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요한 기사 쓸 때면 성호 긋고 기도부터 먼저 해요[허영엽 신부가 만난 사람들] (22) 기자 양영은(아녜스) 양영은씨는 청년들에게 과거의 일에 대해서는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미래에 생길 일에 대해서는 ‘마음의 부담감을 덜고 조금은 가벼운 자세로 임하라’는 조언을 전했다. 사진은 양씨가 2014년 8월 서울 광화문에서 124위 시복 미사에 참여하러 가는 길에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양영은(아녜스)씨는 2001년 KBS한국방송 27기 공채로 방송기자 생활을 시작해 2004년 KBS 8 아침 뉴스타임 앵커로 전격 발탁되었다. 지난 2017년에는 최은희 여기자상을 받는 등 대한민국 언론계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2006년 정진석 추기경 서임 당시, 각종 방송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여 나는 거절하는 것이 일이었는 데 양영은 기자의 인터뷰만 허락했던 것을 보면 아마도 그녀가 얼마나 열심히 나를 끈질기게 괴롭혔는지(?) 알 수 있다. ▶천주교에 입교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유아세례를 받았어요. 어린 시절이라 그때가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아요. 외증조할머니께서 매일 묵주기도를 드리신 것을 기억하신 어머니께서 저와 동생을 낳으시고 “하느님의 인도하심에 의탁해야겠다”라는 생각에 함께 세례를 받으셨대요. ‘아녜스’라는 본명도 어머니께서 저에게 양보해주신 거예요. ▶학창 시절은 어땠나요? 돌이켜보면 아주 평범한 ‘범생이’였어요, 공부를 핑계로 성당에 나가지 않았던 적도 많았고요. 그런데 항상 마음속엔 신앙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늘 기도하곤 했거든요, 물론 주로 무언가를 간절히 바랄 때였지만요. 한 번은 좋아하던 미국의 ‘뉴 키즈 온 더 블록’이라는 보이밴드 그룹이 공연을 위해 내한했는데 직접 만나보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그 꿈이 이루어지게 해주시라고 기도하기 시작했죠. 성모님 그림을 앞에 두고, 묵주반지로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를 드렸었어요. 그렇게 열심히 믿고 기도한 적은 그 전에도 후로도 없었던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정말 ‘드라마’처럼 소원이 이뤄졌고, 이후에도 그 가수들을 일로도 몇 번 더 만나게 되었어요. 순수했던 10대 소녀의 그 믿음이 스스로도 가끔 그리울 정도예요. ▶기자로 활동을 시작하셨는데 어려운 점도 많았죠? 네, 초반에 아주 힘들었어요. 특히 사회부와 정치부 초년병 기자 시절에는 회사를 그만둘까 매일같이 고민할 정도로요. 많이 울기도 했고요. 회사에 들어와서 “너는 왜 그러니? 이것도 못 하니?”라는 질책을 받을 때 스스로 너무 부족하게만 느껴져서 힘들었어요. 그리고 매일 새벽같이 출근해 다음 날 새벽에 퇴근하는 살인적인(?) 일정도 견디기 힘들었고요. 그런데도 그 ‘기자’직을 아직 유지하고 있는 저를 보면서 종종 생각해요.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구나.’▶방송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아주 많죠. 생방송은 정말로 특별한 순간들의 연속이거든요. 스튜디오에 양(羊)과 반려견을 데리고 뉴스를 한 적도 있고, 생방송 중에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한 적도 있고요. 가장 특별했던 건 정진석 추기경님이나 성남 안나의집 김하종 신부님, 그리고 몇 해 전 돌아가신 제주 이시돌 목장 임피제 신부님을 뵀던 그런 순간들이에요. 은총과 감사의 순간이었죠. ▶업무 중일 때나 평상시의 삶에서 신앙이 어떤 도움이 되나요?항상 극단의 순간엔 하느님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수술대 위에서 마취에 들어가기 직전이라든지, 사랑하는 존재가 갑자기 아파서 지켜주시라고 기도를 하게 된다든지. 평소에는 잊고 사는 것 같아도 결정적인 순간에 의지할 분은 하느님뿐이더라고요. 짤막한 한 줄의 화살기도도 큰 힘이 돼요. 뉴스 생방송이나 큰 프로그램 녹화에 들어가기 직전 또는 정말로 온 마음을 다해 잘 쓰고 싶은 기사가 있을 때는 성호경을 긋고 기도 먼저 해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담대해지는 느낌을 받아요. 방송의 한순간이 누군가의 인생이나 세상을 바꿀지도 모르는 일이니 온 마음을 다해 정성껏 임하자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지니게 되죠. 그게 제가 방송 생활을 하면서 때때로 느끼는 ‘신앙의 힘’인 것 같아요. ▶미국 유학 시기에는 어떤 공부를 하였고, 어떤 추억이 있나요?추억이 너무 많은데요, 제게 미국 유학 생활은 원 없이 공부하고 추억을 쌓은 시간이었어요. 뭐니 뭐니해도 사람 공부, 사람 경험이 제게는 가장 큰 추억이었죠. 저는 ‘세상에서 가장 지적인 도시’라고 하는 보스턴 옆 케임브리지에서 공부했는데 특히 하버드, MIT에서 세계적인 석학들을 많이 만났어요. 노엄 촘스키, 故 클래이튼 크리스텐슨, 조셉 나이, 네리 옥스먼, 석지영 교수 같은 분들요. 그분들과의 만남과 대화를 엮어 귀국 후 책으로 펴냈어요. 물론 그분들로부터 얻은 지혜와 영감을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워서 더 많은 사람과 나누려는 목적이 가장 컸고, 유학 생활의 소중한 추억들을 잊지 않고 두고두고 간직하고 싶은 마음도 컸어요. 그 책 「나를 발견하는 시간 하버드/MIT 석학 16인의 강의실 밖 수업」이 그래서 제 유학 생활의 가장 큰 결과물이자 자산이네요. 30대 초반의 모든 추억이 다 녹아들어 있는 제 유학 시절의 기록이기도 하니까요. ▶일상 속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나만의 방법은 무엇인가요?약간의 스트레스를 받을 땐 사람을 만나고요, 정말로 힘들 때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 같아요. 성당에 가서 조용히 앉아 있어요. 예술과 자연도 많이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친밀한 사람들과의 긴밀한 관계도 큰 도움이 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강아지랑 놀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요.(웃음)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 인생 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요?제가 스스로 ‘마법의 주문’이라고 명명한 게 있는데요, 누가 가르쳐준 건 아니고 제가 살면서 이런저런 경험과 생각 끝에 깨닫게 된 거예요. 그건 바로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선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그리고 미래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선 ‘안 되면 어때? 일단 한번 해보지 뭐’라는 조금은 가벼운 자세로 임하는 거예요. 생각해보면 저는 과거에 대해선 후회가, 그리고 미래에 대해선 염려가 먼저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주눅이 들거나 생각만 하다가 정작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경우도 많았고요. ‘마법의 주문’을 좀 더 미리 깨닫고 읊으며 살았더라면 좀 더 용감하게 많은 것들에 도전했을 것 같아요. 사실 젊었을 때의 불안정, 불안함은 달리 말하면 ‘가능성’이잖아요, 젊음의 특권인 그 ‘가능성’을 백분 시험하고 누려봤으면 좋겠어요. 그게 ‘실패’가 된다 하더라도 젊었을 때의 ‘실패’라는 경험은 ‘노력을 했다는 훈장’이라고 하더라고요. 인생에서 내가 주도권을 갖고 선택하고 나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즐겨 하는 기도나 좋아하는 성경 구절은 무엇인가요?“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16-18) 제 SNS 프로필에 있는 글인데요. 모든 걸 함축하고 있는 말씀 같아요. 이 기도를 드릴 때면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느껴요. 아무리 힘든 상황이더라도요. 양영은씨는 항상 시간이 부족하고,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살고 있다 보니 생각만큼 봉사를 많이 다니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나를 발견하는 시간」을 써서 나오는 인세를 노숙자 자활시설인 ‘안나의집 아지트(아이들-가출 청소년들-을 지켜주는 트럭) 프로젝트’에 기부하고 있다. 다른 좋은 뜻을 가진 분들도 이런 선순환을 계속 구축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오늘도 무에서 유를 만드는 창작활동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그렇게 얻어진 가치를 더 좋은 일을 위해 쓰고 나누면서 그런 생태계를 만들고 키워가는 아녜스 자매의 앞날이 기대된다.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cpbc2022.05.17

하느님의 구원 업적에 감사드리는 찬양 기도[미사의 모든 것] (27)감사송 감사송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간을 구원하신 아버지 하느님께 지상 교회와 천상 교회가 함께 감사와 찬양을 드리는 기도이다. 사진은 사도좌 방문 중인 미국 주교단이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CNS】 나처음: 새해 들어 성경 통독을 시작했어요. 새해 첫날 우연히 성경을 펼쳤는데 “여러분을 부르신 분께서 거룩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모든 행실에서 거룩한 사람이 되십시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1베드 1,15-16)는 말씀이 눈에 확 들어왔어요. 그래서 올 한 해 성경을 통독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조언해: whyrano(와이라노)! 나는 새해 첫날부터 성경 필사를 시작했는데. 완불소(완전히 불타는 소통).라파엘 신부: 뭔 말인지 못 알아들어도 새해 할 일로 성경 읽기와 쓰기를 시작했다니 칭찬하마. 우리가 하느님을 닮아 거룩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란다. 하느님께서 무엇보다 바라시는 일이기 때문이지.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 “너는 내 앞에서 살아가며 흠 없는 이가 되어라”(창세 17,1)고 당부하셨지.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부르시어 사랑으로 당신 앞에서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이 되게 해 주셨단다.(에페 1,4 참조)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모든 그리스도인은 어떠한 생활 신분이나 처지에서든, 하느님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완전한 성덕에 이르도록 저마다 자기 길에서 주님께 부르심을 받는다”며 “이웃에게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거룩한 사람이 되자”고 권고하셨지.(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10항 참조)나처음: 성경을 읽고 미사에 참여하는 것도 거룩한 사람이 되는 데 도움이 되겠죠?라파엘 신부: 허허! 안 된다면 그만둘 거니. 신앙생활 특히 성사생활은 생각보다 현실적이란다. 과거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새로운 현실, 지금 이 자리에서 구현되고 있는 현실이지. 비록 우리가 주님의 모습을 눈으로 확연하게 볼 수 없고, 전례 안에 숨겨진 형태로 주님의 실체가 드러난다 해도 그것은 지금 이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현실이지. 우리가 몸을 보고 영혼을 알고, 지상에서 행해지는 것을 보고 영적이고 숨겨진 것을 깨닫듯이 전례의 거룩한 표징, 특히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현존을 경험하지. 그래서 미사에 참여하고 성경을 읽는 것이 거룩한 사람이 되는 데 큰 도움을 준단다. 지금 우리가 미사에 관해 공부하는 것도 거룩하신 하느님을 체현하는 데 길잡이가 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지. 조언해: 감사 기도가 미사의 가장 거룩한 부분이죠. 저는 감사송을 시작할 때 사제가 양팔을 들어 올리며 “마음을 드높이” 할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껴요.라파엘 신부: 나도 그래. 사제가 성찬 기도를 바치기 전에 감사송을 하는데 라틴말로 ‘프레파시오’(Praefatio)라고 해. 이는 ‘서문’이라는 뜻이야. 그래서 옛 미사 경본에는 ‘감사 서문경’으로 번역했지. 하지만 이 기도는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거룩한 하느님의 백성 전체의 이름으로 하느님을 찬양하고, 구원 업적 전체에 대해 감사를 드리는 기도이기에 현행 미사 경본에서는 ‘감사송’이라고 해. 나처음: 감사송을 자세히 새겨들으면 주일과 축일, 평일 때마다 내용이 다른 것 같아요. 감사송이 여러 개가 있나요.라파엘 신부: 감사 기도 전례문은 전례 시기와 축일에 따라 변하는 부분과 변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었지. 변하지 않는 부분을 ‘카논’이라고 한다고 말이야. 변하는 부분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감사송’이야. 감사송 내용은 주님의 구원 업적을 드러내고 있단다. 그래서 대림 시기에는 구세주를 기다리는 내용을, 성탄 시기에는 그리스도의 탄생이 모든 인간에게 하느님의 영광으로서 드러난 사실을, 사순 시기에는 예수님의 수난과 십자가를, 부활 시기에는 십자가를 통해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지. 또 각 대축일과 축일, 기념일에는 해당 주제를 상세히 진술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현행 로마 미사 경본에는 82개 감사송(통상문 감사송 부분에 51개, 시기 고유 부분에 31개)이 수록돼 있단다.조언해: 감사송 내용이 전례 시기마다 달라져도 마지막에는 늘 ‘거룩하시도다’로 끝나는 것으로 보아 특별한 구성 요소로 짜여 있는 듯해요.라파엘 신부: 냉철한데. 언해 말대로 감사송은 시작과 본문, 마침 부분으로 구성돼 있단다. ‘거룩하시도다’는 감사송의 마침 부분이 아니라 감사송에 대한 신자들의 화답이란다. 하느님의 자비와 은혜에 감사하는 것은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그래서 감사송 시작은 일반적으로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옵니다”라는 감사의 찬미로 시작하지. 모든 인간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구원되었기에 그리스도를 통하여 아버지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는 기도를 바치는 것이야. 이 감사송 시작 부분은 거의 변하지 않아요. 본문은 전례 시기와 축일에 따라 그 내용이 변해. 내용은 그리스도를 통해 성취된 하느님의 구원 업적을 선포하고 있단다. 그래서 전례학자들은 모든 감사송의 본문 내용을 종합하면 한 권의 훌륭한 가톨릭교회 교리서, 구원의 역사서가 될 것이라고 말하지. 마침은 천상 영들의 이름이 다소 바뀌는 것 외에는 시작 부분처럼 거의 내용이 변하지 않는단다. “그러므로 저희는 놀라움으로 가득 차 아버지의 크신 사랑을 찬양하며 구원의 기쁨을 고백하고 하느님의 수많은 천사와 함께 입을 모아 끊임없이 노래하나이다”라며 하느님 나라의 천사들과 성인들을 하느님 찬양에 동참시킨단다. 이는 지상 교회의 미사 전례가 언제나 천상 예루살렘에서 거행하는 전례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란다. 지상 교회와 천상 교회가 하나가 되어 하느님의 영광과 구원의 은혜를 찬미하고 감사하는 현실이 바로 미사야. 이제 신앙생활이 현실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겠니?나처음: 예! 그래서 저도 거룩하시도다를 노래하면서 거룩한 사람이 될래요. 라파엘 신부: 하하! 그래 너희도 미사를 통해 하늘의 천사와 성인들처럼 거룩한 사람이 되어 끝없이 하느님을 찬미하길 진심으로 바란단다. 다음번에는 거룩함과 미사의 ‘거룩하시도다’에 관해 알아보자꾸나.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cpbc2021.01.19
![[떠나자!] 파울리타 수녀의 유익한 교리여행 (9) 여행지 : 삼위일체](//cpbc.co.kr/CMS/newspaper/2021/05/rc/802720_1.3_titleImage_1.jpg)
[떠나자!] 파울리타 수녀의 유익한 교리여행 (9) 여행지 : 삼위일체마리 파울리타 수녀(노틀담 수녀회 교리교재 연구소) 우리가 믿는 삼위일체 하느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삼위일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하나이면서 셋!’ 삼위일체는 우리 이성을 뛰어넘는 이해할 수 없는 신비이지만, 다음과 같이 답할 수 있지요.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사랑 자체이신 분으로, 존재로 한 분이시지만, 사랑의 관계 안에서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의 공동체로 계십니다.” 하느님은 삼위로 계시지만 사랑 안에서 한 분이시기에 삼위일체이십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은 처음부터 공동체로 존재하십니다. 하느님이 독자적으로가 아니라, 관계 안에서 공동체로 존재하신다는 것을 우리가 진정 이해한다면 우리의 삶은 바뀔 것입니다. 우리 자신보다 공동체를 중요시하는 사회와 세상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그럼 우리 신앙의 본질이며 핵심인 삼위일체께로 퀴즈 여행을 떠나볼까요?퀴즈여행 삼위일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1. 하느님께서는 한 분이시면서, 몇 가지 위격으로 존재하는가? 2. 삼위일체라는 말이 성경에 나오는가? ①구약에 나온다. ②신약에 나온다. ③구약과 신약에 나온다. ④나오지 않는다.3. 신약에서 삼위, 즉 예수님(성자)과 성부, 성령께서 동시에 나타날 때가 언제인가?4. 하느님의 활동을 삼위일체 각 위격에 귀속시켜 말하면, 창조 사업을 하신 분은 누구이신가?5. 예수님의 신성을 부정한 아리우스파를 이단으로 단죄한 최초의 보편 공의회는 어디에서 열렸나?6. 초기 공의회(4~5세기)를 통하여 성자(예수님)의 신성이 확립되었고, 예수님께서는 하나의 위격에 몇 가지 본성을 가지심이 선포되었는가? 7. 지면의 ‘성 삼위일체 이콘’(안드레이 루블료프, 15세기 러시아)은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는 삼위의 관계를 잘 나타낸다. 삼위가 똑같이 들고 있는 지팡이는 그들 관계의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답란 1 □가지 2 □번 3 예수님께서 □□ 받으실 때 4 성□5 □□아6 □가지 7 □□성 (정답은 ‘가이드 설명’에서 확인하십시오) 가이드 설명1. 하나이면서 셋인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한 분이시면서 성부, 성자, 성령의 세가지 위격으로 존재합니다. 하느님께서는 한 분이시지만 사랑 자체이므로 사랑을 나누는 관계 안에서 셋입니다. 사랑을 주시는 성부, 사랑을 받으시는 성자, 사랑을 이어주는(또는 사랑 자체인) 성령의 세 위격이 있습니다. 삼위(성부, 성자, 성령)는 완전히 구별되면서도 동시에 완전한 한 분으로 하나의 실체(신성)를 이룹니다.2. 성경 안의 삼위일체 삼위일체라는 말은 성경에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삼위일체 교리는 성경에 근거를 두고 초기 보편 공의회(4~5세기)를 통해 정립되었습니다. 구약에서는 유일신 사상을 견지하고 있어, 세 위격에 대한 언급은 없으나, 구약이 신약을 밝히고 예고하는 의미에서, 어느 부분에서는 암시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님께서 한 사람이 아닌 세 사람으로 나타나시는 이야기(창세 18장)에서, 사랍들이 하느님께 한 번이 아닌 세 번의 “거룩하시다”를 외치는(이사 6,3) 내용 등에서입니다.참조) 삼위일체(三位一體, Trinitas)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테르툴리아누스(Tertulianus, 155~220년) 교부이다. 3. 신약 안의 삼위일체 신약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삼위일체 신비가 명시적으로 드러났습니다. 네 복음서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시면서(170번) 하느님과 부자(父子) 관계임을 밝히십니다. 그렇지만 아버지와 당신이 하나(요한 10,30)이며 같은 분(요한 14,9)이라고 하십니다. 서로 구별되지만 서로 같은 분이라고 하시죠. 또 당신과 똑같은 성령을 보내주시겠다고 하십니다.(요한 14,15-21) 삼위가 동시에 나타나는 순간은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로, 성령께서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오시면서 성자를 인정하는 성부의 소리가 들려올 때이지요.(마태 3,13-17; 마르 1,9-11; 루카 3,21-22) 4. 삼위일체 각 위격의 활동 하느님께서는 한 분이시므로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가 동시에 존재하십니다. 삼위가 함께 이 세상을 창조하셨고, 인류를 구원하셨으며, 교회와 역사 안에서 함께 활동하십니다. 하지만 어떤 활동은 각 위격에 귀속(appropriation)시켜 말합니다. 창조 사업은 모든 것의 근원이신 성부께 돌려서, 성부를 ‘창조주’라고 하고, 구속 사업은 강생하시고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성자께 돌려서, 성자(예수님)를 ‘구원자’라고 하고, 교회와 우리를 거룩하게 하는 성화 사업은 성령께 돌려서 성령을 ‘성화자’라고 합니다. 5. 니케아 공의회: 예수님 신성을 확립 하나이신 하느님을 흠숭하던 유다인들이 성자(예수님)와 성령께서도 성부와 같은 하느님이심을 받아들이지 못하여, 초기 교회 때 여러 이단(異端)들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알렉산드리아의 사제인 아리우스(256~336년)는 예수님은 신성을 가졌지만 하느님과는 다른 본질로, 하느님과 인간의 중간 존재라고 주장하지요. 이에 최초로 공의회(주교들의 모임)를 소집하는데, 니케아에서 열린 제1차 니케아 공의회(325년)에서, 성자께서는 하느님과 똑같은 본질이신 참하느님이심을 선포하고, 아리우스파를 파문합니다. 6. 예수님: 신인양성 일위격제1차 니케아 공의회에 이어 제1차 콘스탄티노폴리스 공의회(381년) 때는 성령의 신성이 확립됩니다. 성령께서도 성부와 성자와 똑같은 본질이신 참하느님이심이 선포되고, 니케아 공의회 때 제정된 ‘니케아 신경’과 합쳐진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이 제정되는데, 현재 우리가 바치는 니케아 신경이지요. 또 성자(예수님)의 본성에 대해서는 에페소 공의회(431년)와 칼케돈 공의회(451년)를 통해 성자께서는 2가지 본성(신성, 인성)을 가지심이 공포됩니다. 4차까지의 초기 공의회를 통해 성자께서는 하나의 위격에 참하느님이며 참사람이신 양성을 가졌다는 교의가 확립됩니다. 7. 성 삼위일체 이콘 ‘성 삼위일체 이콘’에 나오는 삼위는 아브라함을 방문한 세 사람을 표현한 것입니다.(창세 18,1-8) 가운데 예수님 희생을 상징하는 성작이 놓인 탁자가 있고, 삼위가 마주 보며 함께 앉아 있습니다. 성부(왼쪽 황금색 옷)와 성자(중앙의 붉은색 옷)와 성령(오른쪽 초록색 옷)께서 서로 다른 옷을 입고 있으나, 파란색(신성)을 공통으로 입고 있음은 같은 본질인 하느님임을 표현하지요. 각각 들고 있는 지팡이(권위 상징)는 삼위가 서로 높낮이가 없는 동등성을 가지고 있음을 말합니다. 그리고 서로의 눈빛과 마주 앉은 모습에서 삼위의 상호성과 상호의존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여행옵션 : 성 삼위일체 세르기우스 수도원(러시아)성 삼위일체 세르기우스 수도원은 1993년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이자 러시아 정교회의 영적 중심지이다. 7개의 성당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것은 옆에 보이는 성 삼위일체 성당이다.(1422~1425년 건축)성당 안에는 러시아에서 가장 존경받는 성인 중 한 분이며, 이 수도원을 세운 성 세르기우스(Sergius, 1314~1392년, 9월 25일 축일)의 관이 안치되어 있다. 제단 앞에는 이곳의 보물이자 러시아의 문화유산인 안드레이 루블료프의 성 삼위일체 이콘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스크바의 미술관으로 이동되어 있다. 여행 기념품하느님은 독자적으로가 아니라 성부, 성자, 성령의 사랑의 공동체로 계십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모습 따라 창조되었기에 우리 모습은 공동체 안에서 완성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공동체의 관계 안에 계시듯이, 나도 공동체와의 관계를 지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현재 나는(가정, 직장, 학교, 나라, 세계) 공동체를 위하여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마리 파울리타 수녀(노틀담 수녀회 교리교재 연구소) cpbc2021.05.25
![[부산교구 사목교서] 신앙과 말씀의 해](//cpbc.co.kr/CMS/newspaper/2020/12/rc/792286_1.2_titleImage_1.jpg)
[부산교구 사목교서] 신앙과 말씀의 해부산교구장 손삼석 주교 부산교구 공동체는 지난 2018년부터 3년에 걸쳐 ‘신망애를 통한 본당 공동체의 영적 쇄신’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2020년 ‘사랑의 해’에는 이러한 믿음과 희망을 토대로 우리 안에 사랑의 열매를 맺고자 하였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20년에 우리는 ‘고난의 여정’을 함께 걸어야만 했습니다.본당 공동체에서 기도와 성사 거행이 중단되고 성체를 모실 수 없는 슬픔 속에서도, 우리 교우들은 가정에서 성경을 읽고 기도했으며, 방송 미사를 시청하고, 선행과 자선을 베풀면서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신앙을 지켜왔습니다.우리는 이 ‘고난의 여정’을 함께 걸어오면서 무심코 지나쳤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이 고난의 여정에서 ‘인간적 성장’과 ‘신앙적 성숙’의 은혜를 받았습니다.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2021년에는 다음과 같은 실천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생활화합시다.첫째, 하느님의 말씀과 친밀해집시다.언어가 ‘정신의 숨쉬기’라면 성경은 ‘영혼의 숨쉬기’와 같습니다. 우리의 영혼이 살아 숨 쉬도록 매일 성경을 접해야 합니다. 성경만이 영원한 생명의 길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의 삶은 반드시 변해갑니다. 신앙에 회의를 느끼며 무미건조하게 지내던 분들도 성경을 통해 은총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둘째, 나자렛 성가정을 본받읍시다.나자렛 성가정을 다시금 본받아 우리 가정 안에도 예수님을 모시도록 합시다. 촛불을 밝히고 가족들이 둘러앉아,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감사의 기도를 올리도록 합시다. 가족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 가정 안에 주님을 모시는 비결이요, 가족들이 함께 기도하는 것이 성가정을 이루는 비법입니다.셋째,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전합시다.우리가 할 수만 있다면 도와야 할 이들에게 선행을 거절하지 말아야 합니다.(잠언 3,27)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께서 갚아주실 것입니다.(마태 6,4) 움켜쥔 손을 펼쳐 도움의 손길을 전할 때 우리는 결코 가난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님의 은총과 생명으로 충만해질 것입니다.희망이 ‘천국의 무지개’라면 절망은 ‘지옥의 안개’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시련을 허락하시지만 동시에 시련을 이겨 낼 능력도 주십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성령의 비둘기가 새로운 희망의 선물을 안고 우리에게 날아올 것입니다. 그날을 고대하며 아직 남은 ‘고난의 여정’을 인내로이 걸어갑시다. 올 한해 하느님의 말씀으로 갑옷을 두르고 희망의 투구를 쓰고 주님을 향해 힘차게 나아갑시다. cpbc2020.12.02
![[떠나자! 파울리타 수녀의 유익한 교리여행] (4) 여행지 : 예수 그리스도](//cpbc.co.kr/CMS/newspaper/2021/04/rc/800602_1.4_titleImage_1.jpg)
[떠나자! 파울리타 수녀의 유익한 교리여행] (4) 여행지 : 예수 그리스도칼 하인리히 블로흐 작 '산상설교'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인가요? 2000여 년 전에 존재한 역사상의 인물인 예수는 어떤 분인가요? ‘역사적 예수’에 대해서 기록한 사료가 극히 소수이기에, 성경을 통해 그분에 대해 알 수 있을 뿐입니다. 복음서가 예수에 대한 중요한 내용을 전해주지만, 예수 생전에 기록된 것이 아니라, 예수 부활을 체험한 제자들의 세대가 끝나갈 무렵부터 구전을 통해 기록된 것이어서 정확한 역사적 기록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복음사가들은 객관적인 ‘역사의 예수’(historical Jesus)를 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앙의 관점에서 본 ‘신앙의 예수’(Jesus in faith)를 적은 것입니다. 우리는 성경을 통해 계시된 ‘신앙의 예수’를 우리 믿음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면서 ‘역사의 예수’도 함께 공부해 나간다면, ‘신앙’(faith)과 ‘이성’(reason)이 조화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우리가 구세주로 고백하는 예수 그리스도께로 퀴즈 여행을 떠나볼까요? 퀴즈여행 1. 예수님의 생년월일은? 2. 예수님의 국적과 고향은? 3. 예수님을 낳고 길러준 부모의 이름은? 4. 예수님의 직업은? 5. 예수님과 함께 생활했던 사람들은? 6. 예수님은 보통 인간이 할 수 없는 어떤 것을 많이 하셨나? 7. 예수님은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무엇을 싫어하셨나? 정답 1 □□ □년 □월 □일 2 □스□□, □자□ 3 요□, □□아 4 목□ 5 열두 □□ 6 □적 7 □선 가이드 설명 1. 예수님의 생년월일 예수님 탄생을 기점으로 ‘기원전’(BC, Before Christ)과 ‘기원후 또는 서기’(AD, Anno Domini)로 나누지만, 역사적으로 예수님은 BC 4년에 태어났다고 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헤로데 왕 때에 탄생하셨는데(마태 2,1.19), 헤로데는 BC 4년에 병사하였으므로 예수님의 탄생 연도를 BC 7년 ~ 2년 사이로 추정할 수 있고, 가장 일반적인 의견은 BC 4년입니다. 이는 로마에서 서력(지금의 달력)을 만든 디오니시오 수사가 로마 건국 754년에 예수님이 탄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서기 1년으로 보았는데, 이는 예수 탄생 연도를 최소한 4년 늦게 산정하여 생긴 착오이지요. 교회는 기원후 336년 이래로 12월 25일을 주님 성탄 대축일로 지내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가장 유력한 설은 ‘태양신 탄생일’인 이날을 주님 성탄 대축일로 지냄으로써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이 퇴폐적인 태양신 숭배 축제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이지요. 2. 예수님의 국적과 고향 예수님께서는 중동 이스라엘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이스라엘’(Israel)이란 이름은 ‘하느님과 싸우다’라는 뜻으로 성조 야곱(Jacob)에게서 유래되었지요.(창세 32,23-33) 이스라엘 역사는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 탈출 후 가나안(팔레스타인)에서 정착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이스라엘 나라는 예수님 사후 예루살렘의 멸망(AD 70년경)으로 전 세계로 흩어졌던 유다인(디아스포라)이 민족국가 건설을 열망한 끝에, 1948년 5월 14일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건국되었지요. 예수님께서는 유다(남부) 지역 베들레헴에서 태어났으나(마태 2,1), 자라난 곳은 갈릴래아(북부) 지역 나자렛이므로, ‘나자렛 사람 예수’라고 불렸습니다.(마태 2,22-23) 참조) 이스라엘 지역은 북부-갈릴래아, 중부-사마리아, 남부-유다 세 지역으로 나눠짐. 3. 예수님 부모 예수님은 성부 하느님의 외아들이시고 하느님이시지만, 인간으로 오셨기에 부모가 필요했습니다. 예수님은 다윗 가문의 후손 요셉의 아들로 태어났지요. 요셉은 마리아와 약혼하였고(마태 1,18), 마리아는 성령으로 예수님을 잉태하였지요.(루카 1,26-38 참조) 성경에서 예수님이 공생활을 하는 동안 어머니는 가끔 찾아왔지만 아버지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사실로 보아, 요셉은 일찍 사망한 것으로 추측되고, 그렇게 구전되었습니다. 4. 예수님 직업 성경은 예수님의 직업이 ‘목수’(마르 6,3)라고 하며, 아버지(요셉) 직업도 목수(마태 13,55)라고 합니다. ‘목수’라는 그리스 말은 ‘장인’으로도 번역되는데, 나무만이 아니라 돌이나 금속까지 다루는 사람을 말하기에 집을 짓는 목수로 생각할 수 있지요. 이 당시에는 직업이 세습되었기에 예수님은 양아버지 요셉에게서 목수 일을 배워 그 일을 하셨다고 전해집니다. 5. 예수님의 제자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 중 당신께서 원하시는 열둘을 부르셨습니다. 이들을 사도라 부르시며, 당신과 함께 지내게 하시고, 그들을 파견하시어 복음을 선포하게 하셨지요.(마르 3,13-19) 예수님은 또 그 당시 존중받지 못한 이들과 친하게 지냈습니다. 사람들이 무시하던 어린이들을 가까이 오게 하셨으며,(마태 19,14) 사람들이 멸시하던 세리, 창녀, 죄인들을 받아주시며 친분을 가지셨지요.(마태 9,9-13; 21,31; 루카 19,1-10) 6. 예수님의 활동 예수님께서는 보통 인간이 할 수 없는 많은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이는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임을 계시하고 있지요.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들을 4가지로 분류하자면, ①병자들을 고쳐주신 ‘치유 기적’(마태 8,1~17), ②더러운 영을 쫓아내신 ‘구마 기적’(마르 1,21-28), ③죽은 이들을 살리신 ‘소생 기적’(요한 11장), ④풍랑을 잠재우시고(마르 4,35-41), 물 위를 걸으시고(마태 14,22-33), 배고픈 이들을 배불리신(요한 6,1-15) ‘자연 기적’입니다. 7. 예수님이 싫어하시는 것 예수님께서는 성부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아들로서(마르 1,11), 하느님의 거룩한 마음을 지니셨습니다. 예수님은 빛으로 세상에 오셨지만, 어둠이 그분을 배척하였지요.(요한 1,5) 예수님은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말과 행동을 다르게 하는 위선, 그들의 교만, 불법, 거짓과 악을 행하는 것을 경고하시며 질책하셨습니다.(마태 23,1-36; 마르 7,1-23; 루카 12,1) 그로 인해 예수님은 그들의 시기와 미움을 받고,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어 사형선고를 받게 되지요. 여행 기념품 예수님께서는 당시 권력이 있는 사람, 부유한 사람, 학식이 있는 사람들보다 사회에서 멸시받던 세리, 창녀, 죄인들과 친구가 되셨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들과 친구가 되셨나요? 주변에 어떤 친구들이 있나요? 사회적 약자의 친구가 되고 있습니까? 마리 파울리타 수녀(노틀담 수녀회 교리교재 연구소)cpbc2021.04.20
그리스도의 실존, 몸으로 묵상하는 ‘걷기’길 위에서 / 안셀름 그륀 신부 지음 / 김영룡 옮김 / 분도출판사 걷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길을 걷는 사람들은 우울증을 뿌리치며,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생각, 먹구름처럼 엄습하는 생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걷기는 그리스도인의 실존을 몸으로 묵상하는 방식이자, 믿음의 수련이다.‘그리스도인을 위한 걷기의 신학’을 부제로 단 안셀름 그륀(독일 성 베네딕도회) 신부의 책이다. 걷기를 신앙적 차원에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성경 본문과 수도 전통 문헌으로 살펴봤다. 걷기의 신학을 수도승 신학과 성경 신학으로 나눠 다뤘다. 고대와 중세 초기, 끊임없는 방랑을 이상으로 삼은 수도승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자신을 ‘페레그리누스’ 곧 이 세상의 순례자이자, 이방인으로 생각했다. 라틴어 페레그리나티오는 사람이 잘살지 않는 땅이나 이방으로 떠나는 것, 거기에 머무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페레그리나티오의 의미와 개념을 설명한다. 성경 신학에서는 구약과 신약 성경의 단편 구절들을 전형적인 길 위의 이야기로 이해하고, 요한 복음서와 히브리서에 담긴 ‘길의 신학’을 소개했다.안셀름 그륀 신부는 “우리는 길은 끝없이 이어지는 길이며, 걷는다는 것은 변모한다는 것을 뜻한다”며 우리는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우리가 목적지를 향해 걷고 있음, 결국 우리가 고대하는 본향을 향해 걷고 있음을 의식해야 한다”고 말한다.“우리는 다르게 걸으면서 다른 사람이 된다. 조금 더 넓은 곳, 자유로운 곳으로 나아가게 되며, 우리 안에서 조금 더 신뢰를 느끼게 된다. 말씀은 우리의 걷기를 바르게 만들며, 우리 자체도 바로 세운다. 그리고 우리의 육과 영을 바로잡는다.”(73쪽) 이지혜 기자 문채현2020.12.01
[사설] 제36회 성서 주간을 맞으며 22일부터 29일까지 성서 주간이다. 한국 천주교회가 성서 주간을 시작한 것은 1985년으로, 올해로 서른여섯 번째다. 교회가 성서 주간을 정한 이유는 간명하다.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성경을 자주 읽고, 묵상하고, 궁극적으로는 복음 말씀을 실천할 것을 권고하기 위해서다. 올해 성서 주간 주제는 “너 어디 있느냐?”(창세 3,9)로 정했다. 연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전염병 창궐과 크고 작은 자연재해들이 생태 환경 파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자성에 따라 우리가, 우리 교회가 성경이라는 거울에 비춰 무엇을 실천하고 있는지 돌아보도록 하기 위해서다. 올해 성서 주일 담화가 이처럼 생태적 회개와 자성, 실천에 중점을 둔 것은 전염병 위기로 전 세계적으로 108만 명이 사망하는 대재앙을 맞은 상황에서 전염병과 생태 문제의 해법을 성경에서 찾아 생태계를 지켜나갈 것을 촉구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위원장 김종수 주교도 이번 담화에서 “감염병 위기와 생태 환경의 현실은 우리에게 지체할 수 없는 공동의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가정과 본당, 직장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생태 환경 보호를 위한 실천 운동에 나설 것을 호소하고 있다. 성경, 특히 창세기는 태초에 말씀으로 창조된 자연은 말씀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성경 말씀을 거울삼아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창세 1,21)고 하신 생태계를 보호하고 회복하기 위한 생태적 실천에 온 교회, 나아가 이 땅의 모든 국민이 나서주기를 바란다. 상처받은 자연과 복음적 화해를 이루고 친교를 다짐으로써 파괴된 생태계를 회복하는 데는 너와 내가 따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평화신문2020.11.18
![[제9회 신앙체험수기] 특별상 / 호스피스 병동에서 만난 사람들](//cpbc.co.kr/CMS/newspaper/2022/02/rc/819077_1.5_titleImage_1.jpg)
[제9회 신앙체험수기] 특별상 / 호스피스 병동에서 만난 사람들이춘자 아녜스 수녀 (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일러스트=최단비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삶의 마지막 과정이다. 2016년부터 5년 동안 안동의료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봉사하는 동안 많은 분의 임종을 지켜보았다. 떠나신 한 분 한 분은 나에게 큰 스승이셨다. 봉사할 기회를 주신 하느님과 수도 공동체에 감사드린다. 호스피스 병동 봉사 도움을 요청받고 매주 2회, 겁 없이 뛰어들었다.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덕분에 다양한 종파의 사람들을 만나 인생 공부를 많이 하였다.호스피스 병동 리모델링 공사 기간에 말기 암 환자 명단을 받아서 의료사회복지사 한 명과 함께 중환자실, 일반병실 등을 순회하며 기도와 상담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호스피스 완화 병동에서 염주를 손에 든 환자분을 만났다. 어르신께 인사를 드리며 “부처님께 기도해 드릴까요?” 했더니, 반색하며 좋아하셨다. 불교 용어로 “자비로우신 부처님이시여, 여기 앓고 계시는 불자를 굽어보시어 한량없는 은혜를 베푸시고…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하고 기도를 마치니, 어르신이 ‘아멘’ 하고 답을 하셨다. 깜짝 놀라 웃으면서 “어르신 왜 아멘 하셨어요?” 하고 물으니 “수녀님이 저를 위하여 부처님께 기도해 주시는데 저도 아멘 해야 예의지요” 하며 웃으셨다. 이분을 떠올릴 때마다 깊은 배려에 미소가 흘러나온다.그 후에도 종종 불자들을 만나면 불교식 기도를 해 드린다. 어느 날 봉사자와 함께 가까운 사찰, 대원사를 방문하여 등안 주지 스님을 찾아뵙고 의료원 호스피스 병동에 봉사를 부탁드렸다. 마지막 길에 간절히 스님을 만나고 싶어 해도 종교가 다른 자식의 반대로 무산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앞둔 불자들은 아무래도 수녀보다는 스님이 오셔서 목탁 소리와 함께 염불해 드리면 심신의 안정을 더 찾을 것 같았다. 그 후 스님은 담당 복지사가 전화할 때마다 방문하여 기도해 주셨다.한 번은 자살 시도를 한 50대 초반의 젊고 키가 크신 분이 입원하였다. 조심스레 다가가서 말을 건네며 기도해 드리니 “저 같은 죄인이 세례를 받아도 됩니까?” 하였다. 약 3년 전에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곧이어 어머니도 세상을 뜨셨다. 그리고 2년 전에는 정신과 병원에 약 타러 간다던 아내가 안동댐 부근에서 의문사로 발견되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정신을 차릴 수 없어 술로 세월을 보내고 줄담배를 피웠다. 2016년 말 다리가 아파 병원에 갔다가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으며, 수술도 방사선치료도 가망 없다고 하였다. 두 달 후면 죽는다는 진단에, 9남매 중 둘째인 그는 형제들에게 폐암 말기라는 소식을 알리고 죽기로 했다. 형제들이 달려와 맛있는 것 사주며 호텔에서 하룻밤 함께 한 후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시켜주었다고 하였다.입원 후에는 형제들 발길이 뜸했다. 담배도 피우고 주변도 지저분했으나 봉사자와 함께 청소해 주고 세례받기를 원하는 이 환자를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도와드렸다. 간단한 교리를 설명해 주며 환자의 말을 들어주면 눈물을 줄줄 흘리며 부모와 가족 속을 썩인 이야기를 하면서 “수녀님, 이 죄인이 세례받도록 도와주십시오”라고 하였다. 교리서를 주면서 주모경을 읽으며 기도하도록 부탁했다.그날부터 심한 통증에도 기도문을 정성껏 필사하기 시작하여 깜짝 놀랐다. 주모경을 외우면 좋다는 봉사자들의 말에 잘 외워지지 않아 공책을 구해 달라고 해서 필사하게 되었다고 한다. 암이 다리와 발까지 전이가 되어 걷기에 불편하였고 발이 퉁퉁 부어 신발도 신을 수 없었다. 그런데 열심히 노트에 기도문을 적었더니 어느 날 다리가 아프지 않고 신도 신을 수 있다며 주일에 성당에 가고 싶다고 하였다. 주치의 선생님께 허락받고 봉사자와 함께 3월 5일 목성동성당에 가서 주일 미사에 참여하여 이희정 주임 신부님께 인사도 드리고 왔다.그 후 노트 3권에 기도문 필사한 것을 이희정 신부님께 보여 드렸더니 신부님께서도 감동하시고 세례를 주기로 하셨다.3월 29일 세례식 날, 수녀원 뜰 안에 곱게 핀 개나리로 호스피스 병동을 장식하였고, 신자인 남동생도 외지에서 참석하였다. 가톨릭 신자는 아니었지만, 의료원 원장님과 호스피스 센터장님도 참석하신 잊을 수 없는 세례식이었다. 봉사자들이 꽃다발을 만들고 과일, 식혜까지 준비하였다. 많은 신자가 참석한 성스러운 세례식을 보고, 다른 환우들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영적으로 새로 태어난 요셉 형제님을 부러워하기도 했다.그는 다시 태어난 마음으로 성경을 필사하며 간절히 기도한 덕분인지 병이 다 나은 것 같다며 무척 기뻐했다. 그 후 계속 성경 필사에 온 힘을 다 쏟더니 어느 날은 시골집에 봄옷을 가지러 가고 싶다 하였다. 주치의 호스피스센터장님께 허락받기 위해 말씀드리니 컴퓨터로 환자의 가슴 사진을 보여 주시면서 “수녀님! 폐가 다 말라버렸는데 어떻게 숨을 쉬는지 저는 종교가 없지만, 하느님 기적인 것 같으시네요. 수녀님이 함께 가시니 허락하지요.”2017년 5월 1일, 두 시간이 걸리는 시골집에 봉사자이신 요셉씨 대부님 차 편으로 갔다. 총 8가구가 사는 시골 외딴 산 중턱 동네로 가면서 요셉씨는 강에서 고기 잡고 뛰어놀던 어릴 적 추억이며 공부는 못했지만 달리기는 1등 했다는 등의 기억을 이야기했다. 경치 좋은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와이셔츠 만드는 공장에서 잘 나가던 중 아버지가 시골에서 농사를 배우고 대를 이으라 하셨다. 안 내려오겠다 하니 내려오지 않으면 아버지가 죽어버리겠다 하고 형제들도 권해서 시골에 내려왔는데 아버지는 6개월 만에 빚만 남겨 두고 돌아가시고…. 그래서 농사짓느라 고생했던 이야기며 부인과 결혼한 사연이며 슬하에 자녀는 없었지만, 아내와 행복했었다는 얘기도 했다. 부인의 의문사 후 정신을 차릴 수 없어 술과 담배로 세월을 보낸 이야기 등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삶을 신부님께 고해성사하듯 어린아이가 엄마한테 자기 잘못을 고백하듯 마음속 말을 다 쏟아내었다.집에 도착하여 이웃 친척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리니 “아이고 형○○이가 살아서 왔구나! 감사하기도!” 하시며 어르신들이 형제님의 손을 잡고 기뻐하였다. 집안을 둘러보며 “수녀님 휴가 때 우리 집에 쉬어가시라”며 좋아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요셉씨는 침대에 앉아 노트에 기도문과 성경을 8권 필사했다. 주일에는 목성동성당에 가서 미사와 첫 고해성사를 보고 행복해하며 “수녀님, 세례받은 이 은혜를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요?” 하길래 “저를 위하여 요셉 형제님이 기도해 주시면 됩니다”라고 하였더니 침대에 꿇어앉으시더니 “하느님, 수녀님 제발 아프지 않게 도와주십시오. 아멘” 하고 기도해 주었다.며칠 후 “요셉님 기도 덕분에 제가 아프지 않은 것 같아요” 했더니 웃으면서 좋아하였다. 기도할 때는 항상 하느님께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부탁을 하라고 설명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가끔 요셉 형제님의 기도 덕분인지 주님께서 나의 건강을 지켜 주신다는 믿음이 든다. 그리고 중요한 어떤 것을 결정하기 위하여 식별 기도를 할 때 종종 요셉 형제님께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세례의 은총 때문일까, 그는 건강이 호전되어 두 달을 넘겼다. 호스피스 센터에 입원한 지 두 달이 되면 환자 상태에 따라 일단 퇴원을 해야 한다. 이분은 믿음 탓인지 두 번이나 잠시 다른 병원에 입원했다가 와서는 “여기가 내 집 같아요” 하면서 의료원 호스피스 병동을 신뢰하고 편안해 하여 주위 사람들을 모두 놀라게 하였다. 자기보다 늦게 입원한 환우들 대부분이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은 믿음 덕분이라고 하였다.세례를 받은 후에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며 대부님, 의료진, 봉사자들을 위하여 떠나는 날까지 수시로 두 손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 후 몇 차례 주일 미사 참여와 고해성사도 보더니 봉사자들 기도 속에서 병자성사를 받은 후 7월 20일 천국으로 가셨다.어느 날은 하루에 세 분이나 임종하여 눈물로 기도했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세 분의 영혼이 하느님 곁으로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는 느낌을 받은 그 날, 슬픔에 슬픔이 겹친 하루였지만 모두 편안히 하느님 품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하니 한 편으론 참 감사하고 뿌듯한 마음이었다.호스피스 봉사자 교육을 하기 위하여 의료원 입구에 현수막, 홈페이지, 안동시청 까치 소식, 라디오 등에 공지하였으나 봉사자가 접수되지 않았다. 수간호사님이 걱정하며 도와달라고 해서 안동교구 주보에 공지하였더니 시내 5개 성당에서 금방 봉사자들이 모여 교육을 할 수 있게 되었다.봉사자 몇 분이 종교가 다른 환자분들께 어떻게 기도해야 하느냐고 몇 번씩이나 물었다. 그래서 가톨릭 호스피스 병동 기도문을 구해서 타 종교의 환자를 위한 기도문을 삽입한 ‘병자방문 기도서’를 안동교구청에 부탁드렸더니 사목국에서 발간해 주었다. 개신교 신자들에게는 하느님을 ‘하나님’으로 호칭하여 기도해 드렸더니 좋아하셨다.더운 여름 2018년 8월 초, 40대 후반의 젊은 자매님이 대장암으로 입원하였다. 인사하면서 원하시면 봉사자와 함께 기도해 드리겠다고 했더니 고맙다 하였다. 신앙에 관심이 있다 하여 조금씩 간단한 교리를 설명하여 드렸다. 어느 날 남편이 빵을 사 와서 일회용 접시에 담고 있었다. “왜 빵을 여러 접시에 담으세요?” 물었더니 아내가 빵 먹고 싶다 하여 병실에 계시는 분들과 나누어 먹으려고 담는 중이라고 하여서 마음이 참 따뜻한 분이라고 생각하였다.며칠 후 1인실로 옮겨서 더 부담 없이 교리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계속 남편이 병간호하기에 “직장은 어떻게 하시구요?” 했더니 남은 시간 아내와 함께 있고 싶어 몇 달 휴직을 신청했다고 하였다. 지극정성으로 24시간 병간호하는 모습이 참 대단하다 싶었다. 안타깝게도 자매님은 암세포가 간까지 전이되어 간성혼수로 얼굴과 눈까지 황달이 심했으며 하루가 다르게 상태가 나빠지는 것 같았다. 교리를 설명하기도 죄송해서 간단한 교리 책을 드리며 남편보고 읽어드리라고 했다. 기본 교리를 다 받아들이고 믿으며 세례받고 싶다고 하여 봉사자 중에서 대모를 정한 후 공한영 신부님께 부탁드렸다. 신부님은 8월 24일 임○숙 자매를 베로니카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주었고 병자성사도 함께 정성을 다해 주셔서 환자도 기뻐하였다. 신부님도 남편에게 기도문을 옆에서 계속 읽어드리라고 말씀해 주셨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 읊는다더니 어느 날 남편이 주모경을 다 외워 놀라기도 하였다. 건강상태가 좀 좋아지는가 싶더니 또 간성혼수가 오고 빈혈이 심해서 수혈을 하고 나면 눈을 뜨고, 또 며칠 지나면 혼수상태가 되고…. 그런 가운데에서도 정말로 아내를 지극정성으로 섬기며 사랑하는 남편 모습에 감동했다.베로니카씨는 항상 봉사자들을 반기며 컨디션이 좋을 때는 말을 잘하였다. 친정어머니 암 투병에 강릉에서 아산병원으로 모시고 다니느라 아이도 유산하게 되었다며 남편한테 무척 미안하다고 하였다. 어머니께서 공기 좋은 시골에 살고 싶어 하셔서 안동 와룡에 집을 짓고 이사를 왔으나, 얼마 후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친정아버지도 안동에 모셔왔다고 한다.어머니가 떠나신 후 본인이 또 아프게 되었다며 남편한테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조용히 방문해 편안히 선종하시도록 마음 모아 기도해 드렸다.어느 날 남편이 잠시 급한 볼일을 보러 나간다고 하여 내가 베로니카씨 옆에 두어 시간 함께 있었다. 말기 암의 큰 고통을 영적으로 새로 태어난 기쁨으로 이겨 내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열이 나면 입에 얼음을 넣어달라며 남편을 찾다가 통증이 없을 때는 그저 감사하다며 몇 번이고 마음을 표시했다.내가 가정휴가를 떠나게 되었다. 김○동 형제님께 집이 인천인데 혹시나 임종하게 되면 휴가 미루고 내려오겠으니 전화하라고 했다. 3시간 버스로 인천 오빠 집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연락이 왔다. 아침 회진 때 주치의가 오늘을 넘기기 어려우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는 메시지였다. 곧바로 버스표를 바꾸어 안동으로 내려오는 중에 베로니카 자매가 선종하였다는 부고를 들었다. 잠시 기도 후 곧바로 공한영 신부님과 선종 봉사자 회장님과 봉사자들에게 공지하였다. 안동의료원에서 장례 미사를 봉헌하고 베로니카 자매를 교구 봉안 경당에 안치할 때 함께 갈 수 있어서 감사하였다.눈물로 부인을 떠나보낸 남편은 곧바로 교리반에 들어가서 2018년 12월 24일 성탄 밤에 빈첸시오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았다. 너무 기쁘고, 감사하였다. 그리고 부탁할 때마다 운전 봉사 등 호스피스 봉사를 위해 기쁘게 도와주었다.장인 어르신이 건강이 안 좋아 시내 복주 요양병원에 입원했다고 하였다. 원장님을 찾아뵙고 매주 1회 방문 교리를 하도록 허락받았다. 3개월 동안 간단한 교리 후 어르신이 베드로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2020년 8월 20일 세례 받을 때 정상동 사목회장님과 신자들이 참석하여 함께 축하해 주었다. 빈첸시오 형제님이 장인을 자주 찾아뵙고 보호자로 잘 보살펴 의료진들이 놀랐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그뿐만 아니라 빈첸시오 형제님은 제일 친한 고향 친구를 교리 반에 입교 권면하고자 애를 쓰며 나에게도 기도를 부탁했다. 나도 고향 친구분을 만나 천주교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하였다. 드디어 마음의 문이 열려 교리를 몇 달 배운 후 코로나 시대라 조용하게 대부님과 빈첸시오와 사목회장님 참석하에 2020년 12월 24일 다미아노 세례명으로 세례받게 되었다.그 후 주일 미사에 종종 빈첸시오 형제와 다미아노 형제가 복사를 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빈첸시오 형제는 세례 후 곧 레지오에 가입하여 열심히 활동하였다. 두 친구는 안동 정상동성당의 나누고 섬기는 ‘나섬회’에 가입하여 함께 활동하고 있다. 김○동 빈첸시오 형제는 올 12월 초에 사도들의 모후 쁘레시디움 단장으로 선출되기도 하였다.2020년 6월 초 27살 젊은 대학생이 입원하였다. ○○공대 전기과 2학년에 복학을 준비하던 어느 날 다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골반 쪽에 동전만 한 것이 보이니 큰 병원에 가보라 하였다. 대학병원 등 몇 곳에서 검진결과 100만 명에 두세 명 발병하는 희귀종으로 항암치료도 방사선치료도 안 되며 종양 제거술이 치료의 전부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 후 원자력병원에서 종양 수술을 시작으로 6년 동안 총 13번의 수술을 받았다. 더 이상 방안이 없자 2020년 6월 마지막으로 고향 가까운 의료원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게 되었다. 젊은 대학생이 입원하니 봉사자들이 그 대학생의 입원실에 다녀오면 내 자식을 보는 것 같다며 눈물을 훔쳐 정말 마음이 아팠다. 기도해 주고 싶어서 숨죽이고 들어가면 시트로 얼굴을 덮어버려서 속으로만 기도하고 나오게 되었다. 신자가 아닌 어머니도 젊은 아들에 대한 절망감으로 지쳐 봉사자들에게 아들이 기분 좋을 때만 들어오게 하는 등 예민하게 반응했다. 나는 예수님께 그 젊은이가 제발 대세라도 받고 하느님 품으로 들도록 간절히 기도하였다. 기도가 통했는지 어머니께서 아들을 위하여 수녀님이 기도해 주시면 좋겠다고 하였다. 홍○표군 곁에서 눈물을 흘리며 치유자이신 예수님께 통증이 조절되고 마음의 평안을 주도록 간절히 기도하였다. 기도를 마치고 나니 홍군이 “수녀님, 제가 군대에서 이마에 물을 부었어요” 하였다.깜짝 놀라 “세례받으셨어요?” 하고 묻고는 세례명이 무엇이냐고 하니 ㅂ으로 시작하는데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며, 전역 후 아프게 되어 성당에 한 번도 못 갔다고 했다. 세례 때 성체를 모셨느냐고 물으니 입에 무엇인가 받아먹었다고 하였다. ㅂ으로 시작되는 베드로 바오로 등을 이야기했으나 아니라고 하였다. 세례 대장을 찾기 위하여 언제 세례받았느냐고 하니 전역하기 전 추울 때라 하여 교구청에 부탁드려서 세례 대장을 찾았다. 비오! 세례 대장을 보여 주니 맞다고 하면서 감사하다고 하였다.호스피스에 봉사해주시는 공한영 신부님께 부탁드려 경건하게 병자성사를 받도록 하였다. 봉사자들이 꽃다발과 루르드 기적수도 가져와서 치유되도록 간절히 기도하였다. 제일 보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병자성사 때 오면 좋을 것 같았고 그를 기쁘게 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암 수술 후 아빠가 아들을 위하여 전원주택으로 옮겨 강아지를 키우도록 사 주었는데 늘 그 개(멍이)와 대화하고 함께 산책했다며 그 친구가 제일 보고 싶다고 하였다.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멍이 사진을 몇 장 받았다. 호스피스 복지사가 그 사진을 인화해서 비오 곁에 걸어두었더니 무척 좋아했다. 봉사자들의 기도와 축하 속에 홍비오가 신부님 기도를 받을 때 주모경을 줄줄 외워서 더욱 놀라고 감사하였다. 그 후 비오님이 선종 준비를 더 잘하도록 서울 성모병원에서 말기 암이었는데 치유가 되어 사제품을 받으신 윤성규 바오로 신부님께 부탁드려 기도를 받기도 하였다. 또한, 수도 공동체에서도 기도해 주었다. 멍이가 지켜보는 8월 8일 새벽에 홍비오님은 하느님 품에 안기셨다.가족 중에 신자가 없었지만, 부모님은 비오가 하늘나라를 미리 준비했다며 대견해 했다. 비오를 위하여 장례 미사를 봉헌했고 봉사자들이 많이 참석하여 비오 부모님이 많은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고향에 선산이 있지만, 부모님이 원하여 천주교 안동교구 봉안 경당에 안치했다. 기도해 주어 감사하다고 했다.그해 가을 봉사자와 함께 군위에 사는 비오님 어머니를 방문했다. 아들 잃은 아픔을 함께 나누며 담소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어머니는 무척 반가워하시며 봉사자들을 위하여 약밥을 준비해 주었다. 잘 꾸며진 정원에 곱게 핀 코스모스와 멍이를 보니 비오를 더욱 생각나게 하여 콧잔등이 시큰하였다.떠나는 모습은 사람마다 달랐다.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분, 죽는 것이 억울해 고함치시는 분, 늦게나마 세례와 병자성사를 받고 편안하게 가시는 분, 오랜 냉담 후 호스피스 병동에서 고해성사를 보고 삶을 정리한 후 가볍게 죽음을 잘 맞이하시는 분도 있지만, 가족과 가슴 깊이 맺힌 응어리를 끝내 풀지 못하고 상처를 안고 가거나, 주고 가는 분 등 여러 모습을 지켜보았다. 부활을 희망하면서 모두 언젠가 우리에게 다가올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스승처럼 깨달음을 주고 갔다.어느 날 의료원 이윤식 원장님(개신교)께서 두봉 주교님을 초청할 수 있느냐고 물으셨다. 코로나 전담 병원이 된 후 호스피스 환자와 코로나 환자는 물론 지쳐가는 직원들을 위하여 축복의 기도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두봉 주교님께 부탁드렸더니 92세의 연세에도 흔쾌히 허락하셨다. 2020년 10월 30일 두봉 주교님께서 호스피스 환우들과 코로나 병동을 순회하시며 환우들과 직원들을 위하여 간절한 기도를 해 주시고 위로와 축복의 말씀을 해 주셨다. 그 후 코로나 확산으로 현재까지 호스피스 봉사가 중단되었다. 떠나시는 분들이 편안히 눈감을 수 있도록 따뜻하게 손잡고 기도해 주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가정에서나 병원에서 호스피스 의미를 알고 죽음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 안동교구에는 병원전담 사목부가 없기에, 그동안 환자에 따라서 어느 성당의 신부님이시든 급하게 부탁드려도 달려와 주신 신부님들이 참 고마웠다.잘 사는 것이 잘 죽는 것임을 체험하게 해 준 호스피스 봉사를 새롭게 떠올리며 부활이며 생명이신 하느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cpbc2022.02.23

신자들의 삶에 와 닿는 사목적 성경 주석서 나와길 진리 생명 해설 성경-지혜문학편 / 안소근 수녀 편역 / 바오로딸·성바오로출판사 “성경을 사랑하십시오. 그러면 지혜가 그대를 사랑할 것입니다. 성경을 사랑하십시오. 그러면 성경이 그대를 보호해 줄 것입니다.”(성 예로니모)성 예로니모가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라고 한 것처럼 성경만큼 그리스도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책은 없다. 성바오로·바오로딸출판사가 올해 11월부터 시작되는 ‘성경의 해’를 맞아 사목적 성경 해설서 「길 진리 생명 해설 성경」(지혜문학 편)을 공동 출간했다. 전 세계 바오로 가족 수도회는 창립자 복자 야고보 알베리오네 신부 축일을 맞아 올해 11월부터 한 해 동안 성경의 해를 보낸다.성경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개인의 온전한 참여가 요구된다. ‘지성’으로만 진리를 이해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으며, ‘의지’와 ‘마음’을 다해 하느님과의 일치를 이루며 성장해가야 한다. 「길 진리 생명 해설 성경」은 영성신학적(길)ㆍ성서학적(진리)ㆍ전례적(생명) 해설로, 그리스도인들이 무엇을 알아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하느님과 일치를 이룰 것인가를 주석으로 알기 쉽게 다뤘다. 책 제목은 자신을 스스로 길·진리·생명으로 정의하신 예수님의 말씀(요한 14,6 참조)을 빌렸다.2005년 이탈리아 성바오로출판사에서 출간한 성경 주석서로, 성서학자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책을 우리말로 소개했다. 성서학 박사 안소근(성도미니코선교수녀회) 수녀가 편집ㆍ번역을, 김태훈(성바오로수도회) 신부가 총 기획을 맡았다. 지혜문학 편에는 구약성경 입문과 지혜문학(욥기, 시편, 잠언, 코헬렛, 아가, 지혜서, 집회서)을 실었다. 오는 11월에는 신약성경 편을 출간할 계획이다. 성바오로수도회 한국관구장 황인수 신부는 “성서학자들에게는 너무 쉬운 주석이지만, 신자들에게는 대중적이고 삶의 체험 영역까지 가 닿을 수 있는 차원의 성경 주석서가 필요하다”며 “한국 교회에 꼭 필요한 사목적 성경 해설”이라고 말했다.두 출판사는 영성신학적ㆍ성서학적ㆍ전례적 해설을 바탕으로 성경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창립자 복자 야고보 알베리오네 신부 축일(11월 26일) 즈음해 북 콘서트도 열 계획이다.한편, 지난 대림 제1주일부터 2020년 9월 30일까지는 가톨릭 성서사도직 국제기구인 가톨릭성서연합(CBF)이 정한 ‘성경의 해’다. 이지혜 기자 cpbc2020.05.06

메마른 땅 광야에서 만난 하느님[미카엘의 순례일기] (9)4일간 머문 광야 재의 수요일을 지나,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40일간 주님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하고, 영광스러운 부활을 준비하는 시기 말이지요. 교회 안에서 ‘40’은 거룩하고 완전한 숫자 중 하나입니다. 40일간의 홍수, 광야에서의 40년, 십계명을 받기 전 40일, 다윗과 솔로몬의 통치기간 40년, 세례를 받고 광야에서 기도하셨던 주님의 40일, 그리고 주님께서 부활하신 뒤 승천하실 때까지의 40일…. 이러한 의미를 기념하며 교회는 사순절을 제정했고, 초대 교회 때부터 신자들은 이 기간에 단식, 기도, 고독을 실천했습니다. 덕분에 매년 이맘때면 이스라엘에는 순례자들이 가득 모여듭니다. 베들레헴에서 예루살렘까지, 주님의 발걸음이 남은 곳에는 어김없이 그들의 기도가 쌓여갑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광야는 수많은 순례자에게 잊을 수 없는 장소로 꼽히곤 합니다.사실 이스라엘은 영 볼거리가 없는 나라입니다. 점령 지역을 다 합쳐도 우리나라의 1/3밖에 되지 않는 데다가, 그조차도 절반 이상이 사막과 광야로 이루어져 경작이 불가능합니다. 나머지 절반도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금수강산에 비하면 초라할 따름이지요. 유럽처럼 아름답고 웅장한 성당들을 상상하거나, 갈릴래아 호수의 눈부신 절경을 기대한다면 크게 실망해 돌아갈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곳에는 없고 오직 이스라엘에만 있는 것, 그것을 단 하나만 꼽아야 한다면, 아마도 ‘광야’일 것입니다. 그런데 대체 이 ‘광야’란 무엇일까요?성경 안에서 그토록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 광야라는 장소는 동북아시아의 한반도에서 나고 자란 우리에게는 낯선 개념입니다. 흔히 사막과 혼동하기도 하는데, 둘은 전혀 다릅니다. 비록 사람이 살거나 농사를 지을 수는 없는 척박한 환경이지만 드물게 물이 흐르는 계곡도 있고, 날카롭게 조각난 돌밭 사이로 자라는 풀을 뜯어 먹는 양떼를 볼 수도 있지요. 한때 수백 개의 수도원이 그곳에 세워졌으며, 그중 일부는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이렇듯 광야는 결코 완전한 절망이 아닙니다. 오히려 작지만 소중한 희망에 가깝습니다. 성경 속의 ‘광야’도 실은 이와 같습니다. 구약 성경에서 광야는 씨를 뿌리지 못하는 메마른 땅으로 악귀와 맹수의 위험에 노출된 광활한 공간이자, 풍요의 상징인 에덴동산과 대조를 이루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를 떠돌고 나서야 하느님을 만날 수 있었고, 예수님께서도 공생활을 준비하기 위해 광야를 선택하셨습니다. 다시 말해 광야는 우리를 정화(준비)시켜, 하느님의 참사랑과 구원의 의지를 몸소 체험하게 만드는 장소라고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한 번은 광야에서 4일을 지내고 싶다는 순례단의 요청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일정상 그곳에 오래 머무는 경우가 드문 일입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저녁에 숙소로 돌아올 때까지 광야에서만 시간을 보내기로 했지요. 첫날 오전에는 들뜬 마음으로 산책하듯 사진도 찍고 담소도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끝없이 펼쳐지는 똑같은 풍경에 사진은 의미가 없어졌고, 입을 뗄 기력도 없어 조각난 돌들이 신발 밑창에 부딪히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어떤 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는 미사 시간조차 너무나 길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4일을 고행처럼 보내고, 늦은 밤 순례단이 호텔 구석에 모였습니다. 모두 입을 모아 피곤을 토로했습니다. 솔직히 숙소에서 쉬고 싶었는데 차마 말을 못했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핸드폰이 무거워 던질 뻔했다는 분도 계셨습니다.(광야를 걷다 보면 정말 육신을 제외한 모든 것이, 어쩌면 육신까지도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곤 하니 마냥 웃을 일만은 아닙니다) 그렇게 모두 육체와 정신의 피로를 호소하던 도중, 연세가 가장 많으셨던 자매님께서 말씀하신 한마디가 저의 기억에 오래 남았습니다.“광야에서는 평생 제가 소중히 여겼던 이 세상의 어떤 것도 가치가 없었어요. 오직 하느님만이 저의 기댈 곳이었고, 희망이었지요.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답니다.”성경 속 광야에도, 이스라엘의 광야에도 분명 위험과 죽음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단 광야에서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일상을 보내는 지금 여기, 세속의 온갖 유혹과 죽음의 공포를 맞닥뜨리며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광야의 고행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광야에서 사는 이스라엘 백성이며, 그래서 쉼 없이 하느님을 찾아야 합니다. 죽음의 광야에서 살 것인지, 생명의 광야에서 살 것인지는 오직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을 뿐입니다. 김원창(미카엘, 가톨릭 성지순례 전문가) 평화신문2021.03.03
![[서종빈 평화칼럼] 삶과 죽음은 하나입니다](//cpbc.co.kr/CMS/newspaper/2021/11/rc/812558_1.1_titleImage_1.jpg)
[서종빈 평화칼럼] 삶과 죽음은 하나입니다서종빈 대건 안드레아(보도국장) 2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을 기억하고 기도하는 위령 성월을 맞았다. 우리 속담에 “저승이 멀다더니 대문 밖이 저승”이라는 말이 있다. 거리 두기와 격리가 일상화된 지금, 말 그대로 대문 밖이 저승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꼭 전염병이 아니더라도 죽음은 어느 순간 느닷없이 우리 곁에 다가온다. 삶과 죽음의 거리는 가까워졌지만, 아직도 죽지 않고 부귀와 영화만을 누리려고 사력을 다한다. 재력과 권력이 죽음을 유예시킬 수는 없다. 부동산과 주식 투자의 광풍이 점점 거세지고 대선을 앞두고 치열한 권력 다툼과 경쟁이 일어나고 있지만 죽음 앞에선 모두가 사상누각이요, 풍전등화이다. 장생불사를 꿈꾸며 불로초를 찾던 진시황도 결국은 수레를 타고 전국을 순행하던 중 부패한 시신으로 생을 마감하지 않았던가?삶과 죽음은 나누어지지 않고 하나로 연결돼 있다. 이승에서의 슬픔과 고통이 용서와 사랑으로 정화되면 그 영혼은 저승에서 구원되고 영롱하게 빛난다. 반대로 이승에서 욕망과 탐욕으로 타인을 짓밟고 그 결과로 부귀영화만을 누렸다면 저승에서 그 영혼은 헐벗고 버림받고 가난하게 될 것이다. 이승에서의 삶의 궤적이 저승의 삶을 예고하고 보장받는다. 하느님의 은총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그렇다면 어떤 죽음이 가치 있는 죽음이고 어떻게 죽어야 삶을 아름답게 완성하는 것일까? 대구대교구 성직자 묘지 입구 빨간색 벽돌 기둥에는 이런 라틴어 경구가 새겨져 있다. “호디에 미히, 크라스 티비(Hodie mihi, Cras tibi)”,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란 뜻이다. “오늘은 나에게 죽음이 찾아왔지만, 내일은 너에게 찾아올 수 있다, 그러니 준비하라”는 의미이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이다. 이승의 삶에 교만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겸손하라는 의미이다. 그동안 우리는 죽음에 대해 불결하고 부정한 것,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것으로 애써 외면하고 마치 나에겐 죽음의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착각하며 살아왔다.10년 전 10월 하늘나라로 떠난 애플사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던 2005년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곧 죽을 것이라는 생각은 제가 인생의 큰 결정들을 내리는 데 가장 중요한 도구였습니다. 외부의 기대들, 자부심, 좌절과 실패의 두려움, 그런 것들은 죽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여러분의 시간은 한정돼 있습니다. 시간을 허비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라가는 용기를 가지십시오.”이승을 마감하고 죽음으로 가는 저승, 하늘나라에도 내일은 있고 꽃은 피고 지고 곱게 물든 단풍과 퇴색한 낙엽은 나뒹굴 것이다. 이승에서 온전히 생명을 나누고 자연과 하나 되는 죽음을 기억하고 준비하는 것! 이는 나를 사랑하는 것이고 나와 다음 세대가 가야 할 길이다. 성경 창세기에 이런 말씀이 있다. “너는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양식을 먹을 수 있으리라.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창세 3,19)위령 성월을 맞아 나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하늘나라에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고 어떻게 준비할래?” “네, 연옥 방송국이나 천국 방송국의 기자로 하늘나라를 취재해 이승에 뉴스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준비는 하느님의 면접을 통과하기 위해 이승에서 하느님 보시기에 흡족한 기자로 열심히 천상의 양식을 보도하겠습니다.” 이승에서 수행하고 있는 소명, 저승에서도 이루어지길…. 겸손되이 다짐하고 노력할 뿐이다. cpbc2021.11.03

슈워제네거, 미국 의회 난입 사태 비판영화 ‘터미네이터’ 주연, 신앙 고백하며 타인 섬기는 자세 강조 SNS 동영상을 통해 미국 의사당 난입 사태를 비판하는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워제네거. 영화 ‘터미네이터’ 주연 배우이자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낸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자신의 가톨릭 신앙을 고백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난동을 비판해 눈길을 끈다. 슈워제네거는 10일 트위터 영상 메시지를 통해 “선출직 공직자는 군림하려 들면 안 되고, 국민을 섬기는 공복(公僕)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이 주장과 관련된 성경 구절과 자신의 신앙에 대해 언급했다. “나는 가톨릭 환경에서 자라고, 가톨릭 학교에 다녔다. 성경과 교리도 배웠다. 오늘의 상황(의회 난입 사태에 따른 사회적 충격)과 관련해 그때 배운 성경 한 구절이 떠오른다. ‘공복의 마음’, 높은 사람이 되려면 자신이 아니라 타인을 섬겨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공직자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공복의 자세다.”그가 성경 구절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20,26)로 추정된다. 이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가 예루살렘에 입성하기 직전 제자들에게 전해준 가르침이다. 예수는 제베대오의 두 아들의 어머니가 자식들의 출세를 청탁하는 것을 물리치고 나서 제자들을 불러 말했다.“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마태 20,25-27)슈워제네거의 세례명은 알로이시오다. 1947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그는 군 복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 정치적 성향은 중도 우파 공화당원이다. 그럼에도 그는 이번 의회 폭동을 독일 나치의 만행인 ‘수정의 밤’(Kristallnacht) 사건에 빗대 비판했다. 그는 “나치와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 백인우월주의 극우단체)는 다를 게 없다”며 의회 폭동이 발생한 6일을 ‘미국판 수정의 밤’이라고 칭했다. 수정의 밤은 1938년 나치 돌격대와 독일인들이 유다인 상점과 회당을 공격해 초토화시킨 사건이다. 그날 밤 유다인 상점의 깨진 유리 파편이 길바닥에서 수정처럼 반짝였다고 해서 ‘깨진 유리의 밤’이라고도 불린다. 역사는 이 사건을 나치의 유다인 600만 명 학살의 시발점으로 평가한다. 슈워제네거는 “폭도들은 의사당 유리창만 깨뜨린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당연시하는 신념까지 산산조각냈다. 그들은 미국 민주주의 전당뿐 아니라 미국 건국의 원칙까지 짓밟았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을 “역대 최악의 대통령으로 남을 실패한 리더”라고 비난했다. 슈워제네거는 이어 미국 최초의 가톨릭 대통령인 존 F. 케네디가 쓴 「용기 있는 사람들」을 언급했다. 이 책은 당리당략을 떠나 자신이 옳다고 믿는 정치 이념을 용기 있게 실천한 미국 정치가 8명의 업적을 기술한 것이다. “공화당원, 민주당원을 떠나 미국인으로서 이 비극을 치유해야 한다. 어느 당을 지지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나와 함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 외치자. ‘우리의 대통령으로서 대성공을 거두길 바랍니다. 당신이 우리와 함께 가려 하듯 우리도 마음을 다해 당신을 지지하겠습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평화신문2021.01.19

여성 신자, 정책 결정에 참여 원한다의정부평협 여성분과, 여성 신자에 관한 실태 및 의식 조사 의정부교구 여성 신자들은 본당과 교구 안에서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리더 역할을 하는 데 바탕이 되는 교육과 양성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여성분과가 실시한 ‘2021년 의정부교구 여성 신자에 관한 실태 및 의식 조사’에 따르면 교구 여성 신자들은 여성분과가 ‘여성 평신도 지도자 양성을 위한 교육과 프로그램을 제공’(49.4%)하고 ‘여성 신자들이 교회 내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43.8%)하며, 억압받고 소외된 여성들을 지원하고 연대하는 활동(40.4%)을 해 나가기를 바랐다. 평협 여성분과에서 우선 추진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교육으로는 ‘여성 신자를 위한 기초 교리, 성경 이해 등 기본 신앙 교육’(45.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여성 신자 리더십, 관계성 훈련’(29.9%), ‘여성들의 생태적 삶을 위한 생태 영성과 환경실천 교육’(27.0%) 순이었다. 여성들의 교회 활동 증진을 위해 무엇이 먼저 변해야 하는지를 묻는 문항에는 ‘사제와 신자 사이의 의사소통 기능 강화’(37.6%), ‘사제들의 권위적 태도와 가부장적 의식 변화’(36.9%)라고 답한 신자들이 많았다. 교회 안에서 다양한 직분을 맡는 여성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한다는 긍정 비율이 70~80%로 높게 나타났다. 교회 내에서 여성 신자들이 활동하는 데 느끼는 어려움으로는 ‘전업주부를 주요 대상으로 진행되는 신앙활동’(40.4%)이라고 가장 많이 답했다. 이어 ‘주방일, 보조적 역할 등 고정된 성 역할 요구’(33.6%), ‘가부장적 남성 위주의 교회 문화와 정서’(25.2%) 순이었다. 조사 결과는 11월 20일 교구 여성분과가 온라인으로 주최한 세미나에서 발표됐다. 교구 여성분과는 2019년 교구에 평신도사도직협회가 출범하고 산하 분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여성분과의 역할과 활동 방향을 정립하기 위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우리신학연구소 주관으로 이뤄진 설문 조사는 9월 23~10월 6일 2주간 온라인을 통해 진행됐으며 분석 결과는 설문에 참여한 여성 신자 1940명의 응답을 바탕으로 했다. 응답자의 연령대 비율은 60대가 36.8%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31.7%를 차지했다. 20~30대 응답자는 6.5%에 그쳐 조사 결과가 교구 내 여성 전체를 대표하기보다는 현재 교회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50~60대의 주된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20~30대 여성 신자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숙제로 남았다.이와 함께 20~30대, 40~50대, 60대 이상 여성 신자가 처한 현실과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는 점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20~30대 여성 신자는 성 평등 인식을 강하게 드러내며 교회 문화에 비판적이었다. 40~50대는 낀 세대로서 사회와 교회 안에서 부담감과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60대 이상은 교회 전통 가르침이나 여성관 모두 기존 인식에 익숙해 성 평등 문화에 대한 관심이 낮았다. 우리신학연구소는 이번 설문조사를 △2013 천주교 의정부교구 신자들의 신앙의식과 신앙생활 △여성 신자들의 건강한 신앙생활을 위한 설문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2020년 가족실태조사 결과와도 비교하며 “의정부교구 여성 신자의 세대 차이는 사회적 수준이나 한국천주교회 상황보다도 세대별 격차가 더 두드러지게 드러난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미영(발비나) 소장은 “의정부교구 젊은 여성 세대는 사회적 수준보다 더 진보적 의식이 강하고, 고령층 여성은 전통적 인식이 두드러진다”면서 “교회 안에서 ‘여성 신자’라고 할 때 떠오르고 기대하는 봉사하는 가정주부 이미지 외에 다양한 역할과 활동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가는 것이 평협 여성분과에 주어진 과제”라고 말했다. 교구 여성분과 이희(루시아) 분과장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시급히 요청되는 다양한 기대와 신앙적 갈망에 대한 목소리를 듣게 돼 의미있었다”면서 “교회 구성원이지만 신앙적 성장의 기회와 돌봄에서 소외됐던 여성 신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교구 선교사목국장 이재화 신부는 “교회 안에서 여성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교구 여성분과는 교회 내 활동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연대하는 방안을 찾고, 우리 사회가 고민하는 여성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데 힘써달라”고 제안했다.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cpbc2021.12.01
‘진정한 쉼’을 위한 안내서 내 안의 휴식처 자카리아스 하이에스 지음ㆍ황미하 옮김 / 바오로딸진정한 휴식처는 온전히 쉴 수 있고, 사랑으로 환대받고 받아들여지는 장소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자주 이동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무너지지 않는 휴식처가 있을까? 성 베네딕도회 뮌스터슈바르작수도원 소속 사제로, 종교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자카리아스 하이에스 신부가 휴식처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휴식처로 나아가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자신 안에서 휴식처를 발견한 성인들의 삶을 살펴본다. 성경 속 인물 아브라함과 모세, 예수와 더불어 누르시아의 성 베네딕토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성 니콜라오 데 플뤼에 등을 소개한다. 이들은 자신의 고유한 삶의 방식과 태도로 시련을 겪지만, 자기 안의 휴식처를 발견하고 삶에서 자유와 온유, 겸손과 사랑을 체험한다. 2장에서는 ‘침묵하기’ ‘의식하며 숨쉬기’ ‘맨발로 걷기’ 등 온전한 휴식처를 발견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결국 자신의 몸과 영혼을 잘 돌보는 것 안에 진정한 쉼이 있고, 그 몸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만나도록 일깨운다. 하이에스 신부는 “우리가 자기 자신 안에서 집처럼 편안히 있으려면 하느님의 자애로운 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자기 자신에 대해, 자신의 그림자, 과오, 거듭되는 실수에도 절망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이지혜 기자 평화신문2021.05.19

인천교구 설정 60주년 맞이, 소공동체 모임 나눔 교재 발간 미래사목연구소(소장 김상인 신부)는 인천교구 설정 60주년을 맞아 소공동체(구역ㆍ반) 모임에서 사용할 나눔 교재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시편 27,1)」을 펴냈다. 소공동체 지도자와 반원이 나눔을 통해 삶 안에서 우리와 언제나 함께 걸어오신 하느님을 만나고, 함께 성장해 건강한 신앙관을 가지도록 돕기 위해서다. 본 교재는 미래사목연구소가 20년간 발간한 소공동체 교재 「나의 신앙 우리 공동체」를 토대로 가톨릭교회 교리서 순서에 따라 집필됐다. 내용은 총 10과로 구성됐다. △신앙의 텃밭 △올바른 믿음 △나의 삶 속 신앙고백 △창조질서와 원축복 △파스카, 하느님의 이끄심과 소명 △참행복의 의미 △나의 은사는? △인류의 빛인 가톨릭교회 △전하지 않을 수 없는 기쁜 소식 △감사하며 기억해야 할 것들이다. 각 과는 교리의 단순한 나열이 아닌 다양한 시각 자료와 성경 말씀, 교회 문헌 등을 읽고 스스로 생각하고 나눌 수 있도록 짜여있다. 먼저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나누는 ‘예비 나눔’, 가톨릭교회 교리와 성경 말씀을 통해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성찰하고 나누는 ‘본 나눔’, 교리학습과 나눔을 통해 얻은 것을 마음에 새겨 살아가기를 다짐하는 ‘갈무리하기’로 이뤄졌다. 또한, 각 과 끝에는 인천감목대리구 대목구 승격과 인천가톨릭대학교 설립, 성모당 봉헌 미사 등 교구 60년사 주요 장면을 부록으로 실었다. 미래사목연구소는 코로나19로 인해 소공동체 모임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교재를 이용한 비대면 교육이 가능하도록 유튜브 영상 강의를 제공한다. 영상에는 성찰에 도움이 되도록 나눔 주제에 맞는 예시를 넣었다. 강의는 2월부터 매달 1과씩 ‘미래사목연구소’ 채널에 올라올 계획이다. 미래사목연구소 측은 “교재를 통해 인천교구 신자만이 아니라 전국 많은 신자가 삶 안에서 언제나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 하느님의 은총을 풍성히 받아 누리기를 기도한다”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얻은 보물을 잘 간직하고, 그 보물을 가진 기쁨에 찬 신앙인은 풍랑이 밀려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신앙생활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시편 27,1)」은 지도자용ㆍ반원용 두 가지로 출간됐다. 가격은 각각 7000원ㆍ5000원.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평화신문2021.03.24
![[떠나자! 파울리타 수녀의 유익한 교리여행] (50) 여행지: 가상 칠언(架上七言)](//cpbc.co.kr/CMS/newspaper/2022/03/rc/821201_1.2_titleImage_1.jpg)
[떠나자! 파울리타 수녀의 유익한 교리여행] (50) 여행지: 가상 칠언(架上七言)마리 파울리타 수녀 (노틀담 수녀회 교리교재 연구소) 예수님 생애에 관한 기록인 복음서는 복음사가의 의도에 따라 다르게 서술되어 나옵니다. 네 복음서를 종합해 보면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실 때 남기신 말씀은 모두 일곱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 말씀을 ‘가상 칠언’(架上七言)이라고 합니다. 이 말씀은 사람이 죽기 전에 남기는 유언(遺言)에 해당하기에, 그 사람의 진정성을 대변하는 말이며, 평소의 사상이나 이념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살아남아 있는 이들에 대한 부탁의 말씀도 담고 있습니다. 사순 제5주일을 맞이하여 예수님의 이 일곱 말씀을 알아보고, 이를 묵상하며 마음에 새기면서 주님과 일치하는 은총의 시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럼 ‘가상 칠언’으로 퀴즈 여행을 떠나볼까요?퀴즈여행 ‘가상 칠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1. 아버지, 저들을 □□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 2. 너는 오늘 나와 함께 □□에 있을 것이다.(루카 23,43)3.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입니다. 이분이 네 □□□이시다.(요한 19,26-27) 4.저의 □□□,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태 27,46; 마르 15,34) 5. □마르다.(요한 19,28) 6. □ 이루어졌다.(요한 19,30) 7. 제 영을 □□□ 손에 맡깁니다.(루카 23,46) (정답은 ‘가이드 설명’에서 확인하십시오) 가이드 설명1. 용서의 극치 예수님께서는 두 죄수와 함께 골고타 언덕으로 끌려와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습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을 가르치셨을 때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마태 5,44)고 하셨으며, 베드로가 몇 번이나 형제의 죄를 용서해 주어야 하는지 물었을 때,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마태 18,22)고 말씀하셨지요. 당신은 십자가에 못 박히시면서 인간이 겪는 극도의 배반감과 고통 중에서도 이 말씀을 실천하십니다. 2. 천국을 훔친 우도 예수님과 함께 두 죄수도 십자가 위에 매달리게 되었습니다. 죄수 하나는 예수님을 조롱하며 모독하였지만, 다른 하나는 그를 꾸짖으며,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 당신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루카 23,42)라고 예수님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였지요. 이에 예수님은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루카 23,43)라고 응답하십니다. 즉 이 죄수는 첫 사람의 원죄로 인해 닫힌 천국(하느님 나라)의 문을 예수님과 함께 처음으로 들어간 행운을 얻었지요. 이 우도(右盜)가 성 디스마(또는 성 라트로)로, 축일은 3월 25일입니다. 3. 교회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는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와 예수님을 따르던 몇 명의 여인들과 제자 요한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머니에게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라고, 이어서 그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6-27)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마리아를 요한의 어머니로 주셨는데, 이때 요한은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제자들을 대표하는 이였기에, 마리아는 예수님의 어머니만이 아닌 교회의 어머니가 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어머니를 우리에게 주셨기에, 우리가 마리아를 우리의 어머니로 공경하는 것이 예수님의 뜻이지요. 4. 참 인간이신 예수님 예수님께서는 고통 중에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 하고 부르짖었습니다. 이 언어는 예수님께서 평소에 사용하시는 아람어인데,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라는 뜻이지요.(마태 27,46) 이 말씀은 구약(시편 22,2)을 인용한 것인데, 사랑하는 제자들로부터의 배신뿐 아니라, 사랑하는 성부에게 배척받는 비통의 울부짖음이자 절망의 절규입니다. 성부께서는 성자가 완전한 자유 의지로 구원 사업에 참여하기를 바라셨기에 철저한 고독을 허락하셨지요. 그리고 예수님의 이런 절규는 성부께 대한 완전한 신뢰 및 확고부동한 신앙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5. 사랑에 목마르신 예수님 예수님께서는 이미 모든 일이 다 이루어졌음을 아셨기에, 성경 말씀(시편 69,22; 22,16)이 이루어지게 하시려고, “목마르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요한 19,28) 이는 예수님의 육신의 목마름을 넘어 우리 영혼의 구원을 위해 갈증을 느끼시는 예수님의 영적인 목마름을 말합니다. 예수님은 지금까지 받으신 수난과 고통으로 인류에 대한 당신 사랑을 보여주고 계시지만, 아직 우리 인간에 대한 사랑은 한계를 모르시지요. 당신의 이런 목마름으로 예수님께서는 사마리아의 우물가에서 만난 여인에게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생수를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요한 4,14)6. 구속의 완성 목마르신 예수님께서는 신포도주를 드신 다음에, “다 이루어졌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요한 19,30) 예수님의 강생으로 지상에 시작된 인간 구원 사업이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으로 완성되었다는 뜻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천지 창조 때부터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셨지만, 첫 사람의 죄(교만)로 우리는 그것을 잃어버렸지요.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습니다.”(요한 3,16) 예수님의 십자가상 희생으로 우리가 죄와 죽음에서 해방되어 영원한 생명으로 넘어가는 파스카 신비가 이루어졌습니다. 구약의 파스카가 신약의 파스카로서 완성되었습니다. 7. 성부께 대한 완전한 신뢰 마지막으로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라고 시편 말씀(31,6)으로 기도하신 후 숨을 거두셨습니다.(루카 23,46) 성부에게서 나온 성자 예수님은 성부 하느님에게 자신의 영혼을 맡기며 성부께로 돌아가십니다. 예수님은 죽음의 마지막 순간만이 아니라, 처음부터 아버지와 일치하며 아버지께 의탁하는 삶을 사셨지요. 우리 또한 성부 하느님으로부터 났으며,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도 성부 하느님 품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여행옵션 : 겟세마니대성당(이스라엘)최후의 만찬을 마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니로 기도하러 가셨다. 겟세마니 동산은 구 예루살렘의 키드론 골짜기 건너편(요한 18,1), 올리브산 서쪽 아래 베타니아쪽 길가에 위치한다. 이곳에서 예수님께서는 공포와 번민에 싸여 밤새워 성부께 기도하셨다.(마태 26,36-46; 마르 14,32-42) 이곳에 겟세마니대성당이 건축되었는데(1924년), 예루살렘의 성당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성당이다. ‘주님의 고뇌 기념 성당’ 또는 여러 나라에서 기금을 모아서 지었다고 해서 ‘모든 민족의 성당’이라고 한다. 제대 앞에 놓인 큰 바위는 예수님께서 엎드려 기도하신 바위를 상징하고 있다. 여행 기념품정원에는 아주 오래된 여덟 그루의 올리브 나무가 있는데, 2000년 이상이나 되었다고 한다. 이 나무들은 예수님이 피땀 흘리며 기도하신 장면을 기억할지 모른다. 이곳은 유다의 배반으로 예수님이 체포되신 장소이기도 하다.예수님께서 우리 인간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시고 아낌없이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내어주셨습니다. 인간 구원을 위한 당신 사명을 위해 3년이 채 안 되는 공생활을 활활 불사르며 사셨지요. 가상 칠언(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기 전에 남기신 마지막 일곱 말씀) 중 가장 마음에 와 닿은 말씀은 무엇인가요? 현재 나의 삶의 현장에서 어떻게 그 말씀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마리 파울리타 수녀 (노틀담 수녀회 교리교재 연구소) cpbc2022.03.30

재소자들 돌본 30년...내 영혼 일깨운 시간사순에 만난 사람 (3) 재소자들 위해 30년 봉사한 박영희씨 박영희씨. 한 사람의 30년 인생을 만났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크고 작은 파도를 넘어야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기쁨과 행복을 동력으로 삼아 거친 바다를 헤쳐나갔다. 재소자들을 위해 30년을 살아온 박영희(젬마, 72, 전주교구 송천동본당)씨 이야기다. 30년의 인생을 만나기에 3시간이라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그는 30년을 3시간 안에 차곡차곡 담아냈다. 사순 제5주일, 30년간 ‘선한 일’을 해 온 박영희씨를 소개한다. 부드러움 속에 공존하는 강인함박영희씨를 만나러 전북 전주에 있는 그의 집을 찾아갔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현관 문앞에 나와 반갑게 기자를 맞아주는 박씨. 그의 얼굴에서 보이는 미소는 부드러우면서도 왠지 모를 강인함이 느껴졌다. 박씨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안 곳곳에 놓인 성물, 거실 한 편에 마련된 작은 책상 위에 올려놓은 성경, 묵주, 초는 그의 일상이 어떤지, 또 그의 신앙생활은 어떤지 말해주고 있었다. “오신다고 해서 자료들을 좀 찾아놨어요.” 박씨가 종교위원 위촉장, 재소자들과 주고받은 편지들을 두 손 가득 들고 왔다. “육체적으로 운동하지 않으면 육체가 무너지듯이 영혼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영혼도 운동하지 않으면 잠들어버리거든요. 저는 교도소가 저를 영적인 운동을 시켰다고 생각해요.” 자료들을 식탁 위에 올려놓은 박씨가 재소자들을 위해 살아온 그의 30년 인생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교정사목에 발을 들이다박씨가 재소자들을 위해 봉사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다. 송천동본당의 한 신자가 돌보던 무기수의 자녀들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렇게 들어가게 된 전주교도소에서 박씨는 한 무기수를 만났다. 무기수는 자신이 수용된 곳 주변에서 거처를 옮겨가며 옥바라지를 하던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박씨에게 털어놨다. “무기수가 이야기를 하는데 제가 엄청 울었어요. 그 사람이 울면서 어머니 이야기를 했는데 ‘불효자는 웁니다’ 노래를 부르더라고요. 제가 3개월을 그 사람을 만나며 울었어요. 너무 가슴 아파서요. 그렇게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이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박씨는 그 후 전주교도소 교화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던 유양자(78, 율리안나)씨의 도움을 받아 본격적으로 봉사에 뛰어들었다. “신나서 일하는 사람이 있고 억지로 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저는 신나서 했어요. 기쁘고 힘이 났어요.” 그가 재소자들에게 온 마음을 다할 수 있었던 이유다.재소자들의 마음에 귀 기울이다박씨는 전주교도소 교화위원들의 모임인 ‘정심회’에서 활동했다. 무기수와 무연고자가 대상이었다. 박씨는 재소자들을 만나러 갈 때 그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해갔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저는 항상 사람이 좋았어요. 재소자들이 전혀 무섭지 않았어요.” 사람을 좋아했기에 박씨는 마음을 열고 재소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그 자리에 안 가죠. 이해할 준비가 돼 있으니까 저에게 털어놓으라고 하죠. 털어내고 살라고 하는 마음으로 가죠.” 그렇게 박씨가 관계를 맺은 재소자만 수십 명. 그러다 보니 많은 재소자가 박씨에게 감사 편지를 보내왔다. “교도소 안에서 일해서 번 돈 7000원을 보내온 사람도 있어요. 얼마나 감사한지요. 그 사람들에게 7000원은 70만 원과 같아요. 안에서 휴지도 눈치 보고 빌려 쓰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돈을 간직하고 있어요. 귀한 돈을 받았다는 생각에서요.”박씨는 재소자들의 이야기에만 귀 기울인 것이 아니라 물질적으로도 그들을 도왔다. 영치금을 넣어주기도 했고 출소한 사람들을 자신의 집에서 지내도록 하기도 했다. 그들이 정부로부터 생계비를 받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박씨는 30년간 그들을 위해 산 것이나 다름없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의 진실을 밝히다1999년 2월 6일 오전 4시. 전북 완주군 삼례읍의 나라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 잠을 자고 있던 할머니를 살해하고 현금과 패물을 들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한다. 이후 같은 동네에 살던 스무 살 안팎의 청년이었던 임명선, 최대열, 강인구씨가 체포돼 강도치사 혐의로 징역 3~6년을 선고받는다. 당시 교화위원으로 활동하던 박씨는 교도소 안에서 임명선씨를 만났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앞뒤가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들은 이야기를 집에 와서 적은 후 범죄 현장을 찾아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6개월을 다니다 보니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박씨는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임명선, 최대열, 강인구씨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그들의 가족과 피해자 가족을 만나고 경찰서와 검찰, 법원을 오간 끝에 경찰의 강압적이고 부실한 수사였음을 밝혀내고 그들의 무죄를 입증해냈다. 이후 진범이 따로 있다는 제보가 있었고 마침내 2016년 10월 재심에서 임명선, 최대열, 강인구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덮으려고 애를 쓸수록 밑에서 올라오려는 힘은 세지는 거 같아요.” 삼례 나라슈퍼 사건은 박씨가 재소자들에게 온 마음을 다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민영교도소 설립의 꿈“천주교에서 운영하는 교도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참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박씨는 개신교에서 운영하는 민간교도소인 ‘소망교도소(경기도 여주시 소재)’를 보면 부러운 생각이 든다. 동시에 천주교도 민간교도소를 운영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천주교는 민간교도소를 내실 있게 운영할 수 있어요. 일치된 종교이고 통합된 교회, 세계 교회이기 때문에 우리가 갖고 있는 장점을 잘 살리면 될 것 같아요.” 박씨는 “민간교도소의 부작용도 적지 않다고 하지만 시행착오 없이는 성공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변화하는 것 자체가 성공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천주교도 언젠가는 복음화의 최전방 현장에서 그들을 도와야 한다”며 “천주교에서 민영교도소를 만든다면 얼마든지 가서 봉사하겠다”고 했다. 그는 “저는 재소자들에게 도움이 되라고 하느님께 임무를 받은 사람”이라며 “재소자들을 도와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박씨는 현재 재소자들이나 출소한 사람들과 연락을 하지 않는다. “헤어질 때는 헤어지는 것이 좋더라고요. 먼저 연락하는 경우도 없어요. 그런데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보기는 해요.” 박씨에게는 소원이 하나 있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삼례 아이들이 가장 보고 싶어요. 재심 무죄 판결 후 사진 한 장 찍고 이런저런 이유로 지금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어요. 죽기 전에는 꼭 한번 보고 싶어요.”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cpbc2022.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