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사 참여자 일치 이루고 거룩한 성찬례 준비하는 ‘시작 예식’[미사의 모든 것] (12)시작 예식의 세 가지 양식 나처음: 미사가 시대와 문화, 지역에 따라 변형됐다는 게 흥미로워요. 미사에 3가지 양식이 있다고 하셨는데 빨리 알려주세요.라파엘 신부: 정확히 표현하면 미사의 시작 예식 3가지 양식이야. 미사의 시작 예식은 입당-인사(제대 인사, 십자성호, 회중 인사)-참회-자비송-대영광송-본기도로 구성되어 있단다. 이 예식은 말 그대로 미사 전례를 시작하는 예식이야. 미사에 참여한 이들이 미사를 거룩하고 합당하게 거행할 수 있도록 인도하고 준비하는 예식이란다. 바로 시작, 친교, 인도, 준비가 이 예식의 역할이자 목적이라고 할 수 있지. 조언해: 여러 역사책을 읽어보면 그리스도교는 신앙의 자유를 얻은 313년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밀라노 칙령 이전과 이후 시대로 구분된다는 데 미사의 역사도 마찬가지인가요?라파엘 신부: 물론이지.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밀라노 칙령으로 그리스도교는 박해를 피해 신앙을 지켜가던 ‘지하 교회’ 시대를 마무리하고, 땅 위에 성당을 짓고, 공개적으로 신앙을 고백하는 ‘지상 교회’ 시대를 열었지. 신자 수도 급격하게 늘었고, 교회의 틀을 정비하게 되었지.나처음: 상식적으로 신앙의 자유를 얻은 후부터 미사 예식도 급속히 발전되었겠네요.라파엘 신부: 그렇지. 박해 시대 때에는 지금처럼 미사 시작 때 입당 예식이 없었겠지. 박해자들이 언제 자신들을 잡으러 올지 모르니 미사도 간단하게 진행되었지. 그래서 초세기부터 3세기까지 미사는 ‘독서’로 시작했단다. 신앙의 자유를 얻어 지상에 교회가 세워진 4세기부터 신자들과 사제들이 모여 긴 행렬을 지어 성당에 들어가고, 사제들이 제대 앞에 엎드려 기도하는 등 차츰 미사 시작 예식이 형성되기 시작했지. 조언해: 그럼 시작 예식이 너무 다양하게 발전해서 3가지 양식으로 나뉜 것인가요?라파엘 신부: 신앙의 자유를 얻은 교회는 지역 교회별로 다양한 전례 양식을 발전시켜 갔단다. 밀라노 지역에서는 암브로시오 전례가, 프랑스 지역에서는 갈리아 전례가 발전했지. 그러다 16세기에 들어 개신교가 교회에서 갈라져 나가자 교회는 트리엔트공의회를 개최해 쇄신을 단행했지. 그중 하나가 다양한 미사 예식을 표준 양식으로 정비하는 것이었어. 그래서 탄생한 것이 비오 5세 교황의 「로마 미사 전례서」였지. 그러나 이 미사 전례서도 예식의 구조나 내용을 완전히 정비하지 못했지. 예식의 의미와 기능이 뚜렷하지 않아 시작 예식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단다. 그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때 전례 개혁을 통해 현행 미사 전례로 정비한 것이지.나처음: 어! 그러면 미사 시작 예식은 현대에 들어서 정착된 거네요.조언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1962년에 열려 1965년에 폐막했으니 불과 55년 전부터 미사가 이렇게 거행됐다고요?라파엘 신부: 그럼. 현행 미사의 시작 예식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 정신에 따라 도입된 예식이란다. 여기엔 몇 가지 특징이 있단다. 현행 미사 시작 예식은 첫째, 구조가 단순하면서 조직적으로 편성돼 있단다. 그리고 둘째, 공적인 행사를 시작하는 예식으로서의 특징과 역할이 뚜렷하지. 셋째로 말씀 전례와 긴밀히 연결돼 있으면서도 독자적 특성을 지니고 있단다. 그래서 미사 전에 다른 예식이 있거나 시작 예식을 다른 예식과 함께 거행할 경우 인사와 참회 등 예식의 일부 부분을 생략해. 나처음: 점점 흥미로워요. 얼른 시작 예식의 세 가지 양식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라파엘 신부: 먼저 ‘인사’의 세 가지 양식인데 모두 초대 교회의 관습에 따라 성경에서 따온 인사란다. 주님의 현존과 주님의 구원 은총을 기원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단다.제1양식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의 친교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는 바오로 사도의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두 번째 서간 13,13의 말씀을 그대로 옮긴 것이란다. 이 인사는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수난과 부활을 통해 내리시는 은총과 그리스도를 통해 보여주신 하느님의 사랑과 그러한 은총과 사랑을 실현하시는 성령께서 베푸시는 친교의 힘이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시길 기원한다는 뜻이란다. 조언해: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리시는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가 제2양식이군요.라파엘 신부: 그렇단다. 이 인사 역시 바오로 사도의 서간 서두(로마 1,7; 1코린 1,2; 2코린 1,2; 갈라 1,3 참조)에 나오는 초대 교회의 전형적인 인사란다. 사실 이 인사는 유다인들이 사람을 만날 때마다 하는 평화의 인사인데 여기에 그리스도의 구원 의미를 덧붙여 그리스도교 인사로 발전시킨 것이지. 나처음: 그럼 3양식은 뭐예요.조언해: 가장 많이 하는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아니겠니?라파엘 신부: 맞단다. 이 인사는 신·구약 성경에 자주 나오는 인사(판관 6,12; 룻 2,4; 1열왕 17,37; 루카 1,28; 2테살 3,16)로 초대 교회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대표적인 전례 인사란다. 현행 미사 통상문에도 네 번이나 나오고 있지. 이 인사는 주님과 한 몸을 이루고 그분과 함께 살고 있으며, 주님과 영원히 함께 사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지. 그래서 짧은 인사말이지만 가장 훌륭하고 아름다운 인사라고 할 수 있지.조언해: 사제의 이러한 인사에 회중들이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라고 화답하는데 이것도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라파엘 신부: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는 라틴말 “Et cum Spiritu tuo”(엣 쿰 스피리투 투오, 또한 당신의 영과 함께)를 의역한 말인데, 여기서 영은 사제나 부제품을 받을 때에 안수를 통해 받은 성령을 일컫는단다. 서품을 통해 하느님의 성령을 받은 교회의 봉사자들에게 하는 인사말이지. 교회는 전통적으로 성직자들에게만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는 인사권을 부여하고 있고, 이에 대한 화답인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도 오직 성직자들에게만 한단다. 부제에게는 “또한 부제의 영과 함께”라고 해야 해.조언해: 참회 부분도 세 가지 양식이 있는데 설명해 주세요.라파엘 신부: “전능하신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고백하오니…” 하는 제1양식은 라틴어 첫 단어를 따서 ‘Confiteor’(콘피테오르)라고 해. 이 고백문은 중세 초기 교황이 미사 직전에 바치던 개인기도였는데 16세기 비오 5세 교황의 「로마 미사 전례서」에 도입됐단다. “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제2양식은 요엘 2,17과 시편 85,8에서 발췌한 고백문이란다. 이 고백문은 흔히 제1양식의 축소 경문이라고 하는데, 하느님께 죄를 고백하고 자비를 청하는 훌륭한 기도문이란다.“주님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제3양식은 ‘자비송’과 연결된 기도문으로 호칭 기도 형식으로 되어 있단다. 호칭의 대상은 ‘진심으로 뉘우치는 사람을 용서하러 오신 주님’ ‘죄인을 부르러 오신 그리스도님’ ‘성부 오른편에 중재자로 계신 주님’이지만 세 번 다 모두 주님이신 그리스도께 바치는 기도임을 알 수 있지. 첫 번째 ‘진심으로…’는 루카 4,18-18을, 두 번째 ‘죄인을 부르러 오신…’은 마태 9, 13을, 세 번째 ‘성부 오른편…’은 요한 16,26-28의 말씀을 그대로 옮겼거나 상기하는 말씀이란다. 다음번에는 ‘대영광송’에 관해 알아보자꾸나.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cpbc2020.10.06

성체성사 통해 신자들을 그리스도의 증거자로 파견하다[미사의 모든 것] (8)미사는 무슨 뜻인가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CNS 자료 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CNS 자료 사진】 라파엘 신부: 지금까지 미사의 대상이신 삼위일체 하느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으니 처음이도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이해하겠지.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미사에 관해 알아보자꾸나. 코로나19로 예비신자 교리를 제대로 못 받고 있는 처음이를 위해 미사를 중심으로 가톨릭 교리에 관한 설명도 덧붙이마. 나처음: 좋아요, 신부님. 미사에 관해 늘 궁금했어요. 라파엘 신부: 미사가 무엇인지 짧게 설명하자면, 미사는 성부께 드리는 감사와 찬미이며, 주님이신 성자 그리스도와 그분의 희생을 기념하는 제사이고, 주님의 말씀과 성령의 힘으로 성체성사 안에서 이루어지는 주님의 현존이라고 정의할 수 있지. 조언해: 신부님께서는 모든 걸 삼위일체 하느님과 연관 지어 설명하시는군요.라파엘 신부: 단순히 내가 지어낸 억지가 아니란다. 언해야! 성부께 드리는 감사와 찬미 행위이기에 미사를 ‘성찬례’라고 해요. ‘감사하다’(루카 22,19; 1코린 11,24)와 ‘찬미하다’(마태 26,26; 마르 14,22)는 말은 하느님의 창조 사업과 인간 구원을 위한 속량과 성화의 업적을 찬양하는 말이지. 그래서 초대 교회 때부터 미사를 ‘성찬례’ 또는 ‘감사제’라는 의미의 헬라어 ‘Ευχαριστια’(에우카리스티아)라고 했단다. 또 주님께서 미사를 제자들과 함께 수난 전날 밤 마지막 만찬 때 제정하신 것을 기념해 ‘주님의 만찬’이라고도 표현하지. 이 주님의 만찬은 천상 예루살렘에서 벌어지게 될 어린양의 혼인 잔치를 미리 맛보는 것과도 관련되어 있단다. 그리고 주님의 말씀과 성령의 힘으로 성체성사 안에서 이루어지는 주님의 현존을 드러내기 위해 미사를 ‘빵 나눔’ 또는 ‘성찬 모임’(Σναξι, 시낙시스)이라고 해. 이처럼 미사에 관한 표현도 풍요롭단다.조언해: 미사에 대한 다양한 이름이 있다는 게 흥미롭네요. 다른 이름은 없나요?라파엘 신부: 또 있지. 성체성사가 구세주 그리스도의 유일한 제사를 재현하는 것이기에 미사를 ‘거룩한 희생 제사’ 또는 ‘미사 성제’라고 하지. 또 ‘찬양 제물’(히브 13,15), ‘영적 제물’(1베드 2,5), ‘깨끗하고 거룩한 제물’(말라 1,11)이라고도 하지. 미사가 구약의 모든 제사를 완성하고 이를 능가하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단다. 아울러 성체성사가 성사 중의 성사이기 때문에 미사를 ‘지극히 거룩한 성사’라고도 표현해. 그리고 우리는 성체성사를 통해 그리스도와 일치하며, 주님과 한 몸을 이루기 때문에 미사를 ‘친교’라고도 표현한단다. 나처음: 그럼 미사는 무슨 뜻인가요.라파엘 신부: 구원의 신비를 이루는 이 하느님의 거룩한 전례는 일상생활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수행하도록 신자들을 파견(missio, 미씨오)함으로써 끝나기 때문에 ‘미사’(Missa)라고 한단다. 미사(Missa)는 ‘파견하다’ ‘보내다’ ‘해산하다’는 뜻을 지닌 라틴어 동사 미테레(mittere)에서 나온 말로 ‘파견’이란 뜻이지.이 말은 원래 고대 로마 시대 때 “황제 알현이 끝났으니 돌아가시오” 라거나 법정에서 “폐정했으니 해산하시오”라는 뜻으로 “이테 미사 에스트”(Ite, missa est)라고 한 것을 5세기쯤부터 가톨릭교회가 받아들여 사용하면서 굳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는 말이란다. 미사를 마칠 때 사제나 부제는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또는 “평화로이 가서 주님을 찬양하며 삽시다”라고 하는데, 이 말이 라틴어로 ‘이테 미사 에스트’이지. 우리는 미사 때 받은 은총의 힘으로 주님이신 그리스도를 말과 행동으로써 선포하도록 각자 삶의 현장에 파견된단다.나처음: 성당에서 자주 ‘미사 전례’라는 말을 듣는데 미사와 전례는 같은 말인가요라파엘 신부: 미사와 전례는 교회가 공적으로 하느님을 경배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같다고 할 수 있지. 그러나 미사와 전례는 내용과 방식, 의미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단다. 먼저, ‘전례’는 하느님께 드리는 가톨릭교회의 공적 예배를 말해. 전례는 헬라어 ‘λειτουργια’(레이토우르기아)에서 나온 말로 ‘백성이나 군중의 공공 이익이나 관심사를 위한 봉사’라는 뜻이란다. 히브리어로 쓰인 구약 성경을 헬라어로 번역할 때 성전에서 행해지는 모든 예배 행위를 ‘레이토우르기아’로 표기하면서 그리스도교 용어가 되었단다. 조언해: 신자들이 바치는 개인 기도나 신심 행위는 전례라고 표현해선 안 되겠네요.라파엘 신부: 그렇지. 전례는 가톨릭교회가 성경이나 성전을 바탕으로 정식으로 공인한 교회의 공식 경신례이기 때문에 개인의 신앙생활과는 엄격히 구별해야 해요. 무엇보다 ‘전례’라고 표현할 때 교회의 공적 예배임을 꼭 유념해야 해. 교회가 공식으로 인정하고 있는 전례는 미사와 교회의 공동 기도인 시간전례, 일곱 성사와 교회가 영적 도움을 얻기 위해 일곱 성사에 따라 제정한 준성사 등이 있단다. 그러나 십자가의 길 기도나 성체조배, 묵주기도 등은 정확하게 말하면 전례가 아니라 신심 행위라고 할 수 있지. 쉽게 말해 교회가 주체가 되어 행하는 경신례는 전례이고, 개인이 주체가 되어 하는 경신례는 신심행위라고 이해하면 돼. 나처음: 그럼 미사는 전례에서 어떤 비중을 차지하나요.라파엘 신부: 참 좋은 질문이구나. 미사는 가톨릭 전례에서 가장 중요한 경신례이지. 그 이유는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 수난 전날 밤 마지막 만찬 때 미사를 제정하셨고, 사도들에게 당신을 기념해 이를 행하라고 명령하셨기 때문이야.(루카 22,19 참조) 그래서 교회는 미사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 구원을 위해 당신 자신을 십자가의 희생 제물로 바치신 것을 기념하고 현재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단다.그러나 미사는 단지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만을 기념하는 제사가 아녜요. 미사는 주님이신 예수님의 부활을 함께 기념하는 예식이야. 인간 구원을 위한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은 그분의 부활로 완성되었기 때문이지. 그래서 가톨릭교회는 미사를 통해 이 구원 사건을 늘 새롭게 현재화하고 구원의 은총을 주신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려요. 미사를 찬미와 감사의 희생 제사이자 화해와 속죄의 제사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단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cpbc2020.09.02

정의로운 사회 위한 교부들의 치열한 성찰교부들의 사회교리 / 최원오 지음 / 분도출판사“세상 만물은 하느님께서 빚어내셨으니 더불어 사용해야 하며, 하느님의 선물에서 누구도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 가르침은 가톨릭 사회교리의 핵심 원리이다. 별빛과 달빛을 홀로 가질 수 없듯, 땅도 독점할 수 없고 밥도 독식할 수 없다. 이것이 하느님 나라의 생활 규범이다.”(70쪽) 교부학자 최원오(빈첸시오) 대구가톨릭대 교수가 지난 한해 본지에 연재했던 「교부들의 사회교리」(분도출판사)를 책으로 엮었다. 가장 오래된 교부 문헌 가운데 하나인 「디다케」에서 아우구스티누스와 대 그레고리우스에 이르기까지 주요 교부들의 사회교리 흔적과 증언을 시대순으로 정리해 해설을 덧붙였다. 동방 교회의 대 바실리우스,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우스, 요한 크리소스토무스, 서방 교회의 암브로시우스와 아우구스티누스, 대 그레고리우스는 모두 동방ㆍ서방의 4대 교부에 속하는 6인의 교부들로,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가장 위대하다는 평판을 얻었다. 이 교부들은 사회 문제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에서 가장 탁월한 가르침과 본보기를 남겼다. 교부들의 사회적 가르침의 주제는 인간 존엄과 가난한 이들의 권리, 재화의 보편적 목적과 분배 정의, 나눔과 환대의 의무, 연대와 공동선, 자비와 자선 등을 관통한다. 교부 문헌에는 교부들이 살았던 시대 상황에서 가난한 이들 안에 계시는 주님을 알아뵙고, 그들과 연대하며 정의로운 사회를 일구기 위해 헌신한 교부들의 치열한 성찰과 생생한 증언이 담겨있다. 사유재산과 사회적 책임, 경배해야 할 가난한 이들, 사유재산권의 한계, 가난한 노동자의 존엄, 자녀교육, 고난의 현장에서 거행하는 미사 등을 다뤘다. 저자는 “그리스도교 교리는 그 자체로 사회적”이라며 “복음은 세상 한가운데서 당신 백성을 목숨 바쳐 돌보시는 하느님 사랑의 선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사회교리는 지금 여기에서 치열하게 성찰하고 해석하는 복음이며 그리스도인의 실천적 삶의 원리”라고 강조한다. 서울대교구 구요비 보좌주교는 추천의 글에서 “교회의 기초요, 기둥이자 계시의 두 원천인 성경과 성전 가운데 초대 교회의 삶을 반영하는 ‘성전’인 교부들의 가르침이 얼마나 소중하고 풍요로운지를 깨닫게 되었다”고 썼다. 이어 “너무도 심오하고 난해한 교부들의 신학적 가르침의 중심에 ‘이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 계획이 자리 잡고 있으며 교부들 자신의 교회적 실천이 함께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경이롭고 신선하다”고 밝혔다.이지혜 기자 문채현2020.08.05

사제가 교회와 공동체 이름으로 바치는 주례 기도[미사의 모든 것] (14)본(本)기도 본기도는 사제가 미사 중에 바치는 첫 번째 주례 기도로 교회 기도임을 드러낸다. 미사 시작 예식은 본기도로 절정을 이루고 말씀의 전례로 넘어간다. 【CNS】 나처음: 기도하면 하느님께서 다 들어주시나요?조언해: 처음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하느님께서 어떠한 기도도 다 들어주실 것 같니?나처음: 전능하시고 자비로우신 분이시니 다 들어주실 것 같고, 내가 아직 로또 1등에 당첨되지 않은 걸 보니 꼭 그렇지 않은 것도 같고 잘 모르겠어. 기도 내용을 골라서 이뤄주시나?라파엘 신부: 처음이가 아직 예수님을 잘 알지 못해서 그래. 기도 생활은 예수님을 알고, 그분에 의해 아버지 하느님을 알아 신앙의 길로 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시작돼요. 기도는 하느님을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돼. 기도는 하느님을 향해 우리 마음을 들어 높여 그분께 은총을 청하는 것을 말하지. 특별히 ‘마음’을 들어 높인다고 한 것은 성경에서 기도가 솟아나는 곳이 ‘마음’이라고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야. 나처음: 그럼, 제가 기도하는 게 아니라 제 마음이 기도하는 것이네요.라파엘 신부: 기도의 표현 수단이 몸짓이든 말이든 어떠한 것이든 온몸으로 기도하는 것이지 그러나 기도가 솟아 나오는 곳이 마음이라는 거야. 성경에서 마음은 내가 존재하고 내가 머무는 거처라고 해. 마음은 우리의 이성이나 타인의 이성으로 파악할 수 없는 우리의 숨겨진 중심이란다. 그러기에 오로지 하느님의 성령만이 마음을 살피고 감지하시지.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기도하기 전에 먼저 마음부터 회개하라고 가르치셨단다. 조언해: 기도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파엘 신부: 기도를 잘하는 비법은 딱 하나 있지.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 방법대로 하면 돼.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아버지 하느님께 기도하셨지. 새벽 캄캄할 때(마르 1,35)나 중요한 결심을 하실 때(루카 6,12-13), 기쁨에 넘치셨을 때(루카 10,21), 감사드리실 때(요한 11,41-42), 죽음이 다가올 때(요한 17,1), 괴로움 가운데(루카 22,41-42), 죽음에 이르실 때(루카 23,46) 등 언제 어디에서든 늘 기도하셨지. 좀 전에도 말했지만 예수님께서는 기도하기 전에 먼저 마음부터 회개하라고 하셨지(마태 5,23-24). 기도하기 전에 먼저 화해하고 마음속으로부터 그들을 용서한 후 깨끗한 마음으로 하늘나라를 구하여라(마태 6,7-33 참조)고 하셨단다. 이처럼 회개하기로 결심한 마음은 믿음 안에서 기도하는 것을 배우게 되는 것이지. 나처음: 그럼 마음으로 기도만 하면 하느님께서 다 들어주시는 건가요.라파엘 신부: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실천해야지. 예수님께서는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고 가르치셨지. 이처럼 기도는 마음과 행동이 일치되어야 하는 거란다. 한 마디로 기도가 생활 안에서 실천되지 않는다면 요란한 빈 꽹과리에 불과한 것이지. 그리고 처음이의 질문에 관한 답으로 예수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단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분께서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지금까지 너희는 내 이름으로 아무것도 청하지 않았다. 청하여라. 받을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 기쁨이 충만해질 것이다.”(요한 16,23-24)조언해: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것이 핵심이군요.라파엘 신부: 바로 그렇단다. 말이든 행동이든 무엇이나 주님이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면서, 그분을 통하여 아버지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면 하느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신단다. 예수님께서 바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시기”(요한 14,6) 때문에 우리의 기도가 허락되는 것이지. 조언해: 미사 본기도 때 예수님의 이름으로 청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군요. 라파엘 신부: 바로 그거야. 대영광송에 이어서 사제는 교우들에게 기도하자고 권고한단다. 그리고 모두 사제와 함께 잠깐 침묵하는 가운데, 자신이 하느님 앞에 있음을 깨닫고 간청하는 내용을 마음속으로 생각한 다음 사제는 본기도를 바쳐요. 미사 시작 예식의 모든 기도가 이 기도에 모아지기 때문에 본(本)기도라고 해. 그래서 본기도 내용을 잘 들으면 그 미사의 지향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지. 본기도는 교회의 오랜 전통에 따라 아버지 하느님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바치며, 삼위일체를 나타내는 긴 맺음말로 마쳐요. 예를 들어 아버지 하느님께 바칠 때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라고 하며, 성부께 바치지만, 기도 끝에 성자에 대한 말이 있을 땐 “성자께서는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 또 성자께 바칠 때는 “주님께서는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라고 사제가 기도하면 교우들은 함께 아멘으로 화답해 이 기도를 자신의 기도가 되게 하는 것이지. 반면, 예물 기도와 영성체 후 기도의 맺음말은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또는 “성자께서는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라고 짧게 마무리하지.조언해: 본기도로 미사 시작 예식이 모두 마무리되는 것이죠. 라파엘 신부: 그럼. 시작 예식은 본기도로 절정을 이루며 끝나고 바로 말씀의 전례로 넘어가요. 라틴어로 된 「로마 미사 경본」에는 본기도를 ‘collecta’(콜렉타)라고 표기하고 있는데 이것을 우리말로 ‘축문’이라고 번역해 사용하다가 지금은 ‘본기도’로 표기하고 있지. 나처음: 콜렉타는 영어 콜렉션처럼 수집한다는 뜻이 아닌가요?라파엘 신부: 오! 재치있는데. 라틴어 콜렉타 또는 ‘oratio collecta’(오라시오 콜렉타)는 우리말로 ‘기도 모음’ ‘기도 수집’이란 뜻으로 풀이할 수 있지. 본기도가 미사에 도입돼 정착된 시기는 대략 3~6세기라고 해. 초기에는 정해진 경문이 없었기에 주례 사제나 미사 참여자 가운데 한 사람이 자유로이 바쳤다고 해. 그러다 4세기 말엽 아우구스티누스 성인 때 미사 전에 기도문을 사전 심사를 받고 사용했지. 이렇게 형성된 본기도는 그 후에 전례 시기와 축일에 따라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어. 특히 중세 중엽부터 1950년대까지는 축일이 겹치는 경우에는 한 미사에 여러 본기도를 바쳤고 어떨 땐 7가지 본기도를 바치기도 했지. 그래서 본기도를 ‘기도 모음’이란 뜻의 콜렉타라고 부른 거야.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전례 개혁을 하면서 미사 중에 본기도를 한 번만 바치고 있단다. 조언해: 다른 의미는 없나요?라파엘 신부: 전례적인 의미가 있지. 교회가 본기도 즉 콜렉타라는 말을 지금까지 미사 중에 그대로 사용하는 이유는 우선 주례 사제가 모든 미사 참여자의 기도를 모아서 바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단다. 사제가 “기도합시다” 하면 교우들은 잠깐 침묵 중에 개별적으로 기도하지. 이 침묵이 끝나면 사제는 공동체의 일원이자 주님을 대변하는 사제로서 교우들의 기도를 모아 바치는 것이지. 또한, 본기도는 사제가 미사 중에 바치는 첫 번째 ‘주례 기도’로서 ‘교회 기도’임을 드러내기에 본기도라는 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단다. 본기도는 이처럼 사제가 교회와 공동체의 이름으로 바치는 주례 기도이기 때문에 사제는 함부로 이 기도를 수정하거나 변경할 수 없어요. 예외적으로 어린이 미사 때에는 별도의 기도를 할 수 있지만 그럴 때도 「로마 미사 경본」의 기도 내용과 의미를 보존해야 하고, 주교회의와 사도좌의 승인을 받아야 해.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 cpbc2020.10.20
[장현규 수녀의 사랑의 발걸음] 22. 가장 낮고도 가난한 자리는프랑스 성요한 사도 수녀회 장현규(마리스텔라) 수녀 우리 수도회 수사들과 수녀들은 해마다 한 차례씩 모원에 모여 공동 피정를 한다. 이때 우리는 특별한 기도를 바친다. 이 기도는 아침과 저녁에 바치는 공동기도 때 이뤄진다. 이른바 나를 온전히 주님께 봉헌하는 기도다. 이 특별한 기도의 풍경은 수도원 성당에서 볼 수 있다.수십 명의 수도자는 이 시간에 일제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바싹댄 채 기도를 바친다. 온몸으로 하는 기도다. 나는 처음 이러한 자세의 기도를 접하고서 ‘어머나, 세상에! 이렇게도 기도하는구나!’ 하고 놀라기도 했다. 그런데 이내 나는 감탄의 말을 혼자 하면서 가슴 깊이 뭉클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평소에는 접하기 어려운 모습의 기도이기 때문이다. 나도 수도원에 들어와 처음 보게 된 기도다.나도 곧장 우리 수사, 수녀들을 따라 그렇게 기도를 바치고 싶은 원의가 강하게 일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수사, 수녀들과 같은 모습으로 하느님 앞에 머리를 숙였다. “전능하시고 무한히 선하신 사랑의 하느님 앞에 저를 봉헌합니다.” 나의 머리와 가슴을 바닥에 대자 서서히 ‘나는 작은 모래알이요 흙과 같은 존재구나’하는 깨달음을 다시금 얻게 됐다. 그리고 금세 근심과 걱정, 두려움이 사라지면서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 또한 가벼워졌다.이러한 기도는 내가 한없이 작고 낮아지는 모습을 실천함으로써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온전한 봉헌을 가능하게 한다. 기도뿐만 아니라, 나의 모든 것을 바치게 된다. 몸을 부드럽게 굽히고 펴면서 영혼과 몸이 일체가 되어 기도를 바치게 된다. 육체와 영이 함께 바치는 기도는 나를 새롭게 한다.신앙을 가진 모든 이는 각자 고유한 기도의 자세가 있다. 내가 환자들을 만나러 다닌 생드니의 오베흐베일리 병원에 가면, 입원 중인 무슬림 환자들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몇 번씩 대어가면서 경건하게 기도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병환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중에도 이 기도는 빠짐없이 지켜진다.“그러자 많은 군중이 다리 저는 이들과 눈먼 이들과 다른 불구자들과 말 못하는 이들, 그리고 또 다른 많은 이들을 데리고 예수님께 다가왔다. 그들을 그분 발치에 데려다 놓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고쳐 주셨다.”(마태 15,30)이처럼 성경에도 주님 앞에 기도하는 이의 모습이 종종 등장한다. 예수님 주변에 환자, 절름발이, 불구자들을 발치에 둔 것도 그들이 예수님을 무한한 권능을 지니신 하느님이심을 온전히 믿었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그들을 겸손한 신앙인임을 아시고, 환자들을 낫게 하셨다.바닥과 발치. 가장 낮고도 가난한 자리다. 그리고 덕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이 겸손과 온유이지 않는가. 예수님께서는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마태 5,5)라고 하셨다.우리 또한 마찬가지로 따뜻한 이에게 자연스레 더 다가가게 되지 않는가. 나도 우리 공동체 안에서 온유한 수녀에게 조금은 더 가까이 가게 된다. 각자가 겸손과 온유함을 지닌다면, 내가 가진 것이 없어도 무언가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예수님께서 당신 발치에 있는 환자들을 고쳐주신 것처럼 우리도 그 기적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성요한 사도 수녀회 장현규(마리스텔라) 수녀 cpbc2020.10.14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알려준 행복의 기술행복해지고 싶은 현대인에 조언 감사, 하느님께 가는 ‘사다리’ “우리가 하느님과 연결되는 것은 하느님의 소관이지요. 하지만 우리 쪽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굳이 하나가 있다면 있는 것에 감사하는 거예요. 감사는 하느님께 가는 가장 빠른 사다리에요. 제가 하느님을 알게 해주신 것 외에 더 큰 감사는 없어요.”지리산 자락을 품고 흐르는 섬진강 변 윤슬이 눈부시다. 번잡한 서울 생활을 접고, 고즈넉한 경남 하동의 이층집에 짐을 푼 지 2년. 홀로 있는 시간의 힘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할 힘을 얻었다. 나이 먹은 얼굴과 몸에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자신을 잘 씻기고 입히고 재우는 것에 집중했다. 혼자 먹더라도 끼니를 대충 때우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듯 자신을 잘 대접했다. 에세이 「그럼에도 불구하고」(위즈덤하우스)를 펴낸 공지영(마리아) 작가를 경남 하동의 자택에서 만났다. “나를 잘 대접하는 일의 근본은 하느님이 나를 이렇게 애써 만드셨다는 것에 있어요. 친구의 아이가 자해를 한 일이 있었는데, 나도 예전에 긁고, 화상을 입히고 자학하는 짓들을 내 영혼에 했던 거 같아요. 하느님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존재인데, 잘 사랑하고 돌봐주는 것이 하느님께 대한 일종의 효도죠.”「그럼에도 불구하고」에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작가의 훈련이 잘 녹아있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래서’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옮겨가는 데에는 20년이 걸렸다. 책은 삶에 의문을 품은 후배 세 명이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린 시절부터 동생을 돌보며 공부해 대기업에 취업한 H는 해고 노동자를 도우려다 사기를 당해 빚더미에 앉았다. 평생 자식에게 경제적으로 기대온 J의 부모는 돈을 안 주면 자살하겠다고 하지만 J는 ‘나쁜 년’이라는 말을 듣기가 두려워 착한 딸로 남고 싶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도 다녀온 S는 육아로 경력이 단절됐고,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아 지옥에 산다.이 책은 실존 인물인 세 후배에게 공 작가가 보내는 답변이다. 공 작가는 삶의 본질을 파고드는 대화를 통해 혹독한 인생의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인간은 고통 없이 성장할 수 없으며, 고통은 살아있다는 징표임을 기억하라는 것. 상황을 애써 좋게 해석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공 작가는 숱하게 구설에 오르내렸다.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은 수식어로 따라다녔고, 정치적 견해를 밝힐 때마다 악플이 줄줄이 달렸다. 응원과 사랑도 많았지만 개인의 상처와 고통을 두고 온 세상이 떠들었다. 그는 더 이상 그들이 원하는 대로 괴롭힘을 당하지 않는다. 힘겹더라도 내적 평화를 유지했다. 내적 평화의 비법은 감사에 있다. “나를 사랑하기 어렵게 하는 건 감사하지 못하는 마음에 있어요. 「수도원 기행」에서도 썼는데 하느님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느냐면 우리를 다 부서뜨려서라도 구원하고 싶어하신다는 거예요. 하느님께 가는데 제 고통과 결함이 필요했던 것이죠. 헛된 고통은 없다는 것만큼은 남들보다 많이 믿어요.”공 작가는 중학교 3학년 때 스스로 성당에 가 세례를 받았다. 중고등학교 시절을 성당에서 거의 다 보냈다. 포콜라레 활동도 했다. 대학교 2학년 시절, 학생운동을 시작하면서 냉담이 시작됐다. 스무 해 가까이 냉담을 하고 다시 돌아갔을 때는 마흔이 다 됐을 때다.“하느님이 없었던 지옥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그 지옥으로 다시 가고 싶진 않아요. 이건 냉담해 본 사람만 아는 ‘냉담의 축복’이에요.”그는 아침에 일어나 1, 2시간은 기도를 한다. 빈속에 좋은 음식을 먹듯이 새로 태어난 영혼과 몸에 좋은 것을 주고 싶어서다. 바쁠 때에는 기도가 필요한 이들의 이름이 적힌 A4용지를 하느님께 보여드린다. 6년째 미사도 매일 봉헌해왔다. 17년째 서울구치소에서 사형수들을 만나온 공 작가는 절망 상태에 있는 이들에게 봉사를 권한다. “봉사가 나의 영혼에 봉사해요. 사형수들을 만나러 갔을 때 너무 힘들 때였거든요. 그 사람들을 만나면서 영혼이 낫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17년 지기 친구들이에요.”그의 인생과 문학이 지향해온 것은 울고 있는 것, 버림받은 것, 쫓겨난 것, 상처받은 것이다. “지금까지는 너무 나의 일인 책을 썼는데, 하느님의 일인 책을 쓰고 싶어 기도하면서 쉬고 있어요. 그렇다고 ‘성경 주해서’ 같은 엄청난 책을 쓴다는 건 아니에요.(웃음)”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문채현2020.12.08

장면과 오브라이언의 만남, 한국 현대사의 매듭을 풀다[엉클죠의 바티칸산책] (50)한국 정부가 유엔 승인을 받기까지 1948년 유엔 총회에 특사로 파견된 장면 수석대표가 한 외국 대표에게 신생 대한민국 정부 승인에 찬성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오른쪽은 당시 장면 대표에게 발급된 외교 여권. 출처=「건국·외교·민주의 선구자 장면」 뜻밖의 만남! 성경 속에는 ‘뜻밖의 만남’이 많습니다. 모두가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다운 장면이지요.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의 만남, 야곱의 우물에서의 만남, 저는 이 두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쿵쾅쿵쾅 뛰곤 합니다. 보통사람들의 일상에서도 뜻밖의 만남은 인생을 살맛 나게 합니다. 먼 길을 가다, 아니면 홀로 여행을 하다 우연히 마주친 사람이 인연이 되어 고달픈 인생살이가 펴지기도 하고, 진퇴양난의 어려움이 풀리기도 합니다. 국가나 민족의 역사에서도 뜻밖의 만남이 주는 은총이 적지 않습니다. 한국 현대사의 사례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유엔 총회와 한국 특사 1948년 12월 12일, 유엔이 신생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한 날입니다. 세상이 아는 장면 박사(제2공화국 국무총리), 가톨릭 신자들이 아는 장면 사도 요한은 1948년 10월 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의 축일을 맞아 프랑스 파리 근교로 성지순례에 나섰습니다. 당시 장면은 파리에서 열리고 있던 유엔 3차 총회에 한국 정부의 특사로 파견되어 있었습니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장면에게 “유엔 총회에서 정부 승인을 받아오라”는 특명을 내렸습니다. 나라의 운명이 걸린 일이었습니다.장면의 임무 수행은 험난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시쳇말로 ‘맨땅의 헤딩’ 수준이었습니다. 한국 특사를 알아주는 사람은 거의 없고, 총회 의장을 만나 사정을 하려고 했지만 면담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니까요. 당시 유엔 총회에서는 이스라엘 문제가 핫이슈로 부각되어, 한국 문제는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의사봉을 쥐고 있는 에바트 의장을 만나야 했는데 난공불락이었습니다. 호주노동당(ALP) 출신으로 외무장관을 지낸 분이었습니다. 장면은 소화 데레사 성녀에게 도움을 청하려 성지순례를 떠났습니다. 기도가 통한 것일까요. 장면은 성지에서 귀인을 만납니다. 그 뜻밖의 만남이 꼬이고 꼬인 매듭을 풀어 줄지를 누가 알았겠습니까. 호주 시드니 대교구의 오브라이언 부주교! 장면은 성지순례 중 우연히 만난 오브라이언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뭐 큰 기대를 했겠습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오브라이언과 에바트는 잘 아는 사이였습니다. 오브라이언은 그 후 에바트를 만나 장면의 고민을 전달하며 한국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요청했다고 합니다.바티칸은 이미 한국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비오 12세 교황은 국무장관 몬티니 대주교와 주프랑스 교황대사 론칼리 대주교에게 한국을 지원하라고 특명을 내렸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던가. 12월 12일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국에 비우호적이기만 했던 에바트 의장이 총회 마지막 날 마지막 안건으로 ‘대한민국 정부 승인의 건’을 공식 상정했고, 장면 대표에게 발언권도 준 것입니다. 장면은 유창한 영어 연설로 각국 대표단을 감동시켰습니다. 투표 결과는 가결 46표 반대 6표, 압도적인 표 차이였습니다. 소련을 필두로 한 공산 진영의 방해 공작으로 한국 정부의 승인이 물 건너갈 뻔했지만, 한국 대표단이 ‘9회 말 역전 홈런’을 친 것입니다. 역사에 가정이 없다지만, 만약 그날 한국 정부가 유엔 승인을 받지 못했더라면 한반도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3년 후 6·25 전쟁이 터집니다. 한국은 풍전등화의 생태로 몰립니다. 유엔군이 극적으로 참전하여 한국을 살립니다. 한국이 유엔 회원국이 아니었다면 유엔군 참전이 가능했을까요? 1948년의 ‘파리 대첩’은 바로 호국의 토대였습니다.교황청과 가톨릭의 지원도 한몫미국 유학파인 이승만 대통령은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고, 국제 정세에 밝았습니다. 세계 외교무대에서의 가톨릭의 위상과 교황청의 영향력을 잘 알고 있었지요. 이승만은 교황청과 가톨릭 네트워크의 지원을 겨냥해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장면 사도 요한을 특사로 선택한 게 분명합니다. 파리 대첩은 교황청과 가톨릭 네트워크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론칼리 대주교는 그로부터 10년 후 제261대 교황(요한 23세)이 되어 가톨릭을 코페르니쿠스적으로 개혁하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하였습니다. 뒤이어 제262대 교황(바오로 6세)이 된 몬티니 대주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결정한 개혁 내용을 착실히 실행했습니다.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맺은 두 교황은 모두 성인 반열에 올랐습니다. 이백만(요셉,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 cpbc2020.12.08

착한 목자 이문희 대주교 마지막 길 애도, 영원한 안식 기원하다제8대 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 장례 미사 거행 조환길 대주교가 이문희 대주교의 관이 범어주교좌대성당으로 운구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리길재 기자 제8대 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의 장례 미사가 17일 오전 10시 30분 범어주교좌대성당에서 봉헌됐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주례하고, 한국 교회 주교단과 사제단이 공동 집전한 이 날 장례 미사는 여느 사제들의 장례식과 다름없이 간소하게 치러졌다. 평소 검소한 삶을 산 고인의 뜻을 따른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고인의 관 위에 성경과 함께 대주교를 상징하는 ‘팔리움’이 놓여 있는 것뿐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문희 대주교의 선종 소식을 듣고 슬퍼하면서 대구대교구민과 이 대주교의 선종 소식에 슬퍼하는 모든 사람에게 사도적 축복을 전하며 진심 어린 애도를 표했다.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조전을 통해 이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장엄한 장례식에 함께 하시며, 착한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연민 어린 사랑에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의 영혼을 맡기셨다”고 밝혔다.조환길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이 대주교님께서는 주님께서 산상수훈을 통해 가르쳐 주신 참행복을 실제로 사신 분”이시라며 “우리에게 큰 모범을 보여주셔서 참으로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조 대주교는 이어 “우리도 언젠가 하느님 나라에서 대주교님을 기쁘게 만날 것을 고대한다”면서 “고인의 모범을 따라 저희도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애도했다.고별식을 주례한 최창무(전 광주대교구장) 대주교는 “고 정명조 주교와 이문희 대주교 셋이서 동갑”이라며 “셋이서 자주 만나자고 했는데 다 떠나고 이제 홀로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떼이야르 드 샤르뎅 신부의 사상에 관해 공동 관심사를 피력했던 이병호(전 전주교구장) 주교는 “얼마 전 병석에 계신 이 대주교를 방문해 하늘나라에 가시면 두루두루 안부 전해 달라 나도 곧 따라가겠다고 했더니 웃으셨다”면서 “샤르뎅 신부의 사상이 그의 삶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회고했다.장례 미사가 거행된 범어주교좌대성당에는 이른 아침부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신자들이 몰려왔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600명만 성당에 들어갈 수 있었기에 초대장을 받지 못한 신자들은 안타까워하면서도 성당 마당에서 조용히 장례 미사에 참여했다. 장례 미사에 참여한 신자들은 하나같이 “돌아가신 후에야 고인의 진면모를 더욱 알게 됐다”며 “하느님께서 고인에게 큰 상복을 주시리라 믿는다”고 추모했다.정오를 조금 넘겨 이 대주교의 관이 대성당에서 운구 차량으로 옮겨졌고, 차량은 사제단과 유족을 태운 버스와 함께 서서히 성당을 벗어났다. 대주교를 떠나 보내기 못내 아쉬웠던 신자들은 운구 차량에 손을 흔들거나 묵주를 흔들면서 십자성호를 그었다. 이문희 대주교의 장지인 경북 군위군 가톨릭묘원에도 신자 300여 명이 미리 도착해 고인을 맞았다. 고인의 유언에 따라 마련된 묘소는 이미 파놓은 상태였다. 사제 8명이 묘소로 운구하자 조환길 대주교가 하관 예절을 주례했다. 하관 예절은 묘지 축복, 성수 뿌림과 분향, 하관, 흙 뿌림, 청원 기도 순으로 엄수됐다. 조 대주교는 “주님의 종 이 바울로가 이 무덤에서 고이 잠들어 안식을 누리다가 영원한 천상의 빛을 받아 누리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고별사와 조전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조전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의 선종 소식을 전해 들으시고 슬퍼하셨습니다. 그리고 대구대교구의 대주교님과 주교님, 신부님들, 수도자들 그리고 신자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를 보내셨습니다.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께서는 사제로서 또 주교로서 특별히 교육에 대한 관심과 젊은이들의 성장을 위하여 오랫동안 노력하셨습니다. 이에 교황님께서는 대주교님과 함께 감사드리며 기도드린다고 전하셨습니다.또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장엄한 장례식에 함께 하시며, 착한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연민 어린 사랑에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의 영혼을 맡기셨습니다.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위로의 증표와 부활하신 주님 안에서의 능력으로써,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의 선종 소식에 슬퍼하는 모든 사람에게 진심으로 사도적 축복을 전하십니다.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조전대주교님은 참된 신앙인으로서 한국 교회와 보편 교회에 공헌한 사도로서 기억될 것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당신의 선하고 좋은 종인 대주교께 빛과 기쁨과 평화를 주시기를 우리의 기도로 청합니다.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조전이문희 대주교님의 선종에 깊은 마음으로 함께 하며 대구대교구와 가톨릭 교회에 좋은 일을 많이 하신 대주교님께 하느님께서 많은 보상을 내려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고별사이문희 대주교님은 교회가 스스로 담장을 허물어 세상 속에서 복음화를 이뤄야 한다는 소신을 실천으로 옮기셨습니다. 교회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하셨고, 소외되고 어려운 이들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 사업에 주력하셨습니다. 또 대주교님은 우리와 같은 동포인 북한 사람들과 어려움을 함께함으로써 형제애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여러 해 동안 김수환 추기경님과 몇 분 주교님과 함께 북한에 가톨릭병원을 세우는 데에도 많은 공을 들이셨습니다. 또 어려움에 빠진 사제가 생기면 아버지의 심정으로 직접 찾아가 어떻게든 사제의 삶을 살도록 때로는 질책도 하시고 위로도 하셨던 일은 후배 사제들에게 더할 수 없는 추억이 되었습니다.주님의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절에 지상의 삶을 마치고 하느님 나라의 복된 삶을 시작하신 이 대주교님을 위해 함께 기도하며 남아있는 우리도 주님 안에서 충실하게 살기를 다짐해 봅니다.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이문희 대주교님은 주님을 위해 사랑과 희생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고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시며 이를 몸소 실천하셨고 이제는 그 모든 것을 이루시고 그토록 애타게 만나고 싶어 하시던 주님 품 안에 드셨습니다.교구장 시절 교회 쇄신과 복음 실천 운동과 함께 교구 시노드를 열고 세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주님의 사랑을 전할 것인가를 촉구하셨습니다. 주교회의 의장 시절에는 성직자도 납세 의무를 지키자는 운동을 펼치셨습니다. 사목에서 물러나신 후 호스피스 교육을 받고 봉사의 길을 찾아 나서시는 모범을 보이기도 하셨습니다. 한국 천주교회와 대구대교구는 모두 대주교님께서 보여주신 가없는 사랑과 가르침을 오래오래 간직하며 기억할 것입니다. 공경하올 대주교님, 주님 안에서 영원한 행복 누리시길 빕니다.대구대교구 총회장 이동구(마티아)이제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을 다시는 뵐 수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집니다. 대주교님께서는 혜안과 통찰력으로 대구대교구를 위해 앞서 준비하고 실천에 옮기신 큰 어른이셨습니다. 몇 년 전 식사자리에서 “나는 큰 집이 필요하지 않아, 조금 있으면 더 좋은 집에 갈테니”라고 하셨습니다. 이제 당신께서 그리워하고 준비하신 대로 하느님 곁에 가셨으니 병고, 근심 걱정 없는 하느님 집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으십시오. cpbc2021.03.24

불편한 몸에도 일궈낸 가정… 하느님은 제게 부족함 없이 주셨죠[성 요셉의 해, 우리 시대 요셉을 찾아서] (3)서학수 베드로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아내 정윤점씨를 만나 아들을 사제로 봉헌한 서학수씨. 그는 “모든 게 기적”이라고 말한다. “뇌성마비인들은 수명이 길어야 마흔입니다. 그런데 67년을 살았어요. 제 목뼈는 다 어그러져서 재활치료가 필요하지만 살아있는 게 기적입니다. 어릴 때 폐결핵과 열병을 앓았죠. 혼자 살면서 라면만 먹어 위장병도 걸렸어요. 나 같은 놈이 똑똑한 마누라를 만난 것도 기적이고, 아들이 태어난 것도 기적이에요. 아들이 사제가 되어 하느님의 일꾼으로 쓰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기적이에요.”(서학수 베드로)부산시 남구 용호동의 한 연립주택. 서학수(베드로, 67)ㆍ정윤점(안젤라, 70, 부산 용호본당)씨 부부가 빛바랜 사진이 꽂힌 앨범을 들여다본다. 사진 속 어린 아들의 얼굴을 매만지는 부부의 손이 늙었다. “세상에 가정이 있는 남자가 37년 동안 집에 월급봉투를 안 가져다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하하.”어눌한 말투의 남편 서학수씨가 아내를 보며 말한다. 아내는 37년 동안 월급 한 번 안 가져온 남편을 바라보며 웃는다. “당신의 한결같은 믿음이 우리를 살게 했잖아요. 우리에게 주어진 대로, 하느님이 주시는 대로 살았으니까 이렇게 웃고 살죠.”서학수씨는 선천성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말할 때마다 고개가 비스듬히 떨궈지지만 얼굴에 늘 미소가 가득하다. 기도회에서 만난 아내와 가정을 꾸리다“요셉 성인은 목수 일을 하면서 가정도 지키고, 성모님을 위해 뒷바라지도 하셨죠. 요셉 성인은 큰 역할을 하셨는데 지금까지도 드러나지 않고 숨어 계시죠. 저는 아버지로서 남편으로 그런 일을 못 했으니 요셉 성인이 더 우러러보일 수 밖에요. 오히려 건강해서 돈벌이해 아들과 마누라를 돌봤다면 정신적으로는 덜 힘들었을 겁니다.” 서씨는 걷지 못해 초등학생 때까지 기어 다녔다. 양손에 고무신을 끼고 무릎에 두꺼운 천을 댔다. 두 무릎으로 기어서 학교에 갔다. 집에서 100m 이내의 거리였던 학교 가는 길은 1시간이 넘게 걸렸다. 6년 동안 여동생이 옆에서 도시락과 책가방을 들어줬다. 학교에서는 놀림거리가 돼 친구들을 피해 구석진 곳에서 도시락 뚜껑을 열어야 했다. 온갖 노력 끝에 15살이 되어서야 그는 첫 직립보행을 했지만 중학교는 너무 멀어 진학을 포기했다.1984년 아내를 만나 결혼하기 전까지 김해의 동네 마을회관 안에서 문방구를 운영하고, 달고나 가게를 하며 살았다. 과자, 담배, 버스 토큰 파는 일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 서씨는 힘든 나날을 보내면서도 밤마다 부산역 앞에 있는 초량성당 기도회에 빠지지 않고 다녔다. 아내도 거기서 만났다. “기도회가 끝나면 저 사람은 집에 어떻게 가지? 궁금한 거예요. 버스 탈 때까지 기다려주고, 같이 봉사를 다니면서 가까워졌어요. 가족들한테 결혼하겠다고 하니까 ‘가문에 똥칠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마지못해 ‘너 알아서 하라’는 게 승낙이었죠.”(아내)뇌성마비 장애인 아버지로 산다는 것은… 두 사람은 결혼했지만 월세방을 구할 수 없었다. 돈도 없었지만 뇌성마비 장애인에게 월세를 주고 싶어하는 집 주인도 드물었다. 결국, 장애인복지시설, 여성복지시설을 전전했다. 부부는 진료비가 없어 아기를 출산할 곳을 찾지 못하다가 마리아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구호병원의 응급실로 발길을 돌렸다. 서씨에게 아버지의 삶이 시작된 건 양산에 있는 양로원 ‘요셉의 집’에서였다. 서씨는 양로원에서 눈칫밥을 덜 먹기 위해 아침에 일찍 일어나 나무를 해다주고, 불편한 몸으로 양로원에서 필요한 궂은 일을 찾아서 했다. 아기는 양로원에 있는 할머니들이 돌아가면서 돌봐줬다. 양로원 원장이 우윳값까지 대줬지만 1년 이상 지내기 어려웠다. 친척들 집으로 뿔뿔이 흩어졌다가 모였다가를 반복했다.서씨는 아버지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저 아내와 함께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성당에 다닌 일이 전부였다. “아들이 세 살 됐을 때였어요. 그날은 축성 생활의 날이었는데 아이와 함께 성당에 가서 ‘예수님, 저 봉헌합니다’ 하며, 아이에게 이 말을 따라 해보라고 시켰습니다.”서씨는 틈틈이 한 교계 출판사에서 만든 사제들의 강론 테이프를 팔러 다니고, 용호성당이 내어준 작은 공간에서 성물 판매소를 운영하며 생계를 이었다. 아내는 사람들에게 수지침을 놔주며 살림살이를 보탰다.사제가 된 아들 2016년 성 요셉 축일, 그의 아들 서정주(안드레아, 성 가밀로 수도회)씨는 필리핀의 성 가밀로 수도회 성당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아들이 21살의 나이에 수도원에 입회했을 때 그는 뒤에서 많이 울었다. “지금까지 아버지는 절뚝거리면서 복음을 전했지만 이제 너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복음을 전하라”는 편지를 성경과 함께 선물로 건넸다. 그는 필리핀으로 떠나는 아들과 공항에서 헤어지고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서씨는 아들을 수도원에 보내놓고 전국의 성지를 돌아다니며 기도를 했다. “아들을 떠나보낸다는 슬픔, 평생 해준 게 없다는 슬픔에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주말마다 다른 아이들은 차를 타고 가족들이랑 놀러 가는데, 여행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아들에게 유일한 여행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보스니아의 메주고리예에서 열린 청소년대회에 참가한 일이었다. 학교에서 적금으로 모아둔 돈으로 보내줬다.서씨는 매일 미사를 봉헌하고, 매일 누워서 묵주기도 50단을 바친다. 그의 대자는 70명이다. 그는 장애가 있는 아버지로서 아내와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지만 “지금은 장애가 있다는 것이 정말 큰 은총이고, 은혜임을 깨닫는다”고 털어놨다. “이 세상에서 잘 살다 보면 많은 것을 보지 못해요. 무엇 때문에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부족한 사람을 찾아가셨는지…. 밑바닥을 기어 다니며 밑바닥 생활을 해보니 많은 게 보입니다. 사람들은 올라가려고 하고, 높아지려고만 하지요. 하느님은 제게 부족함 없이 주셨습니다.”서씨의 가족은 한 상에 둘러앉아 식사할 때면 서로에게 이렇게 인사를 주고받는다.“성인 될 아버지, 어머니! 밥 맛있게 드세요.” “성인이 될 아들, 밥 맛있게 먹으렴.” 부산에서 서울로 오는 열차 안에서 서학수씨에게 메시지가 왔다. “인터뷰를 없던 걸로 하면 어떨까요. 정말 이제는 요셉 성인께서 사셨던 것처럼 살고 싶어요. 주님께서만 아시면 되는데….”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cpbc2021.03.03
![[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23주일 - ‘나와 너’의 친밀함, ‘영원한 나’의 현존](//cpbc.co.kr/CMS/newspaper/2020/09/rc/786673_1.0_titleImage_1.jpg)
[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23주일 - ‘나와 너’의 친밀함, ‘영원한 나’의 현존학적인 통설에 의하면 10만 년 전 이 지구 상에는 최소 6종류의 인간 종(種)이 살고 있었는데(예컨대 네안데르탈인, 호모에렉투스, 크로마뇽 등) 그중 현재의 인간종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만이 살아남게 되었다고 합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그 생존의 이유 중 하나로 호모 사피엔스는 ‘뒷담화 문화’가 있어서, 뒷담화를 통해 서로 협력하고 연대해 자기들의 생존력과 생존 영역을 넓히고 발전시켜 왔다고 진단합니다.(「사피엔스」 42~60쪽) 여러분은 뒷담화 하기를 좋아하십니까? 뒷담화란 앞에서는 아무 말 못 하면서 나중에 뒤에서 비판하고 욕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수다를 의미하는데, 부정적인 행동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그는 이런 뒷담화 문화 안에도 소통, 친교, 대화라는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순기능이 있음을 지적합니다. 바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당신 제자들의 삶의 모습에서도 소통과 대화가 강조됩니다. “네 형제가 너에게 죄를 짓거든, 가서 단둘이 만나 그를 타일러라.… 그러나 그가 네 말을 듣지 않거든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을 더 데리고 가거라.… 그가 그들의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거든 교회에 알려라.”(마태 18,15-17)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대화의 하느님이십니다. 대화의 하느님이심은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를 나와 너의 친밀한 관계로 대해 주심을 말합니다. 구약 성경은 야훼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부르실 때, 늘 “나 야훼가 너 이스라엘에게 말한다!”로 시작합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 전체를 ‘너’라고 말씀하실 때, 이는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구체적인 ‘너’를 통하여 구체적인 개인인 ‘나’에게 말씀을 전하시길 원하신다는 뜻이겠습니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나와 그것이 아니라 나와 너라는 친밀함이 있을 때 그 뒤에는 ‘영원한 나’가 현존한다”고 통찰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대화의 하느님이심은, 우리가 믿는 하느님이 사랑이시라는 신앙 고백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당신의 외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사랑으로 내어 주심으로 우리 각자를 ‘나와 너’의 관계로 만드시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우리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시길 원하십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자녀들인 우리가 성숙한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나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이웃 사람들을 인격적으로 신뢰하고 언제든 어떤 처지에서든 대화의 문을 열어 놓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특별히 나에게 상처를 입히고, 죄까지 범한 사람까지도 마음으로 증오하지 않고, 관계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 이것이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일 것입니다. cpbc2020.09.02

사순 시기, 신앙 서적 읽으며 되새기는 참회의 정신 안드레아 만테냐의 작 ‘겟세마니 동산에서의 기도’, 1455년, 런던 내셔널갤러리.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집회와 행사가 취소되고 있다. 올해 사순 시기는 수도원에서의 단식이나 피정, 밤샘 기도 등에 참여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가정 기도와 단식, 금육을 통해 참회의 정신을 되새기고, 신앙 서적을 통해 사순 시기를 의미 있게 지내자.약속을 지키시는 아버지 / 스콧 한 지음 천강우 옮김 / 바오로딸미국의 저명한 가톨릭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스콧 한의 사순 시기 묵상 안내서. 사순 시기의 여정을 매일 짧은 묵상과 성찰, 기도로 동반하며 창세기부터 요한묵시록까지 성경 전체를 아우르는 구원 역사를 바라보도록 안내한다.책은 계약과 가족을 중심으로 풀었다. 재의 수요일부터 부활 제2주일인 자비의 주일까지 묵상할 수 있다. ‘하느님의 큰 계획’을 시작으로, 사순 주간별로 ‘창조이야기’ ‘인간 생명의 신성함’ ‘안식일을 기억하라’로 구성했다.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묵상하기에 좋다. 구역 모임 혹은 미사 전후에 개인 기도를 할 때 활용할 수 있다. 저자 스콧 한은 장로교 목사였지만 1986년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가톨릭교회와 성경, 신앙에 대한 다양한 저서를 출간했으며 강사로도 활동한다.가시 속의 장미 /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 지음ㆍ크리스토퍼 O. 블룸 엮음 / 강대인 옮김 / 가톨릭출판사 “군인들의 막사나 근로자들이 일하는 공장이나 집안일을 하는 가정에서 신심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환경에 있든 완덕으로 나아갈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이 남긴 유명한 말이다. 살레시오 성인은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수행할 수 있는 기도와 신심, 식별과 수덕 생활에 관한 지침을 제시했다. 이 책은 살레시오 성인의 묵상집이다. 삶의 계절을 두려움과 불안, 고통, 내적 고독으로 맞닥뜨리는 나약한 그리스도인들에게 강하고 부드러운 조언을 전한다. 가톨릭 신자들의 영성 생활에 불을 밝히는 등불 같은 길잡이다. 미국 링컨교구장 제임스 D.콘레이 주교는 머리말에서 “우리는 불행하게도 가톨릭 문화와 가톨릭 양심을 형성해주는 경건한 신심의 위대한 관습을 많이 잃어버렸다”고 지적하며 “예수 그리스도와 더 깊은 관계를 맺고자 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지침서”라고 말했다.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 송봉모 신부 지음 / 바오로딸예수회 송봉모 신부의 요한복음 산책 시리즈 여섯 번째. 요한복음 18-19장에 나오는 예수의 수난과 죽음에 드러난 신학적ㆍ영적 메시지를 다뤘다. 성경 본문의 역사ㆍ문화ㆍ지리적 배경과 함께 소개했다. 예수의 수난사화는 예수의 가르침과 행적에 대한 신학적이고 영적인 메시지를 가장 심도 있게 다룬다.책은 겟세마니 동산에서 붙잡혀 수난 사건을 주도하는 예수(1부), 대사제 한나스에게 신문을 받고 베드로가 예수를 배반하는 모습(2부), 수난사화의 정점인 빌라도 총독의 재판(3부), 십자가에 못 박히고 묻히심(4부)으로 구성했다. 책 제목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는 요한복음 처음에 나오는 로고스 찬가(1,14)에서 따왔다. 저자는 예수님이 수난을 겪고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셨을 때 그분의 충만한 영광을 보았기에 정한 제목이라고 밝혔다. 송 신부는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신약을 가르치고 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cpbc2020.02.26
[사도직현장에서]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정월기 신부(서울대교구 광장동본당 주임) 정월기 신부 구역 미사를 하면서 신자들에게 질문했다. “예수님은 나에게 누구이신가?” 어떤 분은 사랑과 자비를 베푸시는 분으로 고백하며 복음에 비춰 잘 대답하는 분도 있는데 많은 분이 부담스러워하고 잘 표현하지 못한다. “주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어렵다고 여겨지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하고 물으면, “주님이 멀리 계시다고 여겨진다”고도 하고, “여전히 낯선 분”이라고도 하고, “잘못 이야기하면 벌을 받을 것 같은 생각이 들고, 감히 내가 이야기해도 되는 분인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대답한다. 이런 반응의 배경에는 하느님께 대한 어떤 이미지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하느님께 대한 이미지를 나름대로 가지고 있다. 신자들이 갖는 하느님의 이미지는 사랑과 자비를 베푸시는 분이기도 하지만 많은 분이 심판하는 분, 벌을 주는 분, 혹은 저 멀리 하늘에 계신 낯선 분으로 생각하고 있다.신자들이 예수님에 대하여 이런 낯선 분이나 심판하는 분으로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 성경을 가까이하지 않게 된다. 신자들이 갖는 예수님의 이미지는 성경을 보는 시선과 태도를 결정하게 된다. 신약 성경의 예수님 이미지는 착한 목자이시고 양들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시는 분이다. 예수님이 신자들 안에 자비 가득하신 이미지로 자리 잡아야 한다. 무서운 분에서 자비로운 분으로, 위에서 군림하는 분에서 친구이신 분으로, 하늘 저 멀리 계신 분에서 가까이 함께 하시는 분으로, 벌주는 분에서 용서하는 분으로, 경직된 분에서 자유로운 분으로, 늘 심각한 분에서 웃음과 기쁨을 주시는 분으로, 단죄하는 분에서 한없이 용서하시는 분으로 바뀌어야 한다. 예수님께 대한 이미지의 변화는 주님을 중심에 두고 말씀을 묵상하다 보면 실현된다. 주님은 착한 목자와 친구로 우리와 가장 가까이 함께 있고 싶으시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요한 15,5) 정월기 신부(서울대교구 광장동본당 주임) 평화신문2020.01.01

서울 등촌3동본당, 신앙교육에 막막한 부모들 위한 자료 제작·배포기도문·복음 필사 공책 등
자녀 함께하는 교육 자료 제작
냉담자 포함 120여 명에 전달 서울대교구 등촌3동본당은 부모들이 가정에서 신앙교육을 할 수 있도록 기도문과 실천표를 배포했다. “코로나바이러스 시대로 말미암아 이제는 자녀들의 신앙 교육은 어쩔 수 없이 부모님과 가정에서 나서야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기도하고 성경을 접하도록 도와드립니다. -주임 신부”서울대교구 등촌3동성당(주임 주수욱 신부)에 들어서면 모니터에 이 같은 공지문이 게시돼 있다. 본당은 코로나19로 미사가 중단되고, 주일학교 학생들의 발길이 끊기자 특별 조처를 내렸다. 말로만 가정에서의 신앙교육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신앙교육에 막막한 부모들에게 손에 잡히는 신앙교육을 위한 도구를 쥐여주자는 것. 사목회와 자모회, 청소년분과, 교리교사 대표와 수도자는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했다. 자녀를 위한 기도, 부모를 위한 기도, 영광송, 자녀 축복 기도를 바치고 주일 복음을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필사할 수 있는 공책을 준비했다. 7월 초에 120여 명의 초ㆍ중ㆍ고등부 아이들에게 기도문과 노트, 실천표를 나눠줬다. 실천표는 교리교사 학생들이 만들었다. 본당은 주일학교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과 냉담 가정에도 문을 두드렸다.본당은 미사가 중단된 후에도 한 달에 한 번 아이들을 만날 기회를 만들어 소통해왔다. 지난 5월, 어린이날에는 본당 신자가 운영하는 매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간식 쿠폰을 만들어 나눠줬다. 신학기를 맞아 새롭게 바뀐 주일학교 교사들과 인사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김모니카(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녀는 “냉담 중인 부모에게는 주일 복음과 기도문을 찾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어서 기도문을 준비했다”면서 “기도문을 냉장고에 붙여놓고 엄마만 보더라도 신앙교육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주수욱 신부는 “코로나19로 잃어버린 것도 많지만 찾은 것도 있다”면서 “자녀의 신앙교육은 원래 가정에서 하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주 신부는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가정에서의 신앙교육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본당은 이달 25, 26일에 아이들을 불러 지금까지 신앙교육에 대한 중간 점검을 하고, 이를 잘 실천한 가정에는 선물을 주기로 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평화신문2020.07.21
코로나19 재확산에 전국 교구도 초비상 미사 외 모든 모임·단체 식사 전면 금지… 방역 수칙 준수 어려운 본당 미사 중단 정부가 23일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함에 따라 교구들이 신자들과 함께하는 공동체 미사를 일시 중단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대전교구는 22일 공지를 통해 교구민들의 안전과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대전광역시 본당, 기관, 수도회는 9월 6일까지, 세종시와 충남 지역은 8월 31일까지 모든 공동체 미사와 소모임 회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대구대교구는 9월 6일까지 전 본당에서 정규 미사 외 일체의 소모임이나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대구대교구는 21일 공지를 통해 미사 때 기존의 ‘대구시 7대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따라 성당에서 갖던 레지오마리애 주회, 주일학교 교리반 등도 쉬게 된다.광주대교구도 23일 실내 50인, 실외 100인 미만의 교우가 미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광주ㆍ전남 지역 내 미사 대수를 조정할 것과 미사 외 모임이나 행사는 하지 말 것을 각 본당에 공지했다. 아울러 본당 미사 참여자 중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등 감염 위험으로부터 충분히 안전이 보장되지 않거나, 방역 수칙을 준수하기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본당 신부 재량으로 미사를 중단하도록 했다.수원교구는 21일 지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해 본당 미사의 운영이 어려울 경우 해당 지구장 신부와 협의해 본당 미사 운영을 결정하라고 공지했다. 아울러 교구 신자 중 지난 8월 15일 광화문 집회에 참여한 신자들이나 해당 집회 참석자와 접촉한 신자들은 2주 동안 스스로 자가 격리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수원교구 수지지구 8개 본당은 용인시 우리제일교회에서 174명이 넘는 대규모 확진자가 나오자 28일까지 미사를 중단했다. 특히 우리제일교회와 인접한 이현성당은 15일부터 미사를 중단했다. 안성지구 7개 본당도 지구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지구 사제단의 결정으로 9월 4일까지 미사를 중단했다. 24일 현재 수원교구 219개 본당 중에 미사를 중단한 본당은 103개소에 달한다.전주교구는 21일 별도의 공지가 있을 때까지 미사를 제외한 레지오 회합, 단체모임, 성경 모임, 성가대 활동 등 모든 대면 소모임 활동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교구는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미사를 봉헌할 때 주례 사제를 포함해 모든 신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세정제 비치 사용, 체온 확인 등 방역지침을 더욱 철저히 시행할 것을 당부했다.앞서 부산교구도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기간인 31일까지 미사를 제외한 모든 소규모 모임과 단체 식사를 금지한다고 20일 지침을 발표했다.춘천교구는 24일 현재 가평ㆍ청평ㆍ현리ㆍ미원본당 등 총 4곳이 미사를 중단했다. 교구는 각 본당에 공문을 발송해 식사 금지와 소모임 자제 등 방역 지침 준수를 재차 권고했다.오세택ㆍ이상도ㆍ이지혜ㆍ이정훈ㆍ도재진 기자 평화신문2020.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