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여성 운동 공동체 20돌 맞아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 공동체, 17일 기념미사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공동대표 김진희ㆍ최금자, 이하 천여공)는 17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예수회센터에서 설립 2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한다. 천여공은 1993년 노동ㆍ빈민ㆍ환경 등 다양한 사회운동에 참여했던 가톨릭 여성 활동가들이 설립한 단체다. 여성신학을 알리고 교회 안팎에서 여성운동을 활발히 전개하며 교회와 사회 안에서 '여성 제자직'을 실천해왔다. 설립 초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가입,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위한 모금 캠페인에 참여했고 여성신학을 교육하고 여성들의 영적 성장을 위한 대중강좌를 시작했다. 여성의 관점에서 성경을 읽고 연구한 교육자료 「왜 그 여자와 이야기하십니까」를 발간하기도 했다. 또 1995년 가톨릭 여성신자 1000명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설문조사를 시행, 가톨릭교회 내 여성사목의 현황과 실태를 분석한 '한국 천주교 여성신자 실태 및 의식조사 보고서'를 발간했고, 1996년에는 가톨릭 여성단체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가톨릭 여성 한마당'을 개최했다. 부설기관으로 천주교 성폭력 상담소, 미리암 이주여성상담소, 미리암 이주여성센터, 가톨릭 여성의 전화 등을 운영하며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을 돕는 데에도 앞장섰다. 한편 천여공은 설립 20주년 기념미사에 앞서 13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한국 천주교 여성운동,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막달레나공동체ㆍ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ㆍ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날 심포지엄은 1990년대 이후 교회와 사회에서의 여성 제자직을 성찰하고 전망하는 자리다. 공동 주최하는 각 여성단체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며 한국 천주교 여성의 현실을 진단하고, 한국 천주교 여성운동의 현황을 바탕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문의 : 02-747-2442, 천여공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조은일2013.04.09

노인대학 운영 사례 발표, 특강대전 노인사목부, 본당 노인대학장 등 연수대전교구 노인사목부(전담 한동성 신부)가 내년 '교구 노인의 해'를 앞두고 13일 대전 전민동성당에서 노인대학 운영 사례 발표와 전재희(마리아, 62) 의원 초청 강연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교구 내 각 본당 노인대학장과 봉사자, 노인분과장 및 단체장 등 60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열린 이날 노인사목부 연수에서 대천본당 등 6개 본당 노인대학 관계자들은 본당별로 다양하게 운영되는 노인대학과 각종 노인 관련 모임, 노인사목 현황을 발표했다. 대천본당 노인대학은 한글공부와 성경 쓰기 및 읽기, 미술, 율동, 사물놀이, 성지순례 등을 통해 가정과 교회, 지역사회 내에서 어른으로서 인격을 고양하고 참된 행복을 창조해 나가는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서산 동문동본당 수호천사대학은 수지침 강의와 대화기법 강의, 종이접기, 노래교실 등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들 본당 노인대학들은 본당에서 연간 180여만 원에서 480여만 원의 예산 지원을 받고 있으나 부족해 후원금을 받고 있다며 예산 문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앞서 전재희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특강을 통해 일제강점기 망국의 한을 담은 노래를 시작으로 해방 당시 광복의 기쁨, 분단과 전쟁의 아픔, 도시화와 베트남 전쟁 참전, 새마을운동과 민주화 열망, 올림픽 개최, 최근에 이르기까지 노래를 중심으로 시대 변화를 읽어내면서 노후대비책 부족과 건강한 삶에 대해 깊이있는 조언을 건넸다. 전 위원장은 또 정부에서 시행 중인 66살 생애전환기 건강진단, 치매 및 실명 예방 관리, 만성환자에 대한 단골의사제 전국 확대시행, 노인돌봄서비스, 홀몸노인 응급안전 돌보미 서비스 등 국가 차원 노력을 설명하고, "자신에게 맞는 자원봉사나 교육 등을 통해 스스로 삶의 태도를 바꿈으로써 제2 인생인 노년을 잘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수에서는 교구장 유흥식 주교 주례 미사 봉헌과 한동성 전담신부의 '노인대학 설립 안내', 대전 영시니어 아카데미 수료생들의 기념 공연 등도 이어졌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조은일2011.07.19

2000년 전 교부들이 묻는다 “당신의 마음은 어디 있습니까”교부 문헌 주제별로 선집한「교부들의 가르침」 네 번째 책 교부들의 가르침 Ⅳ / 하성수(시몬)·이지영(루치아) 엮음 / 분도출판사 교부 문헌을 주제별로 선집한 「교부들의 가르침」 네 번째 책이 나왔다. 분도출판사와 한국교부학연구회는 지난 2008~2022년 교부들이 창세기부터 요한 묵시록까지 성경 각 구절을 풀이한 내용을 골라 「교부들의 성경 주해」 총 29권을 출간했다. 그 책에서 주요 개념을 가나다순 250여 개 항목으로 분류한 선집이 「교부들의 가르침」이다. 이번에 공개된 4권에서는 ‘마음’부터 ‘부활(인간의)’까지 다룬다. 마음의 의미와 이해·말·무신론·믿음·박해·벌·보상·복음·본성·부자 등에 관한 성경 구절과 해설을 담았다. “예수님께서는 타락한 삶의 모습은 타락한 본성에서 말미암는 것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리고 악한 곳간에서는 악한 것만 꺼낼 수 있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지껄인 근거 없고 부주의하고 쓸데없는 말을 해명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말에 의해 단죄받거나 의롭다고 인정받게 되어 있습니다.”(푸아티에의 힐라리우스 「마태오 복음 주해」 12,19.) “우리가 성경에서 읽듯이, 아브라함은 인간에게 보상받고자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느님께 보상을 받았습니다. ⋯ 주님은 상을 주시는 데 더디지 않으십니다. 나약한 영혼이 눈에 보이는 것들을 경멸한 것을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주님은 얼른 약속하고 싶어 하시며 큰 상을 주십니다. 자신에게 제공된 이 세상의 것들에 유혹당하지 않은 이에게 큰 상으로 보상하심으로써, 말하자면, 높은 이자로 되갚아 주십니다.”(암브로시우스 「아브라함」 1,3,18.) 한국교부학연구회 하성수(시몬) 선임연구원은 “신약 성경과 가장 가까운 시대에 살았던 교부들이 남긴 대부분의 문헌은 그들이 성경을 읽고 묵상하면서 쓴 풀이기에 「교부들의 가르침」은 성경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교회 일치와 쇄신, 그리스도인의 삶과 영성, 성직자들의 사목과 설교, 평신도의 영적 성숙에 도움이 될 중요한 그리스도교 문헌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교부들의 가르침」은 해마다 한 권씩 총 열 권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윤하정2026.01.21

전 세계 젊은이들이 부를 ‘서울 WYD 공식 주제가’ 공개 대회 1년 앞두고 공식 유튜브 채널 통해 ‘Confidite, Ego Vici Mundum’ 선보여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화면 캡처. “동쪽에 떠오른 빛을 따라온 너와 나~♩, 잠들던 마음을 깨워 걸어가기 시작하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공식 주제가가 3일 첫 공개됐다. 한국인 음악가 김지윤(프란치스코, 39, 수원교구 호계동본당)씨가 작곡한 ‘Confidite, Ego Vici Mundum’으로, 대회 주제성구인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를 뜻하는 라틴어 성경 문구다. 내년 지구촌 젊은이들이 한목소리로 부를 주제가가 본대회 개막을 꼭 1년 앞둔 이날 선보였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대주교)는 이날 오후 8시(로마 시각 오후 1시) 대회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합창 중심의 전례 버전과 팝(대중음악) 버전 주제가를 차례로 공개했다. 전례 버전 제작에는 100명이 넘는 WYD 합창단·합주단이 참여했으며, 우리 전통악기의 선율도 가미됐다. 노랫말은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이탈리아어·스페인어·프랑스어·포르투갈어 등 서울 WYD 6개 공식 언어가 함께 쓰였다. 뮤직비디오에는 국내외 청년들과 함께 주교좌 명동대성당을 비롯한 서울대교구 주요 성지의 아름다운 모습이 담겼다. 공식 유튜브 채널 실시간 대화창에선 전 세계 젊은이들이 자국 국기 이모티콘과 함께 저마다의 언어로 뜨거운 반응을 보이며 서울 WYD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주제가 선정은 지난해 7월 시작된 공모에 접수된 국내 140곡과 해외 294곡 가운데 조직위와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DLFL) 심사를 순차적으로 거쳐 이뤄졌다. 대회 주제성구와 영성을 담아낸 이 곡은 대회 기간 전 세계 청년들이 함께 부르고 기억할 2027 서울 WYD의 대표 상징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작곡자인 김씨는 현재 국내 게임 개발사 ‘펄어비스’에서 작곡가 겸 음악 프로듀서로 재직 중이며, 수원교구 호계동본당 반주자와 용인기흥지구 청년연합회 지휘자로도 봉사하고 있다. 그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제 곡은 제 손을 떠났고, 듣는 사람들의 시간이 됐다. 지금은 좋은 의미의 ‘빈 마음’이 드는데, 이 마음을 간직하고 싶다”며 “나름대로 제게 구도(求道)의 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씨에게 곡의 출발점은 도입부에 등장하는 ‘동쪽에 떠오른 빛’이라는 이미지였다. 한국과 서울이 극동에 있다는 점과 동방 박사들이 별을 따라 예수님을 찾아간 성경 이야기를 함께 떠올린 것이다. 그는 “한국적인 선율의 인상에서 출발하되,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보편성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씨는 기성 음악의 형식 위에 단순히 복음적 가사를 얹기보다, 복음 체험과 영성을 충분히 담아낸 음악을 만들고자 했다. 수많은 청년이 한자리에서 함께 부르며 나눌 호흡과 벅참·환희를 상상하면서 곡의 규모와 분위기를 구상했다. 그는 “2023 리스본에서 처음 WYD를 경험했는데, 개인주의가 내면화된 청년들이 경계를 넘어 다른 이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환대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서울 WYD에서 청년들이 주제가를 하나의 정답처럼 재현하기보다, 각자에게 와 닿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즐기기를 바랐다. 김씨는 “주제가는 WYD의 목적 그 자체라기보다 서로 다른 문화와 성향의 청년들이 서로를 환대하도록 돕는 수단”이라며 “훗날 이 노래가 서울에서 경험한 만남과 환대의 기억을 다시 불러오는 ‘타임머신’이 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공식 주제가 뮤직 비디오 보기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이학주2026.08.05
![[창간25주년 현장르포]신앙의 기쁨으로 사는 안혜자씨(미카엘라, 서울 양천구 가톨릭교우회 총무)](//cpbc.co.kr/CMS/newspaper/2013/05/rc/452079_1.1_titleImage_1.jpg)
[창간25주년 현장르포]신앙의 기쁨으로 사는 안혜자씨(미카엘라, 서울 양천구 가톨릭교우회 총무)인내, 기도의 삶 속에 '신앙의 행복' 활짝 피어 1988년 5월 16일. 재개발로 황량한 아파트만 세워져있던 목동신시가지에 양천구청이 들어섰다. 퀀셋(Quonset Hut) 가건물이었다. 안혜자(미카엘라, 47, 양천구 보건소)씨는 막 강서구에서 분구된 터전에서 공직의 길을 걷게 됐다. 이른바 '5ㆍ16 입사자'였다. 전날인 5월 15일 교구에 평화신문이 창간됐다는 소식도 들었다. 그즈음 천주교 신자들이 하나둘 구청 휴게실에 모여들었다. 23살 막내였던 그는 막 결성한 가톨릭교우회 총무가 됐다. 그 뒤로 25년 세월이 흘렀다. 중간중간 침체기도 있었지만, 그는 한결같았다. '마당발'처럼 선교의 끈을 이어갔다. 설립 당시 10여 명 안팎이던 양천구가톨릭교우회 회원은 이제 예비신자를 포함해 193명으로 성장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25년째 양천구 가톨릭교우회 총무를 맡고 있는 안혜자씨는 "요즘엔 주위 모든 게 다 하트처럼 보인다"면서 자신이 기도를 바칠 때 켜는 촛불에서도 하트를 보곤 한다고 말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시련 중에도 신앙의 힘으로 우스갯소리였지만 다들 초창기엔 '동냥미사'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한 달에 한 번 미사였지만, 목동성당으로, 고척동성당으로 떠돌아야 했다. 다들 소원이 매달 정기적으로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었다. 담당 신부도 없었다. 고민도 많이 쌓여갔다. 정말 척박한 여건이었다. 그렇게 침체기가 찾아왔다. 1993년께였다. 미사도 끊겼고, 공동체는 시들해졌다. 그저 명맥만 이어갔다. 그런 와중에 집안에도 어려움이 찾아왔다. 1989년 결혼한 이후 함께 살던 시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으로 교통사고를 두 번이나 당했고, 계단에서 넘어져 뇌출혈로 쓰러지기도 했다. 큰 딸은 일진회에 가입하라는 선배들 요구에 시달려 이사를 해야 했다. 시댁 건사에 자녀들을 돌보느라 몸이 대여섯 개쯤 됐으면 싶을 정도였다. 남편과 이혼하려고도 했다. 하느님을 믿지 않았다면 그렇게 했을 터다. 그래서 틈만 나면 성당을 가게 됐다. 성경필사도 시작해 신약 쓰기도 마무리했다. 감사 노트도 썼다. 모든 게 감사 항목이 됐다. 심지어는 발톱이 빠져도 하나만 빠져 감사하다고 적었다. 이같은 감사 속에서 혼인한 지 15년 만에 시어머니도 용서했다. 그래선지 시댁 식구들이 다 세례를 받고 하느님 자녀가 됐다. '사랑은 인간이 하고 용서는 하느님이 하신다'지만, 용서하고 나니 모든 게 새롭고 기뻤다. 직장 생활도 날로 새로웠다. 궂은 일,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잡일은 더 열심히 했다. 주택과에 있을 땐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려는 국민기초생활 수급자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느라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전세자금 지원을 받으려는 그분들에게서 전 예수님 눈빛을 봤어요. 집을 비우고 길거리에 나앉은 장애인들을 돕다 보니 주님께 대한 신뢰가 더 깊어졌지요. 한 번은 운송비 40만 원을 내지 못해 이삿짐이 압류돼 있다는 한 장애인의 하소연을 듣고 돕지 못해 안타까워하다가 점심 시간에 동료들에게 말을 하니 함께 돕자고 해서 각자 사비를 걷어 도운 적도 있어요. 그 뒤부터는 보는 것마다 은혜가 넘쳤어요. 모든 게 하트처럼 보이더군요." "어느날 시누이가 언니는 내 롤모델(본보기)이라고 하는 말을 듣고 눈물이 났어요. 참고 인내하며 기도로 함께하니 가족들이 모두 다 한마음이 됐어요." #되살아난 교우회 그런 기쁨 속에서 양천구가톨릭교우회도 되살아났다. 2003년 서울대교구 직장사목부에서 교리교육 신청 공문을 보내오자 그는 교리교육을 받으라고 주변에 열심히 권유했다. 교우회를 살리기 위해선 인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맨날 미친년 널뛰듯 했다." 때론 총무라는 짐이 너무 무거워 내려놓고도 싶었다. 그래서 고해성사를 보니 성경을 읽으라는 보속을 받아 성체조배실에 가 기도를 한 뒤 성경을 펴드니 읽는 곳마다 '순명'이라는 말씀이 나왔다. 하는 수없이 총무 직책을 계속했다. 교리교육 과정에서 신기한 경험도 많았다. 이혼을 준비하던 부부가 함께 교리교육을 받더니 다시 성가정을 이룬 것이다. 그것도 두 쌍이나 그랬다. 다 하느님 은총이었다. 그래서 기도를 더 열심히 하게 됐다. 2005년에 시작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께 바치는 9일기도는 하루 1시간씩 빠지지 않고 바친다. 하지만 자신보다는 늘 남을 위해 기도를 바친다. 응답도 빠르다. 기도와 함께 매일 미사를 봉헌하고 싶었던 그는 일주일에 한 번, 두 번씩 참석하다가 요즘은 네 번이나 참석한다. 미사가 꿀처럼 달다. 2007년 7월 당시 안승일 부구청장(현 노원구 부구청장)이 부임하면서 양천구 가톨릭교우회는 부쩍 활성화됐다. 해마다 번갈아가며 세례와 견진 교리교육을 하고 10명 안팎으로 세례자와 견진자를 내고 있다. 피정도, 월례미사도, 성지순례도, 도시락 배달이나 무료급식 봉사도 다들 기쁨 가운데서 함께한다. 요즘들어 그는 신앙과 삶이 따로따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주님께 다 맡겨드리니 월례 미사에 성체가 모자랄 정도로 신자들이 모여드는 걸 보며 든 생각이다. '아! 그래, 이런 거구나. 주님께 맡기면 되는구나.' 이런 깨달음을 날마다 깨우치며 그는 자신에게 매일 주어지는 상처를 삼키고 봉헌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 주신 주님께 감사와 찬미와 영광을 드린다.'▨양천구 가톨릭교우회 냉담교우들이 없는 공동체는 없다. 그렇지만 양천구 가톨릭교우회는 그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서울시내 25개 구 가톨릭교우회 가운데서 따뜻한 공동체로 소문나 있다. 그 비결이 뭘까. 한 알의 밀알처럼 썩는 신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김미용(루치아, 목1동장) 회장이나 김봉섭(알베르토, 양천구 복지정책과) 부회장, 안혜자 총무 같은 이들의 말없는 기도와 헌신, 눈물이 가톨릭교우회를 지지하는 버팀목이다. 회원들은 봉사자들과 함께 그리스도인으로서 봉사와 헌신, 나눔과 사랑이라는 토양 위에서 '신자 공무원'이라는 신원을 늘 새기며 기도와 봉사에 함께한다. 월례미사는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로 고정돼 있지만, 이 미사에 그치지 않고 다들 새벽미사나 저녁미사에 함께하고 기도도 열심이다. 신앙은 삶으로 실천하는 게 더 중요하기에 봉사에도 열심이다. 2008년부터는 당시 한빛종합사회복지관장으로 있던 정성환 신부의 요청에 따라 토요일마다 2인 1조로 20명이 홀몸노인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하고 있다. 무의탁 어르신들과는 1대1 자매결연을 맺어 말벗도 하고 생필품도 전하고 때론 용돈도 건넨다. 또 매주 월요일엔 5개 팀 10명이 구청에 마련된 실버식당에서 급식 자원봉사를 한다. 1년에 두 차례씩 어려운 이웃에 성금을 전달하기도 한다. '작은 일' 같지만 마음이 앞서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교리교육이나 피정, 성지순례도 갖지만 교우회 활성화엔 특별한 계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양천구 가톨릭교우회엔 지난 2010년 개최한 제8회 서울시 신앙대회가 그런 계기가 됐다. 전 공동체의 참여 속에 흑자(?)를 본 대회이기도 했던 이 피정에는 300여 명이 참가했다. 그리스도인 공무원으로서 자신의 신원과 부르심을 재확인하는 특별한 자리가 됐다고 다들 입을 모은다. 김봉섭 부회장은 "우리 양천구 가톨릭교우회는 타 교우회보다 훨씬 더 조직적이고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데 그건 지난 번에 서울시 신앙대회를 개최한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며 "대회를 통해 선교에 대한 동기부여도 받고 교우회도 조직화하고 활성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세택 기자 조은일2013.05.07

사제서품식-청주교구, 한국외방선교회, 전주교구, 대구대교구, 전주교구 지혜, 용기 지니고 진리 향해 나아가는 목자 되소서 15일 청주교구 사제 및 부제 서품식에서 수품 대상자들이 엎드려 성인의 도움을 전구하고 있다. 청주교구는 15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교구장 장봉훈 주교 주례로 새사제 2명의 사제서품식을 거행하고,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착한 목자가 되기를 기원했다. 이로써 교구 사제는 모두 176명이 됐다. 장 주교는 강론을 통해 "새 사제들은 '하느님 말씀의 교역자'로서 사명을 다해주길 바란다"며 "특히 복음을 선포하고 가톨릭 신앙을 전하는 '말씀의 봉사직'을 합당하고 슬기롭게 수행하라"고 당부했다. 박세호 새사제는 "몸으로 뛰는 사제가 되겠다"며 "예수님 닮은 삶을 살면서 복음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교구 사제단을 비롯해 대전가톨릭대 교수 사제단, 수도자, 평신도 등 5000여 명의 참석자들은 새신부들이 하느님의 영광에 빛나는 사제가 되길 한마음으로 기원했다. 이선찬(증평본당 보좌)ㆍ박세호(영동본당 보좌) 새신부는 16일 출신 본당에서 첫 미사를 봉헌하고 임지에 부임했다. 장광동 명예기자 jang@pbc.co.kr 한국외방선교회(총장 김용재 신부)는 17일 서울대교구 명동주교좌성당에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 주례로 사제ㆍ부제 서품식을 거행하고, 사제 1명과 부제 3명을 새로 배출했다. 이로써 한국외방선교회 사제 회원은 65명에 이르렀다. 신유철 새신부는 2006년에 입회한 뒤 2011년 7월 종신서약에 이어 부제품을 받았으며 1년 6개월여 만에 사제품까지 받게 됐다. 2000년 가톨릭대 철학과에 입학했다가 군복무를 거쳐 2004년 수원가톨릭대에 편입, 신학을 전공했으며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신 신부는 미국 알래스카 선교지로 파견되며, 알래스카 앵커리지교구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선교활동을 하게 된다. 신 신부는 "인간적인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하느님 은총으로 사제품을 받게 된 기쁨도 크지만, 개인적으로는 선교지 파견을 기도로 준비하며 무척 기다려왔기에 본격적으로 해외 선교지에 첫 발을 내딛는다는 기쁨이 더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세택 기자sebastiano@pbc.co.kr 전주교구는 17일 전주 중앙주교좌성당에서 사제서품식을 거행하고, 새사제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착한 목자 되기를 기원했다. 새사제 5명과 새부제 6명이 탄생한 이날 서품식에는 교구 사제단과 수도자, 신자 등 2000여 명이 참석해 교구 미래를 이끌어갈 주인공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교구장 이병호 주교는 강론에서 "진정 지혜롭기 위해서는 바보가 돼야 한다는 말처럼 사제는 세상 이치에 휘둘리지 말고 지혜와 용기를 지니고 진리를 향해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문(나포길벗공동체 전담) 신부는 사제단을 대표한 축사에서 "초심을 간직하고 언행일치의 삶,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삶으로 모든 이들의 종이 돼달라"고 당부했다. 유승현 새사제는 "서품 성구의 말씀을 늘 마음에 새기며 겸손되게 주님 뜻에 합당한 사제의 삶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서품식에는 강승훈 새사제 아버지 강금만(멜키올, 80)씨가 휠체어를 타고 딸 강혜선(작은예수수녀회) 수녀와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강 수녀는 "기도 안에 살고 계신 어머니 덕분에 동생과 제가 주님의 길을 올곧게 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주교는 강 신부 부모가 심한 장애를 지녔음에도 기도와 정성으로 하느님께 아들을 봉헌한 고마운 분들이라고 치하했다. 김경훈 새사제 부모는 성소의 길을 가는 아들을 위해 3년 전부터 신ㆍ구약 성경을 필사해 지난 예수 성탄 대축일에 완필했다. 김 신부 아버지 김용환(요셉)씨는 "목자의 길을 가게 된 아들에게 수품 선물을 하고 싶어 아내와 기도하는 마음으로 날마다 성경을 필사했다"고 말했다. 신현숙 명예기자 cheska@pbc.co.kr 19일 대구 계산주교좌성당에서 열린 대구대교구 사제서품식에서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마성우 새사제에게 안수하고 있다.<사진> 이날 사제서품식에 함께한 교구 사제단과 수도자, 수품자 가족 등 700여 명은 마 신부가 그리스도를 닮은 참 목자가 되기를 기도했다. 조 대주교는 강론에서 "성직자가 오롯한 마음으로 온전히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 봉사하려면 돈과 재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며 "신자들에게 섬김을 받는 사제가 아닌 신자들을 섬길 줄 아는 사제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사제 1명을 배출함에 따라 대구대교구 사제단은 총 456명이 됐다. 사진제공=대구대교구 홍보실 제주교구는 19일 제주 삼위일체대성당에서 교구장 강우일 주교 주례로 사제ㆍ부제서품식을 거행하고 새 사제 1명과 부제 2명을 탄생시켰다. 이날 사제품을 받은 홍윤학 새사제는 강 주교의 부름에 큰 소리로 응답하며 하느님 뜻에 순명하는 사제로 살 것을 다짐했다. 성당을 가득 메운 신자들은 미사 후 색색의 현수막을 들고 환호하며 새사제 탄생의 기쁨을 나눴다. 홍 신부는 "사제로 불러주신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느낀다"며 "쉽지 않은 길이지만 하느님과 예수님 마음을 닮은 사제로 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아 기자 euna@pbc.co.kr조은일2013.01.22

윤명희, 홍익표 의원 등 국회 빛낸 바른 언어상 수상국회의원 연구단체 '일치를 위한 정치포럼' 제3회 시상식 제3회 국회를 빛낸 바른 언어상 시상식에서 수상자 의원 6명과 일치를 위한 정치포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국회의원 연구단체 '일치를 위한 정치포럼'(이하 정치포럼)은 2월 21일 국회 본청 의원식당 별실에서 제3회 국회를 빛낸 바른 언어상 시상식을 열고, 윤명희(새누리당)ㆍ홍익표(민주통합당) 의원 등 6명에게 으뜸ㆍ모범ㆍ품격 언어상을 수여했다. '국회를 빛낸 바른 언어상'은 정치포럼이 2011년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와 함께 정치언어 순화를 목적으로 제정한 것으로, 언어 사용에 가장 모범이 된 국회의원에게 시상하고 있다. 품격언어상을 수상한 박수현(안토니오, 민주통합당) 의원은 "성경에 '천사의 말을 하는 사람도 사랑이 없으면 울리는 징과 같다'(1코린 13,1 참조)는 말이 떠오른다"며 "말 속에 착한 마음과 배려하는 마음, 희망을 주는 마음을 담는 것이 바른언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 자신부터 겸손한 마음으로 국민에게 다가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른 수상자들도 정치인의 언어사용에 대한 중요성에 공감하며, 국민에게 신뢰받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병석 국회부의장은 축사에서 "바른 언어상 수상 의원들은 국회의원 300인을 대표하는 입법부의 가장 빛나는 인물로 선정된 것"이라며 "국민을 향한 봉사정신이 정치에 대한 신뢰로 승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정치포럼 공동대표 김성곤(민주통합당) 의원은 "정치인의 말은 국민을 편안하게도 하고, 불안하게도 한다"며 "바른 언어상 시상을 통해 대한민국 정치가 국민에게 신뢰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치포럼은 포콜라레 운동의 일치 영성에 뿌리를 둔 연구단체다. 소속 의원들은 보편적 형제애를 의정활동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 실천하고 있다.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교수가 지도하는 대학생 모니터단은 19대 국회 개원부터 지난해 말까지 본회의와 상임위, 국정감사의 의원 발언 기록과 영상을 분석해 수상자를 선정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수상자 명단 으뜸언어상: 윤명희(새누리당)ㆍ홍익표(민주통합당) 의원 모범언어상: 홍문종(새누리당)ㆍ남윤인순(민주통합당) 의원 품격언어상: 유기준(새누리당)ㆍ박수현(민주통합당) 의원조은일2013.02.26

전쟁 위협에도 ‘성체 성혈 신심’으로 지켜낸 알프스 계곡의 순례지[중세 전문가의 간김에 순례] 90. 스위스 뮈스테어 장크트 요한 베네딕도회 수녀원 뮈스테어 계곡의 장크트 요한 베네딕도회 수녀원. 뒤로 해발 2882m의 피츠 라트가 솟아 있다. 8세기 카롤루스 왕조 시대에 세워졌으며, 왼쪽의 작은 독립 건물이 약 785년 건립된 성 십자가 소성당이다. 오른쪽 흰색 성곽 모양 건물은 958~960년경 세워진 플란타 탑으로, 알프스에서 가장 오래된 주거·방어탑 중 하나다. 1499년 칼벤 전투 후 플란타 아빠티사가 개축했으며, 현재 박물관으로 쓰고 있다. 1983년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됐다. 알프스의 수도원은 때로 너무 고요해 그 자리에 얼마나 많은 역동적 역사가 서려 있는지 모르고 지나치기 쉽습니다. 스위스 동쪽 끝 마을 뮈스테어의 장크트 요한 베네딕도회 수녀원도 그렇습니다. 한 번쯤 달력 사진에서 본 수녀원이지요. 뮈스테어를 찾아가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취리히에서 기차를 여러 차례 갈아탄 뒤 체르네츠에서 노란 우편 버스에 올라 해발 2149m의 푸오른 고개를 넘어야 비로소 뮈스테어 계곡에 다다릅니다. 이곳은 말도 조금 다릅니다. 로마 제국 시기 알프스 지역에 전해진 구어 라틴어가 토착어와 섞이며 형성된 로망슈어를 쓰는데,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의 먼 친척쯤 되는 말입니다. 이런 외진 곳을 굳이 가야 하나 싶지만, 계곡에 들어서면 천 년 넘게 순례자의 발길을 붙잡아온 이유를 이내 알게 됩니다. 계곡 끝에서 몇 킬로미터만 더 가면 이탈리아 남티롤로 이어지는데,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오갈 때 들를 만한 곳입니다. 수녀원 성당 주 제대와 세 개의 후진. 9세기 카롤루스 왕조 시대 벽화 위에 12세기 로마네스크 회화가 일부 겹쳐 있다. 중앙 후진에는 그리스도의 현현과 성 요한 세례자의 탄생·순교 이야기, 왼쪽 후진에는 성 베드로·바오로 사도, 오른쪽 후진에는 성 스테파노와 관련된 장면들이 펼쳐져 있다. 교역 중심지에서 깊은 영적 쇄신 공간으로 뮈스테어 수녀원은 알프스의 눈보라 속에서 탄생한 베네딕도회 수도원에서 출발했습니다. 774년 이탈리아의 랑고바르드 왕국을 정복한 카롤루스 대제는 북쪽으로 돌아가던 길에 해발 2501m의 움브라일 고개에서 거센 눈보라를 만났습니다. 그는 무사히 산을 넘게 해주신다면 수도원을 세우겠다고 하느님께 서원했고, 산을 넘은 뒤 약속대로 이곳에 수도원을 세웠다고 합니다. 중세 초기 수도원은 왕권과 긴밀한 관계였습니다. 특히 카롤루스 시대의 수도원은 단순히 수도자들이 기도하는 공간만이 아니라, 복음 전파와 교육, 농업 개척, 필사와 지식 보존, 그리고 광대한 왕국을 관리하는 행정 거점이었습니다. 뮈스테어 수도원도 쿠어 주교 관할 아래 이러한 역할을 맡았는데, 라인강 유역과 이탈리아 남티롤 등을 잇는 교역로와도 가까워 기도의 집이자 고갯길을 넘는 이들의 쉼터, 교역의 중심지였죠. 10~12세기에 들어 카롤루스 왕국의 통합력이 약해지고 지역 귀족과 주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수도원의 역할도 변했습니다. 동시에 교회 개혁 운동과 함께 더욱 깊은 기도와 영적 쇄신을 추구하는 수도 생활이 널리 퍼졌습니다. 이러한 시대 흐름 속에서 뮈스테어도 변모했습니다. 12세기경 제작된 종에 새겨진 “감미로운 소리가 나면 경건한 자매들이 모여들리라”라는 문구로 보아, 그 무렵 수녀원으로 탈바꿈한 것 같습니다. 중앙 후진과 북쪽 후진 사이의 벽면에 그려진 성체 성혈 기적(1597). 13세기 하엥가딘 출신의 기사 딸인 아녜스 수녀가 겪은 성체 성혈 기적을 그림으로 옮겼다. 수녀들의 성 목요일 영성체, 성체 성혈 기적, 아녜스 수녀의 회개와 고백, 성체 성혈 공경 장면을 볼 수 있다. 성경 속 구원의 서사 담긴 벽화 체르네츠에서 출발한 우편 버스가 마을에 다다르면 그라우뷘덴 특유의 전통 가옥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두꺼운 벽과 깊은 창, 주거와 축사를 한데 묶은 구조는 긴 겨울을 견뎌온 산악 생활의 흔적입니다. 회벽을 긁어 무늬를 낸 스그라피토 문양과 로망슈어 문구, 국경 너머로 이어지는 길은 이곳이 오래전부터 사람과 언어, 문화가 오가던 알프스의 경계였음을 보여줍니다. 수녀원은 마을 한가운데 자리합니다. 흰 벽의 건물, 안뜰, 플란타 탑이 차례로 눈에 들어옵니다. 탑 옆에는 쿠어 주교의 별궁으로 사용되던 건물이 있습니다. 이런 복합 단지 모습은 중세 수도원이 지역 교회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음을 드러냅니다.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9세기 카롤루스 시대의 벽화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다윗 이야기부터 그리스도의 탄생과 수난, 부활과 승천까지 성경의 구원 역사가 벽면을 따라 펼쳐집니다. 글을 읽기 어려웠던 중세 사람들에게 이 벽화는 돌과 회벽 위에 펼쳐진 성경책이었습니다. 성 십자가 소성당. 785~788년경 건립된 카롤루스 왕조 시대 2층 구조의 건물로 수도원 성당처럼 세 개의 말굽형 후진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펼쳐져 클로버잎 같은 독특한 평면을 지녔다. 초창기 수도원의 장례용으로 사용했던 공간으로 추정된다. 살과 피로 변한 ‘성체 성혈의 기적’ 주 제대 주변은 9세기 벽화 위로 12세기 로마네스크 회화가 겹쳐, 1000년이 넘는 신앙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있습니다. 중앙 후진과 북쪽 후진 사이에는 뮈스테어를 중세 순례지로 만든 성체 성혈 기적의 벽화도 보입니다. 15세기 필사본 「기적의 성체 이야기」에 따르면, 13세기 초 아녜스 수녀가 성 목요일 영성체 때 양심의 가책을 느껴 성체를 삼키지 못하고 베일 속에 간직했는데, 이후 성체가 살과 피의 모습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가 퍼지면서 뮈스테어로 순례자들이 모여들었고, 성체 성혈 공경은 수녀원의 중요한 영적 전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성체 성혈 신심은 격변의 시대를 건너는 신앙의 버팀목이었습니다. 15세기 말, 알프스 길목을 두고 합스부르크 왕가와 자치권을 지키려는 그라우뷘덴 산악 공동체가 충돌해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수도원이 불타고 수녀들은 메라노로 피난을 떠나야 했지만, 이내 돌아와 무너진 수녀원을 다시 세우고 기도의 삶을 이어 갔습니다. 종교개혁으로 주변 마을이 신교로 돌아섰을 때도 뮈스테어는 그대로 가톨릭 신앙을 지켰습니다. 1799년 프랑스군이 수도원을 약탈한 뒤 성체 성혈 유물은 사라졌습니다만, 신심은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현대에도 두 번의 세계 대전 중 국경의 주인이 바뀌고, 수녀원 문턱까지 군대가 오갔지만, 안에서는 같은 시간에 종이 울리고 기도 소리가 낭랑히 들려왔습니다. 뮈스테어는 카롤루스 시대 수도원의 전통을 여성 베네딕도 공동체가 이어받은 드문 사례입니다. 하지만 이는 예외라기보다 중세에 성장하던 여성 수도 생활의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당시 수녀원은 귀족 여성들이 신앙과 교육·문화를 펼치는 공간이었고, 수녀원장인 아빠티사도 지역 사회에 영향력이 컸습니다. 그러나 이곳의 신앙을 지켜온 힘은 세속적 영향력이 아니라, 수백 년간 같은 자리를 지키며 기도해 온 여성들의 작고 끈질긴 충실함이었습니다. 이곳의 고요함에서 하느님의 평화를 느끼는 건 그 때문일 겁니다. <순례 팁> ※ 스위스 체르네츠 역, 이탈리아 말스 역에서 매시간 우편 버스 811번 운행(각각 1시간, 25분 소요). ※ 수녀원 성당 미사: 주일 및 대축일 9:30, 평일 7:30. 수도원 성당과 박물관 가이드 투어(6월 말~11월 초), 수녀원 게스트하우스 숙박 가능. ※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 마련한 2026·2027 유럽 수도원 성지 순례. 문의 및 신청: 분도출판사, 010-5577-3605(문자) 차윤석 cpbc2026.09.16
참된 인간됨을 알려주는 성경[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96) 성경의 매력 얼마 전 한 일반 출판사로부터 책을 출간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교회 출판사가 아닌 일반 출판사였기에 적잖이 당황했다. 주로 신자를 대상으로 글을 써왔기에, 일반 독자를 상대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니 일반 신문에도 칼럼을 써왔기에 못할 것도 없을 법했다. 출판사의 제안은 성경을 통해 믿는 사람뿐 아니라 믿지 않는 이에게 위로와 희망이 될 내용을 풀어서 설명해달라는 것이었다. 잠시 생각해본다. 과연 성경은 믿지 않는 사람에게도 위로와 희망을 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다’고 답한다. 성경은 모든 이에게 자비와 위로를 주시는 하느님 아버지를 선포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복음은 당신을 따르던 제자들만이 아닌 세상 모든 사람을 향한 기쁜 소식이기 때문이다. 하느님 말씀과 예수님의 복음은 모든 이에게 알려져야 한다. 성경은 하느님만이 아니라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며,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성경의 매력은 살아계신 하느님, 사랑의 하느님, 다양한 감정으로 인간과 대화하시는 하느님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에 있다. 성경이 전하는 하느님은 질투하는 분, 때로는 화가 나 분노하시는 분, 그러나 쉽게 마음을 돌려먹고 다시 인간을 용서하시는 분,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좋아하시는 분, 기뻐하는 인간을 보고 기뻐하는 분이시다. 성경은 그야말로 하느님의 ‘천의 얼굴’을 담고 있다. 성경의 또 다른 매력은 인간 삶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경은 신화적이거나 유토피아적인 구원을 말하지 않는다. 하느님께서 활동하시는 곳은 저 먼 하늘 위가 아닌, 혹은 내세에서의 삶만이 아닌, 죄와 악, 불의와 폭력이 난무하는 인간 삶의 적나라한 현실이다. 성경은 완벽한 신앙의 길보다는 인간 삶의 다양한 측면이 얽혀 있는 현실과 그 안에서 가능한 신앙의 길을 이야기한다. 시련과 좌절, 절망에도 계속해서 일어나 걷기를 재촉한다. 나아가 성경은 참된 인간됨의 길을 말해준다. 그것은 두드리고 모색하며 찾아가는 삶에 있다. 성경은 답이 아닌 물음으로 가득 찬 책이다. 답을 찾고 만족하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물음을 던지는 인간이게 한다. 성경은 참된 인간됨의 길이 자비하신 하느님처럼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것에 있다고 한다.(루카 6,36 참조) 하느님처럼 미소하고 가난한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에게 다가가 친구가 되어주며 그들 편에 서서 그들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가난하고 헐벗고 굶주린 이들, 울며 슬퍼하는 이들, 박해받는 이들, 버림받은 이들을 향해 눈을 돌리며 그들과 이웃이 되어가는 것이 하느님처럼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며, 진정 인간미 넘치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성경은 하느님께서 바로 그러한 미소한 이들,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 편에서 그들과 함께 계심을 말한다. 심지어는 가장 작은 이에게 해준 것이 바로 당신께 해준 것이라고 말하며, 그것이 최후 심판의 판단 기준이라고 말한다.(마태 25,40 참조) 성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학습서이며, 하느님의 교육 방법을 담고 있다. 성경을 벗 삼아 걷다 보면 어느덧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변화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내 안에 갇혀 있던 내가 나에게서 조금씩 벗어나 이웃 형제들을 위해 삶을 내어놓는 존재로 변화되어 있음을 발견하는 것이다. 성경은 분명 모든 이에게 매력적인 책임에 틀림 없다. 이정훈2025.04.23

역사의 수작(酬酌)[월간 꿈 CUM] 철학의 길 _ 동양 고전의 지혜와 성경 (11) 한국 사람들은 참 술을 좋아합니다. 아니 술 자체라기보다 술을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혼자 ‘자작’(自酌)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 자리에서 만들어지는 친교에 동참하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자작 문화에 익숙한 외국인들의 시선에 남의 술잔까지 신경 써야 하는 한국인의 술 문화가 불편하고, 고루한 관습처럼 보일 수 있지만, 몸에 밴 문화의 깊이를 이해하면 한국인들은 우주의 원리를 몸으로 구현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에 경이로워해야 할 것입니다. 술을 주고받는 것을 한자로 ‘酬酌’(수작)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보통 ‘수작 부리지 마!’라는 부정적 어감으로 사용하지만, 주인이 손님에게 술잔을 권하는 것을 수(酬)라 하고, 다시 손님이 주인에게 술잔을 권하는 것을 작(酌)이라고 합니다. 수작은 이렇게 가거니 오거니 술을 주고 받는 것을 말합니다. 상호적이며 상관적 관계를 보여주는 미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대 「역」을 해설한 「계사전」은 이 ‘수작’을 우주론적 의미에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顯道 神德行 是故 可與酬酌 可與祐神矣 子曰 知變化之道者 其知神之所爲乎 도와 덕행의 신묘함을 드러낸다. 그러므로 서로 수작(상호 동조)할 수 있고, 서로 도울 수 있다. 공자가 말하길 변화의 도를 아는 자는 그 신이 행하는 바를 알 수 있다.(「계사전 상」 9) 위 구절은 역을 설명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역은 우주 자연의 변화이며, 생명의 원리입니다. 생명은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유지되고, 그 변화는 상호적이며 상관적으로 주고받아 움직여집니다. 그 가운데 도와 덕이 있습니다. 위 구절은 우주의 상호작용을 ‘수작’이란 단어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술 문화에는 이런 생명의 원리가 몸속 깊이 흐르고 있는 것이며 우리는 그것을 몸으로 구현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렇다면 왜 ‘수작 부리지 마!’라는 부정적 의미가 나오게 되는 것일까요? 과거 주막에서 한 남정네가 여염집 아가씨를 붙들고 ‘수작’을 하려 하자 그 아가씨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수작 부리지 마! 어디서 개수작이야!” 우리 말에는 참과 다른 거짓 혹은 올바르지 못한 것을 표현할 때 ‘개’자를 붙입니다. 그래서 수작인 척하는 가짜 수작을 부리지 말라는 것이죠. 이처럼 상황에 맞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의미라 할지라도 욕을 먹어야 하는 가짜가 됩니다. 위정자들은 특히나 수작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그들의 말과 행동은 백성들의 삶을 담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삶이 겹겹이 쌓인 역사를 담아야 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과거와 현재가 주고받을 때 현재와 미래 역시 주고받는 생명의 상호작용이 일어납니다. 역사 앞에 사과와 용서가 오간다는 것은 바로 과거와 현재가 수작하는 것이며, 그 현재가 다시 미래와 수작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 앞에 사람만 왕래하고 술잔만 주고받는다면 그것은 상황에 맞지 않는 것이 됩니다. 위정자들은 수작이라 하지만 백성은 참이 아닌 ‘개’자를 붙여 부르게 됩니다. 하느님의 부르심과 인간의 응답, 하느님의 축복과 인간의 찬양, 하느님의 사랑과 인간의 회개는 모두 수작의 원리입니다. 술과 관련된 말 중에 ‘짐작’(斟酌)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짐(斟)은 ‘헤아리다’, ‘머뭇거리다’라는 뜻인데, 술잔에 술이 얼마 남아있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 따라야 하는지 헤아리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술잔과 술병이 투명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상대의 술잔과 술병에 술이 어느 정도 남았는지 한눈에 알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수작을 위해 헤아려야만 했습니다. 다소 불편하지만 이런 작은 배려를 통해 수작이 이루어졌습니다. 상처받은 백성과 역사가 투명하지 않은 잔과 병에 담겨 있다면 그 앞에서 ‘짐작’(斟酌)이라도 해야 미래의 생명이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미래는 현재가 과거와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살아 숨 쉬며 다가올 것입니다. 글 _ 손은석 신부 (마르코, 대전교구 안식년) 2006년 사제수품. 대전교구 이주사목부 전담사제, 산성동본당 주임을 지냈으며 서강대학교 대학원 철학과(동양철학전공)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소소하게 살다 소리 없이 죽고 싶은 사람 중 하나. 그러나 소리 없는 성령은 꼭 알아주시길 바라는 욕심쟁이다. cpbc2025.06.18
![[가톨릭 문화산책]<2> 성음악(1) 성음악의 모태, 시편](//cpbc.co.kr/CMS/newspaper/2013/01/rc/438866_1.1_titleImage_1.jpg)
[가톨릭 문화산책] 성음악(1) 성음악의 모태, 시편전례, 기도 중 부르는 시편, 주님 향한 찬미 감사 탄원의 노래 독일 작가 프리츠 아이헨베르크의 구약 주제 목판화 시리즈 10점 중 '12현 수금을 타는 다윗'. 이 작품은 2011년 4월 미국 워싱턴주 동부 스포캔 곤자가대학교 박물관 갤러리에서 공개됐다. 【워싱턴=CNS】 교회의 전통적 설명에 따르면, 종교(Religio)란 '다시(re) 묶는다(ligare)'에서 유래한다. 그 말이 적절한지, 부적절한지를 떠나 우리 인간이 하느님과 관계를 올바르게 유지하고자 함이 교회가 추구하는 목적임은 확실하다. 그래서 영성신학자들도 기도를 '하느님과의 대화 혹은 정담'이라 했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자이신 하느님께 마음대로 접근할 수 없다. 하느님께서 먼저 이야기를 걸어줘야 가능하다. 우리가 그 말씀에 대답을 하면 서로의 관계, 즉 친교가 생기고 유지된다. 하느님께서는 사실 우리에게 이야기를 걸었는데, 그 말씀을 기록해 '성경'이라고 부른다. 성경은 하느님 말씀이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갖가지 반응을 보일 수 있다. 하느님께 찬미를 드릴 수도 있고, 또는 고맙다는 표현을 할 수도 있다. 혹은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 수도 있고, 무언가 도와달라고 청할 수도 있다. 이 찬미와 감사, 속죄, 청원이 기도의 4가지 요소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간의 응답은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 성경 가운데서 드물게 인간의 대답을 기록해 둔 부분들이 있다. 시편집이 대표적인 책이다. 흔히 이스라엘 민족의 두 번째 왕이자 가장 훌륭했다고 전해지는 다윗왕이 썼다고 하는 시편집은 노랫말집이다. 이 시편은 히브리어로 '터힐림'이라 하는데, '찬양가들'이라는 뜻이고, 그리스어로는 '프살모스', 즉 '하프 반주에 맞춰 부르는 노래'라고 한다. 둘을 종합하면 찬양과 노래라는 뜻이다. 기도의 네 요소처럼 시편 150편도 크게 분류하면 찬양시편과 감사시편, 탄원시편, 일반시편으로 나뉜다. 이 시편집 외에도 솔로몬이 지었다는 아가서와 예레미야ㆍ애가서, 탈출기에 나오는 모세의 노래(탈출 15,1-18), 사무엘기 상권에 나오는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의 노래(1사무 2,1-10), 다니엘서에 나오는 세 젊은이의 노래(다니 3,52-90) 등이 더 있다. 노랫말은 이렇게 전해오지만 어떤 음악적 옷을 입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시편에 자주 성가대와 악장, 악기 등이 언급되기는 하지만, 당시에는 악보라는 기보법이 발달하지 않아서 선율이나 리듬이 전해지지는 않는다. 이런 노래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늘 부르던 노래다. 예루살렘으로 도보순례를 떠나며 이스라엘 사람들은 "'주님의 집으로 가세!' 사람들이 나에게 이를 제 나는 기뻤네. 예루살렘아, 네 성문에 이미 우리 발이 서 있구나"(시편 122,1-2)하고 노래한다. 죄를 짓고는 "하느님, 당신 자애에 따라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시편 51,1)하고 노래한다. 바빌론 유배생활을 하면서는 "바빌론 강기슭 거기에 앉아 시온을 생각하며 우네"(시편 137,1)하고 노래한다. 특히 임금 즉위식이나 성전 예식 중에 백성들은 성가대와 함께 온갖 악기 반주에 맞춰 노래했다. 파스카 축제의 정점인 파스카 만찬예식 때에도 식구들이 모여 음식을 먹는 중간 중간에 시편 113장부터 118장까지, 경우에 따라서는 138장까지도 노래로 부르곤 했다. 당연히 예수님도, 제자들도 시편을 노래했다. 그러나 시편 자체를 성음악이라 부르기엔 아직 일렀다. 성음악이란 교회(Eccle sia, 敎會)의 전례용 음악을 뜻하며, 교회는 구약시대나 예수님 시대를 말하기보다는 성령강림 사건을 기점으로 하기 때문이다. 초대교회에서 구약 전통을 따라 전례에서 시편을 노래하기 시작하면서 시편은 비로소 성음악의 중심을 이루기 시작한다. 테르툴리아노(160~225) 교부의 초기 그리스도교 전례를 묘사한 「초대 교회 법령집(Constitu tiones Apostolorum)」에 이미 전례 중에 시편을 노래한다는 표현이 나타난다. 성 암브로시오나 성 아우구스티노 등 교부들의 기록에도 역시 전례 중 시편 노래에 대한 표현이 나온다. 교회에서는 일찍부터 시편을 노래하는 구체적 방법도 발달했다. 대응창법(Anti phona)과 화답창법(Responsorium)이 그것이다. 대응창법은 신자들이 두 편으로 갈라져 시편을 한 절씩 교대로 주고받는 창법으로,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연도를 바칠 때 시편을 노래하는 방법과 같다. 화답창법은 현재 미사 화답송을 노래하는 방법과 같다. 선창자가 시편을 메기면, 전 교중은 계속 같은 후렴으로 응답하는 방식이다. 미사전례 형식이 갖춰지면서 3대 행렬노래인 입당송과 봉헌송, 영성체송 등은 대응창법으로 시편을 불렀다. 그리고 제자리에서 하는 화답송, 복음 전 환호인 알렐루야는 화답창법으로 불렀다. 그러니까 미사전례 중에 부르는 노래는 거의가 시편노래들인 셈이다. 초대교회 미사전례뿐 아니라 시간전례(성무일도)에서도 시편은 그 중심을 이뤘다. 원래 유다교나 기원전 1세기께 사해 북서안 쿰란 지역에 본거지를 두고 활동한 유다교의 한 분파인 쿰란공동체 전통에서는 하루 세 번씩 기도하던 관습이 있었다. 이를 본떠서 초세기 교회 신자들은 저마다 일정한 시간을 정해 기도를 드렸다. 이것이 차차 공동기도로 발전해 아침기도와 저녁기도로 발전했다. 또 사도시대에는 날마다 오전 9시(사도 2,15), 정오(사도 10,9), 오후 3시(사도 3,1)에 기도하는 모습도 발견된다. 이같은 시간기도는 당연히 시편기도로 꾸며졌다. 성 안토니오(251~356)에 의해 수도원 체제가 생겨나고, 성 베네딕토(480~547)에 의해 수도원 규칙이 확립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모습의 수도원들이 생겨났다. 이 수도생활에서는 시간전례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시간전례의 주 내용은 시편기도였고, 이 전통에 따라 지금도 시간전례에서 시편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미사전례서에서는 약간 변화가 있지만, 그래도 신자들이 같이 불러야 하는 부분의 노래는 시편이 주를 이룬다. 또 요즘은 시간전례를 매일 하는 신자들도 꽤 많다. 우리는 알고 하건, 모르고 하건 간에 시편 노래에 젖어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러기에 시편은 그리스도교 성음악의 모태요 영원한 원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윗왕 이야기 어느 날 밤 다윗왕은 자기 부하 장수 우리야의 아내가 목욕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녀를 범했다. 한 번 실수였지만, 그 여인은 아기를 가졌다. 다윗은 겁이 나 전쟁에 나가 있는 우리야를 불러 아내와 잠자리에 들 기회를 여러 번 줬지만 계속 실패했다. 결국 다윗은 그를 전쟁터에서 죽게 만들었고, 과부가 된 그 여인을 아내로 맞아들였다. 이제 모든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런데 어느 날 예언자 나탄이 찾아와서 이야기를 꺼냈다. "양과 소를 많이 가진 어떤 부자가 있습니다. 그 옆에는 암양 한 마리를 키우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그 암양을 자식들과 같이 데리고 자고 같이 먹고 하였습니다. 마치 딸 같았습니다. 하루는 그 부자에게 길손이 왔습니다. 그러자 그는 제 양이나 소를 잡고 싶지 않아서 가난한 사람이 애지중지하는 그 암양을 빼앗아 손님 대접을 했습니다." 왕은 그런 나쁜 놈을 당장 잡아들이라 소리쳤다. 그러자 나탄이 말했다. "임금님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왕은 즉시 용상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고 재를 뒤집어쓰고 참회하며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가 유명한 시편 51장이다. 위령기도(연도)를 열심히 하는 신자들은 다 외워서 하는 시편 "하느님, 당신 자애에 따라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의 크신 자비에 따라 저의 죄악을 지워 주소서"(시편 50,3)이다. 다윗이 거룩한 왕이라 불리고, 또 훗날 오실 구세주 메시아의 전형으로 꼽히곤 하는데, 이는 그가 죄를 모르는 완전한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비록 죄를 지었지만 겸손하게 죄를 인정하여 고백하고 회개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부족해 죄를 짓는다. 그러나 우리도 죄를 지으면 변명을 늘어놓거나 부인하지 말고, 인정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 하느님은 우리의 부서지고 꺾인 마음을 업신여기지 않으시는 주님이시다. 그래서 시편 51장은 우리 모두가 외워서 부를 시편 중 하나이다. "하느님, 당신 자애에 따라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의 크신 자비에 따라 저의 죄악을 지워 주소서. 저의 죄에서 저를 말끔히 씻으시고, 저의 잘못에서 저를 깨끗이 하소서"(시편 51,3-4). 백 남 용 신부 (서울대교구 원로사목자, 전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장) 조은일2013.01.22

패션, 판화, 시 , 도예.... 예술적 탐험은 무한대장르 허무는 예술가 임경숙씨, 17일 시흥시 '더 소사' 개관행사에 도예 200여점 선보여 1985년 백남준(1932~2006)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퐁피두센터에서 패션쇼와 행위예술 시연, 1986년 판화전 개최, 1988년 시집 「나는 생을 노래하네」 출간, 1991년 3개월 간 습작 끝에 시나리오 '겨울애마 봄' 집필, 1993년 유화 개인전, 1995~98년 매맞는 여성과 성폭력 및 가정폭력 피해자 방지법 제정을 위한 퍼포먼스 다수 공연, 2000년 재활용 예술인 정크 아트(Junk Art) 개인전, 2005년 천연염색아트전…. 이뿐만이 아니다. 17일엔 경기도 시흥시 대야동에 문을 연 아트 스페이스 '더 소사' 개관행사에 '다면체 인간'을 주제로 도예작품 200여 점을 선보였다. 도예에 입문한 지 1년 만에 갖는 7번째 개인전이었다. 1982년 프랑스로 건너가 플레리 드 라 퍽뜨에서 의상과 데생을 전공한 이후 임경숙(마리아, 서울대교구 우이본당, 사진)씨의 삶은 장르의 벽을 허무는 예술적 모색으로 점철돼 있다. '예술 박테리아'를 자처할 정도다. 장르 간 교류를 통한 소통과 통섭이 그의 작업관이다. 패션에서 출발, 판화와 유화, 정크 아트, 퍼포먼스, 시, 수필, 시나리오, 천연염색, 도자기로 이어지는 예술적 탐색은 '예술은 영혼의 작업이지 재료의 구분으로 한계를 짓는 대상이 아니다'는 철학에서 비롯됐다. 그야말로 인생을 시처럼, 예술처럼 살아왔다. 교회에서도 그는 유명인사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최근까지 여러 수도회와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1998년 잠실역도체육관에서 살레시오수녀회 초청으로 아시아 살레시안들의 일치를 위한 퍼포먼스를 가졌고, 2000년 장충체육관에서 수도자들과 함께 2~3개월을 준비해 성경 주제인 '너는 복이 되리라'를 퍼포먼스로 보여줬다. 또 성가 소비녀회와는 종신서원을 주제로 한 퍼포먼스를 갖기도 했다. 최근에도 살레시오수녀회 청소년 영성의 집(원장 김영내 수녀)과 함께 무한 경쟁과 가족 해체 등 신자유주의 모순에 내몰린 청소년들의 육성을 듣고 풀어내는 퍼포먼스를 갖기도 했다. 최근에 특히 관심을 갖게 된 도예나 천연염색은 흙과 풀, 꽃을 재료로 한 원초적 생명과의 만남이기에 더 애착을 둔다. 지나치게 인위적이지 않은 원시의 손맛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 거친 터치와 서투름의 미학으로 작품을 제작해 나간다고 그는 전했다. 재료의 경계를 허물고자 끊임없이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는 작가는 "흙 안에는 하느님의 숨결과 생명이 있고, 온갖 형상들이 숨어 있기에 흙을 빚으면 행복하다"고 고백한다. 오세택 기자조은일2013.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