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행 _ 예수의 일생은총의 동산에서 : 렉시오 디비나 상상을 해 봅시다. 지금 우리는 제주도 성이시돌 목장 새미 은총의 동산 입구에 서 있습니다. 이곳 새미 은총의 동산에는 예수님의 생애를 묵상할 수 있는 12가지의 조형물이 있습니다. 성경 텍스트 중 특별히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12가지 사건을 골라서 조형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한번 쭉 구경삼아 둘러보면 10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그 의미를 짚어가며 깊은 기도에 잠기다 보면 3시간도 부족합니다. 나는 이제 이 지면을 빌려 10분짜리 구경이 아니라, 3시간이 걸리는 관상을 하려 합니다. 자! 이제 제주 이시돌 목장 새미 은총의 동산으로 가서 교회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관상을 해 보겠습니다. 지금 교회의 전통적인 관상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관상은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거룩한 독서, 영적 독서)입니다. 렉시오 디비나는 학문적 차원에서 성경을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고 침잠해 들어가 는 방법입니다. 성경은 지식이 아닌 지혜를 선물합니다. 논리가 아닌 신비를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경은 마음으로 읽어야 합니다. 이러한 렉시오 디비나에 대해 가장 좋은 설명은 12세기 카르투시오회의 제9대 원장이었던 귀고(?~1188)의 저서 「수도자의 사다리」(The Ladder of Monks)에 나와 있습니다. 귀고는 렉시오 디비나를 천상으로 올라가는 ‘영적 사다리’에 비유하면서 독서(Lectio), 묵상(Meditatio), 기도(Oratio), 관상 (Contemplatio)의 네 단계로 설명했습니다. 내가 지금 예수님의 일생에 접근하려는 방법이 바로 귀고가 말한 네 단계의 영적 사다리, 렉시오 디비나입니다. 렉시오 디비나로 성경 속 예수님의 행적을 읽는다는 것은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을 뜻하는 한자는 볼 시(視)입니다. 시력이 좋다고 할 때의 시가 바로 볼 시입니다. 그런데 마음으로 보는 것, 눈으로 보지 않고 어떤 사물과 사건의 본질을 보는 것을 뜻하는 한자는 볼 관(觀)입니다. 여기서 관(觀)은 꿰뚫어 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술가 들이나 시인들이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볼때 관(觀)찰력이 좋다고 말하지, 시(視)력이 좋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건의 외적인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그리고 그 사건의 의미가 무엇인지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나오는 말이 관상기도입니다. 시력기도가 아니라 관상기도입니다. 예수님을 마음으로 보고, 마음으로 만나는 것, 그것이 바로 관상기도입니다. 많은 분들이 제주 성이시돌목장 새미 은총의 동산에 오면 이렇게들 말합니다. “와! 조경이 잘되어 있네.” “잘 꾸며놨네.” “사진찍기에 좋겠다.” 이것은 볼 시(視)입니다. 볼 관(觀)해야 합니다. 시력으로 보면 우리 마음 안에 기도 의 열매가 맺히지 않습니다. 마음으로 봐야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립니다. 뒤에 가서 예수님께서 세례 받으시는 모습을 관상할텐데, “예수님은 왜 세례를 받으셨을까?” “예수님이 세례를 받을 필요가 있었을까?” “내가 받은 세 례는 뭐지?” “세례받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마음 기도에 머물 때, 우리 마음 안에는 성령의 열매가 맺힐 것입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예수님의 일생을, 제주 성 이시돌목장 새미 은총의 동산에서 하나하나 짚어가며 렉시오 디비나 작업을 해 나가겠습니다. 지금 우리는 새미 은총의 동산 입구에 서 있습니다. 루카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 탄생 예고와 관련한 내용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눈 앞에 보이는(視) 천사는 어떤 분이실까요? 그렇죠! 대천 사 가브리엘입니다. 그런데 이분이 왜 이곳에 계시는 것일까요? 글 _ 안성철 신부(마조리노, 성바오로수도회cpbc2023.09.01
![[금주의 성인] 성 마르코 사도 (4월 25일)](https://img.cpbc.co.kr/newsimg/upload/2024/04/16/sQz1713254076694.jpg)
[금주의 성인] 성 마르코 사도 (4월 25일) +74년쯤, 키프로스 출생 알렉산드리아 선종, 복음사가, 베네치아의 수호성인 성 마르코 복음사가. 사진=굿뉴스 마르코 복음서의 저자인 마르코 성인은 ‘마르코라고 하는 요한’(사도 12,12)과 동일 인물로 요한은 유다식, 마르코는 그리스식 이름입니다. 마르코는 성 바오로 사도와 바르나바를 수행해 안티오키아로 갔고(12,25), 그다음 키프로스로 가 바오로의 제1차 선교여행을 함께했습니다.(13,5) 이후 마르코는 바르나바와 키프로스로 갔고(사도 15,39), 바오로가 로마에서 투옥되었을 때는 함께 갇혀 있었습니다.(콜로 4,10) 마르코는 성 베드로 사도의 제자였습니다. 베드로는 그를 ‘나의 아들 마르코’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1베드 5,13) 교회 전승에 따르면 마르코는 베드로에게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사도행전에는 베드로가 감옥에 갇혔다가 천사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풀려났을 때, “마르코라고 하는 요한의 어머니 마리아의 집으로 갔다”(사도 12,12)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마르코는 베드로와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초대교회 전승은 마르코가 베드로의 대변인이자 통역관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방 교회에서는 신약성경에 자주 언급되는 요한 마르코와는 다른, 비블로스의 주교라고 여기며 9월 27일에 축일을 기념합니다. 마르코는 60~70년 사이 이방인 출신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처음으로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복음서를 기술했습니다. 이는 주로 베드로의 가르침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소아시아 지방 히에라폴리스의 성 파피아스 주교는 마르코가 베드로의 통역자로서 직접 예수님의 말씀을 듣거나 예수님을 따라다니지는 않았지만, 전해 들은 내용을 정확하게 기록했다고 했습니다. 클레멘스의 증언이나 교회 전승에 의하면, 마르코는 베드로에 의해 이집트로 파견되어 그곳에 처음으로 복음을 전한 사람으로, 알렉산드리아에 교회를 세우고 초대 주교가 되었다고 합니다. 마르코는 신자들과 함께 부활 대축일 미사를 드리던 중 이교도들의 습격을 받아 순교했습니다. 이교도들이 마르코의 시신을 불태우려 하자 천둥과 번개가 쳤고, 신자들은 그 틈에 마르코의 시신을 수습해 인근 성당에 모셨다고 합니다. 유해는 828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상인들에 의해 알렉산드리아에서 베네치아로 옮겨졌습니다. 베네치아 사람들은 이를 기념해 성인의 이름을 딴 산마르코 대성당을 짓고 그곳에 유해를 모셨습니다. 마르코는 베네치아의 수호성인으로 공경받고 있습니다. 상징으로는 날개 달린 사자가 종종 등장하는데, 이는 그의 복음서가 성 요한 세례자의 광야에서의 외침으로 시작하자 이를 포효하는 사자에 비유하며 생겨났습니다. 날개는 에제키엘 예언자가 환시로 본 네 마리 생물을 복음사가들에 적용한 데서 유래했습니다.cpbc2024.04.17

“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색 찾는 과정”가톨릭 미술상 특별상 수상 유리재 조상현 대표가 공방에 있는 다양한 유리 샘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0여 곳 3000여 작품 제작·설치 작품 위해 여러 분야 사람들 협력 “공동체로서 수상한 데 의미”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요한 1,9) 그래서일까, 성경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는 ‘빛’일 것이다. 성직자나 귀족들만 문자를 알던 중세시대부터 사람들은 성경 말씀을 서민에게 알리기 위해 수많은 그림과 조각으로 나타냈다. 그렇다면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빛은 어떻게 표현했을까?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유리화가 아닐까 한다.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라는 말이 더 익숙한 ‘유리화’는 색유리를 이어 붙이거나 판유리 뒷면에 아교를 녹인 물질로 무늬나 그림을 그린 것이다. 햇빛을 받으면 본연의 색과 더해져 신비로운 빛의 향연을 펼친다. 그래서 유리화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성당이 떠오른다. 15일 주교회의 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서상범 주교)가 주관하는 제27회 가톨릭 미술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받은 ‘유리재’는 바로 이 유리화를 만드는 공방이다. 조상현(작가 겸 유리재 대표) : “유리화는 창에 설치되지만, 개인적으로는 창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빛을 받아야만 우리에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거든요. 저희가 사용하는 유리는 모두 유럽에서 들여온 건데, ‘마우스 블론 글라스’라고 입으로 불어서 만들어요. 그야말로 장인의 숨결이 담긴 유리이고, 색깔도 한 장 한 장 다 다르죠.”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유리재는 말 그대로 공방이었다. 고혹적인 유리화가 설치된 성당과 달리, 수많은 유리조각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고, 디자인 샘플과 작업 도구들이 도처에 놓여있다. 지하 공방에 있는 유리 조각도 햇빛을 받아 다채로운 색으로 빛나고 있다. 현재 유리재는 조규석ㆍ규선ㆍ규후 삼형제와 조상현(조규석의 아들) 대표로 구성되어 있다. 대표 작가로 활동했던 프랑스 떼제 공동체의 마르크 수사는 지난달 19일 선종했다. 조규석(요한)ㆍ규선(베드로) 형제는 1980년대 ‘한국 유리화의 선구자’로 불리는 고 이남규(루카) 교수의 작업실에서 도제 수련을 받으며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과 원효로 예수성심성당, 전주교구 전동성당 등의 문화재 보수 복원, 혜화동성당을 비롯한 30여 개 성당의 유리화 제작 실무를 13년 동안 진행했다. 이후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등에서 수학한 뒤 마르크 수사, 막내 조규후 장인과 함께 공방을 열었다. 조규후 장인 : “형님들이 20대 초반에 이남규 교수님에게 배우기 시작했는데, 색을 보고 그냥 좋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도 많았는데, 지금까지 안 놓고 하셨어요. 저는 다른 일을 하다 뒤늦게 참여하게 됐는데, 보니까 그냥 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그 색을 찾는 과정이 가장 어려운 점이기도 하다. 유리화를 통해 드러나는 색은 장소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같은 장소에서도 계절과 날씨, 시간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조규후 장인 : “정해진 색이 없다고 할까요. 공방에서는 이 색인데, 현장에서는 다른 색이 돼요. 그 동네에는 그 색이 없어요.(웃음) 유리화는 빛을 이용한 거라서 지역마다 색이 달라지고, 같은 장소에서도 햇빛의 강도에 따라 달라지거든요.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그 색을 찾아가는 게 가장 어려워요.” 조상현 대표 : “그게 굉장히 매력적인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빨간 유리화가 계절마다 다르고, 아침과 낮에도 달라지거든요. 오른쪽으로 한 걸음만 이동해도 빛의 각도가 달라지니까요.” 완성된 유리화는 물리적으로 한 점이더라도 빛에 따른 스펙트럼은 무한한 셈이다. 그런가 하면 유리화는 디자인을 시작으로 유리와 색을 정해 제작하고 설치하는 공정에 수많은 사람이 참여한다. ‘유리재’ 역시 1996년부터 20여 명의 국내외 작가들과 협력해 200여 곳에 3000점이 넘는 작품을 제작·설치해 왔다. 건강상의 이유로 당일 공방에 나오지 못한 조규석 작가 겸 장인은 “유리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많은 분이 참여하고, 이 공방에서 지금껏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협력해왔기 때문에 공동체로서 수상한 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윤하정2024.02.13

원죄와 실낙원[류재준 그레고리오의 음악여행](4) 아담과 이브. 바티칸 박물관 소장. OSV 원죄와 실낙원원죄(原罪, 라틴어 : peccatum originale)는 태초의 인간인 아담과 하와(이브는 영어식 표현이다)가 주님과의 약속을 어긴 죄를 일컫는다. 뱀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에 손을 댄 아담과 하와의 선택으로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주님에게 죄를 짓게 되었다는 교리로,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이기도 하다. 성경에서는 창세기에 기록되어 있으며, 시편 51장 7절에는 “정녕 저는 죄 중에 태어났고 허물 중에 제 어머니가 저를 배었습니다”라고 언급되었다. 구체적으로 원죄 탐구를 시작한 성인 아우구스티노의 연구에 기반하여 카르타고 공의회와 제2차 오렌지회의에서 원죄의 교리를 교회 정통 교리로 승인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종교개혁자들은 원죄가 욕정의 근원으로 세례 이후의 인간에게서도 유지되며, 자유 의지가 전적으로 타락하여 자발적으로는 선한 행동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였지만, 가톨릭교회는 세례를 받음으로써 원죄 역시 사해진다고 본다는 점이다. 원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예술 중 최고봉은 역시 영국의 시인인 존 밀턴(John Milton, 1608~1674)의 「실낙원」(失樂園, Paradise Lost)이다. 12권에 걸쳐 주님의 통찰력과 인간의 자유의지 간에 벌어지는 갈등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장대한 드라마를 구원의 예언을 믿으며 낙원을 떠나는 아담과 하와로 끝냈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미술에서는 너무나 많은 작품이 있어 어느 하나를 최고라고 선정하기엔 불가능하다. 폴란드의 작곡가 펜데레츠키(Krzysztof Pendereck, 1933~2020)의 오페라 ‘실낙원’은 음악 쪽에서 손꼽힐 만한 성과다. 처음 폴란드로 작곡을 공부하러 갔을 때가 1992년이었는데, 공산주의에서 막 개방된 국가였다. 크라쿠프 공항에 내리니 온통 회색이었다. 건물과 구조물, 날씨, 그리고 폴란드 말까지 짙은 회색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돌이켜 보면 회색이라는 색감은 황폐하고 불안했던 내 마음이었다. 용기를 내 남이 가보지 못한 나라에 발을 내디뎠지만 좀처럼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둘러싸여 있었고 미래를 생각하니 암울하기만 하였다. 학교의 기숙사는 말로만 듣던 수용소가 아닐까, 과연 먹고 살 수 있는 식료품은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이 의문이었고 걱정거리였다. 단언컨대 쉽게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는 시대였으면 바로 포기하고 떠났을 수도 있었다. 아담과 하와가 낙원을 떠나 황무지로 향했을 때 이런 기분이지 않았을까 한다. 마음에 안정을 가져온 것은 처음으로 미사에 참여했을 때다. 한국과 다르지 않은 전례와 폴란드에서 맞이한 첫 영성체의 감격을 잊을 수 없다. 어렵고 암울한 순간에 위안을 준 것이 평생을 해왔던 미사였다. 최초의 인류가 낙원에서 쫓겨났을 때 그들에게 구원의 약속은 바로 이런 것이었을 거다. 근래에 방문한 폴란드는 예전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이 번화했다. 주님께서 내게 1990년대 초의 폴란드를 보게 한 것이 얼마나 은혜로운지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펜데레츠키 오페라 실낙원 중 Adagietto //youtu.be/6ryeC9E4GcE?si=C8s8D9H2CMx82bOC 류재준 그레고리오, 작곡가 /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앙상블오푸스 음악감독윤하정2024.06.05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는 생생하고 진솔한 이야기‘세계 가난한 이의 날’ 추천 도서‘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 병들고 소외된 사람들, 몸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걸어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린 책을 소개한다. 가난할 권리 최준영 책고래 “우선 할 일은 가난한 사람들의 내면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것이어야 한다. 동정이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이해하도록 설득하고 설명해야 한다. 복지는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권리를 지켜주는 일이다. 세상에는 욕망할 권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살아가야 할 권리가 있다. 가난할 권리다.”(67쪽) 노숙인, 미혼모, 재소자, 자활 참여자 등 가난한 이웃과 함께 인문학을 이야기하고 있는 최준영씨가 신간 「가난할 권리」를 발표했다. ‘거리의 인문학자’, ‘거지 교수’로 불리는 저자가 지난 20년간 자활센터나 보호시설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매일 생존의 문제와 싸우는 이들에게 곁을 내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스스로 원하는 삶의 방식을 찾아가자고 응원한다. 국내 최초의 노숙인 인문학 과정인 성프란시스대학 교수를 거쳐 사단법인 인문공동체 ‘책고집’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인문학을 매개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있다. 2023년 독서문화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고, 「결핍의 힘」, 「최준영의 책고집」, 「책이 저를 살렸습니다」 등을 펴냈다. 어느 날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숨쉬는미디어교육자몽 빈빈책방 “처음에는 여자 한 명이 귀에 대고 소곤소곤하길래 ‘이게 뭐지? 내가 초능력이 생긴 건가? 텔레파시가 통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그 목소리가 커지는 거예요. 나중에는 열 명 넘는 사람들이 귀 양쪽에서 떠들어 대는 것 같았어요.”(29쪽) 「어느 날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는 정신장애 당사자 6명을 인터뷰한 뒤 기록한 책이다. 이들이 태어나 자라고 발병 후 살아온 삶을 풀어냈다. 모든 인터뷰이는 당사자가 직접 만들어 가는 라디오 방송 ‘마인드라디오’에서 활동했다. 이 방송을 기획한 문화예술교육단체 ‘숨쉬는미디어교육자몽’은 정신장애 당사자들을 만나고 함께 라디오 방송을 만들면서 세상의 편견과는 사뭇 다른 그들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됐고, 이를 알리기 위해 이 책을 기획했다. 복음서의 이름 모를 사람들 장 오브룅 수사 신부/이병애 옮김 기쁜소식 복음서에는 예수님의 가족부터 열두 제자, 공생활 중에 만난 이들까지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사도들의 수장 베드로, 신학자 요한 등 그 이름 하나로 이미 수많은 책이 출간된 인물이 있는가 하면 사마리아 여인의 이웃들, 세관원의 동료들,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소년, 엠마오의 주막 주인 등 이름 모를 사람들도 있다. 「복음서의 이름 모를 사람들」은 우리가 성경에서 만나는 위대한 인물이 아니라 예수님의 여정에 잠깐, 성경의 몇 구절에 잠시 나타났다가 이내 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1936년 서품 후 오랫동안 수도자이자 복음을 선포하는 사제로 살았던 장 오브룅(프랑스 생 마르탱 베네딕트 수도원) 수사 신부가 문학적인 상상력을 더해 성경 속 인물들의 삶이 예수님을 만난 후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려낸다. 어디 인생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던가요 이근후·이서원/ 샘터 50년 경력의 정신과 전문의와 30년 경력의 상담 전문가가 함께 책을 펴냈다. 이화여대 명예교수인 이근후씨와 그의 제자인 나우리가족상담소 이서원(프란치스코) 소장이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인생 고민을 들어왔던 두 사람은 함께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즉문즉답 형식으로 나눈 대화에서 핵심만 추렸다. 「어디 인생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던가요」라는 제목처럼 ‘자존, 관계, 위기, 욕망, 확신, 비움, 성장, 행복’ 등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할 법한 여덟 가지 주제에 대해 나눈 대화들이다. 책에는 ‘스승’과 ‘제자’로 표기되어 있지만, 결국 두 전문가의 비슷한 듯 서로 다른 경험이 실린 조언을 마주할 수 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윤하정2023.11.15

삶의 모든 것에서 배우려는 자세[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55) 삶이라는 양성의 학교 지속 양성이라고 대체로 교리를 다시 배우거나 특별한 양성 과정에 등록하는 것을 먼저 생각한다. 양성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여기서는 삶 자체가 양성의 장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위한 양성 학교를 따로 만들지 않으셨다. 예수님과 함께하는 생활 자체가 양성의 장이었고, 함께 걷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양성의 방법이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질문을 던지시며 스스로 생각하도록 양성하셨다. 정해진 답을 주입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하느님 자녀로 사는 삶을 찾아가도록 하셨다. 엠마오로 가는 제자 이야기(루카 24,13-35 참조)는 예수님의 양성 방법을 잘 드러내 준다. 먼저 양성은 함께 걷고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진행된다. “무슨 일이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시며, 그들 스스로 자신이 살아온 삶과 경험을 나누도록 초대하신다. 이어서 성경 말씀을 풀이해 주시며, 말씀에 비추어 삶을 다시 바라보도록 인도하신다. 제자들은 구세주의 본래 모습을 새롭게 깨닫고, 빵의 나눔을 통해 자기들과 함께 계셨던 주님을 알아보게 된다. 예수님께서는 같은 방법으로 우리를 양성하신다. 주님은 우리와 함께 걷고 계신다. 제자들이 그분을 몰라본 것처럼 우리도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살아간다. 주님께서는 우리 삶에 관심을 기울이시며, 우리가 스스로 이야기를 꺼내도록 초대하신다. 그리고 하느님 말씀에 비추어 우리 삶을 다시 바라보도록 인도하신다. 제자들처럼 우리도 스스로 만들어놓은 너무나 인간적인 구원에 대한 기대와 생각을 조금씩 깨고, 그분께서 알려주시는 하느님 나라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그분과 빵의 나눔을 통해 우리의 눈이 밝아져, 우리 안에 함께 계신 그분을 알아보고 기쁜 소식을 전하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양성이란 이처럼 그리스도와 함께 걸으며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신앙의 눈으로 삶을 새롭게 바라보며 그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알아보고 그분과 함께 새로운 삶을 계획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삶 자체가 양성의 장이며 학교다. 거기에는 삶이라는 소재가 있고, 함께 걷는 공동체가 있으며, 말씀이 있고 성찬의 나눔이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 안에 예수님이 계시다. 삶이 지속되는 동안 다양한 만남과 사건이 이어질 것이며, 양성은 지속될 것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주님을 더욱 잘 알아가고, 우리 자신도 더욱 잘 알아갈 것이며, 우리가 이 세상에 온 이유, 삶을 살아가는 이유를 발견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삶을 양성의 장으로 생각하는 생각과 자세의 변화다. 그리고 삶을 이야기로 담아내려는 의지다. 그렇기에 노트를 준비해 삶의 이야기를 담아놓는 것은 중요하다. 삶에서 겪는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길 가치가 있는, 내 삶을 구성하는 소중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느님께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우리가 경험하는 것, 겪는 일들, 심지어 시련과 위기, 병고와 고통, 죽음까지도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양성하시기 위해 재료로 사용하신다. 이렇게 볼 때, 우리의 평범한 삶에서 겪는 모든 것, 모든 만남이 기록해야 할 배움의 내용이다. 우리는 모든 것에서,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다. 어린아이의 말 한마디가 우리의 영혼을 깨우고, 병자의 말 한마디가 마음을 울린다. 세상을 떠난 이들, 그들의 유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삶의 깊은 차원에 다가서게 한다. 이러한 양성을 통해 우리 안에 형성되는 내적 인간이 굳세어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에페 3,16-17 참조) 한민택 신부이정훈2024.06.19

중남미 선교사들, 아미칼 통해 고충·기쁨 나누며 힘을 얻다[선교지에서 온 편지] 콜롬비아에서 김현진 신부 (상) 지난 7월 1~5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제26차 아미칼(라틴아메리카 한국가톨릭선교사회) 모임에서 한정현 주교와 선교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현진 신부 제공 최근 있었던 남미 지역 선교지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지난 7월 1일~5일 페루 리마의 성 프란치스코 솔라노 피정의 집에서는 제26차 아미칼(AMICAL, 라틴아메리카 한국가톨릭선교사회)이 열렸습니다. 총 57명의 참가자 가운데 사제 16명, 수도자 37명, 그리고 평신도 선교사 1명이 참석했습니다. 특별히 한국에서는 주교회의 해외선교교포사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계신 한정현 주교님, 총무 김동원 신부님, 그리고 서울대교구 해외선교 봉사국 차장 유동철 신부님께서 동참해주셨습니다. 올해는 ‘그들은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에 관하여 서로 이야기하였다’(루카 24,14)란 주제 성구를 함께 묵상하며 ‘대화’라는 큰 흐름 안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첫째 날에는 ‘쉼’을 주제로 오후에 저녁 성무일도와 오리엔테이션을 했고, 회장 신부 주례 개회 미사로 본격적인 아미칼이 시작되었습니다. 미사 마지막에는 모든 참가자가 간단히 자신을 소개하며 인사를 나눴습니다. 둘째 날에는 ‘나 자신과 대화하기’를 주제로 오전과 오후에 교황청 복음화부 국장 한현택 몬시뇰께서 ‘토마스 아퀴나스의 기도’에 관해 온라인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특별히 선교지에서 살아가는 선교사들에게 가장 본질이며 핵심이 되는 ‘기도’에 대해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의 「신학대전」에 담긴 17개 항을 하나씩 되짚으시며 아미칼 회원들에게 기도가 가진 힘과 은총에 대해, 또 기도를 통해 하느님의 구원사업에 협력할 수 있음을 강조하셨습니다. 또한 선교사는 ‘수확하는 사람’이 아니라 ‘씨를 뿌리는 사람’이기에 어떠한 어려움 앞에서도 실망하지 말고 계속해서 주님의 복음을 잘 뿌려주기 바란다고 격려도 해주셨습니다. 강의 후에는 선교사들이 조별로 강의 주제에 따른 나눔과 발표를 했습니다. 올해는 특별히 각 조의 조장 신부님들 주례로 조별 미사를 봉헌하며 더욱 풍성한 나눔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미칼 모임에서 한현택 몬시뇰이 선교사들에게 강연을 하고 있다. 김현진 신부 제공 아미칼 모임 중 한정현 주교가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김현진 신부 제공 셋째 날에는 ‘이웃과 대화하기’를 주제로 한정현 주교님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주교님께서는 콜롬비아에서 열린 제24차 아미칼에 이어 이번 제26차 아미칼에도 참석하셨습니다. 주교님께서는 “이 모임에 오는 것이 멀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고 셀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이유가 “아미칼 선교사들은 어떠한 목표에 얽매이지 않고, 오히려 하루하루 일상을 단순하고 또 소박하게 살아가기에 그 모습이 참 편안하고 자유로워 보이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주교님은 “더더욱 이곳 선교사들은 돈으로 해결하는 선교가 아닌, 있는 삶 안에서의 선교를 한다”면서 저희 선교사들에게 “참으로 자랑스럽고, 감사드리고,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하셨습니다. 점심 시간에는 브라질에서 선교하고 계시는 올리베따노 베네딕도회 수녀님들께서 동료 선교사들을 위해 팥빙수와 달고나 등 한국의 옛 추억과 향수를 느낄 수 있는 후식을 준비해주셨습니다. 오후에는 선교사들 안에서 나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올해는 특별히 선교 연차별 나눔이 아니라 사도직별(현지 본당 및 공소·교포·교육·의료·사회복지·어린이 공부방·무료 급식소·성경 공부·노인·환자 방문·양성 및 빈민선교 등) 나눔을 진행했습니다.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각자 맡은 선교 사도직 안에서의 어려움, 또 그 안의 은총들에 대해 공감대를 갖고 풍성히 나눔을 가졌습니다. 이후 제26차 정기총회를 통해 아미칼 회원들의 연회비와 참가비에 대한 회칙을 개정했고, 차기 제27차 개최국으로 ‘멕시코’를 선정했습니다. 총회 후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현지 선교 및 교포사목을 하고 있는 양경모 신부님 주례로 저녁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식사 후 다음날 있을 조별 리마 성지순례 및 시내 투어에 대한 안내를 재미있는 퀴즈 방식으로 준비해 함께 내용을 숙지한 후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넷째 날은 ‘세상과 대화하기’를 주제로 오전에는 리마 주교좌 대성당에서 한정현 주교님 주례로 함께 미사를 봉헌했고, 이후 조별로 자유롭게 리마의 문화와 역사, 신앙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별히 역사지구에 위치한 리마의 로사 성녀 및 포레스 성인의 생가터를 많은 선교사가 순례할 수 있었고, 또 그 성인들의 유해(두개골)가 있는 도미니코 성당을 찾아 기도를 바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무엇보다 아미칼 기간 중 잠시나마 외출해 조별로 친교와 기쁨을 나눌 수 있었기에 참으로 소중하고 의미 있었습니다. 오후에 다시 피정의 집으로 돌아와 저녁 기도 후 다 함께 아가페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별히 페루 리마 한인 공동체에서 김밥·떡볶이·치킨·잡채·떡 등 많은 한국 음식을 준비해주셔서 선교사들이 감사하고 또 기쁜 마음으로 마지막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은 ‘하느님과 대화하기’를 주제로 다시금 선교지로 파견되는 미사를 봉헌하며 4박 5일간의 아미칼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아미칼(AMICAL, la Asociación de los MIsioneros Catolicos coreanos en America Latina)이란? 중남미에서 선교하던 사제들의 모임으로 시작됐다. 그 성격과 평가가 긍정적으로 이어져 수도자와 평신도도 함께하게 됐다. 이후 주교회의 해외선교교포사목위원회 산하로 소속되면서 오늘에 이르러 현재 회원 200여 명이 중남미 대부분 지역에 선교를 나가 복음을 전하고 있다. 매년 7월께 한자리에 모여 전체 모임을 갖고 나눔과 전례로 선교 의식을 고취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아미칼 25주년을 맞아 메시지를 통해 “지리적으로 한국과는 지구 반대편에 자리한 라틴 아메리카 나라들에서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나누는 데에 자신의 삶을 바치는 한국 가톨릭교회 선교사들에게 깊이 감사드리고 있다”며 “한국 선교사들은 그들의 특징인 근면함과 진실함으로 이미 세상 여러 곳에서 풍부한 열매를 거두고 있다”고 격려했다. 김현진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아미칼 회장 및 서울대교구 보고타 선교센터장, 콜롬비아) 김현진 신부 서울대교구 해외선교봉사국 후원 : 우리은행 454-035571-13-101 예금주 : (재)천주교서울대교구 cpbc2024.10.08

40여 년 한우물, 서양자 수녀가 총정리한 중국 교회사한국순교복자수녀회 서 수녀 13세기부터 방대한 중국 교회사 집대성당시 세계정세 등 상세하게 기록 선교사들의 희생과 공헌 알리고 싶어 중국 천주교회사 베일을 벗기다 서양자 수녀 순교의 맥 “천주교라는 말은 명 말 중국에 들어간 예수회 이탈리아인 미카엘 루지에리 신부와 마태오 리치 신부가 만들어 낸 명사이다. 원나라 때는 경교와 천주교를 모두 ‘야리가온’ 혹은 ‘십자교’라 불렀다.”(23쪽) “이때(중일전쟁) 서양 선교사들이 피난민들의 생명을 보호해 주고 부녀자들이 일본군에게 성폭행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해 주어 선교가 매우 잘되어, 1년 동안에 5000여 명이 입교했다고 한다.”(604쪽) 중국 가톨릭 전문가 서양자(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녀가 40여 년의 연구를 집대성한 「중국 천주교회사 베일을 벗기다」를 펴냈다. 13세기 프란치스코회 선교사들의 원나라 파견부터 중일전쟁 때 천주교 선교사들의 활약까지 방대한 중국 교회사와 함께 당시 세계정세, 영향을 주고받은 주변국의 이야기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왼쪽부터, 1 변발한 뱅상 레브 신부(왼쪽)가 중국 어린이들과 함께한 모습. 2 북경 성모의 원죄없으신 잉태 성당 앞의 마태오 리치 신부 동상. 3 북경 성 요셉 성당에서 성경을 읽고 있는 중국인 신자. 서양자 수녀 저자는 “중국 측에서 ‘한 손에 성경을 다른 한 손에 아편을 들고 천주교를 전했다’, ‘천주교가 제국주의의 앞잡이 노릇을 했다’ 등 왜곡 선전을 해왔는데, 선교사들의 많은 희생과 중국에 공헌한 일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에 책을 쓰게 됐다”고 전했다. 서 수녀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아편전쟁과 청프전쟁 이후 천주교는 중국 내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중국에 가장 많은 재정 지원과 선교사가 파견됐지만, 중국 인민들은 서양 열강에 직접 대항할 수 없어 교회와 교우들을 탄압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흉년이 들어 기근이 발생할 때마다 서양 선교사들이 외국의 원조를 통해 많은 인명을 구했고, 교회에서 보육원을 만들어 수많은 고아를 거두고 의료 자선사업도 실시했다. 서 수녀는 “같은 유교 문화권에 있었던 우리나라와는 매우 비슷한 면이 있으면서도 중국 교회사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특이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며 “당시 선교사들이 실수를 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대로 밝히되 중국에 공헌한 일에 대해서도 밝히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600쪽 분량의 책은 어느덧 80대에 들어선 서 수녀 평생의 기록이기도 하다. 중앙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저자는 대만에서 중국 교회사를 연구하고 「중국천주교순교사」, 「박해시대 숨겨진 이야기들」, 「중공 치하에서 외국인 선교사들 추방과 강제노동수용소의 선교사들」 등을 펴내며 중국 교회사와 관련된 방대한 연구를 이어왔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윤하정2023.12.06
![[전문]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 2024년 부활 메시지](https://img.cpbc.co.kr/newsimg/upload/2024/03/29/pMe1711675894565.jpg)
[전문]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 2024년 부활 메시지 “그분께서 너희에게 무엇을 말씀하셨는지를 기억하여라.”(루카 24,6 참조)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스도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부활의 은총이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복음이 전하는 부활의 사건을 떠올려 봅니다. 주간 첫날, 예수님을 지극히도 사랑했던 여인들은 예수님이 묻히신 무덤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들은 무덤이 비어있음을 발견합니다. 당황해 마지않던 그때, 천사는 그들에게 다가와 주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되살아나셨다.”(루카 24,6) 죽음은 오로지 두려움이었기에 부활의 생명은 상상키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인들은 부활을 예고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해 냈습니다. 그리고는 부활을 믿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믿고 고백하며 제자들에게 그 소식을 전하러 나섭니다. “살아나신 주님무덤 부활하신 주님영광, 목격자 천사들과 수의염포 난보았네, 그리스도 나의희망 죽음에서 부활했네”라고 부활 대축일 부속가에서 노래하듯 그들은 주님 부활의 기쁨을 외치기 시작합니다. 주님의 부활은 더없는 기쁨과 희망의 사건입니다. 부활은 죄와 죽음의 한계에서 인간을 구원한 사건이자, 주님께서 당신 죽음을 통해 영원한 생명, 곧 새 생명의 길을 열어 보인 사건이기에 희망의 사건입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654항 참조) 또한 그분께서는 죄의 권세를 누르시고 다시 살아나셨기에, 그리고 죄에서 죽은 우리를 새로운 삶으로 초대하셨기에, 우리를 영원한 생명과 구원으로 이끌어 주는 그리스도의 부활은 더없는 기쁨의 사건인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복음 선포도 헛되고 여러분의 믿음도 헛됩니다”(1코린 15,14)라는 사도 바오로의 고백처럼,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해 우리는 믿음과 삶의 의미를 찾고 궁극적인 선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주님 부활은 우리 모두에게 큰 기쁨이며, 우리로 하여금 다시금 세상을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안겨줍니다. 하지만 성경은 모든 이들이 즉시 부활을 깨달은 것은 아니라고 전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빈 무덤 앞에서 놀랐던 여인들의 모습(마르 16,4-5)에서 또,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자신들의 고향인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의 모습(루카 24,13-35)에서, 그리고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토마스 사도의 모습(요한 20,24-29)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직접, 그리고 천사들을 통해서 성경의 말씀을 설명해 주시면서 그들이 부활을 믿고 깨닫게 해주십니다. 주님 부활의 소식을 알리는 천사는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찾고 있느냐?”(루카 24,5)며, 예수님께서 갈릴래아에 계실 때에 너희에게 무엇이라고 말씀하셨는지를 떠올려보라고 촉구합니다. 곧, “사람의 아들은 죄인들의 손에 넘겨져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루카 24,7)는 예수님의 말씀을 상기시켜 줍니다. 이는 곧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약속의 실현이자 구약의 약속의 실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652항 참조) 그러자 여인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해 내어 부활을 깨닫고 기쁨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우리도 하느님의 말씀을 우리의 삶 안에서 기억해 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활을 직접 확인한 이들도 이렇게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부활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기억’은 우리의 신앙생활을 성숙시켜 줍니다. 또한 신앙생활에서 잊지 않고 실천해야 하는, 자신의 삶 안에서 작용하는 하느님의 뜻을 살피고자 나의 삶을 돌아보는 양심 성찰도 기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자신의 생활을 돌이켜 봄으로써 하느님의 뜻을 찾아 새롭고도 다른 하루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재 전 세계 가톨릭교회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시노드의 과정도 바로 우리 삶 안에서 함께 해주시는 하느님을 기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각자의 삶 안에서 자신을 이끌어 주신 하느님 체험을 기억하고 서로 나눔으로써, 그 모습은 다르지만, 같은 신앙 안에서의 친교를 체험하게 됩니다. 나아가 ‘기억’의 의미는 신앙생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삶에서도 ‘기억’의 의미를 되새길 때 우리는 변화된 현재로 미래를 희망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특별히 우리는 이 시기에 10년 전 발생했던 가슴 아픈 사건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10년 전 4월 16일, 우리 모두의 희생양처럼 세상을 떠난 세월호의 어린 영혼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기억의 결핍에서 우리는 2022년 10월 29일, 또 다른 희생자들을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또한, 우리 스스로가 공동의 집인 지구를 무분별하게 대했던 지난날의 과오를 기억해야 합니다. 이상 기후를 발생시키는 병든 공동의 집 지구를 바라보면서도 우리는 우리가 행한 일들을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기억하지 못하기에 과오를 반복하며 공멸의 길로 향해 가고 있다는 것조차 자각하지 못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공동선을 실행해야 하는 정치공동체를 위해 각자가 권리와 의무를 지니고 있다는 것도 이 시기에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사목헌장』 75항 참조) 주님의 말씀을 기억함으로써 주님께서 약속하신 바가 이루어진 부활을 깨달은 이들처럼, 우리도 늘 기억하는 삶 안에서 부활의 생명을 맞이해야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다시금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기쁨이 여러분에게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영원으로부터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시며 우리를 말씀과 성사로 기르시는 주님을 기억함으로 주님 부활의 신비를 더욱 깊이 깨닫는 신앙인으로 거듭나기를 기도합니다. 천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 요한 세례자 주교 이학주2024.03.29

구약의 축제를 통해 알게 되는 예수님[신간] 요한 복음에 나오는 구약의 축제들을 아십니까? 요한 복음에 나오는 구약의 축제들을 아십니까? 김동규 신부 기쁜소식 이스라엘에는 하느님께서 명하신 일곱 가지 축제와 유다인이 정한 자체 축일들이 있다. 이 일곱 개의 핵심 축제는 당시 가나안에서 농사를 짓는 풍속에서 유래되었으나 이집트를 탈출하게 하신 구원의 하느님과 연결되면서 결국 ‘하느님 백성들의 구원에 관한 축제’로 드러나게 되었다. 그런데 요한 복음은 신약인데 왜 구약의 축제들을 묻는 걸까? 요한 복음서의 배경이 구약시대의 안식일을 포함해 핵심 축제인 파스카와 초막절·성전 봉헌 축제 등으로, 중요한 사건들이 이들 축제의 장소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간절에는 새 밀로 구운 빵 2개를 봉헌한다. 갓 구운 빵을 살펴보는 유다인. OSV 초막절에는 예루살렘을 찾아 제물을 바친다. 사진은 예루살렘의 구 시가지 모습. OSV 김동규(대전교구 갈마동본당 주임) 신부는 “요한 복음의 초미 관심사인 예수님이라는 분이 하느님을 알리고 증언하는 역할을 맡아 등장하는 곳이 항상 이스라엘의 핵심 축제”라며 “구약의 축제에 함축되어 있는 예언적 의미들을 당신의 몸으로 완성하시기 위하여 이 세상에 오셨다”고 전한다. 김 신부가 쓴 「요한 복음에 나오는 구약의 축제들을 아십니까?」에서는 이스라엘 핵심 축제들의 원체험이 기록된 탈출기와 축제의 제례를 자세히 다룬 레위기, 율법의 내용을 담은 신명기의 내용을 요한 복음의 내용과 연계하면서 그 축제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어떻게 예수님의 자기 계시(그리스도론)로 드러나는지 풀어간다. 즉 구약의 축제에 계시된 내용을 토대로 태초부터 예언되어 오신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설명한다. “요한 복음 19장을 보면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는 날이 파스카 축제 준비일’(요한 19,14 참조)이었다고 언급하고 있고 (중략) 이스라엘의 해방을 기념하는 파스카 축제가 시작될 바로 그때, 새로운 해방을 주실 하느님께서 인류의 죄를 속죄해 주시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십니다. 이를 통해 속죄양의 완전한 ‘희생 제물’을 당신의 몸으로 완성해 당신 자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요한 6,22-58 참조)이심을 말씀해 주십니다.”(34쪽) “새롭게 봉헌된 성전은 ‘아버지를 만날 유일한 성전’이신 그분, 메시아로 오실 예수님을 암시하고 있는데 이것이 성전 봉헌 축제가 함축하고 있는 예언적 의미입니다. 요한 복음 저자는 10장에서 ‘그때에 예루살렘에서는 성전 봉헌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때는 겨울이었다’(요한 10,22)라고 하며 성전 봉헌 축제가 한창 열릴 때 예수님께서 성전 내 ‘솔로몬 주랑에 계시며 걸으셨다’(요한 10,23 참조)는 내용을 기술하고 있습니다.”(92쪽) 책에는 요한 복음서가 집필된 사목적·역사적 배경과 복음서에 언급되지 않은 다른 축제들도 시기별로 설명돼 신구약 성경의 맥을 연결하며 깊이를 더한다. 저자는 예비신자를 위한 「보물을 찾아 다 함께 가는 길 동행」, 신자 재교육 및 견진자를 위한 「구원을 향해 다 함께 가는 길 동행」 등의 책도 펴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윤하정2024.05.14

진짜 일상 챙기려면 나 자신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김용은 수녀의 오늘도, 안녕하세요?] 82. 진짜 같은 가짜, 가짜 같은 진짜 세상 다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훔쳐보는 관음적 요소를 자극하는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출처=pixabay 철저하게 계획된 각본에서 태어나 30여 년을 무대 세트에서 살아가는 남자가 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24시간 생방송으로 방영되면서 ‘리얼’을 욕망하는 대중에 의해 그의 단 하나뿐인 인생은 ‘쇼’로 소비된다. 그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주변의 모든 사람은 각본에 의해 움직이는 배우들이고 그가 진짜라고 믿었던 자신의 일상도 제작팀에 의해 조작된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연출가의 치밀한 대본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단 한 사람, 바로 트루먼 버뱅크뿐이다. 너무도 유명한 영화 ‘트루먼 쇼(the truman show)''의 주인공 이름은 ‘진실한 사람(true man)’이다. 하지만 의도적인 접근, 인위적인 세팅, 진짜처럼 보이는 기술조작에 의해 트루먼은 쇼의 주인공으로 관음의 대상이 되고 만다. 해가 갈수록 다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훔쳐보는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예능인지 다큐멘터리인지 알 수 없는 장르 파괴의 ‘쇼’ 프로그램이 정말 많다. 예능의 다큐화로 관찰 형식의 수많은 프로그램은 유명 유튜버나 연예인들의 소소한 일상을 따라가게 한다. 밥 먹는 것부터 시작해 강의 듣고 운동하고 캠핑 가고 쇼핑하고 해외여행까지 관음적 요소를 자극하는 프로그램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쇼’에 ‘리얼’을 옷 입힌 리얼리티쇼(reality show)는 기존의 텔레비전 장르인 드라마·코미디·스포츠 등의 예능 요소가 고루 혼합되어 오락성을 자극하는 종합선물이다. ‘리얼’하다고 믿으니 그 재미는 배가된다. 사실적인 요소는 바로 옆에서 바라보는 엿보기 욕망을 채워준다. 그런데 정말 ‘리얼’일까? 영화에서 트루먼은 자신도 모르게 관음의 대상이 되지만 우리가 매일 보는 다큐 형식의 예능프로그램 주연은 드러나게 ‘리얼’을 옷 입고 ‘쇼’를 진행한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실제 현실이나 가상현실보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에 더 익숙해져 가는 것 같다. 증강 현실은 현실이라는 배경에 가상 이미지를 넣어 실제보다 더 진짜 같은 느낌을 준다. 그저 실제만으로는 지루하고 가상만으로도 만족할 수 없나 보다. 진짜와 가상의 변형과 합성으로 인위적인 실재감을 높여주는 혼합현실(mixed reality)에 더 매력을 느낀다. 현실 세상에서는 길을 잃고, 만들어진 세상에서 진짜 같은 가짜, 가짜 같은 진짜 세상에 열광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묻게 된다. 진짜 자신의 삶을 살기보다는, 불편한 현실을 버티기보다는 스크린 속 남의 인생을 틈만 나면 훔쳐보면서 즐기는 일상을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나의 진짜 일상에 남의 가짜 일상을 끌어들여 마치 내가 그렇게 사는 것처럼 대리 만족의 달콤함에 젖어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특정인의 움직임을 관찰할 때 뇌 속의 거울 뉴런은 활발하게 작동한다. 스크린 속 인물과 동일시하면서 공감하는 마음이 만들어지고 마치 내가 보는 대로 행동한다고 느낀다. 그렇기에 ‘보는 것이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자주 혹은 매일 ‘리얼’에 예능을 옷 입힌 ‘다큐 형식’에서 오락적인 감성을 키워간다. ‘리얼리티’를 소비하면서 ‘쇼’에 갇혀 일상을 즐긴다. 부풀려진 진짜 같은 재미 감각으로 인해 현실로 돌아오면 밋밋하고 지루해서 곧 흥미를 잃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진짜 삶은 느리고 재미도 없고 문제 해결은 더디기만 하고 밋밋하다. 반면 스크린 속 남의 인생은 어찌 그리도 재미있고 빠르고 드라마틱하게 문제 해결도 잘하면서 톡톡 튀고 흥미로운지 모르겠다. 진짜 이 세상을 살아가는 트루맨(true man)의 감각은 무뎌지고 남의 세상을 엿보는 대중으로서의 감각에 자극받으면서 점점 우리 영혼은 침식되어가는 것 같다. 나의 일상을 남의 일상 훔쳐보기로 채워간다면 ‘나’라는 사람은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스크린 속 남의 인생을 오락처럼 즐기는 시간을 줄이고 나의 진짜 일상을 챙겨야겠다. 심심할 때, 지루할 때, 밋밋할 때, 나의 하루를 돌아보고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그렇게 마음의 여백을 만들어가야겠다. 지하철만 타면 습관처럼 열어보는 스마트폰을 가방 깊이 넣어두고, 잠깐이라도 눈을 감고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습관은 또 어떤가? 요즘은 지하철 안에서 묵주를 들고 기도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반갑고 기쁘다. <영성이 묻는 안부> 가끔 가족이나 친구와 대화할 때 가만히 관찰해보면 텔레비전이나 유튜브에서 들은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지 않나요? 정치적 현안은 물론이고 올림픽 이야기도 그렇고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본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도 하지요. 그런데요. 또 그만큼 나에 관한 이야기나 내가 실제로 경험한 직장 동료나 가족에 관한 이야기는 얼마나 할까요? 내가 읽은 책이나 성경 말씀을 나누시나요? 우리가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대체로 곰곰이 생각해보면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에서 본 뉴스나 자극적인 이슈에 관한 것이지요. 직접 보고 들은 것도 아니면서 우린 그냥 ‘리얼’이라고 믿습니다. 가끔은 나 자신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대화는 곧 우리 내면의 풍경이며 인격이니까요. cpbc2024.08.21

더 깊고 재미있게 성경 속 예수님 만나보세요[성서 주간]흥미로운 복음 해설서 성경은 비유와 예화로 가득하다. 그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면 더 깊고 재미있게 예수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성서 주간을 맞아 복음서와 좀 더 친해질 수 있는 흥미로운 안내서들이 잇따라 출간됐다.비유에 깃든 하느님 얼굴제라르 로쎄 지음박문수 신부 옮김 / 바오로딸이탈리아 소피아대학교의 성서신학 교수인 제라르 로쎄가 쓴 「비유에 깃든 하느님 얼굴」은 공관 복음서에 나오는 하느님 나라와 관련된 비유들에 대한 해설서이다. 책은 사람들이 알아듣기 쉬운 비유로 가르치기를 선호하셨던 예수님의 교육적 재능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다가왔다는 예수님의 복음 선포를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그분이 들려주신 비유들의 원래 형태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비유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언어로 표현되는 자연스러운 이야기다.(중략) 마지막 순간에 불려 온 포도밭 일꾼들의 비유(마태 20,1-16)가 어떻게 끝나는지, 또 바리사이와 세리의 비유(루카 18,9-14)가 어떤 내용인지를 생각해 보라. 이 비유들은 청중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이고 습관적인 논리에서 벗어나 하느님을 알고 만날 수 있는 새로운 논리에 마음을 열라는 초대다.”(20쪽) 책의 중심 부분은 회개의 필요성과 결단의 순간인 현재의 중요성 등을 다룬 비유들에 대한 해설이다. 여기에 소개된 비유는 대부분 인간에게 가까이 다가오신 하느님을, 모든 사람에게 예외 없이 지극한 사랑을 베푸시는 하느님의 얼굴을 제시한다. “‘너희는 무화과나무를 보고 그 비유를 깨달아라. 어느덧 가지가 부드러워지고 잎이 돋으면 여름이 가까이 온 줄 알게 된다.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사람의 아들이 문 가까이 온 줄 알아라.’(마르 13,28-29) (중략) 마르코 복음사가는 이 무화과나무의 이야기를 ‘종말론적 담화’라 불리는 곳에 배치하고 있다. 따라서 이 이야기의 배경이 다름 아닌 예수의 부활 사건 이후임을 알 수 있게 된다.”(97쪽) 책은 이 시대에 예수님을 따르려는 모든 이에게 근본적으로 요구되는 삶의 방식인 ‘이웃 사랑’에 관한 두 가지 비유로 마무리된다. “‘그에게 다가가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맨 다음 자기 노새에 태워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었다.(루카 10,34) 바리사이와 세리의 비유에서 예수는 하느님과 이웃과의 관계를 가늠하는 데 있어 율법의 완벽한 준수 여부를 기준으로 삼으려는 종교성의 위험에 대해 강조했다.(중략) 일반적으로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한 적이 있어야 누군가에게 자비를 베푸는 일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용서받아온 사람이 용서할 줄도 안다.(235쪽)복음서의 비유 이야기들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시대적 상황이나 문화적 여건은 물론 비유를 전달하는 이들의 사목적 관심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책은 모든 인간을 지극히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이 담긴 비유들이 역사의 다양한 순간을 거치며 새로이 갖게 된 풍요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해준다.양승국 신부의 흥미진진성경 읽기양승국 신부 지음 / 생활성서사예수님은 과연 어떤 분이셨을까?이는 예수님께서 우리 곁에 계셨을 때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교회 학자들과 교부들은 물론 평신도들에게도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물음일 것이다. 그 무수한 연구만큼이나 예수님의 모습에 대해서도 수많은 해석들이 제기된다. 양승국 신부는 예수님을 ‘아재 개그’를 유창하게 구사하시는 분, 탁월한 유머 감각의 소유자, 오늘날 계셨다면 어깨를 툭 치시며 부족한 죄인인 우리와 소주잔을 주고받았을 분일 것 같다고 한다. 따라서 복음서 이면에는 예수님의 유머와 즐거움, 따뜻함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양 신부는 「흥미진진 성경 읽기」에서 특유의 재치와 예화에 예수님의 복음 말씀을 덧붙여 복음서의 주요 내용을 더욱 쉽고 재미있게 해설해준다. 성경의 내용에 저자가 생각한 예수님의 유머 감각을 덧붙여 말씀을 더욱 풍성하고 친숙하게 전달한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요한 8,7)“예수님께서 땅바닥에 무언가 쓰셨다고 복음사가는 전하고 있는데 사실 그 땅바닥은 죄와 타락과 방황으로 얼룩진 여인의 마음이자 우리 각자의 마음입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땅바닥이 아니라 살아 있는 우리 마음 하나하나에 당신 손가락이 아프도록 꾹꾹 눌러 또 다른 한 말씀을 새겨 주고 계십니다. ‘사랑하는 내 아들들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딸들아, 너희들이 아무리 죄가 많다 할지라도, 너희들이 아무리 몹쓸 짓을 했다 할지라도, 괜찮다, 다 괜찮다! 그럼에도 나는 너희들을 사랑한단다.’”(예수님께선 다 계획이 있으셨구나! 중 102쪽)현재 살레시오회 내리피정센터에서 사목하고 있는 양승국 신부는 단순히 자신의 생각과 묵상만으로 성경을 설명하고 풀이하지 않았다. 일상에서의 소중하고 감동적인 체험을 더했지만, 여기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예로니모와 돈 보스코 성인 등 교회의 공신력을 지닌 문헌이나 어록을 더해 교리적 근거를 다졌다. 리처드 로어 묵상 선집리처드 로어 신부 지음이현주 옮김 / 분도출판사“내가 여태 받아 왔고 지금도 받고 있는 사랑과 가르침은 대체로 유다-그리스도교 성서들에 바탕을 둔 것이었고, 나는 그것들을 사십 년 동안 전하고 가르쳤다. 나는 성경이 얼마나 많은 해악을 인류 역사에 끼쳤는지 그리고 또 같은 성경이 얼마나 많은 선을 행하였는지에 대하여 자주 놀란다. 그 안에 담긴 가능성들을 세상의 선과 진리와 아름다움을 위하여 최대한으로 살려낼 무슨 방도가 있어야 한다. (중략) 여러분은 내가 무엇으로 성스러운 본문들을 해석하는지 그것을 알아볼 자격이 있다. 그건 ‘해석학’이라 불리는 것이다. 내 방법론은 간단하다. 나는 예수님이 하신 그 방법으로 성서를 해석코자 노력할 것이다.”(들어가는 말)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뉴멕시코관구 사제이며 영성전문가인 리처드 로어 신부의 책과 강연은 물론 발표되지 않은 온갖 자료를 간추리고 선별해 엮은 묵상집이 출간됐다. 성경을 오랫동안 해석하며 가르쳐 온 저자는 성경을 역사적 사실로만 다룰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고 무엇을 강조할 것인지’, 또는 ‘무엇을 덜 강조하거나 아예 무시할 것인지’를 이야기하며 새로운 해석학의 지평으로 인도한다. 책에서는 그의 오랜 가르침의 바탕에 깔린 주제를 ‘방법론’, ‘바탕’, ‘틀’, ‘에큐메니컬’, ‘변형’, ‘진행 과정’, ‘목적지’ 등 7개의 주제로 나누고, 각각의 주제에 맞는 짧은 묵상글을 더했다.“성경은 갈등을 통하여 인간의 경험을 조명한다. 성경은 인간의 경험을 대변하는 책이 아니다. 갈등 자체로 초대하는 것이다. 어떤 본문은 우리를 당황하게 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갈등을 통하여, 특히 하느님이나 성스러운 본문들과의 갈등을 통하여 의식이 깨어난다. 만일 우리가 온갖 투쟁과 딜레마, 패러독스, 부조리, 충돌을 피한다면 거의 아무 의식도 없이 살게 될 것이다.”(방법론 중 32쪽)“그리스도는 나자렛 예수보다 더 크고, 더 먼저고, 더 오랜 분이시다. 하지만 예수님의 위대한 사랑과 용기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순종이 당신의 예수(his Jesus)를 놓게 하였고 마침내 그리스도로 부활하시어 압도적 승리 안에 우리 모두를 품고 앞으로 나아가실 수 있었던 것이다. 이방인, 힌두교도, 아브라함, 사라가 모두 영원한 그리스도 신비의 부분이다. 외람돼 보이는 내 말을 용서하시라. 그래도 반복한다. 이것이 중요한 요점이다! (에큐메니컬 중 253쪽)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cpbc2022.11.16

신약성경 주석서 번역, 복음이 밝게 드러난 놀라운 시간대전교구 원로사목자 조장윤 신부「SACRA PAGINA」 원서 18권 완역 자신이 번역한 신약성경 주석서 「SACRA PAGINA」 히브리서 편을 보여주며 환하게 웃는 조장윤 신부. 사제로 산 지 30년쯤 되던 2005년 무렵, 대전교구 원로사목자 조장윤(베르나르도, 73) 신부는 회의에 빠졌다. ‘내가 설교하고 강론하는 게 하느님의 복음에 맞는 건가? 혹시 내 생각을 나누는 건 아닌가?’ 그렇게 깊이 회의하던 중 조 신부는 「SACRA PAGINA」(싸크라 빠지나, ‘거룩한 페이지’라는 뜻의 라틴어)를 떠올렸다. 몇 해 전, 교구에서 안식년을 받아 1년간 미국 보스턴 예수회 신학대학원(Weston Jesuit School of Theology)에서 공부할 때 몇몇 교수들이 추천해 줬던 신약성경 해설서가 갑작스럽게 생각난 것. 해서 조 신부는 본당과 병원사목을 하면서도 밤만 되면 「SACRA PAGINA」를 원서로 읽기 시작했고, 2년 6개월 만에야 18권을 모두 읽을 수 있었다. “영어로 읽었기 때문에 물론 다 이해하진 못했어요. 그렇지만 자신감이 생겼어요. 성경의 전체적 내용이나 배경, 전후 관계를 알게 되니까, 복음이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 알게 됐어요.” 조 신부는 「SACRA PAGINA」를 세 단어로 요약됐다. 복음을 전후 관계나 맥락에서 보고(contextuality), 복음서 안에서의 원문의 자체적 관련성을 파악하고(intratextuality), 텍스트가 되는 구약성경과 다른 복음서, 교부들 해석, 현대 성서학자들의 해설을 통해 복음의 관련성을 돌아보게(intertextuality) 되니 ‘눈이 밝아진’ 느낌이었다는 것. “복음을 듣고 내 생각대로, 내 뜻대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당시 상황과 배경, 예수님 뜻, 사도들의 생각, 현대 주석들, 저자의 생각마저 망라해 보니 복음이 밝히 드러나 놀라웠다”고 조 신부는 설명했다. 그제야 번역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조 신부는 2016년 은퇴에 1년 앞서 틈틈이 저녁 시간에, 은퇴 뒤엔 온종일 번역해 7년 만인 지난 7월 15일에 번역을 마무리했다. “운동하거나 때로 식사 약속이 잡힐 때를 제외하고는 날마다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마치 전쟁하듯 번역했어요. 심지어는 술을 마셔도 소주 1병까지는 똑같이 일했지요. 설과 추석을 빼고는 안식일도 안 지키며 작업했는데, 그런데도 하루에 힘껏 해봐야 두세 쪽 번역이 고작이었어요. 권당 500∼600쪽, 분량이 많은 책은 1000쪽이 넘는 해설서도 있었지만, 그렇게 번역한 게 쌓여 한 권의 책이 번역됐고, 마침내 총 18권을 다 번역할 수 있었어요.” 조 신부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번역은 그야말로 간난신고였다. 번역 중 오른쪽 눈에 포도막염이 생겨 3차례나 수술을 받아야 했는데, 홍채에 수술 자국이 남는 바람에 오른쪽 눈은 글자를 읽지 못하게 됐다. 다행히도, 하느님의 섭리였는지 눈은 더 나빠지지 않았고, 번역은 무사히 마쳤다. 그렇게 힘겹게 번역해 대전가톨릭대 출판부에서 펴낸 「SACRA PAGINA」에 대해 조 신부는 “예수회 다니엘 J. 해링턴 신부님이 총 편집자를 맡아 국제적 가톨릭 성서학자들이 대거 참여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에 따라 현대적 성경 연구 방법을 총동원해 신약성경 전체를 새롭게 연구하고 해석한 기념비적인 주석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주석서를 접한 사제나 수도자, 평신도들은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이에 대해 조 신부는 “저는 본당과 병원사목을 하면서 2년 반 동안 「SACRA PAGINA」를 원서로 다 읽었다”며 “어렵다거나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일 뿐이고, ‘필요한 사람만 읽는다’는 걸 알게 됐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를 겪으며 본당이 텅텅 비게 된 건 한국 교회에 바탕이 없다는 게 드러난 것”이라며 “그 바탕을 다시 찾는 방법이 바로 성경이고, 복음의 핵심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SACRA PAGINA」 같은 주석서가 도움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 신부는 이어 “나는 사제들에게 이 「SACRA PAGINA」를 소설 읽듯이 빨리 읽으라고 권하는데, 그건 성경의 전체적 흐름을 알도록 하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기 때문”이라며 “그러고 나서 한 부분씩 필요한 부분을 다시 읽으면 신약의 세계라는 현장에 온 것처럼 느낄 수 있고 많은 묵상 소재를 받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요즘 들어서는 자신이 번역한 18권을 다시 읽어가며 내용을 숙지하고 오ㆍ탈자를 바로잡는다는 조 신부는 “다시 읽으니까, 더 좋고, 학자들이 온 힘을 기울여 쓴 책이라는 걸 새롭게 알았다”며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같은 영적 독서에 필요한 교재로 꼭 「SACRA PAGINA」를 추천하고 싶다”고 밝혔다. 문의 : 02-762-1194, 기쁜소식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cpbc2022.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