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종한 신부의 성화해설](//cpbc.co.kr/CMS/newspaper/2011/09/rc/390135_1.0_titleImage_1.jpg)
[문화] 이종한 신부의 성화해설바오로 사도 통해 드러나는 신앙의 내용 명쾌하게 표현 성 바오로 대성당의 제단 모자이크. 성전 제단 뒤편을 장식한 제단화로 길이 24m, 높이 12m에 이르는 대작이다. △제목: 성 바오로 대성당의 제단 모자이크 △소재지: 이탈리아 로마 성 바오로 대성당 성 바오로 대성당은 로마 4대 성당 중 하나다. '이방인의 사도'인 성 바오로의 위격상 베드로 대성당과 같은 중요성을 지닌 성당이다.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6월 29일) 제1 저녁기도의 다음 후렴은 두 성인이 교회 안에서 지닌 탁월한 위상을 잘 표현하고 있다. "베드로 너는 반석이니, 나는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라/ 거룩한 사도 바오로, 당신은 하느님께 선택된 도구로서 온 세상에 진리를 전파하였도다." 313년 콘스탄티누스 대제 칙령으로 교회가 종교의 자유를 얻으면서 바오로 사도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한 이 대성당은 여느 성당 못지않게 큰 비중을 두고 계속 보강됐다. 보강공사는 13세기 무렵 교황 호노리오 3세가 이 제단화를 제작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이 작품은 중앙 제단 뒤편을 장식하는 제단화로 길이 24m, 높이 12m에 이르는 대작이다. 당시 고도의 제작기술을 자랑하던 베니스 장인들을 초대해 만들었기에 산 마르코 대성당 모자이크와 유사한 점이 많다. 대작과 동시에 수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작품 구성은 단순하면서도 웅장해서 바오로 사도를 통해 드러나는 신앙의 내용을 명쾌히 표현하고 있다. 세상의 구원자이신 주님께서 가운데 옥좌에 앉아 왼손에 성경을 펴들고, 오른손으로 강복을 주는 모습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인성과 신성을 지닌 삼위일체 하느님으로서, 당신 자녀를 언제나 보호하시고 축복하신다는 표상을 나타낸 손가락 모습도 담겨 있다. 보통 성화는 예수님 곁에 마태오, 마르코, 요한, 루카 등 사복음사가나 열두 사도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는 바오로와 루카, 베드로와 그의 형 안드레아가 있다. 성 바오로는 이스라엘에서 시작된 종교를 세계적 종교로 선포한 이방인의 사도이며, 루카 복음사가 역시 이방인 출신으로서 교회의 세계화에 이바지한 공을 인정받아 작품 오른쪽에 배치된 것이다. 성경에서는 베드로가 주님에게서 교회를 인도할 으뜸으로 선택됐으나 바오로 위상에 존경을 표시하는 뜻으로 바오로 사도를 주님 오른편에 배치했다. 이 작품의 백미는 주님 오른발 밑에 엎드려 있는 흰옷 차림의 교황 호노리오 3세(재위 1216~1227)다. 그는 이 작품을 제작한 사람일 뿐 아니라 전형적인 중세 교황이었다. 비록 그는 성인이 되지 못했지만, 총명하고 정확한 사리판단과 행정적 역량으로 교황권을 끌어올린 교황 인노첸시오 3세(재위 1198~1216) 후계자였다. 십자군 성전(聖戰)에 몰두하는 교회 지도자 역할과 시민을 통치하는 군주 역할 모두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그의 열정이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는 이 제단화를 제작하면서 봉헌자인 자신을 주님 발치에 엎드린 인간 모습으로 그렸다. 흡사 풍뎅이같이 초라한 모습으로 주님 발치에 엎드려 있는 교황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단순히 '겸손'이란 단어로 얼버무리기에는 부족하다. 그리스도교적 인간관을 매우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교황일지라도 인간은 누구나 하느님 피조물이고 죄인이기에 하느님 은총을 끝없이 갈망해야 할 허약한 존재임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하느님 가까이 있을 때 인간답다는 사실을 이 작품을 통해 웅변하고 있다. 이 작품은 교회가 제도화되면서 지도자들이 비복음적 권위의식에 사로잡혀가는 반면 신자들 의식 수준은 높아감에 따라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처방을 내리고 있다. 이지혜2011.09.20
![[선교지에서 온 편지] 가진 것 없어 더 행복한 하느님의 도구](//cpbc.co.kr/CMS/newspaper/2012/04/rc/410272_1.0_titleImage_1.jpg)
[선교지에서 온 편지] 가진 것 없어 더 행복한 하느님의 도구김노엘 수녀(한국외방선교수녀회) 방글라데시 달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2009년 4월 14일, 드디어 방글라데시에 첫발을 내디뎠다. 나는 스스로 '새해 첫 날에 김노엘이라는 한국 선교수녀가 방글라데시에 새해 선물로 파견됐구나!'하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생각이지만 너무나 덥고, 너무나 더럽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무례할 정도로 뚫어지게 쳐다보는, 이 낯선 나라에 던져진 나 자신에게 어떤 형식으로든 의미를 부여해야 했기 때문이다. 주님께서는 사막에 큰 길을 내시기 위해 나를 방글라데시로 부르셨다. 방글라데시 여성들과 함께.#낯선 선교지에서의 첫 위기 'SMRA'라는 방글라데시 최초이자 최대의 방인수녀회 총원 공동체에 방 하나를 얻어 머물면서 '방글라'(방글라데시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나를 도와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 '기억력을 한탄하며' 갓난아기처럼 열심히 듣기에 매진했다. 세 달쯤 지나 겨우 내 소개를 할 정도가 됐을 때 유창하게 방글라를 하는 이들의 질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뚜미 께? 끼 꼴떼 빠로? 끼 끼 꼴떼칠레?"(너는 누구야? 뭐 할 줄 알아? 어떤 일들을 했었어?) 아직도 헷갈리는 동사변화를 한꺼번에 모두 써가며 쏟아낸 한 수녀의 질문에 내 속을 헤집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난 누구인가? 무엇을 할 줄 알고 어떤 자격을 갖췄는가?' 선배 선교사들에게 많이 들었던 선교지에서 첫 번째 위기가 이렇게 닥쳤다. 이 날부터 내 머리는 더 이상 새로운 단어가 입력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내 마음은 이 사람들 약점을 찾아내려고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깨끗한 모습의 한국에 눈높이가 맞춰진 나에게는 '더럽다'는 단어가 부족하게 여겨질 정도로 이 곳의 거리가 더 더럽게 보였다. 이 곳 사람들은 순진무구하게 보이는 맑고 커다란 눈들로 모두 거짓말만 하는 듯 여겨졌다. 치렁치렁 하얀 옷을 입은 남자들은 모두 무뢰한처럼 느껴졌다. 눈만 내놓고 어떤 때는 눈까지도 새까맣게 가린 여자들은 비참하게만 보였다. 이런 혼돈을 겪으면서도 나에게 던져진 질문에서 도망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도생활의 습관이 나를 성체 앞에 머물게 했다. 도망가고 싶어서 더 그림책(방글라 교재)에 집중하려는 나를 성체를 향해 돌아앉도록 만드는 그 습관이 싫으면서도 감사했다. 그 몸에 밴 습관이 말했다. "지금이 하느님을 알려고 해야 하는 때야!" 성체 앞에 앉아 마냥 울었다. 나는 두드러진 재주도, 누군가를 만족시킬 어떤 자격증도, 내세울 만한 경험을 한 것도 없는 사람이었다. 한참 운 후에 성경말씀이 떠올랐다. 바오로 사도 고백처럼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나이기에 그리스도께서 나를 통해 일을 하시는 것임을 알아들은 것이다. 마음이 가벼워졌다.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 곧 나에게 "너는 누구야?"하고 질문한 수녀에게 기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단지 선교수녀야!" #주님께서 새 일을 시작하시리라 하지만 그 수녀는 내 대답을 만족스러워하지 않았다. 그 수녀는 내가 의사나 간호사이길 바랐던 것 같았다. 3개월을 함께 하는 동안 자가치료 경험에 바탕을 둔 의학상식으로 몇몇 수녀님의 아픈 곳을 만져줬는데 효과가 있었던지 자기들끼리 내가 의사나 간호사일 것이라고 추측한 것이었다. 안 되는 말로 장황한 설명을 하면서 조금씩 말이 느는 것을 느꼈다. 한국 수도자들은 스스로 몸 관리를 하기 위해 웬만한 의학상식은 다 알고, 또 한국인은 조상님들에게 물려받은 가정의학 기초지식이 다 있다고, 아마 당신의 몸이 경험을 하지 못했던 것을 경험해서 나았나 보다고…. 영어와 방글라와 몸짓을 섞어 열심히 설명을 하며 느꼈다. '아! 이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일하시는 방법이구나!' 그래서 이야기했다. "하느님께서 네 기도를 들어주셔서 나은 것이야! 네가 낫고 싶어서 기도를 열심히 한 모양이지?" 수녀는 기뻐했다. 나도 기뻤다.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누구인지 평가해 주시는 분이, 나 자신보다 더 나를 잘 아시는 분이 말씀해주기 때문이다. "보라, 내가 새 일을 하려 한다. 정녕 나는 광야에 길을 내고 사막에 강을 내리라" (이사 43,19).내가 할 일은 그분께서 하시는 일을 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후원계좌 : 우리은행 1005-800-966128 예금주 : 천주교한국외방선교수녀회퇴사자22012.04.03
![[생활 속의 복음] 예술 부활 대축일-외형적인 자신의 죽음과 내적인 자신의 부활](//cpbc.co.kr/CMS/newspaper/2012/04/rc/410320_1.0_titleImage_1.jpg)
[생활 속의 복음] 예술 부활 대축일-외형적인 자신의 죽음과 내적인 자신의 부활 안식일 다음날 마리아 막달레나가 예수님이 묻히신 무덤에 가보니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 그는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에게 달려가 "누군가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다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하고 일러주었다. 제자들이 무덤을 직접 보니 수의가 흩어져 있었다. 그들은 그때까지도 예수께서 죽었다가 살아나실 것이라는 성경말씀을 깨닫지 못했다. 예수님 부활은 인류 죄악과 세상 불의에 대한 승리다. 죽음의 극복이며 한 줌의 재로 돌아갈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보증하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 교리다. 그분의 현세생활, 죽음, 묻힘과 달리 부활은 인간 이성의 한계를 넘어선 역사상 획기적 사건이므로 제자들마저도 믿지 못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돌아가신 후 다시 살아나셔서 500명이 넘는 교우들에게 나타나시고(1코린 15,5-6),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구운 생선을 드셨으며(루카 24,42-43), 당신 부활을 불신하는 토마스 사도에게 직접 못 자국과 창에 찔리신 옆구리를 만져보게 하셨다(요한 20,25-28). 그리스도 신앙에서 예수 부활의 의미는 인간이 죽음을 넘어 영생에 참여함은 물론이고 실증주의와 물질 만능 사상에 침몰된 인간 존엄과 근본가치를 부활시키는 것을 말한다. 어느 마을에 부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자기가 마을에서 가장 인격이 높아 존경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마침 그 부자의 생일에 큰 잔치가 있어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어느 현자가 다 떨어진 옷을 입고 찾아가 하인에게 "주인을 만나러 왔다"고 했다. 하인은 부자에게 "웬 거지같은 사람이 주인님을 만나러 왔습니다"하고 전했고 부자는 얼굴을 찡그리며 "경사스러운 날 거지가 오다니 당장 쫓아내라"고 일렀다. 문전에서 쫓겨난 현자는 단정하게 외관을 갖추고 다시 잔칫집으로 갔다. 그 부자는 "아이고 이렇게 누추한 곳에 고매하신 분께서 와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하면서 상석에 모시고 대접했다. 그런데 그는 음식을 먹지 않고 옷 속에 집어넣고 있었다. 궁금해진 부자는 "왜 드시지 않고 옷 속에 넣으시는지요?"하고 물었다. 현자는 "당신이 초대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이 옷이니 내 옷에게나 음식을 먹여야지요"하고 답했다. 그 부자는 그제서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이것은 외형이라는 허상에 집착한 인간들 사고를 적나라하게 꼬집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잘 먹고, 호화스러운 옷을 입고, 고급 차를 타면 더 행복해 질 수 있다고 착각하는 이가 많아지는 게 현실이다. 몸이라는 외형에 사치스런 옷을 입히고 온갖 장신구로 치장한다. 이러한 집착이 가져오는 최대 악영향은 사람이나 사물의 근본정신을 보려 하지 않고 겉모양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게 한다는 것이다. 화려하고 감각적 외형에 빠져 자신답게 살려는 자존심이 결여되는 것이다. 결국 유명한 연예인들 겉모습을 모방하려 애쓰고 진정한 자기 마음과 얼굴, 개성과는 상관없는 자신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옛 성인들은 '도를 배우려면 마땅히 가난함부터 먼저 배우라'고 했다. 외형에 지나치게 비중을 두는 것은 자신의 정신적 향상이나 만족감, 참된 가치가 결여돼 겉모양에 집착하는 것이다. 이는 타인이 자기에게 관심을 주기를 바라는 잘못된 가치관에서 기인한다. 교만한 말과 꾸미는 얼굴빛보다 진실한 삶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그리스도교인은 세례성사를 통해 한 줌 흙으로 사라질 물질에서 영적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그러므로 먼지로 되돌아갈 현세의 것들에 집착하고 과시하지 말아야 한다. 부활을 향한 강한 희망을 가진 우리가 썩어 없어질 것에 애착을 갖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현상과 외형, 체면이나 명분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생각을 크게 전환해 자신의 내면세계에서 나오는 진실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겉모습에 따라 미와 추를 판별하는 세인들에 따르지 말고 인간 내면과 그 지향을 사랑하시어 사람의 인격을 높이신 예수님 방식으로 삶을 살아야 한다. "무릇 육을 따르는 자들은 육에 속한 것을 생각하고, 성령을 따르는 이들은 성령에 속한 것을 생각합니다. 육의 관심사는 죽음이고 성령의 관심사는 생명과 평화입니다"(로마 8,5-6) 하신 바오로 사도의 말처럼 하느님 모상인 인간 존엄이 부활하도록 온 힘을 다해야 한다.퇴사자22012.04.03

"거룩한 독서로 말씀에 맛들여요"성경과 전례 활성화 모범 문정본당 성경과 전례 활성화. 전주교구가 2000년 대희년 이래로 특별히 역점을 두고 있는 사목 방향이다. 교구장 이병호 주교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성경과 전례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 의미를 실천하고자 애쓴 본당은 분위기가 다르다"고 밝혔다. '거룩한 독서' 모임으로 활기찬 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는 전주 문정본당(주임 윤양호 신부)도 그런 본당 가운데 하나다. 4월 21일 수요일 낮 11시.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 2가 516-2, 아파트 단지 뒷쪽에 단층 조립식 가건물로 된 성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바로 옆 유아방에서 성경 책을 펴놓고 말씀을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띈다. 매주 수요일 오전 미사 후에 '거룩한 독서' 모임을 갖고 있는 베드로 팀이다. 말씀 나누기가 아주 자연스럽다. 같은 시각. 성당 옆 역시 가건물로 된 교육관에서도 두 팀이 거룩한 독서 모임을 하고 있었다. 그 중 하나인 빈첸시오 팀을 찾았다. 말씀 나누기를 끝내고 자유기도로 모임을 마무리하려던 참이었다. 팀원 김순선(바오로, 79)씨가 기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다. "저는 지난해 12월에 세례를 받았는데 성경 말씀을 대하면서 5개월 동안 건강이 많이 좋아졌어요." 지난 성탄 때 세례를 받은 김씨는 '거룩한 독서' 모임에 참여하기로 하고, 빈첸시오 팀에 들었다. 그러나 매주 한 번 모임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김씨는 그날부터 성경 필사를 시작했다. "매일 3시간 정도 성경을 읽으면서 필사하다 보니 잡념이 없어지고 집중하게 됐지요. 건강이 좋아진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엔 필사를 계속하면서 눈과 손과 입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김씨만이 아니다. 또 다른 거룩한 독서 모임인 요한 팀의 이정숙(가타리나, 62)씨는 안구 건조증이 심해 책을 읽을 수가 없는 상태지만, 거룩한 독서 모임에는 빠지지 않고 나온다. "성경을 읽을 수가 없다 보니, 처음엔 생각조차 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이제는 달라졌어요. 성경 말씀을 직접 읽지는 못하지만 다른 팀원들이 읽는 말씀을 듣고 또 묵상한 내용을 나누는 것을 듣는 것만으로도 큰 은혜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부족한 신심도 깊어지는 것 같고요." 본당에서 '거룩한 독서' 모임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줄곧 참여했다는 양공자(로사, 69)씨는 "거룩한 독서를 통해 주님 말씀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며 "이제야 신앙의 문턱을 넘어섰다는 느낌"이라고 자랑한다. 문정본당이 거룩한 독서를 시작한 것은 2009년 1월이었다. 그러나 세심한 준비를 했다. 우선 '거룩한 독서' 전문가인 성서학자 정태현 신부를 초청, 전 신자를 대상으로 모두 5차례 특강을 실시했다. 또 본당에서 활용할 '거룩한 독서 모임 안내서'를 만들었다. 거룩한 독서에 대한 설명과 진행 방법, 약 3년(137주) 동안에 신구약 성경 전체를 소화하기 위한 거룩한 독서 진도표와 성가 등을 실었다. 이런 준비 과정을 거쳐 2009년 1월 24개 팀을 만들어 2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거룩한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평균 주일미사 참례자 800명 가운데 4분의 1이 매주 거룩한 독서 모임을 갖게 된 것이다. 나아가 매주 진행되는 거룩한 독서 모임의 진도에 맞춰 전 신자를 대상으로 3년 과정의 '신앙과 성서 대학'을 개설했다. 한 달에 3회 정도 성경과 신학 분야 전문가들의 특강으로 진행하는 신앙과 성서 대학은 성경과 교리 분야에 대한 신자들의 궁금증을 자연스럽게 해결해 주며 신자들이 성경에 더 깊이 젖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본당은 또 게시판에 거룩한 독서 팀별 시간표를 붙여 각 팀별로 거룩한 독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누구나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것은 물론 '거룩한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자 하는 신자들이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팀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윤 신부는 거룩한 독서 모임 외에 성경 읽기와 성경 필사도 신자들에게 꾸준히 권장했다. 이를 위해 매일 1장씩 성경을 읽도록 성경 읽기 진도표를 만들어 배포했고, 성당 입구에는 누구나 잠시 앉아서 성경을 필사할 수 있도록 성경과 필사노트를 비치해 놓았다. 특히 지난해 성탄절부터는 성경 암송 행사를 도입, 성경 말씀의 생활화에 대한 신자들 관심을 더욱 고취시키고 있다. 암송할 성경 대목을 한글과 영어 두 가지로 복사해 두면, 취향대로 가져가서 외워 다음 주일 미사 끝에 다른 신자들이 보는 앞에서 암송하는 것이다. 다 외운 신자들에게는 본당 신부가 묵주를 부상으로 선물한다. 청소년들에게는 문화상품권이 수여된다. 준비한 문화상품권으로는 부족해 지갑을 털어야 할 때도 있지만 학생들이 성경을 그만큼 가까이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본당 신부에게는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거룩한 독서 모임을 비롯해 성경을 가까이 하도록 도와주는 이런 노력들은 본당 분위기 전체를 활기차게 바꿔놓았다. 가장 큰 변화는 전례 분위기의 변화였다. 문승욱(안드레아) 본당사목회장은 "뭐라고 표현하기는 쉽지 않지만 미사 분위기가 예전과 달리 확실히 생동감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잘 보이지 않던 냉담 교우들도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양호 신부는 "성경을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르고 대충 넘어갔던 신자들이 거룩한 독서 모임 등을 통해 변화를 직접 체험하게 되니까 미사 전례가 살아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전에는 주일에도 군데 군데 비던 자리가 요즘에는 다 차고 넘쳐서 교육관까지 이용해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2009년 시작할 때는 24개 팀 200명이었던 거룩한 독서 모임이 한때는 130명까지 줄기도 했으나 지난 성탄을 기해 다시 늘기 시작해 현재는 23개팀 160여 명이 매주 거룩한 독서 모임을 갖고 있다. '거룩한 독서'를 통해 말씀에 맛들이고 있는 문정공동체는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음"(히브 4,12)을 보여주는 작은 사례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이창훈2010.05.11
말씀의 은총에 푹 빠져 살아요서울 공덕동본당 '말씀의 꽃송이' 운동 서울대교구 공덕동본당 신자들은 요즘 '말씀의 은총'에 푹 빠져 지낸다. 지난해 8월 이재을 주임신부가 부임하면서 시작한 '말씀의 꽃송이'와 '매일 성경읽기' 운동 덕분이다. 이 두 운동 모두 신자들이 습관처럼 성경을 읽고, 주님 말씀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시작됐다. 말씀의 꽃송이 운동은 요일마다 각기 다른 주제의 꽃송이(말씀)를 묵상하는 것이다. △월요일 구함(마태7,7-8) △화요일 말씀(요한 8,31-32) △수요일 감사(1테살 5,16-18) △목요일 용서(요한 20,22-23) △금요일 생명(요한 14-6) △토요일 하느님 나라와 의(마태 6,33) △일요일 제자화(마태 28,19-20) 등 일곱 가지 주제를 1년간 지속적으로 묵상한다. 말씀의 꽃송이 운동에는 규칙도 정해져 있다. 신자들은 아침ㆍ낮ㆍ저녁ㆍ밤마다 각각 10번씩 총 40번을 암송한다. 신자 대부분은 지난 5개월간 꾸준히 이 운동에 참여한 덕분에 요일별 말씀을 거의 외운다. 그렇지 않은 신자들은 수첩과 달력 등에 말씀을 적어놓고 수시로 읽는다. 교육분과장 백정숙(율리아나)씨는 "말씀의 꽃송이를 통해 주님 말씀이 무엇인지, 또 주님 뜻에 따라 사는 게 어떤 삶인지 분명하게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본당은 주보에 말씀 꽃송이뿐 아니라 한 주 동안 읽어야 할 성경 말씀도 표로 실어 신자들이 매일 공부하는 마음으로 성경을 읽도록 돕는다. 매일 성경읽기에는 별다른 규칙이 없다. 대신 이 신부는 미사 때 성경의 기원과 저자, 저술 동기, 연대 등에 대해 해설하고, 내용을 쉽게 풀어준다. 주일미사 전후로 주중에 읽은 성경에 관해 질문하는 신자가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서연 기자 kitty@pbc.co.kr퇴사자22011.02.08
![[하느님의 종 125위 열전]-(1) 최창현(요한, 1759~1801)](//cpbc.co.kr/CMS/newspaper/2011/08/rc/386027_1.0_titleImage_1.jpg)
[하느님의 종 125위 열전]-(1) 최창현(요한, 1759~1801)역관 출신으로 교회서적 번역, 성직자 영입 앞장최창현은 모진 고문에 굴복하지 않고 "천주와 예수를 위해 죽겠다"며 순교의 길을 택했다. 사진은 최창현을 비롯한 신유박해 순교자들의 순교혼이 서려 있는 서소문 순교성지 현양탑. "저는 20년 동안 사학(邪學, 천주학)에 미혹되어 지금에 이르렀으니 후회막급입니다." 의금부로 압송된 최창현(요한)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의금부 추관((推官)의 서슬 퍼런 추문(推問)과 나졸들의 육모방망이 매질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최창현이 뭔가를 숨기는 듯 하거나 대답을 우물쭈물하면 어김없이 매질이 시작됐다. 육모방망이의 각진 곳이 어깨와 등짝을 강타할 때마다 그는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통증에 비명을 지르다 정신을 잃었다. 그는 결국 "천주 야소(耶蘇, 예수)를 결단코 원수로 보고 이적금수(夷狄禽獸, 오랑캐)의 도로 보겠다"(1801년 2월 11일 의금부 「추안 및 추국」 기록)며 배교의사를 밝혔다. 그는 신유박해(1801년) 당시 의금부가 사학의 우두머리(총회장)로 지목한 핵심 인물이었다. 정약전, 정약용, 권일신과 함께 공부 1800년 정조가 승하하자 11살 난 어린 아들 순조가 왕위에 올랐다. 그러자 영조의 계비(繼妃) 정순왕후가 대왕대비가 되어 권력을 장악했다. 정조와 시파(時派)에 원한을 품은 노론계 벽파(僻派) 사람이었던 대왕대비는 곧바로 정적(政敵)인 친정조 세력을 향해 복수의 칼을 빼들었다. 시파에는 서학(西學)에 우호적인 인사들이 많았다. 선왕 정조도 조정 대신들이 중국을 통해 유입되는 천주교에 대한 우려를 제기할 때마다 "정학(正學, 유학)이 밝아지면 사학은 저절로 종식된다"며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순왕후가 주도한 신유박해는 천주교 엄금을 빙자해 정적을 제거하려는 정치 보복적 색채가 농후했다. 대왕대비는 신유년이 밝자 기다렸다는 듯이 박해령을 포고했다. "사람이 사람 노릇을 하는 것은 인륜이 있는 까닭이오, 나라가 나라 노릇을 하는 것은 교화가 있는 까닭이다. 이른바 사학은 무부무군(無父無君)하여 인륜을 파괴하고 교화를 배반함으로써 스스로 이적금수로 돌아갔다…" 천주교 박해의 빌미는 무부무군의 죄였다. 서학은 천륜을 망각해 조상제사를 거부하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며 임금의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는 요망한 학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당시 치국의 원리이자 사회질서 근간인 유교와 그 갈래인 성리학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이때부터 박해의 불길이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최창현은 의금부에서 "1784년 겨울 이벽에게서 요서(妖書, 천주교 서적)를 얻어 보았으며 정약전ㆍ정약용ㆍ권일신 등과 함께 그걸 갖고 공부했다"고 실토했다. 의금부는 그를 통해 사학의 세력을 뿌리뽑을 작정이었다. 더구나 정약종의 집에서 발견된 천주 화상(畵像, 비단 등에 그린 성화)이 최창현의 집에서 만들어 보낸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문초가 이어졌다. "정약종에게 보낸 비단 휘장은 어디에 쓰던 물건인가?" "천주께 첨례(瞻禮)하는 날에 휘장을 설치하고 천주상을 건 다음 무릎을 꿇고 서적을 외우면서 천주의 은혜를 생각합니다." "네가 사학에 빠진 것이 꽤 오래되었고, 도당이 아주 많으니 소굴과 교주를 모를 리 없다. 소굴 주인을 진실로 모르냐?" "모릅니다." 추관은 최창현에 대한 추문 내용을 상부에 보고하면서 의견을 덧붙였다. "죄인 최창현은 실로 이 옥사의 핵심입니다. 천주 화상, 비단 장막과 도구들은 그의 집에서 만들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 소굴과 맥락을 어찌 누구인지 알지 못하겠습니까? 반은 숨기고 반은 말하니 실로 극히 악랄합니다. 청컨대 다시 엄벌하시어 사실을 얻어내도록 하소서."(의금부 「추안 및 추국」 기록 참조)「성경광익」 「성경직해」등 번역 최창현은 한양 입정동(현 서울 중구 입정동)에 있는 역관(譯官) 집안에서 태어났다. 역관은 중국이나 일본 등 외국과 통역 업무를 맡아보던 중인계층이다. 그는 중국 북경에서 세례를 받고 돌아온 이승훈이 1784년 9월 이벽 등에게 세례를 주면서 신앙 공동체를 세울 때 교리를 배워 입교했는데, 특히 통번역을 업으로 하는 역관답게 한문으로 된 교회서적을 한글로 번역하는 데 열중했다. 한글본 「성경광익」 「성경직해」 「성경직해광익」 등이 그가 번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성경직해」는 미사 중에 봉독되는 4복음서의 30.6%에 해당하는 분량이 수록돼 있어 한문을 모르는 백성들이 천주교 신앙과 복음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천주교는 18세기 후반 양반 지식층뿐만 아니라 중인 이하 일반 백성에게도 강한 호소력을 갖고 있었다. 특히 불평등한 신분제도가 급격히 무너져가는 상황에서 접하게 된 그리스도교의 인간 평등사상과 하느님(天帝) 존재는 곧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지식층은 천주교를 서양 학문 차원으로 이해하고, 이를 일종의 민중종교운동으로 전개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한글교리서는 천주교 확산에 큰 기여를 했다. "충청도 일대에서는 서양에서 유래한 일종의 사설(邪說)을 거의 집집마다 외우고 전하기에 이르러서 한문을 한글로 번역하고 베껴 옮겨 아래로는 부녀자와 아이들에게까지 이르렀다."(이규경의 「척사교변증설」 하 705쪽) "비록 지극히 어리석은 농부와 무지한 시골 아낙네라 하더라도 그 책을 언문으로 베껴 신명(神明)처럼 받들면서 혹은 일을 그만두고서는 외우고 익혀서 죽는다 해도 후회하지 않는 데 이르렀습니다."(「승정원일기」 87권 655쪽) 다블뤼 주교는 "최창현은 평상시의 근면함으로 조선에 들어온 모든 천주교 서적들을 베껴 썼는데, 이 일은 그가 항상 몰두하는 일이어서 천주교인들은 서적을 구하려면 큰 상점에 문의하듯이 그에게 말만 하면 될 정도였다"(「조선 주요 순교자 약전」 109쪽)고 전한다. 1791년 조상제사 문제로 인해 윤지충과 권상연 등이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하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란 일부 양반들이 천주교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창현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신앙 공동체를 지켰다. 또 성직자 영입 운동에도 앞장섰다. 마침내 1794년 중국인 주문모 신부가 조선에 입국하자 총회장으로 임명돼 공동체의 크고 작은 일을 도맡아 했다. 「황사영 백서」에 기록된 최창현은 겸손하고 신자들 신망이 두터운 사람이었다.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실천형 지도자였다. "그는 몸가짐이 평화롭고 언행이 공정하며 정의롭습니다. 도리에 대한 강론도 자세하고 분명해 깊은 맛이 있었습니다. 그의 순명과 겸손은 천성에서 우러나온 것이었고, 남보다 특별히 뛰어난 점도 없지만, 흠잡을 행동도 없었습니다. 교우들 중에서 덕망이 제일 높아 그를 사랑하고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습니다.""천주와 예수를 위해 죽겠습니다" 그는 박해령이 내려지자 그 폭풍을 예감하고 신자 집에 숨어 있었다. 그러나 지병이 있어 잠시 집에 들렀다가 밀고자 김여삼이 데리고 온 포도대장에게 체포됐다. 그는 의금부로 이송돼 혹독한 문초와 고문을 받았다. 중인 신분인 데다, 정약용이 "최창현은 괴수의 우두머리이고, 황사영은 죽음에 이르러서도 변치 않으니 비록 조카사위라도 곧 원수이다"라고 진술한 터라 매질은 더욱 가혹했다. 그럼에도 그는 추관이 얻어내고자 하는 진술을 끝까지 거부했다. 이미 순교를 결심한 터였다. 그는 추문 초기에 흔들렸던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정약용이 저를 괴수로 지목하였지만 저는 지목할 사람이 없으니 죽는 것밖에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이제 천주와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전날 천주를 배반했던 것을 통절히 뉘우치면서 죽고자 할 따름입니다. 지목할 사람은 없습니다."(2월 13일 의금부 「추안 및 추국」 기록) 이날 이후로 그의 행적을 아는 사람은 없다. 「순조실록」과 「벽위편」에 남아 있는 기록만이 그가 서소문 밖 형장에서 장렬히 순교의 칼을 받았음을 전해준다. 그의 나이 42살이었다. "죄인 최창현은 사학 서적에 고혹되어 정약종ㆍ권철신 등을 대부로 존중하고… 그리고 스스로 죽음을 달게 받겠다고 결안을 써서 바쳤으므로, 요사한 말과 요사한 글을 퍼뜨리고 다니면서 대중을 미혹시켰다는 사실을 자복 받아 정법(사형)하였다."(「순조실록」 권2, 2월 26일)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cpbc2011.08.09

서울 전농동본당 성가정상 받은 김재구·정애순씨 부부시련있어도 사랑·믿음의 끈으로 듣지 못하는 아내와 그를 위해 미사 전례를 수화로 통역하는 남편.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이 풍경이 서울 전농동본당(주임 최원일 신부) 신자들에게는 친숙하다. 주일이면 손을 꼭 잡고 미사에 참례하는 김재구(요아킴, 67)ㆍ정애순(안나, 67) 부부 얘기기 때문이다. 청각을 잃은 정씨는 주보와 「매일미사」를 읽으며 미사를 따라가고, 김씨는 옆에서 부부만의 간단한 수화로 보충한다. 집에 돌아와서는 남편이 아내에게 그날 강론 말씀을 자세히 설명하며 미사를 복습한다. 성경 쓰기도 빼놓을 수 없는 일과다. 자녀와 손자는 이름 대신 세례명을 부른다. 이처럼 성가정의 모범을 보이는 이들이 냉담교우와 미신자로 만난 부부라고는, 무당을 찾고 부적을 맹신하던 부부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결혼 후 계속되는 생활고에 지친 부부는 무당에게 받은 부적을 집안 구석구석에 붙였다. 나아지는 건 전혀 없었고, 죽고 싶다는 부정적 생각만 가득했다. 그때 우연찮게 마주친 십자가가 오랜 냉담 중이던 정씨 마음을 콕콕 찔렀다. "삶이 너무도 고통스러울 때,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신자인 거예요. 그때 하느님이 나를 부르고 계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부적을 다 태우고 울며 기도했어요.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하느님 앞에서 죽겠다, 그러니 우리 가정을 좀 보살펴 주시라고요."(정애순씨) 뒤늦은 신앙생활을 못마땅해하는 가족들 때문에 정씨는 매일 밤 잠든 남편 옷깃을 붙잡고 기도했다. "연약한 이 이를 하느님 곁으로 불러달라"고. '내 가족만은 하느님께 인도하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기도한 끝에 남편을 시작으로 시부모, 친정 남매까지 모두 하느님 자녀가 됐다. 유아세례를 받은 자녀들도 각각 신자 배우자를 만나 성가정을 이뤘다. 모든 일이 술술 풀린 것은 아니었다. 1988년 정씨가 원인조차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하루 아침에 청력을 잃게 된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부부는 밤새 눈물로 묵주기도를 바치던 밤을 잊지 못한다. 그러나 이조차도 절망이 아닌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은 기도 덕분이다. "어차피 잃은 건강이잖아요. 기도회나 신앙 세미나에 갈 수 없어 아쉽기도 하지만, 아쉬운대로 하느님께서 주신 삶 아니겠어요? 이게 저의 소명이라는 생각에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려고 합니다."(정애순씨) 부부는 신앙을 실천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택시기사인 김씨는 14년간 가톨릭운전기사사도회에서 봉사했고, 정씨 역시 노숙인을 위한 청량리역 무료급식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비록 전례단이나 성가대는 할 수 없지만 '몸으로 때우는' 봉사만큼은 누구보다 자신있는 정씨다. 부부는 소록도 한센병 환우들을 위해서도 10년째 후원하고 있다. 구역미사 장소가 없어 아파트 주차장에서 미사를 봉헌해야 할 상황에 처했을 때 선뜻 집을 제공한 이도 김씨 부부다. 결혼 40주년이 코앞이지만 여전히 신혼처럼 다정한 부부는 지난해 성탄 밤미사에서 본당이 수여하는 성가정상을 받았다. "상장은 집안 가보입니다. 어깨가 무겁네요. 성가정상을 받은 부부로서 좋은 표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김재구씨) 김은아 기자 euna@pbc.co.kr김은아2012.01.31
![[영성의 길 수도의 길]-<58> 천주 섭리 수녀회](//cpbc.co.kr/CMS/newspaper/2012/07/rc/421975_1.0_titleImage_1.jpg)
[영성의 길 수도의 길]- 천주 섭리 수녀회의료,교육,복지 사도직 통해 하느님 섭리 드러내 만성 정신장애인 사회복귀 돕는 주거시설 10년째 운영 최근 화복지활동에도 적극... 이주노동자와 극빈층 도와 2016년 한국 파견 50년, 분야별로 역할 새로 모색 예정 천주 섭리 수녀회 한국 성 요셉관구 상징 문양 및 로고. 하느님 섭리를 상징하는 눈을 주제로 형상화했다. 푸른 색은 희망을 드러내고, 색동은 한국관구를 의미한다. 하느님 눈동자 안에는 천주 섭리 수녀회의 여러 나라 관구를 상징하는 세계 지도와 한국관구를 상징하는 한반도 지도가 각각 들어 있다. 하느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는 수도공동체의 의지가 담겨 있다. 평행감각이 점차 없어지는 퇴행성 소뇌 소멸증을 앓는 정순금(데레사, 69)씨는 요즘 구약성경을 필사하느라 여념이 없다. 신약 필사는 이미 마쳤다. 2002년 남편과 사별한 뒤 서울, 강원도 평창 등을 떠돌다가 2년 전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애덕가정'(시설장 정애숙 수녀)에 정착했다. 천주 섭리수녀회 한국 성 요셉관구(관구장 서재숙 수녀)가 운영하는 양로원에 오고 나서야 정씨는 마음의 평안을 되찾았다. "하느님께서 제 삶을 준비해 주시고 이끄셨지 않나 싶어요. 뜻하지 않는 질환과 불면증으로 몸과 마음이 다 지쳐갈 무렵에 애덕가정을 만났으니까요. 만족스러워요. 생활이나 주변 환경이나 다 좋아요. 더 바랄 게 없어요." 어르신 15명 중 막내이다 보니 그는 한결 젊어진 느낌이란다. 날마다 번갈아가며 수지침과 치료 레크리에이션, 도예 치료, 네일 아트, 스트레칭, 미술수업, 건강점검 및 발마사지, 미용 등 봉사자들이 준비한 프로그램에 기쁘게 참여한다. 그래선지 늘 감사 기도를 입에 달고 산다. 대전시 관저동 느리울마을에도 수녀회가 운영하는 시설이 있다. 만성정신질환자(정신장애우)들의 사회복귀를 돕는 주거제공시설 '섭리가정'(시설장 이옥자 수녀)이다. 올해 설립 10년째인 섭리가정은 정신분열증을 앓고 나서 사회에 복귀하는 여성 환우들을 돕는 시설로, 지금까지 69명이 사회적응훈련을 거쳐 사회로 나갔다. 요즘도 섭리가정에선 6명이 재활에 한창이다. 일상생활 훈련에 사회적응 및 활동 지원 교육, 지역사회와의 유대 및 생활 활동, 취업을 위한 맞춤형 직업 준비교육, 체력 관리, 약물 교육 등을 받고 있다. 3년이라는 제한된 기간 안에 재활을 마친 여성들은 두세 명씩 짝을 지어 인근 아파트를 매입, 섭리그룹홈과 섭리행복가정 등 공동생활가정 2곳으로 분가했다. 물론 섭리가정 시설장 이옥자(아가타) 수녀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도움을 받으며 꾸준히 약물치료와 증상관리를 하고 있다. 이옥자(꽃동네대 겸임교수) 수녀는 "정신과 병동에서 간호학과 학생들 실습을 지도하다가 만나는 환자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퇴원해도 갈 곳이 없는 현실을 보면서 우리 교회에서 처음으로 사회복귀시설을 구상해 109.09㎡(33평) 크기 아파트를 빌려 시작했다"며 "이분들을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 안에서 가족으로 모시고 살 수 있음에 감사를 드린다"고 고백한다. 당초 의료ㆍ교육을 주요 사도직으로 삼은 수도회답게 천주 섭리수녀회는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에 회원 20명을 파견, 원목과 간호, 약제, 영양, 정보처리, 경리, 자재 등 병원 업무 전반을 돕고 있다. 인천에선 인하대 대학병원과 나자렛병원, 인천 적십자병원 등 일반 병원에 원목수녀를 1명씩 파견해 환우들을 돌본다. 교육사도직으로는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왕림리에 섭리유치원을, 인천시 송월동에 섭리어린이집을 각각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인천 성아유치원, 효명중ㆍ고에도 회원을 파견하고 있다. 최근엔 시대적 어려움에 함께했던 설립자 빌헬름 엠마누엘 폰 케틀러(1811~1877) 주교 정신에 따라 사회복지활동에도 적극 투신하고 있다. 본원에선 섭리 나눔의 집(원장 정혜숙 수녀)을 둬 일주일에 한 번씩 인근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과 극빈자들에게 반찬을 배달하고 있다. 반찬은 수녀회 후원모임인 섭리가족회 회원들이 사랑으로 봉헌하는 후원금과 은인들의 식료품 후원으로 만들어져 제공한다. 춘천교구 춘천시립양로원ㆍ요양원ㆍ단기보호센터, 춘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 인천 섭리노인복지센터 등을 통해서도 어르신과 장애인들을 위한 사도직에 열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강원도 인제군에 다물 피정의 집(원장 양옥자 수녀)을 세워 개별ㆍ단체 피정과 위탁ㆍ자체 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19개 본당에 수도자들을 파견해 본당 사목을 돕고 있다. 저소득층과 생활필수품을 나누는 '희망을 여는 가게' 3호점(담당 김금분 수녀)도 빼놓을 수 없다. 기업체나 후원자들에게서 기탁 받은 각종 생필품과 식료품을 슈퍼마켓처럼 진열해 두고 지역 국민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한 부모 가정, 이혼 가정 등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 이웃 120여 명이 회원제로 필요한 물품이나 식료품을 가져갈 수 있도록 수요자 중심 상설 나눔 매장으로 운영한다. 덧붙여 매주 한 차례씩 회원 가정 중 35가정에 밑반찬을 제공하며 삶을 힘겨워하는 이웃들을 부축한다. 한국 성 요셉 관구장 서재숙(아우구스티나) 수녀는 "2016년에 한국 파견 50년을 맞는데 지나온 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성찰하면서 우리 수녀회 역할을 분야별로 새롭게 모색하고 있다"며 "우리 자신만의 정체성을 살아가는 토대 위에서 우리만의 색깔로 사도직을 실천하면서 그 꽃을 피우겠다"고 다짐한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천주 섭리수녀회 역사와 영성 "수녀회 정신은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 자신의 정신이다"(회헌 1852). 천주 섭리수녀회(Sisters of Divine Providence: C.D.P.)의 영성은 이 한 마디에 집약된다. 성령의 인도를 받아 그 정신을 추구하고, 예수께서 산 것처럼 살며, 하느님 뜻을 준행하고자 힘쓴다. 이 정신 안에서 봉사와 사명을 통해 섭리의 하느님에 대한 증거를 세상에 드러내고, 철저함과 인내심으로 하느님 나라를 확장하고자 노력한다. 이같은 영성으로 살아가는 천주 섭리수녀회 설립자는 '노동자들의 주교' 혹은 '사회 주교'로 불리는 케틀러 주교다. 가톨릭교회 활동을 제한하는 협정에 서명하기를 거부한 쾰른교구 드로스테 대주교가 1837년 프로이센 정부에 체포되는 '쾰른 사건'을 겪으며 자신의 참된 소명에 대해 고민한 그는 1844년 사제품을 받고 뮌스터 인근 본당 보좌로 부임해 가난하고 병든 주민들을 돌보며 사회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갖는다. 1850년 마인츠교구에서 주교품을 받은 그는 병자와 가난한 이들에 대한 봉사와 교육이야말로 시대적 필요에 응답하는 것이라고 판단해 수도회를 설립한다. 1851년 9월 휜튼에서 설립된 '천주 섭리 교육 간호수녀회'(훗날 천주 섭리 수녀회로 개칭)다. 지원자 4명으로 시작한 공동체는 지역사회에서 헌신적 교육과 의료사도직을 통해 수도회로서 인정받고, 1861년부터 10년간 학교 24곳, 학원 4곳, 직업학교 5곳, 유치원 4곳을 운영하며 성장한다. 그러나 1872년 독일 정부가 주 정부만이 학교 운영에 관한 통치권을 갖는다는 학교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수녀회는 주요한 공동체 사도직의 장을 잃는다. 이에 수녀회는 1876년 미국에 회원 6명을 파견해 이듬해 피츠버그에 관구를, 1930년에는 세인트루이스에 관구를 설립한다. 이에 앞서 1925년에는 교구 소속 수도회에서 교황청 직속 수도회로 전환한다. 현재 독일과 미국, 한국, 페루, 푸에르토리코, 도미니카 등 6개국에서 회원 679명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는 1966년 미국과 독일에서 베로스키 수녀와 알버트 수녀, 나르시사 수녀가 파견돼 서울에 첫 공동체를 마련한다. 1968년 인천에 건물을 마련하고 1971년 인천시립병원에 간호 수녀를 파견함으로써 사도직을 시작한다. 1975년 한국 공동체가 지부로 승격하고 1985년 한국지부 본원을 수원으로 이전한다. 이어 1995년 성 요셉관구로 승격한다. 회원은 지난해 말 현재 종신서원자 127명, 유기서원자 5명, 청원자 1명, 지원자 1명 등 모두 136명이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성소모임 ▲ 매달 둘째 주일 오후 2시 한국관구 본원(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왕림리) 및 분원 모임(일정은 지역별로 다름)문의 : 031-227-3633(담당 김향순 아기 예수의 데레사 수녀) 오세택2012.07.31
신나는 놀토, 성당으로 발길 이끌 묘안은? 청소년 주5일 수업제 시행에 따른 교회 안팎 대안 진단 전국 학교가 올해부터 주5일 수업제를 전면 시행하면서 가톨릭에도 주5일 수업제 맞춤형 사목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서울대교구 중고등부(담당 박범석 신부)가 '주5일 수업제 전면 시행에 따른 주일학교 운영 방향' 보고서를 낸 것을 제외하고는 이와 관련한 논의는 미흡한 실정이다. 교회 밖에서는 '놀토 특수'를 누리기 위한 묘안을 짜는 데 분주하다. 학원가는 주말 집중 과정은 물론 심지어 금요일 하교 후~일요일 오후로 이어지는 '2박 3일 합숙 특강' 상품까지 내놨다. 여행업계 역시 교육여행, 체험학습 등 상품을 내놓으며 발 빠르게 주5일 수업제에 대비하고 있다. 대다수 본당이 초등부 미사를 토요일 오후 4시, 중고등부 미사를 일요일 오전 9시에 봉헌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여타 놀토 프로그램에 참가할 경우 주일학교 참석은 물론 미사 참례조차 어렵게 된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주일학교 참여율이 감소하고 청소년 신앙이 약화될 것은 불을 보듯 분명하다. 주5일 수업제 전면 시행이 위기로 다가오는 것은 다른 종교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주말에 모임을 갖기 때문이다. 개신교회는 아예 금요일 오후로 예배 시간을 옮기거나, 교회에서 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영어교실을 여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법회가 주로 일요일에 열리는 불교는 종단 차원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들 발걸음을 잡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다. 대한불교 조계종 어린이ㆍ청소년위원회 유진상 팀장은 "최근 어린이ㆍ청소년 포교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입학사정관제에 활용되는 '창의적 체험 활동'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자고 목소리를 모았다"며 "전통문화 탐방에 초점을 맞춘다면 학생들을 문화재가 있는 사찰로 불러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에서는 이미 놀토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몇 본당 사례가 눈에 띈다. 부산교구 토현본당, 인천교구 효성동본당 등은 주5일 수업제가 격주로 시행되던 때부터 놀토를 겨냥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특히 토현본당은 2005년부터 미신자 어린이도 참여할 수 있는 성경 애니메이션, 댄스스포츠, 구연동화 등 7개 강좌를 운영해 간접선교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 주5일 수업제와 관련, 교회에서 가장 큰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본당 청소년단체 경력과 주일학교 활동 등을 국제단체에 의해 인정받을 수 있는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다. 포상제는 △봉사활동 △자기계발활동 △신체단련활동 △탐험활동 등 4가지 영역에서 학생 스스로 정한 목표를 성취하면 금ㆍ은ㆍ동 장을 수여하는 제도다. 한국교회는 지난해 5월 한국가톨릭청소년단체협의회를 구성하고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 한국사무국과 MOU를 체결해 자체적으로 포상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 본당 성가대ㆍ복사단 활동, 성지순례 등 가톨릭 정신에 맞는 활동을 인정받게 돼 신앙생활뿐 아니라 대학입시에도 도움되는 특별활동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일석이조 효과를 지닌다. 중고등부가 발표한 보고서 역시 "청소년들이 포상제에 참여함으로써 다양한 취미ㆍ특기 활동을 복음적으로 수행하며 성당을 더 가까이 느끼고, 개인 신앙을 또래 공동체와 함께 발전시켜 주일학교를 견고하게 만든다"면서 포상제를 주5일 수업제 대안으로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김은아 기자 euna@pbc.co.kr김은아2012.01.11

원주교구 2012년 사목교서-우리 믿음의 기초이신 하느님원주교구는 '우리 믿음의 기초이신 하느님'이라는 사목목표 아래 올해를 '선교의 해'로 보내고자 합니다. 우선 선교에 대한 바른 이해를 촉구합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선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선교는 반드시 해야 하는 사명이며 선교 주체는 바로 '나'입니다. 예수님께서 갈릴래아의 한 산에서 승천을 앞두고 제자들에게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18-19)하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지상에서 마지막 말씀이요 명령입니다. 성경은 부활을 체험한 제자들이 예수님을 뵙고 엎드려 경배했지만 "더러는 의심하였다"(마태 28,17)고 전합니다. 이 사실은 제자들이 눈으로 보고서도 그분을 믿는 데 어려움을 겪는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이었음을 말해줍니다. 그런 그들이 결국엔 믿음으로 목숨을 기꺼이 바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선교에 대한 지상명령을 믿음이 확실한 제자들에게 하신 게 아닙니다. 믿음이 더 굳세어져야 하는 제자들에게 하신 것입니다. 이는 선교 명령이 모든 것을 다 갖춘 이상적 공동체가 아니라 아직도 부족하기 짝이 없는 현실에 존재하는 공동체에 주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나의 믿음이 부족하다는 것은 내가 더 굳세져야 하는 동기이지 예수님 지상명령에서 예외가 될 수 있는 이유가 아닙니다. 첫 번째 선교 대상은 '나' 자신입니다. 선교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자신에 대한 부족함을 말하지만 모르는 것은 배우십시오. 배움을 통해 자신을 선교하십시오! 두 번째 선교 대상은 쉬는교우입니다. 단순한 게으름도 있겠지만 신앙의 열기가 식어버린, 상처받은, 삶에 지쳐 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이들의 지친 삶에 관심을 두십시오.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그들에게 하느님 손길이 함께하고 있음을 전하는 게 선교입니다. 세 번째 선교 대상은 이웃입니다. 하느님을 모르거나 잘 못 알고 있는 이에게 내가 만나고 있는 하느님을 전하십시오. 이웃에게 호감을 주는 그리스도인 삶을 바탕으로 우리가 전하는 기쁜 소식 선포와 기도는 커다란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직자,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 여러분. 2012년 '선교의 해'를 맞으며 많은 걱정이 함께합니다. 기후변화와 세계경제 불안 등은 국내로 이어져 서민경제에 시름을 줍니다. 가정 붕괴와 생명경시 풍조는 날로 확장돼 갑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사회는 참된 그리스도교적 가치관을 더욱 필요로 합니다. 우리는 함께 하시는 하느님을 불안한 이웃들에게 선포해야 합니다. 삶과 어우러진 믿음의 선포는 그리스도의 약속을 통해 우리와 이웃들에게 꼭 필요한 힘이 될 것입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 때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백영민2012.01.11
신나는 놀토, 성당으로 발길 이끌 묘안은?청소년 주5일 수업제 시행에 따른 교회 안팎 대안 진단 전국 학교가 올해부터 주5일 수업제를 전면 시행하면서 가톨릭에도 주5일 수업제 맞춤형 사목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서울대교구 중고등부(담당 박범석 신부)가 '주5일 수업제 전면 시행에 따른 주일학교 운영 방향' 보고서를 낸 것을 제외하고는 이와 관련한 논의는 미흡한 실정이다. 교회 밖에서는 '놀토 특수'를 누리기 위한 묘안을 짜는 데 분주하다. 학원가는 주말 집중 과정은 물론 심지어 금요일 하교 후~일요일 오후로 이어지는 '2박 3일 합숙 특강' 상품까지 내놨다. 여행업계 역시 교육여행, 체험학습 등 상품을 내놓으며 발 빠르게 주5일 수업제에 대비하고 있다. 대다수 본당이 초등부 미사를 토요일 오후 4시, 중고등부 미사를 일요일 오전 9시에 봉헌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여타 놀토 프로그램에 참가할 경우 주일학교 참석은 물론 미사 참례조차 어렵게 된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주일학교 참여율이 감소하고 청소년 신앙이 약화될 것은 불을 보듯 분명하다. 주5일 수업제 전면 시행이 위기로 다가오는 것은 다른 종교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주말에 모임을 갖기 때문이다. 개신교회는 아예 금요일 오후로 예배 시간을 옮기거나, 교회에서 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영어교실을 여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법회가 주로 일요일에 열리는 불교는 종단 차원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들 발걸음을 잡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다. 대한불교 조계종 어린이ㆍ청소년위원회 유진상 팀장은 "최근 어린이ㆍ청소년 포교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입학사정관제에 활용되는 '창의적 체험 활동'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자고 목소리를 모았다"며 "전통문화 탐방에 초점을 맞춘다면 학생들을 문화재가 있는 사찰로 불러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에서는 이미 놀토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몇 본당 사례가 눈에 띈다. 부산교구 토현본당, 인천교구 효성동본당 등은 주5일 수업제가 격주로 시행되던 때부터 놀토를 겨냥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특히 토현본당은 2005년부터 미신자 어린이도 참여할 수 있는 성경 애니메이션, 댄스스포츠, 구연동화 등 7개 강좌를 운영해 간접선교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 주5일 수업제와 관련, 교회에서 가장 큰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본당 청소년단체 경력과 주일학교 활동 등을 국제단체에 의해 인정받을 수 있는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다. 포상제는 △봉사활동 △자기계발활동 △신체단련활동 △탐험활동 등 4가지 영역에서 학생 스스로 정한 목표를 성취하면 금ㆍ은ㆍ동 장을 수여하는 제도다. 한국교회는 지난해 5월 한국가톨릭청소년단체협의회를 구성하고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 한국사무국과 MOU를 체결해 자체적으로 포상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 본당 성가대ㆍ복사단 활동, 성지순례 등 가톨릭 정신에 맞는 활동을 인정받게 돼 신앙생활뿐 아니라 대학입시에도 도움되는 특별활동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일석이조 효과를 지닌다. 중고등부가 발표한 보고서 역시 "청소년들이 포상제에 참여함으로써 다양한 취미ㆍ특기 활동을 복음적으로 수행하며 성당을 더 가까이 느끼고, 개인 신앙을 또래 공동체와 함께 발전시켜 주일학교를 견고하게 만든다"면서 포상제를 주5일 수업제 대안으로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김은아 기자 euna@pbc.co.kr김은아2012.01.10

영성의 길 수도의 길(56)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끊임없는 성체조배로 인류를 스승 예수께 인도 까마득한 어린 시절, 백열전구 아래서 바느질하거나 수를 놓아 손수 자녀 옷을 짓던 어머니 모습이 떠오른다. 한 땀 한 땀 손바느질로 밤새 지은 옷 한 벌에는 자식을 향한 어머니 사랑이 담겨 있었다. 2000년 전 성모 마리아도 그렇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들이신 예수님 옷을 지었을 것이다.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이하 제자 수녀회) 수녀들이 100% 수작업으로 만드는 전례복에서도 어머니의 정성과 장인의 공력이 느껴진다. 한 땀 한 땀 바느질마다 성모 마리아의 기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해야 할까? 재봉틀로 박아 단시간에 대량 생산하는 기성복과는 차원이 다르다. 제자 수녀들의 기도와 열정이 오롯이 깃든 진정한 '명품'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일본과 대만 교회에 제의와 영대 등을 수출해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런 명성 덕분에 사제들이 입고 싶어하는 전례복이 됐다. 해마다 사제서품식이 다가오면 주문이 밀려 한 달 넘게 밤을 새는 건 예사다. 제자 수녀회 영성평의원 김희숙(제수이나) 수녀 말에서 남다른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새 사제 합동미사 때 신부님들이 입으신 제의를 보면 제자 수녀들이 만든 옷인지 아닌지 한눈에 알 수 있겠더라고요. 일부에서는 기계수를 놓기도 하지만 저희 수녀들이 만드는 제의는 일일이 손으로 수를 놓기에 신부님들도 보는 순간 '아, 다르구나'하는 반응을 보이거나 '거룩함이 느껴진다'고 해요." 제자 수녀회는 제의와 수단, 영대 등 전례복을 비롯해 성합ㆍ성작ㆍ제대 촛대 등 제구(祭具), 성미술품(조각ㆍ도예ㆍ이콘 등)을 제작, 보급해왔다. 서울 강북구 송중동 본원과 명동 가톨릭회관, 대구ㆍ광주ㆍ부산 등지에 있는 전례사도직센터를 방문하면 수녀들의 혼과 정성이 깃든 각종 전례용품과 성물들을 만날 수 있다. 제자 수녀들에게 전례용품과 성미술품 등을 만드는 일은 수행과 기도생활을 돕는 한 방편으로, 노동이나 생계유지 수단이 아닌 교회 전례를 통해 인류를 스승 예수께로 인도하는 '전례 사도직' 활동의 하나다. 수녀회 설립자인 복자 알베리오네(G. Alberione) 신부는 '이 지상의 전례는 영혼을 하늘의 문 앞까지 데려다준다'는 가르침을 통해 전례 사도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성경이 '성자의 책'이라면 전례는 '살아계신 성령의 책'이므로 교회와 신앙생활의 원천인 전례를 통해 스승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그리스도를 전하고, 신자들이 은총의 신비를 맛들이도록 이끌기 위해 전례 사도직을 수행합니다."(김희숙 수녀) 이처럼 모든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의 전례에 더욱 깊이 참여하도록 이끌기 위해 전례용품과 성미술품은 물론 전례 음악, 성당 건축ㆍ설계 등 경신행위에 관련된 모든 것을 직접 제작ㆍ보급하고 교육하는 것이 제자 수녀회에 주어진 중요한 소명이다. 특히 서울대교구 가톨릭건축사사무소 소장을 맡고 있는 황원옥(에스텔) 수녀는 교회건축 분야에서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또 안수진 수녀는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성음악소위원회가 주최한 '새 회중용 전례성가집 간행을 위한 창작성가 공모'에 당선되기도 했다. 모든 수도회가 관상과 활동의 조화를 중요시하듯 제자 수녀회 수녀들에게 사도직 활동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기도다. 제자 수녀회는 앞서 말한 전례 사도직을 비롯해 '성체 사도직', '사제직에 봉사하는 사도직' 등 크게 세 가지 차원의 사도직을 부여 받았는데, 거룩한 성체 앞에서 기도하는 성체 사도직이야말로 설립자에게 받은 첫 번째 사명이자 제자 수녀회 성소의 심장이다. '성체의 사도, 감실의 등불'이라 불리는 제자 수녀회 수녀들은 매일 밤낮 끊임없이 교대로 성체조배를 하며 온 인류를 예수 그리스도께로 인도하기 위해, 또 바오로 가족 수도회의 사명과 교회 발전에 필요한 것을 위해 기도한다. 특히 사회홍보수단을 통해 복음을 선포하는 성바오로 수도회와 성바오로딸 수도회의 사도직을 위해 보속과 탄원의 기도를 바치는 제자 수녀회의 사도직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사실상 두 수도회에 생명을 불어넣는 중요한 것이다. 김 수녀는 "제자 수녀들은 밤 성체조배를 실천한 설립자 뜻을 이어 받아 밤 성체조배를 통해, 사회커뮤니케이션 수단들로 말미암아 밤에 저질러지는 죄를 보속하고 사회홍보수단들이 인류 공동선을 위해 선용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특별히 밤 성체조배를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김 수녀는 "악의 유혹과 활동이 특히 활발하고, (대표적 사회홍보수단인) 신문이 일반적으로 밤에 인쇄, 배포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오늘을 사는 마리아'를 자처하는 제자 수녀회 수녀들은 성모님처럼 '사제들 안에 살아 계신 스승 예수님을 섬긴다'는 정신으로 '사제직에 봉사하는 사도직'을 수행한다. 예수님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많은 사제성소를 일으켜 달라고, 또 사제들이 영원한 삶(죽음)에 이를 때까지 사제직분에 충실할 수 있도록 기도와 희생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여주 피정의 집에 사제들을 위한 집을 마련해 휴식처를 제공하고, 원로사목자들을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제들을 돕고 있다. 그래서인지 평신도 협력단체인 '스승 예수의 벗' 모임에는 많은 사제 어머니들이 참여하고 있다.오세택2012.04.17
![[서석희 신부의 영화 속 복음 여행] 14. 영화가 말하는 출생의 비밀- 커스트 쉐리단 감독의 '어거스트 러쉬'](//cpbc.co.kr/CMS/newspaper/2012/08/rc/422671_1.0_titleImage_1.jpg)
[서석희 신부의 영화 속 복음 여행] 14. 영화가 말하는 출생의 비밀- 커스트 쉐리단 감독의 '어거스트 러쉬'정체성 회복 과정 그리며 '하느님 자녀' 일깨워 거리에서 우연히 아빠를 만나 교감을 하는 에반. 1. 출생과 관련된 이야기는 TV 드라마의 단골소재이다. 시청자들은 시리즈로 계속되는 한 편의 드라마를 지켜보면서 착하고 예쁘지만 늘 구박받으며 불행하게 살던 우리의 주인공이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것으로 인해 극적으로 팔자를 고치게 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속이 시원해지는 카타르시스'를 체험하며 '마음이 뿌듯해진다.' 아쉬운 것은 TV 드라마가 지나치게 갈등과 대립의 구도로 출생 비밀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갈등과 대립 구도는 막판 뒤집기를 통한 주인공의 신분 상승과 물질적 보상이라는 의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출생의 비밀을 소재로 하더라도 대립과 갈등보다는 보다 긍정적으로 정체성을 회복하거나 새로운 관계 회복이라는 면에서 다루는 드라마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출생의 의미를 다룬 영화, '어거스트 러쉬'(August Rush, 2007)에 주목해보자. 2. "들어봐. 들려? 음악 말이야. 난 어디서든 들을 수 있어. 바람 속에서도, 공기 속에서도, 빛 속에서도. 우리 주위에 다 있어. 우린 마음을 열기만 하면 돼.” 영화 '어거스트 러쉬'는 이렇게 한 소년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미국 뉴욕 변두리 고아원에 사는 11살 소년, 이름은 에반 테일러이다. 그는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이들 모두가 제각기 자신만의 소중한 목소리를 가지고 자기에게 뭔가를 속삭이고 있다고 느끼는 유난히 소리에 민감한 소년이다. 문제는 그것이 단순히 소리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그 소리들이 주변의 소리들과 어울려 하나의 거대한 음악이 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 이처럼 주변의 모든 소리들을 자신 안에서 하나의 음악으로 만들어내는 재능을 가진 에반은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서 떨어져 자신이 고아원에 머문 기록을 습관처럼 '11년 하고도 16일'이라며 숫자로 꼬박꼬박 헤아리며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그리워하며 눈물짓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들려오는 수많은 소리들은 음악이 되어 그에게 한 가지 비밀을 알려준다. 주변의 모든 소리들이 하나로 모여 아름다운 멜로디를 지닌 음악이 되는 그 날, 에반은 그토록 그리워하는 부모를 만나게 되리라는 것이다. "아마 내가 듣던 음악은 나의 어머니, 아버지에게서 왔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듣던 음들은 두 분이 만났던 밤에 들었던 음과 같을지 모른다. 그렇게 두 분은 서로를 찾았듯이 그렇게 날 찾으실지 모른다. 난 믿는다. 옛날 어느 때인가 오래 전에 두 분은 음악을 듣고 따라가셨다." 이러한 믿음대로 에반은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모아 자신만의 리듬과 멜로디로 음악을 만들어가면서 부모를 찾아 마침내 뉴욕에 오게 된다. 한편 에반이 태어나기 전 공연을 위해 뉴욕에 왔던 두 남녀가 있었다. 록밴드의 싱어이자 기타리스트인 루이스와 촉망 받는 첼리스트인 라일라였다. 공연 후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리드미컬한 음악에 빠져 따라왔다가 두 사람의 운명적 만남이 이뤄진다. 그들은 음악을 통해 서로 공감하며 첫눈에 반했고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이들 만남은 딸의 출세를 우선시하는 라일라 아버지에 의해 계속되지 못한다. 얼마 후 라일라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되지만 아버지는 딸의 미래를 위해 아이가 유산됐다고 거짓말을 한다. 에반의 출생은 비밀에 붙여지고 에반은 고아원에서 자라게 된다. 이 사실을 전혀 모르는 루이스와 라일라는 음악활동을 그만두고 루이스는 샌프란치스코에서 세일즈맨으로, 라일라는 시카고에서 피아노 교사로 살아간다. 서로 사랑하는데도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음악마저도 포기한 채 결코 기쁘지 않은 삶을 살아온 것이다. 그러나 첼리스트의 길을 포기했던 라일라는 11년 후,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다가 자신의 아이가 유산된 것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 뉴욕을 향해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이를 찾겠다는 희망으로 다시 첼로 연주를 시작한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즈음에 밴드 싱어로서의 삶을 포기했던 루이스마저도 기쁨 없이 지내다가 라일라를 만나러 갔던 시카고 공항에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에 이끌려 뉴욕행 비행기를 타게 된다. 바로 루이스도 운명적 사랑과 음악에의 열정을 되찾고자 뉴욕으로 오게 된 것이다. 한편 에반은 뉴욕에서 '어거스트 러쉬'라는 이름으로 거리에서 음악활동을 시작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줄리아드 음대에 들어가 'August's Rhapsody(어거스트의 랩소디)'란 곡을 작곡하고 마침내 센트럴 파크에서 공연을 하게 된다. 에반에게 이 작품은 부모님을 찾기 위한 것이었고, 결국 에반이 믿었던 것처럼 음악을 통해 에반과 그의 부모인 루이스, 라일라가 같은 시간 한 장소에서 만나게 된다. 3. 영화 '어거스트 러쉬'는 극 영화와 뮤직 비디오의 중간에 가깝다. 뮤직 비디오처럼 순간순간 시간의 순서가 뒤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의 흐름을 압축하고 인물과 사물을 극적으로 클로즈업시키다가 위쪽으로 점프하는 카메라 워킹, 음악을 배경으로 화면을 음악에 맞춘 리드미컬한 배열은 마치 한 편의 뮤직 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에서 현실감이나 논리성이 떨어지고 다소 작위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극중에서 벌어진 사건의 진위보다는 한 소년이 부모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겪는 만남의 의미를 음악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가히 독보적이다. 또 이 영화는 에반, 루이스, 라일라가 각기 다른 장소에서 살아가다가 뉴욕을 향해 가는 과정, 영화 속에서 이들 세 사람이 평생 선을 긋듯 살다가 마침내 극적으로 만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평형편집이라는 독특한 편집기법을 통해 하나로 이어주고 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섭리가 샌프란시스코와 시카고와 뉴욕이라는 서로 다른 장소에서부터 뉴욕의 센터럴 파크에 같은 시간에 도착하기까지 세 사람의 여행에 섬세하게 미치고 있다는 것을 평행편집에 의해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영화의 편집기법은 때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섭리'를 영상으로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스도교적 관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또 영화만이 해낼 수 있는 절묘한 교차편집은 똑같은 시간대에 서로 다른 장소에서 루이스가 기타로 연주하는 록음악과 라일라가 첼로로 연주하는 클래식음악을 화면 속에서 절묘하게 결합시켜 마치 각기 다른 장소에서 하나의 음악을 연주하는 듯 한 독특한 공연을 만들어낸다. 편집의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일 뿐 아니라 영화 속 에반의 재능이 모든 소리를 한데 모아 조화로운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증명하듯 실제로 영화 속에서 록과 클래식의 두 공연의 결합을 통해 음악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이 영화에서는 성당 성가대가 극중에서 부르는 노래의 가사를 통해 에반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마치 뮤지컬이나 오페라의 아리아를 연상하게 한다. 에반이 경찰에 쫓겨 성당에 들어섰을 때 들려오는 가스펠송, '일으켜 세워라(Raise it up)'는 성당 성가대를 통해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설 용기를 내라'고 직접 에반에게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메시지로 들린다. 4.'어거스트 러쉬'는 거리에서 만난 매니저 위저드가 달리는 트럭에 새겨진 '무더운 8월엔 해변으로 가요(August Rush to the Beach)'를 보고 '신의 계시'라며 에반에게 지어준 이름인데, 이 '어거스트 러쉬'는 '아우구스티누스(어거스틴, Augustinus)' 성인과 무관하지 않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이 그의 저서, 「고백록」에서 "주님, 당신 안에 쉬기까지는 영원한 안식이란 없나이다"라고 했던 것처럼, 영화 '어거스트 러쉬'에 나오는 에반은 자신의 재능이야말로 부모에게서 온 것이라고 믿기에 재능인 음악을 통해 부모를 찾아 쉼없이 나아갔고 결국 음악을 통해 부모 품에 안긴다. 성경 이야기는 우리 인간에게 출생의 비밀을 알려준다. 즉 우리 인간이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향하는지,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그 출생의 근원이 어디인지를 일깨워준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야말로 우리에게 그 출생의 비밀을 가르쳐주신 분이기도 하다. 때로 자존감이 없이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분이 일깨워주신 것은 우리 모두가 '하느님 자녀'라는 사실이다. "하늘의 새들을 눈여겨보아라. 그것들은 씨를 뿌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곳간에 모아들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것들을 먹여 주신다. 너희는 그것들보다 더 귀하지 않으냐? (마태 6,26) 우리는 매일매일 삶 속에서, 만남 속에서, 자연 속에서 우리 부모이신 하느님의 체취를 느끼며 그분을 향해 나아간다. 어쩌면 영화 '어거스트 러쉬'는 그것을 말해주고 있지 않을까?퇴사자22012.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