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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준 박사의 구약성경과 신들제13강 살리는 바람, 그리고 한숨# 바람, 살리는 숨결 바람의 역할은 생명을 살리는 역할이다. 생명을 주신 하느님의 종 같은 존재로 나오는 바람이니, 생명을 살리는 역할도 하는 것이 당연하다. 바람신의 이런 구실도 역시 고대 근동 신화와 구약성경의 공통점이다. 사도행전의 저자는 ‘바람’과 ‘성령’을 주의 깊게 분리하여, 바람 그 자체에 더 이상 신화적 요소가 들어갈 여지를 없애려 노력했다. 셈어인 히브리어에 남아 있는 고대 근동의 ‘바람신’의 흔적을 되도록 지운 것이다. 바람은 성령의 전조일 뿐, 성령 그 자체가 아니다. 사도행전의 이런 태도를 ‘바람’을 더욱 탈신화하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신약성경의 탈신화’는 사실 구약성경에서 이미 시작되었다. 이런 면에서 신약은 구약의 전승을 충실히 잇는다. 이런 탈신화의 궁극적 목적은 성부 하느님에게서 불어오는 성령님의 개념을 확립하는 것이다. 요한 복음은 성령이 몸을 살릴 뿐 아니라 우리의 죄를 씻어 주는 존재임을 알려 준다. 성령이 죄를 씻어서 우리를 깨끗하게 만들어 주신다는 모티프의 근원은, 루아흐가 생명을 살리는 노릇을 한다는 구약성경의 전승이다. 이렇게 이르시고 나서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 말씀하셨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20,22-23) 고대 이스라엘이 속한 고대 근동 문화권에서 볼 수 있는 바람신의 특징은 구약성경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히브리어 성경은 야훼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중심으로 루아흐를 무척 탈신화했다. 한편 그리스어로는 루아흐를 숨, 영, 바람 등으로 다양하게 옮길 수 있다. 그리스어의 이런 언어적 특성을 사용하여 칠십인역은 루아흐를 다양하게 옮겨 탈신화화를 심화했고, 신약성경은 바람과 성령을 구분해서 이런 탈신화를 더욱 가속화했다. 이런 전체적 전승을 기반으로 후대에 성령론이 발전할 토대가 마련된 것 같다 # 헛것 고대 근동에는 워낙에 다신교 세상이라서 큰 신과 작은 신이 여럿 섞여 있다. 수천 수만의 신이 있다. 작은 신을 하나 다뤄보자. 유일하신 하느님의 반댓말이 있을까? 하느님이 아닌 것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하느님은 유일신이시므로 그 반댓말은 다신(多神)이라 불러야 할까? 혹시 이런 ‘다신’들 전체를 뭉뚱그려 부르는 이름이 있을까? 혹자는 ‘우상’이라고 답할지 모르겠다. 그것도 맞는 대답이다. 그런데 구약성경에는 하느님이 아닌 모든 신들을 일컫는 독특한 낱말이 있다. 바로 ‘헛것’이다. 다윗은 하느님을 찬양하면서 다른 민족이 믿는 가짜 신들을 모두 이렇게 불렀다. “민족들의 신들은 모두 헛것이어도 주님께서는 하늘을 만드셨네.”(1역대16,26). 우리말 ‘헛것’은 ‘빈 것’으로서, ‘있는 것 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헛것’은 거짓된 신을 적절히 표현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헛것’으로 옮긴 말이, 구약성경 원문에서는 무슨 말일까 궁금해서 히브리어 성경을 펴보았다. 그랬더니 이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헤벨’은 ‘한숨’이란 뜻이었다. 특이하게도 비슷한 언어를 사용하는 이스라엘의 이웃 나라들의 문헌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단어로서 히브리인들의 독특한 종교심을 표현하는 낱말이고, 우리 신앙인들의 좋은 성찰 재료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