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록된 하느님 말씀과 전해지는 하느님 말씀[박모란 교리교사의 교리, 궁금한 건 못 참지] (24) ‘성경(聖經)’과 ‘성전(聖傳)’ 이스라엘 쿰란 유적지에서 발굴된 구약성경 사본. 이 두루마리 사본은 당시 최고(最古) 구약 사본보다 최소 1000년 전에 쓰인 것으로 판명났다. 가톨릭평화신문 DB 첫영성체 교리를 하다 보면 아이들 모습에서 얼핏 부모 모습이 보입니다. 그럴 때마다 깜짝 놀랍니다. 부모님이 열심히 성경을 읽고 미사 참여도 빠지지 않으며 늘 기도하는 가정은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기도문을 잘 외우고 대답도 잘합니다. 첫영성체 교리과정 가운데에는 부모님과 함께하는 성경 쓰기가 있습니다. 성경을 열심히 쓰고 있다는 한 학생이 “선생님! 성경은 첫영성체 교리 시간에 배워서 알겠는데 성전은 뭐예요?”라고 질문합니다. 성경에 관해서는 첫영성체 교리과정 중에 자세히 배웠는데, 성전이란 말은 처음 접하니 궁금했나 봅니다. 성경과 성전은 서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성경(聖經)은 성령의 영감을 받아 하느님 말씀을 기록한 책입니다. 총 73권으로, 구약 46권·신약 27권으로 엮여 있습니다. 구약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 탄생 이전에 쓰인 책, 신약 성경은 이후에 쓰인 책입니다. 성전(聖傳)은 그리스도와 사도들에게 위탁하신 하느님 말씀이 기록되는 대신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것입니다. 사도들은 하느님 말씀을 온전히 후세 사도들에게 전했는데, 그들이 성령의 감화를 받아 설교로 충실히 보존하고 설명해 널리 알리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예수님께서 33년간 지상에서 지내시면서 하신 말씀이 네 복음서에 다 기록돼 있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성경 이전에 하느님 말씀이 있었기에 성전이 먼저입니다. 그러므로 성경의 원천이 성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약 성경 첫 권이 나온 때는 기원후 40년경이라고 합니다. 이때는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고 10년 쯤 지난 뒤였습니다. 그러므로 그동안은 성경은 없었습니다. 제자들이 예수님 말씀을 그 자리에서 받아적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성전도 성경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성전은 계시 진리 등 성경에 없거나 정확히 기록되지 않은 것을 더욱 명확하게 밝혀 줍니다. 예를 들면 연옥에 관한 교리나 일요일을 주일로 지키는 관습 등입니다.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과 ‘전해지는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유권적 해석의 임무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행사하는 교도권에만 맡겨져 있습니다. 곧 하느님의 계시로 믿어야 한다고 계시된(「계시헌장」 10항) 모든 것을 신앙으로, 성경과 성전에서 알아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경과 성전, 교회의 교도권은 하느님의 가장 현명하신 계획에 의해 성령의 작용 아래, 영혼들의 구원을 위해 효과적으로 기여하도록 상호 연관돼 있고 결합돼 있습니다. 성전의 내용은 성경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일은 이 밖에도 많이 있다. 그래서 그것들을 낱낱이 기록하면, 온 세상이라도 그렇게 기록된 책들을 다 담아내지 못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요한 21,25) 그런데 가톨릭교회 외에 다른 개신교 교파는 성전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성전을 인정하게 되면, 결국 성전의 주인공인 가톨릭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옛날에 있던 성경 중에는 분실돼 지금까지 전해오지 않은 성경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경만이 주님의 말씀’이라고 말하는 것은 좁은 소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모란 교리교사cpbc2024.10.30
![[생활속의 복음] 우물과 선물](https://img.cpbc.co.kr/newsimg/upload/2026/03/04/Zss1772596168429.jpg)
[생활속의 복음] 우물과 선물사순 제3주일 요한 4,5-42 안니발레 카라치 작 ‘우물가의 그리스도와 사마리아 여인’, 1593~1594년경. 특정 기념일에 나름의 방식으로 정성을 담아 소중한 사람에게 전달하는 선물은 선물 마련의 수고에 견줄 수 없는 행복을 부여한다. 슬기로운 사회생활을 위한 의례적 선물과 주고받기로 조합된 거래적 선물도 있지만, 진정한 선물은 신뢰를 전제로 형성된 ‘관계의 결실’이다. 이 선물은 선물 자체로 그 가치를 판정할 수 없다. ‘사물’(무엇)이 아니라 ‘관계’(누구)가 표출되는 선물은 멀리서도 가깝게, 대면하지 않아도 보이게 하는 만남을 구현한다. 곧 선물은 ‘관계 유지의 표지’다. 신앙을 전제로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기술하는 성경은 ‘하느님의 선물들’을 열거한다. 선물과 유사한 용어가 법률 차원을 넘어선 의미를 함축하는 ‘계약’이다. 옛 계약은 율법을 통해, 새 계약은 그리스도를 통해 성립된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다. 관계 유지의 실태를 ‘의로움’으로 표명하는 바오로 사도는 십자가에서 죽고 부활한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의롭게 됨’(의화 : 로마 5,1 참조)을 역설한다. ‘물을 통한 하느님의 심판’(창세 7,7 참조)을 언급한 성경은 척박한 대지에 샘솟는 ‘물을 통한 하느님의 선물’(탈출 17,6 참조)도 제시한다. 풍부한 수자원을 보유한 에덴동산(창세 2,10-14 참조)으로부터 첫 인간이 추방된 이후, 이스라엘 민족은 물 부족 지대에서 유목하다가 정착하였다. 생존의 필수 요건인 식수 확보가 가능한 샘·우물·호수·강 근처에 인구가 밀집되어 마을이 조성되었다. 지역민이 우물에 대한 지분을 선점하더라도 방문객에게 우물물을 제공하는 행위는 당연한 처사였다.(1열왕 17,10 참조) 한 사마리아 여인이 ‘조상 야곱과 관련된 시카르 고을의 우물’(창세 33,18 참조) 부근에서 방문객 예수님을 만났다. 이 만남에서 소개된 ‘목마르지 않은 물’로 인해 ‘야곱의 우물’(하느님의 선물)이 재조명된다. 관계에 대한 고려 없이 선물을 사물로 대하듯, 목마르지 않은 물 혹은 생명수(묵시 22,17)를 ‘특별한(신령한) 물’로 대상화하는 경향이 있다. 유의점은 하느님과의 관계에 대한 고려 없이 하느님의 선물을 대상화하는 태도다. 영성체 예식에서 신앙인은 ‘빵과 포도주’(사물)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과 피’(관계)를 먹고 마신다. 복음과 천국은 내용이나 장소가 아니라 예수님과의 관계(만남) 유지 상태다.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요한 4,14) 하는 생명수는 ‘어떤 물’(무엇)이 아니라 ‘예수님 자신’(누구)이다. 요한 복음이 전하는 숨을 거두기 직전 예수님의 두 발언은 “목마르다”(19,28)와 “다 이루어졌다”(19,30)이다. 십자가에 매달린 아들의 목마름은 부재한 듯 여겨지는 ‘아버지에 대한 갈증’이고, 아들의 성취감은 현존하여 함께 있는 ‘아버지에 대한 확신’이다. ‘아들 예수님’에게 목마르지 않은 물은 ‘아버지 하느님’이다. 시편은 시냇물을 향한 암사슴의 그리움을 은유로 이를 다음과 같이 명시한다. “하느님, 제 영혼이 당신을 이토록 그리워합니다. 제 영혼이 하느님을, 제 생명의 하느님을 목말라합니다.”(42,2-3) 우리의 목마름은 ‘물에 대한 갈증’인가, ‘하느님에 대한 갈증’인가? 하느님이신 예수님이 목마른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요한 7,37) cpbc2026.03.04

전 세계 청년이 만든 ‘WYD 40년’, 서울이 이어간다제2차 국제준비회의 4일간 열려, 100여개 국 280여 명 관계자 참석... 준비 상황·참가 방법 등 공유·점검 14~17일 인천 네스트호텔에서 열린 2027 서울 WYD 제2차 국제준비회의에 참석한 이들이 14일 회의 시작에 앞서 전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7 서울 WYD 조직위원회 제공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제2차 국제준비회의가 14~17일 인천 네스트호텔에서 열렸다. 세계 각국 주교회의와 교구, 수도회·신심단체의 청년사목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울 WYD 준비 상황과 참가 방법을 공유하고, 청년들을 어떻게 맞이하고 동행할지 논의했다. 참가자들은 서울 WYD가 한국의 문화와 역사뿐 아니라 청년들의 신앙과 희망, 실패와 상처까지도 아우르는 대회가 되기를 기대했다. 회의에는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장관 케빈 패럴 추기경과 2023 리스본 WYD 총괄코디네이터를 지낸 아메리코 아귀아르(포르투갈 세투발교구장) 추기경, 서울 WYD 조직위원장 정순택(서울대교구장) 대주교,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 등 세계 각 대륙 100여 개 나라에서 280여 명이 참석했다.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와 대구대교구 장신호 보좌 주교, 조직위 총괄 코디네이터 이경상 주교, 조직위 사제단과 교구대회 담당자, 봉사자들도 함께했다. 2027 서울 WYD 제2차 국제준비회의가 14~17일 인천 네스트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2027 서울 WYD 조직위원장 정순택 대주교가 14일 개회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정 대주교는 14일 개회식에서 “지금까지 우리의 모든 준비의 중심에는 언제나 청년들이 있었다”며 “청년들이 서로 만나 신앙 안에서 용기를 얻으며 자신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경험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교회와 사회가 세계 청년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집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참가자들을 환영했다. 패럴 추기경은 축사에서 WYD가 청년들뿐 아니라 교회 전체에 중요한 여정임을 강조하며 “WYD는 하느님께서 살아계심을 보여주는 생생한 경험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더불어 “WYD는 순례이며, 그 순례는 오늘부터 시작된다”며 2027 서울 WYD를 앞두고 열린 이번 회의에 기대를 나타냈다. 첫 세션은 ‘세계청년대회 40년-사목적 결실: 유산, 도전,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기회’를 주제로 열렸다. 1986년 첫 WYD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초대로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지 40년을 맞아 그 결실과 과제를 돌아보는 자리였다. 아귀아르 추기경과 전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청년부 책임자 주앙 샤가스 신부, 2019 파나마 WYD 조직위 빅터 창 사무총장이 발표자로 나섰다. 아귀아르 추기경은 “자원봉사자는 세계청년대회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라며 “그들의 말을 듣고 양성하며 신뢰하고 동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귀아르 추기경은 최고의 무대와 시스템도 “우리를 맞아주는 얼굴”을 대신할 수 없다며 “WYD 봉사는 대규모 행사를 돕는 일이 아니라 교회 사명에 참여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대회의 결실을 숫자로만 헤아릴 수 없다”면서 인내와 겸손을 거듭 강조했다. 샤가스 신부는 “성경에서 40년은 도착점이면서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면서 WYD 40주년의 의미를 짚었다. 또 국제대회뿐 아니라 각 지역 교회와 교구에서 열리는 청년대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창 사무총장은 파나마 대회를 “시노달리타스를 배우는 학교”라고 회고했다. 더불어 “청년들은 수혜자가 아니라 주인공이 돼야 한다”며 청년들에게 책임을 맡기고 청년들 제안에 귀를 기울이기를 당부했다. 종합 토론에서는 서울에 오지 못하는 청년들의 참여 방안, 재활용과 쓰레기 감축 실천, 봉사자 선발 기준과 언어 소통 방법 등이 논의됐다. 2027 서울 WYD 제2차 국제준비회의가 14~17일 인천 네스트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세계 각국에서 온 참가자 280여 명이 14일 개최식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한편 교황청 국제청년자문기구(IYAB, 아이압) 청년들도 회의에 함께했다. 20개국 청년 20명으로 구성된 IYAB은 청년의 관점을 교황청에 전하는 자문·참여 기구다. 이들은 “청년은 교회의 미래뿐 아니라 현재”라며 “청년을 위해 무엇을 할지가 아니라 청년과 함께 무엇을 할지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박 4일간 이어진 회의에서는 △2027 서울 WYD의 사목적 의미 △순례자 모집 및 참가자를 위한 준비 △등록 시스템과 순례자 애플리케이션 △교구대회와 본대회 운영 등에 관한 소개와 토론이 이어졌다. 14일에는 한국 전통 공연과 놀이, K팝 등을 선보이는 ‘K-컬처 나이트’가 15일에는 교구대회를 소개하는 ‘DID 엑스포’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16일 절두산 순교성지를 순례하고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미사를 봉헌한 뒤 17일 환송미사를 끝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2027 서울 WYD는 내년 7월 29~8월 2일 전국 교구에서 교구대회가 열린 뒤 8월 3~8일 서울에서 본대회가 개최된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박수정2026.09.17

‘되찾은 아들’ 선물한 이 대통령, ‘평화의 날 담화’ 선물한 교황이재명 대통령, 레오 14세 교황 예방 레오 14세 교황이 15일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선물 교환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Vatican Media 제공 한반도 평화·서울 WYD 협력 논의 양측, 평화·화해 담은 선물 교환 이재명 대통령이 레오 14세 교황을 예방하고, 교황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지지와 관심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15일 오전(현지시간) 교황청 사도궁을 방문해 교황을 만나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염원과 정부 구상을 전했다. 교황과 이 대통령은 또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의 성공 개최를 위해서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의 교황청 방문은 한반도 평화와 2027 서울 WYD라는 두 과제를 연결하며, 새 정부와 교황청의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교황과 이 대통령은 만남 후 평화와 화해, 그리고 상호 존중의 의미를 담은 선물을 주고 받았다. 이 대통령은 교황에게 ‘하느님의 품’ 조각상과 백자 합을 선물했다. ‘하느님의 품’은 성경 속 ‘되찾은 아들’(루카 15,11-32)의 비유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인간에 대한 연민과 용서, 화해와 공동체의 회복을 상징한다. 백자 다용도 합은 한국 백자의 정갈함과 절제된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으로, 청빈과 성찰을 중시하는 사제의 삶을 떠올린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선물 이재명 대통령이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에게 들꽃문양 필함을 선물했다. 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에게 홍삼 달임액을 선물했다. 청와대 제공 ‘하느님의 품’ 조각상. 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레오 14세 교황에게 백자 다용도합을 선물했다. 청와대 제공 이 대통령은 또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에게 전통 칠화 기법으로 제작한 들꽃문 데스크 세트와 프리미엄 홍삼 달임액을 선물했다. 필함과 명함집, 펜접시로 구성된 들꽃문 데스크 세트에는 들꽃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통해 겸손과 성찰의 삶을 기리는 뜻이 담겼다. 홍삼 달임액은 파롤린 추기경의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과 함께 한국의 전통 건강문화를 소개하는 의미를 담았다. 레오 14세 교황과 파롤린 추기경의 선물 풍요의 뿔, 코르누코피아는 성 베드로 대성당 성체 경당에 있는 바닥 장식을 재현한 것이다. '레오 14세의 제59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파롤린 국무원장은 라파엘로의 유명 프레스코화를 재현한 도자기 작품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교황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 1월 1일 발표했던 제59차 세계 평화의 날 교황 담화와 사도궁 관련 서적, 풍요의 뿔을 주제로 한 그림을 선물했다. 파롤린 추기경도 장식용 도자기 접시를 전달하며 우의를 다졌다. 양측이 주고받은 선물에는 한반도 평화와 화해에 대한 염원, 그리고 한국과 교황청이 앞으로도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길 바라는 뜻이 담겼다. 바티칸=김혜영 기자김혜영2026.06.17

서학을 통해 조선 현자들에게 ‘공현’하신 주님[한국 교회 주역, 청년들] (2) 주어사 강학 권철신과 그의 제자들로 구성된 녹암계 현자들은 1779년 겨울 주어사에서 열흘간 가톨릭 교리를 연구한 후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였다. 사진은 주어사 터. 2026년 1월 4일은 전례력으로 ‘주님 공현 대축일’이다. 새 「성경」에 ‘동방 박사’라고 번역된 ‘마고이’ 곧 ‘현자들’이 아기 예수를 경배하기 위해 찾아온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교회는 이날 참하느님이시며 참인간이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든 민족에게 세상을 구원할 메시아로 드러나셨다고 해서 ‘주님 공현(公現)’이란 표현으로 경축한다. 신약 성경의 언어인 헬라어로는 ‘ἐπιφάνεια(에피파네이아)’라고 한다. 우리말로 ‘스스로 드러내심’이라는 뜻이다. 구세주이신 아기 예수께서는 별의 인도로 찾아온 동방 박사들 곧 현자들을 통해 당신을 스스로 드러냈듯이, 우리 민족에게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공현’했다. 바로 ‘한역서학서’(漢譯西學書)의 인도로 ‘서학’(西學)을 탐독하던 현자들을 통해 구세주의 실존을 드러냈다. 동방 박사들이 아기 예수께 황금과 유향, 몰약을 바쳤다. 이 선물들은 그리스도의 ‘왕권’과 ‘신성’, 그리고 ‘인류를 위한 희생’을 상징한다. 하지만 글을 통해 아직 희미하게 구세주의 존재를 인식했던 우리의 현자들에게는 구세주 아기 예수의 신비를 상징하는 예물이 아니라 우리의 ‘사랑’, ‘그리움’, ‘고통’ 등을 하느님께 드리는 우리의 합당한 자세, 마음가짐이었다. 이처럼 우리 민족의 현자들은 서학에 담겨 있는 글 안에서 참 진리이신 예수님을 만났고, 이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드님이자 구세주로 경배할 수 있었다. 이에 동방 박사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은 ‘최초의 이방인’으로 복음서에 등장하듯이, 서학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현자들 가운데 세례를 받은 이들은 ‘우리 민족의 첫 세대 그리스도인들’로 한국 천주교회사 안에 기록되고 있다. 교회의 동아시아 선교와 한역서학서 출간 우리 민족이 한순간 갑자기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성경 시대에 구약과 신약이 하나로 연결되는 ‘중간 시기’가 있었듯이, 조선 후기 유학자들이 서학을 수용해 신앙으로 승화하기까지 궤적을 보여주는 사상사적 ‘수용 시기’가 분명 있었다. 서학의 조선 전래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가톨릭교회의 동아시아 선교 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프로테스탄트의 종교 개혁에 대응해 개최된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 이후 교황들은 유럽 밖의 복음화 정책을 시행했다. 가장 큰 결실이 바로 ‘포교성성’(현 교황청 복음화부) 설립이다. 교황청 포교성성은 선교 지역에 교구와 대목구를 증설했고, 서구 중심의 선교 정책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톨릭 신앙에 어긋나지 않는 한 현지인들의 관습에 순응해 ‘토착화’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일본과 중국에 진출한 예수회와 도미니코회 등 여러 수도회는 다양한 방법으로 조선 선교를 계획했으나 실천으로 옮기지 못했다. 가장 큰 원인은 조선의 쇄국 정책 때문이었다. 조선 후기 서양 문물과 또 서양 선교사들과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해마다 부연사(赴燕使) 일행을 따라 북경에 가서 천주당을 방문하거나 북경 선무문 밖 유리창 상가에서 서양 물건과 한역서학서를 사오는 것이었다. ‘한역서학서’는 16세기 말 이래로 중국에서 활동한 서양 선교사들이 가톨릭 신앙을 전파하고 서양 문물을 전달하기 위하여 가톨릭 교리와 윤리·지리·천문·역사·수학·과학·기술 등을 한문으로 저술 또는 번역한 일체의 서적을 말한다. 한역서학서는 주로 예수회 선교사들에 의해 출간됐다. 16세기 말에서 18세기 말까지 출간된 한역서학서는 400종이 넘는데 그중 가톨릭 서적은 「천주실의」「칠극」「교우론」「기인십편」「직방외기」「성경직해」「성체요리」「천주교리」 등이 유명했다. 조선 학자들이 서학을 대한 태도 한역서학서를 비롯한 서양 문물이 조선에 소개된 것은 17세기 초부터였다. 이후 18세기에 들어 ‘서학’은 학문으로서 본격적인 연구 대상으로 수용됐다. 서학에 대한 조선 학자들의 태도는 세 갈래로 드러났다. 첫째, 서양 학문과 기술, 가톨릭 신앙 모두 받아들일 만한 가치가 있다며 전문을 수용하고 실천한 ‘신서파’(信西派)이다. 이들은 주로 남인계 소장 학자들로 하느님의 종 녹암 권철신(암브로시오, 1754~1785)와 그 문하생들이었다. 둘째, 서양의 과학 기술은 받아들이나 종교와 윤리는 배격하는 ‘비판적 수용론자들’이다. 이들의 주류는 북학파 계열의 홍대용, 박지원, 박제가, 이덕무 등이었다. 셋째, 가톨릭 신앙뿐 아니라 서학 자체를 거부하고 배격하는 ‘공서파’(攻西派)이다. 척사론(斥邪論)을 내세운 안정복, 신후담, 홍정하 등이 주류였다. ‘주어사 강학회’에서 가톨릭 신앙을 수용하다 신서파는 주로 성호학파 가운데서도 좌파로 알려진 양명학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이기에 앞서 명나라 왕양명이 주자학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새로이 수립한 양명학을 수용했다. 경기도 양근 지역 권철신의 문하에서 양명학을 공부하던 권일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이벽(요한 세례자), 정약전, 정약용(요한 사도), 이승훈(베드로), 이존창(루도비코 곤자가), 윤유일(바오로), 홍낙민(루카), 이총억, 김원성, 권상학 등 녹암계가 이들이다. 1779년 겨울, 권철신 주도로 열린 ‘주어사 강학회’에서 녹암계 현자들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열흘간 밤을 새우다시피 한역서학서를 함께 읽고 가톨릭 교리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인 후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였다. ἐπιφάνεια(에피파네이아)!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글을 통해 이들에게 스스로 드러내셨다. 그래서 일부 한국천주교회사 학자들은 권철신의 집이 있는 양근 한감개와 강학회가 있었던 주어사를 ‘한국 천주교회의 요람’이라고 평한다. 조선의 현자들이 처음으로 구세주 그리스도를 경배하고, 주님께서 이들에게 당신의 신성을 드러내신 곳이다. 리길재 전문기자 teotokos@cpbc.co.kr리길재 전문2025.12.31
![[생활속의 복음]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이들](https://img.cpbc.co.kr/newsimg/upload/2026/01/21/CSh1768968175437.jpg)
[생활속의 복음]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이들연중 제3주일 마태 4,12-23 도메니코 기를란다요 작 ‘제자들을 부르심’. 체된 양상을 보인다. 한 인간의 변화도 이와 흡사하다. 섬세하게 설계된 교육 제도가 순기능으로 작용하여 한 인간의 긍정적 변화를 유도하더라도, 특정 연령에 도달한 이들의 실질적 변화를 기대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연중 시기의 시작부를 장식하는 주제어는 대림 시기나 사순 시기와 같은 ‘회개’다. 성경의 전체 맥락이 강조하는 회개를 인간의 ‘죄’와 연동하는 교회의 고전적 해석에 따르면, 회개는 ‘죄를 범하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그런데 그리스어(메타노이아) 어원을 검토하면, 회개는 인생 전반에 걸친 ‘방향 전환’을 함축한다. 회개는 한 인간의 세계관과 가치관의 역동적 변화이다. ‘인간은 스스로 회개(변화)할 수 있는가?’ 변화의 당위성에 수긍하는 인간은 이 당위성으로 변화하지 않고 변화의 중대성과 시급성으로 변화한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향과 품성, 후천적으로 확립된 가치관은 ‘실증적으로’ 견고한 성벽과 같다. 변화는 이에 상응하는 동기 부여를 요청한다. 손해되면 거절하고 이익되면 화답하는 인간에게는 유동적인 손익 계산으로 인한 임시적 변화와 구별되는 중대한 사유로 일어난 드라마틱한 변화가 실재한다. 갑작스러운 체질 변화처럼 중병으로 죽음을 가깝게 의식하거나 밑바닥을 치는 고충을 감내하며 재기한 이들로부터 종종 체감되는 ‘설명할 수 없는’ 변화가 있다. 이 변화는 외부로부터 주어진 자극·활력을 포착하여 자기 내면에서 이를 적용·승화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따라서 회개의 일차적 계기는 ‘자기 밖’에 있으며, 이를 신앙 언어로 ‘은총’이라고 칭할 수 있다. 회개를 강조하는 복음은 ‘변화에 주저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마태 4,16)에게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4,17)고 선포하는 그리스도를 ‘변화의 추동력’(빛)으로 명시한다. 하늘 나라 선포와 병렬로 전개된 제자 선발에서 ‘물고기 낚는(지켜보는) 어부’가 “사람 낚는(돌보는) 어부”(마태 4,19)로 변화(회개)되었다. 당시 이스라엘 민족에게 하늘 나라는 새 시대의 도래를 의미했다. “하늘과 땅”(창세 1,1: 나라)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업적이 최종적으로 완성될 “새 하늘과 새 땅”(묵시 21,1: 하늘 나라)은 이스라엘 민족에게, 특히 유다 지역에 비해 소외되었던 갈릴래아 지역에 변화의 중대성과 시급성을 제공하는 외적 동인, 곧 회개의 근거였다. 하늘 나라가 회개의 주도적 촉매였던 성경의 시대와 달리 오늘날엔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이해된다. 하나는 사후에 진입하고 싶은 ‘천상 천국’이며, 다른 하나는 현실에 건설하고 싶은 ‘지상 천국’이다. 강조점을 어디에 두든, 하늘 나라에 대한 담론이 변화의 중대성과 시급성을 촉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느님의 오른쪽에 앉아 계신”(로마 8,34) 빛이신 그리스도를 매개로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이들’에게 변화의 중대성과 시급성을 제시할 수 있는 교회의 새 언어가 발굴되어야 할 시점이다. 2026.01.21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월간 꿈CUM] 꿈CUM 환경 출처: 월간 꿈CUM 제2장 창조의 복음 : 개괄 (02) 1시간 전에 안경을 어디에 뒀는지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어제 또는 지난주에 안경을 어디에 뒀는지는 잊어버려야 합니다. 옛 기억을 잊어야 지금 필요한 기억을 잊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같은 장소에 매번 둔 경우는 예외로 말이죠.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제2장 창조의 복음’은 지금까지 알고 있는 과학적 지식, 이성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날 때 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신앙적 차원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창조의 복음’이라는 제목을 붙인 2장에 대해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유다-그리스도교 전통’(「구약과 신약의 전통」 76, 78항 참조)에서 이해하는 ‘창조’ 혹은 ‘세상’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서 교황님이 ‘가톨릭 신앙에서 이해하는 전통’이라고 말하지 않고 ‘유다-그리스도교 전통’이라고 말한 이유가 있습니다. 유다교, 정교회, 개신교 등 모든 종교를 초월한 관심과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의도는 뒷부분 ‘제5장 접근법과 행동 방식’에서 드러납니다. “이 행성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 대다수가 스스로 믿는 이들이라 고백합니다. 이 사실이 자연 보호, 가난한 이들의 보호, 존중과 형제애의 관계 구축을 목적으로 하는 대화를 서로 나누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학문들 사이의 대화도 역시 시급합니다.”(201항) 이처럼 회칙 제2장은 복합적인 생태 위기가 영성과 종교를 포함한 다양한 문화와 학문의 대화를 요구한다는 전제로부터 출발합니다. 더 나아가 제2장은 신앙이 ‘자연’과 ‘가난한 사람들’을 보호할 이유와 동기를 제공한다고 강조합니다. 또 자연에 대한 책임감은 ‘신앙의 일부’라고 분명하게 밝힙니다. 그렇다면 제2장에서 구체적으로 다루는 내용은 무엇일까요. Ⅰ. 신앙이 주는 빛(63~64항) Ⅱ. 성경 이야기의 지혜(65~75항) Ⅲ. 세상의 신비(76~83항) Ⅳ. 창조의 조화 안에서 모든 피조물이 전하는 메시지(84~88항) Ⅴ. 보편적 친교(89~92항) Ⅵ. 재화의 공통적 목적(93~95항) Ⅶ. 예수님의 눈길(96~100항) 이 내용들은 단순히 환경 문제와 생태계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신앙적인 시각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있어서 좀 더 넓은 시야를 갖도록 할 것입니다. 이제 그 각 내용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글 _ 이용훈 주교 (마티아, 천주교 수원교구장) 1979년 3월 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사제품을 받았다. 1988년 로마 라테라노 대학교 성 알폰소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3년 주교로 서품되었다. 저서로는 「그리스도교와 자본주의」, 「삶에 대한 이야기」 등이 있다.cpbc2026.05.25

시(詩)와 예(禮)로써 도둑질한다고?! 정말?[월간 꿈 CUM] 철학의 길 _ 동양 고전의 지혜와 성경 (9)태양 볕이 내리쬐는 팔레스티나 촌구석에서 예수님은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예수님을 왜 뽀얀 유럽 백인의 얼굴로 알고 있는 것일까요? 절대적 가치가 되는 그리스도의 얼굴을 자신들의 얼굴로 만들었습니다. 백인의 얼굴 속에 절대적 가치의 기준을 집어넣은 것입니다. 따라서 우월한 백인은 이제 세상을 지배할 정당한 권력자가 되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얼굴을 집어넣은 예수님의 얼굴로 그들은 세상을 보편 법칙으로 지배했습니다. 예수님을 자기 권력과 이익의 도구로 삼은 것입니다. 이런 기만적 행동은 서양 제국주의 시대에만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일상 속에서 얼마든지 기만적 행위가 일어날 수 있음을 장자를 통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삶에 어떻게 자리하고 있을까요? 푸르디푸른 보리가 비탈진 무덤가에 무성하구나. 살아서 남에게 베풀지 않았는데 어찌 죽어 입에 구슬을 물고 있는가. 靑靑之麥 生於陵陂 生不布施 死何含珠爲 이 구절은 유자(儒者)가 부유하게 살다 입에 구슬까지 물고 죽은 자를 보며 그의 욕심과 사치를 『시경』의 내용을 읊으며 풍자, 비판하고 있는 구절입니다. 유학의 가르침에 따라 그가 남긴 재물로 인의(仁義)를 실천코자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내용은 『장자』의 「외물」편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전체 내용을 보면 오히려 유자들을 비판하는 장자의 반전 드라마입니다. 유학자들이 입에 구슬을 물고 죽은 자의 무덤 앞에서 도굴을 시도합니다. 스승쯤 되는 자가 자기 권위로 제자들을 재촉합니다. 그러자 제자쯤 되는 자가 위의 구절을 읊으며 서둘러 입 안의 구슬을 도둑질합니다. 경전의 구절을 읊고 있지만. 자기들 구미에 맞는 구절들로 도둑질을 정당화하는 것입니다. 지식이 많을수록 정의를 구현하는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장자는 유자의 위선적 행위로 지적합니다. 세상은 지식이 많을수록 지도자의 위치가 주어집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높이 쌓은 지식이 도덕적 가치, 사랑의 가치도 높여줄까요? 장자는 말합니다. 유자들은 시와 예로써 무덤을 도굴한다. 『장자』 「외물」 儒以詩禮發冢 앎(知)이 많다고 모두가 도둑은 아닙니다. 그러나 지도층이 권력이든, 명예든, 재물이든 정의보다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면 지식은 이익을 위한 도구가 되기 쉽습니다. 높은 법률가는 법으로 도둑질하며, 높은 정치인은 정치로 도둑질하고, 높은 의사는 의술로 도둑질하며, 높은 성직자는 경전으로 도둑질하고, 높은 경찰은 국민의 안전을 이유로 도둑질합니다. 적극적 도둑질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안위와 자리보전을 위해 도망가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책임은 지지 않고 권위만 누리려는 ‘자리 도둑질’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유자들을 비판하는 장자를 유자들의 아버지 공자에게 물어보면 어떤 말을 했을까요? 공자 또한 그들을 소인이라 나무랐을 것입니다. 공자는 “군자는 정의로움(義)에서 깨우치고 소인은 이로움(利)에서 깨우친다.”(君子 喩於義 小人 喩於利, 『논어』 「이인」)고 했으니까요. 예수님은 구원받으려면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고 하시며, 집주인이 문을 닫아버리면 들어가지 못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고 하십니다. 주인은 그들을 모른다고 하며 그들을 ‘불의’한 자라고 말할 것이라 합니다.(루카 13,22-30 참조) 불의한 자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자, 들어가려 힘쓰지 않는 자입니다. 여기서 ‘힘써라’(아고니제스데)는 운동경기장이나 투기장에서 전력투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온 마음과 몸과 정신을 다한 투쟁적 행동을 보이라는 것입니다. 주인이 종에게 탈란트를 맡기고 여행을 떠난 이야기에서 셋째 종이 쫓겨난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마태 25,14-30 참조) 셋째 종은 돈을 잃는 것이 두려워 땅에 묻어두었다 쫓겨납니다. 그것은 말씀을 듣고 사투를 벌이고 인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먼저 정의가 아니라 이익을 생각하면 행동하는데 두려워합니다. 아마도 그런 이들은 말씀을 실천하지 않으면서 말씀의 지식(知)으로 정당화해 높은 지위를 도둑질할 것입니다. ‘주님, 주님!’ 하면서 실행하지 않는 사람은 반석의 기초 없이 맨땅에 집을 짓는 사람들입니다.(루카 6,49 참조) 세상의 강물이 곧 들이닥치면 겁먹고 무너질 사람들인 것이죠. 유자들은 시와 예로써 도둑질하는데 당신은 무엇으로 도둑질하고 있습니까? 우리 모두 나 자신이 스스로 그 당신이 되어 자문해봅시다. 무덤 앞에서 망자를 위해 기도하는가? 망자의 구슬이 탐나 기도하는가? 시와 예, 법, 경전, 정치, 생명, 자유, 평등, 인권의 얼굴은 망자의 옥구슬이 아닙니다. 글 _ 손은석 신부 (마르코, 대전교구 산성동본당 주임) 2006년 사제수품. 대전교구 이주사목부 전담사제를 지냈으며 서강대학교 대학원 철학과(동양철학전공)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소소하게 살다 소리 없이 죽고 싶은 사람 중 하나. 그러나 소리 없는 성령은 꼭 알아주시길 바라는 욕심쟁이다. cpbc2025.01.10

재활용 옷가게 '소금창고' 운영하는 김경순, 이주희씨봉사지기 10년, 아름다운 신앙 동반자 주님을 향한 신앙 여정에 아름다운 동반자가 되어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친구가 있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서 옷가게 '소금창고'를 운영하는 김경순(마리아 막달레나, 62)ㆍ이주희(후안 디에고, 62)씨다. 초등학교 동창이기도 한 이들은 주님 앞에 "영ㆍ물적으로 가난한 이들을 돕겠다"는 다짐을 하고 10년이 넘는 세월 변함없이 주님 종으로 살고 있다. 신앙의 동반자를 만나러 소금창고를 찾았다. #벼랑 끝에서 만난 주님 "창고에 쌓인 소금을 퍼줄수록 더 많은 소금이 들어오니 주님의 섭리 아니겠습니까." 스스로를 하느님의 소금창고 창고지기라고 말하는 김경순ㆍ이주희씨는 "호스피스 환자를 돕기 위해 옷가지를 모으던 게 쌓여 재활용 옷가게를 만들었다"며 "누군가 물품을 기증하면, 꼭 필요한 이들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김씨와 이씨는 서울의료원에서 호스피스 봉사와 무연고자를 위한 상장례 봉사 등을 하고 있다. 각종 물품을 지원받아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건네는 활동도 한다. 함께 봉사하기를 10년, 봉사는 시련과 주님이 맺어 준 만남 속에서 시작됐다. 이씨는 "1998년 사업이 망하고 가정도 깨져 거리에서 노숙자 생활을 했다"며 "사면초가 상황에서 하늘만 보고 한숨만 쉬었다"고 털어놨다. 당시 그는 김씨에게 빌린 돈이 있었는데 돈을 갚지 못해 연락도 하지 못했다. 김씨 역시 경제적 상황은 비슷했다. 젊은 시절 남편과 사별하고 병고에 시달리면서 신앙적 깨달음을 얻은 김씨는 웨딩숍을 운영해 큰 돈을 벌었다. 하지만 돈이 주님의 것이라고 생각해 아낌없이 내어주다 보니 사업도 흔들렸다. 기도 중에 재물이 주님의 것이라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대희년을 앞두고 채무자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돈 때문에 미워한 것을 용서해 달라, 안 갚아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구 이씨와는 연락이 닿지 않아 늘 마음에 걸렸던 터다. 당시 이씨는 세례를 받고 지방의 한 양로원에서 봉사하고 있었다. 이씨는 "하늘을 보고 문득 '내가 의지할 곳은 주님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길로 성당을 다녀 세례를 받고 봉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봉사를 시작한 지 3년 후, 마음에서 세상에 대한 집착이 사라졌다. 마침 친구 김씨 축일이라 축하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김씨는 "돈 때문에 잃어버린 친구를 하느님이 세례까지 주어 연락이 닿게 해주셨구나"하고 기뻐했다. 그들의 봉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주님 향한 여정의 동반자 "이 친구는 기관차이고 저는 객차입니다." 이주희씨는 김경순씨를 자신을 끌어주는 '기관차' '인생의 내비게이션'이라고 표현했다. 김씨 말만 들으면 주님 향한 여정에서 벗어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씨는 김씨를 따라 성경공부를 다니고 호스피스 등 각종 봉사를 다니며 주님께 한 발 한 발 다가가고 있다. 평일 봉사로 서울의료원(구 강남병원) 호스피스팀 시작의 주춧돌도 놨다. 노숙자, 무연고자가 많은 시립병원 특성상 봉사가 쉬울 리 없었다. 김씨는 "병원에서는 무연고자나 난동을 피우는 환자가 있을 때마다 우리를 불렀다"며 "얼마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으면 아픈데도 소동을 피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임종을 앞둔 이들의 소원 들어주기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바다가 보고 싶다는 이들을 바다로 데려다 줬고, 꼭 보고 싶은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을 찾아 백방으로 다녔다. 김씨는 "임종을 앞둔 환자의 아들이 경제적 이유로 결혼식을 치르지 못한 적이 있었다"며 "의식이 없는 환자가 세상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자녀 결혼 때문이라는 생각에 조촐한 결혼식을 병원에서 열어주었다"고 말했다. 기적이었을까, 환자는 결혼식 중 눈을 떠 기뻐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평온한 얼굴로 주님 품에 안겼다. 떠나는 환자들을 마지막까지 함께 지키고자 두 사람은 상장례지도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비난도 따랐다. 주변 이들이 "왜 게으른 노숙자를 돕느냐"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돈 버는 것도 없이 봉사만 하는 이씨를 보고 자녀들도 우려했다. 이씨는 "장성한 두 딸이 '아버지가 사업 실패로 이제 정신 나갔다'며 걱정을 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딸들은 나이가 들며 아버지를 이해하고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두 딸은 "예수님 발바닥이 되어 낮은 곳에서 일해 달라"며 수입의 십일조를 아버지께 드리고 있다. 김씨 자녀도 그의 든든한 후원자다. 이씨는 작은 소망이 있다고 했다. 그는 "부부냐는 오해도 많이 들었지만, 남은 삶 인생의 동반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듣던 김씨는 "난 이미 하느님과 결혼했다. 다음 생에 해줄게"라며 받아넘겼다. 말을 주고 받던 두 신앙인은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데로 가는데 어떻게 계획을 세우겠느냐"고 웃었다. "주님 향한 여정이 끝나는 날까지 계속해서 영ㆍ물적으로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살아야죠. 앞날은 주님만이 아시죠."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조은일2013.07.02
![[부활특집] 새 생명 품은 흙에서 부활을 일구다](//cpbc.co.kr/CMS/newspaper/2013/03/rc/445147_1.1_titleImage_1.jpg)
[부활특집] 새 생명 품은 흙에서 부활을 일구다 생명의 흙- 천주교 농부학교 생명농업 실습현장에서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요한 15,1)는 성경구절처럼, 하느님을 따라 농부가 될 준비를 하는 예비 농사꾼들이 있다. 이들은 흙에서 새 삶의 부활을 기대한다. 왜 농부일까? 이들은 한결같이 "생명이신 주님 뜻에 따라 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땅을 일구는 농부의 삶을 통해 자연에서 하느님 모습을 보고 배우고 느끼며 살고 싶다는 것이다. 서울대교구 우리농운동본부(본부장 조해붕 신부)가 주관하는 귀농학교인 천주교 농부학교 제8기 학생 30여 명은 화창한 주말인 16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서울 우리농 실습농장에서 농사 준비를 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이들이 흙에서 발견한 것은 생명이었다.봄 햇빛을 받은 새싹들이 흙 속에서 깨알 같은 얼굴을 내밀고 있다.#생명을 품고 부활하는 흙 농부학교 학생들은 3월 초부터 매주 두 차례 이론수업만 받다 이날 처음 들판에 나왔다. 목장갑을 끼고, 삽과 곡괭이를 들었다. 화정동 134번지에 있는 1752㎡ 실습장은 봄이 완연했다. 그동안 쌀쌀했던 낮 기온이 이날은 섭씨 13도를 넘었고, 햇살마저 눈부셨다. 점퍼를 입은 예비 농부들이 소매를 걷기 시작했다. 초보 농사꾼들을 불러 모은 이 땅은 서울 우리농이 물류센터를 지으려고 매입했다가 계획이 바뀌는 바람에 빈땅으로 남은 곳이다. 얼마 전까지 인근 화정동본당 신자들이 주말농장으로 이용했다. 농부학교 학생들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솜씨는 어설펐지만 땀을 흘려가며 곡괭이질을 했다. 주말농장이었지만 큰 돌과 자갈이 많아 일일이 골라내야 했다. 건축 폐기물과 쓰레기도 많았다. 겨우내 흙 속에 숨어 있다가 봄 햇살을 받고 올라온 시금치를 뽑는 일은 여성들 몫이었다. 농부학교 1기 출신 정지양(베드로, 농부학교 전 운영위원장)씨와 송인섭(안드레아) 운영위원장 등 선배들이 초보 농사꾼 멘토를 자청하고 나섰다. 이날 담당교사로 나선 박정국(마르티노, 5기)씨가 "학생들에게 개인 텃밭을 분양하고, 동문을 위한 공동작물도 심을 계획"이라고 하자 학생들은 자신의 텃밭이 생긴다는 기쁨에 힘 든 줄도 모르고 구슬땀을 흘렸다. 얼마 시간이 지나자 초보 농사꾼들이 "허리가 아프다" "팔이 아프다"며 엄살을 떨었다. 선배들은 "한 번에 힘 다 쓰지 말고 여유를 가지세요"하고 후배들을 다독였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점심시간. 하늘ㆍ땅ㆍ똥ㆍ호미 등 모둠별로 자리를 펴고 앉은 이들은 각자 싸온 김밥과 주먹밥, 고추장 비빔밥, 나물 등을 나누며 즐겁게 식사했다. 삼겹살을 굽는 모둠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이런 게 오병이어 기적이 아니겠느냐"며 웃음 지었다. 들판 식사에 농주(農酒)인 막걸리가 빠질 리 없다. 시원한 막걸리가 몇 순배 도니 들녘 농부 모습이 따로 없다. 8기 수강생 김홍진(서울 쑥고개본당 주임) 신부는 "땅은 세상의 모든 더러움까지 겸손하게 품으면서 새로운 생명을 낳는다"며 "땅을 일구는 농부들 마음속에서 하느님 뜻을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종대(시메온, 64, 서울 당산동본당)씨는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어 이번 농사실습이 첫 농사인 셈"이라며 "겨울을 이겨내고 올라온 쑥과 풀을 보니 하느님이 주신 생명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절로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흙의 넉넉함을 배워야 하느님은 인간을 창조하시기 전에 흙(땅)을 먼저 만드셨다. 흙에서 나온 인간은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 "너는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양식을 먹을 수 있으리.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창세 3,19). 황창연(성 필립보 생태마을 관장) 신부는 환경에세이집 「북극곰 어디로 가야 하나」에서 "흙으로 돌아가야 한다. 흙의 부드러움, 따뜻함을 느끼고 만물을 길러 내는 흙의 넉넉함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하느님이 공짜로 주신 땅을 사고팔기 시작하면서 땅값이 오르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에 인간이 삶의 여유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황 신부는 "심리학자들이 일주일에 한 번도 흙을 밟지 않는 사람들 정신을 분석한 결과, 50% 정도가 이상 증세를 보였다"며 흙이 인간의 정신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했다. 겨울 매서운 추위에 웅크리며 사순(?)을 보낸 흙은 부활 즈음에 기지개를 켠다. 햇살과 바람이 따듯해질 이 무렵이면 '예수님 부활을 축하하듯' 땅속에 있던 생명도 몸을 일으킨다. 키 작은 잔디와 이끼들이 먼저 깨어 '부활의 기쁨'을 노래하면, 뒤 이어 매화와 개나리, 벚꽃 등 봄꽃이 추임새를 넣는다. 시인 안도현은 "제비떼가 날아오면 봄이라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은 (…) 이 들판에 나오너라. 여기 사는 흙 묻은 손들을 보아라. 영차 어기영차 끝끝내 놓치지 않고 움켜쥔 일하는 손들이 끌어당기는 봄을 보아라"('봄')하고 농부의 손을 예찬했다. 봄은 거저 오는 게 아니다. 농부들이 들에 나와 흙 묻은 손으로 당겨오는 것이다. 흙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흙은 생명이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조은일2013.03.27
![[출판] 이달의 교계 잡지- 2월](//cpbc.co.kr/CMS/newspaper/2013/01/rc/439527_1.1_titleImage_1.jpg)
[출판] 이달의 교계 잡지- 2월 ▨가톨릭 디다케 특집으로 '사순묵상/교리교안'을 다루며 △사진으로 묵상하는 주일학교 교사의 사순 △사순 시기, 예수님의 사랑! △한 뼘 더 자란 신앙의 키 등을 실었다. '백점짜리 교사 만점짜리 엄마'에서는 스마트폰에 빠진 6학년 남자아이를 둔 부모의 고민과 해결책을 들어봤다. '우리 교사회 자랑'에서는 대구대교구 평화본당 주일학교 교사회를 소개했다.(서울대교구 청소년국/3500원) ▨가톨릭 비타꼰 가르멜 수도회 영성을 특집으로 소개하며 수도회 영성의 전통과 네 가지 영적 단계를 설명했다. 지적장애인들과 함께한 해외문화탐방 동행취재기가 눈길을 끌며, 비타꼰 화랑에서는 서울대교구 가톨릭사진가회 부회장 문수영(토마스)씨 사진과 묵상을 실었다. 가톨릭 신앙유산 기행에서는 이스라엘 시온산을 소개했다.(마리아의 아들 수도회/4000원) ▨경향잡지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소식에서는 '한국 주교, 베트남전쟁 범죄에 대하여 사과하다'를 실었고 '세상 속 신앙 읽기'에서는 상처 받은 신자, 상처 입은 사목자를 다뤘다. '경향 돋보기'에서는 대선 이후의 진정한 민주화를 주제로 △조화로운 민주화를 향한 단상 △경제민주화 없으면 양극화 해소도 없다 △이제는 사회민주화를 이룩해야 한다 등을 게재했다.(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3300원) ▨교회와 역사 번역논저에서는 한국교회사연구소가 소장하고 있는 한문본 「성 요셉 성월」의 해제를 실었다. 「성 요셉 성월」은 북경교구장이던 들라플라스 주교가 성 요셉 성월인 3월에 요셉 성인 덕을 기리고자 1872년 북경에서 간행한 신심서적이다. '사목 서한으로 읽는 한국교회사'에서는 정규하ㆍ르 메르 신부의 서한을 각각 소개하며 19세기 말~20세기 초 한국교회사를 살폈다.(한국교회사연구소/3000원) ▨그물 사순특집으로 이해인 수녀의 가상칠언 묵상시 3편을 실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성 금요일 교황 베네딕토 16세 주례로 로마 콜로세움에서 거행된 십자가의 길 기도의 기도 묵상글을 쓴 포콜라레 회원 부부의 '가정 십자가의 길 기도'를 소개했다. '종교 간 대화'에서는 신정훈(가톨릭대 교수) 신부가 다종교 사회에서의 그리스도인의 증거에 관해 썼다.(마리아사업회/3000원) ▨레지오 마리애 레지오 영성에서는 △성모 마리아의 정신으로(조환길) △교회를 사랑합시다(맥그리거/하성환) △성모님을 닮아 '좋은 땅'이 됩시다(손희송) △새로운 천년기의 거대한 도전(디아르무르/이재호)을 실었다. '걷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선 마산교구 순교자 묘지를 순례했고 '공의회 문헌 풀어보기'에서는 일치교령을 해설했다.(한국레지오마리애협의회/비매품) ▨말씀지기 '아침뜨락'에서는 멕시코에서 사목하는 최강(한국외방선교회) 신부 글 '웰빙을 원하세요?'를 실었고, 영성 에세이로는 △주님의 영광을 누리도록 창조된 인간 △자비와 용서를 베푸시는 주님께 영광을 등을 게재했다. 묵상 시는 김요한 시인이 맡았다. 이와 함께 연중 제3주간부터 사순 제2주간 복음과 독서 말씀을 영한대역으로 실었다.(가톨릭출판사/3000원) ▨사목정보 미래사목 대안에서는 △2040 세대를 위한 교회 모델(현정수) △다원종교시대, 신앙의 부흥(김혜경) △신앙 대물림의 지혜(이영춘)를 게재했다. 시론에서는 '박 당선자의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무지개꿈'(이순성)을 게재했다. 특집으로는 '착한 소비로 자라나는 공동선'을 주제로 △우리 사회 소비의 불편한 진실 △공정무역과 윤리적 소비 등을 다뤘다.(미래사목연구소/1만 원) ▨생활성서 '아버지라는 이름'을 특집주제로 선정해 △아버지 딸의 아버지 기억(조영주) △그 비틀거림마저도 사랑합니다(이창근) △이 시대 아버지들에게 고함(권혁주) 등을 실었다.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탤런트 서현진(가브리엘라)씨를 만나 인터뷰했고 '특별기획-유럽 성모발현지를 가다'에서는 포르투갈 파티마 성모성지를 소개했다.(생활성서사/3900원) ▨성서와 함께 신앙의 해를 맞아 '신앙생활, 잘하고 있습니까?'를 주제로 특별좌담을 마련, 20대부터 60대까지 신자와 사목자들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신앙 생활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복음 속 풍습과 친해지기'에서는 단식에 관해 알아봤고 '배워봅시다, 성경의 언어'에서는 히브리어 자음의 이름과 표기, 발음기호 등을 소개했다.(성서와함께/3000원) ▨소년 봄 방학 특집으로 동생과 함께 읽는 그림 동화 '나는 곰 친구가 있어요'를 실었다. '예수님이 살던 곳'에서는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걸으셨던 예루살렘 십자가의 길을 안내했고, 부모님과 함께 보는 영화에서는 뮤지컬을 소재로 한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를 추천했다. '순교로 빛을 밝힌 성인 이야기' 만화에서는 성녀 김성임 마르타를 소개했다.(가톨릭출판사/4000원) ▨야곱의 우물 '공의회를 사는 사람들'에서는 올바른 성(性)과 생명문화 확산에 힘쓰고 있는 이광호(베네딕토)씨를 만나 우리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할 생명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표정이 있는 풍경'에선 광주대교구 해남본당 김양회 신부의 사진과 글을 실었다. '이슬람 이야기'에선 무슬림들의 꾸란에 관해 알아봤다.(바오로딸/2800원) ▨참 소중한 당신 '아름다운 사람들'에서는 엄마 리더십으로 감동의 야구를 선사한 삼성 라이온즈 김인(루도비코) 사장의 삶과 신앙을 소개했다. 특집으로는 '불통? 화통! 소통^^'을 주제로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저지르지 않습니다(김기경) △자식과의 소통, 어렵지 않아요(류태선) △학교 생활이 고달프냐고요?(박태순) △아~옛날이여!(배용우)를 실었다.(사단법인 미션/3000원) 박수정 기자조은일2013.01.29

"자전거는 타야 재밌지 메고 가면 힘들어"'신앙의 해-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 공동기획한 서울대교구 사목국장 손희송 신부 "신앙은 '기쁨'입니다. 신앙은 하느님께서 주시지만, 그것을 받아 키우는 것은 우리 몫입니다." 평화신문과 '신앙의 해-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를 공동기획한 서울대교구 사목국장 손희송 신부는 "이번 기획은 그리스도인들이 신앙생활의 기쁨을 재발견할 수 있도록 신앙의 기초체력을 길러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손 신부는 "하느님 선물인 신앙을 키우려면 신자들이 하느님 말씀을 듣고 기도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앙에도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앙을 자전거 타기에 비유한 손 신부는 "자전거를 타지 않고 어깨에 메고 다닌다면 힘이 든다"며 "하지만 타는 법을 배우면 자전거 타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앙의 해는 그러한 기쁨을 누리기 위해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는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신앙의 해 공동기획에 바라는 점은 "신앙의 해 취지가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 또한 신앙의 맛과 기쁨을 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아울러 신앙의 해가 일회성 이벤트에 지나지 않기를 바란다. 신앙은 기쁨이자 하느님 선물이다. 신앙의 기쁨을 누리려면 하느님 부르심에 응답해야 한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만남 자체만으로도 기쁘다. 우리는 좋으신 하느님을 만날 때 매우 기쁘다. 순교자들은 신앙을 제대로 알고 살았기에 기쁘게 순교의 칼을 받았다. 신앙의 기쁨을 느끼려면 우리에게 손 내미시는 하느님께 우리도 손을 내밀어야 한다. 미사에 참례하고 돌아가는 신자들 표정에 기쁨이 묻어나야 한다." ▶서울대교구는 말씀ㆍ기도ㆍ교회 가르침ㆍ미사ㆍ사랑나눔 등 5가지 신앙의 해 표어를 정했다. 선정 배경과 취지는 "서울대교구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위기는 '허약한 신앙'에 있다. 예비신자가 있지만 그만큼 냉담교우가 생긴다. 위험신호다. 바오로 사도는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진다'(로마 10,17)고 말했다. 그래서 첫 표어를 말씀으로 정했다. 기도는 그 다음이다. 또한 하느님 뜻은 교회를 통해 분명히 드러나기에 교회 가르침도 중요하다. 요즘 신자들은 교회 가르침까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교회의 공적 가르침은 하느님 뜻이고, 성령의 도우심으로 이뤄졌다. 교회 가르침에 충실히 따라야 한다. 미사는 공동체성을 드러내 준다. 교회의 핵심이 미사다. '하나가 되자'는 것이 우리 신앙이다. 모든 신앙은 열매를 맺어야 한다. 바로 사랑 실천이다. 이냐시오 성인은 '신앙은 시작이요, 사랑은 마침'이라 했고, 야고보 사도는 '행동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고 했다." ▶현대 신앙인들의 신앙적 토대가 점점 약해지는 이유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예전보다 기도를 안 한다. 옛 신자들은 가족과 함께 조과ㆍ만과(아침ㆍ저녁기도)를 바쳤다. 성경공부를 하는 이들도 전체의 10%도 안 될 것이다. 신자로서 꼭 해야 하는 말씀공부와 기도를 안 하는데 신앙적 토대가 튼튼할 리 없다. 교회 외적 요인도 가볍게 볼 수 없다. 학생들은 성적, 어른들은 돈을 하느님 위에 둔다. 돈이 하느님 자리를 차지했으니 신앙이 약해지는 것이다. 돈을 절대화하는 풍토가 문제다. 나 자신을 절대기준으로 삼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도 우려스럽다. 우정이 깊어지려면 친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와주며 함께 이겨내야 한다. 신앙도 마찬가지다.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약해진다." ▶한국교회에도 유럽교회화 돼가는 징후가 보인다는 지적이 있는데 "세속화를 경계해야 한다. 교회 공동체 모습은 세상과는 달라야 한다. 교회 안에서 세속적 판단기준이 통하기 시작하면 교회는 변질되고, 복음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한 예로 교회 봉사직에 명예, 재력, 학력을 내세우면 세상과 다른 게 무엇인가. 입교한 지 얼마 안 돼 냉담하는 사람 중에는 그런 모습에 실망하고 돌아선 경우가 많다. 순교자 중에 황일광(시몬, 1757~1802)이라는 백정이 있다. 그는 천국이 두 곳이라고 했다. 하나는 죽어서 갈 곳이고, 또 하나는 바로 여기라고 했다. 하느님을 만난 양반들이 천민 백정을 한 형제로 따뜻하게 대해줬기 때문이다. 교회가 천국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신앙의 해가 18일로 100일을 맞았다.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신앙의 해를 열심히 살아가는 본당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본당도 있다. 본당에서 신앙의 해 프로그램을 신앙의 기쁨을 얻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으면 한다. 신자들이 신앙과 공동체 생활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사목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목자들 관심과 호응이 성패의 관건이다. 이번 공동기획이 교회 공동체에 동기와 활력을 불어넣어주길 기대한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황병훈2013.01.15
![[본당 사회복지 현실과 문제, 그리고 대안은?]<상> 봉사 활동에 대한 불감증, 본당 사회복지 발전 걸림돌](//cpbc.co.kr/CMS/newspaper/2012/12/rc/436679_1.2_titleImage_1.jpg)
[본당 사회복지 현실과 문제, 그리고 대안은?] 봉사 활동에 대한 불감증, 본당 사회복지 발전 걸림돌재원뿐 아니라 봉사자 부족으로 본당 봉사활동 점차 위축 너도나도 사는 게 팍팍해졌다고 난리다.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음을 모두가 체감한다. 교회는 이럴 때일수록 이웃을 더 돌봐야 한다고 가르쳐왔다. 하지만 교회의 뿌리인 본당의 사회복지 활동은 추운 날씨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은 것 같다. 본당에서 사회복지 활동을 담당하는 사회복지분과장들의 한숨은 늘어만 간다. 미사가 끝나면 삼삼오오 모여 어려운 가정을 방문하던 모습은 옛일이 됐다. 활동보다 봉사자 모집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회의에는 늘 나오는 얼굴만 보인다. 서울 한 본당의 사회복지분과장은 "봉사하려는 신자들이 점점 줄어들어, 지금은 단체가 해오던 봉사활동도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털어놨다. 재정 지원 부족 역시 큰 어려움이다. 2회에 걸쳐 안개 속에 놓인 본당 사회복지 활동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활성화하기 위한 대안을 찾아본다. 2011년 서울 사회사목 시범본당으로 지정된 한남동본당 이창준 주임신부(가운데)와 본당 사회사목 전담 이정희 수녀가 추석을 맞아 형편이 어려운 가정을 찾아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부족한 봉사자 ㄱ본당은 연중 봉사자를 모집한다. 사회복지분과 소속 활동회원은 몇 년째 4명뿐이다. 주보공지와 미사 후 홍보로 봉사자를 모집하지만, 미사가 끝나기 무섭게 각자 삶으로 돌아가 버리는 신자들 뒤로 찬바람만 분다. ㄱ본당 사회복지분과장은 "활동회원을 많이 확보하고 있어야 가정 방문이라도 수월하게 하는데, 발로 뛸 사람이 턱없이 부족해 매달 40여 가정에 지원금만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본당 사회복지 활동은 그야말로 '봉사직' 사명이 투철한 이들만의 활동처럼 여겨지고 있다. 본당 사회복지분과와 레지오 마리애, 빈첸시오회, 나눔의 묵상회 등 봉사단체들이 '소수정예'를 이뤄 형편이 어려운 가정을 돌보고 있다. 팍팍해진 생활 탓에 주변을 돌아보는 넉넉함이 사라진 것도 한 원인이다. 현대사회가 발전하고 복지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향상되면서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공공복지시설이 확충됐다. 그러면서 사회복지 활동을 각종 복지 기관과 시설만의 활동으로 여기고, 신앙생활과 봉사활동을 구분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본당 사회복지는 '하는 이들만 하는' 전문 활동이 된 것이다. 본당 전체가 관심을 두는 선교 활동과는 비교가 된다. 교회가 사회복지시설도 아닌데 왜 가난한 이웃을 돌보는 데 발 벗고 나서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봉사활동에 열심인 이들은 "이야기만 들어줘도 고마워하는 어르신을 보면서 더 큰 주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봉사 불감증 ㄴ본당은 본당 사목자가 바뀐 후 사회복지 활동을 대폭 축소했다. 새로 부임한 주임신부가 본당 복지사업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줄여 사회복지분과는 새로 계획 중이던 사업마저 철회해야 했다. ㄴ본당 사회복지분과장은 "사회복지 활동이 크게 침체되면서 과거 활동하던 모습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라며 "지원이 줄어 지금까지 해오던 활동마저 대폭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교회의 근본 사명이 본당 사제 관심에 따라 요동을 치는 셈이다. 본당 사목자나 단체장이 임기를 마치면 사회복지 활동은 갈피를 잡기 어렵다. 한 사회복지분과장은 "적은 수의 봉사자로 활동하다 보니 막상 사회복지 지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하기도 어렵다"며 "신자 인식 부족과 봉사활동에 대한 불감증은 수년째 본당 사회복지 활동 발전의 발목을 잡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교회 사회복지 관계자들은 본당 사회복지 활동이 부진한 이유로 △본당 사회복지에 대한 사목자와 신자의 인식 부족 △본당 지원 부족 △기도와 성경말씀 등 개인신앙에 치중한 사목 △전문가 부족 △사회복지 교육 부족 △사목자 및 단체장 교체에 따른 업무 연속성 부재 등을 꼽았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주현우(마르코) 계장은 "사회복지 활동이 활발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편차가 두드러질뿐더러 그렇다고 각기 사정이 다른 본당에 복지 활동을 늘려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며 "본당에 사회복지 활동을 전적으로 맡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역이 건강해지려면 본당이 '작은 복지관' 돼야 최근 의정부교구에서 열린 '나눔문화 활성화 방안' 심포지엄에서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박문수(프란치스코) 부원장은 "교회 사회복지 임무를 종사자들만의 과제로 보는 게 문제"라며 "동ㆍ리 단위까지 아우르는 우수한 전달체계를 갖추고 있는 본당이 교회 사회복지 활동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1년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와 사회사목 시범본당 협약을 맺은 서울 한남동본당 이창준 주임신부는 "신자들이 사회복지 활동을 사회복지분과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사명이라고 깨닫는 것이 본당 사회복지 활동의 출발점"이라며 "본당 전체 예산의 10%만 사회복지 활동에 배정해도 본당이 지역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침체된 본당 사회복지 활동을 활성화하는 데에는 사목자의 관심과 지원이 절대적이다. 교구와 본당, 본당과 시설 간 유기적인 협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도 사목자 의지에서 출발한다. 전국 각지에 그물망처럼 뻗어있는 1600여 개 본당이 지역을 위한 '작은 복지관'이 된다면 우리 사회 복지지수는 한 단계 올라갈 것이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조은일2012.12.31
![[재미있는 가톨릭교리] (31ㆍ끝) 영원한 삶](//cpbc.co.kr/CMS/newspaper/2012/01/rc/402492_1.2_titleImage_1.jpg)
[재미있는 가톨릭교리] (31ㆍ끝) 영원한 삶죽음 이후 영원한 삶 위해 오늘도 아름답게 심판은 죽음을 맞이한 후 하느님 앞에서 잘못을 판결받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인격적이고 실제적인 만남을 통해 삶의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사진은 바티칸 시스티나 경당에 그려진 '최후의 심판'(미켈란젤로 작, 1535~1541년).▶죽음을 넘어선 희망 인간은 죽음을 통해 살아온 삶을 마무리하면서 자기 완성의 정점에 다다른다. 죽음에 직면하는 인간은 죽음에 대한 고통이나 두려움만큼 죽음을 극복하려는 희망도 갖는다. 교회는 인간이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생명이신 하느님 안에서 죽음을 넘어 희망할 수 있는 최종적 근거를 갖게 된다고 가르친다. "하느님께서는 영원불멸하는 신적 생명의 친교 안에서 전 존재로 당신을 따르도록 인간을 부르셨고 또 부르고 계시기 때문이다. 이 승리는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죽음을 통해 인간을 죽음에서 해방시키시고 생명으로 부활하시어 거두신 것이다. 따라서 확고한 논증에 바탕을 둔 신앙은 깊이 생각하는 모든 사람에게 미래의 운명에 대한 그의 불안에 해답을 준다."(「사목헌장」 18항)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와 영원한 삶 죽음을 단순히 죄의 결과로 이해하기보다 '죄'와 '예수 그리스도의 인간 구원을 위한 죽음'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인간은 죄로 말미암아 죽음을 겪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구원의 희망을 얻기 때문이다. 이제 죽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신 맏물이시고, 그분으로 말미암아 그분 안에서 죽은 이들의 부활이 가능하며, 그분께서 모든 이들을 구원의 삶으로 초대하시기 때문이다. 영원한 삶이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죽음과 부활로 가능해진 인간 구원의 결정적이고 최종적 상황을 말한다. 이 영원한 삶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미 우리에게 주어졌다. ▶죽음 이후의 실재 1)심판 교회는 하느님께서 인간의 죽음 이후에 인간이 세상에서 살아온 모든 삶에 대해 심판하신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심판이란 하느님과 천사들 앞에서 자신의 잘못이 낱낱이 밝혀지고 하느님 판결을 받는 그런 심판이 아니라, 하느님 현존을 뵈옵고 하느님과 인격적이고 실제적으로 만나면서 자신이 살아온 삶의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드러나는 측면에서의 심판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심판이란 이생의 삶을 살면서 고대했던 하느님과 인간과의 인격적 만남인 것이다. 2)천국ㆍ연옥ㆍ지옥 교회는 인간이 죽은 다음에 하느님께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한 심판을 받고, 그 심판 결과에 따라 천국ㆍ연옥ㆍ지옥 판결을 받는다고 가르친다. 천국은 죄벌이 없는 영혼이 누리고, 연옥은 소죄를 지었거나 보속할 죄벌이 남아 있는 영혼이 겪으며, 지옥은 대죄 중에 있는 영혼이 겪는다. 천국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한 이들이 누리는 하느님과 완전한 합일 상태를 가리킨다. 언제나 하느님과 얼굴을 마주 대하는 은총과 완전하고 충만한 사랑을 영원히 누리는 것이다. 하느님 나라라고 일컬어지는 천국의 삶을 누리기 위해서 다른 무엇보다도 하느님 은총이 필요하지만 이 은총에 응답하는 인간 자세 또한 필요하다. 연옥은 하느님 은총 속에 죽었으나 천국을 누릴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지는 못한 영혼들이 천국을 누리기 위해 정화 과정을 거치는 것을 가리킨다. 연옥은 어떤 장소라기보다는 깨끗하지 못한 인간이 죽음 후 거룩한 하느님을 뵙는 것, 그 자체가 부끄럽고 죄스러워 정화될 수밖에 없는 그분과의 만남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옳다. 지옥은 죽을 죄를 뉘우치지 않고 스스로 자유로이 하느님과 영원히 결별하겠다고 선택한 이들이 겪는다.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지 않고 자기 자신만을 사랑한 이들이 하느님을 뵈올 수 없고 사랑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랑의 결핍, 증오와 절망만을 겪는 것이다. 3)영혼 불멸과 육신 부활 영혼과 육신은 서로 분리될 수 없으며, 이는 죽음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죽음으로 영혼과 육체가 서로 완전하게 분리되지 않으며, 육체와는 관계없이 영혼만이 불멸해 하느님과 함께하지도 않는다. 성경은 죽은 이들이 썩지 않는 몸으로 되살아나고, 썩는 몸이 썩지 않는 것을 입고 죽는 몸이 죽지 않는 것을 입는 그런 날, 영혼이 불멸하고 육체가 부활하는 날이 오리라고 전한다. ▶현재에 내재된 천국과 지옥 영원한 삶은 죽음 이후에 이뤄질 뿐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도 계속되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죽음과 부활로 가능해진 영원한 삶은 미래에 충만히 완성되고 성취되는 삶이면서 동시에 현재에서도 이미 구현되고 실현되는 삶인 것이다. 죽음을 두려워하고 회피하는 것은 죽음을 모르기 때문이다. 죽음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고,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도 알게 된다.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고 신앙인들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죽음 이후 영원한 삶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매일의 삶을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삶'으로 성화시켜가야 할 것이다. 제공=서울대교구 사목국조은일2012.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