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애 마지막, 훌륭한 신앙인으로 산 검은 색안경의 문학가[백형찬의 가톨릭 예술가 이야기] (14) 마해송 프란치스코 (하) 서재에서 마해송 부부. 부인 박외선이 먼저 세례를 받았고 마해송은 뒤늦게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고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났다. 출처=「아버지 마해송」 명륜동의 아늑한 집 마해송(프란치스코, 馬海松, 1905~1966)은 자신이 사는 마을을 ‘코끼리 우는 마을’이라 불렀다. 명륜동에 살았는데 창경원 뒷담 밑이라 새벽이면 코끼리 우는 소리가 들렸다. 당시 창경원에는 동물원이 있었다. 마해송의 집은 터가 30평, 건평이 13평, 그리고 다섯 평쯤 되는 마당이 있었다. 마당에 박을 길렀다. 밤에 하얗게 피는 박꽃이 좋았다. 하늘에서 백로는 춤을 추고, 새들은 추녀 끝에서 노래했다. 대문 밖에서 보면 보잘것없는 집 같으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늑했다. 안방에는 아내와 딸, 건넌방은 마해송, 아랫방에는 아들 둘이 살았다. 마해송의 방은 온돌방인데 사방탁자와 문갑이 있고, 교자상 같은 책상과 글 쓰는 작은 소반이 있었다. 책상에는 늘 많은 책이 있었다. 밝은 곳에서 글을 읽고 써야 했기에 이동에 편리한 작은 소반을 사용했다. 머리맡에는 오래된 라디오를 두었다. 글을 쓸 때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었다. 그가 가장 사랑한 음악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이었다. 이외에도 베토벤의 피아노 3중주(대공),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3중주, 드뷔시의 영상집을 좋아했다. 재떨이는 청동화로 모양의 놋재떨이를 썼다. 아내가 임신하고 출산을 앞두자 마해송은 방에 들어가 순산하게 해달라고 빌었다. 방 한가운데 서서 이쪽저쪽으로 돌아가며 절했다. 무엇을 바라보며 무엇에게 향해서 하는 절이 아니었다. 그저 두루두루 돌아가면서 절을 했다. 둘째 아들을 낳을 때도, 딸을 낳을 때도, 딸이 육십일 되는 날도 그리고 미군 폭격기 B-29의 폭격을 각오하면서 가족을 귀국시킨 밤에도 그렇게 절했다. 종소리 따라 성당에 간 아내 6·25 전쟁 때 마해송은 국방부 정훈국 편집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전후방 각지를 돌아다녔다. 한번은 지프를 타고 가다가 커브에서 차가 굴러 운전병이 즉사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죽을 뻔한 것이다. 마산으로 피난 간 부인에게서 편지가 왔다. “…어제 해 질 때는 성당에 갔어요. 어떻게 그 높은 언덕 위까지 올라갔는지 몰랐어요. 종소리를 따라서 정신없이 올라갔어요. 아무것도 모르지만, 무릎을 꿇고 앉아있으니 가슴 속이 아주 가라앉았어요. 성모님은 아름답고 거룩하고 인자했어요.…” 마해송은 아내에게 ‘성당에 가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답장을 보냈다. 마해송은 일본에 있을 때 성당에 간 적이 있었다. 일본인 친구 장례 미사에 참여했다. 그때의 느낌을 이렇게 적었다. “성당에 들어설 때에 여인들은 머리에 흰 보, 검은 보를 쓰는 것이었고, 한 발 들어서자 마룻바닥에 한편 무릎을 꿇고 절하며 경건히 성호를 긋는 것이 세상에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내가 어려서 많이 드나들었던 예배당의 풍속과는 딴판으로 질서가 정연하고 엄숙한 품이 보기에 아름다웠다.… 모든 절차가 엄숙했고 기침 소리조차 조심스러운 것 같았다.” 마해송의 부인은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가족 중에 제일 먼저 세례를 받은 것이다. 마해송은 용기를 내어 가톨릭대학 신학 교수로 있던 최민순 신부를 찾아갔다. 최 신부와는 대구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 최 신부는 단테의 「신곡」,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등의 명저를 번역한 학자 신부였다. 최 신부에게 일 년 동안 교리를 들었다. 마해송은 “교리가 끝나면 세례를 받겠습니다”하고 약속했다. 성경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읽기 시작했고, 최 신부가 준 성인전(聖人傳)도 읽었다. 마해송과 군의관 시절 아들 종기. 하느님 사랑을 깨닫다 그러던 어느 주일에 명동대성당에 갔다. 미사가 시작되었다. 성호경,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사도신경 등 교리 공부하면서 익힌 기도문들이 미사 중에 많이 나왔다. 사람들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하는 모습을 본 순간, 갑자기 ‘당신이 정말 나를 오늘 있게 해주신 하느님이십니까? 감사합니다. 이렇게 늦게야 알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마해송은 10월 3일 새벽 여섯시에 서울 정릉에 있는 성가수녀원에서 최 신부의 집전으로 프란치스코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았다. 세례를 받고 성당 밖으로 나오니 성모상이 새롭게 보였다. 그 앞에서 기도를 드렸다. “천주의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으시어 그리스도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그날은 마해송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벽’이었다. 아들 마종기는 신앙심이 깊었던 아버지를 이렇게 기억했다. “아버지의 만년 생활은 그 전체가 가톨릭 믿음과 연결되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 때까지 크리스찬으로, 가톨릭인으로 사셨다.” 아동문학가 박홍근도 마해송의 신앙심을 이렇게 말했다. “선생은 신덕, 망덕, 애덕을 갖춘 철저한 신앙인이었다. 하느님의 존재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생전에도 매일 기도로 시작하고 기도로 끝냈다. 사도신경 그대로 살았다. 십계명과 가톨릭 교리를 그대로 지키며 사람들을 사랑하고 덕을 닦고 죄를 피했다.” 이렇듯 마해송은 생애의 마지막을 훌륭한 신앙인으로 살았다. 아버지의 신앙생활에 감동을 받은 딸과 아들도 세례를 받았다. 식구 모두가 가톨릭 신자가 되었다. “생각하면 참으로 오랜 세월, 나는 많이도 빌며 살아왔다. 하늘에도 빌었다. 땅에도 빌었다. 달님에게도 빌었고, 별님에게도 빌었다. 바윗돌에도 빌었고 대감님에게도 빌었다.” 이렇듯 마해송은 오랜 세월을 여기저기에 빌며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하느님께만 비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신앙심을 갖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모래알 고금’과 ‘비둘기가 돌아오면’이 그의 신앙이 담긴 작품이다. 마해송은 언제나 검은 색안경을 쓰고 지팡이를 쥔 단아한 모습이었다. 화가 장욱진이 그린 마해송. 출처=‘문학사상’ 표지 아버지와 아들의 눈물 피난 시절, 주인집에서 신문을 구독하고 있었다. 어느 날 아들 마종기는 배달온 신문을 주인이 없을 때 마당에서 읽고 자기네 방 툇마루에 올려놓았다. 그날 저녁에 주인집 아주머니가 마종기를 큰 소리로 불렀다. 신문을 읽고 어디에 두었냐고 물었다. 아들은 집안을 뒤졌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그 광경을 보고 있다가 주인집에 사과하고는 아들을 집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는 무자비하게 때렸다. 뺨도 때리고, 다리도 때렸다. 이리저리 피하는 것을 따라가면서도 때렸다. 마해송은 아들을 왜 그렇게 무자비하게 때렸는지 후에 「너를 때리고」라는 수필에 자세히 썼다. 마해송은 아들을 때리고 나서 훈계했다. 아들은 옷에 묻은 흙을 털다가 우연히 고개를 들었다. 아버지가 울고 있었다. 아버지의 우는 모습을 처음으로 본 것이다. 또 이런 일화도 있다. 피난 시절, 마종기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대구 약전골 방 한 칸에서 가난하게 살았다. 어느 날, 마해송은 원고료를 많이 받았다고 하며 아들에게 한턱을 내겠다고 했다. 아들은 짜장면을 먹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데리고 간 곳은 ‘르네상스’라는 고전음악 다방이었다. 그곳에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따뜻한 우유 한 잔을 사주었다. 우유를 마시며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과 쇼팽의 피아노곡을 들었다. 지금도 그 곡을 들으면 아버지가 생각나 눈물이 흐른다고 했다. 서양화가 장욱진은 명륜동에 살았다. 그는 매일 새벽 산책을 했다. 산책 코스 중 한 곳인 혜화동 로터리 길에서 한 사람을 늘 만났다. 그는 언제나 검은색 안경을 똑바로 쓰고, 밤색 점퍼, 검은 베레모 그리고 지팡이를 손에 쥔 단아한 모습을 했다. 그리고 작은 강아지가 따라다녔다. 처음에는 몇 번 그냥 지나쳤지만, 새벽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매일 만나게 되어 장욱진이 먼저 인사를 했다. 바로 그 사람이 마해송이었다.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같은 생각으로 두 사람은 더욱 가까워졌다. 장욱진은 마해송의 동화를 좋아했다. 마해송 역시 장욱진의 그림을 좋아했다. 어느 날, 장욱진은 마해송이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를 들었다. 장욱진은 슬펐다. 마해송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다. 그림에는 함성을 지르는 꼬마와 동네를 슬슬 산책하는 강아지가 있고, 하늘에는 해와 달이 친구처럼 떠 있다. 그리고 검은 색안경을 쓴 사람이 지팡이를 짚고 웃으며 걸어가고 있다. 참고자료 : ▲마해송. 아름다운 새벽. 문학과사상사. 2015. ▲마해송. 전진과 인생. 문학과사상사. 2015. ▲마종기. 아버지 마해송. 정우사. 2005. ▲마종기.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문학과지성사. 1980. ▲마종기. 우리 얼마나 함께. 달. 2013. ▲장욱진. 강가의 아틀리에. 열화당. 2017. ▲조선일보. ‘[최홍렬 기자의 진심] 50년 만의 옛집 툇마루… 의사 詩人 눈물이 그렁그렁’(2015.5.2.) cpbc2023.03.31

폭력에 맞서는 구약시대 여성들의 비폭력 저항구약성경에 나타난 여성들의 삶 조명
빈곤, 강간 등 폭력 상황 창의적 극복
오늘날 여성들이 직면한 문제에 도움 여성, 존엄을 외치다L.줄리아나 M. 클라센스정혜진 옮김 / 분도출판사 「천일야화」는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에 관한 가장 대표적 이야기 중 하나다. 샤리야르왕은 젊은 여인과 혼인하고 다음 날 아침 처형하기를 반복했다. 왕과 결혼한 셰에라자드는 닥쳐올 죽음을 이야기를 통해 피한다. 뛰어난 재담가인 셰에라자드는 밤새도록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고 동이 트기 전 이야기를 멈춘다. 이야기의 끝을 듣고 싶던 왕은 처형할 간수를 부르는 것도 잊고, 셰에라자드는 다음 날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렇게 천일 하고도 하루가 흐르고 셰에라자드는 자신의 목숨은 물론 1000일 동안 죽었을지 모를 1000명의 생명을 구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구약성경 속 여성들의 삶은 역시 저항할 수 없는 폭력 앞에 놓인 경우가 많았다. 자신과 남편, 자녀에게 무자비하게 가해지는 폭력에 폭력으로도 맞설 수 없는 상황. 「여성, 존엄을 외치다」는 전쟁, 강간, 빈곤이라는 폭력적 상황에서 창의적인 방식으로 저항했던 구약 성경의 여성 인물들을 탐구했다. 폭력적 상황에 굴복하기를 거부하고 비폭력으로 대항한 이들이다.셰에라자드가 이야기를 들려줬다면, 자식이 무자비하게 살해당한 리츠파(2사무 21장)는 자식에 대한 지극한 애도로 폭력에 맞섰다. 아비가일(1사무 25장)은 다윗을 만나자 땅에 엎드려 용서를 구했다. 결국 이러한 작은 행위들은 처음의 의도를 훨씬 넘어 영향을 미친다. 리츠파의 소리 없는 외침은 다윗의 마음을 돌려 자식의 시신을 거둘 수 있었고, 아비가일은 담대함과 지혜로움으로 자신이 처한 어려움에서 벗어났다. 사라의 웃음(창세 18,21), 수산나의 기도, 롯과 타마르의 속임수 역시 자신과 공동체를 변화를 이끌어 냈다. 책은 네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전쟁의 폭력에 저항하다’는 집단적 폭력에 무척이나 다른 방식으로 저항한 여인들의 이야기다. 2장 ‘강간의 폭력에 저항하다’에서는 강간과 성폭력 상황에서 여성 저항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준다. 3장 ‘헤테라키의 폭력에 저항하다’에서는 불의한 가부장적 권력에 저항한 딸들의 이야기를, 4장 ‘오늘날의 리츠파와 아비가일’에서는 자원 부족이 야기한 비인간화에 창의적인 방식으로 저항한 여성들을 만나 볼 수 있다.저자는 이런 저항의 역사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여성들의 저항 행위 하나하나가 불의의 희생자들이 생존하도록 힘을 주고 그것을 보거나 듣는 타인들에게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저항의 행위다.”(본문 265쪽) 책을 발간한 분도출판사는 서평을 통해 “성경 본문은 여성들이 그들의 인간적 존엄이 침해당할 때 저항했던 다양하고 복잡 미묘한, 그러나 강력한 수단들을 전해준다”며 “이 본문들은 오늘날 여성들이 직면한 복잡한 문제들을 숙고하는 대화를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성경 본문과 현대사회에서 나타나는 억압, 위태로움, 트라우마 문제에 참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최상의 자원”이라며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 관심을 갖고 정교한 젠더 분석까지 결합, 성경 윤리는 물론 여성주의 성경 해석에 관심을 가진 모든 이에게 필독서로 손색이 없다”고 밝혔다.저자인 L.줄리아나 M. 클라센스는 인간 존엄에 관해 미국에서 13년간 연구하고 가르쳤으며,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텔렌보스 대학 신학부의 구약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옮긴이 정혜진은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기독여민회 연구실장으로 활동 중이다.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평화신문2021.08.31

사랑 가득한 영적 돌봄은 마지막 가는 길을 아름답게[사순, 기억과 희망] (2) ‘죽음’ 연구하는 유성이(마리아)씨 유성이씨는 아버지의 임종을 바라보며 ‘죽음’과 ‘돌봄’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유성이씨 제공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사순 시기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전례력에 따라 매해 주님의 탄생과 죽음, 부활을 기린다. 그것은 우리의 삶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그런데 인간에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부활보다 어쩌면 더 멀게 느껴지는 것이 죽음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밀쳐낼 수 없을 정도로 바짝 다가오기 전까지 그 죽음을 깊게 들여다보는 사람은 드물다. 숨이 멎는 순간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죽어갈지’ 그 과정 말이다. 죽음을 연구하다 “내 의지대로 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게 마지막 순간인 것 같아요. 그런 시기를 곁에서 사랑으로 함께하는 것이 진정한 돌봄이고요.” ‘죽음’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 온 유성이(마리아)씨를 만났다.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녀는 10여 년 전부터 박물관, 호스피스병원, 학교 등에서 죽음과 삶을 성찰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학부에서 응용미술,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지만, 지난 2007년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그녀 역시 남의 일처럼 느꼈던 ‘죽음’을 본격적으로 바라보게 됐다. "예술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죽음에 대해 함께 생각하는 교육을 해왔어요. 태어남부터 현재, 전 생애, 그리고 죽음까지. 아이들이 죽음을 삶의 연장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신기했죠.” 그러나 그녀에게도 죽음의 빛깔은 다채로웠고 때로는 당혹스러웠다. 8살 소녀와 그 어린 딸을 두고 떠나야 하는 40대 엄마의 이별 과정을 지켜봤고, 어머니보다 12년을 더 살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쓸쓸한 죽음도 겪어야 했다. 앞의 기록이 2019년에 펴낸 「괜찮아 엄마, 미안해하지 마」라면 뒤의 관찰은 최근 출간한 「인간적인 죽음을 위하여」의 발판이 되었다. 노년의 삶과 인간적 임종을 위한 연구에 뛰어든 그녀는 2020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호스피스병원에서 만난 88세 도미니코 어르신이 생명을 잃어가는 22일간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기록했다. “죽음학(Thanatology)은 죽음 준비, 임종 돌봄, 남은 가족에 대한 상담 등 학제적으로는 철학, 사회학, 생물학, 영성학 등이 연결되어 있어요. 저는 그중에서도 ‘인간적인 죽음’을 연구하고 있는데, ‘돌봄’과 연결이 되더라고요. 돌봄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임종도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과거에는 집에서 가족들의 돌봄을 받으며 임종을 맞았죠. 흔히 ‘좋은 죽음’을 물으면 집에서 죽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그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방법을 모색하고 싶었어요.” 인간적인 죽음과 인간적인 돌봄 지금은 가족들의 생활 반경이 달라졌고, 죽음을 ‘처리’하는 사회의 시스템도 달라졌다. 대부분 병원에서 임종을 맞는 이유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내맡겨진 내 소중한 존재의 죽음은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갓 태어난 아이와 마찬가지로 생명을 잃어가는 이도 온전히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 않던가. 부귀영화는 차치하고 그저 한 인간으로서 붙들고 있는 마지막 자존심까지 놓아야 하는 그 참담함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유성이씨 같은 간병인을 찾아 헤맬 것이다. 꺼져가는 생명을 온몸으로 이해하되 아직 살아있는 존재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누구도 알 수 없는 죽음의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너를 버려두지도 저버리지도 않으실 것이니 너는 두려워해서도 낙심해서도 안 된다”(신명 31,8)며 손을 잡아주는 사람 말이다. “계속 간병 요청이 들어오긴 해요. 내어줌의 사랑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 같아요. 갓난아이를 돌보는 것도 그렇지만 임종을 앞둔 분들도 한 인격체로 대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다각도에서 살펴야 하는 게 보통 24시간 간호하면 한 달에 300~400만 원을 받거든요. 보호자 입장에서는 큰돈이지만, 간병인 입장에서는 온종일 매달려야 하니까 쉬운 일이 아니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 거예요. 그럼에도 이 돌봄을 하는 분들이 직업윤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양보호사자격증만 따면 되는 게 아니라 인성도 갖춰야 하고, 모든 것이 그렇지만 ‘사랑’이 있어야 해요. 일로만 하면 너무 힘들거든요.” 호스피스병원에서 세 어르신의 임종을 돌본 그녀는 이후 방문 요양, 주간보호센터에서 일하며 1년 동안 어르신들의 삶을 관찰했다. 인간적인 죽음을 맞기 위해서는 평상시 적극적인 자기 돌봄과 사회 시스템을 비롯한 타인의 돌봄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확인했다. “책을 쓸 때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인격적인 돌봄을 받고 마지막 순간까지 잘 존재하는 것이 인간적인 죽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차원에서 어릴 때부터 전 생애에 걸쳐 생명과 죽음에 대한 교육이 필요해요. 성당 공동체도 중요하죠. 가장 가까운 곳에 있고, 우리는 항상 죽음에 대해, 나눔과 돌봄에 대해 얘기하잖아요.” 죽음과 영적 돌봄 숱한 임종을 목격한 그녀에게도 ‘죽음’은 어렵다. 그녀의 표현을 빌려 ‘죽음이라는 정체를 대면하는 것은 오롯이 혼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평소 개인의 ‘영적 돌봄’을 강조했다. “최근에 골전도 보청기 이식수술을 받았어요. 마취에서 깨어난 후 끝도 없는 어둠과 깊은 슬픔을 경험했어요. ‘죽음의 문턱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겠구나’ 싶었고, 돌아가신 아버지나 어르신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영성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내 힘으로는 안 되지만 평소에 영적으로 산다면 그 힘으로는 버틸 수 있지 않을까.” 50대 후반에 박사 과정, 연구 목적으로 경험한 간병인. 언뜻 보면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어릴 때 오른쪽 청력을 잃었고, 쌍둥이 아들을 두고 남편 먼저 세상을 떠났다. 12평 임대아파트에서 장성한 두 아들과 공간을 나누는 것이 삶의 큰 과제이기도 했다. 그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신앙의 힘이었다. “남편이 모태신앙이라서 저도 뒤늦게 세례를 받았어요. 엄마가 돌아가신 후 죽음학과 신앙생활에 몰두하게 됐고요. 영월의 한 박물관에서 일했는데, 근무시간 빼고는 기도하고 성경 공부하면서 완전히 수도자처럼 살았죠. ‘어둠과 빛은 같이 있다’는 말을 실감했어요. 개인적으로 최악의 상황이었는데, 내 영성은 그 어느 때보다 맑았거든요.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그녀가 말하는 ‘사랑이 있는 돌봄’도 결국은 ‘신앙의 실천’이다. “어떤 죽음도 남은 사람에게 의미를 주는 것 같아요. 생명윤리학을 전공하는 이유도 인간의 존재에 대해 근원적인 것부터 알아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아직 답을 찾아가는 중이죠. 집은 물론이고 호스피스나 요양병원 등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실질적으로 어떻게 돌봄을 받고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지 계속 연구할 겁니다. 가장 중요한 건 하느님과의 만남인 것 같아요. 그 만남 안에서 스스로를 돌보고 또 타인을 돌볼 수 있으니까요. 신앙은 이성이 아니라 실천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사순 시기는 역설적으로 희망의 시간”이라고 했다. “고통과 절망으로 보이는 현실, 스스로는 답을 찾을 수 없는 상황들 안에서도 하느님만이 주시는 다른 답이 있음을 믿어야 한다”고. 의학과 과학의 발전 앞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인간적인 죽음’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유성이씨와 같은 개인과 사회의 작은 몸부림이 역설적으로 하느님만이 알려주시는 답을 찾는 희망의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cpbc2023.02.28

한자성어와 중국철학으로 풀어낸 신앙 진리일상 속 복음, 동양철학과 엮어신앙 진리 쉽고 명쾌하게 풀어내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요한 3,3) 그러자 니코데모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이미 늙은 사람이 어떻게 또 태어날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 배 속에 다시 들어갔다가 태어날 수야 없지 않습니까?’(요한 3,4) 자신이 아는 세계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여지(餘地)가 없다. (중략) 은나라의 태조가 된 탕왕은 그가 사용하는 청동 세숫대야 바닥에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苟日新 日日新 又日新)’이라는 문구를 새겼다. 바로 ‘진실로 하루가 새로워지려면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하라’는 의미이다.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성령께서 내 안에 작용하실 여지가 있는 것이다.”(173쪽)복음 말씀과 한자성어가 나란히 적힌 모습이 조금은 낯설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니 그 뜻이 좀 더 명확히 다가온다. 한국외방선교회 소속으로 대만과 중국에서 20여 년간 선교와 학업을 이어왔고, 현재 제주 엠마오 연수원 강의와 여러 교구 및 수도회에서 피정 지도를 하는 김병수(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일상 속 복음과 신앙의 진리를 동양철학과 함께 쉽고 명쾌하게 풀어낸 책 「거듭나다, 참 소중한 당신」을 펴냈다. 「참 소중한 당신」이라는 잡지에 지난 6년간 써온 글을 엮어 「신철논형Ⅰ」을 출판했는데, 제목이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는 의견이 있어 두 번째 책은 그 뜻을 잇되 「거듭나다, 참 소중한 당신」으로 좀 더 친숙하게 지었다. “중국에서 ‘신철논형(神哲論衡)’이란 제목으로 출판했다면 크게 호응을 얻었을 거예요. 신학과 철학의 균형은 진리탐구의 방법론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일반 독자들의 감성에는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새로운 제목을 찾던 중 복음의 한 구절 ‘거듭나다’가 떠올랐어요. 횡재한 느낌이었죠. 이렇게 좋은 말이 책 제목으로 아직 쓰이지 않았다니! 구원과 연결되는 예수님의 말씀 중에 거듭나야 함은 어느 시대, 어느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말이잖아요. 제가 항상 마음에 두고 살아가는 말은 ‘다 됐다고 생각할 때 다시 시작하자’거든요. 자기 확신에는 무사안일, 구태의연이라는 ‘허당’이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중국 신학교에서 오랫동안 신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큰 고민은 그들이 형이상학적 신학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서양 종교인 그리스도교의 개념, 범주들을 설명하기 위해 복음의 주제들에 ‘중국옷’을 입혀야 했다. 또 피정지도 중에 면담을 하면서 뭇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엠마오 주말 지도 중에 부부들의 전쟁과 평화를 들으면서 신학과 윤리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한 동양철학을 동원해 모든 인생의 빨간불을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굳이 동양사상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우리가 사용하는 천주교 용어 중에는 한자에서 차용된 개념들이 많아요. 섭리, 은총, 보속, 통공, 친교, 공번됨 등 많은 개념의 원뿌리는 중국 천주교회에 있기 때문이죠. 기왕 한자에서 차용된 개념을 사용한다면 정확하게 그 원뜻을 파악할 수 있어야죠. 그런 점에서 진정한 토착화는 해석학에서 시작된다고 말할 수 있어요.”책은 500년의 세월을 거쳐 우리 생활 전반에 녹아 있는 ‘유교’부터 현대 사회의 숙제인 ‘기후위기’나 ‘코로나19 시대’, 또 미래를 전망하는 ‘포스트 트루스 시대’ 등 다양한 현상을 아울렀다. 한자성어와 중국철학을 동반하여 설명했지만 읽기 쉬운 문체로 일목요연하며, 성경 구절과 함께 곁들인 묵상은 누구나 허심탄회하게 읽으며 공감할 수 있게 한다. “지구상의 환경과 생태계의 모든 위험 수치들이 임계점(tipping point)에 다다랐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시대의 트렌드에, 조류에 휩쓸려 이리 몰리고 저리 방황하고 있죠. 그러나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헷갈리지 말아야 해요. 근본과 진리는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대의 징표를 읽어내야 할 사명과 함께 인간의 기본을 지켜나가지 않으면 이 시대에 우리의 여생을 편안히 마칠 수 있을까요?”수급불류월(水急不流月), 김 신부가 지금을 살아가는 신자들에게 필요한 마음으로 꼽은 한자성어다. “‘물은 흘러가도 달은 떠내려가지 않는다’, 이 말에는 변하는 조류와 변하지 않아야 하는 영성이 담겨 있어요. 복음과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헷갈리는 우리의 마음을 다잡아야 할 겁니다.”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거듭나다, 참 소중한 당신김병수 신부 지음위즈앤비즈 cpbc2022.10.25

전 세계 신자들 목소리 식별하는 1차 의안집 완료… 시노드에 계속 관심을!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차 의안집 작성 작업에 참여한 최현순 교수 인터뷰 도중 최현순 교수가 환하게 웃고 있다. “시노드를 하면서 여러 의견이 나왔어요. 그러면 우리는 이 의견들을 어떻게 실행에 옮길 것인가 이것을 봐야 하거든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데 한국 가톨릭교회의 관심 자체가 너무 급속도로 식는 것 같아서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신자들 목소리 어떻게 실현해 나갈 것인가최근 6개 대륙에서 선발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위원들과 함께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차 의안집 작성 작업에 참여하고 돌아온 최현순(데레사, 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교수는 “그동안 어떤 작업을 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러면서 “소위 말하는 쟁점, 예를 들어 여성 사제 문제가 있잖아요. 이런 쟁점을 어떻게 다뤘는지 관심을 두기보다는 신자들이 어떤 목소리를 냈는지 여기에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 목소리를 교회 안에서 어떻게 실현해 나갈 수 있는지 주목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9월 22일부터 10월 2일까지 이탈리아 로마 근교 프라스카티(frascati)에서 세계 각 지역 교회가 제출한 200여 건의 시노드 의견서를 검토, 토의한 뒤 1차 의안집(Primo Instrumentum Laboris) 작성에 참여했다. 그는 이 과정을 식별이라고 밝혔다. “우리가 했던 작업은 경청하고 식별하는 작업이에요. 그러니까 각 지역 주교회의 보고서 속에 있는 하느님 백성 소리를 듣고 식별하는 작업을 거쳐 문서로 만드는 거죠. 1차 의안집이 나오면 전 세계 주교회의에 보내게 됩니다.”최 교수는 지역 교회에 전달된 1차 의안집은 다시 경청의 과정을 거친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가 전 세계 백성들의 소리를 이렇게 듣고 이렇게 식별했습니다’라는 것을 되돌려주는 과정입니다. 각 지역 주교님들이 이걸(1차 의안집) 보고, 그다음에 각 지역 차원에서 올라왔던 보고서를 같이 보면서 우리가 어떻게 갈 것인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어떤 것은 지역 교회의 고유 문제일 수 있습니다. 또 보편 교회와 관점이 같았다면 더 힘을 내서 갈 수 있는 거고요.”24명 학자 참여, 4일간 기도·회의 강행군1차 의안집 작성에는 전 세계에서 모두 24명의 학자가 참여했다. “전 세계의 목소리를 듣는 게 목적이니까 인원을 골고루 나눴습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어떤 삶을 살았느냐에 따라서 같은 문헌이라도 다르게 보기 때문입니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6명, 아시아 4명, 아프리카ㆍ남미ㆍ북미ㆍ오세아니아가 각 3명, 그리고 동방 교회에서 2명이 왔습니다. 9명이 평신도였고 나머지는 교구 사제와 수도자였습니다. 주교님도 4명이 참여했습니다. 여성은 모두 9명이었습니다.”최 교수는 토의 과정은 조별로 진행됐지만 수시로 조를 바꿔 논의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위원 중에는 교회 신학자, 성경 전문가, 교회법 전문가, 교회 커뮤니케이션 학자도 있었습니다. 다 박사들입니다.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 주교가 다 같이 토의했고 조를 바꿔가면서 회의를 했습니다. 주교님들도 그냥 앉아서 구경만 한 게 아니라 우리랑 똑같이 문헌을 검토하고 토의에 참여했습니다.”2차 의안집 작성 후 본회의 의안집 확정교황청은 10월 중에 제1차 의안집을 지역 교회에 전달하고 대륙별 논의 단계를 거쳐 피드백을 받은 후 2차 의안집을 작성하게 된다. 이어 교황청 관련 위원회의 검증을 거치면 2023년 10월 교황과 주교단이 참석하는 세계주교시노드 본회의 의안집으로 확정된다.최 교수는 1차 의안집 작성을 위한 작업은 입술이 부르틀 정도의 강행군에 경제적 보상도 없지만 참여 그 자체로서 기쁘다고 말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회의하고 기도하는 강행군이었습니다. 4일째 되니까 입술이 다 부르텄습니다. 저희에게 주신 상은 프란치스코 교황님 알현이었습니다. 교황님이 주일에는 알현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지팡이를 짚었지만 짧은 말씀도 해주시고 너무 좋았습니다. 의안집 작성에 참여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cpbc2022.10.11

하느님께서 생명의 숨으로 창조한 ‘인간’[가톨릭교회의 거룩한 표징들] (10)인간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손수 빚으시고 당신 숨을 불어넣으시어 창조하셨다. 그래서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하느님의 거룩한 모상이 되었으며 하느님 자비의 본보기가 되었다. 미켈란젤로, ‘아담의 창조’, 프레스코, 시스티나성당, 바티칸.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십니까?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돌보아 주십니까?”(시편 8,5) 시편 저자는 도대체 인간이 무엇이기에 하느님께서 그를 찾아 주시고, 영광과 존귀의 관을 씌워 주시어 만물을 다스리게 하셨는지,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에 놀라운 기쁨을 표현하며 찬양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지어내신 다른 피조물들과 달리 왜 인간만을 이토록 극진히 사랑하시고 자비를 베푸실까? 그 이유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모습으로 인간을 창조하셨기 때문이다.(창세 1─2장 참조) 이는 모든 인간이 하느님의 아드님 곧 성자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모상이 되고, 영광스럽게 되도록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로마 8,29-30 참조) 따라서 인간은 하느님의 거룩한 표징이며, 하느님 자비의 본보기이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제외한 우주 만물을 ‘말씀’으로 창조하셨다. 창세기는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드러나라 하시자 그대로 되었다”고 한다.(창세 1,1-25 참조)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단지 말씀으로만 지어내시지 않고, 특별한 방법으로 창조하셨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직접 ‘빚으시고’, 당신 ‘숨을 불어넣으시어’ 생명체가 되게 하셨다. “주 하느님께서 땅과 하늘을 만드시던 날, 땅에는 아직 들의 덤불이 하나도 없고, 아직 들풀 한 포기도 돋아나지 않았다. 주 하느님께서 땅에 비를 내리지 않으셨고, 흙을 일굴 사람도 아직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땅에서 안개가 솟아올라 땅거죽을 모두 적셨다. 그때에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창세 2,5-7)하느님께서는 말씀이 아닌 ‘행위’로 인간을 창조하신 것이다. 먼저, 하느님께서는 당신 손으로 인간을 직접 빚으셨다. 이는 인간을 향한 창조주 하느님의 섬세함과 세심함을 드러낸다. 인간 존재는 땅에서 창조되었으며 땅으로 빚어졌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땅의 아들이 아니며 우연한 산물도 아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창조주 하느님께서 직접 빚으신 존재로 구세주이신 하느님의 사랑 가득한 계획안에 자신의 기원과 소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교황청 성서위원회, 「성서 인간학」 35-26쪽 참조)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빚으신 다음 인간에게 당신 숨을 불어넣으시어 생명체가 되게 하셨다. 하느님의 숨은 ‘생명의 숨’이다. 이 생명의 숨은 단순히 인간을 살게 해주는 호흡이 아니다. 이 생명의 숨은 인간을 다른 피조물과 근본적으로 구별 짓는다. 인간은 하느님의 숨을 받아들임으로써 비로소 생명체로 살 수 있으며, 하느님의 숨을 받아들이면서 하느님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다른 모든 피조물과 조화롭게 살고 책임을 지는 신분이 된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베푸신 특별한 사랑은 이것뿐만 아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약속하셨다. 하느님의 외아드님, 곧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인간에게 생명을 주는 ‘말씀’이시다.(요한 1,4; 야고 1,18; 1베드 1,23-25 참조) 아울러 예수 그리스도는 당신의 영을 부어 주시어 죽어야 할 운명의 사람들이 새롭고 불멸의 생명으로 되살아나게 하신다.(로마 8,11)예수님께서는 모든 인간의 영원한 생명(마르 10,30; 요한 3,15-16)을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부활하셨다. 주님의 부활로 말미암아 모든 종족과 모든 시대의 인간은 죽어야 할 몸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는 부름을 받았다. 그리고 그 부르심에 응답한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인은 주님의 생명의 신비에 참여(로마 6,9-10; 2티모 1,10)하고, 영광스럽게 구원을 받아 영원한 생명을 실현하게 된다.(로마 8,18-30 참조)인간은 하느님의 숨을 받아들인 ‘특별한 본성’을 지닌 존재이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습을 지닌 이 특별하고 탁월한 본성으로 말미암아 하느님의 존재를 깨닫고, 하느님의 계획에 순종하여 하느님의 뜻을 역사 안에서 실행한다. 인간의 진정한 삶이 다른 피조물처럼 ‘먹을 것’에 의존하지 않고, 주님의 말씀으로 사는 것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신명 8,3 참조)이에 성경은 모든 인간은 양심에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을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로마 2,14-15) 인간은 본성적으로 지성적이고 자유로운 존재이며, 하느님과 사랑의 관계를 맺으면서 부름 받은 존재라고 성경은 고백한다. “주님께서 사람을 흙에서 창조하시고 그를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게 하셨다. 그분께서는 정해진 날수와 시간을 그들에게 주시고 땅 위에 있는 것들을 다스릴 권한을 그들에게 주셨다. 그분께서는 당신 자신처럼 그들에게 힘을 입히시고 당신 모습으로 그들을 만드셨다. 그분께서는 모든 생물 안에 그들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 놓으시고 그들을 들짐승과 날짐승의 주인이 되게 하셨다. 그들은 주님의 다섯 가지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덧붙여 그분께서는 여섯 번째로 그들에게 지성을 나누어 주시고, 일곱 번째로 그분의 능력들을 해석할 수 있는 이성을 주셨다. 그분께서는 분별력과 혀와 눈을 주시고 귀와 마음을 주시어 깨닫게 하셨다. 그분께서는 지식과 이해력으로 그들을 충만하게 하시고 그들에게 선과 악을 보여 주셨다. 그분께서는 그들의 마음에 당신에 대한 경외심을 심어주시어 당신의 위대한 업적을 보게 하시고 그들이 당신의 놀라운 일들을 영원히 찬양하게 하셨다.”(집회 17,1-8)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cpbc2022.07.13

기도와 묵상으로 주님 부활 기다리는 40일 여정 동참하자기도·묵상 습관 키워줄 노트 출간 가톨릭출판사가 기도와 묵상 습관을 키워줄 두 권의 노트를 출간했다. 바로 「오늘 기도 노트」와 「사순 묵상 노트」이다.「오늘 기도 노트」는 매일 묵상을 돕는 성경 구절과 성인 이야기, 격언을 소개하고 짧은 기도문을 수록해 일상에서 꾸준히 기도할 수 있는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안내한다. 기도는 하느님과 자신과의 대화이다. 하지만 하느님과 대화를 나누는 방법을 모르는 이에겐 기도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아직 잘 모르는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선 자주 그리고 오래 대화해야 하는 것처럼 기도 역시 자주 하면 하느님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 그렇지만 막상 매일 드려야겠다고 결심해도 어떻게 기도를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이들이 뜻밖에 많다. 이를 이들에게 「오늘 기도 노트」는 기도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줄 좋은 길잡이이다.오늘 기도 노트「오늘 기도 노트」는 일상에서 기도의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총 3단계로 구성돼 있다. ‘기도로 시작하는 아침’, ‘기도와 함께하는 일상’, ‘기도로 마무리하는 저녁’이다. 먼저, 아침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노트에 그날 날짜를 적은 뒤 주님께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봉헌할 수 있는 기도 지향과 기도 계획, 곧 기도, 선행, 독서 등을 간단히 세운다. 다음으로 아침에 계획한 기도 내용을 하루 중 바쁜 순간순간에도 잘 이룰 수 있도록 떠올리며 실천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루를 마감하기 전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을 자신만의 공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하루를 마치는 기도를 작성한다. 그리고 주님께 감사드리며 잠자리에 든다. 이렇게 매일 기도 계획과 일상에서의 사랑 실천을 담은 기도 기록을 작성하고 실천하다 보면 하느님과의 대화 시간이 편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며 어느새 우리 삶을 기도로 봉헌하게 될 것이다. 사순 묵상 노트「사순 묵상 노트」는 주님 부활을 기다리는 40일 여정 동안 자신을 돌아보며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고 부활의 참뜻을 묵상한 것을 채워놓는 자신만의 묵상 기도서이다. 사순 시기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부터 주님 부활 대축일까지 묵상한 것을 작성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매일 복음 묵상과 필사를 통해 하느님 말씀에 비추어 자신을 바라볼 수 있으며, 제시한 활동을 채우면서 이웃을 위해 기도하고 자비를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사순 묵상 노트」는 ‘복음 읽기’, ‘오늘의 복음 한 줄’, ‘오늘의 묵상’, ‘생각해 봅시다’, ‘실천하기’로 짜여 있다. 단순히 복음을 읽고 필사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순 의미를 되새기며 자신을 성찰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묵상자는 먼저 ‘복음 읽기’에서 시작 기도를 바치고 그날 하루를 함께할 복음을 차분히 읽고 묵상한다. 복음을 읽고 난 후에는 ‘오늘의 복음 한 줄’에 마음에 남았던 성경 말씀을 필사한다.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허영엽 신부의 복음 묵상 글이 ‘오늘의 묵상’을 이끈다. 묵상하면서 복음 내용을 되짚어 보며 그날 복음의 주제와 의미를 정리할 수 있도록 ‘생각해 봅시다’에 간단한 문제를 실었다. ‘실천하기’에는 가난한 이웃을 위해 묵주 기도 5단 바치기 등 구체적인 실천 내용을 제시해, 일상에서 작은 희생이나 선행을 봉헌할 수 있도록 이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cpbc2022.03.23
![[사랑이피어나는곳에] 테러로 무너진 ‘성경의 땅’, 하느님의 집 재건에 도움 절실](//cpbc.co.kr/CMS/newspaper/2021/05/rc/801873_1.0_titleImage_1.jpg)
[사랑이피어나는곳에] 테러로 무너진 ‘성경의 땅’, 하느님의 집 재건에 도움 절실이슬람 극단주의 만행, 중동은 폐허... 이라크 카라코시 알 타히라성당 공사... 공사비 턱없이 부족, 지원·관심 호소 2018년 1단계 재건 공사가 시작된 이라크 카라코시의 알 타히라 성당의 모습. 막바지 재건 과정을 위해 ACN 한국지부가 함께 나섰다. ACN 한국지부 제공 2014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북부 니네베 평원을 총칼로 휩쓸었다. ‘성경의 땅’ 중동에서 악명을 떨쳤던 IS는 2000년 가까이 그리스도인들이 밀집해 사는 니네베 평원과 모술 등지를 침략해 신자들을 무참히 살해하고, 교회를 불태웠다. 수많은 이가 쿠르드자치구인 인근 도시 아르빌로 피란했고, 남은 이들은 처형당하거나 노예살이를 했다. 그리스도인들의 오랜 ‘은혜의 땅’이 흉악한 테러조직의 근거지로 변모해버린 것이다.2017년 말 IS는 패퇴해 물러났지만, 니네베 평원은 초토화됐다. 뿔뿔이 흩어졌던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둘씩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눈앞에 펼쳐진 것은 폐허뿐이었다. 포탄에 파괴된 건물들은 형체가 사라졌고, 성당은 거룩함을 잃었다. 목이 잘린 성모상이 나뒹굴고, 제대와 벽면은 IS가 남긴 낙서로 도배되거나 방화로 그을렸다. 성당 곳곳에는 총탄의 흔적만 남았다.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돕기(ACN)는 ‘니네베 평원 재건 사업’을 시작해 대대적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ACN이 이라크 교회에 지원한 금액은 650억 원에 이른다. IS 후퇴 이후 46%의 주민이 돌아왔지만, 360여 곳에 이르는 성전, 가옥의 재건은 진행 중이다.이런 가운데 ACN 한국지부(지부장 박기석 신부)가 이라크 카라코시의 알 타히라성당과 사제관 재건을 지원한다. 모술에서 약 2㎞ 떨어진 카라코시는 니네베 평원에서 가장 큰 그리스도교 도시다. 1932~1948년에 거쳐 건립된 알 타히라성당은 중동에서 가장 큰 시리아 가톨릭교회로, ‘알 타히라’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란 뜻이다. 그러나 IS가 떠나면서 성당 내 가구 등 모두 불태웠고, 시계탑도 폭파했다. 2017년 ACN 지원으로 알 타히라성당은 우선 재건 1단계를 이행했다. 22개 대리석 기둥 위에 새 천장이 놓였고, 마당에는 루르드의 마사비엘 성모동굴 모형이 세워졌다. 현재 내·외벽 교체, 제의실과 제단 수리, 교회 첨탑과 정문 개보수 등이 진행 중인데, 비용이 턱없이 부족하다.아울러 ACN 한국지부는 카라코시 지역 사제들이 머무는 공동 사제관 재건도 지원한다. ACN은 사제관에 다목적홀도 지어 혼인성사와 교회 행사, 단체 모임이 열리는 장을 마련해 줄 계획이다. 모술대교구 총대리 아마르 야코 신부는 “이 성당은 카라코시의 모든 이가 자원해 손수 성전을 지은 곳”이라며 “하느님 덕분에 우리는 재건 과정의 막바지 단계에 돌입했고, 성당 문이 다시 열리는 희망은 우리 공동체에 정말 필요한 일”이라며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후견인 : 박기석 신부 /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돕기(ACN) 한국지부장구약 성경을 보면, 바빌론 유배에서 돌아온 이스라엘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파괴된 성전의 재건이었습니다. 이라크 그리스도인들이 성전을 재건해 다시 일어서 신앙이 결코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독자 여러분께서 함께해 주시길 간절히 청합니다.성금계좌(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성전 재건 사업에 도움 주실 독자는 16일부터 22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1)에게 문의 바랍니다. cpbc2021.05.11

세계적 성서학자 로핑크 신부와 함께하는 믿음 실천의 여정로핑크 신부 「믿음의 재발견」 믿음의 재발견게르하르트 로핑크 신부 지음김혁태 옮김 생활성서그리스도인은 ‘믿음’이라고 말할 때 ‘믿어야 하는 내용’을 먼저 떠올린다. 교회가 정식으로 가르치는 교리를 우리의 믿음이라고 말한다. 또한 우리가 ‘전달된 진리’를 믿는다는 것은 일어난 사건을 믿는다는 뜻이다. 단순히 일어난 사건을 믿는 게 아니라 신앙으로 해석돼 그 의미가 드러난 사실을 믿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에게 믿음은 정해진 내용을 믿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신앙으로 해석된 사실을 굳게 지키는 ‘믿음의 실천’으로 성실히 나아가야 한다. 자기 자신을 향했던 방향을 하느님으로 온전히 돌릴 때 자신을 하느님께 내맡길 수 있다.이 시대 최고의 성서학자로 꼽히는 게르하르트 로핑크 신부는 그리스도인에게 믿음은 믿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작은 일에서 성실함으로써 하느님의 성실함에 나를 굳게 고정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로핑크 신부가 성경 주요 본문에 대한 새로운 탐구를 담아낸 「믿음의 재발견」(생활성서)이 우리말로 번역, 출간됐다. 2016년부터 매달 「생활성서」에 연재해온 성경 본문 해설을 모은 것으로, 독일어 원제는 ‘하늘과 땅 사이에 뻗어 있는’(Ausgespannt zwischen Himmel und Erde)이다.독일 림부르크교구 소속 사제로, 튀빙엔대학교에서 신약성서학 교수로 재직해온 로핑크 신부는 성경의 주요 본문들을 해설하며 그 의미를 우리 시대의 이해에 비추어 새롭게 밝혀냈다. ‘낯선 땅으로’, ‘믿음의 기쁨’, ‘하느님 나라’, ‘축제의 시간’ 등 네 장으로 구성했다. 풍요로움을 다 길어 올릴 수 없는 방대한 성경에서 새로운 믿음을 재발견하도록 이끈다.로핑크 신부는 돌로 지은 건물이 아니라 공동체가 하느님의 성전이며, 하느님 말씀을 듣는 우리의 모임 가운데, 하느님께서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시는지, 우리가 서로 어떻게 화해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하는 그 모임 한가운데에 계시다고 강조한다. 루카의 사도행전을 통해 갓 출범한 교회는 분열의 위험이라는 심각한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나갔는지도 설명한다.“교회가 깊은 위기에 놓였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그러한 위기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은 아닙니다. (중략) 하지만 그러한 위기들은 교회에 새로운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그것은 그러한 위기가 교회에 말하려는 바가 무엇인지에 귀를 기울이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답을 찾으려 할 때뿐입니다. 곧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바를 찾으려 할 때뿐입니다.”(306쪽)로핑크 신부는 1987년 교수직에서 사임한 후 뮌헨 근처 시골로 이주해 연구와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하느님 나라’는 유토피아가 결코 아니라 이 땅 어딘가에는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구체적 현실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가 한결같이 강조해온 지론이다. 믿음의 내용과 실천, 들음과 행함, 하늘과 땅 등 서로 대비되는 것들 사이의 균형을 추구해왔다. 로핑크 신부는 머리말에서 “한국의 그리스도교 형제자매들에게 성경의 주요 본문을 해설하는 일은 저에게 크나큰 영광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다”면서 “무엇보다 믿음의 충실성과 성경에 대한 사랑을 지니신 한국의 모든 독자에게 마음으로부터 커다란 감사를 드린다”고 인사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cpbc2021.10.13

자연 안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일궈낸 청국장 신화성필립보생태마을 황창연 신부, 생태마을 운영 사목 이야기 풀어낸 도서 출간 청국장 신부의 코로나 일기 / 황창연·박현민·김영복 신부 지음 / 기쁜소식“우리 콩을 소비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첫해 대략 600만 원어치 팔았어요. 2019년에는 매출액이 100억 원을 넘겼고, 작년에는 170억 원 정도. 그만큼 많은 사람이 효과를 봤다는 얘기 아니겠어요. 동시에 우리 농촌도 살리고. 우리가 콩 7700가마 정도를 수매하거든요.”강원도 평창군 도돈리 성필립보생태마을(수원교구)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청국장 얘기다. 된장, 고추장, 간장만 만들기에는 콩이 너무 많아서 방법을 연구하다 2004년부터 청국장 가루를 제조해 판매하기 시작했고, 당시 7%대던 국내 식용콩 자급률은 현재 20%를 넘고 있다. 그 중심에 황창연(원장) 신부가 있다.사목과 경영의 공통점“제가 위가 안 좋아서 고생했어요. 위암도 발병하고. 그런데 청국장 가루를 먹고부터 많은 문제가 해결됐어요. 소화도 편하고 배변도 편하고. 다른 분들도 효과를 보니까 이렇게 많이 팔리겠죠.”생태마을에서 만난 황 신부는 바로 청국장 예찬에 나섰다. 그는 최근 「청국장 신부의 코로나 일기」라는 책까지 발표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부 활동이 크게 축소됐던 시절, 생태마을 이야기를 엮을 수 있었다. 그런데 각종 영양소와 효능, 식품미생물, 식품위생법 등이 적힌 글은 식품영양학 저널 같기도 하고, 생태마을 운영과 수익 등에 대해 상세히 기록된 내용은 전문 경영인의 서적 같기도 하다. 그 사이 청국장의 효험을 경험한 이들의 리뷰가 쏟아진다. 특히 각종 숫자가 인상적이다. 청국장 가루를 꾸준히 섭취할 경우 화장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60cm부터 기부나 매출과 관련해서는 억 단위 금액이 너무 자주 언급돼 비현실적일 정도다.“우리 직원이 약 60명이고 평균 나이가 31살인데 초봉이 4000만 원 정도예요. 노동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거죠. 예전에 강의할 때 ‘몸으로 사는 놈이 있고 머리로 사는 놈이 있다’고 했는데, 몸으로 살아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는 사회구조가 가능한 거예요. 중요한 게 오너가 많이 가지고 가면 이렇게 못 주죠. 나는 직원들과 거의 똑같이 받으니까 나눌 수 있는 게 커요. 농민들에게는 안정적인 콩 수매를 해주고, 젊은 친구들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국민들의 건강도 책임지니까 여러 가지로 유익하죠. 그래서 오너는 사회적인 책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해야 해요.”여기서 오너는 당연히 황창연 신부다. 사제로서 교회 안팎에서 이른바 스타 강연가일뿐만 아니라 유능한 경영인인 셈이다.“경영이라는 게 사목과 똑같다고 생각해요. 「최고 경영자 예수」라는 책이 있어요. 예수님이 세운 회사가 2000년 이상 운영되고 있잖아요. 거기다 다국적 기업이고. 예수님께 경영의 노하우가 있어요. 처음은 서비스죠. ‘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게 아니라 섬기러 왔다.’ 그리고 인재양성. 열두 제자를 뽑고, 가장 낮은 자리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줬잖아요. 자기 확신도 있었어요. ‘나는 착한 목자다, 나는 포도나무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 확신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의심 없이 믿고 따를 수 있죠. 예수님을 묵상하고 잘 따라 하면 경영도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사람이 함께 성장하는 생태마을한편으로 황 신부 역시 그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 청년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생태마을은 인터넷 유통을 통해 전국적으로 판매망을 늘릴 수 있었고, 유튜브에 다볼 사이버 성당까지 조성해 구독자 30만 명을 앞두고 있다.“맞아요, 우리 생태마을이 잘되는 이유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요. 인터넷을 통해 온 국민과 대화하고, 다볼 사이버 성당의 신자는 웬만한 시의 시민들보다 위력이 있죠. 게다가 30만이라는 구독자는 대부분 저를 적극 지지하니까. 지금도 튀르키예를 돕자고 나서고, 수단이나 잠비아 아이들을 돕자고 하면 열흘 만에 1억 원이 모여요. 오늘도 어려운 데 학교 지어달라고 누군가 5억 원을 기부했어요. 그런 기부금이 1년에 10억 원이 훨씬 넘어요. 도와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그러고 보면 생태마을은 우리 땅과 농작물 등 가장 전통적인 것에서 비전을 찾으면서도 동시에 가장 진보적인 현장이 아닐까.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는 돈이 모인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렇게 모이는 곳이 온라인이에요. 온라인을 잘 읽는 사람이 미래의 주인공이 됩니다. 교회도 유튜브를 잘 활용해야 해요. 깜짝 놀란 게 다볼 사이버 성당 교우들 가운데 장애인이 많아요. 전체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이고. 소외되고 잊혀가는 이들에게 사이버 성당에서는 미사뿐 아니라 특강에 성경 강의, 일주일에 서너 번은 실시간으로 대화하면서 이름도 불러주니까. 뿐만 아니라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 들어와요. 한 공간 안에서 공통의 주제를 놓고 대화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 농토, 환경, 사람을 살리는 일상황이 이렇다 보니 황 신부는 온라인 용어로 얘기하자면 파급력이 어마어마한 인플루언서다. 그가 말하고 행동하면 사람도 돈도 함께 움직인다. 앞서 언급한 ‘자기 확신’ 때문일까. 강연이나 책에서도 거액의 인세나 기부금, 엄청난 사업규모에 대해 거침없이 말하는 황 신부의 모습은 자신감에 넘친다. “그런 편이지(웃음). 그런데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게 겸손이라고 생각해요. 하느님께 5개 받았는데 2개밖에 없다고 말하는 게 겸손은 아니잖아요. 개인적으로 투명하고, 있는 그대로 말하는 걸 좋아해요. 많은 기부도 투명성에 있지 않나 싶어요. 나한테 기부하면 그 돈이 다른 데로 가지 않고 목적 그대로 쓰일 거라는 믿음. 우리 직원들이 먹고사는 건 청국장 팔아서 다 충당하니까 기부받은 건 100% 좋은 데 쓰는 거죠. 그리고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가면 사람들이 주위를 둘러보는 것 같아요. 이미 기부문화가 형성됐다는 걸 피부로 느껴요.”하지만 이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공부했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누구보다 하느님의 길을 모색했다. “40대 후반에야 큰 실수를 안 했지, 30대부터 40대 초반까지는 인생수업 많이 했죠. 사기도 당하고, 주위의 시기 질투와 분노도 정말 심했어요. 지금은 받아도 ‘아, 내가 잘났으니까 어쩔 수 없다’ 초연해졌죠.(웃음) 그리고 중요한 게 제가 환경에 관심을 갖고 공부한 게 신학교 3학년 때부터입니다. 취재 왔던 분들이 ‘계획을 말하는 사람은 많은데 실현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고, ‘그런데 신부님은 어느 날 보면 실제로 하고 있다’고 말해요. ‘남들한테 어려운 게 신부님한테는 참 쉽다’고 하는데,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열심히 살아온 게 30년이라서 지금은 수월하게 진행되는 거예요.”30대부터 숱한 인생경험을 통해 구축한 일들은 대부분 실현됐다. 하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계획과 소망이 있다. 가장 큰 프로젝트는 김치 매출액 100억 원 달성, 그리고 영성생활이다. “작년에 김장 매출액이 17억 원이었는데, 최근 평창에서 전국가톨릭농민회 회의가 있었어요. 가능할 것 같아요. 우리는 농약을 안 치니까 흙을 살려요. 농약 안 친 배추, 고춧가루, 대파, 무, 쪽파, 갓 등을 살리면 곧 농토를 살리는 거고, 그게 환경을 살리고 국민을 살리는 거니까. 100억 원이 중요한 게 아니라 또 다른 환경운동을 하는 거죠. 땅이 숨을 쉬면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거든요. 환경 살리는 일은 죽을 때까지 해야죠. 개인적으로는 영성생활에 충실하려고 해요. 우리 나이로 올해 59살이거든요. 11년 있으면 은퇴해요. 올해까지만 이런 일을 진행할 거고, 내년부터는 은퇴 준비를 해야죠. 내가 벌여 놓은 일을 교회가 받아들여서 지속성을 갖도록 작업할 예정이에요. 요즘은 그런 데 마음을 쓰고 있어요.”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사진=이승선 기자 cpbc2023.02.15
![[시사진단] 정해진 문제, 그리고 답(오창익, 루카, 인권연대 사무국장)](//cpbc.co.kr/CMS/newspaper/2022/08/rc/830692_1.0_titleImage_1.jpg)
[시사진단] 정해진 문제, 그리고 답(오창익, 루카, 인권연대 사무국장) 가톨릭평화방송에서 ‘사제의 눈’이란 고정 코너를 맡고 있는 정수용 신부는 11월 17일이 무슨 날이냐고 물었다. 누군가의 영명축일일까. 도통 알 수 없었다. 답은 수능일이었다. 수험생 가족이 있으면 또 모르지만, 쉽지 않은 문제였다. 질문은 이어졌다. 시험문제도 알고 있고, 준비할 시간도 충분하다면 그 시험은 쉽게 통과할 수 있을까. 문제와 답을 미리 안다면 만점을 받는 건 쉬운 일이다. 정 신부는 우리 인생에 가장 중요한 시험 문제가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 있었단다. 그것도 2000년이나 되었단다. 마태오복음 25장의 ‘최후의 심판’이 바로 우리에게 문제와 답을 미리 알려준 거였다. 그렇다. 우리에겐 이미 정해진 문제와 답이 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또한 ‘가장 작은 이’에게 해주지 않은 것이 바로 주님께 하지 않은 것이다. 성경은 늘 이렇다. 문제와 답은 정해져 있다. 정해진 답을 찾아 답안지에 쓰면 된다. 이를 보통 실천이라고 부를 게다. 굶주린 사람에게 먹을 것을, 목마른 사람에게 마실 것을, 헐벗은 이에게 입을 것을 주고, 병들거나 감옥에 갇힌 사람을 돌보면 된다. 필요한 것을 내어주고 없는 사람들을 챙겨주면 된다. 교회는 정해진 문제와 답을 부지런히 풀면서, 교회 안팎의 사람들에게도 함께 노력하자고 권해야 한다. 이게 교회의 일차적인 사명이다. 수원 세 모녀 사건만 해도 그렇다. 이 참혹한 죽음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책임이라고 고백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회복지의 그늘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실천을 강구해야 한다. 교구와 본당 차원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지역에 있는지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반찬이나 간식거리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찾아뵙는 등 나누며 살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선교가 아니라 돌봄을 위해 나누고 살피는 거다. 교회가 복지사업을 하는 경우는 많지만, 대개 정부의 위탁을 받아 시설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노고도 고맙지만, 이미 시스템 안에 들어온 사람들을 챙기는 것은 교회가 아니라도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다. 인건비를 포함한 예산 지원도 받을 수 있으니 더욱 그렇다. 대체로 좋은 일이라고 평가받을만한 사업도 교회가 해야 할 일인지를 살피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늘진 곳을 살피는 안목은 아무래도 우리 내부를 살피는 데서 키워질 수 있을 거다. 교회에서 일하는 사람들,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을 어떻게 살필지 고민하고 이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단박에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방향은 분명히 하고 구체적인 의지를 담은 실행계획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교회의 말이 힘을 가지기 위해서라도, 교회가 운영하는 각종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훨씬 좋은 노동조건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새로운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레오 13세 교황의 노동헌장, 1891년에 나왔다. 131년. 이 정도 세월이면 노동문제에 대한 답은 가톨릭교회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교회 내부에 모범적인 사례들이 축적되어 있어야 한다. 아예 노동조합조차 없는 사업장이 너무 많다든지, 임금피크제 같은 반노동적이며 반교회적인 임금제도가 어느 틈엔가 우리 안에 들어와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남들 보기에는 물론이고, 우리 스스로도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문제와 답은 다 나와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 평화신문2022.08.31

책꽂이예레미야서 1-25장(거룩한 독서를 위한 구약성경 주해30-1)김명숙 지음 / 바오로딸 예레미야서 입문과 예레미야서 본문 1-25장을 구절마다 주해했다. 입문에서는 예레미야서의 저자와 시대 배경, 신학 배경을 비롯해 문학ㆍ구조적 특징을 짚고, 성경 전승들과의 관계와 중심 메시지를 핵심적으로 소개했다. 각 구절의 주해는 난해한 낱말과 대목을 쉽게 풀어 설명했으며, 일상에서 말씀을 살아내도록 이끈다. 「에제키엘서」로 제23회 한국가톨릭학술상에서 연구상을 수상한 김명숙(소피아, 한님성서연구소) 박사의 두 번째 책.메르씨 빠빠! 정상필 지음 / 오엘북스프랑스에서 네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국인 아빠 정상필(루수)씨가 육아에 전념한 이야기. 암탉 아빠는 프랑스에서 아이들 육아에 매우 적극적인 아버지를 일컫는 말. (반대로 ‘암탉 엄마’는 암탉의 특성에 빗대어 자녀를 과보호하는 엄마를 의미한다.) 일간지 기자이자 번역가, 우버 기사로 일하다 올해 아예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선 한국인 아빠가 보여주는 프랑스식 육아를 소개했다. 프랑스식 육아의 핵심에는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전제가 깔렸다. 아이의 행복보다 부모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고, 아이는 끊임없는 좌절을 통해 절제가 몸에 배게 한다. 암탉 아빠는 완벽한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기보다 아이와 함께 성장해 간다는 것을 알아간다. 성경 본문 줌인(구세사 편 Ⅱ)김혜윤 수녀 / 생활성서 성경 공부를 해본 이들에게 성경 분문의 참맛을 알게 해주는 책. 성경에 관한 지나친 학문적, 이론적 접근을 지양하고 번역된 성경 본문만으로 그 의미를 파악하도록 돕는다. 창세기부터 왕정 시대를 연 사무엘의 등장을 다룬 「구세사편 Ⅰ」에 이어, 사무엘의 몰락과 다윗 왕정의 시작부터 다니엘서까지 다뤘다. 저자 김혜윤(베아트릭스, 미리내성모성심수녀회) 수녀는 로마 교황청립 성서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 우르바노 대학교에서 성서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책은 생활성서사의 온라인 클래스 ‘가톨릭온(www.catholicon.co.kr)’ 강의에서 교재로 활용하고 있다. 기쁨, 영혼의 빛안셀름 그륀 신부 지음조규홍 옮김 / 가톨릭출판사삶의 무게에 지친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책. 2013년에 출간된 「숨어 있는 행복」, 「숨어 있는 기쁨」을 합본한 개정판이다. 안셀름 그륀 신부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해서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기쁨은 계속될 수 있다”면서 “오직 하느님 한 분만이 변함없고 결코 사라지지 않는 기쁨을 선사하실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기쁨과 행복은 평범한 일상 곳곳에 묻힌 일상의 황금을 찾도록 이끌며, 자신 안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여정으로 초대한다. 푸르른 자연 풍경, 아름다운 음악, 맛있는 음식,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미소 속에서 삶의 기쁨을 찾을 수 있다면 인간은 더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지혜 기자 cpbc2021.09.15

성경, 성령의 감도로 기록된 살아있는 하느님의 말씀이것만 알면 나도 성경 박사 성경은 성령의 감도로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으로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완성했다. 이콘은 6세기에 제작해 현존하는 가장 오랜된 그리스도 성화로 이집트 시나이 산 가타리나 수도원에 보관돼 있다. 한국 교회는 1985년부터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간을 ‘성서 주간’으로 정하고 신자들에게 성경을 자주 읽고 묵상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올해는 11월 22일부터 28일까지다. 교회가 성서 주간을 별도로 정해 신자들에게 성경을 가까이하기를 권하는 것은 성경이 신앙생활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가톨릭평화신문은 독자들에게 성경에 친숙하고 올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성서 주간 특집을 마련했다. ‘이것만 알면 나도 성경 박사’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성경에 관해 가톨릭 신자들이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을 모아 소개한다. 성경은 어떤 책인가성경은 성령의 감도로 하느님 말씀을 기록해 놓은 책이다. 성경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당신의 구원 계획을 역사 안에서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드러내시고 알려주신 계시의 원천이다. 아울러 성경은 인간이 교회를 통해 하느님의 계시를 제대로 전하고 이해하며 그것을 믿고 따르는 신앙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래서 성경은 ‘하느님의 말씀’이며 ‘살아계신 말씀을 받아들이는 교회의 책’이라고 한다. 성경이 계시하는 핵심 주제어는 ‘예수님은 그리스도이시다’(마태 16,16 참조)이다. 그리고 성경이 쓰인 목적도 “예수님께서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여러분이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그분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요한 20,31)이다. 이처럼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한 처음부터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생명과 은총, 진리 등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해 생겨났고,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으며,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통해 인간을 구원하셨다는 것을 증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요한 1장 참조) 성경의 저자와 해석자는 누구인가성경의 저자는 하느님이시다.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당신을 계시하실 때 인간의 언어로 말씀하신다. 하느님께서는 성경의 인간 저자들에게 영감을 주시어 그들 안에서 그들을 통해 활동하시어 당신이 원하시는 모든 것을, 또 원하시는 것만을 그들이 참 저자로서 기록해 전달하도록 하셨다. 그리고 그들의 기록이 구원의 진리를 오류 없이 가르친다는 사실을 보증하신다. 따라서 영감 받은 저자들 또는 성경 저자들이 주장하는 모든 것은 성령께서 주장하신 것으로 여겨야 한다.(「계시 헌장」 11항 참조) 교회는 이런 이유로 언제나 성경을 주님의 몸처럼 공경하고 있다. 성경의 해석자는 성령이시다. 성경을 통해 말씀하신 하느님의 계시를 올바로 이해하고 해석하려면 성경에 영감을 주신 성령의 도우심을 받아야 한다. 성령에게서 오는 것은 오로지 성령의 작용을 통해서만 완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경을 해석할 때는 무엇보다도 먼저 하느님께서 우리의 구원을 위해 계시하시고자 한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될 핵심은 하느님께서 당신 말씀을 보존하고 전달하며 해석하는 것을 교회에 맡기셨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느님 말씀을 권위 있게 해석은 교회의 판단에 속한다. 곧 교회의 교도권인 교황과 그와 일치하는 주교들에게만 그 책무가 주어져 있다. 성경은 몇 권인가성경은 단 하나의 책이다. 이 책은 바로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왜냐하면, 성경 전체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성경 전체가 그분 안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성경은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완성하신 새로운 계약(신약)과 하느님께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과 맺은 옛 계약(구약)의 내용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그리스도께서 이스라엘 신앙의 밑거름인 구약을 친히 완성하셨고, 교회는 유다교의 거룩한 구약의 책들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데 필요한 출발점을 찾았기에 ‘하느님의 구원’이라는 하나의 큰 틀 안에서 신ㆍ구약 성경을 읽어야 한다.성경(Bible)은 ‘책들’이란 뜻의 헬라어 ‘타 비블리아’(τα Βιβλια)에서 왔다. 이 단어는 오늘날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약 30㎞ 떨어진 고대 페니키아인들의 항구 도시 비블로스에서 유래된 말이다. 비블로스는 파피루스 수출로 유명해졌기에 책하면 곧 이 도시를 연상했다고 한다. 구약(Vetus Testamentum)ㆍ신약(Novum Testamentum)을 표기하는 라틴말 ‘테스타멘툼’(Testamentum)은 히브리말 ‘베리트’(berit)에서 유래한 말이다.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들이 하느님과 맺은 ‘구원의 계약’을 ‘베리트’라고 했다. 이 말이 헬라어 ‘디아테케’(διαθηκη)로 번역해 이스라엘의 옛 계약과 그리스도의 피로 맺은 새 계약을 표현했다.(마태 20,28; 루카 22,20; 히브 9,16-17; 1코린 11,25)가톨릭 성경 정경교회는 사도 전승에 따라 어떤 문서들이 성경 목록에 포함되어야 할지를 판단했다. 그래서 바오로 3세 교황은 1546년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4세기 때부터 대중 성경으로 사용해온 「불가타」를 성경 정경(正經)으로 반포했다. 가톨릭교회의 성경 정경은 구약 46권, 신약 27권 등 총 73권으로 이뤄져 있다. 구약 성경은 구조에 따라 △모세 오경(율법서-창세기, 탈출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역사서 16권(여호수아기, 판관기, 룻기, 사무엘기 상ㆍ하권, 열왕기 상ㆍ하권, 역대기 상ㆍ하권, 에즈라기, 느헤미야기, 토빗기, 유딧기, 에스테르기, 마카베오기 상ㆍ하권) △시서와 지혜서 7권(욥기, 시편, 잠언, 코헬렛, 아가, 지혜서, 집회서) △예언서 18권(이사야서, 예레미아서, 애가, 바룩서, 에제키엘서, 다니엘서, 호세아서, 요엘서, 아모스서, 오바드야서, 요나서, 미카서, 나훔서, 하바쿡서, 스바니야서, 하까이서, 즈카르야서, 말라키서)로 분류된다. 신약 성경은 △네 복음서(마태오, 마르코, 루카, 요한) △사도행전 △서간 21권(바오로 서간 14권- 로마서, 코린토서, 갈라티아서, 에페소서, 필리피서, 콜로새서, 테살로니카 1ㆍ2서, 티모테오 1ㆍ2서, 티토서, 필레몬서, 히브리서. 가톨릭 서간 7권- 야고보서, 베드로 1ㆍ2서, 요한 1ㆍ2ㆍ3서, 유다서) △요한 묵시록으로 구성돼 있다. 신약 성경은 가톨릭, 정교회, 개신교 등 모든 그리스도교가 똑같이 27권을 정경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구약 성경의 정경 수는 교단에 따라 다르다. 가톨릭교회는 39권의 히브리어 성경과 토빗기, 유딧기, 마카베오기 상ㆍ하권, 지혜서, 집회서, 바룩서 등 헬라어로 쓰인 7권을 더해 총 46권을 구약 성경 정경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정교회는 히브리어 성경에 토빗기, 유딧기, 지혜서, 집회서만 더해 43권 구약 성경을 정경으로 쓰고 있다. 성경은 어떤 언어로 쓰여졌나 구약 성경 대부분은 히브리어로 쓰였으나 에즈라기와 예레미야서와 다니엘서는 아람어로, 지혜서와 집회서 등 7권은 헬라어로 쓰였다. 구약 성경은 기원전 3세기부터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헬라어로 옮겨졌다. 이스라엘 12지파에서 각각 6명씩 뽑힌 72명의 율법학자가 72일 동안 모세 오경 번역을 마쳤다. 그리고 나머지 책들도 모두 번역을 마쳐 구약성경의 헬라어 번역본 전체를 일반적으로 「70인 역본」이라 한다.신약 성경은 모두 헬라어로 쓰였다. 신약 성경 본문에도 ‘아빠’(마르 14,36), ‘탈리타쿰’(소녀야 일어나라, 마르 5,41), ‘에파타’(열려라, 마르 7,34) 등 예수님 시대 때 쓰인 아람어가 일부 기록돼 있다. 4세기 때 예로니모 성인이 헬라어 성경을 라틴말로 번역해 가톨릭교회 표준 성경인 「불가타」를 출간했다.최초의 우리말 성경은 1790년대 초 역관 출신 최창현(요한)이 펴낸 「성경직해광익」(聖經直解廣益)이다. 「성경직해광익」은 디아즈(예수회) 신부가 1636년 북경에서 펴낸 「성경직해」(聖經直解)와 마이야(예수회) 신부가 1740년 북경에서 펴낸 「성경광익」(聖經廣益)을 취합해서 우리말로 옮긴 책이다. 수록된 성경 본문은 신약 성경 네 복음서의 30% 분량이었다. 「성경직해광익」은 박해 속에서도 필사를 거쳐 신자들에게 널리 퍼졌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cpbc2020.11.17
![[안희곤의 불편한 이야기] 착한 사마리아인으로는 할 수 없는 일들](//cpbc.co.kr/CMS/newspaper/2022/09/rc/831493_1.1_titleImage_1.jpg)
[안희곤의 불편한 이야기] 착한 사마리아인으로는 할 수 없는 일들안희곤 하상 바오로(사월의책 대표) 신자가 아니더라도 루카 복음서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한 번쯤 들어보지 못한 이는 없을 것이다. 예수님을 시험하는 율법 교사의 질문에 예수님께서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말의 예로 든 것이 강도당한 이를 구한 사마리아인이다. 타인의 위기 앞에서 인간이 취할 태도를 가르치는 이야기는 성경 말고도 많다. 맹자는 우물에 빠진 아이가 보이면 누구든 달려가 아이를 구할 거라 말하면서, 이러한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바로 인(仁)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실천윤리학자로 이름 높은 피터 싱어는 아예 자신의 책 제목을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로 짓고, 세상의 가난을 구제하기 위한 자선의 방법과 그에 연관된 딜레마들을 다루었다.나의 자선이 혹시 자기만족이라는 이기적 동기를 가진 것은 아닌가. 나 개인의 행위라는 게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닐까. 나아가 나의 자선과 기부가 혹시 이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기보다는 더 오래 지속시키는 데 봉사하는 건 아닐까. “자본주의가 파탄에 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막대한 액수의 기부를 한다는 박애자본주의자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이 차라리 솔직한 사람들인지도 모르겠다.20대 젊은 시절부터 풀지 못한 딜레마가 이것이었다. 이 잘못된 세상을 지속시킬 자선을 해야 하는가, 더 근본적인 개혁에 힘을 쏟아야 하는가. 사회운동가도 정치인도 아닌 사람이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게 우습지만, 말 그대로 측은지심을 가진 선량한 사마리아인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보았을 주제다. 답은 쉽다. 두 가지 가운데 하나만 선택할 필요는 없다. 우물에 빠진 아이는 바로 구해야 하고, 그와 동시에 아이들 노는 곳에서 우물을 치우려고 노력해야 한다.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간단한 답으로 풀기가 어렵다. 평소 장애인에게 공감과 연민을 느끼던 사람도 장애인들이 지하철 시위에 나서자 ‘시민의 발목을 잡는 불법적 방식’은 안 된다고 그들을 비난한다. 우리의 연민과 자선은 혹시 나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한에서만 발휘되는 것 아닐까? 가난하고 불쌍한 이들은 연민과 돌봄의 대상이지만, 우리의 책임을 묻고 권리를 주장하는 순간 법적 대상이 된다. 반지하 침수 사망자의 집을 들여다보던 대통령의 마음에 연민이 없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장애인들처럼 들고 일어서는 순간, 그들은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들의 연민은 언제든 짜증으로 변할 수 있고, 자비로운 통치자는 언제든 공안의 책임자로 변신할 수 있는 것이다.돌봄과 시혜의 본성이 원래 그러하다. 중세 교회의 주된 기능은 자선 시스템을 통해 빈민과 장애인을 구제하는 것이었다. 연민과 동정의 자애로운 성모는 ‘알마 마테르’(Alma Mater)라는 어머니 교회의 이미지로 이전하여 부자와 교회는 가난한 자를 도움으로써 구원을 얻고 가난한 자는 그로써 생존을 이어간다는 이념이 정착되었다. 그 이념은 자본주의 초기에 교화소나 정신병원 등에 이어져서 거지와 범죄자를 교화시켜 다시 노동하는 자로 만든다는 논리로 바뀌었다. 미셸 푸코의 말대로 ‘감시와 처벌’이 ‘관리와 돌봄’으로 얼굴만 바꾼 것이다.혹시 우리의 교회는 여전히 중세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본다. 우리는 수많은 돌봄 시설과 자선으로 교회가 맡은 사회적 책무를 다하려 한다. 그러나 복지는 아무리 강화되어도 불평등을 해소함만 같지 않다. 이것은 기후 문제에도 그대로 대입할 수 있다. 우리는 쓰레기가 될 상품을 양산하는 기업과 막대한 화석연료를 쓰는 자본들은 그대로 둔 채, 매일같이 분리 배출할 재활용품을 가려내는 사람들 아닐까.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근본적으로는, 강도를 잡아야 한다. cpbc2022.09.14

우리 삶과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생생한 성경 묵상제주 해군기지 반대활동 펼친소희숙 수녀 복음 묵상서 펴내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으로 복음 전해 그분을 향한 별의 노래소희숙 수녀 지음 / 함께꿈제주 강정에서 해군기지 반대 활동을 하던 중 기소를 당해 재판을 받았던 ‘행동하는 열혈 수녀’ 소희숙(스텔라, 서울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 수녀가 세상과 깊게 소통하고 싶어 복음 묵상서 「그분을 향한 별의 노래」를 펴냈다. 신앙을 서로 나누며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예수님께 가려는 누군가에게 발걸음을 비추는 조그만 등불이 되고 싶어 쓴 책이다.그는 성경을 읽으며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고, 벅찬 말씀에 잠기기도 하며, 가슴에 쏙쏙 들어오는 명언에는 밑줄을 치고 노트에 기록하면서 말씀에 흠뻑 젖어 살았던 시간들의 묵상을 기록했다. 자기 자신과 세상을 둘러싼 묵상과 성경 읽기의 결과물로 나온 책이다. 소 수녀는 역사가 흐르면서 예수께서 강조하신 ‘이웃사랑’에서 ‘이웃’은 퇴색하고, ‘사랑’에 대한 이론만 무성하게 발전했다고 꼬집는다. 그는 이웃사랑은 이웃에 방점이 찍혀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사랑인데 반해, 이웃이 빠진 사랑은 감성이 강조돼 이론적이라는 것이다. 즉, 이웃사랑은 사회정의 구현과 맞물려 있지만 사랑은 자선에 맞닿아 있다. 사랑만 강조한 결과 ‘이론과 자선’이 앞서게 됐다. 소 수녀는 명쾌하게 말한다. “정의는 예방책이요, 자선은 치료책이다. 예방이 최선의 치료책”이라고. 그는 이웃사랑이 하느님 나라를 이 땅 위에 건설하는 기초적인 수단이지만, 이웃사랑에서 ‘사랑’만 강조하고 ‘이웃’이라는 단어가 쇠퇴하면서 공정과 정의가 뒷전으로 밀렸다. 자연스럽게 교회는 사랑과 자선에 중심축을 두는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분을 향한 별의 노래」는 총 7장으로 △‘지금여기’에 함께하셨던 예수 △예수를 보면 하느님 나라가 보인다 △예수를 만나 달라진 삶 △그분의 말씀을 곱씹으며… △하느님 나라의 표상, 교회 등으로 구성했다. 소 수녀는 성베네딕도 수녀회에 입회했다가 몸이 약해져 청원자 때 나온 어머니와 평양 관후리 주교좌본당의 사제였던 큰외삼촌 김필현 신부, 이종사촌 오빠 신부 등 신앙이 매우 깊었던 가족 이야기도 털어놨다. 강우일(전 제주교구장) 주교는 추천사에서 “복음을 읽다 보면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을 수녀님은 예리하게 들춰보며, 특유의 방법으로 묵상을 이어가는 면이 놀라움을 자아낸다”고 말했다. 원로 사목자 정양모 신부도 “소 수녀님의 글은 자신의 삶과 묵상을 곱씹은 흔적이 엿보인다”며 “글을 읽다 보면 그리스도인으로서 삶에 대한 깊은 영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일독을 권한다”고 추천했다. 평양에서 태어난 소 수녀는 죽을 고비를 넘기며 월남하신 부모와 함께 어렸을 때부터 실향민으로 살아왔다. 70년대 엄혹한 시절, 대구가톨릭대학생연합회를 이끌며 사회정의를 위해 행동하는 수도자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서강대에서 철학, 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교에서 종교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영성 강의와 피정 지도를 하고 있다. 죽기 전에 고향 땅을 밟아보는 게 소망이다.이지혜 기자 문채현2021.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