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바오로 딸 수도회](//cpbc.co.kr/CMS/newspaper/2015/04/rc/563241_1.0_titleImage_1.jpg)
[완전한 사랑](11)성 바오로 딸 수도회파란 수도복 입은 편집인·VJ·PD… 미디어 선교의 주역 책을 만들고, 동영상도 찍고, 오디오 방송도 진행하면서 복음을 전파하는 수녀들이 있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복음을 선포하는 성 바오로 딸 수도회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복음을 전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를 계속하고 있는 성 바오로 딸 수도회를 찾았다.책 만드는 수녀들부슬비가 내리던 지난 3월 어느 날, 서울 미아동 바오로딸출판사에는 베일을 쓴 수녀들이 한창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글자 크기를 더 키울까요?” “이미지는 이게 더 낫지 않겠어?” 수녀들이 컴퓨터에 원고를 띄워놓고 의견을 나눈다. 수녀가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는 모습이 상상이 잘되지 않지만, 바오로딸에는 포토샵이나 인디자인 같은 프로그램도 능숙하게 다루는 수녀들이 많다. ‘출판 사도직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성 바오로 딸 수도회는 책의 기획부터 제작, 편집, 판매까지 전 과정을 수녀들이 담당한다. 영성과 신학, 성경, 철학, 심리ㆍ교육, 아동문학 등의 서적부터 음반과 영상, 인터넷 성경공부 프로그램까지 수녀들이 담당하는 분야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성 바오로 수도회와 함께 오디오방송 팟캐스트를 시작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성 바오로 딸 수도회 홍보 담당 이 레나타 수녀는 “바오로딸은 모든 매체에 선하고 아름다운 생각을 담아 교회뿐 아니라 이 시대 모든 사람에게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며 “특히 시대와 지역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찾아내 활용하는 것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바오로딸의 사도직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진화해가고 있다. 1980년대부터는 본당에서 교리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동영상을 제작해왔고 1990년대 컴퓨터가 보급되면서는 교회 소식을 전하는 것은 물론 수녀들이 고민 상담을 해주는 ‘가톨릭마당’을 운영하기도 했다. 2011년부터는 인터넷을 통해 성경 공부를 할 수 있는 ‘이러닝 학습’을 실시하면서 사도직의 범위를 점점 넓혀가고 있다.‘행복한 책읽기’바오로딸의 새로운 사도직 중 하나가 미디어를 통한 영성 교육이다. 5년 전부터 ‘행복한 책읽기’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는 독서 모임은 바오로딸의 출판 사도직이 진화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책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상처를 치유하면서 신앙을 성숙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행복한 책읽기는 지역별로 10명 정도의 소그룹이 수녀 1명과 10주 동안 만남을 이어간다. 1주에 1권씩 책을 읽고 나눔을 하는 식이다.행복한 책읽기를 통해 그동안 멀리했던 책을 가까이 두게 된 이들이 많다. 평소 책을 잘 읽지 않았던 이인숙(마리아, 서울 마장동본당)씨는 모임을 시작한 뒤 침대맡에 항상 책을 놓게 됐다. 이씨는 “남편과 아이들이 제가 책을 들고 있는 것만 보고도 깜짝 놀라곤 한다”며 “책은 여전히 잘 읽히지 않지만 예전보다 책과 친해진 것만으로도 큰 변화라고 느낀다”고 말했다.이씨가 모임에 꾸준히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모임을 이끌어주는 이 요셉피나 수녀 덕분. 행복한 책읽기 회원들은 하나같이 “수녀님이 있어 모임이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나눔이 훨씬 풍요로워진다”고 입을 모은다.요셉피나 수녀는 매주 책 내용과 관련해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을 준비해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말하도록 한다. 어떤 경우에도 말을 중간에 끊거나 토를 다는 법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하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책이라는 도구를 통해 자기 마음을 읽고, 내 안에 계신 하느님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요셉피나 수녀는 “책은 읽어도 자기 마음까지 읽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내 안의 숨기고 싶은 부분까지 하느님과 이웃들에게 말하면서 성숙한 신앙인이 되도록 이끄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성 바오로 딸 수도회1915년 6월 15일 복자 야고보 알베리오네 신부가 이탈리아에서 창립한 성 바오로 딸 수도회는 성 바오로 수도회와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 선한 목자 예수 수녀회, 사도의 모후 수녀회와 4개의 재속회, 협력자회와 함께 바오로 가족에 속해 있다.시작은 제1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1915년 이탈리아 알바의 한 집에서 재봉 기술과 교리를 가르치던 여성 모임이었다. 성 바오로 수도회의 인쇄기술학교에서 인쇄한 서적들을 보급하면서 모임 인원이 늘어나자 테클라 메를로(초대 총원장) 수녀의 지도 아래 첫 번째 서원을 개설했다. 2015년 현재 전 세계 50여 국가에 진출해 있다.한국에는 1960년 진출해 1961년 서울 충무로에 서원을 열면서 매스미디어 사도직에 투신해왔다. 출판 사도직 외에 음반과 영상을 만들거나 인터넷서점을 운영하고 통신성서교육원을 통해 우편 학습과 성경 공부(사이버 성경 공부)도 직접 제작한다. 2013년에는 가톨릭 콘텐츠를 무료로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홈페이지 및 애플리케이션 ‘바오로딸 콘텐츠’를 개설했다.현재 한국관구에는 서울 미아동 본원 외에 인천, 일산, 원주, 부산 등 10개 지역에 분원이 있으며 전국에 15개 서원을 운영하고 있다. 3월 기준으로 국내에 종신서원자 204명, 유기서원자 24명이 있으며 해외선교사로 28명이 파견돼 있다.바오로딸의 로고는 지구 모양과 알파벳 ‘P’자로 구성돼있다. 이는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려는 바오로딸의 사명을 상징한다. ‘P’는 ‘바오로의 딸’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Pauline’의 머리글자이자 알베리오네 신부가 성 바오로 딸 수도회의 모범이며 스승이 되기를 바랐던 바오로(Paulus) 사도의 머리글자이기도 하다.글ㆍ사진=김유리 기자 lucia@pbc.co.kr 평화신문2015.04.01
![[생활 속의 복음] 하느님의 목자인 농민](//cpbc.co.kr/CMS/newspaper/2015/07/rc/582251_1.0_titleImage_1.jpg)
[생활 속의 복음] 하느님의 목자인 농민연중 제16주일·농민 주일(마르 6,30-34) 박재식 신부(안동교구 사벌퇴강본당 주임) 7, 8월이 되면 성당 근처 마을에 있는 우리밀영농조합에서 운영하는 작은 식당에서 종종 점심을 먹습니다. 우리밀 라면과 부추전을 안주 삼아 막걸리도 한잔 하면서 자연스럽게 농민들을 만납니다. 그분들은 저와 20년 이상 친구, 가족과 같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그분들은 평생 열성적으로 농사를 지으셨습니다. 일 년 내내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 작물과 가축들을 돌보십니다. 기존 농법만을 고집하지 않고 외국의 선진농법도 부지런히 배울 정도로 열심히 노력하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같은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분들은 부모님을 모시고 자식들을 키우며 사는 40대였습니다. 지금은 부모님은 하늘나라로, 자식은 도시로 떠나고 부부만이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습니다. 마을에는 하루가 다르게 빈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동네 어귀에서 뛰놀던 아이들을 본 지가 너무 오래됐습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그분들은 평생 동네 일꾼으로 살아야 하는 비애를 안고 있습니다. 마을회관과 같은 ‘어르신’들을 위한 공간에도 출입할 수 없습니다. 그분들과 대화를 하면서 여러 가지를 배웠습니다. 가장 소중한 배움은 욕심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또 가난하지만 너그러운 삶입니다. 과거 부인에게 명령조의 언어를 사용하고, 밥상머리에서 감정을 폭발시켰던 형제님들이 지금은 대부분 공처가로 변했습니다. 세상일도 정치, 경제적인 측면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진실을 토대로, 생명 존중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봅니다.오늘의 제1독서에서 예레미야 예언자는 “내가 그들을 돌보아 줄 목자들을 그들에게 세워 주리니, 그들은 더 이상 두려워하거나 당황하지 않고, 그들 가운데 잃어버린 양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23,4)라는 주님의 메시지를 선포합니다. 진정한 목자, 지도자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가르쳐줍니다.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목자 없는 양들과 같은 백성에게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다”고 말합니다. 목자에 대한 이야기는 성경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구약의 신앙 선조들도 한결같이 목자였음을 강조합니다. 아브라함은 비겁하고 하느님의 약속을 의심하는 사람이었지만 목자의 삶을 통해 용기 있고 자신의 가족과 동물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하느님의 사람이 됐습니다. 이사악도 그렇습니다. 사라는 이집트 여자 하가르가 아브라함에게 낳아준 아들이 자기 아들 이사악과 함께 노는 것을 보고(창세 21,9) 이스마엘과 하가르를 내쫓으라고 요구합니다(창세 21,9-10). 이처럼 우울한 어린 시절을 보낸 이사악은 아브라함과 비슷했습니다. 부인 레베카를 필리스티아 임금인 아비멜렉에게 누이라고 속이는 비겁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목자의 일을 하면서 양보를 배우고 하느님과 함께하는 사람이라고 인정을 받게 됐습니다(창세 26). 야곱도 마찬가지입니다. 태중에서부터 형과 싸우고, 거짓말과 배고픔으로 고생하는 사람을 이용했습니다. 외적으로 아름다운 라헬을 사모하는 그의 가치관에서 지연, 학연, 혈연을 중시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그가 하느님을 만나고 목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당대 최고의 권력자에게 축복을 베푸는 멋진 신앙인으로 변화됩니다. 우리 시대에도 성경에 나오는 선조들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대로 된 가격을 받지 못하고 손해를 보는 현실에서도 최선을 다해 생명을 가꾸는 농민들이 이 시대의 진정한 목자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주변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돕고, 자녀들과 이웃에게 수확한 농산물을 보내주며 잘살아가길 기도하는 농민 어르신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시골 식당에서 또 다른 하느님의 목자를 만나 열심히 이야기를 들어야겠습니다. cpbc2015.07.16
 아르눌프 요셉 슐라이허 신부](//cpbc.co.kr/CMS/newspaper/2014/05/rc/509780_1.0_titleImage_1.jpg)
[덕원의 순교자들](34) 아르눌프 요셉 슐라이허 신부신약성경 우리말로 번역 출간한 벽안의 선교사 아르눌프 (요셉) 슐라이허 신부 (Arnulf Schleicher)▲출생: 1906년 9월 21일, 독일 플라움로흐▲세례명: 요셉▲한국명: 안세명(安世明)▲첫서원: 1926년 5월 15일▲사제수품: 1930년 7월 13일▲한국파견: 1932년 4월 10일▲소임: 덕원신학교 교수, 덕원수도원 수련장, 부원장▲체포 일자 및 장소: 1949년 5월 9일 덕원수도원 ▲선종 일자 및 장소: 1952년 6월 28일 옥사덕수용소 그림=김형주(이멜다) 아르눌프 슐라이허 신부는 옥사덕수용소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순교한 덕원의 수도자다. 그는 1906년 9월 21일 독일 로텐부르크-슈투트가르트교구 뇌르트링겐 인근 플라움로흐에서 아버지 칼 슐라이허와 어머니 데레사 깁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세례명은 요셉. 어릴 때부터 명석했던 그는 김나지움을 졸업한 후 1923년 1월 상트 오틸리엔수도원에 입회해, 1925년 5월 10일 ‘아르눌프’라는 수도명을 받고 수련을 시작했다. 이후 1926년 5월 15일 첫서원을 한 그는 로마 성 안셀모 대학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30년 7월 13일 사제품을 받은 그는 1932년 4월 10일 덕원신학교 교수로 한국에 파견됐다. 그는 신학교 강의를 맡기 전 한국말을 배우고 전국을 돌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탐구했다. 또 고산과 원산본당 보좌를 맡으면서 선교사로서 현장 사목 일상을 체험했다. 그 와중에 그는 「원산의 종교ㆍ사회적 상황과 선교의 관계」라는 제목의 논문을 작성해 발표했다. 그는 이 논문에서 “선교사는 자기 쪽 사람뿐 아니라 그리스도께로 인도해야 할 비신자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한다”며 “종교 상황과 사회상을 배워 익혀 선교 활동에 반영하는 것은 모든 선교사에게 필요불가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 논문에서 “한국 고래의 좋은 관습이 유럽의 근대적 사상과 풍습과 행동 방식에 밀려나고 있다”면서 “공산주의는 이런 상황을 자기 이념에 이용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가톨릭 교회야말로 한국을 유일하게 도울 수 있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1934년 9월부터 덕원신학교 교수로 활동한 그는 교의신학과 성경 주석학을 강의했다. 그는 일제의 강압에도 굴하지 않고 한국말로 강의했고, 한국어 어휘로만 설명하기 부족한 것을 느끼고 한문 공부도 열심히 했다. 그는 특히 1941년 「신약성경 서간ㆍ묵시편」을 우리말로 번역 출간, 일찍이 프랑스 선교사들이 번역해 놓은 네 복음서와 사도행전을 합쳐 마침내 온전한 한국어 신약성경이 존재할 수 있게 됐다. 슐라이허 신부는 특히 한국인 교구 사제 양성에 열정을 쏟았다. 언젠가는 선교지의 책임을 한국인 사제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인식한 그는 한국어 신학잡지 발간을 추진했고, 한국인 사제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했던 2권짜리 「설교학 개론」도 펴냈다. 그는 또 능변가로 유명해 본당 특별 강론이나 피정에 번번이 불려다녔다. 그는 신자들을 위해 주일미사 때 늘 한국말로 강론했다. 또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반대해 「어느 것이 참된 종교인가」라는 책자를 제작, 1만 부를 신자들에게 배포했다. 교수직을 수행하면서 덕원수도원 수련장과 부원장직을 맡은 그는 1949년 5월 9일 보니파시우스 사우어 주교아빠스와 루치우스 로트 원장 신부와 함께 체포돼 평양인민교화소에 갇혔다. 한여름이던 그해 8월 5일 동료 수도자와 함께 그는 옥사덕수용소로 이송됐다.옥사덕수용소에서 그는 억류된 수도자들의 최고 장상이었다. 그래서 수용소 경비대는 사사건건 그에게 책임을 물어 횡포를 부리고 폭행을 가했다. 그는 학자였지 숙련된 노동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동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쓰러졌어도 거름더미를 태웠다. 그는 1952년 봄부터 기관지염을 심하게 앓았고, 신장과 심장도 나빠져 심한 부종으로 고통을 겪다 그해 6월 28일 순교했다. 그의 주검을 확인한 경비병은 슬퍼하는 수도자들에게 소리쳤다. “아까워할 것 없어. 어차피 더는 일을 못 할 테니.”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 평화신문2014.05.15
![[빛과 소금 - 20세기 이땅의 평신도] <2> 국채보상운동의 선구자 서상돈](//cpbc.co.kr/CMS/newspaper/2015/07/rc/580633_1.0_titleImage_1.jpg)
[빛과 소금 - 20세기 이땅의 평신도] 국채보상운동의 선구자 서상돈나 어릴 때 좋은 친구 되어주신 예수님“어와세상 벗님네야 이내말씀 들어보소/집안에는 어른있고 나라에는 임금있네/내몸에는 영혼있고 하늘에는 천주있네/부모에게 효도하고 임금에는 충성하네/삼강오륜 지켜가자 천주공경 으뜸일세/이내몸은 죽어서도 영혼남아 무궁하리/인륜도덕 천주공경 영혼불멸 모르며는/살아서는 목석이요 죽어서는 지옥이라/천주있다 알고서도 불사공경 하지마소…”. 천주교 가문에서 태어난 소년어머니가 새벽마다 읊는 기도다. 아마 서상돈이 태어나기 이전 뱃속에서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던 기도일 것이다. 이벽의 ‘천주공경가’다. 서상돈은 태어나기 이전부터 이미 천주교 신자였다. 큰아버지와 두 숙부는 상돈을 볼 때마다 입버릇처럼 말했다. “너는 천주교 집안의 후손이니 항상 신앙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느니라.” “성경 속에 모든 진리가 들어 있느니라.”믿는다는 것과 믿지 않는다는 것을 서상돈의 가문에서는 선택할 수 없었다.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그의 가문 사람들은 천주교 신자였으며 가족 구성원에게 그 사실은 변할 수 없는 진리였다. 특히 집안 어른들은 달성 서씨 집안인 것도 중요하지만, 천주교 입교자이며 신앙 가문으로 이끈 광수 할아버지의 후손인 것을 더 더욱이나 강조했다.서상돈의 선조가 처음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인 것은 4대조 서광수 때였다. 서광수는 용안 현감을 지낸 서명함의 장남이다. 그의 집안은 누대로 내려오는 달성 서씨의 명문대가였다. 특별히 그의 집안 친척 중 5촌 당숙인 서명응은 정조 때 홍문관 대제학 등의 높은 벼슬을 한 사람으로 북학파인 홍대용, 박지원, 박제가, 이덕무 등과 함께 중국 고증학의 영향을 받아서 실사구시의 실학을 연구한 학자였다. 학문 집안에서 자라난 서광수가 실학을 연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벼슬길을 탐하지는 않았다. 서광수가 여섯 아들과 함께 천주교를 처음으로 받아들였을 때는 1784년 이승훈이 북경에서 세례를 받고 돌아와 한국 천주교회가 창립되었을 때였다. 이듬해인 1785년 을사추조 적발 사건 때 연루되어 문중으로부터 파적당해 5남(유홍有弘, 유덕有德, 유오有五, 유도有道, 유만有萬) 2녀를 둔 서광수의 가정은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때 3남 서유오(徐有五, 1760~1807)의 가정이 충청도 장원을 거쳐 와 1839년 기해박해 때 아들 서치보(徐致輔, 1791~1840년)와 손자(인순隣淳, 명순明淳, 철순哲淳, 익순翼淳, 태순泰淳)들이 문경 여우목 교우촌에 들어와 살았다. 한티에는 상돈의 두 숙부를 비롯해 40여 명이 성사를 받고 모여 사는 신앙 공동체가 있었다. 사진은 십자가의 길 9처 전경으로 병인박해를 전후해 순교한 30여 기의 무명 순교자 무덤이 산재해 있는 한티성지. 한티성지 제공 박해를 피해 여우목으로여우목은 대미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원래 이름은 ‘검고 푸른 눈썹’이라는 뜻의 대미산(黛眉山)이었으나 퇴계 선생이 대미산(大美山)이라고 이름 지어 주었다. 문경새재로 향하던 길목이었는데 그 모양이 여우 목덜미와 비슷해서 또는 여우가 많이 다니는 길목이라 해 여우목이라 전해진다.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 중평리에 있는 여우목은 천주교 성지로 옛 교우촌이다. 1839년 기해박해를 피해 충청도 홍주 출신인 이윤일 요한의 가족과 경상도 초대 신자인 서광수의 후손 치보가 이곳으로 피난 오면서부터 교우촌이 됐다. 1866년 병인박해 때 이윤일과 그 가족, 신자 30여 명이 체포되었으며 1867년 1월 21일에 대구 관덕정에서 참수되었다. 다른 지역으로 피난 가 있던 서치보의 아들 인순과 익순도 병인박해 때 잡혀 순교하였다. 성지 안에 서치보와 그의 아들 서인순의 묘가 있다.성전에서 솟아 흐르는 물이 많은 사람을 배부르게 할 것이라는 에제키엘서 47장의 말씀처럼 대미산 자락에서 솟아난 믿음의 옹달샘 하나가 흐르고 흘러 훗날 큰 강물을 이루게 된다. 박해를 피해 도망친 신자들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고 햇빛이 들지 않는 산기슭에 거적을 쳐 추위를 피하고 산짐승을 막았다. 그리고 칡뿌리를 캐 먹고 산의 열매로 굶주림을 달랬다. 하지만 병에 걸렸을 때가 문제였다. 몇몇 교우촌의 회장들이 의료 활동을 한 기록에서 당시의 열악한 사정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고통 속에서도 의지하며 교우촌을 유지해 갔다. 특히 교우촌의 회장들은 사제가 없는 상황에서 신자들의 신앙생활 중심이 되어주었다. 이를 본 프랑스 선교사들은 큰 감동을 받았다. “마치 내가 초대 교회에 와 있는 듯하다.”교우촌 신자들은 함께 나누는 삶에서 사랑을 직접 실천했다. 어려운 이웃은 물론이고 부모 잃은 어린이를 힘써 돌보았고, 죽을 위험에 빠진 사람을 만나면 대세를 주어 그들의 영혼을 구원했다. 더불어 교우촌 신자들은 하느님 앞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것을 실천했다. 신자들이 사는 신앙 공동체 안에는 양반이나 천민의 구별이 없었다. 또한 남성과 여성이 동등했으며 남편과 아내가 상하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관계였다. 이는 당시 유교적 전통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서상돈은 1850년 10월 17일(음) 부친 서철순(徐哲淳)과 모친 김 아가타 사이의 2남 중 장남으로 출생했다.어른들은 성경 속에 하느님의 모든 진리가 담겨 있다고 항상 말씀하셨다. 성경에 바탕을 두고 신앙생활을 했기 때문에 선조들은 그 어떤 시련 속에서도 순교할 수 있었다. 후손들이 순교자의 신앙을 이어 내려온 것도 성경 중심의 신앙생활 전통이 이어졌기 때문이다.산중생활 예수님을 벗 삼아서상돈은 이 신앙 공동체 안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끼니를 이을 수 없도록 가난했지만 그곳에는 사랑과 기쁨이 있었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움막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그 움막들만큼이나 많은 설움과 신념이 얽혀 있다. 고향을 떠난 설움과 신앙에 대한 신념. 나라의 길과 신앙의 길이 달라서 벌어진 일이었다. 틀린 것은 없었고 다만 다를 뿐이었음에도 다름은 박해를 낳았다. 관아의 눈을 피해 도망 다니는 생활에서 어린 소년은 친구를 만들 수 없었다. 보이는 것은 산뿐이었고 친구라고는 오직 동생 상정과 예수님뿐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예수님께 말하고 예수님의 답변을 듣는 것이 체질화되었다. “예수님. 어디 계세요?” “나는 네 곁에 항상 있단다. 네가 힘이 들고 외로울 때는 내가 널 업어주마.” 예수님은 외로운 소년의 가장 좋은 친구였다. 한티에서 온 숙부들고조 서광수의 제삿날이면 한티에서 두 숙부가 와 가난한 집은 잔칫날이었다. 어머니는 숙부들에게 숙모들의 안부부터 묻곤 했다. “기도 생활 잘하고 있지요? 어디 아픈 데는 없고… 서방님이 잘 도와주시지요?” “형수님, 한 가지씩 차례대로 물으세요. 숨넘어가겠어요.”집안이 북적거렸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제사가 끝나면 동네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주었다. 달빛 아래 음식을 갖고 걷는 길을 그가 얼마나 사랑했던가! 가슴은 한없이 부풀어 올랐다. 옥토끼가 산다는 그곳에 조상님들과 예수님이 함께 어울려 춤을 출 것 같았다.다음날 두 숙부는 한티로 돌아갔다. 어머니는 숙모들 가져다주라며 호롱불 밑에서 바느질한 타래버선도 두 켤레나 선물했다. 새로 태어난 막냇삼촌네 아기 마리아에게 줄 선물이었다. 상돈이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한티는 어떤 곳일까? 한티 마을은 1837년 서울에서 낙향한 김현상 요아킴 가정이 신나무골을 거쳐 1839년 기해박해를 피해 한티 마을로 이주해 오면서 교우촌을 형성했다.1862년 베르뇌 주교의 성무 집행 보고서에는 “칠곡 마을의 굉장히 큰 산 중턱에 아주 외딴 마을 하나가 있는데 이곳에서 40명가량이 성사를 받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수차례의 박해를 간신히 넘긴 한티 마을은 마침내 1866년 병인년의 대박해로 최후의 날을 맞는다. 당시 순교자로는 배정모(손아)의 부인 이선이 엘리사벳 외 배도령, 서익순과 서태순, 조가를로 등이 있으며, 병인박해를 전후해 순교한 30여 기의 무명 순교자 무덤이 산재해 있다. <계속> 백영민2015.07.08
![[평화칼럼] 발해 유민(遺民)과 꼬마 난민(難民) ‘쿠르디’](//cpbc.co.kr/CMS/newspaper/2015/10/rc/598022_1.0_titleImage_1.jpg)
[평화칼럼] 발해 유민(遺民)과 꼬마 난민(難民) ‘쿠르디’이상도 요한 사도(평화방송 보도국장) ‘고려는 후삼국을 통일하고 발해의 유민을 받아들여 북방에 거주하게 하였다. 또한, 북방 영토를 방어할 때 유민을 동원하기도 하였다.’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발해 유민(遺民)과 관련된 기술이다. 두 문장밖에 되지 않는 짧은 내용이지만 그 안에는 한반도와 만주의 복잡한 국제 정세가 반영돼 있다. 934년 발해가 거란에 의해 멸망하자 고려 태조 왕건은 발해의 마지막 태자 대광현의 무리 수 만 명을 받아들였다. 역사학자 박종기 교수는 이런 식으로 모두 38회에 걸쳐 발해 유민 12만 6백여 명이 고려로 유입됐다고 추정했다. 이는 고려 초기 인구 200만 명의 6.3%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로 왕건은 이들을 군사자원으로 요긴하게 활용했다. 936년 태조 왕건은 경북 선산에서 후백제 신검과 후삼국 통일전쟁 승부를 가르는 최후 일전을 치르게 된다. 당시 전투에 투입된 고려군은 8만 7500명으로 이 가운데 흑수, 달고 등 여진 계통의 기병이 9500명이나 됐다. 두 달 전 터키 해변 휴양지 바닷가에서 세 살배기 시리아 어린이 아일란 쿠르디가 차가운 바다에 코를 박고 죽은 채 발견됐다. 그런데 쿠르디는 단순히 바다에 빠져 죽은 게 아니었다. 쿠르디는 내전 중인 시리아를 떠나 엄마, 아빠, 형과 함께 좀 더 안전한 땅을 찾아 고무보트를 탔다가 참변을 당한 것이었다. 쿠르디 사진이 전 세계 언론에 보도되면서 독일과 영국, 스페인 등 유럽 여러 나라는 자국에 들어올 수 있는 난민 숫자를 더 늘렸다. 하지만 빗장을 더 푼 게 고무적이지만 그게 전적으로 난민들에게만 좋은 것일까?그런데 얼마 전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독일 기업인들은 난민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그들이 조속히 노동 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이는 결국 독일이 중동이나 아프리카 난민들을 새로운 노동력 공급 창구로 생각한다는 뜻이다. 물론 유럽도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다. 독일처럼 노동력 공급 차원에서 바라보는 곳도 있지만 국경선 전부에 철조망을 쳐야 하는 헝가리 같은 나라도 있다. 선사시대, 원시시대 인류의 행적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인간 모두는 한때 떠돌이, 난민, 이민자 신세였다. 그래서 성경에 그렇게 자주 ‘나그네’라는 구절이 등장하는지도 모른다. 1100여 년 전 거란과의 싸움에서 진 발해인들은 지금으로 치면 분명 ‘전쟁 난민’이었다. 그런 그들은 후삼국 통일 전쟁에서 고려군 선봉이었다. 이후 발해인들은 한반도 역사에 오롯이 고려인, 조선인, 한국인으로 녹아들었다. 세상을 바꾼 아이폰을 만든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고향은 ‘시리아’였다. 그는 미국인으로 죽었다. 지난 9월 미국 방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렇게 말했다. “나도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로서 이민자들이 건설한 미국에 오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평화신문2015.10.14
![[출판]바이블 가이드-성경입문](//cpbc.co.kr/CMS/newspaper/2013/11/rc/483899_1.1_titleImage_1.jpg)
[출판]바이블 가이드-성경입문 신앙 핵심 진리로 이끄는 성경 길잡이 바이블 가이드-성경입문(마이크 보몽 지음/김효준 옮김/생활성서/2만 3000원) 성서주간에 꼭 어울리는 신간이 나왔다. 성경 여행길에 나선 이들에게 좋은 안내자가 돼 줄 「바이블 가이드」(bible guide)다. 구약성경 창세기부터 신약성경 요한 묵시록까지 성경에 관한 기본 지식과 그 안에 담긴 신앙의 핵심 진리를 쉽게 이해하도록 이끌어 주고 있어 성경 여행길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안내자다. 성경 전체를 바라보게 해주면서도, 성경 각 권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도 상세하게 짚어준다. 영국 옥스포드 킹스센터(The King's Centre)에서 성경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성경을 '하느님의 연애편지'라며 책을 시작한다. "연애편지라는 표현이야말로 오히려 성경에 대한 매우 적절한 묘사일 수 있다. 성경은 잘못으로 점철된 인간 역사와 그속에서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한 하느님의 역사를 다루고 있으며, 결국 둘의 관계가 어떻게 회복됐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과정 속에서 우리는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8쪽). 150장이 넘는 사진과 연대표, 지도, 그림은 이 책을 여느 성경 해설서보다 돋보이게 해준다. 예를 들면 신약성경 '예수님: 탄생과 어린 시절' 편에서는 예수님이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지역을 지도에 번호까지 달아가며 시간순으로 상세히 설명해주는 식이다<그림 참조>. 특정 사건, 주요 인물 등을 핵심 주제로 뽑아 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구성과 편집은 가독성을 높였다. 성경 속 동물과 식물, 다양한 상징에 관한 해설도 곁들여 읽는 재미를 더했다. "많은 미술 작품들이 아담과 하와가 먹은 나무 열매를 사과로 묘사하고 있지만, 사실 성경은 이 과일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하게 말해주지 않는다. '사과'는 원래 단순히 '과일'을 지칭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오늘날의 사과라는 의미를 갖게 됐다. 사실 의문의 이 과일은 중동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복숭아였을 가능성이 더 크다"(13쪽, 아담과 하와 중에서). 책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핵심 개념' 설명으로 성경 속 인물과 사건이 전달하는 핵심을 정리해 준다는 점이다. 제목과 핵심 개념만 읽어도 충분할 정도다. 요나, 호세아, 아모스 예언자를 다룬 '북쪽의 예언자' 편에선 '회개'를 핵심 개념으로 설명한다. "예언자들의 메시지의 핵심은 회개로의 초대이다. 회개란 사람들이 이제껏 살아온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깊이 뉘우치며, 그 방향을 완전히 바꾸고, 하느님의 방식대로 살아가기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용서받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오직 회개뿐이란 사실을 그리스도인들은 알고 있어야 한다"(57쪽). 성경에 맛들이고 싶은 이들, 모호하게만 알던 성경 지식을 명확하게 하고 싶은 이들, 단편적으로만 알던 성경 내용을 통합하고 싶은 이들, 글씨만 가득한 성경에 선뜻 손이 가지 않은 이들 모두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cpbc2013.11.19
![[성경 속 궁금증] 97. 성경에서 '씻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cpbc.co.kr/CMS/newspaper/2013/12/rc/487081_1.0_titleImage_1.jpg)
[성경 속 궁금증] 97. 성경에서 '씻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죄에서 깨끗해지는 상징적 행위…세례 통해 그리스도와 함께 새 생명으로 부활틴토레토 '그리스도의 세례', 16세기 전반께, 캔버스에 유채,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 예로부터 씻는다는 것은 사람을 정결하게 하는 중요한 예식이었다. 그래서 씻는다는 것은 몸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깨끗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물이 귀한 유목민 사회에서 목욕은 부정을 씻는 강렬한 상징이었다. 또한 손을 물로 씻으면 액운과 함께 죄를 씻어낸다고 여겼다. 그래서 이집트나 그리스, 로마의 신전 앞에는 손을 씻는 물그릇이 놓여 있었다. 후에 이 관습은 성수를 뿌리는 예식으로 바뀌었다. 이 예식 역시 정신의 정화와 세례의 기억을 상징한다. 성경에 보면 빌라도가 군중의 소요를 피하려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넘기고 군중 앞에서 손을 씻는 장면이 나온다(마태 27,24). 흔히 우리는 일상적으로 손을 씻는다는 표현을 어떤 일에 더는 관여치 않겠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인다. 성경에서 물로 씻는 행위는 깨끗하게 하는 정화의 의미를 지닌다. 정결한 사람만이 하느님께 나아가는 것이 허용된다. "그들이 만남의 천막으로 들어갈 때, 물로 씻어야 죽지 않는다. 그들이 예식을 거행하려고, 곧 주님에게 화제물을 살라 바치려고 제단에 다가갈 때에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손과 발을 씻어야 죽지 않는다. 이는 그와 그의 후손이 대대로 지켜야 할 영원한 규정이다"(탈출 30,20). 몸을 씻는다는 행위는 죄에서 깨끗해지는 상징적 행위이다. "예루살렘아, 네가 구원받을 수 있도록 네 마음에서 악을 깨끗이 씻어 내어라. 언제까지나 네 안에 악한 생각을 품어 두려느냐?"(예레 4,14). 또한 물로 씻는 행위는 치유로 작용하기도 한다. 나아만은 요르단 강에서 일곱 번 몸을 씻음으로써 문둥병에서 깨끗해졌다. "나아만은 하느님의 사람이 일러준 대로, 요르단 강에 내려가서 일곱 번 몸을 담갔다. 그러자 그는 어린아이 살처럼 새살이 돋아 깨끗해졌다"(2열왕 5,14).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예수님 제자들이 더러운 손으로, 곧 씻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을 보았다. 물로 손을 씻지 않고서는 음식을 먹지 않았던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조상들 전통을 따르지 않는다고 예수님을 비난한다. 예수님은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없고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고 지적한다. 율법의 씻는 행위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하신 셈이다(마르 5,1-23). 세례를 받는 신자는 그리스도와 함께 새 생명으로 부활하는 것을 상징한다(로마 6,3). 이처럼 사도 바오로에 의하면 물로 씻는 것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구원의 상징이 된다(로마 6,3-4). 초대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기도에 앞서 두 손을 씻었다. 손을 씻는 일은 교회에 들어올 때에도 일반적으로 행해졌던 관습이다. 그래서 큰 성당 앞뜰에는 수반이 놓여 있었다. 이 관습은 후에 성수를 뿌리는 정신의 정화와 세례의 기억을 상징하는 행위로 변화된다. 가톨릭에서 미사 때 봉헌 후에 사제가 손을 씻는 것은 사제가 죄를 씻고 정화된 손과 마음을 갖고 성찬례를 집전한다는 의미가 있다. cpbc2013.12.10

"성경공부 재미 속으로 빠져 보세요"전국 교구.수도회, 새 학기 맞아 다양한 성경 강좌 마련 신앙의 해(2012년 10월~2013년 11월)를 거치면서 성경을 중심에 두는 생활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2014년도 사목교서에서 올해를 '하느님 말씀인 성경을 통해 새로운 복음화를 실현하는 해'로 선포한 것을 비롯해 전국 교구에서 성경공부를 독려하고 있다. 성경공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마음을 먹고 시작하기가 쉽지 않은 게 또 성경공부다. 3월 새 학기를 맞아 수도회, 교구에서 운영하는 성경공부를 소개한다.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다양한 과정의 성경 강의가, 다양한 시간대에 마련돼 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성서못자리 서울대교구 성서사목부가 운영하는 성서못자리는 정기 강좌와 나눔터 그룹 공부, 청년성서못자리 등이 있다. 명동 정기 강좌는 3월 10일부터 6월 16일까지 매주 월요일 오전(10시 30분), 저녁(7시)에 명동성당 강의실에서 열리고, 3월 14일 개강하는 청년성서못자리(35세 이하)는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명동성당 범우관 702호에서 진행된다. 본당 성서못자리는 삼성동본당(입문), 구파발ㆍ대치2동ㆍ중곡동본당(정기 강좌 4권)에서 열린다. 문의 : 02-775-5789, cafe.daum.net/BibleMot 여정 성경공부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가 운영하는 여정 성경공부는 3월 4일부터 6월 말까지 진행된다. '여정 첫걸음'과 '성경의 길을 따른 여정', 어르신을 위한 '은빛 여정' 과정이 있다. 원하는 요일을 선택해 수강할 수 있다. 매주 목요일 저녁에는 청년들을 위한 성경공부 강좌가 있다. 여정 첫걸음 과정은 사이버 성경학교로도 배울 수 있다. 문의 : 02-525-7869, 010-7249-7966(사이버 성경학교) cafe.daum.net/blblelife 시청각 통신성서교육 성 바오로딸 수도회가 운영하는 시청각 통신성서교육은 우편학습과, 웹으로 동영상 강의와 자료를 이용해 공부하는 '이러닝 학습'으로 진행된다. 우편학습은 입문(2년 과정), 중급(4년), 성바오로신학영성(2년) 과정, 이러닝 학습은 입문(2년), 구약 중급(2년), 신약 중급(준비 중)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 어르신들을 위한 '새로 나는 어르신 성경공부'도 준비돼 있다. 문의 : 02-944-0819(우편학습), 02-944-0840(이러닝), 02-944-0969(어르신) 베네딕도 성서학교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가 운영하는 베네딕도 성서학교는 구약성경, 신약성경 과정이 있다. 서울 성북구 상지 피정집 말씀터에서 강의가 진행되며 15주 과정이다. 학년별로 개강일이 다르며 개강 당일 현장 접수한다. 개강일은 1학년 4일, 2학년 7일, 3학년 6일, 4학년 5일. 문의 : 02-920-96670 cafe.naver.com/bbs3004 바오로 성서모임 샬트로 성바오로 수녀회가 운영하는 바오로 성서모임은 '성서를 따라서'와 '영신 수련' 과정이 있다. 명동성당 옆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원 교육관에서 3월부터 강의가 시작된다. 문의 : 02-752-7894, www.spcseoul.or.kr 가톨릭성서모임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가 운영하는 가톨릭성서모임은 3월부터 시작되며 안내 강의와 각 본당에서 진행되는 그룹 공부, 성서 40주간(읽기 안내), 성서 40주간 심화반(전정판) 등으로 나눠져 있다. 안내 강의와 성서 40주간 읽기 안내ㆍ심화반은 서울 흑석동 성모교육원과 정릉 교육관에서 진행된다. 문의 : 02-824-4363(성모교육원), 02-914-3968(정릉 교육관) 성서 백주간 성서 백주간은 각 본당과 직장에서 열린다. 본당 주보에서 수강 안내를 볼 수 있다. 주1회 강의가 이뤄진다. 3월 4일부터 시작되는 봉사자교육은 12주 과정으로 서울 신월동 본부에서 진행된다. 문의 : 02-730-4410백영민2014.02.25
![[성경 속 도시] <7>요셉과 엘리사의 도시'도탄'](//cpbc.co.kr/CMS/newspaper/2014/02/rc/498124_1.2_titleImage_1.jpg)
[성경 속 도시] 요셉과 엘리사의 도시'도탄'요셉이 노예로 팔려간 비운의 현장 도탄은 스켐과 사마리아에 가까운 성읍이다. 지중해로 통하는 옛날 통상로에 인접해 있고 높은 언덕 위에 있는 견고한 요새였다. 도탄의 남쪽은 비교적 평원 지대요, 샘과 우물들이 많고 또 가장 좋은 목장 지대로 유명하다. 초기 청동기 시대(기원전 3200~2400년)에 도탄은 이미 대도시로 발전했으며, 여행자에게는 자연적인 경계표가 됐다. 이 성읍 주변에는 최고의 목초지가 있었기 때문에 요셉의 형들이 거기에서 양을 치게 됐을 것이다. 도탄이라는 지명은 '두 우물'이라는 뜻이다. 도탄은 사마리아에서 북쪽으로 17㎞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다. 도탄은 샘이 많고 북쪽으로 평야가 펼쳐져 있어 오늘날도 목축하기에 적당한 땅이다. 땅이 비교적 비옥해 밀, 올리브, 포도 재배가 성하다. 지역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우물이 많은 곳이다. 성경에서 도탄은 요셉과 깊은 관계가 있다. 형들에게 시기를 받던 요셉이 아버지 야곱의 심부름으로 형들을 찾아가 만난 곳이다. "요셉이 대답하였다. '저는 형들을 찾고 있습니다. 그들이 어디서 양들에게 풀을 뜯기고 있는지 저에게 제발 알려 주십시오.' 그러자 그 사람이 말하였다. '그 사람들은 여기서 떠났단다. 도탄으로 가자 하는 말을 내가 들었다.'그래서 요셉은 형들을 뒤따라가 도탄에서 그들을 찾아냈다"(창세 37,16-17). 하지만 형들은 자기들을 찾아 도탄에 온 요셉을 물이 없는 빈 구덩이에 던져 버렸다. 요셉의 형들이 요셉을 던져넣은 구덩이는 우물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다행히 물이 없어서 요셉은 살 수가 있었다. 마침 미디안 상인들이 지나가다 요셉을 발견하고 구덩이에서 끌어냈다. 도탄에는 다마스쿠스와 이집트를 잇는 대상로가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이집트로 향하는 이스마엘 상인들에게 요셉을 은전 스무 닢에 팔아넘겼다. 그리고 요셉은 이스마엘 상인들에 의해 이집트로 끌려갔고, 이집트에서 요셉은 다시 경호대장 포티파르에게 팔려 노예 생활을 했다(창세 37,23-38 참조). 이처럼 도탄은 작은 성읍이지만 요셉이 팔려간 비운의 현장이며 이스라엘 성조 역사의 중요한 의미가있는 지역이다. 또한 도탄은 성경에서 엘리야 예언자의 제자이자 후계자였던 엘리사 예언자와 연관성을 갖고 있다. "아람 임금은 '가서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아라. 내가 사람을 보내어 그를 사로잡겠다'하고 일렀다. 그러자 '그가 도탄에 있습니다' 하는 보고가 임금에게 들어왔다"(2열왕 6,13). 아람 임금이 이스라엘과 싸움을 하던 때, 엘리사 예언자가 아람 왕의 이스라엘 침공에 대한 계획을 영감으로 미리 알아 이스라엘 왕에게 알려줬다. 아람 왕이 엘리사를 체포하기 위해 포위했다가 오히려 그 군사들 눈이 멀게 되어 돌아가게 된 사건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아람 군대가 엘리사에게 내려올 때, 엘리사는 주님께 '저 민족을 치시어 눈이 멀게 해 주십시오'하고 기도하였다. 그러자 주님께서는 엘리사의 말대로 그들을 치시어 눈이 멀게 하셨다"(2열왕 6,18). 이곳 도탄은 과거 역사를 보여주는 무덤이나 유물들이 많이 발견됐고 중세 시대 요새의 유적도 발굴됐다. 지금은 거주하는 인구가 손으로 꼽을 정도이지만 과거에는 화려한 역사를 자랑했을 것이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cpbc2014.02.25
![[아! 어쩌나] 325. 그냥 믿어야 하나요?](//cpbc.co.kr/CMS/newspaper/2015/12/rc/611653_1.0_titleImage_1.jpg)
[아! 어쩌나] 325. 그냥 믿어야 하나요?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문: 저는 서른 살 청년입니다. 오랫동안 여러 종교를 다니면서 길을 찾다가 성당에서 제 마음의 평안함을 얻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교했습니다. 그런데 저를 인도한 어른들은 “믿음은 의문을 가지려고 하거나 물음을 가지지 말고 그냥 믿어야 한다”며 “주님께서도 토마스 사도에게 ‘보지 않고 믿는 자는 복된 자’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신앙을 그냥 받아들이기보다 저 나름대로 이해하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큰데 이런 마음으로는 신앙인이 되지 못하는지요?답: 그렇지 않습니다. 형제님의 생각은 아주 건강한 것입니다. 주님께서 토마스 사도에게 ‘보지 않고도 믿으라’는 말씀을 하신 것은 토마스 사도가 그렇게 많은 가르침을 듣고 많은 기적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심을 품었기에 질책하는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신앙인은 구도자의 길을 가야 하는 사람들이고, 구도자들은 죽을 때까지 배우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기에 형제님의 마음가짐은 바른 것입니다. 영성가들이 말하기를 믿음은 ‘해답’인 동시에 ‘물음’이라고 합니다. 죽을 때까지 물음을 던지고 답을 구하는 것이 신앙인의 삶이란 말입니다. 우리는 저마다 배움을 얻기 위해서 이 세상에 왔습니다. 배움을 얻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더 행복해지거나 혹은 더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깊이 이해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은 24시간 열려 있는 학교와도 같습니다. 이 학교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과목들은 사랑, 용서, 행복, 상실, 두려움, 인내, 수용 등으로, 인간다워짐을 배웁니다. 그리고 이 수업을 다 마치고 나면 나비가 누에를 벗고 날아오르듯이 우리 마음도 유아적 상태에서 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배우는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방랑자들입니다. 늘 떠나는 사람들이란 말입니다. 성경을 보면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떠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도 사람들에게 떠나라는 말씀을 하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방랑 수행자, 구도자가 되라는 말씀이십니다. 그렇다고 해서 집을 떠나란 말은 아니고 마음이 진리를 찾아서 나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영성심리학자들은 방랑자의 원형은 인류 특유의 모습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모습이 없을 때 우리는 인간 특유의 모습을 상실하게 됩니다. 제 자리에 안주한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퇴행하여서 고집스럽고 흉해져 갑니다. 방랑자들은 무언가를 배울 때 권위자들이 던지는 답에 의문을 제기하며 자신만의 진실을 찾아 나섭니다. 아웃 사이더가 되는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는 삶을 삽니다. 그래서 복종이나 경직된 도덕관은 길을 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 영성심리학자들의 견해입니다. 새로운 도덕, 새로운 관념,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 위해, 주님의 가르침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길을 떠나야 하고 물음을 던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삶의 의미를 배우려 하지 않고 그저 시키는 대로 가르쳐주는 대로 살게 되면 방어기제 중에서 ‘내사’라는 방어기제, 자기 자신에게 심리적 고문을 가하는 방어기제가 생겨서 기도는 많이 하는데 마음은 늘 우울하고 힘겨운 신앙생활이 시작됩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신앙생활이 아니라 자기고문 게임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생의 어느 시점에서 물음을 던질 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일까? 주님께서 내게 바라는 삶일까 하는 물음 - 그래야 하느님께서 주신 인생의 의미가 다가옵니다.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말년에 건강이 악화되었지만 그의 시는 힘이 넘쳤다고 합니다. 비록 몸은 병들었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내적 탐구를 하면서 삶의 활력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집회서의 지혜에 대한 말씀을 소개합니다. “지혜는 자신의 아들들을 키워 주고 자신을 찾는 이들을 보살펴 준다.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은 생명을 사랑하고 이른 새벽부터 지혜를 찾는 이들은 기쁨에 넘치리라. 지혜를 붙드는 이는 영광을 상속받으리니 가는 곳마다 주님께서 복을 주시리라(집회 4,11-13).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cpbc2015.12.29
![[안소근 수녀와 떠나는 구약여행] <5>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창세 1,1)](//cpbc.co.kr/CMS/newspaper/2014/12/rc/546923_1.0_titleImage_1.jpg)
[안소근 수녀와 떠나는 구약여행]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창세 1,1)갈릴레이는 왜 종교재판을 받아야만 했나우주에서 찍은 지구 사진. 신앙과 과학, 한쪽 시각으로 서로를 비난하는 건 잘못 성경도 역사·과학적 사실보다 전하는 본질을 이해해야 어느 날 기차 안에서 만난 어떤 분이 저에게, 어렸을 때에는 성당에 다녔는데 과학을 공부하면서 신앙을 버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신 일이 있습니다. 진화론을 믿기 때문에 성경에서 말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대화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아쉬웠습니다. 누군가 그분에게 성경을 읽는 법을 제대로 알려 드리기만 했어도 신앙을 버릴 필요는 없었을 것입니다. 창세기와 자연 과학, 창세기와 역사의 문제, 그리고 진리의 문제. 그런데 만일 어떤 사람이 저에게 창세기의 진술들을 한 마디 한 마디 사실적으로 믿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창세기 1장과 2장 중에서 어느 것을 믿어야 할 것인지를 되묻겠습니다. 창세기 1장에서는 식물들을 먼저 만드시고 마지막에 인간을 만드셨다고 나오는데 2장에서는 먼저 인간을 만드셨고 그 후에 나무들이 자라게 하셨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렇게, 멀리 가지 않아도 성경 본문 안에서 이미 창세기 저자의 의도는 세상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 순서와 방법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창세 1─11장의 태고사뿐만 아니라 12─50장의 성조사도, 역사적 사실성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성서 고고학이 처음 생겼을 때에 고고학자들은 성경의 내용을 확인해 줄 증거를 찾고 싶어 했습니다. 좋은 의도에서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탈출기와 여호수아기의 내용은, 입증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많은 부분은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은 아니었습니다. 자연 과학과의 문제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갈릴레이 사건입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성경에서는 하느님께서 태양을 멈추셨다는 구절이 나옵니다(여호 10,12-14 참조). 움직이고 있어야 멈출 수가 있으니까, 태양이 움직인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래서 태양이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돈다고 주장했던 갈릴레이는 용납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잘못된 태도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역사학이나 자연 과학의 지식을 주장하면서 그러니까 성경은 믿을 것이 못 된다고 여기는 태도입니다. 그리고 둘째는, 성경의 말씀이 진리라고 주장하면서 역사학이나 자연 과학에서 말하는 것이 틀렸다고 여기는 태도입니다. 두 가지 태도가 모두 잘못 되었습니다. 잘못된 이유는 똑같습니다.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듣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 귤은 왜 주황색이냐고 식구들에게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 가지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중에는 하느님께서 그렇게 만드셨다는 대답도 있었고, 귤은 먹히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먹힐 수 있도록 예쁜 색을 띠게 된다는 대답도 있었습니다. 귤의 색깔에 대한 설명은 이 중에서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세상과 인간을 설명하는 방법 역시 그러합니다. 창세기에서 하느님께서 세상을 6일간에 걸쳐 만드셨다고 말할 때에는, 이 세상이 존재하던 첫 6일 동안의 역사를 사실 그대로 기록해 놓은 것도 아니고 세상이 생겨난 과정을 자연 과학적으로 기술해 놓은 것도 아닙니다. 창조 이야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한 가지만 지적한다면, 이 세상이 하느님으로부터 기원하여 존재한다는 것, 다음으로는 그래서 세상의 만물은 본래 선하고 귀중하다는 것, 그리고 특히 인간은 하느님께서 만드신 이 세상을 돌볼 책임을 맡고 있으며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특별한 존엄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창조 이야기 다음으로 11장까지 이어지는 태고사 역시 이 세상에 대해 설명해 주는 나름대로의 역할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하느님께서 선하게 만드신 세상 안에 악이 공존하고 있고, 그러나 하느님의 축복이 악의 힘보다 강하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또한 창세 12─50장의 성조사는 유목 생활을 하던 이스라엘의 선조들이 갖게 된 신앙을 전해 줍니다. 그들은 점차로 하느님을 알게 되었고 삶 안에서 하느님과의 만남을 체험했으며, 이를 자녀들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들은 처음부터 기록으로 전수된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말로 전해진 것이었으며, 완성된 형태로 고정되기까지 계속해서 변화를 겪었습니다. 때로 후손들은 조상들의 역사 안에서 지금 그들이 처해 있는 상황과 같은 모습을 보았고 그래서 그 흔적을 남겼습니다. 이 때문에 아브라함이나 야곱이나 요셉 같은 이들의 역사에는 유배를 겪은 이스라엘의 역사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말하자면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후손의 수는 60만 명이 아니었고, 예리코를 함락시킨 것은 여호수아 시대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어 성경이 거짓되다고 여기고 거부해서는 안 됩니다. 해야 할 일은 이집트를 탈출한 이들이 60만 명이라고 말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여호수아가 예리코를 함락시켰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더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거룩한 저자들이 사실을 기록하는 데 있어서 역사적 오류나 부정확함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비난한다. 이 경우 좀더 자세히 조사해보면 저자의 이런 약점은 당시의 사회생활에서 늘 사용하던, 그리고 실제로 통상적인 것으로 고정되어 버린 고대인의 일반적 표현 양식과 그들 고유의 설화 구사법에 기인하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성령의 영감」, 38항). 백영민2014.12.24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를 받으소서」18일 발표환경 주제로 한 교황 첫 회칙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를 받으소서」영문판 표지. 【CNS】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를 받으소서」(Laudato Si’)가 2015년 6월 18일(목) 낮 12시(로마 시각, 한국 시각 저녁 7시)에 발표되었다. 이 회칙은 더불어 사는 집, 곧 지구를 돌보는 데에 관한 것으로 6장 246항에 걸쳐 환경 문제를 가톨릭 신앙의 관점에서 성찰하며 회개와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찬미를 받으소서」는 환경을 주제로 한 첫 번째 교황 회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울러 이번 회칙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한 두 번째 회칙이지만 첫 회칙인 「신앙의 빛」은 선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초안을 작성한 것을 완성해서 발표한 것이어서 실제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온전히 작성한 첫 번째 회칙인 셈이다. 이 회칙은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태양의 찬가’(Cantico delle creature)에 나오는 후렴구 “저의 주님, 찬미를 받으소서”에서 그 제목을 정하였다. 이 찬가는 우리가 더불어 사는 집인 지구가 “우리와 함께 삶을 나누는 누이이며, 두 팔 벌려 우리를 품어주는 아름다운 어머니”(1항)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특히 교황은 이 회칙에서 인간이 초래한 생태 위기의 근원으로 기술만능주의와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면서 온전한 발전을 위한 접근법으로 다양한 차원의 대화와 생태 교육을 촉구하고 있다. 제1장 “더불어 사는 집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17-61항)는 현재 지구에 나타나는 생태 위기 현상에 주목한다. 이는 지구가 겪는 고통을 우리 자신의 고통으로 인식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다. 그 고통의 예로 회칙은 ▲오염과 기후 변화, 특히 화석 연료 사용으로 초래되는 지구 온난화 ▲식수 오염 ▲생물 다양성의 감소 ▲낮아진 인간 삶의 질과 사회의 붕괴 ▲세계적인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한 지도력의 부족을 언급하고 있다. 제2장 “피조물에 관한 복음”(62-100항)은 피조물에 대한 인류의 책임을 성경의 전승에 비추어 설명한다. 성경은 자연 환경은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모든 인류의 유산이며 모든 이가 책임져야 하는 것(95항)이라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창조에 관한 이야기는 인류와 다른 피조물들과의 관계를 살펴보고 죄가 창조 질서 전체의 균형을 어떻게 깨뜨렸는지를 성찰하는 데에 핵심이 된다. 인간의 삶은 근본적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세 가지 관계, 곧 하느님과의 관계, 우리 이웃과의 관계, 지구와의 관계에 기초를 두고 있다. 성경에 따르면 이 세 가지 핵심적인 관계는 이 세상과 우리 안에서 깨어졌다. 이러한 불화가 바로 죄인 것이다(66항). 제3장 “인간이 초래한 생태 위기의 근원들”(101-136항)은 현재 상황을 분석하여 그 증상과 심층적 원인을 철학과 사회과학과의 대화를 통하여 성찰한다. 현대의 과학 기술 발전이 인류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그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이들이 온 인류와 세계를 지배하는 결과도 낳는다. 그래서 인류는 올바른 한계를 정하고 바른 자제력을 가르쳐 줄 수 있는 건전한 윤리와 문화와 영성이 필요하다(105항). 세계에 대한 인류의 ‘지배’는 책임 있는 관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116항). 고용과 노동 문제도 온전한 생태학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단기간에 걸쳐 더 큰 금전적 이익을 얻고자 인적 투자를 중단하는 것은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기업 행위이다(128항). 제4장의 제목인 “온전한 생태학”(137-162항)은 이 회칙이 정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안하는 핵심 개념이다. 환경의 문제와 인간 사회의 문제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우리는 자연계와 사회 체계의 상호작용을 고려하는 포괄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 장은 세부적으로 환경 생태학, 경제 생태학, 사회 생태학, 문화 생태학, 일상생활 생태학, 공동선의 원칙, 세대 간의 정의를 다루고 있다. 제5장 “접근법과 행동 방식”(163-201항)은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대화는 인류가 자기 파괴의 소용돌이에서 탈출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163항). 교황은 “교회가 과학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정치를 대신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밝히며 “특정 이익이나 이념이 공동선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솔직하고 열린 토론을 권장”하고 있다. 제6장 “생태 교육과 영성”(202-246항)은 모든 이에게 ‘생태적 회개’(216-221항)를 권유한다. 뿌리 깊은 문화적 위기 상황에서, 교육과 훈련 없이 인간의 습관과 행동의 변화는 불가능하다. 이는 모든 교육 분야, 무엇보다도 학교, 가정, 매체, 교리교육에서 이뤄져야 한다. 환경 교육은 일상생활과 습관을 변화시킬 수 있고(211항) 생활과 소비의 방식을 바꾸면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이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206항). 사회를 사랑하고 공동선을 위하여 노력하는 것은 애덕의 탁월한 표현이다(231항). 회칙을 마무리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 세계의 신자들을 두 가지 기도, 곧 “우리의 지구를 위한 기도”와 “그리스도인이 피조물과 함께 드리는 기도”를 바치도록 초대한다. 「찬미를 받으소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제 선정부터 집필, 발표에 이르는 전 과정을 주도한 첫 회칙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명의로 발표된 「신앙의 빛」(Lumen Fidei)은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작성하고 있던 문서를 이어받아 완성한 회칙이고,「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은 전임 교황이 2012년에 소집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정기 총회의 후속 권고였다. 한국어 번역본은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장 김희중 대주교)에서 단행본으로 출판할 예정이다. 남정률 기자cpbc2015.06.18

광주, 공동체성 강화해 새로운 복음화 나선다 2023년까지 중장기 사목 계획 발표, ‘가정의 해’ 이어 본당 공동체·지역 공동체 복음화에 매진 지난 11월 1일 광주시 쌍촌동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 대성당에서 봉헌된 ‘가정의 해 폐막 미사’에서 김희중 대주교와 사제단이 장엄축복을 하고 있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광주대교구(교구장 김희중 대주교)가 새해인 2015년부터 2023년까지 ‘본당 복음화’와 ‘지역 복음화’의 해로 지내는 중장기 사목 계획을 발표했다. 광주대교구는 교구 발전을 위한 ‘공동체성의 회복과 강화’라는 교구장 김희중 대주교의 사목 비전에 따라 교구 설정 75주년을 맞은 지난 2012년부터 3년간 가정 회복을 위한 ‘가정의 해’를 지내왔다. 이어 본당 공동체와 지역 공동체성 회복을 위해 앞으로 9년간 교회 구성원들의 쇄신과 다양한 교육을 실천해 나갈 방침이다. 교구가 교구장의 사목적 판단에 따라 12년간 중장기 사목 계획을 설정ㆍ추진해 나가고 있는 것은 한국 교회 내에서 광주대교구가 처음이다. 교구는 ‘공동체성 회복과 강화’ 두 번째 단계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간 ‘본당의 해 ⅠㆍⅡ’로 지낸다. 이후 2021년부터 3년간은 본당 울타리를 넘어 ‘지역 복음화’에 나선다.교구는 새해부터 2017년까지 ‘세대별 활성화 및 일치를 통한 본당 복음화’에 중점을 두고, 복음화 학교 개설과 성경 통독, 사회교리 교육 등 신자 재교육과 냉담 교우 찾기 운동 등을 펼친다. 특히 교회의 미래인 유아와 어린이, 청소년, 청년 양성에 주안점을 두고 교리 교육 활성화와 부모 교육에 나선다. 또 중년층을 교회 일꾼으로 만들기 위한 1인 1단체 가입 운동과 월 1회 봉사 등에도 힘을 쏟고, 노년층을 위해서는 어르신 학교를 개설해 성경ㆍ교리 교육을 강화한다. 신자 가정과 홀몸 어르신 가정의 자매결연 운동도 전개할 방침이다.아울러 세대별 성경 공부와 신자 가정에서 매일 가족이 함께 성경을 읽는 운동을 권고하며 반모임과 소공동체 지도자 교육에서도 성경 교육을 강화해 나간다. 혼인 장애 문제와 다문화, 이주민에 대한 관심도 기울이며, 본당 사회복지 활동을 통한 지역 복음화 활동도 연계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사목자의 성실한 전례 거행을 통해 전례 안에서 감동을 전하고, 가족이 함께하는 성시간 등을 활성화해 성당 가는 기쁨을 느끼게 하는 사목에 나서기로 했다. 가정의 해에 추진했던 가족 기도 바치기와 가족 성경 필사 등도 계속해서 이어가기로 했다.광주대교구 사목국장 우원주 신부는 “3년간 지내온 가정의 해를 토대로 본당 복음화를 거쳐 지역 복음화로 이어나갈 계획”이라며 “공동체성을 강화해 새 복음화를 구현해 나가는 교구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평화신문2014.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