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택트 시대, 책 속으로 떠나는 집콕 여름 휴가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추천하는, 여름휴가철 읽을 만한 책 코로나19로 비대면과 집콕의 일상에 갇혀 버렸습니다. 여름휴가가 왔지만, 마스크를 훌훌 던져버리고 떠날 수도 없습니다. 고립과 고독 사이를 오가면서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은’(묵시 3,16) 신앙인이 되어 버린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통해 언택트와 뉴노멀 시대가 주는 의외의 선물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책을 만드는 일을 하거나, 책을 쓴 적이 있거나, 혹은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여름휴가에 읽을 책을 추천합니다. 책은 팬데믹을 거뜬히 건너갈 힘을 건넬 겁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이해인 수녀(시인) 안셀름 그륀 신부 「친구」우리 모두 코로나19의 긴 터널에서 빛을 그리며 인내의 수련을 받는 지금. 그 어느 때 보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가족 친지 이웃과의 관계를 재조명해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한 사람의 인생 여정에서 친구라는 존재가 얼마나 중요하고, 우정을 제대로 가꾸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다시 알고 배우게 되는 요즘 나는 소식이 뜸했던 친구들에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손편지를 많이 쓰고 있다. 성 베네딕도회 사제의 이 책은 다시 한 번 우정의 깊은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고 우정을 위협하는 요소들은 무엇이며 어떠한 태도가 바람직한지 알게 해 준다. 서로를 성숙하게 해 주는 남녀 간의 영적인 우정, 예수님과의 우정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며 ‘친구가 있는 곳이 나의 집’, ‘친구는 최고의 약’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을 읽고 친구를 더욱 소중한 보물로 여기며 나의 친구에게 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랑과 지혜를 배우면 좋겠다.박용만(실바노) 몰타 코리아 회장앤소니 드 멜로 신부 「사랑으로 가는 길」휴가를 떠나며 어떤 책을 들고 갈까 수없이 망설이고 고민하곤 했다. 휴가답게 너무 생각이 많아지거나, 안 넘어가는 페이지를 의무처럼 넘겨야 하는 지루한 책도 거북하다. 그렇다고 그 황금 같은 시간에 책에 몰두해서 페이지 사이에 코를 박고 며칠을 보내는 것은 휴가가 아니다.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흥미롭고 적당히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정도의 책이면 좋다. 몇 페이지 읽고 하늘 한번 보고 ‘아! 쉬러 오길 정말 잘했다’는 만족이 나와야 휴가에 어울리는 책이다.사랑으로 가는 길은 200페이지가 채 안 되는 책이다. 크기도 작아 조금 넉넉한 주머니에 들어가는 정도다. 그러니 들고 다니기 가볍고 어딜 같이 가도 부담이 없다. 내용도 가볍게 술술 읽힌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만났던 휴가에서 나는 다른 삶을 얻었다. 다 읽고 나서는 이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읽고 난 후의 나는 많이 달라졌다고 아니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행복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것은 모자람도 아니고 남도 아니었다. 내가 가진 편견과 신념, 욕망과 두려움이 나를 가로막고 불행의 길로 자꾸 밀어 넣으려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자신의 기질이나 나라는 사람 자체는 변하지 않을지 몰라도 내가 가진 재능과 용기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감사와 사랑과 평화로 충만해지는 길을 택할 수 있음을 배웠다. 물론 지금도 완전하거나 충분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오히려 턱도 없다고 느끼는 것이 솔직한 심경이다. 그러나 최소한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이 책에 늘 감사한다. 유튜버 밀라논나(장명숙, 안젤라 메리치) 존 브래드쇼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미국의 존 브래드쇼라는 심리학자가 쓴 책이다. 뉴욕타임즈에 오랫동안 베스트 셀러였다. 줄을 쳐가면서 열 번쯤 읽었다. 인간은 누구나 다 상처가 있다. 성장 과정에서 겪었던 모든 경험을 바탕으로 인격이 형성되는 것을 설명해주는 책이다. 내 몸 안에 내 마음과 정서가 편안하면 삶의 질이 180도 달라진다. 제일 중요한 건 내 마음의 평화다. 이 책을 읽어보시라고 꼭 권하고 싶다. 최대환 신부(의정부교구)미카엘 엔데 「모모」“쉬지 않고 일한 당신, 행복하지 않다면” 피서와 휴가로 몸과 마음을 잘 돌보는 것이 필요한 때지만 코로나 상황이 여전히 만만치 않아서 쉼의 시간을 편안히 갖기 쉽지 않다. 이럴 때 쉼의 참의미가 무엇이며, 오늘날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좋은 삶의 길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을 권해드리고 싶다. 작가는 신비한 소녀 모모와 지혜로운 거북이 카시오페이아를 통해 소설을 이끌어가면서 산업사회에서 사람들이 겪는 불행의 근원과 행복하고 좋은 삶의 비밀을 매혹적인 이야기로 들려준다. 이 소설은 1973년에 출판되어 전 세계에 번역되었고 어린이와 어른 모두를 아우르는 수많은 독자를 얻은 우리 시대의 고전이고, 반세기가 지난 지금 소설이 주는 가르침은 더 절실하다. 인생을 ‘시간 도둑’에게 저당 잡히는 것이 아니라 우정과 사랑 속에서 진정으로 시간을 향유할 줄 아는 삶을 선택하라는 저자의 호소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멈춤이 필요한 시기에 소설 「모모」를 통해 느림과 나눔의 영성을 배우시길 권한다. 김동주 수사(레벤북스 편집장)이무석 「30년만의 휴식」올해로 9년째 접어드는 ‘마음으로 책 읽기’라는 심리 영성 독서 모임에서 이 책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 같은 맛깔난 책이다. 현대인들은 일을 참 많이 한다. 일을 많이 할수록 그리고 일을 잘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쉼’이다. 이 쉼은 달콤하고 맛있는 휴식이어야 한다. 「30년만의 휴식」의 주인공인 젊은 선 박사는 일벌레다. 쉬지 않고 일한 선 박사는 마침내 본인이 원하던 지위와 인기를 얻고 부도 축적하지만, 내면은 행복하지도 만족스럽지도 않았다.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 꼭 해야 할 일은 바로 마음공부이다. 마음공부를 하고 싶은 이에게, 자신의 내면을 아름답게 꾸미고 싶은 분에게 「30년만의 휴식」을 추천하고 싶다. 단언컨대 아무리 석·박사 공부를 하여도, 돈이 많아도, 지위가 높아도 마음이 불편하다면 그때는 자신을 들여다보아야 한다.(자기 성찰)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마음공부의 첫걸음인 자신을 들여다보는 책으로 지금 시작해 보자.생활성서사 편집장 송향숙(그레고리아)안셀름 그륀 신부 「우애의 발견」책 만드는 일이 직업인 나는 책을 만드는 그 순간만은 그 책과 사랑에 빠지며, 크고 작은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외고집쟁이인 나는 좀처럼 실천에까지 이르지 못한다. 그런데 나를 확실하게 움직여 놓은 책이 하나 있다. 바로 안셀름 그륀 신부의 「우애의 발견」이다.이 책을 편집하는 동안 내내 마음이 울렁거렸다. 신부님의 이야기가 온전히 자기 삶의 체험에서 나온 것이었고, 나와는 정반대의 삶을 보여 주셨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게 되는 모든 사람과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형제자매와의 관계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형제자매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나중에 직장 동료들이나 다른 사람들을 향한 감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안셀름 그륀 신부는 오늘날 우리가 사회에서 자주 겪는 갈등을 더 깊이 이해하려면, 자신의 형제자매 사이의 갈등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하고, 거기에서 그 갈등을 해결할 더 나은 방법을 알 수 있다고 한다. 형제자매가 사랑과 신뢰와 희망의 원천이 된다면, 우리는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축복이 될 것이다. 샘터 김성구(프란치스코) 대표나태주 시인 「마이너 없이 메이저 없다」장기화되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람에 대한 그리움만 쌓여 가고 불확실한 상황은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여름휴가는 시끌벅적하게 활동적으로 보내기 어려운 상황인데, 힘들고 지친 마음을 다독여 주는 책 한 권 읽어 보는 것이 어떨까요?짧지만 큰 울림을 주는 시를 써 온 나태주 시인은 「마이너 없이 메이저 없다」를 통해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스스로 이 책을 길고 긴 편지라고 이야기하듯 친근한 어조로 풀어놓은 이야기들은 고난을 견디고 이겨 낼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나태주 시인은 자신을 키운 것은 마이너이고 결핍이고 부족함이었다고 털어놓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특별한 인생으로 이끈 것도 바로 그 마이너, 결핍, 부족함이라고 합니다. ‘풀꽃’을 비롯해 책에 실린 열일곱 편의 시 중 마음에 드는 시를 소리 내어 읽어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한 권의 짧은 책을 통해 시 읽는 즐거움도 연륜 담긴 시인의 세상 지혜도 함께 얻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한국분노관리연구소 이서원(프란치스코) 소장양순자 「인생9단」사람들을 만나 괴로운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을 풀고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일을 직업으로 한 지 25년이 지났다. 그동안 만난 사람들 가운데 악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이 괴로운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수학에 공식이 있듯이 인간관계에도 공식이 있다. 공식을 알면 어려워 보이는 수학 문제가 쉽게 풀리듯, 인간관계의 공식을 알면 꼬이고 힘든 관계도 스르르 풀린다. 이런 인생공식을 65년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풀어낸 책이 있다. 바로 「인생9단」이다. 인생9단은 지금은 고인이 된 양순자 할머니가 20년 동안 사형수 상담을 하면서, 또 일상에서 힘겹게 사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정리한 인생공식을 쉽고 마음에 쏙쏙 들어오게 쓴 책이다. 1부 인생 기본공식, 2부 사람 사이공식, 3부 가족 사이공식으로 나누어 쓴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번지며 어지럽고 혼란스럽던 일상과 관계가 스르르 풀려나가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무더운 여름 가슴을 시원하게 해줄 멋진 책이다. 언론인 이광수(가브리엘, 이데일리 기자)김혼비, 박태하 「전국축제자랑」계획을 세우기 싫어 휴가철 집에만 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떠나고 싶다는 충동을 누르고 있습니다. 올해는커녕 내년도 장담할 수 없는 ‘코시국’이기 때문입니다. 김혼비, 박태하의 「전국축제자랑」은 국내 지역 축제를 다녀오고 쓴 일종의 탐험기인데요. 그 흔한 사진 한 장 없는 이 기이한 축제 탐험기에 유튜브에 줬던 마음을 가져와 이 책에 줬습니다. 「전국축제자랑」은 저자인 김혼비와 박태하가 지난 2018년 10월부터 국내 코로나 확산 전인 2020년 1월까지 총 12개의 축제를 다녀와 함께 쓴 책입니다. 작가이자 부부인 이들의 문장 곳곳에 숨어있는 유머 때문에 저는 한 페이지를 읽을 때마다 최소 한 번은 웃었습니다. 웃음이 헤픈 저는 한 350번쯤 웃은 것 같습니다. 웃지 않을 자신이 있는 분들도 최소 100번쯤은 웃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 책 이후에 코로나 종식 후 가고 싶은 여행지는 국내 지역 축제가 됐습니다. 올여름 휴가철, 훌쩍 떠나진 못해도 이 책을 읽고 함께 웃어보는 건 어떨까요.정연수(헤드비제스, 태강삼육초 6학년) 폴 빌리어드 ‘안내를 부탁합니다’여름방학을 앞두고 코로나 4차 유행으로 다시 집에 갇히게 되었어요. 학교 수업은 원격으로 하고, 교실은 제 방이 되었죠. 사실 지루하고, 답답해요. 모니터랑 하루를 보내다가 어느 날 ‘폴의 안내, 수화기 속 요정’을 상상해본 적이 있어요. 제가 어떤 수화기를 들고 “안내를 부탁합니다”라고 말하면 무엇이든 친절히 알려주는 상상. 제 휴대전화에도 물론 시리가 있지만, 시리는…. 한숨만 나오죠. 제가 여름방학 중 읽기 좋은 책으로 추천하는 「국어시간, 소설에 빠지다」에 나오는 단편 소설 ‘안내를 부탁합니다-‘폴 빌리어드’의 내용입니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먼저, 여러 단편소설들이 있어서 한 편씩 천천히 읽기 쉬워서이고, 또 바로 제가 매우 흥미롭게 읽은 ‘안내를 부탁합니다’ 소설을 소개하고 싶어서랍니다. 폴과 폴의 어린 시절 수화기 속 “안내를 부탁합니다”의 특별한 관계가 매우 인상 깊었고, 작가는 “안내를 부탁합니다”라는 전화 안내 소재를 추억하며 쓴 글이지만 나에게는 상상력을 발휘해 딴생각하게 해준 소설입니다.[[그림11]]배우 정수영(그라시아) J. M. 데 바스콘셀로스 「나의 사랑 로징냐」여름의 절정, 폭염이라는 기상청의 예보에 숨 막히는 더위 속에서 떠오른 책은 바로 「나의 사랑 로징냐」(1985)입니다. 원제는 ‘호징냐 나의 쪽배’(1962년 작)로 지금은 원제 그대로의 제목으로 출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굳이 제가 보았던 그 옛 제목 그대로 소개하는 것은 아마도 이 책을 만난 그 순간을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 싶어서 일 것입니다. 「나의 사랑 로징냐」는 제 인생에서 ‘책을 만났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책 중의 하나입니다. 90년대 제가 다니던 성북동성당 보일러실, 누구든 읽을 수 있었으나 아무도 손대지 않았던 오래된 책더미에서 발견한 책입니다. 그때, 책의 주인공인 ‘제 오로꼬’를 만났고 그의 사랑 ‘로징냐’의 목소리를 들었고, 그들과 함께 생각하고 성장했습니다.작품의 주 배경은 브라질 아마존강 유역의 가장 큰 지류인 아라구아이아강이며, 그 강에 놓여진 ‘로징냐(지금 번역본으로는 호징냐)와 그 쪽배의 주인인 ‘제 오로꼬’와의 대화로 주된 이야기는 흘러갑니다. 당시 둘의 대화는 제 마음 깊숙이 들어와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진한 울림으로 남아있습니다. 사실 작가인 J.M 데바스 콘셀로스는 사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로 더 유명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더 좋아합니다. 이 작품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전작이고 그렇기에 덜 가공되고 덜 다듬어진 작가 그대로의 영혼을 만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로징냐의 대사로 책 소개를 마칩니다. “하늘의 계신 하느님! 모든 것에 감사드리옵니다! 제가 아름다운 란디 나무로 태어나게 해주신 것을 감사드립니다! 인디오들이 저를 찾게 해주신 것도 감사드립니다! 그들이 저를 아름다운 쪽배로 만들게 해주신 것도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눈이 멀어 해가 기우는 것을 못 보게 해주신 것도 감사드립니다! (중략) 또한 사랑하는 하느님! 그 무엇보다도 삶이 아름다운 것임을 보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과 집콕의 일상에 갇혀 버렸습니다. 여름휴가가 왔지만, 마스크를 훌훌 던져버리고 떠날 수도 없습니다. 고립과 고독 사이를 오가면서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은’(묵시 3,16) 신앙인이 되어 버린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통해 언택트와 뉴노멀 시대가 주는 의외의 선물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책을 만드는 일을 하거나, 책을 쓴 적이 있거나, 혹은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여름휴가에 읽을 책을 추천합니다. 책은 팬데믹을 거뜬히 건너갈 힘을 건넬 겁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문채현2021.07.21

“환대할 수 없는 것을 환대하는 것이 진짜 환대죠”전북대 왕은철 교수 신작 「환대예찬」, 동화 「어린왕자」·구약 창세기 등 다양한 문학·성경 속 환대 의미 분석 전북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인 왕은철 교수가 문학적 서사를 통해 환대의 가치를 짚어낸 「환대예찬」을 펴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환대(歡待). ‘기쁠 환’에 ‘기다릴 대’를 쓴다. 반갑게 맞아 정성껏 대접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환대를 생각하면 환대를 받을 만한 사람을 떠올린다. 차갑고 소홀히 대한다는 뜻의 냉대와 홀대는 환대의 반의어다. 환대와 마찬가지로, 냉대를 생각하면 냉대를 받을 만한 사람이 떠오른다. 이런 논리라면, 환대와 냉대는 그것을 받을 만한 사람의 것이다. 적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냉대하고, 환대할 만한 사람을 환대한다면 ‘환대의 정신’은 도대체 왜 필요할까? 사랑받을 만한 사람을 사랑하고, 용서할 만한 사람을 용서하기는 쉽다. 전북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인 왕은철(미카엘) 교수는 환대 예찬가다. 460쪽의 적지 않은 분량에 처음부터 끝까지 환대를 예찬한 신작 에세이 「환대예찬」(현대문학)을 펴냈다. 인간이 빚어낸 환대의 방식과 윤리를 다루고, 시대가 주목한 문학적 서사를 통해 환대의 정신을 재해석했다. 환대의 대상과 의미, 가능성을 다면적으로 성찰했다. 2017년 10월부터 2년간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한 에세이를 모았다.왕 교수는 말한다. 인간이 가진 놀라운 능력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자기 것처럼 느낄 줄 아는 능력이라고. 이웃에 대한 사랑과 타자에 대한 환대도 여기에서 나온다. 문학 역시 이러한 인간의 공감 능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자기 이야기만 반복하는 자기중심적인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 문학이 타자에 관한 것이듯 환대와 사랑 역시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작가는 「어린 왕자」와 「몽실 언니」부터 시대의 고전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비롯해 구약성경의 창세기와 판관기 등 고전과 문학 작품을 넘나들며 환대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건져 올렸다. 작가 한강의 에세이이자 소설인 「흰」과 「소년이 온다」가 주목하는 애도 역시 환대의 형식임을 다뤘다.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 존 맥스웰 쿳시의 「야만인을 기다리며」를 통해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이 환대하는 과정에 인간의 내적 결핍, 윤리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음을, 그것이 환대의 진정한 정신임을 강조하고 있다. 환대의 수혜자는 곧 자기 자신이 된다는 역설이다. “환대는 마음이면서 물질이다. 따뜻한 말로 어루만질 때는 마음이고, 필요한 음식을 가져다줄 때는 물질이다. 이처럼 환대는 빈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든 물질이든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주는’ 행위다.”(395쪽)환대는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말한 것처럼 타자의 이름, 언어, 성별, 인종이 무엇이든 행해져야 한다. 자크 데리다는 무조건적인 환대의 개념을 언급하며,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것이 진짜 용서고, 환대할 수 없는 것을 환대하는 것이 진짜 환대”라고 강조했다. 작가는 20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자크 데리다의 용서에 관한 강연을 듣고, 세상의 고통에 관심을 두게 됐다. 그 이후 애도와 상처, 환대 등 치유라는 일관된 주제에 천착해 목소리를 내왔다. 2018년에는 문학 작품에서 나타난 죽음, 애도, 트라우마를 연구해온 공로로 ‘생명의 신비상’ 인문사회과학 분야 본상을 받았다.혐오를 통해 환대를 가르치는 사회다. 최근 출판 시장에는 혐오의 대상, 현상, 윤리를 분석하는 책들을 줄줄이 나왔다. 혐오와 인권, 혐오 표현을 거절하는 법 등을 가르침으로써 오히려 혐오를 둘러싼 부정적 서사를 확대 재생산한다. “혐오를 혐오하라”는 말보다 “환대하라”는 말의 힘은 더 세다. 혐오는 환대를 품지 못하나, 환대는 혐오를 품는다. 왕 교수는 머리말에서 “환대가 부재한 사회를 환대가 넘실대는 사회로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도 문화”라면서 “타인을 향한 환대는 결국 자기 자신을 향한 환대로, 이것이야말로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킨다”고 강조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cpbc2020.03.11

신앙 교육 유연하게 폭 넓히고 가정 교육 초석 단단히 쌓아야코로나19 이후 주일학교 신앙 교육 어떻게 (하)) 서울대교구 성소국이 마련한 성소 주일 행사에서 어린이들이 기도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성당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지만, 막상 신부님이나 수녀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할 기회가 없습니다. 신부님들이 바빠 청소년과 만날 시간이 없으시겠지만, 미사 때만 청소년들에게 질문하시기보다 캠프나 행사 때 더 깊이 소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기 전, 지난해 5월 21일 서울대교구 청소년국이 주교좌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마련한 청소년 사목 심포지엄에서 한 고등학생이 한 말이다. 청소년들은 코로나19 이전 시대에는 사목자와의 만남과 교류를 희망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시대는 다르다. 그야말로 청소년 사목의 발판이 되어 준 친교와 만남의 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자란 요즘 청소년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를 Z세대라 일컫는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디지털 환경에 노출돼 ‘디지털 원주민’이라고도 불린다. Z세대는 TV와 컴퓨터보다 스마트폰, 이미지, 동영상 콘텐츠를 선호한다. 관심사를 공유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는 동시에 생산도 한다. “교리 영상과 애니메이션을 교회가 안 만들 순 없습니다. 온라인 사목도 시도되어야 하고 병행되어야 하지만 색다르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영상을 만드는 건 세상이 더 잘합니다. 돈을 들여 펭수가 가톨릭 교리를 말하게 하면 달라질까요?”대구대교구 4대리구 복음화 담당 마진우 신부는 “다채롭고 새로운 방식은 지식 전달을 위한 수단일 뿐 신앙의 본질을 전하기는 어렵다”며 “이제는 신앙의 본질에 헌신하는 시간을 확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신천지가 알려준 사실들청소년 사목 관련 전문가 중에는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드러난 신천지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신천지 교인 중 20~30대 청년이 많았다는 점은 젊은이들이 영적인 갈망, 거룩함을 추구한다는 방증이다. 신천지와 같은 유사종교에 빠지는 이들을 통해 현대인들은 여전히 영성에 목마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 정준교(스테파노, 다음세대살림연구소) 소장은 “신천지에서 돌아온 젊은이 중에는 ‘신천지에 끌려갔을 때는 이단인 줄 모르고 갔지만, 이제는 천주교로도 안 돌아간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며 “이는 교회의 슬픈 모습”이라고 토로했다. 정 소장은 “이들이 ‘신천지를 버리고 천주교로 돌아갈 때 과연 신천지에서 받았던 배려와 호의, 따뜻한 관심을 성당에서 받을 수 있을까’라고 물을 때 우리도 ‘그렇다’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신천지에 빠진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은 주일학교의 교리교육이 올바른 신앙을 갖게 하는 체제였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성찰의 목소리도 크다. 청소년 신앙교육, 변화하자 “신앙 교육의 핵심은 청소년들이 일상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고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전찬용(예수회 한국관구 청소년사도직위원회 위원장) 신부는 “그동안 주일학교에서 행해오던 주입식 교육은 하느님을 체험하는데 편협하게 만들었다”며 “이런 교육의 형태가 요즘 청소년들에게 신앙과는 더 멀어지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주일학교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유일하고 체계적인 교리교육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부인할 순 없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제동이 걸린 주일학교는 더 폭넓고 유연한 사목으로 확장을 요구받고 있다. 주일학교가 신앙의 본질을 전수하기보다는 주입식 교리교육 방식이라는 것에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코로나19로 중고등부 미사와 주일학교의 시계가 멈추자, 신앙 교육을 온전히 주일학교에 맡겼던 부모들은 우왕좌왕했다. 정준교 소장은 “코로나19로 아이들이 학교도 가지 못하고, 신천지까지 무너지는 이 시간은 복음화를 위한 황금 같은 기회였다”면서 “교회가 미리 가정에서 부모들이 신앙 교육을 위해 무얼 해주어야 할지 사전에 준비했더라면 가정에서 이렇게 손 놓고 있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전찬용 신부는 “그동안 행해온 집단적이고 획일화된 청소년 사목은 흥미를 잃어가는 교리수업과 급감하는 주일학교의 학생 수를 통해 그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이는 사목자들이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결과일 것”이라고 언급했다.청소년 사목 중심에 ‘가정과 부모’ 있어야주일학교가 한국 교회에서 언제 시작됐는지 문헌상으로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주일학교의 기원은 박해가 끝나는 시기부터 선교사들이 활발히 선교활동을 시작한 때로 본다. 1922년에 반포된 「서울교구 지도서」 102조에는 “각 본당에 가능한 한 교리학교를 두어 적어도 주일마다 어린이들을 모아 교리와 기도문을 가르쳐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1932년에 어린이를 위한 교리서 「어린이 문답」이 출판됐다. 이어 1957~1958년 「학생 교리」 등 주일학교 교리서들이 나오면서 1970년대에 이르러서야 주일학교가 체계화된 것으로 보인다. 교리 지식 중심의 청소년 사목은 한국의 급격한 사회 변동으로 ‘가톨릭 학생 운동’과 같은 사도직 중심의 청소년 사목을 촉발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사도직 중심의 청소년 운동은 본당 주일학교와 분리돼 학교 중심으로 넘어갔다. 햇살사목센터 소장 조재연(서울 면목동본당 주임) 신부는 지난해 5월 ‘청소년 사목의 현실과 방향’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젊은이 공동화 추세가 가속되고 이탈 연령층은 계속 확대되는 채로 2020년대에 진입하게 되면 한국 천주교회는 영유아부터 50대에 이르는 세대가 대부분 빠져나간 채 60대 이상만 남는 그야말로 초고령 사회를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이는 교회 공동체 전체의 활력 저하뿐 아니라 가톨릭 신앙 전수 자체가 끊길 수 있는 상황이 가능하다. 조 신부는 청소년ㆍ청년 시기란 생애 주기상의 일시적인 구분일 뿐 “그들은 곧 30, 40, 50대가 되고, 그들의 자녀가 다시 10, 20대가 된다”면서 청소년 사목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전 세대를 아우르는 통합 사목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서울대교구 사목국 기획실 이영제 신부는 “‘2~3개월 성당에 안 다녀보니 편하고, ‘은연중에 하느님 없이도 살 수 있네’라고 생각하는 부모가 어떻게 아이들에게 신앙을 전할 수 있겠느냐”며 “코로나19 시점으로만 보면, 가장 시급한 건 부모 교육”이라고 진단했다. 이 신부는 “가정 공동체 안에서 신앙교육이 이뤄지려면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교회는 가정공동체가 무너지지 않도록 힘과 용기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cpbc2020.06.10

아마존 시노드, 생태 보호·복음화 신중히 논의무분별한 개발 방지와 토착 문화 보존, 기혼 사제 허용 문제 등 토론… 최종 문헌은 26일 투표로 확정 7일 개막한 아마존 시노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참가 주교단 및 전문가들이 아마존 지역 복음화와 생태 문제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CNS】 6일 바티칸에서 개막한 ‘범 아마존 지역에 관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특별회의’(아마존 시노드)가 참가 주교단과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 속에 진행되고 있다.아마존 시노드 참가자 190여 명은 7일 교황청 시노드홀에서 열린 개막 총회를 시작으로 아마존 생태 문제 및 복음화와 관련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시노드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전체 회의와 소그룹 토의 등 평일 오전과 오후 내내 이어지는 회기 동안 자유로운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노드 초반기인 지난 7~11일에는 △파괴되어 가는 원주민 터전과 신앙생활 문제 △무분별한 아마존 개발로 인한 생태 문제 △아마존 지역 기혼 남성의 사제 서품 허용 △여성 지도자들의 역할 증대 △아마존 영토 보존을 위한 교회 노력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이 오갔다.특히 상당수 시노드 참가 주교들은 덕성이 입증된 기혼 남성인 ‘비리 프로바티’(viri provati)들에게 사제 서품을 허용해야 한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 교회 에르윈 크로이틀러 주교는 “아마존 지역을 관할하는 주교 가운데 3분의 2가 ‘비리 프로바티’의 사제 서품 허용을 찬성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기혼 남성의 사제 서품을 찬성하는 주교들이 독신주의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가톨릭 신자들에게 중요한 신앙의 중심인 성찬례의 축복을 원주민들이 받길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심각한 사제 부족을 겪는 아마존 지역 원주민 복음화 문제가 가장 뜨거운 이슈로 논의 중이지만, 주교들은 기본적으로 사제직의 본질과 독신주의의 가르침을 수호하는 교회 질서 안에서 이를 수행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하고 있다.아마존 토착 문화 보존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프랑스 교회 에마뉘엘 라퐁 주교는 “아마존의 많은 원주민과 노예의 후손들이 버림받았다고 느끼며, 그들의 토착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시노드 최종문서위원회 의장 클라우디오 우미스 추기경은 “인류는 지구 상의 여러 대륙에 있는 원주민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고, 아마존에도 큰 빚을 지고 있다”면서 “그들의 문화와 언어, 역사, 정체성과 영성은 인류의 재산이며, 세계 문화로서 존중받고 보존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몇몇 주교들은 교회 전례와 아마존 토착 의례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형태의 ‘가톨릭 아마존 예식’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 토착민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성소 계발에도 힘쓰자는 의견도 나왔다.아울러 아마존 보호를 위해 자연에 짓는 죄의 무게를 일깨우는 ‘생태적 회심’을 촉구하자는 의견도 연이어 나왔다. 주교들은 생태학적 관점의 죄를 묘사한 신학 문헌들을 출판해 보급하고, 특히 젊은이들과 함께 창조질서 보전 노력에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독일 주교회의 의장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은 “아마존 영토를 지키려면 인류와 자연 사이의 새로운 균형과 평화로운 공존을 이끌어내는 통합 생태학과 시각 변화가 필요하다”며 “부패와 착취, 세계인 무관심 종식을 위해 우리의 행동을 지속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시노드 사무처 사무총장 로렌조 발디세리 추기경은 개막 총회 연설에서 “아마존을 위한 주교 시노드는 작지만, 중요한 지리적 영역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보편 교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특별 총회”라며 아마존 시노드의 특별성을 재차 설명했다.아마존 시노드에서 이뤄진 전체 토론의 요약본은 오는 21일 상정돼 수정 작업을 거친다. 이어 시노드 최종문서위원회가 25일 막바지 수정 및 보완 작업을 한 뒤 26일 투표를 거쳐 시노드 최종 문헌을 확정 짓게 된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평화신문2019.10.15

함께 울어줄 사람… 있으신가요? 이기헌 주교의 삶과 신앙 수필로 엮은 묵상집 「함께 울어주는 이」 “오래전부터 사목자다운 수필을 쓰고 싶었습니다. 사목 현장에서 만난 착한 사마리아인 사람들의 이야기며, 라자로의 죽음을 슬퍼하며 우시던 예수님을 닮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가 사목자로서의 삶과 신앙, 추억의 조각들을 기워 낸 묵상 수필집 「함께 울어주는 이」(바오로딸)를 펴냈다.쉬는 날이나 긴 연휴가 주어지면 ‘책을 볼까, 글을 쓸까?’ 망설이다, 글을 쓰기로 결심한 날들이 안겨준 선물 같은 책이다. 의정부교구 사목월간지 ‘나무그늘’에 기고했던 글, 시대 상황에 맞게 목자로서 목소리를 낸 글, 영적인 생각에 대한 단상, 교구 주보에 실었던 글을 모았다. 책 제목은 본당 주임 신부로 사목했던 시절, 유럽 성지순례로 본당을 비워야 해 동창 신부에게 본당을 맡기고 떠났을 때의 일화에서 따왔다.“여행을 마치고 본당에 돌아온 후, 걱정했던 자매님 한 분이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매님에게는 두 아들과 남편이 있었는데, 비신자인 남편이 어찌나 고집이 센지 오랫동안 성당에 가자고 졸라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고 무척 속상해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남편이 주일미사에 나왔습니다.”(51쪽)이 주교가 자리를 비운 동안, 동창 신부는 그 자매의 집을 방문해 병자 영성체를 해주고, 병자성사를 주는 등 자매의 임종을 지켜보며 눈물을 함께 흘리며 슬퍼해 줬다. 동창 신부의 눈물이 남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예수님이 ‘우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하신, 참 행복의 의미가 와 닿았습니다. 고통을 받고 우는 사람, 어렵고 힘든 사람을 찾아가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은 사제들이고, 신자들이지요.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바오로딸 출판사 수녀님들이 정해주신 제목으로 마음에 드는데, ‘내가 그렇게 살았나’ 하는 반성이 듭니다.”(웃음) 수필집에는 평생 자녀들이 하느님 자녀로 살아가기를 기도하신 어머니, 묵주기도의 추억, 일본 교포 사목, 성체조배의 은총, 사제로서 정체성과 외로움이 닥쳤던 시간, 성사의 아름다움 등 주교가 살아온 삶의 아름다운 궤적이 녹아있다.이 주교는 1947년 해방 직후 평양에서 태어난 피난민이자, 북에 두 명의 누나를 두고 있는 이산가족이다. 그래선지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으로서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짙은 애절함도 담겨있다.“북에서 넘어왔기에 어렸을 때 피난민이라는 소리를 종종 들었지요. 그래서 난민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제주의 난민들도 그렇고, 교회는 삶의 위기에 있는 난민들을 따뜻하게 돌봐줘야 합니다. 새터민들도 난민이지요. 새터민과 이주민들에게 형제애를 실천해야 한반도에 평화가 오지 않을까요?”평소 영적 독서를 즐기는 이 주교는 “영적 독서를 하는 시간은 아깝지가 않다”며 최근에 읽은 책 두 권을 추천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성인들」과 「황혼의 미학」이다. 이 주교는 “글을 쓰는 시간은 살아온 날들을 꺼내보는 시간”이라며 “앞으로도 조용한 시간을 통해 삶을 돌이켜보기도 하고, 글을 써서 교우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글·사진=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백영민2018.07.11

국내 최초 생명학교 개설, 552명 생명지킴이 배출생명의 신비상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4·끝) 활동 분야 장려상 청주교구 새생명지원센터 청주교구 새생명지원센터를 이끌어가는 가족들과 센터장 정효준(왼쪽에서 네 번째) 신부. 장광동 명예기자 지난해 11월과 12월, 청주교구 새생명지원센터(센터장 정효준 신부)는 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찾아가는’ 생명교육이었다. 김현기(베드로) 여가문화연구소장과 함께 ‘올바른 대중문화 보기’라는 제목으로 16회에 걸쳐 청주 중앙여중 학생들을 찾아 생명교육을 했다. 반응은 굉장히 좋았다. 전교생을 강당에 모아놓고 하는 집단 교육이 아니라 반별로 교육한 게 주효한 듯했다. 김 소장은 “강의하면서 행복하기는 오랜만이었다”며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성문화를 바로 보도록 해줬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새생명지원센터는 1년 2학기 26강좌로 구성된 전국 최초의 생명학교를 개설, 청주에서 7기에 걸쳐 321명, 충주ㆍ음성지구에서도 총 6기 231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지금까지 552명이 ‘생명지킴이 수호천사’로 거듭났고, 이를 토대로 ‘본당 단위 생명ㆍ가정성화 운동’ 체계를 다졌다. 새해에는 교구 남부지구에 생명학교를 신설, 더 많은 교구민과 지역민이 생명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 같은 공로로 청주교구 새생명지원센터는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가 수여하는 제12회 생명의 신비상 활동 분야 장려상을 받게 됐다. 2011년 6월에 문을 연 교구 새생명지원센터는 특히 출범 때부터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가 주관하는 ‘새생명프로젝트’ 시범교구에 선정돼 3년간 생명운동 실천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개발했다. 양육 미혼모를 위한 지원 체계를 만들고 초기 위기 대응 매뉴얼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상담 체계를 개발한 것이 가장 특기할 만하다. 단순히 낙태를 반대하는 운동에만 머물지 않고, ‘용기를 내어’ 생명 출산을 선택한 미혼모들을 돕는 데 집중했다. 미혼모 아이들을 지원하는 기간을 늘렸고 상담이나 출산ㆍ병원비나 양육 용품 지원 같은 위기 지원 서비스도 강화했다. 교육ㆍ문화와 자조모임 지원, 여성경제인협회 충북지회 같은 지역 관계기관과의 연계 지원도 시도했다. 생명 수호와 낙태 반대를 위한 ‘생명의 밤’은 청주교구의 대표적 생명 기도, 생명운동으로 자리를 잡았다. 새생명지원센터는 해마다 생명의 밤을 통해 셋째 이상 자녀를 출산한 가정에 격려금을 지급했다. 그 가정은 지난해까지 총 728가정에 이른다. 나아가 교리교육에 활용 가능한 생명교육을 위해 2015년부터 생명교육 교재를 개발, 첫영성체 어린이 교재인 「생명으로 오신 예수님」과 중학생 교재인 「하느님과 함께 라이프-톡」을 출판했다. 위기 임신 포착과 초기 대응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교육함으로써 이웃 가까이에서 생명을 수호하는 ‘가브리엘 서포터’를 양성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어려운 ‘한 부모 가정’, 특히 정신지체나 신체장애인을 둔 한 부모 가정에도 지원의 손길을 내밀 계획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지자체 지원금으로 겨우 꾸려나가는데 직원 인건비조차 충당하지 못할 지경이다. 이에 생명운동 후원금을 모으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센터의 재정적 자립이 현안이 될 전망이다. 센터장 정효준 신부는 “미혼모는 계속 늘고 있고 위기 지원 또한 자녀가 3세가 넘기면 끊겨 미혼모나 한부모 가정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새생명지원센터와 함께 생명지킴이가 되어 달라”고 호소했다. 상담 문의 : 1577-3053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평화신문2018.01.10
![[창간30돌] 메마른 우리 사회에 ‘영성의 샘’으로 자리잡아야](//cpbc.co.kr/CMS/newspaper/2018/05/rc/720064_1.0_titleImage_1.jpg)
[창간30돌] 메마른 우리 사회에 ‘영성의 샘’으로 자리잡아야이사장 손희송 주교,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의 나아갈 방향을 말하다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이 복음의 기쁜 소식을 전해온 지 30년. 1988년 서울대교구가 설립한 가톨릭 종합 언론매체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은 어느덧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했다.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은 지난 30년간 수많은 언론 기관 가운데서도 가장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며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의미를 꾸준히 밝히는 ‘작은 촛불’이 돼왔다. 동시에 교회 기관으로서 실천해야 할 선교 사명과 시시각각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적극 대처해 왔다. 교회의 관심, 나아가 사제와 수도자와 신자들의 물심양면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은 이 같은 사랑과 관심, 지원을 밑거름 삼아 자라났다. 앞으로 더 성숙하게 거듭나기 위해선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서울대교구 총대리이자 (재)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 제5대 이사장 손희송 주교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대담은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 사장 조정래 신부가 했다. 1988년 당시 손희송 주교는 오스트리아 유학 중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 설립 소식을 접했다. 한국 교회는 당시 왜 매체를 필요로 했을까. 손 주교는 “교회 내부에서 오랫동안 교회 메시지와 시대를 향한 진실을 정확히 전하는 매체의 필요성이 제기됐었다”고 회고했다.“1980년대 들어 교회 내에 언론 매체를 설립하자는 목소리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권위주의 정권과 투쟁하면서 교회도 민주화 운동에 활발히 참여했는데 왜곡된 현실을 바로잡고 교회 메시지를 명확히 알리는 매체가 필요했던 겁니다. 이미 필리핀에서는 도미니코 수도회가 설립한 라디오 베리타스(Radio Veritas)가 필리핀 사회 발전과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매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널리 공감을 얻었습니다. 이런 시대적 요청 속에 서울대교구가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을 설립한 것입니다.”가톨릭 교회 매체의 필요성은 교회 역사 속에서도 시대 흐름에 따라 제기돼 왔다. 손 주교는 “1939년부터 20년간 재위한 비오 12세 교황은 현대 사회 발전에 상당히 민감하게 대처하는 분이었다. 당시 라디오와 TV가 막 나온 시절이었음에도 이를 십분 활용해 당신 메시지를 세상에 널리 전파했다”며 “비오 12세 교황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부터 이미 미디어의 중요성을 알고 활용했다”고 설명했다.교회 미디어의 중요성은 전 세계 교부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회 쇄신 방향을 모색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도 대두됐다. 손 주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인 사회 매체에 관한 교령 「놀라운 기술」은 현대 미디어의 의미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복음 선포에 미디어가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서울대교구가 이 같은 권고를 적극 받아들였고, 지난 30년간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복음을 전하는 데 많은 일을 해왔다”고 말했다.가짜뉴스 판치는 시대에 존재 가치 높여야그 사이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종교방송에 대한 관심도 초창기와 비교하면 많이 줄어들었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생겨나고 1인 미디어까지 등장한 오늘날, 종교방송도 미디어 경쟁이란 파고를 피해갈 순 없었다. 손 주교는 “재미와 흥미 위주의 여러 방송과 매체들 속에서 종교방송의 미래에 대한 고민은 갈수록 커져만 가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거짓 뉴스가 판을 치고, 경쟁과 윤리의식이 사라져가는 이때가 오히려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의 존재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시기”라고 강조했다.“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이 전할 가치는 신속성보다 윤리성, 정확성, 정직성에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이 사회를 위한 ‘영성의 샘’이 되는 겁니다. 사람들에겐 누구나 거룩함에 대한 갈망, 영적 갈증이 있습니다. 지난 2월 제가 페이스북에 서울대교구 사제 서품식 영상을 올렸더니 한국어도 모르는 동남아 사람들이 ‘좋다’는 댓글을 많이 올리더군요. 세상에서 볼 수 없는 거룩한 예식을 보면서 언어가 다른 이들도 영적 거룩함을 느낀 것이죠.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은 2000년 교회 안에 깃든 거룩함을 바탕으로 현대인들에게 영적 갈증을 채워줄 분야에 매진하면 좋겠습니다.”손 주교는 “미국 가톨릭 방송의 경우, 묵주기도 프로그램 시청률이 가장 높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만이 지닌 ‘거룩함’과 ‘영성’의 가치를 복음에 근거해 잘 전한다면 더욱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디지털 시대에 부응하는 시너지 효과를 2017년 서울대교구는 ‘디지털 시대에 부응하는 조직 개편’을 기치로 교구 홍보위원회를 발족했다.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교구가 운영 중인 언론홍보 및 출판 매체인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과 가톨릭출판사, 교구 홍보국, 인터넷 굿뉴스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교회 소식과 복음을 전하는 데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매진할 것을 알렸다.손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자의교서를 통해 홍보처 설립을 발표했고, 교황청의 많은 홍보기구를 통폐합해 협력하도록 개편했다”며 “우리 교구도 같은 맥락에서 신자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더욱 효과적이고 광범위하게 전파할 체제를 구축하고자 홍보위원회를 발족했다”고 설명했다. 손 주교는 새 시대를 향한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의 미래를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손 주교는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은 ‘무형의 성전’”이라며 “사제와 신자 여러분 모두 방송과 신문이 전하는 기쁜 소식에 참여할 주역”이라고 강조했다.“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이 설립될 때 서울대교구 모든 사제가 창립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사제들에게는 ‘우리 방송’, ‘우리 신문’이라는 의식이 너무 적습니다. 신부님들께서 먼저 함께 주인의식을 갖고 매체 제작과 홍보에 힘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것이 한국 교회가 지닌 좋은 네트워크를 잘 살리는 길입니다.”하느님의 일꾼으로 사명 다해야 손 주교는 현재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에 종사하는 임직원 160여 명에게도 “하느님 일꾼으로서 기쁜 마음으로 사명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은 일반 매체이면서 동시에 교회 매체입니다. 두 가지 매체적 특성을 잘 살려내려면 교회에 대한 지식과 함께 사랑이 필요합니다. 여러분 임직원은 ‘성전’에서 일하는 분들입니다. 여러분 스스로 복음에 젖어 있는 사람, 복음으로 개화된 사람이 돼야 합니다. 동시에 신자로서 직장이 신앙을 깊게 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랍니다. 그러면 업무와 복음을 동시에 잘 열매 맺을 수 있겠죠.” 정리=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cpbc2018.05.09

대침묵 피정, 자유 찾는 데 좋은 길잡이 될 것송차선 신부와 함께하는 1박 2일 대침묵 두 번째 피정 자유로운 영혼을 위하여송차선 신부 / 분도출판사 / 1만 원출판계가 불황이라지만, 좋은 책은 독자들이 먼저 알아본다. 책이 아무리 안 팔린다지만, 좋은 책은 그래도 사서 본다. 송차선(서울대교구 석관동본당 주임) 신부가 2010년 펴낸 「화해와 치유」(분도출판사)는 지금껏 5쇄를 넘기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화해와 치유」는 혼자서 혹은 소규모로 1박 2일간 대침묵 피정을 하며 나 자신과 이웃과 화해하며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도록 이끌어 준다. 대침묵을 하는 동안 무슨 기도를 바쳐야 하는지, 어떤 성경 말씀을 읽고, 무엇을 묵상해야 하는지를 자세하게 일러주는 데다, 아예 피정 시간표까지 제시해 줬다. 책만 있으면 누구라도 홀로 피정할 수 있도록 해 신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화해와 치유’ 말고도 다른 주제로도 피정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독자들의 요청이 끊이질 않았다. 송 신부는 「화해와 치유」 이후 7년 만에 새 책 「자유로운 영혼을 위하여」로 응답했다. 이번 책에서는 화해와 치유를 넘어 자신을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독자들을 안내한다. 책 주제를 ‘자유’로 정한 데에는 송 신부의 체험이 바탕이 됐다. “제가 몇 년 전에 암 수술을 했어요. 수술실로 향하는 동안 병원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 전혀 무섭거나 두렵지가 않았어요. 살고 죽는 것에 집착이 없었죠. 의사가 수술실에 웃으면서 인사하고 손 흔드는 환자는 처음 봤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저를 보고 사람들이 ‘아픈데도, 뭐가 그리 자유롭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많이 묵상하고 생각했어요. ‘내가 자유로운가? 무엇에서 자유로운 거지? 죽음에서? 고통에서? 무엇 때문에 자유로운 걸까. 그럼 자유란 게 진짜 뭘까’ 하고요.”송 신부는 철학에서 말하는 어렵고 딱딱한 ‘자유’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자유’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보좌 시절 본당 주임 신부에게 매운 ‘시집살이’를 겪은 사연, 성당을 새로 지으면서 신자들과 겪었던 갈등, 커피와 컴퓨터 게임에 빠졌던 중독 등 자신의 삶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과거를 가감 없이 고백했다. 그러면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자유를 향한 열망을 가지고 간절하게 찾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모두 무언가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바라죠. 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를 얻길 바라고요. 바라는 데서만 그쳐서는 안 됩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찾아 나가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때론 아프고 깨질 수도 있겠지요. 대침묵 피정은 자유를 찾는 데 좋은 길잡이가 돼 줄 것입니다.”송 신부는 침묵의 중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하느님을 만나는 피정에서 핵심은 침묵이라고 했다. “꼭 1시간은 반드시 침묵하며 묵상하기를 권합니다. 그래야 하느님 소리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으면 않는 대로 있으면 됩니다. 점차 익숙해지다 보면 어느 순간 하느님과 대화할 수 있을 겁니다.”송 신부는 또 자유로우려면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현재에 머무르기를 당부했다. 과거에 얽매이거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지금, 여기의 기쁨과 행복을 놓치는 잘못을 경계했다. “현재를 살아가는 것은 과거에 마음을 두지 않는 것입니다. 과거에 만들어진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죠. 또 불확실하고 보장 없는 미래에 마음이 사로잡혀 있으면 오늘을 보지 못하고요. 가장 좋은 방법은 하느님께 모든 걸 맡기면 됩니다. 그분 사랑 안에선 모든 것이 자유롭습니다.”한편, 분도출판사는 19일 오후 7시 석관동성당에서 「자유로운 영혼을 위하여」 출판 기념 저자와의 만남 시간을 마련한다. 저자 송 신부의 체험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자리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평화신문2017.05.10

신자 눈높이 맞춰 풀어쓴 ‘교부들의 삶과 말씀’황인수 신부, 정통 신앙 토대 확립한 교부 10명 문헌 엮어 출간황인수 신부는 "우리 모두 교부가 될 수 있다"며 "지금도 살아 숨쉬는 교부들의 말씀에 심취해 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끝없는 길 언제나 새로운 길 황인수 신부 지음 / 1만 3000원 / 성바오로출판사 교부들의 문헌을 읽은 적이 있는지. ‘교회의 아버지’라 불리는 교부(敎父)는 그리스도교 진리를 널리 전파한 존경받는 위대한 사상가를 일컫는 칭호다. 그리스도교 초기부터 중세기까지 그리스도교 정통 신앙의 토대를 확립한 많은 교부들의 문헌은 여전히 ‘신자들이 접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게 사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 ‘교부들과의 친밀도’가 한껏 높아진다. 황인수(성바오로수도회 준관구장) 신부가 펴낸 「끝없는 길 언제나 새로운 길」(성바오로출판사/1만 3000원)은 사도 시대부터 수 세기에 걸쳐 정통 신앙을 수호한 교부 10명의 빛나는 문헌과 감동적인 삶을 독자 눈높이에 맞춰 엮었다. ‘기도’, ‘이웃 사랑’, ‘깨어 있음’, ‘말씀’ 등 가장 필요한 주제들을 다뤘다. 황 신부는 “교부들은 성경 말씀을 자기 삶으로 주석해낸 성인들”이라며 “교부들의 말은 당대 현실 문제와 직면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생명력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책 주인공은 대바실리오(329~379)부터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도(1090~1153)에 이른다. 교부들은 평생을 하나같이 그리스도의 진리를 깊이 깨닫는 데 매진했고, 말씀의 의미를 주해해 설교했다. 또 부패한 황실, 부유해진 권력과 잘못된 세태에 맞서 싸우기도 했다. 황 신부는 “오늘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신앙적으로 현실을 짚고, 이웃사랑과 실천을 강조하시듯 교부들 또한 개인 영성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 정의와 평화를 위해 사회적 발언도 서슴지 않으며 목숨까지 내놓았다”고 했다. 실제 부패한 권력층을 향해 “소유물이 소유자의 것이 되어야지 소유자가 소유물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고 외쳤던 암브로시오 성인은 결국 주교직을 박탈당하고 유배지에서 순교했다. ‘황금의 입’(金口)으로 불리는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 또한 폭군을 질타하다 쫓겨나 순교한다. 대바실리오도 추종을 강요한 황제에 당당히 맞섰다. 황 신부는 “교부들은 하느님 사랑을 깊이 체험했기에 이 같은 모범과 실천이 가능했던 것”이라며 “이분들의 모습에서 하느님의 모상인 사람을 제대로 알고, 그들을 사랑해야 한다는 진리를 꿰뚫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책은 교부들의 성경 주해서와 서간, 그리고 삶에 담긴 아름다운 신앙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늘 깨어 있는 사람이 되라”고 강조한 대바실리오는 “지상에서 천사들의 합창대를 모방하는 것보다 더 복된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시편을 찬양했다. ‘하느님의 종들의 종’이란 표현을 처음 쓴 대그레고리오 교황은 지병으로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에서도 교황직을 수행하면서 ‘개인 기도’와 ‘이웃 섬기기’의 균형을 강조했다. 하느님 신비를 깊이 꿰뚫어본 ‘은총의 박사’ 아우구스티노 주교와 예로니모 성인이 갈라티아서의 해석을 놓고 편지를 주고받으며 ‘겸손한 논쟁’을 펼친 일화도 흥미롭다. “모든 이를 돌보는 영혼의 의사이신 그분”(대바실리오), “아주 작은 일에 불의한 사람은… 영적인 재산을 분배하는 데도 불의할 것입니다”(예로니모), “그리스도를 마시십시오. 그분은 생명의 샘입니다”(암브로시오)와 같은 주옥같은 글귀도 읽을거리다. 로마 아우구스티니아눔에서 교부학을 전공한 황 신부는 “수원가톨릭대 신학생 시절, 스승의 날 신학생들이 교수님께 꽃을 달아드렸는데, 그분께서 글쎄 의자를 가져다 갑자기 칠판 위 예수님께 달아드리더라”며 “당시 교부학을 가르치셨던 이성효 주교님의 이 모습에서 ‘아, 이것이 참 신앙이구나!’를 느끼고 교부학에 매진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사실 교부란 꼭 이처럼 대단한 분들만 지칭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에게 생명의 신앙을 전해준 모든 이는 교부입니다. 제게 세례를 준 신부님,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병환 중에도 마지막까지 강론대 앞을 떠나지 않았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도 우리의 아버지이십니다. 교부는 가까이 있습니다. 신앙을 전수하는 우리도 모두 교부인 셈입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김지항2017.08.09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63·끝) 56. 목자를 따라서](//cpbc.co.kr/CMS/newspaper/2017/05/rc/680357_1.0_titleImage_1.jpg)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63·끝) 56. 목자를 따라서노랫말에 담은 ‘되찾은 양의 비유’ ‘목자를 따라서’ 작사가 보나르. 56번 성가 ‘목자를 따라서’는 연중시기에 가장 많이 부르는 성가 중 하나다. 이 성가는 “우리는 모두 양 떼처럼 길을 잃고 저마다 제 길을 따라갔지만, 주님께서는 우리 모두의 죄악이 그에게 떨어지게 하셨다”라는 이사야서 53장 6절과 더불어 “이와 같이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잃어버리는 것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뜻이 아니다”라는 말씀이 담긴 마태오 복음 18장의 ‘되찾은 양의 비유’가 가사의 배경이다.이처럼 이 성가는 당신을 떠나 죄악의 길로 헤매는 이들을 애타게 찾아다니시는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부르는 성가이며, 동시에 하느님의 생명의 길에서 벗어나 종살이를 하면서 애타게 구원을 기다리던 이들의 구원에 대한 갈망을 마음속에 품고 부르는 성가이기도 하다.이 성가의 원래 제목은 ‘나는 방황하던 양이었습니다(I was a wandering sheep)’이다. 작곡자는 독일 호흐도르프에서 출생한 오르가니스트 겸 작곡가 준델(John Zundel, 1815~1882)로서, 그는 에스링겐의 신학교에서 음악교사를 하다가 러시아와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오르가니스트로 일했으며, 1855년 미국에서 첫 성가집인 「플라이마우스 성가 선곡집(Plymouth Collection of Hymns)」을 출판했다. 이 성가는 그때 나온 성가로 타이틀은 ‘레바논(Lebanon)’이다. 작사가는 스코틀랜드의 개신교 성직자이자 시인 보나르(Horatius Bonar, 1808~1889)이다. 스코틀랜드의 비(非) 국교회의 연합회 의장직을 수행하기도 했던 그는 많은 책을 저술하고 약 600여 편의 찬미가를 써서 ‘스코틀랜드 찬미 시인 중의 왕자’라고 불리기도 한다.이 성가의 가사는 1843년에 그가 쓴 총 5연의 시인데, 시집 「황무지의 노래들(Songs in the Wilderness)」에 수록 출판됐다. 이 노래와 관계된 이야기가 전해오는데 다음과 같다.중년의 전과자인 톰 에네킹은 이미 13살 때 범죄의 삶을 살기로 결심했고 일급 살인죄로 10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다. 그런 그는 캘리포니아 감옥 독방에 수감되어 있을 때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비록 내 나이는 쉰두 살이지만 여전히 열다섯 살 때로 머물러 있구나.” 어느 날 미사가 거행된다는 소리를 들은 그는 갑자기 미사에 가고 싶어졌는데, 안전을 위해 몸수색을 받기 시작할 때 불쾌하게 여기며 다시 돌아가야겠다고 되뇌었지만 스스로 옷을 벗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후에 그는 그때 자신은 성령의 감도 아래 있었다고 고백했다. 미사 중에 자리에 앉아 성가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 성가가 바로 ‘목자를 따라서’였다. 그는 회개에 대한 강론을 듣고 “내가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고 이후 새로운 삶을 찾기 시작했다.감옥을 나온 후 그는 소년원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그의 이 삶은 ‘목자를 따르는 양의 무리 안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며, ‘그분의 목소리를 듣고 따르는 삶’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를 드러내 주는 것이었다.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그동안 ‘성가 이야기’를 집필해 주신 이상철 신부님과 애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김지항2017.05.02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61) 444. 나는 주를 의지하리라](//cpbc.co.kr/CMS/newspaper/2017/04/rc/678982_1.0_titleImage_1.jpg)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61) 444. 나는 주를 의지하리라성인과 같은 삶 살아온 영국 문학가 하버걸 작사가톨릭성가 444번 '나는 주를 의지하리라'의 작사가인 영국의 문학가 하버걸.신앙인들에게 있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분은 바로 주님이심을 일깨워주는 성가는 444번 성가 ‘나는 주를 의지하리’이다. 원제목은 ‘주 예수님 당신을 신뢰합니다(I am trusting Thee, Lord Jesus)’이다. 이 성가는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님의 품 안에 안겨있는 것처럼 주님께 의지하고 의탁한다는 내용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실제로 성가 작사가는 바로 그런 삶을 살았다. 영국의 여성 문학가 하버걸(F. R. Havergal, 1836~1879)이다. ‘거룩한 시인’, ‘성가계의 가장 달콤한 목소리’로 불린 그는 평생에 걸쳐 어린아이와 같은 신앙과 주님께 대한 신뢰의 삶을 보여줬다. 이미 3살 때 글을 읽을 줄 알았고, 7살 때에는 시를 쓸 줄 알았으며, 영어뿐만 아니라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라틴어, 그리스어와 히브리어도 할 줄 알았던 대단히 지적인 여성이었다. 성경에도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으며, 구약 일부분과 신약성경을 외울 정도였다. 또한 뛰어난 피아니스트였고, 음악에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노래까지 잘했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나의 주님께서 음악적 선율이나 아이디어를 주신다고 믿어 왔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분을 쳐다보고 기쁜 마음으로 감사드리며 작업을 계속 하지요. 이것이 내가 성가를 쓰는 방식입니다.” 임종을 앞에 두고는 “천국의 문에 가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눈부신 일인지요”라고 했으며, 43세의 나이로 숨을 거둘 때는 “예수님, 저는 당신께 의탁합니다. 제 영혼을 당신께 맡깁니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던 그의 삶은 마치 성인과도 같은 삶이었다고 전해지는데, 444번 성가의 가사는 1874년 스위스에서 썼다. 작곡자는 영국 성공회 사제였던 불링거(E. W. Bullinger, 1837~1913)다. 그는 그리스어와 히브리어에 능통했다. 문자적 성경 해석을 바탕으로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대하시는 것이 일정한 기간들로 나뉜다고 보는 신학 사상(세대주의)을 신봉했던 ‘극단적 세대주의자’였다. 그는 여러 권의 저서와 몇 곡의 성가 작품을 남겼는데,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유일한 성가가 바로 444번 성가이다. 이 성가 선율은 그의 이름을 따서 ‘불링거’라 불리며, 1874년에 작곡돼 1878년에 처음 출판됐다.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김지항2017.04.19

카파르나움에서의 예수님 모습 소설 형식 빌어 생생히 묘사 그분에 대해 말해 주세요- 카파르나움 이야기 그분에 대해 말해 주세요- 카파르나움 이야기파비오 차르디 지음/국춘심 옮김/분도출판사/1만 원예수님은 어떤 분인가! 어떻게 생겼을까? 키는 컸을까 작았을까? 피부색과 눈동자는 무슨 색일까? 목소리는 맑았을까 아니면 중후했을까? 예수님의 얼굴은 분명 화가들이 그린 생김새는 아닐 것이다. 오블라띠 선교수도회 파비오 차르디 신부가 지은 「그분에 대해 말해 주세요- 카파르나움 이야기」는 예수님을 찾는 여정에 새로운 실마리를 제시한다.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분에 대해 말해 주세요.” “이미 여러 번 그분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잖아요.” “또 해 주세요.”예수님에 대해 수없이 듣고 읽고 보고 했지만 “또 해 주세요” “그분에 대해 말해 주세요”라고 요구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생생한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준다.저자가 예수님을 알려주기 위해 이끌고 간 곳은 카파르나움이다. 예수님께서 지금도 사시는 고을, 예수님의 집이 있는 곳이다. 예수님은 이 고을에서 베드로, 안드레아, 야고보, 요한, 세리 레위를 제자로 부르셨다. 또 열병에 걸린 베드로의 장모, 야이로의 딸, 하혈하는 부인, 중풍병자, 백인대장의 병든 종을 치유하셨다. 그리고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사람들을 가르치셨고,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도 이곳에서 행하셨다. 저자는 카파르나움에 있는 베드로의 장모 집을 배경으로 이곳에서 생활하셨던 예수님의 모습을 소설 형식을 빌어 보여준다. 성경의 딱딱하고 간결한 묘사가 아니라 예수님을 직접 만난 사람들이 그분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면모를 실감 나게 이야기한다.“단식을 하고 광야의 고독 속에 살던 엄격한 고행자 세례자 요한과 같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먹고 마시고 사람들과 어울렸지요. ‘먹보요 술꾼’이라고 험담꾼들이 말했듯이요. 그분은 먹보도 술꾼도 아니었습니다. 기쁨과 아픔, 꿈과 희망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뿐이었습니다”(79쪽).저자는 “그분에 대해 말해 주세요”라는 요구에 그분의 손을 잡고 새 생명을 얻은 사람, 옷자락만 만졌을 뿐인데 오랜 병이 나은 사람을 통해 “그분은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고백한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백영민2016.12.14

세 사제가 전하는 삼색(三色) 사목 이야기사제들의 에세이를 모았다. 오랜 세월 묵묵히 사제직을 수행해온 이들은 성사를 통해 삶은 곧 사람이고, 사람은 곧 사랑이라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머문 자리에 있는 이웃을 소중히 여기고 긍정적인 삶으로 인생을 즐기라고 권한다. 한 개의 초로 다른 많은 초에 불을 붙여도 처음의 촛불 빛이 약해지지 않듯 사제는 그 삶의 자리가 어디이든 거룩하고 고귀하다. 서로 다른 삶의 자리에 있는 세 사제의 세 이야기를 소개한다. 또 다른 사랑법 ▧ 또 다른 사랑법최근 사목 일선에서 물러난 호인수(인천교구 원로 사목자) 신부가 40년 사목 생활의 성찰과 고백을 담은 「또 다른 사랑법」(분도출판사 / 1만 6000원)을 선보였다. 그는 40년간 본당 사제로만 지냈다. 도심 변두리, 산간벽지, 도서 지방의 크고 작은 성당에서 여러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왔다. 그 속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 병든 이, 부자와 권력자들에게 불의하게 피해를 보고 상처받는 이들을 발견했다. 그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요, 복음을 선포하는 사제로서 이들과 영적으로뿐만 아니라 온몸으로 함께 했다. 그는 교회와 사회에 쓴소리를 마다치 않았고, 교회의 사회 참여를 적극 옹호했다. 정권이 저지르는 부조리에 목소리를 냈고, 교회는 침묵하지 말고 억압받고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암울했던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고, 인천 지역 노동자와 시민 활동가의 정신적 지주가 됐다. 책은 은퇴를 앞두고 지난 40년의 사제 생활을 성찰하고 감사하는 글을 담고 있다. 또 교회와 사회에 대한 걱정과 당부도 실려 있다. 인생의 2막을 열고 있는 호 신부의 가감 없는 성찰과 고백이 우리에게 작은 위로와 희망을 안겨준다.▧ 삶 껴안기사람과 자연이 공존하고,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앞장서는 황창연(수원교구 성 필립보 생태마을 관장) 신부가 에세이 「삶 껴안기」(홍익출판사 / 1만 3800원)를 펴냈다. 황 신부는 쉬운 단어와 친근한 이야기, 재치 넘치는 비유와 가톨릭 신앙을 바탕으로 한 명쾌하면서도 깊이 있는 메시지로 교회 안팎에서 명 설교가로 알려져 있다. 「삶 껴안기」에는 관용과 나눔의 세상을 위한 황 신부의 따뜻한 제안이 담겨 있다. 황 신부는 책에서 우리 국민이 경제 기적을 이룬 대신 기쁨을 잃었다고 진단한다. 저속한 자본주의에 물들어 이웃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잊어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무엇보다 남의 허물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관용’, 나보다 부족한 사람을 돕고 업신여기지 않는 ‘존중’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황 신부는 행복해지려면 관용의 자세부터 갖추라고 조언한다.대부분 사람은 열심히 노력해서 목표한 바를 이루면 행복이 뒤따라올 것으로 생각한다. 황 신부는 이 통념이 잘못된 것이라 단호하게 말한다. 누구에게나 주변에 행복의 요소들이 차고 넘치는데, 불만스러운 일상에 휘둘리는 이유는 상대적 행복에만 익숙하고,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황 신부는 남과 비교하지 말고 현재의 자신을 인정하면서 나중이 아닌 지금을 살라고 권고한다.어떤 처지에 있더라도 지금 삶의 자리에서 비관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힘껏 껴안고, 다른 사람까지 두루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 때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현재를 희생해서 부유한 미래를 꿈꾸지 말고, 지금 당장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황 신부는 이처럼 행복을 찾고, 행복을 공감하기 위해선 자신에게 힘을 주는 자기애와 이웃을 존중하는 관용, 그리고 나눔의 정신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한다.황 신부는 “돈이나 힘으로 만들어지는 가짜 행복이 아니라 관용, 배려, 이해, 양보, 용서 같은 따뜻한 나눔의 말들이 일상인 세상에서 우리 모두 진짜 행복을 누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 음악은 나의 기도가톨릭대학교 총장 원종철 신부가 에세이 형태의 클래식 음악 입문서 「음악은 나의 기도」(가톨릭대학교출판부 / 1만 8000원)를 선보였다. 원 신부는 어린 시절부터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들어왔기에 특정 곡과 관련한 자신만의 추억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그렇게 함께한 음악이 이제는 삶의 일부가 됐고, 사제 생활 30년 동안 큰 위안과 도움이 됐다. 클래식 음악과 관련한 자신의 추억과 경험, 성찰을 단상으로 남기는 걸 게을리하지 않은 원 신부는 어느 순간 음악의 복음적, 영성적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음악에는 인간의 희로애락이 녹아 있고 모든 것을 이겨낸 긍정의 힘이 숨어 있다. 음악은 이처럼 인생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그 자체로 극복과 승화, 내면의 승리와 기쁨, 찬미와 영광 등으로 점철된 복음적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를 자극한다.”원 신부는 이런 점에서 음악은 그리스도교의 핵심 주제인 ‘참행복 선언’과 근본적으로 일치한다고 말한다. 가난함에도 행복할 수 있고 가난함으로써 행복할 수 있는 신앙의 가치관, 죽음의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음악에서 배웠다고 고백한다.“음악은 사제로서의 나의 기도 생활과 영성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원 신부는 이 책을 크게 기다림, 기쁨과 희망, 고통과 슬픔, 행복 등 네 주제로 분류해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고 있다.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백영민2017.02.01
![[고통받는 교회를 도웁시다] 파키스탄 (2) 차별과 박해(Ⅱ)](//cpbc.co.kr/CMS/newspaper/2017/06/rc/685132_1.0_titleImage_1.jpg)
[고통받는 교회를 도웁시다] 파키스탄 (2) 차별과 박해(Ⅱ)종교적 편견·증오가 야기한 ‘21세기 순교사’가 펼쳐지는 곳 파키스탄 교회에서 7년째 종교 간 대화위원회에 몸담고 있는 리아즈 고살 신부와 차를 타고 가다가 휴게소에 들렀다. TV에서 영국 맨체스터 공연장 폭탄 테러 뉴스가 쉬지 않고 흘러나왔다. 극단주의 무장 세력을 추종하는 이슬람 청년들의 눈먼 증오심이 공연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부상자들이 피범벅이 된 채 울부짖는 장면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파키스탄 국민은 저 사건을 어떻게 보느냐”고 고살 신부에게 물었다.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통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대다수 국민이 영국과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을 적으로 생각한다.” 글·사진=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눈먼 증오심’의 뿌리를 봐야 우리는 서구 세계의 눈으로 이슬람을 보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맨체스터 테러도 극단주의자들의 광기라고 맹비난할 뿐 그 원인이나 실체에 대한 고민은 피하려 한다. 그들의 폭력은 용납될 수 없지만, 그 증오심의 뿌리를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야 이슬람 세계에서 고통받는 그리스도인을 이해할 수 있다. 십자군 전쟁 이후 크고 작은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슬람과 서구 사회는 적어도 19세기까지는 오늘날과 같은 적대적 관계가 아니었다. 우리가 수니파 시아파 구분하지 않고 이슬람을 중동 종교로 보듯이 무슬림들은 가톨릭 개신교 가리지 않고 그리스도교를 서구 종교로 간주한다. 따라서 무슬림과 그리스도인은 1300년 동안 그런대로 평화롭게 공존했다고 말할 수 있다.라호르대교구의 한 원로 사목자는 “멀리 갈 것도 없이 내가 사목 현장에 있을 때만 해도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의 관계가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극단주의자는 소수이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항상 크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갈등은 서구 열강, 특히 영국이 제1차 세계대전 후 중동에 친서방 국가들을 인위적으로 세우면서 시작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몇몇 이슬람 국가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벌인 테러와의 전쟁은 불더미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이슬람 정치 지도자들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때로는 강력한 신정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종교를 이용한 점도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리스도인을 억누르는 반그리스도교 정서는 반서방 제국주의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테러리즘은 종교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 궁지에 몰린 이들의 정치적 표현 수단일 뿐이다. 폭력을 정당화하고, 지지를 얻기 위해 신의 이름을 외칠 따름이다. 익명을 요구한 A 신부는 전국에 1만 개가 넘는 이슬람 사립학교 마드라사(Madrassa)를 극단주의 온상으로 지목했다. 마드라사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면서 편향된 이슬람 사상을 주입한다. A 신부는 “일부 학교들이 테러범을 영웅으로 칭송하고, 힌두인이나 그리스도인과 대화하는 것은 수치라고 가르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차별과 폭력에 짓눌린 그리스도인들 파키스탄 교회는 가난보다 차별과 폭력으로 인한 고통이 더 크다. 근본주의자들은 그리스도인을 서슴없이 배척하고 모욕한다. 마호메트의 이름을 더럽히는 언행은 죽음으로도 씻을 수 없는 죄악으로 간주하고 반발한다. 타 종교인 암살과 그리스도인 마을 방화가 횡행하는 이유다. 대표적인 희생자가 2009년 동네 아낙네들과 말싸움을 하다 신성 모독죄로 체포돼 사형수가 된 가톨릭 여성 아시아 비비(Asia Bibi)다. 사람들 눈을 피해 그의 남편과 두 딸을 만났다. 하지만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낫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외국 언론과 인권단체들이 이 사건을 집중 조명하면서 석방 압력을 가하는 바람에 형 집행과 석방 어느 쪽도 쉽지 않은 상황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사법부가 석방 결정을 내릴 경우 이슬람주의자들의 반발과 동요는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의 석방을 호소하던 정치인 두 명이 살해됐다. 펀자브 지방의 살만 타시르 주지사와 소수인종(종교)부 사바즈 바티 장관이다. 비비의 둘째 딸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엄마가 개종을 선언하면 밖에 나가 새살림을 차리게 해주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그러나 어떤 일이 있어도 신앙을 버리지 않을 분이다. 그런 엄마가 자랑스럽다.”시내 모처에서 비비 가족을 보호하고 있는 교구 정평위 관계자는 “교도소는 외부 물품 반입 금지이기 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2년 전 비비에게 전해 주라고 한 묵주를 여태껏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사바즈 바티 장관도 기억해야 할 인물이다. 인권과 종교 자유 증진을 소명으로 여기고 살아온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 자신도 언젠가 광기의 희생자가 될 것을 예견했기에 독신으로 살면서 약자 편을 들었다. 파키스탄 교회는 그를 순교자로 인정하고 시복시성을 추진 중이다. 성당에서 만난 그의 누나는 “동생은 하느님의 일을 하다 쓰러졌다”며 “동생의 안식과 파키스탄 교회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편견과 증오의 희생 제물이 된 동생을 떠올리는 늙은 누나의 얼굴이 무척 슬퍼 보였다. 맨손으로 정의 위해 싸우는 사람들- 라호르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라호르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의 하루하루는 ‘악전고투’라는 말이 딱 맞다. 경찰서와 법원으로 뛰어다니며 종교적 편견의 희생자들 변호하랴, 교육자료 만들어 배송하랴 정신이 없다. 몇 안 되는 직원들은 언제 어디서 테러를 당할지 모른다. 목숨 걸고 일한다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근본주의자들의 위협보다 바닥난 통장 잔액을 더 힘들어한다. 꼭 필요한 사업이지만 여력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다 단념하는 일이 허다하다. 무일푼인 피해자가 나타나면 변호사 비용을 구하러 다닌다. 수감된 그리스도인들의 옥바라지와 재판도 거들어야 한다. 최근 초중고교 교과서에서 종교적 편견을 조장하는 부분을 찾아내 시정을 촉구하는 일을 시작했다. 출판 비용을 마련하면 이를 바로잡아 알리는 책자도 찍어낼 계획이다. 아이들에게 A는 ‘Apple’, B는 ‘Boat’하는 식으로 영어 알파벳을 가르치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J에 ‘Jihad(성전)’라는 단어를 달아놓은 책이 많다. 이슬람 신앙을 수호하기 위해 벌이는 성스러운 전쟁을 뜻하는 단어다. 과학책도 “산소와 수소가 결합하면 알라의 뜻에 따라 물이 된다”는 식으로 서술한다. 1990년대 말 김수환 추기경이 파키스탄 사형수 석방 노력을 기울일 때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정평위 담당 유사프 신부는 “우리는 맨손으로 정의와 평화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라며 “한국 신자들이 응원해 주면 할 수 있고, 또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성금 계좌 : 우리은행 1005-303-232450 (예금주 사단법인 에이드투더처치인니드)고통받는 교회 돕기(Aid to the Church in Need)는 어려움을 겪는 가톨릭교회를 지원하는 교황청 직속 단체로, 한국 교회도 1960, 70년대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2015년 아시아 최초로 한국 지부(이사장 염수정 추기경)를 개설했다.cpbc2017.06.14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29> 436번 주 날개 밑](//cpbc.co.kr/CMS/newspaper/2016/08/rc/649206_1.0_titleImage_1.jpg)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436번 주 날개 밑주님께 의탁하는 자녀의 모습 그려 436번 성가의 본래 제목은 ‘Under His Wings’다. 이 성가는 시편 17장 8절을 바탕으로 주님께 의탁하는 자녀의 모습을 그리는 아름다운 곡이다.이 곡을 작곡한 이는 미국의 성가 작곡가인 생키(Ira David Sankey, 1840~1908, 성가책에 표기된 L은 잘못된 표기)다. 그의 가족들은 그가 어렸을 때부터 자주 벽난로 주위에 둘러앉아 전해 오는 성가들을 함께 부르곤 했는데, 이것이 후에 그가 성가 가수가 되는 바탕이 됐다고 한다.그는 남북전쟁 당시에도 동료 군인들을 모아 신앙집회를 주관하고 함께 성가를 부르며 기도 모임을 주관하기도 했다. 퇴역한 뒤에는 국세청에서 근무하며 간간이 성가 가수로 활동하다가 무디 목사(Dwight L. Moody, 1837~1899)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성가 가수로 순회 전도사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그는 1200여 곡의 성가를 작곡했을 뿐 아니라, 그의 활동에 힘입어 ‘복음성가’(Gospel Song)라는 장르가 정착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의 이름은 미국의 복음성가연합회에 의해 명예의 전당에 올라 있다.한편 이 곡의 작사가인 쿠슁(Will iam O. Cushing, 1823~1902)은 삼위일체를 부정하고 예수님의 신성을 부인하는 개신교 일파인 유니테리언(Unitarian)교의 목사였다. 작가인 오스벡에 의하면 쿠슁은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목소리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해 목사직을 사임하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그는 좌절해 설교할 힘도 잃고, 영적으로도 심한 방황을 하던 중 어떻게 계속 당신을 위해 일할 수 있는지 하느님께 물은 뒤 복음성가 작사가가 돼 성가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300편이 넘는 작품을 냈는데, 436번 성가의 가사는 1896년에 쓴 것이다.이 성가는 생키가 1896년 출판한 성가집인 「Sacred Songs No. 1」에 수록돼 세상에 나오게 됐는데, 바탕이 되는 성구 “당신 눈동자처럼 저를 보호하소서. 당신 날개 그늘에 저를 숨겨 주소서”(시편 17,8)를 묵상하고 쓴 가사다. 그는 이 성가와 얽힌 이야기를 이렇게 들려주고 있다.“어느 목사가 젊은 환자를 방문했다. 기도가 끝난 뒤 목사는 그 환자에게 좋아하는 노래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그는 ‘주 날개 밑’이라 대답했고, 이 대답은 그에게 세상을 마치기 전 주님께로 돌아가고자 하는 회개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목사는 성가를 불러 줬고 잠시 뒤에 그는 주님의 날개 아래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하게 됐다.”예수님께서는 이렇게 탄식하셨다.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 암탉이 제 병아리들을 날개 밑으로 모으듯, 내가 몇 번이나 너의 자녀들을 모으려고 하였던가?”(루카 13,34) 그분의 보호 아래에서 우리는 사도 바오로의 말대로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 내고도 남습니다"(로마8,37)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가톨릭 성가곡들은 가톨릭 인터넷 굿뉴스(www.catholic.or.kr)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백영민2016.08.17

하느님 자비 앞에 의심병이 자꾸 도진다면…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파우스티나 성녀의 삶, 성경의 자비와 성모님 자비·교회가 전하는 자비 설명엽서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를 만났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를 만났습니다크리스토프 쇤보른 추기경 지음/신동환 옮김/바오로딸/1만 원하느님 자비는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새롭고 또 놀랍다. 고통의 순간엔 ‘하느님께서 정말 자비하신가’라는 의구심이 들다가도 끝내는 ‘하느님께선 진실로 자비로우신 분이시구나’를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하느님 자비를 의심한다. ‘하느님이 자비하시다면, 왜 전쟁이 나는가’ ‘예수님은 왜 누구는 병을 고쳐주고, 누구는 고쳐주지 않는가. 자비하다면 모든 이들을 낫게 해줘야 하지 않는가’ ‘하느님 자비에 연연하는 건 인간이 나약해서 아닌가.’ 책은 이러한 하느님 자비에 의문을 던지는 이들에게 “하느님 자비를 올바르게 알지 못해서 그렇다”고 일러준다. 또 하느님 자비 신심이 올바르지 못하면, 자비의 실천이 교만과 오만으로 나타난다고 경고한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제시하신 자비의 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잘못된 자비의 행태를 비판하는 올바른 목소리에도 마땅히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 겉보기에 자비로운 행위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역기능적인 행동방식을 감추는 위장 수단입니다”(20쪽).책은 ‘자비의 교황’이라 불리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자비의 성녀’로 널리 알려진 파우스티나 성녀를 통해 자비 신심에 관한 올바른 신학적 해석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이어 성경에서 자비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예수님은 어떻게 자비를 실천했는지, 바오로 사도는 어떻게 하느님 자비를 증거하고 전도했는지를 다룬다. 이와 함께 자비의 성사인 고해성사, 가톨릭 교리에서 말하는 자비, 성모님의 자비 등도 빼놓지 않고 설명한다. 저자는 오스트리아 빈대교구장 크리스토프 쇤보른 추기경이다. 쇤보른 추기경은 2008년 로마에서 열린 ‘하느님 자비의 세계 사도대회’를 맡아 준비하면서 하느님 자비 신심을 알리기 위해 신자들을 대상으로 매달 하느님 자비에 대한 교리 교육을 했다. 책은 당시 강의 내용을 담았다. 그는 “하느님 자비를 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하느님께 은총을 간절히 청해야 합니다. 기도를 하면서 청원하고 사랑의 봉헌을 하면 하느님께서 은총을 선사해 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누군가 당신의 자비를 ‘청원하기를’ 간절히 기다리십니다”(260쪽).한편 출판사는 책 발간 기념으로 ‘대전의 명물’ 성심당과 함께 ‘자비의 빵’ 캠페인을 펼친다. 자비의 해를 선포하며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느님 자비를 나눌 것을 강조한 프란치스코 교황 뜻에 따라 책과 빵을 나누기로 한 것. 책에서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을 바오로딸 서원에 비치된 엽서에 써내거나, 출판사 인터넷 홈페이지(www.pauline.or.kr)와 페이스북에 댓글로 올리면 된다. 출판사는 엽서 한 장당, 댓글 한 개당 200원씩 기부해 이 기부금으로 결식아동센터와 무료급식소 등에 책과 빵을 보낼 예정이다. 자비의 빵 캠페인은 5월 30일까지 진행된다.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백영민2016.03.24

알파고는 못 두는 인간의 한 수 ‘영적 돌봄’ 「헬스케어 영성 - 제1권 건강과 영성의 전통」 번역 출간한 4인방…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적 돌봄’ 강조 「헬스케어 영성」을 번역한 김주후 교수(왼쪽부터), 박준양 신부, 용진선 수녀, 조재선 교사. 영적 돌봄의 표준 교과서이자 입문서박준양 신부·용진선 수녀·김주후 교수·조재선 교사가 2년간 번역‘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의 바둑 대결 뒤 인공지능 열풍이 불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은 인공지능 기술 개발 수준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됐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하는 미래에 관한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전망엔 희망과 우려가 교차했다. 인간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갖춘 기계의 등장은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인간이 기계에 지배당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알파고 시대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여기 있다”며 자신 있게 목소리를 높이는 신부와 수녀, 교수와 교사 4인방이 만났다. 박준양(가톨릭대 신학대 교수) 신부, 용진선(가톨릭대 간호대 교수 겸 호스피스연구소 소장) 수녀, 김주후(요한 보스코, 아주대 교육대학원) 교수, 조재선(베드로, 서울 신도봉중학교) 교사다. 이들을 한데 모이게 한 것은 2012년 미국 옥스퍼드대 출판사가 펴낸 「Oxford Textbook of Spirituality in Healthcare」(헬스케어 영성)다. 책은 환자의 전인적 치유를 지향하는 ‘영적 돌봄’에 관한 새로운 전망을 제시, 이 분야에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받는다. 건강과 영성을 주제로 60명이 넘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 영적 돌봄의 표준 교과서이자 입문서다. 역사적, 종교적 관점에서 바라본 건강 개념에 관한 분석에서부터 영적 돌봄의 핵심 이해와 영적 돌봄이 이뤄지는 수많은 현장 사례까지 영적 돌봄의 종(縱)과 횡(橫)을 모두 아우른다. 책의 진가를 간파하고 2년간 번역에 뛰어든 이들은 최근 「헬스케어 영성 - 제1권 건강과 영성의 전통」(가톨릭대학교 출판부)을 선보였다. 제2권 영적 돌봄의 개념은 오는 6월 초 발간 예정이며, 제3권 영적 돌봄의 실무, 제4권 영적 돌봄의 연구, 제5권 정책과 교육, 그리고 미래의 도전은 내년까지 차례로 나올 예정이다. 역자들은 이미 지난 10년간 영적 돌봄과 관련한 세계적 흐름에 발맞추며 다학제간 연구와 현장 실천에 앞장서 왔다. 그 결과를 담은 여러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게재했다. “의학이 기술 발전에 힘입어 질병 치료와 생명 연장에 큰 기여를 했지만, 치료 기술에만 집중한 나머지 병을 앓고 있는 인간에 대한 이해는 소홀했습니다. 육체적 질병의 치료와 함께 영적 고통의 치유를 통해 환자의 온전한 회복을 돕는 영적 돌봄이야말로 ‘의술’이 아닌 ‘인술’이 지향하는 바고, 앞으로 의학이 나아가야 할 길입니다.”이들은 “미래 의료기관의 정체성과 기능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수술과 같은 치료의 전통적 기능보다는 환자에게 영적 돌봄을 어떻게 해주느냐에 의료기관 생존이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의학의 기술적, 치료적 부분은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담당하게 되고, 의료진은 영적 돌봄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세계보건기구 WHO도 영적 돌봄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WHO는 영적 돌봄에 관한 지침을 발표할 겁니다. 의료진 양성은 이제 영적 돌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합니다.의학계가 의료 너머에 있는 영성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 불과 이삼십 년 전부터다. 헬스케어(보건의료) 측면에서 영성이 정의되고 영적 돌봄의 개념이 정립된 건 그나마 최근의 일이다. “영성 개념을 보건의료체제로 통합하기 위한 노력이 세계적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치료자, 원목자, 교육자, 사회복지사, 철학자, 정책입안자 등 영적 돌봄에 관한 다학제간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요. 질병의 고통을 넘어서는 인간 존엄성을 높이는 일이기도 합니다.”실제로 병과 싸우는 환자는 자존감이 낮다. 암에 걸린 사람들은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얼마나 잘 못살았길래 이런 병에 걸리나’라는 죄의식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다. 역자들은 “간단히 말하면, 암 치료와 함께 죄의식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치유를 동반하는 것이 영적 돌봄”이라면서 “영적 돌봄은 병의 고통을 덜어주면서 환자가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환자들뿐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영적 돌봄이 필요합니다. 사람은 영적 존재니까요. 고통받는 이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치유해주는 일은 기계나 인공지능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영적 인간만의 고귀한 일입니다. 이 책을 계기로 영적 돌봄이 널리 알려지길 바랍니다.”그동안 국내엔 영적 돌봄에 관한 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학술지에 관련 논문 몇 편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원서를 한 줄 한 줄 함께 읽고 토론하며, 때론 저자에게 메일을 보내 번역이 미심쩍은 문장을 일일이 확인하는 수고도 마다치 않은 이들은 “이 책이 국내 영적 돌봄 연구와 교육에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백영민2016.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