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9차 캐나다 퀘벡 성체대회 이모저모성찬례는 하느님과 하나되는 결속의 신비 캐나다 퀘벡에서 22일 폐막미사로 8일간의 일정을 마친 제49차 세계성체대회는 매일 소주제에 맞춰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이번 대회를 비롯한 한국 참가단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빗 속에서 대형스크림을 통해 교황의 폐막미사 강론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 ○…폐막미사는 22일 폭우 속에서 진행됐다. 미사 시작은 오전 11시였지만 미사가 봉헌된 아브라함 평원은 새벽부터 참례자들로 가득찼다. 미사 중에 폭우가 쏟아져 미사 봉헌이 어려울 정도였지만 신자들과 사제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미사를 마쳤다. 신자들은 각 대륙의 과일을 봉헌하며 전 세계 일치를 기원했고 퀘벡교구 첫 주교인 복자 라발 주교가 타고 온 배 모형을 봉헌하며 선교 열정을 되새겼다. 미사 참례자들은 로마에서 생중계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강론을 대형 화면을 통해 경청했다. ○…대회가 열린 퀘벡시는 성체성사의 신비가 곳곳에서 묻어나는 거대한 은총의 도시가 됐다. 순례객들은 대회기간 퀘벡 출신으로 처음 주교가 된 복자 프랑스와 드 라발 주교 무덤, 북미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 우르슬라 콘벤트 등 캐나다 가톨릭의 역사적 현장을 방문했다. 또 19일에는 퀘벡시 엑스포 전시장 곳곳에서 고해성사가 하루 종일 진행돼 수백 명의 사제들이 신자들에게 고해성사를 주는 장관이 펼쳐졌다.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클라우디오 후메스 추기경은 "제단(altar)은 '화해의 식탁'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며 "죄에 대한 용서와 사함은 우리를 제단으로 이끌어 성찬례에 참여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대회 기간에는 사제서품식이 거행돼 성체대회 의미를 더했다. 20일 퀘벡 하키경기장에서 각기 다른 교구와 수도회 소속 사제 12명이 새 사제로 태어났다. 사제서품식에 참가한 순례객들은 박수와 환호, 눈물과 감동으로 새 사제 탄생을 지켜봤다. 교황 특사 요제프 톰코 추기경은 서품미사 강론에서 "성체성사는 하느님의 선물이자 특별한 은총이고 사제는 이 은총과 선물의 증거자가 돼야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 참가단은 17일 북미주 3대 성지 중 하나인 보프레의 성녀 안나 성당을 순례했다. 17세기 초 세인트 로렌스 강에서 난파된 선원들이 성녀 안나의 전구로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한 다음 이곳에 지은 성당으로, 이후 병자들의 병이 낫는 기적이 끊임없이 일어나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18일에는 캐나다의 우크라이나 동방가톨릭 수장인 로렌스 후쿨락 대주교 주례로 봉헌된 비잔틴 미사에 참례. 기도 대부분을 노래로 부르고, 여러 번 향을 치고, 촛불을 사용하는 등 두시간에 가까운 화려하고 장엄한 전례로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비잔틴 전례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18일 오후 프로그램은 퀘벡대교구 본당과 수도회들이 대회 참가자들을 초청해 형제적 친교를 나누고 식사를 함께하며 문화체험을 하는 '아가페 만찬'(Agape meals). 한국 참가단은 대회장으로부터 1시간 반 가량 떨어진 뱅쌩뽈이라는 작은 도시의 한 수녀원으로 가서 인근 5개 본당 신자들과 사제들, 수도자들 환대를 받았다. 세계성체대회장 우엘레(퀘벡대교구장) 추기경은 세계성체대회 영어권 담당 책임 주교인 알베르 르가 주교를 이곳에 파견해 특별 강론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르가 주교는 "한국이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순례단을 파견했기에 대회 본부측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벤쿠버한인본당의 경우 부활절에 130여 명의 성인 영세자를 배출한다는 소식에 캐나다 다른 주교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한국교회의 활발한 전교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참가단은 드가 주교 강연 후 이 지역 신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119년된 수녀원의 역사 박물관과 경당을 둘러본 다음 수녀원 식당에서 신자들과 만찬을 가졌다. 거리 산책 시간에는 이곳 특산물인 발삼전나무 수액 제품 가게가 한국 참가단을 위해 일부러 문을 열어 특산품을 살 수 있도록 배려했고, 저녁기도 시간에는 이곳 신자들이 한국 참가단에게 한국 성가를 불러달라고 요청하는 등 시골 마을 같은 따뜻한 인심을 느끼게 해줬다. ○…21일은 토론토ㆍ몬트리올ㆍ해밀톤 등 캐나다 각지 한인공동체에서 온 신자들과 한국 참가단이 한 곳에 모여 한인들만의 특별한 만남의 시간을 갖는 '한인의 날'로 진행됐다. 한국 참가단은 대회 본부측이 한인 신자들을 위해 특별히 내준 노트르담성당에서 전날 사제품을 받고 이날 첫 미사를 집전한 새 사제로부터 첫 강복을 받는 기쁨을 누렸다. 이어진 교리교육 시간에 최기산(인천교구장) 주교는 성경과 교부들, 공의회와 교황들 회칙 등 교회 문헌에서 가르치는 성체성사 교리를 전했고, 박정일(전 마산교구장) 주교는 성체성사와 순교자 시성운동에 관해 강의했다. 오후 4시 미사는 노트르담본당 신부와 캐나다 신자들이 한국 참가단과 함께한 가운데 최기산 주교가 한국어로 주례하는 특전 미사로 봉헌됐다. 계획되지 않은 공동미사였지만 가톨릭 신앙과 성체성사 안에서 두 나라 신자들은 언어에 상관없이 하나가 되는 체험을 한 감격적 자리였다. ○…22일 거행된 폐막식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태극기를 흔드는 한국 참가단은 관심을 한몸에 받았고, 연신 사진을 찍는 사람들 때문에 웃음을 멈출 수 없는 모델 역할을 해야했다. 미사가 폭우로 어수선한 가운데 끝났지만 한국 참가단과 교포들은 최원오(주교회의 사무국장) 신부 제안으로 '순교자 찬가'를 힘차게 부른 뒤 제대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세계성체대회에 두 번 이상 참가한 이들이 15명이나 될 정도로 성체신심에 각별한 참가자들은 다음에 더블린에서 열리는 세계성체대회에도 함께 가자며 아쉬움을 달랬다.기사 및 사진제공=박정우(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신부, 주교회의 미디어팀, 외신종합김원철2008.06.25

시각장애 청소년 터키 성지순례(2) "보지 않고도 믿는 그들, 그래서 더 행복하다" 성소피아 성당과 블루 모스크가 마주보고 있는 이스탄불 중심가 술탄 아흐멧 지구. 시각장애 청소년들에게 이 거대한 건축물들을 보여줄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성소피아 성당(내부 면적 7000㎡)만 하더라도 얼마나 웅장한지, 유스티아누스 황제는 532년 낙성식 때 성당에 들어서서 "예루살렘 대성전을 지은 솔로몬이여, 내가 당신을 능가했소"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오스만 제국의 위용을 드러내는 블루 모스크도 크기가 이에 못지 않다. 현지 안내인 손현민(프란치스카)씨의 설명이 재미있다. "블루 모스크는 뾰족한 연필을 세워놓은 것 같은 첨탑이 6개에요. 앞에 있는 지붕은 밥공기 엎어놓은 것 같고, 그 뒤 지붕은 바가지 엎어놓은 것 같고, 창문은 벌집처럼 나 있고…" 역시, 궁(窮)하면 통(通)한다. 기념품점에 있는 건축물 모형을 사서 만져보게 했더니 청소년들이 "아~ 이제야 알겠다"며 만족스러워한다. 충주성모학교 교사 이영신(로사) 수녀는 고대경기장 히포드롬에서 뱀 3마리가 똬리를 틀고 있는 형상을 한 청동뱀 기둥을 설명하느라, 기둥 앞에서 학생들과 뱀처럼 엉켜 '쇼'를 한다.고대도시 라우디케이아에서 유적들을 손으로 만져보는 시각장애 청소년들. 이들의 발달한 청각ㆍ촉각ㆍ후각ㆍ미각은 시각의 약점을 극복하고도 남는다. 궁즉통(窮卽通)은 본디 '궁즉변(窮卽變), 변즉통(變卽通), 통즉구(通卽久)'에서 나왔다. 내가 변해야 상대방과 통할 수 있다는 말이다. 때마침 황인환(서울 동서울지역교구장 대리 보좌) 신부는 미사에서 "서로 상대방을 통해 그리스도를 만나자"는 강론을 한다. "예수님은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고 하셨다. 그분의 제자들은 보고야 믿었다. 특히 토마스는 그분 옆구리에 손을 넣어봐야 믿겠다고 했다. 도우미들은 시각장애 청소년들을 통해, 청소년들은 도우미들을 통해 예수님을 보는 순례를 하자."# 서로를 통해 그리스도를 만나자 이튿날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에게해 연안도시 이즈미르(옛이름 스미르나). 에페소ㆍ페르가몬ㆍ필라델피아 등 요한묵시록에 등장하는 7대 교회를 순례하려면 이스탄불, 앙카라에 이어 터키의 3번째 도시 이즈미르를 기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 도시는 사도 요한의 제자 폴리카르푸스(69~155년)가 "예수님을 믿은 지 86년 동안 주님은 한 번도 나에게 잘못하신 일이 없는데, 어찌 주님을 모른다 하리오"라며 화염 속에서 순교한 곳이라 더 의미가 깊다. 시차도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강행군. '만물박사' 유재준(요셉, 17)군은 헤비메탈ㆍ인터넷ㆍ스포츠 분야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수다로 장거리 버스 안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어느새 7대 교회의 하나인 페르가몬(묵시 2,12-17) 교회 터가 보인다. 로마시대에 세라피스 신전이었던 이 허물어진 교회 건물은 2000년 풍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폐허 위에 남아있는 대리석 기둥들과 금방이라도 '우르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벽체가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그리스도는 천사를 통해 요한에게 전한 계시에서 페르가몬 신자들의 믿음을 칭찬하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희는 '사탄의 왕좌'에 살고 있다면서 우상숭배를 엄하게 꾸짖으신다. 그 꾸짖음을 귀담아 듣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사방 팔방 어디를 둘러봐도 2000여 년 전 신앙의 꽃을 피운 초대교회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 밝고 예민한 '마음의 눈' 청소년들은 손으로 유적지 돌무더기를 더듬는다. 또 서로 손을 잡고 기둥을 빙 둘러서서 그 둘레를 가늠한다. 이들의 눈은 '손 끝'에 있다. 지중해의 햇볕과 바람이 부딪히는 '뺨'에도 있다. 장애 때문에 슬픔과 고민이 더 깊었을 '마음'에도 있다. 이들의 '마음의 눈'은 비장애인이 깜짝 놀랄만큼 밝고 예민하다. 더우기 본 것을 갖고 상상력을 발휘해 쓰러진 기둥을 세우고, 떨어져 나간 벽을 쌓고, 무너져 내린 지붕을 올린다. 비장애인들은 대개 "돌덩이 밖에 없잖아"하며 볼거리 없는 유적지에 실망하는데 말이다. 김솔(로사, 17)양은 라오디케이아에서 "여기저기 널려 있는 돌덩이들이 '미지근하여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은'(묵시 4,16-17) 내 신앙심 같다"고 말한다. 솔이는 "마음을 잡고 지난해 가을부터 다시 주일미사에 참례하고 있다"고 한다. 묵시록 저자는 "(너희가 풍족하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비참하고 가련하고 눈멀고 벌거벗은 것을 깨닫지 못한다"(묵시 4,17)고 라오디케이아 신자들에게 말씀하신다. 그러면서 "안약을 사서 눈에 발라 제대로 볼 수 있게 하여라"라고 이르신다. 영적 가난을 책망하는 말씀이다. 뙤약볕에서 유적을 더듬으며 그분의 목소리까지 마음에 담으려고 애쓰는 이들의 순례 태도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양 여기는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안약은 과연 누구에게 필요한 것일까? 이즈미르=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꿈★은 이루어 진다'-성지순례를 떠나기 전까지우연과 고난의 연속 잘할 수 있을까, 잘돼야 될 텐데… 지난해 11월 가톨릭 시각장애인 교육기관인 충주성모학교에 갔을 때다. 교사 이영신(사랑의 씨튼수녀회) 수녀는 "아이들이 성경에 나오는 장소를 무척 가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수업시간에 "갈릴래아 호수가 충주호보다 커요?", "사도 바오로가 선교한 나라가 어디에요?" 등 쉴새없이 질문을 한다며. 학생들 염원이 평화방송ㆍ평화신문과 터키관광청(한국홍보대행사 나스기획)을 '사랑의 끈'으로 이어 줬다. 본사의 '시각장애 청소년 성지순례' 기획에 터키관광청이 선뜻 동참의사를 알려온 것. 하지만 "앞을 보지 못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무슨 고생을 시킬려고 하느냐"는 부정적 의견도 없지 않았다. 안전문제도 큰 걱정거리였다. 순례 준비는 이처럼 우연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이번 순례에 고등부 2학년생 김종석(안드레아)ㆍ유재준(요셉)ㆍ김솔(로사)ㆍ권유진(레지나), 중등부 3학년생 신재혁(가브리엘)이 참가했다. 솔이와 유진이는 태어나면서 시력을 잃었다. 재준이와 재혁이는 중도 실명했다. 종석이는 약시(교정시력 0.1)다. 봉사자 겸 지도신부로 나선 황인환 신부는 학생들과 가까워지려고 이들과 함께 준비모임을 가졌다. 그리고 모임 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멋지게 '쐈다'. 포크에서 자꾸 빠져나가는 스파게티 면발, 납작한 채소… 2시간 만에 식사를 무사히(?) 마치고 난 뒤에 드는 생각은 오로지 하나. '잘할 수 있을까, 잘돼야 될 텐데….'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cpbc2008.07.15
![[크루즈 성지 순례의 모든 것]-(중) 여유로운 여행의 대명사](//cpbc.co.kr/CMS/newspaper/2008/07/rc/258524_1.1_titleImage_1.jpg)
[크루즈 성지 순례의 모든 것]-(중) 여유로운 여행의 대명사다양한 문화ㆍ음식 즐기며 순례도 여유롭게▨ 여유로운 여행의 대명사 크루즈 성지순례 풍경들 # 풍경 1 아침 6시, "아차 짐 싸야지" 놀라서 일어나는 데레사씨에게 룸 메이트 남편의 핀잔이 날아온다. "여긴 테살로니카요." 아테네 피레우스 항에서 출발한 유람선은 밤새 파도를 가르며 다음 순례지로 달려온 것. 여유롭게 화장을 마친 데레사씨가 남편과 함께 식당으로 향한다. 이미 순례객들로 북적이는 식당엔 영어, 불어는 물론 스페인어도 들린다. 주눅드는 데레사씨, 그래도 용기내어 "안녕하세요" 하고 한국말로 인사하자 몇 몇 사람이 "안 녕 하 세 요" 라며 서투른 한국말로 인사를 받는다. 외국인의 한국 말 인사에 깜짝 놀란 데레사씨, 기분이 갑자기 좋아진다. 식당으로 들어서니 콧수염을 멋있게 기른 웨이터가 손에 접시를 들려준다. 뷔페식으로 차려진 테이블에서 음식을 골라담자 기다리고 있던 웨이터가 접시를 받아들고 팔을 내민다. 이른바 에스코트 자세다. 깜짝놀란 데레사씨가 뺏듯이 접시를 돌려받아 남편을 재촉, 창가쪽으로 자리 잡는다. 민망한 웨이터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더니 그저 웃기만 한다. # 풍경 2 느긋하게 아침 식사를 즐기며 크림 듬뿍 넣은 커피까지 마시고 나니 어느새 8시.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식사할 때도, 성지를 순례할 때도, 심지어 화장실 들렀을 때도 어김없이 들리던 '빨리 빨리'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래도 되나 ? 챙 넓은 모자를 준비하라는 안내서에 따라 노란색 모자를 챙긴 데레사씨 손에 성지순례 안내 책자를 넣은 조그만 가방 하나가 들려 있다. 유람선을 내리자 한국말 하는 현지 안내인과 순례길 버스가 기다린다. 오늘 순례지는 바오로 사도가 제2차 전도여행 때 필립피에 이어 두 번째로 전교한 테살로니카. 성지 곳곳마다 찬찬히 둘러보는 여유로운 순례가 낯설기만 하다. 오후 5시, 항구에서 다시 만난 유람선이 마치 내집처럼 반갑다. 웨이터의 시중을 받으며 저녁 만찬을 즐긴 데레사씨,식사 후 마련된 문화체험시간에 그리스 춤 배우기에 도전한다. "내일은 성서퀴즈 프로그램이 있다는데." ... 잠자리에 든 데레사씨가 성경을 펴 들었다. 순례자들이 만나게 될 크루즈 순례의 장면들이다. 크루즈 여행, 크루즈 성지순례의 최대 장점은 '여유'다. 잠자는 시간에 이동하다보니 순례지 이동을 위한 시간 절약은 기대 이상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리스ㆍ터키지역 성지 다수가 기항지를 가까이 끼고 있는 지리적 특징이 있다. 따라서 육로를 이용한 순례시 잡아야 하는 이동시간을 온전히 순례 시간에 쏟을 수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시간은 덤이다. 바오로 사도가 활동한 구 코린토 지역, 순례자들이 당시 아고라 등 유적지를 순례하고 있다. ▨ 알고가면 더 유익한 크루즈 성지순례 ★ 출발 인천 국제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약 11~12시간이면(경유지 있을 경우 시간차 있음) 그리스 아테네에 도착한다. 순례자들은 일정에 따라 당일 또는 다음날 오후 아테네 인근 피레우스항에 정박해 있는 성지순례 전문 유람선 크리스탈 호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짐 부치기 등 몇 가지 수속. 수속과 동시에 순례자들은 선상 카드 (씨패스 - Sea Pass 카드 )를 받는다. 이 카드 한 장으로 선내 어느 곳에서든 결재가 가능하다. 물고기 로고가 그려져 있는 선상카드에는 선박명, 크루즈 날짜, 이름, 객실 번호, 선상 카드 번호가 표시돼 있다. ★ 승선 선상 카드를 받았으면 이제 승선이다. 배에 오르기 직전, 발급받은 선상카드를 등록기에 넣으면 본인의 사진촬영이 이뤄진다. 선상 카드 소유자를 확인하는 절차로 기항지 관광 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오르내리기 때문에 여권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 이를 대신하기 위한 수단이다. 즉, 선상 카드는 크루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결재 수단이면서 동시에 신분 증명 수단이기도 하다. 기항지 관광 시 배에서 내리거나 다시 탈 때는 물론, 마지막으로 하선할 때도 등록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선상 카드만큼은 반드시, 주의 깊게 소지해야 한다. ★ 방 찾아가기 처음 배에 오르면 배에 대한 공간 감각이 잘 느껴지지 않아 한참을 헤메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물론 첫 승선 때는 담당자의 안내를 받게 된다.그러나 이틀 정도 지나면 대략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을 손쉽게 찾아갈 수 있다. 일단, 자신의 선실이 배의 앞쪽인지 뒤쪽인지를 확인한 후, 움직이면 편하다. 승선 전에 터미널 입구에서 부친 짐은 배에 오르면 이미 객실 문 앞에 놓여 있거나 또는 저녁 식사 후 돌아오면 놓여 있다. 워낙 많은 짐이 수속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조급해할 필요 없이 '기다리면' 짐은 언젠가 문 앞에서 만날 수 있다. ★ 식사 1. 메인 레스토랑 아침, 점심, 저녁 식사가 제공되며 웨이터의 서빙을 받으며 식사를 할 수 있다. 승객들은 매일 저녁 지정된 시간에 지정된 디너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게 되며 특히 저녁 정찬은 오후 7시와 9시에 두 차례로 나뉘어 진행된다. 메인 레스토랑에서의 복장은 청바지, 반바지, 티셔츠 등을 삼가는 게 좋다. 식사시 물(미네랄 워터), 와인, 음료 등은 유료다. 2. 뷔페 레스토랑 아침 식사와 점식 식사가 뷔페로 제공된다. 메인 레스토랑에서도 아침, 점심, 저녁 식사가 제공되지만 웨이터의 서빙이나 격식 없이 간편하게 식사 하기를 원하거나 메인 레스토랑의 식사 시간을 놓친 경우 뷔페 레스토랑을 이용하면 좋다. 점심 식사의 경우 매일 각각의 주제를 가지고 그리스ㆍ터키식, 아시아식, 이탈리아식 등의 별미들로 뷔페가 차려져 항상 새로운 메뉴를 만날 수 있다. ★ 크루즈 객실 크루즈 객실은 크게 인사이드 객실(내측 선실)과 오션뷰(아웃사이드) 객실(외측 선실)로 나뉘어지며, 오션뷰 객실의 경우, 발코니 유무에 따라, 일반 오션뷰 객실과 발코니 객실로 나뉘어 진다. 이용하는 객실 등급에서의 차이점 외에 선내 식사, 기타 서비스 조건은 이용 객실 등급과 무관하게 모든 승객에게 동일하게 제공된다. ★ 복장 선상 어디에서나 자유로운 복장이 허용된다. 그러나 갈라 디너(공식 만찬: Formal Night)가 있는 날은 남자의 경우 정장과 타이를 착용하며 여자의 경우 원피스, 정장, 한복 등을 준비하면 좋다. 늦가을 크루즈 선내 기온은 18~22도로 다소 쌀쌀할 수 있으므로, 따뜻한 가디건, 털옷 등을 준비해야 한다. 또 지상 순례를 위해 챙이 넓은 모자, 선글라스 등이 필요하며 보온 및 방풍용 점퍼는 필수품이다.cpbc2008.07.15

시각장애 청소년 터키 성지순례(4)"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는 서로 손을 내밀렴" 시인 안도현의 우화소설 「연어」에서 주인공 은빛연어가 맑은눈연어를 만나 '마음의 눈'을 뜨게 되는 대화 한 구절이 떠오른다. "아까 네가 내 앞으로 지나갈 때 말이야. 그때 내 눈에 번쩍 하는 빛이 보였거든." "빛이?" "틀림없이 봤어, 내 눈을 멀게 할 것처럼 강렬한 빛을." "그건 마음의 눈으로 나를 보았기 때문일 거야. 마음의 눈으로 보면 온 세상이 아름답거든."# 수난과 고난 이겨낸 바오로 대단해 시각장애 청소년들이 지닌 '마음의 눈'은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밝다. 사도 바오로가 27개월 가까이 머물며 복음을 설파한 터키 서남부 지중해 연안 에페소. 이명신(로사, 가운데) 수녀가 청소년들 손을 잡고 유적 형태를 그려가며 에페소를 설명하고 있다. 멀리 뒤로 보이는 건물이 135년 건축된 셀수스 도서관이다. 기원전 11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도시 역사만큼이나 찬란한 지중해문명 중심지였으나 지금은 거대한 야외 박물관이 됐다. 돌기둥과 대리석 도로, 그나마 형체가 남아있는 셀수스 도서관 건물이 눈에 보이는 전부이다시피하다. 더구나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과 전 세계에서 몰려든 여행 인파가 순례 6일째인 우리를 녹초로 만든다. 바람이 지나가는 그늘에 주저앉아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런데도 청소년들은 이것저것 부지런히 만져보며 잘도 본다. 도미티안 황제 신전, 폴로 우물, 트라얀 황제 신전, 유곽촌 등에 남아 있는 기둥 문양을 더듬으면서 "아름답다"는 감탄사를 연발한다. 2만5000여 명을 수용하는 로마식 원형극장에 들어서자 "사도 바오로가 여기서 설교를 하셨을 거야", "아니야, 은장이들한테 봉변(사도 19)을 당하신 곳이야"라며 옥신각신한다. 사도행전과 바오로서간을 몇 번씩 읽고 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것 같다. 유재준(요셉, 17)군은 "이 뙤약볕 아래에서 온갖 수난과 고난을 이겨내며 복음을 전한 바오로가 정말 대단하다"며 감탄한다. 그러더니 대뜸 "세례명을 바오로로 바꾸고 싶은 '필(feel)'이 오는데 어떻게 하면 되냐?"라는 질문으로 웃음폭탄을 터뜨린다. 로마제국의 지중해 교역항이었던 에페소는 사도 바오로의 선교본부나 다름없다. 바오로는 이곳에 장기간 머물면서 복음을 전하고, 코린토 신자들에게 편지를 써서 보냈다. "적대자들이 많기는 하지만,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큰 문이 나에게 열려 있다"(1코린 16,9)며 자신감을 드러낸 곳이다. 원형극장에서 당한 봉변이란 아르테미스 신당 모형을 팔아 큰 돈을 번 은세공업자들이 바오로 때문에 수입이 줄자 일행을 극장으로 끌고가 소란을 일으킨 사건을 말한다. 당시 풍요의 여신 아르테미스에 대한 에페소 시민들 숭배는 대단했다. 바오로가 그런 그들에게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은 신이 아니다"라고 외쳤으니 그들이 가만 있었겠는가. 바오로가 3번째 전도여행이 끝나갈 무렵에 도착한 밀레토스 순례는 더욱 짜릿한 감흥을 준다. #눈물의 작별인사 항구도시 밀레토스는 퇴적물이 쌓여 잡초와 갈대가 무성한 내륙으로 변해 있다. 투옥과 환난을 각오하고 예루살렘행을 결심한 바오로는 이곳에서 에페소 원로들과 눈물의 작별인사를 한다. 로마 속주 고대도시의 영화(榮華)를 보여주는 원형극장 한쪽 구석에 걸터앉아 성경을 편다. 그의 고별사가 생생히 마음에까지 울린다. "…나는 유다인들의 음모로 여러 시련을 겪고 눈물을 흘리며 아주 겸손히 주님을 섬겼습니다. 내가 달릴 길을 다 달려 주 예수님께 받은 직무 곧 하느님 은총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다 마칠 수만 있다면, 내 목숨이야 조금도 아깝지 않습니다. 이제, 내가 두루 돌아다니며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한 여러분 가운데에서 아무도 다시는 내 얼굴을 볼 수 없으리라는 것을 나는 압니다. 내가 삼 년 동안 밤낮 쉬지 않고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을 눈물로 타이른 것을 명심하며 늘 깨어 있으십시오…"(사도 20,17-38). 바오로는 저 아래 건너다 보이는 갈대밭 어디쯤에서 배에 올랐을 것이다. 에페소 원로들은 "다시는 내 얼굴을 볼 수 없으리라"고 한 바오로의 말에 가슴이 아파 그의 목을 껴안고 흐느껴 울었다. 하느님 빛에 눈이 멀어 기고만장한 교회 박해자에서 이방인의 사도로 변신한 바오로. 체구는 작고, 말주변은 없고, 병약하기 짝이 없는 그는 모진 수난 속에서 그리스도를 열렬히 증언하다 그렇게 마지막을 예비한다. "장애 때문에 세상을 원망하고, 때로는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한 적도 있다"는 김종석(안드레아, 19)군은 "사도의 지치지 않는 열망과 고난 속에서도 꼭 붙들고 있었던 희망을 발견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스탄불로 돌아와 순례 마지막 날 봉헌한 감사미사. 봉사자를 자처하며 순례기간 내내 청소년들 고민에 귀를 기울인 황인환(서울대교구 동서울지역교구장 대리 보좌) 신부가 강론을 한다. "유진이는 사람들 시선 때문에 남들보다 더 밝고 친절하게 행동해야 하는 '착한사람 콤플렉스'를 털어놨지. 솔이는 냉담했던 얘기를 했고, 종석이는 장애 때문에 불공평한 세상을 원망한 적이 있었다고 했고…. 나도 너희들과 똑같아. 난 사제이기에 신자들 앞에서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야 해. 항상 먼저 희생해야 하고. '두 얼굴'로 살 때가 많아. 7년 전 사제품을 받을 때 바닥에 엎드려 했던 각오도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아 고민을 하고 있고. 모든 인생에는 숙제가 있단다. 나도 해답을 찾느라…." 황 신부가 말을 잇지 못한다. 안경 너머 눈시울이 붉어진다. 뒤로 돌아서서 눈물을 닦고 나서도 한동안 돌아서지를 못한다. "그래, 쉽게 해치울 수 있는 숙제라면 인생은 재미 없을 거야. 각자 삶의 자리에 돌아가서 그 숙제 열심히 하자.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는 손을 내밀어. 이번 순례에서 체험했듯, 너희가 손을 내밀면 달려와서 손을 잡아주려는 사람들이 많아. 그게 하느님 사랑이야. 봉사자들이 그 사랑을 보증하는 사람들이고."#은빛연어처럼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 은빛연어도 외롭고 힘들었다. 다른 연어들과 생김새가 달라 따돌림을 받았고, 사랑하는 누나를 물수리에 잃는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누나 영혼과 맑은눈연어, 초록강의 도움이 있었기에 계속 강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 놓은 터널로 가는 쉬운 길 대신 강물을 열고 창공을 향해 날아 올라 마침내 폭포를 뛰어 넘고 생명을 낳았다. 에페소(터키)=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cpbc2008.07.29
![[바오로의 해] (6) 두번 째 전도여행](//cpbc.co.kr/CMS/newspaper/2008/07/rc/260230_1.0_titleImage_1.jpg)
[바오로의 해] (6) 두번 째 전도여행리디아 첫 개종…유럽에 '복음의 씨앗' 뿌려 타락한 코린토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 거둬몇 년 뒤 신자들 갈라서자 눈물로 일치 호소 사도 바오로가 드디어 유럽에 '복음의 씨앗'을 뿌렸다. 예루살렘에서 출발한 복음이 소아시아를 거쳐 유럽 이방인들에게 닿은 것이다. 이 씨앗이 싹 터 얼마나 큰 나무로 자랐는가는 유럽 대륙의 찬란한 그리스도교 문명을 보면 알 수 있다. 성서주석가 요하힘 그닐카는 바오로가 2차 전도여행을 통해 유럽 남동부 그리스에 복음을 전한 것을 '손꼽히는 세계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사도행전을 펴놓고 이 세계사적 여행(사도 15,36-18,17)을 따라가본다. 사도 바오로의 2차 전도여행 경로 #그리스를 지나 로마까지 바오로의 선교거점은 시리아의 안티오키아(지도1)다. 로마와 알렉산드리아에 이은 세 번째 도시 안티오키아는 3차례에 걸친 전도여행의 출발지이자 귀환지다. 마지막 3차 전도여행만 예루살렘에서 끝난다. 안티오키아에서 서쪽을 응시하고 있던 하느님의 투사 바오로. 그는 소아시아 땅(지금의 터키)을 가로 질러 그리스를 밟고, 세계의 심장부 로마까지 달려가고 싶은 열망에 들떠 있었기에 용감히 길을 나서 마케도니아(현 그리스 북부와 불가리아 남서부)와 아카이아(지도2)에 도착한다. 이 지역들은 당대까지 알려진 세상의 전부다. 2차 전도여행의 동반자는 실라스와 디모테오다. 디모테오는 이후 사도의 모든 선교활동에 동행하면서 가장 믿음직한 제자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이 세 사람은 주님의 영이 이끄시는대로 갈라티아 내륙지방으로 간다. 프리기아의 안티오키아, 이코니온 등 첫 번째 전도여행 중에 세운 교회들을 둘러보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바오로는 마케도니아 사람이 "건너와서 저희를 도와주십시오"라고 말하는 환시를 본다. 마케도니아, 그곳은 철학과 문화가 만개(滿開)한 그리스다. 이 환시를 하느님 부르심이라고 확신한 바오로는 트로아스항에서 배를 타고 네아폴리스에 내린다. 이어 필리피(지도3) 성 밖 강가에서 리디아라는 여인을 만난다. 자색 옷감장수 리디아는 바오로의 설교에 감복해 온 집안 식구와 함께 세례를 받는다. 이로써 리디아는 유럽의 첫 개종자로 기록된다. 옷감장수라면 수완이 좋고, 인맥도 넓었을 테니 신심 깊은 그녀가 필리피 교회 설립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순탄하던 전교활동은 귀신 들린 하녀의 주인들 때문에 암초에 부딪힌다. "도시에서 소동을 일으키고, 부당한 관습을 퍼뜨린다"는 죄목으로 고발당한 것이다. 이 때문에 바오로와 실라스는 매질을 당하고 감옥에 갇힌다. 바오로는 훗날 이에 대해 "고난을 겪고 매질을 당했지만 오히려 우리는 하느님 안에서 용기를 얻어 격렬히 투쟁했다"(1테살 2,2)고 회고한다. 그는 자신의 고난을 그리스도의 십자과 결부시킨다. 이튿날 풀려난 바오로는 로마 시민권자로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명예회복을 요구한다. 기원전 248년에 제정된 소위 포르키아법은 로마 시민을 부당하게 태형(笞刑)에 처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결국 일행은 관리들 사과를 받고 마케도니아 평야를 가로 질러 서쪽으로 걸어간다. # 아테네에서의 낙담 바오로의 선교전략은 큰 도시를 거점으로 삼는 게 특징이다. 사람과 문물이 활발히 드나드는 도시는 복음을 사방으로 전파하는데 안성맞춤이다. 그런 그가 테살로니카, 아테네, 코린토 같은 '황금어장' 도시를 그냥 지나칠 리 없다. 그는 테살로니카에서 유다인 회당에 드나들며 성경을 갖고 토론을 벌인다. 그의 말에 감복해 사도를 따르는 무리가 있는가하면, 완고한 유다인들은 "온 세상에 소란을 일으키는 자들"이라고 비난을 퍼부으며 일행을 곤경에 빠뜨린다. 그럼에도 그는 굴하지 않고 '아버지가 자녀들을 대하듯'(1코린 2,11) 테살로니카 신자들을 대한다. 바오로에게 아테네(지도4)는 참으로 탐나는 도시다.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을 배출한 이성의 요람에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세우는 일은 상상만해도 흥분된다. 그러나 아테네에 당도해서 보니, 시민들이 우상숭배에 빠져 있는 등 여건이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물러설 사도가 아니다. 철학자, 법률가, 문인들이 모여 있는 아레오파고스에서 큰 소리로 외친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 내가 보기에 여러분은 모든 면에서 대단한 종교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하늘과 땅의 주님으로서, 사람의 손으로 지은 신전에는 살지 않으십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이므로, 인간의 예술과 상상으로 빚어 만든 금상이나 은상이나 석상을 신과 같다고 여겨서는 안 됩니다…" 메시아의 죽음과 부활에 대해 얘기하자 어떤 이들은 비웃는다. 이성과 신앙의 결합, 그게 어디 하루 아침에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일이겠는가. 바오로는 낙담한 채 90㎞ 남짓 거리에 있는 코린토(지도5)로 걸음을 옮긴다. 코린토는 바다를 양편에 끼고 두 항구를 거느린 국제적 상업도시다. 매춘, 폭력, 사기 등 윤리적 타락이 특히 심한 곳이다. 그는 18개월 동안 이곳에 머물면서 십자가에 관한 말씀을 집중적으로 선포한다. 신자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더니, 어느새 그가 세운 공동체 가운데 가장 큰 공동체가 형성된다. 물론 배척을 당한 적도 많다. 그가 전하는 십자가 사건은 유다인들에게는 '걸림돌', 이방인들에게는 '어리석음'(1코린 1,14-17)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주님은 환시를 통해 바오로에게 "잠자코 있지 말고 계속 말하여라. 아무도 너에게 손을 대어 해치지 못할 것이다. 이 도시에는 내 백성이 많기 때문이다"며 용기를 불어 넣어 주신다. # "그리스도께서 갈라지셨다는 말입니까?" 바오로는 이 타락한 도시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둔다. 공동체를 이끌 협력자들을 세워 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난다. 주님을 모르는 이방인들이 도처에 널려 있기에 잠시도 지체할 여유가 없다. 그러나 몇 년 뒤 바오로는 코린토 교회 신자들 때문에 많은 눈물을 흘린다. 할례에 관해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는 사람들이 바오로에 대해 악평을 늘어놓는 바람에 공동체가 분열되고, 몇몇 교만한 신자들이 사도 권위에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코린토 신자들은 여러 패로 갈린다. 이런 소식을 전해 들은 바오로는 "여러분이 저마다 나는 바오로 편이다. 나는 아폴로 편이다. 나는 케파(베드로) 편이다, 나는 그리스도 편이다라고 하는데 그리스도께서 갈라지셨다는 말입니까?"라며 분통을 터뜨린다. 바오로는 에페소에서 코린토 신자들에게 두 번째 편지를 써 보내며 다시 한번 눈물로 간곡하게 타이른다. 두 번째 편지 가운데 4장(2코린 10-13)은 '눈물 편지'라고 불린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cpbc2008.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