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따라 떠나는 신앙여행] 16- 성경, 내겐 어떤 책인가?눈이 아니라 '순수한 마음'으로 읽어야 최기섭 신부(가톨릭대 신학대 학장, 동양철학) 「주자어류」(朱子語類)의 독서법은 상ㆍ하 두 편으로 돼있다. 상편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경서를 읽는 것은 배우는 사람의 두 번째 일이다"(讀書乃學者第二事). 의미심장한 말이다. 경서를 읽는 것이 두 번째 일이라면, 첫 번째 일은 무엇일까? 많은 학자들은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으로 풀이한다. 하긴 공자도 논어에서 "젊은이는 집에서는 효도하고 밖에서는 공손해야 하며, 신중히 행동하고 신의를 지키며, 널리 사람들을 사랑하되 어진 이를 가까이 해야 한다. 이렇게 행하고 남는 힘이 있다면 글을 배워야한다"(子曰 弟子入則孝 出則弟 謹而信 凡愛衆而親仁 行有餘力 則以學問. 「學而篇」)고 일러준 적이 있다. 올바른 삶에 대한 지향과 노력이 바탕이 됐을 때 진정한 학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성경을 읽기 전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순수한 믿음이다. 마치 유학에서 공부의 목적이 '사람이 되는 것'(爲人)이듯, 우리가 성경을 읽는 것은 참다운 신앙인이 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러한 지향을 지니지 않는다면 성경은 한낱 지성으로 하는 학문의 대상이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렉시오 디비나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기본 자세는 순수한 마음으로 읽는 것이다. 또한 「주자어류」의 독서법 하편을 보면, 그 첫 문장은 이렇다. "사람이 배우는 것은 진정 마음에서 무엇인가를 얻어서 몸에 일체화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경서를 읽지 않으면 마음에서 얻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人之爲學, 固是欲得之於心, 體之於身, 但不讀書, 則不知心之所得者何事.). 학문의 목적이 무엇이며, 왜 경서를 읽어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이른바 렉시오 디비나에서 '전 존재로 읽어라'하는 것과 같다. 그것은 하느님 말씀이 독자의 지성에만 관심을 끌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마음 속에 새겨져야 하고 그의 육체와 영혼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성경을 읽는 것은 우리 삶의 모든 부분과 연결되어 있다. 삶의 목적과 의미, 새로운 힘을 얻기 위한 양식, 기쁨과 희망…. 이것과 연관해 조선시대 유학자 안정복 선생이 지은 「위학잠」(爲學箴)의 내용을 잠시 살펴보자. "학문을 한다는 것은(爲學之工)/ 경(經)을 연구하고 경(敬)에 거하는 것(窮經居敬)/ 경(經)은 모든 이치에 통하고(經通萬里)/ 경(敬)은 움직이거나 고요하거나 일상을 관통한다.(敬貫動靜)/ 아침저녁으로 부지런히 힘써(夙夜孜孜)/ 오직 덕을 잡을 것이며(惟德之秉)/ 잠시라도 소홀히 말고(須臾莫忽)/ 일에 따라 경계하고 살피라"(隨事警省). 유학에서 학문한다는 것은 성인(聖人)이 되는 공부다. 안정복 선생에 따르면, 그 공부의 핵심은 두 가지, 경전 연구(窮經)와 敬에 거하는 것(居敬)이다. 거경(居敬)은 언제 어디서나 공경의 태도를 지니고 살아가는 높은 경지를 말한다. 그런데 경전 연구와 거경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경전을 연구하면서 거경(居敬)의 경지로 나아가기도 하고, 거경의 삶 속에서만 올바른 경전 연구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궁경(窮經)과 거경(居敬)을 통해 이룩한 것은 끊임없이 자신의 삶 속에서 덕(德)의 실천으로 그리고 일의 공효(功效)로 나타나야 한다. 이것이 경전을 읽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제 다시 한번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 나에게 성경은 어떤 책인가? 나의 삶과는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가? 그리고 왜 읽는가?cpbc2008.04.23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사목지침서말씀 뿌리내린 친교공동체 친애하는 사제, 수도자, 평신도 여러분! 이제 우리는 새로운 70주년을 향한 힘찬 발걸음으로 새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70주년을 향해 나아갈 사목적 비전은 "우리의 장한 순교자들의 신앙을 이 시대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이 시대에 순교신앙을 증거하는 최고의 삶은 "말씀을 중심으로 우리 자신이 복음화되고 이웃과 말씀을 나누며 증거"하는 것입니다. 2009년에는 소공동체가 활발한 친교의 본당 공동체를 건설합시다! 소공동체가 활성화되는 기본 전제는 성경 말씀 안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자주 만날 수 있는 이웃과 말씀을 중심으로 함께 기도하고, 서로 돕고, 아껴주고, 사랑하는 생활을 통해 살아있는 작은 공동체, 작은 교회를 건설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소공동체 안에서 구성원인 그리스도인 각자에게 성경 말씀은 매우 중요합니다. 성경을 읽고, 쓰고, 공부하고, 묵상하며, 말씀을 살아가려고 노력할 때 우리의 구체적 삶의 모습이 예수님을 닮아가고 모든 이와 한 가족이 되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루카 8,21). "말씀을 증거하는 삶으로 친교의 교회를 건설"하는 일은 오늘의 교회와 사회를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특별히 교회가 이 세상을 구원하는 '빛, 소금, 누룩'이 되기 위해선 말씀을 살면서 단절되고 분리된 사회 안에서 친교를 가져오는 친교의 일꾼, 친교의 건설자가 돼야 합니다. 우리 모두 성경 말씀과 깊은 친교를 나누는 삶을 사는 가운데 이웃과 소공동체를 이루며 친교를 살아갑시다! 또한 성부와 성자와 성령으로 친교 공동체를 이루신 하느님의 모습을 실제적 사랑으로 이웃에게 표현하는 것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소명입니다. 우리 교구는 지난해부터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첫 번째 회칙인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를 실현하고 성찬례의 삶을 구체적으로 살기 위해 '한끼에 100원 나눔 운동'(1313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한 끼에 100원 나눔 운동'(1313운동)이 새해에도 교구의 계속적 사업으로 발전하도록 협력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제, 수도자, 평신도 여러분! 고독하고 외로운 인간의 삶이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고독과 외로움은 우리가 추구하는 친교의 반대말입니다. 내가 하느님께 마음을 열지 않고, 이웃과 나누지 않으면 우리는 고독하고 외로운 인생을 살 것입니다. 내 마음을 열어 자신과 친교를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웃과 함께 친교를 나누며 하느님께 나아갑시다. 말씀으로 든든히 뿌리내린 친교의 소공동체가 올 한 해 우리 가정과 대전교구 구석구석에 뿌리내리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cpbc2008.12.30
[종합]유흥식, 염수정주교,'바오로의 해' 폐막미사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호소 유흥식(대전교구장) 주교, 염수정(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 등은 6월 29일 '바오로 해' 폐막미사를 통해 현 정국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해줄 것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호소했다. 유 주교는 이날 대전 대흥동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된 미사 강론에서 "경제를 살리고 국민을 잘 살게 해주겠다는 이 대통령에게 큰 희망을 걸었는데, 이 대통령이 펴는 정책들이 나라 근간을 흔들면서 국민에게 불안감과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주교는 이어 "국가가 특별히 돌봐야 할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이 더 큰 고통과 어려움으로 내몰리면서 사회적 약자들이 살아갈 자리가 점점 더 좁아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며 "부자만을 위한 대통령입니까"라고 반문했다. 또 "국민을 섬기고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무조건 따라오라는 일방적 통치만이 있을 뿐"이라며 민주주의가 역행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유 주교는 특히 "남과 북은 다시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한 뒤 "6ㆍ15남북 공동선언과 10ㆍ4선언을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점진적으로 실행하겠다는 자세만 보이면 남과 북 사이 대화는 시작될 것"이라며 북측과의 대화 재개 및 인도적 대북지원을 촉구했다. 한편 유 주교는 이날 대전 대흥동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된 바오로의 해 폐막미사를 통해 지난 한 해 동안 바오로 사도와 신앙 선조들을 본받고자 전대사 성지로 지정한 10곳 성지를 방문한 22만1723명의 선교 열정을 봉헌하고, 바오로 서간을 필사해 말씀을 더욱 깊이 새기고 선교열의를 되새긴 4022명의 서간 필사본을 봉헌하는 한편 '복음화하는 친교의 공동체 건설'을 위해 소공동체 교육에 참여해 교육을 마친 2943명과 교육 중인 1381명을 포함해 총 4324명의 말씀 선포와 증거의 삶을 약속한 다짐을 봉헌했다. 염 주교도 이에 앞서 6월 28일 서울대교구 명동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된 바오로 해 폐막미사 강론을 통해 "용산 참사 희생자들의 조속한 장례를 위해 정부와 관계기관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먼저 살피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정부측에 촉구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이서연 기자 kitty@ 다음은 유흥식 주교의 '바오로의 해' 폐막미사 강론 전문. 성 바오로 사도의 열정을 본받읍시다! 2009년 6월 29일(월) 10:30 대흥동 주교좌성당 사도12,1-11 2티모4,6-8.17-18 마태16,13-19 오소서 성령님, 베네딕토 16세 교황 성하께서는 성 바오로 사도 탄생 2000주년을 기념하여 지난해 6월 28일부터 2009년 6월 29일까지를 성 바오로 사도께 봉헌하는 특별 희년으로 선포하셨으며, 우리는 지금 바오로 해를 끝내는 폐막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해에 교황청 내사원에서 발표한 교령을 우리 교구에 적응하여 교령을 발표하였습니다. 저는 교령에서 우리의 삶이 성 바오로 사도를 본받을 뿐만 아니라 교황님께서 허락하신 전대사의 특별은총을 받자고 강조하였습니다. 저는 교구 설정 60주년이 교황님께서 발표하신 ‘바오로의 해’와 겹치게 됨을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당시 문화가 달랐던 이방인들의 눈높이에 맞게 다가가 열정적 선교의 불꽃을 태웠던 이방인의 사도였습니다. 그리스도교가 이스라엘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넘어 보편 세계에 전파될 수 있었던 것은 바오로 사도의 공로입니다. 또한 바오로 사도께서 지니셨던 예수님의 기쁜소식을 선포하셨던 열정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본받아야 할 모습입니다. 바오로 사도께서는 예수님의 사랑 때문에 복음 선포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씀하시며(2코린 5,14 참조), 복음 선포를 가장 중요한 소명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사실은 내가 복음을 선포한다고 해서 그것이 나에게 자랑거리가 되지는 않습니다. 나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나는 참으로 불행할 것입니다”(1코린 9,16). 우리도 바오로 사도께서 당시에 새롭게 태어나던 공동체에게 보내신 서간들을 읽고 묵상하면서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구체적으로 생활에 옮기는 삶을 살자고 권고하였습니다. 특별히 저는 바오로 사도의 서간들의 말씀들을 정성껏 필사하면서 바오로 사도께서 지니셨던 예수님에 대한 사랑,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소식인 복음을 더 많은 이들에게 전파하려는 열정을 본받자고 호소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교구에서 신구약 성경 전체를 필사하여 교구장 주교의 축복장을 받은 분이 374명이며, 바오로 사도의 서간들을 필사한 분이 4,022명입니다. 성경을 필사한 분들이 저에게 들려주는 말씀은 한결같이 성경을 필사하면서 신앙생활이 기쁨으로 변하고, 새로운 힘을 얻는 큰 은총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사이에 현존해 계십니다. 특별히 하느님의 말씀과 함께 살 때에 그분의 현존을 깊게 느낍니다. 근래에 성경을 읽고, 공부하고, 필사하는 열의가 신자들 사이에서 증가하는 것은 매우 기쁘고 은혜로운 일입니다. 특히 성경을 필사하는 분들에게서 아름다운 향기를 느낍니다. 하느님 말씀을 정성껏 쓰면서 하느님과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말씀을 중심으로 하는 예수님을 닮은 새로운 삶이 시작됨을 발견합니다. 성경 말씀을 살 때에 우리의 사고와 판단, 행동방식은 예수님을 닮아갑니다.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말씀 안에 영원한 현재로 살아 계십니다. 그러므로 말씀을 통하여 우리는 예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말씀을 생활에 옮기면서 모든 이들과 한 가족이 됩니다. 모든 이들과 형제자매가 되어 지낼 수 있습니다.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루카 8,21). 또한 말씀을 살 때에 어떤 어려움이나 시련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 비가 내려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들이쳤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반석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마태 7,24-25). 저는 바오로 사도의 열정을 본받겠다는 열정으로 우리의 장한 선조들이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기 위하여 생명까지도 바치신 곳, 신자들이 함께 모여 숨어 사시던 곳, 신앙 때문에 포졸들에게 당당하게 잡히신 곳, 태어나신 곳 등 우리 신앙의 보물인 성지들을 순례하자고 권고하였습니다. '바오로의 해' 동안 우리 교구의 11곳의 성지를 찾으신 분들이 221,723명입니다. 또한 “복음화하는 친교의 공동체 건설”을 위해 소공동체 교육에 참여하여 교육을 마친 2,943명과 교육을 받고 있는 1,381명을 합하면 4,324명이 “말씀 선포”와 “증거의 삶“을 다짐하였습니다. 이분들은 이웃들과 함께 소공동체를 이루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에서 복음을 선포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입니다. 교구의 사목 방향에 따른 바오로의 해에 우리가 거둔 결실들입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지난 6월 19일인 예수성심 대축일부터 2010년 6월 19일까지를 “사제의 해“로 선포하셨습니다. 모든 신부님들의 주보이신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님의 선종 150주년을 맞아 성품성사를 받은 모든 사제들이 예수님의 뜨거운 사랑, 열정적인 마음을 본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선포하셨습니다. 사제들은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을 닮은 은혜로운 삶을 살고, 우리 신자들은 사제들을 자랑스러워하고 사랑하고 존경하며 신뢰하면서 사제들의 사목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하면서 고마운 마음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어제 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님의 글을 읽으면서 몇 차례 숨을 멈추었습니다. 요한 마리아 비안네 성인은 사제직을 인간에게 맡겨진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위대한 은총이자 임무라고 말했습니다. “사제는 얼마나 위대합니까!… 사제가 자신이 누구인지 안다면 죽고 말 것입니다. … 하느님께서 사제의 말을 따르십니다. 사제가 몇 마디하면 그 말을 따라 주님께서 하늘에서 내려 오셔서 작은 성체 안에 머무르십니다.” 또한 요한 비안네 성인께서는 자신의 본당 신자들에게 성사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성품성사가 없다면 우리는 주님을 모시지 못할 것입니다. 누가 주님을 감실 안에 모십니까? 사제입니다. 여러분이 삶을 시작할 때 여러분의 영혼을 받아 준 사람이 누구입니까? 사제입니다. 여러분의 영혼에 자양분을 주고 그 여정에 힘을 실어주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사제입니다. 여러분의 영혼이 하느님 앞에 나아가도록 준비해 주고 마지막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씻겨 주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사제입니다. 언제나 사제입니다. 그리고 그 영혼이(죄의 결과로) 죽게 될 때 그 영혼을 부활시키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그 영혼의 고요와 평화를 되찾게 해주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또한 사제입니다. … 하느님 다음에는 사제가 모든 것입니다! … 오직 하늘에 오르고 나서야 사제는 자신의 신원을 온전히 깨닫게 될 것입니다.”5) 이 거룩한 사제의 사제다운 마음에서 나온 이 말씀이 지나친 것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말씀은 성인께서 성품성사에 대해 지녔던 높은 존중을 보여 줍니다. 성인께서는 무한한 책임감에 짓눌렸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지상에서 사제의 신원을 온전히 깨달을 수 있다면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죽게 될 것입니다.… 사제가 없다면 우리 주님의 수난과 죽음도 아무 소용이 없게 될 것입니다. 지상에서 구원 사업을 계속하는 이는 사제입니다. … 집에 보화가 가득 차 있다 하여도 그 문을 열 사람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사제는 하늘의 보물 창고를 여는 열쇠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 문을 여는 이가 사제입니다. 사제는 좋으신 주님의 청지기입니다. 주님의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20년간 본당에 사제가 없다면 본당 신자들은 결국 짐승을 숭배하게 될 것입니다. … 사제는 자신을 위한 사제가 아닙니다. 그는 여러분을 위한 사제입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사제의 해는 바오로의 해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사제들이 바오로 사도께서 지니셨던 마을을 닮으며, 특별히 요한 마리아 비안네 성인 사제를 본받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 인도 뉴델리에 간디의 무덤이 있는데, 무덤 입구에는 간디가 예언하였던 ‘일곱 가지 사회악’이라는 글이 돌에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흔히 ‘국가가 멸망할 때 나타나는 일곱 가지의 사회악’으로도 불리는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富),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 없는 상업,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종교.” 우리의 현실을 너무 잘 표현하고 있기에 마음이 씁쓸하고 답답해져 옴을 느낍니다. 경제를 살리고 국민을 잘살게 해주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큰 희망을 걸었는데, 이 대통령이 펴는 어설프고 설익은 정책들이 나라 근간을 흔들면서 국민들에게 큰 불안감과 실망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국민을 위하여 (시정을 하려면) 생명과 가치를 존중하는 철학과 비전이 있어야 하는데, 실용을 앞세운 경제 논리로 혼란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국가가 특별히 돌봐야 할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이 더 큰 고통과 어려움으로 내몰리면서, 사회적인 약자들이 살아갈 자리가 점점 더 좁아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들의 눈물을 씻어주기는커녕 더 어렵게 만들고 억울한 사람들이 늘어만 갑니다. 대통령이 되어 1년 몇 개월이나 되었는데도 경제는 밑바닥에서 헤매고 있고, 법만을 강조하면서 자신들의 잣대로 모든 것을 판단하여 검찰과 경찰, 국정원의 기세가 당당한 공안정국이 계속되어 민주주의는 역행하고 있습니다. 남과 북은 다시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습니다. 국민을 섬기고,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무조건 따라오라는 일방적인 통치만 있을 뿐입니다. 대통령이 권위는커녕 놀림감이 되고 있으며, 도덕적으로도 힘을 잃었고,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한 정부처럼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나라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긴 사회 각 분야의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더 이상 둘 수 없다면서 성명서가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새로운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나라의 곳곳에서 새로 임명된 사람들은 대통령의 사람이고, 그 측근인 누구와 연결되어 있고, 지난 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하였다는 등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버젓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내가 아는, 나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골고루 전국 각지의 능력있는 사람들이 봉사할 수 있도록 인재를 찾아서 과감하게 맡겨야 합니다. 부자들에게는 세금을 깎아주는 등 많은 혜택을 주면서, 어렵고 고통받는 사회적인 약자들을 위한 예산은 줄고 있습니다. 부자만을 위한 대통령입니까? 특별히 후손들에게 넘겨주어야 할 삼천리 금수강산 대한민국을 망가지게 하는 4대강 정비사업을 국민들은 대운하로 믿고 있습니다. 이처럼 거대한 나라의 운명이 걸린 사업을 시행하는데 계획도 부실하고, 반대자들의 의견은 듣지도 않으며, 발표할 적마다 드는 예산도 몇 조씩 늘어만 갑니다. 행정종합복합도시(세종시)도 지난 정부에서 계획하였고, 법을 통과시켰으며, 이 대통령도 그대로 하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대통령의 신뢰에 큰 문제가 생깁니다. 대통령께서 신뢰를 잃을 적에 모든 불행한 일들이 생깁니다. 북한과의 대화를 바로 시작하셔야 합니다. 6.15 남북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점진적으로 실행하겠다는 자세만 보이면 남과 북 사이의 대화는 시작될 것입니다. 길도 뚫어 놓았고, 철도도 연결하였으며, 비행기 길과 뱃길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왕래는 계속하여야 합니다. 특별히 지도자를 잘못 만나 고생하는 북한 주민들을 위하여 인도적 차원의 식량과 농사를 위한 비료 지원을 하여야 합니다. 이 대통령님께 모든 이에게 귀가 열려있는 새로운 정치를 하시기를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기회가 항상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때가 늦기 전에 새로운 마음으로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이 되시길 바라고 기도드립니다. 말없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 대통령님께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잘 하기를 바라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다라고 있다는 사실도 알기를 바랍니다. 지금처럼 국민들에게 봉사가 아닌 통치를 한다면 어떤 불행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 성 바오로 탄생 20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희년을 마감하면서 우리 함께 다짐합시다. 매우 혼란스런 우리 사회에서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을 실천하여 빛이 되고 소금과 누룩의 역할을 하여야 합니다. 어려운 우리 이웃들에게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는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성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카리스마가 개인적 장신구로서가 아니라 공동선을 위하여 주어지는 것이라면 받은 카리스마를 시기하지 않고, 자랑하지 않고, 교만하지 않고, 무례하지 않고, 사욕을 품지 않고, 성을 내지 않고, 앙심을 품지 않고, 불의를 보고 기뻐하지 않는 사랑에, 오래 참고 친절하고 진리를 보고 기뻐하고, 모든 것을 덮어주고, 모든 것을 믿고 바라고 견디어 내는 그 사랑에 종속시키는 것입니다. 오직 사랑만은 가실 줄을 모릅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의 변함없는 목표가 되어야 하는 더 뛰어난 길, 더 높은 길, 가장 좋은 길은 “사랑을 추구하는”(1코린 14,1) 것입니다. 성 바오로 사도의 열정을 본받읍시다. 고맙습니다. 오세택2009.06.30
![[성경속 동식물]79-거룩한 향료 유향](//cpbc.co.kr/CMS/newspaper/2008/01/rc/235905_1.1_titleImage_1.jpg)
[성경속 동식물]79-거룩한 향료 유향동방박사들이 가져온 선물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유향은 올리브과에 속하는 유향나무의 수액을 건조시켜 만든 약재다. 유향나무는 키가 3~10m로 자란다. 줄기나 가지에서 자연분비되는 액은 고무처럼 말랑하고 투명하며 동그랗게 방울이 진다. 이 액이 공기에 닿으면 굳어져서 광택이 나며, 마찰하면 가루가 나와 백색 반투명체가 된다. 유향의 색깔은 흰색, 황색, 황갈색 등이며 백색유향이 가장 좋은 것으로 꼽힌다. 줄기에서 유백색 액이 나오는 모양이 젖과 같아 유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훈향료나 향수의 재료로 쓰이며 한의학에서 몰약과 배합해 사용하기도 한다. 약성은 온화하고 독이 없으며 맵고 쓰다. 기혈을 잘 돌게 하고 진통효과가 뛰어나고 관절의 동통을 다스리는 약재로도 쓰인다. 로마의 황제 네로가 왕비 포파에아의 장례식 때 도시 전체가 1년 동안 쓸 양의 유향을 썼다는 이야기가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 종교의식에 사용했으며 유다인 성전에서는 방향제로 쓰였다. 시바의 여왕이 솔로몬왕의 총명함을 듣고 그를 만나러 올 때 많은 유향을 바쳤다고 한다. 유향 향기를 흡입하면 고요하고 안정된 침착한 상태가 된다고 해 옛날부터 치료제로 쓰였다. 유향은 몰약과 함께 이스라엘 백성뿐만 아니라, 이집트에서도 옛날부터 귀하게 쓰인 향료로도 값비싼 무역품이었다. 유향은 오늘날도 정교회의 종교의식에서 향료로 쓰고 있다. 유향은 별을 따라서 아기 예수를 찾은 동방박사들이 몰약과 함께 가져온 선물로도 유명한데 귀한 향료로 성경에 여러 번 등장한다.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마태 2,11). 몰약은 장례 때 방부제로 쓰였지만, 유향은 제사의식의 분향제나 화제, 소제에 쓰이는 거룩한 향료로 사용했다(레위 2,1-2). 안식일에 드리는 이스라엘 자손을 위한 영원한 언약의 빵 위에 정결한 유향을 두어 기념물로 삼기도 했다(레위 24,7). 야훼의 장막 안 증거궤 앞에 두는 지극히 거룩한 가루향을 만들 때에 유향을 섞어 만들게 해서 그 향기를 가장 거룩한 것으로 다루었다(탈출 30,35-36).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이 거룩한 가루향의 배합법을 알려주시며 거룩하게 다룰 것을 명하신다. 또한 개인적으로 사사로이 향기를 즐기려는 사람은 자기 백성에게서 잘려 나갈 것이라고 경고하신다(탈출 30,34-38). 그 정도로 유향을 귀중하게 여겼던 것이다. 또한 거룩한 유향은 죄악을 생각하게 하는 제물에는 쓰면 안 되는 것이었다(민수 5,11-15). 유향은 성소에 쓰는 기물이나 제물들과 함께 귀중한 보물처럼 다뤘다(1역대 9, 29-30). 이스라엘에서는 생산되지 않아 더욱 귀했던 유향은 다른 나라에서 비싼 값을 치르고 사와야 했다. 그래서 이스라엘인들은 유향을 귀한 선물이나 진상품으로 올리기도 했다(창세 43,11).cpbc2008.01.16
[성경 하루 한장 읽기 해설] 마카베오기 상, 하권유다인 항쟁 중심 인물 이야기우리는 모세오경을 읽고 나서 여호수아기부터 일련의 역사서 내지 전기 예언서들을 읽어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그 마지막인 '마카베오기'를 읽을 차례입니다. 상ㆍ하권 2권으로 이뤄진 이 책의 이름은 기원전 167년에 유다를 지배하던 시리아의 셀레우코스 왕조에 대항해 일어난 유다인 항쟁의 중심 인물인 유다의 별명인 '마카베오'에서 유래합니다. 뜻은 분명치 않지만 '원수를 때려 눕히는 망치'를 의미한다고 통속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① 저자와 저술 시기 마카베오기 상ㆍ하권의 저자와 저술 시기는 서로 다릅니다. 먼저 상권을 살펴보면, 저자는 분명치 않지만 유다교 전통과 문화를 지극히 존중하고 하스모네아 가문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유다인으로 여겨집니다. 상권이 로마에 대해 호의적이고 대사제 요한 히르카노스(기원전 134~104)에 관한 기사로 끝나는 것으로 봐서 기원전 140~100년 사이에 히브리어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는 히브리어 원본은 없고 그리스어와 라틴어 역본만이 남아 있습니다. 하권은 오히려 상권보다 먼저인 기원전 124~63년경(2마카 1,9 참조)에 이집트에서 그리스어로 저술된 것으로 보입니다. 저자는, 키레네 출신 유다인 야손이 유다 마카베오에 관한 기록과 전설 등을 모아 5권으로 저술한 내용을 1권으로 요약ㆍ편찬한 것으로 볼 때 그리스어 수사법에 매우 능숙하면서도 하스모네아 왕조에 비판적인 정통 유다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② 상ㆍ하권의 관계 마카베오기 상ㆍ하권은 둘 다 마카베오 시대를 다룬 역사서로서, 하느님 도움으로 유다 민족이 정치적 독립과 종교적 자유를 다시 획득하는 과정을 전해준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이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우선 상권은 알렉산드로스 시대부터 시작해 마카베오 형제 활동시기까지 약 40년간의 긴 시기(기원전 166~134/104년)를 다룬 반면, 하권은 대사제 오니아스 3세 때부터 니카노르의 패배까지 약 십여 년만 다루고 있습니다. 또 상권은 하스모네아 왕조를 지극히 옹호하는 반면에 하권은 극히 비판적입니다. 다시 말해 상권은 왕조의 정통성에 초점을 뒀지만 하권은 예루살렘 성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관점에서 이 두 책들은 마카베오 항쟁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③ 신학적 메시지 마카베오기에서 가장 두드러진 신학적 특성은 철저한 유일신 사상에 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이란 호칭 대신에 '하늘'(1마카 3,19.50; 4,10 등), '그분'(1마카 2,61), '당신'(1마카 7,37.41)이란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특성은 자비하시고 계약에 충실하신 하느님께 대한 믿음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을 절대로 버리지 않고 도와주십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카베오 형제들이 거둔 놀라운 승리는 그들의 용맹이나 군사력의 결과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이뤄주신 일이라고 마카베오기는 고백합니다. 그 밖에도 마카베오기는 엘아자르와 일곱 형제의 순교 장면을 자세히 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이 책은 구약성경에서 처음으로 순교신학과 의인의 부활사상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④ 구조와 내용 △마카베오기 상권은 다음과 같이 다섯 부분으로 구분됩니다. ㉠ 1마카 1,1~64 : 머리말. ㉡ 1마카 2,1~70 : 저항운동을 시작한 마타티아스. ㉢ 1마카 3,1~9,27 : 유다 마카베오의 항쟁과 승리. ㉣ 1마카 9,28~12,53: 새 지도자인 요나탄의 승리. ㉤ 1마카 13,1~16,24 : 영구적 지도자가 된 시몬. △마카베오기 하권 역시 다섯 부분으로 구분됩니다. ㉠ 2마카 1,1~2,18 : 이집트의 유다인들에게 보내는 편지. ㉡ 2마카 2,19~32 : 저자의 머리말. ㉢ 2마카 3,1~4,50 : 대사제직의 타락. ㉣ 2마카 5,1~7,42 : 안티오코스 4세와 그리스화 운동. ㉤ 2마카 8,1~15,39 : 유다 마카베오의 승리와 성전 재봉헌.남정률2008.01.16
[사목일기] 행복하여라,가난한 사람들임용환 신부(서울 삼양동선교본당 주임)"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루카 6, 20). 1988년 9월, 사병 제대를 그야말로 무사히 마치고, 성소국장 신부님께 제대 신고(?)를 하고, 신부님의 소개로 찾아간 곳이 빈민사목위원회였다. 그렇게 빈민사목과의 인연은 시작됐고, 빈민사목을 하시는 신부님과 함께 금호동 전세방에서 살았다. 연탄불이 꺼지지 않게 잘 살피고, 가끔 밥도 하면서, 신부님과 함께 만났던 사람들이 천주교도시빈민회 회원들이었다. 거의 날마다 와서 신부님과 밤새 이야기했던 모습들이 기억난다. '세상에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가난한 지역에 들어와서 최소한의 생활비로 살아가면서 아기방, 공부방, 야학, 노동 등을 통해 빈민운동을 하는 사람들, 그러나 늘 웃음 짓는 얼굴로 지역사람들을 만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과 가까워지고 그들이 하는 모임에 같이 참여하면서 그들과 함께 계시는 하느님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생애에 잊지 못할, 그리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3개월을 보내고 복학하여 빈민사목에 관심 있는 동지(?)들을 모아 모임을 만든 뒤 신부님과 또 천주교도시빈민회원들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그 후 사제품을 받고 군종사목을 거쳐 정식으로 빈민사목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1999년이었다. 벌써 10년 세월이 흘렀다. 그 세월 동안 늘 내 머리를 맴돌았던 성경구절이 있다. 바로 위의 루카 복음 6장 20절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느님 나라를 차지하기 때문이라면 어떻게 물질문명의 이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의 삶을 살 수 있을까? 물질적 측면에서만 가난을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빼놓고 가난을 이야기할 수도 없다. 가난하면 떠오르는 성 프란치스코는 주님을 사랑하고, 주님께 가까이 다가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 가난의 길이라고 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삼양동, 33㎡가 채 안되는 공간에서 7명이 사는 가족, 음침하고 습한 지하 단칸방에서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 한부모 가정, 그들은 내 삶을 부끄럽게 만든다. 가난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늘 고민하게 한다. 이제 '이것이다'라고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조금은 알 것 같다. 왜 가난한 사람들이 행복한지를. 부족하고 없는 만큼 하느님께서는 채워주신다. 돈으로는 결코 살 수 없는 그 무엇을. 그리고 그 무엇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난 비록 가난하진 않지만 만일 내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면, 지금보다 하느님과 더 가까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조은일2009.08.11
[니하오 중국교회] 광풍에 쓰러지는 교회 서서히 빛을 잃어가는 중국교회 사람들은 중국에 '애국교회'와 '지하교회'라는 2개의 가톨릭교회가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중국 가톨릭은 하나다. 만일 두 개의 교회가 존재한다면 그건 가톨릭교회가 아니다. 애국교회의 정확한 명칭은 '애국회'다. 애국회는 중국 정부가 교회활동을 통제, 관장하려고 설립한 교회 내 조직일뿐이다. 반대로 지하교회는 정부 통제를 거부하고 사도좌와 일치하려고 애쓰는 신자들 무리다. 이 둘은 차라리 등록(공식)교회와 미등록(비공식)교회로 구분하는 게 쉬울지 모른다. 중국의 모든 예배장소는 정부에 등록해야 한다. 지상, 공식, 또는 정부 승인이란 말을 앞에 붙일 수 있는 교회는 모두 등록된 교회다. # "차라리 피흘리는 순교를 택하라" 중국 공산정부는 1950년대 교회를 교황청과 떼어 놓으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그리고 탄압과 회유, 애국회 설립 등을 통해 목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교황청은 애국회를 공산당의 정치도구로 간주해 단죄했다. "애국회는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교회 존립에 대한 위험이다. 중국 교인들은 애국회에 속하느니 차라리 피흘리는 순교를 택하라"고 촉구한 당시 피데스 통신(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소속) 논조가 교황청 기류를 전해준다. 사도좌의 뜻에 따라 순교를 각오하고 공산정부의 그늘에 들어가기를 거부한 사제와 신자들은 그때부터 고난의 길을 걷는다. 바야흐로 수모와 눈물의 지하교회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1950년대 후반부터 등록을 거부한 성당들은 상당 부분 몰수되거나 폐쇄됐다. 이 때문에 사목자와 신자들은 감시를 피해 가정교회 형태로 신앙생활을 이어나갔는데, 신자수가 점점 불어났다. 그러자 정부는 지하교회를 소멸하기 위해 성직자를 체포하고 활동거점을 폐쇄하는 등 강경책을 썼다. 이때 수많은 사제들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강제노동수용소로 끌려갔다. 지하교회 신부와 수녀들은 거의 모두 감옥이나 수용소로 끌려갔거나, 아니면 낙향(落鄕)해 집단농장에서 노동에 시달렸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도 지하교회는 나름대로 명맥을 유지했다. 정부가 탄압은 했어도 어느 정도 온건적 노선을 추구한 덕분이다. 하지만 1966년부터 10년간 중국 대륙을 휩쓴 문화대혁명은 그나마의 명맥마저 끊어 놓았다. 홍위병의 야만적 파괴 행위로 가톨릭은 물론 모든 종교가 죽고 묻혔다. 애국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 주교들을 자살로 몰아간 피의 광란극 중국 문화대혁명은 본래 소련의 레닌이 주창한 문화혁명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거리는 대자보와 전단으로 뒤덮이고, 20살 미만 청소년들로 조직된 홍위병들은 종이로 만든 삼각모자를 씌운 반혁명분자들을 끌고 다니다 살해했다. 그들은 상해의 장가수 주교를 끌어내 가슴에 '반혁명분자'라고 쓴 패를 달아 끌고 다니다 인민재판대에 세웠다.애국회 소속의 곽칙겸 주교와 종회모 주교는 홍위병으로부터 받은 수모를 견디다 못해 자살을 선택했다. 성당은 대부분 파괴되거나 봉쇄됐다. 또 상해의 성경 도매상에 침입해 성경을 불태우고, 미처 불태우지 못한 성경은 종이 재생공장에 보냈다. 성경과 성물을 숨기고 있던 그리스도교인 가정들도 큰 화를 입었다. 그들은 무슬림들에게 강제로 돼지고기를 먹이고, 코란을 소각하는 등 곳곳에서 입에 담기 어려운 광란극을 벌였다. 그들의 광란에 성경이 동이 나자 임복만 신부는 신약성서 5질을 베껴 신자들에게 나눠줬다. 또 만주에서는 교우들이 "성경을 마귀들에게 넘겨줄 수 없다"며 불태우자 홍위병들은 배교한 줄 알고 그냥 돌아갔다고 한다. 문화대혁명 광풍(狂風)은 1976년 모택동이 죽고 강청, 왕홍문, 장춘교, 요문원 4인방이 체포되면서 끝이 났다. 이 기간에 교회는 다시 일어서기 힘들 정도로 파괴됐다. 유형의 교회는 자취를 감추고, 신자들의 신음 섞인 기도소리만 새어 나오는 교회가 됐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김원철2008.12.09

사순기획 - 단식밥 대신 기도와 자선... 영혼을 살찌게 교회는 전통적으로 사순시기에 기도와 단식, 자선 등을 통해 부활을 더 잘 준비하도록 권하고 있다. 그 중 '단식'은 더 깊은 영적 수련의 여정을 이루도록 이끄는 그리스도교 전통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특히 올해 사순 담화에서 단식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단식에 대한 교회 가르침과 올바른 단식 방법을 살펴보고 단식한 사람들 경험담을 들어본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단식에 대한 교회 가르침참다운 단식, 하느님 뜻 실천하는 행동진실한 기도와 올바른 자선이 뒤따라야성경을 보면, 단식은 △하느님을 만날 준비를 위해(다니 9,3; 탈출 34,28) △죄의 용서를 구하기 위해(1열왕 21,27)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판관 20,26) △잇따른 불행에 대한 비통함을 표현하기 위해(바룩 1,5) 행해졌다. 고행하며 단식하자(에즈라 8,21)는 권고도 있다. 신약성경에서는 예수님이 율법은 지키면서도 마음은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바리사이들의 태도를 나무라면서 단식의 깊은 뜻을 직접 밝히기도 한다. "너희는 단식할 때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마태 6,16-18). 참다운 단식은 하느님 뜻을 실천하는 것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올해 사순 담화에서 "성경과 모든 그리스도교 전통은 단식이 죄로 이끄는 모든 것과 죄를 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며 "구원의 역사는 단식에 대한 권유로 넘쳐나며, 바실리오 성인 역시 '먹지 말라는 말씀은 단식과 금육의 법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선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회칙 「생명의 복음」(1995)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몸소 모범을 보이심으로써 기도와 단식이 악의 세력과 대항하는 첫 번째이며 가장 효과적인 무기임을 보여 주셨다(마태 4,1-11)"며 "기도하고 단식할 수 있는 겸손과 용기를 다시 찾음으로써, 고도의 의지력에서 나오는 힘으로 거짓과 기만의 벽을 무너뜨리자"고 권고했다. 교회는 단식과 관련지어 특히 자선을 강조한다. 구약에서는 단식을 이스라엘 민족 '영성의 초석'으로 여겼고, 아울러 진실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올바른 마음으로 행하는 자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토비 12,8).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단식은 기도의 영혼이며, 자선은 단식의 생혈이기에 기도를 한다면 단식을 하고 자선을 베풀라"는 베드로 크리솔로고 성인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또한 "스스로 단식을 하면 자신을 낮추고 어려움을 당하는 형제를 돕기 위해 나아가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정신이 우리 안에서 자라게 할 수 있다"며 신자들은 단식하는 동안 모은 것을 가난한 이에게 나눠 주도록 권유받고 있고, 특히 사순시기에 이런 관행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한국순교복자수녀회 외부회 회원들, 단식을 말하다한국순교복자수녀회 외부회 회원들이 단식에 관한 체험담을 나누고 있다.절제 통해 그분께로 가는 지름길단식 중 성경읽기, 묵주기도, 묵상 등 도움 한국순교복자수녀회의 평신도 가족인 외부회(회장 박효심) 회원들의 단식 경험담을 통해 단식에서 얻는 기쁨과 단식의 효능에 대해 들었다. 회원들은 한결같이 "단식은 자기 자신을 절제하게 하고, 하느님 뜻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가게 이끌어 준다"고 했다. 또 무절제나 탐욕, 시기심, 교만, 어리석음 등 자신의 악습들이 단식을 통해 극복될 수 있다고도 했다. 단식은 그만큼 자신을 다스려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박효심(클라라, 52, 춘천교구 퇴계본당) 회장은 "단식을 하지 않고서는 나 자신의 뜻을 하느님 뜻인 양 착각할 때가 있다"면서 "단식을 통해 자신을 낮출 때 하느님 뜻을 헤아려 응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단식을 제대로 하려면 진심 어린 기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내 아이가 밥도 거른 채 생떼를 쓰는데 들어주지 않을 부모가 어딨겠느냐"며 "사랑이신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자신을 낮추고 모든 육적 욕망을 억누른 채 청하는 기도를 기쁘게 받아들이실 것"이라고 했다. 정일송(베다, 64, 수원교구 상하 성모세본당) 봉사부장은 "'왜 먹지 않느냐'고 걱정하던 자녀들이 나중엔 그 뜻을 이해하게 됐다"며 "단식기도는 자녀들에게도 좋은 표양이 되며, 서로 위하는 마음이 자라나 가정이 더 화목해졌다"고 말했다. 박희정(에스델, 56, 서울 포이동본당) 총무는 "하루 한 끼를 굶는 단식과 모두 굶는 금식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면서 "단식(또는 금식) 일주일 전부터 하루 한 끼가량 식사량을 줄여가는 등 단계적으로 해야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단식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아울러 회원들은 단식 중에는 성경을 읽고 묵주기도와 십자가의 길 기도 등을 바치며 묵상할 것을 권했다. 불필요한 말을 삼가고 언쟁을 피하기 위해 침묵하며 회개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올바른 단식 방법 의학적으로도 단식은 건강한 이에게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무리한 단식이나 저체중 환자, 노인 등에게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사순시기 단식은 욕구를 억제하고 정신을 집중해 참된 기도생활을 위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단식 목표부터 세워야 한다. 사순시기 단식은 체중감량이나 질병 치료를 위한 단식과는 차이가 있는 만큼, 단식을 다이어트의 기회로 생각한다면 목표부터 잘못된 것이다. 단식 기간도 정해야 한다. 단식은 하루 한두 끼 가량 의도적으로 식사하지 않는 것이다. 하루 또는 그 이상 아무것도 먹지 않는 금식을 할 수도 있다. 다만, 자신의 신체조건과 건강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순시기 단식은 주 1회 한 차례 정도를 권한다. 이틀 이상 단식을 목표로 세웠다면 단계적인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단식 며칠 전부터 서서히 식사량을 줄여나가 전날에는 저녁을 거르거나 조금씩만 섭취해야 한다. 폭식은 금물이다. 이틀 이상의 긴 단식이라면 2~3일은 회복기를 두고 죽부터 서서히 섭취해야 한다. 또 단식 중에는 몸을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보다는 산책이나 스트레칭 등 혈액순환을 돕는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좋으며, 냉ㆍ온식 목욕도 건강에 이롭다. 그러나 지병이 있어 약을 먹어야 하거나 35㎏ 이하의 저체중, 어린이나 노인의 단식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맹광호(이시도르,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과) 명예교수는 "건강한 이에게 단식은 정신을 맑게 해 기도를 통해 하느님께 다가가도록 이끌어준다"며 "단식 중에는 두통이나 복통 등을 호소할 수도 있어 자신의 건강상태에 따른 올바른 단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이힘2009.03.03
![[성경속 동식물]78-결속력 강한 하이에나](//cpbc.co.kr/CMS/newspaper/2008/01/rc/235246_1.1_titleImage_1.jpg)
[성경속 동식물]78-결속력 강한 하이에나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하이에나는 얼룩점박이 하이에나, 줄무늬 하이에나 등 포유류 식육목(食肉目) 하이에나과 동물의 총칭이다. 털이 거칠고 앞발이 긴 편이며 꼬리에 털이 많고 귀는 둥글다. 발가락은 4개 있는데 발톱을 오므리지는 못한다. 큰 뼈를 부술 수 있는 튼튼한 이빨과 턱이 특징이다. 홀로 지내거나 쌍을 이뤄 생활하는데,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활동한다. 시속 65㎞정도로 달릴 수 있으며 후각, 청각이 뛰어나다. 구슬픈 소리와 사람과 비슷한 웃음 소리도 낸다. 하이에나 하면 흔히 다른 동물이 사냥한 고기를 빼앗거나, 먹고 남은 썩은 고기만 먹는 야비한 동물이라고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이에나도 무리를 지어 양, 염소, 어린 동물 등 힘이 약한 동물을 공격해 먹잇감을 얻는다. 다만 썩은 고기도 먹기에 청소부라는 별명이 붙게 된 것 뿐이다. 썩은 고기를 먹어도 식중독에 걸리지 않는 튼튼한 위를 자랑한다. 하이에나 중 가장 크고 용감한 얼룩점박이 하이에나는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전 지역에 분포한다. 암컷인 우두머리를 따라 집단 행동하는데 무리간의 결속력이 강하다. 그러나 우두머리가 죽으면 명령 체계가 무너져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단점이 있다. 줄무늬 하이에나와 갈색 하이에나는 얼룩점박이 하이에나보다 몸 크기가 작지만, 등과 목 부분에 거친 갈기가 있다. 갈색 하이에나는 남부 아프리카에 서식하며 털은 암갈색, 머리는 회색이며 다리에는 줄무늬가 있다. 모습이 얼룩 하이에나와 비슷하지만 귀 끝이 뾰족하다. 줄무늬 하이에나는 인도, 북아프리카, 동아프리카에 분포한다. 몸무게 27~54㎏ 정도의 소형이다. 사냥 방식은 일단 사냥감의 뒷다리나 항문 주변에 있는 급소를 물어뜯어 힘을 빼놓고 쓰러지기를 기다린다. 또 먹잇감을 좇아 수십 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함께 뛰면서 결국에는 잡아먹는 집요함이 있다. 하이에나가 잡은 고기를 사자가 가로채는 경우도 많다. 무리간 결속력이 뛰어나 때로는 사자들과 맞서 싸우기도 하는데 하이에나의 숫자가 많아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사자는 먹이를 놔두고 도망간다. 하이에나가 다른 동물의 먹이를 빼앗는 습성은 성경에도 잘 나타난다. "하이에나가 나의 소유를 탐욕스레 바라보느냐? 맹금이 내 소유를 치려고 둘러싸고 있느냐? 가서 모든 들짐승을 불러 모으고 그것들을 데려와 내 소유를 삼켜 버리게 하여라"(예레 12,9). 다른 동물과는 공존할 수 없는 무섭고 포악한 하이에나의 특성을 나타내는 대목도 있다. "하이에나와 개가 무슨 평화를 이루겠느냐? 또 부자와 빈곤한 이가 어찌 평화롭게 지내겠느냐?"(집회 13,18) 팔레스티나 지역에서 사람들이 하이에나를 어떤 동물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cpbc2008.01.09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 특집] 대화의 성사, 교회 본질이자 사명](//cpbc.co.kr/CMS/newspaper/2010/01/rc/322583_1.0_titleImage_1.jpg)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 특집] 대화의 성사, 교회 본질이자 사명교회일치에 관한 가톨릭교회 입장가톨릭신자라도 개신교회 다니는 친구가 한둘쯤은 있을 것이다. 같이 지내다보면 상대 교회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수 있는 법. 개신교와 개신교 신자들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지 난감한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18~25일)을 맞아 가톨릭이 아닌 그리스도교 형제 교단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톨릭교회 입장을 살펴본다. "그리스도의 몸도 하나이고, 성령도 한 분이십니다. 주님도 한 분이시고 믿음도 하나이며 세례도 하나이고, 만물의 아버지이신 하느님도 한 분이십니다"(에페 4,4-6). 성경 말씀처럼 모든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다. 그러나 에페소공의회(431)와 칼케돈공의회(451) 이후 동ㆍ서 교회로 분리된 교회는 16세기 종교개혁으로 또다시 신ㆍ구 교회로 나눠졌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 이전 교황 수위권을 인정하지 않는 모든 형제 교단들을 이단시하던 가톨릭교회가 교회일치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세기 후반에 들어서서다. 교황 레오 13세(재위1878~1903)는 동방교회와 개신교회를 각각 지칭하던 이교자(schisma)와 이단자(haeresia)를 '갈라진 형제'로 바꾸고, 갈라진 형제들과 화해를 위한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를 시작했다. 이는 가톨릭 이외 그리스도인들을 보는 시각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교회일치 운동의 실질적 출발이나 마찬가지다. 교황 비오 12세(1939~1958)는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공동 신앙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갈라진 형제들을 가톨릭교회와 가까운 이웃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갈라진 형제들에게 사회정의와 세계평화 같은 공동선을 위해 협력할 것을 요청함으로써 가톨릭교회가 교회일치 운동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이끌었다. 그러나 교회일치를 개신교 신자들이 가톨릭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정의하는 등 가톨릭교회에 일방적으로 치우친 교회일치라는 비판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교황 요한 23세와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회일치 운동을 결정적으로 촉진시킨 이는 교황 요한 23세(1958~1963)였고, 교회일치 운동의 분수령이 된 것은 그가 개최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였다. 가톨릭교회는 공의회를 거쳐 세상과 대화를 시작한 것은 물론 형제 교단들에게도 문을 활짝 열었다. 요한 23세는 1959년 첫 회칙 「베드로좌를 향하여」를 통해 교회일치를 위한 활동을 보장하고, 1960년에는 '그리스도교 일치사무국'을 설치했다. 또 잇따라 펴낸 회칙 「어머니와 교사」(1961), 「지상의 평화」(1963)에서도 교회일치에 각별한 관심을 표명했다. 교황 바오로 6세(1963~1978)가 공의회 제2회기 개막식(1963)에서 행한 아래 연설은 형제 교단을 대하는 가톨릭교회 자세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실감케 한다. "…우리에게 분열의 책임이 있다면 가톨릭교회는 하느님뿐만 아니라 우리에게서 상처를 받았다고 느끼는 갈라진 형제들에게도 용서를 청합니다. 우리 편에서는 가톨릭교회가 받은 피해를 즐거운 마음으로 용서하고 오랜 기간 분쟁을 통해 받은 고통을 잊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가 참다운 형제적 평화를 되찾도록 해주셨으면 합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나온 '일치운동에 관한 교령' 「일치의 재건」(1964, 이하 일치교령)은 교회일치 운동에 분수령이 되는 기념비적 문헌이다. 교회는 이후 일치 운동의 교과서가 되는 일치교령을 통해 일치운동의 목적을 '모든 그리스도인들 사이의 일치를 회복하는 것'으로 새롭게 정의하고, 일치운동에 관한 가톨릭의 원칙과 비전을 제시했다. 또 일치운동은 가톨릭교회 구성원 모두가 실천해야 하는 의무이며, 참된 일치운동에 필요한 그리스도인의 자세는 내적 회심이라고 강조했다. 교회일치를 위해 일치교령이 제시한 실천 과제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교회 쇄신 : 가톨릭교회의 현재 상태가 완전한 것이 아니므로 끊임없이 새롭게 가꿔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먼저 쇄신하려고 노력할 때 다른 교단과 대화도 가능하다. △다른 교단에 대한 올바른 이해 : 다른 교단과 일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교회가 왜 분열했는지, 그리고 분열의 결과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대화의 자세 : 다른 교단과의 진지한 대화를 통해 상대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를 공격하거나 설득해 우리 쪽으로 끌어 오려고 하기보다는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화해야 한다. △공동 노력 : 진정한 일치를 위해 함께 기도하거나 사회활동 분야에서 함께 활동하는 것이 요청된다. 사회에서의 공동 노력이 이론적 대화보다 더 유익할 수 있다. ▨교회일치, 인류 평화의 초석 가톨릭교회에서 교회일치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의장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2006년 7월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강의를 통해 가톨릭교회 교회일치 운동의 원칙과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교회일치 운동은 미래 교회를 건설하는 초석 가운데 하나로, 교회가 문화간 민족간 충돌 가운데에서 화해와 평화와 일치의 표징이자 도구가 되게 하는 초석"이라며 교회일치 운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하느님과 인간이 나누는 대화의 성사, 또 인류가 서로 나누는 대화의 성사는 교회의 본질이며 사명일뿐 아니라 오늘날 새 그리스도인 공동체들을 만나고 있는 교회의 새로운 여정이다. 현대의 교회는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이는 교회 자신이 영적으로 쇄신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한다. 교회는 이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성령 강림의 은사를 받아들이고, 성령께서 머무시는 거처인 교회의 본성을 더욱 완전하고 깊게 실현할 수 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남정률2010.01.12

바오로 해 결산(상)한국 교회, 바오로 영성으로 얻은 활기 지속시켜야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성 바오로 탄생 2000주년을 기념해 선포한 '바오로 해'(2008년 6월 28일~2009년 6월 29일) 폐막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바오로 사도의 신앙과 영성을 본받고 교회 일치와 화합을 위해 노력할 것을 권고한 교황의 뜻에 따라 한국교회는 다양한 노력을 펼쳤고, 또 풍성한 열매를 맺었다. 한국교회의 바오로 해를 활동과 문화 분야로 나눠 두차례에 걸쳐 돌아본다. ▨교구별 움직임한국교회 바오로 해는 교구별로 바오로 해 개막일인 지난해 6월 28일 개막미사를 봉헌하고, 바오로 사도처럼 복음을 증거하는 삶을 살 것을 다짐하는 것으로 막을 올렸다. 정진석(서울대교구장) 추기경은 명동성당에서 봉헌된 서울대교구 개막미사에서 "영성이 부족한 이 시대에 바오로 사도의 영성을 본받아 한국교회가 새 모습으로 태어나기를 기원한다"며 바오로 해가 교회 안의 잔치가 아닌 우리 사회 생명과 진리, 기쁨과 희망의 잔치가 되길 간구했다. 바오로 해를 맞아 교황청 내사원이 신자들에게 특별 전대사를 수여한다는 교령을 반포함에 따라 전국 교구는 먼저 전대사를 받을 수 있는 바오로 해 순례 성당과 성지를 지정하고, 신자들에게 전대사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렸다. 전국 교구가 바오로 해를 맞아 펼친 활동 가운데서 특징적인 것들을 추려보면, 서울대교구는 명동ㆍ절두산ㆍ중림동약현 등 9개 성당을 순례 성당으로 지정한 데 이어 바오로 해를 올바로 지내도록 돕는 소책자 「사도 바오로와 함께-바오로 해 묵상과 기도」를 펴냈다. 또 바오로의 삶과 신앙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보 성지순례와 바오로서간 읽기 및 쓰기 등을 적극 권장했다. 대구대교구는 성바울로성당과 관덕정 순교기념관, 성모당을 중심으로 매월 미사와 유해 참배 등 행사를 통해 신자들에게 바오로의 숨결을 불어넣는 데 힘썼다.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가 '일어나자! 사도 바오로처럼'을 주제로 지난해 10월 대구 성김대건기념관에서 개최한 바오로 청년대회는 젊은이들에게 사도 바오로의 사명을 이어받아야 할 미래 주역임을 확인시켜줬다. 광주대교구는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바오로 서간 필사 운동을 전개한 뒤 11월에 필사 노트 전시회를 가졌고, 3월에는 권역별로 '바오로 사도가 살아간 십자가의 길'을 주제로 권역별 특강을 가졌다. 아울러 「사도 바오로와 함께하는 성경산책」과 「사도 바오로와 함께하는 신앙여정 30일」을 발간했으며 지난 5월에는 바오로 해 성경 경시대회를 열어 바오로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바오로 해를 알차게 보낸 교구로 수원교구를 빼놓을 수 없다. 바오로 해 누리방을 별도로 개설한 수원교구는 대리구별로 특징을 살려 다양한 사업들을 전개했다. 미사 전후에 바오로 서간 듣기(용인대리구)ㆍ본당 순회 바오로학교 개설 및 선교 고리기도(안양대리구)ㆍ성가정상 축복식 및 순회기도(안산대리구) 등이 대표적이다. 의정부교구는 바오로 해를 올바로 보내도록 이끄는 신앙지침서 「성년을 살다」를 발간하고, 본당 사목위원과 선교위원들을 대상으로 지침서 활용을 위한 교육을 실시했다. 청주교구는 본당별로 바오로 서간 필사자를 시상하는 등 특별히 가정에서의 바오로 서간 맛들이기와 필사에 전력을 쏟았다. 또 교구가 개설한 '바오로 영성과 선교 강좌'에는 170여 명이 참여하는 성과를 거뒀다. 청주교구와 마찬가지로 바오로 서간 필사를 독려한 대전교구는 바오로 서간에 간단한 설명을 곁들인 필사 노트를 제작ㆍ배포하기도 했다. 전주교구장 이병호 주교는 발품을 아끼지 않았다. 이 주교는 교구 각 본당을 돌면서 바오로 해 특강을 실시하며 미사를 봉헌했다. '바오로 사도의 영성, 바오로를 따라 그리스도를 향하여'라는 표어를 내건 특강은 신자들이 사도 바오로의 삶과 영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마산교구는 △지역별 바오로 사도 영성 특강 △연극제 및 문화 행사 △바오로 서간 성경 퀴즈 및 암송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로 바오로 해 불씨를 이어나갔다. 바오로를 적극 알리면서 '바오로'라는 본명으로 세례를 받도록 한 군종교구 사례도 눈길을 끈다. 이밖의 다른 교구들도 바오로학교 강좌, 책자 발간, 일일 피정, 신심미사 등의 방법으로 바오로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면서 바오로 해를 풍요롭게 만들었다. ▨바오로 가족과 바오로 해사도 바오로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한국 바오로 가족들(성바오로 수도회ㆍ성 바오로딸 수도회ㆍ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ㆍ선한 목자 예수 수녀회ㆍ예수 사제회ㆍ성 마리아 영보회ㆍ성가정회)은 바오로 해 개막에 앞서 지난해 1월 서울 성 바오로딸 수녀원에서 바오로 해 준비미사를 봉헌한 데 이어 개막 당일에는 서울 미아3동성당에서 '성 바오로 탄생 2000주년 특별희년 바오로 해 개막미사'를 봉헌하며 바오로 해를 열었다. 한국 바오로 가족 수도회는 현대적 분위기와 어울리는 '사도 바오로 캐릭터'(사진)를 제작, 바오로 해 폐막일까지 한국교회 모든 단체와 개인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35쪽 분량의 「성 바오로께 드리는 9일 기도」 책자를 비매품으로 발간하고, 사도행전과 바오로 서간 쓰기 노트를 제작하는 등 많은 이들이 사도 바오로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정성을 쏟았다. 한편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는 수녀회 한국 진출 120주년과 바오로 해를 동시에 맞아 지난해 1월 '첫 선교사 수도자들을 기억하며 사도 바오로의 영성을 닮아가는 해'를 선포하고, 사도 바오로의 영성을 본받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평화방송ㆍ평화신문의 기념사업 평화방송ㆍ평화신문도 사도 바오로의 삶과 사상, 선교 정신을 기리는 다양한 기념사업을 펼쳤다. 국내 처음으로 시각장애 청소년 5명이 포함된 순례단을 꾸려 지난해 6월 '마음으로 걷는 터키 성지순례'를 다녀왔고,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3차례에 걸쳐 총 52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사도 바오로의 발자취를 쫓는 '터키-그리스 크루즈 성지순례'를 실시했다. 또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와 함께 지난해 9월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바오로 선교의 한국적 적용'이란 주제로 바오로 해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사도 바오로를 성서학과 선교학 관점으로 재조명하면서 한국교회의 21세기 선교 비전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별히 평화신문은 사도의 생애와 사상, 영적 유산 등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도 바오로 관련 특별기획 시리즈를 연재함으로써 바오로 해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평가와 과제 한국교회 바오로 해는 사도 바오로를 새롭게 인식하게 하면서 한국교회에 신앙의 역동성을 불어넣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불어 바오로 해 폐막으로 바오로 해를 끝낼 것이 아니라 사도 바오로의 선교 정신을 끊임없이 되살림으로써 바오로 해 정신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 바오로 가족 수도회 '바오로 해' 추진위원장 서영필(성바오로 수도회) 신부는 "지난 1년간 바오로 서간 필사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바오로 사도의 열정과 생명력을 본받고, 선교에 적극 나설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긍정적 결과"라며 "바오로 해가 끝나더라도 바오로 서간 읽기와 필사 등을 꾸준히 함으로써 바오로의 열정적 신앙과 영성을 계속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병철(서울대교구 사무처장) 신부는 "복음 선포는 끝이 없기 때문에 바오로 해는 지속돼야 한다"면서 "사도 바오로가 우리 안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오로 해가 우리에게 남겨주는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사도 바오로가 보여준 그리스도께 대한 '확신과 열정'을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한 출발 시간은 바로 오늘"이라며 항상 바오로 해 정신으로 살아갈 것을 촉구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남정률2009.06.16

시각장애인들, 신앙에 눈뜨도록 기여서울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회 30주년1980년대 중반 서울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회 회원들이 버스기사들에게 부활달걀을 나눠주며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안내방송을 해줄 것을 부탁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시각장애인들 신앙의 등불 역할을 해온 서울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회(회장 윤재송 시몬)가 올해로 설립 30돌을 맞았다. 선교회는 부활절인 1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선교회에서 김운회(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주교 주례로 3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기념식을 마련한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선교회를 이끌어오는데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김원석(바오로) 회원을 비롯한 회원과 봉사자, 후원자를 시상하고 역대 회장단에게 공로패를 전달할 예정이다. 또 30주년을 기념해 14~16일 제주도로 피정을 가는 한편, 7월에는 30년사도 발간해 선교회의 역사를 한데 모으고 40주년, 50주년으로 나아가는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다. 윤재송 회장은 "30주년을 맞아 시각장애인 사제를 양성하는 것이 큰 목표 중 하나"라며 "이를 위해 오는 7월 미국의 시각장애인 사제 로렌스 길릭(Lawrence Gillick, 예수회) 신부님을 초빙해 강연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각장애인선교회는 교구 사회복지회장 신부가 지도를 맡고 있으며 상주사제는 없다. 1979년 4월 13일 성금요일에 살레시오수도원에서 22명의 시각장애인 신자들이 모여 창립한 '가톨릭맹인선교회'는 점자회보 '글로리아'와 점자 공동체 성가집 '글로리아 성가집'을 발간하는 등 신앙공동체 형성해오던 중 1981년 2월 1일 서울시 중구 명동 2가 1번지 서울대교구 사회사목센터에 사무실을 개설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주일미사를 마련했다. 이후 가톨릭 녹음도서관 개관(1982년 9월 25일), 가톨릭 맹인선교회 후원회 발족(1983년 4월 15일) 등 꾸준히 성장한 선교회는 각 교구에 선교회 창립을 도왔다. 사회복지법인 하상복지회를 인가(1989) 받고, 하상장애인종합복지관을 개관(1993) 했으며, 2004년 선교회 이름을 '서울 가톨릭 시각장애인선교회'로 바꿨다. 선교회는 특히 점자 새 성경 보급(2006)과 점자 전례서(기도서ㆍ성가집) 출판(2008), 온소리 LOGOS 1.0(점자정보단말기용 소프트웨어, 성경ㆍ기도서ㆍ성가 수록) 개발 보급에도 앞장서 시각장애인들 신앙생활을 돕고 있다. 윤 회장은 "선교회가 3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결같이 선교회를 사랑해준 회원과 봉사자, 후원자 덕분"이라며 "30주년을 계기로 선교회가 서울뿐 아니라 전국의 시각장애인의 복음화와 복지 증진에 더욱 적극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선교회 등록회원은 450여 명이며 후원회원 1000여 명, 봉사자 1000여 명(연간)이 활동하고 있다. 4개의 쁘레시디움이 활동 중인 레지오 마리애와 빈첸시오회, 성령기도회, 파티마의 세계사도직 등 사도직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cpbc2009.03.31

한국평협 사제의 해 기념 학술포럼언어학, 음악 등 새로운 시선으로 최양업 신부 조명땀의 순교자 최양업 신부 서품 160주년사제의 해 기념 학술 포럼 9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땀의 순교자 최양업 신부 서품 160주년 및 사제의 해 기념 학술포럼'은 순교사와 역사, 생애 중심에서 벗어나 언어학이나 음악 등 새로운 관점에서 최 신부를 조명해 신선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지정토론이 없었음에도 참석자들은 질의응답을 통해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한 음악학자는 "최양업 신부님의 생애와 영성, 사향가에 대한 연구가 너무 언어학적이거나 음악적인 분야에 치중한 게 아니냐"고 우려를 나타냈을 정도다. 포럼을 주최한 한국평협 한홍순(토마스) 회장은 "최 신부님의 생애와 업적에 대한 젊은 학자들의 새로운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는 것은 교회 차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발표내용 요약. 정리=이힘 기자lensman@pbc.co.kr▨기조연설최양업 신부의 신앙과 삶 - 장봉훈 주교(청주교구장) 최양업 신부의 신앙과 삶은 한국교회 모든 사제에게 본보기가 된다. 최 신부는 한국 천주교회사와 교의사(敎義史), 한국교회 토착화와 국문학사에도 큰 업적을 남겼다. 박해로 쓰러져가는 한국교회를 재건한 분이라고 여길 수 있다. 최 신부는 1847년 부제 때 홍콩에서 「기해ㆍ병오박해 순교자들의 행적」을 라틴어로 번역한 뒤 성경말씀(1코린 1,22-24)을 인용해 손수 만든 다음과 같은 기도를 첨부했다. 이 기도에는 그의 신앙과 영성이 함축돼 있다. "다른 이들은 서로 영광을 찾겠지만, 제게는 모든 영광이 주님의 십자가의 능욕 안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순교자들의 왕이신 주님! 영원으로부터 감추어진 십자가의 권능과 지혜를 제 마음에 부어주시어…현세에서는 전우가 되게 하시고, 후세에서는 공동 상속자가 되게 하소서. 아멘." 삶의 중심이 '예수 그리스도'였던 최 신부는 '길의 사도요, 땀의 증거자'로 불린다. 그의 일곱 번째 편지에서 이같은 사실이 드러난다. "저는 조선에 돌아온 후 한번도 휴식을 취하지 못했습니다. 언제나 시골 방방곡곡을 돌아다녔습니다. 중국에서 서울까지(2000여 리) 여행한 것 (걸어서) 말고도, 1월부터 지금까지 거의 5000리를 걸었습니다." 1851년에 쓴 여덟 번째 서신에서는 최 신부의 착한 성품을 엿볼 수 있다. "1839년 박해 때 얼마나 많은 신자가 기아와 추위 때문에 죽었는지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 당시 그들이 겪은 이야기를 들을 때 계명준수를 저지하고 싶은 고민으로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집니다." 최 신부는 신자들 고통이 자신과 부모 형제의 아픔처럼 느껴져 마음이 찢어졌던 착한 목자였다. 나 자신도 반성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최 신부님과 같은 사제가 10명만 있다면 교회가 달라질 것이라 믿는다. 한국교회는 최 신부 선종 5년 뒤인 병인박해(1866년) 때 8000명이 넘는 순교자를 배출한다. 순교는 신앙의 꽃이며 깊은 믿음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 순교의 믿음을 불어넣어 주신 분이 바로 최양업 신부라고 확신한다.▨주제발표1최양업 신부의 사향가에 나타난 선조들의 신앙과 영성류한영 신부(주교회의 시복시성특위 총무) 사향가는 실제로 읊었던 노래다. '어화 벗님네야'로 시작해 '대부모를 보사이다'로 끝맺는다. 800여 행 긴 사향가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결국 '천당 길을 바로 찾아 대부모를 만나보자'는 것이다. 여기서 대부모는 하느님을 호칭하는 가장 한국적 표현이다. 사향가는 지상의 삶은 근본적으로 하느님 나라를 향한 순례 여정임을 드러내고 있으며, 선조들의 신앙과 토착화 영성이 담겨 있다. 신앙인의 참된 고향은 천당이며, 이 세상은 천당에 이르는 한 과정이며 동시에 덧없는 공간이기도 하다. 사향가는 하느님의 안배에 따라 강생구속의 진리를 겸손히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신앙인은 회개의 삶을 산다고 했다. 믿음에 뿌리를 둔 사람만이 세 가지 원수(세속의 허영과 육신의 욕망, 악의 유혹)와 일곱 가지 도적(교만과 질투, 탐욕, 분노, 인색, 방탕, 게으름)에 대적해 천당 길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신앙 선조들은 향주삼덕(믿음, 희망, 사랑)과 일곱 가지 덕행(겸손, 자애, 절제, 인내, 자선, 정결, 근면)을 키우는 것이 영적 싸움의 핵심 전략임을 사향가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신앙인들은 천당 가는 싸움을 위해 군비(기도와 영세, 성경 등)를 갖추고 하늘나라의 참 도리를 깨달아 천당길로 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주제발표2언어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천주가사조원형 박사(서울대 언어학과) 천주가사 중 가장 널리 전파된 사향가는 서양음악의 대표적 악곡 형식인 소나타 형식과 같은 텍스트 구조를 지니고 있다. 언어학적 관점에서 보면 '세속과 고향(천당)의 대비'와 '고향 가는 법'이라는 두 주제를 연달아 제시하고 전개부에서 다양한 소재로 두 주제를 상세히 풀고서 재현부에서 다시 원래 주제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음악에서 소나타 형식과 매우 유사하다. 소나타 형식은 주제를 극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데, 서양음악이 보급되지 않던 19세기 조선에서 이같은 텍스트 구조를 고안해 교리를 조리 있게 설파했다는 것은 사향가 저자의 신앙 지식과 글쓰기 실력이 수준급이었다는 점을 증명한다. 다만, 사향가는 저자가 누구인지 현재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어 사실성이 의심되는 자료만 갖고 최양업 신부의 저술이라 단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 최 신부가 사향가를 비롯한 천주가사를 사목과정에서 적극 활용했을 개연성은 충분하며 앞으로 이에 대한 연구가 적극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150여 년 전 사향가는 탁월한 텍스트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 천주교 미디어를 다루는 이들에게도 교훈을 준다. 천주교를 알지 못하거나 반대했던 사람들에게 교리를 설파했던 신앙선조의 지혜는 오늘날 천주교 미디어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다. ▨주제발표3한국가톨릭 교회음악과 최양업 신부양인용 선생(충남대 강사, 서울대 음대 박사과정) 근대 해외 유학생의 효시로 볼 수 있는 최양업 신부는 서구 유럽의 음악, 즉 가톨릭 전통 교회음악을 신학교라는 제도 속에서 교육받은 최초 조선인 중 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는 자생의 상태에서 벗어난 한국 가톨릭교회에 음악의 중요성과 서양 악기 도입의 필요성을 인식한 선각자였다. 한국 근ㆍ현대 음악사의 기점이 서양문명의 유입시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최양업 신부가 한국 가톨릭교회 음악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근ㆍ현대 음악사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개신교 찬송가와 함께 서양음악이 들어왔다는 기존 주장은 한국 천주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가 개신교보다 100년 이상 앞선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정당하지 않다고 본다. 1838년 10월 4일 마카오 소재 파리외방전교회 극동 대표부 칼르리 신부가 파리 신학교의 트송 신부에 보낸 서한에는 '나의 조선 소년들'이라는 언급이 나온다. 이들은 1837년 6월 마카오에 도착한 조선인 신학생 3명 즉, 최양업과 김대건, 그리고 최방제다. 최 신부를 비롯한 신학생들이 서양음악과 전통적인 교회음악을 실질적으로 접하고 배웠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최 신부는 가톨릭 교회음악과 무관하지 않으며 서양 악기 도입을 위한 노력이 1858년 10월 3일과 1859년 10월 11일에 스승 르그레주아 신부에게 쓴 편지에 드러나 있다. 이힘2009.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