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제의 해, 성경의 땅을 가다 - 크루즈 순례대사제인 예수 그리스도, 우리 삶의 중심으로 초대'사제의 해'를 뜻깊게 보내기 위해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국장 허영엽 신부)과 평화방송ㆍ평화신문이 공동주최한 제6차 크루즈 성지순례가 지중해와 에게해 일대에서 펼쳐졌다. 이번 크루즈 성지순례는 2만6000톤급 크루즈 선박 '크리스탈호'를 타고 복음서와 사도행전의 기록에 따라 대사제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사도 바오로의 발자취가 서려있는 이스라엘 -이집트 -터키 -그리스 지역을 순례했다. 아테네 피레우스 항에서 출항한 크리스탈호는 에페소와 키프로스, 카이로, 베들레헴, 예루살렘, 갈릴래아, 로도스 섬을 거쳐 아테네로 귀항하는 일정이었다. 특히 사순 시기에 진행된 이번 순례는 예수님께서 수난의 길을 걸으셨던 바로 그 겟세마니 동산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주님과 함께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며 골고타 예수님 무덤 성당을 순례해 순례자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줬다. 평화신문은 사제의 해 기념 크루즈 성지순례의 감동을 애독자 여러분과 나누기 위해 18일자부터 허영엽 신부 순례기를 수차례 걸쳐 연재한다. 3월 8일부터 20일까지 12박 13일간 지중해와 에게해 연안을 뱃길로 순례한 150여 명의 순례자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 안에서 새로 태어난 사도 바오로처럼 오늘날 자신이 처한 삶의 자리에서 세상 모든 이에게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사도가 될 것을 다짐했다. 이번 순례도 어김없이 크루즈 성지 순례 장점이 십분 활용됐다. 크리스탈호가 다음 순례지로 이동하는 동안 선상에서는 허영엽 신부와 민병덕(서울대교구 사목국장) 신부 특강, 조정래 신부가 진행한 싱얼롱, 성경 골든벨, 장기자랑, 묵상 기도 모임 등 매일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제공됐다. 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이번 크루즈 순례자들과 마음으로 함께 한다"며 이스라엘을 순례하는 3일 동안 '전대사'를 허락해 순례자들을 회심의 길로 이끌었다. 아울러 4명의 지도 신부단은 시간이 날 때마다 순례자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신앙에 눈 뜨고, 그리스도 안에서 자유로워진 바오로 사도를 따를 것을 권고하고, 고해성사와 성체성사를 통해 순례자들을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말씀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도록 인도했다. 이번 순례를 총괄한 허영엽 신부는 "무엇보다 사제의 해를 기념해 대사제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 삶의 중심에 두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었다"며 "이번 크루즈 순례를 통해 순례자 모두의 삶에 새롭게 자리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어 복되고 기뻤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성지순례 기간 중 진행된 '성경 골든벨'에서 정영숙(크리스티나, 57)씨가 주님상을, 박선숙(데레사, 57)씨가 베드로상, 한경숙(비비안나, 27)씨가 바오로상을 각각 수상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이길재2010.04.06
![[세계교회] 공의회 숨은 보화 찾기 나섰다](//cpbc.co.kr/CMS/newspaper/2011/12/rc/397982_1.0_titleImage_1.jpg)
[세계교회] 공의회 숨은 보화 찾기 나섰다교황청 역사위원회 제2차 바티칸공의회 참석 교부 개인문서 조사【바티칸시티=CNS】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이 다가오면서 교황청 역사학위원회가 공의회의 숨은 '보화' 찾기에 나섰다. 1962년부터 1965년까지 열린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는 2800명이 넘는 추기경과 주교들이 끝까지 또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라도 참석했는데 공의회와 관련해 주교들이 쓴 일기나 메모, 혹은 집안에 보낸 편지 등이 역사학 위원회가 찾는 보물들이다. 교황청 역사학위원회는 공의회의 공식 의사록에 대해 이미 진행하고 있는 역사적 조사 외에 공의회에 참석했던 교부들이 개인적으로 더 보탤 것이 있는지 철저히 알아봐달라고 교회 문서고 관계자들과 유족들에게 요청하고 있다. 역사학위원회 위원장 베르나르 아르뒤라 신부는 위원회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대해 균형 있고 과학적으로 근거 있는 역사적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 연구는 어떠한 이데올로기적 편향도 배제하고 교황의 가르침과 일치하는 가운데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교황청 역사학위원회는 이미 지난 3월부터 교회 문서고 관계자들과 접촉해 공의회에 참석한 주교들이 문서고에 남긴 기록들과 개인 서류들을 세심히 조사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내년 3월이면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목록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위원회는 이를 바탕으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이 되는 내년 10월에는 국제 회의를 열어 그동안의 결실을 관련 학자들과 공유하고 학자들이 이를 토대로 후속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 공의회 폐막 50주년이 되는 2015년에는 공의회 가르침과 그 가르침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을 역사학자들이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회의를 개최한다는 구상이다. 아르뒤라 신부는 공의회 교부들의 개인 문서들은 사람들에게 주교들이 공의회에 참석하러 갔을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으며, 공의회가 진행되면서 그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고 왜 바뀌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고 밝혔다. 공식적으로 출판된 공의회 의사록을 비롯해서 공의회에 참석했던 주요 인사들의 일기들을 조사한 결과, 많은 주교들은 교황과 교황청 관리들이 전례와 교회에 관해 쓴 길지 않은 문서들을 승인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로마에 온 것이 분명하다고 아르뒤라 신부는 말했다. 그러나 주교들은 온갖 것에 대해 다 토론을 해야 했고, 공의회는 성경을 비롯해 교회 일치, 타 종교와의 관계, 커뮤니케이션, 종교 자유, 수도회 등 모두 16개 문헌을 발표했다. 아르뒤라 신부에 따르면 또 당시 주교들은 은퇴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현직에서 선종했다. 그러나 공의회가 끝난 후에 교황 바오로 6세는 주교들에게 75살이 되면 자진해서 은퇴해줄 것을 요청했고, 그것이 1983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공포한 「교회법전」에 명시됐다. 이는 공의회에 참석했던 주교들이 공의회와 관련해 개인적으로 기록한 내용들이 교회 문서고에도 있지만 또한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다가 유족들에게 넘겨졌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는 아르뒤라 신부는 유족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박수정2011.12.06

다가올 100주년 향해 힘찬 첫발수원교구 남양본당, 설립 50주년 기념미사 봉헌이용훈 주교와 사제단이 9일 남양본당 50주년 기념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수원교구 남양본당(주임 김상순 신부)은 9일 경기도 화성시 남양동 성당에서 교구장 이용훈 주교 주례로 설립 5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다가올 100주년을 향해 힘찬 첫발을 내디뎠다. 1961년 왕림본당에서 분리ㆍ설립된 남양본당은 설립 당시 132㎡ 규모 기와집을 성당으로 사용했다. 신자는 40여 명(6개 공소 신자 포함 650명), 1년 예산은 쌀 20가마였다. 초대 주임 양병묵(교구 원로사목자) 신부는 생업 때문에 미사에 잘 참례하지 못하는 신자들을 보고 '일단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돼야 본당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남양반도 개간사업을 시작했다. 주민들에게 "남양반도 지도를 바꿔 놓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개간사업에 힘을 쏟은 양 신부는 재임 기간(1962~1970) 동안 약 1487만㎡ 넓이의 염전과 논을 일궈 주민들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줬다. 주민들 살림살이가 나아지자 신자 수는 꾸준히 늘어났다. 기존 기와집 성당이 비좁아져 양 신부와 신자들은 직접 삽을 들고 터를 닦으며 성당건립을 시작해 1966년 330㎡ 규모 성당을 완공했다. 당시 남양성당은 남양군에서 제일 크고 튼튼한 건물로 소문이 자자했다. 성당이 완공되자 신자 수도 가파르게 증가해 1970년에는 1700여 명에 달했다. 남양본당은 1975년 사강본당, 2001년 비봉본당, 올해 마도본당을 분가하며 남양반도 모(母)본당 역할을 충실히 하는 한편 남양성모성지 조성에도 크게 기여했다. 설립 당시부터 남양성당을 다닌 송광면(베드로, 83) 어르신은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에 본당이 신자, 주민들에게 큰 힘이 돼줬다"면서 "기쁘게 50주년을 맞을 수 있게 해준 하느님께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2006년 설립 50주년 준비위원회를 구성한 본당은 '새가족ㆍ우리가족 찾기 봉헌하기 운동'을 비롯해 전 신자 성경 필사ㆍ묵주기도 150만 단 봉헌ㆍ성체조배 운동 등 영성운동을 펼쳤다. 올해는 50주년 기념 바자, 한마음 체육대회, 사진전 등을 열었다. 이용훈 주교는 강론에서 "신자들의 끊임없는 희생과 열정, 기도로 남양반도에 훌륭한 신앙공동체를 이룰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더욱 발전하고 성장해 사회에 이바지하는 공동체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상순 신부는 "오늘은 남양본당 공동체가 100주년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첫날"이라며 "서로 사랑하고 나누며 섬기는 공동체로 살아가자"고 당부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임영선2011.10.11
![[기획/2012 세계 평화의 바람]-<2> 평화로 떠나는 기나긴 순례 여정](//cpbc.co.kr/CMS/newspaper/2012/05/rc/414600_1.0_titleImage_1.jpg)
[기획/2012 세계 평화의 바람]- 평화로 떠나는 기나긴 순례 여정민족 십자가 분단 여정 걸으며 주님과 일치... 한반도 허리 DMZ 걷는 평화 순례는 기도행위... 분단의 비극 성찰하고 말씀과 성찬전례 통해 화해... 구원의 증인, 평화의 건설자로 부름받은 사명 상기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이 '정주' 영성을 간직했다면, 아일랜드와 영국계 수도자들은 '떠남'을 수도전통으로 지녀왔다. 베네딕도 수도회 설립자 베네딕토(480?~547) 성인은 정주하며 자신과의 부단한 내적 투쟁을 통해 하느님을 찾는 삶에 치중했고, 영국 웨식스 출신 수도자인 보니파시오(675?~754) 성인은 고향 혈연공동체를 떠나 낮선 곳으로 가서 복음을 선포하는 수도전통을 실천해 훗날 '독일의 사도'가 된다. '지상의 나그네'(에페 2,19 참조)라는 성경의 가르침은 평화의 순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평화의 바람' 프로젝트는 '사람들과 함께 걸으시며 하느님과 완전한 친교를 이루는' 예수를 따르는 여정이다. 주님과 함께 비무장지대(DMZ)를 걷는 순례는 화해의 성사인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르는 길이다. #평화를 꿈꾸며 DMZ로 김규희(가타리나, 28, 양구군청 경제관광과)씨는 요즘도 지뢰 관련 통제선을 볼 때마다 섬뜩해진다. 2009년 개방된 민통선 내 두타연 생태탐방로를 안내하며 걸을 때마다 평화를 먼저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강원도 양구군 방산면 문둥리 옛 마을 하야교를 출발해 두타연 계곡에 이르는 4㎞ 여정은 생태탐방로이기에 앞서 전쟁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한 전적지다. "두타연은 지금도 지뢰가 묻혀 있어 갈 수 있는 길이 한정돼 있는 생생한 비극의 전적지입니다. 그런데도 일부 사람들은 관광지나 유원지에 온 것처럼 여길 때가 있어 속상해요. 숙연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겨레의 비극을 체험해야 할 현장이기에 즐기기보다는 남북관계를 생각하며 화해를 위해 기도를 먼저 바쳐야 하는 곳입니다. 간혹 양구전투에 참전했던 노병들을 만나게 되는데, 전투와 관련해 그분들의 생생한 육성을 듣다보면 전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지요." DMZ를 걷는 여정은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할지 그의 사례가 잘 보여준다. '인간은 날 때부터 하느님과 더불어 대화하도록 초대받았다"(「사목헌장」 19항 참조)고 하듯이 모든 평화의 순례자는 자연을 통해, 철조망과 지뢰 같은 비극의 유산을 통해 들려주시는 하느님 말씀에 조용히 귀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평화의 순례는 '신앙과 영성의 마르지 않는 맑은 샘'이라 할 하느님 말씀에 비춰 화해와 만나는 길이어야 한다.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하고 용서받으며, 화해의 성사를 통해 새로운 피조물이 되고, 하느님 자비와 은총을 체험해야 하는 여정이어야 한다. 평화의 순례는 순례자들이 거치는 단계를 통해 그 역동성을 드러낸다. '출발'은 목적지 DMZ를 향해 나아가는 결단을 드러내며, '걸어감'은 형제자매들과 함께하는 연대를 통해 평화의 주님과 만날 준비를 하도록 이끈다. 여러 DMZ '현장 방문'은 자연과 전적지를 통해 하느님 말씀을 듣도록 초대하는 자리이며, '되돌아옴'은 세상에서 구원의 증인이며 평화의 건설자로 부름 받은 사명을 상기시켜 준다. 지난해 6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주최로 봉헌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 중 '평화의 모후' 성모상을 제대 앞으로 모시고 있다. 평화의 순례란 △하느님을 향해 걸어가는 기도행위이고 △세상일을 끊어버리고 하느님께 나아가는 수행의 길이며 △죄를 끊고 새 삶을 다짐하는 참회행위이고 △아브라함처럼 "네 고향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창세 12,1)라는 주님 명령에 순종하는 길이며 △주님께서 가신 길을 따라 걷는 믿음의 길이고 △약속의 땅을 찾아가는 이스라엘의 여정이다. 또 △주님과 함께 걷는 십자가의 길이고 △형제들과 함께 걷는 사랑의 잔칫길이며 △신앙 선조들을 따르는 순교자적 결단 행위이고 △하느님 나라를 찾아나서는 종말론적 실천행위이다.(주교회의 이주사목위원회 「지상의 나그네」 참조) #한반도 화해를 향한 순례 아시시의 프란치스코(1181/1182?~1226) 성인은 형제(순례자)들이 순례할 때 아프거나 필요할 때가 아니면 '말을 타지 말고 걸어갈' 것을 명했다지만(작은 형제회 제1회칙 15장, 인준 받지 않은 수도규칙), 6박 7일간 짧은 일정으로 250㎞ 여정을 걸을 수 없기에 '평화의 바람' 프로젝트는 DMZ을 따라 걷고 말과 자전거, 차량을 타는 일정으로 진행한다. 천상 예루살렘을 향한 순례에 하느님 말씀과 성찬 전례가 함께하듯, 평화의 순례도 하느님 말씀에 비춰 끊임없이 분단의 아픈 현실을 성찰하고 말씀과 성찬 전례를 통해 화해로 나아가는 성사가 함께한다. 또 순례지가 천상 예루살렘의 살아있는 표징이듯, DMZ 또한 평화로 나아가기 위한 표징이 돼야 하고, 내면에 평화와 생명의 복음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사도행전은 태어나자마자 존재의 여행을 시작하는 나그네(Homo Viator), 곧 순례자인 그리스도인의 삶을 '생명의 길이자 구원의 길'(사도 2,28;16,17)이라고 언급한다. 평화의 순례자들은 세상의 길을 따라 DMZ를 걷지만, 평화 순례의 최종 목적지는 지도에 나타나 있지 않다. 그 목적지는 우리의 시야 너머 피안에 있다. 순례 목적지는 성찬례를 통해 그리스도와 만나는 장막이다. 그 목적지를 향해 걷는 길은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길이기에 주님의 길을 따라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걸으신다는 것을 깨닫는 영성이 중요하다. 주님께서는 순례 중 "섬기는 사람"(루카 22,27)으로 우리 가운데 머물고 우리와 함께 먹고 우리와 함께 산다는 것을 새겨야 한다. 평화 순례는 단순한 육신의 움직임만이 아니라 주님과 함께 걷는 영혼의 여정이 돼야 한다. 순례는 주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만나는 장막으로 들어가는 길이기도 하다. 인류를 향한 말씀 순례와 인류의 신앙 순례를 하나로 만나게 하는 마리아는 "신앙의 순례를 앞서 가신 분"(「구세주의 어머니 25항」이며 전체 교회의 여정을 이끄는 "복음화의 별"(「현대의 복음 선교」 85항)이다. 최초 순례지는 마리아의 태반이었다. 그러기에 순례자인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길을 따라 걷지만 순례 동반자인 마리아와 함께 신앙의 길, 사랑의 길을 여행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순례자인 교회는 자연적으로 선교사가 된다.(「선교 교령」 제2항, 「교회헌장」 제17항) 그러기에 평화의 순례자도 동시에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으라"(마태 28,19)고 말씀하신 부활한 주님의 명령을 가슴에 품고 선교사가 돼야 한다. '떠나간다'는 것은 세상을 향한 복음화의 필수조건이다. 평화의 순례 또한 민족의 십자가인 분단 여정을 걸어감으로써 주님과 일치를 이루고 선교의 일꾼이 되는 여정이다. 그리하여 역사 안에서 순례와 현실 참여의 조화가 이뤄진다.(「사목헌장 44항」) 평화로 떠나는 순례 여정에 기도가 빠질 수 없다. "자비로우신 주님, 약속의 땅을 향하여 떠난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과 친척 엘리사벳을 돕기 위해 길을 나선 겸손과 순명의 여인 마리아의 발걸음을 인도하셨듯이 길을 떠나는 저희를 돌보시고 지켜주소서…."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오세택2012.05.15
전주교구의 성서 사도직과 전례 활성화 노력교구청에 '성경 서고' 설치, 관련 서적 2000여권 비치전주교구가 성경 운동과 전례 활성화에 기울이고 있는 노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1990년대부터 '성서백주간'을 도입, 각 본당에서 활용할 것을 적극 권장한 교구는 2000년 대희년 이후 특별히 성경 운동과 전례 활성화를 사목의 중심 축으로 두고 각종 교육이나 모임 등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성경 운동으로는 '성서백주간'을 비롯해 '어르신성서' '청년성서'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한편 본당에 따라 자체로 '성서대학'을 운영하거나 '거룩한 독서' 모임을 도입하기도 한다. 성경 쓰기와 성경 통독을 비롯해 테이프를 통한 성경 듣기와 최근에는 성경 암송 운동을 벌이는 본당들도 늘고 있다. 교구는 가정에서의 성경 생활화를 위해 성경 봉안 운동, 가족 함께 성경 쓰고 읽기 운동 등도 벌이고 있다. 현재 교구에서 '성서백주간'을 하고 있는 본당은 10여 곳, '거룩한 독서'를 도입하고 있는 본당은 20여 곳에 이른다. 교구 사목국장 나궁열 신부는 "성서 운동에 대한 강조로 이제는 본당마다 성서대학, 성서쓰기, 어르신성서, 성서백주간, 거룩한 독서 등 어느 한 가지씩은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구는 성경 사도직 운동을 뒷받침하고자 최근 교구청에 '성경서고'를 설치했다. 국내에 소개된 각종 성경 관련 서적 2000여 권을 비치해 놓았는데, 개신교 주석서 전집만 7종에 이른다. 교구장 특별 지시로 2000만 원을 들여 마련한 '성경서고'는 열람실 공간을 확보 중이며, 앞으로 교구 성경 사도직 운동의 지식 창고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례 활성화와 관련 주목할 만한 것은 미사 전례의 축제 성격을 부각시키고 특히 말씀 선포의 의미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은 미사 거행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는데, 독서와 복음이 큰 소리로 또박또박 낭독되고 선포될 뿐 아니라 주례자와 신자들이 바치는 교송도 천천히 또박또박 바쳐지는 모습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나 신부는 "하느님 말씀에 맛들이게 되면 그 영향이 자연스럽게 전례에 파급된다"며 최근 사목국에서 사제들을 위해 제공하고 있는 강론 자료집도 결국은 말씀의 선포를 극대화함으로써 신자들이 말씀에 맛들이고 나아가 미사 전례를 활성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이창훈2010.05.11
![[사제의 해-성경의 땅을 가다] (7) 사도 바르나바의 고향 키프로스](//cpbc.co.kr/CMS/newspaper/2010/06/rc/338411_1.2_titleImage_1.jpg)
[사제의 해-성경의 땅을 가다] (7) 사도 바르나바의 고향 키프로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우리는 지중해를 건너고 있다. 바오로 사도는 파선한 배의 잔해를 붙들고 이 바다에서 견뎌냈다. 목숨을 건 선교여행, 그 옛날 바오로 사도가 지중해를 건넜다고 하니 숙연해진다. 우리는 오랜 항해 끝에 드디어 키프로스에 도착했다. 키프로스는 제주도 다섯 배 정도 크기의 독립 공화국으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지닌 섬이다. 현재 키프로스 3분의 2는 그리스 계통 사람들이 살며, 나머지 지역에는 터키계 사람들이 산다. 두 지역 가운데에 UN이 지키는 지역이 있다고 한다. 키프로스 섬은 아름다운 자연, 그림 같은 마을, 매력적인 해변 그리고 화창한 기후가 특색이다. 우리는 버스로 바닷가를 달리다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태어났다는 아름다운 해변에 잠시 내렸다. 피그말리온 효과라 불리는 심리학 용어가 키프로스와 관계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피그말리온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이다. 키프로스의 왕이자 뛰어난 조각가인 피그말리온은 추한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보다 자신 속에 스스로 갇혀 살기를 더 좋아했다. 그리고 자신만이 사랑할 수 있는 아름다운 여인 갈라티아를 조각했다. 그러다 조각상 여인을 정말 사랑하게 됐고, 조각상 여인이 진짜 사람이 됐으면 하는 소원을 갖게 된다. 그러던 중 아프로디테 축제 날이 됐는데, 그는 이러한 자신의 소원을 마음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집에 돌아온 그를 맞이한 것은 진짜 사람으로 변한 여인이었다고 한다. 그 후 피그말리온은 갈라티아와 결혼해 딸 파포스를 낳고 행복하게 산다. 오늘날 심리학에서 피그말리온 효과는 일종의 자기암시로 무언가에 대한 믿음, 기대, 예측이 실제로 일어나는 경향을 말한다. 키프로스는 위대한 사도인 바르나바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키프로스 태생의 레위 사람 바르나바는 열두 사도와 아주 가까웠던 인물이다. 그는 사도들에게서 '위로의 아들'이라는 뜻인 바르나바라고 불리웠다. 바르나바는 자기 밭을 팔아 그 돈을 사도들 앞에 가져다 바쳤다(사도 4,32-37). 그는 바오로 사도를 베드로와 다른 사도들에게 소개했다. 안티오키아 그리스도교 공동체가가 발전하자 바오로 사도와 바르나바는 예루살렘 모교회의 공식 대표로 파견됐다.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려는 그들의 노력은 엄청난 성공을 가져왔다. 바오로 사도와 바르나바는 제1차 전교여행 때 키프로스에서 전교했다(사도 11,19 이하). 스테파노 사건을 계기로 일어났던 첫 번째 박해 때 그리스도인들이 피해온 곳이 키프로스였다. 그런데 바닷길의 위험과 어려움을 포함해 그들의 전도 여정은 정말 참혹하고 처절했으며 목숨을 건 고난의 길이었다. 그들은 배를 타고 키프로스로 건너갔다. 온 섬을 가로질러 파포스에 다다랐을 때 마술사 한 사람을 만났는데, 유다인으로 바르예수라고 하는 거짓 예언자가 있었다. 그는 세르기우스 바오로 총독의 수행원 가운데 하나였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과 기적을 체험한 총독은 세례를 받았다(사도 13,4-12). 우리는 서기 300년께 세워진 바오로 사도 기념교회인 일명 채찍교회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그 교회 뜰 왼쪽에 박혀있는 큰 대리석 돌기둥이 우리 눈을 붙잡았다. 그 돌기둥이 바오로가 채찍을 맞아 살이 찢기고 피를 흘린 바로 그 현장이라고 생각하니 깊은 감동이 밀려왔다.조은일2010.06.01
![[사제의 해-성경의 땅을 가다] (13) 사람과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cpbc.co.kr/CMS/newspaper/2010/07/rc/343345_1.3_titleImage_1.jpg)
[사제의 해-성경의 땅을 가다] (13) 사람과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전날 저녁부터 파도가 높아 우리가 타고 있는 크리스탈호도 항해가 쉽지 않았다. 파도를 거슬러 가느라 배가 흔들리다 보니 당연히 목적지를 향하는 속도도 느려질 것이다. 갑판에 서니 어둠에 둘러싸여 있는 바다와 거친 파도소리에 무서움마저 들었다. 곁에 있던 한 형제님이 나에게 다가와 이야기했다. "그 옛날 바오로 사도도 이런 풍랑 속을 뚫고 조그만 나무배로 전도여행을 하셨겠죠? 파도에 배가 파선돼 죽음의 고비를 넘기셨다고 했는데 정말 상상만 해도 가슴이 울컥하네요." 나도 그 옛날 작은 나무배로 이 넓은 바다를 헤치며 죽음의 고비를 넘기셨던 바오로 사도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런데 쉽게 상상이 가지 않았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이 당한 고난을 이야기하던 중 파도에 배가 부서진 일을 편지에 적은 것이 있다. "나는 수고도 더 많이 하였고 옥살이도 더 많이 하였으며, 매질도 더 지독하게 당하였고 죽을 고비도 자주 넘겼습니다…. 그리고 채찍으로 맞은 것이 세 번, 돌질을 당한 것이 한 번, 파선을 당한 것이 세 번입니다. 밤낮 하루를 꼬박 깊은 바다에서 떠다니기도 하였습니다. 자주 여행하는 동안에 늘 강물의 위험, 강도의 위험, 동족에게서 오는 위험, 이민족에게서 오는 위험, 고을에서 겪는 위험, 광야에서 겪는 위험, 바다에서 겪는 위험, 거짓 형제들 사이에서 겪는 위험이 뒤따랐습니다. 수고와 고생, 잦은 밤샘, 굶주림과 목마름, 잦은 결식, 추위와 헐벗음에 시달렸습니다"(2코린 11,23-27). 바오로 사도의 여정에 비춰보면 이런 파도쯤이야 무슨 고난이 되겠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조금만 힘들어도 불평하고 그것을 피하려고만 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일정대로라면 지금쯤 성 요한 기사단의 도시 로도스에 도착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거친 풍랑으로 시간이 지체됐다. 선장은 안내방송을 통해 사정상 로도스에 정박할 수 없다는 말을 전한다. 아쉽게도 저 멀리 로도스 섬을 두고 지날 수밖에 없었다. 로도스는 지중해 동쪽, 터키 바로 아래에 붙어 있는 그리스의 아름다운 섬이다.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인 '청동 거상'으로 기원전부터 유명했던 이 섬은 오스만 튀르크 군에 맞서 싸웠던 요한 기사단으로도 유명하다. 오늘날 세계적인 지중해 휴양지로 손꼽히는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순례단은 아쉬움을 접고 대신 배 안에서 시간을 갖기로 했다. 특별강의를 듣고 성경 골든벨을 통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는 강의를 통해 바오로 사도가 체험한 그리스도의 뜨거운 사랑이 바로 성공적 선교의 근본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사제단의 맏형인 민병덕(서울대교구 사목국장) 신부님은 그리스도교를 박해하던 사울이 바오로 사도로 변화한 과정을 통해 믿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 신부님은 사목 현장에서 경험한 여러 가지 예화도 소개하셨다. 신부님의 열정적 강의 덕분에 사람과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이 됐다. 항해 중 선상에서 성경강의를 하는 것은 듣는 사람뿐만 아니라 강사에게도 특별한 체험이 되는 것 같다. 성지순례라는 특별한 체험이 살아계신 하느님 말씀을 더 잘 알아듣게 하는 것은 아닐까. 조은일2010.07.13

반유다주의에 대한 편견과 오해 지우기 주교회의 '그리스도교 성경 안의 유다 민족과 그 성서' 번역, 출간 예루살렘 통곡의 벽 앞에서 경전을 읽는 유다인들. 유다교와 그리스도교는 공동 유산을 갖고 있음에도 오랜 세월 불편한 관계로 살아왔다. 예수 그리스도는 유다 민족의 후손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성경 분량의 80%를 차지하는 구약도 유다인들 성서다. 두 종교의 영적 긴밀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그리스도교는 유다교 품에서 나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서구 그리스도교 저변에 '반유다주의'가 있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못 박아 죽인 민족에 대한 반감이 하나의 '주의(-ism)'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이로 인해 유다인들은 서구 사회에서 오랜 세월 시련을 겪어야 했다. 두 종교는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많음에도 서로 배척하고 박해하며 살아온 불편한 관계다. 교황청 성서위원회가 펴낸 「그리스도교 성경 안의 유다 민족과 그 성서」(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이러한 관계를 두 종교의 공동 유산인 구약(옛 계약) 성경을 토대로 조명한 책이다. 하느님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류와 맺은 신약(새 계약)은 유다적 뿌리를 인정한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말씀하셨습니다"(루카 9,15)처럼 신약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렇게 기록해 놓았습니다' 하는 말은 유다교 성서 본문을 인용할 때 동원되는 표현이다. 이런 인용 표현이 로마서에만 17번 등장한다. 이 때문에 교회는 구약과 신약은 분리될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하느님, 계약, 율법 등 구약의 여러 주제들은 그리스도 신앙 안에 다양하게 수용됐다. 하느님이 인간에게 말씀하실 때 구약에서는 모세를 통했지만 새 계약을 맺을 때는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셨다. 예수 그리스도는 율법(살인ㆍ간음ㆍ맹세)을 더 엄격하게 해석하고, 때로는 더 융통성 있게(안식일) 해석하며 율법을 완성했다. 신약에 유다인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조장하는 내용이 들어있는 것은 사실이다. 마태오는 예수의 첫 수난 예고(마태 16,21)에서 유다교 원로들, 수석 사제들, 율법학자들을 예수와 대립 위치에 놓는다. 예수께서 "위선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라는 독설로 역공세로 취하는 모습도 가감없이 전한다. 특히 루카는 예수가 율법학자, 바리사이들과 갈등을 겪는 장면을 묘사한 전승을 많이 들려준다. 아무튼 예수의 출현은 유다인 권력자들 반감을 불러일으켰고, 그 결과 그들이 예수를 로마 권력에 넘겨 죽이기로 결정했다는 게 복음사가들 인식이다. 유다인들은 예수를 죄인이며 하느님을 모독한 자라고 비난했고, 예수를 따르는 이들은 그들을 무지하고 저주받은 자들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교황청 성서위원회는 "유다인들을 향한 비난은 그 빈도나 강도에 있어 율법과 예언서들에 표현된 유다인들에 대한 비난보다 더하지 않다. 그러므로 그 비난들은 더 이상 반유다주의의 근거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또한 "유다인과 그리스도인은 양 측을 일치시켜주는 풍부한 공동 유산을 갖고 있다"며 "편견과 오해를 제거하고 공동 유산을 더 잘 이해하려면 서로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김원철2010.06.08
![[영성의 길 수도의 길]-(51) 예수회](//cpbc.co.kr/CMS/newspaper/2011/12/rc/399470_1.0_titleImage_1.jpg)
[영성의 길 수도의 길]-(51) 예수회도움 필요한 곳 어디든 달려가는 '주님 안의 벗들'이주노동자ㆍ농민ㆍ빈민 등과 이웃살이하며 '열린 사회' 지향 1960년 설립한 서강대를 시작으로 교육에도 심혈 예수회 한국관구 상징 문양 및 로고. 그리스어 IHSOUS에서 유래, 예수님 이름을 표기하는 상징으로 사용되는 IHS를 왼쪽 하단부에 쓰고 그 위에 십자가를 새겼다. IHS는 'Iesus hominum salvator(인류의 구원자이신 예수)'의 약자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이어 오른쪽 상단부에 한국관구를 상징하는 태극 문양을 그려넣었다. 어느새 우리 곁엔 이주노동자들이 성큼 다가와 있다. 농촌이던 경기 김포도 마찬가지. 인근 부천과 부평, 안산 등지에서 여러 업체들이 땅값과 임차비 인상을 견디다 못해 김포로 옮겨오면서 이 지역에 있는 이주노동자만 2만 5000여 명에 이른다. 이주노동자지원센터 '김포 이웃살이'는 이런 배경에서 2005년 생겨났다. 이른 아침인데도 이웃살이엔 태국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넷이나 와 있다. 병원에 가기 위해 통역봉사자를 기다리는 쏨싹 캄문쌘(27)씨가 사촌누나 펜나파 나밤룽(44)씨와 같이 앉아 있다. 싸이언 싸파라(43)씨는 6년 만의 귀국을 앞두고 귀국 업무와 일정을 협의하기 위해 찾아왔다. 그 곁에 앉아있는 끼띠쿤 텝싸오(31)씨는 격주로 2교대 근무를 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지 상담을 받으러 온 참이다. 다들 주야간 교대에 12시간을 일하느라 지쳐 있다. 창 밖 가늘게 내리는 가랑비를 뚫고 태국에서 10년간 살았다는 통역봉사자 조희정(돈보스코)씨가 그때 들어섰다. 예쁜 개량 한복에 아주 편안해 보이는 미소가 인상적이다. 조씨에게 통역봉사를 부탁해 이들의 살아가는 얘기를 듣다보니 금방 1시간이 지났다.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주역은 예수회원인 김민(요한 사도)ㆍ김형욱(도미니코 사비오) 수사와 김정대(프란치스코) 신부다. 평신도인 신대연(도미니카) 소장이 안식년을 맞아 태국에 가 있어 평소보다 더 바쁘다. '남의 일'을 마치 '내 일'처럼 처리하다보면 때론 사업주들에게 "같은 한국사람이 맞냐"고 욕을 먹을 때도 있지만, 이들의 이주노동자 사랑은 편견의 벽을 뛰어 넘는다. 김민 수사는 "단순히 이주노동자를 돕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한국사회에 뿌리 박힌 인종적 편견을 바꿔줌으로써 '닫힌 사회'에서 '열린 사회'로 나아가는 역할도 지향한다"고 전한다. 이웃살이는 임금체불이나 산업재해 같은 노동ㆍ인권문제 상담은 물론 한국어ㆍ컴퓨터 교실 운영과 함께 의료 서비스를 지원한다. 나아가 공장과 기숙사에 마치 '게토'처럼 갇혀 살다시피하는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하곤 한다. 매주 성경공부에 매달 한 차례씩 피정을 갖기도 하고, 문화나 종교행사, 국가별 축구ㆍ농구 리그대회도 연다. 더불어 단기 쉼터를 운영해 오갈 데 없는 이주노동자들을 2~ 4주 보살피기도 한다. 예수회 사회 사도직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포 이웃살이를 통해 이주민 사도직을, 충북 괴산군 청천면 누룩공동체를 통해 농민 사도직을, 서울대교구 무악동선교본당(독립문공동체)과 한누리공부방을 통해 빈민 사도직을 실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주민에 대한 투신은 예수회 아시아ㆍ태평양지역구(JCAP)에서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터여서 한국관구에서도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사회 사도직과 함께 예수회의 세 가지 사도직 중 하나는 영성 사도직이다. 서울 예수회 센터와 말씀의 집, 순천 예수회 영성센터를 통해 이뤄지는 영성 사도직은 현대 사회와 교회의 영적 갈구를 반영한다. 2009년 설립된 예수회 센터는 특히 다양한 영성 프로그램으로 도시인들의 영적 필요성에 응답한다. 센터는 당초 예수회원들의 사도직 개발을 위한 영적 요람으로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한국교회와 영성 사도직을 나누는 자리가 됐다.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 예수회 후원회에서 평신도들을 대상으로 금요침묵피정을 열어 송봉모 신부의 성경대학, 심종혁 신부의 영성의 향기 등 영성 특강을 진행한다. 예수회원과 함께하는 기도교실도 '영신수련' 준비과정과 일상 삶 안에서의 영신수련, 영신수련의 이해와 실천 등 3단계로 나눠 10주 단위로 열린다. 센터 4~6층에 마련된 피정동에서 1박 2일 내지 3박 4일 숙박을 하며 이뤄지는 단체 피정도 인기이고, 방학 중엔 8일 피정도 이뤄진다. 이를테면 '영성의 복합단지(Complex)'를 지향한다. 문의 : 02-3276-7733 센터장 김병로 신부는 "지금까지는 영신수련이라는 틀에 매여 있었다면 이제는 교회 공동체들이 원하는 맞춤형 피정을 통해 봉사하겠다"고 밝힌다. 서강대를 빼놓고 예수회 사도직을 얘기할 수는 없다. 그만큼 예수회 한국관구 교육사도직에서 서강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예수회 한국 파견이 서강대 설립을 통해 본격적으로 이뤄졌을 뿐 아니라 많은 예수회원들이 서강대를 거점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1960년 서강대 설립은 해방 이후 가톨릭 고등교육기관 설립을 청원해온 한국 교회에 대한 교황청 응답에서 비롯됐다. 개교 당시부터 소수 정예 위주 질높은 교육으로 좋은 평판을 얻어온 서강대는 모범적 학사관리와 전인교육으로 대학교육을 선도했으며, 이는 초창기 예수회원들의 열정에 찬 투신으로 가능했다. 오늘도 예수회원들은 서강대와 서강대 교목처, 서강대 신학대학원, 성 이냐시오 야학 등에서 교수나 강사로, 재단 이사나 교직원으로 학교 운영과 행정에 참여하며 교목사제로서 학교 구성원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기숙사 사감으로 학생들을 보살핀다. 물론 서강대 전체에서 일하는 전체 교수진과 교직원 수에 비하면 아주 적지만 예수회원들은 교육 사도직에 뜨거운 열정으로 투신하고 있다. 또 '가톨릭 청년 토크'와 젊은이 피정, 젊은이 기도모임, 수도생활 체험학교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 찾기', 직장인을 위한 성찰미사 등을 통해 청년 및 청소년사도직을 실천하고 있다. 해외선교도 타이완과 동티모르, 미얀마, 캄보디아 등지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미국 애틀란타 및 LA 성 아녜스, 메디슨 한인성당과 중국 텐진에서 한인본당 사목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매체소통 사도직으로 이냐시오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즈(iMC)를 통해 이냐시오 영성을 전파하고 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예수회 영성과 역사 예수회(Society of Jesus, S.J.) 영성은 성 이냐시오의 「영신수련」과 「예수회 회헌」에서 찾아볼 수 있다. '파견되는 사람'들의 단체로서 예수회는 사도적 영성으로 살아간다. 초기 예수회원들은 '주님 안의 벗들'로서 예수님과 열두 사도처럼 가난하게 살며 복음을 전하고 가르치며 애덕을 실천하는 삶을 이상으로 여겼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겠다는 용의로 살았다. 그래서 이같은 생활양식에 장애가 되는 공동 시간전례(성무일도) 영창(詠唱)을 포기하고, 고유한 수도복을 제정하지 않고 해당 지역 교구사제들과 같은 복장을 하도록 했다. 또 의무적 공적 고행 극기를 없애고 사도적 기동성을 유지하고자 자매 수도회와 재속회를 두지 않았다. 이냐시오의 「영신수련」은 특히 예수회 영성의 유산인 동시에 기도 지침서이며, 구세사 신비를 깊이 꿰뚫어 볼 수 있도록 눈을 열어주고, 세상의 사도로 살아가도록 예수회원들을 길러준다. 기도와 사도직 지침서인 「영신수련」으로부터, 또 '활동하는 가운데 관상하는(Contemplativus in Actione)' 성소에 힘입어 예수회 사도직이 등장하는 것이다. 1534년 이냐시오는 파리에서 자신의 동료들과 더불어 가난과 정결의 첫 허원을 했다. 1535년 대학 공부를 끝낸 그는 파리를 떠나 1537년 46살 늦은 나이에 사제품을 받았다. 이어 파브로와 라이네즈와 함께 로마로 가던 도중 라스토르타 성당에서 환시를 체험한 뒤 자신의 단체를 '예수의 동반자(Compainions of Jesus)'라고 불렀다. 1539년 이냐시오와 동반자들은 새 사도적 수도단체 설립을 구상하고, 교황 바오로 3세에게 첫 회헌을 제출했으며, 약간의 수정을 거쳐 1546년 인가를 받았다. 이에 앞서 1541년 4월 초대 총장에 선출된 이냐시오는 1556년에 선종했으며, 선종 당시 예수회원은 이미 1000명에 달했고 4대륙에 파견됐다. 현재 6대륙에 회원 1만 8000여 명 이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는 1955년 3월 파견됐으며, 한국관구 회원은 현재 169명으로, 주교 1명, 사제 110명, 평수사 4명, 연학수사 46명, 수련수사 8명 등이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성소모임 매달 둘째, 넷째 주 토요일 오후 4~9시 한국관구 본원(서울시 마포구 신수동 1의 6) 문의 : 02-3276-7715, 최성영(요셉) 신부 cpbc2011.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