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교구 갑곶순교성지 50주년 기념 영성센터 담당 지성용 신부순교 영성의 요람으로 자리잡아 인천교구 갑곶순교성지 50주년 기념 영성센터(담당 지성용 신부)가 순교 영성의 요람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인천 강화군 강화읍 갑곶리 1000 갑곶순교성지에 자리한 영성센터는 2011년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아 신자들의 신앙 성숙을 돕고자 교구민 정성으로 짓기 시작해 지난해 11월 준공된 통합 교육관이다. 영성센터가 마련됨에 따라 교구는 피정센터 건립의 숙원을 풀고, 신자 재교육과 순교 영성 함양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갑곶순교성지 50주년 기념 영성센터. 전체면적 4889㎡의 영성센터는 갑곶에서 순교한 순교자 3위의 이름을 딴 △박상손관 △우윤집관 △최순복관 3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센터에는 야외 십자가길, 세미나실, 소강당, 성체조배실, 휴게실, 성당, 고해실 등이 갖춰졌다. 순백색을 띤 영성센터의 내부로 들어서면 현대적 분위기로 조성된 강당과 세미나실을 비롯해 나무 빛깔의 고즈넉한 성당이 순례객의 마음을 끈다. 전통과 현대의 적절한 조화 속에 공동체는 피정으로 하나 되고, 개인은 고요한 성당에서 내면을 성찰할 수 있다. 성지 전체에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은 지나가는 이의 발걸음 붙잡는다. 기존에 조성돼 있던 센터 뒤편 십자가의 길ㆍ묵주기도 길을 음악을 들으며 걸으면 성지가 주는 따뜻함을 만끽할 수 있다. 한 번에 100여 명이 피정할 수 있으며, 전국에서 단체 예약이 끊이지 않고 들어오고 있다. 현재 주말에만 1500여 명이 다녀간다. 센터는 단순 피정과 강의 위주로 운영되는 기존 피정의 집 패러다임을 바꿔 신자들이 성령 충만한 신앙생활을 몸에 익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몸 살림 △마음 살림 △영성 살림 △교회 살림 등 '살림'을 주제로 바이블 테라피ㆍ음악피정 등 성경과 음악을 통해 주님을 체험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영적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현재 돌아가며 성지에 상주하는 40여 명 영성지도사는 상담을 통해 신자들이 잡념을 버리고 각자 내면을 주님으로 채우도록 돕고 있다. 조만간 교계 서점이 센터에 들어설 예정이어서 영적 독서 나눔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성지 및 센터 담당 지성용 신부는 "순교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랑의 삶을 살기 위한 것"이라며 "생명을 살리는 삶, 순교영성을 본받는 삶을 살기 위한 '살림' 교육이 교회 영성을 올바로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 신부는 "준공 이후 기다렸다는 듯 많은 순례객이 다녀가고 있다"면서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과 인접한 영성센터가 신자 영성을 함양하는 영성 서비스 기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조은일2013.05.21
![[전국 교구장 새해 사목교서]청주교구-'이웃으로' 향하는 신앙 공동체](//cpbc.co.kr/CMS/newspaper/2013/01/rc/438169_1.1_titleImage_1.jpg)
[전국 교구장 새해 사목교서]청주교구-'이웃으로' 향하는 신앙 공동체청주교구장 장봉훈 주교 올해 교구는 '이웃으로, 세계로' 2차 4개년 여정을 시작합니다. 말씀과 성체중심 삶을 통해 신앙을 굳건히 하고,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에 힘쓰면서 지역사회 복음화에 투신해야겠습니다. # 신앙의 근원이신 예수 그리스도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2012년 10월 11일부터 2013년 11월 24일까지를 '신앙의 해'로 선포하셨습니다(「믿음의 문」 4항 참조). 신앙의 해에 우리 모두는 주님이시며 신앙의 근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더욱 가까이 만나야겠습니다. 신앙 유산이 담긴 「가톨릭교회교리서」를 자주 읽고 배우고 익혀서 사도로부터 이어오고 순교자들이 목숨 바쳐 지켜온 신앙을 키워나가는 데에 열과 성을 다해야겠습니다. # 이웃에게 다가가는 선교 공동체 우리가 물려받은 신앙 선물은 결코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웃에게 전달돼야 할 것입니다(1코린 9,16 참조). 신앙 선물을 이웃과 나눈다는 것은 이웃이 예수님을 만나도록 돕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세상에 증언하고, 신앙을 찾는 사람들을 '믿음의 문'으로 인도하는 것입니다(「믿음의 문」 7항 참조). 또한 어려운 이웃에게 다가가 함께 함으로써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야고 2,14-18). 이를 위해 지구 차원의 유대와 협력이 절실합니다. 올해부터 2016년까지 지구 중심 사목을 좀 더 구체화 해야겠습니다. 각 지구 공동체는 시노드 정신과 지구 상황을 함께 살펴보고 판단ㆍ실행하는 단계를 통해 11운동과 3000운동, 특히 사회복지 네트워크와 빈첸시오 활동 활성화 등으로 더욱 지역복음화에 힘써야겠습니다. # 신앙을 바로 세우는 청소년 사목 청소년은 교회 미래입니다(교구시노드 후속 교구장 사목교서, 청소년, 1항). 각 지구는 신자 청소년들을 넘어서서 교회에서 멀어진 청소년, 교회 울타리 밖 청소년들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이들이 교회 신앙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중요한 신앙 증인들을 만날 수 있도록 도보성지순례, 합동 성시간, 청년성경공부, 청소년 생명교육, 「가톨릭청년교리서」 교육기회 등을 마련해야겠습니다. 목적은 청소년들의 변화입니다. 청소년 여러분은 하느님과 이웃을 위한 원대한 꿈을 갖기를 바랍니다. 성경을 읽고 주일을 지키고 기도와 학업에 힘쓰면서 신앙을 바로 세우십시오. 같은 또래 청소년들에게 좋은 친구가 돼 주고 신앙의 인도자가 돼 주길 바랍니다. # 신앙을 전수하는 가정 가정은 신앙 전수의 첫 장소요, 참다운 가정 교회입니다. 신앙 전수는 단순히 말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첫 자리에 모시고 사는 부모의 모범을 통해 이뤄지는 것입니다. 꾸준히 가족이 함께 기도하고 대화함으로써 가정을 화목하게 하고, 작은 것부터 나누고 봉사함으로써 이웃 가정을 복음화해야 합니다. 본당과 지구는 가정방문을 통해 가정이 처한 어려움을 파악하고, 가정사도직 수행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 고심해야 합니다. 교구는 생명과 환경에 대한 가정 인식을 높이기 위해 교육과 자료 제공을 해야겠습니다.조은일2013.01.15
![[장애인의 날 특집] 장애인·비장애인 한데 어우러지는 교회 공동체로 거듭나야](//cpbc.co.kr/CMS/newspaper/2013/04/rc/448404_1.0_titleImage_1.jpg)
[장애인의 날 특집] 장애인·비장애인 한데 어우러지는 교회 공동체로 거듭나야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회·가톨릭농아선교회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가톨릭교회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라고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 따라 안팎의 장애인과 함께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교회 내 장애인과 가장 가까이 지내는 사제들을 만났다. 사제들은 한 목소리로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하느님 앞에서는 같은 아들·딸임을 강조했다. 이정훈기자 sjunder@pbc.co.kr서울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회 담당 및 서울 성라파엘사랑결준본당 주임 고형석 신부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부모님 때문인가?' 많은 장애인이 갖는 질문입니다. 저는 말씀 드립니다. 하느님께서 특별히 당신을 통해 당신 영광을 더 드러내시고자 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선 다른 누구보다 더 당신을 사랑하고 계십니다." 12일 만난 서울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회 담당 및 서울 성라파엘사랑결준본당 주임 고형석 신부는 먼저 장애인들을 격려했다. 그들이 겪고 있는 마음속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 신부는 "선천성보다 후천적인 사고 등으로 시각장애를 갖고 우울과 고통 속에 살아가는 이들의 비율이 훨씬 높다"며 "그들이 교회 안에서도 외면당한 채 냉담하고 홀로 생활하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고 신부는 2011년 선교회 담당 사제로 부임해 시각장애인 회원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신자ㆍ미신자 가정을 방문해 하느님 사랑을 전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준본당으로 승격한 성라파엘사랑결준본당의 성전 건립을 위해 힘쓰고 있다. 고 신부는 "부임한 첫날 시각장애인 신자들은 미사 후 너도나도 다가와 손으로 제 얼굴을 더듬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까지만 해도 평생 어둠 속에 살아가는 그들에 대해 잘 몰랐다"면서 "그들과 함께 살면서 조금만 더 사랑으로 이끌어주면 함께 신앙생활하는 데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개포동의 한 건물에 있는 준본당은 감실도 없는 지하 강당을 성전으로 사용하고 있다. 교리실과 회합실도 없어 신자들은 다른 시설의 교육실을 빌려 겨우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점자로 번역된 교회 서적과 성경이 적어 신자 재교육에 어려움이 많다. 고 신부는 "최근 지어진 성당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도블록과 점자표지판 등을 설치하고 있지만, 미사 참례와 고해성사 때엔 여전히 다른 이들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성전이 마련된다면 많은 어려움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신부는 "하지만 시각ㆍ청각장애인만을 위한 성전을 따로 건립하는 것보다는 모든 장애인이 함께할 수 있는 교육ㆍ피정센터를 건립해 장애ㆍ비장애인이 한데 어우러져 미사와 교육, 피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은 다른 누군가의 도움으로 따뜻한 주님 사랑을 느낍니다. 비장애인은 그들을 위한 사랑과 봉사를 통해 그들에게서 또 다른 사랑을 배웁니다. 주님 안에 모두가 더욱 함께하는 교회 공동체가 되길 기도드립니다." 후원 문의 : 02-451-0333■서울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회 1979년 4월 13일 성금요일에 살레시오 수도원에서 22명의 시각장애인 신자들이 모여 창립한 '가톨릭맹인선교회'는 점자회보 '글로리아'와 점자 성가집 '글로리아 성가집' 발간 등으로 공동체를 이어오다가 1981년 2월 1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 사회사목센터에 사무실을 열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주일미사를 시작했다. 이후 가톨릭 녹음도서관 개관, 가톨릭맹인선교회 후원회 발족 등을 통해 꾸준히 성장해온 선교회는 각 교구 선교회 창립을 도왔다. 선교회는 1989년 사회복지법인 하상복지회를 인가받고, 1993년 하상장애인종합복지관을 개관한 데 이어 2004년 선교회 이름을 '서울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회'로 바꿨다. 선교회는 특히 점자 성경 보급(2006년)과 점자 전례서(기도서ㆍ성가집) 출판(2008년), 온소리 LOGOS 1.0(점자정보단말기용 소프트웨어, 성경ㆍ기도서ㆍ성가 수록) 보급에도 앞장서 시각장애인들 신앙생활을 돕고 있다. 현재 선교회 등록회원은 600여 명이며, 후원회원 500여 명과 봉사자 3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 담당 박민서 신부 "청각장애인 신자들은 주일마다 선교회 사무실에 모여 밤 늦게까지 머물며 일주일간 마음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갑니다. 그들에게 성전은 말 그대로 주님의 안식처입니다." 14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 사제관에서 만난 박민서 신부는 손끝으로 열심히 청각장애인 신자들을 대변했다. 2007년부터 선교회 담당 사제로 청각장애인 신자들과 동고동락하는 박 신부는 아시아교회 최초 청각장애인 사제이기도 하다. 박 신부는 "선교회가 설립한 지 55년이 지났는데도 청각장애인들이 제대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 마련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교리실조차 없는 이곳에서 신자들은 식당과 작은 방에 한데 모여 단체 모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교회는 현재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수녀원 건물을 빌려 20년 넘게 선교회 사무실과 성전으로 이용하고 있다. 건물 2층에 있는 성당은 80명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비좁아 선교회원 200여 명이 동시에 미사에 참례할 수 없다. 회합실은커녕 교리실도 모자라 회원들은 지하 식당 등에서 모임을 하고 있으며, 건물이 낡아 비가 오면 사제 집무실에 물이 샌다. 박 신부는 새 성전 건립을 위해 각 본당을 다니며 도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준본당 승격과 후원회원 증대 방안도 꾸준히 모색 중이다. "지금껏 21개 성당을 다니며 선교회 성전 건립의 중요성을 알렸습니다. 수화로 전하는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준 신자들은 본당에 내야 할 교무금까지 손에 쥐여줍니다. 우리가 주님 안에 한 형제임을 느꼈기 때문이죠." 박 신부는 비청각장애인에 비해 대체로 생활능력이 부족한 청각장애인 신자들을 위해선 교회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박 신부는 "전국 각지에서 온 청각장애인 신자들이 저를 만나 본당 사제에게 털어놓지 못한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소통이며, 소통하려는 마음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본당에서 청각장애인 신자를 만나면 손과 발로 말하려는 그들의 소리에 조금이라도 귀 기울여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수화 아카데미를 열어 교회 내 청각장애인 신자에 관한 관심과 배려를 촉구하는 데 힘쓰고 있으며, 현재 수화로 하는 미사 통상문을 펴내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선교회는 5월 5일 오전 10시 선교회에서 교구장 염수정 대주교와 함께하는 일일 바자를 연다. 후원 문의 : 02-995-7394■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 선교회는 1957년 독일인 허 까리따스(1913~2005,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수녀가 서울 돈암동본당에서 청각장애인들에게 교리를 가르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농아인의 어머니'로 불리는 허 수녀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국수ㆍ인형공장까지 운영하며 이들 자립을 도왔다. 선교회 초대 담당 정순오(서울 한강본당 주임) 신부는 1989년부터 18년간 선교회를 이끌었다. 돈암동본당 농아부가 1965년 설립된 명동본당 농아부와 1990년에 합쳐져 현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로 개편하고, 서울 수유동 지금의 사무실로 이전했다. 가톨릭농아선교회는 전국적으로 교구 및 지역별로 18개가 있으며, 서울에는 현재 200여 명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퇴사자22013.04.16
![[박동호 신부의 생생 사회교리] <38>교회의 사회교리-선포의 임무, 고발의 임무](//cpbc.co.kr/CMS/newspaper/2012/10/rc/429413_1.0_titleImage_1.jpg)
[박동호 신부의 생생 사회교리] 교회의 사회교리-선포의 임무, 고발의 임무굶주린 이들 위한 목소리 어디에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루카 1,52-53). 성경의 '마리아의 노래' 한 구절임을 모르는 교우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구절을 거룩한 성전에서 성경 말씀으로 듣고 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만일 이 구절의 출처를 지운 채 각 성당 정문에 펼침막으로 만들어 길거리 오가는 사람이 볼 수 있도록 걸어놓았다고 상상해 보자. 아마 시끄럽지 않은 성당이 없을 것이다. 길거리 오가는 사람뿐만 아니라 교우들 사이에서도 소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외면 받는 마리아의 노래 오늘날 통치자는 누구며 비천한 이들은 누굴까? 오늘날 굶주린 이들은 누구이며, 부유한 자들은 또 누굴까? 성경에 익숙한 누군가는 이 구절에서 애써 이른바 '영적인 미'를 찾으려 할 것이다. 통치자는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대신에 세속의 힘에만 의지하는 이들이며, 비천한 이들은 하느님만을 의지하는 이들이며, 굶주린 이들은 하느님 말씀을 갈망하는 이들이며, 부유한 자들은 세속의 것에 탐닉하는 이들이라고…. 그러나 이 구절이 성경에서 인용한 것이 아니었더라도 영적인 미를 찾으려 할 것인가. 아마 왜 거룩한 성당에서 '끌어내리느니', '내치느니'하는 미움과 증오의 언어를 담은 문구를 내거느냐고 꾸짖으려 할 것이다. 아마 통치자와 비천한 이들 사이를, 굶주린 이들과 부유한 자들 사이를 분열시키는 것이 교회가 할 일이냐고 야단칠 것이다. 교회는 사랑과 자비, 용서와 관용, 일치와 화합을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가르치려 들 것이다. 길거리에서 이 구절을 본 사람이나 매일 성당을 드나드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면 이번에는 이 구절이 성경 말씀, 그것도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한 말이라고 한다면 그 반응은 어떨까? 우리는 불편함에 불편해한다. 그래서 외면하거나 아예 마음과 기억에서 지워버리려 한다. 그렇게 불편해하고, 그래서 외면하고 기억에서 지워버린 것이 참 많다. 마리아의 노래도 그 가운데 하나다. 마리아는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보통의 젊은 여인에 불과했다. 냉정히 생각해보면 보통 이하의 비천한 여인이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만삭의 몸인데도 여인숙 방 한 칸 구하지 못했을까? 비록 천주의 모친이지만, 현실에서 그렇게 하찮은 한 여인이 통치자를 왕좌에서 끌어내린다는 말을 입에 담을 수 있을까? 당대 아우구스티노 황제나 총독 빌라도나 로마에 부역하고 있던 영주 헤로데와 수석사제와 원로들 귀에 마리아의 발언이 흘러들어갔다면 목숨조차 부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현실을 외면하면 미래도 없다 마리아의 노래의 이 구절은 영적 의미를 갖는 고차원의 수사(修辭)가 아니었다. 실제 당대 군중이 갖고 있던 간절한 염원이었다. 로마제국 식민통치, 그에 부역해 한 몫 챙긴 꼭두각시 왕과 그 충복들은 군중의 고혈(膏血)로 자주색 옷과 고운 아포 옷을 입고 호화롭게 살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군중은 "종기투성이의 몸으로 누워(…)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배를 채우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개들까지 와서 그의 종기를 핥곤 하였다"(루카 16,19-21). "비천하고 굶주린 군중은 실제 강도를 만나 옷을 빼앗기고 두들겨 맞아 초주검이 되어 길거리에 내버려졌다"(루카 11,30 참조). 마리아의 노래는 현실에 도전한다. 군중을 고통에 내몰고 왕좌를 차지한 이들과 그 고통을 외면한 부유한 자들을 고발하고 꾸짖는 것이다. 그것도 실속 없는 원한이나 미움이나 질투의 감정이 아니라, '전능하신 분', '구원자 하느님'의 이름으로 말이다. 오늘날 이 땅에 얼마나 많은 이웃이 배를 채우기를 간절히 바라는가? 오늘날 하느님이 사랑하는 동물과 식물, 강과 바다, 산과 하늘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신음하는가. 그런데도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애써 외면하고 눈을 감고 귀를 막으려 한다. 외면하니 편하고, 눈을 감으니 꿈을 꿀 수 있고, 귀를 막으니 천상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얼마나 좋은가? 한참 그러다가 고개를 돌려보니 황폐한 세상이 펼쳐져 있고, 눈을 뜨니 내 자식의 종기 핥는 모습이 보이고, 귀를 여니 내 부모의 신음이 들리지만, 주변에 아무도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줄'(루카 16,24) 사람이 없다. 제발 그런 일이 우리의 미래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교회의 사회교리에는 선포의 임무와 더불어 고발의 임무도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81항).퇴사자22012.10.23
[함께해요! 평화방송] 복음 TALK 톡톡 등 TV▨복음Talk 톡톡 노래와 복음, 나눔이 함께하는 소통의 장이 펼쳐진다. 이번 주는 연중 제5주일(다해) 복음(루카 5,1-11)을 '고기잡이 기적-어부들을 제자로 부르시다'라는 주제로 함께 나눈다. '복톡수훈' 코너에서는 성경학자가 복음 이야기를 들려주면 패널과 방청객들이 함께 질문을 던지고 삶의 다양한 모습을 이야기한다. 초대 손님으로 그룹 Bard의 김정환(토마스 아퀴나스)씨와 현대 가야금 연주자 정민아(베로니카)씨가 출연한다. 공개녹화 방청은 페이스북(facebook.com/PBCTVTalk), 전자우편(pbctalk@pbc.co.kr), 전화(02-2270-2633)로 신청. ▶방송일시: 5일 오후 3시, 6일 오후 9시, 8일 오전 9시 ▶진행: 박병규(대구대교구)ㆍ고진석(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신부 ▶제작: 최은진 PD라디오 ▨언제나 좋은 하루 노련미 넘치는 진행자 김현주 아나운서<사진>와 각 분야 전문가가 다양한 주제로 실시간 상담을 하고 생활 정보를 나누는 시간. 서울 비폭력대화센터 캐서린 한 대표의 '가정 방정식, 사랑 공식',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상건 상무의 '경제 톡톡(Talk Talk) 행복한 부자되기', 가톨릭대 의대 교수의 '건강상담', 서울사이버대 심리상담학부 교수의 상담 'Bravo your Life' 등 다채로운 코너가 알차고 유익한 하루를 선물한다. ▶방송일시: 월~토 오전 11시 5분~12시 ▶제작: 박용환 PD조은일2013.01.29

예수 무덤 성당 지킴이 김상원 신부- 예수 무덤, 깨달음 있다면 무덤 아닌 '부활' 이스라엘 소임 자청, 광야 머물고파 2006녀부터 예루살렘 완덕의 길엔 파격이 없나 보다.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과 자신을 찾아 이스라엘 땅 유다 광야 길을 걷고 있는 한 수도자가 있다. 그의 수행은 건너뜀도 한눈팔기도 없다. 오직 한 걸음 한 걸음 쉼없는 정진뿐이다. 고(故) 안선호 신부에 이어 한국인 두 번째 예수님 무덤 성당 지킴이로 있는 광야의 수도자 김상원(작은형제회, 예루살렘 성지관구) 신부를 만났다.예루살렘(이스라엘)=리길재기자 teotokos@pbc.co.kr브엘쉐바에서 단까지 이스라엘 전역을 도보 순례한 김상원 신부가 홀로 걸어온 광야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이스라엘 성지 소임을 자청했다고 들었는데요. "1996년 작은형제회에 입회해 종신서원 피정때 이스라엘 성지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야에 머물고 싶다는 욕심이 컸습니다. 2005년 6월 사제품을 받고, 그해 10월 예루살렘 성지관구 파견을 허락받았습니다. 2006년 6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베이루트 공항을 폭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곳에 와 지금껏 살고 있습니다." ▶광야는 어떤 곳입니까. "자신을 가장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광야는 기도처이며 안식처입니다. 자신을 인식하고 하느님을 느낄 수 있다면 수도자로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입니다. 사부 프란치스코 성인은 회개 여정에서 이미 하느님을 체험하셨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죽기 직전까지 자신에게 '나는 누구인가'를 질문했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지만 이전 누군가 걸었던 길 위에 서 있을 때, 사방을 둘러봐도 아무도 없고 누울 수 있는 땅 한 평을 마땅하게 찾을 수 없을 때 하느님과 제 자신의 현존을 처절히 느낍니다." ▶광야 도보 순례는 언제부터 했는지요. "성경은 단에서 브에르 세바까지를 이스라엘 땅이라고 경계합니다. 오늘날 헤르몬에서 에일랏까지이죠. 광야 도보 순례는 2007년 9월 시작해 지금까지 총 970km를 걸었습니다. 성지 관구에서는 5주간 소임 봉사를 하면 1주일 동안 쉬는데 이 시간을 이용해 걸었습니다. 일반적으로 44일 정도 소요되는 여정이지만 조금씩 나눠서 걸었기에 대략 13개월이 소요됐고, 일수로는 53일이 걸렸습니다. 덕분에 이스라엘 광야의 사계를 다 체험했죠. 하루 평균 23km 정도 걸었습니다." ▶광야 순례가 말처럼 쉽지 않을 텐데요. "이스라엘 광야는 야고보 사도의 산티아고 순례길과 달리 편의시설이 전혀 없습니다. 더 매력적이죠. 미사도구와 1인용 텐트, 1.5리터 생수 12팩, 약간의 식량을 꾸려 이틀을 걷습니다. 광야는 매우 위험한 곳입니다. 죽을 고비도 여러차례 넘겼습니다. 지진으로 갈라져 끝이 보이지 않는 협곡을 뛰어 넘기도 했고, 줄지어 선 늑대 무리가 탈 없이 지나가기를 숨죽여 엎드려 기도했습니다. 발을 헛디뎌 굴러서 정신을 잃을 때가 있었고, 물이 떨어져 절박감에 허덕이고, 발을 내디딜 수 없는 뜨거운 지열 때문에 이성을 놓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광야는 경쟁적이지 않아 좋습니다. 어떤 난관도 걸으면서 다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해뜨기 전 일어나 아침미사를 봉헌하고 출발해 해넘이까지 걷다가 저녁기도하고 자는 것이 하루 일과이지만 결코 피곤하지 않은 것이 광야 생활입니다. 자연이 주는 위로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무덤 성당이 소임지인데…. "오늘의 예수님 무덤 성당은 어떤 의미에서 '카오스'입니다. 순례자보다 관광객이 더 많이 드나드는 장소가 됐습니다. 하지만 아귀다툼 속에서도 일치와 조화를 봅니다. 처음엔 이런 모습을 외면하려 했지만 결국 내 모습인 걸 하고 추스릅니다. 무덤 성당은 예수님 부활의 현장입니다. 혼돈 속에서 깨달음이 없으면 아직도 무덤이지만 깨달으면 곧 부활입니다." ▶이스라엘 성지 순례를 제대로 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성지에 대한 역사를 알면 매일 미사가 얼마나 고귀한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800여 년 동안 수많은 프란치스코회 수도자들이 이 성지를 지키기 위해 순교하고 노예살이를 했는지, 또 오늘날 성지관구 수도자들이 예수님께서 그랬던 것처럼 능욕을 당하며 이곳을 지키고 있는지 알면 이스라엘 성지 곳곳에서 거행하는 미사 전례가 얼마나 값지고 감동적인지 느끼게 될 것입니다. 지금도 이곳 수도자들은 일거수 일투족 감시와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미사 중 무슬림들이 와서 침뱉고 발길질 해도 다 견디며 지켜내고 있는 성지입니다. 이스라엘 성지에서 미사를 봉헌한다는 것은 주권 선포와 같은 행위입니다. 그래서 순례를 오실 때 반드시 성지에 대한 주인의식을 무장해 오시길 당부드립니다. 또 성경이 최고 안내서입니다. 누구에게나 은총의 장소이지만 머물고 쉴 수 있는 여백을 갖고 순례할 것을 당부드립니다."조은일2013.03.27

[가톨릭문화산책[ 영화(9) 크래쉬메마른 광야에도 사랑과 화해의 오아시스가 있기에 크래쉬(Crash, 2004년) 감독 : 폴 해기스 제작국가 : 미국ㆍ독일 등급 : 15세 이상 상영시간 : 112분 장르 : 드라마ㆍ범죄ㆍ미스터리 고도의 기술문명은 세상을 더 편리하고 광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변화시켰다. 그 휘황한 불빛의 뒷모습에는 짙은 어둠이 깔려 있다. 잔악한 폭력과 불신, 착취와 파괴의 거대한 암초가 숨어 있다. 예수회 송봉모 신부는 「광야에 선 인간」이라는 책에서 세상은 광야이며 그 속성은 두 얼굴을 지닌 장소라고 했다. 힘겨움과 황량함, 외로움 등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고통의 장소를 뜻하는 것이다. 놀라운 하느님의 섭리와 보살핌이 드러나는 장소이자 인간 갈등이 서로 부대끼는 도시를 광야에 비유한 영화 '크래쉬' 속으로 들어가 보자. 줄거리 여덟 쌍이 겪으며 보여주는 갈등과 충돌, 8색의 트라우마를 만나게 한다. 늦은 밤 LA 근교의 한 도로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현장에 도착한 흑인 수사관 그레이엄의 표정이 당혹과 슬픔으로 일그러진다. 그리고 이야기의 시작은 36시간 전, 15명의 삶, 8가지 사건의 얽힘, 8색의 상처를 교차시키며 무관한 듯하면서도 연결고리가 이어지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영화는 어둔 밤, 푸른 수은등과 함께 현란한 불빛들이 서로 겹쳐지면서 부딪쳤다 사라지고 다시 충돌해 검푸른 나뭇가지 상처를 빛 속에 남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밤은 위험과 위협을 암시하는 듯해 두렵다. 밤의 공포와 같은 8개의 충돌 이야기를 빛으로 암시했다. 백인 부부 릭과 진 : 지방검사 릭과 그의 아내 진이 두 흑인 청년에게 차를 강탈당한 밤, 두려운 진은 집 열쇠수리공 멕시코인 대니얼을 의심하고 가정부에겐 짜증을 내다 계단에서 구르는 사고를 당한다. 정치적 성공에 몰두한 남편 릭은 그녀의 외로움을 감싸줄 시간이 없다. 흑인 부부 카메론과 크리스틴 : 같은 시각, 흑인이자 방송국 PD인 카메론과 아내 크리스틴은 강탈당한 지방검사 릭의 차와 같은 차종이라는 이유로 백인 경찰 라이언과 핸슨에게 검문을 당한다. 크리스틴은 라이언의 몸수색으로 성적 모욕을 받는다. 그러나 카메론은 자신의 지위에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오히려 수치를 당한 아내에게 짜증을 내며 아내를 피한다. 백인 경찰 라이언과 핸슨 : 라이언은 병든 아버지로부터 받는 아픔에 대한 화풀이로 흑인 크리스틴에게 수치심을 준다. 후배 경찰 핸슨은 선배 라이언의 행동에 격분하지만 자신도 역시 편견과 두려움에 순진한 흑인 피터를 살해한다. 이란인 파라드와 멕시코인 대니얼 : 서툰 영어와 중동인이라는 이유로 자주 멸시를 당한 파라드는 자신의 가게를 지키기 위해 사들인 총구를 무죄한 멕시코인 대니얼에게 들이대고 총을 쏜다. 흑인 형사 그레이엄 : 백인 사회에서 성공을 위해 가족으로부터 스스로 소외를 선택한 그이지만, 지금 그 앞엔 동생의 시체와 함께 "동생을 죽인 살인자는 너"라는 어머니의 비난만 남아 있다. 피부색ㆍ인종ㆍ계급ㆍ직업ㆍ성별이 서로 다른 이들이 부대끼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충돌한다. 이들은 내면으로 들어가 자신이 누구인지, 왜 그래야 하는지 자문하지 않는다. 소통의 문을 닫고 편견과 관계의 단절 속에 갇혀 산다. "날마다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나도 정말 모르겠어"라고 절규하는 진은 고독과 두려움에 진저리를 낸다. 분노ㆍ소외ㆍ편견ㆍ집착ㆍ두려움ㆍ외로움으로 꽉 들어찬 그들의 메마른 마음이 엿보인다. "정이 그리워서 그러는 거야! 다른 도시에선 길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정 드는데…. LA는 삭막하잖아! 늘 차 안에 갇혀 살고 사람의 체취가 그리워 서로 충돌하고 상처 주고…." 교통사고 현장에서 흑인 형사 그레이엄이 애인에게 하는 말이다. 이들은 고통스럽고 힘겹게 사막을 걷고 있다. "인간의 절망은 하느님을 만나는 기회다"라는 말이 있듯이, 세상의 광야, 인생의 광야는 은총의 장소이기도 하다. 은총의 장소 인간이 접촉하거나 충돌하지 않는다면, 그 삶은 무인도나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충돌은 갈등을 일으키지만 화해와 사랑의 꽃을 피운다. 태양은 LA를 밝게 비추며 이들 안에 감춰져 있던 선한 마음을 드러낸다. 백인 경찰 라이언은 온몸을 던져 위기에 처한 크리스틴을 극적으로 구출하고, 백인 경찰 핸슨은 위기에 처한 유색인 PD 카메론을 친구라며 목숨을 구해준다. 백인 경찰의 도움을 받은 카메론은 소홀했던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전화를 한다. 더운 지역인 LA에 눈이 내린다. 눈송이들이 쌓여 더러운 마음과 죄를 덮어주며 메마른 사막을 포근하게 적신다.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지방검사의 아내 진은 유색인 가정부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에 고마움을 표현하며 그녀를 끌어안고 이렇게 고백한다. "난 바보였나 봐! 당신이 가장 좋은 친구란 걸 몰랐다니…." 편견의 벽을 허물고 화해하는 축복의 시간이다. 강탈범 앤서니는 탈취한 자동차에 실린 불법 이주민들을 풀어주며 자신의 모든 돈까지 털어 준다. 그가 구원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여는 순간이다. 이란인 파라드는 열쇠수리공인 멕시코인 대니얼을 도둑으로 단정하고 대니얼의 집으로 달려가 총을 쏘는데 대니얼의 어린 딸이 대신 총에 맞는다. 파라드의 총에 맞는 대니얼과 딸 뒤로 환한 빛이 비치며 기적과 같은 말이 이어진다. "아이를 쐈어! 애는 안 다쳤어. 애는 천사야! 나의 구세주…. 우릴 지키러 온거야"라고. 파라드는 자신의 하느님 체험을 딸에게 고백한다. 황량한 사막은 은총의 장소로 변화됐다. 시기는 성탄절. 아기 예수 구유 벽화와 모형 산타클로스, 크리스마스 트리, 그리고 성탄 캐럴이 흐른다. 편견의 벽을 허물고 인간을 만나러 하느님이 내려오신 성탄절이다. 구세주의 탄생으로 광야에 샘물이 흐른다. 서로에 대한 편견과 고립의 껍질을 깨고 나와 화해와 관용, 사랑과 이해의 새로운 길을 택한 것이다. 영화는 부감(high angle)기법으로 시내 한복판에서 다시 교통사고로 아귀다툼하는 현장을 빙 돌아 나오며 끝난다. 이 세상 삶의 장소가 광야이지만 그 안에 하느님의 은총이 깃들어 있음을 암시하는 마지막 장면이다. 광야는 하느님 섭리의 장소 2006년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편집상을 수상한 '크래쉬'는 폴 해기스 자신이 경험한 기억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자동차 강도를 당했던 그는 집 안의 자물쇠를 모두 바꿨고, 그 강도의 시점에서 LA를 바라보는 작품을 쓰기로 결심했다. '멜팅 팟(melting pot)'이라는 미국의 LA! 다양한 종족, 다양한 문화가 뒤섞인 이들은 함께 섞여 살며 선입견과 편견으로 서로 부딪치고 충돌한다. 이들은 인간 군상의 한 단면이다.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내 안의 광야는 무엇일까? 이 광야를 용감하게 직면하고 받아들인다면 이곳은 하느님 섭리의 장소가 될 것이다. 성경구절 "광야와 메마른 땅은 기뻐하여라. 사막은 즐거워하며 꽃을 피워라.… 광야에서는 물이 터져 나오고 사막에서는 냇물이 흐르리라. 뜨겁게 타오르던 땅은 늪이 되고 바싹 마른 땅은 샘터가 되며 승냥이가 살던 곳에는 풀 대신 왕골이 자라리라"(이사 35,1-7).이복순 수녀(성 바오로딸 수도회)cpbc2013.12.03
![[기톨릭 문화산책]<21> 묵주기도와 함께하는 가톨릭미술(5)](//cpbc.co.kr/CMS/newspaper/2013/06/rc/457907_1.1_titleImage_1.jpg)
[기톨릭 문화산책] 묵주기도와 함께하는 가톨릭미술(5)하느님 인간의 결합 상징하는 혼인잔치, 포도주로 기쁨 더해 요한복음에 따르면, 예수와 마리아, 사도들은 카나의 혼인 잔치에 초대를 받는다. 한창 잔치가 흥겨운 중에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는 아직 잔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포도주가 떨어진 것을 알고 아들에게 알린다. 이에 예수는 하인에게 정결례에 쓰는 돌로 된 여섯 개의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 하고, 그것을 퍼서 잔치를 주관하는 사람에게 가져가라 말한다. 하인들은 예수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 항아리에 부은 물이 모두 포도주로 변한다. 이 작품은 조토 디 본도네(Giotto di Bondone, 1266~1337)가 예수의 첫 번째 기적인 카나의 혼인 잔치를 그린 것으로, 사실적 묘사가 탁월하다. 일반적으로 교회 미술에서 '최후의 만찬'이나 '카나의 혼인잔치'를 주제로 다룬 장면은 대개 수도원 식당을 장식하기 위해 많이 그려지곤 한다. 그러나 조토가 제작한 '카나의 혼인잔치'는 스크로베니 경당에 그려진 프레스코화 중 한 장면이다. 이 경당은 이탈리아 파도바 갑부였던 엔리코 스크로베니(Enrico Scrovegni)가 고리대금업자였던 아버지 레지날도의 속죄를 지향으로 성모 마리아께 봉헌한 것으로 예수와 성모 마리아와 관련된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장면은 세 단으로 나뉘어 있는데 '카나의 혼인잔치' 장면 위에는 마리아와 결혼하기를 원하는 젊은 구혼자들이 묘사되어 있고, 그 아래에는 죽은 예수를 안고 비탄에 잠겨 있는 마리아가 표현돼 있다. 표현된 인물 형상은 분명하게 구획된 실내 공간에 배치돼 그림의 이야기 전달을 넘어 심리 상태를 섬세하게 드러내고 있다."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 작품 : '카나의 혼인잔치', 조토 디 본도네 작 (1304~06년께, 이탈리아 파도바 스크로베니 경당) ● 빛의 신비 2단 : 예수님께서 카나에서 첫 기적을 행하심을 묵상합시다 ● 묵상 단어 : 결합(혼인), 믿음, 영광#신랑 예수와 신부 마리아 향연 식탁의 왼쪽에는 예수와 신랑이, 화면 중앙에는 왕비처럼 위엄있게 신부가, 그 옆에는 마리아가 앉아 있다. 잔치에 포도주가 떨어지자 마리아는 아들에게 혼주를 도와 달라고 요청한다. 비록 예수는 아직 자신의 때가 이르지 않았지만, 마리아는 "무엇이든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고 하인들에게 이른다. 예수는 마리아의 극진한 믿음 때문에 포도주가 떨어진 혼인잔치에 첫 기적을 보인다. 믿음이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는 기적을 만든 것이다. '도와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성모의 얼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그녀의 표정은 믿음으로 가득하다. 왼쪽에서 예수는 물 항아리를 향해 손을 들어 축복하는 동작을 취하고 있다. 이는 마치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모습을 연상시킨다. 하느님은 당신 아들을 많은 사람이 모인 잔치에서 예수가 성자이며 구세주로 이 땅에 왔음을 증거하고 계신다.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갈릴래아 카나에서 표징을 일으키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요한 2,11). #신성한 결합 카나의 혼인잔치를 주제로 다룬 그림들에서 신랑과 신부를 화면에 중점을 둔 것은 14세기 초부터다. 이전에는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기적에 초점을 둬 물 항아리를 부각하거나, 신랑 신부는 아예 등장하지 않기도 했다. 조토의 작품에서 신부는 그림의 중앙에 마치 황후처럼 앉아 있고, 신랑은 예수의 옆쪽에 깍지를 낀 채 신부와 떨어져 앉아 있다. 하지만 그는 멀리서라도 신부를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무엇인가 신부에 대한 각오를 다짐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이제 그림은 포도주 기적과 신기한 일에만 관심을 두기보다는 신랑과 신부의 신성한 결합을 부각하고 있다. #'좋은 포도주'를 마시는 사나이 그림 오른쪽 앞 부분에 흰 옷을 입은 하인은 막 새 술독에서 나온 포도주를 항아리에 따른다. 그 뒤에 불룩한 배에 붉은 옷을 입고 서 있는 사람은 포도주 맛에 감복했는지 술잔을 내려놓지 못하고 바라만 본다. "과방장은 포도주가 된 물을 맛보고 그것이 어디에서 났는지 알지 못하였지만, 물을 퍼 간 일꾼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과방장이 신랑을 불러 그에게 말하였다. '누구든지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놓고, 손님들이 취하면 그보다 못한 것을 내놓는데,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남겨 두셨군요'"(요한 2,9-10). 성경 내용에 따라 조토는 정결례에 필요한 물을 담기 위해 준비된 여섯 개의 항아리를 원근법적으로 앞줄과 뒷줄의 크기 차이를 통해 공간의 깊이를 나타낸다. 여기서 6이란 숫자는 메시아가 오기 전의 여섯 시기를 상징한다. 아담에서 노아, 노아에서 아브라함, 아브라함에서 다윗, 다윗에서 바빌론 유배, 바빌론 유배에서 요한 세례자, 요한 세례자에서 세상 끝날까지다. 일곱 번째, 즉 완전한 수를 상징하는 시기는 메시아의 도래를 뜻한다. #그리스도와 교회의 혼인 성 베르나르도는 '아가에 대한 강론'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신랑으로, 교회를 신부로 보고 그리스도와 인간의 사랑을 설명했다. 그는 그리스도와 교회의 혼인 관계는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것, 즉 우리 영혼이 그리스도의 신부가 되는 '영적 혼인'으로 봤다. 아가서에서 신랑 신부의 입맞춤(아가 1,1-4)은 성령을 불어넣는 입맞춤으로, 그리스도와 하나 되기를 원하는 열망이다. 그리스도와 교회(마리아)와의 혼인 축가로 생각했다. 교회와 마리아는 동정의 성격과 동시에 하느님을 신랑으로 모시는 혼인 관계를 갖는다. 신랑-신부가 있고, 예수-마리아가 있다. 카나의 혼인잔치는 강생의 신비로, 하느님께서 당신 아들 예수의 육화를 통해 우리와 친히 결합하려는 것이다. 하느님과 인간 사이 혼인의 신비에 관해 말한다. 무의미한 물이 맛좋은 포도주로 변한 것처럼, 하느님은 신랑으로, 우리는 신부처럼 결합하여 우리 인생은 새로운 맛을 얻게 된다. 맛좋은 포도주 때문에 혼인잔치의 기쁨과 흥겨움이 우리 마음과 생활에 영원히 남는다.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루카 17,21) 작품 : 이콘 '판토크라토르'(Pantoncrator) (6세기께, 이집트 시나이 성 카타리나 수도원) ●빛의 신비 3단 :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심을 묵상합시다 ●묵상 단어 : 하느님의 나라, 회개, 복음 이콘 '판토크라토르'는 우주의 통치자를 상징한다. 이 이콘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입었던 튜닉 상의에 히마티온이라 부르는 일종의 숄을 두르고 있다. 오른손의 세 손가락은 삼위일체를, 나머지 두 손가락은 하늘과 땅의 결합을 상징하면서 인류에게 축복을 주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왼손에는 보석으로 장식된 성경을 들고 있다. 그리스도의 모습은 무표정하고 엄숙하나 상당히 사실적인데, 이 안에는 이콘 도상학의 중요한 특성인 고요와 관조, 평정, 침묵을 상기시킨다. 오늘날까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이콘으로 인간적이면서 초월적인 인간성을 전지전능한 창조주의 모습으로 기품있는 권위를 극명하게 나타낸다. "저의 임금이신 하느님, 당신을 들어 높입니다. 영영세세 당신 이름을 찬미합니다."(시편 145,21) 윤인복 교수(아기예수의 데레사, 인천가톨릭대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조은일2013.06.11
서울대교구 청년 성서사목의 현황과 과제 해설(하)본당 성경교육 프로그램 상설화 원해 성경공부 활성화 방안으로 청년들이 제시한 의견 중 눈길은 끄는 것은 '성경공부 모임 단체화'(16.2%)와 '청년 주일학교 개설'(7.9%)이다. 다시 말해 본당에서 더 많은 청년들이 성경공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성경교육 프로그램을 상설화하자는 의견이다. 이는 성경공부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나 직장생활과 학업으로 바쁜 젊은이들을 위해 본당에서 보편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제공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교육내용에 관한 선호도를 보면, 청년들은 '성경 전반에 걸친 통괄적 내용'(44%)을 공부하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특정 주제를 통해 다각적 내용으로 접근'(34.4%)하거나 '개별 성경을 선택해 세부적 내용을 교육'(20.6%)하면 좋겠다고 응답했다. 강사에 대한 선호도는 강의방식일 때는 성직자(46.3%), 주제별 전문가(28.7%), 수도자(13.6%), 평신도 봉사자(10.7%)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그룹공부 방식에서는 평신도 봉사자(32.4%), 주제별 전문가(31.9%), 성직자(25.5%), 수도자(9.1%) 순으로 선호도를 보였다. 전반적으로 강사 선호도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에 상관없이 전문가로서 역량을 더 중요하게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설문조사는 청년 신자들의 신앙의식과 단체 활동에 대한 만족도와 보람, 신앙생활 현황 등에 대한 조사도 포함해 청년사목 정책 입안을 위한 기초자료로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전체 응답자의 연령대는 19살부터 34살까지 다양했다. 미혼(94.4%)이 대부분이었으나 기혼도 5.6%나 됐다. 본당에서 설 자리가 없는 30대 신자들이 결혼 이후에도 청년회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들 결혼관을 살펴보면 '배우자가 가톨릭신자라야 하는가'하는 질문에 61.2%가 '그렇다'고 답했으나, '꼭 신자가 아니어도 상관없다'(27.6%)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2010년도 교세통계에서 관면혼 비율이 60.6%(1만 2096건)에 달할 정도로 성사혼이 줄고 있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 이는 청년 신자들이 스스로 확고한 믿음을 갖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외짝교우와 자녀 신앙교육 문제 등 가족 간 신앙 불일치로 인한 다양한 문제를 내포하는 만큼 가능한 성사혼을 하도록 유도하는 사목적 배려가 필요하다. 청년 관련 가장 큰 문제로는 '청년 신자 중 소수만 단체 활동에 참여'(42.9%)하는 것을 지적했다. 다음으로 △청년 신자의 영성 강화(18.8%) △청년 신자에 대한 사목적 관심(17.8%) △청년 봉사자 양성 및 지원(11.6%) △청년 신자 재교육(7.4%) 등이 이뤄지길 요구했다. 아울러 청년사목을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친교를 위한 다양한 행사'(40.6%), '본당 사제의 관심과 지도'(21.4%), '청년 대상 성경공부'(17.5%), '청년 대상 정기적 피정'(13.5%) 등을 제안했다. 청년 신자들의 신앙생활 빈도를 보면,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는 청년들은 시간과 공간 제약을 덜 받는 자유기도나 화살기도에 비해 따로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성경읽기ㆍ미사참례ㆍ성체조배ㆍ묵주기도 등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함을 알 수 있다. 미사 참례 빈도는 '주 1회'(77.4%)와 '주 2~3회'(12.5%)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매일'(2.9%), '주 4~5회'(2.4%) 이상 참례한다는 응답자는 매우 적었다. 묵주기도 빈도는 '특별한 경우에만'(29.8%), '거의 안 함'(20%), '뜸하게'(19.6%), '주 1회'(13.8%), '주 2~3회'(8%), '매일'(5.4%), '주 4~5회'(3.4%) 순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은 성경읽기(묵상) 및 성체조배도 거의 하지 않거나 특별한 경우에만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경읽기(묵상)를 하는 빈도는 '거의 하지 않음'(24.7%), '특별한 경우'(22.6%), '주 1회'(19.4%), '뜸하게'(18.7%), '주 2~3회'(9.2%), '매일'(3%), '주 4~5회'(2.3%) 순이었다. 성체조배는 '거의 하지 않음'(46.5%), '특별한 경우'(19.9%), '주 1회'(18.1%), '뜸하게'(11.7%), '주 2~3회'(2.6%), '주 4~5회'(0.8%), '매일'(0.4%) 순으로 나타났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cpbc2011.10.11
![[출판] 예수 그리스도, 그는 우리에게 누구인가?](//cpbc.co.kr/CMS/newspaper/2013/01/rc/438850_1.2_titleImage_1.jpg)
[출판] 예수 그리스도, 그는 우리에게 누구인가?세계적 신학자들이 예수에 관해 연구한 대작들 잇달아 발간 세계적 신학자들이 예수에 관해 연구한 저서가 국내에 잇달아 소개됐다. 신약학의 대가 클라우스 베르거 교수의 「예수1」과 교황청 시성성 장관 안젤로 아마토 추기경이 사제 시절 쓴 「예수 그리스도」다. 베르거 교수의 책은 600쪽에 가까운 분량이고, 아마토 추기경의 책 역시 1000쪽이 훌쩍 넘는다. 새해 시작부터 예수에 관한 대작들이 발간된 것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저서 「나자렛 예수」 시리즈로 촉발된 예수 열풍과 더불어 신앙의 근본을 돌아보게 한 교황의 '신앙의 해' 선포와 무관치 않다. ▨예수1 클라우스 베르거 지음/전헌호 옮김/성바오로/3만 원 -------------------------------------------------- 클라우스 베르거(73, 독일) 전 하이델베르크대 교수가 2007년 자신의 학문적 역량을 모두 쏟아부으며 펴낸 역작이다. 베르거 교수는 그동안 「예수는 참으로 누구였을까?」, 「기적을 믿어도 될까?」, 「신약성경의 보도는 진실일까?」 등과 같은 책을 펴내며 예수의 참모습을 밝히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예수」는 이 같은 노력의 총체적 결실을 담고 있다. 베르거 교수는 이 책이 일반 독자들과 거리가 먼 '학술서'로서 머물지 않기를 바랐다. 베르거 교수는 책 서문에서 "나는 예수로부터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현대인들에게 정말 말해주고 싶기 때문에 이 책을 쓴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학자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신학을 풀어내기보다 모든 이들이 궁금해하는 문제들, 예를 들면 예수는 정말 진리인지, 예수를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살아온 삶을 곁들이며 학자로서, 신앙인으로서 걸어온 삶의 여정에서 예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했는지, 그 과정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말하고 있다. 그는 예수의 존재를 과소평가하고, 왜곡된 인물로 그려낸 일부 신학계 흐름을 비판하며 "어떤 중요한 의미도 없이 최소한의 존재로 쪼그라든 예수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게 된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역사학, 해석학을 넘나들며 융ㆍ복합적으로 신학을 연구해 온 역량을 「예수」에 적용했다. 예수가 직접 하신 말씀, 4복음서와 성경, 유다교인들이 남긴 예수에 관한 보도와 해석, 교회 전통적으로 내려온 예수에 관한 생각 등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1권에서는 △예수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온전한 인간? 반신반인? 또는 다른 어떤 존재? △예수는 하느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예수와 여인들 △예수와 인간적 고통 △마귀에 대한 예수의 태도 △예수의 정치적 구상 등을 다뤘다. 앞으로 발간될 2권에서는 △행동하는 예수 △예수와 돈 △예수와 함께 죽을 수 있을까? △예수는 오늘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예수와 교회 등을 풀어냈다. 베르거 교수는 "예수의 모습을 이성적으로 살펴, 있는 그대로의 예수를 인정하는 것으로 이 책의 마지막 부분으로 삼으려 한다"면서 "예수는 머리만으로 정확히 이해할 수 없으며, 예수에 대해 알려면 절반은 마음으로, 신비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예수 그리스도 안젤로 아마토 지음/김관희 옮김/수원가톨릭대학교 출판부/2만 5000원 --------------------------------------------------------------- 교황청 신앙교리성 차관과 교황청 살레시오대 교의신학 교수를 지낸 아마토 추기경이 쓴 책이다. 그리스도론에 관한 많은 학설과 이론을 종합해 간결하면서도 명쾌하게 풀어냈다는 찬사를 받으며 '그리스도론의 교과서'로 불린다. 아마토 추기경은 서문에서 "예수는 시공을 초월해 언제나 생명의 복음이고 찬란한 광채"라면서 베르나르도 성인의 말을 빌려 "예수는 불림을 받은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는 생명의 책"이라고 했다. 모두 5부로 구성된 책은 '현대 사상에서의 예수 그리스도'(제1부 제1장)를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역사의 중심으로서 예수 그리스도를 분석하며 다른 종교에서 본 예수 그리스도, 예수에 관한 해석을 둘러싼 논쟁들을 다뤘다. 이와 함께 '현대 그리스도론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테이야르 드 샤르댕, 칼 라너, 발터 카스퍼 등 신학자들이 연구한 그리스도론과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북미와 유럽의 그리스도론 등을 폭넓게 소개하며 그리스도 모습을 객관적 시각으로 분석했다. 제2부 '성서에서 본 그리스도 신비'를 통해 구약과 신약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그리스도 신비를 소개한 뒤 제3부에서는 '교회 역사에서 본 그리스도 신비'를 이어가며 성경의 그리스도론이 교의적 그리스도론으로 발전되는 과정을 보여줬다. 교부들의 그리스도론부터 제1차 니케아공의회, 에페소공의회 등 초기 보편공의회에서 다뤄진 그리스도론까지 상세히 분석했다. 제4부 육화의 신비에서는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의 육화를 삼위일체론, 그리스도론, 구원론적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살폈다. 마지막 제5부에서는 그리스도 신비의 구원론적 보편성을 다루며 그리스도인으로 세상을 산다는 것은 희망과 생명의 삶임을 제시했다. 아마토 추기경은 "이 책을 통해 모든 사람이 인류 역사의 의미와 절대적 가치 기준을 예수 안에서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조은일2013.01.22
![[성경 속 궁금증] (16) 하느님 모상이란 무슨 뜻인가](//cpbc.co.kr/CMS/newspaper/2011/12/rc/398033_1.1_titleImage_1.jpg)
[성경 속 궁금증] (16) 하느님 모상이란 무슨 뜻인가 하느님 뜻 따를 능력 소유함 의미 인간은 하느님 모상으로 창조됐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지창조 중 '이브의 창조'(16세기, 바티칸 시스티나 경당). 한국 천주교 박해사를 다룬 김훈 작가의 소설 「흑산」을 보면, 관리가 정약종(1760∼1801, 순교자)을 고문하면서 하느님이 존재함을 증명하라는 장면이 나온다. "너의 이른바 천주가 실재해서 세상을 주관하고 있음을 네가 증명할 수 있느냐?" "증명할 수 있다. 쉬운 일이다. 어린아이가 웃으면서 걸어올 때, 나는 천주가 실재함을 안다. 그대들이 국법의 이름으로 백성들을 가두고 때릴 때 저들의 비명과 신음이 천주를 증명한다. 그대들의 악행을 미워하고 또 가엾이 여기는 내 마음을 통해서 천주는 당신을 스스로 증명하신다." 두고두고 생각이 나는 참으로 인상적 대목이다. 성경에서는 하느님께서 인간을 포함한 우주만물을 창조하셨다고 한다. 이것은 인간이 저절로 이 지구상에 존재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그 기원을 갖는다는 말이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창세 1,27). 인간이 하느님 모상대로 창조됐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모상(模像)이란 모방해 만든 상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모상은 모조품, 조각품, 나아가서는 초상의 의미를 지닌 단어다. 따라서 모상이 된다는 의미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에서 하느님 모습을 가시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존재, 즉 하느님 분신과도 같은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하느님 모상이다'하고 정의하는 것보다는 '인간은 하느님 모상으로 창조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아무도 하느님을 본 적이 없다. 아버지와 가장 가까우신 외아드님 하느님이신 그분께서 알려 주셨다"(요한 1,18). 인간이 하느님을 닮았다는 것은 단순히 외형적 겉모습을 닮았다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하느님 뜻을 따를 수 있으며, 양심을 통해 하느님을 닮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인간은 본능이 아닌 이성적 능력으로 무엇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판단하고, 진리 자체이신 하느님께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의 감성적 능력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아름다움 자체이신 하느님을 추구할 수 있다. 또 자신의 의지로 참된 것을 귀중히 여기고, 마침내 선의 근원이신 하느님 뜻을 따르게 된다. 인간은 양심을 통해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고 옳은 것을 추구하며, 선을 행하고 악을 피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해 거룩함의 길로 나아가 결국 하느님의 거룩함에 참여하게 된다. 이는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하느님에게서 받은 이성과 감성, 의지, 양심을 통해 하느님 뜻을 자유로이 따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나타낸다. "신들보다 조금만 못하게 만드시고 영광과 존귀의 관을 씌워 주셨습니다. 당신 손의 작품들을 다스리게 하시고 만물을 그의 발아래 두셨습니다"(시편 8,6-7). 하느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며 무한한 생명을 가졌다. 그렇기에 인간은 하느님 모상으로 이 지상에서 하느님 현존을 드러내는 표지이기도 하다.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퇴사자22011.12.06
![[사도직 현장에서] 신부님이 무서워요](//cpbc.co.kr/CMS/newspaper/2013/05/rc/453224_1.0_titleImage_1.jpg)
[사도직 현장에서] 신부님이 무서워요이대수 신부 (서울대교구 경찰사목위원회 위원장) 나보고 무섭단다. 하기야 본당 보좌신부로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말을 했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가만히 들어보니 나를 그냥 무서워한다기보다 교리 지식이 부족한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내가 무서운 것이었다. 세례 받은 지 5년, 10년, 20년이 넘었는데도 신앙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누굴 믿어야 하는지, 왜 믿는지, 믿는 대상은 어떤 분인지, 믿으면 어떻게 되는지, 성경은 왜 읽는지, 교리공부는 왜 하는지, 미사는 왜 하는지 등 말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내가 보더라도 괴짜 신부다. 교우들이 어려워하는 것을 알면서 일부러 질문을 습관처럼 던진다. 그러니 내가 무서울 수밖에. 사실 이 모든 질문은 예전에 나 자신에게 던진 질문들이기도 하다. 경찰청은 매주 화요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미사를 봉헌한다. 점심시간은 한 시간이다. 30분 미사 봉헌, 30분 식사 시간. 정말 빠듯하다. 고심 끝에 약 1년 전부터 마지막 주에는 미사를 강의로 대체했다. 식사도 김밥이다. 먹으면서 한 시간 신앙 교육을 한다. 가끔 냉담하는 교우를 만나면 미사의 의미를 잘 모르고 다니다가 슬쩍 냉담하게 됐노라고 고백한다. 의미를 모르니 집중이 안 되고, 그러다 보니 지루한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신앙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신앙을 가지려면 교육보다 더 효과적인 것이 있으랴. 이후 1년 넘게 신앙 강의를 해왔다. 하나하나의 의미를 알기 쉽게 소화해서 알려주고 신앙의 오해를 풀어주며 생각을 바로잡아 주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경찰 교우 전체 신앙 수준이 올라갔다. 교우들끼리 끌어주고 밀어주는 모습도 보였다. 무엇보다 그들은 신앙에 재미를 느꼈으며, 그것은 곧 삶에 반영됐다. 이제 제법 질문도 나온다. 신앙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도 보인다. 경찰 교우들은 더 크게 자랄 것이다. 지금의 신앙적 노력과 그 고민이 그들 각자를 성숙하게 할 것이다. 주님께서도 서서히 자라나는 사도들을 보면서 내심 얼마나 기쁘셨을까. 이제 조금 더 욕심을 내어본다. 서울에는 경찰청, 서울지방경찰청 외에도 31개 경찰서와 5개 기동단이 있다. 나는 교우들에게 하는 강의를 녹화해 카카오톡으로 볼 수 있도록 전송해줬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모두 잘 해결됐다. 이번 달 말이면 서울에 있는 경찰 교우들이 마음만 있다면 그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신앙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이것이다. "주님을 찬미합시다. 하느님 감사합니다."cpbc2013.05.14
![[전국 교구장 새해 사목교서] 부산교구- 본당 재탄생을 향한 새 복음화, 신심운동 복음화의 해](//cpbc.co.kr/CMS/newspaper/2013/01/rc/437354_1.2_titleImage_1.jpg)
[전국 교구장 새해 사목교서] 부산교구- 본당 재탄생을 향한 새 복음화, 신심운동 복음화의 해부산교구장 황철수 주교 교구설정 50주년(2007년)을 기점으로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지향하면서 복음화의 새 출발을 다짐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좋은 본당 가꾸기' 운동으로 복음화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이는 새로운 방식과 각성으로 계속돼야 할 하느님 백성의 길이기도 합니다. 올해부터는 지난 여정의 바탕 위에서 본당 공동체가 쇄신되고 거듭나는 '본당 재탄생을 향한 새 복음화'라는 5년간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복음화(Evangelizatio)는 성경말씀을 전하고 교리를 가르치는 단순한 선교(Missio) 개념을 넘어 하느님 말씀과 구원계획에 반대되는 인간의 가치관, 생활방식까지 복음의 힘으로 정화하고 바로잡는 것까지 포함됩니다. 따라서 복음화는 문화를 겉치장하듯 장식하는 외적 형식이 아니라 문화의 깊은 근원까지 파급되는 생명력을 말합니다. 현대세계에서 새롭게 등장한 '새 복음화', '새로운 복음화'(Nova evan gelizatio)는 세속주의, 문화적 상대주의, 과학적 근본주의, 극단적 자본주의, 종교 무관심주의 등 대두에 따른 삶과 신앙의 위기를 반영한 재복음화를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새 복음화는 기존 신자와 교회공동체 자신의 복음화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는 본당 재탄생이라는 교구 중기 비전과 맥을 같이 합니다. 교회가 참신한 활력과 역동성을 유지하려면 교회 자신이 복음화돼 있어야 합니다. 이에 본당 재탄생을 향한 새 복음화의 5년 여정을 시작하려는 것입니다. 본당 재탄생을 향한 여정의 근원적 동력은 신심운동(2013년 신심운동 복음화의 해)과 가정공동체(2014년 가정 복음화의 해)에서 얻습니다. 본당 구성원들은 다양한 참여와 역할의 활성화로 영성적 친교공동체를 경험함으로써,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공동체 결속력을 확산시킵니다. 이후 확보된 두 동력을 근간으로 대외적으로는 문화 사목(2015년 문화 복음화의 해)과 대내적으로는 기초공동체 사목(2016년 기초공동체 복음화의 해)을 중심축으로 삼아 본당공동체 재탄생의 골격을 세웁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4년간의 다채로운 사목활동을 통합합니다. 본당 구성원 전체의 재복음화를 정점으로 '본당 재탄생(2017년 본당 복음화의 해)'의 여정을 완성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 시대는 우리의 욕망을 채워주는 많은 것을 선전하며 그쪽으로 경주하게 합니다. 욕망의 경쟁사회는 우리 삶을 참되게 채워주지 못하고 공허하게 만듭니다. 인간은 비록 지상에서 살아가지만, 그 깊은 내면에서는 언제나 거룩한 하늘을 지향하는 영혼의 존재입니다. 사람들은 우리 공동체를 통해 이러한 영혼의 목마름을 채우고자 합니다. 교회를 찾아오는 이들과 우리 자신의 영적 갈구를 채워주는 본당공동체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입니다. 실천 지침으로 교육 및 신심운동 참여, 매월 체험교육 시행, 성경통독 및 필사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조은일2013.01.08
![[덕원의 순교자들] <1>총론 '덕원의 순교자들' 기획에 들어가며](//cpbc.co.kr/CMS/newspaper/2013/05/rc/454194_1.2_titleImage_1.jpg)
[덕원의 순교자들] 총론 '덕원의 순교자들' 기획에 들어가며복녘에 복음 전파하고 주님 증거하다 스러진 20세기 순교자들 2009년 12월 28일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성당에선 한국천주교회사에 기록될 의미 있는 시복재판이 열렸다. '하느님의 종 신상원 보니파시오 사우어 주교 아빠스와 김치호 베네딕도 신부와 동료 순교자들' 38위의 시복시성을 위해 구성된 이 예비심사 법정은 20세기 한국 천주교회 순교자들에 대한 첫 시복재판이란 점에서 교회 안팎으로 주목받았다. 시복 예비심사는 순조롭게 진행돼 16차례 회기를 마친 다음 그 기록을 정리해 이탈리아어로 번역, 교황청 시성성에 제출했고 얼마 되지 않아 시성성으로부터 시복 재판에 '장애 없음'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재판에 대한 교회 구성원과 세간의 관심은 점차 사그라졌다. 지난해 시성성을 방문한 이형우 아빠스를 비롯한 시복재판 관계자들은 시성성 장관 안젤로 아마토 추기경에게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한국과 독일 교회 신자들이 이분들을 얼마나 알고 있으며 현양하고 있습니까? 이분들이 하루 빨리 성인반열에 오르기를 바란다면 신자들에게 이들을 알리고 기도하게 하십시오"라는 강력한 권고를 받았다. 시성성 장관의 우려처럼 솔직히 한국 교회 신자들은 이분들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이에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과 평화신문은 시성성 장관의 바람대로 '하느님의 종 신상원 보니파시오 사우어 주교 아빠스와 김치호 베네딕도 신부와 동료 순교자들' 38위를 널리 알리고 이들의 현양 운동을 교회 안에 확산하기 위해 특별 기획 '덕원 순교자들'을 연재하기로 했다. "작업은 갈수록 혹독해졌고 처우는 갈수록 잔인해졌으며 굶주림은 갈수록 고통스러워졌습니다. 우리는 침묵하고 참고 기도하고 하늘에 부르짖었습니다. 용기가 꺾였습니다. 정신력도 붕괴되고 들판의 돌무덤 위에 아무 데나 앉아 어린애처럼 울었습니다. 공산주의자들에게 총살당한다면 오히려 복일 것입니다. 1951년 9월1일 에우세비오 수사가 영양실조로 선종했습니다. 우리는 감시병들이 그를 마지막까지 들볶고 게으름뱅이라 욕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들은 에우세비오 수사의 죽음까지 비웃었습니다" (옥사덕 수용소 증언록 중에서)성 베네딕도회 덕원수도원 전경. 덕원수도원은 카예타노 피어하우스 신부와 레오폴드 다베르나스 신부가 설계했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수도원은 길이 57m, 너비 19m, 종탑 높이 34m였다. ▨덕원의 순교자들 덕원의 순교자들은 일제 강점기와 해방 후 정치 사회적 혼란, 그리고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리스도인 특히 성직자와 수도자란 이유 하나만으로 무신론자인 공산당원들에 의해 무참히 순교한 이들이다. 북녘땅에서 복음을 전파하고 주님을 증거하던 사제와 수도자들이 6ㆍ25 전쟁을 전후해(1949~1952) 공산주의자들 손에 적잖이 희생됐다. 이 가운데는 성 베네딕도회 덕원수도원ㆍ연길수도원ㆍ원산수녀원 소속 수도자들과 함흥대목구ㆍ연길대목구 소속 사제 38명도 포함돼 있다. 덕원의 순교자 중 이번에 선정된 '하느님의 종 신상원 보니파시오 사우어 주교 아빠스와 김치호 베네딕도와 동료 순교자들' 38위 가운데는 한국인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가 13명이고, 독일인 사제와 수도자가 25명이다. 교계 직분으로 좀 더 세분하면 주교 1명, 성직수사 13명, 덕원ㆍ함흥교구 사제 4명, 평수사 13명, 수녀 3명, 평신도 1명으로 구성돼 있고 연길교구 사제 2명도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25명은 독일 7개 교구 출신 수도자들이다. 또 이들 38위 순교자 중 23명은 평양인민교화소와 자강도 만포 관문리수용소 등지에서 총살 등으로 살해됐고, 13명은 옥사덕 수용소에서 영양실조 등으로 굶어 죽었다. 그리고 한윤승(필립보)ㆍ신윤철(베드로)신부는 해주인민재판장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근처 바닷가에서 생매장됐다. 주요 인물로는 초대 원산교구장이며 덕원 수도원장이었던 신상원 보니파시오 사우어 주교 아빠스와 덕원 수도원 출신 첫 한국인 사제인 김치호 베네딕도 신부, 그리고 고 구상 시인의 형인 구대준 가브리엘 신부 등이 있다. 또 루치우스 로트 덕원수도원장 신부는 교황 비오 12세가 독일 주재 교황대사로 있을 때 대사 비서로 일했고, 아르눌프 슐라이허 신부는 한국어 신약성경을 번역 출간해 성경 보급에 앞장섰다. 백작 가문의 카누트 다베르나스 신부는 '두메 본당 신부'로 희생적 삶을 산 수도자였다. 또 김종수(베르나르도) 신부는 한국인 첫 수련장 수사였고, 성 남종삼(요한)의 후손인 부산 출신 김동철(마르코) 신부는 월남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자기 본당을 버리지 않고 신자들과 함께 있다가 체포돼 순교했다.<표 참조> ▨ 순교 자료들 덕원의 순교자들 삶과 수난사는 처음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독일인 수도자들이 교화소에 갇혔을 때 수도원에서 쫓겨난 몇몇 한국인 수도자는 담장 안의 형제와 비밀 쪽지를 주고받았다. 이들 한국인 수도자들의 담대한 용기가 없었던들 많은 순교 행적이 영영 땅속에 묻힐 뻔했다. 또한 옥사덕수용소에서 함께 수감생활을 하다 기적적으로 생환한 수도자들의 증언도 그들의 순교 사실을 알리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 시복 청원 배경 성 베네딕도회 상트 오틸리아 연합회 한국 진출 100주년을 두 해 앞둔 2007년 5월 10일,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은 '덕원의 순교자들' 38위에 대한 시복시성 추진 교령을 반포했다. 여기에는 2007년 2월에 열린 오틸리아 연합회 평의회 권고와 같은 해 봄에 열린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총회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우리 시대 최근 연도까지 신앙에 대한 배척 때문에 피 흘린 모든 이를 미래에도 기억하자"고 호소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뜻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일이기도 했다. ▨ 시복 청원 의미 20세기 순교자로서 '덕원의 순교자들'이 지니는 각별한 의미는 이들이 우리 역사의 한복판에서 우리 민족과 운명을 함께 나누었다는 데 있다. '덕원의 순교자들'은 일제 강점기와 해방 후의 정치·사회적 혼란, 그리고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민족의 절망과 아픔을 고스란히 몸으로 겪은 분들이다. 따라서 이들의 삶과 죽음은 그 자체로 이미 한국 현대사의 일부이며, 그들의 순교 사건은 한민족의 비극과 별개가 아니다. '덕원의 순교자들'이 우리 현대사에 끼친 영향력을 생각할 때, 이들의 순교 행적은 교회 안에서뿐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이가 가슴에 품고 공경할 만하다. 리길재기자 teotokos@pbc.co.kr조은일2013.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