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장관 쿠바카드 추기경, 8월 방한 제1회 유교- 그리스도교 국제 콜로키움(토론회) 참석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장관 조지 제이콥 쿠바카드 추기경을 비롯한 인사들이 8월 1~7일 한국을 찾아 유교 지도자들과 두 종교의 가치와 공동선의 의미를 나누고, 오늘날 윤리 교육을 위한 지혜를 모은다.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는 8월 4~5일 서강대학교 정하상관에서 ‘이상 사회에 대한 그리스도교와 유교의 기여를 위한 대화 : 새 하늘, 새 땅과 대동(大同)’을 주제로 제1회 유교-그리스도교 콜로키움(토론회)을 개최하고, 이 자리에 교황청 장관과 인사가 함께한다고 밝혔다. 콜로키움 첫날에는 대만 푸런 가톨릭대학교의 움베르토 브레시아니 박사와 미국 산타클라라 대학교의 안 Q. 트란 신부가 「그리스도교-유교 대화 지침서」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학회에서는 △성경적 및 고전적 기초 △이상 사회를 증진하는 시민으로서의 신앙인 △역사적 구현과 제도적 표현 : 이상에서 실천으로 △리더십, 권위, 공동선 △도덕적 수양과 사회적 결속 : 다원주의 사회를 위한 구체적인 교육적 시사점 △생태학, 세계적 위기, 지속 가능한 미래 : 조화, 창조, 생태적 책임 △공유된 지평과 협력적 참여를 향하여 등을 주제로 논의한다. 일주일간 방한하는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장·차관은 2~3일 불교와 성균관, 서울대교구청을 잇달아 방문하고, 4~5일 학회에 참석한다. 주교회의는 “이번 콜로키움은 이상적 인간 및 사회 질서를 정립하는 데 근본적 주제를 탐구한다”며 “그리스도교의 ‘새 하늘과 새 땅’ 개념과 ‘위대한 조화’, ‘대통합’으로 번역되는 유교의 대동 이상에 초점을 맞춰 보편적 형제애, 생태적 책임 등 규범적 주제들을 함께 탐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이준태 2026.07.22

그리스도교 신앙의 원천, 신약 성경이 틀을 갖추다[저는 믿나이다] (21) 신약 성경이 쓰이다 그리스도교가 전파되면서 그리스도교 신앙과 생활의 규범이 되는 신약 성경이 쓰였다. 귀도 레니 작 ‘성 마태오와 천사’, 유화, 1635~1640년, 바티칸 박물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로마 제국 곳곳에 전파되면서 그리스도교 신앙과 생활의 규범이 되는 책들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사도들과 그들의 제자들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 그분의 지상 생활과 가르침, 수난과 죽음, 부활, 승천, 세상 마지막 날에 다시 오실 주님, 그리고 성령 강림으로 탄생한 교회, 그리스도인의 생활 등을 주제로 글을 썼습니다. 성령의 이끄심으로 이러한 글을 처음으로 쓴 이가 바로 바오로 사도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50년 말에서 51년 초 그리스 코린토에서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을 시작으로 자신이 세운 여러 교회에 편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1세기 후반에 이미 네 복음서를 비롯한 신약 성경의 경전 대부분이 헬라어로 쓰였습니다. 신약 성경 정경 가운데 가장 늦게 집필된 경전인 「베드로의 둘째 서간」도 120년께 쓰였습니다. 신약 성경이라 함은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완성하신 새로운 계약을 말합니다. 이 새 계약은 하느님께서 교회와 맺으신 약속입니다. 신약 성경이 계시하는 핵심 주제어는 ‘예수님은 그리스도이시다’(마태 16,16 참조)입니다. 그리고 신약 성경이 쓰인 목적도 “예수님께서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여러분이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그분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요한 20,31)입니다. 이처럼 신약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처음부터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생명과 은총·진리 등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해 생겨났고,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으며,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통해 인간을 구원하셨다는 것을 증언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요한 1장 참조) 그래서 교회는 “성경 전체는 단 하나의 책이며, 그 하나의 책은 바로 그리스도이십니다. 왜냐하면, 성경 전체는 그리스도에 대하여 말하고 있으며, 성경 전체가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되기 때문입니다”라고 선언합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34항) 신약 성경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원천입니다. 사도 시대 초대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계시를 두 가지 방식으로 전했습니다. 하나는 ‘입으로 전승되었고’, 다른 하나는 ‘글’로 기록되었습니다. 입으로는 사도들이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 그리고 그분과 함께한 공동생활에서 받은 것과 성령의 조언에 힘입어 배운 것을 설교와 모범과 제도로써 전달해 주었습니다. 글로는 사도들과 그 직제자들이 성령의 감도로 구원의 소식을 기록하였습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76항) 우리는 이를 ‘성전’(聖傳)과 ‘성경’(聖經)이라 합니다. 교회는 성전 안에서 성경을 통해 하느님 계시를 모든 세대에 제대로 전하고 이해하며 그것을 믿고 따르게 이끕니다. 그래서 성경을 ‘하느님의 말씀’이며 ‘살아계신 말씀을 받아들이는 교회의 책’이라고 합니다. 교회는 사도 시대 때부터 성전 안에서 신·구약 성경의 단일성을 천명해왔습니다. “구약 성경과 신약 성경의 단일성은, 하느님 계획의 단일성과 그분 계시의 단일성에서 비롯된다. 구약 성경은 신약 성경을 준비하며 신약 성경은 구약 성경을 완성한다. 둘은 서로를 밝혀 주며, 둘 다 참된 하느님의 말씀이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40항) 이에 교회는 하느님께서 강생하신 당신 아드님의 인격 안에서 이루신 일들의 예형을 구약의 하느님 업적에서 식별해냅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신약은 구약에 감추어져 있으며, 구약은 신약 안에서 드러난다”고 하였습니다. 신약 성경 경전 곧 정경 목록화는 2세기 중반부터 시작됩니다. 경전 목록 작업은 「70인역 성경」 곧 헬라어 구약 성경 구조를 토대로 분류되었습니다. 「70인 역 성경」은 △토라 △역사서 △시서와 지혜서 △예언서로 틀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신약 성경은 △복음서 △사도행전 △서간 △요한 묵시록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신약 성경의 뿌리는 구약의 토라(율법)와 견줄 수 있는 예수님의 네 복음서입니다. 중간에는 하느님의 구원 업적이 인간 역사 안에 실현되는 과정을 다룬 구약의 역사서, 시서와 지혜서처럼 신약에선 사도행전과 서간들이 그 몫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미래를 계시하는 구약의 예언서처럼 신약의 묵시록은 종말에 그리스도 왕과 함께 도래한 하느님 나라를 계시합니다. 교회는 ‘사도 전승’을 기준으로 2세기 말에서 3세기 초에 어느 정도 신약 성경 경전 범위를 잡습니다. 네 복음서와 사도행전, 바오로 사도의 13개 서한은 이때 경전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합니다. 그러나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한과 가톨릭 서간(야고보 서간, 베드로의 첫째·둘째 서간, 요한의 첫째·둘째·셋째 서간, 유다 서간)과 요한 묵시록은 지역 교회별로 다르게 평가되었습니다. 성 다마소 교황은 382년 로마 공의회에서 처음으로 신약 성경 경전 27권을 선포합니다. 네 복음서(마태오·마르코·루카·요한)와 사도행전, 바오로의 14개 서간(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간 포함), 가톨릭 서간 7개, 요한 묵시록이 신약 성경 경전으로 확정됐습니다. 신약 성경 경전은 397년 제3차 카르타고 공의회에서 재천명됐고, 405년 성 인노첸시오 1세 교황이 재확인했습니다. 리길재 전문기자 teotokos@cpbc.co.kr리길재 선임2025.04.02
![[박소화의 사도직 현장에서] 어디에 있든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https://img.cpbc.co.kr/newsimg/upload/2026/08/05/igv1785907969630.jpg)
[박소화의 사도직 현장에서] 어디에 있든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사)공감학교의 첫 청년공동체 가정을 시작할 때, 자칭 ‘할머니급’ 큰엄마는 일흔이라는 나이가 아이들에게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과 두려움이 크셨습니다. 그래도 여자아이들이니 가끔은 예쁘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차나 밥도 같이하고, 주말이나 방학, 명절 뒤에는 오붓한 데이트를 하셨습니다. 엄마와 딸이라면 흔했을 평범한 기억을 하나하나, 천천히 그러나 쉼 없이 채워주셨습니다. 시험이나 중요한 날이면 이모티콘과 성경 말씀을 보내고, 아이들은 학기마다 수강 시간표와 성적표를 보여주며 5년을 따로 또 같이했습니다. 이제 졸업해 취업하고, 다시 대학에 진학하거나 새 터전을 꾸리고, 승진 소식도 전해지면서 큰엄마는 오늘도 새벽 미사에서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봉헌합니다. 그중 세라는 3년 학업 기간 내내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며 참 성실하게 공부했습니다. 큰엄마도 다른 지방의 집까지 데려다주거나, 때로는 그곳의 유행 메뉴도 먹어보며 시간을 함께했습니다. 졸업 즈음, 오래 기억할 선물을 주고 싶어 단둘이 2박 3일 졸업여행을 제안하자 세라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해요. 고맙습니다!” 하며 기쁘게 받아주었습니다. 여행길, 운전하던 큰엄마의 귀에 옆좌석 세라가 친구와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나 지금 가족여행 중이야.” 첫 가정의 아이들이 그렇게 저마다의 삶으로 걸어가는 동안 그 자리에는 새로운 아이들이 낯선 어른을 밀어내고, 연락을 끊고, 마음의 문을 닫기도 해서 우리의 기다림도 다시 시작되곤 합니다. 자립은 혼자가 되는 일이 아닙니다. 힘겨울 때 돌아갈 사람이 있고, 사랑받았음을 기억하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 일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어쩌면 아이들의 마음속에 언제든 돌아올 ‘친정집’ 하나를 남겨주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님, 저희 가정을 자립해 떠난 아이들과 오늘 만난 아이들이 어디에 있든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것을 기억하게 하소서. 당신 안에서 영원토록 한 가족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cpbc2026.08.26

노인대학 운영 사례 발표, 특강대전 노인사목부, 본당 노인대학장 등 연수대전교구 노인사목부(전담 한동성 신부)가 내년 '교구 노인의 해'를 앞두고 13일 대전 전민동성당에서 노인대학 운영 사례 발표와 전재희(마리아, 62) 의원 초청 강연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교구 내 각 본당 노인대학장과 봉사자, 노인분과장 및 단체장 등 60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열린 이날 노인사목부 연수에서 대천본당 등 6개 본당 노인대학 관계자들은 본당별로 다양하게 운영되는 노인대학과 각종 노인 관련 모임, 노인사목 현황을 발표했다. 대천본당 노인대학은 한글공부와 성경 쓰기 및 읽기, 미술, 율동, 사물놀이, 성지순례 등을 통해 가정과 교회, 지역사회 내에서 어른으로서 인격을 고양하고 참된 행복을 창조해 나가는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서산 동문동본당 수호천사대학은 수지침 강의와 대화기법 강의, 종이접기, 노래교실 등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들 본당 노인대학들은 본당에서 연간 180여만 원에서 480여만 원의 예산 지원을 받고 있으나 부족해 후원금을 받고 있다며 예산 문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앞서 전재희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특강을 통해 일제강점기 망국의 한을 담은 노래를 시작으로 해방 당시 광복의 기쁨, 분단과 전쟁의 아픔, 도시화와 베트남 전쟁 참전, 새마을운동과 민주화 열망, 올림픽 개최, 최근에 이르기까지 노래를 중심으로 시대 변화를 읽어내면서 노후대비책 부족과 건강한 삶에 대해 깊이있는 조언을 건넸다. 전 위원장은 또 정부에서 시행 중인 66살 생애전환기 건강진단, 치매 및 실명 예방 관리, 만성환자에 대한 단골의사제 전국 확대시행, 노인돌봄서비스, 홀몸노인 응급안전 돌보미 서비스 등 국가 차원 노력을 설명하고, "자신에게 맞는 자원봉사나 교육 등을 통해 스스로 삶의 태도를 바꿈으로써 제2 인생인 노년을 잘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수에서는 교구장 유흥식 주교 주례 미사 봉헌과 한동성 전담신부의 '노인대학 설립 안내', 대전 영시니어 아카데미 수료생들의 기념 공연 등도 이어졌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조은일2011.07.19

김대건 신부 후손이 일군 부안본당, 100년 기린다17일 100주년 기념미사 봉헌 1926년 이기수(가운데) 신부가 부안본당 주임으로 부임하며 찍은 단체사진. 전주교구 부안본당 제공 1800년대 박해를 피해 숨어든 교우촌에서 시작된 부안 천주교의 역사가 한 세기를 넘어 오늘에 이르렀다. 전주교구 부안본당(주임 김정훈 신부) 설립 100주년 기념미사가 17일 오전 10시 30분 교구장 김선태 주교 주례로 봉헌된다. 부안 지역 천주교의 최초 기록은 184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해를 피해 충청도에서 건너온 신자들이 변산 일대에 교우촌을 이뤘고, 최양업 신부와 김대건 신부 일가친척의 만남이 공식적인 출발점이 됐다. 이후 불무동·납티·만석동 등 13개 공소가 부안 각지에 형성됐다. 본당 설립의 핵심 인물은 김대건 신부의 후손 김양배(요한) 회장이다. 그는 하서면 등룡리 갈대밭 2만 4000평을 매입해 교우촌을 개척했고, 1918년 대구대목구장 드망즈 주교 주례로 등용리공소 경당이 봉헌됐다. 이후 드망즈 주교는 1926년 5월 30일 이기수 신부를 초대 주임으로 임명하고, 공소를 본당으로 승격시켰다. 당시 신자 수 500여 명이었다. 1963년 제8대 주임 지정환 신부 송별행사 후 성당 앞에서 본당 신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전주교구 부안본당 제공 본당은 1935년 부안읍으로 이전하며 지역 중심 본당으로 자리 잡았다. 이 시기 4년제 초등학교를 운영하는 등 교육활동에도 힘썼다. 1950년대 들어 신자들은 새 성당 건립이라는 과제를 스스로 떠안았다. 가톨릭 구제회 지원을 받으면서도 각 공소 신자들이 날짜를 정해 성당에 나와 직접 모래와 자갈을 씻고 블록을 찍는 등 노동 봉사로 공사를 이어갔다. 1961년 130평 규모의 성당이 완공됐고, 1963년 현재의 위치(성당길 10)로 이전해 새 성당 봉헌식을 거행했다. 1960년대에는 간척사업을 통해 농지를 마련하고 청호·신복·마포 공소를 신설하는 등 교세가 크게 확장됐다. 1980~1990년대에는 매년 100명 이상 영세자를 배출하는 등 전교 활동이 활기를 띠었다. 신자 수는 1999년 2663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농과 고령화 여파로 2025년 현재 1090명으로 줄었다. 부안본당은 100주년을 맞아 본당 100년사 발간, 사제관과 수녀원 리모델링, 성당 보수 등 시설 정비를 마쳤다. 또 100주년 기도문을 함께 바치며 신자 재교육 특강, 성지순례, 성경쓰기와 성경통독, 묵주기도 봉헌 등도 전개했다. 지난해에는 본당 신학생을 배출하며 새로운 성소의 희망을 밝혔다. 설립 이후 역대 26명의 주임 신부가 사목했으며, 현재는 창북·돈지 공소를 관할하고 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박민규2026.05.13
![[창간25주년 현장르포]신앙의 기쁨으로 사는 안혜자씨(미카엘라, 서울 양천구 가톨릭교우회 총무)](//cpbc.co.kr/CMS/newspaper/2013/05/rc/452079_1.1_titleImage_1.jpg)
[창간25주년 현장르포]신앙의 기쁨으로 사는 안혜자씨(미카엘라, 서울 양천구 가톨릭교우회 총무)인내, 기도의 삶 속에 '신앙의 행복' 활짝 피어 1988년 5월 16일. 재개발로 황량한 아파트만 세워져있던 목동신시가지에 양천구청이 들어섰다. 퀀셋(Quonset Hut) 가건물이었다. 안혜자(미카엘라, 47, 양천구 보건소)씨는 막 강서구에서 분구된 터전에서 공직의 길을 걷게 됐다. 이른바 '5ㆍ16 입사자'였다. 전날인 5월 15일 교구에 평화신문이 창간됐다는 소식도 들었다. 그즈음 천주교 신자들이 하나둘 구청 휴게실에 모여들었다. 23살 막내였던 그는 막 결성한 가톨릭교우회 총무가 됐다. 그 뒤로 25년 세월이 흘렀다. 중간중간 침체기도 있었지만, 그는 한결같았다. '마당발'처럼 선교의 끈을 이어갔다. 설립 당시 10여 명 안팎이던 양천구가톨릭교우회 회원은 이제 예비신자를 포함해 193명으로 성장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25년째 양천구 가톨릭교우회 총무를 맡고 있는 안혜자씨는 "요즘엔 주위 모든 게 다 하트처럼 보인다"면서 자신이 기도를 바칠 때 켜는 촛불에서도 하트를 보곤 한다고 말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시련 중에도 신앙의 힘으로 우스갯소리였지만 다들 초창기엔 '동냥미사'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한 달에 한 번 미사였지만, 목동성당으로, 고척동성당으로 떠돌아야 했다. 다들 소원이 매달 정기적으로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었다. 담당 신부도 없었다. 고민도 많이 쌓여갔다. 정말 척박한 여건이었다. 그렇게 침체기가 찾아왔다. 1993년께였다. 미사도 끊겼고, 공동체는 시들해졌다. 그저 명맥만 이어갔다. 그런 와중에 집안에도 어려움이 찾아왔다. 1989년 결혼한 이후 함께 살던 시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으로 교통사고를 두 번이나 당했고, 계단에서 넘어져 뇌출혈로 쓰러지기도 했다. 큰 딸은 일진회에 가입하라는 선배들 요구에 시달려 이사를 해야 했다. 시댁 건사에 자녀들을 돌보느라 몸이 대여섯 개쯤 됐으면 싶을 정도였다. 남편과 이혼하려고도 했다. 하느님을 믿지 않았다면 그렇게 했을 터다. 그래서 틈만 나면 성당을 가게 됐다. 성경필사도 시작해 신약 쓰기도 마무리했다. 감사 노트도 썼다. 모든 게 감사 항목이 됐다. 심지어는 발톱이 빠져도 하나만 빠져 감사하다고 적었다. 이같은 감사 속에서 혼인한 지 15년 만에 시어머니도 용서했다. 그래선지 시댁 식구들이 다 세례를 받고 하느님 자녀가 됐다. '사랑은 인간이 하고 용서는 하느님이 하신다'지만, 용서하고 나니 모든 게 새롭고 기뻤다. 직장 생활도 날로 새로웠다. 궂은 일,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잡일은 더 열심히 했다. 주택과에 있을 땐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려는 국민기초생활 수급자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느라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전세자금 지원을 받으려는 그분들에게서 전 예수님 눈빛을 봤어요. 집을 비우고 길거리에 나앉은 장애인들을 돕다 보니 주님께 대한 신뢰가 더 깊어졌지요. 한 번은 운송비 40만 원을 내지 못해 이삿짐이 압류돼 있다는 한 장애인의 하소연을 듣고 돕지 못해 안타까워하다가 점심 시간에 동료들에게 말을 하니 함께 돕자고 해서 각자 사비를 걷어 도운 적도 있어요. 그 뒤부터는 보는 것마다 은혜가 넘쳤어요. 모든 게 하트처럼 보이더군요." "어느날 시누이가 언니는 내 롤모델(본보기)이라고 하는 말을 듣고 눈물이 났어요. 참고 인내하며 기도로 함께하니 가족들이 모두 다 한마음이 됐어요." #되살아난 교우회 그런 기쁨 속에서 양천구가톨릭교우회도 되살아났다. 2003년 서울대교구 직장사목부에서 교리교육 신청 공문을 보내오자 그는 교리교육을 받으라고 주변에 열심히 권유했다. 교우회를 살리기 위해선 인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맨날 미친년 널뛰듯 했다." 때론 총무라는 짐이 너무 무거워 내려놓고도 싶었다. 그래서 고해성사를 보니 성경을 읽으라는 보속을 받아 성체조배실에 가 기도를 한 뒤 성경을 펴드니 읽는 곳마다 '순명'이라는 말씀이 나왔다. 하는 수없이 총무 직책을 계속했다. 교리교육 과정에서 신기한 경험도 많았다. 이혼을 준비하던 부부가 함께 교리교육을 받더니 다시 성가정을 이룬 것이다. 그것도 두 쌍이나 그랬다. 다 하느님 은총이었다. 그래서 기도를 더 열심히 하게 됐다. 2005년에 시작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께 바치는 9일기도는 하루 1시간씩 빠지지 않고 바친다. 하지만 자신보다는 늘 남을 위해 기도를 바친다. 응답도 빠르다. 기도와 함께 매일 미사를 봉헌하고 싶었던 그는 일주일에 한 번, 두 번씩 참석하다가 요즘은 네 번이나 참석한다. 미사가 꿀처럼 달다. 2007년 7월 당시 안승일 부구청장(현 노원구 부구청장)이 부임하면서 양천구 가톨릭교우회는 부쩍 활성화됐다. 해마다 번갈아가며 세례와 견진 교리교육을 하고 10명 안팎으로 세례자와 견진자를 내고 있다. 피정도, 월례미사도, 성지순례도, 도시락 배달이나 무료급식 봉사도 다들 기쁨 가운데서 함께한다. 요즘들어 그는 신앙과 삶이 따로따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주님께 다 맡겨드리니 월례 미사에 성체가 모자랄 정도로 신자들이 모여드는 걸 보며 든 생각이다. '아! 그래, 이런 거구나. 주님께 맡기면 되는구나.' 이런 깨달음을 날마다 깨우치며 그는 자신에게 매일 주어지는 상처를 삼키고 봉헌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 주신 주님께 감사와 찬미와 영광을 드린다.'▨양천구 가톨릭교우회 냉담교우들이 없는 공동체는 없다. 그렇지만 양천구 가톨릭교우회는 그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서울시내 25개 구 가톨릭교우회 가운데서 따뜻한 공동체로 소문나 있다. 그 비결이 뭘까. 한 알의 밀알처럼 썩는 신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김미용(루치아, 목1동장) 회장이나 김봉섭(알베르토, 양천구 복지정책과) 부회장, 안혜자 총무 같은 이들의 말없는 기도와 헌신, 눈물이 가톨릭교우회를 지지하는 버팀목이다. 회원들은 봉사자들과 함께 그리스도인으로서 봉사와 헌신, 나눔과 사랑이라는 토양 위에서 '신자 공무원'이라는 신원을 늘 새기며 기도와 봉사에 함께한다. 월례미사는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로 고정돼 있지만, 이 미사에 그치지 않고 다들 새벽미사나 저녁미사에 함께하고 기도도 열심이다. 신앙은 삶으로 실천하는 게 더 중요하기에 봉사에도 열심이다. 2008년부터는 당시 한빛종합사회복지관장으로 있던 정성환 신부의 요청에 따라 토요일마다 2인 1조로 20명이 홀몸노인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하고 있다. 무의탁 어르신들과는 1대1 자매결연을 맺어 말벗도 하고 생필품도 전하고 때론 용돈도 건넨다. 또 매주 월요일엔 5개 팀 10명이 구청에 마련된 실버식당에서 급식 자원봉사를 한다. 1년에 두 차례씩 어려운 이웃에 성금을 전달하기도 한다. '작은 일' 같지만 마음이 앞서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교리교육이나 피정, 성지순례도 갖지만 교우회 활성화엔 특별한 계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양천구 가톨릭교우회엔 지난 2010년 개최한 제8회 서울시 신앙대회가 그런 계기가 됐다. 전 공동체의 참여 속에 흑자(?)를 본 대회이기도 했던 이 피정에는 300여 명이 참가했다. 그리스도인 공무원으로서 자신의 신원과 부르심을 재확인하는 특별한 자리가 됐다고 다들 입을 모은다. 김봉섭 부회장은 "우리 양천구 가톨릭교우회는 타 교우회보다 훨씬 더 조직적이고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데 그건 지난 번에 서울시 신앙대회를 개최한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며 "대회를 통해 선교에 대한 동기부여도 받고 교우회도 조직화하고 활성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세택 기자 조은일2013.05.07

사제서품식-청주교구, 한국외방선교회, 전주교구, 대구대교구, 전주교구 지혜, 용기 지니고 진리 향해 나아가는 목자 되소서 15일 청주교구 사제 및 부제 서품식에서 수품 대상자들이 엎드려 성인의 도움을 전구하고 있다. 청주교구는 15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교구장 장봉훈 주교 주례로 새사제 2명의 사제서품식을 거행하고,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착한 목자가 되기를 기원했다. 이로써 교구 사제는 모두 176명이 됐다. 장 주교는 강론을 통해 "새 사제들은 '하느님 말씀의 교역자'로서 사명을 다해주길 바란다"며 "특히 복음을 선포하고 가톨릭 신앙을 전하는 '말씀의 봉사직'을 합당하고 슬기롭게 수행하라"고 당부했다. 박세호 새사제는 "몸으로 뛰는 사제가 되겠다"며 "예수님 닮은 삶을 살면서 복음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교구 사제단을 비롯해 대전가톨릭대 교수 사제단, 수도자, 평신도 등 5000여 명의 참석자들은 새신부들이 하느님의 영광에 빛나는 사제가 되길 한마음으로 기원했다. 이선찬(증평본당 보좌)ㆍ박세호(영동본당 보좌) 새신부는 16일 출신 본당에서 첫 미사를 봉헌하고 임지에 부임했다. 장광동 명예기자 jang@pbc.co.kr 한국외방선교회(총장 김용재 신부)는 17일 서울대교구 명동주교좌성당에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 주례로 사제ㆍ부제 서품식을 거행하고, 사제 1명과 부제 3명을 새로 배출했다. 이로써 한국외방선교회 사제 회원은 65명에 이르렀다. 신유철 새신부는 2006년에 입회한 뒤 2011년 7월 종신서약에 이어 부제품을 받았으며 1년 6개월여 만에 사제품까지 받게 됐다. 2000년 가톨릭대 철학과에 입학했다가 군복무를 거쳐 2004년 수원가톨릭대에 편입, 신학을 전공했으며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신 신부는 미국 알래스카 선교지로 파견되며, 알래스카 앵커리지교구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선교활동을 하게 된다. 신 신부는 "인간적인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하느님 은총으로 사제품을 받게 된 기쁨도 크지만, 개인적으로는 선교지 파견을 기도로 준비하며 무척 기다려왔기에 본격적으로 해외 선교지에 첫 발을 내딛는다는 기쁨이 더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세택 기자sebastiano@pbc.co.kr 전주교구는 17일 전주 중앙주교좌성당에서 사제서품식을 거행하고, 새사제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착한 목자 되기를 기원했다. 새사제 5명과 새부제 6명이 탄생한 이날 서품식에는 교구 사제단과 수도자, 신자 등 2000여 명이 참석해 교구 미래를 이끌어갈 주인공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교구장 이병호 주교는 강론에서 "진정 지혜롭기 위해서는 바보가 돼야 한다는 말처럼 사제는 세상 이치에 휘둘리지 말고 지혜와 용기를 지니고 진리를 향해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문(나포길벗공동체 전담) 신부는 사제단을 대표한 축사에서 "초심을 간직하고 언행일치의 삶,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삶으로 모든 이들의 종이 돼달라"고 당부했다. 유승현 새사제는 "서품 성구의 말씀을 늘 마음에 새기며 겸손되게 주님 뜻에 합당한 사제의 삶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서품식에는 강승훈 새사제 아버지 강금만(멜키올, 80)씨가 휠체어를 타고 딸 강혜선(작은예수수녀회) 수녀와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강 수녀는 "기도 안에 살고 계신 어머니 덕분에 동생과 제가 주님의 길을 올곧게 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주교는 강 신부 부모가 심한 장애를 지녔음에도 기도와 정성으로 하느님께 아들을 봉헌한 고마운 분들이라고 치하했다. 김경훈 새사제 부모는 성소의 길을 가는 아들을 위해 3년 전부터 신ㆍ구약 성경을 필사해 지난 예수 성탄 대축일에 완필했다. 김 신부 아버지 김용환(요셉)씨는 "목자의 길을 가게 된 아들에게 수품 선물을 하고 싶어 아내와 기도하는 마음으로 날마다 성경을 필사했다"고 말했다. 신현숙 명예기자 cheska@pbc.co.kr 19일 대구 계산주교좌성당에서 열린 대구대교구 사제서품식에서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마성우 새사제에게 안수하고 있다.<사진> 이날 사제서품식에 함께한 교구 사제단과 수도자, 수품자 가족 등 700여 명은 마 신부가 그리스도를 닮은 참 목자가 되기를 기도했다. 조 대주교는 강론에서 "성직자가 오롯한 마음으로 온전히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 봉사하려면 돈과 재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며 "신자들에게 섬김을 받는 사제가 아닌 신자들을 섬길 줄 아는 사제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사제 1명을 배출함에 따라 대구대교구 사제단은 총 456명이 됐다. 사진제공=대구대교구 홍보실 제주교구는 19일 제주 삼위일체대성당에서 교구장 강우일 주교 주례로 사제ㆍ부제서품식을 거행하고 새 사제 1명과 부제 2명을 탄생시켰다. 이날 사제품을 받은 홍윤학 새사제는 강 주교의 부름에 큰 소리로 응답하며 하느님 뜻에 순명하는 사제로 살 것을 다짐했다. 성당을 가득 메운 신자들은 미사 후 색색의 현수막을 들고 환호하며 새사제 탄생의 기쁨을 나눴다. 홍 신부는 "사제로 불러주신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느낀다"며 "쉽지 않은 길이지만 하느님과 예수님 마음을 닮은 사제로 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아 기자 euna@pbc.co.kr조은일2013.01.22

윤명희, 홍익표 의원 등 국회 빛낸 바른 언어상 수상국회의원 연구단체 '일치를 위한 정치포럼' 제3회 시상식 제3회 국회를 빛낸 바른 언어상 시상식에서 수상자 의원 6명과 일치를 위한 정치포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국회의원 연구단체 '일치를 위한 정치포럼'(이하 정치포럼)은 2월 21일 국회 본청 의원식당 별실에서 제3회 국회를 빛낸 바른 언어상 시상식을 열고, 윤명희(새누리당)ㆍ홍익표(민주통합당) 의원 등 6명에게 으뜸ㆍ모범ㆍ품격 언어상을 수여했다. '국회를 빛낸 바른 언어상'은 정치포럼이 2011년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와 함께 정치언어 순화를 목적으로 제정한 것으로, 언어 사용에 가장 모범이 된 국회의원에게 시상하고 있다. 품격언어상을 수상한 박수현(안토니오, 민주통합당) 의원은 "성경에 '천사의 말을 하는 사람도 사랑이 없으면 울리는 징과 같다'(1코린 13,1 참조)는 말이 떠오른다"며 "말 속에 착한 마음과 배려하는 마음, 희망을 주는 마음을 담는 것이 바른언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 자신부터 겸손한 마음으로 국민에게 다가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른 수상자들도 정치인의 언어사용에 대한 중요성에 공감하며, 국민에게 신뢰받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병석 국회부의장은 축사에서 "바른 언어상 수상 의원들은 국회의원 300인을 대표하는 입법부의 가장 빛나는 인물로 선정된 것"이라며 "국민을 향한 봉사정신이 정치에 대한 신뢰로 승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정치포럼 공동대표 김성곤(민주통합당) 의원은 "정치인의 말은 국민을 편안하게도 하고, 불안하게도 한다"며 "바른 언어상 시상을 통해 대한민국 정치가 국민에게 신뢰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치포럼은 포콜라레 운동의 일치 영성에 뿌리를 둔 연구단체다. 소속 의원들은 보편적 형제애를 의정활동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 실천하고 있다.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교수가 지도하는 대학생 모니터단은 19대 국회 개원부터 지난해 말까지 본회의와 상임위, 국정감사의 의원 발언 기록과 영상을 분석해 수상자를 선정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수상자 명단 으뜸언어상: 윤명희(새누리당)ㆍ홍익표(민주통합당) 의원 모범언어상: 홍문종(새누리당)ㆍ남윤인순(민주통합당) 의원 품격언어상: 유기준(새누리당)ㆍ박수현(민주통합당) 의원조은일2013.02.26

“자연은 하느님 작품”… 가우디의 삶과 건축가우디 서거 100주년 맞아 시복 조사 맡은 신학자가 쓴 전기...방대한 자료·신학적 해설 독보적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정 대성전) 전경. 레오 14세 교황은 지난 6~12일 스페인 사목 방문 기간 중 144년 만에 완공된 이 성당의 중앙 첨탑 봉헌식을 주례했다. 가톨릭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1852~1926)가 설계했으며, 올해는 그의 서거 100주년이다. OSV 안토니 가우디, 삶과 일 / 아르만드 푸치 신부 / 송병선 옮김 / 한스미디어 레오 14세 교황이 지난 6~12일 스페인을 사목 방문했다. 방문 기간 중 교황은 바르셀로나 성가정 대성전(바실리카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중앙 첨탑인 ‘예수 그리스도 탑’ 봉헌식을 주례하고, 설계자인 가경자 안토니 가우디(1852~1926) 서거 100주년 장엄 미사를 주례했다. 144년 만에 성가정 대성전이 완공(내부는 미완)된 데다 가우디 서거 100주년을 맞아 그의 삶과 예술 세계를 다룬 책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안토니 가우디, 삶과 일」은 산 푸시아대학 아테네오(바르셀로나) 신학부 학장 및 총장을 지낸 아르만드 푸치 신부가 쓴 책이다. 가우디의 고향 카탈루냐 레우스 인근 지역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스스로를 가우디가 살았던 땅의 풍경과 신앙, 언어와 감각을 몸으로 알고 있는 연구자라고 말한다. 실제로 성가정 대성전을 장식하는 상징들을 신학적으로 해석해온 학자며, 가우디의 시복 절차에 필요한 생애와 신앙, 영적 여정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맡기도 했다. 가우디는 생전에 말과 글을 많이 남기지 않았지만, 그의 세속적인 작품과 종교 작품은 대부분 보존되어 있다. 저자는 교회의 공식적인 지원 하에 수집한 방대한 실증 자료, 동시대 기록과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가우디를 종합적으로 복원한다. 특히 그를 단순한 모더니스트가 아니라 ‘빛과 공간, 재료와 형태를 자신만의 미학으로 다루는 독특하고 유일한 존재’로 바라본다. 가우디는 자연을 모방의 대상이 아니라 ‘하느님의 작품’으로 보았고, 자신의 건축이 주변 환경과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기를 바랐으며, 자연 속에서 건축의 원리를 발견하려 노력했다. “가우디는 이렇게 말한다. ‘예술은 아름다움이니, 진리가 없으면 예술도 없다. 그리고 진리를 찾으려면 창조된 존재들을 잘 알아야 한다.’ 가우디는 자연이 하느님의 계시를 보여주는 첫 번째 방식이며, 두 번째는 성경, 곧 성서의 글이라고 여긴다. 자연과 성경 속에서 하느님은 말씀하시고 자신을 드러낸다.”(147쪽) 책은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 구엘 공원, 콜로니아 구엘 교회, 마요르카 대성당 복원 작업 등 가우디의 주요 작품을 하나의 흐름 속에서 바라본다. 작품 곳곳에 숨어 있는 십자가와 묵주, 복음서의 상징, 자연과 빛의 의미, 카탈루냐 문화와 건축적 전통까지 세밀하게 추적한다. “가우디는 삼위일체의 신비, 곧 하느님은 한 분이시며 위격에서는 세 분으로 존재한다는 것에 기초하고 있다. 숫자 ‘3’과 그 배수들, 즉 3×2.5인 7.5, 3×4인 12, 3×3인 9에 2를 곱한 18, 12×2인 24는 대성당 내부와 외부 공간의 치수를 조화롭게 규정한다. 그래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삼위일체에 대한 찬가이다.”(290쪽) 1894년 사순절의 단식과 정신적 위기를 겪은 이후 가우디는 자신의 작품 안에 가톨릭 신앙과 상징을 더욱 깊이 담아내기 시작했다. 말년에는 성가정 대성전 공사에만 전념하다시피 했고, 직접 건축 기금 마련을 위한 모금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책은 제목대로 가우디의 삶과 일에 대한 방대한 자료와 신학적인 해설이 독보적이다. 다만 모든 이미지가 흑백으로 처리돼 가우디가 담아낸 지중해의 찬란한 색감을 확인할 수 없는 점은 아쉽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윤하정2026.06.10
![[생활속의 복음] 전능하신 하느님](https://img.cpbc.co.kr/newsimg/upload/2026/05/26/DDc1779786243600.jpg)
[생활속의 복음] 전능하신 하느님 헨리 오사와 태너 작 ‘지붕 위의 그리스도와 니코데모’. 장남에 대한 편애에 불만을 가진 차남이 엄마에게 물었다. ‘아들 맞나요?’ 엄마는 ‘너는 아들이지’라고 답한다. 두 아들의 엄마에게 장남·차남은 더한·덜한 아들로 가를 수 없는 똑같은 아들이다. ‘장남’, ‘차남’, 둘의 연결고리인 ‘형제’는 삼위일체 이해에 유익하다. 장남·차남·형제에 성부·성자·성령을 대입하면, 다음의 진술이 가능하다. ‘장남이 아닌’ 차남·형제가 ‘장남과 똑같이’ 아들인 것처럼, ‘성부가 아닌’ 성자·성령은 ‘성부와 똑같이’ 하느님(주님)이다. 단 아들보다 선재(先在)한 엄마 편에는 복수형 ‘아들들’인 반면, 선재를 구상할 수 없는 ‘창조되지 않은’ 성부·성자·성령은 단수형 ‘하느님’이다. 초대 교회는 성경에 명시되지 않은 삼위일체를 ‘믿을 교리’로 정립하였다. 이 과정 중 두 반론이 등장했다. 하나는 유다교의 경직된 유일신론에 입각한 성자·성령의 신성에 대한 부정이다. 이는 성부가 옷을 바꾸어 입듯이 성자와 성령으로 변형하여 한시적으로 활동했다는 견해와 연계한다. 다른 하나는 신성의 정도로 서열을 매긴 종속 관계다. 이는 다신론 배경의 선교지에서 신성이 공인된 성자·성령이 성부보다 덜한 신성을 가진다는 주장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회는 그리스 철학 용어를 도입하여 장남·차남·형제처럼 ‘서로 똑같지 않은’ 성부·성자·성령을 ‘위격’으로, 아들처럼 ‘서로 다르지 않은’ 하느님을 ‘실체’로 지칭하였다. 유일신론의 기조(1티모 2,5 참조)를 고수한 신약성경은 성자·성령의 신성을 명백히 진술한다. 성자의 육화로 출현한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이다.(콜로 2,9 참조) 그리스도는 아버지-하느님을 ‘들려주고’ 아들-하느님을 ‘보여주며’ 아버지가 아들을 보내주듯 영-하느님을 ‘보내준다.’ 성자를 통해 성부로부터 파견된 성령은 하느님이다.(1코린 2,10 참조) 성령은 아버지-하느님을 ‘부르게’ 하고 아들-하느님을 ‘기억하고 고백하게’ 하며 성부와 성자를 증언할 힘을 부여하여 ‘활동하게’ 한다.(사도 1,8 참조) 현대 교회는 삼위일체에 대한 연역적 설명보다 세 위격을 표본으로 교회가 중시하는 공동체성을 해명하는 귀납적 설명을 선호한다. 그러나 삼위일체의 핵심은 공동체성이 아니라 ‘전능하신 하느님’의 권력 행사다. 삼위일체는 세 위격의 협업·분업 양식이 아니라 세 위격의 ‘사랑에 기초한 자기 비움’(필리 2,7 참조)이 창출한 전능성의 표출 양식이다. 아들에게 권한·책임을 전적으로 맡긴 아버지(요한 3,17 참조)와 아버지의 뜻을 성취하려고 십자가에 매달린 아들(마태 26,42 참조), ‘아버지와 똑같이’ 영에게 권한·책임을 전적으로 맡긴 아들(요한 15,26 참조)과 ‘아들과 똑같이’ 아버지의 나라로 인도하는 영(티토 3,6 참조)이다. 경청과 소통이란 감투에 숨겨진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 행태, 대화와 친교란 명패에 가려진 ‘꼰대’(훈계·지시) 행태는 전능하신 하느님의 권력 행사 방식에 부합될 수 없다. 조직 문화와 서열 구조의 편 가르기, 줄 세우기에 능숙한 이는 삼위일체를 이해할 수 없을 뿐더러 왜곡할 수 있다. 삼위일체는 인간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경험할 수 없기에 ‘신비’이지 않을까? cpbc2026.05.27
![[가톨릭 문화산책]<2> 성음악(1) 성음악의 모태, 시편](//cpbc.co.kr/CMS/newspaper/2013/01/rc/438866_1.1_titleImage_1.jpg)
[가톨릭 문화산책] 성음악(1) 성음악의 모태, 시편전례, 기도 중 부르는 시편, 주님 향한 찬미 감사 탄원의 노래 독일 작가 프리츠 아이헨베르크의 구약 주제 목판화 시리즈 10점 중 '12현 수금을 타는 다윗'. 이 작품은 2011년 4월 미국 워싱턴주 동부 스포캔 곤자가대학교 박물관 갤러리에서 공개됐다. 【워싱턴=CNS】 교회의 전통적 설명에 따르면, 종교(Religio)란 '다시(re) 묶는다(ligare)'에서 유래한다. 그 말이 적절한지, 부적절한지를 떠나 우리 인간이 하느님과 관계를 올바르게 유지하고자 함이 교회가 추구하는 목적임은 확실하다. 그래서 영성신학자들도 기도를 '하느님과의 대화 혹은 정담'이라 했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자이신 하느님께 마음대로 접근할 수 없다. 하느님께서 먼저 이야기를 걸어줘야 가능하다. 우리가 그 말씀에 대답을 하면 서로의 관계, 즉 친교가 생기고 유지된다. 하느님께서는 사실 우리에게 이야기를 걸었는데, 그 말씀을 기록해 '성경'이라고 부른다. 성경은 하느님 말씀이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갖가지 반응을 보일 수 있다. 하느님께 찬미를 드릴 수도 있고, 또는 고맙다는 표현을 할 수도 있다. 혹은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 수도 있고, 무언가 도와달라고 청할 수도 있다. 이 찬미와 감사, 속죄, 청원이 기도의 4가지 요소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간의 응답은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 성경 가운데서 드물게 인간의 대답을 기록해 둔 부분들이 있다. 시편집이 대표적인 책이다. 흔히 이스라엘 민족의 두 번째 왕이자 가장 훌륭했다고 전해지는 다윗왕이 썼다고 하는 시편집은 노랫말집이다. 이 시편은 히브리어로 '터힐림'이라 하는데, '찬양가들'이라는 뜻이고, 그리스어로는 '프살모스', 즉 '하프 반주에 맞춰 부르는 노래'라고 한다. 둘을 종합하면 찬양과 노래라는 뜻이다. 기도의 네 요소처럼 시편 150편도 크게 분류하면 찬양시편과 감사시편, 탄원시편, 일반시편으로 나뉜다. 이 시편집 외에도 솔로몬이 지었다는 아가서와 예레미야ㆍ애가서, 탈출기에 나오는 모세의 노래(탈출 15,1-18), 사무엘기 상권에 나오는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의 노래(1사무 2,1-10), 다니엘서에 나오는 세 젊은이의 노래(다니 3,52-90) 등이 더 있다. 노랫말은 이렇게 전해오지만 어떤 음악적 옷을 입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시편에 자주 성가대와 악장, 악기 등이 언급되기는 하지만, 당시에는 악보라는 기보법이 발달하지 않아서 선율이나 리듬이 전해지지는 않는다. 이런 노래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늘 부르던 노래다. 예루살렘으로 도보순례를 떠나며 이스라엘 사람들은 "'주님의 집으로 가세!' 사람들이 나에게 이를 제 나는 기뻤네. 예루살렘아, 네 성문에 이미 우리 발이 서 있구나"(시편 122,1-2)하고 노래한다. 죄를 짓고는 "하느님, 당신 자애에 따라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시편 51,1)하고 노래한다. 바빌론 유배생활을 하면서는 "바빌론 강기슭 거기에 앉아 시온을 생각하며 우네"(시편 137,1)하고 노래한다. 특히 임금 즉위식이나 성전 예식 중에 백성들은 성가대와 함께 온갖 악기 반주에 맞춰 노래했다. 파스카 축제의 정점인 파스카 만찬예식 때에도 식구들이 모여 음식을 먹는 중간 중간에 시편 113장부터 118장까지, 경우에 따라서는 138장까지도 노래로 부르곤 했다. 당연히 예수님도, 제자들도 시편을 노래했다. 그러나 시편 자체를 성음악이라 부르기엔 아직 일렀다. 성음악이란 교회(Eccle sia, 敎會)의 전례용 음악을 뜻하며, 교회는 구약시대나 예수님 시대를 말하기보다는 성령강림 사건을 기점으로 하기 때문이다. 초대교회에서 구약 전통을 따라 전례에서 시편을 노래하기 시작하면서 시편은 비로소 성음악의 중심을 이루기 시작한다. 테르툴리아노(160~225) 교부의 초기 그리스도교 전례를 묘사한 「초대 교회 법령집(Constitu tiones Apostolorum)」에 이미 전례 중에 시편을 노래한다는 표현이 나타난다. 성 암브로시오나 성 아우구스티노 등 교부들의 기록에도 역시 전례 중 시편 노래에 대한 표현이 나온다. 교회에서는 일찍부터 시편을 노래하는 구체적 방법도 발달했다. 대응창법(Anti phona)과 화답창법(Responsorium)이 그것이다. 대응창법은 신자들이 두 편으로 갈라져 시편을 한 절씩 교대로 주고받는 창법으로,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연도를 바칠 때 시편을 노래하는 방법과 같다. 화답창법은 현재 미사 화답송을 노래하는 방법과 같다. 선창자가 시편을 메기면, 전 교중은 계속 같은 후렴으로 응답하는 방식이다. 미사전례 형식이 갖춰지면서 3대 행렬노래인 입당송과 봉헌송, 영성체송 등은 대응창법으로 시편을 불렀다. 그리고 제자리에서 하는 화답송, 복음 전 환호인 알렐루야는 화답창법으로 불렀다. 그러니까 미사전례 중에 부르는 노래는 거의가 시편노래들인 셈이다. 초대교회 미사전례뿐 아니라 시간전례(성무일도)에서도 시편은 그 중심을 이뤘다. 원래 유다교나 기원전 1세기께 사해 북서안 쿰란 지역에 본거지를 두고 활동한 유다교의 한 분파인 쿰란공동체 전통에서는 하루 세 번씩 기도하던 관습이 있었다. 이를 본떠서 초세기 교회 신자들은 저마다 일정한 시간을 정해 기도를 드렸다. 이것이 차차 공동기도로 발전해 아침기도와 저녁기도로 발전했다. 또 사도시대에는 날마다 오전 9시(사도 2,15), 정오(사도 10,9), 오후 3시(사도 3,1)에 기도하는 모습도 발견된다. 이같은 시간기도는 당연히 시편기도로 꾸며졌다. 성 안토니오(251~356)에 의해 수도원 체제가 생겨나고, 성 베네딕토(480~547)에 의해 수도원 규칙이 확립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모습의 수도원들이 생겨났다. 이 수도생활에서는 시간전례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시간전례의 주 내용은 시편기도였고, 이 전통에 따라 지금도 시간전례에서 시편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미사전례서에서는 약간 변화가 있지만, 그래도 신자들이 같이 불러야 하는 부분의 노래는 시편이 주를 이룬다. 또 요즘은 시간전례를 매일 하는 신자들도 꽤 많다. 우리는 알고 하건, 모르고 하건 간에 시편 노래에 젖어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러기에 시편은 그리스도교 성음악의 모태요 영원한 원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윗왕 이야기 어느 날 밤 다윗왕은 자기 부하 장수 우리야의 아내가 목욕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녀를 범했다. 한 번 실수였지만, 그 여인은 아기를 가졌다. 다윗은 겁이 나 전쟁에 나가 있는 우리야를 불러 아내와 잠자리에 들 기회를 여러 번 줬지만 계속 실패했다. 결국 다윗은 그를 전쟁터에서 죽게 만들었고, 과부가 된 그 여인을 아내로 맞아들였다. 이제 모든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런데 어느 날 예언자 나탄이 찾아와서 이야기를 꺼냈다. "양과 소를 많이 가진 어떤 부자가 있습니다. 그 옆에는 암양 한 마리를 키우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그 암양을 자식들과 같이 데리고 자고 같이 먹고 하였습니다. 마치 딸 같았습니다. 하루는 그 부자에게 길손이 왔습니다. 그러자 그는 제 양이나 소를 잡고 싶지 않아서 가난한 사람이 애지중지하는 그 암양을 빼앗아 손님 대접을 했습니다." 왕은 그런 나쁜 놈을 당장 잡아들이라 소리쳤다. 그러자 나탄이 말했다. "임금님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왕은 즉시 용상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고 재를 뒤집어쓰고 참회하며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가 유명한 시편 51장이다. 위령기도(연도)를 열심히 하는 신자들은 다 외워서 하는 시편 "하느님, 당신 자애에 따라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의 크신 자비에 따라 저의 죄악을 지워 주소서"(시편 50,3)이다. 다윗이 거룩한 왕이라 불리고, 또 훗날 오실 구세주 메시아의 전형으로 꼽히곤 하는데, 이는 그가 죄를 모르는 완전한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비록 죄를 지었지만 겸손하게 죄를 인정하여 고백하고 회개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부족해 죄를 짓는다. 그러나 우리도 죄를 지으면 변명을 늘어놓거나 부인하지 말고, 인정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 하느님은 우리의 부서지고 꺾인 마음을 업신여기지 않으시는 주님이시다. 그래서 시편 51장은 우리 모두가 외워서 부를 시편 중 하나이다. "하느님, 당신 자애에 따라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의 크신 자비에 따라 저의 죄악을 지워 주소서. 저의 죄에서 저를 말끔히 씻으시고, 저의 잘못에서 저를 깨끗이 하소서"(시편 51,3-4). 백 남 용 신부 (서울대교구 원로사목자, 전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장) 조은일2013.01.22

원죄 이야기 속 하느님의 온유[월간 꿈 CUM] 테마로 읽는 성경 (2) 어릴 적 동생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하느님의 이름으로 맹세를 시키곤 했습니다. 만일 하느님 앞에서 거짓을 말하면 크게 분노하실 것이라고 겁을 주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 방법이 참말을 끌어내는 데는 효과가 있었습니다만, 심각한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동생이 하느님을 두려워하여 그분에게서 점점 멀어지게 된 것입니다. 원죄를 지은 인간에게 내려진 하느님의 처분은 영원한 저주도 돌이킬 수 없는 천벌도 아닙니다. 성경은 일관되게 하느님을 저주가 아니라 축복의 하느님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은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시고는 치미는 분을 참지 못하여 그들을 에덴동산에서 내쫓으신 것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전지(全知)하십니다. 그러니 선악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죄를 짓고 숨은 인간 앞에 나타나신 하느님의 첫 말씀은 이러합니다. “너 어디에 있느냐?”(창세 3,9) 이 질문은 하느님의 염려를 드러냅니다. 경찰이 잠적한 범죄자를 수색하는 것이 아니라 제 딴엔 큰 사고를 치고 어딘가 숨어버린 자녀를 염려하는 부모의 마음과 같습니다. “얘야 어디 있니? 괜찮으니 어서 나에게로 오렴.” 물론 하느님은 인간의 죄를 꾸짖으십니다. 하느님은 아이가 어떤 잘못을 하든 마냥 오냐오냐하는 아버지가 아니시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것은 자녀와 갈등을 겪는 것을 두려워하여 진실을 부정하는 거짓 온유에 불과합니다. 진정한 온유는 진실과 대립하지 않습니다. 비록 하느님께서 인간의 잘못을 꾸짖으시지만, 인간을 단죄하시지는 않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주의 깊게 들어봅시다“네가 아내의 말을 듣고, 내가 너에게 따 먹지 말라고 명령한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었으니, 땅은 너 때문에 저주를 받으리라.”(창세 3,17) 에덴동산에서 쫒겨나는 아담과 하와(이탈리아 밀라노 대성당 부조) 여기서 하느님은 인간을 벌하기 위해 땅을 저주한다고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땅의 저주는 오로지 인간이 지은 죄의 결과입니다. 인간이 생태계를 파괴하여 재난이 발생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로 말미암아 겪게 되는 고통의 책임을 하느님께 돌릴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비록 인간이 자초한 고통이지만, 그것을 겪는 것을 그냥 두고 보지만은 않으십니다. 주 하느님께서는 사람과 그의 아내에게 가죽옷을 만들어 입혀 주셨다.(창세 3,21) 알몸은 연약함을 상징하고, 가죽옷은 영속적인 보호를 의미합니다. 인간이 스스로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만든 두렁이 따위로는 알몸을 제대로 보호할 수 없기에 하느님께서는 직접 질긴 옷을 지어 인간을 입히십니다. 이렇게 인간이 하느님을 거슬러도 하느님은 인간을 돌보는 일을 멈추지 않으십니다. 죄가 많은 곳에 더 큰 은총이 내립니다. 그렇다면 하느님께서 아담과 하와를 에덴동산에서 내보내신 일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마치 하느님께서 매정하게 인간과의 관계를 끊어내시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말입니다. “자, 사람이 선과 악을 알아 우리 가운데 하나처럼 되었으니, 이제 그가 손을 내밀어 생명 나무 열매까지 따 먹고 영원히 살게 되어서는 안 되지.”(창세 3,22). 이것이 성경이 기록하고 있는 하느님께서 인간을 에덴동산에서 내보내신 이유입니다. 얼핏 듣기에 하느님께서 자신처럼 된 인간을 질투하여 내쫓으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씀을 잘 들어보면 사실 이것은 추방이 아니라 인간을 보호하는 조치임을 알 수 있습니다. OSV 인간은 이미 성숙의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자신이 소화할 수도 없는 선악과를 따먹었습니다. 이대로 두면 하느님과의 사랑의 친교 안에 제대로 들어가기도 전에, 즉 감당할 수도 없는 생명의 열매마저 따 먹을 판이었죠. 영원한 삶 자체가 아니라 그 삶이 어떠한 삶이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기 전에는 생명의 열매는 먹으면 안 되는 것이죠. 때가 되면 하느님께서 알아서 선물로 주실 열매들이지만, 인간이 참지 못하고 스스로 따 먹으면 독이 든 과일이 될 뿐입니다. 바로 이러한 것이 사탄이 바란 것입니다. 사탄이 인간이 잘 되기를 바랄 리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하느님은 인간을 보호하려는 조치로 아담과 하와를 생명나무로부터 멀어지게 한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에덴동산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천사들에게 불 칼을 들고 지키게 하셨습니다. 이 단호한 조치는 하느님의 온유함과 모순되지 않습니다. 즉, 이로써 하느님은 인간과의 관계를 단절하신 것, 인간을 포기하고 놓아버리신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인간이 생명의 열매마저 따 먹는 치명적인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신 것입니다. 온유함은 우유부단하고 물러터진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글 _ 함원식 신부(이사야, 안동교구 갈전마티아본당 주임, 성서신학 박사) 1999년 사제서품 후 성경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를 위해 프랑스로 유학, 파리 가톨릭대학교(Catholique de Paris)에서 2007년 ‘요나서 해석에서의 시와 설화의 상호의존성’을 주제로 석사학위를, 2017년 ‘욥기 내 다양한 문학 장르들 사이의 대화적 관계’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cpbc2025.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