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일-학술의 날점자 기도문 등 세심한 준비 돋보여▲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학술 세미나 종합토론에서 참가자들이 분과토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이 세계 병자의 날 개회식에서 축사를 하는 동안 정진석 추기경이 마이크를 바로잡아 주고 있다. ▲환영만찬에서 바라간 추기경이 능숙한 피아노 솜씨로 `그라나다`를 연주하고 있다. ▲바라간 추기경(왼쪽에서 네번째)과 정진석 추기경(다섯번째)을 비롯한 주교단이 세계 병자의 날 개막미사에서 강복하고 있다. ▲세계 병자의 날 행사에 참석한 교황청 사절단이 명동성당에서 개막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세계 병자의 날 행사에 참석하러 온 교황청 사절단이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제15차 세계 병자의 날'은 9일 오전 9시 서울 명동주교좌성당에서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주례로 봉헌된 개막미사를 시작으로 사흘간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첫날 '학술의 날'은 난치병 치료와 연구를 위한 한국 가톨릭교회 노력을 알리고 아시아 가난한 지역 고통받는 환자들 상황을 살피면서 가톨릭 의료인 역할을 되새기는 자리가 됐다. 이날 행사는 개막미사에 이어 개회식(명동성당)과 바라간 추기경 기조연설, 세미나(명동성당 꼬스트홀, 16면)ㆍ분과토론으로 진행됐으며, 교황특사 바라간 추기경은 이날 오후 가난한 이들을 위해 무료로 운영하는 서울 성가복지병원을 둘러봤다. 저녁에는 교황특사와 교황청 사절단 및 보건사목 종사자들을 위한 만찬 및 음악회가 마련됐다. --------------------------------------- ○…정진석 추기경과 바라간 추기경, 에밀 폴 체릭 대주교(주한 교황대사), 장익(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주교를 비롯한 주교단 및 사제단 70여명이 공동 집전한 개막미사는 신자 900여명이 참례한 가운데 성대하고도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수화 통역이 이뤄졌으며, 시각 장애인 이준행(요한, 서울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회)씨가 점자 성경으로 제1독서를 읽어 눈길을 끌었다. 이씨는 "이렇게 큰 행사에서 독서를 하게 돼 큰 영광"이라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개막미사와 개회식에 참석한 송창순(세례자 요한, 53, 서울 발산동본당)씨는 "바라간 추기경님이 교황특사로 오신 것을 보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또 교황청에서도 환자를 위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전성민(다두, 73, 평화호스피스 회장)씨는 "이번 행사가 의료 봉사자들이 좀더 용기를 갖고 또 많은 이들이 환자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교황청 보건사목평의회에서 일하는 에스테라 사라스(멕시코, 과달루페수녀회) 수녀는 "세계 병자의 날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행사"라며 "한국에서 이 행사를 갖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개회식에서 축사를 할 예정이었던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은 성당 입구까지 왔다가,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장애인 20여명이 자신들 요구를 들어줄 것을 주장하며 유 장관이 성당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바람에 20여분간 실랑이 끝에 발걸음을 돌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홍영선(안드레아, 가톨릭대의대 강남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사회를 맡은 오후 세미나는 8개국 500여명의 의료 관련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꼬스트홀을 가득 메운 가운데 진지하고도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 5개 주제가 발표된 세미나는 영어와 한국어, 한국어와 영어 동시 통역이 이뤄졌으며, 발표자 대부분이 사용한 파워 포인트 등 각종 시청각 자료는 참가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세미나 중 식물 상태 환자의 영성체 문제가 제기되자 최창무(광주대교구장) 대주교는 "성체를 입으로 모실지 손으로 모실지는 방법의 문제일 뿐"이라며 "식물 상태 환자가 성체를 모시지 못한다면 성혈을 모실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발표가 끝난 후 문화관과 명동성당 범우관 등으로 자리를 옮긴 참석자들은 에이즈ㆍ식물인간ㆍ안락사ㆍ말기암ㆍ신생아 중추신경계 기형 등 5개 주제로 나눠 분과토론을 한 다음 다시 꼬스트홀에 모여 토론 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세종호텔에서 마련된 환영만찬에서 교황청 사절단을 비롯한 보건사목 종사자 등 참석자들은 이번 세계 병자의 날 대회장 유흥식(대전교구장) 주교 제의로 건배를 하며 치유자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난치병 환자들을 돌봄에 연대ㆍ협력할 것을 다짐. 장익 주교는 인사말에서 "세계 병자의 날은 난치병 환자에 대한 사회 관심을 촉구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의미있는 날"이라며 "질병과 고통에 처한 이들에게 보다 관심을 기울이고 사랑 실천을 다짐하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특사 바라간 추기경은 "오늘 성가복지병원을 방문해 수도자와 봉사자들이 환우들을 돌보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 교회가 놀랍게 발전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고 한국교회 성장에 찬사를 보냈다. 저녁식사 후엔 가야금 연주자 이동희(그라시아, 27)씨의 퓨전 가야금 콘서트가 이어졌다. 이씨는 25현 개량 가야금으로 소나무를 테마로 생명 사랑을 노래한 '천년송의 노래'와 푸른 물을 테마로 생명의 근원과 평화를 노래한 '블루워터' 등을 직접 노래ㆍ연주했고, 참석자들은 한국적 '가락'에 흠뻑 젖어들었다. 사회자 홍영선 교수의 피아노 연주 요청으로 피아노 앞에 앉은 바라간 추기경은 알베니즈의 '그라나다'를 연주하며 피아노 솜씨를 선보여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지난해 재즈 가수 윤희정씨와 공연을 가졌던 홍영선 교수는 감미로운 목소리로 프랭크 시나트라의 '올 더 웨이'(All the Way)를 들려줬다. ○…이에 앞서 세계 병자의 날 행사를 위해 교황사절단과 함께 8일 입국한 바라간 추기경은 인천공항에서 정진석 추기경, 주한교황대사 에밀 폴 체릭 대주교, 장익 주교, 유흥식 주교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환담했다. 정 추기경은 바라간 추기경에게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만든 '세계 병자의 날 점자 9일 기도문'을 선물하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세계 병자의 날 행사를 위해 점자 기도문을 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라간 추기경은 "점자 기도문까지 세심하게 준비한 한국 교회에 감사를 드린다"면서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교회가 아픈 이들을 위한 사목에 더 헌신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특별취재반cpbc2007.02.14

'PBC 성서 못자리', 매일 오전 11시5분~12시 방송애청자들을 성서 속 삶으로 이끌어안병철 신부(오른쪽)와 방청객 신자들이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성서 공부요, 라디오만 있으면 할 수 있어요." 평화방송 라디오 'PBC 성서 못자리'(연출 박동환, 진행 지승신, 매일 오전 11시5분~12시)를 경청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10여년간 성서못자리 강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강사 안병철(서울대교구 노원본당 주임) 신부가 강의하는 이 프로그램이 성서 공부를 하려는 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지난 2000년 대희년 12월 방송을 시작한 이래 성서못자리 교재로 마태오 복음, 사도행전, 마르코 복음, 요한 묵시록, 루카복음, 테살로니카 전ㆍ후서, 요한 복음, 코린토 전서에 이어 지난 1월5일부터 코린토 후서가 진행 중이다. 프로그램은 시작기도와 성가로 마음을 가다듬고 성경을 대할 수 있게 이끌어 준 뒤 안 신부 강의로 이어진다. 안 신부 강의는 강한 흡인력을 갖고 청취자들에게 다가가는 게 특징이다. 또 교재의 각 과가 끝날때마다 참여코너를 마련해 성서 말씀을 삶 속에서 어떻게 실천해 나갈지를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있어 더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다보니 몇 년 동안 냉담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교회를 다시 찾았다는 신자, 성경 공부에 맛을 들이게 됐다는 신자 등 사연들이 이어지고 있다. 방청객으로 이 방송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정 데레사(서울 용산본당)씨는 "무엇보다 이 강의는 신자들을 성서 속의 삶으로 끌어들이는 힘을 갖고 있다"면서 "정말 꼭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화방송은 이런 호응에 발맞춰 방송을 듣지 못한 이들과 다시 듣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해 첫 방송부터 코린토 전서까지 방송분을 MP3용 CD로 제작, 최근 발매를 시작했다. (구입 문의 02-2270-2329, 평화방송 홈페이지 www. pbc.co.kr 참조) 첫 방송부터 6년째 강사로 프로그램 중심을 맡고 있는 안병철 신부는 '힘들다'는 말을 내비치면서도 "많은 신자들이 듣고 있다는 것에 힘을 얻는다"며 "시작한 것이니 신약까지는 다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신자들을 위해 계속해 나갈 뜻을 밝혔다. 조은일 기자 anniejo@pbc.co.krcpbc2006.03.02
하나된 이웃 아시아, 그리고 세계 5- 베트남(하)의정부 이주노동자상담소 직원 짠 부 킴 우엔씨 "외국인 며느리들이 진정으로 한국을 위해 살아갈 수 있도록 힘과 사랑을 주세요". 서툰 한국말에도 의정부 이주노동자상담소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베트남 출신 며느리가 있다. 짠 부 킴 우엔(마리아, 28, 의정부교구 의정부주교좌본당)씨. 오는 8월24일이면 성경책 제본업체에서 일하는 이용영(미카엘, 37)씨와 혼인한 지 10돌을 맞는 그는 요즘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베트남 이주노동자들 임금체불 문제 상담에 이직 협의, 베트남어 통역, 환자들 병원 데려가기, 노동부 진정 사건 처리, 국제결혼가정 돕기 등에 '감초' 같은 존재다.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자동차로 50분 걸리는 롱 칸동 나이에 있는 일본 앨범제작업체에서 이씨와 만나 혼인, 1997년 한국에 들어온 그녀는 입국 당시만 해도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해 시어머니, 시아버지 등 시댁 식구들과 높은 언어 장벽을 실감해야 했다. 또 지난해 3월 의정부이주노동자상담소에 들어가기 전만해도 밤 늦게 들어오는 남편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자신의 '일'을 갖게 되면서 남편을 이해할 수 있게 됐고, 큰 딸 아람(수산나, 10)이와 정재(마르첼로, 5) 두 아이를 키우는데 정성을 쏟게 됐다고 고백한다. "딸한테 이것 저것 다 가르쳐주고 싶은 데 말이 안 통해서 답답할 때가 많아요. 특히 학교 숙제를 도와줄 때 제일 힘들어요. 한국말을 못해서 늘 아이한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우리 한국말을 공부해요." "술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는 1등 남편"이라고 자신의 남편을 소개한 그는 "요즘들어 바쁘긴 하지만 독일 월드컵 토고전이 열렸을 때는 남편, 아이들과 함께 의정부시청에 가서 응원을 하는 여유도 갖고 산다"고 했다. 특히 둘째 언니 짠 부 다린(30)씨도 한국 사람과 결혼해 서울에 살고 있어 큰 힘이 된다. 오세택 기자cpbc2006.06.28

위령성월을 맞아 재조명한 연도의 종교문화적 가치전통음악, 정서 스며든 민족 문화유산연옥영혼을 위한 기도인 연도는 신앙심, 효사상, 공동체 정신, 그리스도교적 생사관이 녹아있는 한국교회의 자랑스런 문화자산이다. 사진은 연도경연대회 장면. 천주교인 장례식장에는 으레 연도(煉禱)가 울려 퍼진다. 슬픔에 빠진 상주는 물론 비신자 문상객들도 '죽은 이를 위한 기도'인 연도 가락에 마음을 실어 슬픔을 달래며 망자의 부활을 기원한다. 연도는 한국 가톨릭 종교문화 가운데 가장 자연스럽게 토착화를 이룬 사례로 꼽힌다. 한국교회에서 170여년째 이어 내려오는 연도, 특히 1990년대 중반까지 불려온 구연도를 분석해보면 엄청난 문화적, 전통적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강영애(데레사, 46)씨의 한양대 박사학위 논문 '천주교 장례노래에 관한 연구'(2005년)를 중심으로 연도의 종교문화적 가치를 살펴본다. ▶연도는 언제부터 바쳤나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하는 전통은 구약성경 마카베오서(2마카 12, 42)에서부터 나타난다. 연옥 영혼의 속죄와 부활을 청하던 유다인들의 기도 형태를 연도 기원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연도는 천주가사와 마찬가지로 박해시대부터 신자들 사이에서 널리 애창된 것으로 추정된다. 천주가사 초기에 해당하는 작품들의 음악적 특징이 연도와 유사한 데다 뮈텔주교 일기(1892년 5월16일)에는 "(쿠테르 신부 사망 때) 신자들이 하루 온 종일, 그리고 밤새도록 끊임없이 연도를 바쳤다"고 기록돼 있다. 우리나라 연도 기원은 조선말로 번역된 「천주성교공과」 편찬 착수시기인 1838년 전후로 추정해도 무리가 없다. ▶음악적 가치의 재발견 연도는 전통 음악어법으로 구성된 가락을 갖고 있는 데다 그 안에 민중정서가 스며있다. 구연도는 △동음반복 △일자일음식 △상호 교환창 △4음 음계 계면조(슬픔보다는 부활에 대한 간절함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격렬하지 않은 선율) △시김새(밀어올리는 음, 흘러내리는 음, 흔드는 음) 등의 음악적 특징을 보인다. 이 가운데 동음반복은 시집살이의 고달픔을 드러내는 서정요나 천주가사의 자탄가에서 발견되는 기법이다. 이 기법은 서정적이기에 감정이입이 쉽다. 일자일음식은 언어(말씀)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선율보다 의미전달에 무게를 두는 구조다. 상호 교환창은 우리네 민요 가창방식으로 연도 리듬구조의 가장 큰 특징이다. 사제가 기도를 이끄는 게 아니라 대중이 계(○)ㆍ응(●)으로 주고 받는데 이는 노동요에서 보듯 공동체 의식형성에 도움을 준다. 이러한 선율 형태는 한국전통음악에서 나타나는 메나리토리, 판소리, 장례노래 등에서 골고루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 연도는 한국 사람에게 가장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3(♪♩)ㆍ2(♩)박의 반복형 리듬구조를 유지한다. 자장가의 "자장자장(♪♩ ♪♩) 우리아기(♪♩ ♪♩)"와 같은 리듬형태다. 음을 밀어올리고, 흘러내리고, 흔드는(떠는) 3가지 시김새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연도의 빼놓을 수 없는 묘미다. 연도 가락에는 전통음악의 맛과 멋이 한껏 배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불교나 유교 종교음악에서 사용하는 한문가사를 따르지 않고 우리말을 사용한 점도 돋보인다. 즉, 한글 보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강영애씨는 "연도 속에는 죽은 사람에 대한 슬픔과 기도하는 당사자의 갑갑하고 힘겨운 현 생활의 하소연이 북받치는 가운데 부활에 대한 기대와 공동체 배려가 복합적으로 표현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강씨는 1991년부터 악보형태로 보급된 신연도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악보화는 연도가락 보존과 전례통일이 장점인 반면 전통가락 왜곡과 단절이 우려되는 단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강씨는 신연도는 구연도에 비해 △음정 폭이 넓고 점사분음표(♩.) 이분음표(♩) 등을 사용해 서양음악 느낌을 주고 △시김새 중 밀어올리는 형태만 두드러지게 사용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연도 토착화 방법으로 △개정 기도문은 그대로 두되 음절수에 따라 일정하게 표현되는 구연도식 낱말단위 리듬형 적용 △5음계를 사용하더라도 구연도 음정폭인 2도나 3도 유지 △시김새의 적절한 활용 등을 제안했다. 강씨는 "연도는 170여년간 이 땅에 뿌리를 내리면서 전통음악과 문화를 흡수했다"며 "이는 세계 가톨릭 문화사에서 주목할만한 문화자산일뿐 아니라 민족 문화유산으로도 새롭게 조명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cpbc2006.11.15

단점-권위주의와 냉소주의희생, 봉사 정신으로 함께하는 교회상 구현을성직자 권위주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제시한 `봉사하는 존재`로서 사제상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은 지난 7월 거행된 서울대교구 사제서품식 장면(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한국교회 권위주의를 이야기할 때 권위주의의 1차적 주체는 교회를 이끌어가는, 좀더 범위를 좁힌다면 본당에서 신자들을 대상으로 사목하는 성직자다. 먼저 성직자 권위주의에 대한 신자들과 일반인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몇가지 지표를 살펴보자. 2004년 한국 근ㆍ현대 가톨릭연구단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근ㆍ현대 사회문화적 변동기의 천주교 기여와 인상에 대한 국민 의식조사'에서 한국교회 문제점으로 '사제 중심적, 권위적 운영'(32.6%)이 가장 많이 지적됐다. 신자와 비신자의 의식차이 비교를 위해 신자 300명을 따로 조사한 결과로, 비신자들보다 신자들이 지적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또 같은 연구단이 2003년 각계 전문가 1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한국교회에서 투명성이 가장 취약한 분야로 '사제 권위주의'가 꼽혔다. 아울러 교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성직자 권위주의(18.8%)와 자기 중심주의ㆍ이익 집단화(16.1%)라고 답했다. 성직자 권위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우리 사회에서 탈권위주의가 대세를 이루면서 더욱 가열되고 있는 조짐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성직자 탈권위주의는 긴급하고 긴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성직자 권위주의 뿌리 한국교회 성직자 권위주의는 매우 복합적이다. 그것은 우리나라 유교문화에 내재한 양반 중심 권위주의와 천주교 전통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성직자 권위주의가 결합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가톨릭이 이 땅에 처음 들어왔을 때 유교와 크게 충돌했지만 유교와 상통하는 점도 없지 않았다. 특히 양반ㆍ선비와 같은 신분적 권위에 대한 절대적 존중은 성직자라는 신분적 권위에 대한 존경과 맥을 같이 했다. 사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교회는 물론 보편교회 전체가 사제를 '그리스도 대리자' 또는 '제2의 그리스도'로 이해함으로써 침범할 수 없는 신분의 존재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이러한 인식은 사람들이 사제를 공동체 위에 존재하는 특별한 이로 보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사제와 공동체를 수직적 관계로 보려는 경향을 당연시하게 했다. ▨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사제를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존재, 즉 '하느님 백성에게 봉사하는 존재'(교회헌장 제28항, 사제 직무교령 제1항 참조)로 가르침으로써 초대교회 사제상, 즉 봉사자로서 사제상을 회복했다. 이와 관련해 공의회가 즐겨 인용하는 성경 구절은 "사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르 10, 45)이다. '그리스도의 임무를 나누어 수행하는 사제'(교회헌장 제28항)는 분명 사제직 자체의 권위를 지니고 있고 또 그 권위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그 권위는 사제 개인의 능력이나 신분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 바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사제관이다. ▨ 한국교회와 바티칸공의회 시대를 앞서간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결실은 공의회가 끝난지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교회에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했다. 특히 한국교회 권위주의적 모습들은 공의회 이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많다. 강인철(세례자 요한,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는 그의 논문 '종교권력과 한국천주교회'에서 한국교회 자발적 요구가 아니라 교황청에 의해 이식된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그 원인을 분석했다. 이 경우 제도와 문화의 괴리 또는 부조화로 인해 새로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혼란과 갈등의 원천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강 교수에 따르면 문제 핵심은 '제도'라기보다는 풍토나 관례, 의식과 같은 '문화'에 있다. 그는 "제도는 들여왔으나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의식이나 관행은 별로 바뀐 것이 없어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 권위주의에 따른 냉소적 시각 권위주의와 냉소주의는 톱니바퀴와 같다. 성직자의 권위적 모습에 실망할수록 냉소적 시각을 갖기 마련이다. 성직자 권위주의를 포함한 한국교회 부정적 모습에 실망한 이들의 신랄한 비판을 접하는 것은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이와 관련한 문제들에 대한 체험과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비판들이 '인터넷의 역기능'으로 간주되기도 하지만 교회가 수용하든 하지 않든 교회 권위주의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냉소주의는 아무리 외쳐도 반응이 없거나 달라지는 점이 없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 성직자 권위주의에 대한 성찰 성직자 권위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이어 200주년 사목회의나 최근 각 교구별로 열린 시노드에서도 두드러진다. 서울대교구 역시 시노드를 통해 '봉사하는 목자'로서 사제상을 정립하고자 했다. 서울대교구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 '성직자'편 33항은 "사제가 때때로 일방적이고 독단적 결정을 내림으로써 본당 공동체에 영적으로, 경제적으로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다"면서 "신자들은 사제가 신자들 의견을 존중하고 그들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최대한 활용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또 37항(예의바른 사제)은 "신중하지 못한 언어 사용은 사제가 선포하는 복음의 빛마저 가릴 우려가 있으며, 예의에 맞지 않는 태도는 사제 자신이 권위주의에 빠져있는 것으로 보이게 함으로써 양떼인 신자들이 목자인 사제를 떠나가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제는 성직주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더욱 적극적 봉사 자세로 모든 면에서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교회 관계자들은 한국교회 성직자 권위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제들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제시한 새로운 교회상과 사제상에 대해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공의회 이전 성직자 권위가 엄격한 위계질서에서 나온 것이라면 공의회 이후 성직자 권위는 신분이 아닌 행위, 즉 봉사에서 나오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신부는 "희생과 봉사 정신 없이 사제라는 신분이 주는 권위만 내세울 때 참된 권위는 사라지고 권위주의만 남는다"면서 진정한 권위를 일깨우는 사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평신도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방관자 또는 침묵의 참여자가 아니라 사제들의 짐을 나눠지고자 하는 능동적 봉사자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과도한 업무로 인해 본의 아니게 권위적 자세를 취하지 않도록 진정한 사제의 협력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가 시도하고 있는 '팀(Team) 훈련'도 성직자 중심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작은 시도로 눈길을 끈다. 팀훈련은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 등 교회 구성원들이 사안에 따라 팀을 이뤄 활동하는 것으로, 사제 1인 중심 의사 결정과 교육에서 탈피해 사목자와 사목 협력자가 상호 연합함으로써 좀더 효율적 사목과 공동체의식 회복을 목표로 하는 모델이다. 전원(통합사목연구소 대표) 신부는 "사제 한명이 짊어진 과중한 짐을 여럿이 나눔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사제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으로, 함께하는 교회상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제가 갖는 내재적 권위는 살리되 평신도, 수도자 모두 교회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들이 개발된다면 성직자 권위주의 문제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 성경이 말하는 권위 구약성경에 의하면 하느님 한분만이 유일하고 절대적 권위를 지니신다. 그러므로 이 지상에서 그분 허락 없이 가질 수 있는 권위란 하나도 없다(1열왕 19, 15; 2열왕 8, 9-13 참조). 하느님 권위는 법과 계명, 그리고 그분이 파견한 영도자, 판관들, 예언자들을 통해서 역사된다. 하느님 일꾼들이 하느님으로부터 위임받는 권위는 백성에 대한 지배력에서가 아니라 그들을 돌보고 섬기는 데서 발휘된다. 결국 하느님 일꾼들에게 참 권위는 가난하고 억울한 자를 돌보며 묶인 자들을 해방시켜 주는 데서 발생한다(이사 61, 1 이하 참조). 그러나 역사의 흐름과 함께 이 권위는 점점 권위주의로 변질되어 갔다. 사회 구성원의 계급화에 따라 생겨난 권위주의가 참된 권위를 왜곡시키는 현상이 생겼다. 사제 계급, 레위인, 율법학자 및 원로들, 천민들, 노예들, 사마리아인들로 이어지는 사회계층 구조는 분명히 권위주의의 발로였다. 예수께서 참 권위를 가지고 타파하고자 한 것도 이러한 권위주의의 폐해였다. 예수는 참 권위의 전형을 보여줌으로써 권위주의에 빠져 그릇된 권위를 행사하던 이들을 질책하고, 권위를 박탈당한 이들의 권위를 회복시켰다. 예수 그리스도의 권위는 유다교의 제도적 규정에 따라 행사하는 '지배적 권위'가 아니라 그분의 몰아적 희생에 근거를 둔 '인격적 권위'였다(마르 1, 21-28). 예수는 제자 공동체에서 다른 성원들을 강제로 지배하는 지배적 권위를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마르 10, 42-45). 교회 지도자들은 일반 백성 위에 군림하는 지배자적 권위를 행사해서는 안 되고 구성원 모두를 안도케 하고 자유롭게 하는 봉사적 권위만을 지녀야 한다는 것을 예수는 가르치고 몸소 실천했던 것이다(마르 14, 64). 이것이야말로 비지배적이며 비억압적 사랑의 봉사적 권위이고, 교회에서 행사되어야 하는 유일하게 정당한 권위이다. 남정률 기자cpbc2006.08.23

김대건, 최양업 신부 향한 기도 '한마음'한국외방선교회 후원회, 중국 조바자츠성당서 국제신앙대회 개최▲14일 김대건 신부 기념관에서 `성 김대건 신부 순교 160주년 기념사진전` 개막 테이프를 자르는 진궈렌 신부(오른쪽)와 김현욱 한국외방선교회 후원회 총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 등 한ㆍ중 양국 가톨릭교회 관계자들. ▲김대건 신부 순교 160주년 현양 및 최양업 신부 시복시성을 위한 기념미사가 13일 지린교구 조바자츠성당에서 진궈렌 주임 신부와 여진천 신부 공동 집전으로 한ㆍ중 양국 신자 2000여명이 참례한 가운데 봉헌되고 있다. 한ㆍ중 양국에 재중동포까지 한마음으로 성 김대건 신부 현양과 최양업 신부 시복시성 기도운동에 나선다. 한국외방선교회 후원회(총회장 김현욱)는 성 김대건 순교 160주년(9월16일)을 맞아 12일부터 나흘간 중국 지린(吉林)교구 조바자츠(小八家子)성당에서 국제신앙대회를 갖고 두 사제 삶과 영성을 집중 조명했다. 조바자츠 성당은 1844년 12월10일 김대건, 최양업 두 신학생이 조선교구 사상 첫 부제품을 받은 역사적 성지. 서울대교구 가락동본당이 김대건 성인 동상을 건립(1998년)하고 창춘(長春)시 허룽(合隆)진에서 조바자츠에 이르는 진입로 9.7㎞ 구간 '김대건로'를 포장(1999년)했으며, 서울대교구 문정2동ㆍ삼성동ㆍ청담동 본당 등이 성당 내에 지상 5층 연건평 2500여평 규모 '김대건 신부 기념관'을 건립(2004년)하는 등 성역화사업이 13년째 진행되고 있다. 한국외방선교회 후원회는 13일 조바자츠성당에서 열린 국제신앙대회에서 여진천(원주교구 성지 배론 순교자들의 집 주임) 신부 주제발표로 △김대건 신부와 순교영성 △최양업 신부의 삶과 영성 등에 대해 지린교구 신자들에게 알리고, 특히 조바자츠성당에서 부제품을 받은 최 신부의 시복시성을 위해 기도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김대건 신부 관련 한국 사적지 사진전 △영어성경학교 △성령세미나 △성 김대건 북방행로 답사 및 특별피정 등을 통해 두 사제의 영성을 중국교회에 전파했다. 여 신부는 이번 대회를 통해 현지 공동체에 중국어로 번역된 '최양업 신부 시복시성 기도문'을 전한 뒤 최 신부 관련 발제를 통해 "최 신부님의 선교열정과 영성, 겸손, 기도생활은 신앙인들에게 참된 표양을 제시한다"며 "랴오닝(遼寧)교구에서 중국인을 대상으로 선교한 첫 한국인 선교사였던 최 신부님 시복시성을 위해 열심히 기도해줄 것"을 당부했다. 방문단은 또 15일 지린교구장 장한민(張翰民, 다마소, 81) 주교를 예방, 현지에서 열린 성 김대건 순교 160주년 행사 및 최양업 신부 시복시성기도운동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이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국제행사에는 김현욱(요한 보스코) 한국외방선교회 후원회 총회장과 김태우(미카엘) 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양대언(토마스 데 아퀴노) 연변과학기술대 교수 등 12명을 비롯해 재중동포 60여명과 현지 신자 2000여명이 함께했다. 중국 지린=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cpbc2006.08.23

제1회 아시아 선교호대 참관기<상>배경민 신부(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총무)18일부터 5일간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 선교대회에 참가한 한국대표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오른쪽에서 네번째가 배경민 신부. "주님께서 너에게 해 주신 일과 자비를 베풀어 주신 일을 모두 알려라"(마르5, 19)는 성경 말씀을 모토로 제1회 아시아 선교대회가 지난 18일부터 5일간 태국의 고도(古都) 치앙마이에서 열렸다.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이 발의하고 FABC(아시아주교연합회) 복음화위원회가 후원한 이번 대회 주제는 '아시아에서 예수님 이야기 하기 : 신앙과 생명의 찬양'. 교회는 인간의 가장 신비스런 영역인 양심과 이성에 대한 교의를 간직해 왔다. 인간 깊은 내면에서 줄기차게 울려나오는 목소리는 하느님 영역의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진리는 세가지 지평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자연과학과 철학,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가 그것이다. 이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라는 이번 대회 주제로 귀착된 것이라 하겠다. 이번 대회는 학술적이며 현학적인 신학강좌 중심으로 이뤄지는 여느 국제대회와 달리 전체적으로 실제 생활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솔직하고 실감나는 나눔 중심이어서 지루하거나 무미건조한 느낌을 주지 않은 것이 특징이었다. 이번 대회에는 교황 특사로 참관한 크레센시오 세페 추기경(이탈리아 나폴리대교구장)과 인류복음화성 장관 이반 디아스 추기경을 비롯한 5명의 추기경과 주교 69명, 신부 385명, 수도자 190명, 평신도 398명 등 아시아 지역 25개 국가와 여타 지역 인사들이 참가했다. 대회 전담위원회는 여러 나라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와 교황청 전교기구 각국 지부장, FABC 위원회 각 위원장들로 구성됐다. 한국교회는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주관으로 이 대회에 민병덕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장)를 포함한 성직자 7명과 수도자 1명, 한홍순 한국평협 회장을 비롯한 평신도 등 각 교구에서 추천받은 16명의 참가자를 파견했다. 한가지 특기할 점은 한국인으로서 타이완에서 17년 동안 봉사하고 있는 박규우 신부(타이페이교구),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사목하고 있는 곽석희 신부(한국외방선교회), 방인 사제가 없어 몽골에서 7년 가까이 수고하고 있는 김성현 신부(대전교구)와 여타 국가에서 선교사로 일하는 한국인 수도자들이 그 나라 대표로 이번 대회에 참가해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선교대회의 목적은 선교사례를 발표하고 선교방법을 거론하면서 선교 결의를 다진 후 가두선교와 방문선교, 쉬는교우 방문 등과 같은 선교활동에 적극 나서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아시아 민족들이 주관하는 선교대회는 우리 방식과는 약간 달랐다. 이번 선교대회는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것 보다는 선교 강연과 사례 발표 및 체험 나누기 등에 비중을 뒀다. 그리고 각국별로 자신들의 교회나 민족을 알리는 문화 행사를 곁들여 각 민족 안에서 섭리하시는 하느님 체험을 위주로 신앙의 보람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데 강조점을 뒀다. 각국 대표단은 미리 준비해간 포스터와 교회 홍보지, 계간지, 홍보 자료 등으로 홍보관을 꾸몄다. 세페 교황 특사와 이반 디아스 장관께서 홍보관을 순회 방문하면서 인사하고 참가자들을 격려해 주셨다. 우리는 한국교회 역사와 현재 상황을 영어로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하는 자료를 각국 문화 소개 시간에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상영할 수 있어서 무척 기뻤다. 한국교회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는 이들과 그 자료가 필요하다고 복사를 요청하는 이들도 있었다. 북핵 문제로 인한 한반도 정세를 염려하면서 기도해 주겠다는 이들도 있었고, 한국 사람이 유엔 사무총장에 선임된 것을 축하해 주는 사람들도 많았다. 다만 대회 기간 중 많은 미사를 봉헌하면서 이번 대회에 아무도 참석하지 못한 북한과 중국교회를 위한 기도 지향을 미사 주례자에게 요청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cpbc2006.10.25

제1회 아시아 선교호대 참관기<하>-배경민 신부'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전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크레센지오 세페 추기경(앞줄 왼쪽에서 네번째, 현 이탈리아 나폴리대교구장)과 함께 한 한국교회 참가단. 대회 셋째날은 '아시아 문화에서 예수님 이야기 하기'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문화를 통해 영성과 진리를 추구하는 것을 생각해 보는 뜻 깊은 자리였다. 모든 이야기에는 그와 연관된 질문이 있게 마련이다. '예수님 이야기 하기'에서 자연스럽게 부각되는 질문 몇 가지를 다음과 같이 꼽아볼 수 있을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나에게 누구인가?', '예수 그리스도에게 나는 누구인가?', '내가 예수 그리스도를 좋아한다면 그 이유는?', '내 인생길에 예수 그리스도는 어떻게 섭리해 오셨는가?', '예수 그리스도는 내가 장차 어떤 인생 여정을 가길 원하시는가?' 예수님 이야기는 궁극적 진실을 담고 있기에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온갖 유형의 경계와 장벽을 넘어서게 한다. 우리는 그 예수님을 마음 속 깊이 첫째 자리에 모시고 인생의 바다를 항해해야 하는 것이다. 대회 일정이 진전되면서 5시간만 자고 이른 아침부터 프로그램에 참가해야 하는 날도 있어 피곤하고 힘든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말과 사고방식, 문화가 다른 형제자매들 안에서 섭리하시는 하느님 체험 이야기를 듣노라면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와 역사하심을 또 한번 강하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예수님께서 "내 아버지께서 여태 일하고 계시니…"(요한 5, 17)라고 하신 말씀을 실감하는 순간이라 하겠다. 곧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이시면서 동시에 우리 안에 계시는 하느님으로서, 그리고 우리를 위하시는 하느님으로 늘 삼라만상을 주관하시며 다스리시는 분으로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선교대회에는 교회 각 분야(사목, 성경, 교의, 역사, 사회, 철학, 인류, 심리 등)에서 전문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전문가들도 많이 참여했다. 일생을 통한 연구 업적을 반영하는 그들의 발표와 강연은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자신들이 묵묵히 경주한 연구의 결실을 맛보게 하는 것 같아 대단히 감동적이었다. 특별히 현대 소비주의, 대중 매체의 횡포, 이주민들의 적응, 젊은이들 문제, 이웃 종교간 대화 등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을 제공했다. 이러한 주제들 안에 일관되게 흐르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여성 인권 신장, 만연하는 물질주의와 개인주의를 극복하는 심오하고 돈독한 영성 회복, 이웃 종교와 공존 및 대화 등이었다. 거부하기 어려운 세계화의 물결 속에 가톨릭교회 역시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세속적 조류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와중에서도 가톨릭교회는 복음적 가치관과 인내심을 갖고 응답하려 애쓰며 순교자 열정으로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 15)고 말씀하신 것처럼 교회는 인류에 대한 복음 선포라는 지대한 사명을 갖고 있다. '어둠 속'(마태 4, 16)에 살고 있는 백성들에게 복음 선포는 그들의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 재물을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더라도 하느님과 복음을 모르면 참 행복을 얻을 수 없고 구원의 문으로부터 점차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복음을 알았더라면 생명을 지킬 수 있겠지만 하느님과 복음을 알지 못해 세속적 가치관에 따르다 보면 어느새 후회할 일만 저지르고 몰락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생명의 복음은 자포자기하고 쓰러져가는 생명과 가정을 지키고 다시 일으키며, 궁극적으로는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가게 이끌어준다.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사건과 사고들 중에는 복음 정신이 실제 삶에서 구현되는 분위기였다면 미연에 방지하기 쉬운 것들이 참으로 많은 것이다. 복음 말씀에 목말라하고 있는 영혼들이 대단히 많다. 신자들은 그러한 영혼에게 복음을 증거하고 올바르게 이끌어 줄 의무가 없다고 강변할 수 있을까? 이런 의미에서 세례받고 참되게 생활하면서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고 인도하는 일은 역시 중요한 사명으로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이곳에서 익힌 태국어 한마디, 푸질라 예수스!(찬미 예수님!). <끝>cpbc2006.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