 부부가 호두를 불 속에 던져서 조용히 타면 결혼 생활이 평탄하고, 튀면 싸움이 일어난다고 점을 치는 풍습도 있다고 한다. 성경에도 아가서에만 호도나무가 등장하고 많은 나라에도 부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아 호도나무는 사랑의 나무임에 틀림없다.cpbc2006.11.15

승리와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 나무제대를 밝히는 올리브 기름올리브는 이스라엘의대표적 나무로 성경에서는 평화, 승리, 자유, 질서, 희망의 상징으로 표현된다. 사진은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서임 기념 식수로 지난 3월29일 로마 한국신학원에 심은 500년생 올리브 나무. 몇년전, 한 방송국에서 올림픽 특집으로 퀴즈를 냈다. "우리나라 첫번째 금메달을 받은 선수의 머리에 씌워진 관은 무슨 나무로 만든 관일까요?" 방송국에서는 '월계수 나무'가 정답이라고 발표했다. 방송이 나가자마자 올림픽 우승자의 머리에 씌워 주는 관이 월계수가 아닌 올리브 나무 가지로 만든 것이라고 지적하는 전화가 쇄도했다. 고대 그리스는 올림픽 경기 우승자에게 올리브 나무관을 수여했다. 이에 관한 그리스 신화가 있다. 한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여신 '아테네'가 싸웠다. 포세이돈은 평화와 다산의 상징인 군마를 만들었고, 아테네는 힘, 용기를 상징하는 올리브를 만들었다. 마침내 제우스는 여신 아테네에게 승리를 선언했다. 그래서 올리브는 평화, 승리, 자유, 질서, 희망의 상징이 됐다. 일반적으로 아테네의 경제력은 올리브 재배로 좌우했다. 그래서 외적이 공격해오면 우선 올리브 농장부터 짓밟았다고 한다. 이것도 올리브가 평화와 결부돼 있는 원인이 된다. 지금도 이탈리아에서는 문에 올리브 나뭇가지를 걸어놓는 풍속이 있다. 그러면 악마가 침범하지 않고 평화를 누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예전의 개신교 성경은 "노아 홍수가 끝난 후 비둘기가 감람나무 이파리를 물고 왔다"고 기록했다(창세 8,11). 그러나 이것은 옳은 번역은 아니다. 한문 성경이 올리브를 감람으로 오역한 것을 그대로 감람나무로 국어로 번역해서 생긴 오류였다. 사실 올리브와 감람은 결코 같은 것이 아니고 식물학상으로 엄연히 다른 나무이다. 그래서 공동번역에서는 감람나무를 '올리브 나무'로 고쳤다. 올리브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재배했다. 근래에는 1만년 전에도 올리브 나무가 지구에 있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올리브는 이스라엘의 중요 농산물인 동시에 교역품이기도 했다. 그래서 모세는 올리브 재배자에게는 병역의 의무를 면제해 주었다. 또 솔로몬왕은 예루살렘 성전을 지을 건축재를 구할 때에 올리브유로 그 대가를 지불했다. 올리브 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나무로, 그 열매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빵과 함께 즐겨 먹는다. 일반적으로 올리브는 생장이 느린 상록수로서 심은 지 10~15년 뒤에야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그러나 일단 열매가 달리기 시작하면 나무 수명은 무척 길다. 그래서 올리브는 수백 년씩 수확할 수 있는 경제성이 높은 나무다. 올리브 나무는 목재 성질이 굳어서 건축재보다 장식용 조각재로 많이 쓰인다. 올리브 나무는 무늬도 곱고 향기가 있어서 솔로몬이 성전 건축 때 지성소의 입구 문짝과 문설주, 그리고 언약궤를 지키는 그룹을 조각했다(1열왕 6,23-33). 올리브기름은 식용, 의료용, 화장품, 공업용 등 용도가 다양하게 쓰인다. 특히 올리브기름은 종교의식에 중요하게 사용했다. 모세가 아론에게 거룩한 옷을 입히고 성별할 때 사용한 것도 올리브기름이었다(탈출 40,13-19). 또한 제단에 불을 밝힐 때에도 올리브기름을 사용했다(출애 27,20). 이슬람교도가 지중해 연안으로 진출하면서 그리스도교 지역으로의 올리브기름 반출을 막자, 그리스도교는 올리브 기름대신에 양초를 사용해 제단에 불을 밝히게 됐다. 올리브는 막대기로 나무를 두들겨서 떨어진 열매를 주워 수확했다. 그런데 올리브를 수확할 때에 한번 지나간 가지는 다시 손대지 말라고 율법에 규정했다(신명 24,20). 남은 것은 가난한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의 몫이라고 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다음 해 감을 수확할 때까지 까치 몫으로 나무 꼭대기에 달린 감 몇개를 남겨 놓은 정겨운 모습이 떠오른다. 올리브가 사랑과 평화의 대명사로 불린 만한 대목이다.cpbc2006.06.01

그림이 있는 성경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구약성경 그림이 있는 성경 엮은이 표동자/그린이 김옥순/성경풀이 정태현 /바오로딸/1권 1만원, 2권 1만2000원 ----------------------------------------------- 신앙인들에게 가장 소중한 양식이 성경이라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는 어린이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촘촘히 씌어 있는 성경을 읽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춘 성경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기대에 딱 맞아 떨어지는 책이 나왔다. 「그림이 있는 성경」 1, 2권이다. 구약성경 전체를 2권으로 엮은 「그림이 있는 성경」은 성경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쓰고 내용 이해를 돕는 그림과 당시 생활을 알게 해주는 사진과 지도 등을 곁들였다. 성경 내용만 풀어쓴 것이 아니라 각 이야기 꼭지마다 그 이야기가 전하는 의미를 알기 쉽게 설명한 성경풀이가 있어 성경을 읽으면서 삶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어른들이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오히려 어른들이 아이들보다 먼저 읽으려 할지 모른다. 제1권은 천지창조 이야기를 비롯해서 아브라함 이야기, 이사악과 야곱, 요셉 이야기, 그리고 이집트 탈출과 십계명 이야기, 판관들 이야기 등으로 이뤄져 있다. 제2권은 사울과 다윗, 솔로몬 등 이스라엘 왕들의 이야기부터 북 왕국 이스라엘 및 남 왕국 유다의 멸망과 유배, 고국 땅으로의 귀환과 예언자들의 이야기, 마카베오 항쟁 등을 다루고 있다. 성 바오로 딸 수도회 수도자인 표동자 수녀의 글과 김옥순 수녀의 삽화, 성서학박사인 정태현 신부의 성경풀이가 잘 어우러져 그림 이야기 성경의 참 맛을 느끼게 해준다. 김운회(서울대교구) 주교는 추천글을 통해 "그림이 있는 성경은 지금까지 출간된 어떤 성경보다 알차고 아름다운 책으로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도 손색이 없다"며 적극 추천했다. 바오로 딸 수도회는 이번 구약편 1, 2권 발행에 이어 올 가을 셋째 권인 신약 편을 발행할 계획이다. 이창훈 기자cpbc2006.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