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레시오회 국제청소년지원단 파푸아뉴기니 봉사활동 (상)흘리는 땀방울 만킄 사랑도 나눔도 커져갑니다 눈부신 태양과 끝없이 푸른 하늘, 자연이 찬란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파라다이스. 검은 피부를 가진 아이들의 순수하고 해맑은 눈빛을 잊을 수 없는 곳. 그러나 늘 가난하고 배고픈 나라 파푸아뉴기니. 살레시오회 한국관구(관구장 황명덕 신부) 주최로 국제청소년지원단(단장 이명천) 청소년 32명과 지도자 5명 등 총 53명이 7월 21일~8월 5일 파푸아뉴기니 수도인 포트 모르스비의 보로코 지역에 있는 돈보스코 기술대학과 까리따스 기술학교에서 학교 건물공사 자원봉사를 펼쳤다. 특히 이번 봉사에는 의료봉사단체 '말구유 나눔회'(회장 김용인 루카) 소속 현직 의료인과 의대 재학생 등 16명이 동행, 일주일간 말라리아와 피부병 등 풍토병으로 고통받는 현지 주민들을 위해 인술(仁術)을 베풀어 봉사의 의미를 더했다. 봉사 현장을 동행 취재,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종종 '아프리카 어느 나라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들어본 듯 하지만 왠지 생소하게 느껴지는 곳. '파푸아뉴기니'(Papua New Guinea)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이 정도가 아닐까. 한반도 동남쪽 5000여㎞, 호주 북쪽에 있으며 동쪽으로는 솔로몬 제도의 여러 섬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큰 섬이다. 서쪽으로는 인도네시아와 칼로 자른 듯 국경을 맞대고 있다. 면적은 한반도의 2배에 해당하며, 인구는 650여만 명, 공용어는 영어이며, 영어의 파생어인 피진어(pidgin)와 부족어인 모투어(motu) 등도 함께 사용한다. 가톨릭과 개신교가 90% 이상을 차지하는 그리스도교 국가다. ▶국제청소년지원단 국제청소년지원단은 살레시오회가 한국진출 50주년 기념사업으로 결성, 2003년부터 여름과 겨울방학에 동티모르와 필리핀, 캄보디아 등 가난한 나라 청소년들의 인도적 지원과 문화교류를 위해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이번 봉사에 이어 6~18일에는 필리핀 맘부칼 지역 청소년시설 등 건설현장에서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국제청소년지원단 활동 지원을 통해 기아와 빈곤, 의료와 교육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제3세계 국가 청소년들을 후원할 수 있다. 계좌번호 : 국민은행 758401-04-006021, 예금주 : (재)한국천주교 살레시오회, 문의 : 02-833-6006▨저 삽질 처음인데요! 국제청소년지원단 일행이 파푸아뉴기니 포트 모르스비 공항에 도착한 것은 주일 새벽. 계절이 겨울이라는 말만 듣고 절반 이상 긴팔 차림으로 온 봉사단은 생각보다는 덥고 습한 새벽 공기가 낯설기만 했다. 이들은 포트 모르스비의 보로코에 있는 돈보스코 기술대학에 보름간 머물며 자원봉사에 팔을 걷어 부쳤다. 교내 엠마우스 피정센터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현지 학생들을 위한 건축 공사와 성당 벽 페인트칠, 교내 인터넷 랜선 구축 작업에 구슬땀을 흘렸다. 돈보스코 기술대학은 살레시오회가 운영하는 대학이다. 살레시오회는 1980년 파푸아뉴기니 크레마교구 아라이미 지역에 진출해 학교를 세우는 등 현지인 교육과 선교활동을 펼쳐오다 1992년 이곳 보로코에 남학생 학교인 돈보스코 기술학교(고교과정에 해당)와 돈보스코 기술대학을 설립했다. 이 대학 옆에 있는 까리따스 기술학교는 여학생을 위한 교육시설로, 살레시오회 가족 수도회인 까리따스 수녀회 한국관구가 운영한다. 봉사단은 도착 이튿날부터 까리따스 기술학교 건물 건축 공사에 투입됐다. 주변 땅을 다져 나무를 심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학교 측 요청에 조경공사를 맡았다. 아침 9시부터 쏟아지는 뙤약볕을 맞으며 처음 해보는 삽질에 청소년들은 금세 온몸이 땀범벅이 됐다. 중학교 3학년부터 대학생들, 마음만 10대인 교사 등 자원봉사자들은 난생처음 해보는 삽질과 곡괭이질이 만만치가 않다는 것을 시작 5분 만에 알아차렸다. 이들은 처음엔 "나랑 삽질 바꿀래?"하며 이리저리 쉬운 일을 찾으려 애썼다. 삽질이 쉽지 않아 곡괭이로 바꿨지만 몇 번 땅을 찍고 나면 팔과 어깨 등 안 아픈 데가 없다. 다시 손수레에 흙 나르기로 바꿔보지만, 가득히 쌓인 흙더미에 팔다리가 저려온다. 처음 하는 일이 쉬울 리가 있을까…. 다음날, 또 그 다음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쑤셔오는 몸을 이끌고 현장에 나온 아이들 표정이 가지가지다. 손바닥에 물집이 잡힌 아이부터, 어깨가 쑤신다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프다는 아이까지 엄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얘들아! 여기 곡괭이질과 삽질 좀 더 해야겠어!" 이곳 학생들에게 뭔가 해주고 가야겠다는 의지에 불탄 현장 감리단장(?) 안성옥(살레시오회) 신부는 엄살이 끝나지도 않은 아이들을 다그친다. 귀국 이틀전까지 계속된 고된 자원봉사는 참석한 청소년들의 마음가짐을 변화시켰다. 처음엔 검은 피부의 현지인들이 무섭게만 느껴졌다는 김형욱(노엘, 고1)군. "착하고 순수한 눈빛을 본 뒤부터는 무섭지 않았어요.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제가 무언가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요."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이힘2007.08.14
15-강인하고 아름다운 향백나무'수목의 왕' 위용을 떨치다▲레바논의 옛 조상인 페니키아인들이 향백나무를 배로 나르는 장면, 대영박물관 소장, 부조 작품. ▲구약시대엔 향백나무를 수목의 왕으로 여겼다. 사진은 레바논의 향백나무 숲.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구약성경에 70번이나 등장하는 향백나무는 소나무과 상록수다. 높이가 보통 40m에 줄기 지름이 3m에 이르는 웅장한 침엽수다. 사자를 동물의 왕이라 부르듯이 구약시대 사람들은 향백나무를 수목의 왕으로 생각했다. 수명이 2000~3000년씩이나 되니 그렇게 불러도 손색이 없다. 사철 푸른 향백나무는 어려서는 연두색, 성장하면 갈색, 다 자라면 암갈색이 된다. 자라는 모양도 피라밋형 또는 원뿔형으로 사시사철 청청한 자태는 실로 사람의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다. '튼튼하게 뿌리를 뻗는 강인한 수목'이라는 뜻의 고대 아랍어가 향백나무 어원이라고 한다. 짙은 향기와 나무진이 많아서 병충해가 없고 내구력이 뛰어나 귀중한 건축재로 쓰였다. 또 선박자재나 악기, 조각, 관재로도 많이 쓰였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향백나무를 선박재로 썼고, 특히 뛰어난 내구력으로 미이라를 만들 때 관재로 사용했다. 이 나무에서 채취한 수액, 즉 기름을 시체에 발라서 부식을 방지했다고 한다. 이슬람 교도들은 향백나무를 성자의 화신이라 여겨 신성시한다. 향백나무에 관한 재미있는 전설도 내려온다. 한 천사가 무서운 폭풍을 만났는데 마침 나무 밑에서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천사는 하느님께 "이 나무는 향기가 좋고 나무 그늘이 안전했으므로 장차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유익한 열매가 달리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래서 이 열매에서 난 향백나무가 예수 그리스도의 성상을 만드는 재목으로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성상은 언제나 향백나무로 만들게 됐다. 지금도 옛 고분에서 향백나무로 조각한 성상들이 원형대로 발견되고 있다. 향백나무는 추운 곳에서 자라기에 재질이 굳은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레바논과 인접한 여러 나라에서 궁전을 짓는 데 건축재로 많이 이용해 향백나무라하면 궁전을 짓는 건축재였음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구약성경 열왕기, 역대기, 사무엘서 등은 건축재로서 다른 모든 재목보다도 향백나무를 귀중하게 여긴 것을 분명하게 전하고 있다. 다윗의 집을 짓고자 티로의 임금 히람이 향백나무와 목수와 석수를 보내어 집을 짓게 했다(2사무 5,11). 또한 솔로몬이 예루살렘 성전을 짓고자 티로의 임금 히람과 상거래 계약을 맺고 원하는 대로 향백나무와 잣나무를 벌채해 가고 그 댓가로 곡물과 기름을 줬다고 한다(1열왕 5,15-32). 에즈라가 성전을 수리할 때에도 레바논 향백나무를 사용했다(에즈 3,7). 솔로몬은 사랑의 아가에서 연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레바논 향백나무에 비유하며 노래했다(아가 5,15). 또한 시편 저자는 의인의 번영을 레바논 향백나무에 비유했다(시편 92,13). 에제키엘은 앗시리아의 강대함을 레바논 향백나무의 아름다움에 비유했지만 교만으로 심판을 받았다(에제 31,1-18). 아무리 위대하고 아름답고 힘이 강하더라도 겸손하지 못하고 교만하면 하느님 심판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옛날 그토록 울창했던 광활한 레바논의 향백나무 대삼림이 지금은 간곳이 없다. 다만 레바논 산맥의 한 계곡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솔로몬왕 시대부터 3000년간, 오늘까지 문명이라는 이기심 때문에, 자신의 탐욕을 채우려고 자연을 파괴한 인간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야생 동식물이 멸종되고 자연 생태계 균형이 붕괴됐다. 벌목과 함께 개척한 경사지는 홍수로 표토가 유실되고 모래먼지만 남은 사막으로 변화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에게 당신이 만드신 피조물을 잘 다스리도록 맡겨주셨다. 인간은 하느님을 협조해 자연과 피조물을 잘 가꾸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을뿐, 그것들의 주인이 아니다. 엿새동안 세상을 만드시고 손수 만드신 모든 것들이 "참 좋았다" 하신 하느님 마음을 헤아려 보고, 충실한 하느님의 협조자가 되기를 다시 한번 다짐해 보자.cpbc2006.08.30
17-겸손과 미련함의 상징인 나귀나귀 타고 예루살렘 입성하신 예수예수께서는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자존심이 강한 말을 타지 않고 온순한 당나귀를 타고 오셨다. 사진은 `예루살렘 입성`, 12세기, 모자이크.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올 초에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갔다가 당나귀를 탄 적이 있다. 처음에는 당나귀 실력이 못미더웠는데 순례단 일행을 태운 당나귀는 좁다란 협곡을 안전하게 통과했다. 말에 비해 생김새도 우스꽝스럽고 목소리도 곱지 않다. 그런데 어린아이들이 타도 아무 위험이 없다고 하니 정말 순한 동물인 것 같다. 나귀는 고대 아프리카 산악 지대나 중동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고대 중동 지방에서는 나귀에 안장을 지워 등에 타고 다니기도 했다. 왕이나 제사장과 같은 지체 높은 사람들의 운송 수단이었다. 나귀는 체구가 작으면서도 허리가 튼튼해 등에 짐을 얹어 운반하는데 안성맞춤이었다. 그런데 나귀는 때때로 주인에게 순종하지 않고 고집이 센 단점이 있다. 그래서 말을 채찍으로 다스리는 것처럼 나귀는 입에 자갈을 물려 다스린다. 당나귀는 말과의 포유류 동물로, 세계 모든 지역에 분포해 있다. 키는 140~150cm, 몸무게는 350~400kg 정도이다. 당나귀는 가축으로 기르는 것과 야생이 있다. 야생 당나귀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분포해 있다. 당나귀를 가축으로 기른 것은 물자 운반을 위해 기원전 4000년경 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나귀의 어원은 '작은 것'이라는 뜻이다. 성경에서 당나귀는 짐을 나르며(창세 22, 3) 쟁기로 밭을 가는(이사 30, 24) 짐승이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수레를 끄는 일이다. 나귀가 일반 백성들에게 친근한 동물이었지만 또한 나귀와 노새는 고대 근동 지방 왕의 의식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솔로몬은 왕이 되기 위한 기름 부음을 받으러 기혼으로 갈때 다윗의 노새를 탔다. 다윗 임금이 차독 사제와 나탄 예언자, 그리고 여호야다의 아들 브나야에게 "그대들은 그대들 주군의 신하들을 거느리고, 내 아들 솔로몬을 내 노새에 태워 기혼으로 내려가시오"라고 명령했다(1열왕 1, 33). 열왕기에는 입성할 때 의전으로 나귀를 탔다고 기록돼 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입성 때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신 이유를 생각해볼 만하다. 사실 예수님은 나귀를 타심으로써 우리들에게 깊은 교훈을 남겨주셨다. 자존심이 강한 말을 타지 않고 온순한 당나귀를 일부러 택하신 것이다. 당나귀 모습은 우리들에게 예수님의 가치관을 가르쳐준다. 성경에서 나귀는 겸손과 봉사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만왕의 왕이지만 겸손하게도 어린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왕의 대관식을 하셨다. 나귀는 미련함을 상징하기도 한다(잠언 26, 3). 유다인들은 연자 맷돌을 돌려 곡식을 찧는 데 나귀 힘을 빌렸다. 구약성경에서 나귀는 유다인들 재산으로 취급한다. 성경은 특히 나귀의 재산적 가치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구덩이를 열어놓거나 파고 그것을 덮지 않아서 소나 나귀가 거기에 빠졌을 경우, 그 구덩이 임자는 짐승의 임자에게 돈을 치러 배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탈출 21, 33-34). 또한 정의 실현에 관한 법을 설명하면서 나귀 안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탈출23, 4-5). 나귀는 주로 가난한 이들과 가까운 동물로 묘사됐고 이런 특징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런데 그리스도교 오랜 전승에서 나귀는 겸손과 봉사뿐 아니라 게으름, 어리석음과 완고함의 정반대 상징도 드러냈다. 붉은 나귀는 사탄의 모습을 나타내는 그림이 되기도 했다.cpbc2006.09.20
18-축복의 근원이 된 밀가나안 축복 약속에 등장한 첫 식물`가라지의 비유`, 12세기, 유리화, 영국 켄터베리 대성당. 상단에는 밀을 수확하는 농부가 있고 하단에는 주인 명령에 따라 가라지를 불태우고 있다. `가라지의 비유`는 세상에 선인과 악인이 뒤섞여 있지만 주님의 심판날이 되면 분명히 구별되어 영생과 영벌에 처해진다는 것을 말한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오늘날 밀이라고 하면 대부분 밀가루로 쓰인다. 서구 문화는 밀에 기초했다고 할 수 있다. 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곡물로 수십억 인류의 주식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밀은 지리학적 식물학적 고고학적으로 빙하기 말기인 기원전 1만5000년~l만년 께부터 이미 있었던 식물이라고 한다. 밀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코카사스까지에 이르는, 서아시아 지역이 원산지였을 것으로 추정되며 인류와 오랜 역사를 함께한 대표적 농작물이다. 그 흔적을 살펴보면 6700년 전 메소포타미아 옛 유적지에서 밀이 발견됐다. 이집트 고분과 신석기시대 유적지에서도 밀이 발견됐다. 또한 기원전 3000년 께 고대 이집트인들이 발효 빵을 만들었다는 학설도 있다. 발효 빵을 만들게 된 배경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이집트 어떤 게으른 사람이 밀가루를 반죽했다가 빵을 굽지 않고 그대로 두어서 하룻밤이 지난 뒤에 보니, 껍질이 썩은 것처럼 거품이 생겼다. 그래도 버릴 수 없어서 구웠더니, 딱딱한 무교병보다 연하고 맛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 후부터 밀가루에 효모를 넣는 제빵 기술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밀은 중국을 거쳐 들어왔다. 신라, 백제의 유적에서 밀이 발견된다. 확실한 도입 연대는 알 수 없지만 중국과 문물교환이 빈번했던 삼국시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밀은 성경에 수없이 등장하는 중요한 농작물이다.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시기로 약속한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로운 땅, 가나안 축복 약속에 등장하는 일곱 가지 식물(밀, 보리, 포도, 무화과, 석류, 올리브, 대추야자) 중에서 첫째로 등장하는 중요한 곡물이 밀이다(신명 8, 8). 성경에서 밀이 처음 나오는 대목은 창세기에서 인간 형상을 한 하느님을 만나는 대목이다. 아브라함은 한창 더운 대낮에 천막 어귀에 앉아 있다가 지나가는 나그네를 만나서 자기 천막에 초대한다. 아브라함은 사라에게 고운 밀가루로 빵을 굽게 한다. 아브라함의 지극한 손님 접대로 사라가 자식을 얻을 것이라는 축복을 받게 된다(창세 18,1-15). 이런 이유로 밀은 축복의 근원이 됐다. 하란 고원은 밀의 풍산지로 알려져 있는데, 11~12월에 파종해 그 다음해 4~5월에 수확한다. 밀 수확기는 계절 구분의 하나다(탈출 34,22). 보리 수확기보다 약 1개월이 늦다. 밀의 첫 수확은 오순절 제사에 바쳤다. 이 시기에는 한 달씩이나 이삭줍기를 할 수 있었다. 고대 바빌론이나 시리아, 팔레스티나 등은 관개시설이 없어 자연강우에 의존해서 농사를 지었다. 가뭄으로 흉년이 들어서 기근에 허덕이는 것을, 성경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요셉 시대나 룻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집트는 관개시설이 잘 돼 있어서 농사가 잘 되기에, 기근으로 허덕이는 이웃나라들을 도왔다. 이처럼 이집트의 부유함은 나일강 물로 재배한 밀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집트는 로마제국이나 비잔틴제국의 곡창지대였다. 이스라엘은 솔로몬 왕조 이후 곡물을 수출하는 나라로 번성했다. 솔로몬왕은 성전 건축을 위해 티로임금 히람에게서 건축재를 제공받고 밀을 보내주었다(1열왕 5, 25). 밀은 가루로 만들어 하느님 제단에 드리는 제물용 빵을 만드는 재료였고(탈출 29,2), 혼합빵의 재료이며(에제 4,9), 발효빵을 만드는 재료였다.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은 한 알의 밀을 신앙에 비유했다(요한 12,24). 밀과 가라지 비유에도 나온다(마태 13,24-30). 예수님은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통해 좋은 땅에 뿌려진 씨는 30배, 60배, 100배 결실을 낸다고 하셨다(마태 13,3-8). 실제로 밀은 보통 한 알에서 평균 30배 수확을 거두며, 옥토에서는 지금도 100배 수확도 올릴 수 있으니 결코 과장된 표현은 아니다. cpbc2006.09.27
명화로 읽는 예수님의 생애 / 김남철 신부 지음읽다보면 기도와 묵상이 '절로'안드레아스 카란디노스의 이콘 그림 `성체성사의 상징(1709년 작, 아테네 비잔틴박물관 소장)`의 일부분. 천사들이 한 손에는 성찬례에 제물로 쓰이는 빵과 포도주를 들고 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둥근 지구를 떠받치고 있다. 김남철 신부는 이를 성체성사로 세상이 지속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성화는 '절대를 향한 창'이라고 합니다.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영원함의 가치와 절대자를 향해 나아가도록 인도해 주기 때문입니다. 성화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이나 하느님을 마음에 품을 수 있게 해주는 징검다리입니다." 「명화로 읽는 예수님의 생애」(성바오로)를 출간한 김남철(의정부교구, 가톨릭대 교수) 신부가 책 머리말에 쓴 글이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성경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느끼고 묵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 책은 예수님의 생애를 주제로 화가 22명의 작품 24점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은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자연스럽게 기도하게 되고 묵상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렉시오 디비나'(거룩한 독서)의 또다른 차원인 '비데오 디비나'(거룩한 화상)라 할 수 있다. 책에는 복음 말씀에 대한 해설과 믿음을 향한 안내, 저자의 신앙고백이 모두 녹아 있다. 또 그림을 자주 접하지 못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전문용어를 피해 쉽게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소개된 그림을 교리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편집에 세심한 신경을 썼다. 한 마디로 성화에 대한 인간미 넘치는 개괄서이다. 문화에 대한 관심 확산과 함께 우후죽순처럼 쏟아진 미술 평론가들의 난해한 글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성화 감상의 안목을 넓혀주는 길잡이 역할도 한다. 먼저 그림 전체를 찬찬히 살펴본 다음 선과 구도, 인물의 표정, 복장, 동작, 시선, 도구 등을 주시하고, 배경과 사물, 동물의 상징들을 찾아볼 것을 글을 통해 안내해 주고 있다. 책은 예수님 생애의 연대기 순서에 따라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예수님 탄생' 부분에서는 프라 안젤리코의 작품 '주님 탄생 예고', 티치아노의 '아담과 하와의 유혹', 지거쾨더의 '신앙의 계보', 보티첼리의 '신비한 탄생', 기를란다요의 '목자들의 경배', 브뢰헬의 '동방박사들의 경배', 루블료프의 '삼위일체' 작품을 소개했다. '예수님의 공생활'에서는 두초의 '베드로와 안드레아를 부르심', 카라바조의 '마태오를 부르심', 라파엘로의 '그리스도의 변모', 바사노의 '착한 사마리아 사람', 베르메르의 '마라타와 마리아 집의 그리스도', 푸생의 '솔로몬의 재판',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지커쾨더의 '너희가 나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작품이 실렸다.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에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안드레아스 카란디노스의 '성체성사의 상징', 조토의 '십자가에 못 박히심', 반 데르 웨이덴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그리스도의 부활'이 수록돼 있다. 마지막 '성령 강림과 성모 마리아'부분에서는 엘 그레코의 '성령 강림'과 라파엘로의 '식스토의 성모', 코레조의 '성 예레니모의 성모', 마사초의 '삼위일체'가 등장한다. 김남철 신부는 "생활 속에 실제적으로 포르노그라피의 폐해에 젖어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성화를 통해 쾌락적이고 유혹적 이미지를 상쇄시키고 극복해갈 수 있도록 하려고 이 책을 펴냈다"며 "하느님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창인 성화를 통해 새롭게 성경을 보고 믿음을 성장시켜 나가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cpbc2007.01.31
13-아름다움과 거룩함을 상징하는 석류제사장 옷에 금방울과 주렁주렁◀석류는 예로부터 성스러움과 아름다움, 축복의 상징이었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감추려고 감추려고 애를 쓰는데도 어느새 살짝 삐져나오는 이 붉은 그리움은 제 탓이 아니에요 푸름으로 눈부신 가을 하늘 아래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서 터질 것 같은 가슴 이젠 부끄러워도 할 수 없네요 아직은 시고 떫은 채로 그대를 향해 터질 수밖에 없는 이 한 번의 사랑을 부디 아름답다고 말해주어요. 이해인 수녀의 시 '석류의 말'이다. 이 시처럼 석류는 낭만적 과실인 것 같다. 석류는 예로부터 생명의 과일, 여성의 과일로 불리운다. 무덥고 오랜 장마에도 유독 석류만은 싱싱하고 힘차게 아름다운 꽃을 잘 피운다. 석류는 원래 아프가니스탄과 인도 서북부에 자생하던 식물로 유럽으로 오래 전에 건너가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는 과실이 됐다. 석류는 이집트에서도 흔하고 귀한 과일이었다. 이집트에서는 B.C. 2000년께 이미 재배했고 신성하게 생각했던 식물이다. 석류의 아름다움은 아무래도 가을에 탐스럽게 잘 익은 열매에 있다. 새빨간 씨가 달고 신 즙이 있는 껍질에 싸여 빽빽하게 박혀 있다. 석류 씨는 구약의 솔로몬 시대부터 갈증을 해소하는 청량음료를 만드는 데 널리 쓰였다. 석류 열매는 촘촘히 박힌 보석 주머니 같다고해서 사금대(沙金袋)라고 할 정도였다. 또한 가지와 잎이 무성하고 꽃과 열매가 달려있는 기간이 4~5개월이나 된다. 봄철 잎이 돋을 때는 붉은 빛을 띠고 여름에 꽃이 피어 가을에 붉게 익는다. 오늘날에도 과일즙으로는 술을 빚기도 하고, 씨는 말려서 과자를 만든다. 덜 익은 열매 껍질은 빨간색 염료로 쓰기도 한다. 모세는 가나안에 입성하기 전에 각 지파에서 한명씩 뽑아서 정탐꾼을 보냈다(민수 13, 1-24). 에스콜 골짜기에서 포도 한 송이 달린 가지를 둘이서 막대기에 꿰어 메고 또 석류와 무화과를 따가지고 돌아왔다.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약속하신,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로운 땅에 내려 주신, 축복한 일곱가지 식물 중 하나가 석류다. 성경에서도 석류는 성스러운 식물로 등장한다. 제사장 아론이 성소에 들어갈 때 입는 에폿에 딸린 겉옷을 만들때 자락 둘레에는 자주와 자홍과 다홍 실로 석류들을 만들어 달고, 석류 사이사이에는 돌아가며 금방울을 달도록 했다. 그리고 겉옷 자락을 돌아가며 금방울 하나에 석류 하나, 또 금방울 하나에 석류 하나씩을 달았다(탈출 28, 31-38). 그래서 아론이 예식을 거행할 때 이 옷을 입어 성소에 들어가는데 방울 소리가 울려 죽지 않으리라고 한 것을 보아도 이스라엘에서는 석류를 성스런 나무로 생각했다. 석류는 아름다운 여인의 볼에 비유되기도 하고(아가 4, 3), 석류의 많은 씨는 풍요를 상징하며(아가 4, 13), 달콤한 즙은 사랑의 꿀(아가 8, 2)로 표현되기도 했다. 그러나 석류가 가장 많이 쓰인 곳은 건축 장식이었다. 솔로몬이 건축한 성전과 왕궁장식에 석류나무를 사용했다(2열왕 25, 17; 2역대 4, 13). 석류 열매의 풍작과 흉작은 하느님의 복과 재앙을 상징해 석류 열매에 비유했다(하까 2, 19). 석류는 그리스도교 미술에서는 희망의 상징으로 사용했다. 석류는 터키, 중국, 그리스 등지에서는 다산을 뜻하는 과일로 자손의 번영을 의미하기에 결혼축하 선물로 보내는 풍습이 있다. 터키에서는 결혼한 신부가 잘 익은 석류를 땅에 던져서 쏟아지는 씨의 수가 장차 낳을 자식의 숫자를 나타낸다고 믿는 풍속도 있다. 이처럼 옛날부터 석류는 축복의 상징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석류를 심으면 자손이 흥하고 부귀가 늘 함께한다고 해 양지바른 정원에 즐겨 심었다. 또 잘 익은 석류에서 씨앗이 튀어나오는 모양이 조금 모자라는 사람이 이를 드러내고 웃고 있는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석류의 꽃말은'바보' 또는 '우둔함'이라 하니 이래저래 재미있는 나무다.cpbc2006.08.16
'평화의 도시' 예루살렘- <1>개요지구촌 화약고로 변한 '평화의 도시'`평화의 도시` 예루살렘 전경.요한 복음서는 예수께서 다섯 차례 예루살렘을 방문하신 것으로 기록한다. 이스라엘 갈릴래아 지방 성지 안내를 마치고 앞으로 5차례에 걸쳐 '평화의 도시' 예루살렘을 소개한다. 먼저 예루살렘에 대한 개요를 설명한 후 윗도시, 아랫도시, 벳자타, 골고타 지역을 나눠 순례하고자 한다. --------------------------------------------------------------------------------------------------- 구약 이스라엘 백성들은 '평화'를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주시는 구원의 구체적 표현으로 여겼다. 오직 하느님만이 세상에 평화를 주시며 전쟁과 갈등이 없는 평온을 보장해 주신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다인들은 지금도 하느님의 지성소를 모셨던 성채를 '평화의 도시', '평화의 근원'이란 뜻의 히브리말 '예루살라임'이라 부른다. 그리스말 '예로솔리마', 라틴말 '예루살렘'으로 불리는 이 도시가 오늘날 가장 위태로운 지구촌 화약고라니 아이러니하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중앙 산악 지대의 키드론 골짜기 서쪽 해발 700m 고지에 자리잡은 도시이다. 동으로 유다 광야, 서로 쉐펠라 목초지, 남으로 베들레헴, 북으로 벤야민 산지가 있다. 예수시대 예루살렘은 성전을 중심으로 윗도시와 아랫도시로 구획돼 있었다. 윗도시에는 제관들과 고관들이 살았다. 반면, 아랫도시에는 석공, 도기 제조공, 방적공 등 여러 계층의 장인들과 서민들이 거주했다. 극심한 사회 갈등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은 성전을 중심으로 결속돼 있었다. 성전은 윗도시 사람들의 유일한 존재 이유이자, 아랫도시민들의 유일한 생계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예루살렘에는 7개의 성문이 남아있다. 아브라함의 묘가 있는 헤브론으로 통하는 '자파 성문'과 시온산 다윗왕의 무덤으로 통하는 '시온 성문'. 또 시내의 모든 오물을 버릴 때 사용했던 '오물 성문'과 스테파노 부제가 순교해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선 '스테파노 성문'이라고 불리는 '사자 성문'이 있다. 아울러 헤로데 안티파스의 궁전 인근에 있는 '헤로데 성문'과 예루살렘 중심 성문으로 가장 아름다운 '다마스커스 성문'이 있다. 그리고 1887년 술탄 압둘 하이드가 다마스커스 성문과 자파 성문 사이의 중간 지점 성벽을 뚫어 만든 '뉴 게이트'가 남아 있다. 예수께서 벳파게와 베타니아에서 예루살렘으로 입성할 때(마르 11,1-11) 통과한 성문으로 전해지는 '금문'은 1530년 이슬람군에 의해 폐쇄됐다. 예루살렘에는 성벽을 끼고 3개의 계곡이 흐른다. 성벽 동쪽과 올리브산 사이에 위치해 있는 '키드론 계곡'은 우기를 제외하고 항상 메말라 있다. 키드론은 '더럽다'는 뜻인데 여호사밧이 계곡 밑에 무덤들이 즐비해 있는 것을 보고 이 곳을 키드론이라 이름 붙였다(요엘 4,2-12). 다윗 도시 서쪽 언덕에 형성된 '티로포에온 계곡'은 자연스럽게 윗도시와 아랫도시의 경계 역할을 했다. 이 계곡에 실로암 연못(이사 8,6)이 있었으나 지금은 계곡의 흔적만 겨우 볼 수 있다. 예루살렘 서쪽에 발달한 '힌놈 계곡'은 우리말로 '지옥' 또는 '죽음'을 뜻한다. 유다와 벤야민 지파의 경계지역(여호 15,8)이었던 이 계곡에는 오늘날 그리스 정교회 성 오누프리우스 수도원이 자리잡고 있다. 네 복음서는 예수의 예루살렘 활동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마르코ㆍ마태오ㆍ루카 복음서는 예수께서 공생활 이후 파스카 축제 때 단 한차례 예루살렘을 방문한 것(마태 21,1-11, 마르 11,1-11, 루카 19,28-38)으로 기술하는 반면, 요한 복음서는 예수께서 적어도 다섯 차례 예루살렘에서 머문 것으로 증언한다. 특히 요한 복음서는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머물던 정확한 날짜와 세부 활동까지 자세히 밝히고 있다. 요한 복음서에 따르면, 예수께서 파스카 축제 때 예루살렘에 머물면서 성전 환전꾼들을 내쫓고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요한 2,13-22)고 했다. 예수께서는 다시 유다인 축제 때 예루살렘에 올라가 '양문'근처 벳자타 연못에서 안식일에 병자들을 치유하다 유다인들과 시비가 붙었다. 예수께서 세번째로 예루살렘을 방문한 것은 초막절 때였다. 히브리말로 '수꼿'이라 하는 초막절은 유다인 3대 명절 중 하나로 유다인들이 이집트를 탈출해 약속의 땅에 정착하기 까지 광야에서 떠돌아다닌 것을 기념해 초막을 치고 축제를 벌였다. 초막절은 보통 태양력으로 9~10월경에 열린다. 요한은 예수께서 초막절 때 남몰래 예루살렘에서 갔고, 축제 마지막 날 성전에서 군중들에게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라고 가르쳤다(요한 7,1-39). 예수께서는 초막절 석달 후 지내는 '성전 봉헌 축제' 때 또다시 예루살렘으로 가셨다. 성전 봉헌 축제는 기원전 164년 새 성전을 봉헌한 것을 기념하는 날로 예수께서는 성전 동편 행각에 있는 솔로몬 주랑에서 "나는 하느님의 아들이다"고 가르치자 유다인들이 돌을 집어 던지려 하며 예수를 배척했다(요한 10,22-39). 예수께서 마지막으로 예루살렘에 오른 것은 라자로를 살린 다음 맞은 파스카 축제 때다. 봄철 축제로 누룩없는 빵을 먹으며 유다인들이 이집트 탈출을 기념해 지내는 이 축제는 히브리말로 '페사흐', 우리말로 '과월절' 또는 '무교절'이라고도 한다. 예수께서 라자로를 살렸다는 소식을 들은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은 최고의회를 소집해 예수를 잡아 죽이기로 결의했다(요한 11,45-57). 이 때 예수께서는 예전에 예루살렘을 방문했을 때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입성했다. 예수께서는 마치 왕이 입성하듯 어린 나귀를 타고 성문으로 들어왔고, 순례자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예수를 맞으며 "호산나!"를 노래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 [알고 가면 재미 두 배] 1. 팔레스타인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급적 피하라. 예루살렘 순례는 항상 자유롭다. 하지만 언제나 보이지 않는 감시의 눈길이 있다는 것을 주의하라. 특히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다면 출국시 공항에서 엄격한(?) 몸검사, 짐검사로 낭패를 당한다. 2. 한국에서 준비해간 음식을 식당에서 내놓으면 안된다. 유다인 식당에는 정결한 음식과 부정한 음식을 가리는 랍비가 있다. 랍비의 검열을 통과하지 않은 음식은 모두 부정한 것으로 간주한다. 부정한 음식을 담은 접시나 그릇은 모두 깨버리기도 하고 심한 경우는 식당에서 쫓겨나기도 한다. 3. 레스토랑ㆍ커피숍 음식값에는 무장 경비원 수당이 포함돼 있다. 커피숍 등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영수증이 메뉴판 가격보다 비싸게 청구된다. 무장 경비원 수당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비싸지 않으니 신변 안전을 위해서도 무장 경비원이 있는 가게를 갈 것을 추천한다.cpbc2007.04.18
예수성탄대축일- 사랑하면 알고, 알면 보이나니이기양 신부(서울대교구 잠실7동본당 주임)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루카 2,11). 마침내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구원자가 베들레헴에 태어나셨습니다. 베들레헴은 다윗의 고향이며 미카 예언자가 기록했고(미카 5,1),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이 알고 있었듯이 메시아가 태어나실 땅이었습니다. 다윗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윗의 대를 이은 왕들은 백성들의 기대를 저버렸고 그중 뛰어났던 솔로몬왕도 항구하게 하느님 뜻을 따르지 않음으로써 아들 대에 이르러 나라는 두 동강이 나고 말았습니다. 오래지 않아 북 왕국과 남 왕국이 차례로 멸망하고 백성들은 바빌론에 노예로 끌려가는 수모를 당하지요. 백성들은 노예살이에서 그들을 구해줄 제2의 모세를 그리며 탈출을 희망합니다. 그 후 여러 예언자들이 메시아 시대를 예고했고, 구체적으로 메시아는 처녀의 몸을 빌어온다(이사 7,14)는 예언도 들려왔습니다. 그렇게 수백년을 기다렸지만 그분은 오시지 않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그분이 오셨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기다려왔던 메시아를 알아 본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언제 오실지 어디서 태어날지를 몰라서 사람들이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 아닙니다. 마태오 복음과 루카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 탄생사화를 종합해 보면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이 소문만 들었을 뿐 만나지 못한 사람들과 구별되어 나옵니다. 아기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은 들판에서 밤새워 양을 치던 목자들, 별의 인도로 동방에서 예물을 준비해 찾아온 박사들, 죽기 전에 그리스도를 보리라는 성령의 예언을 받은 시메온(루카 2,26), 밤낮으로 단식하고 기도하며 하느님을 섬겼던 한나라는 예언자뿐이었습니다. 한편으로 아기 예수님 탄생을 알았음에도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아기 예수님을 기다렸으며 언제 어디에서 태어나실 지도 잘 알고 있었던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 그리고 태어나신 아기를 죽이려고 했던 헤로데 임금과 그 병사들입니다. 그토록 기다리던 구원자가 가까이 계셨지만 그들은 결코 구원자를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관심과 기대가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관심이 없으면 바로 옆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하고, 관심이 있으면 멀리 있어도 잘 보이는 법입니다. 그것이 사람의 마음이요 마음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의 눈입니다. 놀라운 것은 예수님 시대의 이러한 어리석음이 그대로 우리 시대에도 답습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기 예수님이 태어나신 이 밤을 흥청망청 먹고 마시며 아무 생각 없이 들뜬 분위기에서 보내고 만다면 우리는 나에게 오신 예수님을 결코 만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오신 예수님을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요? 어리석은 왕이 사냥을 나갔다가 울퉁불퉁한 자갈길에서 잘못하여 넘어져 발에 상처가 났습니다. 화가 난 임금은 발을 보호하려고 온 나라 길이란 길에는 모두 소가죽을 깔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 때 현명한 신하 하나가 황급히 달려와 말했습니다. "폐하! 발을 보호하려면 작은 가죽 두 장이면 충분하옵니다. 폐하의 발에 가죽을 붙이면 온 나라가 다 가죽 아래 있사옵니다." 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발에 가죽을 붙였습니다. 세상의 부패를 탓할 필요가 없습니다. 욕망을 따르는 삶에서 길을 틀어 하느님의 길을 따르려고 노력하면 됩니다. 나만을 생각했던 이기심에서 벗어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면 됩니다. 예수님은 가난하고 약한 자, 병든 자, 헐벗고 굶주린 이들과 감옥에 갇힌 자들과 함께 계셨고, 그들에게 해준 것이 나에게 해준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마태 25장). 내가 변하면 세상이 변하고, 눈이 맑아져 우리 안에 계신 예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cpbc2006.12.20
24- 생명과 불멸의 상징 호두나무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생명과 불멸의 상징인 호두나무. 과실 모양이 사람의 뇌와 닮아 호두를 먹으면 머리가 좋아지고 임산부가 먹으면 머리가 좋은 아이를 낳는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호두는 단백질과 지방질이 풍부하며 피부에 좋은 무기질과 비타민 B쐜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호두의 지방산은 모두 불포화지방산이어서 성인병 예방, 동맥의 탄력과 유연성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호두나무는 나무 중에서도 가장 고귀한 목재의 하나로 손꼽히고 종교 의식에도 사용했다. 호두나무는 잎이나 기름, 목재에서 향기가 나서 훈향제로 태웠다. 호두유는, 올리브유에는 다소 뒤지지만, 유럽에선 식용은 물론 비누 제조에 널리 쓰인다. 또한 유화의 물감, 화장품, 향료, 피부병에도 사용한다. 딱딱한 껍질로 둘러싸인 호두는 예로부터 생명과 불멸의 상징이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사람들은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결혼식에서 좌석 주위에 호두를 뿌렸다. 지금도 이탈리아 사람들은 결혼식에서 아들 딸을 많이 낳으라는 의미로 신랑 신부에게 호두를 던진다. 요즘 결혼식장에 가보면 신랑 신부가 퇴장할 때 폭죽을 터뜨리고 꽃과 색종이, 쌀을 던지곤 하는데 이런 것들도 호두를 던지는 풍습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유럽에서는 매년 11월1일 모든 성인 대축일에 젊은 남녀가 함께 모여 파티를 즐기는데 이때 호두로 사랑 점을 치는 풍습이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으로 생각하면서 활활 타는 불에 호두를 던져 터지는 정도에 따라 상대방도 자신을 사랑하는지를 점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중세 시대 사람들은 호두나무에 악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호두나무에서 유독 물질이 분비돼 주변 식물을 말려 죽인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호두나무는 높이가 20m에 달하고 가지는 굵으며 사방으로 퍼진다. 녹음이 짙은 나무라서 나무 밑이나 주위에는 다른 식물이 햇볕을 받지 못해 살 수 없고 말라죽는 다. 중세 시대 사람들은 호두나무를 막대기로 두들기면서 주문을 외우면 그 가지에 있는 악마가 쫓겨나 수확이 많아진다고 믿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은 호두나무를 두들길 때 꽃가루가 바람에 날리기에 열매가 잘 열리는 것이다. 어쨌든 이런 믿음으로 러시아에서는 '개와 마누라와 호두나무는 두들기면 두들길수록 잘된다'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요즘 세상에서는 성적 차별이라고 비난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호두가 우리나라와 인연을 맺는 것은 약 700년 전 고려 중엽에 류청신이라는 사람을 통해서이다. 그가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올 때 호두나무 묘목을 갖고 와서 천안 지방에 심었다. 그래서 지금도 천안 지방에는 호두나무가 많고 '호두과자'하면 천안을 떠올리게 된다. "나는 대추야자나무 새싹을 보려고 포도나무가 꽃을 피웠는지, 석류나무가 봉오리를 맺었는지 보려고 호두나무 정원으로 내려갔네.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암미나딥의 병거에 올라타게 되었네"(아가 6,11-12). 성경에서 호두나무는 아가서에 단 한 번 언급된다. 이 때문에 한때는 호두나무가 아가서 솔로몬의 노래에 나오는 이 동산에만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스라엘 여러 곳에 호두나무가 자라고 있고 예루살렘 동부에는 '호두나무 골짜기'라고 불리는 곳도 있다. 유럽에는 성모 마리아가 베들레헴으로 가는 도중에 비를 만났는데 호두나무 잎이 비를 막아 주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에서는 첫날밤에 신혼 부부가 호두를 불 속에 던져서 조용히 타면 결혼 생활이 평탄하고, 튀면 싸움이 일어난다고 점을 치는 풍습도 있다고 한다. 성경에도 아가서에만 호도나무가 등장하고 많은 나라에도 부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아 호도나무는 사랑의 나무임에 틀림없다.cpbc2006.11.15
승리와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 나무제대를 밝히는 올리브 기름올리브는 이스라엘의대표적 나무로 성경에서는 평화, 승리, 자유, 질서, 희망의 상징으로 표현된다. 사진은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서임 기념 식수로 지난 3월29일 로마 한국신학원에 심은 500년생 올리브 나무. 몇년전, 한 방송국에서 올림픽 특집으로 퀴즈를 냈다. "우리나라 첫번째 금메달을 받은 선수의 머리에 씌워진 관은 무슨 나무로 만든 관일까요?" 방송국에서는 '월계수 나무'가 정답이라고 발표했다. 방송이 나가자마자 올림픽 우승자의 머리에 씌워 주는 관이 월계수가 아닌 올리브 나무 가지로 만든 것이라고 지적하는 전화가 쇄도했다. 고대 그리스는 올림픽 경기 우승자에게 올리브 나무관을 수여했다. 이에 관한 그리스 신화가 있다. 한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여신 '아테네'가 싸웠다. 포세이돈은 평화와 다산의 상징인 군마를 만들었고, 아테네는 힘, 용기를 상징하는 올리브를 만들었다. 마침내 제우스는 여신 아테네에게 승리를 선언했다. 그래서 올리브는 평화, 승리, 자유, 질서, 희망의 상징이 됐다. 일반적으로 아테네의 경제력은 올리브 재배로 좌우했다. 그래서 외적이 공격해오면 우선 올리브 농장부터 짓밟았다고 한다. 이것도 올리브가 평화와 결부돼 있는 원인이 된다. 지금도 이탈리아에서는 문에 올리브 나뭇가지를 걸어놓는 풍속이 있다. 그러면 악마가 침범하지 않고 평화를 누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예전의 개신교 성경은 "노아 홍수가 끝난 후 비둘기가 감람나무 이파리를 물고 왔다"고 기록했다(창세 8,11). 그러나 이것은 옳은 번역은 아니다. 한문 성경이 올리브를 감람으로 오역한 것을 그대로 감람나무로 국어로 번역해서 생긴 오류였다. 사실 올리브와 감람은 결코 같은 것이 아니고 식물학상으로 엄연히 다른 나무이다. 그래서 공동번역에서는 감람나무를 '올리브 나무'로 고쳤다. 올리브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재배했다. 근래에는 1만년 전에도 올리브 나무가 지구에 있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올리브는 이스라엘의 중요 농산물인 동시에 교역품이기도 했다. 그래서 모세는 올리브 재배자에게는 병역의 의무를 면제해 주었다. 또 솔로몬왕은 예루살렘 성전을 지을 건축재를 구할 때에 올리브유로 그 대가를 지불했다. 올리브 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나무로, 그 열매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빵과 함께 즐겨 먹는다. 일반적으로 올리브는 생장이 느린 상록수로서 심은 지 10~15년 뒤에야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그러나 일단 열매가 달리기 시작하면 나무 수명은 무척 길다. 그래서 올리브는 수백 년씩 수확할 수 있는 경제성이 높은 나무다. 올리브 나무는 목재 성질이 굳어서 건축재보다 장식용 조각재로 많이 쓰인다. 올리브 나무는 무늬도 곱고 향기가 있어서 솔로몬이 성전 건축 때 지성소의 입구 문짝과 문설주, 그리고 언약궤를 지키는 그룹을 조각했다(1열왕 6,23-33). 올리브기름은 식용, 의료용, 화장품, 공업용 등 용도가 다양하게 쓰인다. 특히 올리브기름은 종교의식에 중요하게 사용했다. 모세가 아론에게 거룩한 옷을 입히고 성별할 때 사용한 것도 올리브기름이었다(탈출 40,13-19). 또한 제단에 불을 밝힐 때에도 올리브기름을 사용했다(출애 27,20). 이슬람교도가 지중해 연안으로 진출하면서 그리스도교 지역으로의 올리브기름 반출을 막자, 그리스도교는 올리브 기름대신에 양초를 사용해 제단에 불을 밝히게 됐다. 올리브는 막대기로 나무를 두들겨서 떨어진 열매를 주워 수확했다. 그런데 올리브를 수확할 때에 한번 지나간 가지는 다시 손대지 말라고 율법에 규정했다(신명 24,20). 남은 것은 가난한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의 몫이라고 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다음 해 감을 수확할 때까지 까치 몫으로 나무 꼭대기에 달린 감 몇개를 남겨 놓은 정겨운 모습이 떠오른다. 올리브가 사랑과 평화의 대명사로 불린 만한 대목이다.cpbc2006.06.01
그림이 있는 성경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구약성경 그림이 있는 성경 엮은이 표동자/그린이 김옥순/성경풀이 정태현 /바오로딸/1권 1만원, 2권 1만2000원 ----------------------------------------------- 신앙인들에게 가장 소중한 양식이 성경이라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는 어린이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촘촘히 씌어 있는 성경을 읽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춘 성경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기대에 딱 맞아 떨어지는 책이 나왔다. 「그림이 있는 성경」 1, 2권이다. 구약성경 전체를 2권으로 엮은 「그림이 있는 성경」은 성경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쓰고 내용 이해를 돕는 그림과 당시 생활을 알게 해주는 사진과 지도 등을 곁들였다. 성경 내용만 풀어쓴 것이 아니라 각 이야기 꼭지마다 그 이야기가 전하는 의미를 알기 쉽게 설명한 성경풀이가 있어 성경을 읽으면서 삶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어른들이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오히려 어른들이 아이들보다 먼저 읽으려 할지 모른다. 제1권은 천지창조 이야기를 비롯해서 아브라함 이야기, 이사악과 야곱, 요셉 이야기, 그리고 이집트 탈출과 십계명 이야기, 판관들 이야기 등으로 이뤄져 있다. 제2권은 사울과 다윗, 솔로몬 등 이스라엘 왕들의 이야기부터 북 왕국 이스라엘 및 남 왕국 유다의 멸망과 유배, 고국 땅으로의 귀환과 예언자들의 이야기, 마카베오 항쟁 등을 다루고 있다. 성 바오로 딸 수도회 수도자인 표동자 수녀의 글과 김옥순 수녀의 삽화, 성서학박사인 정태현 신부의 성경풀이가 잘 어우러져 그림 이야기 성경의 참 맛을 느끼게 해준다. 김운회(서울대교구) 주교는 추천글을 통해 "그림이 있는 성경은 지금까지 출간된 어떤 성경보다 알차고 아름다운 책으로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도 손색이 없다"며 적극 추천했다. 바오로 딸 수도회는 이번 구약편 1, 2권 발행에 이어 올 가을 셋째 권인 신약 편을 발행할 계획이다. 이창훈 기자cpbc2006.03.02
10-이방인에 비유된 개개, 신앙 거스르는 모든 것개는 성경에서 불결, 멸시, 위선, 이방인 등에 비유되지만 충직하고 의리가 있는 동물이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개는 우리 전통문화에서 인간과 가장 친한 동물로 충성스러움의 상징이다. 술에 취한 주인이 잔디밭에 쓰러져 자고 있는데 산불이 나 불길이 번지자 강물에 몸을 적셔 불을 끄고 주인을 구한 오수의 개 이야기는 개의 충성스러움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다. 최근 미국에서 주인을 구한 개가 '사마리안'상을 받았다는 외신이 있었다. 평소 당뇨병을 앓고 있던 주인이 의식을 잃고 갑자기 쓰러지자 휴대전화의 911 버튼을 눌러서 주인을 위기에서 구했다는 것이다. 9번 버튼을 누르면 911로 연결되도록 단축키를 설정해 놓고, 개에게 위급 상황 땐 이빨로 9번을 누르도록 훈련시켜 놓은 덕분이라고 한다. 이처럼 개는 지능이 상당히 높아 경비견, 수사견, 마약탐지견, 맹인안내견 등으로 활약하며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사람과 친숙한 동물인 개는 속담에도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욕설에도 많이 등장하고 부정적 의미로도 쓰인다. 우리가 하는 웬만한 욕설에는 개가 자주 거론된다. 개 입장에서 보면 "왜 우리만 갖고 그래…"하면서 불만을 토로 할 대목이다. 성경은 모든 가축들 중에서 개에 대해 특별한 혐오감을 갖고 묘사한다. 그래서 개는 더러움과 참담한 가난의 상징으로 사용한다. 또 여러 가지 나쁜 습성을 비유해 개를 등장 시킨다. 성경에서 나타난 개는 한마디로 탐욕의 동물이다. 개의 무절제한 욕심을 빗대 "게걸스러운 개들 그들은 만족할 줄 모른다"(이사 56,11) 면서 이스라엘의 부패한 지도자들을 비유하는 데 사용했다. 개들은 사람들이 남긴 음식을 먹는다. 그리고 토했던 것을 다시 먹기도 한다. 성경은 이런 특징을 죄의 반복성에 비유해서 설명한다. 사람이 한번 회개 했으면 다시는 죄를 짓지 말아야하는데 다시 짓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미련한 사람은 개가 토한 것을 도로 먹는 것 같이 미련한 행동을 반복한다고 꼬집고 있다(잠언 26, 11). 개들은 사람의 시체를 먹는다고 한다. 개의 이러한 특성은 사악한 왕조에 대한 저주에 사용되고 있다(1열왕 14,11). 성경에서 개와 돼지가 나란히 등장하는 경우도 많다. 유다인들이 불경한 동물로 생각한 돼지를 개와 동급으로 취급했는데, 사람을 개와 돼지에 비유하면 이는 엄청난 모욕이다. "거룩한 것을 개들에게 주지 말고, 너희 진주를 돼지들 앞에 던지지 마라. 그것들이 발로 그것을 짓밟고 돌아서서 너희를 물어뜯을지도 모른다"(마태오 7,6). 유다인들은 개나 돼지를 어리석고 혐오스러운 행동을 하는 부정한 짐승으로 여겼다. 성경에서 개를 이방인 상징으로 표현한 것은 특이할 만하다. 한때는 같은 민족이었던 유다인들이 사마리아 사람들을 개로 취급했다. 통일 왕국이었던 이스라엘이 솔로몬왕 시대 이후에 사마리아는 북왕국, 즉 이스라엘 왕국, 남쪽은 유다 왕국으로 분열됐다. 그런데 B.C.722년경 북쪽 이스라엘이 강대국인 앗시리아에 점령당했다. 그후 앗시리아는 사마리아에서 식민지정책 일환으로 잡혼을 실시했다. 그래서 유다인들은 사마리아지역 사람들을 이방인이라 부르게 됐고 순수한 혈통을 보존하지 못한 사마리아인들을 심지어 "개"라고 불렀다. 지금도 유다인들은 순수한 혈통을 보존하는데 큰 힘을 기울인다. 신약에서 사도 바오로는 "개들을 조심하십시오. 나쁜 일꾼들을 조심하십시오. 거짓된 할례를 주장하는 자들을 조심하십시오"(필리 3,2)라고 권고하고 있다. 여기서 개들은 신앙에 손해를 주는 모든 사람들이다. 이처럼 성경에서 개는 불결이나 멸시, 하찮음, 사탄, 위선, 이방인, 거짓 교사, 구원받지 못한 이의 비유로 사용됐다. 성경에서 이방인에 비유되고, 욕설에도 자주 등장하는 개는 그러나 충직하고 의리가 있는 동물이다. 주인의 목숨을 살린 충견 이야기도 여러 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개처럼 이중적 의미를 지닌 동물도 흔하지 않은 것 같다.cpbc2006.07.19
청주교구 시노드 남부지구 1차 열린마당 이모저모자유로운 의견 개진… 교구 쇄신 한마음 기원1. 청주교구 남부지구 시노드 1차 열린마당을 개막하며 교구장 장봉훈 주교가 지구 안팎 사제단, 신자들과 함께 교구 쇄신을 지향으로 기도를 바치고 있다. 2. 청주교구 남부지구 시노드 1차 열린마당 자유발표 시간 중 농촌공소와 노령화 문제 등을 집중 점검하는 한 신자.3. 청주교구 남부지구 시노드 1차 열린마당 자유발표 시간 중에는 공소 활성화와 노령화 사목대책, 선교 문제, 전례와 신심생활, 사회사목 방안 등이 집중 거론됐다. 올 연말까지 10개월에 걸쳐 이뤄질 시노드 의안 준비단계 첫 의견수렴의 장으로 마련된 이날 열린마당은 사목주제별 의견 발표와 자유로운 발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주제별 의견 발표는 지난해 10월 남부지구 7개 본당 신자 2505명에 대한 의견수렴 결과에 따라 선교, 신자재교육, 사회사목, 소공동체, 청소년사목, 전례와 신심 등 6개 사목분야별로 이뤄졌다. 자유로운 발표는 7개 본당 남녀 신자 22명이 앞서 열린 6개 사목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제각기 자유롭게 자신들과 관련된 사목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때론 발표주제와 관련없는 발언에 폭소가 터지기도 하고, 때론 의미심장한 발언에 장내 분위기가 진지해지기도 했지만 참석자들은 대부분 자유롭게 의견을 발표하고 그 의견에 귀 기울이며 교구 쇄신을 위해 한마음을 이뤘다. ○…가톨릭성가 146번 '임하소서 성령이여'를 부르며 시작된 이날 열린 마당은 곽동철(옥천본당 주임) 신부 말씀 봉독, 교구 기도문 및 시노드 한마음기도 봉헌, 지구 안팎 사제단 소개, 남부지구장 장병철(보은본당 주임) 신부 개회인사 등이 이어지며 따뜻한 환영 박수와 함께 개막. 장 신부는 이날 개회인사를 통해 "남부지구 시노드 1차 열린마당은 지난해 지구 의견수렴을 통해 나온 내용을 여섯개의 큰 사목주제별로 통합, 교구장님과 신자분들께 정리 보고하는 자리이자 교구가 반드시 개선하거나 꼭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되는 의견을 자유롭게 발표하는 자리"라고 그 의미를 설명. 장 신부는 이어 "준비과정에서 미흡한 점도 많았지만 신자들의 다양하고 신선한 의견을 접하며 신자들 잠재 역량과 영적 욕구를 발견하게 됨으로써 열린마당과 같은 자리가 시도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은총이라는 것을 개인적으로 많이 체험했다"고 첨언. ○…1차 열린마당 백미는 역시 지난해말 지구민 의견 수렴 결과 확인된 6개 사목주제별 의견을 발표하는 자리. 가장 많은 의견이 제시된 '선교' 분야 발제자로 나선 보은본당 구필회(미카엘)씨는 "남부지구는 해마다 인구가 감소하는 농촌지역으로 특히 노령인구가 20%에 이를 만큼 노령사회라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한 뒤 미신자 복음화 방향과 쉬는신자 대책을 집중 제시. 구씨는 바람직한 선교활동 방안으로 △연령ㆍ환경ㆍ성격ㆍ가치관에 따른 '맞춤형 선교' △지역사회 이웃과 함께 하는 '인격 선교' △바람직한 교회상과 신자들 삶을 통해 선교하는 '모범을 보이는 선교' △매스컴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매체 선교' △굳건한 믿음과 기도가 함께하는 '기도를 통한 선교' 등을 꼽았다. 이어 지구 신자들이 두번째로 많은 관심을 보인 전례와 신심 분야 발제에 나선 정진해(요셉, 학산본당)씨는 "전례에 대한 이해와 습득은 교회가 주도적으로 체계를 세워 끊임없이 신자재교육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지적한 뒤, 특별히 성체신심 활성화와 성가 토착화를 촉구했다. 신자재교육 분야 발제에 나선 서정철(베네딕토, 영동본당)씨는 평신도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재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요청했고, 사회사목분야 발제를 한 정태순(솔로몬, 옥천본당)씨는 사회사목 활동에 대한 전문적 교육과 시스템 구축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소공동체를 주제로 발제를 한 박봉욱(베드로, 청산본당)씨는 소공동체를 남녀, 직장, 청년 등 다양한 소공동체 모임으로 조직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청소년사목을 주제로 발표를 한 임복환(비오, 이원본당)씨는 교구 차원 청소년사목전문기구 설립과 청소년을 위한 행사와 연수, 모임 등의 다양화, 다채로운 교리 교육 프로그램 마련 등을 요청했다. ○…자유발표는 남부지구가 대부분 농촌지역이어선지 농촌지역 공소 활성화와 도농 연대에 초점이 우선 맞춰졌다. 도농본당간 자매결연의 교구 차원 추진(이재삼 라우렌시오, 보은본당)이나 도시본당 내 직거래장터 상설화(정근영 레오, 청산본당), 교구 공소사목부 신설 및 공소선교사 파견(우명환 아우구스티노, 황간본당), 농촌 공소를 2~3곳씩 묶어 사제가 상주하는 방안(이종성 바오로, 보은본당) 등이 제안됐다. 또 노령인구가 20%대인 농촌지역답게 어르신교리서 편찬사업이나 성가 토착화 문제도 집중 거론됐다. 「노인문답」을 현대화시킨 새 어르신교리서 편찬(이광재 헨리코, 학산본당), 어르신 대상 의료봉사 정례화(이명자 아녜스, 황간본당) 발언 등이 그 예다. 영적 욕구에 대한 갈증도 가감없이 표출됐다. 매일 「성경」 읽기 생활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 마련(김순옥 데레사, 옥천본당), 흥미를 유발하는 교리ㆍ영성교육 절실(이명자 아녜스, 황간본당) 등이 그런 취지 발표. 교구ㆍ본당ㆍ공소 부동산문제나 본당별 건축 관련 장기 종합계획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금수(빈첸시오, 옥천본당)씨는 지난 25년간 본당 부속건물 건축과 관련된 소요예산을 일일이 거론한 뒤 "본당별 건축 관련 마스터플랜을 세워 기금을 적립하고 건물을 신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곤(클레멘스, 황간본당)씨는 "농촌지역 공소 관할 부동산은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방치돼있다"고 지적했다. 곽래의(베드로, 이원본당)씨는 "불필요한 공소 관할 부동산은 팔아서 기금으로 적립하거나 필요한 땅을 구입해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주문했다. 이밖에 장애인을 배려하는 성당 신축 및 리모델링(최길수 로베르토, 학산본당), 상장례 예식 및 교육 관장 교구 부서 신설(현삼용 바오로, 보은본당), 남편이나 아버지학교 프로그램 신설(조미라 데레사, 영동본당), 사무장 순환 근무제 시행이나 사무장학교 신설(이재삼 라우렌시오, 보은본당) 등 의견도 나왔다. ○…이같은 의견 발표에 대해 장 주교는 "교구 역사상 첫 시노드, 첫 열린마당을 100주년을 맞는 옥천성당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섭리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다"며 "여섯 분의 주제발표와 자유의견 발표는 참으로 진솔하고 유익한 발표였다"고 총평. 장 주교는 이어 "교구 시노드를 통한 교구 쇄신과 변화, 발전은 기도로 뒷받침하고 좋은 말씀을 해주시며 적극 참여해주시는데 달려 있다"며 "앞으로 시노드를 통해 2000년대 복음화에 교회가 제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신자 공동체와 수도자, 성직자들께서 열심히 참여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cpbc2006.03.16
32-하늘의 영능, 카리스마성령의 영감에 귀 기울여라 프랑스 드골 대통령이 케네디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케네디 대통령, 당신은 세계에서 가장 큰 권세를 쥐고 있다. 당신 손에 있는 권세로 세계 역사와 운명이 좌우된다. 당신은 노련한 전문가인 수많은 보좌관을 데리고 있다. 만일 문제가 생기면 그 많은 보좌관이 제각기 자기의 전문적 지식을 당신에게 말할 것이고, 당신은 이 사람 저 사람 말에 다 귀를 기울이면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게 된다. 당신은 당신을 보좌하고 있는 사람들 말을 모두 다 경청해야 한다. 그러나 판단을 내려야 할 때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하느님 앞에 묵상하고 가슴 속에서 울려나오는 음성을 들어라." 만일 노무현 대통령이 이 조언을 자신을 위한 등불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나라 정치는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꼭 붙어야 할 단서가 있다. '하느님 앞에' 앉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혼자' 앉는 시간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혼자' 앉아서 궁리해낸 정책구상은 인간 지혜에 지나지 않지만 '하느님 앞에' 앉아서 얻어낸 판단은 하늘이 준 영험한 경륜이 되기 때문이다. 취임 초기에 노무현 대통령에게 김수환 추기경이 다시 신앙생활을 하라고 권고했다고 들었다. 필시 이 권고는 한 사람의 '쉬는신자' 노무현에게 한 권고가 아니라 국사(國事)를 책임 지고 있는 '대통령' 노무현에게 한 권고였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추기경 충언은 그대로 드골 대통령의 조언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백성의 소리를 듣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하늘의 소리를 경청하는 것이다. 부디 노무현 대통령이 위기의 시대에 국기(國紀)를 확립했던 이스라엘 국부(國父) 사무엘의 권고에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한다. "나도 너희를 위하여 기도하리라. 기도하지 않는 죄를 야훼께 짓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1사무 12,23).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다시 '하느님 앞에' 무릎을 꿇는 믿음을 회복하도록 기도해 줘야 한다. 중요한 판단을 내릴 때 전문가들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수학적이고 논리 정연하고 사회학적이며 통계적인 것들을 내놓는다. 이 모든 것을 무시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최종 판단을 내릴 때는 성령의 영감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어떤 사안이건 묵상하고 기도하는 중에 우리 영이 하느님 지혜와 하느님 지식과 하느님 판단을 얻어서 행하게 되면, 그것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이를 믿는 것이 우리 믿음이다. 성령께서 신앙인에게 주시는 영능(靈能)을 카리스마(charisma)라고 한다. 대표적 카리스마로서 전통적으로 '성령칠은'을 꼽는다. '성령칠은'이란 이사야서 11장 2~3절에 나오는 슬기ㆍ통달ㆍ의견ㆍ지식ㆍ굳셈ㆍ효경ㆍ두려워함 등을 일컫는다. 그런데 이들은 실제 내용에 있어서 고린토 1서에 제시된 아홉가지 은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잠깐 이들 9가지 은사에 대해서 알아보자. ─ 지혜의 말씀 은사: 이 은사는 상황 속에서 하느님 뜻을 잘 알아듣게 한다. 특히 위기에서 최선의 판단을 하게 한다. 솔로몬의 재판(1열왕 3,16-28 참조), 세금 문제에 관한 예수님의 답변(마태 22,21 참조) 등에서처럼 개인 혹은 단체들의 어려움이나 문제점에 대해서 실천적 해결점을 제시해 주는 은사이다. ─ 지식의 말씀 은사: 신앙 진리를 가르치거나 설명할 때 영감을 받아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말하게 하는 은사다(사도 2~3장 참조). 듣는 이의 수준을 고려해 설득력 있는 말씀을 전하게 하고, 성경을 잘 알아듣게 하고 진리를 깨닫게 한다. ─ 믿음 은사: 어떤 일이나 기도가 꼭 이뤄질 것이라는 내적 확신(출애 14,21~22 참조)을 말한다. 특히 전혀 희망이 없을 때에 가치와 능력을 드러내는 은사다. 이 은사는 우리가 확신을 갖고 기도하고 행동하도록 해주며 중재기도, 치유기도, 기적 등 밑거름이 되게 해준다. ─ 치유 은사: 이는 이웃의 질병이나 심리적ㆍ영성적 문제를 치유하는 능력,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마귀를 쫓아낼 수 있는 능력(사도 3,6~7; 9,34 참조)을 말한다. 영적 문제를 치유하는 고해성사와 영적 치유기도, 마음의 상처나 기억의 상처를 치유하는 상담과 내적 치유기도, 그리고 병을 치유하는 외적 치유기도, 또한 마귀를 쫓아내는 구마기도를 통해 이 은사를 발휘할 수 있다. ─ 기적 은사: 하느님 영광과 인간 유익을 위해 하느님 뜻에 따라 기적을 행하게 한다. '중대한 병의 치유' 같은 물리적 기적과 믿음과 정신의 '완전한 변화' 같은 윤리적 기적 등이 있다. ─ 예언 은사: '말씀의 은사'라고도 하며, 하느님이 어떤 개인이나 단체 또는 공동체에 전하려는 말씀을 받아 전할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다. 예언은 사람들을 영성적으로 깨우쳐 주고 잘못을 회개하게 하고 방향과 지침을 제공한다. ─ 식별 은사: 생각, 활동, 사건, 은사의 원인과 근원이 성령의 힘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의 힘인지를 구분하는 능력을 말한다. 영의 식별은 개인 뜻을 하느님 뜻에 일치하게 해주고 평화를 지켜주며, 영적 생활의 균형을 유지하게 한다. ─ 이상한 언어와 해석의 은사: 이는 영적 깨달음을 이상한 언어로 말하는 은사와 이상한 언어를 듣고 자국어로 해석해 주는 은사를 가리킨다. 이상한 언어의 은사는 하느님 말씀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 주며 다른 은사들을 유발한다. 또한 믿지 않는 이에게 하느님 능력을 보여주는 표지가 된다. 이냐시오 드 라타꾸이 대주교는 오늘에 역사(役事)하는 성령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성령이 아니 계시면 하느님은 멀리 계시고, 그리스도는 과거 인물에 불과하고, 복음은 죽은 문자에 불과하고, 교회는 한낱 조직에 불과하고… 전례는 한낱 과거의 회상일 뿐이고 그리스도교인 행위는 노예들의 윤리에 불과하다." 성령께서는 오늘 우리 안에서 우리를 도우신다. "여러분 안에 계셔서 여러분에게 당신의 뜻에 맞는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켜 주시고 그 일을 할 힘을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필립 2,13).cpbc2005.09.08
WUCWO 아시아 태평양지역 대회 참관기'여성 예언직' 진지하게 토론 가톨릭 여성 신자 150여명이 WUCWO(세계가톨릭여성연합회) 아세아 태평양 지역대회라는 역사적 모임을 위해 3일부터 5일간 태평양 바다의 작은 섬 피지에 모였다. 이 대회가 태평양 섬나라에서 개최된 것은 처음이여서 그 기쁨은 모인 사람들의 한결같은 미소에서 엿볼 수 있었다. 호수같이 평화로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회의 장소는 열대 화초로 아름답게 장식돼 있었고, 민속 예술품과 화려한 천으로 늘어뜨린 장식품들이 더욱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피지 가톨릭여성협의회는 WUCWO의 회원단체로 이번 대회를 주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모든 단체들과 이웃의 비회원국 가톨릭 여성들도 참관인 자격으로 초대했다. 참가국은 한국, 피지, 호주, 뉴질랜드, 파푸아 뉴기니, 필리핀, 통가, 동티모르, 키리바티, 솔로몬섬, 튜발류 등이었다. 이번 대회는 다양한 언어와 문화, 그리고 경험을 가진 가톨릭 여성들이 '아태지역 여성의 예언직', '여성에 대한 폭력, 여성의 인신매매, 그리고 교육'을 각각 주제와 부제로 연구 토의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장이었다. 첫날 수도 수바에 있는 성심주교좌성당에서 열린 개회미사에서는 참가자들이 민속 의상으로 축제 분위기를 돋구웠다. 또 그 보이스타운(bos's town)의 남성 성가대가 대회가 열리는 5일동안 아름다운 전례음악을 선사해주었다. 회의는 WUCWO의 마리아 유제니아 드 훼니쉬(Maria Eugenia de Pffenich) 회장이 '여성의 예언직'을 주제로 개회사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이날 잊을 수 없는 행사는 세계 회장을 여왕 의자에 앉히고 거행한 '여왕'에게 바치는 피지 특유의 환영예식이었다. 이 자리에서 사무총장과 아태지역 세계부회장 등 3명의 세계 운영위원과 한국 참가자들에게 참석해 준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회의는 강사들의 강연과 주제에 대한 활발한 그룹 토의로 이어졌다. 각 회원국 활동 보고에 이어 '성서 안의 여성'을 주제로 한 강의와 'fem TALK 89.2 FM'이라는 이동식 여성 지역 라디오 발족식으로 진행됐다. 폐회식에서는 모든 참가자들이 피지 회원들로부터 꽃목걸이를 받았으며,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5일간에 걸친 회의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음을 하느님께 감사하는 파견미사를 봉헌했다. 여기서 우리는 잠깐 동안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지금까지 거명한 나라들을 찾아보기 바란다. 이 얼마나 큰 특권이었는가. 그 다양하게 많은 여성들이 친교를 이루고 서로 말에 귀를 기울이며, 다른 이들에게서 배우고, 믿음과 기쁨, 슬픔과 공통된 어려움을 나누며 "지구적 사랑으로 평화와 일치, 그리고 전 세계 여성과 어린이들의 지위를 들어올리는" 큰 비전을 공유하며 함께 일한다는 것은! 오덕주(데레사) 한국가톨릭여성협의회 회장cpbc2004.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