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천주교회 성인들의 이야기, 소설로 새롭게 만나다 김대건 신부(왼쪽)와 최양업 신부 동상. 순교로 신앙을 증명한 초기 한국 천주교회 성인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엮은 소설이 나란히 출간됐다. 길이 된 세 청년/ 김문태 지음 / 바오로딸 대건이 선창했다. “천주님을 위해 한날한시에 죽기를 각오한다!” 방제와 양업이 눈을 마주한 뒤 한목소리로 되뇌었다. “천주님을 위해 한날한시에 죽기로 각오한다!” 셋은 둥그렇게 서서 진정으로 한 형제가 된 기쁨을 나누었다. 모진 고난을 함께 넘으며 쌓은 우정이었다. 태풍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단단한 우애였다. (235쪽) 「길이 된 세 청년」은 우리나라 최초의 신학생인 김대건, 최양업, 최방제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지난 2012년 출간된 「세 신학생 이야기」의 개정판으로, 부르심에 응답하고 신학 공부를 하러 떠나는 험난한 마카오 유학길, 신학생으로서의 다짐과 우정, 믿음의 길을 담고 있다. 이야기는 초기 한국 천주교회 박해를 피해 생활했던 그들의 삶의 자리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신부가 되지 않겠느냐’는 부르심 앞에서 소설이 그린 세 청년의 처지는 사뭇 다르다. 그들의 마음을 뜨겁게 움직인 지향도 저마다 다른 빛깔이다. 기쁨과 감사의 사이를 비집고 유혹과 갈등, 절망으로 이끄는 슬픔도 계속 찾아온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을 수 있었던 희망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김문태(힐라리오) 작가는 “선도자로 나선 그들은 마침내 기꺼이 생명을 바쳐, 하느님을 모르던 이들과 하느님을 따르고자 하는 이들을 이끄는 길이 되었으나 그들 역시 우리처럼 두려움에 떨며, 자신의 약함을 뼈저리게 느낄 때도 많았을 것”이라며 “이 책을 읽는 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그들처럼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키워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책은 저자의 문학적 표현과 묘사를 통해 아름다운 우리말의 정취를 더했고, 현재 자주 사용하지 않는 표현은 괄호에 설명을 달아 운치를 잃지 않으면서도 이해도를 높였다. 구산의 별꽃/ 김관숙 지음 / 성바오로출판사 “백 번 천 번을 물어도 내 대답은 한결같소. 나는 살아도 천주교인으로 살고, 죽어도 천주교인으로 죽을 것이오.” 「구산의 별꽃」은 김성우(안토니오, 1795~1841) 성인과 그 일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순교 소설이다. 김성우 성인은 1984년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을 기념해 방한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시성된 한국 103위 성인 중 한 분이다. 경기도 광주 구산마을에서 삼형제 중 맏이로 태어난 성인은 천주교를 접한 뒤 바로 입교하여 열렬한 신앙으로 친척과 이웃에게 전교하며 마을을 교우촌으로 만들었다. 서울로 이주한 뒤 중국인 유방제 신부에게 회장으로 임명받고, 자신의 집을 공소로 고쳐 신자들을 돌보며 신부를 보필하다 1839년 기해박해가 일어나 이듬해 체포됐다. 15개월 옥살이 끝에 1841년 4월 29일 41세의 나이로 포청에서 교수형을 받고 순교했다. 목숨으로 신앙을 증거한 순교 성인은 추앙받아 마땅하지만, 박해시기에 밀고의 위험 속에서 사는 하루하루는 어떤 삶이었을까? 김관숙(크리스티나) 작가는 몇 줄 설명에 불과한 자료에 살을 붙이고 재창조한 인물들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독자들을 인정 넘치고 살기 좋다는, 만민이 평등한 구산마을로 안내한다. 김 작가는 “이 소설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이미지가 민들레 씨앗이 빛살처럼 허공에 부서지는 정경이었다”며 “민들레 씨앗은 생명력이 강한 식물로, 밟아도 밟아도 어디선가 다시 피어나는 번식력은 조선 시대의 순교자 이미지와 닮았다”고 말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윤하정2023.04.07

“어떤 사제를 양성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목표”「한국 천주교 사제 양성 지침」 개정…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우리 상황 맞는 양성 고민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13~16일 열린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 28년 만에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개정안)가 승인됐다. 아직 사도좌 인준 절차가 남았지만, 크게 시일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개정안 승인은 1995년 사목 지침서가 한국 교회 지역법으로 제정된 이후 교회의 사목 현실에 변화가 생기자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대한 응답이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총회 후 기자회견을 통해 “사목 지침서는 발간된 지 20년이 훌쩍 지났고 용어도 새롭게 변했다”며 “특히 오늘날은 문화 사목의 시대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맞춰 대폭 수정했다”고 말했다. 「한국 천주교 사제 양성 지침」(개정안)과 관련해서는 “양적인 사제 성소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제를 양성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최대한 보편 교회의 정신을 존중하면서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영적, 지적 양성에 대한 지침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또 총회에서는 올해 한국 교회 차원의 사회적 약자를 ‘학교 밖 청소년 노동자’로 선정하고, 사목적으로 이들을 더욱 배려하기로 했다. 이 주교는 “실제로 청소년의 노동 현장은 매우 취약하다”며 “임금 문제뿐 아니라 욕설과 인신공격 등 인격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학교 밖 청소년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토론회도 개최한 바 있다. 생계를 위해 노동 시장에 뛰어든 학교 밖 청소년들의 불합리한 노동 환경을 지적하며, 정규 교육 과정에서의 이탈로 취업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교회 차원에서 돕고자 마련한 자리였다. 이 주교는 “토론회 결과 보고서를 각 교구 주교님들께 보내올 한 해 동안 교구 내에서 학교 밖 청소년 노동자를 위한 교회의 역할을 고민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총회에서는 지난해 1월 18일 출범한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를 전국 사도직 단체로 인준하고 회칙을 승인했다. 기존의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 시그니스 서울, 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가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로 통합됨에 따라,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의 전국 사도직 단체 인준을 취소했다. 오는 10월 4~29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에는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한국 대표로 참석하기로 했다. 교체 대표로는 부산교구장 손삼석 주교를 선출했다. 아울러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를 위해 각 교구가 교구장 주교 재량에 따라 5월 31일 ‘성모 기도의 날’ 행사를 하기로 했다. 이는 교황청 주교대의원회 사무처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이자 성모 성월의 마지막 날에 성모 기도의 날을 거행해 줄 것을 각국 주교회의에 요청한 것에 따른 것이다. 오는 8월 1~6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YD) 기간 중 3일 동안 진행될 교리교육 담당 주교로는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종강 주교, 해외선교·교포사목위원회 위원장 한정현 주교, 교리주교위원회 위원 신호철 주교를 선정했다. 특히 주교회의는 올해 한국-바티칸 수교 60주년을 기념한 다채로운 행사도 확정했다. 공식적으로는 12월 11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대한민국-교황청 수교 6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하기로 했다. 로마 현지에서는 전시회와 음악회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주교회의와 바티칸 도서관은 2019년부터 5년간 한국-바티칸 수교 60주년에 맞춰 교황청 바티칸 도서관과 비밀문서고, 인류복음화부 수장고 등 3개 문서보관기관이 보유한 한국-교황청 관계사 사료를 발굴, 정리, 보존, 연구하는 사업을 펼쳐왔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예산 등을 지원하며 정부 차원에서도 관심을 기울였던 사업이다. 이 주교는 “특히 한국이 독립국으로서 세계적인 지위를 인정받는 데 교황청의 역할이 컸다”며 “교황청은 이와 관련한 사료를 다수 보유하고 있고, 10월 말에서 11월 초 학술 심포지엄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박민규2023.03.20

언론·방송·출판 모두 아우르는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 출범언론과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시그니스 서울 등 3개 단체 통합저널리즘위원회 신설, 가치 구현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 통합 출범식에 참석한 시그니스서울, 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 가톨릭언론인협의회 단체장과 임원, 회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언론, 방송, 출판 등 커뮤니케이션 관련 일을 하는 가톨릭 신자 모임이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로 통합 출범했다.시그니스서울(회장 김승월)ㆍ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회장 김후호정)ㆍ가톨릭언론인협의회(회장 고계연)는 18일 서울 중구 서울대교구청에서 총회를 열고 세 단체를 통합한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 출범식을 개최했다. 협회 초대 회장에는 이영준(로렌조) KBS 프로듀서가, 수석 부회장에는 유창엽(세르지오) 연합뉴스 디지털뉴스부 기자가 선출됐다. 시그니스서울, 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 가톨릭언론인협의회는 언론과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통합 단체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6개월간 통합논의TF팀을 운영해 왔다. 통합 단체인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는 각 단체의 재정과 활동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도 협회에 저널리즘위원회를 신설, 가톨릭 언론인으로서 저널리즘 가치를 구현하는 데 힘쓰기로 뜻을 모았다.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 통합 출범으로 가톨릭 교회 내 언론 단체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는 1967년 ‘한국가톨릭저널리스트클럽’으로 시작했으며 시그니스와 가톨릭신문출판협회의 협의체로 활동해 왔다. 시그니스(SIGNIS)는 방송, 영화, 영상, 인터넷 등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종사하는 가톨릭 신자 모임이다. 1971년 출범한 한국가톨릭방송인협회(UNDA KOREA)와 1974년 출범한 한국가톨릭영상인협회(OCIC KOREA)가 2001년 시그니스라는 이름으로 통합했다. 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CJPA)는 1977년 신문사와 출판사에 종사하는 신자들이 중심이 돼 발족했다. 세 단체는 언론인 포럼, 언론인 신앙학교, 가톨릭 독서 콘서트, 피정과 성지순례 등을 운영해 왔다.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 통합 출범식에 참석한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유환민 신부는 “가톨릭 언론인과 방송인들이 미래를 모색하는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통합 단체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기 위한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초대 회장 이영준(로렌조) KBS PD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 초대 회장에 선출된 이영준(로렌조) KBS 프로듀서는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가 빛과 소금, 희망의 종소리가 되는 길을 화두로 삼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사회 모든 분야가 융복합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방송만, 신문만, 출판만, 온라인미디어만을 내세우는 단독 플랫폼으로는 커뮤니케이션에 한계가 있습니다. 시대 정신에 발맞춰 통합 출범한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가 다양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빛과 소금, 희망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길을 찾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이 회장은 “제가 쌓아 왔던 경험에 여러 선배의 조언을 더해 이른 시일 내에 통합 단체의 발전 방안과 활동들을 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1991년 KBS PD로 입사한 이 회장은 입사 이후 KBS 가톨릭 교우회에 가입해 활동해 왔다. 그는 “3대째 가톨릭 집안”이라면서 “특별한 냉담 기간 없이 신앙생활을 꾸준히 이어왔다”고 했다. 본당에서도 10년 넘게 전례단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현재 KBS 베리타스 성가대 단장도 맡고 있다. 이 회장은 “통합 단체가 좀더 젊어지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많은데, 요즘 언론사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하다 보니 각 교우회에서 신입 직원의 종교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젊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신앙생활을 병행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듯하다”고 했다.“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가 활성화되고, 젊어지기 위해서는 협회의 존재감이 있어야 합니다. 가톨릭 언론인으로서 대사회적인 목소리를 내거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는 방안도 생각 중입니다. 친목 위주의 활동에서 벗어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해 간다면, 젊은이들도 협회의 존재를 인식하고 함께할 수 있을 것입니다.”이 회장은 KBS 1TVㆍ2TV 편성부장, 정책기획본부 방송정책팀장, 협력제작국 CP, 편성마케팅 국장 등을 역임했다. TV 책을 말하다, 체험 삶의 현장, 파워 인터뷰, 뉴스 투데이, 다큐 극장 등을 제작했으며 TV 책을 말하다 프로그램으로 2002년 한국방송대상(교양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cpbc2022.01.25

하루 용돈 2000원에 미소 가득, 천생 시인 천상병[백형찬의 가톨릭 예술가 이야기] (21) 천상병 시몬 (상) 천상병 시인은 순수하고, 가난하지만 작은 것에도 기뻐했다. 주머니에 토큰 몇 개, 막걸리 한 잔 값만 있어도 하루가 행복했다. 살아 있는 시인의 유고집 겨울이었다. 시인 천상병(시몬, 千祥炳, 1930~1993)이 갑자기 사라졌다. 친한 벗들에게 늘 웃음을 선사해 주던 사람이었다. 친구들은 천상병을 찾아 나섰다. 그가 갈 곳이라고는 서울의 명동이나 종로 그리고 부산의 광복동이나 남포동밖에 없었다. 그곳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찾을 수 없었다. 해가 바뀌어 봄이 되었다. 그래도 천상병은 나타나지 않았다. “죽지나 않았을까?”, “아냐, 죽을 리가 없어. 천상병이 어떤 사람인데? 불사신이야!”, “돈도 없고 배도 고프고 병이 나서 한없이 떠돌다 쓰러졌는지도 모르지”, “참 안됐어. 시집 한 권 못 내고 세상을 뜨다니”, “언젠가 막걸리값으로 1000원을 달라는 걸 못 준 적이 있는데 후회가 되는군.” 친구들은 사라진 천상병을 안타까워하며 이런 말들을 주고받았다. 이렇게 해서 친구들은 돈을 모아 천상병의 유고 시집 「새」를 만들었다. 시집은 큰 판형에 자주색 하드커버로 호화롭게 만들었다. 시집이 나오자 화제가 되었다. 행방불명되어 생사를 알 수 없는 시인의 시집을 가난한 시인들이 돈을 모아 출판했다고 언론에서는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천상병은 하루아침에 유명한 시인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천상병이 살아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서울시립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것이었다. 친구들이 달려가 보니 그는 병원 침대에 앉은 채 그 특유의 ‘까치 웃음’을 짓고 있었다. 병명은 ‘신경황폐증’이었다. 천상병은 병원에서 여덟 달을 지냈다. 이렇게 해서 시집 「새」는 ‘살아있는 시인의 유고 시집’으로 문학사에 기록되었다. 시와 인간이 일치하는 시인 천상병의 아내 목순옥은 서울 인사동에서 전통찻집 ‘귀천’을 오랫동안 운영했다. ‘귀천’은 천상병이 목순옥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곳이고, 배가 고팠던 그들 부부에게 밥 문제를 해결해 주었던 고마운 곳이었다. 그곳은 문인과 예술인의 사랑방 역할을 했다. 시인 신경림, 영화감독 이장호, 중광 스님 등 많은 문화예술인과 천상병을 사랑한 사람들이 즐겨 찾았다. 목순옥은 천상병이 먼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매일 ‘귀천’을 지켰다. 그러한 ‘귀천’이 문을 닫았다. 목순옥도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그 ‘귀천’은 없어졌지만 다른 ‘귀천’이 생겼다. 목순옥 조카가 인사동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소설가 김훈이 한국일보 기자로 있을 때, ‘귀천’을 자주 갔다. 그곳에서 천상병을 만났다. 김훈은 천상병의 어법, 걸음걸이, 웃음, 음색, 밥 먹는 모습, 조는 모습, 음악, 신발, 옷, 얼굴, 눈곱, 입가의 침버캐, 주머니 속의 1000원짜리 두 장, 선글라스 등에 대해 말하는 것은 그의 시에 대해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고통스럽다고 했다. 김훈은 천상병을 ‘시와 인간이 일치하는 시인’이라 했다. 가장 빼어난 서정 시인 또한 어떤 소설가는 천상병을 ‘하드웨어는 그렇게 생겼어도 소프트웨어는 깨끗한 눈(雪)과 같다’고 했다. 천상병의 친구 민영은 천상병을 ‘가장 빼어난 서정 시인이며 가장 순수한 방외인(方外人)’이라 했다. 민영이 천상병을 처음 만난 것은 부산 피란 시절이었다. 대청동에 있는 르네상스 다방에서 인사를 나누었는데 첫눈에도 천상병은 다른 문인들과는 다르게 보였다. 민영은 그때의 첫인상을 이렇게 말했다. “뭣보다도 옷차림과 용모가 그러했다. 피난 때라 하더라도 모두 말쑥한 양복 차림이었는데, 천상병만은 미군 군복에 물을 들인 검정 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언제 세탁했는지도 모를 만큼 때가 끼고 구깃구깃한 군용 상의, 그 위에 얹힌 조물주가 빚다 만 진흙덩이같이 생긴 얼굴. 목소리는 무쇠를 삼킨 것처럼 크고, 이따금 남의 이목을 가리지 않고 웃어젖히는 까치 웃음… 그 꼴은 옛 그림에 나오는 한산(寒山)·습득(拾得) 못지않았다.” 친구들은 천상병의 재기 넘치는 말을 들으려고 모여들었다. 친구들은 배꼽을 쥐고 웃었다. 천상병은 선후배를 막론하고 거리낌 없이 손을 내밀어 세금(술값)을 요구했다. 그러면 거절하지 않고 주었다. 요구하는 술값이 막걸리 한 잔 값이었기 때문이었다. 왼쪽부터 이외수, 천상병, 중광 스님. 가난해도 행복 천상병은 일본에서 태어났다. 천석꾼이었던 그의 부친이 일본인의 사기에 휘말려 재산을 전부 잃고 일본에 건너가 살았기 때문이었다. 천상병은 중학교 2학년 때에 해방을 맞았다. 귀국해 경남 마산에 정착했다. 마산중학교에 다니던 어느 날, 뒷산에 올라갔다가 사람들이 무덤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고 ‘사람은 모두 죽게 마련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시로 썼다. ‘강물’이라는 시였다. 당시 그 학교 국어 교사로 근무하고 있던 시인 김춘수가 천상병의 담임이었다. 김춘수는 천상병의 시를 보고 감성의 뿌리가 살아있다고 칭찬해주었다. 그 시는 유치환의 추천을 받아 ‘문예’ 지에 실렸다. 중학교 5학년(현재 고2) 학생이 당당히 시인으로 등단한 것이다. 천상병은 중학교 6학년(현재 고3)이 되자 대학 진학을 놓고 고민했다. 문과가 적성이었으나 이미 시인이 되었기에 굳이 대학에 갈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선배의 말을 듣고는 대학에 있는 학과들의 이름을 종이쪽지에 적어 돌과 함께 힘껏 던졌다. 가장 멀리 날아간 돌에 적힌 내용대로 대학에 가기로 한 것이다. 가장 멀리 날아간 돌의 쪽지를 펼쳐보니 ‘서울대 상대’가 나왔다. 그래서 서울대 상대에 지원해 합격했다. 입학 후, 학과 공부보다는 문인들과 어울려 다니기를 좋아했다. 천상병의 본거지는 부산의 고전음악 감상실 ‘르네상스’와 ‘돌체’였다. 그는 무척 감성적이어서 브람스의 교향곡 4번을 들으면 눈물을 흘리곤 했다. 그의 눈물을 보려면 브람스 교향곡 4번을 신청하면 되었다. 서울 인사동 '귀천'에서 필자 촬영 아궁이 속 조의금 천상병은 가난해도 행복하게 살았다. 한잔의 커피와 한 갑의 담배, 한 사발의 막걸리, 그리고 버스값만 있으면 하루가 행복했다. 그는 가난을 직업처럼 살았다. 시 ‘나의 가난은’에서 가난한 삶을 보란 듯이 노래했다. 가난을 노래한 또 다른 시가 있다. ‘소릉조(少陵調)’라는 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고향 산소에 계시고, 형과 누이들은 부산에 있다. 자신만 홀로 서울에 있다. 부모님 산소에 가고 싶고 부산에 있는 형제들도 보고 싶은데 그곳에 갈 여비가 없다. 죽어서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자신은 영영 죽을 수 없다는 내용의 시다. 눈물 속에서도 웃음이 피어나는 슬프디슬픈 시다. 천상병은 아내에게 매일 2000원씩 용돈을 타서 썼다. 이 돈으로 가게에서 맥주 한 병,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 먹고 버스 토큰 서너 개와 담배를 샀다. 그러고도 어떤 때는 돈이 남아 저축도 해 통장에 100만 원 가까이 들어 있기도 했다. 천상병은 그 돈으로 같이 사는 장모의 장례비 30만 원을 떼어낼 생각이고, 자신을 따라다니는 문학청년의 결혼 비용으로 50만 원을 쓸 계획이며, 나머지는 처 조카딸 결혼 비용으로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장모의 장례비를 걱정하던 천상병은 장모의 장례비를 미리 준비해 놓고는 먼저 세상을 떠났다. 천상병의 장례식이 끝나자 장모는 들어온 조의금을 잘 보관한다며 천상병이 자던 방의 빈 아궁이에 돈뭉치를 신문지에 싸서 넣었다. 그런데 이것을 모르고 천상병의 아내는 날씨가 쌀쌀하고 비도 내려 남편이 추울 것으로 생각해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조의금으로 들어온 수백만 원이 새카맣게 타버렸다. 다행히 그 재를 은행에 가져가니 얼마간 주었다. 결국 그 돈은 장모 장례비가 되었다. 동백림 사건에 연류, 고문을 당하다 시인 신경림에 따르면 천상병은 몸이 워낙 튼튼해서 아무리 술을 마셔도 탈이 없었다고 했다. 또한 어디서나 밥을 먹어도 남기지 않고 바닥까지 다 긁어먹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렇게 건강한 모습은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 이후에는 볼 수가 없었다. 동백림 간첩단 사건이란 서베를린 유학생들이 동베를린에 구경 간 사건을 말한다. 당시 독일은 동과 서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동쪽은 사회주의 국가이고, 서쪽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였다. 서슬이 시퍼렇던 국내 반공법(현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것이었다.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는 연루자 전원을 체포해 한국으로 송환했다. 재판부는 이들 유학생에게 사형, 무기징역 등의 중형을 내렸다. 그런데 아무 연고도 없는 천상병이 엉뚱하게 연루되었다. 천상병은 억울하게도 중앙정보부에서 3개월, 교도소에서 3개월 고생하다가 풀려났다. 그는 중앙정보부에서 지독한 전기고문을 세 번씩이나 받았다. 전기고문을 받을 적마다 까무러쳤다. 그 후유증으로 치아가 거의 빠졌고, 말을 더듬는 습관이 생겼다. 나중에는 정신병원에 갔고, 아이도 갖지 못하게 되었다. 천상병은 ‘그날은’이란 시를 써서 자신이 겪은 무시무시한 고통을 기록으로 남겼다. ‘아이론(다리미) 밑 와이셔츠같이’ 고문당한 것이다. <계속> cpbc2023.05.24

어머니가 물려준 믿음 “하느님의 작은 도구로 쓰여지길 늘 기도해요” [허영엽 신부가 만난 사람들] (40) 아나운서 문지애 체칠리아 문지애 아나운서는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내공이 이미 우리의 안에 있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순간의 어려움과 실패들을 잘 견뎌내면, 그것이 우리 안에 더 큰 내공으로 쌓여 삶의 모든 순간을 감사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 아나운서 역시 그 순간을 기다리며 살고 있다고 말한다. 문지애(체칠리아)씨는 2006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해 시사교양 프로그램과 예능, 뉴스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는 발음이 매우 정확하며 차분하고 선한 인상으로 시청자들에게 편안함과 신뢰감을 주는 MBC의 대표 아나운서로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다. 2013년 MBC를 퇴사한 후 현재는 프리랜서 방송인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육아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그는 대학원에서 아동·청소년 상담을 공부한 전공을 살려 ‘그림책 학교’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아동과 성인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생활명품애’라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에서 의류와 패션 아이템을 제안하면서 자기 능력을 한껏 펼치는 중이다. 그는 책을 좋아하고 글솜씨도 좋아서 최근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니까」라는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Q. 어떻게 신자가 되었는지요?A. 세례받는 저의 모습은 제가 자라온 기록들이 모여 있는 두꺼운 앨범의 맨 앞장에 있어요.(웃음) 저는 한겨울 엄마의 품 안에서 유아세례를 받고 성모상 앞에서 기념 사진을 남겼습니다. 신심 깊으신 어머니는 유아세례를 받도록 하면서 “딸들이 태어남과 동시에 하느님의 자녀로 살며 어렵고 힘든 순간마다 하느님께 의지하고 버틸 수 있는 존재를 만들고 주고 싶었다”고 말씀하셨어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엄마 손을 잡고 어린이 미사, 성경캠프에 열심히 참가했던 기억도 나요. 제 어린 시절 생각나는 어머니의 모습은 늘 기도하는 모습이었고 손에서 묵주를 놓지 않으셨어요. 어머니의 신앙 덕분에 자연히 하느님 안에서 저 역시 늘 연결되어 있다고 믿으며 살아왔어요. 저의 삶, 신앙은 순전히 어머니에게 소중한 유산처럼 물려받은 것이에요.Q. 학창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요?A. 학생 때 아주 소극적이고 조심성이 많은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마음속에는 여러 가지 욕심은 많았지만 그만큼 따라가지 못해 속상하기도 하고, 그러다 어느 순간은 자신감을 잃은 채 보낸 시간도 많았어요. 눈에 띄는 학생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다 중간 언저리였던 스스로의 모습이 사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시간들을 글을 쓰거나 저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곱씹어 보며 보냈어요. Q. 나중에 보니 그런 시간도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아요. 소극적인 성격인데도 아나운서에 도전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A. 사실은 어린 시절부터 마음속 깊이 꿈꿨던 일이에요. 초등학생 때 발표를 했는데 담임선생님이 “지애는 커서 아나운서를 하면 되겠구나”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집에 와서 아버지에게 아나운서가 뭘 하는 직업이냐고 묻자 아버지는 MBC 뉴스를 틀어 백지연 앵커를 보여주셨어요. 그때의 감정이 여전히 기억납니다. 어린 시절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가 제 인생의 길을 선택하게 해주었던 것이죠. 지금 신앙의 눈으로 보면 부르심이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대학 입학과 동시에 마음속 깊이 묻어 두었던 꿈을 향해 무모한 도전을 하기로 했어요. 무작정 아카데미에 등록하고, 스터디를 꾸리며 5년의 시간을 아나운서 준비에 매진했어요. 아나운서가 되는 것은 제겐 정말 이루고 싶은 간절한 꿈이었고 드디어 그 꿈을 이뤄서 무척이나 행복했어요. 당연히 그 시절 기도도 많이 했어요. 하느님께서 저의 기도를 들어주셨다고 생각해요. Q. 하느님이 주신 탈렌트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하느님께서 왜 그런 탈렌트를 주셨을까요?A. 하느님께서 저에게 목소리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주셨다고 생각해요. 소리는 꾸준한 연습을 통해 달라질 수 있지만, 소리 자체가 가진 색깔은 변할 수 없잖아요. 타고난 것들은 부모님이 주신 것이고 하느님께서 허락해주신 것이잖아요. 주변 분들이 제가 힘이 있는 소리를 내지만 따뜻하고 호소력 있는 목소리 덕분에 가슴 따뜻하고 감동이 있는 이야기를 전하는 데 적격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저는 작은 하느님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사회 약자들을 향한 이야기를 전하는 데 제 탈렌트를 사용하라는 뜻이 있지 않으실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그림책의 숨겨진 의미와 낭독도 어쩌면 그 길을 향한 다리가 되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해요. Q. 살아오면서 혹시 큰 시련을 겪을 때가 있었나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A.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지고 울컥해요. 아버지가 아프실 때였는데 지금까지 제 삶에 가장 큰 시련이고 아픔이었어요. 아버지의 사랑만 받던 딸인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무척 두렵고 슬펐습니다. 저는 신앙이 많이 부족했지만 그때는 하느님께 매달릴 수밖에 없었어요. 가족들이 모여앉아 하느님께 매달렸던 기도가 있었어요. ‘하느님, 우리 아버지를 10년만 더 가족의 곁에 있게 해주세요’였어요. 정말 그 기도대로 아버지는 10년을 안간힘을 다해 버텨 주셨고 가족들은 최선을 다했어요. 불가능하게 생각했던 아버지가 가족 곁에서 10년을 더 함께해주신 것은 기적이라고밖에 느낄 수 없습니다. Q. 제가 아는 어느 신부님께서 방송국에서 성경 공부를 하셨는데 명단에서 문지애 아나운서도 본 적이 있어요. 방송인들이 했던 성경 공부는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A. 늘 부족한 신자인 저는 바쁘다는 핑계로 하느님을 잊고 살아가곤 해요. 그러다 어렵고 힘든 순간이 찾아와 기대어 쉴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할 때 다시 하느님을 찾는데 부족하고 이기적인 저를 그래도 하느님께서는 늘 받아주시고 기다려주시는 것 같아요.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던 어느 날 방송인 신자들의 모임에 반강제적(?)으로 나가게 되었던 적이 있어요.(웃음) 성경 공부는 하느님께 다가가는 기회가 되었고, 제가 가톨릭 신자임을 잊지 않게 하는 기회가 되었어요. 좋아하는 성경 말씀은 시편 16장 7절 “저를 타일러 주시는 주님을 찬미하니 밤에도 제 양심이 저를 일깨웁니다”예요. 이기적인 종교 생활과 ‘나’ 위주의 기도를 하는 저를 반성하게 하고, 욕심에 가려진 양심을 살아나게 해주는 말씀입니다. Q. 일을 하면서 기도를 열심히 했던 적이 있나요? A. 저는 어린 나이에 입사했어요. 당시 회사는 저의 그릇에 비해 거대했고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높게만 보였어요. 사람을 만나고 방송을 하는 모든 순간이 긴장의 연속이었죠. 뉴스를 진행할 때는 더 그랬어요. 오프닝을 알리는 시그널이 울리면 저는 가슴에 작은 십자가를 그으며 “하느님, 오늘도 지켜봐 주세요”라고 기도드리며 하느님께 의지했어요. 은총 덕분에 17년 차 방송인으로 큰 사고 없이 지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는 아나운서가 되기 전 몇 해 동안 성가정입양원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그 시절엔 아이들이 그저 안쓰러웠고 함께 하는 동안 예뻐해 주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이제는 자신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었고 다시 아이들과 함께할 봉사의 시간이 있다면 태어났음에 대한 축복과 존재에 대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때 만났던 그 아이들은 이제 스무 살이 넘어 어엿한 청년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며 환히 웃는 그가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으로 주변에 빛을 더 넓게 비추기를 기대해본다.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영성심리상담교육원 원장) cpbc2022.10.18

세계주교시노드 1년 연장… “시노드 열매 숙성하려면 시간 필요”제16차 정기 총회 두 세션으로 나눠 2023년·2024년 로마에서 개최... 회기 연장으로 2024년 10월 막 내려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 등 교황청 주교 시노드 사무처 관계자들과 주교 시노드 진행 과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바티칸시티=CNS】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진행하고 있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이하 주교 시노드)의 회기를 1년 연장했다. 교황은 16일 주일 삼종기도 후 “이번 주교 시노드를 2개 회기(sessions)로 나눠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 로마에서 총회를 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교황은 “시노드 과정에서 많은 열매를 맺고 있는데, 그 열매들이 완전히 숙성하려면 서두르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고 연장 이유를 밝혔다. 이어 “여유로운 식별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이라는 주제로 개막한 주교 시노드는 현재 첫 번째 단계인 ‘개별 교회’ 단계를 마치고 두 번째 ‘대륙별 단계’에 들어선 상태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10월 로마에서 열리는 총회로 끝난다. 하지만 교황이 회기를 전격적으로 연장함에 따라 2024년 10월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다. 교황은 “연장 결정이 시노드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형제자매들이 복음을 선포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교 시노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연장 교황과 교황청은 이번 주교 시노드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연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교회의 구조적 변화와 쇄신을 위해 그만큼 오랜 시간 공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주교 시노드를 주관하는 교황청 주교 시노드 사무처는 지난 10일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60주년을 기념하면서 “주교 시노드는 공의회의 열매”라고 강조했다. 사무처는 성명에서 “공의회 당시 공동합의성(synodality)이란 단어는 사용되지 않았지만, 그 개념만큼은 공의회 전체 회기를 관통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노드는 공의회의 가장 값진 유산”이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을 상기시키고 “시노드의 목적은 교회의 삶과 사명 속에서 공의회 정신을 연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명의 요지는 60년 전 현대 사회에 대한 쇄신과 적응을 기치로 내걸고 소집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과 ‘함께 걷는 교회’를 건설하려는 이번 주교 시노드 정신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재해석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드 시작 단계에서부터 시노드와 공의회 간의 밀접한 연관성을 강조했다. 교황은 지난해 10월 시노드 개막 미사 강론에서 “성령께서 우리 앞에 놓인 세상의 도전과 변화에 귀를 기울이라고 요구하신다”며 “우리 마음에 방음벽을 설치하지 말자”고 호소했다. 앞서 시노드 대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공의회에 큰 영향을 준 프랑스 신학자 이브 콩가르 신부의 말을 인용해 “또 하나의 교회를 만들어낼 필요는 없지만, 다른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두 발언 모두 성 요한 23세 교황이 공의회 개막 미사에서 행한 강론 내용과 맥을 같이 한다. 이와 관련해 주교 시노드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은 “시노드에 대한 교황의 의지는 공의회를 수용하는 새로운 단계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시노드를 통해 공의회 정신을 재해석한 교회상을 제시하려고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신학자들은 이를 ‘새롭게 탄생하는 교회(Ecclesiogenesi)’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그레크 추기경은 한 예로 교황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 중인 ‘건실한 분권화’을 거론했다. 건실한 분권화란 로마(교황청)가 모든 것을 결정해서 내려보내는 관행을 버리고 지역 교회의 하느님 백성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것을 말한다. 교황은 지난 2월에도 성좌에 유보된 신학교 운영, 사제 양성 지침서 발간, 교리서 출판 등에 관한 권한을 지역 교회로 분산시켰다. 그레크 추기경은 “시노드는 교황의 뜻을 반영한 여정이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교회의 본성에 따른 여정”이라고 밝혔다.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가르침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꿈이 아니라 공의회 가르침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두 번째 단계인 대륙별 단계에 들어서 이번 주교 시노드는 1967년 세계주교시노드 제도가 처음 시행된 후 16번째 열리는 회의다. 회기는 연장 결정에 따라 총 4년으로 늘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년 10월~1965년 9월)에 비견될 만큼 회기가 길다. 첫 번째 단계인 개별 교회 단계에서 각 교구와 주교회의, 사도직 단체 대표들은 ‘만나서’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하느님의 뜻을 ‘식별’했다. 이어 그 결과를 종합 의견서 형태로 시노드 사무처에 전달했다. 만남ㆍ경청ㆍ식별은 교황이 제시한 시노드 여정의 3가지 주요 특징이다. 대륙별 단계에서는 개별 교회가 보낸 자료를 토대로 대륙 교회 차원의 논의를 이어가게 된다. 한편, 교황은 이번 달 기도 지향 영상 메시지에서 시노드에 대한 관심과 기도를 요청했다. 교황은 “시노드라는 단어는 ‘함께 걷기’ ‘같은 방향으로 걷는 일’을 의미하는데, 이는 하느님께서 제삼천년기를 살아가는 교회에 바라시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시노드는 여론조사나 단순히 의견을 모으는 일이 아니고, 의회를 여는 과정은 더더욱 아니다”며 “시노드는 주인공이신 성령의 말씀을 경청하고 기도로 함께 걸어가는 여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cpbc2022.10.19

위기의 청소년 도움의 손길을 내밀려면청소년 도우려는 어른 위한 안내서연민·공감·의지로 이끌어 주어야 십 대들을 도우려면로이 페터피스 지음ㆍ박은미 옮김 분도출판사“오늘날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일은 길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어떤 청소년을 걱정하는 상황에 처하면 어른들은 종종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도와야 할지, 또는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몰라 난감해 하곤 한다.(중략) ‘내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그 아이가 생각할까 봐 아무 말이나 하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무관심하다고 여길까 봐 걱정스러운’ 상황인 것이다.”25년 넘게 다양한 환경에 있는 청소년들을 만나온 심리상담가 로이 페터피스씨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어른이 몇이나 될까? 요즘 청소년들은 부모 세대가 젊은 시절에 했던 고민을 그대로 대물림하지 않는다. 부모 세대가 젊은 시절에 했던 고민과 양태가 다르고, 문제의 원인도 다양하다. 불안, 우울, 자살, 자해, 섭식 장애, 동성애, 괴롭힘, 탈종교화, 이혼과 재혼 등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라떼는 말이야’하는 식의 꼰대 정신으로 다가갔다가는 오히려 그들의 마음이 닫힐 수 있다.캐나다와 미국의 75개가 넘는 교구에서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활발한 강연 활동을 해온 로이 페터피스씨가 ‘청소년 상담의 로드맵’을 펴냈다. 청소년들이 보내는 위험 신호를 알아차리고, 그들에게 어떻게 말을 걸고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는지를 안내했다. 그는 연민의 힘을 강조한다. 청소년을 돕는 일을 하다 보면, 훈련이나 재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원하는 정도까지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지 못할 때가 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이 겪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우리는 연민이라는 미덕의 도움, 의지의 움직임으로 청소년이 처한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들어가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을 교정하거나 고치려 할 때 연민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저자는 상담사로서 자신이 개선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청소년이 종종 있지만, 그런 상황을 고칠 수도, 그 상황을 고치는 방법을 말할 수도 없다고 털어놓는다. 그저 그 상황을 겪는 청소년과 함께 있어주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때까지 버티도록 도와주는 것이다.저자는 인간관계에는 공식이 없기에, 십 대 청소년을 돕는 데에도 어떤 공식 같은 것은 없다고 설명한다. 다만 청소년들을 동반하라고 조언한다. 동반이란 아이들의 마음과 생활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고, 그들과 함께 걸으며 위험을 알려주는 일이다. 때로는 함정에 빠질 수 있는 길을 헤쳐가도록 제안하고, 용기를 북돋워 줘야 한다. “우리의 일은 그들의 마음에 예수 그리스도를 집어넣는 일이 아니다. 하느님이 이미 그곳에 계시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그들 안에서 속삭이는 주님의 작은 목소리를 듣지 못하게 방해하는 혼란스러움, 마음속 찌꺼기, 다른 장애물을 제거하도록 돕는 일이다.”(45쪽)로이 페터피스 상담가는 교황청립 성 토마스 아퀴나스 대학에서 영성과 신학을 공부하고, 루이지애나 라파예트 대학에서 공동체와 학교 상담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6년 테드(TED)에서 강연했고, 팟캐스트 ‘오늘날의 청소년(Today’s Teenagers Podcast)’도 진행하고 있다. 역자 박은미(헬레나) 박사는 한국 현실치료상담학회 1급 상담사로 품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문채현2022.03.30

종교 울타리 넘어 사회와 교감하는 실천적 신학아시아 문학 연구자·신학 교수 등 참여미래 공생 위한 이상 사회 대안 모색신앙이 사회 문제 해결 실마리 되길 기대 아시아 공공신학(아시아 신학총서12)펠릭스 윌프레드 외 8인 지음황경훈 옮김 / 분도출판사 한국 가톨릭교회에 공공신학의 전망이 소개된 계기는 2011년 10월에 개최된 아시아 실천신학자 초청 포럼에서였다. ‘세계화의 도전과 아시아 신학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강우일(전 제주교구장) 주교의 기조 강연이 열렸고, 당시 강 주교는 ‘제주 강정에서 시작하는 아시아의 평화’를 주제로 아시아 맥락에서 중요한 사안에 대한 공공신학적 응답을 시도했다. 세계 각지의 신학자들이 참여했고, 중요한 주제를 다뤘음에도 신학의 공공성은 널리 확산되지 못했고 신학계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한국 가톨릭교회에는 낯선 영역인 아시아 공공신학을 소개하는 안내서가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인도 첸나이 ‘아시아 문화연구센터’ 창립자인 펠릭스 윌프레드 소장과 전 ‘제3세계 신학자 협의회 의장’ 에이브러햄 등 인도의 아시아 문학 연구자들과 인도의 신학대 교수 9명이 저자로 참여했다. 공공신학은 영미권의 복음주의적 공공신학과 달리 주변화된 이들의 사회운동과 삶의 공간 및 다종교적 맥락을 중시한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해방에 참여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열린 장을 제공하며, 미래의 공생을 위한 이상 사회와 대안을 모색한다. 다종교적 상황을 고려하면서도 모든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 공공의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 것이 공공신학의 핵심이다. 그러므로 공공신학은 ‘개종’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기 신앙과 사회가 직면한 실질적인 문제 사이에서 연결될 수 있는 자원을 제공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아시아 공공신학의 사회학적 관점을 살피고, 다종교 사회에서의 공공신학을 탐색하고, 인도 헌법의 관점에서 공공신학을 분석했다. 가브리엘레 디트리히 사회학 및 신학 교수는 아시아의 개발경쟁을 비판하며, 특히 중국과 인도의 경쟁, 중국의 기업이 들끓고 있는 미얀마, 석유를 둘러싼 이권과 북동부 지역의 나라들과 국경을 편리하게 통제하려는 이유로 군사정권을 옹호하는 인도의 상황을 지적한다. 그는 공공신학이 민중운동과 긴밀한 연대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며, 공공신학은 국가의 사회구조 안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인도 첸나이 ‘문화와 종교 대화 연구소’ 마이클 아말라도스 소장은 다종교 사회에서의 공공신학을 분석, “공공신학은 비교종교학의 한 분야가 아니”라면서 “공공신학은 다종교적 신학자 집단이 사회경제적 영역과 문화적 영역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지배하는 가치들에 합의하면서 각자 자신의 신앙적 전망 안에서 그 가치들을 뿌리내리려 애쓰는 환경에서 발생하다”고 설명한다.펠릭스 윌프레드는 서론에서 “공공신학은 공론장 안에서 대화를 통해, 사람들 특히 ‘목소리 없는 이’의 고뇌와 느낌을 들으려 한다”면서 “이 책은 현재 신학의 방법과 내용을 재고하라는 하나의 요청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공공신학은 아시아 교회를 공적인 교회로 전환시킬 수 있으며 이는 아시아 사회와 교감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공공신학은 신앙이 사적이기보다는 인격적이고 사회적인 신앙이 되도록 채근한다. 공적인 교회가 된다는 것은 교회가 저잣거리로 뛰어든다는 것뿐 아니라 사회의 집단적 열망을 지닌 모든 사람에게 교회의 문을 개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이블린 몬테이로 신학과 교수, 217쪽)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cpbc2022.01.19

언택트 시대, 책 속으로 떠나는 집콕 여름 휴가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추천하는, 여름휴가철 읽을 만한 책 코로나19로 비대면과 집콕의 일상에 갇혀 버렸습니다. 여름휴가가 왔지만, 마스크를 훌훌 던져버리고 떠날 수도 없습니다. 고립과 고독 사이를 오가면서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은’(묵시 3,16) 신앙인이 되어 버린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통해 언택트와 뉴노멀 시대가 주는 의외의 선물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책을 만드는 일을 하거나, 책을 쓴 적이 있거나, 혹은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여름휴가에 읽을 책을 추천합니다. 책은 팬데믹을 거뜬히 건너갈 힘을 건넬 겁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이해인 수녀(시인) 안셀름 그륀 신부 「친구」우리 모두 코로나19의 긴 터널에서 빛을 그리며 인내의 수련을 받는 지금. 그 어느 때 보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가족 친지 이웃과의 관계를 재조명해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한 사람의 인생 여정에서 친구라는 존재가 얼마나 중요하고, 우정을 제대로 가꾸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다시 알고 배우게 되는 요즘 나는 소식이 뜸했던 친구들에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손편지를 많이 쓰고 있다. 성 베네딕도회 사제의 이 책은 다시 한 번 우정의 깊은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고 우정을 위협하는 요소들은 무엇이며 어떠한 태도가 바람직한지 알게 해 준다. 서로를 성숙하게 해 주는 남녀 간의 영적인 우정, 예수님과의 우정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며 ‘친구가 있는 곳이 나의 집’, ‘친구는 최고의 약’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을 읽고 친구를 더욱 소중한 보물로 여기며 나의 친구에게 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랑과 지혜를 배우면 좋겠다.박용만(실바노) 몰타 코리아 회장앤소니 드 멜로 신부 「사랑으로 가는 길」휴가를 떠나며 어떤 책을 들고 갈까 수없이 망설이고 고민하곤 했다. 휴가답게 너무 생각이 많아지거나, 안 넘어가는 페이지를 의무처럼 넘겨야 하는 지루한 책도 거북하다. 그렇다고 그 황금 같은 시간에 책에 몰두해서 페이지 사이에 코를 박고 며칠을 보내는 것은 휴가가 아니다.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흥미롭고 적당히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정도의 책이면 좋다. 몇 페이지 읽고 하늘 한번 보고 ‘아! 쉬러 오길 정말 잘했다’는 만족이 나와야 휴가에 어울리는 책이다.사랑으로 가는 길은 200페이지가 채 안 되는 책이다. 크기도 작아 조금 넉넉한 주머니에 들어가는 정도다. 그러니 들고 다니기 가볍고 어딜 같이 가도 부담이 없다. 내용도 가볍게 술술 읽힌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만났던 휴가에서 나는 다른 삶을 얻었다. 다 읽고 나서는 이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읽고 난 후의 나는 많이 달라졌다고 아니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행복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것은 모자람도 아니고 남도 아니었다. 내가 가진 편견과 신념, 욕망과 두려움이 나를 가로막고 불행의 길로 자꾸 밀어 넣으려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자신의 기질이나 나라는 사람 자체는 변하지 않을지 몰라도 내가 가진 재능과 용기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감사와 사랑과 평화로 충만해지는 길을 택할 수 있음을 배웠다. 물론 지금도 완전하거나 충분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오히려 턱도 없다고 느끼는 것이 솔직한 심경이다. 그러나 최소한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이 책에 늘 감사한다. 유튜버 밀라논나(장명숙, 안젤라 메리치) 존 브래드쇼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미국의 존 브래드쇼라는 심리학자가 쓴 책이다. 뉴욕타임즈에 오랫동안 베스트 셀러였다. 줄을 쳐가면서 열 번쯤 읽었다. 인간은 누구나 다 상처가 있다. 성장 과정에서 겪었던 모든 경험을 바탕으로 인격이 형성되는 것을 설명해주는 책이다. 내 몸 안에 내 마음과 정서가 편안하면 삶의 질이 180도 달라진다. 제일 중요한 건 내 마음의 평화다. 이 책을 읽어보시라고 꼭 권하고 싶다. 최대환 신부(의정부교구)미카엘 엔데 「모모」“쉬지 않고 일한 당신, 행복하지 않다면” 피서와 휴가로 몸과 마음을 잘 돌보는 것이 필요한 때지만 코로나 상황이 여전히 만만치 않아서 쉼의 시간을 편안히 갖기 쉽지 않다. 이럴 때 쉼의 참의미가 무엇이며, 오늘날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좋은 삶의 길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을 권해드리고 싶다. 작가는 신비한 소녀 모모와 지혜로운 거북이 카시오페이아를 통해 소설을 이끌어가면서 산업사회에서 사람들이 겪는 불행의 근원과 행복하고 좋은 삶의 비밀을 매혹적인 이야기로 들려준다. 이 소설은 1973년에 출판되어 전 세계에 번역되었고 어린이와 어른 모두를 아우르는 수많은 독자를 얻은 우리 시대의 고전이고, 반세기가 지난 지금 소설이 주는 가르침은 더 절실하다. 인생을 ‘시간 도둑’에게 저당 잡히는 것이 아니라 우정과 사랑 속에서 진정으로 시간을 향유할 줄 아는 삶을 선택하라는 저자의 호소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멈춤이 필요한 시기에 소설 「모모」를 통해 느림과 나눔의 영성을 배우시길 권한다. 김동주 수사(레벤북스 편집장)이무석 「30년만의 휴식」올해로 9년째 접어드는 ‘마음으로 책 읽기’라는 심리 영성 독서 모임에서 이 책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 같은 맛깔난 책이다. 현대인들은 일을 참 많이 한다. 일을 많이 할수록 그리고 일을 잘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쉼’이다. 이 쉼은 달콤하고 맛있는 휴식이어야 한다. 「30년만의 휴식」의 주인공인 젊은 선 박사는 일벌레다. 쉬지 않고 일한 선 박사는 마침내 본인이 원하던 지위와 인기를 얻고 부도 축적하지만, 내면은 행복하지도 만족스럽지도 않았다.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 꼭 해야 할 일은 바로 마음공부이다. 마음공부를 하고 싶은 이에게, 자신의 내면을 아름답게 꾸미고 싶은 분에게 「30년만의 휴식」을 추천하고 싶다. 단언컨대 아무리 석·박사 공부를 하여도, 돈이 많아도, 지위가 높아도 마음이 불편하다면 그때는 자신을 들여다보아야 한다.(자기 성찰)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마음공부의 첫걸음인 자신을 들여다보는 책으로 지금 시작해 보자.생활성서사 편집장 송향숙(그레고리아)안셀름 그륀 신부 「우애의 발견」책 만드는 일이 직업인 나는 책을 만드는 그 순간만은 그 책과 사랑에 빠지며, 크고 작은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외고집쟁이인 나는 좀처럼 실천에까지 이르지 못한다. 그런데 나를 확실하게 움직여 놓은 책이 하나 있다. 바로 안셀름 그륀 신부의 「우애의 발견」이다.이 책을 편집하는 동안 내내 마음이 울렁거렸다. 신부님의 이야기가 온전히 자기 삶의 체험에서 나온 것이었고, 나와는 정반대의 삶을 보여 주셨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게 되는 모든 사람과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형제자매와의 관계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형제자매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나중에 직장 동료들이나 다른 사람들을 향한 감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안셀름 그륀 신부는 오늘날 우리가 사회에서 자주 겪는 갈등을 더 깊이 이해하려면, 자신의 형제자매 사이의 갈등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하고, 거기에서 그 갈등을 해결할 더 나은 방법을 알 수 있다고 한다. 형제자매가 사랑과 신뢰와 희망의 원천이 된다면, 우리는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축복이 될 것이다. 샘터 김성구(프란치스코) 대표나태주 시인 「마이너 없이 메이저 없다」장기화되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람에 대한 그리움만 쌓여 가고 불확실한 상황은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여름휴가는 시끌벅적하게 활동적으로 보내기 어려운 상황인데, 힘들고 지친 마음을 다독여 주는 책 한 권 읽어 보는 것이 어떨까요?짧지만 큰 울림을 주는 시를 써 온 나태주 시인은 「마이너 없이 메이저 없다」를 통해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스스로 이 책을 길고 긴 편지라고 이야기하듯 친근한 어조로 풀어놓은 이야기들은 고난을 견디고 이겨 낼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나태주 시인은 자신을 키운 것은 마이너이고 결핍이고 부족함이었다고 털어놓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특별한 인생으로 이끈 것도 바로 그 마이너, 결핍, 부족함이라고 합니다. ‘풀꽃’을 비롯해 책에 실린 열일곱 편의 시 중 마음에 드는 시를 소리 내어 읽어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한 권의 짧은 책을 통해 시 읽는 즐거움도 연륜 담긴 시인의 세상 지혜도 함께 얻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한국분노관리연구소 이서원(프란치스코) 소장양순자 「인생9단」사람들을 만나 괴로운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을 풀고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일을 직업으로 한 지 25년이 지났다. 그동안 만난 사람들 가운데 악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이 괴로운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수학에 공식이 있듯이 인간관계에도 공식이 있다. 공식을 알면 어려워 보이는 수학 문제가 쉽게 풀리듯, 인간관계의 공식을 알면 꼬이고 힘든 관계도 스르르 풀린다. 이런 인생공식을 65년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풀어낸 책이 있다. 바로 「인생9단」이다. 인생9단은 지금은 고인이 된 양순자 할머니가 20년 동안 사형수 상담을 하면서, 또 일상에서 힘겹게 사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정리한 인생공식을 쉽고 마음에 쏙쏙 들어오게 쓴 책이다. 1부 인생 기본공식, 2부 사람 사이공식, 3부 가족 사이공식으로 나누어 쓴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번지며 어지럽고 혼란스럽던 일상과 관계가 스르르 풀려나가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무더운 여름 가슴을 시원하게 해줄 멋진 책이다. 언론인 이광수(가브리엘, 이데일리 기자)김혼비, 박태하 「전국축제자랑」계획을 세우기 싫어 휴가철 집에만 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떠나고 싶다는 충동을 누르고 있습니다. 올해는커녕 내년도 장담할 수 없는 ‘코시국’이기 때문입니다. 김혼비, 박태하의 「전국축제자랑」은 국내 지역 축제를 다녀오고 쓴 일종의 탐험기인데요. 그 흔한 사진 한 장 없는 이 기이한 축제 탐험기에 유튜브에 줬던 마음을 가져와 이 책에 줬습니다. 「전국축제자랑」은 저자인 김혼비와 박태하가 지난 2018년 10월부터 국내 코로나 확산 전인 2020년 1월까지 총 12개의 축제를 다녀와 함께 쓴 책입니다. 작가이자 부부인 이들의 문장 곳곳에 숨어있는 유머 때문에 저는 한 페이지를 읽을 때마다 최소 한 번은 웃었습니다. 웃음이 헤픈 저는 한 350번쯤 웃은 것 같습니다. 웃지 않을 자신이 있는 분들도 최소 100번쯤은 웃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 책 이후에 코로나 종식 후 가고 싶은 여행지는 국내 지역 축제가 됐습니다. 올여름 휴가철, 훌쩍 떠나진 못해도 이 책을 읽고 함께 웃어보는 건 어떨까요.정연수(헤드비제스, 태강삼육초 6학년) 폴 빌리어드 ‘안내를 부탁합니다’여름방학을 앞두고 코로나 4차 유행으로 다시 집에 갇히게 되었어요. 학교 수업은 원격으로 하고, 교실은 제 방이 되었죠. 사실 지루하고, 답답해요. 모니터랑 하루를 보내다가 어느 날 ‘폴의 안내, 수화기 속 요정’을 상상해본 적이 있어요. 제가 어떤 수화기를 들고 “안내를 부탁합니다”라고 말하면 무엇이든 친절히 알려주는 상상. 제 휴대전화에도 물론 시리가 있지만, 시리는…. 한숨만 나오죠. 제가 여름방학 중 읽기 좋은 책으로 추천하는 「국어시간, 소설에 빠지다」에 나오는 단편 소설 ‘안내를 부탁합니다-‘폴 빌리어드’의 내용입니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먼저, 여러 단편소설들이 있어서 한 편씩 천천히 읽기 쉬워서이고, 또 바로 제가 매우 흥미롭게 읽은 ‘안내를 부탁합니다’ 소설을 소개하고 싶어서랍니다. 폴과 폴의 어린 시절 수화기 속 “안내를 부탁합니다”의 특별한 관계가 매우 인상 깊었고, 작가는 “안내를 부탁합니다”라는 전화 안내 소재를 추억하며 쓴 글이지만 나에게는 상상력을 발휘해 딴생각하게 해준 소설입니다.[[그림11]]배우 정수영(그라시아) J. M. 데 바스콘셀로스 「나의 사랑 로징냐」여름의 절정, 폭염이라는 기상청의 예보에 숨 막히는 더위 속에서 떠오른 책은 바로 「나의 사랑 로징냐」(1985)입니다. 원제는 ‘호징냐 나의 쪽배’(1962년 작)로 지금은 원제 그대로의 제목으로 출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굳이 제가 보았던 그 옛 제목 그대로 소개하는 것은 아마도 이 책을 만난 그 순간을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 싶어서 일 것입니다. 「나의 사랑 로징냐」는 제 인생에서 ‘책을 만났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책 중의 하나입니다. 90년대 제가 다니던 성북동성당 보일러실, 누구든 읽을 수 있었으나 아무도 손대지 않았던 오래된 책더미에서 발견한 책입니다. 그때, 책의 주인공인 ‘제 오로꼬’를 만났고 그의 사랑 ‘로징냐’의 목소리를 들었고, 그들과 함께 생각하고 성장했습니다.작품의 주 배경은 브라질 아마존강 유역의 가장 큰 지류인 아라구아이아강이며, 그 강에 놓여진 ‘로징냐(지금 번역본으로는 호징냐)와 그 쪽배의 주인인 ‘제 오로꼬’와의 대화로 주된 이야기는 흘러갑니다. 당시 둘의 대화는 제 마음 깊숙이 들어와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진한 울림으로 남아있습니다. 사실 작가인 J.M 데바스 콘셀로스는 사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로 더 유명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더 좋아합니다. 이 작품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전작이고 그렇기에 덜 가공되고 덜 다듬어진 작가 그대로의 영혼을 만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로징냐의 대사로 책 소개를 마칩니다. “하늘의 계신 하느님! 모든 것에 감사드리옵니다! 제가 아름다운 란디 나무로 태어나게 해주신 것을 감사드립니다! 인디오들이 저를 찾게 해주신 것도 감사드립니다! 그들이 저를 아름다운 쪽배로 만들게 해주신 것도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눈이 멀어 해가 기우는 것을 못 보게 해주신 것도 감사드립니다! (중략) 또한 사랑하는 하느님! 그 무엇보다도 삶이 아름다운 것임을 보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과 집콕의 일상에 갇혀 버렸습니다. 여름휴가가 왔지만, 마스크를 훌훌 던져버리고 떠날 수도 없습니다. 고립과 고독 사이를 오가면서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은’(묵시 3,16) 신앙인이 되어 버린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통해 언택트와 뉴노멀 시대가 주는 의외의 선물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책을 만드는 일을 하거나, 책을 쓴 적이 있거나, 혹은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여름휴가에 읽을 책을 추천합니다. 책은 팬데믹을 거뜬히 건너갈 힘을 건넬 겁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문채현2021.07.21

“환대할 수 없는 것을 환대하는 것이 진짜 환대죠”전북대 왕은철 교수 신작 「환대예찬」, 동화 「어린왕자」·구약 창세기 등 다양한 문학·성경 속 환대 의미 분석 전북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인 왕은철 교수가 문학적 서사를 통해 환대의 가치를 짚어낸 「환대예찬」을 펴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환대(歡待). ‘기쁠 환’에 ‘기다릴 대’를 쓴다. 반갑게 맞아 정성껏 대접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환대를 생각하면 환대를 받을 만한 사람을 떠올린다. 차갑고 소홀히 대한다는 뜻의 냉대와 홀대는 환대의 반의어다. 환대와 마찬가지로, 냉대를 생각하면 냉대를 받을 만한 사람이 떠오른다. 이런 논리라면, 환대와 냉대는 그것을 받을 만한 사람의 것이다. 적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냉대하고, 환대할 만한 사람을 환대한다면 ‘환대의 정신’은 도대체 왜 필요할까? 사랑받을 만한 사람을 사랑하고, 용서할 만한 사람을 용서하기는 쉽다. 전북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인 왕은철(미카엘) 교수는 환대 예찬가다. 460쪽의 적지 않은 분량에 처음부터 끝까지 환대를 예찬한 신작 에세이 「환대예찬」(현대문학)을 펴냈다. 인간이 빚어낸 환대의 방식과 윤리를 다루고, 시대가 주목한 문학적 서사를 통해 환대의 정신을 재해석했다. 환대의 대상과 의미, 가능성을 다면적으로 성찰했다. 2017년 10월부터 2년간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한 에세이를 모았다.왕 교수는 말한다. 인간이 가진 놀라운 능력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자기 것처럼 느낄 줄 아는 능력이라고. 이웃에 대한 사랑과 타자에 대한 환대도 여기에서 나온다. 문학 역시 이러한 인간의 공감 능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자기 이야기만 반복하는 자기중심적인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 문학이 타자에 관한 것이듯 환대와 사랑 역시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작가는 「어린 왕자」와 「몽실 언니」부터 시대의 고전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비롯해 구약성경의 창세기와 판관기 등 고전과 문학 작품을 넘나들며 환대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건져 올렸다. 작가 한강의 에세이이자 소설인 「흰」과 「소년이 온다」가 주목하는 애도 역시 환대의 형식임을 다뤘다.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 존 맥스웰 쿳시의 「야만인을 기다리며」를 통해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이 환대하는 과정에 인간의 내적 결핍, 윤리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음을, 그것이 환대의 진정한 정신임을 강조하고 있다. 환대의 수혜자는 곧 자기 자신이 된다는 역설이다. “환대는 마음이면서 물질이다. 따뜻한 말로 어루만질 때는 마음이고, 필요한 음식을 가져다줄 때는 물질이다. 이처럼 환대는 빈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든 물질이든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주는’ 행위다.”(395쪽)환대는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말한 것처럼 타자의 이름, 언어, 성별, 인종이 무엇이든 행해져야 한다. 자크 데리다는 무조건적인 환대의 개념을 언급하며,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것이 진짜 용서고, 환대할 수 없는 것을 환대하는 것이 진짜 환대”라고 강조했다. 작가는 20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자크 데리다의 용서에 관한 강연을 듣고, 세상의 고통에 관심을 두게 됐다. 그 이후 애도와 상처, 환대 등 치유라는 일관된 주제에 천착해 목소리를 내왔다. 2018년에는 문학 작품에서 나타난 죽음, 애도, 트라우마를 연구해온 공로로 ‘생명의 신비상’ 인문사회과학 분야 본상을 받았다.혐오를 통해 환대를 가르치는 사회다. 최근 출판 시장에는 혐오의 대상, 현상, 윤리를 분석하는 책들을 줄줄이 나왔다. 혐오와 인권, 혐오 표현을 거절하는 법 등을 가르침으로써 오히려 혐오를 둘러싼 부정적 서사를 확대 재생산한다. “혐오를 혐오하라”는 말보다 “환대하라”는 말의 힘은 더 세다. 혐오는 환대를 품지 못하나, 환대는 혐오를 품는다. 왕 교수는 머리말에서 “환대가 부재한 사회를 환대가 넘실대는 사회로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도 문화”라면서 “타인을 향한 환대는 결국 자기 자신을 향한 환대로, 이것이야말로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킨다”고 강조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cpbc2020.03.11

신앙 교육 유연하게 폭 넓히고 가정 교육 초석 단단히 쌓아야코로나19 이후 주일학교 신앙 교육 어떻게 (하)) 서울대교구 성소국이 마련한 성소 주일 행사에서 어린이들이 기도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성당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지만, 막상 신부님이나 수녀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할 기회가 없습니다. 신부님들이 바빠 청소년과 만날 시간이 없으시겠지만, 미사 때만 청소년들에게 질문하시기보다 캠프나 행사 때 더 깊이 소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기 전, 지난해 5월 21일 서울대교구 청소년국이 주교좌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마련한 청소년 사목 심포지엄에서 한 고등학생이 한 말이다. 청소년들은 코로나19 이전 시대에는 사목자와의 만남과 교류를 희망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시대는 다르다. 그야말로 청소년 사목의 발판이 되어 준 친교와 만남의 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자란 요즘 청소년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를 Z세대라 일컫는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디지털 환경에 노출돼 ‘디지털 원주민’이라고도 불린다. Z세대는 TV와 컴퓨터보다 스마트폰, 이미지, 동영상 콘텐츠를 선호한다. 관심사를 공유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는 동시에 생산도 한다. “교리 영상과 애니메이션을 교회가 안 만들 순 없습니다. 온라인 사목도 시도되어야 하고 병행되어야 하지만 색다르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영상을 만드는 건 세상이 더 잘합니다. 돈을 들여 펭수가 가톨릭 교리를 말하게 하면 달라질까요?”대구대교구 4대리구 복음화 담당 마진우 신부는 “다채롭고 새로운 방식은 지식 전달을 위한 수단일 뿐 신앙의 본질을 전하기는 어렵다”며 “이제는 신앙의 본질에 헌신하는 시간을 확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신천지가 알려준 사실들청소년 사목 관련 전문가 중에는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드러난 신천지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신천지 교인 중 20~30대 청년이 많았다는 점은 젊은이들이 영적인 갈망, 거룩함을 추구한다는 방증이다. 신천지와 같은 유사종교에 빠지는 이들을 통해 현대인들은 여전히 영성에 목마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 정준교(스테파노, 다음세대살림연구소) 소장은 “신천지에서 돌아온 젊은이 중에는 ‘신천지에 끌려갔을 때는 이단인 줄 모르고 갔지만, 이제는 천주교로도 안 돌아간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며 “이는 교회의 슬픈 모습”이라고 토로했다. 정 소장은 “이들이 ‘신천지를 버리고 천주교로 돌아갈 때 과연 신천지에서 받았던 배려와 호의, 따뜻한 관심을 성당에서 받을 수 있을까’라고 물을 때 우리도 ‘그렇다’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신천지에 빠진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은 주일학교의 교리교육이 올바른 신앙을 갖게 하는 체제였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성찰의 목소리도 크다. 청소년 신앙교육, 변화하자 “신앙 교육의 핵심은 청소년들이 일상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고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전찬용(예수회 한국관구 청소년사도직위원회 위원장) 신부는 “그동안 주일학교에서 행해오던 주입식 교육은 하느님을 체험하는데 편협하게 만들었다”며 “이런 교육의 형태가 요즘 청소년들에게 신앙과는 더 멀어지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주일학교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유일하고 체계적인 교리교육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부인할 순 없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제동이 걸린 주일학교는 더 폭넓고 유연한 사목으로 확장을 요구받고 있다. 주일학교가 신앙의 본질을 전수하기보다는 주입식 교리교육 방식이라는 것에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코로나19로 중고등부 미사와 주일학교의 시계가 멈추자, 신앙 교육을 온전히 주일학교에 맡겼던 부모들은 우왕좌왕했다. 정준교 소장은 “코로나19로 아이들이 학교도 가지 못하고, 신천지까지 무너지는 이 시간은 복음화를 위한 황금 같은 기회였다”면서 “교회가 미리 가정에서 부모들이 신앙 교육을 위해 무얼 해주어야 할지 사전에 준비했더라면 가정에서 이렇게 손 놓고 있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전찬용 신부는 “그동안 행해온 집단적이고 획일화된 청소년 사목은 흥미를 잃어가는 교리수업과 급감하는 주일학교의 학생 수를 통해 그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이는 사목자들이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결과일 것”이라고 언급했다.청소년 사목 중심에 ‘가정과 부모’ 있어야주일학교가 한국 교회에서 언제 시작됐는지 문헌상으로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주일학교의 기원은 박해가 끝나는 시기부터 선교사들이 활발히 선교활동을 시작한 때로 본다. 1922년에 반포된 「서울교구 지도서」 102조에는 “각 본당에 가능한 한 교리학교를 두어 적어도 주일마다 어린이들을 모아 교리와 기도문을 가르쳐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1932년에 어린이를 위한 교리서 「어린이 문답」이 출판됐다. 이어 1957~1958년 「학생 교리」 등 주일학교 교리서들이 나오면서 1970년대에 이르러서야 주일학교가 체계화된 것으로 보인다. 교리 지식 중심의 청소년 사목은 한국의 급격한 사회 변동으로 ‘가톨릭 학생 운동’과 같은 사도직 중심의 청소년 사목을 촉발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사도직 중심의 청소년 운동은 본당 주일학교와 분리돼 학교 중심으로 넘어갔다. 햇살사목센터 소장 조재연(서울 면목동본당 주임) 신부는 지난해 5월 ‘청소년 사목의 현실과 방향’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젊은이 공동화 추세가 가속되고 이탈 연령층은 계속 확대되는 채로 2020년대에 진입하게 되면 한국 천주교회는 영유아부터 50대에 이르는 세대가 대부분 빠져나간 채 60대 이상만 남는 그야말로 초고령 사회를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이는 교회 공동체 전체의 활력 저하뿐 아니라 가톨릭 신앙 전수 자체가 끊길 수 있는 상황이 가능하다. 조 신부는 청소년ㆍ청년 시기란 생애 주기상의 일시적인 구분일 뿐 “그들은 곧 30, 40, 50대가 되고, 그들의 자녀가 다시 10, 20대가 된다”면서 청소년 사목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전 세대를 아우르는 통합 사목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서울대교구 사목국 기획실 이영제 신부는 “‘2~3개월 성당에 안 다녀보니 편하고, ‘은연중에 하느님 없이도 살 수 있네’라고 생각하는 부모가 어떻게 아이들에게 신앙을 전할 수 있겠느냐”며 “코로나19 시점으로만 보면, 가장 시급한 건 부모 교육”이라고 진단했다. 이 신부는 “가정 공동체 안에서 신앙교육이 이뤄지려면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교회는 가정공동체가 무너지지 않도록 힘과 용기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cpbc2020.06.10

아마존 시노드, 생태 보호·복음화 신중히 논의무분별한 개발 방지와 토착 문화 보존, 기혼 사제 허용 문제 등 토론… 최종 문헌은 26일 투표로 확정 7일 개막한 아마존 시노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참가 주교단 및 전문가들이 아마존 지역 복음화와 생태 문제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CNS】 6일 바티칸에서 개막한 ‘범 아마존 지역에 관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특별회의’(아마존 시노드)가 참가 주교단과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 속에 진행되고 있다.아마존 시노드 참가자 190여 명은 7일 교황청 시노드홀에서 열린 개막 총회를 시작으로 아마존 생태 문제 및 복음화와 관련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시노드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전체 회의와 소그룹 토의 등 평일 오전과 오후 내내 이어지는 회기 동안 자유로운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노드 초반기인 지난 7~11일에는 △파괴되어 가는 원주민 터전과 신앙생활 문제 △무분별한 아마존 개발로 인한 생태 문제 △아마존 지역 기혼 남성의 사제 서품 허용 △여성 지도자들의 역할 증대 △아마존 영토 보존을 위한 교회 노력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이 오갔다.특히 상당수 시노드 참가 주교들은 덕성이 입증된 기혼 남성인 ‘비리 프로바티’(viri provati)들에게 사제 서품을 허용해야 한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 교회 에르윈 크로이틀러 주교는 “아마존 지역을 관할하는 주교 가운데 3분의 2가 ‘비리 프로바티’의 사제 서품 허용을 찬성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기혼 남성의 사제 서품을 찬성하는 주교들이 독신주의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가톨릭 신자들에게 중요한 신앙의 중심인 성찬례의 축복을 원주민들이 받길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심각한 사제 부족을 겪는 아마존 지역 원주민 복음화 문제가 가장 뜨거운 이슈로 논의 중이지만, 주교들은 기본적으로 사제직의 본질과 독신주의의 가르침을 수호하는 교회 질서 안에서 이를 수행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하고 있다.아마존 토착 문화 보존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프랑스 교회 에마뉘엘 라퐁 주교는 “아마존의 많은 원주민과 노예의 후손들이 버림받았다고 느끼며, 그들의 토착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시노드 최종문서위원회 의장 클라우디오 우미스 추기경은 “인류는 지구 상의 여러 대륙에 있는 원주민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고, 아마존에도 큰 빚을 지고 있다”면서 “그들의 문화와 언어, 역사, 정체성과 영성은 인류의 재산이며, 세계 문화로서 존중받고 보존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몇몇 주교들은 교회 전례와 아마존 토착 의례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형태의 ‘가톨릭 아마존 예식’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 토착민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성소 계발에도 힘쓰자는 의견도 나왔다.아울러 아마존 보호를 위해 자연에 짓는 죄의 무게를 일깨우는 ‘생태적 회심’을 촉구하자는 의견도 연이어 나왔다. 주교들은 생태학적 관점의 죄를 묘사한 신학 문헌들을 출판해 보급하고, 특히 젊은이들과 함께 창조질서 보전 노력에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독일 주교회의 의장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은 “아마존 영토를 지키려면 인류와 자연 사이의 새로운 균형과 평화로운 공존을 이끌어내는 통합 생태학과 시각 변화가 필요하다”며 “부패와 착취, 세계인 무관심 종식을 위해 우리의 행동을 지속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시노드 사무처 사무총장 로렌조 발디세리 추기경은 개막 총회 연설에서 “아마존을 위한 주교 시노드는 작지만, 중요한 지리적 영역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보편 교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특별 총회”라며 아마존 시노드의 특별성을 재차 설명했다.아마존 시노드에서 이뤄진 전체 토론의 요약본은 오는 21일 상정돼 수정 작업을 거친다. 이어 시노드 최종문서위원회가 25일 막바지 수정 및 보완 작업을 한 뒤 26일 투표를 거쳐 시노드 최종 문헌을 확정 짓게 된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평화신문2019.10.15

함께 울어줄 사람… 있으신가요? 이기헌 주교의 삶과 신앙 수필로 엮은 묵상집 「함께 울어주는 이」 “오래전부터 사목자다운 수필을 쓰고 싶었습니다. 사목 현장에서 만난 착한 사마리아인 사람들의 이야기며, 라자로의 죽음을 슬퍼하며 우시던 예수님을 닮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가 사목자로서의 삶과 신앙, 추억의 조각들을 기워 낸 묵상 수필집 「함께 울어주는 이」(바오로딸)를 펴냈다.쉬는 날이나 긴 연휴가 주어지면 ‘책을 볼까, 글을 쓸까?’ 망설이다, 글을 쓰기로 결심한 날들이 안겨준 선물 같은 책이다. 의정부교구 사목월간지 ‘나무그늘’에 기고했던 글, 시대 상황에 맞게 목자로서 목소리를 낸 글, 영적인 생각에 대한 단상, 교구 주보에 실었던 글을 모았다. 책 제목은 본당 주임 신부로 사목했던 시절, 유럽 성지순례로 본당을 비워야 해 동창 신부에게 본당을 맡기고 떠났을 때의 일화에서 따왔다.“여행을 마치고 본당에 돌아온 후, 걱정했던 자매님 한 분이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매님에게는 두 아들과 남편이 있었는데, 비신자인 남편이 어찌나 고집이 센지 오랫동안 성당에 가자고 졸라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고 무척 속상해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남편이 주일미사에 나왔습니다.”(51쪽)이 주교가 자리를 비운 동안, 동창 신부는 그 자매의 집을 방문해 병자 영성체를 해주고, 병자성사를 주는 등 자매의 임종을 지켜보며 눈물을 함께 흘리며 슬퍼해 줬다. 동창 신부의 눈물이 남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예수님이 ‘우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하신, 참 행복의 의미가 와 닿았습니다. 고통을 받고 우는 사람, 어렵고 힘든 사람을 찾아가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은 사제들이고, 신자들이지요.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바오로딸 출판사 수녀님들이 정해주신 제목으로 마음에 드는데, ‘내가 그렇게 살았나’ 하는 반성이 듭니다.”(웃음) 수필집에는 평생 자녀들이 하느님 자녀로 살아가기를 기도하신 어머니, 묵주기도의 추억, 일본 교포 사목, 성체조배의 은총, 사제로서 정체성과 외로움이 닥쳤던 시간, 성사의 아름다움 등 주교가 살아온 삶의 아름다운 궤적이 녹아있다.이 주교는 1947년 해방 직후 평양에서 태어난 피난민이자, 북에 두 명의 누나를 두고 있는 이산가족이다. 그래선지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으로서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짙은 애절함도 담겨있다.“북에서 넘어왔기에 어렸을 때 피난민이라는 소리를 종종 들었지요. 그래서 난민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제주의 난민들도 그렇고, 교회는 삶의 위기에 있는 난민들을 따뜻하게 돌봐줘야 합니다. 새터민들도 난민이지요. 새터민과 이주민들에게 형제애를 실천해야 한반도에 평화가 오지 않을까요?”평소 영적 독서를 즐기는 이 주교는 “영적 독서를 하는 시간은 아깝지가 않다”며 최근에 읽은 책 두 권을 추천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성인들」과 「황혼의 미학」이다. 이 주교는 “글을 쓰는 시간은 살아온 날들을 꺼내보는 시간”이라며 “앞으로도 조용한 시간을 통해 삶을 돌이켜보기도 하고, 글을 써서 교우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글·사진=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백영민2018.07.11

국내 최초 생명학교 개설, 552명 생명지킴이 배출생명의 신비상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4·끝) 활동 분야 장려상 청주교구 새생명지원센터 청주교구 새생명지원센터를 이끌어가는 가족들과 센터장 정효준(왼쪽에서 네 번째) 신부. 장광동 명예기자 지난해 11월과 12월, 청주교구 새생명지원센터(센터장 정효준 신부)는 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찾아가는’ 생명교육이었다. 김현기(베드로) 여가문화연구소장과 함께 ‘올바른 대중문화 보기’라는 제목으로 16회에 걸쳐 청주 중앙여중 학생들을 찾아 생명교육을 했다. 반응은 굉장히 좋았다. 전교생을 강당에 모아놓고 하는 집단 교육이 아니라 반별로 교육한 게 주효한 듯했다. 김 소장은 “강의하면서 행복하기는 오랜만이었다”며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성문화를 바로 보도록 해줬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새생명지원센터는 1년 2학기 26강좌로 구성된 전국 최초의 생명학교를 개설, 청주에서 7기에 걸쳐 321명, 충주ㆍ음성지구에서도 총 6기 231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지금까지 552명이 ‘생명지킴이 수호천사’로 거듭났고, 이를 토대로 ‘본당 단위 생명ㆍ가정성화 운동’ 체계를 다졌다. 새해에는 교구 남부지구에 생명학교를 신설, 더 많은 교구민과 지역민이 생명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 같은 공로로 청주교구 새생명지원센터는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가 수여하는 제12회 생명의 신비상 활동 분야 장려상을 받게 됐다. 2011년 6월에 문을 연 교구 새생명지원센터는 특히 출범 때부터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가 주관하는 ‘새생명프로젝트’ 시범교구에 선정돼 3년간 생명운동 실천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개발했다. 양육 미혼모를 위한 지원 체계를 만들고 초기 위기 대응 매뉴얼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상담 체계를 개발한 것이 가장 특기할 만하다. 단순히 낙태를 반대하는 운동에만 머물지 않고, ‘용기를 내어’ 생명 출산을 선택한 미혼모들을 돕는 데 집중했다. 미혼모 아이들을 지원하는 기간을 늘렸고 상담이나 출산ㆍ병원비나 양육 용품 지원 같은 위기 지원 서비스도 강화했다. 교육ㆍ문화와 자조모임 지원, 여성경제인협회 충북지회 같은 지역 관계기관과의 연계 지원도 시도했다. 생명 수호와 낙태 반대를 위한 ‘생명의 밤’은 청주교구의 대표적 생명 기도, 생명운동으로 자리를 잡았다. 새생명지원센터는 해마다 생명의 밤을 통해 셋째 이상 자녀를 출산한 가정에 격려금을 지급했다. 그 가정은 지난해까지 총 728가정에 이른다. 나아가 교리교육에 활용 가능한 생명교육을 위해 2015년부터 생명교육 교재를 개발, 첫영성체 어린이 교재인 「생명으로 오신 예수님」과 중학생 교재인 「하느님과 함께 라이프-톡」을 출판했다. 위기 임신 포착과 초기 대응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교육함으로써 이웃 가까이에서 생명을 수호하는 ‘가브리엘 서포터’를 양성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어려운 ‘한 부모 가정’, 특히 정신지체나 신체장애인을 둔 한 부모 가정에도 지원의 손길을 내밀 계획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지자체 지원금으로 겨우 꾸려나가는데 직원 인건비조차 충당하지 못할 지경이다. 이에 생명운동 후원금을 모으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센터의 재정적 자립이 현안이 될 전망이다. 센터장 정효준 신부는 “미혼모는 계속 늘고 있고 위기 지원 또한 자녀가 3세가 넘기면 끊겨 미혼모나 한부모 가정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새생명지원센터와 함께 생명지킴이가 되어 달라”고 호소했다. 상담 문의 : 1577-3053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평화신문2018.01.10
![[창간30돌] 메마른 우리 사회에 ‘영성의 샘’으로 자리잡아야](//cpbc.co.kr/CMS/newspaper/2018/05/rc/720064_1.0_titleImage_1.jpg)
[창간30돌] 메마른 우리 사회에 ‘영성의 샘’으로 자리잡아야이사장 손희송 주교,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의 나아갈 방향을 말하다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이 복음의 기쁜 소식을 전해온 지 30년. 1988년 서울대교구가 설립한 가톨릭 종합 언론매체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은 어느덧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했다.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은 지난 30년간 수많은 언론 기관 가운데서도 가장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며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의미를 꾸준히 밝히는 ‘작은 촛불’이 돼왔다. 동시에 교회 기관으로서 실천해야 할 선교 사명과 시시각각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적극 대처해 왔다. 교회의 관심, 나아가 사제와 수도자와 신자들의 물심양면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은 이 같은 사랑과 관심, 지원을 밑거름 삼아 자라났다. 앞으로 더 성숙하게 거듭나기 위해선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서울대교구 총대리이자 (재)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 제5대 이사장 손희송 주교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대담은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 사장 조정래 신부가 했다. 1988년 당시 손희송 주교는 오스트리아 유학 중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 설립 소식을 접했다. 한국 교회는 당시 왜 매체를 필요로 했을까. 손 주교는 “교회 내부에서 오랫동안 교회 메시지와 시대를 향한 진실을 정확히 전하는 매체의 필요성이 제기됐었다”고 회고했다.“1980년대 들어 교회 내에 언론 매체를 설립하자는 목소리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권위주의 정권과 투쟁하면서 교회도 민주화 운동에 활발히 참여했는데 왜곡된 현실을 바로잡고 교회 메시지를 명확히 알리는 매체가 필요했던 겁니다. 이미 필리핀에서는 도미니코 수도회가 설립한 라디오 베리타스(Radio Veritas)가 필리핀 사회 발전과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매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널리 공감을 얻었습니다. 이런 시대적 요청 속에 서울대교구가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을 설립한 것입니다.”가톨릭 교회 매체의 필요성은 교회 역사 속에서도 시대 흐름에 따라 제기돼 왔다. 손 주교는 “1939년부터 20년간 재위한 비오 12세 교황은 현대 사회 발전에 상당히 민감하게 대처하는 분이었다. 당시 라디오와 TV가 막 나온 시절이었음에도 이를 십분 활용해 당신 메시지를 세상에 널리 전파했다”며 “비오 12세 교황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부터 이미 미디어의 중요성을 알고 활용했다”고 설명했다.교회 미디어의 중요성은 전 세계 교부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회 쇄신 방향을 모색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도 대두됐다. 손 주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인 사회 매체에 관한 교령 「놀라운 기술」은 현대 미디어의 의미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복음 선포에 미디어가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서울대교구가 이 같은 권고를 적극 받아들였고, 지난 30년간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복음을 전하는 데 많은 일을 해왔다”고 말했다.가짜뉴스 판치는 시대에 존재 가치 높여야그 사이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종교방송에 대한 관심도 초창기와 비교하면 많이 줄어들었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생겨나고 1인 미디어까지 등장한 오늘날, 종교방송도 미디어 경쟁이란 파고를 피해갈 순 없었다. 손 주교는 “재미와 흥미 위주의 여러 방송과 매체들 속에서 종교방송의 미래에 대한 고민은 갈수록 커져만 가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거짓 뉴스가 판을 치고, 경쟁과 윤리의식이 사라져가는 이때가 오히려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의 존재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시기”라고 강조했다.“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이 전할 가치는 신속성보다 윤리성, 정확성, 정직성에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이 사회를 위한 ‘영성의 샘’이 되는 겁니다. 사람들에겐 누구나 거룩함에 대한 갈망, 영적 갈증이 있습니다. 지난 2월 제가 페이스북에 서울대교구 사제 서품식 영상을 올렸더니 한국어도 모르는 동남아 사람들이 ‘좋다’는 댓글을 많이 올리더군요. 세상에서 볼 수 없는 거룩한 예식을 보면서 언어가 다른 이들도 영적 거룩함을 느낀 것이죠.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은 2000년 교회 안에 깃든 거룩함을 바탕으로 현대인들에게 영적 갈증을 채워줄 분야에 매진하면 좋겠습니다.”손 주교는 “미국 가톨릭 방송의 경우, 묵주기도 프로그램 시청률이 가장 높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만이 지닌 ‘거룩함’과 ‘영성’의 가치를 복음에 근거해 잘 전한다면 더욱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디지털 시대에 부응하는 시너지 효과를 2017년 서울대교구는 ‘디지털 시대에 부응하는 조직 개편’을 기치로 교구 홍보위원회를 발족했다.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교구가 운영 중인 언론홍보 및 출판 매체인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과 가톨릭출판사, 교구 홍보국, 인터넷 굿뉴스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교회 소식과 복음을 전하는 데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매진할 것을 알렸다.손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자의교서를 통해 홍보처 설립을 발표했고, 교황청의 많은 홍보기구를 통폐합해 협력하도록 개편했다”며 “우리 교구도 같은 맥락에서 신자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더욱 효과적이고 광범위하게 전파할 체제를 구축하고자 홍보위원회를 발족했다”고 설명했다. 손 주교는 새 시대를 향한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의 미래를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손 주교는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은 ‘무형의 성전’”이라며 “사제와 신자 여러분 모두 방송과 신문이 전하는 기쁜 소식에 참여할 주역”이라고 강조했다.“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이 설립될 때 서울대교구 모든 사제가 창립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사제들에게는 ‘우리 방송’, ‘우리 신문’이라는 의식이 너무 적습니다. 신부님들께서 먼저 함께 주인의식을 갖고 매체 제작과 홍보에 힘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것이 한국 교회가 지닌 좋은 네트워크를 잘 살리는 길입니다.”하느님의 일꾼으로 사명 다해야 손 주교는 현재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에 종사하는 임직원 160여 명에게도 “하느님 일꾼으로서 기쁜 마음으로 사명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은 일반 매체이면서 동시에 교회 매체입니다. 두 가지 매체적 특성을 잘 살려내려면 교회에 대한 지식과 함께 사랑이 필요합니다. 여러분 임직원은 ‘성전’에서 일하는 분들입니다. 여러분 스스로 복음에 젖어 있는 사람, 복음으로 개화된 사람이 돼야 합니다. 동시에 신자로서 직장이 신앙을 깊게 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랍니다. 그러면 업무와 복음을 동시에 잘 열매 맺을 수 있겠죠.” 정리=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cpbc2018.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