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1.18-25) 맞아 정교회 한국대교구 성 니콜라스 주교좌대성당을 찾다](//cpbc.co.kr/CMS/newspaper/2012/01/rc/401564_1.0_titleImage_1.jpg)
[특집]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1.18-25) 맞아 정교회 한국대교구 성 니콜라스 주교좌대성당을 찾다'오래된 교회'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 성찬예배... 지성소 중심으로 구세사 담은 성화 '눈길'... 한 뿌리에서 갈라져나온 전례, 늘 양형 영성체... 갈라지기 전 초대 교회 모습으로 돌아가야 일치운동에 관한 교령 「일치의 재건(Unitatis Redintegratio)」은 분열이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해야 할 지극히 거룩한 대의를 손상시킨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또 분열이 세상에는 걸림돌이 되고, 그리스도의 뜻에 명백히 어긋난다고 확언한다. 1054년 동ㆍ서 교회 분리 이후 1000년 가까이 이어져온 분열의 역사는 갈등과 파국, 화해로 이어져 왔다. 교황 바오로 6세는 1964년 9월 그리스 정교회와 이룬 화해 표시로 이탈리아 아말피에 옮겼던 안드레아 사도 유해를 다시 그리스 파트라이로 보내면서 성 베드로와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인 6월 29일과 11월 30일에 서로 사절단을 보내 교류를 갖고 있다. 이에 18일부터 바오로 사도 회심(개종) 축일인 25일까지 이어지는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을 앞두고 6일 정교회(Orthodox Church) 한국대교구 주교좌성당을 탐방했다.정교회 한국대교구장 조그라포스 대주교가 주 예수 그리스도 신현축일 미사를 주레한 뒤 대성수식을 갖고 정교회 신자와 어린이에게 성수를 나눠주고 있다. 마침 6일은 정교회 전례력상 '주 예수 그리스도 신현(神顯)축일'이었다. 주님 세례를 기념하는 날이다. 그리스 정교회를 제외하고 러시아 정교회를 비롯한 대부분 정교회는 이날을 성탄 축일로 지낸다. 조과(早課)에 맞춰 일찌감치 서울 마포구 아현1동 정교회 한국대교구 주교좌성당으로 향했다. 5호선 애오개역에서 5분 거리도 안 된다. 언덕을 돌아 오르니 돔형의 둥근 지붕(cupola)이 인상적인 성당이 한 눈에 들어온다. 성 니콜라스 대성당이다. 여우 꼬리 마냥 짧은 겨울햇살 속에서 얼음처럼 명징하게 빛난다.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 예비교인들이 머무르는 공간인 현관(Narthix)을 거쳐 본당(회중석)에 들어서니 몇몇 신자들이 자비를 비는 예배인 조과에 몰입해 있다. 그리스도 생애를 기념하는 아름다운 시편들이 운율에 맞춰 불려진다. 악기를 일체 쓰지 않고 기도하는 이들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울려나오는 영혼의 언어가 잔잔하고도 심오한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눈물 흘리는 '티츠빈의 성모' 문득 눈을 떠보니 구세사를 담은 성화가 압도적이다. '눈으로 보는 교리서 혹은 성경'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실감이 난다. 거룩한 제단이 있는 지성소(至聖所)를 중심으로 천장 원개에는 만물의 주관자(Pantocrator)인 주님과 구약 의인들, 예언자들이 빼곡히 그려져 있다(시편 102,20 참조). 원개를 지탱하는 네 기둥엔 4복음서 저자가 그려져 있는데, 4복음서에 의해 교회가 지탱된다는 뜻이다. 이어 구세사를 열두 장면으로 나눠 형상화했다. 다른 정교회 성당에선 부활사건을 세분화, 열여섯 내지 열여덟 장면으로 형상화하는 경우도 있지만, 니콜라스성당에선 열두 장면을 그렸다. 오른쪽 벽면엔 주님 탄생부터 주님 변모와 성신(성령)강림이, 왼쪽 벽면엔 주님 부활부터 주님 세례와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이 그려져 있다. 지성소 뒤쪽 벽에는 두 팔 벌려 주님을 품고 있는 성모님, '표상의 성모'를 그려 구약의 예표를 보여준다(이사 7,14 참조). 특이한 것은 성상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교회에선 일부를 제외하고는 입체 조각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 성당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성화상이 있다. 지성소 왼쪽과 오른쪽 구석에 각각 놓여 있는 '티츠빈의 성모'와 '사로프의 성 세라핌'이다. 이들 이콘은 112년 전 러시아인 흐리산토스 세헷콥스키 수사 신부 등 선교사들이 가져온 것으로, 이 중 '티츠빈의 성모'는 우리나라에 국난이 있을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는 기적으로 유명하다. 이윽고 성찬예배가 시작됐다. 천주교회에서 미사라고 하는 것과 달리 정교회에선 성찬예배, 곧 리뚜르기아(Liturgia, 감사의 성사)라고 부른다. 이날 한국 정교회에서 사용된 성찬예배는 4세기께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가 초대 교회에서 전해져온 전례를 체계화한 것으로, 크게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로 나뉜다. 말씀 전례는 삼위일체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는 대영광송을 시작으로 평화를 간구하는 대연도(평화의 연도, 연속되는 기도), 구약 시편 반복구인 안티폰(Antiphon), 주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는 것을 상징하는 복음경을 들고 입당하는 소입당, 사도행전 및 바오로 서간을 봉독하는 사도경 봉독, 복음경 봉독, 설교로 이뤄진다. 이어 세례를 받은 신자들만이 참여하는 성찬 전례는 그리스도 수난을 재현하는 대입당을 시작으로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경에 따른 신앙신조(12개항) 고백, 성체성혈성사 봉헌기도, 주님의 기도, 영성체, 감사기도가 이어진다. 성찬예배에 참여한다는 것은 모든 교인이 그리스도와 같이 산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기에 성찬예배는 정교회의 삶과 예배의 중심이 된다. 생전 처음 접하는 전례인데도 이상하게 낯설지 않다. 전례 순서를 알지는 못해도 대충은 파악하기가 어렵지 않다. 갈라지기 이전까지만 해도 동ㆍ서방교회가 똑같은 모습으로 전례를 해왔다는 점, 그리고 같은 뿌리에서 나온 전례이기에 미사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성부가 성자와 성령의 원천" 하지만 교리적 측면에선 다른 점이 있다. 똑같이 성경과 성전(Sacred Tradition)의 권위를 인정한다는 측면에선 다를 게 없지만, 에즈라 1ㆍ2서와 마카베오서를 분할해 구약성경이 49권이다. 또 삼위일체 교리에서도 서방교회가 콘스탄티노플 신경에 "성부'와 성자에게서'(filioque, 필리오케)"를 덧붙인 것과 관련해 성부가 성자와 성령의 유일한 원천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신경에서 '필리오케'를 넣는 것을 반대한다. 또 일곱 성사를 보존하지만 성체성사를 성체성혈성사라고 부르며 늘 양형 영성체를 한다. 단 성체는 반드시 누룩이 든 빵을 쓴다. 세례 때는 초대교회 관습대로 침례를 세 번 한다. 견진은 세례 후 즉시 일반 사제가 집전하고 곧바로 양형 영성체를 한다. 고백(천주교회의 고해)도 별도로 고해실을 두지 않고 지성소 앞 성화상 벽 앞에서 공개적으로 하며, 율리우스 역법을 쓰기에 부활과 성탄 등 교회력 날짜가 다소 다르다. 교계제도는 9세기께 포시우스 총대주교 시절에 완성된 「동방교회 법전」을 토대로 독립적이며 자주적인 교회들로 구성돼 있고, 주요 성직은 주교와 사제, 보제(천주교회의 부제)로 이뤄져 있다. 본당에 들어오는 신자들마다 제각기 성모자상과 니콜라오 성인 이콘에 친구한 뒤 초를 들어 불을 붙이고 회중석에 앉는 모습이 인상 깊다. 자기 자신을 녹여 주위를 밝히는 촛불처럼 주님의 빛이 돼 세상을 밝히며 살아가겠다는 표지이자 다짐이다. 신현 축일이어서 이날 전례에선 성찬예배에 이어 대성수식(성수 축복 예식)도 함께 거행됐다. 1년에 한 차례씩 성수를 축복하고 신자들과 나누는 예식이었다. 조과부터 시작해 3시간 동안 이어지는 성찬예배는 오랜 전통을 지켜온 '오래된 교회'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다. 오래된 형제들의 살아 숨쉬는 전례였다. #오래된 형제들의 살아있는 전례 예배 직후에 만난 정정남(벨라기아, 62)씨는 "오늘 신현 축일 성찬예배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 성삼위께서 나타내신 날이기에 정교회는 성탄 축일 못지않은 큰 축일로 지내고 있다"면서 "성찬예배는 예전보다 짧아졌지만 옛 전례를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게 매력이다"고 귀띔했다. 이날 미사를 집전한 정교회 한국대교구장 암브로시오스 아리스토텔레스 조그라포스 대주교는 "세상에 교회가 분열된 모습으로 남아 있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초대교회 때 모습 그대로 예루살렘과 알렉산드리아, 시리아 안티오키아, 로마, 콘스탄티노플 등 다섯 교회가 동등하게 운영되는 모습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오세택2012.01.11

모든 유혹 이겨내 동정 지키고, 죽음으로 믿음도 지켜하느님의 종 125위 열전(10) 유중철ㆍ이순이 동정부부평화방송TV는 2010년 9월 순교자성월을 맞아 특별기획 드라마 '동정부부-이순이 루갈다와 유중철 요한'을 제작했다. 사진은 드라마 한 장면. 동정(童貞) 부부. 혼인을 하고서도 부부관계를 갖지 않는 부부를 일컫는 말이다. 유례를 찾기 힘들다. 그런 부부가 한국교회사에 등장한다. 신유박해 때 순교한 유중철(요한, 1779~1801)ㆍ이순이(루갈다, 1782~1802) 부부다. 참으로 이상한 부부라고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당시 한국교회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유중철과 이순이가 일찍이 동정생활을 결심한 것은 그들이 특별히 별나서가 아니었다. 성경과 복음적 권고에 따른 자연스런 선택이었다. 초창기 신자들이 많이 읽던 「성경직해」와 「성경광익」, 「칠극」과 「천주성교일과」와 같은 교회서적들은 동정생활을 높이 평가했고, 이에 따라 동정생활은 하나의 신심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성직자나 수도자가 될 수 있었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제와 수녀가 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박해시대였다. 혼기가 찬 처녀 총각이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 천주교 신자로 의심을 받아 화를 입을 것이 분명했다. 오매불망 하느님 일에만 전념하고 싶었던 이들이 택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바로 동정 부부로 사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젊은 남녀가 동정을 지키며 부부로 사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우리 두 사람은 동정을 지키기로 맹세하고 4년을 오누이처럼 지냈습니다. 그런 중에 육체적 유혹을 근 십여 차례 받아 하마터면 동정서약을 깰 뻔 했어요. 그 때마다 저희는 예수님께서 우리 인간들을 대신해 십자가에서 겪으신 고통과 피를 흘리신 사랑에 의지하여 무사히 그 유혹을 이겨냈답니다.…"(이순이가 순교 직전 옥에서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처럼 육신의 욕망을 참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힘들었다. 부부는 기도와 묵상으로 이를 극복했다. 두 사람에게는 가정이 곧 수도원이었고, 순간순간이 유혹과 맞서 싸우는 수도생활이었다. 유중철(柳重哲)은 1779년 전주 초남(현 전북 완주군 이서면 남계리)의 덕망있는 양반 집안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하느님의 종 125위에 포함된 유항검(아우구스티노)과 유문석(요한)이 그의 아버지와 동생이다. 두 사람도 유중철과 함께 1801년 순교했다. 집안이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이게 된 것은 유항검이 한국교회 설립 직후 경기도 양근에 살던 인척 권일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에게 교리를 배워 입교하면서다. 그는 가족과 친지에게 널리 교리를 전했고, 그의 집은 전라도 신앙공동체의 중심이 됐다. 이런 환경 덕분에 유중철은 일찍 세례를 받고 신앙 안에서 자랐다. 굳은 신앙과 열렬한 애덕을 갖춘 그는 본분에 충실한 생활을 하면서 세속 모든 허영을 업신여긴 까닭에 젊은 나이임에도 진중한 어른 대접을 받았다. 유중철은 16살이 되던 1795년, 주문모 신부가 초남 마을을 방문했을 때 첫영성체를 했다. 그는 이때 '동정생활을 하겠다'는 결심을 주 신부와 아버지에게 털어놓는다. 이순이(李順伊)는 1782년 한양에서 아버지 이윤하(마태오)와 어머니 안동 권씨 슬하 3남 2녀 중 둘째 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이수광의 8대손, 외할머니는 성호 이익의 딸이다. 어머니는 권철신(암브로시오)ㆍ권일신의 누이동생이다. 이처럼 그의 본가와 외가는 천주교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남인 집안이었다. 이순이는 아버지가 세례를 받을 때 함께 영세한 것으로 추정된다. 1793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로는 어머니에게 철저한 신앙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몸은 약했으나 신앙생활 만큼은 빈틈이 없었다. 그는 13살 되던 1795년 주문모 신부에게 첫영성체를 했다. 1797년 어느 날, 이순이는 어머니에게 동정생활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딸의 선택이 특별한 은총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여긴 어머니는 기꺼이 승낙을 했고, 이순이는 주문모 신부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말하고 도움을 청했다. 주 신부 머리에는 당연히 유중철이 떠올랐다. 주 신부는 두 사람이 동정을 지키며 살도록 혼인을 맺어주기로 했다. 마침내 1797년 10월 두 사람의 혼사가 이뤄졌다. 겉으로는 부부지만 실제로는 오누이처럼 살기로 약속한 혼사였다. 신랑은 열여덟, 신부는 열다섯 살이었다. 1년 동안 한양 친정에 있다가 이듬해 9월 초남 시댁으로 내려간 이순이는 어려서부터 꿈꿔오던 생활이 비로소 이뤄졌음을 유중철과 함께 기뻐하면서 이 은혜를 굳은 신심과 철저한 실천으로 보답할 것을 다짐했다. 1801년 신유박해가 일어나자 유중철은 이른바 대박청래(大舶請來) 사건에 연루됐다는 죄목으로 붙잡혀 전주 옥에 갇혔다. 동생 유문석이 집과 전주를 오가며 옥바라지를 했지만 의복만은 전해줄 수 없어 한여름에도 겨울옷을 그대로 입고 지내야 했다. 옥에 갇혀 있던 8개월 내내 목에 칼이 채워져 있었고, 그 칼은 죽어서야 비로소 벗을 수 있었다. 유중철은 그해 11월 4일 동생과 함께 전주에서 교수형으로 순교했다. 그의 나이 22살이었다. 유중철이 순교할 때 옥에 있던 이순이는 남편이 끝까지 신앙을 지키다 순교했다는 것을 알고는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마침내 편지 한 장이 집에서 왔습니다. 그 편지에는 이러한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요한의 옷에서 자기 누이(즉 아내)에게 보내는 쪽지가 발견됐는데, 그 쪽지에는 '나는 누이를 격려하고 권고하며 위로하오. 천국에서 다시 만납시다'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유중철이 잡혀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순이도 남은 가족과 함께 체포됐다. 전주로 끌려간 그는 옥에 함께 갇힌 가족을 위로하며 순교의 길로 나가자고 권면했다. 이는 이순이가 옥에서 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잘 드러난다. "우리 다섯 사람은 모두 이구동성으로 천주를 위해 순교하자고 언약하고, 철석같이 굳은 결심을 했습니다. 이렇게 서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한 결과 우리의 원의가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므로… 자연히 온갖 후회와 근심 걱정이 잊혔습니다. 날이 갈수록 천주의 은혜와 은총은 쌓이고, 우리 마음에는 신락(神樂)이 더해지며, 아무 걱정도 남아 있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이순이는 죄수의 아내라는 죄명으로 유배형을 받자 "우리는 천주를 공경하니 국법대로 죽어야 마땅합니다. 저도 제 집안 식구들처럼 천주를 위해 죽기를 원합니다"라고 청했다. 관에서 이를 들어주지 않아 귀양길에 오른 이순이는 100여 리를 갔을 무렵, 갑자기 유배형이 취소됨에 따라 다시 전주로 돌아와 옥에 갇혔다. 이때 이순이는 "하마터면 치명(致命)의 큰 은혜를 받지 못하고, 평생 죄인으로 살 뻔하지 않았겠는가"라며 더할 나위 없이 기뻐했다고 전해진다. 순교를 '더할 수 없는 은총'으로 굳게 믿은 이순이는 그해 12월 요서(妖書)를 선전했다는 이유로 사형판결을 받았다. 분명한 신앙고백으로 죽음을 자초한 셈이다. 1802년 1월 31일 전주 숲정이 형장으로 끌려간 이순이는 관례대로 망나니가 옷을 벗기려 하자 "내가 비록 네 손에 죽기는 한다마는 어찌하여 감히 내 몸에 손을 대려 하느냐"며 당당히 꾸짖고는 스스로 윗옷을 벗었다. 이어 편안한 모습으로 참수(斬首)되니, 그의 나이 갓 스무 살이었다. 이순이 유해는 전주 제남리 바위백이에 가매장됐다가 1914년 부활절에 유중철을 비롯한 가족 유해와 함께 전주 승암산으로 이장됐다. 이후 이 산은 치명자산(致命者山)으로 불리게 됐다. 동정 부부 묘가 있는 곳이 지금의 치명자산 성지다. 전주교구는 신유박해 200돌을 맞은 2001년부터 매년 치명자산 성지에서 요안루갈다제를 열어 유중철과 이순이의 숭고한 신앙을 기리고 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남정률2012.01.11
![[신앙의 재발견] (10)가톨릭리더2](//cpbc.co.kr/CMS/newspaper/2012/04/rc/410337_1.1_titleImage_1.jpg)
[신앙의 재발견] (10)가톨릭리더2봉사자 열정, 공동체 분위기가 관건 참된 신앙인들의 삶은 어디에서나 아름답게 드러난다.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면서 신앙의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교회의 봉사자, 즉 가톨릭 리더들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간다. 사랑ㆍ기쁨ㆍ평화ㆍ인내ㆍ친절ㆍ선행 등 성령의 열매를 통해 다른 이들을 배려하고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간다. 또 하느님을 굳게 믿고, 하느님 말씀을 온전히 따르다 보면 어느새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삶을 살게 된다. 봉사자들이 빛과 소금으로서 삶을 살아갈 수 있으려면 중요한 세 가지 요소가 있다. 개인의 열정과 재능, 그리고 가장 중요한 환경이다. 숲에서 나무가 잘 자랄 수 있었던 이유는 단단한 묘목 때문이 아니라 다른 나무가 햇볕을 가로막지 않았고, 토양이 깊고 풍요로우며 다른 동물이나 곤충이 나무를 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톨릭 리더도 마찬가지다. 공동체 안에서 존경받는 신앙인이 되는 것은 자신의 재능도 필요하지만, 교회 공동체가 돌봐줘야 하고 이끌어줘야만 가능한 것이다. 교회의 중요한 환경은 네 가지로 말할 수 있다. 첫째는 사제와 수도자, 둘째는 신자 공동체, 셋째는 함께 봉사하는 사람들, 넷째는 전례 분위기다. 사제와 수도자는 교회 지도자로서 공동체를 일치시키고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사람이다. 칭찬과 격려로 봉사자들의 정서 욕구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원칙과 소신 있는 통제로 공동체를 운영해야 한다. 봉사자들은 신자 공동체 분위기에 따라 열정이 사라지기도 하고, 기쁨이 샘솟기도 한다. 봉사자들 봉사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주는 신자 공동체 분위기가 필요하다. 봉사자들이 부족한 면이 보이더라도 조용히 도와주면 된다. 면박을 주거나 비난을 하면 그 봉사자는 결국 뒤로 사라지게 된다. 나 자신 또한 본당 공동체의 중요한 환경임을 기억하자. 봉사자 공동체의 분위기 역시 봉사자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일에 겸손하게 온 힘을 다하고, 봉사자 공동체 안에서 일치와 화합을 이루는 모습이 봉사자들의 참된 모습이다. 마지못해 하거나,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들, 시기 질투를 일삼는 사람들로 구성된 공동체 분위기는 열정적 봉사자들에게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전례 안에서 힘을 얻지 못하는 봉사자는 온전한 봉사를 하기 어렵다. 성경 말씀을 통해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신다'는 확신이 느껴지면 봉사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정서 욕구를 미사 안에서 충족시킴으로써 신자들에게서 실망하거나 지치지 않고 봉사의 참 기쁨을 맛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사제와 수도자는 봉사자들을 격려하고, 신자 공동체는 존중하고 따르며, 봉사자들은 화합과 일치를 도모하고 전례 안에서 힘을 얻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때, 봉사자들은 빛과 소금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다음 봉사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 이렇게 신앙 공동체에 형성되는 좋은 환경은 더욱더 발전된 신앙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앞선 출발점이 된다. 정리=박정연 기자 cecil@pbc.co.kr ※평화방송 TV '신앙의 재발견' 방송시간 : 월요일 오전 8시(본방송), 화요일 오후 9시(이하 재방송) 목요일 오후 4시, 일요일 오후 8시cpbc2012.04.03

보고 만지고 느끼고...체험형 여름휴가<4>원주교구 사회복지회 살레시오의집.배론성지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고 수박 쩍 갈라 한 입 크게 베어 물면…. 거기에 그늘에서 늘어지게 낮잠 한 숨 자고 일어나는 휴식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하지만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했던가. 이 삼복더위에 구슬땀을 흘리며 더위를 이기는 휴가도 있다. 이웃을 위해 땀 흘리는 자원봉사다. 소중한 땀방울이 사랑으로 피어나는 곳으로 가보자. #땀방울로 자라는 사랑의 허브 땀의 순교자 최양업 신부의 얼이 살아있는 배론성지(충북 제천시 봉양읍 구학2리) 초입에 향긋한 내음을 풍기는 허브농장이 있다. 장애인들이 허브를 재배하며 허브차와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살림터'다. 원주 가톨릭사회복지회 살레시오의 집 지적장애인 5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수염을 멋지게 기른 이종수 사회복지사와 살림터 관계자, 장애인들이 허브농장에서 허브 양육상태를 살피고 있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무더운 날씨, 땡볕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노지와 한증막이 따로 없는 비닐하우스에서 몸을 움직인다는 게 만만치 않다. 하지만 늘 일손이 부족하다. 허브밭 잡초를 뽑고, 수확을 거들고, 장애인들 생활공간을 청소해 줄 자원봉사자 손길이 아쉽다. 허브농장에 들어가면 더위에 녹초가 된 육신이 가벼워진다. 레몬향이 매력적인 레몬밥과 설탕보다 300배 달다는 스테비아, 허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키워 본 로즈마리까지 각기 다른 향이 조화를 이뤄 코끝에 와 닿는다. 향긋한 허브 잎을 따서 입에 넣으면 어린시절 커다란 눈깔사탕 하나 입에 문 듯한 추억이 떠오른다. 허브는 사람 손길이 자주 닿아야 더 잘 자란다고 한다. 자극을 받아 향을 많이 뿜을수록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이웃을 위해 땀 흘리면 내면에서 기쁨이 샘솟는 자원봉사활동과 흡사하다. 자원봉사 담당 김정옥 사회복지사는 "살림터에 오면 봉사의 기쁨은 물론 허브에 대한 다양한 지식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허브향을 맡으며 장애인과 함께 땀을 흘리다 보면 그들에 대한 편견마저 날려버린다. 봉사하러 갔는데 민폐를 끼칠 수는 없다. 햇볕 가리개용 모자와 작업용 장갑, 간식과 물 정도는 봉사자가 준비해야 한다. 준비해간 간식을 장애인들과 함께 나눠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경기도 분당에서 온 황동의(라자로, 48)씨는 "인근 치악산에서 가족과 휴가를 보낸 뒤 봉사활동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려고 찾아왔다"며 "장애인을 위해 살아가는 시설 관계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자녀에게 봉사의 의미를 가르쳐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딸 황예진(보나, 14)양은 "우리와 생김새도 행동도 다른 장애인들을 보면 피하곤 했다"며 "하지만 장애인 아저씨들과 함께 일하고 청소를 하면서 장애인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오전 봉사는 9시 30분, 오후 봉사는 1시에 시작된다. 봉사시간은 3시간 정도인데, 더 알차게 봉사를 하려면 일주일 전에 예약해야 한다. 학생이면 자원봉사 점수도 받을 수 있다. 살림터에서 판매하는 허브제품을 사면 봉사의 향기를 더 오래 간직할 수 있다. 문의 이종수 사회복지사 : 010-7576-0103 #최양업 신부를 만나는 배론 살림터 허브농장이 있는 산 중턱 비닐하우스에서 내려와 큰 길을 따라 조금 들어가면 배론성지가 나온다. 강원도 원주 구학산과 제천 백운산 사이에 있는 배론(舟論)은 박해시기에 형성된 교우촌이다. 우리나라 두 번째 사제 최양업(토마스, 1821-1861) 신부 묘와 황사영이 백서를 쓴 토굴, 6ㆍ25전쟁 때 소실된 것을 복원한 성 요셉신학교가 있다. 성지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다. 녹음 짙은 성지를 가로질러 흐르는 개울을 옆에 끼고 걷다 보면 우리가 세상 마지막 날 들어가야 할 하느님 나라가 이런 풍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들뜬 기분도 잠시, 최양업 신부 묘소가 있는 작은 동산 초입에 도착하니 발이 말을 듣지 않는다. 불볕더위에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산길에 조성된 14처를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무겁게 걸음을 뗀 지 10여 분, 드디어 최양업 신부 묘소가 눈에 들어온다. 그늘 의자에 앉아 묘소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문뜩 죄송한 마음이 든다. 최 신부님은 교우촌 신자들을 찾아다니느라 삼복더위건, 엄동설한이건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또 다른 순교자의 얼이 깃든 황사영 토굴을 찾아 나섰다. 소설가 김훈(아우구스티노)이 조선시대 박해사를 소재로 쓴 「흑산」 덕에 최근 미신자들 발길이 부쩍 늘었다. 이곳은 황사영(1775∼1801, 알렉시오)이 1801년 박해가 일어나자 피신해 토굴을 파고 8개월간 숨어 지낸 곳이다. 토굴 안은 한낮인데도 빛이 잘 들지 않는다. 집요하게 달라붙는 날벌레를 쫓느라 팔이 아플 지경이다. 황사영은 이 좁은 토굴에서 조선교회의 재건을 요청하는 백서(帛書)를 썼다. 지금으로 치면 국가고시에 수석 합격해 앞길 창창한 청년이 천주님을 만나 대역죄인이 됐다. 황사영은 백서가 발각돼 27살 젊은 나이에 주님 품에 안겼다. 백영민 기자 #민주화 횃불 밝힌 초대 원주교구장 지학순 주교 기념관 배론성지 초입에 1970~80년대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화 횃불을 밝힌 초대 원주교구장 지학순(1921~1993) 주교를 기념하는 전시관(79㎡)이 있다. 지 주교 유품 2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전시관에서는 사목 현장에서의 지 주교 사진과 손 때 묻은 성경과 각종 사목 도구, 그의 검소한 삶을 보여주는 일상용품 등을 볼 수 있다. 평안남도 중화에서 태어난 지 주교는 원산에 있는 덕원신학교를 다니다 공산정권의 박해를 피해 월남해 1952년 사제품을 받았다. 1965년 신설된 원주교구 초대 교구장으로 임명된 지 주교는 교육ㆍ사회복지기관을 설립하고 신협운동을 주도했다. 1970년대 초반부터 사회정의와 인권운동에 적극 참여하다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백영민 기자heelen@pbc.co.kr백영민2012.08.07

영화감독 임권택씨 영세"가랑비에 옷 젖듯 하느님께 젖어들어"임권택 감독이 세례식 중 촛불을 들고 있다. 한국 영화계의 '살아있는 전설' 임권택(바오로, 76) 감독이 5월 27일 수원교구 용인 보정성당에서 거행된 세례식에서 하느님 자녀로 다시 태어났다. 세례식을 마치고 만난 임 감독은 "나이가 들면서 '내 자신을 내려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리고 하느님을 찾게 됐다"면서 "앞으로 하느님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그분께 의지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지난해 겨울 세례를 받기로 마음먹고 아내 채령(아녜스, 61)씨에게 "천주교 신자가 되고 싶다"고 먼저 말을 꺼냈다. 30년 가까이 외짝교우로 외롭게 신앙생활을 했던 아내 채씨는 뛸 듯이 기뻤다. 마음은 늘 남편을 성당으로 이끌고 싶었지만 남편이 얼마나 바쁘게 사는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세례를 받으라'는 말은 꺼내지 못했다. 그런 남편이 먼저 세례를 받겠다고 말하고, 예비신자 교리수업에 단 한 차례도 결석하지 않은 것이다. 임 감독은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하느님께 이끌린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가 성당 다니는 걸 좋아해서 가끔 미사에 같이 참례했어요. 아내가 세례를 받던 날 묵주반지를 선물하기도 했죠. 집안에 성물이 많아서 예수님, 성모님과 늘 가까이 살았어요. '취화선'으로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후 가톨릭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고요. 천주교에 늘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 지난해 말 문득 '이제 성당을 나가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죠." 임 감독이 세례를 받기로 결심한 데는 30여 년 동안 독실하게 신앙생활을 해 온 채씨 영향이 컸다. 채씨는 "남편에게 세례를 받으라고 권한 적은 없지만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게 함께 성당 다니는 부부'라고 종종 말했다"며 "평생 소원을 이뤄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임 감독 눈에 비친 천주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는 "휘뚜루마뚜루 하는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천주교는 미사 분위기가 경건하고 엄격한 전통이 느껴져서 호감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삶은 굉장히 삭막하고 황량했는데, 이제 종교가 큰 의지처가 될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영화계 거장으로 후배들 존경을 한몸에 받으며 100편이 넘는 영화를 연출한 유명 감독의 삶이 황량했다는 게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로지 영화만 생각하며 50년을 살았어요. 명성도 꽤 얻었는데 막상 주위를 둘러보면 편안하게 마음 둘 곳이 없는 거예요. 의지할 곳이 간절히 필요했는데 그때 하느님께서 저를 이끌어주신 거죠. 열심히 교리수업은 받았지만 천주교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어요. 하느님을 깊이 알고 싶어요. 당장 오늘부터 성경을 읽을 계획이에요." 임 감독은 "성공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요즘은 어떤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느냐고 묻자, 곧바로 "내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영화밖에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난해 101번째 연출작 '달빛 길어올리기'를 발표한 임 감독은 요즘 차기작을 구상하며 지내고 있다. 그는 삶의 누적이 담긴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 영화가 내 삶의 전부여서 다른 것이 끼어들어올 틈이 없었지만 이제 신앙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빵점짜리 남편"이라며 늘 열심히 기도하며 자신과 가족을 위해 헌신한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채씨는 "남편은 정말 영화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며 "지금까지 은행에서 어떻게 돈을 찾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보정본당 성가대 단원으로 활동 중인 채씨는 "남편 손을 잡고 함께 미사에 참례할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남편과 함께 성지순례도 가보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1962년 '두만강아 잘 있거라'로 데뷔한 임 감독은 1987년 '씨받이'로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강수연)을, 2002년 '취화선'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1993년 발표한 '서편제'는 한국 영화 최초로 서울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고, '장군의 아들' 시리즈, '축제', '태백산맥' 등 작품성과 상업성을 함께 인정받은 수많은 영화를 제작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임영선2012.05.29
창조의 하느님: 탈신화 작업](//cpbc.co.kr/CMS/newspaper/2011/08/rc/388160_1.1_titleImage_1.jpg)
[조규만 주교의 하느님 이야기](13)창조의 하느님: 탈신화 작업하느님에게서 모든 것 시작 이번 호에서는 '성경에 나타나는 창조 이야기'를 통해 창조주 하느님을 알아보겠다. 구약에서 창조에 관한 기록은 창세기 1-2장을 비롯해 이사야서 40-55장, 시편 8, 19, 24, 44, 74-75, 90, 95, 104, 136, 148-150장, 잠언 8,22-31, 전도 3,18-22, 욥기 30-40, 2마카 7,28 등에서 찾을 수 있다. 구약성경의 창조기록은 자연과학적 증명을 시도하는 게 아니다. 구약 작가들 관심은 세상과 인간의 창조과정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하느님이 창조주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 있다. 창세기 1-3장 창조 이야기를 살펴보면 서로 다른 두 이야기가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창조 이야기는 주제가 같지만 배경과 문체, 서술방식, 기록자 등이 다르다. 문헌 가설에 의하면 1,1-2a 이야기는 제관계 문헌에 속하고 2,4b-3,24는 야훼스트계 문헌에 속한다. 이스라엘의 창조관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과 바빌론에 있을 때 형성됐다. 야훼스트계 문헌은 솔로몬(기원전 962~922) 시대 유다 지방에서, 제관계 문헌은 유다왕국이 멸망(기원전 587)하고 바빌론으로 끌려간 시기에 쓰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서 하느님을 우주 창조주로 고백한 것은 상당한 후기에 들어서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을 창조주로서가 아니라 계약의 주님으로 체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일신론과 계약, 두 가지가 곧 구약성경의 일차적 자료이고 모든 다른 자료는 이 두 자료에서 나왔다. 야훼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적 신뢰는 바로 하느님이 우주 창조주요, 절대자라는 신앙에 뿌리를 둔다. 하느님이 우주 창조주라는 신앙은 구체적으로 체험한 구원행위를 통해 얻게 됐다. 이스라엘은 어떻게 하느님이 우주와 인간의 창조주라는 인식에 도달했을까? 몇 가지 가설이 있다. 우선 아담에서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승됐다는 주장이다. 그렇긴 해도 창세기가 인류 역사만큼 오랫동안 구전됐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 두 번째는 하느님이 영감을 통해 자구적으로 직접 계시하셨다는 주장이다. 가장 편리한 설명인 만큼 가장 신빙성 없는 설명일 수 있다. 성경에서 볼 수 있는 모순되고 반복된 진술은 하느님을 변덕쟁이로 보이게 만든다. 세 번째는 하느님이 창조주라는 것은 역사적 원인론적 진술이라는 설명이다.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이는 결과에서 원인에 대한 진상과 해명을 찾는 고고학적 방법과 같다. 이를테면 뱀이 배를 땅에 붙이고 기어 다니는 것과 인간이 고통스럽게 일해야 하는 것은 모두 하느님 심판 때문이라고 결론짓는 것이다. 창세기의 창조 진술은 역사적 기원론과 신화적 기원론이 혼합된 형태다. 제관계 문헌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하느님 말씀에 따라 세상이 창조되고 존재한다는 믿음이다. 족보를 중시하고 설화를 교훈적 목적으로 사용한다. 창세기 홍수설화에서 중요한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하느님 능력과 계약으로 나타나는 하느님 자비다. 이런 관점에 따라 하느님, 세상 창조, 인간 창조, 제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창조 제7일의 도식을 살펴보겠다. 1)창조주 하느님 창조신앙은 구원신앙의 시작이요, 구원은 창조의 완성이다. 제관계 문헌은 하느님은 아무도 견줄 수 없는 독특한 분이라는 신앙고백에서 시작한다. 하느님 말씀에 의한 창조는 매우 고도로 발전된 형태의 창조다. 창조 진술에는 △만들기나 행위 △생식과 출생 △투쟁 △말 등 4가지 방식이 있다. 진흙으로 사람을 창조한 것과 같은 '행위를 통한 창조'는 원시적 형태에 속하지만, '말씀에 의한 창조'에는 신적 위격의 헤아릴 수 없는 신비가 드러나 있다. 2)세상 창조 제관계 문헌은 6일간의 창조 작업이 창조적 분리로 이뤄지고 있음을 전하고 있다. 무질서한 상태에서 체계적 질서가 마련되며, 이는 하느님과 하느님이 아닌 것을 구별해내는 작업이다. 이스라엘 핵심 사건인 출애굽도 갈대바다(홍해) 분리로 이뤄지는 것이다. 창세기는 창조주와 창조물의 깊은 간격과 차이를 말하고자 한다. '한 처음'이라는 단어는 모든 것에 앞서 있는 절대적 시작을 말한다. 영원하신 하느님이 곧 처음이자 마침(묵시 22,12)이라는 신앙을 엿볼 수 있다. 하늘과 땅의 시작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게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모든 것이 시작됐음을 선포하는 것이다. '하늘과 땅'은 우주 일체를 의미한다. 성체성사에서 빵과 포도주가 일체의 음식을 의미하는 것과 같다. 낮과 밤, 하늘과 땅, 물과 바다 세 가지 분리작업으로서 첫 사흗날의 창조가 완료된다. 창조적 작업으로서 분리는 혼돈을 극복한다. '초목의 창조'는 새로운 창조과정으로 접어듦을 의미한다. '해, 달, 별들의 창조'는 고대 동방지역에서 신으로 여겼던 천체를, 창공을 장식하는 창조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표현한 것이다. 창세기는 천체 숭배를 우상으로 간주한다. '물고기와 새, 짐승들의 창조'에는 축복이 따라 붙는다. 동물 창조는 식물 창조와 다르다. 동물 창조는 인간 창조를 향한 준비 단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정리=이힘 기자 lensman@pbc.co.kr ※'조규만 주교의 하느님 이야기'는 평화방송 라디오(FM 105.3㎒)에서 매 주일 오후 6시 5분에 방송되며, 평화방송TV에서는 매주 화요일 오전 8시(본방송), 수요일 새벽 4시와 저녁 9시, 금요일 오후 4시, 주일 오후 6시에 재방송된다. 인터넷 다시 보기 www.pbc.co.kr퇴사자22011.08.30
광주대교구, 가정사목에 박차매다 첫째주 월요일 가정성화 미사 특강 광주대교구가 새해를 맞아 가정사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구는 올해부터 매달 첫째주 월요일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광주 가톨릭대 평생교육원에서 가정성화를 위한 월례미사와 특강을 실시한다. 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를 비롯해 최성식(전남대 윤리교육과) 교수, 포콜라레 새가정운동 전 책임자 손세공씨, 문철훈 신경정신과 의사 등이 강사로 나서며 부모와 자녀, 부부, 가정 영성, 생명, 몸의 신학에 대해 강의한다. 이번 달에는 6일 오후 7시 김 대주교가 첫 미사를 주례하고 '기도하는 가정'을 주제로 강의를 이어간다. 이와 함께 교구 사목국(국장 우원주 신부)은 최근 다양한 가정사목 프로그램들을 한데 모은 공문을 본당 주임신부들에게 발송해 사목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프로그램들은 지난해 추계 사제연수회에서 논의된 내용들로, △가족끼리 안수 축복하기 △편지쓰기 △가족 성경 통독 및 쓰기 △가족이 함께 선교하기 △가족 봉사 활동 △가정분과 신설 및 활성화 △가족미사 정착 △혼인 갱신식 시행 △가정방문 등을 포함하고 있다. 광주대교구가 이처럼 가정사목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교구장 김희중 대주교가 새해 최우선 사목과제를 '가정에서 시작하는 복음화'로 정했기 때문이다. 김 대주교는 2012년 사목교서를 통해 "가정의 위기에서 비롯된 심각한 사회현상들을 접하면서 새로운 복음화의 튼튼한 토대를 마련하고자 사회와 교회의 기초인 가정에서 시작하는 복음화를 금년도 사목계획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또 "모든 그리스도인은 가정 파괴와 붕괴라는 사회현상에 맞서 건강한 가정 회복을 위해 지혜와 역량을 모아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면서 2012년부터 3년 간을 '가정의 해'로 선포했다. 이어 교구가 기도하는 가정교회(2012년), 복음을 선포하는 가정교회(2012년), 세상에 봉사하는 가정교회(2014)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며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박수정2011.12.27
![[교회사 속 세계 공의회 2부] 32. 선교교령(하)](//cpbc.co.kr/CMS/newspaper/2012/08/rc/423974_1.0_titleImage_1.jpg)
[교회사 속 세계 공의회 2부] 32. 선교교령(하)개인과 공동체는 삶과 말로 그리스도 증거해야선교교령은 복음의 일꾼으로 뽑힌 선교사들은 복음 활동에 자신을 온전히 바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한국가톨릭해외선교사교육협의회 주관으로 지난 2월에 열린 해외선교사 교육 파견 미사에서 안수를 받고 있는 선교사들. 평화신문 자료 사진 선교교령 제3장은 개별 교회, 즉 교구의 선교 활동에 대해 언급합니다(19~23항). 우선 신생 교회들은 하느님 백성으로서 굳건하게 성장해야 합니다. 지역 사회 문화 속에 뿌리를 내리고, 보편 교회와 일치를 이루며, 더 어려운 교회들을 지원하며 사제, 수도자 성소 계발에도 힘을 쏟아야 합니다. 개별 교회 선교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과 공동체 전체의 삶의 증거로… 그리스도를 보여주는 표지가 되어야 한다"(20항)는 점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복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말씀 교역도 필요하다고 교령은 밝힙니다. 또 신생 교회여서 성직자 부족에 시달린다 하더라도 보편 교회의 선교 활동에 참여하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선교사를 파견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강조합니다. 교령은 "평신도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없다면 복음은 다른 어떠한 민족의 정신과 생활과 활동 속에 깊이 파고들 수 없다"(21항)며 교회 설립 때부터 성숙한 그리스도인 평신도단이 이뤄지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요청합니다. 또 평신도들이 특히 교회헌장과 평신도교령의 정신에 따라 그리스도의 신비를 이해하고 사도직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밝힙니다. 이와 함께 신생 교회들이 일치 안에서 다양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사회 문화 영역에 대한 신학적 고찰을 통해 적응과 쇄신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교령은 제4장을 특별히 선교사에 관해 할애합니다(23~27항). 본토인이든 외국인이든, 사제든 수도자든 평신도든 특별히 선교사 성소를 받은 이들이 있습니다. 복음의 일꾼으로 뽑힌 이들 선교사들은 "자기를 부르시는 하느님께 응답하여 혈육에 안주하지 않고 복음 활동에 자신을 온전히 바쳐야"(24항) 합니다. 선교사로 파견되는 이들은 "자기 자신과 이제껏 자기가 지닌 것을 다 포기하고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이 되도록 준비해야" 하며, "진정한 복음 생활로, 많은 인내와 관용과 온유와 끊임없는 사랑으로, 필요하다면 피를 흘리기까지 자기 주님을 증언해야"(24항) 합니다. 선교사들이 이런 선교 영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하게 양성돼야 합니다.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변화하는 상황에 과감히 적응하며, 헌신하고 서로 사랑하며, 기도하는 사람, 절제하는 사람, 자족하는 사람, 희생하는 사람으로 양성돼야 합니다. 그리하여 "날마다 자기 직무의 수행으로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 안에서 자라나야"(25항) 합니다. 그뿐 아니라 선교사들은 성경과 교리 지식을 비롯해 선교 활동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과 규범, 현대에 더욱 적합하고 효율적인 선교 방법 등을 배우고 알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선교사들에게 적절한 양성과 교육의 기회가 제공돼야 합니다. 교령은 지역 주교회의들이 관련 전문가들을 확보해 선교사 양성에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합니다. 또 선교사들이 교회 이름으로 단체를 이뤄 교계 권위에 따라 선교 활동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힙니다. 제5장은 선교 활동의 조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28~34항). 무엇보다도 "복음 선포자의 노력과 다른 그리스도인의 협력이 서로 어우러져 선교 활동과 협력의 모든 분야에서 '모든 것이 질서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28항)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보편 교회 차원에서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가 선교 활동을 특별히 중요시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보편 교회의 유일한 선교 관할 부서는 포교성성(현재 인류복음화성)입니다. 교령은 포교성성이 행정 기구이지만 또한 역동적인 지도 기관이 될 필요가 있다면서 포교성성의 인적 구성과 역할 등에 대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지역 교회 차원에서 선교 활동을 추진, 지도, 조정하는 일은 주교의 임무입니다. 하지만 선교 활동에 참여하는 이들의 자발적인 활동은 장려되고 보호돼야 한다면서 더 나은 조정을 위해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대표들로 이뤄진 사목평의회를 설치해야 할 것이라고 교령은 밝힙니다. 주교회의 역시 지역적 조정에 관여합니다. 교령은 주교회의가 중대한 문제와 긴급한 과제를 공동으로 협의해야 하지만 지역 차이를 소홀히 여기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또 "모든 사람의 선익에 기여하는 사업들, 예컨대 신학교, 고등교육기관, 기술학교, 사목과 교리교육과 전례의 중앙 기구들, 사회커뮤니케이션 수단들을 힘을 합쳐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31항)고 밝힙니다. 선교 단체들은 지역 직권자에게 순종해야 하며, 또 같은 지역 안에서 선교활동을 펼칠 경우 서로 활동을 조정하는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선교학을 비롯해 선교와 관련이 있는 유사 학문들을 연구하는 학술기관들도 "선교 증진을 위해 형제애로 기꺼이 서로 협력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34항)고 교령은 제안합니다. 교령의 마지막 6장은 선교 협력에 대해 언급합니다(35~41항). 우선 하느님 백성 전체의 선교 의무와 관련, 모든 신자가 복음화 활동의 의무를 지고 있지만 신앙 전파를 위한 첫째가는 최대 의무가 "그리스도인 생활을 철저하게 영위하는 것"(36항)이라고 밝힙니다. 나아가 이런 삶의 증거를 일치교령 규범에 따라 다른 그리스도교 단체들과 함께 보여주고, 현대의 사회 커뮤니케이션 수단도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합니다. 또 교구나 본당 공동체들도 자기 지역 안에서만이 아니라 "사랑의 마당을 땅 끝까지 넓혀"(37항) 선교를 위해 기도하고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힙니다. 모든 주교는 주교단 일원으로서 한 교구만이 아니라 온 세상의 구원을 위해 축성됐기에, 주교들은 세계 선교 의무도 함께 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교는 "하느님 백성의 선교 정신과 열성을 마치 눈으로 볼 수 있듯이 드러내어, 온 교구가 선교하게 해야 한다"(38항)고 교령은 강조합니다. 또 주교들이 온 교회의 선익을 위해 효과적으로 선교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주교회의가 그 지역의 질서 정연한 협력에 관한 일들을 지도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적시합니다. 교령은 성직자와 수도 단체, 그리고 평신도의 선교 의무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신부들은 자신의 삶이 선교 봉사에 봉헌됐다는 것을 철저히 깨닫고 사목 활동을 복음 선포에 유익하도록 계획하고, 복음화 열정을 신자들에게 불러일으키고, 간직하게 해야 합니다. 수도 단체들의 경우 선교 지역 민족의 특성과 상황에 적합한 관상이나 사도직 활동을 통해 선교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평신도들도 각자의 지역과 상황에 따라 나름대로 선교 활동에 참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평신도들도 "전문적이고 영성적인 준비를 갖출 필요가 있다"(41항)고 교령은 강조합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퇴사자22012.08.21
![[출판]책꽂이](//cpbc.co.kr/CMS/newspaper/2012/02/rc/406150_1.0_titleImage_1.jpg)
[출판]책꽂이좋은 몫(토머스 키팅 글/이청준 옮김/성바오로/7500원) 성경에 나오는 베타니아의 가족, 마르타와 마리아, 라자로 이야기를 통해 관상(觀想, 하느님을 직관적으로 인식하고 사랑하는 일)의 의미와 관상기도의 은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저자 토머스 키팅(미국 시토회) 신부는 관상기도법 중 하나인 향심기도를 개발하고 보급하는데 앞장서왔다. 키팅 신부는 책에서 "그리스도교의 관상 전통과 체험은 한 개인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를 구원하는 길이다"고 말한다. 어른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마이클 톰슨 외 지음/김경숙 옮김/양철북/1만 5000원) 아이들의 친구관계와 또래집단에 대한 분석으로 학교폭력 문제의 본질을 짚어냈다. 따돌림과 같은 학교폭력 배후에 또래집단이 있음을 밝히고, 또래집단 생리를 사회심리학적으로 바라봤다. 마이클 톰슨 박사와 두 명의 연구자들은 2년 동안 아이들과 부모, 교사 80여 명을 인터뷰했다. 아이들이 왜 서로에게 그렇게 잔인하게 구는지를 이해하고 싶다면 집단의 법칙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주 특별한 용기(엘렌 베스, 로라 데이비스 지음/한국성폭력상담소기획/이경미 옮김/2만 5000원) 성폭력 피해자들의 치유를 돕는 책으로, 미국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다. 성폭력 피해자들의 치유과정을 보여주며 그들이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벗어나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사는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침묵을 깨고 세상에 나와 슬픔과 분노를 다루며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또 피해자들 가족과 지인들이 피해자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알려준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이정남 지음/만다라문학사/1만 1000원) 2007년 계간지 「만다라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 이정남(노엘라, 44, 서울 방배동본당)씨가 펴낸 첫 시집이다. 이씨는 제1부 '새봄, 새싹을 노래하다'와 제2부 '사랑, 사랑으로 돌아가다'에서 85편의 시를 선보이며 삶의 희로애락을 자신만의 사랑과 신앙의 언어로 섬세하게 노래했다. 엄창섭(국제펜클럽 한국본부고문) 관동대 명예교수는 "그의 시는 삶의 감동을 회복시켜 준다"며 시인의 순수한 서정성을 높이 평가했다. 마흔 이후 나의 가치를 발견하다(소노 아야코 지음/오경순 옮김/리수/1만 3000원) 나이듦의 아름다움에 목소리를 높여온 소노 아야코(81)씨가 중년의 삶을 예찬한 책이다. 저자는 "인간은 마흔이 돼야 비로소 인생의 참 묘미를 알게 된다"고 말한다. 마흔 이후 삶이야말로 지금까지 발휘할 수 없었던 혜안을 통해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음미하며 완성으로 나갈 수 있는 시기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온 생애를 어떻게 소화해내느냐에 따라 마흔 이후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박수정 기자 박수정2012.02.22

마산교구장 2012년 사목교서순교영성으로 세상 복음화를순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 순교영성은 한국 천주교회 대표적 영성으로, 일차적으로 하느님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고 순종입니다. 순교의 피는 또 다른 그리스도인들을 탄생시키기에 그리스도인의 씨앗(떼르툴리아노)이라고 합니다. 순교영성의 근원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그리스도의 강생, 철저한 순종, 십자가 죽음, 이 모든 것이 순교영성의 핵심입니다. 예수님의 철저한 자기 비움은 우리로 하여금 겸손과 봉사의 삶을 살게 하는 영성으로 작용합니다. 순교영성의 정점인 예수님의 삶은 철저한 이타적 사랑입니다. 우리는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24),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 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고 말씀하시고 직접 그대로 사셨던 그리스도의 모습에서 순교영성의 원형을 배웁니다. 사랑은 생명까지 내어놓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에 순교는 또한 사랑의 극치입니다. 세상 모든 것이 사라지더라도 영원히 남는 것이 사랑입니다. 그래서 우리 신앙 선조들은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지키고 키워내기 위해 목숨마저 버렸으나 오늘 우리들 기억 속에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순교영성에 바탕을 둔 '예수살이'의 모습은 생각과 말과 행동의 가치관을 세상의 것이 아니라 하느님 뜻에 두는 것(콜로 3,2)을 의미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예전처럼 생명을 바쳐가면서까지 하느님을 증거하는 시대를 살지는 않지만, 극도로 세속화된 세상에서 신앙의 참 진리를 수호할 소명과 책임이 막중합니다. 순교영성은 하느님 눈으로 이 세상과 사물 그리고 인간을 바라보는 데서 출발합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법칙과 시류에 맞는 흐름을 거슬러 하느님 법에 따라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산교구는 시복시성 대상 순교자 여섯 분(구한선 타대오, 신석복 마르코, 정찬문 안토니오, 박대식 빅토리노, 윤봉문 요셉, 새로 추가된 서성겸 요한)을 모시고 있습니다. 이분들 시복시성도 중요하지만, 우리 모두 순교영성에 맞갖은 삶으로 응답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끊임없이 내 자신을 내어 바치며 생활 속에서 순교영성을 실천할 때 세상은 하느님 선물, 즉 복음의 빛으로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교구민 모두가 순교영성을 새롭게 일깨우고, 순교자의 삶을 배우고 실천함으로써 순교영성의 향기가 가득하기를 기대합니다.순교영성에 맞갖은 삶 살아야 순교영성을 통해 세상 복음화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 실천사항을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1. 순교하는 마음으로 성경쓰기와 읽기에 동참합니다. 2. 순교영성 고취를 위한 교육과 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합니다. 3. 교구 내 여섯 순교자 묘소를 자주 방문하고, 가능하다면 도보로 순례합니다. 4. 순교자 현양사업을 위한 후원회 조직과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합니다.cpbc2012.01.31

치유와 사랑의 손길 10년서울 일반병원사목부, 설립 10돌 원목자 연수서울대교구 일반병원사목부가 마련한 원목자 연수에서 원목 사제와 수녀들이 한재호 신부 강의를 듣고 있다. 서울대교구 일반병원사목부(담당 홍상표 신부)는 5월 30일부터 나흘간 제주도 서귀포시 서흥동 면형의 집에서 '영적 돌봄'을 주제로 설립 10주년 원목자 연수를 갖고, 치유와 사랑의 손길로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재현하기로 다짐했다. 원목사제와 수녀 48명은 연수에서 임상 사목 사례를 나누고 강의를 듣는 등 원목자로서 정체성을 재확인했다. 성경에서 본 영적 돌봄의 의미를 되새기고, 환자 돌봄을 신학적으로 성찰하는 시간도 가졌다. 한재호(제주교구 서귀복자본당 주임) 신부는 '성경 안에서의 영적 돌봄' 주제 강의에서 "성경에서의 영적 돌봄은 피조물 중에서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특성, 품위, 존재 이유의 회복을 의미한다"며 "성경은 이러한 영적회복을 위해 인간의 영혼만을 위한 돌봄을 추구하지 않고, 전인적 돌봄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박수덕(국립재활원, 성심수녀회) 수녀는 '환자 돌봄을 위한 신학적 성찰 방법론' 주제 강의에서 "신학적 성찰은 원목자로서 정체성과 영성을 심화하고, 자신의 사목에 대한 평가를 통해 더 나은 사목적 돌봄을 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면서 "신학적 성찰을 통해 원목자는 자신의 사목적 경험 안에서 하느님이 일하심을 깨닫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창화(서울대교구 특수사목담당 교구장 대리) 몬시뇰은 미사 강론에서 원목 사제로 부임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병원 사목은 전국에서 찾아오는 신자와 타 종교인, 비신자 등 산 사람뿐 아니라 죽은 사람까지 상대해야 하므로 원목자는 영육간 건강과 특별한 사명을 지니지 않으면 오래 버티기 쉽지 않다"며 원목자들 활동을 격려했다. 이어 "의료체계가 선진화되고 사회가 세속화됨에 따라 친절함과 인내, 참된 이웃이 되어주는 사랑만이 진정한 영적 돌봄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일반병원에 원목 사제와 수녀를 파견한 지 10돌을 맞은 일반병원사목부는 오는 10월 한 달간 10주년 행사를 다채롭게 마련한다. 환자의 날, 봉사자의 날, 원목자의 날 등을 열고 일반병원 사목 현황과 과제를 짚는 심포지엄과 봉사자 대상으로 수기공모전도 열 계획이다. 서울대교구는 2001년 일반병원사목부를 설립한 이래 현재 일반 종합병원 25곳에 원목실을 두고 있다. 원목 사제와 수녀 50명이 영적 돌봄을 통해 치료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지혜 기자백영민2011.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