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문화산책]<48>영화(10) 도쿄 소나타](//cpbc.co.kr/CMS/newspaper/2014/01/rc/492338_1.1_titleImage_1.jpg)
[가톨릭문화산책]영화(10) 도쿄 소나타크고 작은 시련의 터널 끝에는 언제나 찬란한 빛이 도쿄 소나타(Tokyo Sonata, 2009년) 감독 : 구로사와 기요시 제작 국가 : 일본, 네덜란드 등급 : 12세 이상 상영시간 : 119분 장르 : 드라마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면서 많은 소시민들은 경제적으로 좀 더 삶이 나아지길 꿈꾼다. 소시민들에게는 화합과 소통을 꿈꾼다는 말은 어쩌면 사치스런 말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만큼 힘든 상황과 어려운 처지의 고통이 희망을 품을 힘을 앗아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잠시 '인간이 넘어진다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것이고 다시 일어선다는 것은 신적인 것'이라는 말을 떠올려본다. 시작의 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새롭게 걸어갈 용기를 가진 이들의 영화 '도쿄 소나타' 속에서 그 답을 찾는다. 줄거리 들리나요, 희망이 오는 소리가…. 며칠 전 실직 당한 아빠, 언제나 외로운 엄마, 갑자기 미군에 지원한 형, 남몰래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나. 우리 가족은 모두 '거짓말쟁이'라고 주인공은 고백한다. 초등학교 6학년 켄지에겐 꼭꼭 감춰둔 비밀 한 가지가 있다. 켄지의 천재적 재능을 발견한 선생님은 음악학교 오디션을 권하지만, 아빠의 반대 때문에 몰래 피아노학원을 다니던 켄지는 계속 그 사실을 숨기고 있다. 그런데 비밀은 켄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회사에서 해고된 아빠, 어느 날 사라진 엄마, 미군에 지원한 형까지 모두 숨겨둔 비밀이 있었는데…. 과연 켄지는 아름다운 꿈인 피아노 연주를 계속할 수 있을까? 거짓말쟁이 켄지 가족 불협화음의 조율이 시작된다! 폭풍우가 치네 세찬 폭풍우가 몰아치며 열린 거실 문으로 빗줄기가 들이치고 신문지와 잡지는 바람에 휘날려 뒹군다. 황급히 문을 닫으려던 엄마 메구미는 휘청거리는 나뭇가지들을 멍하니 바라본다. 이어지는 장면은 아빠 류헤이의 사무실. 그는 "폭풍우가 치네" 하며 중얼거린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을 암시한다. 아니나 다를까 저임금 정책에 따라 중국인을 채용한 회사는 총무과장이었던 아빠를 권고 퇴직시킨다. 갑작스런 해고로 가장으로서 권위와 자존심이 무너지자 그는 이 사실을 가족에게 비밀에 부친다. 아침이면 넥타이에 양복을 차려 입고 출근하는 것처럼 집을 나선다. 노숙자들 틈에 끼어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때우며 고용지원센터를 찾아다닌다. 가족만을 위해 헌신하던 엄마 메구미는 정성을 쏟아 도넛을 만들지만 식구들은 관심이 없다. 그녀는 어느 날 소파에 누워 "일으켜 줘, 누가 나 좀 일으켜 줘" 하며 외로움과 무료함에 절규해보지만 간절한 손짓은 그저 허공을 맴돌 뿐이다. 초등학교 6학년 켄지는 아빠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몰래 급식비를 피아노 레슨비로 사용하며 쓰레기통에서 고장난 전자 피아노를 주워 열심히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며 연습을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 평범한 사사키 가족이지만 일본 중산층 가족의 상징으로 보인다. 이들이 사는 집의 내부 역시 그들의 심리를 드러낸다. 집을 둘러싼 전깃줄, 집 뒤를 지나가는 전차가 내는 굉음과 진동은 삶의 굴곡을 의미한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공간인 식탁은 계단과 부엌의 선반이 가로질러 있어 꽉 막힌 느낌을 준다. 거리의 대형 쇼핑센터와 도쿄라는 도시 또한 생명력이 없어 보인다. 류헤이는 직업 전선에 뛰어들어 쇼핑센터 화장실 청소 일을 하게 되는데, 가장으로서 권위를 지키느라 넥타이 차림으로 출ㆍ퇴근하는 위선적 태도를 드러낸다. 큰아들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세계평화를 지키겠다는 포부를 내세워 부모 반대를 무릅쓰고 미군에 자원 입대한다. 새로운 시작의 징검다리 시련의 어둡고 갑갑한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류헤이는 어느 날 쇼핑센터 화장실 청소를 하던 중 돈 봉투를 발견한다. 돈 봉투를 움켜쥔 그는 어디론가 달려가다 쓰레기더미에 부딪쳐 뒹굴며 외친다. "어떻게 하면 다시 시작할 수 있지? 다시 시작하고 싶어…." 일어나 뛰다가 그는 자동차에 부딪쳐 정신을 잃는다. 한밤중이었다. 한편 도둑의 인질로 잡힌 메구미는 도둑이 시키는 대로 훔친 차를 대리 운전해 먼 바닷가에 도착한다. 그 밤에 그녀는 도둑의 진실한 속내를 듣게 된다. 자신은 이제 구제불능이라며 자살하려는 도둑에게 "자기 자신은 하나뿐이에요"하며 용기를 주던 그녀는 눈을 들어 수평선을 바라보며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요"라며 자문하듯 중얼거린다. 설상가상으로 켄지마저 아빠에 대한 반항으로 가출해 고속버스 짐칸에 몰래 숨어든 죄로 지하 감방에 갇힌다. 모든 상황은 무거운 침묵을 자아내는 분위기다. 혹독한 사회 현실, 실패와 좌절 속 사사키 가정은 분열되고 상처만 가득하다. 하지만 어둔 밤이 서서히 밝아올 무렵 이들 마음 안에도 서광의 동이 터 온다. 불기소 처분으로 석방된 켄지도, 거친 파도가 밀려드는 바닷가에 있던 메구미도 새벽 햇살을 받으며 집으로 향할 결심을 한다. 만신창이가 돼 길 옆에 쓰러져 있던 류헤이도 정신을 차리고 주머니 속 돈뭉치를 유실물함에 넣고 집으로 돌아온다. 악몽 같은 어둔 터널을 체험한 이들은 집과 가족의 따뜻함을 느끼며 식탁에 둘러 앉아 함께 식사를 한다. 미군에 입대한 큰 아들만 빼고…. 몇 개월 후 켄지는 음대부속중학교 실기시험에서 드뷔시의 '달빛'을 연주하게 되는데 심사위원들과 청중은 켄지의 연주에 심취한다. 권위와 자존심의 상징이던 넥타이도 없이 입시 시험장에 함께한 류헤이는 아들의 천부적 소질에 놀라 눈물을 글썽인다. 하느님의 영을 상징하는 빛은 연주장을 가득 채우며 생기를 돋운다. 연주를 마친 켄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류헤이와 메구미…. 세 식구가 연주장에서 걸어 나오는 영상 뒤로 엔딩 크레딧이 오르고, 이들의 발자국 소리만 특별한 음향으로 깔린다. 이 소리는 희망을 향해 계속 걸어갈 미래를 암시한다. 하느님은 언제나 다시 시작할 기회를 마련하신다. 어떤 처지에서도 실망하지 않은 이들 안에서 새로운 창조를 이루시는 하느님을 떠올리라는 초대가 아닐까 한다. 꿈과 희망을 안고 '도쿄 소나타'는 2008년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 2009년 아시아 필름 어워드 최우수 각본상과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세계적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감독은 이 영화는 꿈과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세상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시나리오 작가 맥스 매닉스가 쓴 작품을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각본을 수정한 작품이다. 엄마의 비중을 높이고 큰아들 캐릭터를 추가로 등장시켰다. 크고 작은 시련의 터널을 지나 '도쿄 소나타'의 가족들에게 찾아온 희망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주는 용기의 메시지를 함축한 영화다. 성경구절 "사실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보이는 것을 희망하는 것은 희망이 아닙니다. 보이는 것을 누가 희망합니까?"(로마 8,24) 이복순 수녀(성 바오로딸 수도회) cpbc2014.01.14
![[성경 속 궁금증] (25) 라헬은 왜 아버지 라반의 수호신을 훔쳤을까](//cpbc.co.kr/CMS/newspaper/2012/03/rc/408892_1.0_titleImage_1.jpg)
[성경 속 궁금증] (25) 라헬은 왜 아버지 라반의 수호신을 훔쳤을까재산 상속권과 가족으로서 권리 지키려야곱과 라헬의 만남(요셉 폰 휘리히 작, 1836년). 라반의 집에서 종살이하던 야곱은 라반의 집을 떠나 고향에 가기로 결정했다. 야곱은 자신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해 오래전부터 라반으로부터 떠날 계획을 갖고 있었다(창세 31,1-3). 라반이 마침 양털을 깎으러 간 틈을 타서, 라헬은 아버지 집안의 수호신들을 훔쳐냈다. 야곱은 달아날 낌새를 보이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자기 모든 재산을 거둬 도망쳤다. 그는 길을 떠나 강을 건너 길앗 산악 지방으로 향했다. 나중에 이 사실을 모두 알게 된 라반이 야곱 일행을 추격했다. 사흘 만에 야곱 일행을 뒤따라온 라반은 크게 화를 냈다. "자네가 나를 속이고 내 딸들을 전쟁 포로처럼 끌고 가다니,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그런데 자네는 아버지의 집이 그토록 그리워 떠났다고는 하지만, 내 신들은 어째서 훔쳤나?"(창세 31,26-30 참조) "야곱이 라반에게 대답하였다. '장인어른께서 제 아내들을 빼앗아 가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인어른께서 저희 가운데 누구에게서든 어른의 신들을 발견하신다면, 그자는 죽어 마땅합니다. 제 짐 속에 장인어른의 것이 있는지, 저희 친족들이 보는 앞에서 찾아내어 가져가십시오.' 야곱은 라헬이 그것들을 훔쳤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라반은 야곱의 천막과 레아의 천막, 그리고 두 여종의 천막에 들어가 보았지만 찾아내지 못하였다. 그는 레아의 천막에서 나와 라헬의 천막으로 들어갔다. 라헬은 그 수호신들을 가져다 낙타 안장 속에 넣고는 그 위에 앉아 있었다. 라반은 천막 안을 샅샅이 뒤졌으나 찾아내지 못하였다"(창세 31,31-34). 라헬은 왜 위험을 감수하고 다분히 우상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가정의 수호신을 훔쳤을까? 성경을 읽는 독자들에게 의문을 갖게 한다. 구약시대 가정의 수호신은 족장시대에 일종의 우상으로 여기던 물건이다. 고대세계에서는 가족 수호신상이 그 가족을 보호해준다고 믿었던 것은 분명하다. 가정의 수호신은 나무나 은으로 만들었고, 때로는 점을 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수호신 크기도 여러 가지인데, 가지고 다니며 숨길 만큼 작은 것도 있었고, 크기와 모양이 사람과 같은 것도 있었다. 라헬이 이 수호신을 훔쳐 가지고 나온 데는 종교적 이유보다는 재정적 이유가 컸을 것으로 추측된다. 왜냐하면 가정의 수호신은 우상일 뿐 아니라 재산 상속의 증표였기 때문이다. 가정의 수호신을 가진 자는 상속에 있어서 우선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므로 라헬은 아버지 재산에 욕심을 뒀다고 짐작을 할 수 있다. 또 수호신을 가진 사람은 그 가정의 재산을 상속하기도 했지만 비단 그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더 나아가 가족의 일원으로서 가족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역할을 했다. 따라서 라헬이 수호신을 훔친 것은 자신들 유업과 함께 가족의 일원으로서 권리를 되찾으려는 이유에서였다. 라헬이 남편과 아버지를 속이면서까지 수호신에 집착했던 이유라고 하겠다.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퇴사자22012.03.20
![[성경 속 궁금증] (4) 칠십인역 성경이란 무엇인가](//cpbc.co.kr/CMS/newspaper/2011/08/rc/388151_1.1_titleImage_1.jpg)
[성경 속 궁금증] (4) 칠십인역 성경이란 무엇인가학자 72명이 그리스어로 번역칠십인역 성경은 이집트 북부 해안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탄생했다. 그림은 기원전 3세기 당시 70만 권 장서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지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아시리아와 바빌론의 침공, 로마의 예루살렘 점령 등으로 이스라엘 민족은 고향 팔레스티나 지역을 떠나 여기저기 흩어져 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르메니아와 이란 등 아시아 지역으로 한정됐지만 나중에는 이집트, 그리스, 이탈리아 등 로마제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이렇게 고향을 떠나 흩어져 살고 있는 유다인을 가리켜 디아스포라(diaspora)라고 했는데, 이는 이산(離散)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파생한 말이다. 디아스포라 유다인들은 팔레스티나 지역을 떠나서도 그들의 종교규범과 생활관습을 그대로 유지했다. 기원전 4세기 초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페르시아제국을 정복하자 근동에는 그리스문화가 널리 퍼지게 됐다. 교역과 상업이 급속하게 발달했고, 이민을 장려하는 정책이 시행됐다. 유다인들은 이러한 역사적 상황에 매우 능동적으로 반응했다. 이집트 북부 해안도시 알렉산드리아에는 100만 가량 유다인들이 살고 있었다. 알렉산드리아 디아스포라 유다인 2,3세들은 모국어였던 히브리어 대신 그리스어를 모국어로 사용했다. 이러한 언어의 변화는 전통적 유다교 보존에 크나큰 위협이 됐다. 종교적 생존에 위기를 느낀 알렉산드리아 유다인들은 히브리어 성경을 그리스어로 번역해 종교적 문화를 보존하고자 했는데, 이것이 바로 '칠십인역 성경'의 탄생이다. 전설에 의하면 기원전 3세기 중엽 알렉산드리아 왕궁 도서관장 네메트리우스가 프톨래매오 2세에게 히브리어 성경을 그리스어로 번역하는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 제안을 받아들인 왕은 이스라엘 각 지파에 그리스어에 능통한 학자들을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번역 작업을 위해 이스라엘 12지파는 각 6명씩 총 72명의 학자를 알렉산드리아에 보낸다. 이들은 72일 동안 독방에 갇힌 채 개별적으로 번역 작업을 한다. 그런데 이들이 번역작업을 마쳤을 때 신기하게도 모든 번역본 내용이 똑같았다고 전해진다. 그리스어 번역 성경을 뜻하는 칠십인역(라틴어로는 70을 뜻하는 '셉투아진타-Septuaginta'라 하고, 약어로는 로마숫자 LXX로 표기한다)은 이 전설에서 생겨났음이 분명하다. 기원전 3세기 중엽 모세오경을 시작으로 히브리어 성경을 그리스어로 옮기는 작업은 약 100년에 걸쳐 진행된다. 이 번역작업 중 히브리어 성경 원본에는 없는 토빗기, 유딧기, 마카베오기 상ㆍ하권, 지혜서, 집회서, 바룩서 등 7권의 책과 다니엘서 3장 일부분, 에스테르기 일부분을 성경에 포함시켰다. 가톨릭에서는 이 내용도 하느님 영감을 받아 쓰인 것으로 받아들여 제2경전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이는 외경 경전성 논쟁의 원인이 됐다. 어쨌든 칠십인역은 히브리어를 몰랐던 대다수 디아스포라 유다인들에게 자리를 잡았고, 이들은 칠십인역을 그들의 일반적 성경으로 사용했다. 예수님께서 활동하시던 시기에도, 사도 시기에도, 그리고 사도 이후 시기에도 칠십인역은 헬레니즘 문화권 디아스포라 유다인들의 성경이었다. 칠십인역은 초창기 그리스도교 교리를 형성하는 데도 핵심 역할을 했다.퇴사자22011.08.30
![[가톨릭대 문화영성대학원 목요특강 지상중계] <5> 영성, 회심 그리고 정체성](//cpbc.co.kr/CMS/newspaper/2013/11/rc/481761_1.1_titleImage_1.jpg)
[가톨릭대 문화영성대학원 목요특강 지상중계] 영성, 회심 그리고 정체성주님 사랑 체험, 회심으로 이끌어 심종혁 신부(예수회, 서강대 교학부총장)그리스도교는 역사적 사건에 개입하시는 인격적 하느님에 대한 체험의 지평에서 자연 세계의 사건들을 바라보고 그 의미와 목적을 묻는 양상을 지니고 있다. 이 하느님이 모든 변화를 주도하신다. 또한 삶에 대한 가치관의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과 만남을 통해 이뤄진다고 가르쳐왔다. 하지만 현대에는 이러한 종교적 체험의 진위성에 대한 의문과 종교 자체에 대한 새로운 이해로 이와 같은 체험들이 그리스도교의 정체성과 상관되는 고유한 특징이 될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변화'로 대변되는 그리스도교적 종교 체험의 대명사인 '회심'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회심 연구는 종교적 체험의 가치와 의미를 부각시켜 그리스도교의 고유한 진리 체계를 보존하는 데 이바지해야 할 것이다. 보통 인간의 삶을 신체적 혹은 심리적 모습의 변화에 따라 여러 단계로 구분하듯이, 영적 영역에도 어떤 성장의 여정이 있다고 본다. 그리스도교 전통은 고전적으로 인간을 영혼과 육신의 합성체로 파악했고, 영혼이 성장해가는 단계를 정화의 길(purificatio), 조명의 길(illuminatio), 일치의 길(unio)이라는 세 가지 길로 나눠 정교한 신학(영성신학)으로 구성했다. 영성을 연구하면서 우리가 끊임없이 염두에 둬야 하는 질문은 '과연 이러한 내용과 가르침이 나의 삶에 무슨 의미를 전해주고 있는가'이다. 영성(spirituality)이라는 단어는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용어로서, 사용하는 사람이 어떤 의미로 사용하는가를 반드시 확인해야만 하는 단어다. 전통적 의미에서 영성은 '하느님을 대면하고 하느님 생명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생활, 혹은 하느님의 성령께 귀를 기울이는 사람의 영혼'을 의미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 의미를 점차 삶과 연관 지어 '인간의 총체적 체험의 의미를 명상과 성찰을 통해 살펴보는 추구' 혹은 '인간 삶의 현장인 이 세상과의 연관 속에서 계속되는 인간의 총체적 체험의 의미를 명상과 성찰을 통해 살펴보는 추구'로 이해하기도 한다. 회심은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 단어다. 전통적 그리스도교 신학은 기본적으로 회심을 종교적 사건으로 이해했다. 회심자는 불신앙에서 신앙으로, 죄를 짓는 삶에서 죄를 피하는 삶으로 돌아선다.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해보면, 한 개인은 회심을 통해 교회 공동체와의 성사적 일치에 동참한다. 회심을 통해 한 개인은 은총의 삶에 들어서게 된다. 또한 회심이란 한 개인에게 종교적 변화를 가져오는 핵심 체험을 의미한다. 신약성경의 표현을 빌린다면 '새로 태어남'(요한 3,3)을 의미한다. 분명 여기에 어떤 해석의 문제, 의미 부여의 문제가 있다. 우리는 어떤 체험을 돌이켜보며 성찰하는 가운데 그 체험과 연관된 새로운 인식을 얻게 된다. 그리스도인은 다양한 체험을 돌이켜보며 '예수 그리스도의 삶'이라는 거울에 비춰 성찰한다. 회심의 체험은 소명의 체험이기에 모든 회심의 여정은 소명 의식을 통해서 성숙되고 완성된다. 결국 회심이란 예수님을 향한 전폭적인 변환,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 모두가 지닌 '그리스도인'이란 이름에 담긴 정체성의 의미를 살펴보자.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 사건 안에서 구원의 궁극적 의미를 찾는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신앙 고백하면서, 그분과 참된 만남이 바로 지금 여기에서 이뤄지는 구원으로 체험된다고 믿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여러분은 나를 누구라고 하겠습니까?'(마르 8,29) 라는 예수의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누구도 이 질문에 객관적 대답을 할 수 없다. 나자렛 예수의 삶 안에 드러난 하느님의 절대적인 구원 계시는 오직 개인의 신앙에서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참다운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은 단지 우리가 누구인가의 문제일 뿐 아니라, 이 세상에서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가 체험하는 하느님은 누구시고 그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이끄시는 체험을 통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교육시키는가를 찾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에게 시급하게 제기되는 문제는 공동체, 즉 교회란 무엇인가의 문제일 것이다. 책임 있고 의식 있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 문제가 전체 그리스도교 교회라는 지평에서 밝혀져야 하고,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사도적 소명 의식을 지닌 그리스도인의 양성문제가 대두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아버지 하느님의 초대에 응답하면서 세상의 악에 대항해 싸우기 위해 그리스도가 걸으신 길을 함께 걷기를 원하는 사람이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하느님과 세상을 향해서 어떤 특정한 태도를 지니는 것을 의미한다. 이 태도의 뿌리는 바로 그리스도 안에서 경험하는 하느님 사랑의 원초적 체험이어야 한다. 하느님 체험은 우리 안에서 변화를 가져와 그리스도를 향한 회심의 여정으로 이끈다. 정리=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cpbc2013.11.05
![[성경 속 궁금증] (24) 아브라함의 고향 칼데아 우르는 어떤 곳이었을까](//cpbc.co.kr/CMS/newspaper/2012/02/rc/406723_1.0_titleImage_1.jpg)
[성경 속 궁금증] (24) 아브라함의 고향 칼데아 우르는 어떤 곳이었을까최고 문명도시 떠난 아브라함의 믿음 "테라는 아들 아브람과, 아들 하란에게서 난 손자 롯과, 아들 아브람의 아내인 며느리 사라이를 데리고, 가나안 땅으로 가려고 칼데아의 우르를 떠났다. 그러나 그들은 하란에 이르러 그곳에 자리 잡고 살았다. 테라는 이백오 년을 살고 하란에서 죽었다"(창세 11,31-32). 창세기를 보면 아브라함은 노아의 10대손으로, 노아의 맏아들 셈의 후손이라고 나와 있다. 창세기는 또 아브라함의 고향을 칼데아의 우르라고 가르쳐준다(창세 11,28). 아브라함의 고향인 칼데아의 우르는 어떤 곳이었을까? 성경에는 칼데아의 우르에 대한 자세한 언급 없이 지명만이 등장한다. 칼데아(Chaldea)는 바빌로니아 남부를 가리키는 고대 지명으로, 우르(Ur)는 이라크 남부 유프라테스강 가까운 곳에 있던 수메르의 도시국가다. 일부 학자들은 이곳을 지금의 이라크 지역에 있는 텔 엘 무카이야르(Tell el─Mukayyar)로 추정하기도 한다. 아브라함의 고향인 칼데아의 우르를 바르게 이해하려면 수메르(Sumer)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 한다. 수메르는 바빌로니아 남부에 있으며, 세계 최고 문명이 발생한 지역이다. 이곳은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두 강으로 형성된 지역으로 B.C 5000년께부터 농경민이 정착하기 시작한 곳이다. 우르는 남부 유프라테스강 가까운 곳에 있는 수메르의 발달된 도시국가다. 따라서 우르는 과거 세계 최고의 문명도시이기도 하다. 우르는 B.C 4000년경 메소포타미아 북부지역에서 이주한 것으로 보이는 정착민이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레너드 울리(1880~1960)는 1923년부터 성경에 언급된 우르를 발굴하는데, 이곳에서 수백 개 무덤이 있는 묘지가 발견됐다. 묘지 안에서는 왕으로 보이는, 황금 투구와 황금 칼을 찬 채 누워 있는 사람들이 발견됐다. 또 당시 풍습을 엿볼 수 있는 그림과 금ㆍ은으로 만든 술잔, 금 장신구, 보석 등이 함께 발견됐다. 이것은 칼데아의 우르가 부유했을 뿐 아니라 높은 수준의 문화와 예술을 향유했음을 보여준다. 아브라함이 칼데아의 우르에 산 것으로 추정되는 B.C 18세기경에는 평민의 집은 대개 편리하게 잘 지은 2층 집이었으며, 사생활이 보장되고 기후에 맞는 건축양식으로 가족, 노예, 손님을 위한 편의시설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수메르 문화는 세계 최고 문명으로서 오리엔트 역사에 수많은 공적을 남겼다. 이곳은 지리적 특성상 일찍부터 이웃 나라들과 무역을 하며 크게 번영했고, 동시에 수메르 문명을 오리엔트 각지로 전파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수메르는 셈족에 동화됐고, 이후 수메르는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성경을 보면 아브라함은 일흔 다섯 살에 고향과 친척, 아버지 집을 떠난다(창세 12,4). 자신이 살던 고향을 떠난다는 것은 당시 사람들에게는 죽음과도 같은 위험한 행위였다. 당시 아브라함은 세상에서 가장 발전한 나라에서 살았지만 주님 부르심을 받아 어딘지도 모르는 미지의 장소로 떠난다. 성경 저자는 여기서 아브라함의 강한 믿음을 강조했다. 퇴사자22012.02.28
![[백운철 신부의 신약여행] <16>요한복음(중)](//cpbc.co.kr/CMS/newspaper/2013/05/rc/454222_1.0_titleImage_1.jpg)
[백운철 신부의 신약여행] 요한복음(중)생명의 근원인 예수님을 만나도록 초대이스라엘 갈릴래아 호수 근처 타브가에 있는 빵의 기적 성당의 제대 모자이크. 평화신문 자료사진 예수님에 대한 증언은 요한 세례자로부터 시작된다. 요한 세례자가 예수님에 대해 한 증언은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 1,29)이다. 양은 종이라는 뜻도 지닌다. 예수님은 주님의 종으로 고난을 받는 삶을 살 것이라고 증언했다. 요한 세례자는 예수님이 세례를 받으실 때에 성령이 내려온 것을 봤다고 증언한다. 예수님은 성령 안에서 활동하시고 제자들에게 성령을 보내주기로 약속하셨다. 요한복음은 끊임없이 예수님 안에 머물라고 한다. 머무르는 것은 예수님을 만나고 체험하는 진리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요한복음의 주제는 예수님의 생명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예수님은 카나 혼인잔치를 통해 처음 기적을 보여주셨다. 요한복음은 기적이라는 말 대신 표징이라는 말을 쓴다. 예수님은 카나 혼인잔치를 통해 첫 번째 표징을 보여주셨다. 가나의 혼인잔치는 예수님과 교회의 인류 사랑의 결합을 암시한다. 예수님은 당신 사랑의 힘으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셨다. 카나의 혼인잔치를 마친 예수님은 성전을 정화하신다. 예수님은 당신이야말로 살아 있는 성전이라고 하신다. 예수님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하신다.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과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이 대화는 채워지지 않는 영혼의 목마름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사마리아 여인이 야곱의 우물에 물을 길으러 온다. 우물가에는 예수님이 홀로 앉아 계신다. 제자들은 고을로 양식을 사러 가고 없었다. 제자들 양식은 배를 채우는 음식이지만 예수님께는 하느님 뜻을 실천하는 것이 참다운 양식이다.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청하면서 "네가 하느님의 선물을 알고 또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하고 너에게 말하는 이가 누구인지 알았더라면, 오히려 네가 그에게 청하고 그는 너에게 생수를 주었을 것이다"(요한 4,10)라고 말씀하신다. 예수님은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목마르지 않는 물은 성령을 가리킨다. 영원히 목마르지 않게 하는 참다운 음료는 성령이다. 예수님은 갈릴래아 티베리아스 호숫가 건너편에서 당신을 따라오는 많은 군중에게 빵의 기적을 행하신다. 예수님은 5000명을 먹이신 기적을 통해 육신의 주림을 해결해주시되 영원한 생명의 빵을 주시는 데 참된 목적이 있음을 말씀해 주신다. 사람들은 빵을 배불리 먹고 예수님을 쫓아나선다. 예수님께서 빵으로 물질적 부족을 해결해 주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이 단지 물질적 이유만으로 쫓아오는 것을 거부하고 산으로 물러가셨다. 신앙은 우리가 아래 질서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더 높은 질서로 인도해준다. 이 이야기가 바로 생명의 빵 이야기다. 예수님은 생명의 빵에 대해 이렇게 선언한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6,35).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요한 6,54-55). 우리는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성체성사에서 만나는 예수님의 몸과 피라고 이해한다. 우리는 이 말씀을 평범하게 알아듣는다. 그러나 요한복음에서 성체성사에 대한 이야기가 아직 없고 예수는 단도직입적으로 제자들에게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라고 직접 말한다. 이 말은 사람들에게 충격적이었다. 사람들은 "어떻게 사람이 자신의 살을 먹도록 내어주고 피를 마시도록 내어주겠느냐"고 끔찍해하며 예수님을 떠나갔다고 말한다. 유다인들에게 피는 금기의 대상이다. 하느님께서는 노아에게 그 고기를 먹는 것은 허용했지만, 피를 먹는 것은 허용하지 않았다. 성경은 피를 먹지 말도록 강조하고, 초대교회에서는 그리스도인들조차 피를 먹지 말아야 한다고 예루살렘 사도회의가 선포한 바 있다. 피를 금기시하는 유다인을 상대로 내 피는 참된 음료라고 말했을 때 유다인들의 충격은 컸다.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은 인간에 대한 당신의 간절한 사랑을 갈파하셨다. 살을 먹고 피를 마시는 행위는 우리가 경험했다. 우리는 어머니 태 안에서 탯줄을 통해 살을 먹고 피를 마신 경험이 있다. 예수님의 표현은 우리 몸과 뇌리의 깊은 곳에 남은 원초적 기억을 일깨우면서 당신의 살과 피로 우리를 양육하고자 한다는 당신의 간절한 염원을 드러낸 것이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사랑은 모성적인 사랑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예수님도 모성적인 사랑의 모습으로 우리를 영원한 생명으로 초대하고 계신다. 정리=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백운철 신부의 신약여행'은 평화방송 TV 홈페이지(www.pbc.co.kr) 강좌/성경 꼭지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퇴사자22013.05.21

새로운 복음화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는 '성경'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2012년 새해 대담 지난 연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한반도에 깊게 드리워진 긴장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4월에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12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이라는 변수와 맞물려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국내 상황이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이가 그리스도인이다. 종국에는 하느님 사랑과 정의가 승리할 것을 믿기 때문이다. 2012년 새해를 시작하면서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을 만나 이 험한 세상에서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가야 할 길을 물었다. 평화방송TV는 새해 대담을 △1월 1일 오후 1시 10분ㆍ오후 7시 △3일 오전 8시 △5일 오후 8시에 방송한다. 평화방송 라디오(FM 105.3 MHz)는 1일 오전 8시 5분 '2012년 임진년 새해, 정진석 추기경에게 듣는다'는 제목으로 청취자를 찾는다. ▲새해를 맞아 먼저 교우들에게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난 한해를 돌아보면 기쁜 날도 많고 힘든 날도 많았을 것입니다. 언제가 그랬는지는 각자 다르겠지요. 하느님은 모든 인간에게 골고루 태양의 빛을 비추십니다. 그 빛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착한 삶을 살면 축복받고 기쁜 나날이 될 것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삶을 살면 괴로운 나날이 될 것입니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나눔의 삶으로 행복한 하루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지난해 9월 명동성당 일대를 대대적으로 바꾸는 명동성당 종합계획이 첫 삽을 떴습니다. 종합계획은 신자는 물론 명동을 찾는 일반인들에게도 큰 기대를 불러일으킵니다. 명동성당 종합계획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1892년 신축 공사에 들어간 명동성당은 6년 만인 1898년 완공됐습니다. 그러니까 120년 전에 세워진 거죠. 이후 교회가 성장하면서 명동성당 일대를 새롭게 조성할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불편한 점도 많았고요. 명동성당을 찾는 이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자 종합계획을 시작했습니다. 주차장을 지하에 새로 만들고, 그 위를 공원처럼 정비하는 공사입니다. 물론 가장 큰 취지는 역사적인 건물인 명동성당을 잘 보존하겠다는 것입니다. 공사 기간에 명동성당 미사에 참례하는 데 불편한 점이 많을 것입니다. 공사가 끝나면 이전보다 훨씬 좋은 상황에서 미사에 참례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공사하는 동안 신자와 인근 상인들 모두에게 불편을 최대한 덜 끼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소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너른 이해를 구합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올해 사목교서에서 '새로운 복음화'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셨습니다. 하지만 많은 신자들에게 '새로운 복음화'라는 개념은 아직 생소하단 느낌입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복음화', 다시 한 번 정의를 내려주십시오. "한국교회는 지난 50년간 전 세계가 놀랄 만큼 비약적 발전을 이뤘습니다. 인구가 3000만 명 정도였던 50년 전에는 가톨릭 신자 비율이 1%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500만 명을 넘어 신자 비율 10%를 달성했습니다. 신자들이 신앙 선조들의 순교 정신을 본받아 물질적ㆍ정신적으로 모범적 삶을 살아준 결과입니다. 이는 많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입교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현재 한국교회는 본당이 1600여 곳이고, 배출한 사제만 해도 5000명이 넘을 정도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참으로 경이로운 증가세입니다. 그러나 이는 외형적ㆍ양적 지표입니다. '새로운 복음화'는 내적으로, 질적으로 성숙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각도에서 노력하자는 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실천하자는 것이 배경에 깔려 있습니다." ▲2012년은 교회사에 한 획을 그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막을 올린 지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이 공의회를 통해 많은 변화를 맞게 됐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가장 중요한 변화는 무엇인지요. "먼저 공의회라는 게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공의회는 전 세계 주교들의 총회입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21번째 공의회였습니다. 2000년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대략 100년에 한 번꼴로 열린 셈입니다. 교황님을 모시고 하는 공의회에서는 교회의 근본적 문제를 논의하고 결정합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1962년부터 1965년까지 열렸습니다. 시작된 해로 따지면 2012년이 50주년이 됩니다. 이 공의회에서는 아주 중요한 것들이 결정됐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에는 세계 모든 나라에서 자기 나라 말이 아닌 라틴어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그러니 신자들은 대부분 못 알아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의회를 계기로 각자 자기 나라 말로 미사를 봉헌하게 됐습니다. 일곱 성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전에는 성사도 라틴어로 집전했습니다. 혼인성사도 그랬습니다. 공의회 이후에는 라틴어 성사 아닌 모국어 성사도 유효해졌습니다. 또 성경을 자기 나라 말로 번역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공의회 이전에는 성경을 부분적으로 번역해서 사용했습니다. 전체 번역이 없었던 거죠. 구약에서 신약까지 전체 번역은 1977년에 이뤄졌습니다. 이는 공의회 결정을 따른 것입니다. 성경이 우리 말로 번역되기 전에는 신학교에서도 라틴어 성경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지요. 1977년 성경이 완전히 번역된 이후에야 비로소 성경을 자유롭게 마음껏 읽을 수 있게 됐습니다. 요즘은 성경을 공부하는 평신도들이 매우 많습니다. 참으로 반가운 세상이 온 것이죠. '평신도 사도직'이란 말도 공의회를 계기로 생겼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변화입니다. 사도직은 말 그대로 '사도'의 직분입니다. 사도 직분을 계승해서 이어가는 이들이 성직자입니다. 다시 말해 선교하거나 교리를 가르치는 등 사도직은 성직자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그런데 공의회 이후 평신도도 사도직에 참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성직자만 할 수 있던 것을 평신도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참으로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평신도 사도직은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평신도들이 각자 자리에서 복음화에 나선다는 것입니다. 지난 50년간 한국교회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평신도들이 사제, 수도자와 힘을 합쳐 사도직을 충실히 수행해온 덕분입니다. 공의회 이전 교회는 구원과 진리가 오직 그리스도교에만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공의회 이후 교회는 다른 종교에도 진리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다른 종교와의 대화에 적극 나섰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종교 간 대화가 잘 되는 나라도 드뭅니다. 종교 분쟁으로 인한 불상사도 없고, 7대 종단협의회도 잘 운영되고 있고요. 종합적으로 볼 때 공의회 이전 신자들은 미사를 '보러' 다니는 수준이었다고 한다면 공의회 이후부터는 미사에 '참례'하게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례 의미와 성경 말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에 가능해진 것입니다. 전례와 성경으로 깨달은 하느님의 진리를 세상에 선포하는 데 적극 나서는 것이 새로운 복음화입니다. 새로운 복음화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는 성경입니다. 성경을 많이 읽고 묵상할수록 하느님께 한 발 더 가깝게 다가갑니다. 성경을 한 번 쓰는 것은 열 번 읽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른 종교인들과 화목하게 지내고 일상에서 사도직을 수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성당에서는 더할나위 없이 모범적 모습을 보이면서 밖에 나가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됩니다. 성당 안은 물론 밖에서도 하느님 진리를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이것이 사회 복음화입니다. 성직자들이 가기 어려운 삶의 현장에서 복음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평신도 사도직을 수행할 때 많은 이들이 복음을 듣고 사회가 복음화됩니다. 이것이 새로운 복음화의 방법이자 본뜻입니다." ▲지난 해 발표된 교세통계를 보면 지난 10년 동안 2%대를 꾸준히 유지하던 신자 증가율이 2010년 처음 1%대로 떨어졌습니다. 냉담교우 문제도 여전히 심각하고요.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서는 이런 문제들이 시급히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신자 증가율이 떨어졌다고 이야기하는데, 매우 상대적인 표현입니다. 우리는 지난 50년간 비약적 발전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육상으로 치자면 지난 50년은 단거리 경주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제는 마라톤 호흡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마라톤이라는 장거리 경주에 임할 때는 100m 경주에 임하듯 할 수는 없습니다. 호흡을 길게 가져야 합니다. 지난 50년간 한국교회는 단거리 선수처럼 뛰었습니다. 이제는 숨을 고르고 정상적인 발걸음으로 가야 합니다. 지금부터는 신앙을 내적으로, 질적으로 승화시키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양적 성장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지난 해 12월 4일 생명수호주일 미사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야 할 교회의 첫 번째 소명은 생명수호"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한 교회의 헌신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생명환경은 그리 좋아진 것 같지 않습니다. 생명수호 운동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돼야 할까요. "생명수호는 인간이 잉태되는 순간부터 자연사할 때까지 생명을 지키고 존중하자는 것입니다. 교회가 양적으로는 급성장했지만 신앙의 깊이가 깊어졌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특히 가정에서의 신앙생활이 어떤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정에서 나타나는 가장 해로운 반생명적 행태가 바로 낙태입니다. 태아는 인간입니다. 인간은 잉태 순간부터 인간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부부가 낳는 아이 수가 평균 1.08명입니다. 인구 보존이 불가능한 수치입니다. 두 사람인 부부가 두 명은 낳아야 현상 유지가 됩니다. 두 명을 낳지 않으면 인구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왜 1.08명밖에 되지 않을까요.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결국 낙태를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점은 신자들의 낙태율이 비신자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입니다. 하느님 말씀을 따라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은 신자들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면 여태까지 교회가 가르친 것은 헛수고가 되는 겁니다. 사고를 당해서나 어릴 때 사망하는 경우까지 감안한다면 출산율이 2.5명은 돼야 인구가 줄지 않고 현 상태가 유지됩니다. 신자 가정부터 자녀를 2~3명은 낳읍시다. 최소 2명, 욕심내서 3명까지 낳기를 권합니다. 한 명도 낳지 않거나 한 명만 낳는 가정이 많습니다. 신자 가정이 2~3명은 낳아야 모자라는 부분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자살해서는 안 됩니다. 스스로를 죽이는 자살도 살인입니다. 자살은 생명의 창조주인 하느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다른 이의 생명은 물론 자신의 생명도 존중해야 합니다. 생명존중의 출발은 가정입니다. 생명을 존중하려면 가정이 행복해야 합니다. 부부가 화목하지 않을 때 낙태를 합니다. 화목하면 낙태를 하지 않습니다. 가정이 화목하려면 먼저 배우자를 이해해야 합니다. 먼저 이해하려고 할 때 이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먼저 이해해주는 것이 행복입니다. 이해를 요구해서는 이해를 받을 수 없습니다. 부부싸움이 자녀교육에는 최악이라고 합니다. 부부싸움은 하지 않는 게 가장 좋고, 불가피하게 해야 한다면 자녀가 보이지 않는 데서 하세요.(웃음) 자녀는 부모를 닮습니다. 싸우는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가 결혼하면 자신의 부모처럼 됩니다. 부모의 안 좋은 모습을 닮지 않으려 해도 저절로 몸에 배 따라 합니다. 그래서 자녀에게 모범을 보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아이들 눈이 감시 카메라입니다. 늘 조심하고, 모범을 보이세요. 그럴 때 하느님이 축복해주실 것입니다. 가정이 화목하고 마음이 편해야 바깥 일도 잘 풀립니다. 표정도 저절로 밝아지고, 사업이 잘 될 수밖에 없습니다. 만사의 근본은 가정의 행복이라는 것을 꼭 명심하십시오." ▲오늘날 물질 만능주의 사고가 모든 분야를 휩쓸고 있습니다. 가정과 인간관계에서도 마음과 정신보다 물질이 더 우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종교는 특별히 영성적인 면에서 물질보다 영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증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합니다. 그렇다면 왜 생명을 존중해야 하는가. 그 바탕에는 종교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람이 짐승을 죽이는 데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간을 죽이는 데는 죄책감이 따릅니다. 낙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하느님을 닮은, 영혼이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인간 생명을 존중하는 것은 인간이 하느님을 닮고 영혼을 지닌 존재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인간은 생명의 존엄성을 깨닫고 그것을 지켜나갈 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이 가르침은 자연스레 우리를 나눔으로 이끕니다.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는 인류 모두의 것입니다. 몇몇 소수가 독점해서는 안 됩니다. 지구의 모든 자원은 인류 전체의 선익을 위해 사용해야 합니다. 즉 공동선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교회가 말하는 사회정의입니다. 인류가 함께 골고루 나눠써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이에게 똑같이 나누는 것이 '균등' 분배입니다. 그러나 열심히 일하는 자나 게으른 자나 똑같이 나누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공정' 분배가 돼야 합니다.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는 더 많이 주는 것이 공정 분배입니다. 획일적으로 똑같이 나누는 균등은 정의롭지 않습니다. 열심히 일한 만큼 더 주는 공정이 정의로운 것입니다. 공정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공권력입니다. 국가 공동체가 이룩한 성과를 국민에게 공정하게 나눠주는 것이 이상적인 공권력입니다. 저는 얼마 전 「안전한 금고가 있을까」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이 세상에는 안전한 금고란 있을 수 없습니다. 공동선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이들과 나눌 때 하늘 나라에 보화를 쌓게 되는 것입니다. 하늘 나라에 쌓는 보화는 이 세상 것이 아닙니다. 하늘에 보화를 쌓을 때 하느님의 선물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은 하늘의 보화가 될 수 없습니다. 이웃을 위해, 많은 이들을 위해 나의 것을 쓸 때 하늘에 보화를 쌓게 되는 것입니다." ▲요즘 우리 젊은이들에겐 꿈이 없다고들 합니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허리가 휘고 어렵게 공부를 마쳐도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젊은이들이 희망을 가지려면 우리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젊은이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추기경님께 격려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세상이 어렵습니다. 많은 이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책을 많이 읽으세요. 젊은이 여러분께 시간은 하느님께서 주신 가장 고귀한 보물입니다.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만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적극 활용하십시오. 시간을 효율적으로 잘 쓰는 방법을 연구하고 노력하세요. 불평하고 실망할 시간이 없습니다. 시간을 아껴 다른 이들에게 선익이 되는 큰일을 할 수 있도록 능력과 열정과 사랑을 키우세요. 그렇게 노력할 때 하느님께서 길을 열어주실 것입니다. 기회와 상황을 만들어주실 것입니다. 많은 이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열정과 실력을 키울 때 하느님은 반드시 젊은이 여러분을 귀하게 쓰실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평화방송ㆍ평화신문 시청취자와 애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십시오. "근래 방송이 많이 늘었습니다. 하루 종일 TV만 볼 수는 없습니다. 가려서 시청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결국 어떤 방송을 보느냐가 중요하겠죠. 영적으로 유익한 TV와 라디오가 평화방송 TV와 라디오입니다. 성경 이야기는 물론 다채로운 교회 소식과 재미있는 내용이 많습니다. 영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방송보다는 교회가 운영하는 평화방송 TV와 라디오를 보고 들으십시오. 신문으로는 평화신문이 있습니다. 하느님 말씀을 통해 여러분 영혼을 살찌울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남정률2011.12.27
![[가톨릭 문화산책]<53> 영화(11) 오만과 편견](//cpbc.co.kr/CMS/newspaper/2014/02/rc/498140_1.4_titleImage_1.jpg)
[가톨릭 문화산책] 영화(11) 오만과 편견 오해와 편견이 이해와 사랑으로 바뀌는 만남의 은총 오만과 편견(Pride & Prejudice, 2005년) 감독 : 조 라이트 제작국가 : 프랑스ㆍ영국 등급 : 12세 이상 상영시간 : 127 분 장르 : 로맨스, 드라마 인간은 누구나 만남을 통해 서로를 알게 되고 관계가 형성된다. 이 사이에 끼어드는 내면의 불청객이 있다면 오만과 편견이 아닐까?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는 「만남의 신비」에서 "만남이란 하나의 신비이며, 이 만남 안에는 진귀한 보물과도 같은 사랑ㆍ용서ㆍ구원ㆍ감사ㆍ생명ㆍ희망ㆍ평화ㆍ기쁨 등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남녀간 사랑 역시 만남에서 시작되고 헤어짐의 발단도 만남에서 비롯된다. 수많은 인간 군상들 속에 펼쳐지는 만남의 진실을 보여주는 영화 「오만과 편견」 속으로 들어가 보자. 줄거리 사랑이 싹틀 무렵 남자들이 빠지기 쉬운 실수는 '오만'이고, 여자들은 깨기 힘든 '편견'에 사로잡히기 일쑤다. 이 모든 것을 넘어선 진실하고 아름다운 사랑으로 진전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엘리자베스'는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결혼까지 이어지는 것임을 굳게 믿고 있는 자존심 강하고 영리한 소녀다. 좋은 신랑감에게 다섯 딸을 시집보내는 것을 부모의 목표로 생각하는 극성스러운 어머니와 자식들을 극진히 사랑하는 너그러운 아버지를 중심으로 화목한 베넷가(家)의 다섯 자매 중 둘째 딸이다. 조용한 시골에 부유하고 명망 있는 가문의 신사 '빙글리'와 그의 친구 '다시'가 여름 동안 대저택에 머물게 되고, 그곳에서 열리는 댄스파티에서 처음 만난 '엘리자베스'와 '다시'는 서로에게 야릇한 호감을 품지만 자존심 강한 '엘리자베스'와 무뚝뚝한 '다시'는 만날 때마다 서로에게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저울질만 한다. '다시'는 아름답고 지적인 그녀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되는데…. 폭우가 쏟아지는 날, 비바람이 몰아치는 언덕에서 가슴속 깊은 곳에 담아둔 뜨거운 사랑을 그녀에게 고백한다. 결혼의 조건은 오직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는 '엘리자베스'는, '다시'가 그의 친구 '빙리'와 그녀의 언니 '제인'의 결혼을 앞두고 '제인'이 명망 있는 가문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반대한 것을 알게 된다. 이로 인해 그를 오만하고 편견에 가득 찬 속물로 여기며 외면하고….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의 골이 깊어지는데 '엘리자베스'와 '다시'는 과연 서로의 진심을 알고 사랑을 키워갈 수 있을까…. 첫 만남 영화의 첫 장면은 소설책을 읽으며 걷는 리지(엘리사베스를 엘리자나 리사, 리즈, 리지, 베스, 베티 등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다)를 클로즈업하며 시작된다. 그녀의 성격을 드러내는 단순하면서도 짙은 색감의 드레스! 아침 햇살이 그녀를 환히 비춘다. 자신의 선입견을 넘어가듯 다리를 건너 집으로 향하는 그녀를 따라 카메라는 롱테이크(long take)로 베넷 집안으로 들어간다. 천진한 모습으로 뛰어 다니는 딸들! 엉망인 집안! 거기에 개까지 집 안을 들락거린다. 집안으로 들어가려던 리지는 자기만의 창을 통해 타인을 바라보듯 창문을 통해 엄마, 아빠가 이야기하는 소리를 듣는다. 부각되는 장면은 베넷가 집 밖 전경으로 이어진다. 집 앞에는 연륜을 드러내는 깊게 주름진 표피의 큰 나무 밑둥치가 양쪽에 서 있다. 오만과 편견이라는 뿌리 깊은 인간 내면의 대결을 상징하듯이…. 모든 남자들은 단순하면서도 멍청한 속물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리지는 무도회에서 다시와 첫 만남 때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런 그녀가 다시에게 용기를 내어 춤 파트너가 되어주길 신청하지만, 그는 무뚝뚝하게 정중하고도 냉정하게 거절한다. 더욱이 그가 친구에게 리지의 외모에 대해 폄하하는 말을 엿듣고는 불쾌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친절한 구석이라곤 없어 보이는 무뚝뚝하고 잘난 척하는 다시, 언제나 검은 정장에 흐트러짐 없는 반듯함을 지닌 귀족의 풍모를 지닌 그는 고상함과 완벽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여자는 완벽해야 하고 그림이나 춤, 피아노도 할 줄 알고, 독서로 지성도 쌓아야 한다며 베넷 가문의 여자들을 속물로 바라본다. 그는 누구의 말에도 동요되지 않으며 쉽게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다시가 오만한 사람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히게 된 리지는 위크햄을 만나 다시와의 관계를 듣는다. 그의 거짓말을 진실로 믿는 리지는 다시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을 더 굳힌다. 콜린즈의 청혼을 당당히 거절한 그녀는 맨발로 집 뒤뜰 그네에 앉아 빙글빙글 꼰다. 편견에 대한 집착에 가득 차 계속 주변의 모든 것들을 그런 시선으로 바라본다. 어느 날 다시의 숙모를 돕는 피츠윌리암을 만나게 되는데 리지는 언니 제인의 결혼을 파경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 다시라는 이야기를 듣고 분노와 실망의 어두움에 깊이 빠져든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 비에 흠뻑 젖은 오만과 편견의 주인공들의 만남! 둘은 언성을 높이며 극한으로 치닫는다. 이 공방전을 통해 서로 간에 오해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다시는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리지를 향해 사랑을 고백하며 청혼한다. 하지만 언니를 불행에 빠트린 사람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단호히 거절하는 리지! 난 장님이었어 다시와 헤어진 리지는 아주 캄캄한 방안에서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며 허공을 응시한다.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의 거울 이론과도 같은 심리적 갈등 속에서 카메라 렌즈를 똑바로 바라보는 리지. 그 모습을 부각시킴으로써 리지의 내면을 관객에게 들키는 효과와 함께 관객 또한 그녀와 같은 얼굴을 지니고 있음을 암묵적으로 상징했다. 인생이란 깨달아 가는 과정으로 점철된 역사라고 말하고 싶다. 이 역사는 언제나 만남이라는 구체적인 사건으로 이뤄진다. 리지는 언니 제인에게 고백한다. "난 장님이었어." 다시는 잠옷 바람으로 리지의 거실을 찾아와 오해를 풀기 위한 편지 한 통을 놓고 간다. 언니와 빙리와의 관계, 위크햄의 거짓말로 빚어진 오해가 얽혀 있었음을 깨닫는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새로운 마음의 시선으로 사물과 사람을 바라보게 된다. 그날 밤 오렌지색의 둥근 원과 어두운 그림자들이 빅 클로즈업(big closeup)된 리지의 눈동자 속에서 춤을 추며 스쳐지나 간다.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벌판을 지나 절벽에 올라 바람을 쏘이는 리지! 이제 편견에서 해방된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은총의 만남 캐서린 부인의 방문으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리지는 다음날 새벽 안개 자욱한 벌판에 서 있다. 멀리 저편에서 풀어헤친 셔츠 바람으로 급하게 그녀를 향해 오고 있는 다시! 캐서린 부인의 무례함으로 고통 받았을 리지를 위로하며 사랑을 거듭 고백한다. 어두운 밤의 터널을 빠져나온 듯한 정화된 사랑의 순수함이 드러난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은 두 사람의 미래를 예고하듯 환히 비춘다. 오해에서 이해로, 교만에서 겸손으로, 용서와 사랑의 과정을 겪은 진솔한 만남이며, 은총의 시간이다. 다시는 오만했던 마음을 비운 겸손한 모습으로 리지를 기다리고, 청혼 허락을 받기 위해 리지 역시 진심을 말한다. "그분은 교만하지 않아요. 제가 오해한 거예요…. 우리 서로가 잘못 봤던 것이에요…. 제가 분별력을 잃었어요. 둘 다 고집이 센 점이 많이 닮았어요." 예수님은 인간 그 자체를 믿으셨기에 모든 사람들을 판단하지 않으셨고 편견의 잣대로 저울질하지 않는 분임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모든 관계는 참된 만남에서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은 TV 미니시리즈로 네 번이나 영국 BBC에서 제작돼 인기를 모았고, 영화로도 제작됐다. 2005년 영상의 귀재이자 탐미적 낭만주의자인 감독 조 라이트는 이 영화를 맡기 전 오스틴의 작품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문학보다 시각예술과 그 문법에 익숙한 사람으로서 영화 「오만과 편견」 한 장면 한 장면에 정성을 기울였다. 사랑 받는 작품들은 모두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고, 세대를 초월해 공감할 수 있는 감동적인 진실을 담아내고 있다. 사랑의 관계는 남녀 관계뿐 아니라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이기도 하다. 이 만남의 관계가 오래 지속되고 진실하려면 다음의 성경 말씀을 마음에 품어야 할 것이다. 이복순 수녀(성 바오로딸 수도회)cpbc2014.02.25
신앙의 해, 청년 교리교육 활기청년 신학강좌, 신앙학교 개설 그리스도인 정체성 일깨워 청년 교리교육이 활기를 띠고 있다. 서울 중앙동본당(주임 정의철 신부)은 지난 9월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청년찬양미사 후 청년 신학강좌를 진행하고 있고, 서울 동작동본당(주임 윤종국 신부)은 11월 한 달간 주일 청년미사 후 청년 신앙학교를 운영 중이다. 서울 성현동본당(주임 한성호 신부) 역시 2ㆍ4주 주일 청년미사 후 청년 신앙강좌를 열고 있다. 중앙동본당 청년 신학강좌는 기본 교리지식 외에 교회와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문제들도 함께 다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관련기사 26면 동작동본당은 청년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 성경에 관한 청년들 관심과 집중도를 높였다. 「꼭 알아야 할 가톨릭 성경 길잡이」를 교재로 신앙학교 봉사팀 청년 6명이 먼저 공부한 뒤 청년들에게 공부한 내용을 가르쳐 주는 방식이다. 이밖에도 서울 사당동본당(주임 김주영 신부)은 최근 국내에 소개된 가톨릭청년교리서 「유캣」을 활용한 청년교리를 21일 시작한다. 본당마다 다루는 주제와 내용, 강의 형식은 다르지만 목적은 한결같다. 청년들에게 성경과 교리에 관한 기초지식을 전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체성을 일깨운다는 취지다. 이 같은 청년교리는 신앙의 해를 맞아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그동안 청년들은 교리교육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던 것이 현실이다. 초ㆍ중ㆍ고등부 주일학교처럼 따로 교리를 가르쳐주는 곳도 없고, 본당에서 주관하는 교육은 대부분 성인 신자들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대학생이나 직장에 다니는 청년들이 참여하기란 쉽지 않았다. 서효경(안나, 30, 서울 중앙동본당)씨는 "평소 교리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교리를 가르쳐주는 곳을 찾기도 쉽지 않았고 따로 시간을 내 다른 기관을 찾아가 교리를 배워야겠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은영(마리아, 32, 서울 동작동본당)씨는 "본당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은 자칫 신앙은 뒷전으로 한 채 사람관계에만 매몰될 수 있다"면서 "신앙심을 키우려면 역시 청년들에게 맞는 교육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박수정2012.11.06

"천주교 신자 상점은 역시 다르네"서울 고속터미널본당, 신자 상인 대상 소양교육 4회 실시고속터미널본당 신자들이 성당에서 소양 교육을 받고 있다.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손님을 대할 수 있게 됐어요." 서울 고속터미널본당(주임 임희택 신부)이 최근 신자 상인을 대상으로 4회에 걸쳐 소양 교육을 실시했다. 고속터미널 경부선 건물 10층에 자리한 본당은 터미널 상가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80여 점포 업주의 신앙 공동체. 본당 상가 활성화팀 이금화(체칠리아, 56) 팀장은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힘들어하는 신자를 위해 교육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본당은 교육과 함께 본당이 속한 서울대교구 12지구 신자들을 대상으로 고속터미널본당 소속 점포 홍보에 나서며 신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신자 상인들은 바쁜 일정 중에도 시간을 쪼개 교육에 참여, 전문 강사에게 손님을 친절히 대하는 법과 업주로서의 자세 등을 배우고 신앙인으로서 손님을 대하고자 각오를 다졌다. 교육을 이수한 신자에게는 본당 로고가 새겨진 타이슬링(목에 거는 배지)과 액자를 수여했다. 김희자(체칠리아, 50)씨는 손님을 늘 웃는 얼굴도 대해야 하지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하루에 10명의 손님이 찾아도 10명 모두 그냥 발길을 돌리는 날도 많았다. 김씨는 "소양 교육이 웃음을 잃지 않고 손님 입장에서 생각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영선(레지오, 62)씨는 "본당을 상징하는 타이슬링을 목에 걸었을 때와 아닐 때는 차이는 크다"며 "상점을 찾은 손님 역시 '천주교 신자가 운영하는 상점에 더 신뢰가 간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상가를 활성화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재개발로 인근에 새로운 상권이 들어서면서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본당 설립 26년이 됐지만 아직도 고속터미널본당 존재 자체를 모르는 이들도 많다. 본당 측은 "맞춤형 제품에 재수선도 가능해 품질은 물론 가격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며 "미사도 참례하고 신자 상점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신자 상점은 커튼ㆍ침구류, 가방ㆍ잡화, 한복을 비롯한 의류와 미용실, 음식점 등 다양하다. 미사는 평일 낮 12시와 토요일 오후 1시 30분에 봉헌되며, 주일에는 3대의 미사가 있다. 본당 신자들은 평일 미사 참례와 단체 활동 등으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성경 공부팀과 레지오 마리애, 빈첸시오회 등 9개 단체가 활동 중이다. 임희택 신부는 "소양 교육은 상가 활성화를 넘어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고 상인으로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세상 안에서 상인 신자들이 어떻게 하느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계기가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 : 02-535-6604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cpbc2013.06.18

"천주교 신자 상점은 역시 다르네"서울 고속터미널본당, 신자 상인 대상 소양교육 4회 실시고속터미널본당 신자들이 성당에서 소양 교육을 받고 있다.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손님을 대할 수 있게 됐어요." 서울 고속터미널본당(주임 임희택 신부)이 최근 신자 상인을 대상으로 4회에 걸쳐 소양 교육을 실시했다. 고속터미널 경부선 건물 10층에 자리한 본당은 터미널 상가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80여 점포 업주의 신앙 공동체. 본당 상가 활성화팀 이금화(체칠리아, 56) 팀장은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힘들어하는 신자를 위해 교육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본당은 교육과 함께 본당이 속한 서울대교구 12지구 신자들을 대상으로 고속터미널본당 소속 점포 홍보에 나서며 신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신자 상인들은 바쁜 일정 중에도 시간을 쪼개 교육에 참여, 전문 강사에게 손님을 친절히 대하는 법과 업주로서의 자세 등을 배우고 신앙인으로서 손님을 대하고자 각오를 다졌다. 교육을 이수한 신자에게는 본당 로고가 새겨진 타이슬링(목에 거는 배지)과 액자를 수여했다. 김희자(체칠리아, 50)씨는 손님을 늘 웃는 얼굴도 대해야 하지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하루에 10명의 손님이 찾아도 10명 모두 그냥 발길을 돌리는 날도 많았다. 김씨는 "소양 교육이 웃음을 잃지 않고 손님 입장에서 생각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영선(레지오, 62)씨는 "본당을 상징하는 타이슬링을 목에 걸었을 때와 아닐 때는 차이는 크다"며 "상점을 찾은 손님 역시 '천주교 신자가 운영하는 상점에 더 신뢰가 간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상가를 활성화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재개발로 인근에 새로운 상권이 들어서면서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본당 설립 26년이 됐지만 아직도 고속터미널본당 존재 자체를 모르는 이들도 많다. 본당 측은 "맞춤형 제품에 재수선도 가능해 품질은 물론 가격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며 "미사도 참례하고 신자 상점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신자 상점은 커튼ㆍ침구류, 가방ㆍ잡화, 한복을 비롯한 의류와 미용실, 음식점 등 다양하다. 미사는 평일 낮 12시와 토요일 오후 1시 30분에 봉헌되며, 주일에는 3대의 미사가 있다. 본당 신자들은 평일 미사 참례와 단체 활동 등으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성경 공부팀과 레지오 마리애, 빈첸시오회 등 9개 단체가 활동 중이다. 임희택 신부는 "소양 교육은 상가 활성화를 넘어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고 상인으로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세상 안에서 상인 신자들이 어떻게 하느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계기가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 : 02-535-6604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cpbc2013.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