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약함과 사랑을 통한 구원[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58) 나약하신 하느님 사도신경에서 하느님을 ‘전능하신’ 분으로 고백하기 때문에, ‘나약하신 하느님’은 적절치 못한 표현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신앙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힘에 대한 환상을 깨고 나약함에 대한 신앙의 통찰을 자기 것으로 할 필요가 있다. “나의 권능은 약한 자 안에서 완전히 드러난다.”(2코린 12,9) 필자가 사제수품 성구로 이 구절을 선택한 이유는, 자신의 약점을 깊이 인식하면서도 약함을 통해 강하게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권능을 깨달은 바오로 사도의 영적 통찰이 와 닿았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눈에 똑똑하고 힘 있는 사람이 아닌, 자신을 나약한 존재로 인정하는 사람을 통해 당신 일을 하신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최근 신학자들은 인간의 나약함(vulnerability)에 다시금 주목한다. 이 나약함이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새로운 이해와 새로운 윤리적 토대를 마련해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교황청 문화평의회, 「필요한 휴머니즘을 향하여」, 수원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23, 48-55 참조) 이에 따르면 나약함은 상처를 입었음이 아닌, 상처를 입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곧 상대에게 열려 있고 관심을 기울이며 심지어 상처 입을 위험까지도 감수하는 것이다. 착한 사마리아인(루카 10,29-37 참조)처럼, 강도를 만나 상처를 입고 초주검이 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다. 따라서 나약함은 불안정함이나 무력함보다는 민감함이나 포용력에 더 가깝다. 이 나약함이 인간을 서로 알아보게 하고 윤리적 삶을 가능케 하는 바탕이라고 보는 것이다. 착한 사마리아인은 나약함을 지니고 있었기에 상처 입은 이에게서 요청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타인의 처지를 자기 것으로 느낄 수 있었으며(‘가엾은 마음’),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도와 살릴 수 있었다. 착한 사마리아인은 상처 입은 아담을 위해 당신 자신의 생명을 아낌없이 내주신 예수님이시며, 아드님과 함께 사랑 자체이신 당신 존재를 인간에게 내주신 하느님 아버지시다. 이러한 의미에서 ‘나약하신 하느님’에 대해 다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느님은 나약하신 분이신가? 그렇다. 하느님 아버지의 나약함은 죄악으로 인해 고통받고 상처 입은 인간의 처지를 외면하지 않고, 몸소 인간이 되어 오심에서 나타난다. 당신 외아들 예수님에게서, 특히 그분의 ‘가엾은 마음’에서 아버지의 나약함이 나타난다. 나병 환자를 보고, 외아들을 잃은 과부를 보고, 목자 없이 길 잃은 양 떼 같은 군중을 보고 ‘가엾은 마음’이 드신 그분은 그들에게 다가가 고쳐주시고 살려주시고 먹여주셨다. 착한 사마리아인이신 예수님은 상처 입은 인류를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들어 인간을 살리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와 돌보고 보살피시며 정성을 기울이는 하느님이시다. 그렇다면 하느님께서는 전능하지 않으신가? 이제 우리는 나약함과 사랑에서 전능하시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죄와 악이 난무하는 세상을 무기력하게 보고만 있지 않고 구원하시는 분이시다. 그러나 힘이나 폭력이 아닌 나약함과 사랑을 통해 구원하신다. 당신 아드님의 나약함과 사랑을 통해 하느님 아버지는 죽음을 쳐 이기시고, 인간에게 불멸의 희망을 안겨주시며, 당신 자녀를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신다.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인 우리를 통해 그 일을 지속해 가신다. 오늘 우리가 진정한 그리스도인, 하느님의 자녀요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기 위해 이 나약함을 새롭게 인식하고 몸소 실천할 수 있기를 청해보면 어떨까. 한민택 신부cpbc2024.07.09
![[부음] 한국 교회와 사회 원로, 정의채 몬시뇰 하느님 곁으로](https://img.cpbc.co.kr/newsimg/upload/2023/12/28/qiI1703724349234.jpg)
[부음] 한국 교회와 사회 원로, 정의채 몬시뇰 하느님 곁으로 빈소는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 지하성당, 장례 미사는 30일 명동대성당에서 거행 한국 교회와 사회의 원로이자, 한국 교회 최고의 지성인 서울대교구 정의채 몬시뇰이 12월 27일 선종했다. 향년 98세. 1925년 평안북도 정주군에서 태어난 정 몬시뇰은 사제가 되기 위해 함경남도 원산의 덕원신학교를 다니던 중 6·25 전쟁을 맞았다. 전쟁 중 죽음의 문턱에서 그는 “한순간만이라도 신부 생활을 하다가 죽게 해 달라”고 기도하기도 했다. 정 몬시뇰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남한으로 내려왔고, 6·25 전쟁 직후인 1953년 8월 사제품을 받았다. 정 몬시뇰은 부산 초량본당과 서대신본당에서 보좌신부를 시작으로, 서울 불광동본당과 명동본당 주임으로 사목했다. 1961년 로마 우르바노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정 몬시뇰은 1974년까지 가톨릭대학 신학부(현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교수와 부학장, 대학원장을 지냈으며, 1988년에는 가톨릭대학 신학부 학장(당시 총장)을 역임했다. 또 1992년부터 2009년까지는 서강대 석좌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양성에 힘썼다. 1980년대 초 한국 교회 200주년 당시 정 몬시뇰은 200주년 사목회의 실무 총책임자를 맡아 한국 교회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고, 2005년에는 서울대교구 명동개발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돼 명동성당 개발의 당위성과 방향을 제시하며 명동 개발에 크게 이바지했다. 또 1991년 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를 창설해 생명 문화 정착에도 앞장섰다. 1990년에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특명으로 제8차 세계주교시노드(주교대의원회의) 정기총회에서 ‘가톨릭 종합대학 안에서의 신학생 양성’에 대해 특별강연을 했고, 1991년에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울대교구 정의채(서강대 석좌교수) 신부 사제수품 50주년 금경축 행사 후 김수환 추기경,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서울대교구 원로사목자 정의채 몬시뇰 미수연 겸 출판기념회에서 정 몬시뇰과 염수정 추기경, 이용훈 주교, 유수일 주교가 기념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정 몬시뇰은 2000년 가톨릭 사상사에서 한 획을 그은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우리말 번역을 비롯해 「형이상학」, 「존재의 근거 문제」, 「삶을 생각하며」, 「사상과 시대의 증언」, 「현재와 과거, 미래를 넘나드는 삶」, 「모든 것이 은혜였습니다」, 「철학의 위안」, 「중세 철학사」 등 수많은 저서를 남겼다. 정 몬시뇰은 “청소년 문제는 막연하게 걱정만 할 문제가 아니라 정밀 진단을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구체적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젊은이들에 대한 큰 애정을 드러냈고, 북한 인권을 비롯해 인권 문제에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역대 한국 대통령들에게도 정치와 경제, 사회 문제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정 몬시뇰은 1991년부터는 원로사목자의 길을 걸었고, 2005년 몬시뇰에 임명됐다. 정 몬시뇰은 올해 사제수품 70주년을 맞았다. 1925년 12월 27일생인 그는 공교롭게도 자신의 생일에 선종했다. 빈소는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 지하성당에 마련됐으며, 조문은 28일 오전 11시부터 가능하다. 장례 미사는 30일 오전 10시 명동대성당에서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와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봉헌된다. 장지는 서울대교구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 묘역이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도재진2023.12.28

「라자로 유흥식」 출간, 유 추기경의 생애와 묵상 담다교황청 국무원 코센티노 신부, 유 추기경 인터뷰 내용 엮어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라자로 유흥식 / F. 코센티노 신부 엮음 / 성연숙 옮김 / 바오로딸 “중학교 때 저는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학교에 다녔습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이름을 딴 대건중학교였는데, 이후 신부님은 제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 되셨습니다. 이 학교에서 저는 처음으로 천주교를 접했습니다. 사실 저희 집에는 천주교 신자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25쪽) 이후 16살에 세례를 받고 1979년 사제품을 받은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 얘기다. 유 추기경은 교황청립 라테라노대학교에서 교의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대전교구 대흥동주교좌본당 수석 보좌 신부, 솔뫼성지 피정의 집 관장, 대전교구 사목국장, 대전가톨릭대학교 총장 등을 역임한 뒤 2003년 주교서품을 받았다. 이후 2021년 6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임명, 대주교로 승품된 뒤 2022년 8월에는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유 추기경의 생애와 영성, 교회와 사제직에 대한 비전을 일목요연하게 담은 책이 한국어로 번역 출간됐다. 바로 「라자로 유흥식」. 교황청 국무원 소속인 프란체스코 코센티노 신부가 유 추기경을 인터뷰한 내용을 엮었다. 올해 초 이탈리아 성바오로 출판사에서 「라자로 유흥식 : 동쪽에서 번개가 치듯이」(Lazzaro You Heung-sik: Come la folgore viene da Oriente)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책은 ‘우리 시대의 증인들’ 총서에 속한다. 책은 크게 5장으로 나뉜다. 1~2장은 유 추기경의 개인적인 회고를, 3~5장은 사제 양성, 사제직, 주교직에 관해 다루고 있다. 유 추기경의 어린 시절과 사제 성소, 유학 시절의 이야기는 물론 일상에서 만나는 하느님의 손길과 그에 응답하는 길을 소개한다. 또 추기경의 영적 통찰과 사목적 성찰을 통해 시노드 여정을 걷고 있는 교회가 나아갈 길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코센티노 신부가 질문하고 유 추기경이 대답하는 형식이라 쉽게 읽힌다. “이 모든 것은 무엇보다 먼저 하느님과 내적으로 친밀할 때 가능합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은 우리를 이기주의나 자기 안에 갇히는 경향, 또는 맡은 직무로 인해 지나치게 비대해진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이라는 위험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해주십니다. (중략) 우리는 삶의 중심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그 중심은 바로 예수님입니다. 그분이 복음에서 말씀하시듯, 우리가 그분을 중심에 두면 나머지는 넘칠 만큼 곁들여 받게 될 것입니다.”(113쪽) 끝 부분에는 ‘오늘날의 교회에 관한 열 가지 열린 질문’도 실었다. 특히 젊은이들이 신앙과 교회를 멀리하는 이유, 교회가 얼마나 평신도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들에게 공간을 내어주고 있는지, 교회 내 여성의 역할과 참여, 남북한 관계 및 아시아 교회가 서방 교회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등 교회와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안에 대한 유 추기경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추천 글에서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님의 이야기, 일화들, 그리고 묵상을 통해 동양에 있는 교회의 목소리를 전하는 이 책을 소개하게 되어 기쁘다”며 “라자로 추기경님은 이 책에서 자전적이면서도 영적이고 사목적인 성찰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과 복음의 증인들을 접하는 가운데 탄생한 신앙을 이야기하며, 평신도들에게서 비롯된 젊고 진취적인 교회, 상처받은 이들을 사랑과 연민으로 돌보는 교회의 모습을 소개한다”고 전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윤하정2023.06.19

회개와 절제로 그리스도의 부활 준비합시다사순 시기 읽을 만한 책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고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 시기다. 일상에서 회개와 보속, 절제와 희생의 삶을 되새길 수 있는 책들을 골라봤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창조론 / 베네딕토 16세 / 조한규 신부 옮김 / 가톨릭대학교출판부 “성경의 모든 것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일까요? 실제로 어떤 신학자는 얼마 전에 창조라는 것이 이제는 비현실적 개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간의 지성을 생각했을 때 이제는 더 이상 창조에 관해서 말해서는 안 되고, 대신 돌연변이나 자연 선택에 관해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성경의 말씀들은 과연 참된 것일까요?”(33쪽)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독일 뮌헨-프라이징대교구장이던 1981년 뮌헨 주교좌 성모대성당에서 행한 네 번의 사순 특강이 책으로 엮여 번역·출간됐다. 1996년 출간 당시 독일어 원제는 「Im Anfang schuf Gott: Vier Predigten ber Schpfung, Fall und Konsequenzen des Schpfungsglaubens(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창조하셨다: 창조와 타락에 관한 네 개의 강론과 창조 신앙의 결론)」으로, 이번에 국내에서는 「교황 베네딕토 16세 창조론: 창조와 타락에 관한 네 개의 사순 특강」으로 소개되었다. 저자는 1980년대 이미 교회 내에서 창조 신앙에 대한 논의와 관심이 사라지고 있고, 교회 밖에서는 자연과학적 사고방식의 영향으로 전통적 창조 교리가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무로부터의 창조’(creatio ex nihilo)라는 교리는 세계가 영원한 과거로부터 존재해온 것이 아니라 과거의 특정한 시점에 생성되었고, 그 생성도 ‘무’(無)로부터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이 받아들인 창조 개념이고, 그리스 철학을 비롯해 그 당시 어떤 문화권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설명이다. 또한 그리스도교는 ‘지속적인 창조’(creatio continua), 즉 하느님께서 창조 이후에도, 지금도 계속해서 창조적 힘을 유지하고 계신다는 의미다. 저자는 그리스도교 신학 내에서 창조에 관한 문제가 더 관심을 받고, 이를 통해 그리스도교 신학과 신앙의 발전을 기대하며 △창조주이신 하느님 △성경의 창조 이야기가 주는 의미 △인간의 창조 △죄와 구원 △창조 신앙의 결론 등 5개 장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말씀처럼, 사랑을 배우다 / 송성호·강은형 / 리북 「말씀처럼, 사랑을 배우다」는 꼰솔라따 선교수도회의 한국 첫 평신도 선교사인 송성호(토마스 데 아퀴노)·강은형(로사) 부부의 아프리카 선교 에세이다. 가톨릭대학생회에서 만나 3년 연애 후 결혼한 이들은 아이들을 낳고, 각자 사회생활을 하고, 성당에 다니던 보통의 부부였다. 어느덧 은퇴기를 맞은 부부는 아프리카 탄자니아로 떠나 만 3년을 살았다. 해외 선교를 통해 새로운 삶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부부는 낯선 곳에서 험한 바람과 출렁이는 파도를 만났지만, 그 안에서도 엄마 등에 업혀 잠든 아기처럼 깊은 평화와 감사, 충만함을 느꼈다. 낯선 길을 기꺼이 나섰을 때만 볼 수 있는 새로운 풍경의 아름다움과 비우고 맡기니 오히려 풍성하게 차오름을 경험했다. 이 책은 ‘왜 가게 되었는가?’를 시작으로 초기의 당혹감과 좌절이 왜 일어났고 어떻게 극복했는지, 선교사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등 선교사로서 부부의 생생한 체험, 신앙과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그저 부르심을 받았고, 파견되었으며, 가서 살았다. 우리의 삶 안에 진정한 사랑이 있었다면 몇 알의 씨앗이 심겨져 자라고 있을 테고, 그렇지 않았다면 헛일을 한 셈이다. (중략)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것이라도 하느님께는 가능하다.’(루카 18,27) 그러니 우리가 초보 선교사로서 소임을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은 성령의 인도와 도우심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 고백한다. 만약 한국의 익숙한 환경에서만 살았다면 우리가 어떤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문화적 배경으로 오늘의 ‘나’가 되었는지 의식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도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교만함은 아마 죽을 때까지도 깨닫지 못하고 지속되었을지도 모른다. 이 또한 하느님의 은총이다.”(‘에필로그’ 중에서)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 이소연 / 돌고래 “새 옷에 만족하는 유효기간은 턱없이 짧았다. 어쩌면 옷이 많을수록 더 화가 났는지도 모른다. 옷이 이렇게 많은데 입을 옷은 없다니? 쇼핑은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으로 내 삶을 고립시켰다.”(27쪽)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는 기쁘나 슬프나 옷을 사다, 2019년부터 새 옷을 사지 않는 ‘제로웨이스트 의생활’을 실천하며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코리아에서도 활동 중인 저자의 기록이다. 개인의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패션이라는 명분하에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착취적 현실을 탐구하고 고발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옷은 해마다 1000억 벌 이상 만들어지고 330억 벌씩 버려진다.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산업용수 폐수 중 20%가 직류 처리와 염색 과정에서 발생한다. 패딩 점퍼 생산에 동원되는 오리는 생후 10주부터 평생 동안 가슴 털을 뽑히다가 죽음을 맞는다. 저자는 옷의 생산·유통·폐기 등 패션업계 안팎의 현실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우리의 의생활을 낱낱이 고하며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실천 방법을 본인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안내한다. 멋을 내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옷을 사고 싶을 땐 중고품부터 찾아보고, 유행은 돌고 보니 부모님 옷장도 살펴보고, 옷을 눈에 보이게 잘 정리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며, 무엇보다 자신의 취향을 분석하는 과정이 선행될 것을 강조한다. 나는 소고기입니다 / 김주연 글 · 강혜원 그림 / 씨드북 손질된 고기를 먹으면서 그 고기를 내어준 동물이 한때는 생명을 가진 존재였음을 인식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소고기입니다」는 한 소가 태어나 고기가 되어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따뜻한 그림과 함께 따라가 보는 책이다. 세상을 향한 호기심과 반가움, 두려움 등 소의 담담한 목소리와 소의 시선에 비친 풍경을 통해 농장 동물의 짧은 삶을 함께 체험해 볼 수 있다. 채식을 하자거나 모든 소를 자연 방목하여 키우자는 얘기는 아니다. 그저 고기 요리가 어떤 생명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한 번쯤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또 원래부터 고기였던 것이 아니라 숨 쉬던 생명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식탁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도 달라지지 않을까.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윤하정2024.02.22

깊어가는 가을, 새로워진 cpbc 라디오와 함께!cpbc 라디오 가을 프로그램 개편, 30일부터 새 프로그램 등 편성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가 가을을 맞아 30일부터 새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기존 프로그램도 청취자들과 더욱 호흡하는 분위기로 개편한다. 신설 프로그램들은 청취자들에게 새로움과 풍성함을 전하고, 기존 프로그램들은 가톨릭교회의 가치와 삶의 지향이 맞닿은 이들과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를 좋아하는 모든 청취자들에게 라디오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을 선사할 예정이다. 새 얼굴이 함께합니다 오석준 신부의 생명은 사랑입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나눈 모든 것은 사랑에서 시작된다.” 세상 모든 생명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생명운동 방법을 생각해보는 시간. 청취자들과 처음 만나게 될 새 진행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 신부와 생명의 가치를 드높이자. 방송시간 : 일 14:00~15:00 오수진의 행복을 여는 아침 맑은 날씨만큼이나 출근길 마음까지 맑다면 얼마나 좋을까? 날씨 요정 오수진(아가다) 기상캐스터가 당신의 아침 기분을 책임지기 위해 프로그램 진행을 맡는다. 14년 동안 맑고 깨끗한 이미지로 날씨를 전하며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오수진 기상캐스터와 따뜻한 공감, 신나는 음악으로 하루를 버틸 에너지를 채워보자. 방송시간 : 월~토 07:00~09:00 신부님 신부님 우리 신부님 ‘중세 라이브’ 시리즈로 통통 튀는 유쾌한 매력을 선보였던 이영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신부가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신신우신’의 새로운 DJ로 청취자들을 만난다. 일상에 활력을 더하는 진행과 선곡,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소통을 통해 지치기 쉬운 나른한 점심시간에 에너지를 나눠준다. 방송시간 : 월~금 12:15~14:00 새롭게 시작합니다 당신을 위한 BGM 매일 저녁 9시 일과를 마치고 쉼이 필요한 시간, 다양한 장르의 귀에 익은 음악으로 하루를 정리하는 편안한 시간을 마련한다. ‘당신을 위한 BGM’과 함께하는 음악을 통해 당신만을 위한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방송시간 : 월~일 21:02~22:00 이주의 책 주말을 마무리하면서 한 주를 시작하는 주일에 만나는 ‘이주의 책’. 영성 서적, 일반 서적 출판사ㆍ작가와 함께 책을 소개하고, 책 속에서 삶의 지침을 찾아 나간다. 주일 아침 8시를 ‘이주의 책’과 함께 마음의 양식과 신앙을 채우는 시간으로 꾸며보자. 방송시간 : 일 08:00~09:00 이한석 신부의 성경약방 그 어떤 것도 대체할 수 없는 신앙의 치유제 성경! 가톨릭대 종교학과를 담당하고 있는 이한석 신부가 구약을 쉽게 해설하고, 하느님 뜻 안에서 진리를 찾을 수 있도록 눈높이 성경 처방에 나선다. 방송시간 : 일 13:00~14:00 시간대를 옮겼습니다 그대에게 평화를 지승신입니다 일상에 지쳐 사랑과 위로받고 싶은 이들, 주님 품에 의지하고 싶은 이들을 생활성가와 이야기가 있는 자리로 초대한다. 매일 아침 6시로 시간대를 옮긴 ‘그대에게 평화를 지승신입니다’와 함께 씩씩한 아침을 열어보자. 방송시간 : 월~일 06:03~06:50 황우창의 음악정원 가을을 맞아 ‘황우창의 음악정원’이 조금 더 일찍, 저녁 7시에 찾아간다. 친숙하고 편안한 팝 음악이 청취자들의 퇴근길을 휴식시간을 탈바꿈시키고, 대중문화 관련 교양과 정보들도 알아보는 유익한 시간으로 꾸며준다. 방송시간 : 월~금 19:00~21:00 변함없이 함께합니다 참 좋은 오늘, 은빛수녀입니다 바쁜 출근길을 마무리하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하루를 시작하는 9시. ‘은빛수녀’ 김용은(살레시오 수녀회) 수녀의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통해 매일 따뜻한 아침을 맞이해보자. 세대를 초월해 편안히 즐길 가요와 다양한 장르의 음악, 그리고 ‘은빛수녀’의 포근한 목소리로 힐링을 선사한다. 방송시간 : 월~일 09:00~10:00 2시N 뮤직 김형중입니다 지치고 힘든 일상 속에서 편안한 시간을 선물한다. 한낮에 어울리는 밝고 따뜻한 분위기, 그리고 DJ 김형중의 ‘꿀보이스’를 토요일에도 만날 수 있게 됐다. DJ김형중과 함께 편안한 이야기와 음악으로 마음을 부드럽게 위로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방송시간 : 월~토 14:00~16:00 음악이 있는 저녁풍경 김빛나입니다 해가 완전히 저물기 전 오후 5시를 책임지는 ‘음저풍’이 토요일에도 찾아온다. ‘음저풍’이 전하는 편안한 음악과 이야기를 통해 활기 있는 저녁 풍경을 꾸밀 시간이다. 방송시간 : 월~토 17:00~18:00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정신없던 출근 시간을 지나 다시금 유쾌함을 되찾고 싶은 시간 아침 10시! 기나긴 하루를 마치고 나만을 위한 평온함을 찾고 싶은 시간 밤 10시!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이 하루 두 번 클래식의 아름다움 선율과 편안한 해설, 즐거운 소통으로 유쾌한 시간을 선사한다. 아침에도 밤에도 10시엔 ‘유클’! 방송시간 : 월~토 10:00~12:00 (재) 22:00~24:00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장현민2023.10.24

한국 천주교회 성인들의 이야기, 소설로 새롭게 만나다 김대건 신부(왼쪽)와 최양업 신부 동상. 순교로 신앙을 증명한 초기 한국 천주교회 성인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엮은 소설이 나란히 출간됐다. 길이 된 세 청년/ 김문태 지음 / 바오로딸 대건이 선창했다. “천주님을 위해 한날한시에 죽기를 각오한다!” 방제와 양업이 눈을 마주한 뒤 한목소리로 되뇌었다. “천주님을 위해 한날한시에 죽기로 각오한다!” 셋은 둥그렇게 서서 진정으로 한 형제가 된 기쁨을 나누었다. 모진 고난을 함께 넘으며 쌓은 우정이었다. 태풍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단단한 우애였다. (235쪽) 「길이 된 세 청년」은 우리나라 최초의 신학생인 김대건, 최양업, 최방제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지난 2012년 출간된 「세 신학생 이야기」의 개정판으로, 부르심에 응답하고 신학 공부를 하러 떠나는 험난한 마카오 유학길, 신학생으로서의 다짐과 우정, 믿음의 길을 담고 있다. 이야기는 초기 한국 천주교회 박해를 피해 생활했던 그들의 삶의 자리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신부가 되지 않겠느냐’는 부르심 앞에서 소설이 그린 세 청년의 처지는 사뭇 다르다. 그들의 마음을 뜨겁게 움직인 지향도 저마다 다른 빛깔이다. 기쁨과 감사의 사이를 비집고 유혹과 갈등, 절망으로 이끄는 슬픔도 계속 찾아온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을 수 있었던 희망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김문태(힐라리오) 작가는 “선도자로 나선 그들은 마침내 기꺼이 생명을 바쳐, 하느님을 모르던 이들과 하느님을 따르고자 하는 이들을 이끄는 길이 되었으나 그들 역시 우리처럼 두려움에 떨며, 자신의 약함을 뼈저리게 느낄 때도 많았을 것”이라며 “이 책을 읽는 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그들처럼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키워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책은 저자의 문학적 표현과 묘사를 통해 아름다운 우리말의 정취를 더했고, 현재 자주 사용하지 않는 표현은 괄호에 설명을 달아 운치를 잃지 않으면서도 이해도를 높였다. 구산의 별꽃/ 김관숙 지음 / 성바오로출판사 “백 번 천 번을 물어도 내 대답은 한결같소. 나는 살아도 천주교인으로 살고, 죽어도 천주교인으로 죽을 것이오.” 「구산의 별꽃」은 김성우(안토니오, 1795~1841) 성인과 그 일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순교 소설이다. 김성우 성인은 1984년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을 기념해 방한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시성된 한국 103위 성인 중 한 분이다. 경기도 광주 구산마을에서 삼형제 중 맏이로 태어난 성인은 천주교를 접한 뒤 바로 입교하여 열렬한 신앙으로 친척과 이웃에게 전교하며 마을을 교우촌으로 만들었다. 서울로 이주한 뒤 중국인 유방제 신부에게 회장으로 임명받고, 자신의 집을 공소로 고쳐 신자들을 돌보며 신부를 보필하다 1839년 기해박해가 일어나 이듬해 체포됐다. 15개월 옥살이 끝에 1841년 4월 29일 41세의 나이로 포청에서 교수형을 받고 순교했다. 목숨으로 신앙을 증거한 순교 성인은 추앙받아 마땅하지만, 박해시기에 밀고의 위험 속에서 사는 하루하루는 어떤 삶이었을까? 김관숙(크리스티나) 작가는 몇 줄 설명에 불과한 자료에 살을 붙이고 재창조한 인물들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독자들을 인정 넘치고 살기 좋다는, 만민이 평등한 구산마을로 안내한다. 김 작가는 “이 소설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이미지가 민들레 씨앗이 빛살처럼 허공에 부서지는 정경이었다”며 “민들레 씨앗은 생명력이 강한 식물로, 밟아도 밟아도 어디선가 다시 피어나는 번식력은 조선 시대의 순교자 이미지와 닮았다”고 말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윤하정2023.04.07

“어떤 사제를 양성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목표”「한국 천주교 사제 양성 지침」 개정…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우리 상황 맞는 양성 고민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13~16일 열린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 28년 만에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개정안)가 승인됐다. 아직 사도좌 인준 절차가 남았지만, 크게 시일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개정안 승인은 1995년 사목 지침서가 한국 교회 지역법으로 제정된 이후 교회의 사목 현실에 변화가 생기자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대한 응답이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총회 후 기자회견을 통해 “사목 지침서는 발간된 지 20년이 훌쩍 지났고 용어도 새롭게 변했다”며 “특히 오늘날은 문화 사목의 시대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맞춰 대폭 수정했다”고 말했다. 「한국 천주교 사제 양성 지침」(개정안)과 관련해서는 “양적인 사제 성소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제를 양성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최대한 보편 교회의 정신을 존중하면서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영적, 지적 양성에 대한 지침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또 총회에서는 올해 한국 교회 차원의 사회적 약자를 ‘학교 밖 청소년 노동자’로 선정하고, 사목적으로 이들을 더욱 배려하기로 했다. 이 주교는 “실제로 청소년의 노동 현장은 매우 취약하다”며 “임금 문제뿐 아니라 욕설과 인신공격 등 인격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학교 밖 청소년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토론회도 개최한 바 있다. 생계를 위해 노동 시장에 뛰어든 학교 밖 청소년들의 불합리한 노동 환경을 지적하며, 정규 교육 과정에서의 이탈로 취업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교회 차원에서 돕고자 마련한 자리였다. 이 주교는 “토론회 결과 보고서를 각 교구 주교님들께 보내올 한 해 동안 교구 내에서 학교 밖 청소년 노동자를 위한 교회의 역할을 고민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총회에서는 지난해 1월 18일 출범한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를 전국 사도직 단체로 인준하고 회칙을 승인했다. 기존의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 시그니스 서울, 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가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로 통합됨에 따라,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의 전국 사도직 단체 인준을 취소했다. 오는 10월 4~29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에는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한국 대표로 참석하기로 했다. 교체 대표로는 부산교구장 손삼석 주교를 선출했다. 아울러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를 위해 각 교구가 교구장 주교 재량에 따라 5월 31일 ‘성모 기도의 날’ 행사를 하기로 했다. 이는 교황청 주교대의원회 사무처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이자 성모 성월의 마지막 날에 성모 기도의 날을 거행해 줄 것을 각국 주교회의에 요청한 것에 따른 것이다. 오는 8월 1~6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YD) 기간 중 3일 동안 진행될 교리교육 담당 주교로는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종강 주교, 해외선교·교포사목위원회 위원장 한정현 주교, 교리주교위원회 위원 신호철 주교를 선정했다. 특히 주교회의는 올해 한국-바티칸 수교 60주년을 기념한 다채로운 행사도 확정했다. 공식적으로는 12월 11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대한민국-교황청 수교 6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하기로 했다. 로마 현지에서는 전시회와 음악회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주교회의와 바티칸 도서관은 2019년부터 5년간 한국-바티칸 수교 60주년에 맞춰 교황청 바티칸 도서관과 비밀문서고, 인류복음화부 수장고 등 3개 문서보관기관이 보유한 한국-교황청 관계사 사료를 발굴, 정리, 보존, 연구하는 사업을 펼쳐왔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예산 등을 지원하며 정부 차원에서도 관심을 기울였던 사업이다. 이 주교는 “특히 한국이 독립국으로서 세계적인 지위를 인정받는 데 교황청의 역할이 컸다”며 “교황청은 이와 관련한 사료를 다수 보유하고 있고, 10월 말에서 11월 초 학술 심포지엄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박민규2023.03.17

언론·방송·출판 모두 아우르는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 출범언론과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시그니스 서울 등 3개 단체 통합저널리즘위원회 신설, 가치 구현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 통합 출범식에 참석한 시그니스서울, 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 가톨릭언론인협의회 단체장과 임원, 회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언론, 방송, 출판 등 커뮤니케이션 관련 일을 하는 가톨릭 신자 모임이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로 통합 출범했다.시그니스서울(회장 김승월)ㆍ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회장 김후호정)ㆍ가톨릭언론인협의회(회장 고계연)는 18일 서울 중구 서울대교구청에서 총회를 열고 세 단체를 통합한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 출범식을 개최했다. 협회 초대 회장에는 이영준(로렌조) KBS 프로듀서가, 수석 부회장에는 유창엽(세르지오) 연합뉴스 디지털뉴스부 기자가 선출됐다. 시그니스서울, 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 가톨릭언론인협의회는 언론과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통합 단체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6개월간 통합논의TF팀을 운영해 왔다. 통합 단체인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는 각 단체의 재정과 활동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도 협회에 저널리즘위원회를 신설, 가톨릭 언론인으로서 저널리즘 가치를 구현하는 데 힘쓰기로 뜻을 모았다.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 통합 출범으로 가톨릭 교회 내 언론 단체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는 1967년 ‘한국가톨릭저널리스트클럽’으로 시작했으며 시그니스와 가톨릭신문출판협회의 협의체로 활동해 왔다. 시그니스(SIGNIS)는 방송, 영화, 영상, 인터넷 등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종사하는 가톨릭 신자 모임이다. 1971년 출범한 한국가톨릭방송인협회(UNDA KOREA)와 1974년 출범한 한국가톨릭영상인협회(OCIC KOREA)가 2001년 시그니스라는 이름으로 통합했다. 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CJPA)는 1977년 신문사와 출판사에 종사하는 신자들이 중심이 돼 발족했다. 세 단체는 언론인 포럼, 언론인 신앙학교, 가톨릭 독서 콘서트, 피정과 성지순례 등을 운영해 왔다.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 통합 출범식에 참석한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유환민 신부는 “가톨릭 언론인과 방송인들이 미래를 모색하는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통합 단체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기 위한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초대 회장 이영준(로렌조) KBS PD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 초대 회장에 선출된 이영준(로렌조) KBS 프로듀서는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가 빛과 소금, 희망의 종소리가 되는 길을 화두로 삼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사회 모든 분야가 융복합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방송만, 신문만, 출판만, 온라인미디어만을 내세우는 단독 플랫폼으로는 커뮤니케이션에 한계가 있습니다. 시대 정신에 발맞춰 통합 출범한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가 다양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빛과 소금, 희망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길을 찾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이 회장은 “제가 쌓아 왔던 경험에 여러 선배의 조언을 더해 이른 시일 내에 통합 단체의 발전 방안과 활동들을 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1991년 KBS PD로 입사한 이 회장은 입사 이후 KBS 가톨릭 교우회에 가입해 활동해 왔다. 그는 “3대째 가톨릭 집안”이라면서 “특별한 냉담 기간 없이 신앙생활을 꾸준히 이어왔다”고 했다. 본당에서도 10년 넘게 전례단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현재 KBS 베리타스 성가대 단장도 맡고 있다. 이 회장은 “통합 단체가 좀더 젊어지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많은데, 요즘 언론사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하다 보니 각 교우회에서 신입 직원의 종교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젊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신앙생활을 병행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듯하다”고 했다.“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가 활성화되고, 젊어지기 위해서는 협회의 존재감이 있어야 합니다. 가톨릭 언론인으로서 대사회적인 목소리를 내거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는 방안도 생각 중입니다. 친목 위주의 활동에서 벗어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해 간다면, 젊은이들도 협회의 존재를 인식하고 함께할 수 있을 것입니다.”이 회장은 KBS 1TVㆍ2TV 편성부장, 정책기획본부 방송정책팀장, 협력제작국 CP, 편성마케팅 국장 등을 역임했다. TV 책을 말하다, 체험 삶의 현장, 파워 인터뷰, 뉴스 투데이, 다큐 극장 등을 제작했으며 TV 책을 말하다 프로그램으로 2002년 한국방송대상(교양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cpbc2022.01.25

하루 용돈 2000원에 미소 가득, 천생 시인 천상병[백형찬의 가톨릭 예술가 이야기] (21) 천상병 시몬 (상) 천상병 시인은 순수하고, 가난하지만 작은 것에도 기뻐했다. 주머니에 토큰 몇 개, 막걸리 한 잔 값만 있어도 하루가 행복했다. 살아 있는 시인의 유고집 겨울이었다. 시인 천상병(시몬, 千祥炳, 1930~1993)이 갑자기 사라졌다. 친한 벗들에게 늘 웃음을 선사해 주던 사람이었다. 친구들은 천상병을 찾아 나섰다. 그가 갈 곳이라고는 서울의 명동이나 종로 그리고 부산의 광복동이나 남포동밖에 없었다. 그곳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찾을 수 없었다. 해가 바뀌어 봄이 되었다. 그래도 천상병은 나타나지 않았다. “죽지나 않았을까?”, “아냐, 죽을 리가 없어. 천상병이 어떤 사람인데? 불사신이야!”, “돈도 없고 배도 고프고 병이 나서 한없이 떠돌다 쓰러졌는지도 모르지”, “참 안됐어. 시집 한 권 못 내고 세상을 뜨다니”, “언젠가 막걸리값으로 1000원을 달라는 걸 못 준 적이 있는데 후회가 되는군.” 친구들은 사라진 천상병을 안타까워하며 이런 말들을 주고받았다. 이렇게 해서 친구들은 돈을 모아 천상병의 유고 시집 「새」를 만들었다. 시집은 큰 판형에 자주색 하드커버로 호화롭게 만들었다. 시집이 나오자 화제가 되었다. 행방불명되어 생사를 알 수 없는 시인의 시집을 가난한 시인들이 돈을 모아 출판했다고 언론에서는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천상병은 하루아침에 유명한 시인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천상병이 살아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서울시립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것이었다. 친구들이 달려가 보니 그는 병원 침대에 앉은 채 그 특유의 ‘까치 웃음’을 짓고 있었다. 병명은 ‘신경황폐증’이었다. 천상병은 병원에서 여덟 달을 지냈다. 이렇게 해서 시집 「새」는 ‘살아있는 시인의 유고 시집’으로 문학사에 기록되었다. 시와 인간이 일치하는 시인 천상병의 아내 목순옥은 서울 인사동에서 전통찻집 ‘귀천’을 오랫동안 운영했다. ‘귀천’은 천상병이 목순옥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곳이고, 배가 고팠던 그들 부부에게 밥 문제를 해결해 주었던 고마운 곳이었다. 그곳은 문인과 예술인의 사랑방 역할을 했다. 시인 신경림, 영화감독 이장호, 중광 스님 등 많은 문화예술인과 천상병을 사랑한 사람들이 즐겨 찾았다. 목순옥은 천상병이 먼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매일 ‘귀천’을 지켰다. 그러한 ‘귀천’이 문을 닫았다. 목순옥도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그 ‘귀천’은 없어졌지만 다른 ‘귀천’이 생겼다. 목순옥 조카가 인사동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소설가 김훈이 한국일보 기자로 있을 때, ‘귀천’을 자주 갔다. 그곳에서 천상병을 만났다. 김훈은 천상병의 어법, 걸음걸이, 웃음, 음색, 밥 먹는 모습, 조는 모습, 음악, 신발, 옷, 얼굴, 눈곱, 입가의 침버캐, 주머니 속의 1000원짜리 두 장, 선글라스 등에 대해 말하는 것은 그의 시에 대해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고통스럽다고 했다. 김훈은 천상병을 ‘시와 인간이 일치하는 시인’이라 했다. 가장 빼어난 서정 시인 또한 어떤 소설가는 천상병을 ‘하드웨어는 그렇게 생겼어도 소프트웨어는 깨끗한 눈(雪)과 같다’고 했다. 천상병의 친구 민영은 천상병을 ‘가장 빼어난 서정 시인이며 가장 순수한 방외인(方外人)’이라 했다. 민영이 천상병을 처음 만난 것은 부산 피란 시절이었다. 대청동에 있는 르네상스 다방에서 인사를 나누었는데 첫눈에도 천상병은 다른 문인들과는 다르게 보였다. 민영은 그때의 첫인상을 이렇게 말했다. “뭣보다도 옷차림과 용모가 그러했다. 피난 때라 하더라도 모두 말쑥한 양복 차림이었는데, 천상병만은 미군 군복에 물을 들인 검정 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언제 세탁했는지도 모를 만큼 때가 끼고 구깃구깃한 군용 상의, 그 위에 얹힌 조물주가 빚다 만 진흙덩이같이 생긴 얼굴. 목소리는 무쇠를 삼킨 것처럼 크고, 이따금 남의 이목을 가리지 않고 웃어젖히는 까치 웃음… 그 꼴은 옛 그림에 나오는 한산(寒山)·습득(拾得) 못지않았다.” 친구들은 천상병의 재기 넘치는 말을 들으려고 모여들었다. 친구들은 배꼽을 쥐고 웃었다. 천상병은 선후배를 막론하고 거리낌 없이 손을 내밀어 세금(술값)을 요구했다. 그러면 거절하지 않고 주었다. 요구하는 술값이 막걸리 한 잔 값이었기 때문이었다. 왼쪽부터 이외수, 천상병, 중광 스님. 가난해도 행복 천상병은 일본에서 태어났다. 천석꾼이었던 그의 부친이 일본인의 사기에 휘말려 재산을 전부 잃고 일본에 건너가 살았기 때문이었다. 천상병은 중학교 2학년 때에 해방을 맞았다. 귀국해 경남 마산에 정착했다. 마산중학교에 다니던 어느 날, 뒷산에 올라갔다가 사람들이 무덤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고 ‘사람은 모두 죽게 마련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시로 썼다. ‘강물’이라는 시였다. 당시 그 학교 국어 교사로 근무하고 있던 시인 김춘수가 천상병의 담임이었다. 김춘수는 천상병의 시를 보고 감성의 뿌리가 살아있다고 칭찬해주었다. 그 시는 유치환의 추천을 받아 ‘문예’ 지에 실렸다. 중학교 5학년(현재 고2) 학생이 당당히 시인으로 등단한 것이다. 천상병은 중학교 6학년(현재 고3)이 되자 대학 진학을 놓고 고민했다. 문과가 적성이었으나 이미 시인이 되었기에 굳이 대학에 갈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선배의 말을 듣고는 대학에 있는 학과들의 이름을 종이쪽지에 적어 돌과 함께 힘껏 던졌다. 가장 멀리 날아간 돌에 적힌 내용대로 대학에 가기로 한 것이다. 가장 멀리 날아간 돌의 쪽지를 펼쳐보니 ‘서울대 상대’가 나왔다. 그래서 서울대 상대에 지원해 합격했다. 입학 후, 학과 공부보다는 문인들과 어울려 다니기를 좋아했다. 천상병의 본거지는 부산의 고전음악 감상실 ‘르네상스’와 ‘돌체’였다. 그는 무척 감성적이어서 브람스의 교향곡 4번을 들으면 눈물을 흘리곤 했다. 그의 눈물을 보려면 브람스 교향곡 4번을 신청하면 되었다. 서울 인사동 '귀천'에서 필자 촬영 아궁이 속 조의금 천상병은 가난해도 행복하게 살았다. 한잔의 커피와 한 갑의 담배, 한 사발의 막걸리, 그리고 버스값만 있으면 하루가 행복했다. 그는 가난을 직업처럼 살았다. 시 ‘나의 가난은’에서 가난한 삶을 보란 듯이 노래했다. 가난을 노래한 또 다른 시가 있다. ‘소릉조(少陵調)’라는 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고향 산소에 계시고, 형과 누이들은 부산에 있다. 자신만 홀로 서울에 있다. 부모님 산소에 가고 싶고 부산에 있는 형제들도 보고 싶은데 그곳에 갈 여비가 없다. 죽어서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자신은 영영 죽을 수 없다는 내용의 시다. 눈물 속에서도 웃음이 피어나는 슬프디슬픈 시다. 천상병은 아내에게 매일 2000원씩 용돈을 타서 썼다. 이 돈으로 가게에서 맥주 한 병,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 먹고 버스 토큰 서너 개와 담배를 샀다. 그러고도 어떤 때는 돈이 남아 저축도 해 통장에 100만 원 가까이 들어 있기도 했다. 천상병은 그 돈으로 같이 사는 장모의 장례비 30만 원을 떼어낼 생각이고, 자신을 따라다니는 문학청년의 결혼 비용으로 50만 원을 쓸 계획이며, 나머지는 처 조카딸 결혼 비용으로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장모의 장례비를 걱정하던 천상병은 장모의 장례비를 미리 준비해 놓고는 먼저 세상을 떠났다. 천상병의 장례식이 끝나자 장모는 들어온 조의금을 잘 보관한다며 천상병이 자던 방의 빈 아궁이에 돈뭉치를 신문지에 싸서 넣었다. 그런데 이것을 모르고 천상병의 아내는 날씨가 쌀쌀하고 비도 내려 남편이 추울 것으로 생각해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조의금으로 들어온 수백만 원이 새카맣게 타버렸다. 다행히 그 재를 은행에 가져가니 얼마간 주었다. 결국 그 돈은 장모 장례비가 되었다. 동백림 사건에 연류, 고문을 당하다 시인 신경림에 따르면 천상병은 몸이 워낙 튼튼해서 아무리 술을 마셔도 탈이 없었다고 했다. 또한 어디서나 밥을 먹어도 남기지 않고 바닥까지 다 긁어먹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렇게 건강한 모습은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 이후에는 볼 수가 없었다. 동백림 간첩단 사건이란 서베를린 유학생들이 동베를린에 구경 간 사건을 말한다. 당시 독일은 동과 서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동쪽은 사회주의 국가이고, 서쪽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였다. 서슬이 시퍼렇던 국내 반공법(현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것이었다.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는 연루자 전원을 체포해 한국으로 송환했다. 재판부는 이들 유학생에게 사형, 무기징역 등의 중형을 내렸다. 그런데 아무 연고도 없는 천상병이 엉뚱하게 연루되었다. 천상병은 억울하게도 중앙정보부에서 3개월, 교도소에서 3개월 고생하다가 풀려났다. 그는 중앙정보부에서 지독한 전기고문을 세 번씩이나 받았다. 전기고문을 받을 적마다 까무러쳤다. 그 후유증으로 치아가 거의 빠졌고, 말을 더듬는 습관이 생겼다. 나중에는 정신병원에 갔고, 아이도 갖지 못하게 되었다. 천상병은 ‘그날은’이란 시를 써서 자신이 겪은 무시무시한 고통을 기록으로 남겼다. ‘아이론(다리미) 밑 와이셔츠같이’ 고문당한 것이다. <계속> cpbc2023.05.17

어머니가 물려준 믿음 “하느님의 작은 도구로 쓰여지길 늘 기도해요” [허영엽 신부가 만난 사람들] (40) 아나운서 문지애 체칠리아 문지애 아나운서는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내공이 이미 우리의 안에 있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순간의 어려움과 실패들을 잘 견뎌내면, 그것이 우리 안에 더 큰 내공으로 쌓여 삶의 모든 순간을 감사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 아나운서 역시 그 순간을 기다리며 살고 있다고 말한다. 문지애(체칠리아)씨는 2006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해 시사교양 프로그램과 예능, 뉴스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는 발음이 매우 정확하며 차분하고 선한 인상으로 시청자들에게 편안함과 신뢰감을 주는 MBC의 대표 아나운서로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다. 2013년 MBC를 퇴사한 후 현재는 프리랜서 방송인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육아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그는 대학원에서 아동·청소년 상담을 공부한 전공을 살려 ‘그림책 학교’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아동과 성인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생활명품애’라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에서 의류와 패션 아이템을 제안하면서 자기 능력을 한껏 펼치는 중이다. 그는 책을 좋아하고 글솜씨도 좋아서 최근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니까」라는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Q. 어떻게 신자가 되었는지요?A. 세례받는 저의 모습은 제가 자라온 기록들이 모여 있는 두꺼운 앨범의 맨 앞장에 있어요.(웃음) 저는 한겨울 엄마의 품 안에서 유아세례를 받고 성모상 앞에서 기념 사진을 남겼습니다. 신심 깊으신 어머니는 유아세례를 받도록 하면서 “딸들이 태어남과 동시에 하느님의 자녀로 살며 어렵고 힘든 순간마다 하느님께 의지하고 버틸 수 있는 존재를 만들고 주고 싶었다”고 말씀하셨어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엄마 손을 잡고 어린이 미사, 성경캠프에 열심히 참가했던 기억도 나요. 제 어린 시절 생각나는 어머니의 모습은 늘 기도하는 모습이었고 손에서 묵주를 놓지 않으셨어요. 어머니의 신앙 덕분에 자연히 하느님 안에서 저 역시 늘 연결되어 있다고 믿으며 살아왔어요. 저의 삶, 신앙은 순전히 어머니에게 소중한 유산처럼 물려받은 것이에요.Q. 학창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요?A. 학생 때 아주 소극적이고 조심성이 많은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마음속에는 여러 가지 욕심은 많았지만 그만큼 따라가지 못해 속상하기도 하고, 그러다 어느 순간은 자신감을 잃은 채 보낸 시간도 많았어요. 눈에 띄는 학생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다 중간 언저리였던 스스로의 모습이 사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시간들을 글을 쓰거나 저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곱씹어 보며 보냈어요. Q. 나중에 보니 그런 시간도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아요. 소극적인 성격인데도 아나운서에 도전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A. 사실은 어린 시절부터 마음속 깊이 꿈꿨던 일이에요. 초등학생 때 발표를 했는데 담임선생님이 “지애는 커서 아나운서를 하면 되겠구나”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집에 와서 아버지에게 아나운서가 뭘 하는 직업이냐고 묻자 아버지는 MBC 뉴스를 틀어 백지연 앵커를 보여주셨어요. 그때의 감정이 여전히 기억납니다. 어린 시절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가 제 인생의 길을 선택하게 해주었던 것이죠. 지금 신앙의 눈으로 보면 부르심이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대학 입학과 동시에 마음속 깊이 묻어 두었던 꿈을 향해 무모한 도전을 하기로 했어요. 무작정 아카데미에 등록하고, 스터디를 꾸리며 5년의 시간을 아나운서 준비에 매진했어요. 아나운서가 되는 것은 제겐 정말 이루고 싶은 간절한 꿈이었고 드디어 그 꿈을 이뤄서 무척이나 행복했어요. 당연히 그 시절 기도도 많이 했어요. 하느님께서 저의 기도를 들어주셨다고 생각해요. Q. 하느님이 주신 탈렌트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하느님께서 왜 그런 탈렌트를 주셨을까요?A. 하느님께서 저에게 목소리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주셨다고 생각해요. 소리는 꾸준한 연습을 통해 달라질 수 있지만, 소리 자체가 가진 색깔은 변할 수 없잖아요. 타고난 것들은 부모님이 주신 것이고 하느님께서 허락해주신 것이잖아요. 주변 분들이 제가 힘이 있는 소리를 내지만 따뜻하고 호소력 있는 목소리 덕분에 가슴 따뜻하고 감동이 있는 이야기를 전하는 데 적격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저는 작은 하느님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사회 약자들을 향한 이야기를 전하는 데 제 탈렌트를 사용하라는 뜻이 있지 않으실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그림책의 숨겨진 의미와 낭독도 어쩌면 그 길을 향한 다리가 되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해요. Q. 살아오면서 혹시 큰 시련을 겪을 때가 있었나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A.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지고 울컥해요. 아버지가 아프실 때였는데 지금까지 제 삶에 가장 큰 시련이고 아픔이었어요. 아버지의 사랑만 받던 딸인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무척 두렵고 슬펐습니다. 저는 신앙이 많이 부족했지만 그때는 하느님께 매달릴 수밖에 없었어요. 가족들이 모여앉아 하느님께 매달렸던 기도가 있었어요. ‘하느님, 우리 아버지를 10년만 더 가족의 곁에 있게 해주세요’였어요. 정말 그 기도대로 아버지는 10년을 안간힘을 다해 버텨 주셨고 가족들은 최선을 다했어요. 불가능하게 생각했던 아버지가 가족 곁에서 10년을 더 함께해주신 것은 기적이라고밖에 느낄 수 없습니다. Q. 제가 아는 어느 신부님께서 방송국에서 성경 공부를 하셨는데 명단에서 문지애 아나운서도 본 적이 있어요. 방송인들이 했던 성경 공부는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A. 늘 부족한 신자인 저는 바쁘다는 핑계로 하느님을 잊고 살아가곤 해요. 그러다 어렵고 힘든 순간이 찾아와 기대어 쉴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할 때 다시 하느님을 찾는데 부족하고 이기적인 저를 그래도 하느님께서는 늘 받아주시고 기다려주시는 것 같아요.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던 어느 날 방송인 신자들의 모임에 반강제적(?)으로 나가게 되었던 적이 있어요.(웃음) 성경 공부는 하느님께 다가가는 기회가 되었고, 제가 가톨릭 신자임을 잊지 않게 하는 기회가 되었어요. 좋아하는 성경 말씀은 시편 16장 7절 “저를 타일러 주시는 주님을 찬미하니 밤에도 제 양심이 저를 일깨웁니다”예요. 이기적인 종교 생활과 ‘나’ 위주의 기도를 하는 저를 반성하게 하고, 욕심에 가려진 양심을 살아나게 해주는 말씀입니다. Q. 일을 하면서 기도를 열심히 했던 적이 있나요? A. 저는 어린 나이에 입사했어요. 당시 회사는 저의 그릇에 비해 거대했고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높게만 보였어요. 사람을 만나고 방송을 하는 모든 순간이 긴장의 연속이었죠. 뉴스를 진행할 때는 더 그랬어요. 오프닝을 알리는 시그널이 울리면 저는 가슴에 작은 십자가를 그으며 “하느님, 오늘도 지켜봐 주세요”라고 기도드리며 하느님께 의지했어요. 은총 덕분에 17년 차 방송인으로 큰 사고 없이 지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는 아나운서가 되기 전 몇 해 동안 성가정입양원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그 시절엔 아이들이 그저 안쓰러웠고 함께 하는 동안 예뻐해 주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이제는 자신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었고 다시 아이들과 함께할 봉사의 시간이 있다면 태어났음에 대한 축복과 존재에 대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때 만났던 그 아이들은 이제 스무 살이 넘어 어엿한 청년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며 환히 웃는 그가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으로 주변에 빛을 더 넓게 비추기를 기대해본다.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영성심리상담교육원 원장) cpbc2022.10.18

세계주교시노드 1년 연장… “시노드 열매 숙성하려면 시간 필요”제16차 정기 총회 두 세션으로 나눠 2023년·2024년 로마에서 개최... 회기 연장으로 2024년 10월 막 내려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 등 교황청 주교 시노드 사무처 관계자들과 주교 시노드 진행 과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바티칸시티=CNS】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진행하고 있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이하 주교 시노드)의 회기를 1년 연장했다. 교황은 16일 주일 삼종기도 후 “이번 주교 시노드를 2개 회기(sessions)로 나눠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 로마에서 총회를 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교황은 “시노드 과정에서 많은 열매를 맺고 있는데, 그 열매들이 완전히 숙성하려면 서두르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고 연장 이유를 밝혔다. 이어 “여유로운 식별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이라는 주제로 개막한 주교 시노드는 현재 첫 번째 단계인 ‘개별 교회’ 단계를 마치고 두 번째 ‘대륙별 단계’에 들어선 상태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10월 로마에서 열리는 총회로 끝난다. 하지만 교황이 회기를 전격적으로 연장함에 따라 2024년 10월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다. 교황은 “연장 결정이 시노드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형제자매들이 복음을 선포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교 시노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연장 교황과 교황청은 이번 주교 시노드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연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교회의 구조적 변화와 쇄신을 위해 그만큼 오랜 시간 공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주교 시노드를 주관하는 교황청 주교 시노드 사무처는 지난 10일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60주년을 기념하면서 “주교 시노드는 공의회의 열매”라고 강조했다. 사무처는 성명에서 “공의회 당시 공동합의성(synodality)이란 단어는 사용되지 않았지만, 그 개념만큼은 공의회 전체 회기를 관통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노드는 공의회의 가장 값진 유산”이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을 상기시키고 “시노드의 목적은 교회의 삶과 사명 속에서 공의회 정신을 연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명의 요지는 60년 전 현대 사회에 대한 쇄신과 적응을 기치로 내걸고 소집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과 ‘함께 걷는 교회’를 건설하려는 이번 주교 시노드 정신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재해석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드 시작 단계에서부터 시노드와 공의회 간의 밀접한 연관성을 강조했다. 교황은 지난해 10월 시노드 개막 미사 강론에서 “성령께서 우리 앞에 놓인 세상의 도전과 변화에 귀를 기울이라고 요구하신다”며 “우리 마음에 방음벽을 설치하지 말자”고 호소했다. 앞서 시노드 대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공의회에 큰 영향을 준 프랑스 신학자 이브 콩가르 신부의 말을 인용해 “또 하나의 교회를 만들어낼 필요는 없지만, 다른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두 발언 모두 성 요한 23세 교황이 공의회 개막 미사에서 행한 강론 내용과 맥을 같이 한다. 이와 관련해 주교 시노드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은 “시노드에 대한 교황의 의지는 공의회를 수용하는 새로운 단계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시노드를 통해 공의회 정신을 재해석한 교회상을 제시하려고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신학자들은 이를 ‘새롭게 탄생하는 교회(Ecclesiogenesi)’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그레크 추기경은 한 예로 교황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 중인 ‘건실한 분권화’을 거론했다. 건실한 분권화란 로마(교황청)가 모든 것을 결정해서 내려보내는 관행을 버리고 지역 교회의 하느님 백성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것을 말한다. 교황은 지난 2월에도 성좌에 유보된 신학교 운영, 사제 양성 지침서 발간, 교리서 출판 등에 관한 권한을 지역 교회로 분산시켰다. 그레크 추기경은 “시노드는 교황의 뜻을 반영한 여정이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교회의 본성에 따른 여정”이라고 밝혔다.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가르침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꿈이 아니라 공의회 가르침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두 번째 단계인 대륙별 단계에 들어서 이번 주교 시노드는 1967년 세계주교시노드 제도가 처음 시행된 후 16번째 열리는 회의다. 회기는 연장 결정에 따라 총 4년으로 늘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년 10월~1965년 9월)에 비견될 만큼 회기가 길다. 첫 번째 단계인 개별 교회 단계에서 각 교구와 주교회의, 사도직 단체 대표들은 ‘만나서’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하느님의 뜻을 ‘식별’했다. 이어 그 결과를 종합 의견서 형태로 시노드 사무처에 전달했다. 만남ㆍ경청ㆍ식별은 교황이 제시한 시노드 여정의 3가지 주요 특징이다. 대륙별 단계에서는 개별 교회가 보낸 자료를 토대로 대륙 교회 차원의 논의를 이어가게 된다. 한편, 교황은 이번 달 기도 지향 영상 메시지에서 시노드에 대한 관심과 기도를 요청했다. 교황은 “시노드라는 단어는 ‘함께 걷기’ ‘같은 방향으로 걷는 일’을 의미하는데, 이는 하느님께서 제삼천년기를 살아가는 교회에 바라시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시노드는 여론조사나 단순히 의견을 모으는 일이 아니고, 의회를 여는 과정은 더더욱 아니다”며 “시노드는 주인공이신 성령의 말씀을 경청하고 기도로 함께 걸어가는 여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cpbc2022.10.19

위기의 청소년 도움의 손길을 내밀려면청소년 도우려는 어른 위한 안내서연민·공감·의지로 이끌어 주어야 십 대들을 도우려면로이 페터피스 지음ㆍ박은미 옮김 분도출판사“오늘날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일은 길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어떤 청소년을 걱정하는 상황에 처하면 어른들은 종종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도와야 할지, 또는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몰라 난감해 하곤 한다.(중략) ‘내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그 아이가 생각할까 봐 아무 말이나 하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무관심하다고 여길까 봐 걱정스러운’ 상황인 것이다.”25년 넘게 다양한 환경에 있는 청소년들을 만나온 심리상담가 로이 페터피스씨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어른이 몇이나 될까? 요즘 청소년들은 부모 세대가 젊은 시절에 했던 고민을 그대로 대물림하지 않는다. 부모 세대가 젊은 시절에 했던 고민과 양태가 다르고, 문제의 원인도 다양하다. 불안, 우울, 자살, 자해, 섭식 장애, 동성애, 괴롭힘, 탈종교화, 이혼과 재혼 등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라떼는 말이야’하는 식의 꼰대 정신으로 다가갔다가는 오히려 그들의 마음이 닫힐 수 있다.캐나다와 미국의 75개가 넘는 교구에서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활발한 강연 활동을 해온 로이 페터피스씨가 ‘청소년 상담의 로드맵’을 펴냈다. 청소년들이 보내는 위험 신호를 알아차리고, 그들에게 어떻게 말을 걸고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는지를 안내했다. 그는 연민의 힘을 강조한다. 청소년을 돕는 일을 하다 보면, 훈련이나 재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원하는 정도까지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지 못할 때가 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이 겪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우리는 연민이라는 미덕의 도움, 의지의 움직임으로 청소년이 처한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들어가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을 교정하거나 고치려 할 때 연민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저자는 상담사로서 자신이 개선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청소년이 종종 있지만, 그런 상황을 고칠 수도, 그 상황을 고치는 방법을 말할 수도 없다고 털어놓는다. 그저 그 상황을 겪는 청소년과 함께 있어주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때까지 버티도록 도와주는 것이다.저자는 인간관계에는 공식이 없기에, 십 대 청소년을 돕는 데에도 어떤 공식 같은 것은 없다고 설명한다. 다만 청소년들을 동반하라고 조언한다. 동반이란 아이들의 마음과 생활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고, 그들과 함께 걸으며 위험을 알려주는 일이다. 때로는 함정에 빠질 수 있는 길을 헤쳐가도록 제안하고, 용기를 북돋워 줘야 한다. “우리의 일은 그들의 마음에 예수 그리스도를 집어넣는 일이 아니다. 하느님이 이미 그곳에 계시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그들 안에서 속삭이는 주님의 작은 목소리를 듣지 못하게 방해하는 혼란스러움, 마음속 찌꺼기, 다른 장애물을 제거하도록 돕는 일이다.”(45쪽)로이 페터피스 상담가는 교황청립 성 토마스 아퀴나스 대학에서 영성과 신학을 공부하고, 루이지애나 라파예트 대학에서 공동체와 학교 상담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6년 테드(TED)에서 강연했고, 팟캐스트 ‘오늘날의 청소년(Today’s Teenagers Podcast)’도 진행하고 있다. 역자 박은미(헬레나) 박사는 한국 현실치료상담학회 1급 상담사로 품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문채현2022.03.30

종교 울타리 넘어 사회와 교감하는 실천적 신학아시아 문학 연구자·신학 교수 등 참여미래 공생 위한 이상 사회 대안 모색신앙이 사회 문제 해결 실마리 되길 기대 아시아 공공신학(아시아 신학총서12)펠릭스 윌프레드 외 8인 지음황경훈 옮김 / 분도출판사 한국 가톨릭교회에 공공신학의 전망이 소개된 계기는 2011년 10월에 개최된 아시아 실천신학자 초청 포럼에서였다. ‘세계화의 도전과 아시아 신학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강우일(전 제주교구장) 주교의 기조 강연이 열렸고, 당시 강 주교는 ‘제주 강정에서 시작하는 아시아의 평화’를 주제로 아시아 맥락에서 중요한 사안에 대한 공공신학적 응답을 시도했다. 세계 각지의 신학자들이 참여했고, 중요한 주제를 다뤘음에도 신학의 공공성은 널리 확산되지 못했고 신학계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한국 가톨릭교회에는 낯선 영역인 아시아 공공신학을 소개하는 안내서가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인도 첸나이 ‘아시아 문화연구센터’ 창립자인 펠릭스 윌프레드 소장과 전 ‘제3세계 신학자 협의회 의장’ 에이브러햄 등 인도의 아시아 문학 연구자들과 인도의 신학대 교수 9명이 저자로 참여했다. 공공신학은 영미권의 복음주의적 공공신학과 달리 주변화된 이들의 사회운동과 삶의 공간 및 다종교적 맥락을 중시한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해방에 참여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열린 장을 제공하며, 미래의 공생을 위한 이상 사회와 대안을 모색한다. 다종교적 상황을 고려하면서도 모든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 공공의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 것이 공공신학의 핵심이다. 그러므로 공공신학은 ‘개종’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기 신앙과 사회가 직면한 실질적인 문제 사이에서 연결될 수 있는 자원을 제공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아시아 공공신학의 사회학적 관점을 살피고, 다종교 사회에서의 공공신학을 탐색하고, 인도 헌법의 관점에서 공공신학을 분석했다. 가브리엘레 디트리히 사회학 및 신학 교수는 아시아의 개발경쟁을 비판하며, 특히 중국과 인도의 경쟁, 중국의 기업이 들끓고 있는 미얀마, 석유를 둘러싼 이권과 북동부 지역의 나라들과 국경을 편리하게 통제하려는 이유로 군사정권을 옹호하는 인도의 상황을 지적한다. 그는 공공신학이 민중운동과 긴밀한 연대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며, 공공신학은 국가의 사회구조 안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인도 첸나이 ‘문화와 종교 대화 연구소’ 마이클 아말라도스 소장은 다종교 사회에서의 공공신학을 분석, “공공신학은 비교종교학의 한 분야가 아니”라면서 “공공신학은 다종교적 신학자 집단이 사회경제적 영역과 문화적 영역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지배하는 가치들에 합의하면서 각자 자신의 신앙적 전망 안에서 그 가치들을 뿌리내리려 애쓰는 환경에서 발생하다”고 설명한다.펠릭스 윌프레드는 서론에서 “공공신학은 공론장 안에서 대화를 통해, 사람들 특히 ‘목소리 없는 이’의 고뇌와 느낌을 들으려 한다”면서 “이 책은 현재 신학의 방법과 내용을 재고하라는 하나의 요청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공공신학은 아시아 교회를 공적인 교회로 전환시킬 수 있으며 이는 아시아 사회와 교감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공공신학은 신앙이 사적이기보다는 인격적이고 사회적인 신앙이 되도록 채근한다. 공적인 교회가 된다는 것은 교회가 저잣거리로 뛰어든다는 것뿐 아니라 사회의 집단적 열망을 지닌 모든 사람에게 교회의 문을 개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이블린 몬테이로 신학과 교수, 217쪽)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cpbc2022.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