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이방인에 비유된 개개, 신앙 거스르는 모든 것개는 성경에서 불결, 멸시, 위선, 이방인 등에 비유되지만 충직하고 의리가 있는 동물이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개는 우리 전통문화에서 인간과 가장 친한 동물로 충성스러움의 상징이다. 술에 취한 주인이 잔디밭에 쓰러져 자고 있는데 산불이 나 불길이 번지자 강물에 몸을 적셔 불을 끄고 주인을 구한 오수의 개 이야기는 개의 충성스러움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다. 최근 미국에서 주인을 구한 개가 '사마리안'상을 받았다는 외신이 있었다. 평소 당뇨병을 앓고 있던 주인이 의식을 잃고 갑자기 쓰러지자 휴대전화의 911 버튼을 눌러서 주인을 위기에서 구했다는 것이다. 9번 버튼을 누르면 911로 연결되도록 단축키를 설정해 놓고, 개에게 위급 상황 땐 이빨로 9번을 누르도록 훈련시켜 놓은 덕분이라고 한다. 이처럼 개는 지능이 상당히 높아 경비견, 수사견, 마약탐지견, 맹인안내견 등으로 활약하며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사람과 친숙한 동물인 개는 속담에도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욕설에도 많이 등장하고 부정적 의미로도 쓰인다. 우리가 하는 웬만한 욕설에는 개가 자주 거론된다. 개 입장에서 보면 "왜 우리만 갖고 그래…"하면서 불만을 토로 할 대목이다. 성경은 모든 가축들 중에서 개에 대해 특별한 혐오감을 갖고 묘사한다. 그래서 개는 더러움과 참담한 가난의 상징으로 사용한다. 또 여러 가지 나쁜 습성을 비유해 개를 등장 시킨다. 성경에서 나타난 개는 한마디로 탐욕의 동물이다. 개의 무절제한 욕심을 빗대 "게걸스러운 개들 그들은 만족할 줄 모른다"(이사 56,11) 면서 이스라엘의 부패한 지도자들을 비유하는 데 사용했다. 개들은 사람들이 남긴 음식을 먹는다. 그리고 토했던 것을 다시 먹기도 한다. 성경은 이런 특징을 죄의 반복성에 비유해서 설명한다. 사람이 한번 회개 했으면 다시는 죄를 짓지 말아야하는데 다시 짓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미련한 사람은 개가 토한 것을 도로 먹는 것 같이 미련한 행동을 반복한다고 꼬집고 있다(잠언 26, 11). 개들은 사람의 시체를 먹는다고 한다. 개의 이러한 특성은 사악한 왕조에 대한 저주에 사용되고 있다(1열왕 14,11). 성경에서 개와 돼지가 나란히 등장하는 경우도 많다. 유다인들이 불경한 동물로 생각한 돼지를 개와 동급으로 취급했는데, 사람을 개와 돼지에 비유하면 이는 엄청난 모욕이다. "거룩한 것을 개들에게 주지 말고, 너희 진주를 돼지들 앞에 던지지 마라. 그것들이 발로 그것을 짓밟고 돌아서서 너희를 물어뜯을지도 모른다"(마태오 7,6). 유다인들은 개나 돼지를 어리석고 혐오스러운 행동을 하는 부정한 짐승으로 여겼다. 성경에서 개를 이방인 상징으로 표현한 것은 특이할 만하다. 한때는 같은 민족이었던 유다인들이 사마리아 사람들을 개로 취급했다. 통일 왕국이었던 이스라엘이 솔로몬왕 시대 이후에 사마리아는 북왕국, 즉 이스라엘 왕국, 남쪽은 유다 왕국으로 분열됐다. 그런데 B.C.722년경 북쪽 이스라엘이 강대국인 앗시리아에 점령당했다. 그후 앗시리아는 사마리아에서 식민지정책 일환으로 잡혼을 실시했다. 그래서 유다인들은 사마리아지역 사람들을 이방인이라 부르게 됐고 순수한 혈통을 보존하지 못한 사마리아인들을 심지어 "개"라고 불렀다. 지금도 유다인들은 순수한 혈통을 보존하는데 큰 힘을 기울인다. 신약에서 사도 바오로는 "개들을 조심하십시오. 나쁜 일꾼들을 조심하십시오. 거짓된 할례를 주장하는 자들을 조심하십시오"(필리 3,2)라고 권고하고 있다. 여기서 개들은 신앙에 손해를 주는 모든 사람들이다. 이처럼 성경에서 개는 불결이나 멸시, 하찮음, 사탄, 위선, 이방인, 거짓 교사, 구원받지 못한 이의 비유로 사용됐다. 성경에서 이방인에 비유되고, 욕설에도 자주 등장하는 개는 그러나 충직하고 의리가 있는 동물이다. 주인의 목숨을 살린 충견 이야기도 여러 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개처럼 이중적 의미를 지닌 동물도 흔하지 않은 것 같다.cpbc2006.07.19

청주교구 시노드 남부지구 1차 열린마당 이모저모자유로운 의견 개진… 교구 쇄신 한마음 기원1. 청주교구 남부지구 시노드 1차 열린마당을 개막하며 교구장 장봉훈 주교가 지구 안팎 사제단, 신자들과 함께 교구 쇄신을 지향으로 기도를 바치고 있다. 2. 청주교구 남부지구 시노드 1차 열린마당 자유발표 시간 중 농촌공소와 노령화 문제 등을 집중 점검하는 한 신자.3. 청주교구 남부지구 시노드 1차 열린마당 자유발표 시간 중에는 공소 활성화와 노령화 사목대책, 선교 문제, 전례와 신심생활, 사회사목 방안 등이 집중 거론됐다. 올 연말까지 10개월에 걸쳐 이뤄질 시노드 의안 준비단계 첫 의견수렴의 장으로 마련된 이날 열린마당은 사목주제별 의견 발표와 자유로운 발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주제별 의견 발표는 지난해 10월 남부지구 7개 본당 신자 2505명에 대한 의견수렴 결과에 따라 선교, 신자재교육, 사회사목, 소공동체, 청소년사목, 전례와 신심 등 6개 사목분야별로 이뤄졌다. 자유로운 발표는 7개 본당 남녀 신자 22명이 앞서 열린 6개 사목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제각기 자유롭게 자신들과 관련된 사목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때론 발표주제와 관련없는 발언에 폭소가 터지기도 하고, 때론 의미심장한 발언에 장내 분위기가 진지해지기도 했지만 참석자들은 대부분 자유롭게 의견을 발표하고 그 의견에 귀 기울이며 교구 쇄신을 위해 한마음을 이뤘다. ○…가톨릭성가 146번 '임하소서 성령이여'를 부르며 시작된 이날 열린 마당은 곽동철(옥천본당 주임) 신부 말씀 봉독, 교구 기도문 및 시노드 한마음기도 봉헌, 지구 안팎 사제단 소개, 남부지구장 장병철(보은본당 주임) 신부 개회인사 등이 이어지며 따뜻한 환영 박수와 함께 개막. 장 신부는 이날 개회인사를 통해 "남부지구 시노드 1차 열린마당은 지난해 지구 의견수렴을 통해 나온 내용을 여섯개의 큰 사목주제별로 통합, 교구장님과 신자분들께 정리 보고하는 자리이자 교구가 반드시 개선하거나 꼭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되는 의견을 자유롭게 발표하는 자리"라고 그 의미를 설명. 장 신부는 이어 "준비과정에서 미흡한 점도 많았지만 신자들의 다양하고 신선한 의견을 접하며 신자들 잠재 역량과 영적 욕구를 발견하게 됨으로써 열린마당과 같은 자리가 시도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은총이라는 것을 개인적으로 많이 체험했다"고 첨언. ○…1차 열린마당 백미는 역시 지난해말 지구민 의견 수렴 결과 확인된 6개 사목주제별 의견을 발표하는 자리. 가장 많은 의견이 제시된 '선교' 분야 발제자로 나선 보은본당 구필회(미카엘)씨는 "남부지구는 해마다 인구가 감소하는 농촌지역으로 특히 노령인구가 20%에 이를 만큼 노령사회라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한 뒤 미신자 복음화 방향과 쉬는신자 대책을 집중 제시. 구씨는 바람직한 선교활동 방안으로 △연령ㆍ환경ㆍ성격ㆍ가치관에 따른 '맞춤형 선교' △지역사회 이웃과 함께 하는 '인격 선교' △바람직한 교회상과 신자들 삶을 통해 선교하는 '모범을 보이는 선교' △매스컴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매체 선교' △굳건한 믿음과 기도가 함께하는 '기도를 통한 선교' 등을 꼽았다. 이어 지구 신자들이 두번째로 많은 관심을 보인 전례와 신심 분야 발제에 나선 정진해(요셉, 학산본당)씨는 "전례에 대한 이해와 습득은 교회가 주도적으로 체계를 세워 끊임없이 신자재교육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지적한 뒤, 특별히 성체신심 활성화와 성가 토착화를 촉구했다. 신자재교육 분야 발제에 나선 서정철(베네딕토, 영동본당)씨는 평신도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재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요청했고, 사회사목분야 발제를 한 정태순(솔로몬, 옥천본당)씨는 사회사목 활동에 대한 전문적 교육과 시스템 구축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소공동체를 주제로 발제를 한 박봉욱(베드로, 청산본당)씨는 소공동체를 남녀, 직장, 청년 등 다양한 소공동체 모임으로 조직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청소년사목을 주제로 발표를 한 임복환(비오, 이원본당)씨는 교구 차원 청소년사목전문기구 설립과 청소년을 위한 행사와 연수, 모임 등의 다양화, 다채로운 교리 교육 프로그램 마련 등을 요청했다. ○…자유발표는 남부지구가 대부분 농촌지역이어선지 농촌지역 공소 활성화와 도농 연대에 초점이 우선 맞춰졌다. 도농본당간 자매결연의 교구 차원 추진(이재삼 라우렌시오, 보은본당)이나 도시본당 내 직거래장터 상설화(정근영 레오, 청산본당), 교구 공소사목부 신설 및 공소선교사 파견(우명환 아우구스티노, 황간본당), 농촌 공소를 2~3곳씩 묶어 사제가 상주하는 방안(이종성 바오로, 보은본당) 등이 제안됐다. 또 노령인구가 20%대인 농촌지역답게 어르신교리서 편찬사업이나 성가 토착화 문제도 집중 거론됐다. 「노인문답」을 현대화시킨 새 어르신교리서 편찬(이광재 헨리코, 학산본당), 어르신 대상 의료봉사 정례화(이명자 아녜스, 황간본당) 발언 등이 그 예다. 영적 욕구에 대한 갈증도 가감없이 표출됐다. 매일 「성경」 읽기 생활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 마련(김순옥 데레사, 옥천본당), 흥미를 유발하는 교리ㆍ영성교육 절실(이명자 아녜스, 황간본당) 등이 그런 취지 발표. 교구ㆍ본당ㆍ공소 부동산문제나 본당별 건축 관련 장기 종합계획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금수(빈첸시오, 옥천본당)씨는 지난 25년간 본당 부속건물 건축과 관련된 소요예산을 일일이 거론한 뒤 "본당별 건축 관련 마스터플랜을 세워 기금을 적립하고 건물을 신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곤(클레멘스, 황간본당)씨는 "농촌지역 공소 관할 부동산은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방치돼있다"고 지적했다. 곽래의(베드로, 이원본당)씨는 "불필요한 공소 관할 부동산은 팔아서 기금으로 적립하거나 필요한 땅을 구입해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주문했다. 이밖에 장애인을 배려하는 성당 신축 및 리모델링(최길수 로베르토, 학산본당), 상장례 예식 및 교육 관장 교구 부서 신설(현삼용 바오로, 보은본당), 남편이나 아버지학교 프로그램 신설(조미라 데레사, 영동본당), 사무장 순환 근무제 시행이나 사무장학교 신설(이재삼 라우렌시오, 보은본당) 등 의견도 나왔다. ○…이같은 의견 발표에 대해 장 주교는 "교구 역사상 첫 시노드, 첫 열린마당을 100주년을 맞는 옥천성당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섭리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다"며 "여섯 분의 주제발표와 자유의견 발표는 참으로 진솔하고 유익한 발표였다"고 총평. 장 주교는 이어 "교구 시노드를 통한 교구 쇄신과 변화, 발전은 기도로 뒷받침하고 좋은 말씀을 해주시며 적극 참여해주시는데 달려 있다"며 "앞으로 시노드를 통해 2000년대 복음화에 교회가 제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신자 공동체와 수도자, 성직자들께서 열심히 참여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cpbc2006.03.16
32-하늘의 영능, 카리스마성령의 영감에 귀 기울여라 프랑스 드골 대통령이 케네디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케네디 대통령, 당신은 세계에서 가장 큰 권세를 쥐고 있다. 당신 손에 있는 권세로 세계 역사와 운명이 좌우된다. 당신은 노련한 전문가인 수많은 보좌관을 데리고 있다. 만일 문제가 생기면 그 많은 보좌관이 제각기 자기의 전문적 지식을 당신에게 말할 것이고, 당신은 이 사람 저 사람 말에 다 귀를 기울이면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게 된다. 당신은 당신을 보좌하고 있는 사람들 말을 모두 다 경청해야 한다. 그러나 판단을 내려야 할 때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하느님 앞에 묵상하고 가슴 속에서 울려나오는 음성을 들어라." 만일 노무현 대통령이 이 조언을 자신을 위한 등불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나라 정치는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꼭 붙어야 할 단서가 있다. '하느님 앞에' 앉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혼자' 앉는 시간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혼자' 앉아서 궁리해낸 정책구상은 인간 지혜에 지나지 않지만 '하느님 앞에' 앉아서 얻어낸 판단은 하늘이 준 영험한 경륜이 되기 때문이다. 취임 초기에 노무현 대통령에게 김수환 추기경이 다시 신앙생활을 하라고 권고했다고 들었다. 필시 이 권고는 한 사람의 '쉬는신자' 노무현에게 한 권고가 아니라 국사(國事)를 책임 지고 있는 '대통령' 노무현에게 한 권고였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추기경 충언은 그대로 드골 대통령의 조언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백성의 소리를 듣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하늘의 소리를 경청하는 것이다. 부디 노무현 대통령이 위기의 시대에 국기(國紀)를 확립했던 이스라엘 국부(國父) 사무엘의 권고에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한다. "나도 너희를 위하여 기도하리라. 기도하지 않는 죄를 야훼께 짓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1사무 12,23).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다시 '하느님 앞에' 무릎을 꿇는 믿음을 회복하도록 기도해 줘야 한다. 중요한 판단을 내릴 때 전문가들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수학적이고 논리 정연하고 사회학적이며 통계적인 것들을 내놓는다. 이 모든 것을 무시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최종 판단을 내릴 때는 성령의 영감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어떤 사안이건 묵상하고 기도하는 중에 우리 영이 하느님 지혜와 하느님 지식과 하느님 판단을 얻어서 행하게 되면, 그것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이를 믿는 것이 우리 믿음이다. 성령께서 신앙인에게 주시는 영능(靈能)을 카리스마(charisma)라고 한다. 대표적 카리스마로서 전통적으로 '성령칠은'을 꼽는다. '성령칠은'이란 이사야서 11장 2~3절에 나오는 슬기ㆍ통달ㆍ의견ㆍ지식ㆍ굳셈ㆍ효경ㆍ두려워함 등을 일컫는다. 그런데 이들은 실제 내용에 있어서 고린토 1서에 제시된 아홉가지 은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잠깐 이들 9가지 은사에 대해서 알아보자. ─ 지혜의 말씀 은사: 이 은사는 상황 속에서 하느님 뜻을 잘 알아듣게 한다. 특히 위기에서 최선의 판단을 하게 한다. 솔로몬의 재판(1열왕 3,16-28 참조), 세금 문제에 관한 예수님의 답변(마태 22,21 참조) 등에서처럼 개인 혹은 단체들의 어려움이나 문제점에 대해서 실천적 해결점을 제시해 주는 은사이다. ─ 지식의 말씀 은사: 신앙 진리를 가르치거나 설명할 때 영감을 받아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말하게 하는 은사다(사도 2~3장 참조). 듣는 이의 수준을 고려해 설득력 있는 말씀을 전하게 하고, 성경을 잘 알아듣게 하고 진리를 깨닫게 한다. ─ 믿음 은사: 어떤 일이나 기도가 꼭 이뤄질 것이라는 내적 확신(출애 14,21~22 참조)을 말한다. 특히 전혀 희망이 없을 때에 가치와 능력을 드러내는 은사다. 이 은사는 우리가 확신을 갖고 기도하고 행동하도록 해주며 중재기도, 치유기도, 기적 등 밑거름이 되게 해준다. ─ 치유 은사: 이는 이웃의 질병이나 심리적ㆍ영성적 문제를 치유하는 능력,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마귀를 쫓아낼 수 있는 능력(사도 3,6~7; 9,34 참조)을 말한다. 영적 문제를 치유하는 고해성사와 영적 치유기도, 마음의 상처나 기억의 상처를 치유하는 상담과 내적 치유기도, 그리고 병을 치유하는 외적 치유기도, 또한 마귀를 쫓아내는 구마기도를 통해 이 은사를 발휘할 수 있다. ─ 기적 은사: 하느님 영광과 인간 유익을 위해 하느님 뜻에 따라 기적을 행하게 한다. '중대한 병의 치유' 같은 물리적 기적과 믿음과 정신의 '완전한 변화' 같은 윤리적 기적 등이 있다. ─ 예언 은사: '말씀의 은사'라고도 하며, 하느님이 어떤 개인이나 단체 또는 공동체에 전하려는 말씀을 받아 전할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다. 예언은 사람들을 영성적으로 깨우쳐 주고 잘못을 회개하게 하고 방향과 지침을 제공한다. ─ 식별 은사: 생각, 활동, 사건, 은사의 원인과 근원이 성령의 힘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의 힘인지를 구분하는 능력을 말한다. 영의 식별은 개인 뜻을 하느님 뜻에 일치하게 해주고 평화를 지켜주며, 영적 생활의 균형을 유지하게 한다. ─ 이상한 언어와 해석의 은사: 이는 영적 깨달음을 이상한 언어로 말하는 은사와 이상한 언어를 듣고 자국어로 해석해 주는 은사를 가리킨다. 이상한 언어의 은사는 하느님 말씀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 주며 다른 은사들을 유발한다. 또한 믿지 않는 이에게 하느님 능력을 보여주는 표지가 된다. 이냐시오 드 라타꾸이 대주교는 오늘에 역사(役事)하는 성령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성령이 아니 계시면 하느님은 멀리 계시고, 그리스도는 과거 인물에 불과하고, 복음은 죽은 문자에 불과하고, 교회는 한낱 조직에 불과하고… 전례는 한낱 과거의 회상일 뿐이고 그리스도교인 행위는 노예들의 윤리에 불과하다." 성령께서는 오늘 우리 안에서 우리를 도우신다. "여러분 안에 계셔서 여러분에게 당신의 뜻에 맞는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켜 주시고 그 일을 할 힘을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필립 2,13).cpbc2005.09.08

WUCWO 아시아 태평양지역 대회 참관기'여성 예언직' 진지하게 토론 가톨릭 여성 신자 150여명이 WUCWO(세계가톨릭여성연합회) 아세아 태평양 지역대회라는 역사적 모임을 위해 3일부터 5일간 태평양 바다의 작은 섬 피지에 모였다. 이 대회가 태평양 섬나라에서 개최된 것은 처음이여서 그 기쁨은 모인 사람들의 한결같은 미소에서 엿볼 수 있었다. 호수같이 평화로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회의 장소는 열대 화초로 아름답게 장식돼 있었고, 민속 예술품과 화려한 천으로 늘어뜨린 장식품들이 더욱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피지 가톨릭여성협의회는 WUCWO의 회원단체로 이번 대회를 주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모든 단체들과 이웃의 비회원국 가톨릭 여성들도 참관인 자격으로 초대했다. 참가국은 한국, 피지, 호주, 뉴질랜드, 파푸아 뉴기니, 필리핀, 통가, 동티모르, 키리바티, 솔로몬섬, 튜발류 등이었다. 이번 대회는 다양한 언어와 문화, 그리고 경험을 가진 가톨릭 여성들이 '아태지역 여성의 예언직', '여성에 대한 폭력, 여성의 인신매매, 그리고 교육'을 각각 주제와 부제로 연구 토의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장이었다. 첫날 수도 수바에 있는 성심주교좌성당에서 열린 개회미사에서는 참가자들이 민속 의상으로 축제 분위기를 돋구웠다. 또 그 보이스타운(bos's town)의 남성 성가대가 대회가 열리는 5일동안 아름다운 전례음악을 선사해주었다. 회의는 WUCWO의 마리아 유제니아 드 훼니쉬(Maria Eugenia de Pffenich) 회장이 '여성의 예언직'을 주제로 개회사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이날 잊을 수 없는 행사는 세계 회장을 여왕 의자에 앉히고 거행한 '여왕'에게 바치는 피지 특유의 환영예식이었다. 이 자리에서 사무총장과 아태지역 세계부회장 등 3명의 세계 운영위원과 한국 참가자들에게 참석해 준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회의는 강사들의 강연과 주제에 대한 활발한 그룹 토의로 이어졌다. 각 회원국 활동 보고에 이어 '성서 안의 여성'을 주제로 한 강의와 'fem TALK 89.2 FM'이라는 이동식 여성 지역 라디오 발족식으로 진행됐다. 폐회식에서는 모든 참가자들이 피지 회원들로부터 꽃목걸이를 받았으며,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5일간에 걸친 회의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음을 하느님께 감사하는 파견미사를 봉헌했다. 여기서 우리는 잠깐 동안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지금까지 거명한 나라들을 찾아보기 바란다. 이 얼마나 큰 특권이었는가. 그 다양하게 많은 여성들이 친교를 이루고 서로 말에 귀를 기울이며, 다른 이들에게서 배우고, 믿음과 기쁨, 슬픔과 공통된 어려움을 나누며 "지구적 사랑으로 평화와 일치, 그리고 전 세계 여성과 어린이들의 지위를 들어올리는" 큰 비전을 공유하며 함께 일한다는 것은! 오덕주(데레사) 한국가톨릭여성협의회 회장cpbc2004.05.27

"추위야 물렀거라! 스카우트 나가신다"명례방 스카우트, 연소 지도자 동계훈련 '솔로몬 캠프'명례방 스카우트 대원들이 지도자로부터 지도 읽기법을 배우고 있다. 강원도 횡성의 한 야영장. 이따끔씩 들리는 새소리가 오랜 적막을 깨뜨리곤 하는 외딴 이곳이 지난 1월말 청소년들의 우렁찬 함성으로 가득찼다. 명례방 스카우트(육성 단체장 이기우 신부)가 1월26일부터 6박7일간 마련한 연소 지도자 동계 훈련 '솔로몬 캠프'에는 중학생 대원 32명이 참가, 스카우트 활동에 필요한 설영(設營)작업, 나침반·지도 읽기, 밧줄 매듭법 등을 배우고 야간 하이킹, 개척물 제작, 국궁 등 전통놀이를 함께 하며 스카우트 대원만의 남다른 열정과 패기를 마음껏 발산했다. 훈련 첫날 이들을 맞이한 건 살을 에는 듯한 영하의 날씨와 초록색 풀 한포기조차 낯선 허허 들판뿐. 하지만 스카우트 대원들에겐 불가능이란 없다. 일주일간 이곳에 꽁꽁 묶여(?) 있을 암담한 생각에 입을 다물지 못하던 몇몇 대원들도 금세 다른 대원들과 힘을 모아 들판에 보금자리인 천막을 세우고 손수 밥도 지어 먹으며 하루하루 자립심을 키워 나갔다. 새까맣게 타버린 밥을 먹어도, 몇겹 이불로도 막을 수 없는 혹한 추위에도 웃을 수 있는 건 스카우트 대원이 아니면 경험해 볼 수 없는 특권에 대한 자부심이 때문이다. "밤에 너무 추워서 며칠 잠도 제대로 못잤지만 스카우트 대원으로서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어야죠. 집에 돌아가면 부모님을 위해 설거지며 빨래는 제가 다 할래요." (박아람, 아녜스, 중2) 훈련 기간 중 대원들의 협동심과 끈기가 가장 두드러진 때는 개척물 제작 시간. 8명씩 4개반으로 나뉜 대원들은 삼각·수직 망루, 세줄다리, 평행추문 중 배정된 해당 개척물을 완성하는 데 함께 힘을 모았다. 오후 2시경 만들기 시작한 개척물이 컴컴한 밤이 돼서야 완성됐지만 대원들은 힘든 기색없이 완성된 개척물을 보자마자 감격스런 환호성을 지르며 기쁨을 만끽했다. "훈련 기간에 배웠던 모든 내용들이 앞으로 스카우트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힘들었던 만큼 기억에 더 오래 남겠지요."(노성호, 세례자요한, 중3) *명례방 스카우트란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가 98년 빈민지역의 청소년들에게 자립심과 개척 정신을 길러주고자 창설했으며, 현재 푸른솔대·유토피아대(북부), 반딧불대(동부), 무지개대(서부), 꽃누리대(남부), 사랑손대(장애인 스카우트) 등 지구연합회 산하 6개 지역대로 구성돼 있다.cpbc2004.02.03
이달의 교계 잡지 ▨가톨릭 디다케='당신을 기다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설렘 △돌아봄 △쉼 △맞이함 등을 특집으로 싣고, '영화읽기'에서는 '선생 김봉두'를 소개했다.(서울대교구 교육국, 3500원) ▨경향잡지='원로를 찾아서'는 교회가 처한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데 헌신해온 신치구(베르나르도) 가톨릭신앙생활연구소장을 만났다. 최요안 선교사의 '연변에서 온 편지'는 중국 오지에서 열린 사제서품식 광경을 그렸다.(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800원) ▨내친구들=구약의 인물들을 만화로 만나는 '구약성서 이야기'의 이번호 주인공은 지혜의 왕 솔로몬이다. 김남철 신부가 연재하는 '알수록 재미있는 성화 이야기'는 엘 그레코가 그린 '오르가즈 백작의 장례'를 다뤘다.(다솜, 3000원) ▨레지오 마리애='이별'이 특집 주제. '내 인생의 레지오'는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양철화)와 '바쁜 일상 속에서'(김제중)를 실었다. 성 빈센트가 '가톨릭 인물 이야기'의 주인공.(한국 세나뚜스 협의회, 1800원) ▨들숨날숨='잠'을 특집으로 △잠으로의 초대 △예수님과 잠 △왜 밤에 잠을 잘까? △24시간 잠자지 않는 사회 △잠, 짧은 죽음 등을 게재했다. 이밖에 읽을거리로는 '열린 손이 주는 평온'(안셀름 그륀)과 '신화를 깨면 교육이 산다'(이관춘) 등이 있다.(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4500원) ▨성모기사='좋은 사람 좋은 만남'은 '사랑이 불타는 젊은이를 그려요'라는 제목으로 젊은이들에게 성체조배의 맛을 알리기 위해 애쓰는 이유경(마리안나)씨를 만나봤다. '지구촌 성지를 찾아서'가 찾아간 곳은 이탈리아 시라쿠사에 있는 눈물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이다.(성모기사회, 1000원) ▨사목='노인과 인권'이라는 주제로 △죽음으로 내몰리는 노인들 △우리나라 노인복지정책 현황 △2003년, 한국 노인이 선 자리에서 노인학대를 말한다 △노인을 위해서 본당은 무엇을 할 것인가 등을 싣고, '사목 인터뷰'는 차동엽 신부를 만나 평신도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들었다.(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3500원) ▨생활성서=위령성월을 맞아 11월호는 △연도의 역사와 현재 △체험기·연도와 나 △연도에 관한 아홉가지 궁금증 △진정한 일치의 기도가 되기를 등 '연도'로 특집을 꾸몄다. '현대 영성가 시리즈'는 가난한 영혼들의 동반자 헨리 나웬을 소개했다.(생활성서사, 3900원) ▨성서와 함께='죽음을 삼키고'가 특집 주제다. '경전과의 만남'(박용조)은 불교 핵심사상인 공(空)을 통한 하느님 이해를 다뤘다. '이콘 감상'(장긍선 신부)의 주제는 '11월의 성인'.(성서와 함께, 3000원) ▨소년='하느님은 나에게 어떤 선물을?'이라는 주제로 특집을 꾸몄다. '우리학교 최고'는 서울 금성초등학교 인라인 스케이트반을 탐방했으며, '이 한마디 살아있는 말씀'은 공자의 '네가 싫은 짓은 남에게도 하지 마라'에 담긴 뜻을 설명했다.(가톨릭출판사, 4000원) ▨야곱의 우물='표지인물'은 '하늘의 절반을 위해'라는 제목으로 여성사학자 신명숙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송봉모 신부의 '요한복음 산책'은 '행복한 주님의 도구, 세례자 요한'을 소개하고, '교회와 사회'는 돌팔매질할 자격이 없는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짚었다.(바오로딸, 2000원)cpbc2003.10.29

몬테 카시노, 수비아코1. 몬테 카시노 수도원 전경. 해발 519m 산정에 세워진 이 수도원은 가로 100m, 세로 200m의 웅장한 건물이다. 2.수비아코 수도원 성당은 예수 그리스도오의 생애와 성 베네딕토의 일생을 그린 테라스코 벽화로 장식돼 있다. 3.몬테 카시노 수도원 대성당 내부는 온통 금으로 치장돼 화려함이 눈부실 정도다. 평화신문 주최 제1기 유럽 수도원 순례단 19명이 2월20일부터 11박12일 일정으로 로마와 이탈리아, 알프스와 도나우강 일원의 수도원을 순례하고 귀국했다. 성염 주 교황청 한국대사의 환영을 받으며 바티칸 대성전을 시작으로 장도에 오른 순례단은 대자연과 하느님을 찬미하는 장엄한 수도원 전례, 그리고 순례자들에게 주머니까지 털어주는 수도자들의 겸손된 삶 속에서 모든 이의 모든 것으로 오시는 하느님을 바라볼 수 있었다. 평화신문은 6회에 걸쳐 유럽 수도원 순례기를 연재한다. 수도원을 방문한 이방인 순례자에게 한 노(老) 수사가 물었다. "곤 니찌와! 니혼진데스까?" "꼬레아노!" 단음절로 무뚝뚝하게 대답하자 노 수사는 미안한듯 "성베네딕도 왜관 수도원을 잘 안다"며 친밀감을 표했다. 그리고 나서 노 수사는 손짓과 함께 알아들을 수 없는 이탈리아어로 한참을 뭐라 말했다. 안내원이 아주 간단하게 통역해 주었다. "몬테 카시노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몬테 카시노(Monte Cassino). 어릴적부터 이 말만 들으면 묘한 환상에 잠기곤 했다. 유년시절 수도생활을 동경했던 내게 몬테 카시노는 유토피아 같은 존재였다. 검은 수도복을 입은 수도자들이 그레고리오 성가로 하느님을 찬미하면서 신비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수도생활에 대한 몽환적 최면에 걸리기에 충분했다. 몬테 카시노는 이탈리아 중부, 로마와 나폴리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 오전 10시30분에 아빠스가 집전하는 주일미사가 있다고 해서 새벽부터 서둘렀다. 로마에서 나폴리까지 뻗어있는 라티나 도로(Via Latina)로 2시간여를 달려가니 140km 지점에 '카시노'라고 큼지막하게 쓴 도로 표지판이 나왔다. 표지판을 따라 시 어귀로 접어들자 왼편에 우뚝 솟은 산정에 마치 중세 고성처럼 웅장한 수도원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해발 519m에 자리잡은 몬테 카시노 수도원이다. 몬테 카시노는 원래 라치오 지방 카시노시에 있는 산(Monte)이란 뜻이다. 평범한 이 산이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된 것은 성 베네딕토가 529년쯤 이곳에 수도원을 세우고, 수도생활의 이상과 목표를 제시한 <수도규칙>(Regula Benedicti)를 저술했기 때문이다. 성 베네딕토가 이곳에 정착했을 때는 그의 나이 50이 다 됐을 무렵이다. 베네딕토는 산 정상에 있는 아폴로 신전 자리에 수도원을 세우고 죽을 때까지 이곳에서 살았다. 성 베네딕토가 활동하던 시대는 게르만 민족의 계속된 침입으로 서로마 제국이 패망(476년)해 정치체제가 붕괴되고 윤리적으로 퇴폐의 길을 걷던 불안한 시기였다. 교회 역시 이교 민족의 계속된 침입으로 존립에 위협을 받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네딕토는 '순명' '겸손' '침묵'을 중시하면서 공동생활을 하며 '기도'와 '노동'을 하는 수도회를 창설했다. 노동은 노예와 같은 하층민들이나 하는 천한 일로 여겼던 시대였다. 당시 유럽인들의 일반적 사고와 생활방식에서 벗어난 베네딕토의 노동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고, 그가 설립한 수도회는 '중세 초기 암흑기'에 영적 중심지로서뿐 아니라 유럽 사회의 도덕과 윤리, 문화 중심지로도 자리잡았다. 전날 밤부터 하루 종일 내린 비 때문에 몬테 카시노는 산허리까지 안개로 덮여 있었다. 큰 글씨로 '팍스'(PAX-평화)라고 씌어 있는 수도원 정문 앞에는 우리보다 일찍 도착한 인도 수녀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화강석과 흰색 대리석으로 지어진 몬테 카시노 수도원은 그 크기가 가로 100m, 세로 200m가 되는 어머어마한 건물이다. 수도원을 비롯해 대성당, 성 베네딕토와 여동생인 성녀 스콜라스티카의 무덤, 박물관, 도서관, 문서보관소 등을 갖추고 있으며 방만 100개가 넘는다고 한다. 1066년에 주조됐다는 청동문을 열고 대성당으로 들어갔다. 제단과 천정은 금으로 화려하게 치장돼 있고, 벽과 바닥은 색색의 천연 대리석으로 장식돼 있다. 조명이라고는 제대 촛불뿐인데도 눈이 부실 정도다. 몬테 카시노 대수도원장 베르나르도 도노리오 아빠스를 비롯해 이곳에 살고 있는 20여명의 수도자들과 함께 주일미사를 봉헌했다. 수사들이 부르는 그레고리오 성가를 들으며 어릴적 몬테 카시노에 대한 몽환적 동경을 떠올렸다. 베르나르도 아빠스는 미사 후 한국 순례자들에게 서명한 상본을 하나씩 선물로 주면서 성지순례를 잘 할 수 있도록 축복해 주었다. 축복을 받은 후 다음 미사 시간 전까지 몬테 카시노 수도원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보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중앙 제대 밑에 있는 성 베네딕토와 성녀 스콜라스티카의 무덤에 모여 기도하고, 성당 곳곳에 있는 성화를 감상했다. 그리고 수도원 뜨락에 있는 하늘 높이 양팔을 뻗으며 임종했던 성 베네딕토의 동상을 보면서 "하느님께 자신의 죽음을 자신있게 내맡길 수 있는 사람은 참으로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빗줄기가 더욱 강해지자 서둘러 수비아코(Subiaco)로 향했다. 수비아코는 로마에서 동쪽으로 약 73km 떨어진 아니에네 강변에 위치한 해발 410m의 마을로 성 베네딕토가 수도생활을 시작한 곳이다. 이탈리아 중부 누르시아의 자유 시민 가정에서 출생한 베네딕토는 청년이 되어 로마로 유학을 떠났다. 문학에 심취했던 그는 도덕적으로 타락한 당시 로마에 회의를 느끼고 23살 무렵 이곳 수비아코 산중으로 들어와 가파른 절벽 중앙에 나 있는 동굴에 들어가 3년간 기도와 묵상으로 은수생활을 했다. 이 동굴을 '사크로 스페코'(Sacro Speco) 즉 '거룩한 동굴'이라고 부른다.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수비아코의 사크로 스페코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4시쯤. 벌써 어둑어둑해졌다. 울퉁불퉁한 바윗돌 사이로 나 있는 가파른 돌계단을 따라 몇 분을 올라가니 안개 속에 숨어있던 사크로 스페코 수도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절벽을 따라 올라가면서 지은 수도원 건물은 말 그대로 사크로 스페코였다. 벽화로 장식된 회랑을 지나 수도원 성당으로 들어갔다. 성당 안쪽에는 성 베네딕토가 기도하던 동굴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좁은 동굴 안에는 흰 대리석으로 조각한 청년 베네딕토상과 돌로 만든 십자가, 빵 바구니, 그리고 장궤틀 하나가 놓여 있다. 성당 내부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성 베네딕토의 일생을 그린 프레스코 벽화로 온통 장식돼 있다. 동굴 밖에는 베네딕토가 이곳에서 은수생활을 하던 중 육정을 이기기 위해 알몸으로 딩굴었던 장미 정원이 그대로 있다. 겨울이라 볼품없는 앙상한 줄기밖에 없는 장미 정원이지만 사크로 스페코보다 더 오래 머물게 발목을 잡았다. 베네딕토는 자신의 육정보다 세상의 화려함을 짓누르고자 알몸으로 장미밭에 뒹굴지 않았을까? 솔로몬의 영화보다 더 화려함을 자랑하던 들꽃들을 온몸으로 짓이기면서 세상과의 단절을 스스로에게 선언한 것은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한데 순례단 중 최고령자인 김만술(가타리나,70) 할머니가 손뼉을 치며 노래를 흥얼거리며 다가왔다. 조용히 하라는 표시로 검지 손가락을 입에 대며 왜 그렇게 즐거워하느냐고 묻자 "감사합니다. 여기서 천국을 보았습니다" 한다. 몬테 카시노(Monte Cassino). 성 베네딕토(480~547년경)가 마지막으로 정착해 <수도규칙>을 저술한 곳으로 성 베네딕도수도회의 요람이다. 베네딕토는 529년경 몬테 카시노 정상에 있던 로마 신전 자리 위에 수도원을 세워 이곳에서 지내면서 540년경 룗수도규칙룘을 저술한 후 정식으로 성 베네딕도회를 창설하고, 여동생 성녀 스콜라스티카와 함께 이곳에 묻혔다. 581년경 롬바르드족 침략으로 파괴된 후 약 140여년간 방치됐다가 717년 교황 그레고리오 2세(715~731)에 의해 복구. 이후 1349년 지진으로 다시 한번 파괴됐고, 교황 우르바노 5세(1362~1370)에 의해 1362년 재건립됐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 무렵 독일군이 로마와 나폴리 중간 지점에 있는 수도원을 점령해 요새화하자 로마 진출을 꾀하던 연합군의 융탄 폭격으로 초토화됐으나 전후 이탈리아 국민들이 낸 성금으로 재건립됐다. 교황 바오로 6세(1963~1978)는 1964년 10월24일 완공된 몬테 카시노 수도원을 방문해 축성하고, 성 베네딕토를 '유럽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했다. 한편, 몬테 카시노 수도원은 스테파노 9세(1057~1058), 빅톨 3세(1086~1087), 젤라시오 2세(1118~1119) 등 3명의 교황을 배출했다. 수비아코(Subiaco) 성 베네딕토가 처음으로 은수생활을 하던 곳. 수비아코는 네로 황제의 별장 '수블라궤움'(호수 아래)에서 유래한다. 베네딕토는 수비아코 뒷산에 있는 동굴에서 3년간 은수생활을 하고 이곳에서 12개의 수도원을 세웠다. 그러나 현재 남아 있는 수도원은 베네딕토 성인의 여동생 이름을 딴 스콜라스티카 수도원과 사크로 스페코 수도원뿐이다. 오늘날 수비아코 수도원을 모원으로 하는 수비아코 연합회는 성 베네딕도회 21개 연합회 중 가장 큰 연합회다. 성 베네딕토와 성녀 스콜라스티카 성 베네딕토(480년~547년경)와 성녀 스콜라스티카(480년~547년경)는 이란성 쌍둥이로 이탈리아 움브리아 지방의 누르시아에서 부유한 자유시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오빠인 베네딕토가 로마 유학을 접고 수비아코로 가서 3년간 은수생활을 할 때 동생 스콜라스티카도 오빠를 따라서 수비아코의 한 수도원에서 생활했다. 이후 몬테 카시노 수도원을 설립한 베네딕토는 수도원에서 약 8km 떨어진 피우마롤라에 수녀원을 설립하고 이곳을 동생 스콜라스티카에게 맡겼다. 이로써 베네딕토는 가톨릭 수도회의 아버지이자 성 베네딕도수도회의 창설자가 됐고, 스콜라스티카는 성 베네딕도수녀회 첫 수녀이자 원장이 됐다. 베네딕토와 스콜라스티카는 매년 한 차례씩 만나 영적 담화를 나누었는데 주로 스콜라스티카가 오빠를 찾아왔다고 한다. 스콜라스티카가 마지막으로 베네딕토를 방문했을 때 일이다. 성녀는 예년과 같이 오빠를 방문하였지만 수도원에 들어갈 수 없었기에 베네딕토가 몇몇 수사들을 데리고 나와 인근 어느 집에서 만났다. 그들은 늘 하던 대로 함께 기도하고 영적 대화를 나누었다. 밤이 되자 스콜라스티카는 오빠에게 다음날 아침까지 함께 있기를 간청했으나 베네딕토는 수도규칙에 충실해야 한다며 거절했다. 스콜라스티카가 이에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자 곧 세찬 비바람이 몰아쳐 베네딕토 일행이 한 발짝도 밖으로 나갈 수 없어 그대로 머물게 돼 밤새도록 영적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이 만남이 있은 지 3일 후 베네딕토는 여동생의 영혼이 육신을 떠나 비둘기 모양으로 승천하는 환시를 보고 스콜라스티카의 죽음을 알게 됐고, 동생 시신을 수도원으로 옮겨 자신을 위해 마련해 둔 무덤에 안장했다. 베네딕토도 얼마 안돼 선종, 동생 스콜라스티카가 묻혀 있던 자신의 무덤에 안장됐다. 성 베네딕토는 유럽 전체 수호성인으로, 성녀 스콜라스티카는 성 베네딕도수녀회 주보성녀로 공경받고 있다.cpbc2004.03.11

분열의 씨를 뿌린 솔로몬 솔로몬은 다윗이 부하 우리야를 죽이고 취한 바쎄바의 소생이었다. 야훼께서는 예언자 나단을 다윗에게 보내셨다. “예언자께서 어인 일이신지?” “다윗 임금님, 하느님께서 당신의 회개를 어여삐 보시고, 새로 얻은 아들을 축복해 주셨습니다. 이름을 ‘여디디아’로 지으십시오.” “여디디아요?” “하느님께서 사랑하는 아이라는 뜻입니다.” “아, 네….” 다윗도 솔로몬을 특히 사랑했다. 다윗에게는 왕자가 여러명 있어서 왕위 계승 문제가 조금 복잡했으나 예언자 나단, 사독 등의 도움으로 솔로몬이 왕위를 계승했다. 그때 나이 21세로 솔로몬은 이후 40년간 이스라엘을 통치했다. 그는 나라를 잘 다스려 지혜와 부귀의 왕으로 불렸으며 이스라엘 성전도 건축하여 이스라엘 왕국의 부흥을 누렸던 왕이었다. 그런데 부전자전으로 솔로몬도 호색가였다. 그는 수많은 외국 이방인 여인들과 사랑을 나누었다. 그는 하라오 왕의 딸뿐 아니라 모압 여인, 아몬 여인, 에돔 여인, 시돈 여인, 헷 여인 등 온갖 외국 여인들을 후궁으로 맞아들였다. 그런데 일찍이 야훼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외국인들과의 결혼을 금지하신 바 있다. “너희는 절대 외국 여인이나 외국 남자를 부인이나 남편으로 맞아들이지 말아라.” “왜요?” “그들은 반드시 너희 마음을 꾀어 그들의 신에게 너희를 유인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국경도 초월한다고 했던가, 솔로몬은 외국 여인들과 깊은 사랑에 빠졌던 것이다. 솔로몬은 무려 700명이나 되는 후궁을 거느렸고 그 외에 수청드는 여자만도 300명이나 되었다. 솔로몬은 주색의 구렁텅이에 빠지면서 판단력이 흐려졌고 진실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 “임금님, 우리 나라에서 믿고 모시는 신을 한번 섬겨보세요. 분명히 좋은 일만 있을 거예요….” “안된다. 우리 민족은 야훼 하느님만을 섬겨야 한다.” “아이,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니, 한번만 믿어 보세요.” 끈질긴 이방 여인들의 요청에 나이가 든 솔로몬은 판단력을 상실하게 된다. 젊은 시절엔 지혜의 왕이라 추앙받던 솔로몬이 늙어서는 천추의 한을 남기는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말았다. 솔로몬은 결국 시돈인의 여인 아스도렛을 섬겼고 암몬인들의 우상 밀곰을 숭배했다. 한 술 더 떠서 예루살렘 동편 산 위에 이방인의 신당을 건설했다. 솔로몬은 그 신당에서 제물을 바치고 분향을 드렸다. 또 솔로몬은 성전 왕궁을 건축하면서 백성들에게 강제 노역과 과중한 세금을 부과했던 터라 민심이 흉흉했다. 야훼 하느님께서 솔로몬에게 화가 많이 나셨다. “네 이놈, 너는 내가 그토록 신신당부했는데도 내 말을 헌신짝 버리듯 듣지 않았다. 너는 이제 끝장이다. 나라를 쪼개어 너의 신하에게 주겠다.” 결국 솔로몬의 적들이 반란을 일으켜 이스라엘은 남북으로 분열되는 길로 치닫게 된다. 이스라엘의 가장 전성기요, 가장 지혜로운 왕이었던 솔로몬 시대에 왕국의 분열이 시작되었음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솔로몬은 이스라엘 왕국의 중흥가요, 지혜의 왕이며 예루살렘 성전을 건축한 위대한 왕이라는 빛나는 영예를 차지하면서도 왕국 분열의 씨를 뿌린 장본인이란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사람은 성공하여 잘 나갈 때 오히려 더 조심하고 겸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능력과 장점이 오히려 자신을 망치는 걸림돌이 되어버린다. 솔로몬은 지나친 풍요와 성공을 누린 것이 오히려 그를 타락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인생에선 항상 겸손하고 감사한 마음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는 새삼스런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cpbc2001.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