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알려준 행복의 기술행복해지고 싶은 현대인에 조언 감사, 하느님께 가는 ‘사다리’ “우리가 하느님과 연결되는 것은 하느님의 소관이지요. 하지만 우리 쪽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굳이 하나가 있다면 있는 것에 감사하는 거예요. 감사는 하느님께 가는 가장 빠른 사다리에요. 제가 하느님을 알게 해주신 것 외에 더 큰 감사는 없어요.”지리산 자락을 품고 흐르는 섬진강 변 윤슬이 눈부시다. 번잡한 서울 생활을 접고, 고즈넉한 경남 하동의 이층집에 짐을 푼 지 2년. 홀로 있는 시간의 힘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할 힘을 얻었다. 나이 먹은 얼굴과 몸에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자신을 잘 씻기고 입히고 재우는 것에 집중했다. 혼자 먹더라도 끼니를 대충 때우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듯 자신을 잘 대접했다. 에세이 「그럼에도 불구하고」(위즈덤하우스)를 펴낸 공지영(마리아) 작가를 경남 하동의 자택에서 만났다. “나를 잘 대접하는 일의 근본은 하느님이 나를 이렇게 애써 만드셨다는 것에 있어요. 친구의 아이가 자해를 한 일이 있었는데, 나도 예전에 긁고, 화상을 입히고 자학하는 짓들을 내 영혼에 했던 거 같아요. 하느님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존재인데, 잘 사랑하고 돌봐주는 것이 하느님께 대한 일종의 효도죠.”「그럼에도 불구하고」에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작가의 훈련이 잘 녹아있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래서’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옮겨가는 데에는 20년이 걸렸다. 책은 삶에 의문을 품은 후배 세 명이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린 시절부터 동생을 돌보며 공부해 대기업에 취업한 H는 해고 노동자를 도우려다 사기를 당해 빚더미에 앉았다. 평생 자식에게 경제적으로 기대온 J의 부모는 돈을 안 주면 자살하겠다고 하지만 J는 ‘나쁜 년’이라는 말을 듣기가 두려워 착한 딸로 남고 싶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도 다녀온 S는 육아로 경력이 단절됐고,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아 지옥에 산다.이 책은 실존 인물인 세 후배에게 공 작가가 보내는 답변이다. 공 작가는 삶의 본질을 파고드는 대화를 통해 혹독한 인생의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인간은 고통 없이 성장할 수 없으며, 고통은 살아있다는 징표임을 기억하라는 것. 상황을 애써 좋게 해석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공 작가는 숱하게 구설에 오르내렸다.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은 수식어로 따라다녔고, 정치적 견해를 밝힐 때마다 악플이 줄줄이 달렸다. 응원과 사랑도 많았지만 개인의 상처와 고통을 두고 온 세상이 떠들었다. 그는 더 이상 그들이 원하는 대로 괴롭힘을 당하지 않는다. 힘겹더라도 내적 평화를 유지했다. 내적 평화의 비법은 감사에 있다. “나를 사랑하기 어렵게 하는 건 감사하지 못하는 마음에 있어요. 「수도원 기행」에서도 썼는데 하느님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느냐면 우리를 다 부서뜨려서라도 구원하고 싶어하신다는 거예요. 하느님께 가는데 제 고통과 결함이 필요했던 것이죠. 헛된 고통은 없다는 것만큼은 남들보다 많이 믿어요.”공 작가는 중학교 3학년 때 스스로 성당에 가 세례를 받았다. 중고등학교 시절을 성당에서 거의 다 보냈다. 포콜라레 활동도 했다. 대학교 2학년 시절, 학생운동을 시작하면서 냉담이 시작됐다. 스무 해 가까이 냉담을 하고 다시 돌아갔을 때는 마흔이 다 됐을 때다.“하느님이 없었던 지옥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그 지옥으로 다시 가고 싶진 않아요. 이건 냉담해 본 사람만 아는 ‘냉담의 축복’이에요.”그는 아침에 일어나 1, 2시간은 기도를 한다. 빈속에 좋은 음식을 먹듯이 새로 태어난 영혼과 몸에 좋은 것을 주고 싶어서다. 바쁠 때에는 기도가 필요한 이들의 이름이 적힌 A4용지를 하느님께 보여드린다. 6년째 미사도 매일 봉헌해왔다. 17년째 서울구치소에서 사형수들을 만나온 공 작가는 절망 상태에 있는 이들에게 봉사를 권한다. “봉사가 나의 영혼에 봉사해요. 사형수들을 만나러 갔을 때 너무 힘들 때였거든요. 그 사람들을 만나면서 영혼이 낫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17년 지기 친구들이에요.”그의 인생과 문학이 지향해온 것은 울고 있는 것, 버림받은 것, 쫓겨난 것, 상처받은 것이다. “지금까지는 너무 나의 일인 책을 썼는데, 하느님의 일인 책을 쓰고 싶어 기도하면서 쉬고 있어요. 그렇다고 ‘성경 주해서’ 같은 엄청난 책을 쓴다는 건 아니에요.(웃음)”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문채현2020.12.08

장면과 오브라이언의 만남, 한국 현대사의 매듭을 풀다[엉클죠의 바티칸산책] (50)한국 정부가 유엔 승인을 받기까지 1948년 유엔 총회에 특사로 파견된 장면 수석대표가 한 외국 대표에게 신생 대한민국 정부 승인에 찬성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오른쪽은 당시 장면 대표에게 발급된 외교 여권. 출처=「건국·외교·민주의 선구자 장면」 뜻밖의 만남! 성경 속에는 ‘뜻밖의 만남’이 많습니다. 모두가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다운 장면이지요.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의 만남, 야곱의 우물에서의 만남, 저는 이 두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쿵쾅쿵쾅 뛰곤 합니다. 보통사람들의 일상에서도 뜻밖의 만남은 인생을 살맛 나게 합니다. 먼 길을 가다, 아니면 홀로 여행을 하다 우연히 마주친 사람이 인연이 되어 고달픈 인생살이가 펴지기도 하고, 진퇴양난의 어려움이 풀리기도 합니다. 국가나 민족의 역사에서도 뜻밖의 만남이 주는 은총이 적지 않습니다. 한국 현대사의 사례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유엔 총회와 한국 특사 1948년 12월 12일, 유엔이 신생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한 날입니다. 세상이 아는 장면 박사(제2공화국 국무총리), 가톨릭 신자들이 아는 장면 사도 요한은 1948년 10월 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의 축일을 맞아 프랑스 파리 근교로 성지순례에 나섰습니다. 당시 장면은 파리에서 열리고 있던 유엔 3차 총회에 한국 정부의 특사로 파견되어 있었습니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장면에게 “유엔 총회에서 정부 승인을 받아오라”는 특명을 내렸습니다. 나라의 운명이 걸린 일이었습니다.장면의 임무 수행은 험난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시쳇말로 ‘맨땅의 헤딩’ 수준이었습니다. 한국 특사를 알아주는 사람은 거의 없고, 총회 의장을 만나 사정을 하려고 했지만 면담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니까요. 당시 유엔 총회에서는 이스라엘 문제가 핫이슈로 부각되어, 한국 문제는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의사봉을 쥐고 있는 에바트 의장을 만나야 했는데 난공불락이었습니다. 호주노동당(ALP) 출신으로 외무장관을 지낸 분이었습니다. 장면은 소화 데레사 성녀에게 도움을 청하려 성지순례를 떠났습니다. 기도가 통한 것일까요. 장면은 성지에서 귀인을 만납니다. 그 뜻밖의 만남이 꼬이고 꼬인 매듭을 풀어 줄지를 누가 알았겠습니까. 호주 시드니 대교구의 오브라이언 부주교! 장면은 성지순례 중 우연히 만난 오브라이언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뭐 큰 기대를 했겠습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오브라이언과 에바트는 잘 아는 사이였습니다. 오브라이언은 그 후 에바트를 만나 장면의 고민을 전달하며 한국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요청했다고 합니다.바티칸은 이미 한국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비오 12세 교황은 국무장관 몬티니 대주교와 주프랑스 교황대사 론칼리 대주교에게 한국을 지원하라고 특명을 내렸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던가. 12월 12일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국에 비우호적이기만 했던 에바트 의장이 총회 마지막 날 마지막 안건으로 ‘대한민국 정부 승인의 건’을 공식 상정했고, 장면 대표에게 발언권도 준 것입니다. 장면은 유창한 영어 연설로 각국 대표단을 감동시켰습니다. 투표 결과는 가결 46표 반대 6표, 압도적인 표 차이였습니다. 소련을 필두로 한 공산 진영의 방해 공작으로 한국 정부의 승인이 물 건너갈 뻔했지만, 한국 대표단이 ‘9회 말 역전 홈런’을 친 것입니다. 역사에 가정이 없다지만, 만약 그날 한국 정부가 유엔 승인을 받지 못했더라면 한반도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3년 후 6·25 전쟁이 터집니다. 한국은 풍전등화의 생태로 몰립니다. 유엔군이 극적으로 참전하여 한국을 살립니다. 한국이 유엔 회원국이 아니었다면 유엔군 참전이 가능했을까요? 1948년의 ‘파리 대첩’은 바로 호국의 토대였습니다.교황청과 가톨릭의 지원도 한몫미국 유학파인 이승만 대통령은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고, 국제 정세에 밝았습니다. 세계 외교무대에서의 가톨릭의 위상과 교황청의 영향력을 잘 알고 있었지요. 이승만은 교황청과 가톨릭 네트워크의 지원을 겨냥해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장면 사도 요한을 특사로 선택한 게 분명합니다. 파리 대첩은 교황청과 가톨릭 네트워크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론칼리 대주교는 그로부터 10년 후 제261대 교황(요한 23세)이 되어 가톨릭을 코페르니쿠스적으로 개혁하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하였습니다. 뒤이어 제262대 교황(바오로 6세)이 된 몬티니 대주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결정한 개혁 내용을 착실히 실행했습니다.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맺은 두 교황은 모두 성인 반열에 올랐습니다. 이백만(요셉,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 cpbc2020.12.08

착한 목자 이문희 대주교 마지막 길 애도, 영원한 안식 기원하다제8대 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 장례 미사 거행 조환길 대주교가 이문희 대주교의 관이 범어주교좌대성당으로 운구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리길재 기자 제8대 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의 장례 미사가 17일 오전 10시 30분 범어주교좌대성당에서 봉헌됐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주례하고, 한국 교회 주교단과 사제단이 공동 집전한 이 날 장례 미사는 여느 사제들의 장례식과 다름없이 간소하게 치러졌다. 평소 검소한 삶을 산 고인의 뜻을 따른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고인의 관 위에 성경과 함께 대주교를 상징하는 ‘팔리움’이 놓여 있는 것뿐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문희 대주교의 선종 소식을 듣고 슬퍼하면서 대구대교구민과 이 대주교의 선종 소식에 슬퍼하는 모든 사람에게 사도적 축복을 전하며 진심 어린 애도를 표했다.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조전을 통해 이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장엄한 장례식에 함께 하시며, 착한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연민 어린 사랑에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의 영혼을 맡기셨다”고 밝혔다.조환길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이 대주교님께서는 주님께서 산상수훈을 통해 가르쳐 주신 참행복을 실제로 사신 분”이시라며 “우리에게 큰 모범을 보여주셔서 참으로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조 대주교는 이어 “우리도 언젠가 하느님 나라에서 대주교님을 기쁘게 만날 것을 고대한다”면서 “고인의 모범을 따라 저희도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애도했다.고별식을 주례한 최창무(전 광주대교구장) 대주교는 “고 정명조 주교와 이문희 대주교 셋이서 동갑”이라며 “셋이서 자주 만나자고 했는데 다 떠나고 이제 홀로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떼이야르 드 샤르뎅 신부의 사상에 관해 공동 관심사를 피력했던 이병호(전 전주교구장) 주교는 “얼마 전 병석에 계신 이 대주교를 방문해 하늘나라에 가시면 두루두루 안부 전해 달라 나도 곧 따라가겠다고 했더니 웃으셨다”면서 “샤르뎅 신부의 사상이 그의 삶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회고했다.장례 미사가 거행된 범어주교좌대성당에는 이른 아침부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신자들이 몰려왔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600명만 성당에 들어갈 수 있었기에 초대장을 받지 못한 신자들은 안타까워하면서도 성당 마당에서 조용히 장례 미사에 참여했다. 장례 미사에 참여한 신자들은 하나같이 “돌아가신 후에야 고인의 진면모를 더욱 알게 됐다”며 “하느님께서 고인에게 큰 상복을 주시리라 믿는다”고 추모했다.정오를 조금 넘겨 이 대주교의 관이 대성당에서 운구 차량으로 옮겨졌고, 차량은 사제단과 유족을 태운 버스와 함께 서서히 성당을 벗어났다. 대주교를 떠나 보내기 못내 아쉬웠던 신자들은 운구 차량에 손을 흔들거나 묵주를 흔들면서 십자성호를 그었다. 이문희 대주교의 장지인 경북 군위군 가톨릭묘원에도 신자 300여 명이 미리 도착해 고인을 맞았다. 고인의 유언에 따라 마련된 묘소는 이미 파놓은 상태였다. 사제 8명이 묘소로 운구하자 조환길 대주교가 하관 예절을 주례했다. 하관 예절은 묘지 축복, 성수 뿌림과 분향, 하관, 흙 뿌림, 청원 기도 순으로 엄수됐다. 조 대주교는 “주님의 종 이 바울로가 이 무덤에서 고이 잠들어 안식을 누리다가 영원한 천상의 빛을 받아 누리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고별사와 조전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조전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의 선종 소식을 전해 들으시고 슬퍼하셨습니다. 그리고 대구대교구의 대주교님과 주교님, 신부님들, 수도자들 그리고 신자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를 보내셨습니다.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께서는 사제로서 또 주교로서 특별히 교육에 대한 관심과 젊은이들의 성장을 위하여 오랫동안 노력하셨습니다. 이에 교황님께서는 대주교님과 함께 감사드리며 기도드린다고 전하셨습니다.또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장엄한 장례식에 함께 하시며, 착한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연민 어린 사랑에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의 영혼을 맡기셨습니다.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위로의 증표와 부활하신 주님 안에서의 능력으로써,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의 선종 소식에 슬퍼하는 모든 사람에게 진심으로 사도적 축복을 전하십니다.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조전대주교님은 참된 신앙인으로서 한국 교회와 보편 교회에 공헌한 사도로서 기억될 것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당신의 선하고 좋은 종인 대주교께 빛과 기쁨과 평화를 주시기를 우리의 기도로 청합니다.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조전이문희 대주교님의 선종에 깊은 마음으로 함께 하며 대구대교구와 가톨릭 교회에 좋은 일을 많이 하신 대주교님께 하느님께서 많은 보상을 내려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고별사이문희 대주교님은 교회가 스스로 담장을 허물어 세상 속에서 복음화를 이뤄야 한다는 소신을 실천으로 옮기셨습니다. 교회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하셨고, 소외되고 어려운 이들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 사업에 주력하셨습니다. 또 대주교님은 우리와 같은 동포인 북한 사람들과 어려움을 함께함으로써 형제애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여러 해 동안 김수환 추기경님과 몇 분 주교님과 함께 북한에 가톨릭병원을 세우는 데에도 많은 공을 들이셨습니다. 또 어려움에 빠진 사제가 생기면 아버지의 심정으로 직접 찾아가 어떻게든 사제의 삶을 살도록 때로는 질책도 하시고 위로도 하셨던 일은 후배 사제들에게 더할 수 없는 추억이 되었습니다.주님의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절에 지상의 삶을 마치고 하느님 나라의 복된 삶을 시작하신 이 대주교님을 위해 함께 기도하며 남아있는 우리도 주님 안에서 충실하게 살기를 다짐해 봅니다.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이문희 대주교님은 주님을 위해 사랑과 희생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고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시며 이를 몸소 실천하셨고 이제는 그 모든 것을 이루시고 그토록 애타게 만나고 싶어 하시던 주님 품 안에 드셨습니다.교구장 시절 교회 쇄신과 복음 실천 운동과 함께 교구 시노드를 열고 세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주님의 사랑을 전할 것인가를 촉구하셨습니다. 주교회의 의장 시절에는 성직자도 납세 의무를 지키자는 운동을 펼치셨습니다. 사목에서 물러나신 후 호스피스 교육을 받고 봉사의 길을 찾아 나서시는 모범을 보이기도 하셨습니다. 한국 천주교회와 대구대교구는 모두 대주교님께서 보여주신 가없는 사랑과 가르침을 오래오래 간직하며 기억할 것입니다. 공경하올 대주교님, 주님 안에서 영원한 행복 누리시길 빕니다.대구대교구 총회장 이동구(마티아)이제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을 다시는 뵐 수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집니다. 대주교님께서는 혜안과 통찰력으로 대구대교구를 위해 앞서 준비하고 실천에 옮기신 큰 어른이셨습니다. 몇 년 전 식사자리에서 “나는 큰 집이 필요하지 않아, 조금 있으면 더 좋은 집에 갈테니”라고 하셨습니다. 이제 당신께서 그리워하고 준비하신 대로 하느님 곁에 가셨으니 병고, 근심 걱정 없는 하느님 집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으십시오. cpbc2021.03.24

불편한 몸에도 일궈낸 가정… 하느님은 제게 부족함 없이 주셨죠[성 요셉의 해, 우리 시대 요셉을 찾아서] (3)서학수 베드로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아내 정윤점씨를 만나 아들을 사제로 봉헌한 서학수씨. 그는 “모든 게 기적”이라고 말한다. “뇌성마비인들은 수명이 길어야 마흔입니다. 그런데 67년을 살았어요. 제 목뼈는 다 어그러져서 재활치료가 필요하지만 살아있는 게 기적입니다. 어릴 때 폐결핵과 열병을 앓았죠. 혼자 살면서 라면만 먹어 위장병도 걸렸어요. 나 같은 놈이 똑똑한 마누라를 만난 것도 기적이고, 아들이 태어난 것도 기적이에요. 아들이 사제가 되어 하느님의 일꾼으로 쓰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기적이에요.”(서학수 베드로)부산시 남구 용호동의 한 연립주택. 서학수(베드로, 67)ㆍ정윤점(안젤라, 70, 부산 용호본당)씨 부부가 빛바랜 사진이 꽂힌 앨범을 들여다본다. 사진 속 어린 아들의 얼굴을 매만지는 부부의 손이 늙었다. “세상에 가정이 있는 남자가 37년 동안 집에 월급봉투를 안 가져다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하하.”어눌한 말투의 남편 서학수씨가 아내를 보며 말한다. 아내는 37년 동안 월급 한 번 안 가져온 남편을 바라보며 웃는다. “당신의 한결같은 믿음이 우리를 살게 했잖아요. 우리에게 주어진 대로, 하느님이 주시는 대로 살았으니까 이렇게 웃고 살죠.”서학수씨는 선천성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말할 때마다 고개가 비스듬히 떨궈지지만 얼굴에 늘 미소가 가득하다. 기도회에서 만난 아내와 가정을 꾸리다“요셉 성인은 목수 일을 하면서 가정도 지키고, 성모님을 위해 뒷바라지도 하셨죠. 요셉 성인은 큰 역할을 하셨는데 지금까지도 드러나지 않고 숨어 계시죠. 저는 아버지로서 남편으로 그런 일을 못 했으니 요셉 성인이 더 우러러보일 수 밖에요. 오히려 건강해서 돈벌이해 아들과 마누라를 돌봤다면 정신적으로는 덜 힘들었을 겁니다.” 서씨는 걷지 못해 초등학생 때까지 기어 다녔다. 양손에 고무신을 끼고 무릎에 두꺼운 천을 댔다. 두 무릎으로 기어서 학교에 갔다. 집에서 100m 이내의 거리였던 학교 가는 길은 1시간이 넘게 걸렸다. 6년 동안 여동생이 옆에서 도시락과 책가방을 들어줬다. 학교에서는 놀림거리가 돼 친구들을 피해 구석진 곳에서 도시락 뚜껑을 열어야 했다. 온갖 노력 끝에 15살이 되어서야 그는 첫 직립보행을 했지만 중학교는 너무 멀어 진학을 포기했다.1984년 아내를 만나 결혼하기 전까지 김해의 동네 마을회관 안에서 문방구를 운영하고, 달고나 가게를 하며 살았다. 과자, 담배, 버스 토큰 파는 일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 서씨는 힘든 나날을 보내면서도 밤마다 부산역 앞에 있는 초량성당 기도회에 빠지지 않고 다녔다. 아내도 거기서 만났다. “기도회가 끝나면 저 사람은 집에 어떻게 가지? 궁금한 거예요. 버스 탈 때까지 기다려주고, 같이 봉사를 다니면서 가까워졌어요. 가족들한테 결혼하겠다고 하니까 ‘가문에 똥칠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마지못해 ‘너 알아서 하라’는 게 승낙이었죠.”(아내)뇌성마비 장애인 아버지로 산다는 것은… 두 사람은 결혼했지만 월세방을 구할 수 없었다. 돈도 없었지만 뇌성마비 장애인에게 월세를 주고 싶어하는 집 주인도 드물었다. 결국, 장애인복지시설, 여성복지시설을 전전했다. 부부는 진료비가 없어 아기를 출산할 곳을 찾지 못하다가 마리아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구호병원의 응급실로 발길을 돌렸다. 서씨에게 아버지의 삶이 시작된 건 양산에 있는 양로원 ‘요셉의 집’에서였다. 서씨는 양로원에서 눈칫밥을 덜 먹기 위해 아침에 일찍 일어나 나무를 해다주고, 불편한 몸으로 양로원에서 필요한 궂은 일을 찾아서 했다. 아기는 양로원에 있는 할머니들이 돌아가면서 돌봐줬다. 양로원 원장이 우윳값까지 대줬지만 1년 이상 지내기 어려웠다. 친척들 집으로 뿔뿔이 흩어졌다가 모였다가를 반복했다.서씨는 아버지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저 아내와 함께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성당에 다닌 일이 전부였다. “아들이 세 살 됐을 때였어요. 그날은 축성 생활의 날이었는데 아이와 함께 성당에 가서 ‘예수님, 저 봉헌합니다’ 하며, 아이에게 이 말을 따라 해보라고 시켰습니다.”서씨는 틈틈이 한 교계 출판사에서 만든 사제들의 강론 테이프를 팔러 다니고, 용호성당이 내어준 작은 공간에서 성물 판매소를 운영하며 생계를 이었다. 아내는 사람들에게 수지침을 놔주며 살림살이를 보탰다.사제가 된 아들 2016년 성 요셉 축일, 그의 아들 서정주(안드레아, 성 가밀로 수도회)씨는 필리핀의 성 가밀로 수도회 성당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아들이 21살의 나이에 수도원에 입회했을 때 그는 뒤에서 많이 울었다. “지금까지 아버지는 절뚝거리면서 복음을 전했지만 이제 너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복음을 전하라”는 편지를 성경과 함께 선물로 건넸다. 그는 필리핀으로 떠나는 아들과 공항에서 헤어지고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서씨는 아들을 수도원에 보내놓고 전국의 성지를 돌아다니며 기도를 했다. “아들을 떠나보낸다는 슬픔, 평생 해준 게 없다는 슬픔에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주말마다 다른 아이들은 차를 타고 가족들이랑 놀러 가는데, 여행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아들에게 유일한 여행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보스니아의 메주고리예에서 열린 청소년대회에 참가한 일이었다. 학교에서 적금으로 모아둔 돈으로 보내줬다.서씨는 매일 미사를 봉헌하고, 매일 누워서 묵주기도 50단을 바친다. 그의 대자는 70명이다. 그는 장애가 있는 아버지로서 아내와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지만 “지금은 장애가 있다는 것이 정말 큰 은총이고, 은혜임을 깨닫는다”고 털어놨다. “이 세상에서 잘 살다 보면 많은 것을 보지 못해요. 무엇 때문에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부족한 사람을 찾아가셨는지…. 밑바닥을 기어 다니며 밑바닥 생활을 해보니 많은 게 보입니다. 사람들은 올라가려고 하고, 높아지려고만 하지요. 하느님은 제게 부족함 없이 주셨습니다.”서씨의 가족은 한 상에 둘러앉아 식사할 때면 서로에게 이렇게 인사를 주고받는다.“성인 될 아버지, 어머니! 밥 맛있게 드세요.” “성인이 될 아들, 밥 맛있게 먹으렴.” 부산에서 서울로 오는 열차 안에서 서학수씨에게 메시지가 왔다. “인터뷰를 없던 걸로 하면 어떨까요. 정말 이제는 요셉 성인께서 사셨던 것처럼 살고 싶어요. 주님께서만 아시면 되는데….”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cpbc2021.03.03
![[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23주일 - ‘나와 너’의 친밀함, ‘영원한 나’의 현존](//cpbc.co.kr/CMS/newspaper/2020/09/rc/786673_1.0_titleImage_1.jpg)
[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23주일 - ‘나와 너’의 친밀함, ‘영원한 나’의 현존학적인 통설에 의하면 10만 년 전 이 지구 상에는 최소 6종류의 인간 종(種)이 살고 있었는데(예컨대 네안데르탈인, 호모에렉투스, 크로마뇽 등) 그중 현재의 인간종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만이 살아남게 되었다고 합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그 생존의 이유 중 하나로 호모 사피엔스는 ‘뒷담화 문화’가 있어서, 뒷담화를 통해 서로 협력하고 연대해 자기들의 생존력과 생존 영역을 넓히고 발전시켜 왔다고 진단합니다.(「사피엔스」 42~60쪽) 여러분은 뒷담화 하기를 좋아하십니까? 뒷담화란 앞에서는 아무 말 못 하면서 나중에 뒤에서 비판하고 욕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수다를 의미하는데, 부정적인 행동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그는 이런 뒷담화 문화 안에도 소통, 친교, 대화라는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순기능이 있음을 지적합니다. 바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당신 제자들의 삶의 모습에서도 소통과 대화가 강조됩니다. “네 형제가 너에게 죄를 짓거든, 가서 단둘이 만나 그를 타일러라.… 그러나 그가 네 말을 듣지 않거든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을 더 데리고 가거라.… 그가 그들의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거든 교회에 알려라.”(마태 18,15-17)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대화의 하느님이십니다. 대화의 하느님이심은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를 나와 너의 친밀한 관계로 대해 주심을 말합니다. 구약 성경은 야훼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부르실 때, 늘 “나 야훼가 너 이스라엘에게 말한다!”로 시작합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 전체를 ‘너’라고 말씀하실 때, 이는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구체적인 ‘너’를 통하여 구체적인 개인인 ‘나’에게 말씀을 전하시길 원하신다는 뜻이겠습니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나와 그것이 아니라 나와 너라는 친밀함이 있을 때 그 뒤에는 ‘영원한 나’가 현존한다”고 통찰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대화의 하느님이심은, 우리가 믿는 하느님이 사랑이시라는 신앙 고백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당신의 외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사랑으로 내어 주심으로 우리 각자를 ‘나와 너’의 관계로 만드시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우리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시길 원하십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자녀들인 우리가 성숙한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나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이웃 사람들을 인격적으로 신뢰하고 언제든 어떤 처지에서든 대화의 문을 열어 놓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특별히 나에게 상처를 입히고, 죄까지 범한 사람까지도 마음으로 증오하지 않고, 관계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 이것이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일 것입니다. cpbc2020.09.02
[사도직현장에서]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정월기 신부(서울대교구 광장동본당 주임) 정월기 신부 구역 미사를 하면서 신자들에게 질문했다. “예수님은 나에게 누구이신가?” 어떤 분은 사랑과 자비를 베푸시는 분으로 고백하며 복음에 비춰 잘 대답하는 분도 있는데 많은 분이 부담스러워하고 잘 표현하지 못한다. “주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어렵다고 여겨지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하고 물으면, “주님이 멀리 계시다고 여겨진다”고도 하고, “여전히 낯선 분”이라고도 하고, “잘못 이야기하면 벌을 받을 것 같은 생각이 들고, 감히 내가 이야기해도 되는 분인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대답한다. 이런 반응의 배경에는 하느님께 대한 어떤 이미지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하느님께 대한 이미지를 나름대로 가지고 있다. 신자들이 갖는 하느님의 이미지는 사랑과 자비를 베푸시는 분이기도 하지만 많은 분이 심판하는 분, 벌을 주는 분, 혹은 저 멀리 하늘에 계신 낯선 분으로 생각하고 있다.신자들이 예수님에 대하여 이런 낯선 분이나 심판하는 분으로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 성경을 가까이하지 않게 된다. 신자들이 갖는 예수님의 이미지는 성경을 보는 시선과 태도를 결정하게 된다. 신약 성경의 예수님 이미지는 착한 목자이시고 양들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시는 분이다. 예수님이 신자들 안에 자비 가득하신 이미지로 자리 잡아야 한다. 무서운 분에서 자비로운 분으로, 위에서 군림하는 분에서 친구이신 분으로, 하늘 저 멀리 계신 분에서 가까이 함께 하시는 분으로, 벌주는 분에서 용서하는 분으로, 경직된 분에서 자유로운 분으로, 늘 심각한 분에서 웃음과 기쁨을 주시는 분으로, 단죄하는 분에서 한없이 용서하시는 분으로 바뀌어야 한다. 예수님께 대한 이미지의 변화는 주님을 중심에 두고 말씀을 묵상하다 보면 실현된다. 주님은 착한 목자와 친구로 우리와 가장 가까이 함께 있고 싶으시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요한 15,5) 정월기 신부(서울대교구 광장동본당 주임) 평화신문2020.01.01

사순 시기, 신앙 서적 읽으며 되새기는 참회의 정신 안드레아 만테냐의 작 ‘겟세마니 동산에서의 기도’, 1455년, 런던 내셔널갤러리.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집회와 행사가 취소되고 있다. 올해 사순 시기는 수도원에서의 단식이나 피정, 밤샘 기도 등에 참여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가정 기도와 단식, 금육을 통해 참회의 정신을 되새기고, 신앙 서적을 통해 사순 시기를 의미 있게 지내자.약속을 지키시는 아버지 / 스콧 한 지음 천강우 옮김 / 바오로딸미국의 저명한 가톨릭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스콧 한의 사순 시기 묵상 안내서. 사순 시기의 여정을 매일 짧은 묵상과 성찰, 기도로 동반하며 창세기부터 요한묵시록까지 성경 전체를 아우르는 구원 역사를 바라보도록 안내한다.책은 계약과 가족을 중심으로 풀었다. 재의 수요일부터 부활 제2주일인 자비의 주일까지 묵상할 수 있다. ‘하느님의 큰 계획’을 시작으로, 사순 주간별로 ‘창조이야기’ ‘인간 생명의 신성함’ ‘안식일을 기억하라’로 구성했다.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묵상하기에 좋다. 구역 모임 혹은 미사 전후에 개인 기도를 할 때 활용할 수 있다. 저자 스콧 한은 장로교 목사였지만 1986년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가톨릭교회와 성경, 신앙에 대한 다양한 저서를 출간했으며 강사로도 활동한다.가시 속의 장미 /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 지음ㆍ크리스토퍼 O. 블룸 엮음 / 강대인 옮김 / 가톨릭출판사 “군인들의 막사나 근로자들이 일하는 공장이나 집안일을 하는 가정에서 신심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환경에 있든 완덕으로 나아갈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이 남긴 유명한 말이다. 살레시오 성인은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수행할 수 있는 기도와 신심, 식별과 수덕 생활에 관한 지침을 제시했다. 이 책은 살레시오 성인의 묵상집이다. 삶의 계절을 두려움과 불안, 고통, 내적 고독으로 맞닥뜨리는 나약한 그리스도인들에게 강하고 부드러운 조언을 전한다. 가톨릭 신자들의 영성 생활에 불을 밝히는 등불 같은 길잡이다. 미국 링컨교구장 제임스 D.콘레이 주교는 머리말에서 “우리는 불행하게도 가톨릭 문화와 가톨릭 양심을 형성해주는 경건한 신심의 위대한 관습을 많이 잃어버렸다”고 지적하며 “예수 그리스도와 더 깊은 관계를 맺고자 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지침서”라고 말했다.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 송봉모 신부 지음 / 바오로딸예수회 송봉모 신부의 요한복음 산책 시리즈 여섯 번째. 요한복음 18-19장에 나오는 예수의 수난과 죽음에 드러난 신학적ㆍ영적 메시지를 다뤘다. 성경 본문의 역사ㆍ문화ㆍ지리적 배경과 함께 소개했다. 예수의 수난사화는 예수의 가르침과 행적에 대한 신학적이고 영적인 메시지를 가장 심도 있게 다룬다.책은 겟세마니 동산에서 붙잡혀 수난 사건을 주도하는 예수(1부), 대사제 한나스에게 신문을 받고 베드로가 예수를 배반하는 모습(2부), 수난사화의 정점인 빌라도 총독의 재판(3부), 십자가에 못 박히고 묻히심(4부)으로 구성했다. 책 제목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는 요한복음 처음에 나오는 로고스 찬가(1,14)에서 따왔다. 저자는 예수님이 수난을 겪고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셨을 때 그분의 충만한 영광을 보았기에 정한 제목이라고 밝혔다. 송 신부는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신약을 가르치고 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cpbc2020.02.26

서울 등촌3동본당, 신앙교육에 막막한 부모들 위한 자료 제작·배포기도문·복음 필사 공책 등
자녀 함께하는 교육 자료 제작
냉담자 포함 120여 명에 전달 서울대교구 등촌3동본당은 부모들이 가정에서 신앙교육을 할 수 있도록 기도문과 실천표를 배포했다. “코로나바이러스 시대로 말미암아 이제는 자녀들의 신앙 교육은 어쩔 수 없이 부모님과 가정에서 나서야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기도하고 성경을 접하도록 도와드립니다. -주임 신부”서울대교구 등촌3동성당(주임 주수욱 신부)에 들어서면 모니터에 이 같은 공지문이 게시돼 있다. 본당은 코로나19로 미사가 중단되고, 주일학교 학생들의 발길이 끊기자 특별 조처를 내렸다. 말로만 가정에서의 신앙교육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신앙교육에 막막한 부모들에게 손에 잡히는 신앙교육을 위한 도구를 쥐여주자는 것. 사목회와 자모회, 청소년분과, 교리교사 대표와 수도자는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했다. 자녀를 위한 기도, 부모를 위한 기도, 영광송, 자녀 축복 기도를 바치고 주일 복음을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필사할 수 있는 공책을 준비했다. 7월 초에 120여 명의 초ㆍ중ㆍ고등부 아이들에게 기도문과 노트, 실천표를 나눠줬다. 실천표는 교리교사 학생들이 만들었다. 본당은 주일학교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과 냉담 가정에도 문을 두드렸다.본당은 미사가 중단된 후에도 한 달에 한 번 아이들을 만날 기회를 만들어 소통해왔다. 지난 5월, 어린이날에는 본당 신자가 운영하는 매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간식 쿠폰을 만들어 나눠줬다. 신학기를 맞아 새롭게 바뀐 주일학교 교사들과 인사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김모니카(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녀는 “냉담 중인 부모에게는 주일 복음과 기도문을 찾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어서 기도문을 준비했다”면서 “기도문을 냉장고에 붙여놓고 엄마만 보더라도 신앙교육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주수욱 신부는 “코로나19로 잃어버린 것도 많지만 찾은 것도 있다”면서 “자녀의 신앙교육은 원래 가정에서 하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주 신부는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가정에서의 신앙교육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본당은 이달 25, 26일에 아이들을 불러 지금까지 신앙교육에 대한 중간 점검을 하고, 이를 잘 실천한 가정에는 선물을 주기로 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평화신문2020.07.21
코로나19 재확산에 전국 교구도 초비상 미사 외 모든 모임·단체 식사 전면 금지… 방역 수칙 준수 어려운 본당 미사 중단 정부가 23일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함에 따라 교구들이 신자들과 함께하는 공동체 미사를 일시 중단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대전교구는 22일 공지를 통해 교구민들의 안전과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대전광역시 본당, 기관, 수도회는 9월 6일까지, 세종시와 충남 지역은 8월 31일까지 모든 공동체 미사와 소모임 회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대구대교구는 9월 6일까지 전 본당에서 정규 미사 외 일체의 소모임이나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대구대교구는 21일 공지를 통해 미사 때 기존의 ‘대구시 7대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따라 성당에서 갖던 레지오마리애 주회, 주일학교 교리반 등도 쉬게 된다.광주대교구도 23일 실내 50인, 실외 100인 미만의 교우가 미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광주ㆍ전남 지역 내 미사 대수를 조정할 것과 미사 외 모임이나 행사는 하지 말 것을 각 본당에 공지했다. 아울러 본당 미사 참여자 중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등 감염 위험으로부터 충분히 안전이 보장되지 않거나, 방역 수칙을 준수하기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본당 신부 재량으로 미사를 중단하도록 했다.수원교구는 21일 지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해 본당 미사의 운영이 어려울 경우 해당 지구장 신부와 협의해 본당 미사 운영을 결정하라고 공지했다. 아울러 교구 신자 중 지난 8월 15일 광화문 집회에 참여한 신자들이나 해당 집회 참석자와 접촉한 신자들은 2주 동안 스스로 자가 격리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수원교구 수지지구 8개 본당은 용인시 우리제일교회에서 174명이 넘는 대규모 확진자가 나오자 28일까지 미사를 중단했다. 특히 우리제일교회와 인접한 이현성당은 15일부터 미사를 중단했다. 안성지구 7개 본당도 지구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지구 사제단의 결정으로 9월 4일까지 미사를 중단했다. 24일 현재 수원교구 219개 본당 중에 미사를 중단한 본당은 103개소에 달한다.전주교구는 21일 별도의 공지가 있을 때까지 미사를 제외한 레지오 회합, 단체모임, 성경 모임, 성가대 활동 등 모든 대면 소모임 활동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교구는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미사를 봉헌할 때 주례 사제를 포함해 모든 신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세정제 비치 사용, 체온 확인 등 방역지침을 더욱 철저히 시행할 것을 당부했다.앞서 부산교구도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기간인 31일까지 미사를 제외한 모든 소규모 모임과 단체 식사를 금지한다고 20일 지침을 발표했다.춘천교구는 24일 현재 가평ㆍ청평ㆍ현리ㆍ미원본당 등 총 4곳이 미사를 중단했다. 교구는 각 본당에 공문을 발송해 식사 금지와 소모임 자제 등 방역 지침 준수를 재차 권고했다.오세택ㆍ이상도ㆍ이지혜ㆍ이정훈ㆍ도재진 기자 평화신문2020.08.26

‘썩은 원두콩 몇 개쯤이야’ 하다 큰코다쳐[사유하는 커피] (22)길 잃은 양과 썩은 커피 박영순 커피비평가협회장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인류가 위협받고 있다. 세계기상기구가 최근 5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을 살펴봤더니 산업혁명 이전보다 1.1℃ 상승했다. 과학자들은 이 지표가 1.5℃를 넘어서면 지구환경은 기존 상태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거듭 경고해왔다. 호모사피엔스가 적어도 3만여 년간 살아온 환경이 바뀐다는 것은, 결국 종의 멸종을 경고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과학과 역사가 증명한다. 우리에게는 이젠 0.4℃의 여지밖에 없다.지구의 신음이 깊어진다. 기후변화의 가늠자인 남극 빙하의 질량손실이 매년 250기가톤에 달한다. 올림픽 규격 수영장 1억 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의 빙하가 해마다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해수면은 연평균 5㎜씩 상승하는데, 이는 아마존 강이 3개월간 바다로 흘려보내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2015~2018년 발생한 기상이변 94건 가운데 76건이 인위적인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았다. 이 시기에 가장 극심했던 재해는 폭염과 가뭄이었다. 그린란드, 알래스카, 시베리아 등 북극지방에서까지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지난여름, 프랑스 남부는 역대 최고 기록인 46℃의 폭염으로 인해 그 주변에서 24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인류의 30%가 1년 중 적어도 20일을 죽음에 이를 수 있는 기온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마태오와 루카 복음으로 각각 전해지는 ‘되찾은 양의 비유’에서 지혜를 구해야 한다. 양 아흔아홉 마리를 위험에 둔 채 길 잃은 어린 양 한 마리를 찾아 나서는 목자에게서 사랑의 본질이 목격된다. 작은 하나에도 소중함이 깃들여 있음을 발견해주며, 죄인을 인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심성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더불어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도 뭉클하다.양은 시력이 좋지 않다. 양은 인간에게 개 다음으로 길들여진 동물이다. 1만여 전 캅카스산맥 일대에 서식하던 산양을 호모사피엔스가 반항적인 종들은 대를 끊는 방식으로 순종하도록 만들었다. 양은 무리를 이뤄 개가 이끄는 대로 졸졸 줄지어 다녔기 때문에 야생의 거친 뿔이 사라지고 시력도 퇴화됐다. 멀쩡한 양들로서도 목자가 길 잃은 양을 찾는 노력에 감사해야 한다. ‘한 마리쯤이야’ 하고 포기하는 구조로 공동체가 운영되면 전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되는 것은 뻔한 이치이다.1975년 월러스 브로커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며 위험지표를 보여줬을 때, 지구공동체는 귀를 기울여야 했다. 목자가 길 잃은 양을 찾아 나서는데 망설임이 없는 것은 양이 길을 잃게 되는 이유를 깊이 이해하기 때문이다. 커피업계도 ‘길 잃은 양의 비유’를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커피 생두에는 벌레 먹거나 곰팡이가 피어 악취를 풍기는 것들이 섞여 있다. 이를 모두 가려내야 향미뿐 아니라 건강에 좋다. 그러나 이런 결점두를 가려낼수록 무게가 줄어들고, 또 강하게 볶으면 악취를 숨길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방관하기 쉽다. 일각에서 이런 관행이 거듭되는 사이 “커피란 자고로 고독처럼 써야 한다”는 그릇된 인식이 퍼졌다. 커피 포대에서 썩은 콩들을 보았을 때, 양이 길을 잃는 이유를 헤아리듯 결점두가 생기는 이유를 찾아내 바로잡아야 한다. 향미로 커피의 품질을 가늠하는 이치를 깨우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썩은 콩 몇십 개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상술은 곧 자신들에게 비수가 돼 되돌아온다는 점을 커피 공동체는 성경 구절만큼 무겁게 가슴에 새겨야 한다.박영순 (바오로, 커피비평가협회장, 단국대 커피학과 외래교수) 평화신문2020.10.13

성찬 전례 감사 기도 마감하며 장엄하게 노래하다[미사의 모든 것] (33)봉헌 전문과 전구, 마침 영광송 마침 영광송은 미사 전례 중에 가장 중요한 기도인 성찬 전례 감사 기도를 마감하는 환호이자 응답으로 장엄하게 노래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진은 사제들이 어린이 미사 중에 마침 영광송을 하고 있다. 【CNS 자료 사진】 조언해: 성찬 전례 앞부분에서 이미 주님의 희생 제물 봉헌이 이루어졌는데 성체 축성 이후 왜 또다시 봉헌 기도를 하나요? 라파엘 신부: 성체 축성 후 ‘신앙의 신비여!’ 환호에 이어 사제는 주님과 함께 교회를 봉헌하는 기도를 드리지.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은 “교회, 특히 지금 여기에 함께 모인 교회는 이 기념제로 흠 없는 제물을 성령 안에서 아버지께 봉헌한다. 교회는 신자들이 흠 없는 제물뿐 아니라 그들 자신도 바치기를 바란다. 신자들은 중개자이신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과 또한 이웃과 나날이 한층 더 완전히 일치하여, 마침내 하느님께서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이 되시게 해야 한다”며 이 봉헌 전례문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단다.(79항) 처음이가 ‘로마 전문’인 제1양식 내용을 읽어줄래.나처음: 네! “주님, 저희 봉사자들과 주님의 거룩한 백성은 성자 우리 주 그리스도의 복된 수난과 죽음을 이기신 부활과 영광스러운 승천을 기념하나이다. 저희는 아버지께서 베풀어 주신 선물 가운데서 이 깨끗한 제물, 거룩한 제물, 흠 없는 제물, 영원한 생명의 빵과 구원의 잔을 존엄한 대전에 봉헌하나이다.”라파엘 신부: 잠깐만, 이 전문 내용을 자세히 들어보면 미사가 주님이신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기념’하고, 이 희생 제물을 ‘봉헌’하는 데 있음을 알려주고 있지. 그래서 미사는 ‘기념’과 ‘봉헌’이 항상 연결돼 있다는 것을 꼭 알아야 해. 처음아 계속 읽어 줄래.나처음: “이 제물을 인자로이 굽어보시고 일찍이 주님의 의로운 종 아벨의 제물과 저희 조상 아브라함의 제사와 대사제 멜키체덱이 바친 거룩하고 흠 없는 제물을 받아 주셨듯이 이를 받아들이소서.”라파엘 신부: 자! 이 전문에서 ‘봉헌 기도’임이 잘 드러나지. 교회가 봉헌하는 파스카 희생 제물은 구약 이스라엘 백성이 바친 그 어떤 제물보다 비교도 안 되는 거룩하고 흠 없는 제물이지만 하느님께서 구약의 조상들이 바친 제물을 받아주셨듯이 이 제물을 받아달라는 간곡한 청원이 담긴 기도란다. 성체성사 곧 미사성제를 ‘찬양 제물’(히브 13,15), ‘영적 제물’(1베드 2,5), ‘깨끗하고 거룩한 제물’(마라 1,11)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리스도의 희생 제물이 구약의 모든 제사를 완성하고 이를 능가하는 것임을 일깨워준단다. 나처음: “전능하신 아버지, 간절히 청하오니 거룩한 천사의 손으로 이 제물을 존엄한 천상 제단에 오르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 제단에서 성자의 거룩한 몸과 피를 받아 모실 때마다 하늘의 온갖 은총과 복을 가득히 내려 주소서.”라파엘 신부: 이 전문은 요한 묵시록 8장 3-5절에 나오는 ‘천상 제사’의 환시를 연상시켜준단다. 이는 미사가 지상 교회뿐 아니라 하늘의 영광 중에 있는 지체 곧 천상 교회와도 결합돼 있음을 일깨워주지. 그리고 “이 제단에서 성자의 거룩한 몸과 피를 받아 모실 때마다 하늘의 온갖 은총과 복을 가득히 내려 주소서”라는 전문에서 미사가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께 영적이고 현세적인 은혜를 얻기 위해 봉헌되는 것임을 늘 기억해야 해. 아울러 이 전문이 그리스도와 참된 일치를 이루는 ‘영성체 준비 기도’임을 알 수 있지. 영성체를 통해 친교와 구원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하늘의 온갖 은총과 복을 가득히 받으려면 성령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에 이 전문엔 성령에 관한 말이 전혀 없으나 ‘성령 기원’이 함축돼 있음을 알 수 있단다.사제는 이 봉헌 전문에 이어 주님께 죽은 이들과 살아있는 우리를 위해 전구를 청하는 기도를 바친단다. 나처음: 전구요? 갑자기 형광등에 불 들어오는 소리를! 전구가 무슨 뜻이죠? 조언해: 또 아재 개그! 전구(轉求, intercessio)는 다른 사람을 위해 청원하는 기도를 말해.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과 병자 등 어려움에 처한 다른 이들과 특히 죽은 이들을 위해 예수님과 성모님, 성인들, 또 교회에 기도를 청하는 것을 전구라고 해. 라파엘 신부: 언해가 잘 설명해 주었구나. 다른 사람을 위해 청원하는 대표적인 전구자가 바로 주님이신 그리스도이시지. 그래서 사제는 아버지 하느님께 봉헌 전문을 바친 후 “주님 간구하오니”라며 주님이신 그리스도께 죽은 이와 다른 산 이들을 위해 전구를 청하지. 예수 그리스도께서 대표적인 전구자이신 이유는 바로 주님께서 “모든 사람을 위해, 특히 죄인들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하셨기 때문”이지.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를 위하여 간구해 주시는 분은 바로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라고 고백하셨지.(로마 8,34) 아울러 주님뿐 아니라 성령께서도, 성모님께서도, 그리고 성인들도 우리의 전구자이시지. 다른 사람을 위해 청원하는 전구는 아브라함 이래로 “자비로우신 하느님과 일치된 인간 마음의 특징”(「가톨릭교회 교리서」 2635항)이야. 그리스도인의 전구는 ‘그리스도의 기도에 참여하는 것’이며 ‘성인들의 통공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해. ‘통공(通功)’은 ‘공로가 통한다’는 뜻으로 내가 쌓은 공로를 내 것으로 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돌릴 수 있음을 말해. 우리가 다른 사람을 위해 특히 연옥 영혼을 위해 전대사를 바치는 것도 전구와 통공의 행위라고 할 수 있지. 조언해: 전구 전문 중에 “거룩한 사도들과 순교자들, 요한과 스테파노, 마티아와 바르나바, 이냐시오와 알렉산데르, 마르첼리노와 베드로, 펠리치타와 페르페투아, 아가타와 루치아, 아녜스와 체칠리아, 아나스타시아와 그 밖의 모든 성인들…”이 나오는데 거명된 성인들은 누군가요? 왜 특별히 이들만 이름을 기억하죠.라파엘 신부: 이분들은 요한 세례자와 초대 교회 때부터 널리 공경받던 남녀 각 7명의 순교자야. 스테파노는 교회의 첫 순교자이시지. 전문에 남녀 성인 각 7명씩을 등장시킨 것은 ‘7’이 성경에서 ‘완성’을 의미하는 수이기 때문이야. ‘3’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세계’를, ‘4’는 흙과 물, 불, 바람의 4원소로 이뤄진 ‘물질’의 세계를 나타내지. 3과 4가 더해진 수 곧 7은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드러내지.조언해: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으로 하나 되어 전능하신 천주 성부 모든 영예와 영광을 받으소서. 아멘” 할 때마다 미사의 장엄함을 느껴요.라파엘 신부: 그래! ‘마침 영광송’이라고 하지. 영광송은 하느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찬양하는 공적 기도를 말해. 마침 영광송은 미사 전례 중에 가장 중요한 성찬 전례 감사 기도를 마감하는 가장 중요한 환호이자 응답이야. 교회는 이 환호와 “아멘” 응답을 말로 그냥 외지 말고 성대하게 노래로 불러 성부께 찬양과 감사와 영광을 드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한단다. 기도를 영광송으로 마감하는 관습은 이미 구약 시대 이스라엘 백성의 기도에 나타난단다. 시편 1ㅡ41장 등 시편에 잘 드러나. 특히 시편 마지막 150장은 내용 전체가 영광송이야. 이 관습에 따라 초대 교회는 “영광이 그리스도와 성령을 통하여 성부께”라고 기도하다가 325년 제1차 니케아 공의회 때 지금처럼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로 확정되었단다. 이를 우리는 ‘소영광송’이라고 해. 영광송은 이 ‘소영광송’과 미사 때 장엄하게 노래하는 ‘대영광송’(글로리아), 그리고 성찬 예식을 마감하는 ‘마침 영광송’이 있어요.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cpbc2021.03.09

하나의 뿌리에서 갈라진 세 종교… 편견 걷어내고 신앙의 본질 고민해야신학의 식탁 / 주원준·박태식·박현도 지음 / 들녘 유다교와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이 세 종교는 출발지가 중동이라는 지역적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종교ㆍ문화적 경험을 나눠 가졌지만 오랜 시간 서로 증오하고 갈등을 겪었다.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됐는데 세 종교의 반목은 왜 되풀이될까? 세 종교학자가 신학의 식탁에 둘러앉았다. 신학자 주원준(토마스 아퀴나스, 구약학) 박사와 박태식 성공회 신부, 이슬람 연구학자 박현도(스테파노,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다. 이들은 유다교ㆍ그리스도교ㆍ이슬람교의 관련성을 비교하고 분석했다. 주원준 박사는 고대 근동에서 탄생한 구약 성경을 중심으로 그리스도교의 뿌리를 들여다봤다. 그는 다양한 교류와 대화가 고대 이스라엘의 종교와 신학을 살찌웠음을 소개한다. 고대 근동 문명은 고대 이스라엘의 언어, 문학, 정치, 종교, 문화, 기술, 신학 등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영향을 끼쳤다. 주 박사는 구약 성경이 끊임없는 대화와 교류의 과정에서 탄생하고 전승된 문헌임을 강조한다.성공회 박태식 신부는 ‘유다교는 이해할 수 없는 그리스도교 이야기’를 썼다. 유다교와 그리스도교가 불편한 관계라는 것은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 유다교 최고회의에서 예수를 사형에 처하기로 결의했다. 유다교는 예수를 따르는 무리를 인정할 수 없었다. 박 신부는 유다교의 전통적인 가르침과 그리스도교의 시작인 예수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더 나아가 예수와 유다교의 가르침이 어떤 지점에서 마찰을 빚었는지도 알아봤다.박현도 교수는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을 다뤘다. 그리스도인을 위한 이슬람 이해 안내서로,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의 기본구조와 현황을 소개했다. 전 세계인의 31.2%가 그리스도인, 무슬림(이슬람교인)이 24.1%로, 두 종교인이 55% 이상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한국인 대다수에게는 이슬람교가 생소한 것은 역사적으로 긴밀한 만남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9세기 이슬람 신학자들이 영원한 알라의 말씀으로 규정한 「꾸르안」은 무함마드가 받은 아랍어 계시다. 그리스도교 성경과 비교하면, 성경의 이야기가 대다수 반복, 생략, 변형, 암시를 통해 다른 형태로 전해진다.“너희들은 고아를 너그러이 대하지 않았고, 서로 힘써 가난한 자에게 음식 베푸는 일을 하지 않았으며, 탐욕으로 유산을 집어삼켰고, 절제하지 않고 재물을 사랑한다. 아, 대지가 가루로 될 때 그대의 주님이 대열을 이룬 천사들을 거느리고 나타나시는 그 날 지옥으로 끌려가나니. 그날 인간은 (알라를) 기억하겠지만, 그것이 무슨 소용이리. (그때서야 비로소) 말하리, ‘아, 내 목숨을 위해 선한 일을 하였더라면.’”(「꾸르안」 89,18-24절)이슬람이라는 말은 ‘복종함’을 뜻하는 동명사다. ‘알라’(Allah)에게 복종한다는 것인데, 알라는 알일라(Al-Ilah)의 줄임말로, 유일신을 가리킨다. 박 교수는 “신의 계시를 인정하고 믿음을 가진 자, 신께 복종하는 자가 바로 믿는 사람”이라며 “유다교가 전해준 유일신관을 어느 하나 어긋남 없이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은 공유한다”고 설명한다. 종교 간 대화는 평화, 정의, 생명 등 인류 보편의 가치를 접촉점으로 시작한다. 인간적 연민과 양심이 없다면 종교 간 대화는 사실 불가능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는 발간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 가지 일관된 마음과 바람은, 다른 듯 같고 같은 듯 다르지만, 결국 모두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서로 혐오하지 않고 존중하며, 다투지 않고 공생하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평한 평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이는 모든 종교가 지향하는 윤리적 지침이기 때문입니다.”18~25일은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되기 위해 함께 기도하는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이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cpbc2020.01.15
![[수도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 (14) 클뤼니 수도원](//cpbc.co.kr/CMS/newspaper/2019/11/rc/766588_1.1_titleImage_1.jpg)
[수도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 (14) 클뤼니 수도원수도생활 영성의 핵심으로 자리잡아 IM1117000010748.eps 1 1 카롤링거 왕조의 수도원 쇄신운동은 카리스마적인 인물이었던 아니아네의 베네딕도(756~821)에 의해 시작됐지만, 불행하게도 그가 죽자 곧바로 중단됐다. 그러나 그가 추진했던 쇄신 운동은 10세기 거대한 베네딕도 수도원이었던 클뤼니 수도원에 의해서 다시 부활했다. 클뤼니 수도원은 특별히 베네딕도 규칙서의 엄격한 준수와 순명, 엄격한 금욕, 전례를 강조하면서 규모가 큰 수도원 제국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그 당시 클뤼니 수도자들은 문학이나 영성 그리고 여러 분야에서 교회에 크나큰 공헌을 했다. 사실 클뤼니 수도원은 초기에 성덕과 분별력이 뛰어난 위대한 아빠스들의 지도 아래에 있었기에, 약 200년간 교회 개혁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다. 특히 성 오도 아빠스는 수도자의 생활은 전례나 렉시오 디비나에 의해 활력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뤼니 수도원에서도 이렇게 렉시오 디비나를 인정하긴 했지만, 옛날 수도자들이 강조했던 것보다는 그 중요성이 많이 줄었다. 더욱이 렉시오 디비나의 대상은 더욱더 많아져 성경주석서, 신학서적, 교부들의 문헌뿐만 아니라 심지어 백과사전도 포함됐다. 고대의 수도자들에게 렉시오 디비나의 대상은 오직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뿐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대상이 계속 확대됐다. 심지어 영성생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백과사전도 포함됐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특별히 클뤼니는 육체노동을 소홀히 하고 전례를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수도생활의 세 축인 기도, 일, 그리고 렉시오 디비나의 균형을 잃게 됐다. 그들은 너무 제도화된 생활과 거대한 조직을 갖고 있었다. 더욱이 수도생활의 관상적인 측면들을 소홀히 하는 경향도 있었다. 이로 인해서 아이러니하게도 10세기에 교회 쇄신의 상징이었던 클뤼니 수도원은 불과 한 세기 후인 11세기 말에는 오히려 부의 상징이 되어 교회 쇄신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그 후 11세기와 12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수도승 전통 안에서는 다시 본래의 수도생활로 되돌아가려는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되어 새로운 수도회들이 계속 탄생했다. 그 대표적인 수도회들이 가말돌리회, 카르투시오회, 시토회다. 이들 모두는 클뤼니 수도원이 잃어버린 수도원의 영성을 회복하려 시도했고 특별히 렉시오 디비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토회의 성 베르나르두스는 성경에 대한 연구보다는 오히려 그 말씀 안에 자신을 온전히 내어 맡겨야 함을 강조하면서, 성경에 대한 렉시오 디비나를 하느님을 만나는 데 있어 확실한 안내자로 보았다. 성경 렉시오 디비나를 하느님과의 정감적인 일치를 일으키고 관상을 준비하기에 가장 적합한 수행이라고 보았다. 카르투시오회의 원장이었던 귀고 2세는 수도자들이 지상에서 하느님과의 높은 일치를 향해 올라가야 할 영적 사다리로써 렉시오 디비나의 네 단계, 즉 독서와 묵상 그리고 기도와 관상을 아주 체계적으로 제시했다.이렇듯 수도 전통에서는 언제나 성경에 대한 학문적인 독서의 방법보다는 마음으로 읽고 맛들이는 단순한 렉시오 디비나 방법이 제시됐다. 그래서 수도자들은 성경을 통해 지식보다는 지혜를 더 추구하고자 했으며, 자신들의 논리적 결과보다는 오히려 말씀의 신비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고자 하였다. 중세의 수도자들은 수도생활의 기본적인 영감을 렉시오 디비나로부터 받았다.허성준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평화신문2019.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