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이달의 교계잡지 ▨가톨릭 디다케='캠프 후에도 내가 쌩쌩할 수 있는 이유'를 특집 주제로 선정해 △새로 나게 하는 침묵 △뽀송뽀송 피부를 위한 다섯가지 처방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는 커플 체조 등을 소개했다. 우리교사회편에서는 대구대교구 왜관본당 주일학교 교사회를 만났고 변선생의 월례교육자료 꼭지에서는 '캠프자료, 다 어디 갔지'를 다뤘다. 인물 에스프레소 꼭지에서는 라우렌시오 성인에 대해 알려줬다.(서울대교구 청소년국/3500원) ▨경향잡지=경향돋보기에서는 거룩한 주일과 참된 쉼을 주제로 △성경을 통해 본 안식일의 의미(정장표) △주일에 관한 교회 가르침(김훈) △참된 쉼, 창조적인 쉼(오지섭)을 실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권고 「주님의 말씀」 해설(안소근)을 게재했으며 문화비평 꼭지에서는 '귀농, 내려놓는 삶'(고재섭)을 다뤘다.(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3300원) ▨교회와 역사=한국교회의 인물상 꼭지에서는 한국교회 최초 해외선교사 김선영 신부 삶과 행적을 살펴봤다. 김 신부는 현대 순교자로 '근ㆍ현대 신앙의 증인'에 선정됐다. 예수성심성월 묵상서로 1875년 홍콩에서 간행된 「경례예수성심월」 연재를 새로 시작한다. 이번 호에서는 해제를 통해 책 전체 구성을 소개하고 예수성심성월 의미를 짚었다.(한국교회사연구소/3000원) ▨그물=5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공유경제 20주년 총회 '상파울루에서 세계로-예언이 역사가 되다'를 소개했다. 마리아사업회 설립자 끼아라 루빅 여사는 1991년 브라질을 방문하면서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공유경제를 제안한 바 있다. 교황청 종교간 대화평의회 의장 장 루이 토랑 추기경이 방한해 가톨릭대에서 강연한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 말하는 종교 간 대화'를 실었다.(마리아사업회/3000원) ▨레지오 마리애=레지오 마리애 영성과 관련해 △그리스도 신비체에서의 마리아의 역할(맥그리거) △새로운 복음화 사명과 레지오 마리애(문희종) △하느님 나라, 어떻게 들어갈 것인가?(오상선) △오늘날 교회에서의 레지오 마리애(폴즈) 등을 소개했다. 공의회의 바다편에서는 일치운동에 관한 교령 「일치의 재건」(곽승룡)을 살펴봤다.(세나뚜스협의회/1800원) ▨말씀지기=날마다 하느님 말씀을 가슴 깊이 묵상할 수 있도록 이끄는 '30일 묵상'을 담았다. 아침뜨락 꼭지에서는 '가난하고 싶은데요'를 주제로 가난했던 예수 그리스도 삶을 본받아 이 세상 물질에서 초연해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봤다. 영성에세이 '관계 치유하기'와 '벗어남'을 통해 사람들과 맺는 관계에서 생겨나는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성경에서 찾아봤다.(가톨릭출판사/3000원) ▨사목정보=서고에 넘치는 신앙의 보물을 특집주제로 다루며, 교회 기록관리에 대해 살펴봤다. △교회 기록관리를 위한 제언 △가톨릭교회 교구 기록관리의 개선 방향 △본당사와 교구사 편찬 절차와 방법 △교구의 신앙 유산을 잘 보존하겠습니다-원주교구 기록관 등을 실었다. 중견사제에게 듣는 사목이야기편에서는 성바오로수도회 한국 준관구장 안성철 신부를 만났고, 이 시대의 평신도 꼭지에서는 제주교구 우도공소 정선녀 선교사를 소개했다.(미래사목연구소/1만 원) ▨생활성서=친구 영성을 특집주제로 선정했다.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친구의 의미를 생각한다(최기홍) △변산 갯바위 파도 속에 그를 묻었다(권일혁) △걱정마, 며칠 쉬면 괜찮을 거야(김규원) △성경 속에서 만나는 친구들(이연수) △이태석 신부에게 배우는 친구 영성(김용기)을 통해 친구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겼다. 이 부부의 삶 꼭지에서는 천염염색과 등공예를 하는 부현도ㆍ김형미 부부를 만났고, 더불어 사는 세상편에서는 쓰지 않는 안경을 아프리카와 아시아 이웃에게 보내는 청년 봉사동아리 '안아주세요'를 소개했다.(생활성서사/3900원) ▨성서와 함께=여름철을 맞아 '불쾌지수는 날려버려'를 주제로 △하느님은 웃음입니다(임영준) △무더위를 날리는 유쾌한 일상(이정호) △즐거운 인생(양승국)을 담았다. 성미술 산책에서는 민경은(영원한도움의성모수도회) 수녀가 청주교구 내수본당 성물을 소개했다. 집중탐구 사도행전편에서는 사도행전 15장 1~35절 말씀을 살폈다.(성서와함께/3000원) ▨소년=박홍근 아동문학상이 부활한 소식을 전하며 포근하고 아름다운 어린이 사랑을 보여줬던 고 박홍근 작가를 소개했다. 여름방학을 맞은 학생들을 위해 특별 그림동화 '나무 세 그루'를 게재했다. 알고 배우고편에서는 '예수님은 여자친구가 있었나요?'가 눈에 띄며 성탄절과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줬다.(가톨릭출판사/4000원) ▨야곱의 우물=교회와 사회 꼭지에서는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교회의 활동(류정순)을 살펴봤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고대 잡신들 흔적을 통해 고대 이스라엘의 종교심과 영성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구약성경에 남긴 신들의 흔적'(주원준) 연재를 시작했다. 성경에 담긴 하느님 생각 꼭지에서는 '빚을 탕감해 주어야 한다'(민남현)를 다뤘다.(바오로딸/2800원) ▨참 소중한 당신=특집주제는 '마음, 영혼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책 한 권'이다. △영성서적, 어떻게 읽어야 할까?(김민수) △쉼-채움, 돌아옴을 위한 역설(김영수) △성경 속 이야기 내 이야기(이연수) △올리버 트위스트를 위하여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김수정)를 실어 휴가를 맞은 독자들에게 독서를 권했다. 아름다운 사람들 꼭지에서는 주교 수품 50주년을 맞아 다시 한국을 찾은 전 인천교구장 나길모 주교를 만났다.(사단법인 미션/3000원) 박수정 기자 박수정2011.06.28
[조규만 주교의 하느님 이야기](23)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이후 성령 체험: 성령 하느님항상 성령이 함께 하셨음을!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후 제자들은 성령 체험을 했다. 깊은 성령 체험을 했던 초대교회 사도들 이야기는 사도행전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우리는 해마다 성령강림대축일을 맞아 그 사건을 되새기고 있다. **성령은 어떤 분이신가 성부는 아버지의 모습, 성자는 아들의 모습으로 그려볼 수 있는데, 성령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야 할지 막막하다. 성경에서 성령은 비둘기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비둘기는 매우 상징적 표현이다. 도대체 성령은 어떤 분이실까. 제자들은 어떤 분으로 체험했을까. 구약성경에서 살펴보면 성령은 바람, 숨, 생명, 영 등으로 번역될 수 있다. 창세기를 통해 성령 활동을 이해할 수 있다. "어둠이 심연을 덮고 하느님의 영이 그 위를 감돌고 있었다"(창세 1,2)고 서술하고 있다. 마치 위대한 작가가 대작을 구상할 때 떠오르는 영감과도 같은 느낌이다. 가끔 우리에게도 그런 경우가 있다. 지금 돌이켜보면 쉽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오늘의 내가 될 수 있었을까 의아할 때가 있다. 그런 경우 우리는 하느님 은총을 회상하게 된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경우도 그렇다. 내가 그걸 어떻게 생각해냈을까. 문득 예수님 말씀이 생각난다. "사람들이 너희를 넘길 때,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 때에 너희에게 일러 주실 것이다.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마태 10,19-20). **사도들의 성령 체험을 통한 성령 이해 성령을 받은 사도들은 이제 더 이상 주님을 배반하는 겁쟁이가 아니었다. 겁쟁이에서 용감한 사도로 변신하게 된 것을 성경은 성령의 힘이라고 말한다.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신자들을 체포하던 사울은 예수님을 만난 다음 바오로 사도로 변신한다. 초대교회 사람들은 성령 체험을 바탕으로 그리스도인들이 세례를 통해 성령을 받는다고 가르친다. 또 견진성사를 통해 성령의 7가지 은혜를 받는다고 가르친다. 하느님의 성령은 우리에게 이미 선사된 것이지만 완성된 소유물일 수 없다. 하느님의 성령은 우리의 자연적 삶과 비슷하다. 우리의 자연적 삶도 한번에 영구히 주어진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은 매순간 새로워지고, 새롭게 선사됨으로써 비로소 우리 삶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바오로 사도는 분명히 성령의 은총의 선물은 여러 가지라고 말씀하신다. 또 바오로는 자신의 삶이 바로 성령의 은총이라 고백하며,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게 된 것도,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모든 위험과 박해, 어려움을 다 견뎌낼 수 있었던 것도 성령의 은총이었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령의 은총이 자신의 영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과 이웃 인간,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용서의 능력 주시는 성령 예수님 말씀에 따르면 성령은 무엇보다 죄를 용서받고, 용서하는 능력을 선사하는 분이시다. 죄를 용서받는다면 우리는 성령의 가장 큰 은사를 받은 사람들이다. 우리는 고해성사만 보면 죄를 용서받는다고 배웠기 때문에 죄의 용서를 아주 쉽고 흔한 일로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죄는 고백 때문에, 보속 때문에 사해지는 게 아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회개하는 마음을 보고 용서하신다. 고백은 뉘우치는 마음의 한가지 표현일 뿐이다. 사실 죄가 용서된다는 것은 엄청난 사건이다. 죄 때문에 아파본 사람은 그것을 이해할 수 있다. 불교에서는 죄가 용서되지 않는다. 이 세상에서 지은 업보는 반드시 갚아야 한다. 다음 생에도 갚지 못하면 다시 또 태어나 갚아야 한다. 용서받을 수 있다면 우리는 하느님의 성령을 받은 사람들이다.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할 수 있다면, 우리 역시 하느님의 성령을 받은 사람들이다. 용서할 수 없어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을 우리는 수없이 보고 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주님의 명령은 원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미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도록 하기 위한 은총의 명령이다. **하느님과 친교를 나누게 하시는 성령 성령의 은사로 이상한 언어를 말하는 능력이 언급되곤 한다. 가장 중요한 언어는 하느님과 친교를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언어다. 하느님 말씀을 마음으로 들을 수 있으면 하느님이 원하시는 것을 알아들 을 수 있다. 사실 우리는 많은 것을 하느님 은총으로 받고 있다. 우리가 지닌 모든 것, 나의 얼굴, 피부, 재산, 부모, 형제, 친구, 능력, 건강…. 어떤 것이 내 것인가. 내 마음은 과연 내 것인가. 어느 개미와 코끼리가 흔들다리를 건넜다. 다리를 다 지난 다음 개미가 동료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다. "야! 내가 다리를 지나가니까 다리가 막 흔들리더라구." 우리는 그 개미처럼 마치 자기 힘으로 모든 것을 한 것처럼 잘난 체할 때가 종종 있다. 우리의 어려웠던 순간들을 기억해보자. 내가 그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어쩌면 보이지 않는 코끼리가 우리와 함께 건넜기에 다리가 흔들렸던 것은 아닌지…. 어려울 때마다 코끼리보다 더 큰 하느님 은총이 함께하셔서 오늘의 내가 됐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하느님의 성령을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이런 깨달음조차 성령의 선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박정연 기자 cecil@pbc.co.kr조은일2011.11.15
![[우리 공동체 좋아요] 복음화율 20% 초과달성한 서울 오금동본당](//cpbc.co.kr/CMS/newspaper/2012/01/rc/402407_1.0_titleImage_1.jpg)
[우리 공동체 좋아요] 복음화율 20% 초과달성한 서울 오금동본당평일에도 북적대는 머물고 싶은 곳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을 아시나요? 친구가 올리는 소소한 소식과 사진을 보고 추천이나 공감을 나타낼 때 누르는 버튼입니다. 평화신문은 우리 본당 공동체만의 특별한 자랑거리나 사람들을 소개하는 '우리 공동체 좋아요'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도 소식을 읽고 마음 속으로 '좋아요' 버튼을 눌러보는 것은 어떨까요? '페북 친구'처럼 신자들간 거리도 한결 가까워질테니까요. 첫 번째 주인공은 '서울대교구 복음화 2020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서울 오금동본당(주임 이기양 신부)입니다. 관할 지역 복음화율을 22.98%로 끌어올렸답니다.지난해 5월 개최한 전 신자 성모성월 묵주 고리기도에서 많은 신자들이 성당 마당을 가득 메운 채 묵주기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오금동본당 #발길이 머무는 오금동성당 하느님 집인 성당은 주일에는 신자들로 가득하지만 평일에는 대개 썰렁함이 도를 넘어 거의 정적 수준이다. 하지만 오금동본당은 조금 다르다. 기자가 목요일인 5일 오후 3시께 오금동성당을 찾았을 때, 미사가 있는 시간대도, 단체 활동이 있는 시간도 아니었지만, 만남의 방에서는 많은 이들이 커피와 음료를 즐기며 책장에 꽂힌 신심서적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권은선(미카엘라) 사무원은 "방학이라 사람이 적은 편이지, 평소 이 시간대면 만남의 방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로 떠들썩하다"며 "신자도 아닌 학생들이 성당에 몰려와 음료수를 마시며 아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풍경"이라고 귀띔했다. 오금동성당 만남의 방에는 자판기 몇 대와 테이블이 있는 정도다. 캔 음료를 제외한 모든 음료가 100원으로 저렴하다. 원가에도 미치지 않는 착한 가격으로 지역 주민과 학생은 물론 직장인들까지 성당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만남의 방에서 최근 2년 동안에만 12번의 전시회를 여는 등 볼거리까지 제공하자 자연스럽게 주민들 발걸음이 머무는 곳이 됐다. 성당을 '가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으로 만들자는 이기양 주임신부 아이디어가 통한 것이다. #복음화율 20%를 향해 성당에 차츰 사람들이 머물게 되자, 이에 발맞춰 시작한 것이 '1000명 세례자 봉헌 운동'이다. 신자들은 선교나무에 가족이나 이웃 등 선교 대상자 이름을 달고, 기도와 함께 전교운동을 펼쳤다. 결과는 놀라웠다. 2007년 507명을 시작으로 2008년 602명이 세례를 받는 등 지난해까지 2011명이 하느님 자녀가 됐다. 2007년 15%대에 머물던 복음화율이 2009년 말에 목표치인 20%를 돌파했다. 2009년 방이동본당을 분가시켜 신자 수가 대폭 줄어든 가운데 달성한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복음화율 향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교육을 통한 신자들 의식 변화'다. 유명인사의 금요특강과 신심서적 읽기 운동, 신약성경 쓰기 운동을 벌인 결과 복음화율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는 분석이다. 본당은 2009년부터 매월 1회 소설가 공지영(마리아)씨와 신달자(엘리사벳) 시인, 소설가 한수산(요한크리소스토모)씨, 차동엽(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장) 신부 등 유명 강사들을 초청, 신자와 주민들에게 양질의 강의를 제공했다. 또 2007년 10월에 시작한 신심서적 읽기를 통해 신자들 내적ㆍ영적 성숙을 도모했다. 최근까지 주보를 통해 76권의 신심서적을 추천하고 독후감 쓰기 운동을 펼친 결과는 엄청나다. 그동안 성당 성물방에서 팔린 신심서적만 6만 1841권으로, 이는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신자 한 가정에서 평균 40권을 구입한 분량이다. 1년에 신심서적 한 권 읽기 어렵다는 요즘, 신심서적이 불티나게 팔리는 본당이 오금동이다. 신자 의식 변화로 인한 본당의 변화는 기적에 가깝다. 오금동본당은 감사헌금이 많은 특이한 본당이 됐다. 1월 1일자 주보에 실린 감사헌금 봉헌자는 31명으로, 금액은 474만여 원이다. 1월 8일에는 42명이 850만여 원을 봉헌했다. 이는 웬만한 서울대교구 본당 주일헌금이나 교무금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2009년부터 행주성당 원형보존 및 100주년 기념사업 지원을 비롯해 (재)바보의 나눔 후원 바자, 천호동본당 성전 건립 기금, 제주 성클라라수도회 후원 등 사랑의 후원 운동을 벌여 건당 1~2억 원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레지오 마리애 쁘레시디움이 지난 한해에만 13개가 생겼을 정도로 신심단체 활동도 활성화됐다. 지속적 교육과 신심서적 읽기, 성경쓰기 활동 등을 통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감사의 삶을 살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복음화에 앞장서는 '선순환'이 이뤄진 결과다. 이기양 주임신부는 "신자들이 교육을 통한 의식 변화로 선교에 적극 나서는 한편 자신이 가진 것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려는 마음을 갖게 됐다"며 "이것이야말로 '새 시대 새로운 복음화'가 추구하는 교회의 내적 쇄신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이힘2012.01.17

한국교회, 왜 아시아 대륙을 바라봐야 하는가?풍성한 축복받은 한국, 아시아 복음화 적임자 가장 강력한 복음적 증거는 가난한 사람, 약한 사람,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이다. 한국외방선교회 소속 이유성 신부가 중국 사천성에 있는 한 나환우촌에서 할머니의 한 쪽 눈을 가리고 시력을 측정하고 있다. 몇 년 전 인도 동북부 자르칸드주(州) 란치라는 도시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식료품점 주인인 힌두 여성은 가게에 자주 들리는 한 외국인 신부에게 읽을 만한 책이 있으면 달라고 청했다. 그 신부는 가진 것이라곤 힌두어로 된 신약성경뿐이어서 그걸 주었다. 며칠 후 신부가 다시 찾아갔더니 여주인이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이에요? 예수가 죽음에서 부활했다고 하는데, 그분이 진짜 죽음에서 되살아나셨어요?" "예, 정말입니다. 그분은 오늘 살아 계시고 제 삶에서 활동하십니다. 그래서 저는 조국을 떠나 이곳 인도에까지 왔습니다." 여주인이 다시 물었다. "신부님, 왜 이제껏 그런 말씀을 안 해주셨어요?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었다가 부활해서 오늘 우리 안에서 살아 계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소식입니다. 이건 알려져야 합니다." #아시아는 비그리스교 대륙 2년 전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대회에서 인도의 텔레스포어 P. 토포 추기경이 전해준 이 일화는 아시아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얼마나 모르고 있고, 또 복음의 기쁜 소식을 얼마나 기다리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아시아 대륙은 그리스도교, 이슬람, 힌두교, 불교 등 세계적 종교의 발상지다. 또 중동의 이슬람 문화권과 인도와 동남아 힌두ㆍ불교 문화권에서 보듯이, 종교는 여전히 현실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계몽주의 시대 이래 그리스도교의 사회ㆍ문화적 영향력이 급속히 약화된 서구사회와 대조적이다. 아시아는 이처럼 찬란한 영적 전통과 문화가 살아 숨쉬는 대륙임에도 그리스도인 숫자는 극히 미미하다. 교황청이 최근 발행한 「교회통계 연감(2010년)」에 따르면 아시아 복음화율은 3.1%(1억 2966만 명)이다. 하지만 스페인 식민통치 기간에 가톨릭 국가가 된 필리핀 신자 수 7734만 명을 따로 떼놓고 계산하면 각 나라 교세는 1% 밖에 안 되는 '소수의 양떼'에 지나지 않는다. 어림잡아 전 세계 비그리스도인의 85%가 아시아 대륙에서 살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아시아 교회는 극심한 차별과 탄압에 시달리고 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52개국 가운데 적어도 32개국에서 그리스도인들이 탄압받고 있다.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성경이나 십자가를 소지하거나 이슬람 외에 다른 종교집회를 갖는 게 허용되지 않는다. 불교 국가 부탄은 타 종교 선교사 입국을 아예 불허한다. 3년 전 인도 오리사에서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이 그리스도인들을 살해하고, 교회를 불태워버린 사건은 박해받는 아시아 교회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대회 때 국민의 97%가 무슬림인 파키스탄에서 온 루스 살림 아크타씨는 "성당에 다니는 것 자체가 목숨을 건 모험일 정도로 파키스탄 교회는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수 종교가 겪는 어려움을 호소한 바 있다. 그렇다고 아시아 교회 역사가 짧은 것은 결코 아니다. 전승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성 토마스는 52년에 남인도에 가서 교회를 세웠다. 또 복음은 3세기부터 아랍지역으로 퍼져나가고, 7세기에는 중국에까지 날아갔다. 16세기부터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와 마테오 리치 같은 위대한 선교사들이 아시아에서 새로운 선교시대를 열기도 했다. 19세기 들어서도 서구 선교사들이 교육과 자선사업을 병행하며 선교활동을 재개했으나 복음은 기대한만큼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그 이유를 △이슬람교 성장 △(이슬람에 의한) 지리적 고립 △지역문화에 대한 알맞는 적응 부재 △큰 종교들과의 만남 준비 부족 등을 꼽았다.(교황권고 「아시아 교회」 9항) 아시아 주교 시노드에서 일본 주교들이 발언했던 내용도 이해를 돕는다. "심성(心性) 차이 때문이다. 서구 그리스도교는 하느님과 우주 세계를 명백히 구별하고 하느님의 부성적 면을 강조하는데 비해 동아시아인들은 신의 만물 포용적 자비의 상념에 더 이끌려 모성적 측면을 중시한다."(오사카 이케나카 대주교) "아시아인들은 일상적, 신앙적 생활에서 '귀(ear)보다 눈(eye)'을 더 중시한다. 아름다운 말과 가르침, 윤리명령으로 씌어진 복음보다는 삶으로 체현되어 있는 복음을 더 신뢰한다는 것이다."(나고야 노무라 주교) #아시아인들과 나눠야 하는 선물 제삼천년기 복음화 무대가 아시아 대륙이라는 데는 모두가 공감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000년 대희년 직전에 아시아 주교 시노드를 개최하고, 그 후속으로 권고 「아시아 교회」를 발표하면서 아시아 복음화 비전을 제시했다. "예수님께 대한 교회의 신앙은 주어진 선물인 동시에 나눠야 할 선물입니다. 그것은 교회가 아시아를 위해 바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 아시아의 대종교와 영적 전통들이 가르치는 종교적 가치들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시아 교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기쁜 소식을 어떻게 아시아 형제들과 나눌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아시아 교회」 6, 10, 19항 인용) 한국교회 입장에서는 2010년 서울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대회를 통해 아시아 복음화 사명을 더 깊이 인식할 수 있었다. 당시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의장 리우코 추기경을 비롯한 각국 참가자들은 한국교회 발전에 감탄하면서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은 기대를 쏟아냈다. 홍콩에서 온 움헝씨는 "한국 가톨릭 역사는 200여 년밖에 안 되지만 아시아 교회의 '맏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큰 규모와 위상을 자랑한다"며 "놀라울 정도로 많은 사제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교회가 아시아 곳곳으로 사제를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다. 네팔 참가자 수자타씨는 "한국교회는 복음화 사업에 필요한 자원이 풍부하고 저력이 있는 교회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국경을 초월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아시아에서 정치적, 경제적 안정 속에서 복음화율 10%를 넘어서고, 나아가 사회적 위상을 확보하고 있는 교회는 한국교회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한국교회가 아시아 상황 안에서 책임있는 역할을 수행해주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신자 수로만 따지면 필리핀ㆍ인도ㆍ인도네시아ㆍ베트남이 앞서지만, 여러가지 제약 때문에 해외선교에 눈을 돌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교회가 이런 기대에 부응하려면 선교사명에 대한 인식과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 아시아 복음화에 대한 책임 얘기는 1990년대 중반부터 들려왔지만 외형적 성장과 안정에 자족한 나머지 이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한 수도회 소속 선교사제는 "해외 선교지에서 홀로 수십 개 공소를 순회하다 사제가 풍부하고 안정된 한국교회에 와서 보면 마치 다른 세상 같다"며 '선교대헌장'이라 불리는 회칙 「교회의 선교사명」 정신을 상기시켰다. "사제가 받은 영적 은혜는 어떤 한정된 사명을 위해서가 아니라 '땅 끝까지' 광대하고 세계적인 구원사명을 준비하기 위해 부여됐다. 따라서 사제직은 지역적 한계를 넘어 보편교회에 봉사해야 한다. 사제들은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자기 나라 국경을 초월할 수 있도록 성령과 주교에게 협력할 태세를 갖춰야 한다." #한국교회는 이미 '준비된 교회'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 주교들이 "한국교회가 그동안 하느님께 받은 풍성한 축복을 기억하고, 해외선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그동안 교구들이 사목에 집중하느라 해외선교에 많은 관심을 갖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교구 사제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어떤 면에서 한국교회는 아시아 복음화를 위해 '준비된 교회'라고도 볼 수 있다. 선교는 복음의 증거이다. 또한 세상에서 가장 강한 호소력을 지닌 복음적 증거는 인간을 생각하고, 가난한 사람, 약한 사람,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이다(「교회의 선교사명」 42항 참조). 한국교회는 그동안 이 같은 복음 증거 원리를 충실히 실천해 세계가 경탄하는 교세성장을 이뤄냈다. 이제 아시아의 가난한 사람들, 약한 사람들, 고통받은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할 차례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김원철2012.05.01
[출판]올해도 사랑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2012년 용띠 새해를 맞으며 읽을만한 책 새해를 맞으면서 올 한 해를 뜻깊게 보낼 계획들을 세우셨는지요. 작심삼일이라지만 그 마음도 3일마다 새롭게 하면 계획했던 일들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새해를 시작하며 하루하루를 더 열심히 사랑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책 2권을 소개합니다. ▨와타나베 수녀님의 사랑과 격려의 말 366일 "새해엔,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하나씩 할 일을 정해서 실천해보세요. 그것이 '나다운 나'를 만들어 가는 지름길입니다."(1월 1일, 실천) 한 해를 시작하는 첫날 와타나베(노틀담수도회, 85) 수녀가 독자들에게 건네는 인사다. 와타나베 수녀는 일본사회 정신적 멘토이자 '국민 어머니'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이 책은 와나타베 수녀가 30년 간 쓴 9권의 책에서 좋은 구절을 골라 1년 동안 매일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와타나베 수녀가 그동안 선보인 '인생 처방전' 모음이다. 삶에 필요한 지혜와 용기, 믿음과 사랑이 가득하다.(와타나베 가즈코 지음/이순동 옮김/황소자리/1만 2000원) ▨지혜를 찾는 이에게 오랜 세월에 걸쳐 모은 짧은 격언과 명언, 성경 말씀을 매일 묵상할 수 있도록 했다. 1월 사랑, 2월 기쁨, 3월 평화, 4월 오랜 시련, 5월 인내, 6월 다정함, 7월 선함, 8월 믿음, 9월 희망, 10월 온유함, 11월 절제, 12월 말과 침묵 등 매달 주제에 맞는 보석같은 글귀를 한데 모았다. "우리가 하느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우리가 서로 어떻게 사랑하는지를 보면 압니다." (1월 2일) 늘 가지고 다니며 읽을 수 있도록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로 책을 제작했다. 또 영한대조로 글을 실어 이주민이나 영어공부를 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조 페티 엮음/김영무 옮김/바오로딸/8000원)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박수정2011.12.27
![[생명의 문화] ⑥서사와 생명](//cpbc.co.kr/CMS/newspaper/2012/06/rc/416862_1.0_titleImage_1.jpg)
[생명의 문화] ⑥서사와 생명삶의 고유성과 보편적 가치 발견이향만 교수(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인간의 문화적 행위 가운데 가장 늦게 나타난 것이 서사(敍事)이다. 서사는 인류의 세계 이해 과정을 설명한 비유적 이야기로서 시, 설화, 신화 등으로 표현된다. 서사는 고대인의 생명관, 세계관, 인간관에 대한 서술에서 비롯된다. 점차 문학형식으로 발전해 다양한 장르로 나타났다. 서사는 동서고금에 국한되지 않는 인류의 정신적 유산으로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적 가치를 반영하고 있다. 인간은 상징을 공유하는 존재로서 서사를 통해 인간 생명의 의미와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 그리고 인간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 물어 왔다. 이 과정에서 서사는 삶의 정황에 대한 심층적 해석을 돕고 삶을 새로운 지평에서 바라보게 했다. 지혜를 전승하는 상징체계로서 신화는 생명의 시원과 인간 기원과 공동체적 삶의 지향성에 대해 전하고 있다. 이 점에서 서사는 사려(思慮)하는 삶이 이룬 상징적 유산이다. 전승된 신화와 설화 내용 분석을 통해 사람들은 당면한 삶의 조건과 의미를 깨달아 왔다. 고전이나 성경을 반복해서 읽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세상에 새로운 일이란 전혀 없는 듯 고전은 읽는 가운데 우리에게 삶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미 써진 보편적 텍스트로서 서사는 지금 써가고 있는 내 서사와 대조하게 해서 내 삶의 고유성과 보편적 가치를 발견하게 한다. 예를 들어 비극적 드라마를 접하는 가운데 우리는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동정심으로 슬퍼하기도 하지만 단지 거기서 머물지 않는다. 비극적 서사는 비극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하고, 내 삶의 비극적 요소가 무엇인지 묻고, 내가 비극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자성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나아가 나도 언제든지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될 때 비극은 내 텍스트로 전환된다. 이 때 서사구조를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은 고유한 서사를 쓰는 일이 된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단군신화는 이상적 인간상을 이루는 인간본성의 구성요소와 생명성에 대해 잘 설명해 주고 있다. 하늘에서 땅을 향하는 환인(桓因)의 사랑은 인간정신이 지향해야 할 궁극점과 종교성을 암시하고 있다. 어두운 굴 속에 머무는 곰이 빛을 향해 나아가는 인고의 과정은 인간 본능과 완전한 인간성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잘 가르쳐 주고 있다. 신이 사람이 되고, 동물이 사람이 되는 하강과 상승의 신비로운 교차점에서 인간 단군이 태어난다. 단군은 하늘과 땅의 요소를 갖춤으로써 완전한 인간이 된다. 이러한 원형적 서사구조는 다른 종교 설화에서도 보편적으로 발견된다. 또 다른 신화에서와 같이 단군신화의 서사구조 안에 배치돼 있는 여러 상징들은 단지 신화를 구성하는 요소가 아니라 서사를 읽는 독자가 스스로의 삶의 구조에서 구체화해야 할 상징들이다. 신화를 읽는 독자가 텍스트에 내재된 도덕적 요청을 인식하게 될 때 서사구조는 개인의 삶 속에서 의미화를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이 때가 신화적 지평에서 역사적 지평으로 의미변화가 일어나는 시점이다. 이런 까닭으로 신화에 내재돼 있는 진리와 선과 아름다움의 요소는 단지 읽고 이해하는 데서 그칠 내용이 아니라 우리가 삶 가운데에서 새로 써 내려갈 이야기다. 신화창조는 다른 말이 아니라 우리가 삶 속에서 새로운 진리를 발견하고, 새로운 윤리적 삶을 살아가고, 삶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나타낼 것을 기약하는 말이다. 이 때 신화는 우리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이며, 이상이 된다. 그러므로 신화는 옛이야기가 아니라 살아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자, 내 이야기이다. 연필심이 없이는 그림을 그릴 수 없듯이 생명은 한 인간의 여정을 그려내는 사람의 심(心)이다. 심을 가는 일은 뼈를 깎듯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더 분명하고 또렷한 인생을 살기 위한 필연적 조건이다. 그렇듯 사람의 생명성은 가장 고통스러울 때 드러난다. 아름다운 사랑은 목숨을 바치는 희생 가운데 이뤄진다. 진리는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가운데 홀로 밝혀진다. 이 모두는 역사적 서사가 전해주는 역설들이며 생명의 서사이다. 인간의 삶은 일시적이지만 서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옛 서사에 이어 나날이 새로 쓰이는 서사는 생명의 가치와 신비를 더욱 밝혀줄 것이다. 우리 모두는 그 서사를 써가는 주인공들이며 나아가 우리 모두의 삶은 고양된 생명을 지향해 함께 일치할 아름답고 거룩한 서사들이다. 퇴사자22012.06.05
![[특집]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1.18-25) 맞아 정교회 한국대교구 성 니콜라스 주교좌대성당을 찾다](//cpbc.co.kr/CMS/newspaper/2012/01/rc/401564_1.0_titleImage_1.jpg)
[특집]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1.18-25) 맞아 정교회 한국대교구 성 니콜라스 주교좌대성당을 찾다'오래된 교회'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 성찬예배... 지성소 중심으로 구세사 담은 성화 '눈길'... 한 뿌리에서 갈라져나온 전례, 늘 양형 영성체... 갈라지기 전 초대 교회 모습으로 돌아가야 일치운동에 관한 교령 「일치의 재건(Unitatis Redintegratio)」은 분열이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해야 할 지극히 거룩한 대의를 손상시킨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또 분열이 세상에는 걸림돌이 되고, 그리스도의 뜻에 명백히 어긋난다고 확언한다. 1054년 동ㆍ서 교회 분리 이후 1000년 가까이 이어져온 분열의 역사는 갈등과 파국, 화해로 이어져 왔다. 교황 바오로 6세는 1964년 9월 그리스 정교회와 이룬 화해 표시로 이탈리아 아말피에 옮겼던 안드레아 사도 유해를 다시 그리스 파트라이로 보내면서 성 베드로와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인 6월 29일과 11월 30일에 서로 사절단을 보내 교류를 갖고 있다. 이에 18일부터 바오로 사도 회심(개종) 축일인 25일까지 이어지는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을 앞두고 6일 정교회(Orthodox Church) 한국대교구 주교좌성당을 탐방했다.정교회 한국대교구장 조그라포스 대주교가 주 예수 그리스도 신현축일 미사를 주레한 뒤 대성수식을 갖고 정교회 신자와 어린이에게 성수를 나눠주고 있다. 마침 6일은 정교회 전례력상 '주 예수 그리스도 신현(神顯)축일'이었다. 주님 세례를 기념하는 날이다. 그리스 정교회를 제외하고 러시아 정교회를 비롯한 대부분 정교회는 이날을 성탄 축일로 지낸다. 조과(早課)에 맞춰 일찌감치 서울 마포구 아현1동 정교회 한국대교구 주교좌성당으로 향했다. 5호선 애오개역에서 5분 거리도 안 된다. 언덕을 돌아 오르니 돔형의 둥근 지붕(cupola)이 인상적인 성당이 한 눈에 들어온다. 성 니콜라스 대성당이다. 여우 꼬리 마냥 짧은 겨울햇살 속에서 얼음처럼 명징하게 빛난다.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 예비교인들이 머무르는 공간인 현관(Narthix)을 거쳐 본당(회중석)에 들어서니 몇몇 신자들이 자비를 비는 예배인 조과에 몰입해 있다. 그리스도 생애를 기념하는 아름다운 시편들이 운율에 맞춰 불려진다. 악기를 일체 쓰지 않고 기도하는 이들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울려나오는 영혼의 언어가 잔잔하고도 심오한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눈물 흘리는 '티츠빈의 성모' 문득 눈을 떠보니 구세사를 담은 성화가 압도적이다. '눈으로 보는 교리서 혹은 성경'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실감이 난다. 거룩한 제단이 있는 지성소(至聖所)를 중심으로 천장 원개에는 만물의 주관자(Pantocrator)인 주님과 구약 의인들, 예언자들이 빼곡히 그려져 있다(시편 102,20 참조). 원개를 지탱하는 네 기둥엔 4복음서 저자가 그려져 있는데, 4복음서에 의해 교회가 지탱된다는 뜻이다. 이어 구세사를 열두 장면으로 나눠 형상화했다. 다른 정교회 성당에선 부활사건을 세분화, 열여섯 내지 열여덟 장면으로 형상화하는 경우도 있지만, 니콜라스성당에선 열두 장면을 그렸다. 오른쪽 벽면엔 주님 탄생부터 주님 변모와 성신(성령)강림이, 왼쪽 벽면엔 주님 부활부터 주님 세례와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이 그려져 있다. 지성소 뒤쪽 벽에는 두 팔 벌려 주님을 품고 있는 성모님, '표상의 성모'를 그려 구약의 예표를 보여준다(이사 7,14 참조). 특이한 것은 성상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교회에선 일부를 제외하고는 입체 조각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 성당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성화상이 있다. 지성소 왼쪽과 오른쪽 구석에 각각 놓여 있는 '티츠빈의 성모'와 '사로프의 성 세라핌'이다. 이들 이콘은 112년 전 러시아인 흐리산토스 세헷콥스키 수사 신부 등 선교사들이 가져온 것으로, 이 중 '티츠빈의 성모'는 우리나라에 국난이 있을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는 기적으로 유명하다. 이윽고 성찬예배가 시작됐다. 천주교회에서 미사라고 하는 것과 달리 정교회에선 성찬예배, 곧 리뚜르기아(Liturgia, 감사의 성사)라고 부른다. 이날 한국 정교회에서 사용된 성찬예배는 4세기께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가 초대 교회에서 전해져온 전례를 체계화한 것으로, 크게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로 나뉜다. 말씀 전례는 삼위일체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는 대영광송을 시작으로 평화를 간구하는 대연도(평화의 연도, 연속되는 기도), 구약 시편 반복구인 안티폰(Antiphon), 주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는 것을 상징하는 복음경을 들고 입당하는 소입당, 사도행전 및 바오로 서간을 봉독하는 사도경 봉독, 복음경 봉독, 설교로 이뤄진다. 이어 세례를 받은 신자들만이 참여하는 성찬 전례는 그리스도 수난을 재현하는 대입당을 시작으로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경에 따른 신앙신조(12개항) 고백, 성체성혈성사 봉헌기도, 주님의 기도, 영성체, 감사기도가 이어진다. 성찬예배에 참여한다는 것은 모든 교인이 그리스도와 같이 산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기에 성찬예배는 정교회의 삶과 예배의 중심이 된다. 생전 처음 접하는 전례인데도 이상하게 낯설지 않다. 전례 순서를 알지는 못해도 대충은 파악하기가 어렵지 않다. 갈라지기 이전까지만 해도 동ㆍ서방교회가 똑같은 모습으로 전례를 해왔다는 점, 그리고 같은 뿌리에서 나온 전례이기에 미사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성부가 성자와 성령의 원천" 하지만 교리적 측면에선 다른 점이 있다. 똑같이 성경과 성전(Sacred Tradition)의 권위를 인정한다는 측면에선 다를 게 없지만, 에즈라 1ㆍ2서와 마카베오서를 분할해 구약성경이 49권이다. 또 삼위일체 교리에서도 서방교회가 콘스탄티노플 신경에 "성부'와 성자에게서'(filioque, 필리오케)"를 덧붙인 것과 관련해 성부가 성자와 성령의 유일한 원천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신경에서 '필리오케'를 넣는 것을 반대한다. 또 일곱 성사를 보존하지만 성체성사를 성체성혈성사라고 부르며 늘 양형 영성체를 한다. 단 성체는 반드시 누룩이 든 빵을 쓴다. 세례 때는 초대교회 관습대로 침례를 세 번 한다. 견진은 세례 후 즉시 일반 사제가 집전하고 곧바로 양형 영성체를 한다. 고백(천주교회의 고해)도 별도로 고해실을 두지 않고 지성소 앞 성화상 벽 앞에서 공개적으로 하며, 율리우스 역법을 쓰기에 부활과 성탄 등 교회력 날짜가 다소 다르다. 교계제도는 9세기께 포시우스 총대주교 시절에 완성된 「동방교회 법전」을 토대로 독립적이며 자주적인 교회들로 구성돼 있고, 주요 성직은 주교와 사제, 보제(천주교회의 부제)로 이뤄져 있다. 본당에 들어오는 신자들마다 제각기 성모자상과 니콜라오 성인 이콘에 친구한 뒤 초를 들어 불을 붙이고 회중석에 앉는 모습이 인상 깊다. 자기 자신을 녹여 주위를 밝히는 촛불처럼 주님의 빛이 돼 세상을 밝히며 살아가겠다는 표지이자 다짐이다. 신현 축일이어서 이날 전례에선 성찬예배에 이어 대성수식(성수 축복 예식)도 함께 거행됐다. 1년에 한 차례씩 성수를 축복하고 신자들과 나누는 예식이었다. 조과부터 시작해 3시간 동안 이어지는 성찬예배는 오랜 전통을 지켜온 '오래된 교회'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다. 오래된 형제들의 살아 숨쉬는 전례였다. #오래된 형제들의 살아있는 전례 예배 직후에 만난 정정남(벨라기아, 62)씨는 "오늘 신현 축일 성찬예배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 성삼위께서 나타내신 날이기에 정교회는 성탄 축일 못지않은 큰 축일로 지내고 있다"면서 "성찬예배는 예전보다 짧아졌지만 옛 전례를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게 매력이다"고 귀띔했다. 이날 미사를 집전한 정교회 한국대교구장 암브로시오스 아리스토텔레스 조그라포스 대주교는 "세상에 교회가 분열된 모습으로 남아 있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초대교회 때 모습 그대로 예루살렘과 알렉산드리아, 시리아 안티오키아, 로마, 콘스탄티노플 등 다섯 교회가 동등하게 운영되는 모습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오세택2012.01.11

모든 유혹 이겨내 동정 지키고, 죽음으로 믿음도 지켜하느님의 종 125위 열전(10) 유중철ㆍ이순이 동정부부평화방송TV는 2010년 9월 순교자성월을 맞아 특별기획 드라마 '동정부부-이순이 루갈다와 유중철 요한'을 제작했다. 사진은 드라마 한 장면. 동정(童貞) 부부. 혼인을 하고서도 부부관계를 갖지 않는 부부를 일컫는 말이다. 유례를 찾기 힘들다. 그런 부부가 한국교회사에 등장한다. 신유박해 때 순교한 유중철(요한, 1779~1801)ㆍ이순이(루갈다, 1782~1802) 부부다. 참으로 이상한 부부라고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당시 한국교회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유중철과 이순이가 일찍이 동정생활을 결심한 것은 그들이 특별히 별나서가 아니었다. 성경과 복음적 권고에 따른 자연스런 선택이었다. 초창기 신자들이 많이 읽던 「성경직해」와 「성경광익」, 「칠극」과 「천주성교일과」와 같은 교회서적들은 동정생활을 높이 평가했고, 이에 따라 동정생활은 하나의 신심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성직자나 수도자가 될 수 있었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제와 수녀가 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박해시대였다. 혼기가 찬 처녀 총각이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 천주교 신자로 의심을 받아 화를 입을 것이 분명했다. 오매불망 하느님 일에만 전념하고 싶었던 이들이 택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바로 동정 부부로 사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젊은 남녀가 동정을 지키며 부부로 사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우리 두 사람은 동정을 지키기로 맹세하고 4년을 오누이처럼 지냈습니다. 그런 중에 육체적 유혹을 근 십여 차례 받아 하마터면 동정서약을 깰 뻔 했어요. 그 때마다 저희는 예수님께서 우리 인간들을 대신해 십자가에서 겪으신 고통과 피를 흘리신 사랑에 의지하여 무사히 그 유혹을 이겨냈답니다.…"(이순이가 순교 직전 옥에서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처럼 육신의 욕망을 참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힘들었다. 부부는 기도와 묵상으로 이를 극복했다. 두 사람에게는 가정이 곧 수도원이었고, 순간순간이 유혹과 맞서 싸우는 수도생활이었다. 유중철(柳重哲)은 1779년 전주 초남(현 전북 완주군 이서면 남계리)의 덕망있는 양반 집안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하느님의 종 125위에 포함된 유항검(아우구스티노)과 유문석(요한)이 그의 아버지와 동생이다. 두 사람도 유중철과 함께 1801년 순교했다. 집안이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이게 된 것은 유항검이 한국교회 설립 직후 경기도 양근에 살던 인척 권일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에게 교리를 배워 입교하면서다. 그는 가족과 친지에게 널리 교리를 전했고, 그의 집은 전라도 신앙공동체의 중심이 됐다. 이런 환경 덕분에 유중철은 일찍 세례를 받고 신앙 안에서 자랐다. 굳은 신앙과 열렬한 애덕을 갖춘 그는 본분에 충실한 생활을 하면서 세속 모든 허영을 업신여긴 까닭에 젊은 나이임에도 진중한 어른 대접을 받았다. 유중철은 16살이 되던 1795년, 주문모 신부가 초남 마을을 방문했을 때 첫영성체를 했다. 그는 이때 '동정생활을 하겠다'는 결심을 주 신부와 아버지에게 털어놓는다. 이순이(李順伊)는 1782년 한양에서 아버지 이윤하(마태오)와 어머니 안동 권씨 슬하 3남 2녀 중 둘째 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이수광의 8대손, 외할머니는 성호 이익의 딸이다. 어머니는 권철신(암브로시오)ㆍ권일신의 누이동생이다. 이처럼 그의 본가와 외가는 천주교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남인 집안이었다. 이순이는 아버지가 세례를 받을 때 함께 영세한 것으로 추정된다. 1793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로는 어머니에게 철저한 신앙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몸은 약했으나 신앙생활 만큼은 빈틈이 없었다. 그는 13살 되던 1795년 주문모 신부에게 첫영성체를 했다. 1797년 어느 날, 이순이는 어머니에게 동정생활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딸의 선택이 특별한 은총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여긴 어머니는 기꺼이 승낙을 했고, 이순이는 주문모 신부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말하고 도움을 청했다. 주 신부 머리에는 당연히 유중철이 떠올랐다. 주 신부는 두 사람이 동정을 지키며 살도록 혼인을 맺어주기로 했다. 마침내 1797년 10월 두 사람의 혼사가 이뤄졌다. 겉으로는 부부지만 실제로는 오누이처럼 살기로 약속한 혼사였다. 신랑은 열여덟, 신부는 열다섯 살이었다. 1년 동안 한양 친정에 있다가 이듬해 9월 초남 시댁으로 내려간 이순이는 어려서부터 꿈꿔오던 생활이 비로소 이뤄졌음을 유중철과 함께 기뻐하면서 이 은혜를 굳은 신심과 철저한 실천으로 보답할 것을 다짐했다. 1801년 신유박해가 일어나자 유중철은 이른바 대박청래(大舶請來) 사건에 연루됐다는 죄목으로 붙잡혀 전주 옥에 갇혔다. 동생 유문석이 집과 전주를 오가며 옥바라지를 했지만 의복만은 전해줄 수 없어 한여름에도 겨울옷을 그대로 입고 지내야 했다. 옥에 갇혀 있던 8개월 내내 목에 칼이 채워져 있었고, 그 칼은 죽어서야 비로소 벗을 수 있었다. 유중철은 그해 11월 4일 동생과 함께 전주에서 교수형으로 순교했다. 그의 나이 22살이었다. 유중철이 순교할 때 옥에 있던 이순이는 남편이 끝까지 신앙을 지키다 순교했다는 것을 알고는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마침내 편지 한 장이 집에서 왔습니다. 그 편지에는 이러한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요한의 옷에서 자기 누이(즉 아내)에게 보내는 쪽지가 발견됐는데, 그 쪽지에는 '나는 누이를 격려하고 권고하며 위로하오. 천국에서 다시 만납시다'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유중철이 잡혀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순이도 남은 가족과 함께 체포됐다. 전주로 끌려간 그는 옥에 함께 갇힌 가족을 위로하며 순교의 길로 나가자고 권면했다. 이는 이순이가 옥에서 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잘 드러난다. "우리 다섯 사람은 모두 이구동성으로 천주를 위해 순교하자고 언약하고, 철석같이 굳은 결심을 했습니다. 이렇게 서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한 결과 우리의 원의가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므로… 자연히 온갖 후회와 근심 걱정이 잊혔습니다. 날이 갈수록 천주의 은혜와 은총은 쌓이고, 우리 마음에는 신락(神樂)이 더해지며, 아무 걱정도 남아 있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이순이는 죄수의 아내라는 죄명으로 유배형을 받자 "우리는 천주를 공경하니 국법대로 죽어야 마땅합니다. 저도 제 집안 식구들처럼 천주를 위해 죽기를 원합니다"라고 청했다. 관에서 이를 들어주지 않아 귀양길에 오른 이순이는 100여 리를 갔을 무렵, 갑자기 유배형이 취소됨에 따라 다시 전주로 돌아와 옥에 갇혔다. 이때 이순이는 "하마터면 치명(致命)의 큰 은혜를 받지 못하고, 평생 죄인으로 살 뻔하지 않았겠는가"라며 더할 나위 없이 기뻐했다고 전해진다. 순교를 '더할 수 없는 은총'으로 굳게 믿은 이순이는 그해 12월 요서(妖書)를 선전했다는 이유로 사형판결을 받았다. 분명한 신앙고백으로 죽음을 자초한 셈이다. 1802년 1월 31일 전주 숲정이 형장으로 끌려간 이순이는 관례대로 망나니가 옷을 벗기려 하자 "내가 비록 네 손에 죽기는 한다마는 어찌하여 감히 내 몸에 손을 대려 하느냐"며 당당히 꾸짖고는 스스로 윗옷을 벗었다. 이어 편안한 모습으로 참수(斬首)되니, 그의 나이 갓 스무 살이었다. 이순이 유해는 전주 제남리 바위백이에 가매장됐다가 1914년 부활절에 유중철을 비롯한 가족 유해와 함께 전주 승암산으로 이장됐다. 이후 이 산은 치명자산(致命者山)으로 불리게 됐다. 동정 부부 묘가 있는 곳이 지금의 치명자산 성지다. 전주교구는 신유박해 200돌을 맞은 2001년부터 매년 치명자산 성지에서 요안루갈다제를 열어 유중철과 이순이의 숭고한 신앙을 기리고 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남정률2012.01.11
 남편- 가족의 안정 등 모든 책임 져](//cpbc.co.kr/CMS/newspaper/2010/09/rc/349589_1.1_titleImage_1.jpg)
[성경 속 상징](86) 남편- 가족의 안정 등 모든 책임 져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좋은 남편의 조건'에 대한 우스갯소리가 있다. 아내 말에 무조건 '예'하는 돌쇠 남편, 둥글둥글 성격 좋은 굴렁쇠 남편, 언제나 아내 마음을 풀어주는 만능열쇠 남편, 친구들과 만날 때 지갑을 열지 않는 짠돌이 구두쇠 남편이다. 좋은 남편의 조건은 시대에 따라 다르다. 과거 여성들은 좋은 남편의 조건으로 안정적 직장과 믿음직하고 든든한 가장 역할을 꼽았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아진 요즘 아내들은 남편의 경제적 능력과 가정적 모습뿐만 아니라 아내의 사회생활을 이해하고, 가사부담을 함께하며, 취미와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남편을 기대한다. 현대사회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다. 대부분 가족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혼인해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출산하며 역할을 확장해간다. 남자는 결혼과 출산을 통해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된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많아지며 가정에서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은 가정경제의 주요 역할을 남성이 맡고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 남성은 아버지와 남편, 가족 구성원을 부양하는 몫을 담당하게 된다. 하지만 경제가 초고속으로 발전하고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남성들은 가족 부양을 위해 경제활동에 전념했고, 이로 인해 아버지와 남편 역할에 소홀하게 됐다. 가족 구성원 간 감성적 교감을 할 시간이 없어진 것이다. 사회생활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경제활동에 전념할수록 가족과 멀어지고 가정에서 소외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런 현상은 가정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가 됐다. 성경에서 가장(家長)으로서 남편은 가족 구성원의 안정을 포함한 모든 책임을 진다.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는 파라오 앞에서 남편이 시킨대로 '남매지간'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사실을 알게 된 파라오는 사라보다 아브라함을 크게 책망했다(창세 12,17-20). 가장은 영적 지도자와 제사장 역할도 담당했다. "그는 그곳을 떠나 베텔 동쪽의 산악 지방으로 가서, 서쪽으로는 베텔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아이가 보이는 곳에 천막을 쳤다. 그는 그곳에 주님을 위하여 제단을 쌓고,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불렀다"(창세 12,8). 또 율법에 기록된 모든 말씀을 자녀들에게 전해야 했다. "너희는 집에 앉아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누워 있을 때나 일어나 있을 때나, 이 말을 너희 자녀에게 거듭 들려주고 일러 주어라. 또한 이 말을 너희 손에 표징으로 묶고 이마에 표지로 붙여라"(신명 6,7-8). 성경시대 남성이 가정에 필요한 것들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것은 큰 죄로 여겼다(잠언 6,6-11). 필요한 경우에는 남편과 아버지로서 재판관 앞에서 자기 가족의 권리를 변호했다(신명 22,13-19). 가정에서 큰 책임을 맡고 있는 남편은 정작 자신의 행복을 사랑하는 아내에게서 찾는다. "좋은 아내를 가진 남편은 행복하다. 그가 사는 날수가 두 배로 늘어나리라"(집회 26,1).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부부와 그 가정에는 하느님이 주시는 축복이 따른다. 성경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불변의 법칙이다.조은일2010.09.07
![[재미있는 가톨릭 교리]<17> 믿음의 여인, 성모 마리아](//cpbc.co.kr/CMS/newspaper/2011/10/rc/391473_1.1_titleImage_1.jpg)
[재미있는 가톨릭 교리] 믿음의 여인, 성모 마리아하느님의 어머니, 교회의 어머니 하느님의 구원 역사 안에서 성모 마리아의 삶이 가지는 의미와 중요성을 성경 말씀과 교회 전승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성경 가르침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구원하고자 당신 외아들을 인간으로 출생시키는 계획을 세우고 한 여인을 선택하셨다. 마리아는 하느님께 대한 신앙과 그분 말씀에 대한 순명으로 하느님의 인류 구원사업에 협력키로 결정하셨다. 예수님 출생 이야기에서 우리는 인간 구원을 향한 하느님의 주도적 행위와 마리아의 도구적 역할을 살펴볼 수 있다. 마리아는 하느님 뜻을 받아들이고 이에 응답함으로써 온 세상을 구원할 구세주 메시아, 예수님 어머니가 되셨다.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지자 마리아는 예수님께 알렸다. 예수님께서는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요한 2,4)하고 대답하셨지만, 마리아는 사람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하고 일러주면서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을 준비하셨다. 마리아가 일꾼들에게 당부한 말씀은 예수님 뜻을 무시하거나 자신의 뜻을 강요하기 위함이 아니라 예수님 뜻에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면서 예수님 영광을 준비하고, 제자들 믿음을 더욱 일깨워줄 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마리아와 형제들은 예수님이 군중과 말씀하고 계실 때 밖에 서서 사람을 시켜 예수님을 불렀다. 예수님께서는 어머니 마리아와 형제들과 누이들이 찾고 있다는 말을 듣고 군중에게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마태 12,48하고 반문하셨다. 그리고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태 12,50)하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의 반문과 대답은 혈연 관계보다 영적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예수님의 참 가족은 혈연 관계가 아니라 하느님 뜻을 따르고 실행하는 삶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 그분 곁에 서 계시면서 예수님 수난과 고통, 죽음의 여정에 함께하셨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기 전에 마리아를 사랑하는 제자의 어머니로, 사랑하는 제자를 어머니의 아들로 세우셨다. 마리아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다음부터 사랑하는 제자 집에 머무셨다. 예수님께서 특히 애제자에게 마리아를 '어머니'로 모시도록 당부하신 내용은 제자들을 통해 신앙을 갖게 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하시는 요청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교회는 마리아를 예수님의 어머니로서 공경할 뿐 아니라 제자들 공동체인 교회의 어머니로서 공경한다. ▶교회 가르침 교회는 마리아께서 하느님의 특별하신 은총과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로 잉태되신 첫 순간부터 원죄에 물들지 않았고, 죽기까지 죄를 범하지 않는 강복을 누리셨다고 고백한다. 이는 마리아가 처녀로 예수님을 잉태했다는 것을 말하지 않고 마리아가 영원한 하느님 계획에 따라 원죄 없이 태어나셨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회는 마리아의 평생 동정성을 고백한다. 마리아는 예수님을 낳기 전에도, 낳을 때에도, 낳은 후에도 항상 동정을 지키신 평생 동정녀라는 것이다. 마리아의 평생 동정성에 대한 교의는 마리아께서 성령으로 말미암아 동정녀 몸으로 예수님을 출산했다는 교의에 기초한 것이다.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이사 7,14)하는 성경 말씀처럼 마리아는 성령께서 내려 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을 받아 동정녀 몸으로 예수님을 잉태하셨다. 교회는 마리아가 지상 생활을 마치고 하늘에 오르셨다고 고백한다. 이를 몽소승천(夢召昇天)이라고도 한다. 몽소승천이란 마리아가 하느님 부르심으로 하늘에 들어 올림을 받은 것, 곧 영원한 생명의 영광에 가장 먼저 참여하게 된 것을 가리킨다. 예수 그리스도의 승천과 마리아의 승천에는 구별돼야 하는 것이 하나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스스로 하늘에 오르셨지만 마리아는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에서 비롯된 하느님의 부르심으로 승천하셨다는 사실이다. 마리아의 승천으로 우리 모두는 승천의 영광을 희망하게 됐다. 교회는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천주의 모친'으로 고백하고 공경한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온전한 인성과 신성을 갖춘 참 인간이며 참 하느님으로 고백하기에, 참 인간이며 참 하느님인 예수 그리스도를 낳은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 하느님의 모친, 천주의 모친으로 고백하고 공경하는 것이다. 제공=서울대교구 사목국조은일2011.10.04
![[신앙의 재발견] (10)가톨릭리더2](//cpbc.co.kr/CMS/newspaper/2012/04/rc/410337_1.1_titleImage_1.jpg)
[신앙의 재발견] (10)가톨릭리더2봉사자 열정, 공동체 분위기가 관건 참된 신앙인들의 삶은 어디에서나 아름답게 드러난다.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면서 신앙의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교회의 봉사자, 즉 가톨릭 리더들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간다. 사랑ㆍ기쁨ㆍ평화ㆍ인내ㆍ친절ㆍ선행 등 성령의 열매를 통해 다른 이들을 배려하고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간다. 또 하느님을 굳게 믿고, 하느님 말씀을 온전히 따르다 보면 어느새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삶을 살게 된다. 봉사자들이 빛과 소금으로서 삶을 살아갈 수 있으려면 중요한 세 가지 요소가 있다. 개인의 열정과 재능, 그리고 가장 중요한 환경이다. 숲에서 나무가 잘 자랄 수 있었던 이유는 단단한 묘목 때문이 아니라 다른 나무가 햇볕을 가로막지 않았고, 토양이 깊고 풍요로우며 다른 동물이나 곤충이 나무를 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톨릭 리더도 마찬가지다. 공동체 안에서 존경받는 신앙인이 되는 것은 자신의 재능도 필요하지만, 교회 공동체가 돌봐줘야 하고 이끌어줘야만 가능한 것이다. 교회의 중요한 환경은 네 가지로 말할 수 있다. 첫째는 사제와 수도자, 둘째는 신자 공동체, 셋째는 함께 봉사하는 사람들, 넷째는 전례 분위기다. 사제와 수도자는 교회 지도자로서 공동체를 일치시키고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사람이다. 칭찬과 격려로 봉사자들의 정서 욕구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원칙과 소신 있는 통제로 공동체를 운영해야 한다. 봉사자들은 신자 공동체 분위기에 따라 열정이 사라지기도 하고, 기쁨이 샘솟기도 한다. 봉사자들 봉사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주는 신자 공동체 분위기가 필요하다. 봉사자들이 부족한 면이 보이더라도 조용히 도와주면 된다. 면박을 주거나 비난을 하면 그 봉사자는 결국 뒤로 사라지게 된다. 나 자신 또한 본당 공동체의 중요한 환경임을 기억하자. 봉사자 공동체의 분위기 역시 봉사자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일에 겸손하게 온 힘을 다하고, 봉사자 공동체 안에서 일치와 화합을 이루는 모습이 봉사자들의 참된 모습이다. 마지못해 하거나,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들, 시기 질투를 일삼는 사람들로 구성된 공동체 분위기는 열정적 봉사자들에게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전례 안에서 힘을 얻지 못하는 봉사자는 온전한 봉사를 하기 어렵다. 성경 말씀을 통해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신다'는 확신이 느껴지면 봉사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정서 욕구를 미사 안에서 충족시킴으로써 신자들에게서 실망하거나 지치지 않고 봉사의 참 기쁨을 맛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사제와 수도자는 봉사자들을 격려하고, 신자 공동체는 존중하고 따르며, 봉사자들은 화합과 일치를 도모하고 전례 안에서 힘을 얻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때, 봉사자들은 빛과 소금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다음 봉사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 이렇게 신앙 공동체에 형성되는 좋은 환경은 더욱더 발전된 신앙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앞선 출발점이 된다. 정리=박정연 기자 cecil@pbc.co.kr ※평화방송 TV '신앙의 재발견' 방송시간 : 월요일 오전 8시(본방송), 화요일 오후 9시(이하 재방송) 목요일 오후 4시, 일요일 오후 8시cpbc2012.04.03
 예수 그리스도의 행적](//cpbc.co.kr/CMS/newspaper/2011/08/rc/386752_1.1_titleImage_1.jpg)
[재미있는 가톨릭교리](11) 예수 그리스도의 행적하느님 사랑 이웃 사랑 몸소 보여줘예수님께서는 공생활을 하는 동안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이스라엘 곳곳을 다니면서 수많은 행업의 발자취를 남기셨다. ▶기적 활동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구원하시려는 하느님 구원 의지와 능력을 드러내고, 예수님은 눈으로 볼 수 없는 하느님을 보여주는 '하느님의 계시자'라는 사실을 나타낸다. 이처럼 기적은 '표징'으로서 자리한다. 1)치유 기적 예수님은 나병 환자, 중풍 병자, 하혈하는 부인, 귀 먹고 말 더듬는 이, 벳사이다의 눈먼 이 등을 치유하셨다. 예수님은 안식일인데도 시몬의 병든 장모, 손이 오그라든 사람 등을 고쳐주셨다. 예수님은 기적을 통해 단지 아픈 몸만이 아니라 병든 마음까지 치유해주셨다. 이는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마태 9,2)는 말씀에 잘 나타나 있다. 예수님은 치유 기적을 행하시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믿음의 중요성을 강조하신다. 이는 예수님께서 치유된 사람에게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마르 5,34)고 말씀하신 데서 살펴볼 수 있다. 2)구마 기적 예수님은 안식일에 카파르나움 회당에서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을 치유하셨고, 게라사인들 지방에서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을 고쳐주셨다. 예수님은 마귀 들려 말 못하는 이와 더러운 영이 들린 시리아 페니키아 여인의 딸을 치유하셨다. 우리는 구마 기적을 통해 인간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행업에 힘입어 죄나 악의 힘을 물리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죄나 악은 마귀나 사탄 또는 더러운 영이 아닌 온전히 인간의 인식과 자유 의지를 통해 들어오기 때문이다. 3)소생 기적 예수님은 회당장의 어린 딸, 과부의 외아들, 베타니아 마을의 마르타와 마리아의 형제 라자로를 살리셨다. 이는 당신 자신이 부활의 그리스도, 영원한 생명의 그리스도라는 것을 미리 보여주고 알려주신 것이다. 4)자연 기적 예수님은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지자 물독 여섯 개를 물로 채우고 이를 포도주로 변화시키셨다. 예수님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도 넘는 이들을 배불리 먹이셨다. 이 모든 자연 기적은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능력을 엿보게 한다. 5)성경에 나타난 기적에 대한 올바른 이해 고대인들은 기적을 신들이나 영들의 권능과 현존을 강하게 체험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성경 저자들과 이스라엘 백성들은 기적을 신들과 영들이 아닌 하느님의 권능과 현존을 더 뚜렷하게 감지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였다. 신약의 기적들은 구약의 기적들과 연관성을 갖는데, 신약에서는 하느님께서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친히 역사(役事)하신다는 결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성경에서 기적은 '신앙을 가진 이들이 하느님 구원 행위의 표징으로 이해하는 괄목할만한 사건들'을 가리키며, 예수 그리스도의 기적이란 '결정적 구원의 약속을 알려주고 그 약속이 이미 실현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성전 정화 예수님은 성전을 하느님 아버지 집이자 기도의 집으로 거룩히 여기셨다. 당시 성전에는 환전상과 장사꾼들이 있었다. 예수님은 성전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버린 그들 행태에 분개해 그들을 모두 성전에서 쫓아내셨다. 유다인들이 예수님께 표징을 요구하자 예수님은 성전을 허물면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의 이같은 말씀은 성경에 기록된 것처럼 당신의 몸, 곧 성전이 십자가 죽음에서 사흘 만에 부활하리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하신 것이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삶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이와 굶주린 이, 세리와 창녀들, 당시 사회에서 죄인들로 취급됐던 병자들, 존중받지 못했던 어린이와 여자들, 특별히 고아와 과부들을 가까이 하셨다. 예수님은 사랑이신 하느님, 선한 사람들뿐 아니라 악한 사람들까지 품으시는 자애로우신 하느님, 의인들보다도 죄인을 부르러 오신 하느님, 잃었던 아들을 되찾고 기뻐하시는 하느님을 당신 전 생애를 통해 증거하셨다. 교회 역시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가난한 이들을 도와주고 소외된 이들을 돌보며,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하는 사명을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이는 그리스도인의 본질적 사명인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며, 정의와 평화가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일이다. 제공=서울대교구 사목국조은일2011.08.16

보고 만지고 느끼고...체험형 여름휴가<4>원주교구 사회복지회 살레시오의집.배론성지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고 수박 쩍 갈라 한 입 크게 베어 물면…. 거기에 그늘에서 늘어지게 낮잠 한 숨 자고 일어나는 휴식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하지만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했던가. 이 삼복더위에 구슬땀을 흘리며 더위를 이기는 휴가도 있다. 이웃을 위해 땀 흘리는 자원봉사다. 소중한 땀방울이 사랑으로 피어나는 곳으로 가보자. #땀방울로 자라는 사랑의 허브 땀의 순교자 최양업 신부의 얼이 살아있는 배론성지(충북 제천시 봉양읍 구학2리) 초입에 향긋한 내음을 풍기는 허브농장이 있다. 장애인들이 허브를 재배하며 허브차와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살림터'다. 원주 가톨릭사회복지회 살레시오의 집 지적장애인 5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수염을 멋지게 기른 이종수 사회복지사와 살림터 관계자, 장애인들이 허브농장에서 허브 양육상태를 살피고 있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무더운 날씨, 땡볕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노지와 한증막이 따로 없는 비닐하우스에서 몸을 움직인다는 게 만만치 않다. 하지만 늘 일손이 부족하다. 허브밭 잡초를 뽑고, 수확을 거들고, 장애인들 생활공간을 청소해 줄 자원봉사자 손길이 아쉽다. 허브농장에 들어가면 더위에 녹초가 된 육신이 가벼워진다. 레몬향이 매력적인 레몬밥과 설탕보다 300배 달다는 스테비아, 허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키워 본 로즈마리까지 각기 다른 향이 조화를 이뤄 코끝에 와 닿는다. 향긋한 허브 잎을 따서 입에 넣으면 어린시절 커다란 눈깔사탕 하나 입에 문 듯한 추억이 떠오른다. 허브는 사람 손길이 자주 닿아야 더 잘 자란다고 한다. 자극을 받아 향을 많이 뿜을수록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이웃을 위해 땀 흘리면 내면에서 기쁨이 샘솟는 자원봉사활동과 흡사하다. 자원봉사 담당 김정옥 사회복지사는 "살림터에 오면 봉사의 기쁨은 물론 허브에 대한 다양한 지식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허브향을 맡으며 장애인과 함께 땀을 흘리다 보면 그들에 대한 편견마저 날려버린다. 봉사하러 갔는데 민폐를 끼칠 수는 없다. 햇볕 가리개용 모자와 작업용 장갑, 간식과 물 정도는 봉사자가 준비해야 한다. 준비해간 간식을 장애인들과 함께 나눠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경기도 분당에서 온 황동의(라자로, 48)씨는 "인근 치악산에서 가족과 휴가를 보낸 뒤 봉사활동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려고 찾아왔다"며 "장애인을 위해 살아가는 시설 관계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자녀에게 봉사의 의미를 가르쳐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딸 황예진(보나, 14)양은 "우리와 생김새도 행동도 다른 장애인들을 보면 피하곤 했다"며 "하지만 장애인 아저씨들과 함께 일하고 청소를 하면서 장애인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오전 봉사는 9시 30분, 오후 봉사는 1시에 시작된다. 봉사시간은 3시간 정도인데, 더 알차게 봉사를 하려면 일주일 전에 예약해야 한다. 학생이면 자원봉사 점수도 받을 수 있다. 살림터에서 판매하는 허브제품을 사면 봉사의 향기를 더 오래 간직할 수 있다. 문의 이종수 사회복지사 : 010-7576-0103 #최양업 신부를 만나는 배론 살림터 허브농장이 있는 산 중턱 비닐하우스에서 내려와 큰 길을 따라 조금 들어가면 배론성지가 나온다. 강원도 원주 구학산과 제천 백운산 사이에 있는 배론(舟論)은 박해시기에 형성된 교우촌이다. 우리나라 두 번째 사제 최양업(토마스, 1821-1861) 신부 묘와 황사영이 백서를 쓴 토굴, 6ㆍ25전쟁 때 소실된 것을 복원한 성 요셉신학교가 있다. 성지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다. 녹음 짙은 성지를 가로질러 흐르는 개울을 옆에 끼고 걷다 보면 우리가 세상 마지막 날 들어가야 할 하느님 나라가 이런 풍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들뜬 기분도 잠시, 최양업 신부 묘소가 있는 작은 동산 초입에 도착하니 발이 말을 듣지 않는다. 불볕더위에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산길에 조성된 14처를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무겁게 걸음을 뗀 지 10여 분, 드디어 최양업 신부 묘소가 눈에 들어온다. 그늘 의자에 앉아 묘소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문뜩 죄송한 마음이 든다. 최 신부님은 교우촌 신자들을 찾아다니느라 삼복더위건, 엄동설한이건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또 다른 순교자의 얼이 깃든 황사영 토굴을 찾아 나섰다. 소설가 김훈(아우구스티노)이 조선시대 박해사를 소재로 쓴 「흑산」 덕에 최근 미신자들 발길이 부쩍 늘었다. 이곳은 황사영(1775∼1801, 알렉시오)이 1801년 박해가 일어나자 피신해 토굴을 파고 8개월간 숨어 지낸 곳이다. 토굴 안은 한낮인데도 빛이 잘 들지 않는다. 집요하게 달라붙는 날벌레를 쫓느라 팔이 아플 지경이다. 황사영은 이 좁은 토굴에서 조선교회의 재건을 요청하는 백서(帛書)를 썼다. 지금으로 치면 국가고시에 수석 합격해 앞길 창창한 청년이 천주님을 만나 대역죄인이 됐다. 황사영은 백서가 발각돼 27살 젊은 나이에 주님 품에 안겼다. 백영민 기자 #민주화 횃불 밝힌 초대 원주교구장 지학순 주교 기념관 배론성지 초입에 1970~80년대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화 횃불을 밝힌 초대 원주교구장 지학순(1921~1993) 주교를 기념하는 전시관(79㎡)이 있다. 지 주교 유품 2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전시관에서는 사목 현장에서의 지 주교 사진과 손 때 묻은 성경과 각종 사목 도구, 그의 검소한 삶을 보여주는 일상용품 등을 볼 수 있다. 평안남도 중화에서 태어난 지 주교는 원산에 있는 덕원신학교를 다니다 공산정권의 박해를 피해 월남해 1952년 사제품을 받았다. 1965년 신설된 원주교구 초대 교구장으로 임명된 지 주교는 교육ㆍ사회복지기관을 설립하고 신협운동을 주도했다. 1970년대 초반부터 사회정의와 인권운동에 적극 참여하다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백영민 기자heelen@pbc.co.kr백영민2012.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