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새 삶을 향한 참생명학교 (4)...남자와 여자, 성적 충동과 사랑... 하성용 신부(서울 사회사목국 부국장)존중과 정결로 완성되는 진정한 사랑 하느님께서는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알맞은 협력자”(창세 2,18)가 되기를 바라셨다. ‘알맞은’이라는 표현은 히브리어 성경 원문에서 말이 없는 대화로도 가능한 직접적인 관계, 눈과 눈이 마주치는 관계를 말한다.(프란치스코 교황, 「사랑의 기쁨」 12항 참조) 남자와 여자는 그토록 친밀한 관계를 맺도록 창조됐다.아담이 하와를 만났을 때 하와가 자신과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몸을 통해서다. 아담은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창세 2,23)라고 외쳤다. 인간의 몸은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육화된 영’인 인격의 표현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몸을 보고 그가 우리와 같은 인간임을 알게 된다. 또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바라보고 자신을 발견한다. 남자는 여자 앞에서 자신이 남자임을 분명히 깨닫고 여자는 남자 앞에서 자신이 여자임을 깨닫는다. 남자와 여자의 몸의 차이는 인격의 차이를 나타낸다. 남자의 몸을 가진 이는 남자의 인격을, 여자의 몸을 가진 이는 여자의 인격을 가졌다. 더 나아가 남녀의 몸은 성적 결합으로 일치를 이룰 수 있다. 남녀의 성적 결합은 인격체의 결합이기에 단순히 육체적 결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몸은 서로가 지닌 육체적 차이를 보완하면서 일치를 통해 완성하도록 이끌어 준다.남녀의 상이성, 상호보완성, 일치를 이루는 소명은 사랑이 인간의 근본 소명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가르쳐 준다. 사랑은 다양한 의미를 가지지만 혼인으로 맺어지는 남녀의 사랑은 특별하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2항에서 “이 사랑 안에서 나뉠 수 없는 육체와 영혼이 결합되고 마다할 수 없는 행복에 대한 약속이 인간에게 드러난다. 이는 뛰어난 사랑의 원형처럼 보여 다른 온갖 사랑은 그와 비교할 때 빛을 잃어버리는 듯하다”고 했다.남녀의 사랑이 진정으로 사랑의 원형이 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사랑의 바탕이 되는 성적 충동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며 남녀의 사랑이 어떻게 성숙하고 통합돼 가는지도 이해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랑이 이기적인 충동이 되지 않도록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절제도 필요하다. 성적 충동은 서로 다른 성에게 매력을 느끼고 이끌리는 힘이다. 성적 충동을 단순히 쾌락을 향한 욕구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그런 시각은 성행위를 단순히 욕구 충족의 기회로만 보게 하고, 상대방을 나의 욕구 충족을 위한 도구로 전락시킨다. 성을 쾌락의 수단으로 보는 관점은 인간의 몸을 물건처럼, 인격을 물건처럼 다루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에 반하는 태도다.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랑은 내가 원하는 상대방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그 사람의 삶을 사랑하는 것, 그가 자신의 삶을 실현하기를 바라는 것이 선의로서의 사랑이다. 상대방의 선을 위해 자기 자신까지 주고 싶어하는 것이 부부의 사랑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관능과 감정을 자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며 교회는 이를 정결이라고 표현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성적인 즐거움보다 소중하기에 참는 것은 적극적인 행위이며 사랑이다. 정리=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cpbc2020.06.24

요셉 성인은 단순한 목수가 아니었다[엉클 죠의 바티칸 산책] (13)예수님의 감춰진 30년의 신비 평범한 일상 속 예수의 성장 과정을 묘사한 존 에버렛 밀레이의 ‘부모 집에 있는 그리스도’(1848년, 캔버스 위에 유화, 런던 데이트 갤러리) 부분. 어린 예수가 못에 손이 찔리자, 요셉과 마리아가 근심 어린 눈빛으로 상처를 살펴보고 있다. 예수님의 ‘감춰진 30년’이 궁금합니다. 탄생에서 공생활 시작 전까지의 삶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30여 세의 나이가 될 때까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지내셨을까요.3월은 성 요셉 성월이고, 3월 19일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입니다. 교황청은 이날을 공휴일로 정하여 하루 동안 성인을 묵상토록 하고 있습니다. 성인의 직업을 실마리 삼아 ‘감춰진 30년’의 신비에 다가가 보겠습니다. 예수님은 공생활 3년 동안 복음을 설파하면서 정곡을 찌르는 비유와 피부에 와 닿는 예화를 들려주십니다. 예수님은 이런 비유와 예화의 소재를 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채집하셨을까요? 예수님은 변방 갈릴래아에 살았으면서도 국제 정세에 밝았습니다. 또 갈릴래아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정확히 꿰뚫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국제 감각과 현실 감각을 습득할 수 있었을까요? 잉태되는 순간부터 당신의 신성으로 지복직관(至福直觀)을 누리셨던 예수님이시지만, 인간 세상의 지식을 나중에 습득하신 것도 분명한 사실일 텐데 말입니다.특수한 직업 목수 요셉 성인의 직업이 목수라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하느님이 아기 예수님을 농부나 어부가 아닌 목수에게 입양시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하느님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지요. 예수님이 알아주는 효자였다(루카 2,51 참조)는 사실도 중요합니다. 효자 아들과 목수 아버지의 매트릭스에 ‘감춰진 30년’의 신비가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농경 시대에 목수는 특수한 직업이었습니다. 고급 기능인으로서 장인 대우를 받았지만, 일터가 고정되어 있지 않아 이 고을 저 고을 일감을 찾아다녀야 했습니다. 고객층도 부자에서 가난한 사람까지 다양했습니다. 덕분에 목수는 각계각층의 살림살이를 직접 보고, 다양한 여론을 청취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목수의 일은 책상과 걸상 등 가구 만드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집수리와 집짓기, 인테리어 등 주택과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었습니다. 당일치기 일이 많았겠지만, 때에 따라서는 여러 날 출장을 가기도 했습니다. 무거운 연장 보따리를 둘러메고 갈릴래아 전역을 돌아다녔겠지요. 목수 일은 이래저래 고된 중노동이었습니다. 효자 아들이 이런 아버지를 그냥 두고 봤겠습니까. 틈나는 대로 아버지를 따라가서 일을 도왔을 것이고 작업 현장에서 숙식도 함께했을 것입니다. 바로 이 대목입니다. 예수님은 이런 과정에서 세상 물정을 폭넓게 습득했을 것입니다.지혜롭고 총명한 예수님(루카 2,52 참조)은 목수 일에 머무르지 않고 견문과 학식을 높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 점에서 세포리스는 최고의 학습장이었습니다. 세포리스는 나자렛에서 불과 6km 떨어진 곳에 있는 인구 3만 명 규모의 국제도시였습니다. 그리스어를 사용했고 국제 무역이 활발했었습니다. 그러나 성경에는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걸어서 불과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이 도시를 예수님은 가셨을까요, 아니면 가지 않았을까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예수회 사제인 제임스 마틴 신부의 견해가 흥미롭습니다. “나는 호기심 많은 이 청년이 나자렛에 살면서, 또 나중에 일거리를 찾으면서, 이런 세계적 도시를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을 리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시 말해 로마 사람들과 그리스 사람들의 다언어와 다문화 세계에 노출되지 않았다면 그것은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다. 예수님은 그곳을 방문하는 동안 세포리스의 부유하고 호화로운 집들을 보셨을 것이다. 그곳은 나자렛의 가족들과 친구들이 사는 오두막 같은 집과는 상대적으로 아주 달랐을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예수님이 훗날 소득 불균형에 대해 비판하는 말씀을 하시는 데에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른다. 또한, 그분은 약간의 그리스어 단어와 구절들을 어깨너머로 배웠을 것이고, 그것들은 훗날 그분께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예수, 여기에 그가 있었다 1」 가톨릭출판사) 3년을 위한 30년저는 마틴 신부의 이 같은 추론에 동의합니다. 요셉 성인은 예수님이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일부러라도 세포리스에 가게 했을 것입니다. 성인은 단순한 목수가 아니었습니다. 어진 아버지였고 유능한 교육자였으며 훌륭한 동반자였습니다. ‘감춰진 30년’은 공생활 3년을 위한 치밀한 준비였습니다. 3년을 위해 30년을 준비했다니, 놀랍지 않습니까. 이백만(요셉, 주교황청 한국대사) 평화신문2020.03.11

교황 “인권 수호에 목숨 바친 5·18 희생자 기억”한국 주교단, 광주 민주화 운동 40주년 기념 미사… 5월의 대동 사회 축제로 만들어야 김희중 대주교(가운데)와 염수정 추기경,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등 주교단이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 40주년 기념 미사를 공동 집전하고 있다. 광주대교구 제공 프란치스코 교황이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 40주년 기념 행사가 평화와 화해를 이루는 데 기여하기를 희망했다. 교황은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 4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하는 광주대교구에 메시지를 보내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모든 젊은이의 희생이 기억되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 또 광주대교구가 인간 존엄성과 권리를 존중하면서 생명을 보호하는 사회질서를 형성하는 데 노력을 다하기를 당부했다. 교황의 메시지는 17일 광주대교구 주교좌 임동성당에서 봉헌된 5ㆍ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미사에서 발표됐다.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는 교황 메시지를 전하며 “교황께서는 이번 기념 행사가 한국 국민들 마음속에 연대와 형제애를 증진하며 선과 진리와 정의를 향한 열망이 북돋아지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사를 주례한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강론에서 “과거의 아픔을 매듭짓지 못한 5·18 민주화 운동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역사의 매듭을 짓기 위해 만행의 당사자들이 진심 어린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경에서 ‘40’이라는 숫자는 참회와 성찰, 숙고, 충만, 완성을 위해 새롭게 준비하는 기간이라는 의미도 함께 가진다”면서 “5ㆍ18 40주년은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의 5월이 더 이상 악몽의 트라우마에 갇혀있어서는 안 된다고 한 김 대주교는 “우리나라와 민족을 위한 거룩한 희생의 결과로 오늘의 대동 사회와 민주국가를 이루는데 밑거름이 된 5월의 영령들과 유가족들, 부상자들에게 감사하는 5월의 대동 사회 축제로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다시는 이러한 비극적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기억의 지킴이가 되자”며 “우리 모두 희생자들이 하느님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길 기도하자”고 말했다. 유가족협의회 대표를 맡았던 안성례 여사는 5ㆍ18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청년들이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했던 일을 회고하며 감사 인사를 했다. 5ㆍ18 당시 아들을 잃은 전계량(안셀모)씨는 “아들의 영혼이 하늘에 있으리라고 믿는다”며 기도를 부탁했다. 이날 미사에는 전 광주대교구장 윤공희ㆍ최창무 대주교, 교구 총대리 옥현진 주교를 비롯해 각 교구 주교와 사제, 유가족 등이 참여했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총대리 김종수 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 부교구장 문창우 주교, 마산교구장 배기현 주교,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 서울대교구 유경촌ㆍ정순택ㆍ구요비 주교,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장 박현동 아빠스가 미사에 함께하며 5ㆍ18 정신을 기렸다. 코로나19로 미사 참여자는 400명으로 제한됐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평화신문2020.05.19

성령을 받아 땅끝까지 복음 전파하는 과정 생생히 전달[이창훈 소장의 사도행전 이야기] 66. 에필로그<1>- 복음 전파의 세 분수령 성령 강림 사건, 스테파노의 순교로 본격화한 교회 박해, 그리고 예루살렘 사도 회의는 사도행전이 전하는 예루살렘에서 땅끝까지 이루어져야 하는 복음 전파 과정에서 분수령이 되는 사건들입니다. 사진은 올리브 산에서 본 예루살렘 모습.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서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사도행전 이야기’에서 살펴봤듯이 사도행전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맡기신 이 복음 전파 사명이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끝에 이르기까지”(사도 1,8) 수행되는 과정을 사실적이고 역동적으로 그려냅니다. 사도행전이 전하는 이 복음 전파 과정에는 관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분수령 또는 전환점이 되는 세 가지 사건과 한 인물이 두드러집니다. 사도행전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에필로그에서는 이 세 가지 사건과 인물을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먼저 이 세 가지 사건에 대해 살펴봅니다. 성령 강림, 스테파노로 인한 교회 박해, 그리고 예루살렘 사도 회의입니다. 1) 성령 강림사도행전 2장이 전하는 성령 강림은 사도들의 복음 선포 활동이 본격적인 막을 올리는 출발점이 됩니다. 오순절에 성령을 받은 사도들은 베드로를 중심으로 대담하게 복음을 선포하면서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와 부활하신 예수님께 대한 믿음을 촉구합니다. 베드로와 사도들의 오순절 설교로 그날 회개하고 세례를 받은 신자는 3000명가량 됐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첫 신자 공동체가 예루살렘에 생겨난 이 날을 교회의 창립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전례력으로 성령 강림 대축일을 교회의 창립일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그런데 오순절에 베드로와 다른 사도들의 설교를 들은 사람들은 예루살렘 주민만이 아니었습니다. 사도행전 2장 7-11절은 사도들의 첫 오순절 설교를 들은 사람들의 출신 지역 또는 민족 명단을 전하는데 파르티아, 메디아, 엘람은 오늘날 이란 지역에 살던 민족들입니다. 메소포타미아는 오늘날 이라크 지역을 가리키고, 카파도키아와 폰토스와 아시아는 오늘날의 터키 지역입니다. 터키의 동쪽이 카파도키아, 북쪽 흑해 연안이 폰토스, 에게해와 맞닿은 서쪽 연안 지방이 아시아입니다. 프리기아와 팜필리아는 터키의 중부와 남부 지방을 가리킵니다. 리비아와 이집트는 아프리카 북부이고, 지중해 섬인 크레타와 아라비아반도를 가리키는 아라비아와 로마까지 포함한다면 사도행전이 전하는 이 지역들은 로마 제국 전체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로 “땅끝”까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도행전이 거명하는 이들 지방 사람들이 실제로 모두 사도들의 오순절 설교를 들었을까요? 그럴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복음이 땅끝까지 전파됨을 이 지명들을 통해 제시하려는 것이 사도행전 저자의 의도라는 데에 성경학자들의 견해가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사도들의 설교에 다양한 반응을 보입니다.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가?” 하고 놀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 포도주에 취했군” 하며 비웃는 사람들도 있었고, 설교를 들은 후 마음에 찔려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2,12-13.37) 이런 반응들은 복음이 선포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반응을 예시한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사도행전 2장이 전하는 성령 강림에 이은 오순절 사건은 사도행전 전체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2) 교회에 대한 박해 사도행전은 복음 선포 활동 초기부터 베드로와 요한으로 대표되는 사도들에 대한 박해를 전하고 있습니다만, 예루살렘 교회에 대한 본격적 박해는 스테파노의 순교가 결정적 계기가 됩니다. 사도행전은 이렇게 기록합니다. 스테파노가 순교한 “그날부터 예루살렘 교회는 큰 박해를 받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사도들 말고는 모두 유다와 사마리아 지방으로 흩어졌다.”(8,1)하지만 신자들은 그저 흩어지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도행전은 “흩어진 사람들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말씀을 전하였다”(8,4)라고 하면서 일곱 봉사자 가운데 하나인 필리포스의 복음 선포 활동을 소개합니다.(8,5-40) 그는 사마리아의 고을뿐 아니라 예루살렘에서 가자로 내려가는 길에서는 에티오피아 내시에게까지 복음을 전합니다. 또 지중해 연안 지방인 아스돗에서 카이사리아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방을 두루 다니며 복음을 선포합니다.필리포스에 이어 베드로와 요한도 사마리아의 고을에 갔다가 예루살렘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마리아의 많은 마을에 복음을 전하지요.(8,25) 이렇게 흩어진 신자들과 사도들의 활동으로 “교회는 유다와 갈릴래아와 사마리아 온 지방에서 평화를 누리며 굳건히 세워지고”(9,31) 신자 수도 늘어납니다. 사도행전 8장과 9장에 언급된 이들 지역은 성경의 세계에서 전통적으로 팔레스티나라고 부르던 지역으로 오늘날로 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지역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스테파노의 일로 일어난 박해 때문에 흩어진 신자들은 팔레스티나에서만 복음을 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페니키아와 지중해의 키프로스 섬, 그리고 시리아의 중심 도시 안티오키아까지 가서 복음을 전합니다. 특히 안티오키아에서는 이전까지 주로 유다인들을 대상으로 하던 복음 선포 활동이 그리스계 사람들, 곧 다른 민족 사람들에게도 확대됩니다.(11,19-20) 박해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팔레스티나의 경계를 넘어서까지 전해지고 복음 선포의 대상도 유다인을 넘어 이방인에게까지 확대되는 계기로 작용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방인들에 대한 복음 선포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일으킵니다.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할례와 같은 율법 규정을 다른 민족 출신으로 그리스도인이 된 이들도 지켜야 하느냐 하는 문제가 불거진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소집된 회의가 예루살렘 사도 회의입니다. 3) 예루살렘 사도 회의 사도행전 15장이 전하는 예루살렘 사도 회의의 결정은 다른 민족 출신으로 그리스도인이 된 이들은 ①우상에게 바쳐 더러워진 음식 ②불륜 ③목 졸라 죽인 짐승의 고기와 ④피를 멀리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다른 민족 출신의 그리스도인들과 엄격한 율법 준수를 강조하는 유다계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논쟁의 불씨가 된 할례 문제가 빠져 있습니다. 그런데 예루살렘 사도 회의가 결정한 네 가지 금기 사항 중 세 가지는 유다계 그리스도인들과 그리스계(다른 민족 출신) 그리스도인들이 한 식탁에서 음식을 나눌 때 바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말하자면 신자 공동체의 친교 자리에서 유다인 신자들을 부정하게 만들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예루살렘 사도 회의의 결정은 다른 민족 사람들이 좀 더 자유로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아들이게 하는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합니다. 또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유다교의 영향력에서 점차 벗어나는 계기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있으니 그가 바오로 사도입니다. 다음 호에 계속 살펴봅니다.한국평협 평신도사도직연구소장 alfonso84@hanmail.net cpbc2020.05.27

집단 환각에 빠진 예멘을 구하다[사유하는 커피] (12)까트의 타락한 쾌락을 치유한 커피 박영순 커피비평가협회장 주님이 정한 곳에서 자라는 커피나무는 굳이 재배할 필요가 없다. “땅은 푸른 싹을 돋게 하여라. 씨를 맺는 풀과 씨 있는 과일나무를 제 종류대로 땅 위에 돋게 하여라”(창세 1,11)라는 말씀에 따라 저절로 자라는 듯하다. 여기서 ‘제 종류대로’란 와인에서는 테루아(Terroir), 커피에서는 스페셜티(Specialty)의 개념에 닿는다. 테루아에는 토양, 햇살, 바람, 배수 등 포도나무 한 그루를 성장시킨 조건들이 와인의 향미를 결정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런 가치를 에르나 크누젠이 커피에 적용한 게 ‘스페셜티’이다. 한마디로 한 잔에 담긴 커피를 맛보면 어디에서 어떻게 자랐는지를 알 수 있다는 말이다.‘있어야 할 곳에서 벗어난 존재’들에 대해선 이야기가 좀 복잡해진다. 아프리카 태생지에서 아라비아 반도 끝의 예멘으로 끌려간 커피나무는 일정 장소에 갇혀 자란다. 예멘은 인류가 커피를 처음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곳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이처럼 커피가 그리스도교 국가에서 이슬람 국가로 넘어가면서 커피의 본성도 엉뚱한 면에 초점이 맞춰졌다. 커피는 더 이상 그윽하고도 매혹적인 향미로 인간을 행복에 젖어들게 하는 음료에 머무르지 못했다. 많은 무슬림에게 커피는 마약 성분이 들어 있는 까트(Khat)의 대용품이기도 했다. 까트는 멀리서 보기에 크기와 꽃이 피어 있는 모양새가 커피나무와 비슷하다. 커피는 꼭두서니과이고, 까트는 노박덩굴과로 서로 다르지만, 뒤섞여 자랄 수 있을 정도로 재배학적인 성격이 유사하다. 까트는 잎을 날로 씹어 먹는 것으로서, 열매 또는 씨앗만을 가려내 섭취하는 커피보다 앞선 시기부터 인류가 활용해왔다고 추측할 수 있다.까트잎에 들어 있는 카티논(Cathinone)은 카페인과 같은 알칼로이드 계열의 환각 성분이다. 각성과 함께 공복감, 갈증을 느끼지 않게 하는 약효 때문에 더위를 잊거나 끼니를 때우기 위해 염소처럼 까트잎을 종일 씹는 사람들이 숱하다. 카티논은 카페인만큼 지능적이다. 화학구조는 ‘히로뽕’과 유사한 암페타민 계열이지만, 의존도와 독성이 낮고 환각 효과도 심하지 않다. 이런 전략이 사람들에게 경계를 풀게 하면서 계속 잎을 씹게 만들어 정신질환에 빠뜨린다. 일부 이슬람 수피교도들은 아프리카 고산지대의 선선한 그늘에서 자생하던 커피나무를 뙤약볕이 내리쬐는 사막지대로 가져가 억지로 키워내는 바람에 까트로 바뀌었다고 한탄한다.진화생물학에서는 인류가 생잎을 씹어 먹은 것은 초식동물 때의 흔적으로, 잡식 탓에 생긴 기생충이나 병균을 알칼로이드 성분으로 없애기 위한 전략이라고 풀이한다. 일종의 이독치병(以毒治病) 과정에서 인류는 묘한 경험을 한다. 독을 섭취하자 신체에 알 수 없었던 보호기능이 작동했다. 하느님이 인간에게 넣어 주신 고귀한 선물이다. ‘독이 침입했으니 얼마나 아프겠니’ 하는 속삭임과 함께 도파민이 분비돼 고통을 덜어준다. 그러나 인간은 까트를 도파민의 쾌감을 비명처럼 쥐어짜 내는 도구로 악용했다. 항우울제로서 요긴하게 활용되기도 하는 까트 자체가 악마의 식물은 아니다. 그 쓰임새를 벗어나게 한 인간의 탓이 아닐 수 없다.까트로 인해 집단 환각에 빠진 예멘 사회를 구해낸 것이 6~7세기 아프리카에서 건너간 커피였다. 구약 성경의 신앙심으로 무장한 이슬람 수피교도들이 까트를 통째로 뽑아 버리고 무해한 커피를 마실 것을 권했다. 커피 음용이 일부 교파의 의식에 포함됐으며, 커피를 마시면 지옥에 가지 않는다는 믿음도 퍼졌다. 카페인은 심장을 고동치게 하는 각성효과도 적절한 데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몸에서 빠져나간다. 커피는 애초 까트의 타락한 쾌락을 치유하도록 이슬람에게 주어질 선물로 계획된 것인지도….박영순(바오로, 커피비평가협회장, 단국대 커피학과 외래교수) 평화신문2020.07.21

신자들이 신앙의 기쁨 누리도록 돕고 사제단과 소통하며 공동 합의해 나가겠다제8대 춘천교구장 김주영 주교에게 듣다 착좌식 후 일주일 만에 만난 춘천교구장 김주영 주교는 다양한 사목 방안을 전하며 “모든 일은 사제와 교우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며 함께 해나갈 것”이라면서 “사제단과 교우들 중간에 있는 책임감 있는 아버지로서의 역하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제8대 춘천교구장에 착좌한 김주영 주교는 지난해 11월 21일 교구장 주교로 임명된 뒤 6일 착좌 전까지 한 달 반 동안, 커다란 하느님의 뜻을 매일같이 눈물로 순명하며 ‘받아들이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착좌 후 일주일 만인 15일 다시 만난 김 주교는 그 사이 긴장감 짙게 배었던 모습을 털고, 어느새 춘천교구의 청사진을 촘촘하게 그려놓고 있었다. “멀리 서울에서 오느라 힘드셨겠다”, “우리 악수하자”며 먼저 넉넉한 웃음으로 손을 내밀며 맞이한 김주영 주교를 춘천교구청 주교 집무실에서 만났다. 교구의 새 사목 방향과 현안 등 2시간 인터뷰 내내 미소를 머금고 하나라도 더 전해주려는 모습이 집무실 가득 온기를 선사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춘천교구 출신 첫 교구장 주교김주영 주교는 올해 설정 82주년을 맞은 춘천교구 역사에서 첫 교구 출신 교구장 주교가 됐다. 한국 교회 현직 주교단 중에서도 가장 젊다. 교구 117명 사제단 중에선 사제 수품 순으로 꼭 중간에 위치한다. 1997년 수품 뒤 지금까지 24년 동안 사제로 살아온 시간만큼 앞으로 교구장 주교로서 춘천교구를 이끌게 됐다.“처음 임명 소식을 듣고 참 마음이 무거웠어요. 주교직을 받아들이는 시간 동안 그렇게 눈물이 흘렀던 이유는, 일단 주교라는 자리가 외롭잖아요. 늘 무엇인가 큰 결정을 해야 하고, 사람을 판단해야 하는 것이 누구나 피하고 싶은 일이거든요. 김운회 주교님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지만, 특별히 선종하신 장익 주교님께서 계셨더라면 ‘이 우둔한 제게 평생 갖고 갈 한 말씀 주셨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컸고요. 그간 잘못한 것도 많고, 신자분들 마음 아프게 한 일도 많았기에 복합적인 감정이 계속 일었던 것 같습니다.”거룩했던 비대면 착좌식6일 춘천 죽림동주교좌성당에서 거행된 김주영 주교의 주교 서품식과 교구장 착좌식에는 전국 교구의 주교단 7명과 교구 대표 사제단과 신자 40여 명만 함께했다. 보건 위기로 주교 착좌식이 사실상 비대면으로 진행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착좌식 날짜를 옮기는 이야기까지 거론됐었습니다. 모든 주교님을 모시지 못해 죄송함이 컸지만, 거룩한 전례에 오롯이 임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가톨릭평화방송에서 생중계를 잘해 주신 덕에 더 많은 분이 함께하셨고, 미국에 계신 저희 부모님께서도 생중계를 보시며 기도로 함께해주셨습니다. 방송국 측에 감사드립니다.”그러면서도 김 주교는 “그보다 12월 말 김운회 주교님 퇴임 감사 미사 때 많은 분을 모시지 못한 것이 더 마음에 걸린다”며 “사제 성화의 날 즈음 교구 사제단이 주교님을 다시 찾아뵈려 한다”면서 전임 교구장의 마음을 더 헤아렸다.소통과 만남의 사목김 주교는 교구를 위한 다양한 사목 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새 신자들을 위해 세례성사 후에도 3~5년 동안 신앙에 맛 들일 ‘신앙생활 체득 과정’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김 주교는 “새 신자 교육은 신앙생활 교육이 돼야 한다”며 “앞으로 성당 문을 두드리는 모든 분께 신앙생활이 무엇인지 깊고, 길게 체득하도록 도움을 드리는 일종의 규정을 만들 생각”이라고 전했다.김 주교는 ‘1박 2일 사목 방문’ 구상도 전했다. 경기 가평ㆍ포천부터 강원 영북ㆍ영동 지역에 넓게 자리한 62곳에 이르는 본당 사목 방문 시 최소 1박 2일 일정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작은 본당이라도 1박 2일 동안 머물며 신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단체별로도 만나고, 성당 옆 기관도 방문하며 각기 다른 환경에 있는 본당들의 비전을 나누는 ‘만남의 사목’을 해보려 합니다. 매달 한두 곳씩, 1년 12곳. 5년이면 교구 모든 본당을 사목 방문할 수 있겠네요.”아울러 김 주교는 교구장 사목 교서도 해마다 내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주교는 “사제들이 교우들과 본당 안에서 좋은 사목을 일궈가려면 1년이란 시간은 짧게 느껴지곤 한다”며 “3~5년마다 한 번씩 큰 주제로 방향 설정을 하고, 좋은 것은 계승하면서 발전하는 방식으로 해나가고자 한다”고 했다.그러면서도 김 주교는 “모든 일은 사제단과 토론하고 소통하며 공동 합의 하에 해나갈 것”이라며 “사목에서 가장 핵심이 신앙생활의 근간인 ‘말씀’이라면, 교구 운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합의’”라고 말했다. 현재 교구 사제인사를 앞두고 사제들과 면담을 해오고 있는 김 주교는 “많은 신부님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겠다면서 제가 생각지 못한 조언을 해주실 때면 모두 적어두고 있다”고 했다. 김운회 주교가 때마다 산과 계곡에서 젊은 사제들과 약주 기울이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온 전통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교구 역사와 열린 교회를 향하여김 주교는 열린 교구, 지역과 함께하는 교회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오랫동안 교구 교회사연구소 소장을 지내며, 교구 사료 보존과 교회사 가치 전파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 주교는 “춘천교구청 옆에 위치한 등록문화재 ‘옛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도회 춘천 수련소’를 전시관으로 꾸며 신자와 지역민이 가톨릭 정신을 익히고 되새기는 열린 공간으로 삼고 싶다”며 “포천에 광암 이벽 선생을 위한 사업 등 전시관과 박물관을 조성해 선조들의 삶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일깨우는 교회사 연구의 목적도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또 한국전쟁 때 순교한 이광재 신부와 고안토니오 신부, 라파트리치오 신부 등 근현대 신앙인들의 넋을 기리는 순례도 장려할 계획이다.북녘 동포 위한 사목은 계속김 주교의 주교 문장에는 ‘하나됨’과 ‘평화’가 새겨져 있다. 남북으로 분단된 춘천교구가 평화로 하나 되길 기원하는 뜻을 넘어, 모두가 주님 안에 평화와 일치를 이루길 염원하는 뜻이 담겼다. “나 자신의 평화가 곧 가정의 평화를 가져오고, 나아가 그것이 우리 사회를 평화롭게 한다면, 이념을 달리하는 같은 민족과도 일치를 이룰 수 있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열린 마음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겠죠.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는 길도 인정이 바탕을 이룰 때 가능합니다. 하나가 되려면 서로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합니다.”함흥교구 사제 배출과 신학생 양성, 한솥밥한식구 운동, 새터민 지원 등 북녘 동포를 위한 사목도 계속 전개한다.코로나19와 사회 현실김 주교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느님께서 이러한 시기를 왜 주셨는지 깊이 돌아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얼마 전 어르신 세 분이 이 위기 중에 교무금을 내러 가시는 모습을 봤습니다. 교구의 어려움을 염려해주시는 신자 여러분께 무척 감사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성경 말씀에 비춰 나와 우리 사회, 교회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내 삶이 너무 소비주의로 치닫진 않는지, 온갖 성장이 우리에게 참 행복을 주는지 말입니다. 물질적 풍요로움을 가난한 이웃과 더욱 나누는 것이 인류의 성장과 발전 아니겠습니까. 돈, 집, 주식…. 모두 인간이 만든 거잖아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사랑과 평화의 가치에 더 눈을 떠가면 좋겠습니다.”전임 교구장들의 목장과 주교복 물려받아김 주교는 교구장 직무만 물려받은 것이 아니다. 주교복은 전임 교구장 김운회 주교의 것을, 주교 목장(지팡이)은 장익 주교가 사용했던 것이다. 앞선 두 주교의 영성과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아 계승해 나아가겠다는 뜻이 엿보인다. 소박함과 검소함 속에 살아온 두 전임 주교 모습을 닮아 평소에도 선물 받은 옷이나 물건이 있으면 주변에 나눠줬던 김 주교는 착좌 기념 선물도 따로 제작하지 않았다. 대신 1997년 교구 한삶위원회가 북녘 동포와 이웃의 눈물을 닦아주자는 의미로 제작한 ‘한삶 수건’을 만나는 이들에게 선물로 주고 있다.“저는 교구 사제단의 일원이며, 좀더 무거운 자리에 있게 된 것뿐입니다. 모든 일은 사제, 교우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고, ‘제 생각에 따라오십시오’ 하는 것은 제 몫이 아닙니다. 다재다능한 신부님들, 열심한 교구민들과 아름다운 하느님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도와주시고 기도해주시고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정감 어린 고동색 개량한복 위로 김주영 주교의 미소가 따스한 햇살과 겹쳤다. cpbc2021.01.20
[장현규 수녀의 사랑의 발걸음] 8. 사랑과 용서프랑스 성요한사도수녀회 장현규(마리스텔라) 수녀 이곳 프랑스 생드니의 무지개 동네 오베흐빌리는 오늘도 세상의 풍요로움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다. 이 지역의 거리를 걷노라면, 내 발걸음도 가벼워지는 느낌이다.수도원이 있는 마르세유에서 지하철로만 족히 1시간 반. 역에서 내려 환자들이 있는 병원까지는 걸어서 약 10분이 걸린다. 거리 풍경은 이렇다. 왼쪽은 아랍인들의 상점과 식당이 즐비하다. 반대편 오른쪽은 싸구려 옷가게와 아랍계 초등학교와 고등학교가 있다. 시끌벅적하지만, 정겹기 그지없다.우리네 오랜 장터까지 떠올리는 정감을 주는 이곳을 지나면서 자주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이 있다. 작은 식당 앞 좁은 공간에서 검은 히잡으로 얼굴과 머리를 꽁꽁 둘러 싸매고 있는 사람. 통통한 외모에 너그러운 인상을 한 중년 여인이 열심히 음식을 만든다. 그들의 전통 음식인데, 우리 부침개 같은 것이다. 이 음식은 인기도 좋다. 그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어선지 많은 아랍인이 이 노릇노릇하게 잘 익은 ‘전’을 사 들고 간다.복스럽게 보이는 아주머니의 손에 노련하게 부쳐진 전이 먹음직스럽다. 바삐 전을 부치는 그 모습을 한참이나 들여다보는데도 그녀는 나의 시선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마음속으로는 ‘저 작은 조각이라도 먹어 보고 싶다’는 엉뚱한 소망도 잠깐이나마 즐겁게 가져본다. 이렇게 인간미 넘치는 거리를 걸어 다닌 지도 15년이 넘어가고 있다. 나는 이들을 ‘나의 이웃들’이라 표현하고 싶다. 가난이 안겨주는 단순함과 친근감은 나로 하여금 이들을 전혀 이방인이 아닌, 가까운 이웃으로 느끼게 해준다.무슬림들에게 가장 중요한 때는 라마단 기간이다. 한 달 동안 엄숙하게 보내는 이때로, 우리 가톨릭교회의 사순 시기와도 닮아 금식, 금욕, 기도의 시기로 삼는다. 올해는 4월 23일부터 딱 한 달 동안 라마단 기간이었다. 이들의 삶 중에 라마단 기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열심한 무슬림 환자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아침과 저녁 단식은 기본. 저녁 9시부터 다음 날 해 뜨기 전까지는 단식이 풀린다고 한다. 해가 진 후에는 수많은 무슬림이 이 거리 상점 앞에 진열되어 있는 음식을 먹고 나눈다. 특히 여러 가지 전통 과자들이 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단다. 내가 봐도 알록달록 사고 싶은 유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할 만큼 정말 다양하다. 이 음식과 과자는 각 가정에서 가족들과 즐겁게 나누어 먹는다.무엇보다 라마단 동안 중요한 것은 ‘용서’와 ‘자선’이다. 즉, 가난한 이들에게 베푸는 것이 요구된다. 그래선지 이 시기에는 거리와 지하철 안팎에서 동냥하는 모습을 더 잘 볼 수 있다.단식이 끝나는 날에는 양을 잡아 가족들이 나누어 먹는다. ‘왜 양고기를 먹느냐?’고 굳이 묻진 않았지만, 그들의 조상이 유목민이었기에 이런 전통이 이어지리라 여긴다. 무슬림들은 자신이 하는 노동에 열심히 임하며 산다. 병원 청소부부터 요리사, 건축업자에 이르기까지. 무슬림들은 자기 일만큼 종교적 의무를 충실히 실행하며 산다. 그러면서도 가난한 이웃들에게 사랑을 실천한다는 사실을 전해 들으면서 ‘아, 이슬람교의 핵심도 사랑과 용서에 있구나’ 하는 사실을 조금은 알게 됐다.어느 땐가 무슬림 환자들과 병원에서 평화로운 대화를 나누다 이런 성경 구절을 전한 적이 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시고 그분 사랑이 우리에게서 완성됩니다.”(1요한 4,12)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계속 머무시도록 그들을 더욱 사랑하고 싶다. cpbc2020.06.17

세상 선교와 교회 복음화 위해 하느님과 이웃 사랑에 충실전국 교구장 사목교서를 통해 본 2020년 한국 교회 사목 방향 한국 교회 각 교구장 주교들은 2020년 사목교서를 통해 그리스도인 생활의 기초가 되는 성경과 기도, 교리교육, 성체와 성사 중심의 삶, 가정과 본당 공동체 활성화, 사회 약자 돌봄과 생태 보존 등을 통해 세상과 교회 안에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신앙인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원주교구 신자들이 한국 순교자들의 시복시성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사목교서는 교구장 주교가 교리ㆍ신앙ㆍ규정에 관해 자신의 교구 내 모든 신자를 대상으로 발표하는 공식 문서이다. 통상 전례력으로 새해가 시작하는 대림 제1주일에 발표한다. 내용은 한 해 동안 교구에서 주력하고자 하는 교구장의 사목 지침이 담겨 있다. 따라서 각 교구장 사목교서 내용을 살피면 한국 교회 한 해의 사목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2020년 전국 각 교구장 사목교서의 핵심어는 ‘선교’와 ‘복음화’이다. 더불어 한국 교회는 2020년 한 해 동안 생명 수호와 생태 환경 보호, 소득 양극화, 국론분열,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다문화와 새터민 가정, 이주민과 난민 등 사회 현안에 주목하면서 복음의 빛으로 대사회 활동을 한층 강화해 나갈 전망이다. 선교와 복음화는 교회 사명의 양면이다. 주님의 복음을 세상 끝까지 선포해야 하며 동시에 신앙 안에서 복음의 새로운 기쁨을 누려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음은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는 사람들과 여전히 그분을 거부하는 사람뿐 아니라 그리스도인에게도 선포되어야 한다. 이에 한국 교회 각 교구장 주교들은 2020년 사목교서를 통해 그리스도인 생활의 기초가 되는 성경과 기도, 교리교육, 성체와 성사 중심의 삶, 가정과 본당 공동체 활성화, 사회 약자 돌봄과 생태 보전 등을 통해 세상과 교회 안에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신앙인이 되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선교의 동력은 신자 각자의 복음화이다. 그래서 교구장 주교들은 신앙의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요청했다. 교구장 주교들은 가정을 비롯한 학교, 직장, 각종 모임뿐 아니라 본당과 지역 안에서 복음의 기쁨을 증거하는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가자고 권면했다. 또 “모든 일에 감사하고, 다름을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신앙의 언어로 행동하자”고 권고했다. 이를 위해 성경 독서와 기도, 성사 참여와 교리 공부를 통해 신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갈 것을 독려했다. 선교를 위한 교회 구성원 간의 소통과 친교도 잊지 않았다. 주교들은 지난 몇 년간 교회 안에서 일련의 잘못된 일들에 관해 용서를 구하고 상처를 치유하고 신자로서의 자긍심을 회복하기 위해 한마음으로 노력하자고 청했다. 교구장 주교들은 또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한반도의 평화와 생명 수호, 생태보존 등 시대의 징표를 적극 살피고 대응해 나갈 것을 권고했다. 주교들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밤 9시 주모경 바치기 운동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희망했다. 또 이산화탄소 배출량 줄이기, 절전 절수 실천하기, 일회용품 사용 않기 등 생태 환경 보호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주교들은 이러한 피조물 보호를 위한 생태 운동이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웃 특히 가난한 사람과 사회 약자에 대한 사목에 집중해 나갈 방침이다. 본당 복지 예산을 해마다 늘리고, 본당 구역에 있는 홀몸 노인과 이주민, 새터민 가정을 비롯해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는 사목에 힘을 기울이기로 했다. 해외 선교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평신도 해외 선교사를 양성하고, ‘해외선교후원회’ 같은 해외 선교를 위한 인적ㆍ물적 자원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축해 지원키로 했다. 이처럼 한국 교회 교구장 주교들은 세상 선교와 교회 복음화를 위해 2020년 새해에도 하느님과 이웃 사랑에 더욱 충실해 줄 것을 한목소리로 요청하고 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평화신문2019.11.27

동대문시장 구르마, 십자가 돼 성모님께 봉헌되다[엉클죠의 바티칸 산책](34)첨단시대를 사는 80년 된 손수레 한국 현대사의 애환이 녹아있는 동대문시장의 구르마. 구르마를 해체해 특별 제작한 십자가가 성모 승천 대축일을 맞아 봉헌됐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교황님이 축성한 구르마 십자가. 긴 세월 동대문 시장통을 누비던 낡은 ‘구르마’(손수레) 한 대가 바티칸에 왔습니다. 굴곡진 한국 현대사의 온갖 애환을 싣고 왔습니다. 하느님의 십자가로 재탄생하여 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통해 성모님께 헌정되었습니다. 올 8월 15일은 저에게 세 가지 기쁨을 주었습니다. 첫째는 성모님 승천이고, 둘째는 조국 해방입니다. 셋째는 구르마 십자가를 성모님께 헌정한 것입니다. 몰타기사단(Order of Malta)의 한국 대표를 맡은 박용만(실바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6월 특별한 부탁이 있다면서 연락을 주셨습니다. 구르마 십자가를 성모 승천 대축일에 맞춰서 교황님께 전달해 줄 수 있겠느냐고! 네? 무슨 구르마인데요? 필시 깊은 사연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최첨단을 걷고 있는 요즘, 구르마 얘기를 하면 젊은 세대는 아예 알아듣지도 못할 것이고 나이 지긋한 세대도 구닥다리 운송수단 또는 역사의 골동품 정도로 여길 것입니다. 그러나 80년 전 지게로 짐을 지워 나르던 시절에는 바퀴 달린 구르마가 첨단 운송수단이었습니다. 동대문시장은 한국 현대사의 애환을 고스란히 안고 있습니다. 1905년에 개설되었다고 하니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시장입니다. 구르마의 숭고한 땀방울 “유행도 사조도 기술도, 첨단이 미덕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시의 골목길엔 70~80년 전의 구르마가 여전히 현역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직 짐을 벗지 못한 구르마의 숭고한 땀방울을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박용만 회장은 2년 전 동대문시장을 뒤져 30여 대의 ‘현역 구르마’를 찾았답니다. 이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 족히 80년은 되어 보이는 구르마 한 대를 골랐습니다. 구르마를 해체하여 십자가를 제작했습니다. 이 작업은 공예가 최기 교수(강원대)가 담당했습니다.구르마가 한국 현대사라면, 구르마 십자가는 한국 현대사가 압축적으로 저장된 USB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의 나라 잃은 설움, 해방의 기쁨과 분단의 비극, 한국전쟁의 상처, 산업화 시대 노동자와 농민의 땀, 민주화 시대 역사의 제단에 뿌려진 숭고한 피, 한국 노동 운동에 불을 댕긴 전태일 열사의 영혼! 이 모든 것이 구르마 십자가에 녹아 있습니다.교황청 의전장 머피 몬시뇰에게 전화했습니다. 머피 몬시뇰은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제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하신 분입니다. “대사님, 목포 아세요?” 제가 까무러칠 정도로 놀랐습니다. 교황청의 고위 사제가 어떻게 한국의 작은 도시를 아는지, 그리고 ‘목포’ 발음이 한국 사람과 어찌 그렇게 똑같은지,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그 배경을 물어봤습니다. 할머니의 남동생이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신부였는데, 목포에서 선교 활동을 하신 관계로 어려서부터 목포 이야기를 많이 들어 그렇다고 하더군요. 머피 몬시뇰에게 구르마 십자가 이야기를 했더니 아주 좋아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성모님의 간청 때문에 첫 기적을 앞당겨 일으켰습니다.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있었던 일입니다(요한 2,1-12). 하느님께 순종하는 성모님과 어머니에게 효도하는 예수님! 성경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장면을 떠올리면 성모님께 기도드리는 것이 무척 편해집니다. “성모님, 저의 기도를 전해 주소서. 효자 아드님에게!”일치의 십자가십자가는 일치를 의미합니다. 구르마가 땅과 구르마 꾼을 일치시켜 주었듯이, 구르마 십자가는 한반도와 성모님을 일치시켜 주지 않을까요? “성모님, 동대문시장의 구르마가 지상에서의 고달픈 삶을 떨치고 십자가가 되어 어머님 곁에 갔습니다. 한반도의 염원, 통일을 담고 갔습니다. 우리의 기도를 전해 주소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구르마 십자가의 사연이 담긴 8분가량의 영상물 ‘구르마로 만든 십자가’를 다음과 같은 글과 함께 페이스북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신앙의 경건함과 노동의 경건함이 더해져 지구 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십자가가 되었습니다.”주교황청 한국대사관은 머피 의전장이 보낸 공문을 한 장 접수했습니다. 교황님께서 구르마 십자가를 받고 무척 기뻐하셨고, 십자가를 보내준 박용만 실바노와 가족에게 축복을 드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감사합니다. 이백만(요셉, 주교황청 한국대사) cpbc2020.08.11

집회 참석자 대부분 얼굴에 분을 바른 채 푸른 두건을 쓰다[정민 교수의 한국 교회사 숨은 이야기] 14. 그들은 왜 얼굴에 분을 발랐을까 김태 선생의 ‘명례방 집회’. 명동대성당 소장. 이벽의 설법 장면과 제건(祭巾)의 모양「벽위편」에 실린 이만채(李晩采)의 글이다. “을사년(1785) 봄, 이승훈과 정약전, 정약용 등이 장례원(掌禮院) 앞 중인(中人) 김범우(金範禹)의 집에서 설법하였다. 이벽이란 자가 푸른 두건을 머리에 쓰고 어깨에 드리운 채 정 가운데 앉아 있었고, 이승훈과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3형제와 권일신 부자가 모두 제자를 일컬으며 책을 낀 채 모시고 앉아 있었다. 이벽이 설법하며 가르치는 것이 우리 유가에서의 사제의 예법에 비하더라도 더욱 엄격하였다. 날짜를 약속해서 모인 것이 거의 몇 달이 지났으므로, 사대부와 중인으로 모인 자가 수십 인이었다. 추조(秋曹)의 금리(禁吏)가 그 모임을 도박판으로 의심해서 들어가 보니, 대부분 낯에 분을 바르고 푸른 두건을 썼는데, 손가락을 드는 것이 해괴하고 이상했다.” 1785년 모임에 다산 3형제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조금 낯설다. 설법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를테면 미사의 집전과 강론을 한 것일 테고, 당시 이들이 옆에 끼고 있던 책은 앞서 8일간의 피정을 말할 때 설명했던 마이야의 「성년광익」 또는 「성경광익」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당연히 언해본이 아닌 한문 원본이었다. 이 일이 있기 전 이벽 등이 천주교를 믿고 따른다는 말에 이가환이 이를 나무라자, 이벽이 그와 논쟁하여 이가환의 말문을 막은 일이 있었다. 이에 이가환이 천주교 교리를 공부하겠다고 하니, 이벽은 「성년광익」 한 부가 있었지만, 이가환이 성스러운 기적을 믿지 않을까 염려해서 이 책을 빌려주지 않으려 했다는 내용이 황사영의 백서 속에 나온다. 이벽이 이미 「성년광익」 한 질을 갖춰두고 공부하고 있었음이 확인된다. 사제간의 예법이 엄격해 보였다고 한 것은 집전자이자 강론자였던 이벽의 권위가 엄연했음을 보여준다. 실제 사제의 역할을 이승훈이 아닌 이벽이 맡았다는 얘기다. 사실 이벽의 권유에 의해 세례를 받고 돌아온 이승훈의 신심은 당시 북경에서도 영세를 줄 수 있느냐로 논란이 있었을 만큼 확고한 것이 아니었다. 여러 해 전부터 천주교 공부를 집중적으로 계속해온 이벽을 능가할 사람은 당시 조선에는 없었다. 한편 이벽에 대한 묘사에서 청건(靑巾)을 ‘복두수견(覆頭垂肩)’, 즉 푸른 두건을 써서 머리를 덮고 어깨 위에 드리웠다고 적었다. 마태오 리치의 초상화에 나오는 두건처럼 관(冠)을 머리 위에 쓰고, 그 뒤로 두 개의 길쭉한 천을 달아 양어깨로 드리운 모양이었을 것이다. 알레니(Giulio Aleni, 艾儒略, 1582~1649)가 정리한 「미사제의(彌撒祭義)」에 당시 이벽이 썼다는 제건(祭巾)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위는 네모지고 아래는 둥글다. 사방 둘레에 모두 나부끼는 판이 있고, 세 번 꺾은 줄이 있다. 한 모서리는 앞쪽을 향하고, 뒤편에는 두 개의 길게 드리운 띠가 있다. 이것이 바로 제건(祭巾)이다(上方下圓, 四圍俱有飄版, 俱有三折線路, 以一角向前, 後有二長垂帶, 卽祭巾也)”라고 설명했다. 당시 이벽이 썼던 제건의 모양도 이것과 비슷했을 것으로 본다. 분면청건(粉面靑巾)의 이유 위 「벽위편」의 기술에서 더 주목을 끄는 것은 대부분의 참석자가 ‘분면청건(粉面靑巾)’을 하고 있었다는 대목이다. 참석자 모두가 얼굴에 분을 바른 채 푸른 두건을 쓰고 있었다. 미사를 드린 것은 알겠는데, 얼굴에 분은 왜 발랐을까? 앞서 권일신이 이 사건 이후 8일 피정을 진행한 것과, 근거 경전이 바로 「성년광익」과 「성경광익」인 점으로 미루어볼 때, 이날 이들이 얼굴에 분을 바른 것도 분명 교회력에 따른 전례의 일환으로 봄이 타당하다. 이승훈은 1784년 봄에 귀국했다. 그의 북경 체류 기간은 1783년 음력 12월부터 1784년 2월까지이니, 혹 그 기간에 보았을 의례를 본떠 행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짐작이다. 우선 이벽의 제건과 달리, 나머지 사람이 쓴 청건은 아마도 복두(?頭)의 모양이 아니었을까 한다. 굳이 푸른색으로 통일한 것에는 어떤 뜻이 담겼을까? 당시 미사 때 입는 제복(祭服)은 흰색, 빨간색, 검은색, 하늘색, 녹색을 때에 맞춰서 썼다. 「미사제의」에 하늘색의 의미를 설명한 대목이 보인다. “천청(天靑) 즉 하늘색은 하늘의 바른 색이니, 겨울과 봄에 많이 쓰고, 재일(齋日)을 만나 혹 힘들게 공과(功課)를 행하며 천주께 기구할 때 모두 이것을 쓴다. 대개 이 색깔은 하늘과 가깝기 때문에 천주와 통하여 도달하기를 원하는 자가 입는다(天靑者, 天之正色, 冬春多用. 凡遇齋日, 或行苦功, 祈求天主之時, 皆用之. 盖此色近天, 故願通達于天主者衣之)”라 한 대목에 눈길이 간다.(조한건, 「성경직해광익 연구」, 서강대 사학과 박사논문, 2011 참조) 한편 얼굴에 분을 바르는 의식은 아무래도 ‘재의 수요일’ 예식을 행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옳지 싶다. 재의 수요일을 당시에는 ‘성회예일(聖灰禮日)’로 불렀다. 자신의 죄를 참회하는 뜻에서 이마에 재를 바르는 의식을 행했다. 「성년광익(聖年廣益)」의 「성회예의(聖灰禮儀)」 항목에서는 이 의례를 이렇게 설명한다. “대개 성회(聖灰)란 영혼의 거룩한 약제(藥劑)이니, 각 마음의 병을 능히 낫게 해준다.(蓋聖灰爲靈魂之聖劑, 能療各心之病.)” 또 “네가 사람이 됨은 재로 만든 것임을 기억하라. 어제 재에서 나서, 내일에는 반드시 재로 돌아가리라. 천주께서 재로 정신의 병을 치료해주신다…오늘 천주의 약제와 천주의 말을 빌려 재를 써서 이마에 찍으면서, ‘벗이여 너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소(微小)하기가 모두 재와 같을 뿐이라, 천주께서 재를 가지고 사람의 몸을 만드셨으니, 그 몸은 얼마 못 가서 또 재로 돌아갈 것임을 기억하여라’라고 말한다.(可記爾爲人也爲灰也. 昨日生於灰, 翌日必歸於灰. 天主以灰醫其神病… 因今日借天主之劑, 天主之言, 用灰點額, 而云: ‘友憶汝始終之微, 皆灰而已. 天主以灰造成人身, 身未幾且歸灰矣.’)” 이날 이들이 흰 재를 이마에 바르고 있었다면, 영문을 모르는 파수꾼의 입장에서 보면 영락없이 사내들이 얼굴에 분을 발랐다고 착각할만했을 것이다. 다만 교회력으로 확인해 보니, 1785년의 재의 수요일은 양력 2월 9일이었고, 음력으로 환산하면 1월 1일, 정월 초하루로 나온다. 음력 3월 중순과는 도저히 날짜를 맞출 수가 없다. 하지만 초기의 엉성했던 전례 지식과 정보를 고려하면, 이들이 당시에 그레고리안력에 의거해서 정확하게 로마 교회의 전례를 실행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유일하게 교회의 전례를 체험한 이승훈의 기억에 바탕을 둔 전례 적용이었다고 볼 때, 이승훈이 북경에 체류할 당시 1784년 음력 1월에 체험했을 성회예의 행사를 떠올려, 3월에 이를 적용해 보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시 이들은 명례방에 모여 회개와 다짐의 의식을 행하면서 「성년광익」 3편에 실린 「성회예의」의 설명에 따라, 이승훈이 북경 체류 당시 직접 보았던 성회예의의 의식을 재현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명동대성당의 ‘명례방 집회’ 성화(聖畵) 현재 명동대성당에 걸려 있는 명례방 집회 모습을 그린 성화는 화가 김태 선생의 작품이다. 정웅모 신부의 그림 해설(2018년 10월 28일 연중 제30주일, 서울주보 5면)에 따르면 장면 하나하나에 깊은 뜻이 담겨 있다. 화가는 이벽이 입고 있는 하늘색 두루마기가 그가 지금 천상의 진리에 대해 가르치고 있음을 나타내고, 책상 위에 놓인 것은 십자고상과 「천주실의」이며, 앞쪽에 공간을 비운 것은 후대에 주님을 믿게 될 사람을 위해 남겨둔 자리라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각각의 인물 배치도 구체적 인명을 염두에 두고 그린 섬세한 작품이다. 다만 그 복장이 「벽위편」에서 묘사한 분면청건이나 푸른 두건이 머리를 덮고 어깨에 드리운 모습으로 표현되지 않은 점은 조금 아쉽다. 기록에는 이벽 뿐 아니라 대부분의 참석자가 청건을 쓰고 얼굴에 분을 발랐다고 썼다. 인물들은 청건을 쓰고 있었기에 이마에 묻은 흰 재가 더욱 도드라져서 포졸들 눈에 마치 분을 바른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또 「벽위편」에서는 “마침내 예수의 화상과 서책과 물건 약간을 적발하여 추조에 보냈다(遂捉其耶蘇畵像及書冊物種若干, 納于秋曹)”고 썼다. 적어도 이벽이 앉은 뒤쪽 벽면에 예수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싶다. 또 ‘거지해이(擧指駭異)’라고도 썼는데, 손가락을 드는 행동이 해괴하고 이상했다는 말이다. 그들이 성호를 긋는 모습이 이렇게 보였던 듯하다. 이 작품은 작가의 깊은 이해와 해석이 담긴 걸작임에 틀림없고, 오랫동안 신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성화는 한 장면을 여러 화가가 나름의 해석을 담아 그리는 것이니, 청건을 쓰고 예수의 성상(聖像)을 걸어둔 형태의 그림도 새로 한번 시도해봄 직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거나 「벽위편」의 명례방 집회 장면에 대한 묘사는 당시 이들이 미사를 드리고 있었고, 청건까지 마련해서 썼을 정도의 열성을 보였음을 보여준다. 분을 바른 것은 재의 수요일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을 개연성이 높다. 이들은 이미 미사 전례나 복식에 대해서도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정민 베르나르도(한양대 국문학 교수)cpbc2020.08.12

“바오로처럼 교회 밖으로 나가 책으로 생명 나누고파”성바오로회 두 번째 출판사 레벤북스 초대 편집장 김동주 수사레벤북스 첫 편집장 김동주 수사는 “정의와 사랑, 인내, 관대함, 따뜻함 등을 다룬 좋은 책을 내겠다”고 말했다.“복음이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레벤북스를 시작합니다. 그리스도를 모르는 이들에게 책으로 선교할 계획입니다. ‘이방인의 사도’ 바오로처럼 교회 바깥으로 나가는 거죠.” 미디어로 복음을 전파하는 성바오로수도회가 두 번째 출판사를 차렸다. 성바오로출판사의 자회사 ‘레벤북스’다. 레벤은 독일어로 ‘생명’을 뜻한다. 성바오로출판사가 성경과 영성, 기도 관련 교회 서적을 출간한다면, 레벤북스는 종교색을 뺀 양서를 출간할 계획이다. 책을 통해 세상과 사람에게 생명을 전하자는 게 목적이다. 분야는 시, 소설 문학을 비롯한 사회·인문학 등을 두루 망라한다. 4월 23일 세계 책의 날, 서울 성바오로수도원에서 만난 레벤북스 첫 편집장 김동주(토마스) 수사는 “이 사도직은 교회 안에서의 선교를 교회 밖으로 확장하는 데 목적과 지향이 있다”며 “정의와 사랑, 인내, 관대함, 따뜻함 등을 다룬 좋은 책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책을 안 읽는 시대죠. 문 닫는 출판사들이 많은 상황에 왜 더 어려운 가시밭길을 가느냐고 묻는 분들도 계세요. 책을 통해 생명을 주고 싶어요. 바오로 사도와 예수님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가신 것처럼요.” 김 수사는 독서 치료사다.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과 긍정심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7년째 서울과 수원에서 ‘마음으로 책 읽기’라는 영성 심리 독서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안다. 책에는 하느님 말씀이 있고, 활자에는 인간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그는 “다양한 작가들을 통해 이 시대에 빛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자연을 사랑하고 신을 사랑하고,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작가라면 종교와 나이, 국적을 불문해 작가를 발굴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레벤북스를 통한 사도직은 2016년 한국관구 총회에서 결정됐다. 수도회는 후원회를 발족했으며, 명상과 영성ㆍ인문학 에세이 출간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6월 1일 후원자를 대상으로 책 피정을 열 계획이다. 성바오로서원과 연계한 레벤북스 북클럽도 운영한다. 첫 신간은 「다정한 안부」로 5월에 나온다. 코로나19로 고립감과 무력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시와 그림을 담았다. 그는 “교회 밖으로 나간다고 해서 교회 안을 배제하는 게 아니다”면서 “영적으로 목마르고 지친 이들에게 용서와 사랑, 선함과 공동선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레벤북스는 젊은 세대들과 더 활발히 소통하기 위해 e북과 오디오북도 함께 출간한다. 황인수 신부(성바오로수도회 한국관구장)와 유튜브도 만들어 올리고 있다. 후원 문의 : 02-986-1361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cpbc2020.05.06

“바오로처럼 교회 밖으로 나가 책으로 생명 나누고파”성바오로회 두 번째 출판사 레벤북스
초대 편집장 김동주 수사
비신자들 위해 종교색 뺀 책 출간
영적으로 목마르고 지친 이들에게
사랑·공동선 전하는 것이 취지
레벤북스 첫 편집장 김동주 수사는 “정의와 사랑, 인내, 관대함, 따뜻함 등을 다룬 좋은 책을 내겠다”고 말했다. “복음이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레벤북스를 시작합니다. 그리스도를 모르는 이들에게 책으로 선교할 계획입니다. ‘이방인의 사도’ 바오로처럼 교회 바깥으로 나가는 거죠.” 미디어로 복음을 전파하는 성바오로수도회가 두 번째 출판사를 차렸다. 성바오로출판사의 자회사 ‘레벤북스’다. 레벤은 독일어로 ‘생명’을 뜻한다. 성바오로출판사가 성경과 영성, 기도 관련 교회 서적을 출간한다면, 레벤북스는 종교색을 뺀 양서를 출간할 계획이다. 책을 통해 세상과 사람에게 생명을 전하자는 게 목적이다. 분야는 시, 소설 문학을 비롯한 사회·인문학 등을 두루 망라한다. 4월 23일 세계 책의 날, 서울 성바오로수도원에서 만난 레벤북스 첫 편집장 김동주(토마스) 수사는 “이 사도직은 교회 안에서의 선교를 교회 밖으로 확장하는 데 목적과 지향이 있다”며 “정의와 사랑, 인내, 관대함, 따뜻함 등을 다룬 좋은 책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책을 안 읽는 시대죠. 문 닫는 출판사들이 많은 상황에 왜 더 어려운 가시밭길을 가느냐고 묻는 분들도 계세요. 책을 통해 생명을 주고 싶어요. 바오로 사도와 예수님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가신 것처럼요.”김 수사는 독서 치료사다.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과 긍정심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7년째 서울과 수원에서 ‘마음으로 책 읽기’라는 영성 심리 독서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안다. 책에는 하느님 말씀이 있고, 활자에는 인간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그는 “다양한 작가들을 통해 이 시대에 빛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자연을 사랑하고 신을 사랑하고,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작가라면 종교와 나이, 국적을 불문해 작가를 발굴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레벤북스를 통한 사도직은 2016년 한국관구 총회에서 결정됐다. 수도회는 후원회를 발족했으며, 명상과 영성ㆍ인문학 에세이 출간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6월 1일 후원자를 대상으로 책 피정을 열 계획이다. 성바오로서원과 연계한 레벤북스 북클럽도 운영한다. 첫 신간은 「다정한 안부」로 5월에 나온다. 코로나19로 고립감과 무력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시와 그림을 담았다.그는 “교회 밖으로 나간다고 해서 교회 안을 배제하는 게 아니다”면서 “영적으로 목마르고 지친 이들에게 용서와 사랑, 선함과 공동선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레벤북스는 젊은 세대들과 더 활발히 소통하기 위해 e북과 오디오북도 함께 출간한다. 황인수 신부(성바오로수도회 한국관구장)와 유튜브도 만들어 올리고 있다. 후원 문의 : 02-986-1361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평화신문2020.05.06
![[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서울대교구 위례성모승천성당](//cpbc.co.kr/CMS/newspaper/2020/10/rc/788999_1.4_titleImage_1.jpg)
[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서울대교구 위례성모승천성당장미 꽃잎처럼 피어나 밝고 맑은 성모신심 일으키다위례성모승천성당 전경. 흰색 벽돌로 마감된 성당은 성모를 상징하는 장미꽃잎 모양을 형상화 했다. 우측 하단은 위에서 바라본 위례성모승천성당 모습니다. 왼쪽 사제관과 오른쪽 성전건물이 계단과 2층 통로로 연결된 모습이다. 성전이 장미꽃잎 같다. “근래 지어진 성당 중 꽤 괜찮은 성당이다.” 올해 미수(米壽, 88)를 맞는 한국 미술계의 거장 최종태(요셉) 교수는 최근 지어진 한 성당에 대해 짧지만 강렬한 말을 남겼다. 단순함 속에 깊이가 있고 밝음 속에 편안함이 있는 서울대교구 위례성모승천성당에 대한 평이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18일 10시 성전 봉헌식을 거행하는 위례성모승천성당을 찾았다.한국적이며 현대적인 성당 단연 눈에 띈다. 서울시 송파구 위례순환로 470에 자리한 위례성모승천성당은 하얀색 벽돌로 외장이 마감돼 있다. 한창 조성 중인 신도시에서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공원 옆에 자리한 성당이기에 비신자 중에도 그 아름다움에 끌려 성당을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대지면적 1565㎡에 연면적은 4997㎡, 지하 4층 지상 4층(종탑 포함) 규모의 성당은 철근 콘크리트와 철골조로 지어졌다. ‘성모 승천’과 ‘가장 한국적이고 현대적이며 따뜻하고 희망적인’ 주제로 성당 설계를 공모했고, 신자들의 투표 결과 오서원(이냐시오) 건축사의 작품이 선정됐다. 성모님을 상징하는 장미 꽃잎에서 모티브를 얻어 성당을 형상화했고, 앞마당과 중정, 후정을 두어 한국의 건축미를 살렸다는 게 본당 주임 이기양 신부의 설명이다. 교리실과 강당, 주차장 등의 시설은 지하에 배치해 토지 이용을 극대화했고, 지하 공간은 성큰(sunken, 지상과 연결된 지하광장 개념) 방식을 채택해 채광과 환기를 개선했다. 우수처리 시설과 성전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해 환경도 고려했다. 앞마당에서 성당을 바라보면 좌측에 자리한 직사각형 형태의 사제관 건물과 우측에 자리한 꽃잎 혹은 배 모양의 성당 건물이 외부 계단으로 연결돼 있다. 두 건물은 2층 통로로도 연결돼 있으며, 통로에 제의실이 있다. 성당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정박해 있는 배 모양이다. 성당 외관 감상을 마치고 정문에 들어서자 갈림길이 나온다. 외부 계단을 오르면 성전으로 바로 갈 수 있고, 계단을 지나치면 뒷정원으로 갈 수 있다. 계단 오른쪽 입구는 성당 1층 로비로 들어가는 길이다. 외부 계단으로 2층에 올라갔다. 온화한 표정으로 하늘을 쳐다보는 성모 승천상이 찾는 이들을 반긴다. 최봉자 수녀의 작품으로 단순하면서도 곡선미가 빼어나다. 성당 설계 단계에서부터 성당에 설치될 성물도 함께 고려했다. 성모 승천상 옆에 있는 20m 높이의 종탑도 볼거리다. 종탑에 연결된 줄을 잡아당기자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 신부는 “전라도에서 100년 이상 된 낡은 종을 가져와 겉을 갈고 닦아 설치했다”며 “특별한 날에 종을 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례에 가장 적합한 공간 성당의 외형이 전반적으로 밝은 느낌이었다면, 성전 내부의 첫인상은 차분하고 편안하다. 제대 뒤 감실 위에는 최종태 교수가 제작한 십자가가 설치돼 있고, 그 뒤로 아라비아 숫자 ‘1’ 모양의 가늘고 긴 채광창이 보인다. 얇은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강하지 않아 제대를 향한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는다. 성전 벽은 노출콘크리트 방식이지만 가로줄 무늬가 들어가 단조롭지 않다. 바닥은 8㎝ 두께의 나무를 깔아 돌처럼 단단하지만 따뜻함이 전해진다. 432석 규모의 회중석 역시 단풍나무로 만든 흰색의 장의자가 설치돼 있다. 회중석과 성전 벽 사이에 난 통로는 물고기의 옆면을 연상시키듯 곡선 형태로 오솔길을 보는듯하다. 성전 좌ㆍ우측 벽에는 성모 칠고와 칠락을 담은 수묵 유리화가 설치돼 있다. 간결한 선으로 표현한 임현락(야고보, 경북대 예술대) 교수의 작품으로 밤에 조명이 켜지면 성전 외부에서도 성모의 생애를 한눈에 보고 묵상할 수 있다. 유리화 사이에는 최종태 교수가 만든 십자가의 길 16처가 있다. 15처는 예수 부활을, 16처는 성령 강림(교회의 시작)을 상징한다. 3층 성가대석에서 바라본 성전은 어느 하나 두드러지지 않는다. 흔히 시선을 끄는 화려한 색도, 마음을 뺏는 성물도, 시선을 분산시키는 강렬한 빛도 없다. 화려하지 않은 성물과 은은한 조명, 멀리까지 소리가 퍼질 수 있게 한 음향설계까지 오직 말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적화됐다. 그러기에 감실의 붉은빛이 주님이 우리와 계심을, 성체를 모신 나와 함께 계심을 뚜렷이 전하는 듯하다. 은인들에게 감사, 하느님께 영광 위례성모승천성당이 지어지는 과정은 기적과도 같았다. 2017년 2월 천주교 서울대교구 문정동본당 위례공소로 신설됐고, 그해 8월 초대 주임 사제로 이기양 신부가 부임했다. 2018년 8월 새 성전 조기 착공에 대한 필요성을 논의했다. 투표를 통한 설계 공모에 신자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초등학생들의 의견도 반영했다. 신자들은 묵주기도 100만 단을 봉헌했고, 155명이 신약성경을 완필했다. 주일 미사 참여자가 300여 명인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비율이다. 신자들이 영적으로 성숙해질수록, 신자들의 영적 물적 정성이 모일수록 성전도 조금씩 제 모양을 갖춰갔다. 13개 본당 7000여 명의 신자가 성전 건립에 정성을 보탰다. 성당 지하 1층 교리실 옆 햇볕이 잘 비치는 공간에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은인들께 감사를 전하는 기념 공간이 마련돼 있다. 성당 곳곳과 성당 주변에는 은인들이 후원한 100여 년 된 고목들이 성당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21세기 서울의 유일한 공소였던 본당은 이제 새 성전을 봉헌하는 기쁨을 맛보고 있다. 그리고 위례신도시의 복음화를 위한 여정의 닻을 올리고 본격적인 출항을 앞두고 있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cpbc2020.10.14
![[성당에 처음입니다만] (32) 가톨릭 신자들은 왜 성당에 들어갈 때 물을 찍어바르나요](//cpbc.co.kr/CMS/newspaper/2019/10/rc/764978_1.1_titleImage_1.jpg)
[성당에 처음입니다만] (32) 가톨릭 신자들은 왜 성당에 들어갈 때 물을 찍어바르나요사제가 축성한 거룩한 물 ‘성수’ 성당에 들어갈 때 입구에 놓인 성수반에서 성수를 손끝에 찍어 이마와 가슴, 양어깨에 십자 성호를 그으며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기에 앞서 세상의 모든 죄스러움을 쫓아내 달라고 기도한다. 나처음 : 가톨릭 신자들은 왜 성당에 들어갈 때 물을 얼굴에 바르나요. 또 어떤 사람은 큰 통에 그 물을 받아가던데 혹시 ‘약수’인가요. 조언해 : 약수가 아니라 ‘성수’(聖水)! 말 그대로 ‘거룩한 물’이야. 왜 영화에서 보면 사제가 악령을 퇴치할 때 성수를 뿌리잖아. 바로 그 성수야. 성당에 들어갈 때 입구에 놓인 성수반에서 성수를 손끝에 찍어 이마와 가슴, 양어깨에 십자 성호를 그으며 하느님의 집에 들어서기에 앞서 세상의 모든 죄스러움을 쫓아내 달라고 기도해. 그래서 모든 신자가 성당에 들어설 때 성수로 십자 성호를 긋는 거야. 라파엘 신부 : 언해가 성수에 관해 설명을 잘해 주었구나. ‘성수’라고 부르는 이유는 사제가 하느님의 축복을 청하며 종교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축성해 거룩하게 된 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틴말로는 ‘아쿠아 베네딕타’(Aqua benedicta)라고 해. 성수는 죄의 씻음을 통해 죽음의 세력을 멀리하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 세례성사의 은총을 상징하고 있단다. 오늘은 성수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자. 먼저, 성경과 교회의 거룩한 전통이 ‘물’을 어떠한 의미로 이해하고 있는지 설명해 주마. 성경에서 물은 생명과 풍요, 죽음, 정화를 상징하고 있단다. 물은 하느님께서 우주 만물을 창조하실 때 첫 창조물이었단다(창세 1,1-2). 물은 모든 생명을 유지하는 필수조건이지.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영원히 목마르지 않게 하는 물, 영원한 생명을 주는 물이라고 가르치셨지.(요한 3,10-14) 물은 반대로 죽음을 불러오기도 하지.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창세 7장)가 대표적인 예란다. 아울러 물은 정화(淨化)를 의미하지. 구약성경 시편에는 “우슬초로 제 죄를 없애 주소서, 제가 깨끗해지리이다”(51,9)라고 노래하는 대목이 있단다. 구약의 유다인들은 정화 의식으로 우슬초로 만든 채로 물을 뿌렸단다. 물에 관한 이러한 성경의 의미는 교회의 정통 가르침과 전례 안에 그대로 스며들었단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생명을 얻게 되었고, 그리스도와 함께 죽음으로써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할 것이며, 그리스도를 통해 죄를 씻고 구원받아 영원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간다는 신앙 고백이 모두 물을 통한 세례성사 안에 자리 잡고 있단다. 가톨릭교회에서 사용하는 성수는 ‘세례수’와 ‘일반 성수’가 있단다. 세례수는 세례식 때 세례성사를 받는 예비 신자들에게 사용하기 위해 축복한다는 점에서 일반 성수와 구분된단다. 세례수는 흔히 ‘부활 성야’라고 하는 ‘파스카 성야’ 예식 때 축복했다가 세례 때에 사용하지만, 세례성사 직전에 축복해 쓰기도 해. 반면, 일반 성수는 미사 중에 또는 별도의 축복 예식을 통해 축복해서 사용한단다. 물론 세례수 역시 성수이기에 일반 성수로도 사용해요.성수(세례수와 일반 성수)로 사용할 물은 자연 그대로의 깨끗한 물이어야 해. 생수, 수돗물, 샘물 등은 모두 성수로 사용할 수 있단다. 바닷물과 빗물, 눈 녹은 물도 가능해요. 단, 침이나 우유, 커피, 주스, 술 같은 것은 사용할 수 없단다. 정결함과 순수함의 의미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예전에는 성수로 사용할 물에 소금을 약간 넣어서 축복했단다. 상하지 않고 오래가도록 하기 위함이었지. 하지만 지금은 소금을 넣지 않은 채 축복해서 사용한단다. 일반 성수는 사람이나 사물을 축복할 때 사용해요. 미사 때 입당한 사제가 참회 예절 대신 신자들에게 성수를 뿌리는 성수 예식을 하기도 해. 주로 수도원에서 많이 볼 수 있지. 성수 뿌림 예식은 정화의 의미와 함께 신자들에게 죄에 죽고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다시 태어났음을 일깨워주는 뜻도 포함돼 있단다. 또 집이나 사무실, 성물, 자동차 등을 축복할 때도 성수를 뿌려요. 이때는 정화와 축복의 의미를 지닌단다. 아울러 마귀를 쫓아내는 구마 예식 때도 성수를 사용한단다. 성당에 들어갈 때 성수를 찍어 십자 성호를 그으며 “주님, 이 성수로 저의 죄를 씻어 주시고 마귀를 몰아내시며 악의 유혹을 물리쳐 주소서. 아멘” 하고 기도하는 것도 정화의 의미를 담고 있단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평화신문2019.10.22

하느님 찬미하고 공동체 성화시키는 전례 음악[미사의 모든 것] (18)화답송과 복음 환호송 말씀 전례 제1독서와 제2독서 사이, 그리고 제2독서와 복음 사이에 부르는 노래를 화답송, 복음 환호송이라고 한다. 화답송은 말씀 전례 독서처럼 앉아서 노래하고 복음 환호송은 서서 부른다. 【CNS 자료 사진】 나처음: 말씀 전례 독서는 꼭 독서대에서 해야 하나요?라파엘 신부: 독서대는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는 장소란다. 그래서 말씀 전례 독서는 반드시 독서대에서 해야 해. 미사에서 하느님 말씀의 식탁과 그리스도 몸의 식탁(성찬 제대)이 똑같이 마련된다는 사실을 신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독서대는 하느님 말씀의 존엄성에 어울리게 정성 들여 만들고 꾸며져야 해요. 이런 이유로 독서대는 말씀 전례 동안 신자들이 하느님 말씀을 주의 깊게 듣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성당 구조에 주의를 기울여 제대와 조화를 이루도록 만들어야 해. 특히 신자들이 독서자를 잘 바라볼 수 있고, 그들이 선포하는 말씀을 잘 들을 수 있는 곳에 독서대를 고정해 설치해야 해. 이동식 간이 독서대를 놓아서 안 돼요. 조언해: 미사 때 보면 독서대에 말씀 봉사자뿐 아니라 해설자나 선창자, 또 공지사항 때 성당에 도움을 청하러 온 손님들이 올라오던데 결코 전례에 바람직한 건 아니죠.라파엘 신부: 독서대가 하느님 말씀이 봉사자를 통해 선포되는 장소라는 본질적인 사실을 잊거나 무시해선 안 돼. 독서대에서는 오로지 독서들, 화답송, 복음 환호송(알렐루야나 복음 전 노래) 예식만 거행돼야 해. 그리고 강론과 보편 지향 기도도 독서대에서 할 수 있단다. 따라서 독서대의 품위에 비추어 말씀의 봉사자만 거기에 올라갈 수 있고 이들 외에 해설자나 선창자, 성가 지휘자, 일반인이 독서대에 오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단다. 나처음: 화답송과 복음 환호송은 뭔가요?조언해: 말씀 전례 제1독서와 제2독서 사이, 그리고 제2독서와 복음 사이에 부르는 노래를 화답송, 복음 환호송이라고 해. 이들 노래는 하느님 말씀을 더욱 심화하고 강화하는 말씀 전례의 주요 요소들이야. 라파엘 신부: 언해가 잘 설명해 주었구나. 말씀 전례는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고 신앙 공동체가 화답하는 대화 형식으로 진행된단다. 제1독서 말씀을 듣고 화답송으로, 제2독서 말씀을 듣고 복음 환호송으로, 복음과 강론을 듣고 신앙 고백으로 응답하는 순서로 거행되지. 그래서 화답송과 복음 환호성은 말씀 전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며 전례로나 사목적으로도 매우 중요해. 교회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식이고 전례 행위라고 강조하고 있단다.조언해: 화답송으로 주로 시편을 노래하는 이유가 있나요.라파엘 신부: 언해 말대로 화답송 대부분은 시편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래서 원래는 ‘화답 시편’이라고 하는데 이를 간단히 ‘화답송’이라고 부르고 있어. 과거에는 층계에서 부르는 노래라고 해서 ‘층계송’이라고도 했지. 화답송은 유다인들이 회당에서 모세오경이나 예언서를 봉독한 뒤 시편을 노래한 데서 유래됐단다.(에페 5,19; 콜로 3,16) 인쇄술이 발달하기 이전 과거에는 지금처럼 「매일미사」가 없었기에 선창자가 먼저 응답 구절을 노래하면 미사에 참여한 회중이 그것을 따라 불렀고, 그다음 선창자가 시편의 각 구절을 노래할 때마다 회중들은 그 뜻을 음미하고 응답 구절을 되풀이하였단다.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은 “시편을 기계적으로 노래하지 마십시오. 독서자가 낭독할 때 여러분은 무엇보다 주님을 사랑하며 그분보다 앞서는 것도 없고 그분만을 위한 사랑에 불타겠다는 믿음을 선포하는 뜻으로 노래하십시오”라며 화답송을 하는 회중의 자세에 관해 잘 설명해 주었지. 현행 미사에서도 화답송은 노래로 하는 것이 원칙이란다. 이때 시편 선창자는 독서대나 다른 적당한 자리에서 후렴과 시편 구절을 부르고, 회중은 앉아서 후렴으로 화답하며 화답송에 참여하지. 또 화답송을 노래로 하지 않을 때에는 하느님 말씀을 묵상하는 데 더욱 어울리는 방법으로 시편을 낭송할 수 있단다. 나처음: 화답송은 말씀 전례 독서처럼 앉아서 노래하고 복음 환호송은 서서 하는 이유가 뭐죠.라파엘 신부: 복음 바로 앞에 오는 독서가 끝나면 전례 시기에 따라 복음 환호송, 곧 ‘알렐루야’나 ‘복음 전 노래’를 부르지. 복음 환호송은 봉독된 말씀 전례 독서에 대한 묵상의 응답인 화답송과 달리 복음을 통해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향한 환호이기 때문에 미사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서서 불러요. 복음 환호송은 단순히 복음을 준비하는 노래라고 여겨질 수 있지만, 미사에 참여한 이들이 복음에서 자신들에게 말씀하실 주님을 환영하고 찬양하며 그분에 대한 믿음을 고백하는 하나의 예식이란다. 나처음: 알렐루야가 무슨 뜻인가요라파엘 신부: 알렐루야(Alleluia)는 히브리말로 ‘하느님을 찬미하라’는 뜻이란다. 힐렐(hillel, 찬미하다) 동사의 명령어 ‘할렐루(hallelu)’와 야훼 하느님의 약자 ‘야(Jah)’가 합해진 합성어이지. 라틴말에서는 첫 자리에 오는 ‘h’를 발음하지 않기에 알렐루야가 되었단다. 알렐루야는 ‘아멘’ ‘호산나’와 함께 구약 이스라엘 백성들이 회당이나 성전에서 예배 중에 하느님을 찬미할 때 즐겨 사용하던 환호로 시편에 자주 등장해. 하지만 신약 성경에는 요한 묵시록의 ‘천상 찬가’(19,1-6)에만 나온단다. 초대 교회에서 유다인의 예배 전통과 하늘에 있는 많은 무리가 ‘아멘’과 함께 하느님과 그리스도께 드리는 묵시록의 감사와 승리의 환호를 그대로 받아들여 교회 안에서도 하느님을 찬미하는 환호로 알렐루야를 사용한 것이지. 알렐루야가 미사에 도입된 것은 3세기께라고 해. 이 시기에 화답 시편이 독서 화답송으로 정착되었기 때문이야. 도입 초기에는 축제 환호로 주님 부활 대축일과 부활 시기에만 불리다가 차츰 주일과 축일에도 사용됐고, 성 그레고리오 1세 대교황(재위 590~604) 이후 평일 미사에서도 알렐루야를 노래했다고 해. 알렐루야는 사순 시기를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부터 파스카 성야 전까지를 제외하고는 모든 시기에 불러요. 과거에는 장례 미사나 위령 미사 중에는 알렐루야를 부르지 않았으나 이제는 부를 수 있단다. 알렐루야가 주님 안에 죽은 이들이 부활한다는 믿음과 희망을 잘 드러내기 때문이지. 나처음: 그럼 복음 전 노래는 무언가요라파엘 신부: 사순 시기를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부터 파스카 성야 전까지 알렐루야를 부르지 않는다고 했지. 이 시기에 알렐루야 대신 ‘복음 전 노래’를 해. 복음 전 노래도 알렐루야와 마찬가지로 모두 서서 노래하거나 낭송하지. 복음 전 노래는 알레루야와 같은 시기나 그보다 약간 늦게 미사에 도입되었다고 해. 처음에는 시편으로 구성됐으나, 현재는 그날 복음의 한 구절이나 하느님 말씀에 대한 자세, 믿음을 반영하는 내용으로 짜여 있단다. 조언해: 부속가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라파엘 신부: 부속가는 특별한 축일 미사 때 제2독서 후 알렐루야를 하기 전에 노래하거나 읽는 찬미가를 말해. 9세기 프랑스 교회에서 부르기 시작해 16세기에는 거의 모든 미사에 다 들어갈 정도로 그 수가 많았단다. 그러다가 성 비오 5세 교황(재위 1566~1572)이 트리엔트 공의회 정신에 따라 전례 개혁을 단행하면서 4개의 부속가만 허용했지. 현대 교회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 헌장」 정신에 따라 주님 부활 대축일과 성령 강림 대축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9월 15일) 부속가 4개만을 허용하고 있단다. 이중 주님 부활 대축일과 성령 강림 대축일 부속가는 의무적으로 해야 하고, 나머지 둘은 자유롭게 할 수 있단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cpbc2020.11.17

생명 외쳐온 교회, 현장에선 생명 교육 부족… 사목자 관심 절실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정기 학술세미나 ‘한국 천주교회와 생명 문화’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가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방로 한국살레시오회 교육관 대강당에서 ‘한국 천주교회와 생명 문화’를 주제로 정기 학술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한국 교회에서 사제와 평신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생명윤리 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그 원인은 ‘사목자의 관심 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위원장 이용훈 주교)는 14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 살레시오회 교육관 대강당에서 정기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 천주교회와 생명 문화’를 주제로 발표한 △한국 천주교회 생명윤리 교육의 현황과 방향에 관한 고찰(이준연 신부) △생명운동에 대한 성찰과 앞으로의 과제(신상현 수사) 발제문을 요약해 싣는다. 정리=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생명윤리 교육의 현황과 방향에 관한 고찰 / 이준연 신부(청주 성모병원 관리부장)한국 천주교회 생명윤리 교육 현황 파악과 방향을 연구하기 위해 16개 교구청에 생명윤리 교육 관련 담당자를 대상으로 질문지를 배부했다. (사)한국가톨릭의료협회 주관으로 회원 병원들의 가톨릭 의료윤리 교육의 시행 여부와 관련된 교육의 필요성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지로 수정 및 보완 작업을 거쳤다. 연구는 사제ㆍ성인ㆍ청년ㆍ중고등부ㆍ초등부를 대상으로 한 생명윤리 교육 현황을 파악했다. 먼저, 교구별 사제 대상 생명윤리 교육의 현황을 살펴보면 14개 교구가 1년에 평균 0.6회로, 1회 미만 교육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개 교구는 3년 동안 사제들에게 생명윤리 교육을 전혀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내용(중복 선택)으로는 △성 윤리와 관련된 문제(22.7%)가 가장 많았고 △혼인과 가정(13.6%)에 이어 △낙태, 배아줄기세포 등 생의 시작과 관련된 문제 △몸의 신학 등 순이었다. 사제를 대상으로 생명윤리 교육이 부족한 원인을 묻는 질문에는 △사목자의 관심 부족(38.7%)이 가장 많았으며 △교육 자료 부족(29%) △참여도 부족(22.6%) 등이라는 응답이 있었다. 사제 대상의 생명윤리 교육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선택한 내용은 ‘가톨릭 생명윤리의 원리’였다. 이어 최근 3년간 성인을 대상으로 한 단체별 생명윤리 교육 특강은 △전 신자 특강(45.5%) △소공동체(22.7%) △여성연합회(17%) △레지오 마리애(14.8%)에서 가장 많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교육 내용은 △인간의 존엄성(14.8%) △혼인과 가정(12.5%) △장기기증(11.4%) 순으로 집계됐다. 생명윤리 교육 자료로는 주보(66.7%)가 가장 많이 활용됐다. 또한, 성인 대상 생명윤리 교육이 부족한 원인으로도 사목자 관심 부족(41.1%)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생명윤리 교육이 필요한 시기는 예비부부(40%)와 학부모 시기(40%)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처럼 교회 안에서 생명윤리 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제를 대상으로 한 생명윤리 교육은 매우 부족하다. 부모를 대상으로 한 생명윤리 교육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청년 생명윤리 교육의 문제는 더욱 심각한 현실로 드러났다. 혼인강좌를 제외하면 교육이 거의 없다. 중고등부와 초등부 생명윤리 교육도 매우 부족하다. 4개 교구를 제외한 교구 대부분은 생명학교를 운영하지 않아 생명윤리를 제대로 배우고자 하는 부모와 청년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생명윤리 교육 내용 영역을 체계적으로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윤리 교육을 위한 지도자와 봉사자 양성도 부족했다. 생명윤리 교육의 문제를 개선하고 교육 활성화를 위해 생명윤리 교육위원회를 구성하고 생명지원센터를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효과적인 생명윤리 교육을 위한 연대와 부모 교육을 위한 생명학교 개설, 다양한 생명윤리 교재 제작, 생애 발달단계에 따른 생애주기별 생명윤리 교육이 필요하다. ▧생명운동에 대한 성찰과 앞으로의 과제 / 신상현 수사(예수의 꽃동네 형제회) 21세기는 물질문명, 첨단과학, 지식 정보화의 급속한 발달로 인간의 육적인 삶은 더 편해지고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된 반면, 정신문화는 퇴보하고, 영적인 삶은 빈약해져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중 두드러진 현상이 죽음의 문화다. 죽음의 문화 현상에는 낙태, 자살, 안락사, 사형, 인종 학살, 테러와 전쟁 등이 있으며 피임과 이혼 등도 같은 배경에서 생기는 것이다. 죽음의 문화가 생기게 된 배경은 하느님 중심의 그리스ㅈ도적인 신앙관을 배척하고, 모든 것을 인간 중심으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잘못된 사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문화는 문화로써 대응해야 한다. 교회는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기 위해 기도운동ㆍ교육ㆍ홍보ㆍ참여 등 네 가지 운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현재 정부와 국회에서 발의하려는 낙태법 개정안은 태아의 생존권이 상실되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우선시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월 6일 한국생명윤리정책원에서 주관하는 콜로키엄에서 이석배 교수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헌재 결정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태아의 발달 단계에 따라 보호 수단을 달리할 수 있다는 결정문으로 생명의 연속성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았고, 생명권과 자기결정권을 충돌이 아닌 기본권의 조화라고 해석한 것을 지적했다. 생명운동은 가톨릭교회만의 운동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그리스도교 일치 운동으로 전개해야 한다. 더 나아가 비그리스도인들과도 연대하고 범국민운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가정과 생명이라는 교회의 핵심 가치를 교육하고 홍보하여 왜곡된 성문화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교회가 선도해 나가야 한다. 교구와 수도 공동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생명윤리를 선포하는 것으로 죄책감만 들게 해서는 안 되며, 낙태와 자살 등으로 내몰렸던 이들에게 따뜻한 사목적 돌봄을 통해 그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해 주어야 한다. 인간적 방법을 따르지 말고, 교회 가르침과 성경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가장 보호가 필요하고, 자기방어 능력이 없는 태아들을 나라법이 지켜주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실망하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생명운동은 운동을 위한 운동이 되어서는 안 되며, 단죄하고 심판하는 감정적 대응 방식의 운동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을 심판하러 오시지 않았고, 오히려 심판을 받고 값을 치르고 우리를 구원하러 오셨기 때문이다. 교회 역사를 보면, 이단이 나타날 때마다 교회는 교리적으로 더 깊어지고, 오히려 가톨릭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확보해 나가는 계기가 되었듯이 죽음의 문화는 우리에게 도전이 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우리의 신앙은 더욱 복음적으로 되고, 고통과 희생을 통한 십자가의 구원 영성이 더 확고히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세속적 판단과 결정을 따르지 않고 예수님 가르침대로 자기를 희생하는 사랑을 통해, 생명을 지켜낸 증거자들을 통해 세상에 복음이 선포된다. 온갖 유혹과 시련을 견디고 낙태의 위기를 이겨낸 하느님 백성들이 이웃과 세상을 사랑으로 복음화시키고 있다. 우리의 생명운동은 이제 시작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말씀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죽음의 문화를 이기고, 이 땅에 사랑의 문화,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보다 성령강림의 문화를 온 세상에 전파하여야 한다.” cpbc2020.11.17

교황청 내사원, 코로나19 관련 특별 전대사 허용교황청이 코로나19와 관련해 특별 전대사를 허용한다고 교령을 발표했다. 교령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신자, 보건 의료 종사자, 환자와 의료진 가족 등에게 전대사가 수여된다. 사진은 대구동산병원에서 방호복을 입고 나오는 의료진들 모습. 가톨릭평화신문 DB 코로나19와 관련해 전대사(全大赦)가 특별히 허용된다.교황청 내사원장 마우로 피아첸차 추기경은 19일 ‘전 세계적 질병 확산의 현 상황에서 신자들에게 특별 대사를 수여하는 교령’을 발표했다. 교령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신자 △보건 의료 종사자 △환자와 의료진 가족 △기도를 포함해 어떠한 형태로든 환자를 돌보는 모든 이에게 전대사가 수여된다. 전대사를 받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절차를 따라야 한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신자들은 어떠한 죄도 짓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통신 매체를 통해 미사에 참여하고, 묵주기도를 바치며, 십자가의 길이나 다른 형태의 신심을 실천할 때 전대사를 받는다. 이마저도 힘들면 하느님을 믿고 형제자매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시련을 봉헌하며 최대한 이른 시일에 전대사의 일반 조건(고해성사, 영성체, 교황님 지향에 따른 기도)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지니고 신경, 주님의 기도,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간구 기도를 바칠 때 전대사를 받는다. 병자를 돌보는 의료 종사자와 가족, 그 밖의 모든 이도 이와 같은 조건을 충족하면 전대사를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종식,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위로,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원한 구원을 지향으로 성체조배나 30분 이상 성경 읽기, 묵주기도 또는 십자가의 길 기도, 하느님 자비를 구하는 기도를 바치는 신자들 역시 같은 조건을 채울 때 전대사를 받는다. 교황청 내사원은 병자성사를 받을 수 없는 위급한 상황에 있는 이들을 위해서도 전대사의 길을 열어뒀다. 임종의 순간에 놓인 신자들이 평소 습관적으로 어떠한 기도를 바치기만 했어도 전대사를 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대사(大赦)는 교회가 정한 조건을 채우면 ‘남아 있는 벌’(暫罰)을 면해주는 것이다. 고해성사를 통해 죄를 용서받았어도 죄에 따른 벌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벌을 전부 없애주는 것을 전대사, 일부를 없애 주는 것을 부분대사라 한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cpbc2020.03.25

코로나19 위기 속 수험생들… 주님의 지혜와 은총으로 보살펴주소서수능 100일, 수험생에게 힘이 되는 기도와 돌봄
출처=「엄마의 기도」(김옥례 지음 / 심순화 그림) 2021년 대학수학능력시험(12월 3일)이 9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매년 수험생과 부모들이 겪는 어려움은 크지만,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움이 가중됐다. 수능 날짜가 이미 한 번 연기됐고, 코로나 2차 대유행이 우려된다. 수능 일정 재조정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성당과 성지에서 ‘수험생을 위한 100일 기도 모임’ 등도 자취를 감추며 수험생 부모들은 신앙적으로 기댈 곳마저 마땅치 않다. 수험생 부모의 마음가짐과 수험생을 위한 기도, 수험생에게 좋은 음식 등을 모아봤다.수험생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한동안 유행했던 “엄친아, 엄친딸”은 금지어 1순위다. 몇 년 전 한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험생 시절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을 조사한 적이 있다. 대학생들은 “○○은 수시로 대학 어디 갔다더라” 라는 말을 듣기 싫었던 말 1위로 꼽았다. 부모가 자녀에게 부담을 주기 위해서 하는 말을 아니겠지만, 누구와의 비교는 수험생의 사기를 꺾는다. 안셀름 그륀 신부는 “남들과 비교를 하면 자신이 무엇이 모자라서 그렇게 살지 못하는지 고민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질투와 불만만 쌓이지요. 그럴 때일수록 제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존재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들을 감사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게 했을 때 우리는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으며, 무절제한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됩니다.”(「딱! 알맞게 살아가는 법」 )비교가 나쁘다는 건 누구나 알겠지만 “이런 것도 물으면 안 되나” 하는 질문도 있다. △어느 대학 갈래 △힘내 △점수가 얼마나 나올 거 같아 △공부는 잘되고 있지 △시험 못 보면 재수하면 돼 등이다.그렇다고 부모로서 말문을 닫을 수 없는 노릇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학부모는 자녀를 믿고 유의 깊게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주도적으로 나서서 이것저것 조언하다가 충돌로 이어져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도로 마음을 다스리자자녀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학부모의 마음은 타들어 가고 조언까지 못 한다니 화가 쌓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신앙이 있고 기도할 수 있으니 다행히 아닐까. 성경 구절 하나 소개한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 그러면 사람의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지켜 줄 것입니다.”(필리 4,6-7)기도하고 간구하라지만 무조건 시험 잘 보게 해달라는 기도는 지양해야 한다. ‘○○대학에 갈 수 있게 해주세요, 점수를 올려 주세요, 친구보다 등수가 잘 나오게 해주세요’라는 식의 기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기도를 통해 수험생들에게 부모와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며 힘든 과정에서 더 넓은 배움을 얻을 수 있도록 지혜를 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험생을 위한 기도 모임도 없고 수험생 자녀를 위해 기도할 방법을 몰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교회 출판사가 발행한 수험생을 위한 기도 노트와 기도서 등이 있다. 가톨릭출판사는 수능 100일을 앞두고 「수능 100일 기도 노트」를 발행했다. 수능 전 100일 동안 △오늘의 묵상 △수험생을 위한 응원 편지 △오늘의 기도 △기도 지향과 봉헌 △오늘의 실천 등을 하며 주님께 지혜와 은총을 청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 밖에도 「수험생을 위한 100일 기도」(생활성서사), 「수험생이 드리는 40일 기도」(바오로딸) 등도 있다. 책은 교회 서적을 파는 출판사나 인터넷을 통해 구할 수 있다.하나 더, 배우자가 갑자기 기도한다고 비꼬는 것 역시 곤란하다. “이 사람아, 양심 좀 있어 봐라. 이제까지 냉담하다가 자식 시험 잘 보게 해달라고 성사 보고, 성당에 나가냐?”(「수험생 엄마의 편지」 중) 마음을 열고 부부가 함께 기도한다면 하느님 보시기에 더 좋을 것이다.마음은 가볍게 손은 무겁게 귀성길이나 집들이 갈 때 “마음은 가볍게 손은 무겁게”라는 표현을 쓴다. 공부하는 자녀 방문을 두드릴 때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부 잘하고 있지!” “조금 더 노력해서 힘내자” 등 자녀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말 대신 수험생 몸에 좋은 간식을 건네자. 견과류와 달걀, 블루베리는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견과류에는 항산화 비타민E가 풍부해 뇌신경세포 간 물질 교환을 도와 기억력을 높여준다. 호두에 있는 오메가3 불포화지방산은 뇌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준다. 달걀 역시 오메가3 지방산과 DHA가 풍부해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에 효과가 있다. 블루베리는 기억력과 인지능력 개선에 좋고 눈의 피로를 덜어준다.개인의 몸 상태에 따라 피해야 할 음식도 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있다면 장 흡수가 어려운 포드맵(FODMAP)이 포함된 음식을 조심해야 한다. 콩, 양배추, 양파, 마늘, 사과, 배는 피해야 한다. 위가 나쁘다면 위산 과다 분비를 촉진할 수 있는 고구마와 우유를, 점막을 자극할 수 있는 귤도 조심해야 한다. 참고로 바나나와 대추, 검은콩은 수면에 도움이 되는 멜라토닌 등의 성분이 들어 있고 브로콜리는 식이섬유가 많고 토마토는 산성도가 강해 수면을 방해하는 식품이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평화신문2020.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