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을 데려가셨지만 성인을 주셨어요”[인터넷의 수호성인 카를로 아쿠티스] (19)아쿠티스 성인이 가르쳐준 성덕의 재배법 레오 14세 교황이 7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주례한 카를로 아쿠티스의 시성식에서 카를로의 가족과 만나고 있다. 왼쪽부터 여동생 프란체스카, 어머니 안토니아 살차노, 아버지 안드레아 아쿠티스, 남동생 미켈레. OSV 참 특별한 시성식 부모와 동생들, 그리고 친척과 친지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물론 친구들도 찾아왔지요. 그뿐만 아니라 오늘의 주인공과 인연을 맺은 많은 이가 열일 제치고 멀리서 찾아왔습니다. 모임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밝은 표정으로 오늘의 주인공을 축하해줄 뿐만 아니라 서로 축복의 인사를 나눕니다. 혼인 예식을 상상하셨나요? 아닙니다! 평신도 소년의 시성식 2025년 9월 7일 레오 14세 교황께서는 피에르 조르조 프라사티(1901~1925년)와 카를로 아쿠티스(1991~2006)를 함께 성인품에 올리는 시성식을 주례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시성식 현장에는 아쿠티스 성인의 부모와 동생들, 학교 친구들, 동네 사람들, 카를로에게 도움을 받았던 수많은 사람이 함께했습니다. 프라사티 성인은 선종 후 100년이 되어서야, 그리고 우리나라 103위 성인은 순교 후 100년이 훨씬 넘어서야 시성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가족과 친인척, 친구들이 다 함께 시성식에 참여하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카를로 성인이 겨우 열다섯 살에 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복시성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었고, 평범한 가정생활을 했던 평신도 소년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아쿠티스의 쌍둥이 동생 미켈레와 프란체스카 카를로 아쿠티스는 외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쌍둥이 동생이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급성 백혈병으로 성 제라르도 병원에 입원했던 카를로는 죽음이 다가왔음을 확신했습니다. 카를로의 어머니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합니다. “카를로는 하늘나라에서 제게 많은 표징을 보내줄 것이라고 말했어요. 제가 카를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또 얼마만큼 불안해하는지 카를로는 잘 알고 있었지요. 카를로의 가장 큰 걱정은 바로 제가 카를로 없는 세상에 남겨지는 것이었어요.” 4년이 지난 어느 날, 카를로는 어머니 꿈에 나타나 다시 ‘엄마’로 불리게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로 임신이 된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때 카를로 어머니의 나이는 마흔넷이었고, 이후 쌍둥이를 낳았습니다. 2020년 10월 20일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 대성전에서 거행된 카를로 아쿠티스의 시복식에는 부모님뿐만 아니라 쌍둥이 동생 미켈레와 프란체스카도 함께 있었지요. 물론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 카를로 아쿠티스의 시성식에도 카를로의 가족 네 명이 함께했고, 남동생 미켈레 아쿠티스는 제1독서를 봉독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또 있습니다. 열아홉 살 터울이 있는 형제간이라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인데, 카를로가 이 세상을 떠났을 때가 열다섯 살, 그리고 아쿠티스의 시성식에 참여한 쌍둥이 동생의 나이가 열다섯 살이라는 것입니다. 시성식에 참석한 어머니의 마음 아들이 시성되는 장면을 지켜볼 수 있는 어머니가 또 있을까요? 참으로 특별한 은총을 받은 아쿠티스 성인의 어머니 심정을 들어봅시다. “하느님께서 오래전에 제게서 아쿠티스를 데려가셨지만, 오늘은 카를로 아쿠티스 성인으로 제게 다시 데려다 주셨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저만의 아들이 아닙니다. 온 거룩한 교회가 저와 함께 기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성식이 끝나고 성 베드로 광장은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아쿠티스 성인의 사진과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던 이들은 지금 어디 있을까요? 시성식 장면을 화면으로 지켜보며 가슴 벅차하던 이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카를로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합니다. “카를로는 각자 안에 내재된 성덕의 씨앗을 잘 키우라고 우리를 북돋아 줍니다. 카를로가 모범을 보여주었듯이 말이죠. 카를로가 가르쳐준 성덕의 재배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성체성사와 고해성사, 주일 미사+평일 미사, 성체조배, 날마다 바치는 묵주기도, 성경 봉독, 기도, 선행.’” 하느님께서 심어주신 내 안의 성덕을 키우고 가꾸는 일은 우리의 몫입니다. 2025.09.17
![[과학과 신앙] (22) 정의의 저울 (전성호 베르나르도, 경기 효명고 과학교사)](https://img.cpbc.co.kr/newsimg/upload/2024/10/15/PWW1728980105959.jpg)
[과학과 신앙] (22) 정의의 저울 (전성호 베르나르도, 경기 효명고 과학교사) 물리학과 화학에서 무게(weight)는 중력에 의해 물체에 작용하는 힘이며, 질량(mass)은 물질이 갖는 고유의 양으로 정의한다. 무게의 단위는 N(뉴턴), 질량의 단위는 g(그램)이나 ㎏(킬로그램)을 사용한다. 무게는 장소에 따라 변하는 상대적인 값이라 달에서 몸무게를 측정하면 지구에서보다 1/6 작게 나오지만 질량은 우주 어디에서나 변하지 않는 불변의 값이다. 일상생활에서 이 두 용어는 구분 없이 사용되어 흔히 ‘내 몸무게가 70kg이다’와 같이 표현하는데, 과학적으로 이 표현은 오류이며 ‘내 몸의 질량이 70kg이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또는 ‘무게=질량×중력가속도 상숫값(지구의 경우 약 9.8)’이므로 ‘내 몸무게가 686N(뉴턴)이다’라고 해야 한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상업과 교역에서는 거래 대상이 되는 물질의 실질적 양이 중시되어 무게가 아니라 불변의 값인 질량을 표준으로 사용한다. 고기 600g(한 근), 금 3.75g(한 돈)으로 사용하는 것이 그 예다. 질량은 저울로 측정하는데 성경에 “아브라함은 (⋯) 은 사백 세켈을 상인들 사이에 통용되는 무게로 달아내어 주었다”(창세 23,16)고 쓰여있듯 인류는 예부터 저울을 사용했다. 기원전 수천 년 전 고대 이집트 시대에도 저울 사용의 기록을 볼 수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관 속에 미라와 함께 매장한 사후 세계의 안내서인 ‘사자의 서(死者의 書)’에는 죽은 자를 인도하는 신 아누비스가 양팔저울을 이용해 한쪽에는 죽은 자의 심장을, 다른 쪽에는 정의의 여신 마아트의 깃털을 올려놓고 무게를 재는 그림이 있다. 죄가 많은 자의 심장은 무거워 저울이 심장 쪽으로 기울어져 지옥으로 쫓겨나고 반대로 저울이 깃털 쪽으로 기울면 영생의 세계로 간다고 한다. 대한민국 법원은 저울을 들고 있는 정의의 여신을 현대적으로 형상화한 그림을 로고로 사용하고 있다. 대법원 앞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도 저울과 법전을 들고 있는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디케는 왼손에 저울을, 오른손에 칼을 들고 있다. 저울은 공평하고 엄정한 법의 기준, 칼은 법 집행의 엄격함과 강력한 권위를 상징한다. 요즘 뉴스에서는 거의 매일같이 유명 인사들에 대한 법원의 판단과 거기에 따른 여론 반응이 보도되고 있다. “너희는 재판할 때 불의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너희는 가난한 이라고 두둔해서도 안 되고, 세력 있는 이라고 우대해서도 안 된다. 너희 동족을 정의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레위 19,15)는 성경 말씀처럼 절차적 공정성과 정의로운 판결이 나오기를 바란다. 인간이라면 삶이 다하는 날 누구나 한번은 서야 할 법정이 있다. 그 어떤 법정보다도 상위에 있는 그곳의 재판관은 하느님이다. 우리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삶 동안 제대로 살아왔는지, 자신의 의무를 다했는지 그곳에서 간단한 셈법으로 정의의 저울을 마주할 것이다. 윤동주 시인은 ‘서시’에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소망했고 칸트는 「실천이성비판」에서 “생각할수록 점점 더 새롭고 큰 경외감으로 마음을 채우는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과 내 마음속의 도덕률”이라고 했다. 윤동주 시인과 칸트가 숭고한 가치로 여긴 인간으로서의 도덕성이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절실한 덕목이 아닐까 싶다. 전성호cpbc2025.03.19

도움 받던 우리… 이제는 다른 어려운 나라 도울 차례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이사장 조규만 주교 ‘제33회 해외 원조 주일’ 담화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이사장 조규만 주교는 ‘제33회 해외 원조 주일’(26일)을 맞아 담화를 발표하고 “우리가 굶주린 이들, 병든 이들, 소외된 이들을 도와주는 일은 바로 하느님 나라가 이 땅에 오게 하는 일이요, 아버지의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일”이라며 “이러한 기도와 희망이 이루어지려면 악의 세력인 질병과 굶주림과 소외를 우리 가운데서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주교는 담화에서 “6·25전쟁 이후 어려워진 우리나라에 미국 가톨릭교회가 밀가루와 우유를 비롯한 원조 물품들을 보내왔고 전쟁 후 이러한 외국의 도움으로 굶주림에서 벗어나 오늘의 대한민국으로,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며 “도움을 받던 우리가 이제는 다른 어려운 나라 사람들을 도와줄 차례가 됐다”고 밝혔다. 조 주교는 “우리의 현실은 돈이 많은 사람은 돈을 더 많이 벌고, 돈이 없는 사람은 돈을 벌기 너무나 어려운 세상”이라며 “이러한 세상을 바꾸려면 서로 많이 도와야 하고 그런 까닭에 성경은 끊임없이 서로 나누라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경 속 요한 세례자는 ‘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이에게 나누어 주고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3,11)라고 하셨고, 예수님은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어라’(루카 18,22)고 말씀하셨다”며 “그러면서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것을 나누어 준 사람들에게 세상 창조 때부터 준비된 나라, 곧 영원한 생명을 약속하셨다”고 전했다. 조 주교는 또 “콜카타의 성녀 마더 데레사 수녀는 ‘가난한 모든 사람을 구제할 수도 없고, 구제하려고 하지도 않으며 제가 만나는 가난한 사람, 아픈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을 도울 뿐’이라고 말했다”며 “우리 역시 이 세상의 모든 가난을 몰아내고 모든 질병을 낫게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형편이 되는 만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 주교는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은 1975년에 시작된 ‘인성회’를 이어받은 법인으로 올해 50주년을 맞이했다”며 “하느님께서 여러분이 왼손 모르게 베푼 오른손의 선행을 잊지 않으실 것”이라며 50년 동안 꾸준히 후원해준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장현민2025.01.22
수원교구 상미본당 입당 미사 3월 22일 문희종 주교 주례로 봉헌 입당 미사를 거행하는 상미 성당 조감도 전경. 수원교구 제공 수원교구 상미본당(주임 최범근 신부) 입당 감사미사가 3월 22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상미로 29에 위치한 새 성전에서 총대리 문희종 주교 주례로 봉헌된다. 2019년 6월 18일 설립 이후 모본당인 신갈본당 지하에서 미사를 봉헌해 온 상미본당 공동체는 6년여 만에 새로 건립한 성전에서 첫 미사를 봉헌하게 됐다. 착공 기준으로는 지난 2023년 11월 18일 기공식 후 약 16개월 만이다. 새 성전은 대지면적 3274㎡, 연면적 2266㎡에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로, 지하 2층에는 주차장, 지하 1층에는 주차장·교리실, 1층에는 성전·사무실, 2층에는 성가대·사제관이 위치한다. 설계와 감리는 신예건축이, 시공은 티디에이종합건설이 맡았다. 신갈본당과 영통영덕본당에서 분가한 상미본당은 신자 수 1857명으로 시작해 현재 2100여 명의 공동체로 성장했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구갈동·영덕동 일부를 관할하며 주보 성인은 ‘아시시의 성프란치스코’다. 그동안 상미본당 공동체는 ‘성전 건립기금 약정식(2차례)’과 ‘하늘나라 예탁금’을 모금하는 한편, 주임 최범근 신부가 20개 본당에서 후원 미사를 봉헌했다. 또 신자들은 묵주기도 200만 단, 성전 건립 기도 56만 7810회, 전 신자 80주간 신·구약 성경통독 등으로 마음을 모았다. 이상도 선임기자 raelly1@cpbc.co.kr 이상도 선임2025.03.17

‘21세기 제롬 성경 주해’ 두 번째 번역서 출간「창세기」에 이어 「마르코복음서」 발간, 내러티브 분석법으로 복음서 읽기 도와 마르코복음서 스티븐 P. 아헌 크롤 염철호 신부 옮김 성서와함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는 표현은 이 책이 아마도 복음서라는 고대 문학의 새로운 장르임을 알려주는 첫 번째 표지일 것이다. ‘에우앙겔리온Euangelion’(복음, 좋은 소식)이라는 말이 결코 새로운 단어는 아니지만, 바오로의 서간 이전에 나온 문학작품에서는 단 한 번 단수 형태로 사용되었을 뿐이다. 마르코는 ‘복음’을 이루는 것이 무엇인지 모호하게 남겨 두고 있다. 이야기의 복잡함이 조각조각 쌓이면서 이미지, 줄거리, 성격 묘사, 그리고 예수를 따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기쁜 소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대를 부추기는 암시들로 짜인 하나의 태피스트리tapestry를 이룬다.”(57쪽) ‘21세기 제롬 성경 주해’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인 「마르코복음서」가 출간됐다. ‘제롬(Jerome)’은 성경을 당시 서민들의 언어였던 라틴어로 번역해 오늘날 대중적인 성경이 보급되는 데 초석을 놓은 예로니모(Hieronymus) 성인의 영어식 이름이다. 2022년 ‘가톨릭성서모임’ 창립 50주년 및 2023년 도서출판 ‘성서와함께’ 창사 50주년 기념 프로젝트인 ‘21세기 제롬 성경 주해’ 시리즈는 1968년 전 세계 가톨릭 학자들이 모여 만든 「제롬 성경 주해 The Jerome Biblical Commentary」의 전면 개정판(2022)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으로, 2027년까지 총 33권을 출간할 예정이다. 「창세기」에 이어 두 번째로 소개된 「마르코복음서」는 전례력으로 ‘나해’인 새해에 미사 전례에서 들을 수 있는 복음이다. 저자는 서두에서 자신이 ‘내러티브 분석’ 방법을 활용했다고 밝힌다. 내러티브는 기본적으로 ‘이야기’ 혹은 ‘서술, 서사’를 의미하지만, ‘그 이야기를 풀어 가는 구조, 방식과 관련된 모든 것’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1970년대에 와서 성경 본문에 신문학비평이 적용되면서, 마르코복음서는 줄거리, 등장인물 변화, 어조, 문체, 설정 등 잘 짜인 이야기의 모든 요소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책을 번역한 부산가톨릭대학교 부총장 염철호 신부는 “이런 점에서 볼 때 마르코복음서에 제시되는 모든 정보는 실제 벌어진 사건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저자가 독자와 상호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 가는 이야기 세계를 구성하기 위한 요소들이며, 독자도 그 이야기 세계 속으로 들어갈 때 비로소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전한다. 한편 “모든 독자는 해당 이야기를 읽을 때 자기 나름의 해석적 문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동일한 결론을 내린다는 것도 불가능해 보인다”고 밝혔다. 저자 스티븐 P. 아헌 크롤은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의 신약학(복음서와 바오로 서간) 교수로, 그리스와 헬레니즘 종교, 제2성전 유다교, 고대와 현대 해석학 이론에 관해 탐구하며 다수의 책과 논문을 집필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윤하정2023.12.13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선천성 심장비대증 앓고 있는 박경진씨](https://img.cpbc.co.kr/newsimg/upload/2025/08/13/Pqn1755065186419.jpg)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선천성 심장비대증 앓고 있는 박경진씨길에서 쓰러져 뇌혈관 4곳 이상 진단... 남편은 2층서 일하다 떨어져 수입 끊겨 8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서울 용산의 허름한 재개발지구. 박경진(가명, 58)씨가 골목길에 나와 있었다. 집이 너무 더워 밖이 오히려 시원하다며 연신 부채질을 했다. 박씨는 고3 딸과 정신과 치료를 받는 아들, 일용직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박씨 가족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근근이 살아왔다. 상황이 나빠진 건 박씨가 일하다 쓰러지고, 남편도 보일러 시공일을 하다 떨어져 다치면서다. 박씨는 선천성 심장비대에 호흡기 알레르기로 숨이 자주 차서 장시간 일하기 어렵다. 40대 때까지는 약을 먹으면서 버텼지만 50대가 되면서 상태가 나빠졌다. 급기야 지난해 청소일을 하다 쓰러졌고, 급히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형편상 일을 당장 관두지 못한 게 더 독이 됐다. 어느 날 일을 마치고 돌아오다 길에서 쓰러졌고, 다행히 행인이 발견해 기적처럼 목숨을 건졌지만 더 일하는 건 무리였다. 남편에게도 문제가 생겼다. 보일러 시공일을 나간 남편이 2층에서 떨어져 허리와 다리를 다쳐 장기간 입원과 통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후 모든 수입이 끊겼다. 박씨는 병원에서 뇌혈관 4곳에 이상이 생겼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급한 대로 수술을 받았지만 병원비가 걱정돼 의사의 만류에도 하루 만에 퇴원했다. 하지만 집에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그는 피가 한 번 나면 잘 멈추지 않는 특이 체질이다. 어디 조금이라도 부딪치면 시퍼렇게 멍이 들어, 상처 하나 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한다. 여전히 뇌 관련 MRI 등 검사를 지속해야 하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수술해야 한다. 박씨는 한글을 제대로 읽고 쓰지 못한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어릴 때부터 학교 대신 봉제공장에서 일하느라 한글을 배울 기회를 놓쳤다. 평생 많은 불이익을 견뎌야 했고, 지금은 혼자 병원에 갈 수도 없어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높은 전세금을 내고 지금 집에 살고 있지만,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다. 박씨 가족이 사는 집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소유라 당장 나가야 할 상황은 아니지만, 계획 중인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 현재 월 수입은 기초수급비 90만 원이 전부다. 신자는 아니지만, 박씨의 꿈은 병이 나아 성당에 가보는 것이다. “병원비가 가장 걱정이에요. 나라에서 의료급여를 주고 있지만, 추가로 돈을 내야 하는 항목이 많아 부담이 큽니다. 다른 하나는 한글을 완전히 깨치는 것이에요. 몸이 나으면 성당에 가보고 싶지만 가지 못하는 이유 또한 글 때문이기도 해요. 성당에 가면 미사도 하고 기도문도 외우고 성경도 읽어야 한다고 들었어요. 꿈이 이뤄지길 바라면서 저만의 기도를 바쳐야죠.” 이상도 선임기자 raelly1@cpbc.co.kr 모세준(스테파노) / 서울대교구 한강성당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박씨는 건강상태가 좋지 않고, 한글을 읽고 쓰지 못해 일을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면서도 사고를 당한 남편과 힘들게 생활하는 자녀들을 사랑으로 돌보고 있습니다. 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독자들의 많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성금계좌 (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박경진씨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17일부터 23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503)에게 문의 바랍니다. cpbc2025.08.13

레베카의 선택 (2)[월간 꿈 CUM] 유랑 _ 이야기 구약성경 (7) 야곱의 사다리 조형물.(이탈리아 밀라노 대성당 외벽) 야곱은 어느날 꿈속에서 하늘에 닿아있는 사다리(층계)를 보게 된다. 주님께서 그 위에 서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너에게 약속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않겠다.”(창세 28,15) 활달한 성격의 에사우는 모험심과 도전 정신이 강했고, 야곱은 지적이고 사려가 깊으며 차분한 성격이었다. 들사람 에사우는 당연히 체격도 우람했을 것이다. 반면 야곱은 약하고 온순했다. 여기서 이사악, 에사우, 야곱 시대가 거친 유목 사회였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당시 중동 지역에선 유목생활이 주류였다. 그래서 풀이 많은 좋은 땅을 차지하기 위한 부족 단위 소규모 전투가 빈번히 일어나던 때였다. 이런 여건에서는 사냥을 잘하는 늠름한 기상의 에사우가 부족을 이끌 지도자로 적합했다. 야곱은 양치기로는 적합했을지 몰라도, 전사 스타일은 아니었다. 아버지 이사악도 그래서 맏아들인 에사우를 더 사랑했다. 결국 야곱은 에사우의 그늘에서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 레베카가 야곱을 더 사랑했던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어머니는 아버지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자식에게 더 마음이 끌리는 법이다. 성격이 전혀 다른 쌍둥이. 이쯤 되면 눈치 빠른 사람은 곧 갈등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예상대로 큰일이 벌어진다. 아버지 이사악은 에사우에게 축복을 내리고 가문을 이어가도록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하루는 맏아들에게 장자권을 수여하기 위해 에사우를 부른다. 하지만 야곱이 어머니의 도움으로 아버지 이사악을 속였고, 결국 에사우에게 주어질 맏아들의 권리와 축복을 빼앗는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에사우는 불같이 화를 냈다. 성경은 에사우가 겪었을 상실감과 분노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상세한 묘사를 하는 이유는 그만큼 이 내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에사우는 아버지가 야곱에게 해준 축복 때문에 야곱에게 앙심을 품었다. 그래서 에사우는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게 될 날도 멀지 않았으니, 그때에 아우 야곱을 죽여 버려야지’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레베카는 큰아들 에사우가 한 말을 전해 듣고는, 사람을 보내어 작은아들 야곱을 불러 놓고 그에게 말하였다. ‘얘야, 너의 형 에사우가 너를 죽여서 원한을 풀려고 한다. 그러니 내 아들아, 내 말을 듣고 일어나 하란에 있는 내 오라버니 라반에게로 달아나라. 네 형의 분이 풀릴 때까지, 얼마 동안 그분 집에 머물러라.’”(창세 27,41-44) 힘으로는 야곱이 밀릴 수밖에 없었다. 놀란 야곱은 가나안을 떠나 하란을 거쳐 메소포타미아 지역으로 몸을 피했다. 이후 야곱은 오랜 세월 타향살이 과정에서 피땀 흘려 재산을 모았고, 큰 부자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고향이 그리워졌다. 야곱은 형에게 돌아가 예전의 잘못을 빌고 깨진 형제간의 우애를 되살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고향으로 돌아와 많은 재물을 주고, 형과 화해를 했다. 그런데 중요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이다. 야곱이 에사우를 만나러 가는 길에서, 그리고 에사우와 화해한 후 베텔에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다. 전승이 두 가지이기 때문에 성경도 이 두 가지 이야기를 함께 전하고 있는데, 성경의 골치 아픈 편집 역사는 차치해 두자. 이야기의 핵심만 알면 된다. 바로 야곱이 하느님으로부터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을 받는다는 것이다. 야곱의 할아버지 아브라함이 땅에 대한 약속, 하느님에 대한 순명, 믿음의 중요성 등 인간이 신을 섬기는 원리들을 확립했다면, 아브라함의 손자 야곱은 그 약속이 이루어질 장(場)을 마련했다. 인류 영성사에 큰 주춧돌을 놓는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의 탄생이 바로 그것이다. “너의 이름은 이제 더 이상 야곱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라 불릴 것이다.”(창세 32,29) “이스라엘이 이제 너의 이름이다.”(창세 35,10) 성경에서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이 최초로 나타나는 순간이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유대인, 히브리인, 이스라엘인…. 모두 똑같은 말일까. 다르다면 왜 그럴까. 각자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글 _ 편집부 cpbc2023.11.17

생명 주시며 인간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영[저는 믿나이다] (53) 성령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진리의 영”(요한 16,13)이라 부르신 성령께서는 참하느님으로 성자 안에 주어진 ‘생명’을 인간에게 전하시는 분이시다. 루카 로세티 다 오르타, ‘삼위일체 하느님’, 프레스코화, 1738~1739년, 이탈리아 토리노 이브레아 성 가우덴치오 성당. “또한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성령을 믿나이다.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시고, 성부와 성자와 더불어 영광과 흠숭을 받으시며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셨나이다.” 성령에 대한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 내용입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아버지 하느님과 성령의 현존을 올바로 인식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온전히 성령으로 충만하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성령에 힘입지 않고서는 아무도 ‘예수님은 주님이시다’ 할 수 없습니다”라고 고백합니다.(1코린 12,3) 이 말씀은 모든 이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그분을 주님이라고 고백하기 위해선 먼저 성령의 인도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이처럼 그리스도교 신앙은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갈망에서 싹 트지만, 원천적으로는 아버지 하느님께서 성자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을 우리에게 파견하시어 당신을 충만히 계시하시고, 그것을 성령의 도우심으로 깊이 깨닫고 믿음으로 충만해지면서 얻게 되는 초자연적인 선물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교는 오직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신 하느님만을 믿는 신앙 공동체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마태 28,19) 세례받고, 그리스도교의 모든 신앙은 삼위일체 하느님에 근거합니다. 성령은 ‘주님’이십니다. 곧 ‘하느님의 영’이시지요.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당신 말씀과 영을 통해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셨습니다.(창세 1,2; 2,7 참조) “성령께서는 우리를 위한 구원 계획의 처음부터 끝까지 성부와 성자와 함께 일하신다. 그러나 구원을 위한 성자의 강생으로 시작된 이 ‘마지막 때’에 이르러서야 성령께서는 계시되고 주어지고 위격으로 인정되고 받아들여지셨다. 이때에는 새로운 창조의 ‘맏이’이시며 머리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된 하느님의 이 계획이 성령이 주어짐으로써 교회, 성인의 통공, 죄의 사함, 육신의 부활, 영원한 생명 등으로 인류 안에서 구체화될 것이다.”(「가톨릭교회 교리서」 686) 성령은 ‘생명을 주시는 영’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영을 통해 생명을 주십니다.(이사 42,5 참조)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토록 사랑하신 그 사랑인 삼위일체의 생명을 주신다. 이 사랑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새로운 생명의 원리, 우리가 성령의 힘을 받아 가능해진 새로운 생명의 원리이다. 하느님의 자녀들은 이러한 성령의 능력을 통해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우리를 참포도나무에 접목시켜 주신 그분께서는 우리가 사랑, 기쁨,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와 같은 성령의 열매를 맺게 해주실 것이다. 성령께서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으니 우리가 자신을 버리면 버릴수록 우리는 더욱 성령의 지도를 따라서 살아가게 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735~736) 성령은 ‘인간을 구원하시는 영’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기름 부음 받은 이’ 곧 그리스도이시다. 성령께서 그분에게 ‘부어지셨기’ 때문이며, 강생에서부터 그분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이러한 성령의 충만함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마침내 그리스도께서 영광을 받으셨을 때 이번에는 그리스도께서 성부 곁에서, 당신을 믿는 사람들에게 성령을 보내실 수 있게 되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영광을, 곧 당신을 영광스럽게 하는 성령을 그들에게 주신다. 그리하여 이 공동 파견이 성부께서 성자의 신비체 안에서 자녀로 삼으신 그들 안에 펼쳐질 것이다.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는 성령의 사명은 그들을 그리스도와 결합시키고 그리스도 안에서 살아가게 하는 일이다.”(「가톨릭교회 교리서」 690)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시고, 성부와 성자와 더불어 영광과 흠숭을 받으시는 분이십니다. 가톨릭교회는 “성령께서는 첫 근원이신 성부에게서, 그리고 성부께서 성자에게 주시는 영원한 증여를 통하여, 친교를 이루시는 성부와 성자에게서 나오신다”고 고백합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64) 따라서 성령을 믿는 것은 성령께서 삼위일체 하느님의 한 위격이시며, 성부와 성자와 한 본체로서 하나의 천주성을 지니셨고, 그 영광은 동일하고, 그 위엄은 다 같이 영원하다는 신앙 고백을 함축한 말입니다. 성령께서는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십니다. 성령의 말씀은 하느님께서 계시해 주시고 신앙을 통해서만이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성령은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시고, 당신의 강림으로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게 하신 ‘교회’를 통해 당신 현존을 드러내십니다. 우리는 교회가 전하는 사도들의 신앙 곧 △성경 안에서 △살아있는 거룩한 전통 안에서 △교회의 교도권 안에서 △성사와 전례 안에서 △기도 안에서 △교회를 이루는 은사와 직무 안에서 △사도적 삶과 선교적 삶의 표징들 안에서 △성인들의 증거 안에서 성령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와 성령의 사명은 그리스도의 몸이며 성령의 궁전인 교회 안에서 성취된다. 이 공동 사명은 이제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을 성령 안에서 성부와 이루는 그리스도의 친교에 참여하게 한다. 성령께서는 사람들을 준비시키시고, 당신의 은총으로 사람들을 도와 그리스도께 이끌어 주신다. 성령께서는 그들에게 부활하신 주님을 보여 주시고, 그분의 말씀을 상기시켜 주시며,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이해하도록 정신을 열어 주신다. 성령께서는 사람들을 하느님과 화해시켜,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게 하시며, 그들이 많은 열매를 맺도록 그리스도의 신비를 그들 안에, 특히 성체 안에 탁월하게 현존하게 하신다.”(「가톨릭교회 교리서」 737) 리길재 전문기자 teotokos@cpbc.co.kr리길재 전문2025.11.26

가르멜 성인들의 가르침 집대성한 영성 신학 교과서 나는 하느님 뵙기를 원합니다·나는 교회의 딸입니다 / 복자 마리 에우젠 신부 / 윤주현 신부 옮김 / 가톨릭출판사 나는 하느님 뵙기를 원합니다·나는 교회의 딸입니다 / 복자 마리 에우젠 신부 / 윤주현 신부 옮김 / 가톨릭출판사 영성 대가 마리 에우젠 신부 예수의 성녀 데레사 중심으로 가르멜의 방대한 영성 탐구 가르멜 영성을 종합적으로 엮은 두 권의 책이 세트로 출간됐다. 바로 「나는 하느님 뵙기를 원합니다」(1권)와 「나는 교회의 딸입니다」(2권). 프랑스 아비뇽 아키텐 관구장과 가르멜 수도회 부총장을 역임하고, ‘노트르담 드 비 재속 수도회’를 설립한 복자 마리 에우젠(Marie Eugène, 1894~1967) 신부의 대표작이다. 저자는 맨발 가르멜의 설립자인 예수의 성녀 데레사를 중심으로 가르멜 성인들의 가르침을 영성 신학적 전망에서 통합한다. 이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하느님과 사랑의 합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지 제시한다. 1, 2권의 제목인 “나는 하느님 뵙기를 원합니다”와 “나는 교회의 딸입니다”는 각각 예수의 성녀 데레사가 어린 시절 품었던 이상과 임종할 당시 자신의 생애를 종합하며 남긴 말씀이다. 저자는 이 두 문장을 바탕으로 예수의 성녀 데레사로부터 시작된 맨발 가르멜의 영성을 가르멜 수도회의 역사·교의신학·토미즘·영성 신학과 연계해 체계적인 영성적 비전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예수의 성녀 데레사의 걸작 「영혼의 성」을 기본 뼈대로 영성 생활의 초보 단계부터 정점인 변모적 합일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여정을 심도 있게 고찰했다. 1권에서는 영혼이 하느님을 찾고 만나고자 하는 열망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어떻게 하느님께로 나아가는지 이야기하며, 2권에서는 영혼이 겪는 정화와 성장의 과정, 하느님의 뜻과 인간의 의지가 일치되는 과정을 소개한다. “합일의 기도를 통해 이루어진 변모는 진정한 탈바꿈과 같다. 이것이 성녀 데레사가 직접 강조한 비유의 의미이다. ‘여러분에게 사실을 알려드립니다만, 변모된 그 영혼조차 제 자신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를 모르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꺼먼 번데기와 하얀 나비가 다르듯이, 그러한 변모가 여기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2권 266쪽) 이 과정에서 예수의 성녀 데레사를 비롯해 십자가의 성 요한,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삼위일체의 성녀 엘리사벳의 작품들을 적재적소에 인용하면서 각각의 영성 주제를 다방면에서 설명했다. 더불어 가톨릭 신학의 기준점인 성경을 비롯해 토마스 성인의 「신학대전」, 베르나르두스 성인,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 같은 영성 대가들의 가르침도 소개한다. “참사랑에 의해 침투된 의지는 사랑으로 하느님의 뜻을 끌어안기 위해 자신의 갈망들을 포기해야 하며, 이는 완전하게 그리고 부드러운 유연한 태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분이 원하는 것을 원하고, 그분이 하신 것을 사랑한다.’ ‘완덕은 그분의 뜻을 실행함으로 성립된다.’”(1권 69쪽) 2000쪽에 달하는 책을 번역한 가르멜영성연구소장 윤주현(가르멜 수도회) 신부는 “한마디로 가르멜의 영성을 종합한 걸작이자 대표적인 영성 신학 교과서”라며 “마리 에우젠 신부님은 본서를 통해 영성의 길이 수도 생활이나 사제의 삶을 선택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신자에게 개방된 보편적인 소명임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또 “이 점은 현대 교회가 제시하는 교회의 비전, 특히 평신도들의 위상을 드높이며 세상 안에서 부름을 받은 그들의 소명을 강조하는 현대 교회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한다”고 전했다. 이번 책들은 ‘가르멜 클래식’ 대장정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가르멜 클래식’은 가르멜 영성을 오늘의 한국 가톨릭교회에 깊이 있게 소개하기 위해 기획된 고전 시리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윤하정2025.08.27

예수님 탄생 기쁨 cpbc 프로그램과 함께 나누자cpbc 가톨릭평화방송 TV와 라디오는 주님 성탄 대축일을 맞아 성탄의 기쁨을 시청취자들과 함께 나누고, 아기 예수님의 탄생 의미를 되새기는 다양한 특집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TV 프로그램 홀리 몰리 아이들을 위한 10분짜리 짧은 만화로 고전 성경 이야기를 재구성해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24일에는 ‘마리아를 찾아간 가브리엘 대천사’를, 26~28일에는 각각 ‘별을 따라간 세 명의 동방 박사’ ‘성전에 계신 예수님’ ‘예수님 탄생’을 방영한다. 24일 오전 8시 50분·오후 2시 50분·9시 26~28일 오전 8시 50분·오후 2시 50분 산타 마르게리타 항구에서 찍은 사진. 카를로의 조부모님은 산타 마르게리타 리구레에서 살았는데, 집에서 항구가 내려다보였다. 출처=www.carloacutis.com ‘밀레니얼 세대 첫 성인’이자 ‘하느님의 인플루언서’로 인터넷을 통해 복음을 전하고, 어린 나이에도 이웃을 돕는 데 헌신하고 신앙의 의미를 전파하는 삶을 살다 선종하고, 지난 9월 시성된 성 카를로 아쿠티스(Carlo Acutis, 1991~2006)의 삶과 영성을 집중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도 연속 방송된다. 우리 시대의 복음 선포자, 카를로 아쿠티스 24일 오후 7시 30분 / 25일 오후 8시 10분 카를로 아쿠티스의 천국행 고속도로 24일 오후 10시 40분 / 25일 오후 7시 카를로 아쿠티스와 떠나는 여정 25일 오전 8시 / 27일 오후 10시 10분 신앙다큐, 내가 만난 하느님 각기 다른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하느님과 만남을 통해 매 순간 기쁘게 살아가는 이들의 선물 같은 삶을 보여준다. 24~26일 오후 4시 우리 함께 살아요 ‘베들레헴 어린이집’은 필리핀·몽골·중국·북한 등 출신과 문화가 서로 다른 어린이들을 돌보고 교육하는 기관이다.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진정으로 함께 살아가는 방안을 찾아본다. 24일 오후 5시 가톨릭 명화극장 ‘하느님 자비의 대폭발’ ‘하느님 자비의 사도’로 널리 알려진 성 마리아 파우스티나 코발스카 수녀의 영성과 그 영성을 따라 하느님 자비의 사도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24일 오후 9시 10분 은빛 찬미의 노래 창단 25주년을 맞이한 cpbc 소년소녀합창단이 걸어온 길을 되짚고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기까지 성장기를 담았다. 24일 오후 8시 20분 25일 오전 8시 20분 / 27일 오후 9시 30분 더 바이블 컬렉션 스페셜 ‘예수’ 예수님 탄생부터 공생활, 수난과 부활 이야기. 주님 성탄 대축일을 맞아 예수님 생애를 살피며 주님께서 남겨주신 가르침을 되새겨보자. 25일 오전 1시 30분·10시 26일·27일 오전 9시 50분 / 28일 오전 10시 10분 초대 조선교구장 브뤼기에르 주교의 꿈 브뤼기에르 주교의 삶과 신앙, 조선을 향한 사랑의 마음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나볼 수 있다. 25일 오전 5시 30분 / 26일 오전 3시 40분 한나 파피루스, 1800년의 여정 루카 복음과 요한 복음 본문을 담고 있는 고대 문헌 ‘한나 파피루스’의 발견부터 소유권 변천사, 바티칸 도서관에 기증되기까지 여정을 따라가 본다. 25일 오후 1시 30분 / 26일 오후 7시 30분 / 27일 오전 7시 50분 하느님이 보낸 선물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사랑으로 보살피는 이들이 이야기를 통해 입양과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25일 오후 5시 죽음에서 돌아오다, 메일린의 기적 뇌사 판정을 받은 세 살 프랑스 소녀 메일린이 수많은 이들의 기도와 복자 폴린 마리코에게 전구를 청하며 다시 살아난다. 메일린의 삶과 복자의 기적을 다룬 다큐멘터리. 27일 오후 4시 라디오 프로그램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23일 ‘고상지 트리오와 함께하는 탱고 리듬 캐럴 페스티벌’ 공연을 선사한다. 24일에는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전곡 감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25일에는 신청곡 중심으로 성탄 관련 클래식 명곡과 다양한 캐럴이 방송된다. 23~25일 생방송 오전 10시~낮 12시 신부님 신부님 우리 신부님 <보통의 우리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빵집! 콘서트>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며 ‘열일곱이다’ ‘에드윈킴’ ‘양채윤’ 등 다양한 출연진들이 콘서트를 펼친다. 24일 생방송 낮 12시 15분~2시 2시N뮤직, 김빛나입니다 <사람 그리고 캐럴> 올 한 해 우리를 찾았던 반가운 이들이 보내온 ‘듣는 크리스마스 연하장’을 소개한다. 시대를 관통하며 사랑받아온 ‘캐럴 계보’를 짚어보며 성탄을 기다린다. 24일 오후 2~4시 김준일의 뉴스공감 <지구 어딘가의 크리스마스> 모두가 사랑을 나누고 축하를 건네는 성탄이지만, 전쟁 지역에선 여전히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실천할 수 있는 사랑과 평화에 관해 활동가·예술가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 24일 오후 6시 3분~7시 특집 공개방송 <명동, 겨울을 밝히다 -Ⅰ환대 /Ⅱ기적 / Ⅲ 희망> 24일 성탄 전야에 진행되는 무대는 가수들의 공연을 중심으로 성탄 콘서트 형식으로 꾸며진다. 25일 성탄의 기쁨으로 충만한 한낮에 ‘기적’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노래가 울려 퍼진다. 해질 무렵 오후 5시부터는 명동을 찾은 시민과 전 세계 방문객과 실시간 소통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24일 오후 8~10시(Ⅰ환대)/ 25일 오후 2~4시(Ⅱ기적)·오후 5~7시(Ⅲ 희망) 오수진의 행복을 여는 아침 <크리스마스엔 사랑하리오> 부모님의 첫 연애 이야기, 기다리던 편지, 사랑하는 이를 만나러 가던 거리의 공기 등 사랑이 탄생한 메시지를 배우와 함께 낭독하는 시간이다. 25일 오전 7~9시 참 좋은 오늘, 은빛 수녀입니다 <그때도 좋았지만, 지금도 좋은 크리스마스!> 국제 구호 활동가 한비야(비아)씨가 출연해 성탄 인사를 나눈다. 한씨가 펴낸 신간 「그때도 좋았지만, 지금도 좋아!」를 함께 읽으며, 성탄의 의미를 돌이켜보자. 25일 오전 9~10시 기도의 오솔길, 전영금 수녀입니다 <성탄을 그리는 수녀님> 성탄 카드를 직접 그리는 김옥순(막달레나) 수녀와 전화 연결해 아기 예수님 탄생의 기쁨을 색다르게 나눈다. 25일 오후 4시~4시 50분(재방송 오후 11시~11시 50분) 음악이 있는 저녁 풍경 김형중입니다 <우리들의 크리스마스> 저마다의 자리에서 성탄을 보내는 청취자들의 사연과 캐럴 신청곡을 소개하며, 코너 지기 가수 한희정씨가 직접 부른 캐럴을 선물한다. 25일 오후 7~9시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박수정2025.12.17

가톨릭 등 3대 종교, 고공농성 문제 해결 촉구대통령실 앞 복직 염원 긴급 기도회... 새 정부에 “노동권 외면 말라” 한목소리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시몬(앞줄 오른쪽) 신부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끝날 것 같은 여름은 아직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고공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그럼에도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노동자를 거리로 내몬 이 현실을 끝내기 위해 버티고 있습니다.”(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 박진혜씨) “새 정부 들어 많은 움직임이 있지만 해결의 기미는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노동권을 살리고 기울어진 노동구조를 개선하는 일이야말로 민생이라는 생각으로 나서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세종호텔 해고노동자 고진수씨) ‘친노동’ 정책을 표방해온 이재명 정부가 출범 3개월을 앞둔 가운데, 부당해고를 주장하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고공에서 ‘복직’을 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김시몬 신부)를 비롯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교회와사회위원회,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 3대 종단은 지난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박진혜, 고진수 고공농성 문제 해결을 위한 3대 종교 긴급 기도회’를 열었다. 박씨와 고씨가 하루속히 땅을 밟고, 일터로 복귀하길 염원하는 마음에서다. 3대 종단은 “권력을 쥔 이들이 더 이상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대화와 해결에 나서길 호소한다”고 기도회 취지를 설명했다. 22일은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 박진혜씨와 서울 세종호텔 해고노동자인 고진수씨가 고공농성을 벌인 지 각각 593일, 191일째 되는 날이다. 박씨는 원청 일본그룹 ‘니코덴토’가 고용 승계를 하지 않은 채 구미공장을 철수했다며 지난해 1월 공장 9m 높이 출하동 옥상에 올랐다. 고씨는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사측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해고했는데, 노동조합원 12명만 타깃이 돼 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거리 농성을 벌이다 지난 2월 서울 세종호텔 앞 철제구조물 위에 올라 투쟁 중이다. 노동사목위원장 김시몬 신부는 이날 미사 중 강론에서 “고공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외치는 사람들 문제를 두고 볼 수만은 없다”면서 “분명히 해결 가능한 문제이고, 그들 역시 한 인간이고 한 가정의 구성원이며 한 나라의 시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 정부가 들어서고 조금씩 변화가 보이지만, 정부는 고공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해결책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 신부는 이어 “하느님께서는 성당 안에서만 계시지 않고, 우리가 있는 곳에 함께 계신다”며 “하느님께선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하시길 바라시고, 이웃을 우리 자신처럼 사랑한다고 말씀하신다.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시고, 우리 역시 다른 이들에게 사랑과 자비를 베풀기를 바라신다”고 말했다. NCCK 위원 이성환 목사는 “신약, 구약을 막론하고 성경에는 버려진 돌이 머릿돌이 된다는 일화가 등장한다”며 “쓸모없어져서 버려진 돌이 가장 귀한 머릿돌로 태어나듯 사회를 고발한 약자들은 사회가 나아갈 길을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지금은 버려진 돌처럼 보이지만 곧 이 세상에 머릿돌로 부활할 이들의 손을 잡고 이 세상을 더 좋게 바꿔 나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촉구했다. 조계종 시경 스님은 “이 두 분께서 빨리 땅을 밟고 복직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는 조치를 취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앞서 21일에는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여성 성직자, 수도자, 종교인들이 같은 장소에서 종단 연합 기도를 진행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이준태 2025.08.27
![[2025 결산-문화출판] ‘희년’에 차려진 문화의 향연](https://img.cpbc.co.kr/newsimg/upload/2025/12/16/vVI1765859218476.jpg)
[2025 결산-문화출판] ‘희년’에 차려진 문화의 향연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 스틸컷(위 사진)과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사진. 모팩스튜디오·NHN 링크 제공 2025년 가톨릭 문화출판계는 ‘희년 - 희망의 순례자들’이라는 대주제와 함께했다. 연초에는 희년의 뿌리와 의미를 소개하는 책들이 잇달아 출간됐고, 희년 전대사를 받을 수 있는 로마의 4대 대성전을 소개하는 책과 영화가 공개됐다. 관련 전시회와 음악회도 곳곳에서 개최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상 순례를 마쳤지만, 레오 14세 교황이 선출되고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을 위한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이어지며 꺼지지 않는 희망의 순례를 알렸다. 프란치스코·레오 14세 교황 책 잇단 출간… 영화 ‘콘클라베’ 화제 12년간 사도좌를 지켰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4월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고, 5월 레오 14세 교황이 목자로서의 여정을 시작하면서 서점가에서는 두 교황의 생애와 신앙을 다룬 책이 잇따라 소개됐다. 먼저 프란치스코 교황이 6년간 직접 집필한 최초의 자서전 「희망」이 3월 전 세계 100여 개 나라에서 동시 출간됐다. 교황이 삶에서 가장 귀하게 여긴 가치인 ‘희망’을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생애 주기에 따라 다채로운 에피소드, 사진과 함께 소개한 책이다. 비슷한 시기 공개된 「나의 인생」은 바티칸 전문기자가 교황과 나눈 대화를 통해 20세기와 21세기에 일어난 주요 사건을 돌아본다. 두 책 모두 이주민의 가정에서 태어나 최초의 라틴 아메리카 출신 교황이 되기까지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와 생각, 소탈한 모습으로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들을 돌보는 데 힘쓴 일관된 철학이 담겨 있어 선종 직후 판매량이 급증하기도 했다. 하반기부터는 「교황 레오 14세」, 「파파 레오 14세」, 「하베무스 파팜」, 「레오 14세 교황의 생각」 등 새 교황의 삶의 궤적과 신앙을 다룬 책이 줄이어 출간됐다. 선출 직후에는 교회 역사상 최초의 미국인이면서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및 선교사 출신 교황이 선출된 의미와 신앙의 발자취를 엮은 내용이 주를 이뤘다면, 레오 14세 교황의 행보가 본격화되면서는 미국 시카고와 페루를 넘나드는 광범위한 사목 경험이 전 세계 14억 신자들을 어떻게 하나로 결속해 시노드적 교회를 추구할지 앞으로의 과제를 짚은 내용이 이어져 눈에 띄었다. 한편 교황을 선출하는 특별한 투·개표 방식을 배경으로 전개돼 화제였던 영화 ‘콘클라베’는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직후 국내에서 역주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4~21세기 성인·한국 가톨릭 대표 사제들의 책 연이어 출간 올해도 다양한 성인의 삶과 신앙이 한 권의 책에 담겨 독자들을 만났다. 가장 눈에 띄는 책은 아우구스티노(354~430) 성인의 여러 번역서다. 성인의 삶과 사상을 총체적으로 조명한 「아우구스티누스의 외침」을 비롯해 「혼돈 속의 질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재발견」, 자전적 고백 문학의 효시이자 그리스도교 신학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고백록」, 「과르디니와 함께 고백록 읽기」등이 공개됐다. 상당수는 로마 교부학 대학 아우구스티니아눔 교부학 박사학위를 받은 변종찬(1967~2004) 신부의 유작 원고들을 기본으로 한다. 반면 최초의 밀레니얼 세대 성인인 카를로 아쿠티스(1991~2006)의 짧은 생애와 깊은 신앙을 담은 책들도 만날 수 있었다. ‘하느님의 인플루언서’라는 애칭답게 디지털 시대의 신앙 모델을 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우직하면서도 따뜻한 발걸음을 남긴 우리나라 사제들의 회고록도 쏟아졌다. 한국 가톨릭교회의 상징이면서 격동의 한국 사회에서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 김수환(1922~2009) 추기경이 남긴 유일한 회고록의 재개정판이 나왔고,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의 전신인 가톨릭음악원을 설립하고 여러 성가집을 한데 묶은 「가톨릭성가」를 편찬하는 등 한국 교회음악의 기틀을 잡은 차인현(1938~2025) 신부의 회고록도 출간됐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1~4회기에 참가하고, 유신 정권과 신군부에 맞서 민주화 운동의 중심에 서는 등 국내외는 물론 교회 안팎으로 격동의 한 세기를 몸소 겪은 윤공희(1924~) 대주교의 삶과 신앙을 다룬 「대주교 윤공희」도 만날 수 있었다. 한국 가톨릭 미술계 거장 작품 잇따라 전시 한국 미술계는 물론 성미술계에 한 획을 그은 거장들의 전시회도 잇달았다. 좀처럼 감상하기 힘든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데다 곳곳의 전시장에서 열려 더욱 뜻깊었다. 먼저 60년을 한결같이 인체 조각에 매달린 조각가 임송자(리타, 84) 선생의 작품 세계는 김종영미술관에서, 정대식(마티아, 86) 화백의 60여 년 작가 인생에 깃든 신앙 여정은 갤러리 1898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김남조(마리아 막달레나, 1927~2023) 시인의 시와 김세중(프란치스코, 1928~1986) 조각가의 작품, 인천가톨릭대 조형예술대학 명예교수 조광호 신부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어우러진 색다른 전시는 김세중 미술관을 가득 메웠다. ‘빛의 화가’ 김인중(도미니코 수도회) 신부의 다채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는 서울대교구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과 절두산순교성지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서 최근까지 이어졌다. ‘빛의 기도’를 주제로 신앙과 예술이 일치된 삶을 살았던 송경(클라라, 1936~2022) 화백의 회고전은 스페이스 성북에서, 성스러우면서도 친숙한 조각과 그림으로 평생을 봉헌해 온 최봉자(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수녀의 첫 개인전은 흰물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어쩌면 해피엔딩’ ‘킹 오브 킹스’ 등 한국 창작물 선전 무대와 스크린에서 한국 창작물의 선전도 눈에 띄는 한 해였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이 제78회 토니 어워즈에서 작품상·극본상·음악상 등 6관왕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초연된 작품과 한국인 창작자가 미국 공연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까운 미래,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신형에 밀린 구형 ‘헬퍼봇’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역으로 인간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내용이다. 현재 국내에서 10주년 기념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The King of Kings)’는 북미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는 등 ‘기생충’을 넘어 한국영화 중 현지에서 가장 흥행한 작품으로 기록됐다. 찰스 디킨스의 「예수의 생애」를 모티브로 제작된 이 작품은 디킨스가 아서왕을 동경하는 막내아들에게 진정한 왕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그리스도의 탄생부터 부활까지 성경의 주요 장면을 훑으며, 모든 시간과 인물을 통해 ‘사랑’이라는 큰 주제를 드러낸다. 국내외 더빙에 쟁쟁한 스타 배우들이 참여해 더욱 화제였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윤하정2025.12.16

정화된 이스라엘, 하느님과 새로운 혼인관계를 맺을지어다[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59)호세아서 호세아서는 하느님과 이스라엘 간의 계약 관계를 혼인 관계로 설명한 첫 번째 예언서이다. 주님의 명에 따라 창녀 고메르와 혼인하는 호세아. 출처=구글 히브리어 구약 성경 「타낙」은 호세아서를 예언서로 분류해 에제키엘서 다음으로 배치해 놓았습니다. 호세아는 우리말로 ‘야훼께서는 구원이시다’ ‘야훼께서 구원하신다’라는 뜻입니다. 헬라어 구약 성경 「칠십인역」과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히브리어 ‘호세아’를 음차해 ‘Ωσηε’, ‘Osee’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펴낸 우리말 「성경」은 ‘호세아서’라 표기합니다. 구약 성경은 아브라함, 모세, 드보라를 ‘예언자’라고 부릅니다. 또 열왕기에는 엘리야, 엘리사, 나탄, 가드 등이 예언자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예언자들의 행적과 그들이 선포한 말들이 기록으로 전해지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8세기부터입니다. 이들은 히브리어 타낙 성경의 ‘후기 예언서’에 속하는 예언자들로 ‘저술 예언자’라 불립니다. 첫 저술 예언자는 아모스입니다. 저술 예언자를 시대별로 분류하면 기원전 8세기에 북 왕국 이스라엘에서 아모스와 호세아가, 남 왕국 유다에서 이사야(이사 1─39장)와 미카가 활동합니다. 기원전 7세기부터 바빌론 유배 직전까지 스바니야, 나훔, 하바쿡, 예레미야, 오바드야가 등장합니다. 기원전 587~538년 바빌론 유배 시기에는 에제키엘과 제2이사야(이사 40─55장)가 활약하죠. 귀향 후 기원전 2세기까지 하까이, 즈카르야, 제3이사야(56─66장), 말라키, 요나, 요엘, 제2이사야(9 ─14장), 다니엘이 나타나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합니다. 호세아는 기원전 750~722년 북 왕국 이스라엘 사마리아와 베텔, 길갈에서 활동한 예언자입니다. 같은 시기 남 왕국 유다에서는 이사야 예언자가 활동했습니다. 아모스가 이스라엘 사회 불의를 비판했다면, 호세아는 이스라엘의 종교 타락과 우상 숭배를 고발합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암투와 암살이 만연했습니다. 즈카르야 임금은 6개월 만에 살룸에게, 살룸은 한 달이 못 돼 므나햄에게, 므나햄의 아들 프카흐야는 2년이 채 못 돼 페카에게, 페카는 호세아에게 왕위를 빼앗깁니다. 이렇게 이스라엘은 불과 10년 동안 5명의 왕이 정변으로 교체되고 결국 아시리아군에 의해 멸망하고 맙니다. 이스라엘은 정치 못지 않게 종교적으로도 타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바알과 아세라 숭배가 대중화됐고, 물질주의에 빠져 쾌락을 즐겼습니다. 호세아는 이러한 망국의 현실을 고발하고, 이스라엘의 종교ㆍ윤리의 타락을 신랄하게 비난합니다. 성경학자들은 호세아서를 호세아가 직접 작성했거나, 제자들이 그의 전승 자료를 남 왕국 유다로 가져와 편집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호세아서는 하느님과 이스라엘 계약 관계를 ‘혼인’에 비유한 첫 번째 책입니다. 이후 예레미야, 에제키엘, 제2이사야가 계승 발전시킵니다. 이러한 혼인 관계는 신약 성경에도 도입돼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로 발전합니다.(마르 2,19-20; 에페 5,22-25) 호세아서는 전반부(1─3장)와 후반부(4─14장)로 구성돼 있습니다. 전반부는 호세아의 혼인과 자녀들에 대한 진술이고, 후반부는 이스라엘의 죄를 고발하고, 나라가 멸망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아울러 이스라엘이 정화된 후 새로운 삶의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호세아는 브에리의 아들로 주님의 명에 따라 창녀인 고메르를 아내로 맞아 아들 둘, 딸 하나를 낳습니다. 큰아들 ‘이즈르엘’은 이스라엘의 땅과 역사를 상징하고, 둘째 아들 ‘로 루하마’와 딸 ‘로 암미’는 하느님의 징벌을 받게 될 이스라엘의 미래를 암시합니다. 아내는 다른 남자를 사랑하기 위해 호세아를 버리고 떠납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호세아에게 그녀를 찾아 다시 사랑하라고 명하십니다.(3장) 이처럼 호세아의 가정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계약 관계를 대변해 줍니다. 호세아서는 하느님을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경건한 제례가 화려한 형식에 치우쳐 더는 정화와 생명의 장이 되지 못함을 고발합니다. 또 저주와 속임수, 살인, 도둑질, 간음, 서로를 죽이는 참극의 결과로 북 왕국 이스라엘의 멸망과 민족의 추방을 선고합니다. 이스라엘의 신랑이신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을 징벌하기로 했습니다.(5,2.9) 모든 신당이 파괴되고(10,2-8), 예루살렘 도성과 모든 성읍이 적에게 약탈당할 것입니다. 주민들은 그들의 칼에 쓰러지고, 살아남은 자들은 유배지로 끌려갈 것입니다.(9,11-14.16) 추방은 ‘광야로의 복귀’입니다.(2,16) 그래서 그곳에서 다시 단련된 이스라엘은 본래의 모습으로 재창조될 것이라고 호세아서는 예언합니다. 아울러 호세아서는 하느님께서 다시 이스라엘과 맺으신 계약을 통해 그들을 약속의 땅으로 이끄시어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하실 것이라고 합니다.(11,2) 호세아서는 이스라엘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헤셋’이라고 표현합니다.(2,21) 바로 ‘신의’입니다. 하느님의 헤셋은 백성을 향한 그칠 줄 모르는 사랑과 자비, 변함없이 충실한 마음, 질투심, 연민, 용서 등을 함축합니다. 바람난 고메르를 찾아가 용서해 주고 처음의 혼인 관계를 회복하는 호세아의 사랑(3장)은 하느님의 헤셋을 암시합니다. 하느님과 새로운 혼인관계를 맺기 위해 이스라엘은 ‘하느님을 알아야’(호세 2,22)하고, 하느님께 받은 헤셋을 그분께 돌려드려야 합니다.(호세 4,1; 10,12; 12,7) 곧 그분을 온 마음으로 사랑해야 합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리길재2024.02.05

전설적 가수의 일대기가 건네는 특별한 질문[월간 꿈 CUM] 즐기는 꿈CUM _ 영화 (17) 밥 말리 : 원 러브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 감독, <밥 말리 : 원 러브> 포스터 평생을 바쳐 ‘평화의 노래’를 부른 사람이 있습니다. 폭력과 차별에 맞서 사랑으로 하나 된 세상의 꿈을 전했던 가수였습니다. 그런데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보기에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그가 잘못된 신앙, 흔히들 ‘이단’이라고 부르는 그릇된 믿음을 가졌다는 겁니다. 그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영화 ‘밥 말리 : 원 러브’는 간단치 않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영화입니다. 주인공 ‘밥 말리’(1945~1981)는 1970년대 ‘레게 음악’의 상징으로 존경받았던 자메이카의 영웅이었습니다. 식민지의 아픈 역사, 인종차별, 끝없는 정치적 혼란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삶을 노래에 담아냈던 민중의 대변자였지요. 그의 이름 위로 밥 딜런과 김민기가 겹쳐 보인다고 하면 대충 설명이 될 듯합니다. 그는 자메이카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라스타파리’(Rastafari)라는 신흥종교의 신봉자였습니다. 라스타파리는 흑인 노예의 해방이란 관점에서 성경을 멋대로 해석한 사이비 종교인데, 위안받을 길 없었던 당시 자메이카 국민들에게 널리 퍼졌고, 밥 말리 역시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차별 없는 세상, 참 평화가 오는 날까지 멈추지 말자”는 그의 절창은 모두가 더불어 나눠야 할 다짐이지만, 예술가의 정서가 거짓된 신앙에 닿아 있다는 점은 영화감상의 뒤끝을 복잡하게 합니다. 밥 말리는 그의 공연을 두려워하는 폭도들에게 총격을 받고 영국으로 망명합니다. 그곳에서 20세기 최고 앨범 중 하나로 꼽히는 ‘엑소더스’를 발표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지만, 다시 고국으로 돌아와 위험을 무릅쓰고 평화와 사랑의 음악회를 엽니다. “(화합의 염원을 전하는) 전달자는 그 자신이 메시지가 돼야 한다”는 스스로의 신념을 목숨을 걸고 실천한 것이지요. 영화는 “사랑으로 하나 되자(One Love)”는 그의 호소가 전세계에 메아리쳤던 1976년부터 2년여의 시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의 예술에 끼친 ‘라스타파리’의 영향 또한 숨기지 않았고요. 런닝타임 107분 동안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밥 말리의 열창을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들으시겠습니까? 노래에 실린 메시지에만 집중하시겠습니까, 그가 지녔던 잘못된 종교관을 비판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현실을 연민하시겠습니까? ‘밥 말리 : 원 러브’가 건네는 특별한 숙제를 같이 풀어보자고 제안합니다. 글 _ 변승우 (명서 베드로, 전 가톨릭평화방송 TV국 국장) cpbc2025.05.30

영지주의·금욕주의 등에 맞서 정통 신앙을 지키다[저는 믿나이다] (5) 사도 시대 신앙을 해치는 이단들 그리스도교는 사도 시대 초대 교회 때부터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정통 신앙을 위협하는 다양한 이단들과 맞서며 온전한 믿음을 고수해 나갔다. 렘브란트 작 ‘베드로와 바오로의 논쟁’, 1628, 유화,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멜버른, 호주. 지금까지 우리는 가톨릭 신앙에 있어 하느님의 계시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우리 믿음에 유익이 되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호에는 사도 시대 하느님의 말씀을 자기 나름으로 해석해 교회에 혼란을 일으켰던 사례들을 신약 성경을 통해 살펴보려 합니다. 그리스도교 초대 교회는 팔레스티나 지역에서 개종한 유다계 그리스도인들과 팔레스티나 지역 밖에서 살던 디아스포라 유다계 그리스도인들, 그리고 완전히 다른 문화권, 특히 헬레니즘 문화와 사고방식에 젖어있던 이방계 그리스도인들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충실히 전달했으나 구성원 가운데 몇몇은 교회 가르침과 달리 자기 나름으로 신앙을 변형시켰습니다. 유다계 그리스도인 가운데 일부는 그리스도교 신앙이 유다교와 분리될 수 없다며 그리스도인들도 구원받기 위해선 할례와 모세의 율법을 지켜야 한다고 고집했습니다. 유다교 율법에서 금하는 음식도 먹어선 안 된다고도 했습니다. 또 일부 유다계 그리스도인은 유다교 율법에 따라 여전히 정한 시간에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 기도했습니다.(사도 3,1; 5,21 참조) 당시 유다인들은 그리스도교를 ‘나자렛파’라 부르며 유다교의 새 종파로 여기기까지 했습니다. 우리는 이 사례를 신약 성경 ‘사도행전’과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둘째 서간’ ‘콜로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잘 볼 수 있습니다. 베드로를 비롯한 사도들은 49년 예루살렘 회의를 통해 구원은 모든 이에게 조건 없이 베풀어지며 유다인이 아닌 이민족들이 할례와 율법 준수의 의무를 질 필요가 없다고 분명히 합니다.(사도 15장 참조) 아울러 바오로 사도는 사람은 율법에 따른 행위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고 가르칩니다. 그는 믿음으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아들인 사람은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구원 역사는 성령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된다고 합니다. 이방계 그리스도인 공동체에선 이원론적인 영지주의(靈智主義, Gnosticism)가 혼란을 일으켰습니다. 영지주의는 2~3세기 고대 교회 안에서 대두되지만 이미 신약 성경이 쓰이던 사도 시대 초대 교회 안에서 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원론과 종교 혼합주의를 기반으로 한 영지주의는 플라톤 사상처럼 세상을 선한 영적 세계와 악한 물적 세계로 구분합니다. 이들은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인으로 개종했다가 그리스도교 신앙을 부정하게 된 자들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뛰어난 지식과 완전한 자유를 천부적으로 타고났다고 자부했습니다. 인간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유일하고 참된 영적 지혜를 스스로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육체를 업신여겨 그리스도의 강생도 부정하는 자들이었습니다. 신약 성경 ‘유다 서간’과 ‘베드로의 둘째 서간’은 영지주의를 경고하는 대표적 정경입니다. 이들 두 서간은 영지주의자들을 ‘거짓 교사들’, ‘육욕에 빠진 자’ ‘꿈꾸는 자’ ‘본성만 따르는 짐승 같은 자’ ‘자신만 돌보는 이기주의자’ ‘불평불만꾼’ ‘아첨꾼’이라 비난합니다. 이들이 성령이 아니라 자기 본능에 따라 방탕한 생활을 하는 ‘현세적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영지주의자들은 정통 교회에 적대적인 자들로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부인하고, 천사들을 모독했습니다. 유다서는 거짓 교사들 곧 영지주의자들을 세 가지 형태로 식별합니다. 첫째, 이들은 불경합니다. 하느님을 공경하는 마음이 전혀 없으며 주님께서 드러내 주신 진리와 참된 생활양식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둘째, 이들은 방탕합니다. 불륜을 저지르고 변태적인 육욕에 빠진 자들입니다. 셋째,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주님이심을 부인합니다.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의 기본을 받아들이지 않는 자들입니다.(1-4절) 그러면서 유다서는 영지주의 유혹에 빠지지 않게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세 가지를 당부합니다. 첫째, 지극히 거룩한 믿음을 바탕으로 성장해 나아가라. 둘째, 성령 안에서 기도하라. 셋째, 주 예수 그리스도의 자비를 기다리고 자비를 베풀어라.(20-25절) 세 가지 당부는 하느님께 대한 인간의 기본 덕인 ‘믿음·희망·사랑’과 일치합니다. 하느님 본성에 참여하는 향주삼덕은 모든 윤리의 기초이며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당신 자녀로 영원한 생명을 누릴 자격을 얻도록 주신 은총입니다. 영지주의는 오늘날에도 교회의 큰 적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에서 “영지주의는 하느님과 하느님 은총의 신비든, 하느님의 초월성을 인간이 조정할 수 있다고 여겨 결국 그리스도 없는 하느님, 교회 없는 그리스도, 하느님 백성 없는 교회에 이르게 한다”고 경계했습니다. 또 종말을 고대하던 열심한 신자들 사이에서 극단적 금욕 생활을 조장해 신앙 공동체에 분열을 일으켰습니다. 그 대표적 인물인 마르치온은 이미 사도로부터 이어진 정통 교회에서 떨어져 나가 그리스도의 인성을 부정하는 신생 신앙 공동체를 이끌었습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하느님은 선하시기에 구약 성경의 공정하고 벌하시는 하느님과 동일한 하느님일 수 없다고 철저히 구분했습니다. 또 극단적 금욕 생활을 실천해 결혼을 거부했습니다. 사도 시대 초대 교회는 이렇게 유다이즘과 영지주의적 이원론, 금욕주의 등에 대항하며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정통 신앙을 고수해 나갔습니다. 리길재 선임기자 teotokos@cpbc.co.kr 리길재 선임2024.12.04

카파도키아에서 열기구만 타지 말고 동굴 성당도 가보자레오 14세 교황 첫 해외 사목 방문지, 튀르키예에서 만나는 ‘믿음의 흔적들’ 동굴수도원과 동굴 성당이 운집한 괴레메 야외 박물관. 레오 14세 교황이 이달 말 튀르키예를 방문할 예정이다. 교황 즉위 후 첫 해외 사목방문으로, 니케아 공의회 1700주년을 맞아 지금의 이즈니크 순례가 포함돼 있다. 동방 교회의 중심지였던 튀르키예는 세계인이 찾는 관광지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지리적인 특성으로 동·서양은 물론 고대 그리스·로마부터 중세 1000년의 그리스도교와 이후 이슬람이 공존하는 독특한 문화를 자랑한다. 지중해·흑해·에게해 연안의 휴양도시를 비롯해 새하얀 계단식 석회 온천과 과거 화산 폭발로 조성된 신비로운 지형 등 자연이 빚어낸 색다른 풍광 역시 손꼽히는 관광 자원이다. 특히 중동부에 위치한 카파도키아(Cappadocia)의 경우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든 독특한 기암괴석 위로 하늘을 나는 열기구 체험 및 협곡을 따라 하이킹·지프·낙타 투어 등을 할 수 있어 최근 튀르키예 필수 관광코스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신앙인이라면 이곳에서 놓치지 말아야 명소가 또 있다. 바로 수많은 암석 속에 위치한 믿기 어려운 ‘믿음의 흔적들’이다. 괴레메 야외 박물관 내 성 바바라 예배당 내부. 빛이 차단돼 프레스크화가 잘 보존된 '어둠의 교회'. 2~4세기 초 박해 피해 신앙인들이 살았던 동굴 성당과 동굴 수도원 카파도키아는 로마 제국과 비잔티움 제국 때 만든 동굴 성당과 동굴 수도원이 많은 곳이다. 카파도키아는 옛 지명으로 지금의 괴레메·네브셰히르 등이 해당된다.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313년 밀라노 칙령을 통해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이기 전인 2세기부터 4세기 초까지 신앙인들이 박해를 피해 카파도키아, 특히 괴레메 근처에 몰려와 살았다. 이 지역은 화산 폭발로 생긴 응회암 퇴적물이 많다. 비교적 무른 응회암은 간단한 도구로도 쉽게 깎아낼 수 있어 동굴을 만들고 주거 및 성찬례 공간으로 사용하며 신앙공동체를 이뤘던 것이다. 특히 바실리오(330~379) 성인이 고향인 카파도키아 카이사레아(현 카이세리)의 주교로 사목하면서 그를 따르는 은둔형 수도자들이 생활하게 됐고, 이곳의 동굴 수도원은 13세기까지 확산됐다. 200개 이상의 개별 암석을 깎은 성당이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거의 모든 바위 블록에 성당과 기도처, 주방 및 좌석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남녀 수도원과 식당, 다수의 교회를 묶어 ‘괴레메 야외 박물관’으로 공개하고 있다. 카파도키아 지하도시에 조성된 신학교. 미로처럼 좁고 낮은 통로로 연결된 지하 도시 데린쿠유. 괴레메 동굴 교회 및 수도원 식당, 누적된 그을음과 좌석 공간을 확인할 수 있다. 비잔티움 제국 때 2만명 거주했던 지하 도시 동굴 수도원 및 성당은 성화상 논쟁 이후 비잔틴 미술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비잔티움 레오 3세 황제가 우상 숭배로 규정해 8세기 초부터 100여 년간 대대적인 성화상 파괴가 이뤄질 때 카파도키아 지역은 수도인 콘스탄티노폴리스(현 이스탄불)와 상대적으로 거리가 멀어 성화상 공경자들의 은신처가 됐다. 좁은 동굴 성당에 빼곡히 그려진 프레스코화도 상당수는 국교가 달라지며 눈이 파이고 얼굴이 사라지는 등 훼손됐지만, 천 년이 넘는 세월을 잘 버텨냈다. 특히 창문이 너무 작아 ‘어둠의 교회’로 불리는 카란륵 성당의 성화들은 제대로 빛이 들지 않은 덕분에 온전한 모습을 지키고 있다. 성화가 있는 공간은 대부분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다. 성경에 있는 예수님의 생애와 가르침, 기적과 수난, 성모자상 등을 담았다. 지상의 동굴에 머물던 신앙인들은 박해자들을 피해 카이마클리나 데린쿠유 같은 지하 도시도 확장했다. 지하 구조물은 이미 기원전에 조성됐고, 아나톨리아반도를 두고 여러 민족 및 제국이 힘겨루기를 했던 만큼 다양한 민족이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지나, 비잔티움 제국 때 최고조에 달해 거의 2만명의 그리스도교인이 피난처로 이용했다고 한다. 데린쿠유는 그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지하 도시로, 200개 이상의 작고 분리된 지하 도시가 이 터널로 연결돼 있다. 환기구 역할을 하는 직경 1m 규모의 구멍이 도시를 수직으로 관통하고 있으며, 축사를 시작으로 방·식품 저장고·와이너리·아치형 천장으로 식별할 수 있는 성당과 신학교, 심지어 시신을 처리하는 공간과 감옥까지 마련되어 있다. 미로처럼 사방으로 뻗은 통로는 폭이 매우 좁고 천장이 낮은 곳이 많다. 외부 침입에 대비한 것으로, 일부 구간을 봉쇄할 수 있는 거대한 바위가 곳곳에 배치된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최대 깊이는 85m에 달하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방문객에게는 일부만 공개한다. 이들 지역을 아우르는 괴레메 국립공원과 카파도키아 암석 유적지는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됐다. 대부분 20유로 안팎의 입장료가 있고, 택시 외에는 현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들지만, 하늘에 떠 있는 근사한 열기구만큼 카파도키아에서만 접할 수 있는 지상과 지하 세계, 이색적인 믿음의 유산이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윤하정2025.10.29

교부들이 성경에서 선별한 주옥같은 가르침 모아[책] 교부들의 가르침 1 가난-교만 교부들의 가르침 1 가난-교만 한국교부학연구회 하성수·김정수 엮음 분도출판사 교부 문헌을 주제별로 선집한 「교부들의 가르침」이 출간됐다. 교부들의 성경 해석 역사는 고대 그리스도교의 역사라 하겠다. 해석학의 꽃인 이해의 방법이 세월 속에서 끊임없이 변할 뿐 아니라 해석의 내용도 발전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분도출판사와 한국교부학연구회는 지난 2008년부터 2022년까지 「교부들의 성경 주해」 총 29권을 펴냈다. 교부들이 창세기부터 요한 묵시록까지 성경 각 구절을 풀이한 내용을 골라 엮은 것으로, 이번에 펴낸 「교부들의 가르침」의 뿌리가 됐다. 「교부들의 성경 주해」에서 주요 개념을 가나다순 250여 항목으로 분류한 「교부들의 가르침」은 해마다 한 권씩 총 열 권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근본 정신이자 종교 개혁의 첫 외침은 ‘원천으로 돌아가자!’였다. 신약 성경과 가장 가까운 시대에 살았던 교부들은 교회 전통에서 특별한 권위를 지닌다. 성경과 성전(聖傳)이라는 계시의 두 원천에서 성전의 핵심은 교부들의 가르침에 들어 있다. 이들이 남긴 대다수 문헌은 직접 성경을 읽고 묵상하면서 쓴 글인 만큼 「교부들의 가르침」 역시 독자들이 성경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성 아우구스티노 성 예로니모 “‘재산은 사람의 목숨을 보장해 준다’(잠언 13,8)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어리석은 부자에게는 그런 재산이 없었습니다. 그는 가난한 이들에게 자선을 베풀어 자기 목숨을 보장받지 않고 썩어 없어질 곡식을 쌓아 두는 데 바빴습니다. 네, 장차 그 앞에 서야 할 주님을 위하여 아무것도 내어 놓지 않아 속절없이 멸망할 참이었는데도, 그는 썩어 없어질 곡식을 쌓아 두기만 했습니다.”(아우구스티누스 「설교」 36,9.) “교만은 다른 사람이 아닌 오로지 하느님을 적으로 대합니다. (중략) 다른 악한 행동들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그 벌이 돌아가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교만으로 가득 찬 마음만은 하느님을 직접 대적하기에, 하느님께서는 이것을 적으로 간주하십니다. 교만으로 부풀어 오르면 언제나 하느님의 것을 자신의 것인 양 주장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브라가의 마르티누스 「교만」 7.) 「교부들의 가르침」 제1권에서는 가난에서 교만까지 설명한다. 가난, 가정, 겸손, 계명, 고독, 고통, 관대함, 교만 등에 관한 성경 구절과 해설이 담겨 있다. 총서에서는 전체적으로 교회 일치와 쇄신, 그리스도인의 삶과 영성, 성직자들의 사목과 설교, 평신도의 영적 성숙에 도움이 될 그리스도교 문헌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그러나 여성의 권리에 관한 일부 진술은 오늘날의 상황과 잘 맞지 않는 내용도 있다. 저자 하성수(한국교부학연구회) 선임연구원은 “교회의 전통 안에서 시대의 징표와 요구를 읽어 내려 한 교부들은 당대 최고의 지성인이자 학자였다”며 “「교부들의 가르침」에 담긴 오래고도 새로운 정신문화 유산에 누구나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윤하정2024.01.24

참회하며 예수님 부활 준비하는 40일간의 사순[박모란 교리교사의 교리, 궁금한 건 못 참지] (44) 전례 주기 ③ 사순 시기는 40일간 예수님의 수난을 함께 묵상하며 주님의 승리와 부활을 기도하는 때다. 한 신자가 재의 수요일 예식에서 재를 이마에 바르고 기도하고 있다. OSV 사순 시기(四旬 時期) 사순(40일)은 주님 부활 대축일 전 6주간에서 주일을 뺀 36일에 4일(재의 수요일까지 역산해 계산함)을 더한 시기를 일컫습니다. 성경에서 ‘40’(또는 4)이라는 숫자는 중대한 사건을 목전에 두고 준비하는 기간을 상징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신약 성경에서 ‘40주야’를 단식하셨고, 부활하신 후에도 ‘40일간’ 지상에 머무셨습니다. 따라서 ‘40’이란 숫자는 참회와 속죄로 우리를 새로 거듭나게 하며, 신비롭고도 살아계신 하느님과 만나기 위한 참회와 속죄의 시기입니다. 아울러 희망에 부풀어 영원한 생명의 보증인 주님 부활 대축일을 합당하게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① 재의 수요일 사순 시기가 시작되는 첫날로 사제는 자주색 제의를 입고 재를 축성해 머리에 얹는 예식을 거행합니다. “사람은 흙에서 났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십시오”(창세 3,19) 죽음을 상징하는 재를 얹는 것은 참되게 사는 방법을 찾고, 죄의 행실에서 회개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예로부터 재는 죽음·슬픔·불행·속죄·보속 및 죄를 씻는 정회의 상징이었습니다. 교회는 이날 단식재와 금육재를 지키기를 명하고, 극기·금욕·자선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② 성주간(聖週間) 주님 수난 성지 주일부터 주님 부활 대축일까지의 일주일간을 말하며 전례력 중 가장 거룩한 주간입니다. ③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백성들이 승리의 상징으로 종려나무 또는 올리브 가지를 주님 가시는 길바닥에 깔았던 일에서 유래합니다. 성지 주일에 사제는 붉은색 제의를 입고 성지(성스러운 가지)를 축성해 나눠줍니다. 성지 축성과 분배는 원칙적으로 성전 밖에서 행해집니다. 성지를 손에 든 사제와 신자들은 행렬을 이뤄 복음 낭독 후 향을 피우고 십자가를 앞세워 성전에 들어가 예수 수난 미사 전례에 임하게 됩니다. 성지 주일의 주제와 상징은 주님의 승리와 비참한 죽음에 이르는 수난입니다. ④ 성삼일(聖三日) 성주간 후반부 3일을 가리키는데, 주님 만찬 미사로 시작되는 성목요일과 주님 수난 예식이 있는 성금요일 그리고 성토요일 부활 성야로 절정을 이루며 부활 저녁기도로 끝납니다. - 성목요일 :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사랑의 계명’을 주시며 유언을 남기신 날입니다. 주님은 제자들과 마지막 식사를 하시면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심으로써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셨습니다. 이 성체성사와 함께 사제직을 설정해 당신의 구원 성업을 세상에 전해 모든 이가 하느님의 무한한 은총을 받게 하셨습니다. 이날은 제자 유다 이스카리옷의 배반으로 유다인들의 손에 넘겨지신 날이기도 합니다. 성목요일 전례는 성유 축성 미사와 주님 만찬 미사(발 씻김 예식·성체 옮기는 예식·밤 중 성체 조배)로 진행됩니다. - 성금요일 : 이날 주제는 주님의 수난과 십자가상 죽음을 재현하고 기념하며, 그 원인이 된 인류의 죄를 아파하고 뉘우치는 것입니다. 전체 분위기는 슬프지만, 부활의 희망을 안고 있습니다. 사제는 순교를 뜻하는 붉은색 제의를 입습니다. 과거에는 검은색 제의를 입었습니다. 성금요일 예식은 말씀의 전례·십자가 경배·영성체로 구성되며, 단식재와 금육재를 지킬 것을 명합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처형을 당하셨기에 성금요일에는 미사뿐 아니라 다른 성사도 집행하지 않습니다. - 성토요일 : 교회는 이날 예수님께서 무덤에 계시는 것처럼 주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고 기도하고 단식하며 그리스도 부활을 기다립니다. 이날은 1년 중 유일하게 시간 전례 외에는 아무런 전례도 없는 날입니다. 단지 위독한 환자를 위한 병자 영성체만 할 수 있습니다. 박모란 교리교사cpbc2025.04.02

레베카의 선택 (1)[월간 꿈 CUM] 유랑 _ 이야기 구약성경 (6) 요한 게오르그 플라체르(Johann Georg Platzer, 1704~1761)의 ‘우물가의 레베카’(Rebecca at the Well) 부분, 1735, 오스트리아 빈 벨베데레 궁전 박물관.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Joseph Hitch cock, 1899~1980) 감독이 1940년에 연출한 영화 ‘레베카’(Rebecca)는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독특한 소재로 당시 평단의 주목을 끌었다. 영화는, 세상을 떠난 레베카가 ‘지금 여기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일련의 과정을 담고 있다. 3800~4000년 전, 이사악의 아내 이름도 레베카였다. 이사악의 아내 레베카는 이미 죽고 없지만, 마치 히치콕 감독의 영화 속 레베카처럼 오늘날까지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만약 그녀가 둘째 아들 야곱이 아닌, 첫째 에사우를 더 사랑했다면 지금의 이스라엘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아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 명백한 이사악은 아내 레베카를 통해 특별한 위로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어머니 사라의 죽음 뒤에 이뤄진 혼인이어서, 아내에 대한 정이 더욱 각별했을 것이다. 이사악과 레베카, 또 그의 아들 야곱에 대한 이야기는 구약성경 「창세기」 25장에 자세히 나온다. 마흔 살의 늦은 나이에 레베카와 혼인한 이사악은 진심으로 아내를 사랑했다.(창세 24,67 참조)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20년이 지나 노인이 될 때까지 아이를 얻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이사악은 아이를 얻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를 올렸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레베카가 임신을 했다. 그것도,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덜어 주기라도 하듯, 아들 둘(쌍둥이)이 한꺼번에 들어섰다. 레베카도 임신 초기, 직감으로 자신의 배 속에 있는 아이가 쌍둥이임을 알았다. 그래서 하느님께 기도로 물었다. “어째서 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겁니까?” 주님께서 대답했다. “너의 배 속에는 두 민족이 들어 있다. 두 겨레가 네 몸에서 나와 갈라지리라. 한겨레가 다른 겨레보다 강하고 형이 동생을 섬기리라.”(창세 25,22-23) 세상에 먼저 나온 이가 ‘에사우’이고, 둘째가 ‘야곱’이다. 참고로 에사우는 이슬람 민족의 조상이 된다. 유대인의 조상이 야곱이니까, 유대인과 아랍인은 애초에 쌍둥이 형제인 셈이다. 야곱은 영어 이름에서 제이콥(Jacob), 잭(Jack) 혹은 재키(Jake) 등으로 변형된다. 요한이 존(John), 베드로가 피터(Peter), 바오로가 폴(Paul), 마리아가 메리(Mary), 안나가 앤(Anne)으로 변형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남자 이름과 관련, ‘야곱’에 대한 미국인들의 선호도는 요한(존)과 베드로(피터), 바오로(폴)에 비해 크게 앞선다. 미국의 한 단체가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1999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에서 남자아이 이름으로 가장 많이 사용한 이름이 야곱(Jacob)이었다. 야곱은 ‘다른 사람의 뒤꿈치를 잡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태어날 때 형 에사우의 뒤꿈치를 잡고 세상에 나왔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야곱은 ‘남의 자리를 뺏다, 기만하다’라는 뜻과 관련되기도 한다.(창세 27,36 참조) 반면 에사우는 ‘털복숭이’라는 뜻이다. 1990년에 케빈 코스트너(Kevin Michael Costner, 1955~)가 감독과 주연을 동시에 맡은 영화 ‘늑대와 춤을’에서도 인디언들의 이름 중에 ‘주먹 쥐고 일어서’, ‘발로차는 새’ 등과 같은 재미있는 이름들이 나오는데, 과거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각 사람의 특징을 따서 이름으로 불렀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늦게 본 아들과 딸의 이름을 ‘막둥이’ 또는 ‘말순이’라고 지었다. 어쨌든 비슷한 DNA를 가지고 태어난 쌍둥이 형제면 성격도 비슷할 법한데, 에사우와 야곱은 그렇지 않았다. 완전히 달랐다. “아이들이 자라서, 에사우는 솜씨 좋은 사냥꾼 곧 들사람이 되고, 야곱은 온순한 사람으로 천막에서 살았다. 이사악은 사냥한 고기를 좋아하여 에사우를 사랑하였고, 레베카는 야곱을 사랑하였다.”(창세 25,27-28) 글 _ 편집부 cpbc2023.11.10

‘선입견 없는 관심’으로 고요한 아침의 나라 담아낸 선교사[사진에 담긴 고요한 아침의 나라] <53·끝> 노르베르트 베버 총아빠스 <사진 1> ‘노르베르트 베버 총아빠스’, 1925년, 유리건판,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 사진. 수도원·연합회 28년 이끈 초대 총아빠스 노르베르트 베버 총아빠스는 선교 베네딕도회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상트 오틸리엔 연합회 초대 총아빠스로 28년간 수도원과 연합회를 이끈 인물이다.<사진 1> 노르베르트 베버(세례명 요셉)는 1870년 12월 20일 상트 오틸리엔에서 북쪽으로 40㎞ 떨어진 랑바이트에서 태어났다. 1875년 7월 25일 사제품을 받고 한 달 후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에 입회해 1896년 11월 1일 ‘노르베르트’라는 수도명으로 서원했다. 1902년 12월 18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초대 아빠스로 선출된 32세의 베버 신부는 임기 초기부터 특유의 열정적 추진력으로 수도원과 연합회를 발전시키는 데 전념했다. 그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했다. 그는 베네딕도회 수도 생활과 선교 활동이 결합된 새로운 선교 모델을 모색해 1909년 2월 25일 한국에 진출한 서울 백동 수도원에서 실현했다. 수도자들은 수도원 안에서 베네딕도 수도 규칙에 따라 생활하면서 전례와 학문·기술 교육 등을 통해 선교 활동을 펼쳤다.<사진 2> 베버 총아빠스가 면밀히 추진한 아빠스좌 백동 수도원 설립은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결과를 낳았다. 첫째, 백동 수도원은 새로운 선교 모델의 핵심 요체인 수도 생활과 선교 활동의 병행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는 선교 베네딕도회의 정체성 문제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하고 동아프리카에도 아빠스좌 수도원 설립의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했다. 둘째, 백동 수도원은 한국 교회 최초, 선교지에 세운 상트 오틸리엔 연합회 최초, 동아시아 최초 성 베네딕도회 아빠스좌 수도원이다. 한국 교회의 수도 생활을 소개하는 신기원을 열었다. 셋째, 백동 수도원은 교육기관이자 사업체였던 숭공학교(1910~1923)를 통해 465명의 장인을 배출하며 가톨릭의 중산층과 한국인 성소자를 양성했다. 넷째, 백동 수도원은 탁월한 학문기관이었다. 당시 성경·언어·문화·예술·양봉·식물 연구의 중심지였다. 다섯째, 백동 수도원을 찾아오는 신자들과 방문자들에게 전례의 가치와 환대의 영성을 보여줬다. 동시대인의 영적 시야를 넓고 풍부하게 열어줬다.<사진 3> <사진 2> ‘말 위에 올라탄 베버 총아빠스’, 1911년, 랜턴 슬라이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 사진. <사진 3> ‘베버 총아빠스와 하우현 신자’, 1911년 3월 하우현 성당, 유리건판,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 사진. 1911년과 1925년 두 차례 한국 방문 백동 수도원과 독일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슈바이클베르그 수도원이 아빠스좌 수도원으로 승격되면서 연합회 구성 법적 요건을 갖추게 된 상트 오틸리엔은 총아빠스좌 수도원으로 승격했고, 상트 오틸리엔 연합회가 탄생했다. 성 베네딕도회 총연합회의 13번째 연합회로 가입했다. 이때부터 노르베르트 베버는 ‘총아빠스’와 ‘연합회 총재’라는 두 가지 직함을 가지게 됐다. 그는 ‘제2의 창립자’라고 불릴 정도로 상트 오틸리엔 연합회의 성격과 구조를 새로 확립하고 선교 지역을 확장해 나갔다. 아빠스로 소임을 시작한 1902년 99명에 불과하던 수도자 수는 그가 사임한 1931년에는 949명으로 증가했다. 28년 재임 동안 독일·동아프리카를 비롯해 한국·중국·필리핀·미국·베네수엘라 등에 수도원을 설립했다. 노르베르트 베버 총아빠스는 연합회 안팎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고, 많은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수도자였고, 선교사였으며, 여행가·예술가·사진가·영화 제작자·사냥꾼·민속학자·종교학자·세계 시민·작가였다. 한마디로 그는 ‘다층적 인물’이었다. 다양한 관심과 열정적 추진력, 재빠른 이해력과 진정한 인간성, 도전을 향한 용기 등 베버 총아빠스의 타고난 재능은 한국 문화의 풍요로움을 깊이 인지하게 했다. 낯선 문화와 종교에 대한 그의 개방성과 관용의 마음은 ‘선입견이 없는 관심’에서 출발했다. 그는 1911년과 1925년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해 선교 현안을 해결하는 동시에 한국의 정신 속으로 더 깊이 스며들어 가기 위해 험한 여행을 마다치 않았다. 한국 문화와 관련한 두 권의 책과 잘 편집된 한 편의 영화와 수백 장의 한국 사진 아카이브가 그 결실이다.<사진 4> <사진 4> ‘겸재 화첩 금강내산전도’, 1911년 ?, 유리건판,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 사진. 한국 문화의 풍요로움에 심취한 선교사 「고요한 아침의 나라, 1915」는 베버 총아빠스가 1911년 2월 21일부터 6월 24일까지 한국 곳곳을 세심한 시각으로 관찰하고 기록한 여행기다. 관찰한 내용을 글과 사진·수채화·스케치 등으로 담았다. 1925년 여행의 결과물인 영화 「고요한 아침의 나라, 1927」는 서울 시가·혼례·장례·농업·각종 수공업·춤·농악·사찰·미신·금강산 풍경 등을 담았다. 총 촬영 필름분량이 15㎞나 된다. 「한국의 금강산에서, 1927」는 베버 총아빠스의 금강산 유람기다. 이 책에는 겸재 정선의 금강산 그림 2점이 수록돼 있다. 베버 총아빠스는 또 한국 문화재 수집가였다. 유명한 ‘겸재 정선 화첩’뿐 아니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선교 박물관에 소장된 많은 한국 관련 민속품이 그의 수집품이다.<사진 5> 노르베르트 베버 총아빠스는 동아프리카 탄자니아 선교사로 활동하다 1956년 4월 3일 리템보에서 선종, 페라미호 수도원 묘지에 안장됐다. 그의 선교 사상은 선교지 민족의 문화를 존중하고 그 나라의 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으로 집약된다. 그는 마음이 따뜻한 한 문화인으로 한국 문화의 풍요로움에 심취한 사람이었다. 리길재 전문기자 teotokos@cpbc.co.kr리길재 전문2025.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