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창으로 듣는 다윗 시편의 말씀[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44)헨델의 ‘주님이 말씀하신다’ 지난 3일 사순 제5주일에 본당에서 복음 환호송을 읽었다. 매일 미사 책에 이렇게 씌어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님, 찬미받으소서.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너그럽고 자비로우니 이제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이 부분을 읽으니 떠오르는 곡이 있다. ‘주님이 말씀하신다’의 라틴어 원어는 Dixit Dominus다. 독일 할레에서 태어났지만 폭넓은 음악 공부를 위해 1706년부터 1709년까지 이탈리아에서 청년기를 보낸 22세의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은 1707년 4월 로마에서 Dixit Dominus(주님이 말씀하신다)를 작곡했다. 다윗 시편인 라틴어 성경 시편 110편을 가사로 사용한 이 곡은 헨델이 작곡한 악보 중 친필 서명이 남아있는 가장 초기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말씀하신다’ 부분인 Dixit에서 리토르넬로 양식(합주와 독주가 되풀이되는 형식)이 솔리스트는 소프라노1ㆍ2, 알토(메조 소프라노), 테너, 베이스가 맡으며 5성부 코러스와 현과 콘티누오(베이스 파트)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바로크 스타일의 합창 음악이다. 교회를 위한 그의 최초 합창곡이며 카를로 콜론나 추기경의 후원으로 1707년 몬테 산토의 산타 마리아 성당 가르멜회 저녁 기도에서 초연됐다. 이 멋진 작품이 박종원 음악감독의 지휘로 서울시합창단에 의해 4월 15일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공연된다. 헨델의 종교 합창 작품하면, 대부분 인생 후반에 쓴 ‘메시아’ ‘유다스 마카베우스’ 등 합창이 강화된 오라토리오들을 먼저 떠올리지만 ‘주님이 말씀하신다’가 뿌리가 되는 작품이다. 헨델이 이탈리아에 머물렀을 때 왕성한 활동을 한 작곡가로는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와 아르칸젤로 코렐리를 꼽을 수 있는데, 이 작곡가들로부터 독일 출신의 젊은 예술가인 헨델은 많은 영감을 받았다. 헨델에 앞서 ‘주님이 말씀하신다’를 먼저 쓴 작곡가는 몬테베르디, 카리시미, 스테파니,스카르라티, 클라리, 비발디 등이 있을 정도로 ‘주님이 말씀하신다’는 바로크의 수많은 작곡가들이 앞다투어 작곡하던 소재였다. 그 중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1660~1725)의 영향을 헨델 작품에서 엿볼 수 있는데 밝고 유려한 분위기의 선율, 관현악 반주를 중시한 점, 2ㆍ3악장을 독창곡으로 만든 점이 같고 피날레에 영광송을 첨가한 점도 그렇다. 아르칸젤로 코렐리(1653~1713)도 다양한 대조기법을 쓰며 현악기를 중시하고, 16분음표의 빠르고 화려한 선율, 독특한 셋잇단음표 주제 사용 등이 헨델의 작품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이 곡은 모두 아홉 부분으로 구성돼 있는데 강한 대조를 통해 박진감 넘치는 첫 곡 Dixit Dominus Domino Meo(주님이 내 주군에게 하신 말씀)은 압권이다. 알토를 위한 독창인 2곡은 Virgam virtuis tuae(주님이 당신 권능의 왕홀을 시온으로부터 뻗쳐주시리니)에서는 자유로운 형식으로 차분하며 아름답게 진행되는 콜로라투라적인 멜리즈마(가사의 한 음절에 많은 음표가 주어지는 장식적인 선율법)가 일품이다. 3곡 Tecum principium in die virtutis tuae(당신 진군의 날에 당신 백성이 자원하리이다)는 소프라노 독창인데 3박자의 셋잇단음표 멜로디로 시작되는 주제 선율이 인상 깊다. 곡의 피날레는 Gloria Patri(영광송)인데 특히 Gloria(영광)로부터 멜리즈마가 시작되는 힘찬 3중 푸가는 절정을 이루며 합창의 황홀경을 이끌어 간다. 장일범 음악평론가 ※QR코드를 스캔하시면 헨델의 ‘주님이 말씀하신다’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naver.me/FFn7b1Vx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cpbc2022.04.05

세계적 영성가의 조언 “위기의 시대, 더 창의적이고 새로운 교회 돼야”[허영엽 신부가 만난 사람들] (38) 독일 영성가 및 저술가 안셀름 그륀 신부 안셀름 그륀 신부 독일의 영적 스승이라 불리는 안셀름 그륀(독일 성 베네딕도회) 신부님을 2009년에 처음 만났다. 그륀 신부님이 한국을 방문했던 당시, 정진석 추기경께서 교구청으로 식사 초대를 하셔서 자리를 같이했다. 그륀 신부님의 첫인상은 평범하고 소박한 독일 수도자의 모습이었다. 신부님은 식사 중 대화에서도 겸손하면서도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같이 식사하는 분들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셨다. 정 추기경님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시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무척 궁금해하셨는데, 소설가나 시인을 만나실 때도 늘 같은 질문을 하시곤 했다. 당시 정 추기경께서는 그륀 신부님에게 글의 소재나 주제를 어떻게 찾으시는지, 글은 한 번에 내리 쓰시는지 고치며 쓰시는지 자세하고 꼼꼼하게 질문하셨고, 그륀 신부님은 파안대소하셨다. 그륀 신부님은 자신은 기도나 묵상 중에 혹은 일하거나 길을 걷다가도 문득 무언가 떠오르면 짧게 노트에 기록했다가 깊은 묵상을 하신다고 하셨다. 자신은 수도자이지만 세상을 위해 기도하기 위해서 신문이나 뉴스에도 관심이 많다고 하셨다. 그때 정 추기경님은 자신도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데 신부님만큼 글을 쓰는 유명한 사람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자 그륀 신부님은 자신은 글 쓰는 것이 여전히 초보이고 항상 어렵다고 하셔서 모두가 웃었다. 내가 그륀 신부님의 책을 한 권 가져와 사인을 부탁하자, 신부님은 대단한 책이 아니니까 너무 열심히 보지 말라며 농담을 건네며 웃으셨다. Q. 그륀 신부님, 그동안 안녕하셨는지요?A. 마티아 신부님, 연락을 주셔서 감사드리고 반가워요. 오래되었지만 2009년 명동에서의 만남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종하신 정진석 추기경님과의 격식 없는 대화와 환대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정 추기경님의 이름으로 탄생한 선교후원회가 우크라이나 교회와 벨기에 겐트 전 교구장 루카스 반 루이(윤 루카) 주교님을 통해 겐트교구 내 노숙자와 난민 등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을 준 것에 감사드립니다. 한국 교회가 앞으로도 다른 교회들을 돕기를 바랍니다. Q. 이번 휴가는 어디서, 어떻게 보내셨나요?A. 수도원에서 고맙게도 3주간의 휴가를 허락해주었어요. 첫 일주일 동안은 알프스의 오스트리아 질러탈(Zillertal)에서 수도회 형제들과 하이킹을 갔습니다. 질러탈은 365일 눈 덮인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며 하이킹을 할 수 있는 곳이죠. 독일 바이에른 주의 아이하흐(Aichach)에서 동생과 일주일 시간을 보냈어요. 거기에서도 하이킹을 많이 했고 편안하게 책을 뒤적이며 독서했습니다. 마지막 일주일은 여동생과 함께 아름답고 알프스의 향기가 가득한 무르나우(Murnau)에서 즐겁게 지냈습니다. 또한, 무르나우에서 신자들과 함께 행복한 주일 미사를 드렸습니다. 9월 중순에 3주간의 휴가를 잘 끝내고 수도원으로 돌아와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Q. 자전거 하이킹을 무척 좋아하시나 봐요. 연세도 적지 않으신데 힘들지 않으신가요? A. 아직까지는 다행히도 하이킹을 즐길 수 있는 건강을 갖고 있습니다.(웃음) 대부분의 독일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자전거를 타다 보니 하이킹을 좋아하죠. 많은 독일인들이 산이 있는 지역에서는 산행을 좋아하고, 숲이나 강변 지역에서 산책을 즐기는 게 보통이죠. 아마도 자연을 더 가까이 느끼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자연 속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하느님을 만날 수 있죠. Q. 신부님의 책은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사람이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특별히 쓰고 있는 주제가 있나요?A. 저는 요즘에 ‘화해’를 주제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도나 묵상도 자연히 화해에 관해서 하게 됩니다. 사회의 화해, 민족 간의 화해뿐 아니라 가족·회사·교회의 화해, 그리고 자연과의 화해도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자신과의 화해도 아주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Q. 코로나 팬데믹으로 2년 넘게 세계인들이 고통을 받았고 현재도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도 예전으로 똑같이 복귀는 어렵고 여러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 합니다. 교회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우리 한국 교회도 실제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생각해요. 교회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A. 교회는 코로나 위기에 더욱더 창의적이고 새로운 방법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교회의 공식 전례나 전통적인 활동 이외에도, 신자들의 신앙이 일상생활로 잘 옮겨갈 수 있도록 신자 개개인의 삶과 생각에도 이전과는 전혀 새로운 계획과 시도가 필요할 것입니다. 교회는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신자들과 가난하고 소외받은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하고, 영적 체험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여러 가지 면에서 점점 더 고립되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개개인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새로운 연대를 지닐 수 있도록 교회가 앞장서야 합니다. 예를 들면 교회가 늘어나는 노숙자들에게 먹을 것과 편안히 쉴 곳을 더 많이 제공해야 하고, 가난하고 소외된 개개인도 세상의 아주 소중한 존재임을 인식하게 해야 하는 역할을 교회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Q. 신부님과 대화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바쁘신 중에도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연락을 드리겠습니다.A. 네, 저를 기억하고 연락해 주셔서 반가웠고 고맙습니다. 허영엽 마티아 신부님이 하시는 일이 다른 많은 사람에게 축복이 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안셀름 그륀 신부님은 오늘날 바른길을 찾는 많은 이들에게 큰 영감을 일으키고 위로와 깨달음을 주신다. 그륀 신부님은 우리들이 전통적인 신앙을 지키면서도 그 표현과 실천은 시대와 상황에 맞게 계속 변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노동과 일상의 삶에서 신자와 비신자가 차이가 없지만 신자는 일상의 삶 안에서도 신앙이 작용해야 하고, 주변 사람들을 예수님의 영으로서 받아들이고 모든 사람 안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해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스도인은 항상 주님 안에서 온전해지고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의 삶과 화해하고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느님에 눈을 떠 살아가는 사람이라 했다. 그륀 신부님의 말씀에서 초대 교회의 공동체가 보여준 선교의 개념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더욱더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해본다. 2009년 당시 그륀 신부님은 교구청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가다 멈추어서 식탁 쪽을 보셨다. 그때 교구장님 자리 앞에는 새 신부님들의 얼굴과 이름이 있는 서품 초대장을 한 해 동안 식탁보로 쓰던 비닐 밑에 두었다. 신부님은 수십 명의 젊은 신부님들의 사진을 보며 저 사진들은 무엇이냐고 궁금해하셨다. 내가 우리 교구에서 최근에 사제품을 받은 새 신부님들이라고 하자 무척 놀라시며 한 교구에서 저렇게 많은 신부님이 수품하는 것은 큰 은총이며 한국 교회가 젊은 교회라는 징표라고 하셨다. 그런데 왜 식탁보 밑에 두느냐며 질문을 하셨다. 교구장님이 일 년 동안 새 신부님들의 얼굴과 이름을 외우기 위해서라고 하자 그륀 신부님은 궁금증이 풀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때의 그륀 신부님의 환하고 인자한 미소가 신부님의 책을 읽을 때마다 떠올라 마음이 편안해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륀 신부님이 기도하고 성경 말씀을 묵상하며 쓰고 계신 화해에 관한 책이 무척 기다려진다.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영성심리상담교육원 원장) cpbc2022.10.04
![[제10회 신앙체험수기] 대상 /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cpbc.co.kr/CMS/newspaper/2023/02/rc/840864_1.4_titleImage_1.jpg)
[제10회 신앙체험수기] 대상 /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황지수(헬레나, 대전교구 태평동본당)일러스트=문채현 이 글은 하느님을 알게 되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았던 제 아들 조은재 라파엘과엄마 황지수 헬레나의 이야기입니다.“엄마, 나도 빨리 첫영성체 하고 형들처럼 복사하고 싶어요. 성당에 알아보세요! 언제 시작하는건지.”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제 아들 라파엘은 늘 저를 들들 볶았습니다. 성당에 가서 첫영성체 해야 한다고. 그래야 미사 때 복사를 설 수 있다고, 꼭 복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큰 아이와 6살 차이가 나는 작은아이는 제가 일을 해서 둘 다 친정집에서 컸습니다. 아이들은 성당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 다녔고 자연스레 어려서부터 작은 신앙을 싹 틔우게 되었습니다. 큰아이는 미카엘라, 작은아이는 라파엘입니다. 라파엘이 5살 때, 12월 갑자기 코피가 났습니다. 그리고는 몸에 바늘로 콕콕 찍은 것처럼 자반이 올라오더니, 멍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대학병원으로 가 봤더니 형제가 있느냐고 골수검사를 해야 한다고 그랬습니다. 두 달쯤 후에 주일 어느 날 코피가 나더니 계속 쿨럭대며 피를 토하는 어린 라파엘을 부여안고, 대전에서 서울까지 119를 타고 달렸습니다. “엄마, 고마웠어.” 코피를 뚝뚝 흘리더니 그 어린 입에서 핏덩어리를 토하고 몸이 축 늘어졌습니다. 너무 놀라서 아이를 끌어안았더니 라파엘이 힘없이 저를 보며 했던 말이었습니다. ‘살려 주세요. 얘가 갑자기 왜 이럴까요? 제발 살려 주세요. 살려만 주시면 뭐든 다 하겠습니다. 살려주세요.’ 하느님께서 간절한 제 기도를 들어주셨는지 피를 토해서 입고 있던 옷이 시뻘겋게 물들여졌던 라파엘은 다음날 외래를 잡고 누나와 조혈모세포이식(골수이식)을 진행했습니다. 다행히 일치율이 95% 이상으로 이식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딸아이에 너무 큰 짐을 지게 해서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지만 창백하다 못해 시퍼레져 가는 아이의 얼굴에 분홍빛 혈색이 올라와 기뻤습니다. 그리고 1년 정도 대전에서 서울로 일주일에 한 두어 번씩 통원치료를 했습니다. 이식 후 담당 교수님의 만류에도 저는 라파엘을 일반 학교에 입학시켰습니다. 그리고 3학년 봄, 첫영성체를 꼭 받아야 한다고 노래 부르는 아이를 데리고 저는 근처 성당에 갔습니다. 성당 마당에 아이 손을 잡고 들어서는데 자비하신 예수님과 마당 한켠에 계신 성모님이 우리를 반겨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먼 길을 떠났다가 빈털터리가 되어 돌아온 탕자처럼 저도 아주 먼 길을 돌아온 느낌이었습니다. 한 달여 교리가 끝나고 꿈에 그리던 첫영성체를 하는 날입니다. 11명의 천사 같은 아이들이 많은 축하를 받았습니다. 낯선 성당, 낯선 사람들, 그 안에서 라파엘과 저는 둘만의 조촐한 축하를 하며 어서 복사 교육을 받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라파엘은 한껏 꿈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엄마, 나도 준성이 형처럼 복사 열심히 해서 복사단장도 할 거야!!” 하루는 복사 교육을 하시는 막내 수녀님께 전화를 받았습니다. “라파엘 어머니, 라파엘은 복사 교육을 내년에 하면 어떨까요?” 울컥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수녀님 말씀 알아요. 저도 라파엘이 부족한 거 아는데요. 아이가 너무 복사가 하고 싶다고 그래서 첫영성체도 받으러 온 거예요. 어떻게 안 될까요?” 사실 라파엘은 틱장애로 보이는 눈 깜빡임과 킁킁 소리를 내며, 가만히 있지 못하는 그런 상태였습니다, 아이에게 어떻게 안 된다는 말을 할 수 있을지. 앞이 캄캄했습니다. 다행히 교리를 지도하셨던 둘째 수녀님께서 아시고 복사 서는 데 문제가 없다고 라파엘의 복사 입단을 허가해주셨습니다. 그러고 나서 3학년부터 6학년 때까지 라파엘은 ‘땜빵 복사’였습니다. 혹시라도 복사가 펑크나면 무조건 달려가서 미사에 복사를 서는 겁니다. 미사 시간보다 한 시간쯤 전부터 성당에 가서 수녀님 주위를 어슬렁대며 눈치 보다가 혹시나 기회만 생기면 부리나케 제의실로 들어갑니다. 학교에서 자기 꿈에 대해 발표를 하라고 숙제를 받은 라파엘이 신부님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근데 은재야 신부님 하려면 이왕이면 로마 가서 유학도 하고 그래서 가톨릭 신학대학교에서 교수 신부님 하면 좋겠다.” “엄마, 신부님은 그러는 거 아니야. 난 시골의 아주 작은 성당에 가서 복음을 전파하는 그런 신부님이 될 거야!” 5학년 남자아이가 하는 말 치곤 작은 목소리에 힘이 있었습니다. 어느 주일 진산성지에서 성지개발을 위한 기금 모금을 하러 신부님께서 미사를 하러 오셨습니다. 미사가 거의 끝날 무렵 라파엘은 제 옆으로 다가와 앉더니, 펜과 후원서를 보고만 있는 저를 꾹 찌르는 거예요. “엄마, 후원하라자나. 빨리 써. 천주교 신자들한테 중요한거래.” 아들의 성화에 큰 금액은 아니어도 기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라파엘은 성당을 제 집으로 알고 살다시피 했습니다. 방학이면 학사님들을 손꼽아 기다리며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성당에서 살았습니다. 어려운 이웃, 아픈 친구를 보면 보살펴주고 형편이 안 좋은 친구가 있으면 반드시 도와주려는 고운 마음씨를 가진 멋진 아이입니다. 라파엘에게는 큰 숙제가 있었습니다. 아빠가 세례를 받지 못한 겁니다. 예비자 교리반을 모집한다고만 하면 빨리 등록하라고, 자기 신학교 갈 때 문제가 될 거라고 아빠를 닦달했습니다.복사복을 입고 두 손을 모으고 제단 위 신부님 옆에 서 있을 때, 라파엘은 정말 빛이 났습니다. 하루는 제 핸드폰을 달라며 뭔가 열심히 만지작거리더니 ‘라파엘’이라고 자기 이름을 바꿔 놓은 것이었습니다. “나도 ‘라파엘’이라고 불러줘. 내 친구는 엄마가 ‘요한’이라고 부른단 말야.” 모태신앙인 저는 식사 전 기도만 외웠지 식사 후 기도는 외우지도 못했고, 사실 식사 때 기도하는 일도 거의 없었습니다. 라파엘은 식탁에 앉으면 자랑스럽게 십자성호를 그으며 “엄마 기도해야지! 근데 엄마 식사 후 기도 알아?” “나 때는 식사 전 기도만 했다.” “엄마 식사 후 기도 꼭 해야 하는 거래. 따라 해봐. 전능하신….” 잘 외워지지 않았습니다. 라파엘은 식사 후 기도를 크게 인쇄해서 식탁 옆 벽에 붙여 놓았습니다. 관심이 덜 가서 그런지 기억력이 쇠퇴한 건지 정말 안 외워졌습니다. 성물방 앞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습니다. 묵주반지, 묵주 팔찌, 촛대, 또 ‘천주교 신자의 집’ 문패. 이 문패를 사오더니 빨리 현관문에 붙이라고 성화입니다. 라파엘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라파엘과 남편이 세종으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라파엘은 더운 여름에도, 추운 겨울에도 한 시간여를 버스를 타고 빠짐없이 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주말이 라파엘과 제가 만나는 시간입니다. 그것도 성당에서.라파엘은 키도 크고 체격도 좋아서 어린이 복사복이 맞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하는 수 없이 성인 복사복을 빌려 입어야 했습니다. 본당 수녀님들께서 라파엘한테 복사복을 맞춰주라고 하느님께서 주신 돈 같다 하시면서 수제 요거트 판매대금을 선뜻 주셨습니다. 주임신부님께서는 손기술 좋으신 미카엘 신부님께 부탁해주셔서 아이 치수에 맞게 맞춤으로 지어주셨습니다. 복사복을 가봉 하기 위해 오신 신부님께서는 라파엘에게 입혀보시고는 “이 옷은 우리 신부들 수단하고 거의 똑같이 만들었다. 잘 맞는 거 같네. 신부님이 나중에 너 꼭 신부님 되라고 기도하면서 바느질했다. 알았지?” 그렇게 라파엘은 개인 복사복을 입는 유일한 아이가 되었습니다. 라파엘은 중 2가 되면서 새로 오신 보좌신부님을 쫓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예비신학생 모임을 줌으로 시작했대요. 예신요.” 라파엘의 간청에 라파엘은 우리 성당의 유일한 예신이 되었습니다. 고등학생인 친한 형을 꾀어서 고등부 예신도 만들고, 한 주는 중등부 예신반, 한 주는 고등부 예신반에 참여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예신에서 내준 숙제가 있다며 묵주기도 하는 사진도 찍어 올리고 나름 열심히 준비하는 것 같았습니다. 원래는 예신 모임이 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함께 모이지 못한다고 서운해 하면서 교구청에 가서 함께 모일 그 날만을 기다렸습니다. 예신 소식지 ‘작은 예수’에 자기 사진이 나왔다고 무슨 상장이나 된 듯 어찌나 자랑하던지…. 주일학교에서도 동생들을 보면 복사단에 들어오라고, 복사가 부족하다며 그렇게 동생들에게 말하고 다녔습니다.어느 날 코피도 자주 나고 몸에 멍도 자꾸 생긴다고 걱정하며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다고 해서 서울대학병원에 다시 가보자고 했습니다. 8년 만에 다시 찾아간 대학병원. 채혈검사를 한 결과 다시 조혈모세포이식을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골수가 양쪽 다 텅텅 비어 있다고. 2021년 9월 열다섯 라파엘은 바로 이식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 12월 19일은 우리 성당 두 분의 새 신부님이 서품을 받고 첫 미사를 하는 날이었고 제가 손님 신부님들의 도시락을 담당했습니다. “주님, 어찌 해야 합니까? 방법이 없어요. 주님!” 그런데 누가 계획하기라도 한 것처럼 서울대병원 교수진에게서 코로나19 확진이 나왔고 그로 인해 아이의 이식 일정은 갑자기 2주 미뤄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새 신부님 첫 미사를 준비해드릴 수 있었고, 다행히 일정이 미뤄져 라파엘은 그토록 원하던 주님 성탄 대축일 미사에 향을 치는 복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꼭 향을 치고 싶다고. 간절히 원하던 아이의 바람대로 라파엘은 정성스레 향을 치며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늠름하게 맨 앞에서 향을 치며 복사단을 이끌고 성전으로 들어가는 라파엘은 엄마인 제 눈에는 꼭 천상군단의 대장 같았습니다. “주님 저 아이에게 은총을 내려 주세요!” 입원하기 전날도 라파엘은 고해성사를 본다기에 물어봤습니다. “왜 그렇게 고해성사를 자주 보니.” 아이는 “고해성사는 내 몸이 깨끗해지는 거야! 성사는 자주 봐야 해” 그러는 겁니다. 감사를 느낍니다. 이 아이를 키우면서, 꼭 작은 예수님을 보여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2022년 1월 2일 입원을 했고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라파엘은 음식을 먹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무균실에서 누나로부터 조혈모세포이식을 잘 마쳤고, 생착이 잘되어 남들보다도 일찍 일반실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라파엘은 병원에서 정말 눈물 날 정도로 아프고 불쌍한 아이들을 많이 보았다고 했습니다. 많이 힘든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고 자기는 가장 복 받은 사람이라고 느꼈다고, 그리고 하느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다고 말했습니다. 입원한 지 3주쯤 됐을 때 하루는 힘없는 목소리로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 누가 날 위해서 기도해줄까? 다들 날 잊는 거 같아. 친구들도 연락이 없고….” 병원생활에 지쳐가는 아이에게 미안했습니다.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라는 생활성가를 보내줬습니다.일반실로 나온 다음 날, 간 수치가 약간 불안하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간생검을 하기로 했습니다. 간생검을 하기 전 라파엘과 통화했습니다. 무섭다는 아이에게 저는 하느님께서 함께해 주시는데 뭐가 문제냐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처럼 다 잘 될 거라고…. “엄마, 늦게라도 꼭 와.” 코로나19로 병원은 전혀 면회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서 빨리 퇴원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키가 180㎝인 사내 녀석이 맘이 너무 여려서 이참에 강하게 훈련시켜야겠다고 맘먹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어서 빨리 병원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서울로 갔습니다. 검사를 받으러 들어간 라파엘은 검사 후 심한 내부 출혈로 세 번의 심정지가 왔고 새벽 1시에 남편과 제가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를 힘겹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 겁니까? 아이를 본 저는 아무 말도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기가 막혀서 어떤 생각도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저 누워있는 내 아들 라파엘이 놀랄까 봐, 무서워할까 봐 소리를 내 울지도 못했습니다. 그냥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그냥 무턱대고 손가락을 세며 성모송을 바쳤습니다. ‘하느님 살려주세요. 하느님 살려주세요.’ 중환자실 앞 대기실에서 기도는 시작됐고, 미친듯이 성모송만 외워댔습니다. 사실 저는 묵주기도를 외우지 못했습니다. 묵주기도는 성모님을 통해 전구를 청하는 기도인데, 너무 급하니까 직접 주님과 담판을 지어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인분들이 서로에게 라파엘의 기도를 청했다고 합니다. 어느 날 분도수도회 수녀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라파엘이 천국에 가 있는 것 같아요. 큰 기둥들이 있는 큰 궁전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다니는 걸 봤어요. 너무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어서 우리 기도해요, 더 크게 키워 더 봉헌하겠다고. 저희들도 기도하니까 어머니도 열심히 기도하세요.” “틀렸구나!! 정말 얘가 천국을 봤다면 내려올 리가 없어. 어쩌지?”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났고 중환자실에 들어간 지 14일 되는 금요일 아침 아이는 갑자기 상황이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라파엘은 병자성사를 받고 연기처럼 홀연히 하느님 곁으로 갔습니다. 코와 입에서 호흡기를 떼고 난 후 너무 환하게 웃던 그 평안한 마지막 라파엘의 미소를 저는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좋으냐? 예수님 만나서 그렇게 좋아?” 아이를 데리고 대전으로 내려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슬퍼해 주었습니다. 한결같이 “라파엘은 천사같은 아이였어요. 너무 착했거든요”라고 말했습니다. ‘이 아이는 천사였나 보다. 하느님이 내게 보내주신 천사! ’장례 미사를 주임신부님께 부탁드렸습니다. 라파엘이 가장 좋아했던 곳, 그곳에서 라파엘을 보내주고 싶다고. 마지막 가는 길을 어떻게 해야 하나? 제일 좋은 옷으로 제일 잘해서 보내주고 싶은데.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신부님께서 수녀님께 연락해주셔서 라파엘에게 잘 다려진 하얀 복사복을 입혔습니다.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어 강론을 하시지도 못하고 울기만 하셨던 주임신부님을 보며 함께 있었던 신자들도 눈물바다를 이루었고,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모두의 가슴 속에 진한 향기를 남긴 라파엘은 2월 11일 세계 병자의 날에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하얀 국화꽃으로 가득 뒤 덮여 있는 라파엘을 보면서 정신 나간 사람처럼 저는 그냥 서 있었습니다. 복사복 입고 성당을 뛰어다니던 라파엘은 그렇게 짧은 생을 마쳤습니다. ‘작은 예수님.’ 비록 짧은 15년이었지만 라파엘을 통해 주님께서 저에게 당신을, 당신의 말씀을 보여주신 것 같았습니다. 일주일 뒤 그렇게도 가고 싶어 하던 예신 대전충남지구 예비 신학생 감사 미사가 교구청에서 봉헌되었고, 미사 때 소식을 들으신 주교님께서 라파엘을 지향에 두고 기도해주셨다고 합니다. “주님 제게 왜 이러십니까? 제발 제 아들 돌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를 벌하시지 이 착한 아이에게 왜 그러시는 겁니까? 퇴원하면 가족과 함께 외식하고 싶단 아이를, 가족과 함께 여행 가자는 아이를, 신학교 가서 신부가 되고 싶다는 아이를, 살겠다고 제 발로 걸어 들어간 아이를 어떻게 이렇게 만들어 놓으실 수가 있으신가요!” 몇날 며칠을 잠도 오지 않고 눈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넋이 나가서 침대에 누워만 있었습니다. 해가 뜨는 것도 싫고, 밤이 되는 것도 싫었습니다. 아들을 먼저 보낸 못난 엄마가 숨을 쉬는 것도, 또 내일이 온다는 것도 싫었습니다.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미친 듯이 마셔 보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아이를 따라갈 수 있을까만 생각했습니다. 저 베란다를 열고 뛰어내리면 라파엘을 만나러 갈 수 있지 않을까? 누워있다가도 아이의 그 말이 떠올랐습니다. ‘엄마, 누가 날 위해서 기도해줄까?’ 이런 때 신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신은 없다고…. 이런 아이를, 이렇게 착하디착한 천사 같은 아이를 살려주지 않는 신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런 때 도움도 되지 않는 신에게 무엇 때문에 매달리고 의지하고 기도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됐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저는 주님께 매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내 아이는 내 옆이 아니라 주님 옆에 가 있을텐데. 내가 한 번이라도 더 기도해야 내 아들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잘 챙겨주시지 않을까? 서둘러 라파엘이 마지막까지 기도했던 작은 기도책상에 멍하니 앉아 묵주를 잡았습니다. “혹시라도 주님, 혹시라도 바쁘셔서 라파엘을 놓치신 거라면 주님 좋아서 주님 옆으로 간 라파엘 잘 데리고 계셔 주세요. 주님이 좋다고 “예”하고 따라갔을 거예요. 바보같이….”장례 미사 후 성당에 가기가 싫었습니다. 한 발자국도 움직이기 싫었습니다. 하느님이 너무 미운데, 지금 내가 미사에 가야 하나? 라파엘이 없는 그곳에 나 혼자 어떻게 가지?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성당에 못 가겠는데…. 갑자기 미사에 가지 않으면 라파엘이 더 속상해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성당에 가도 라파엘이 서운해 할 것 같았습니다. 하는 수없이 고민 끝에 용기를 내서 어두운 새벽 주일 미사에 갔습니다. 제일 뒤에 앉아 계속 울었습니다. 울고 또 울고.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니 십자가에 매달리신 주님께서 저를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주님, 주님!” 마음속으로 외쳐댔습니다. 다들 성당에 나온 저를 구경하는 것 같았습니다. 미사가 끝나자 자매님들이 제게 와서 절 감싸 안아주시며 또 함께 울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어린아이가 안타까워서, 그리고 그 어미의 애간장 녹는 남은 삶이 불쌍해서 울었던 것 같습니다. “신부님 도대체 왜 꼭 이 아이여야 했을까요? 주님이 정말 실수하신 겁니다. 얘는 아니라고요.” 걱정되어 전화해 주신 신부님께 미친 듯 외쳤습니다. “자매님, 주님은 실수하시는 분이 아니에요. 분명히 어떤 뜻이 있으셨을 거예요.” 뜻? 무슨 뜻? 왜 그 뜻이 여기 지금 나에게 내 아들에게 일어나야 하는 건데요? 어느 부모가 자식을 앞세우고 밥을 먹을 수 있고, 잠을 잘 수 있겠습니까. 아이에 대한 미안함, 죄스러움으로 세상에서 가장 못나고 부족한 무능력한 부모가 눈을 뜨고 숨을 쉬고 있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지요. 온통 죽을 방법만 찾고 있었습니다. 라파엘은 분명 의료사고입니다. 날이 지날수록 의문이 꼬리를 물고 물어 괴롭기만 했습니다. 의료분쟁조정위원회에 소송을 신청했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아야겠어서요. 살겠다고 제 발로 찾아 들어간 병원에서 애를 저렇게 만들어 놓고 지들은 발 뻗고 잘 수 있나?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여 있다는 병원 안에서…. 그래 일이 생겼다고 보자. 그럼 그것도 못 고치나? 그 대단하다는 의사 놈들은 다 뭘 하고 있었던 거야!! 꿈을 꾸었습니다. 의사처럼 보이는 낯선 사람이 제 앞에서 고개도 들지 못하고 용서를 구하고 저는 또 그를 용서하고 있는 겁니다. 누군지 아마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해주라는 건가? 사순 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성체조배를 하자고 신부님께서 제안하셨습니다. 30분의 고요한 침묵은 가슴에 담아두었던 검은 핏덩어리들과 돌덩어리들을 내 속에서 조금씩 끌어내 주는 것 같았습니다. 깜깜한 성전에 앉아 있으면서 라파엘과 얘기도 해보고 싶었고, 주님께 정말 꼭 듣고 싶었습니다. 누가 이렇게 만든 건지 알려주시라고. 3월 바람은 아직 매서웠지만 내 아들이 떠나간 걸 알지 못하는 이 날씨는 벌써 봄으로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신부님께서 잠시 보자고 하셔서 1층 현관으로 갔더니 차에 타라고 하셨습니다. 한 시간쯤 차를 타고 간 것 같은데, 도착한 곳은 성거산성지였습니다. 성지는 높기도 했고 넓기도 했습니다. 한참을 올라가 줄무덤이 있는 곳에 이르러 신부님께서는 한참을 기도하셨습니다. 방에서 울고만 지내던 저는 오랜만의 바깥바람에 마음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곳이 다 있네요. 처음 와 봐요.” 생각해보니 라파엘과의 약속이 떠올랐습니다. 나중에 산티아고에 함께 가자고 했던 약속, 진산성지에 자기 이름 쓰여 있나 보러 가자고 했던 약속. ‘나중은 없는 거다. 지금이지. 라파엘을 가슴에 안고 성지순례를 다녀보자,’ 성지순례 책자를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곳부터 일주일에 한 곳씩 성지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수리치골성지, 공세리성당, 멍에목성지, 나바위성지, 붉은 동백 꽃길이 인상적이었던 치명자산성지. 성지에 가면 그곳의 유래와 성지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으며 경당에 앉아 기도했습니다. “내 아들 라파엘이 내게 이런 시간을 만들어 주는구나! 고맙다. 아들.” 라파엘과 함께 다니는 성지순례 길은 한 군데 한 군데를 더 할 때마다 제게 뭔지 모를 힘이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은 솔뫼성지다! 내 아들과 함께 왔었던 곳. 이곳은 좀 더 특별한 느낌이었습니다. 함께 걷던 소나무길, 작은 소성전에 들어가니 저쪽에서 조배하던 라파엘이 보이는 것만 같았습니다. 성전을 따라 잔잔히 흐르는 물길을 보니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성물방에 가서 제 미사보를 골라주던 일, 자기와 눈이 닮았다는 김대건 신부님 액자를 사던 일 하나하나가 어제 일처럼 눈에 선합니다. 새로 지어진 대성전을 우리 라파엘은 못 봤었는데…. 큰 광장을 가로질러 대성전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고요한 온기가 저를 품어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제일 앞줄에 앉아 십자가의 예수님을 바라보았습니다. 예수님 뒤로 김대건 신부님의 일대기를 표현해 놓은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었습니다. 수많은 작은 촘촘한 별들. 지금까지 제가 다녀온 많은 성지의 순교자들은 오직 주님이 좋아서 주님만 바라보다 주님을 따라서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별이 되어 우리를 지켜주고 있겠지요. 아! 그럼 우리 라파엘도 저기 있겠네? 그 아이야말로 주님이 좋아서 주님만 바라보며 살다 주님이 부르셔서 얼른 따라간 것 같은데 말이지요. 눈물이 또 흘러내렸습니다. 마음 저 깊은 곳에서 뜨거움이 콸콸 솟아올랐습니다. ‘정말 다행이다. 분명 라파엘은 저 별들 속에 있어. 성인성녀 순교자들과 함께, 주님 곁에 있을 거야.’ 흘러내린 그 뜨거움은 그동안 걱정을 씻어내 주는 안도의 눈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라파엘, 아까 봤지? 솔뫼성당 새로 지은 대성전. 너무 멋진 그림이더라. 그리고 거기에서 엄마는 널 보았다. 이제야 걱정이 좀 놓인다.”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라파엘과 저의 성지순례는 계속 이어집니다. 어느새 성지순례책자에 도장이 하나 둘 늘었고 오늘도 저는 라파엘을 가슴에 안고 가야 할 성지를 찾아봅니다. 라파엘에게 해주지 못했던 시간을 라파엘이 떠나고 난 뒤에라도 함께 할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드리며, 언젠가부터 저는 웃기도 하고, 사람들과 농담도 하며 시린 가슴을 달래봅니다. 가슴이 뛰기 시작하면서 숨을 쉬기가 어려워지고 그럼 약을 먹어야 그나마 뛰는 가슴이 좀 가라앉습니다. 성당 자매님들이 제게 조심스럽게 다가와 말씀을 하십니다. “그래도 좀 나아진 것 같네. 다행이다.” 거울을 보니 시커먼 얼굴빛에 퀭한 눈, 굳어버린 얼굴. 제가 봐도 무서운 얼굴이 앞에 있었습니다. 천천히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웃기도 하고 얘기도 하고, 얼굴빛도 제 색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저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들이 모여 수요일 저녁 생활성가단이 시작되었습니다. 라파엘이 좋아했던 생활성가들을 부르며 울고 또 울었습니다. 노래가 마음을 치유한다고 하더니 가사 하나하나가 다 내 얘기 같고, 라파엘 얘기 같았습니다. ‘마니피캇’이라고 단명을 정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연습합니다. 5월 성모의 밤에 8명의 마니피캇은 성모님께 ‘꽃’ 노래를 봉헌했습니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게 무척 어려웠지만 이 친구들이 저의 손 잡아주고 일으켜 세워주었습니다. 행사 날, 성전 끝에 서서 신자들 사이에 서서 씨익 웃고 있는 라파엘을 본 것 같습니다. “우리 엄마, 잘하네!” 라파엘의 누나 미카엘라는 작년 9월부터 주일학교 교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교리교사가 없다고 누나에게 해보라고 꼬드겨서 시작하게 되었는데, 미사가 끝나면 집에 와서 주일학교 활동과 아이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이 선합니다. 미카엘라는 지금까지도 쭉 교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라파엘을 보내고 3주쯤 됐을 때 꿈을 꾸었습니다. 파란 풀밭에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고 너무도 조용한 시골. 시냇물 위로 작은 다리가 있었는데 저 반대편에 한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다리를 건너갔습니다. 그랬더니 제게 갈색 책을 주는 겁니다. 아무 말도 없이 전 그 책을 받아들고 다시 다리를 건너왔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따뜻한 햇살 아래로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둘이 풀밭 길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책을 받아들고 우리 성당으로 와서 신자들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깼습니다. 바오로딸 서점에 가서 꿈에서 보았던 그 색깔의 성경을 샀습니다. ‘성경을 읽으라고 그러는가 보다!’ 어느 한 자매님이 제게 레지오 마리애에 들어와 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셨습니다. 기도 군대라 불리는 말로만 듣던 레지오. 해보겠다는 맘으로 ‘순결하신 어머니’에 입단하게 되었고, 제가 처음 레지오 마리애에 가던 날, 아홉 분의 단원들은 저를 그냥 따뜻하게 안아 주셨습니다. 레지오 마리애 입단식을 하고 책을 받았습니다. 낯익은 책.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때 꿈속에서 보았던 갈색 책! 그거 같습니다. 지금 저는 항상 레지오 책을 지니고 다닙니다. 매일 까떼나를 바치고, 묵주기도를 하고, 그러면 나도 모를 힘이 생깁니다. 슬퍼서 울 때도, 라파엘 따라서 가고 싶단 나쁜 생각이 들 때도, 내 아들이 너무 보고 싶어 가슴이 찢어질 때도, 그때마다 묵주기도를 바칩니다. 이제는 묵주기도를 다 외웠습니다. 성지순례를 다니며 성지에 있는 피에타상을 보면서 아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봐야만 했던 성모님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병원 중환자실 앞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아들의 고통을 지켜보고 있었던 그때의 내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셔서 내려진 아들을 안고 우신 성모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 호흡기를 거두고 난 뒤 내 앞에서 생을 마감한 내 아들을 봤을 때가 떠오릅니다. 성모님은 그 찢어질 듯한 고통을 어떻게 참고 버텨내셨는지. 작은 성당의 복음을 전하는 신부가 되고 싶어 했던 내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라파엘의 뜻을 함께해 나가야 하겠구나 싶습니다. 저는 요즘 주변의 자매들에게 말해봅니다. “레지오 들어 와보는 거 어때?” “아직요. 지금은 좀 바빠서요.” 사람들은 지금이 바로 그때인걸 아직 모릅니다. 저도 그땐 몰랐습니다. 라파엘을 보내기 전까지는 세상의 부와 명예만을 위하여 사는 데 급급했습니다. 좀 더 좋은 차, 좀 더 큰 아파트, 내 아이에게 필요한 가장 좋은 것들. 그게 다 인줄로만 알았습니다. 성당에 매일미사가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라파엘을 보내고 난 후 성당에 와보니 많은 신자들이 매일매일 주님을 만나러 오고 있었습니다. “엄마 정말 뭐가 중요한지 몰라”라고 말했던 라파엘이 제게 알려주고 싶었던 게 이거였을까? 성당에 앉아 생각해 봅니다. 기도하면 할수록 쓰러져 있는 저를 일으켜 줍니다. 단단히 붙잡아 줍니다. 너무 마음이 아프면 묵주를 꺼냅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도 묵주 알을 굴리며 묵상해봅니다. 삶과 죽음은 하나이기에 우리 모두는 그곳을 향해 가고 있는데 어서 잘 준비해야지. 오늘 밤에라도 주님 오셔서 가자고 하시면 나도 ‘네’하고 얼른 따라 나설 수 있도록 준비해야지.저보다 더 불쌍한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얼마 전 10ㆍ29 참사를 보면서 저와 같은 참척의 슬픔을 겪는 그 유가족들이 제 눈에 보였습니다. 내가 많은 이들에게 큰 위로를 받은 만큼 나도 너무나도 힘든 저들을 위해 기도해줘야겠다! 그게 내가 할 일인 것 같네….얼마 전 주임신부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예수님께서는 큰 기적만을 일으키시는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1년여 동안 자매님을 보니 자매님을 위해 함께 걱정해주고, 위로해주고, 기도해 주시는 많은 예수님이 여기 계셨네요. 현존하시는 예수님을 보았어요.”“엄마, 누가 날 위해 기도해줄까?”“라파엘! 너를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여기 있단다. 그리고 지금도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할거란다. 사랑한다. 아들아!” cpbc2023.02.14
![[생활속의 복음] 사순 제1주일 - 광야에서도 우리 곁에 계시는 주님](//cpbc.co.kr/CMS/newspaper/2022/03/rc/819491_1.1_titleImage_1.jpg)
[생활속의 복음] 사순 제1주일 - 광야에서도 우리 곁에 계시는 주님 이스라엘 유다 광야 전경. 호사다마(好事多魔)란 말이 있습니다. 좋은 일에는 방해가 많이 따른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의 경우도 예외는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40일 동안 단식하시면서 인류 구원의 길을 준비하셨는데, 악마가 다가와 방해 공작을 편 것입니다.먼저 악마는 예수님께 돌을 빵으로 바꿔보라고 요구합니다. 물질로 백성의 마음을 얻으라는 유혹입니다. ‘하느님은 모세의 백성에게 빵을 내려주시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주시지 않았던가? 메시아라면 백성에게 먹을 빵과 살 땅을 보장해 줘야 하지 않는가?’ 의식주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빵이 절대화되고 물질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생각, 경제 제일주의의 유혹은 경계해야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람이 빵만으로 살지 않고, 주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신명 8,3)이어서 악마는 자신에게 엎드려 절하면 세상의 모든 권세와 영광을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막강한 세상 권력과 눈부신 영화로 백성의 마음을 휘어잡으라는 유혹입니다. ‘다윗과 솔로몬은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적 번영으로 부강한 나라를 만들지 않았던가? 다윗의 후손인 메시아라면 마땅히 그런 권세와 영화를 갖춰야 하지 않는가?’ 하지만 세속 권력과 영화를 절대시하면 반드시 큰 폐해를 낳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렇게 응대하십니다. “주님이신 너의 하느님을 예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신명 6,13 참조)마지막으로 악마는 성경까지 유혹의 도구로 삼습니다, 시편 91편 11절-12절에서 하느님께서 천사들을 시켜 의인을 보호해 주신다고 했으니,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라고 요구합니다. 하느님의 능력을 빌려 메시아임을 공개적으로 입증하여 백성의 마음을 사로잡으라는 유혹입니다. ‘엘리야 예언자가 하늘에서 불을 내려오게 함으로써 참된 하느님을 드러냈듯이(1열왕 18,20-40), 메시아도 그래야 하지 않는가?’ 하지만 내 명예와 이익을 위해 하느님께 기적을 요구하는 것은 신앙을 거스르는 짓입니다. 하느님의 일꾼이 되어 그분의 뜻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하느님을 나의 일꾼으로 삼아 내 뜻과 욕망을 채우려 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이 유혹도 단호하게 물리치십니다. “주님이신 너의 하느님을 떠보지 마라.”(신명 6,16 참조) 우리 인생 여정에는 광야처럼 힘든 시간이 종종 있습니다. 그때마다 유혹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하느님보다는 재물과 권력에 의지하고 싶은 마음, 나의 명예와 이익을 위해서 하느님까지 이용하고자 하는 욕심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유혹에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광야에서도 그분은 우리 곁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몸소 유혹을 당하고 극복하셨던 그분은 우리도 하느님의 말씀에 의지해서 유혹의 목소리를 떨쳐버리도록 도와주고 격려해 주실 것입니다.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는 이는 모두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제2독서)손희송 주교(서울대교구 총대리) cpbc2022.03.01
![[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24주일 - 주님은 주님이십니다](//cpbc.co.kr/CMS/newspaper/2021/09/rc/809211_1.0_titleImage_1.jpg)
[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24주일 - 주님은 주님이십니다 함승수 신부 탈출기 3장 14절을 보면 하느님께서 당신의 ‘이름’이 무엇인지 묻는 모세에게 “나는 있는 나다”라고 대답하십니다. “있는 나”라는 표현이 영어 성경에는 이렇게 번역되어 있지요. “I am that I am.” 이를 해석하면 “나는 내가 존재하는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어떤 대상을 이해하고자 할 때 다른 대상과의 비교를 통해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찾아 분석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하느님을 알고자 한다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오직 당신 자신으로서 계시는 유일한 분이시기에 ‘하느님은 그저 하느님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지요.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사람들과 제자들이 당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으시는데,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는 문장은 영어 성경에 “Who do say that i am?”이라고 번역돼 있습니다. 이를 해석하면 “내가 존재하는 모습에 대해 누구라고 말하느냐?”는 뜻입니다. 예수님 당신을 누구의 모습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지 물으신 것인데, 이 질문에는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주님은 다른 누구의 모습으로 존재하시는 게 아니라, 당신의 모습 그 자체로 존재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주님을 누구에 빗대어 이해하려는 태도 자체가 잘못입니다. ‘세례자 요한’도, ‘엘리야’도, 그 어떤 위대한 예언자도 주님의 모습을 100% 완전하게 설명하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다른 대상과 비교하는 태도는 자신이 바라는 대로 주님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마음에서 기인하기에,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주님이 누구라고 생각합니다”가 아니라, “주님은 그냥 주님이십니다”가 되어야 합니다.성경에 기록된 ‘그리스도’라는 칭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께서 구세주를 보내시어 선택받은 민족인 자신들을 구원해 주시리라고 믿었는데, 그들이 기대한 ‘메시아’는 자신들을 압제하는 이방 민족을 무력으로 쫓아내고, 원수를 철저히 응징하며, 율법을 어기는 죄인을 엄하게 벌주는 ‘지배자’였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폭력이 아닌 사랑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원수의 죽음이 아닌 회개를 바라며, 죄인에게는 처벌보다 용서와 자비를 베푸는 분이었습니다. 그분께서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지배가 아니라 봉사였던 것입니다. 유대인들이 기대하는 메시아와 예수님께서 걷고자 하시는 메시아의 길이 서로 달라 오해의 소지가 있었기에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그리스도’라고 불리는 것조차 거부하셨던 것이지요.하지만 베드로는 예수님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일하는 ‘주님’으로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람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는 가르침을 배척합니다. ‘메시아’는 배척당하고 무력하게 죽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강력한 힘과 권능으로 사람들을 군림하며 다스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바라는 ‘메시아’의 모습에 주님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모습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로 살면서도 그분을 통해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지 않고, 제 욕심과 바람만을 채우려 드는 모습입니다. 그런 모습은 ‘사탄’과 다를 바가 없기에 예수님으로부터 심한 질책을 듣지요.그리스도인의 소명은 “예수님은 그리스도이시다”라고 말로만 신앙을 고백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하느님을 이용하여 내가 잘되려고 하는 것은 신앙이 아닙니다. 하느님을 알고 그분의 뜻을 배워서 그분의 일을 실천하는 것이 참된 신앙입니다. 신앙의 길에 ‘왕도’란 없습니다. 욕심과 집착, 고집을 버리고, ‘십자가’라는 소명을 짊어진 채, 묵묵히 주님의 뜻을 실천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하느님 나라에 다다른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함승수 신부의 카카오스토리(https://story.kakao.com/_0TX0X5)에 가시면 매일 ‘생활 속 복음’을 볼 수 있습니다. cpbc2021.09.07
![[궁금해요!] 교무금은 무엇이고, 십일조 꼭 내야 하나요?](//cpbc.co.kr/CMS/newspaper/2022/02/rc/818059_1.0_titleImage_1.jpg)
[궁금해요!] 교무금은 무엇이고, 십일조 꼭 내야 하나요?적은 금액이라도 교무금 납부의 의무 지켜야 Q. 교무금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십일조를 내야 한다는데 꼭 그래야 하는 건가요? A. 교무금은 단적으로 표현하면 하느님과 가난한 이웃을 위한 ‘예물’입니다. 교무금은 교회 운영ㆍ유지, 사목활동을 비롯해 가난한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데 쓰입니다. 신자들은 하느님을 경배하고, 선교와 사목 활동, 가난한 이들을 위한 자선 활동, 교역자들의 생활비 등 교회가 필요로 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도울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교회법 222조 참조) 이런 이유로 신자라면 가정마다 매달 교무금을 봉헌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165조) 간혹 경제적 어려움으로 교무금 납부를 매우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다가 십일조를 이야기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우선 십일조에 관한 것은 구약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신명기에 “너희는 세 해마다 십일조를 바칠 때에 너희 소출에서 십 분의 일을 모두 떼어 놓고… 그것을 당신께서 저희에게 명령하신 모든 계명대로 레위인과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에게 주었으며…”(26, 12-13)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성경 말씀대로라면 수입의 10분의 1을 교무금으로 봉헌하는 게 맞지만 이를 의무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경제적 능력에 따라 성의껏 교무금을 봉헌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교무금 액수를 다소 유연하게 책정하고 있지만, 교회는 적어도 한 달 30일 중 하루만큼은 하느님께 바쳐야 한다는 의미에서 월수입의 30분의 1을 책정하는 것을 권하고 있으며 이를 ‘삼십일조’라고 합니다. 때로 경제적 사정으로 책정한 교무금을 낼 수 없어 고민하다 아예 냉담에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본당 신부와 면담을 통해 밀린 교무금이나 책정액을 삭감 또는 면제받을 수도 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교무금을 내지 못한다고 해서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가능한 한 적은 금액이라도 교무금 납부의 의무는 지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교회법, 222조 1-2항)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교회가 하느님 경배, 사도직과 애덕의 사업 및 교역자들의 합당한 생활비에 필요한 것을 구비하도록 교회의 필요를 지원할 의무가 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사회 정의를 증진시키고 또한 주님의 계명을 명심해 자기의 수입에서 가난한 이들을 도와줄 의무도 있다.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 165조) 신자들은 주교회의나 교구의 규정에 따라 교무금, 주일 헌금, 기타 헌금과 모금 등으로 교회 운영 활동비를 부담해야 한다. cpbc2022.02.03

한글 기도·교리서 편찬에 앞장서고 천주가사로 호교론 펼쳐[신 김대건·최양업 전] (65) 한글 기도서와 한글 교리서 그리고 천주가사 편찬 최양업 신부는 한문본 기도서인 천주성교공과를 우리말로 옮겼다. 사진은 「천주성교공과」 절두산순교성지 소장본. 한문 기도문 음으로만 읽어“한글이 교리 공부하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우리나라 알파벳은 10개의 모음과 14개의 자음으로 구성돼 있는데, 배우기가 아주 쉬워서 열 살 이전의 어린이라도 글을 깨칠 수가 있습니다. 이 한글이 사목자들과 신부님들의 부족을 메우고 강론과 가르침을 보충해 줍니다. 쉬운 한글 덕분으로 세련되지 못한 산골에서도 신자들이 빨리 천주교 교리를 배우고 구원을 위한 훈계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최양업 신부가 1851년 10월 15일 절골에서 르그레즈와 신부에게 보낸 편지)1838년 제2대 조선대목구장 앵베르 주교가 처음으로 한글 기도서인 「천주성교공과」를 펴내기 전까지 조선 교회 신자들은 한문 기도문의 뜻을 풀이하지 않고 소리(音)만을 옮겨 입으로 외었다. ‘주님의 기도’를 “재천아등부쟈(在天我等父者) 아등원(我等願) 이명현성(爾名見聖) 이국임격(爾國臨格) 이지승행어지(爾旨承行於地) 여어천언(如於天焉) 아등망(我等望) 이금일여아아일용량(爾今日與我我日用糧) 이면아채(而免我債) 여아역면부아채자(如我亦免負我債者) 우불아허함어유감(又不我許陷於誘感) 내구아어흉악(乃救我於凶惡) 아믕(亞孟)”이라고 소리 내 기도했다. 또 ‘성모송’을 “야우마리아(亞物瑪利亞) 만피에라지아쟈(滿被額辣濟亞者) 주여이해언(主與爾偕焉) 여중이위찬미(女中爾爲讚美) 이태자여수(爾胎子耶) 병위찬미(倂爲讚美) 천주성모마리아(天主聖母瑪利亞) 위아등죄인(爲我等罪人) 금기천주(今祈天主) 급아등사후(及我等死候) 아믕(亞孟)”이라고 외었다. 마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 신자들이 라틴말 뜻을 모른 채 미사 때 화답하였듯이 주요 기도문도 무슨 내용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읊조린 것이다. 우리말로 기도문이 옮겨진 이후 비로소 조선 신자들은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을 인하여 하나이다. 아멘. 하늘에 계신 우리 아비신 자여, 네 이름의 거룩하심이 나타나며, 네 나라이 임하시며, 네 거룩하신 뜻이 하늘에서 이룸 같이, 땅에서 또한 이루어지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우리 죄를 면하여 주심을, 우리가 우리에게 득죄한 자를 면하여 줌같이 하시고, 우리를 유감에 빠지지 말게 하시고, 또한 우리를 흉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성총을 가득히 입으신 마리아여, 네게 하례하나이다. 주 너와 한가지로 계시니, 여인 중에 너 총복을 받으시며, 네 복중에 나신 예수 또한 총복을 받아 계시도소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는, 이제와 우리 죽을 때에 우리 죄인을 위하여 빌으소서. 아멘”이라며 내용을 분명하게 이해하면서 기도할 수 있었다.최양업 신부는 민족의 주체성뿐 아니라 민족 문화의 주체성을 뚜렷하게 지닌 사목자였다. 그는 어떤 사상이나 종교가 민족과 사회의 발전에 유익하다면 동서양을 구분하지 말고 개방해 받아들여야 한다고 가르쳤다. 아울러 그는 교회가 올바른 모습으로 하느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다 하고자 깨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조선 사람들은 쉽사리 합리적인 순리를 수긍하고 이성과 정의의 바른길을 잘 파악합니다. 만일 한마음 한뜻으로 백성에게 같은 이론을 가르치고 계몽한다면 백성들은 쉽게 동의할 것입니다. 제가 실제로 계몽을 받아 이에 정통한 자가 되어 있지 않습니까?”(1857년 9월 15일 불무골에서 리브와 신부에게 보낸 편지)한글 기도서와 교리서 편찬최양업 신부는 또 가톨릭 교리에 대한 학문적 탐구 없이 일방적으로 배척하고 비난을 일삼는 조선 지식인들의 폐쇄성을 안타까워했다. 최 신부는 이런 맥락에서 우리 민족을 일깨워 계몽하고, 그리스도교 신앙을 올바로 가르치기 위해 한글 기도서와 교리서 편찬에 앞장섰다. 무엇보다 교우촌을 사목하면서 한글이 교리교육에 유용하다는 것을 알게 된 최 신부는 신자들이 교리를 쉽게 배우고 이해하는 데 한글을 적극 활용했다. 그래서 최 신부는 1859년 이전부터 다블뤼 주교를 도와 한국 교회 최초의 공식 교리서인 한문본 「성교요리문답」과 앵베르 주교가 옮긴 한글 기도서 「천주성교공과」를 우리말로 새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한글본 「성교요리문답」은 1934년에 「천주교 요리 문답」이 나오기까지 공식 교리서로 쓰였다. 한글본 「천주성교공과」는 1972년 「가톨릭 기도서」가 출간되기까지 110년간 사용됐다. 앞에 소개한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이 최양업 신부가 다블뤼 주교를 도와 한글로 옮긴 우리말 기도문이다. 「천주성교공과」는 1862년에, 「성교요리문답」은 1864년에 목판본 초판이 간행됐다. 하지만 제4대 조선대목구장 베르뇌 주교가 1861년 9월 30일 홍콩대표부장 리브와 신부에게 보낸 편지에서 “마침내 인쇄소를 갖추게 되었습니다.…벌써 교리서가 인쇄되었습니다”라고 밝힌 것으로 보아 「성교요리문답」이 이때 벌써 간행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최양업 신부는 생전에 이 두 책을 볼 수 없었다.「천주성교공과」와 「성교요리문답」 목판본에는 다블뤼 주교 역본으로 나오지만 사실상 두 책 모두 최양업 신부의 작품이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다블뤼 주교는 1859년 9월 말 파리외방전교회 신학교 교장 알브랑 신부에게 보낸 편지에서 “최양업 신부는 「연중 주요 기도서」를 번역하고 있는데, 그가 오랜 순방에서 돌아오는 올여름에 틀림없이 번역을 끝낼 것입니다”라고 보고했다. 이 「연중 주요 기도서」가 「천주성교공과」라는 이름으로 간행됐다. 또 다블뤼 주교는 1861년 1월 24일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서 “더위가 오기 전에 무엇보다 우리 기도서 작업이 마무리되었으면 좋겠어요. 그 소중한 총서가 완성되면 저는 찬미의 노래 테 데움을 부를 거예요. 게다가 그 서적들은 거의 전적으로 조선인 사제 토마스 신부의 작업에 빚을 지고 있습니다. 저는 고작해야 8~9개월 그 작업에 매달렸을 뿐입니다”라고 알리고 있다. 페롱 신부도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그는 언어 장벽으로 어려움을 겪는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 대신 최양업 신부가 한글 기도서와 교리서 편찬 대부분을 맡아 했다고 확인해 주고 있다. “그의 한문 지식과 조선인으로서의 장점은 우리에게 매우 필요한 책을 번역하는 일에 그를 누구보다도 적격자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벌써 이 분야에서 많은 일을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중에서 유일하게 이 일에 종사할 만큼 이 말을 잘 아는 다블뤼 주교는 그를 잃음으로써 그의 오른팔을 잃게 되었습니다.”(페롱 신부가 1861년 7월 26일 조선에서 르그레즈와 신부에게 보낸 편지)천주가사 신자들에게 보급최양업 신부는 한글 기도서와 한글 교리서 번역 편찬 작업뿐 아니라 가톨릭 교리 내용을 우리 민족의 전통 가사체 운율에 실은 ‘천주가사’를 지어 신자들에게 보급했다. 최 신부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천주가사는 사향가(思鄕歌)ㆍ선종가(善終歌)ㆍ사심판가(私審判歌)ㆍ공심판가(公審判歌) 등 4편이 있다. ‘박해 시대 시편(詩篇)으로 평가받고 있는 최양업 신부의 천주가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그 어떤 권력과 인간관계도 하느님 공경에 앞설 수 없다. 임금에게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게 지당하지만, 하느님을 저버리면서까지 효와 충을 유지할 수 없다. 진정한 효와 충은 하느님 안에서 드러난다. 하느님께 대한 효와 충의 실천은 자신의 구원뿐 아니라 모든 이의 구원을 이루는 애주애인(愛主愛人)의 실천이다. 최후의 심판은 하느님께서 베푸신 은혜에 대한 순명과 배은망덕을 근거로 이뤄지므로 죄를 통회하고 보속의 삶을 살아야 한다.루카 복음서와 사도행전의 저자가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테오필로스’에게 주님이신 그리스도와 그의 제자인 사도들의 행적, 그리고 교회 탄생의 이야기를 선포했듯이, 최양업 신부는 조선 후기 잡가나 단가, 민요에 많이 나오는 ‘어화 벗님네야’라며 신자뿐 아니라 세상 모든 이에게 그리스도교 신앙의 원천을 전했다. 테르툴리아누스 교부가 삼위일체 하느님의 계시와 성경 내용, 교회 가르침과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 종말에 오실 그리스도 왕에 대해 박해자들에게 증언하는 「호교론」을 썼다면, 최양업 신부가 쓴 네 편의 천주가사는 한글로 남긴 한국 교회 호교론 작품이라 하겠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cpbc2022.10.04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것이 사제들의 첫째 임무”서울대교구 성유 축성 미사, 사제단 일치와 연대 확인 … 사제수품 70·60·50주년 축하식 “선배 사제들께 감사” 14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성유 축성 미사 후 정순택 대주교와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한 교구 주교단과 사제수품 회경축, 금경축을 맞은 사제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대교구는 14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성유 축성 미사를 봉헌하고, 한 해 동안 세례와 견진 등 성사 때 사용할 성유를 축성했다.미사에 참여한 교구 사제단은 미사에서 새 성유를 축성하기에 앞서 사제서약을 갱신, 사제직에 충실할 것을 다짐했다. 미사 후에는 사제수품 70주년을 맞은 백민관 신부를 비롯해 사제수품 60주년을 맞은 김수창ㆍ이문주 신부, 50주년을 맞은 박신언 몬시뇰, 김인성ㆍ정광웅 신부를 위한 축하식도 이어졌다.정 대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사제직의 으뜸가는 직무는 기도와 말씀 선포”라며 “우리 교구 사제는 사제 직무 수행을 통해 성화되고, 사도직을 행함으로써 복음 선포를 사는 것이지만, 본연의 사제 직무 수행에 앞서 요구되는 삶의 자세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정 대주교는 이어 “코로나 상황 등으로 여러 가지 어려운 사목 상황 속에서도 각자 맡은 소임에서 최선을 다해 사목활동을 하고 계시는 모든 신부님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사제수품 70ㆍ60ㆍ50주년을 맞으며 오랜 세월 사제직의 거룩한 직무를 훌륭히 수행해오신 선배 신부님들께도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깊은 감사와 축하를 드린다”고 전했다.이날 미사에는 염수정 추기경과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교구 주교단, 사제단이 참여했다.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회원들은 회경축과 금경축을 맞은 사제들에게 예물과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날 백민관 신부는 건강상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사제단 대표로 축사한 김요한(중계양업본당 보좌) 신부는 “평생을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 헌신하신 신부님과 몬시뇰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저희가 가야 할 길에 대해 다시금 다짐해보게 된다”며 “그 모범을 따라 저희 후배들도 하느님께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서울 평협 이병욱(요한 크리소스토모) 회장은 축사에서 “70주년, 회경축, 금경축을 맞은 신부님들은 한국 사회가 격변하던 시기 사제생활을 시작하신 이래, 오늘날 신자 수 100만 이상의 서울대교구를 일궈내신 주역이시다”며 “신부님들의 지난날 지혜와 가르침으로 우리 교회가 한층 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회경축을 맞은 김수창 신부는 “사제 수품 60주년을 맞으며 제 나이는 90살이 됐다”며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 모든 교우와 오늘에 이르기까지 저를 도와주고 사랑해준 교우와 동료 사제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문주 신부도 “서품받을 때 60세까지 사제로 살 수만 있어도 축복이겠다고 여겼는데, 이렇게 회경축을 맞으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풍성히 이뤄주신 하느님 은총에 감사드릴 뿐”이라고 했다.금경축을 맞은 박신언 몬시뇰은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무엇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되길 바라며 항상 행복하시길 기도하겠다”고 했고, 김인성 신부도 “50년 세월 동안 순간순간 모든 것이 은총의 시간이었다”며 “성경 말씀을 두 번, 세 번 읽으며 살아계신 주님께서 내 안에 계시다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광웅 신부도 “지금까지 사제로 지내온 것은 전적으로 하느님의 은혜이자 교우 여러분의 기도 덕분”이라고 전했다.한편, 대구대교구 최현철 신부와 춘천교구 이정행 신부, 청주교구 김원택 신부, 전주교구 김진소 신부의 사제수품 금경축을 기념한 성유 축성 미사가 같은 날 각 교구에서 봉헌됐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평화신문2022.04.20
100만 어린이와 묵주 기도 함께 바쳐요염수정 추기경, 16일 서울 개포동성당에서 세계 평화 위해 기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16일 오후 2시 30분 서울 개포동성당에서 주일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세계 평화와 일치를 지향으로 묵주기도를 봉헌한다.추기경과 어린이가 함께 바치는 이날 묵주기도는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돕기(ACN) 한국지부(지부장 박기석 신부) 주관으로 마련된 ‘100만 어린이의 묵주기도’ 캠페인 일환이다. ACN이 매년 10월 18일 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을 맞아 전 세계 어린이가 함께 세계 평화와 일치를 위해 동참하는 세계적 기도 행사다. 지난해에도 136개국 50만 명이 넘는 어린이가 각국에서 기도에 참여했으며, ACN 한국지부 이사장인 염 추기경은 지난해 서울 계성초등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묵주기도를 바치고, 어린이들에게 기도의 중요성을 전한 바 있다.ACN 한국지부는 더 많은 어린이가 기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어린이 묵주기도 패키지도 제작했다. 가정에서 부모와 함께 기도할 수 있도록 묵주기도 방법과 기도문, 어린이 편지 등이 담긴 리플렛, 기도카드, 기부봉투 등으로 구성됐다. 기도뿐만 아니라, 기부를 통해서도 ACN 한국지부가 진행하는 짐바브웨 어린이 성경 지원, 레바논 수녀회 운영 학교 긴급 지원을 위해 나눔과 선행으로 참여할 수 있다. 패키지 신청 및 기부 문의 : www.churchinneed.or.kr, 02-796-6440, ACN 한국지부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평화신문2021.10.06

"회개와 용서, 친교와 공동의 증언을 통해 새로운 일치로 나아가자"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 2022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회2022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회에 참여한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 회원들이 교회 일치와 인간 존엄과 정의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모든 이들을 축복하고 있다. 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회 제공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공동 의장 김희중 대주교ㆍ이홍정 총무)는 18일 저녁 7시 서울대교구 대림3동성당에서 2022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회를 열고, 그리스도인들이 이루는 일치를 통해 “하느님께서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이 되실”(1코린 15,28) 정의와 평화의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간절히 기도했다.“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마태 2,2)를 주제 성구로 열린 이날 일치 기도회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한국 정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대한성공회, 기독교한국루터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대한예수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구세군, 기독교대한복음교회, 기독교대한하느님성회 대표들이 참여했다. 이날 일치 기도회는 동방의 별과 성경, 십자가를 앞세운 행렬을 시작으로 기도 초대 예식, 찬미 기도와 고백, 말씀 전례,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 고백, 축복 기도 순으로 진행됐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김희중 대주교는 인사말을 통해 “동방 박사들이 구세주께 경배드리고 다른 길로 자신의 고장에 돌아간 것처럼,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함께 드리는 기도 안에서 나누는 친교를 통해 새로운 길을 따라 우리의 삶, 교회, 세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주교는 이어 “구세주의 별이 비추는 빛을 따라 인간 존엄, 특히 가장 가난한 이들과 가장 약하고 소외된 이들의 존엄을 수호하는데 헌신해야 하고, 교회는 이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이를 위한 교회의 구체적 실천으로 △피해자들에게 구호품 제공 △난민 환대 △짐 진 이들의 짐을 덜어주기 △정의롭고 정직한 사회 건설에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는 이날 강론에서 “성령의 친교 안에서 이 시대에 담긴 하느님의 뜻을 바르게 식별하고, 다른 전통의 그리스도인과 함께 회개와 용서, 친교와 공동의 증언을 통해 새로운 일치를 위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또한 “일치의 성령께 기꺼이 마음을 열어 인간 존엄을 수호하는 일에 헌신하고, 정의로운 사회 건설에 협력하며, 생명과 정의, 평화와 사랑을 체험하는 일에 함께하자”고 당부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cpbc2022.01.24

미사 등 종교활동, 좌석의 30%·최대 299명까지 허용정부 종교시설 코로나19 운영 방침, 접종완료자만 참석할 때는 좌석의 70%까지 가능코로나19 확산으로 18일부터 종교시설에도 강화된 방역 규칙이 시행됐다. 브리핑하는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 보건복지부 제공코로나19 확산으로 방역 조치가 강화되면서 18일부터 종교시설에도 미사와 예배, 법회 등 종교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을 줄인 방역 규칙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미접종자를 포함할 때는 좌석의 30%, 최대 299명까지만 입장하고, 접종완료자만 참석할 때는 좌석의 70%까지만 채워야 한다. 미사 등 정규 종교 활동에 있어 접종 여부 관계없이 참여자를 구성할 때는 시설 수용인원의 30%까지만 허용돼 최대 참여 인원은 299명으로 제한됐다. 이 경우 두 칸 띄어 앉기가 적용된다. 대신 백신 2차 접종 완료 후 지난 시간이 14일∼180일(6개월) 안에 있거나, 3차 접종까지 마친 접종완료자만 참여할 때는 수용인원의 70%까지 참석이 가능하다. 다만 종교시설의 특성을 감안해 방역패스는 적용되지 않았다. 방역 수칙상 ‘수용인원’은 미사 등에 참여하는 신자의 숫자로, 운영에 참여하는 요원은 제외된다. 이와 관련,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미접종자에게도 종교 활동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두 가지 방안이 도출됐고, 시설별로 30%로 할지 70%로 할지 선택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침 적용 기간은 내년 1월 2일까지다. ▨ 정부 발표 종교시설 코로나19 운영 방침 Q. 방역수칙 의무화 대상은?A. 종교시설.(종교인, 종교단체 등)Q. 종교시설 주관의 종교활동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항은 무엇인가요?A. 마스크 상시 착용 등 기본방역수칙과 2m(최소 1m) 거리두기 등 종교시설 방역수칙을 준수하여야 하며, 실내 취식 또는 큰소리로 함께 기도·암송하는 행위(예, 통성기도 등)는 금지됨. 매주(정기적으로) 종교시설에서 정규 종교활동 등 후에 교인, 신도 등에게 식사 등을 제공하는 것은 금지 대상이지만, 종교시설의 책임자·종사자들이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식사 가능함. Q. 종교시설의 정규 종교활동(미사?법회?예배?시일식 등)은 무엇이며, 얼마나 참석할 수 있나요? A. 미사·법회·예배·시일식 등 정규 종교활동이란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종교시설(종교인, 종교단체 등)의 주관하에 행해지는 정기적인 종교활동 일체를 말함. 예배(주일 예배, 수요 예배, 새벽 예배 등), 미사(주일미사, 새벽 미사 등), 법회(초하루법회 등), 예회(아침좌선, 월초기도 등), 시일식 등 종교활동 포함. 정규 종교활동 시, 마스크 상시 착용 및 거리두기 기준 등 기본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접종 여부 관계없이 참여자를 구성하는 경우, 수용인원의 50%까지 허용. 좌석이 없는 종교시설은 2m(최소 1m) 거리두기가 가능하도록 허가면적 4㎡당 1인으로 산정. 또는, 접종완료자 등으로만 운영(필수진행인력 및 참여자 전원) 시, 인원에 제한 없이 정규 종교활동 가능. 접종 완료자, PCR 음성확인자(48시간 내), 18세 이하, 완치자, 건강사유 등 불가피한 접종불가자. 정규 종교활동에 참여하는 신도 외에 설교자, 식순 담당, 영상·촬영 등 기술인력 포함 필수진행인력 전원 접종완료자 등으로 운영. ※동일 종교시설 내 정규 종교활동 공간(예배당, 소성당, 법당 등)이 여러 개인 경우, 같은 시간대 공간별로 1개의 운영기준(①접종 여부 관계없이 또는 ②접종완료자 등으로만 구성) 선택, 동일 공간 내에 구획을 달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2가지 기준을 동시에 적용할 수 없음. Q. 정규 종교활동 시, 성가대나 찬양팀을 운영할 수 있나요? 개인이 마스크 착용하여 자기 자리에서 찬송하는 것은 가능한가요? A.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두기 기준을 준수하여 지정된 자리에서 찬송하는 것은 가능함. 성가대·찬양팀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독창으로만 가능함. 다만, 접종완료자로만 구성 시, 성가대·찬양팀 운영이 가능. 접종완료자로만 구성하는 경우에도 마스크 착용, (물·무알콜 음료외) 음식 섭취 금지 등은 기본 방역수칙이므로 준수. Q. 종교시설 주관으로 종교활동을 위한 소모임이 가능한가요? A. 미사·예배·법회 등 정규 종교활동 외에, 성경ㆍ경전공부, 구역예배, 선교나 행사를 위한 준비모임 등 소모임은 접종완료자로만 구성하여 수도권·비수도권 모두 4명까지(신도 및 종교인 필수진행인력 등 총 인원) 종교시설 내에서만 가능. 취식 금지, 큰소리로 함께 기도·암송하는 등의 행위(예, 통성기도) 금지 등 종교시설 방역수칙을 준수. Q. 종교시설 주관으로 ‘종교행사’가 가능한가요? A. 수련회, 기도회, 부흥회 등 종교행사는 50명 미만으로(49명까지) 허용되며, 백신접종완료자로만 구성하는 경우 300명 미만으로(299명까지) 운영 가능. (299명) 종교인, 필수진행인력 및 성가대, 참여 신도 등 모든 인원 포함. ※ 종교행사 시, 방역수칙은 일반적인 모임·행사 기준이 적용되며, 구체적인 방역수칙 운영은 지자체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해당 지자체에 확인 필요 Q. 수련원, 기도원, 선교시설 등 종교시설도 방역수칙 의무화 대상인지? A. 기도원 수련원, 선교시설 등의 종교시설도 방역수칙 의무화 대상이며 실내 취식 금지 등 종교시설 방역수칙을 준수하여야 함. Q. 종교시설의 정규 종교활동 시에도 진행자와 설교자(강사)도 마스크 착용 의무화 대상인지? A. 정규 종교활동 시 참여자 전원이 마스크를 착용하여야 함. 단, 방송법,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에 의거한 방송 사업자(지상파, 케이블, IPTV 등)를 통해 송출되는 방송인 경우에는 “방송 출연”에 해당하여 설교자(강론, 법문, 설교 등)에 한해 마스크 착용 예외상황으로 인정함. 종교시설의 신도를 위한 자체 방송(유튜브 등) 등은 사적 방송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어, “방송출연” 적용은 곤란함. 단, 사적 공간(별도의 분리된 공간)에서 영상송출 인력 없이 혼자 촬영하는 경우에는 마스크 착용 예외상황으로 인정. ※ ‘마스크 착용’ 세부 사항은 중앙방역대책본부(질병관리청) 마스크 착용 관련 업무안내서 참조. Q. 개별 종교시설 또는 종교단체(연합단체) 주관의 기관운영을 위한 필수적인 회의도 운영 가능한가요? A. 종교시설의 재정(회계), 시설관리 등 기관 및 단체 운영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개최가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주기적 환기소독, 음식섭취 금지, 출입자 증상 확인 및 유증상자 등 출입 제한, 출입자 명단관리 등 방역수칙 준수하에 모임·행사 방역 기준에 따라 가능함. Q. 종교단체 주관이 아닌 종교시설(장소)을 빌려서 행사(결혼식, 장례식 등)를 개최하는 경우에는 허용이 되는지? A. 종교시설 주관이 아닌, 종교시설을 빌려서 운영하는 경우, 결혼식은 ‘결혼식장’, 장례식은 ‘장례식장’, 공연은 ‘공연장’ 등 해당 활동을 위한 고유목적시설 기준에 따라 방역수칙 준수하에 가능함. 결혼식 후 별도 공간에서의 식사는 ‘식당’ 방역수칙 적용. Q. 종교시설에서 운영하는 미인가 교육시설은 어느 수칙으로 적용되는 건가요? A. 종교시설에서 운영하며 학생,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교습, 돌봄 등 보충형 수업의 형태 또는 통학형으로 운영하는 미인가 교육시설의 경우, 종교시설 방역수칙을 적용하며, 시민단체·법인·개인 등이 학생,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전일제 수업의 형태 또는 기숙형으로 운영하는 미인가 교육시설의 경우, 학원 방역수칙을 적용함. 종교시설 방역수칙 상 소모임 허용 범위 내에서 운영 가능. Q. 종교시설 주관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돌봄 활동이란? A. 무료봉사를 전제로 무료급식·공부방 등 취약계층 대상 활동으로, 종교시설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예외적으로 운영 가능. 의무수칙 외에 적용되는 음식섭취 시 칸막이 설치하고 개인 접시에 덜어 먹기, 노래·춤 등 비말 발생행위 자제 등 취약계층 대상 돌봄 활동에 대한 추가수칙 준수 필요. 취약계층이 아니더라도 맞벌이 등으로 아동·청소년에게 돌봄 필요가 발생하는 경우에 지자체 판단에 따라 대상활동으로서 인정 가능. 다만, 아동·청소년 대상 돌봄 기능이 있는 경우라도, 전일제 수업 또는 유료(수강료, 이용료 등 납부)로 운영되는 보육활동·문화강좌 등은 예외 적용하지 않음. ※ 전일제 또는 유료로 운영되는 국제학교/대안학교(학원수칙 적용), 교리·목회자 양성, 문화강좌 등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성경공부 또는 성경공부를 전제로 한 돌봄 활동 등은 취약계층 대상 돌봄 활동 예외에 포함되지 않음.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cpbc2021.12.20

“코로나 시기 모바일 복음쓰기는 시의적절한 기획”한국평협, ‘2021 대림 시기 본당 대항 모바일 복음쓰기’ 서울대교구 시상식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앞줄 오른쪽 세번째)와 2021 대림 시기 모바일 복음쓰기 수상 본당 관계자 등이 수상식 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손병선)가 진행한 ‘2021 대림 시기 본당 대항 모바일 복음 쓰기’ 서울대교구 시상식이 14일 서울 명동 교구청에서 열렸다. 시상식에는 전체 1위를 차지한 석관동본당을 비롯해 특별상을 받은 삼각지본당 등 11개 수상 본당 대표,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사목국장 조성풍 신부, 한국평협 및 서울평협 손병선 회장 등이 참석했다. 시상식에서 정순택 대주교는 “코로나19로 많은 분들이 지치거나 힘들고 어려울 때 평협 차원에서 모바일 복음쓰기를 한 것은 굉장히 시기적으로 적절했다”며 “모바일을 활용해서 복음쓰기를 하는 것은 2000년을 내려온 복음 말씀과 스마트폰이라는 현대 문명의 이기(利器)를 적절하게 접목해서 복음 말씀을 나누고 묵상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획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올 여름이 지나면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말씀 안에서 더욱더 힘을 받고 더 어려운 분들에게 봉사하고 나누는 그런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석관동본당 송재륜(요셉) 총회장은 수상 소감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복음쓰기가 신앙생활에 많은 도움이 됐다”며 “하루 평균 540명에서 550명이 모바일 복음쓰기를 할 정도로 본당에서는 복음쓰기가 생활화됐다”고 말했다. 전체 3위를 차지한 성산2동본당 변진선(소화데레사) 여성총구역장은 “신자들과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다가 가톨릭평화방송을 보고 모바일 복음쓰기를 하기로 결정했다”며 “다음에는 전국 1등을 목표로 더 많은 신자들이 참여하자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손병선 회장은 “모바일 복음쓰기 참여도가 높은 본당의 경우 본당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한 사례가 속속 입증되고 있다”며 “새해에도 교구 사목국에서 펼치는 성경 통독과 함께 모바일 복음쓰기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한국평협은 대림 시기를 맞아 지난해 11월 28일부터 12월 24일까지 ‘2021 대림 시기 본당 대항 모바일 복음 쓰기’를 진행했다. 전국 1129개 본당, 1만 2927명이 참여했다. 서울대교구에서는 참여인원이 가장 많은 5개(석관동, 중앙, 성산2동, 이문동, 천호동) 본당, 지역별 1등(상계2동, 자양동, 서원동) 3개 본당, 신자대비 참여율이 가장 높은 3개(삼각지, 도봉동, 이태원) 본당이 수상했다. 이밖에 부산과 마산, 제주교구에서도 수상 본당에 대한 시상을 교구별로 진행했다.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cpbc2022.01.19

평신도 언어로 교황이 알려준 ‘성인이 되는 법’ 풀이교황 권고「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평신도 눈높이에 맞춰 풀어쓴 해설서 옆집의 성인 / 박문수 지음 /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엮음 / 바오온갖 욕망이 난무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상을 거룩하게 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성인처럼 탁월한 덕행을 쌓아야만 거룩해지는 것도 아니다. 무한한 사랑으로 자녀를 키우는 부모,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가장, 병마의 고통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환자, 한순간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노 수도자 등도 모두 거룩한 사람이 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들의 잘못과 실패에도 주님을 향하여 꾸준히 살아가는 우리네 어머니, 할머니, 그리고 사랑하는 이웃들도 거룩함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2018년 4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한 사도적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Gaudete et Exsultate)는 일상에서 그리스도의 뜻을 실천하면 얼마든지 성덕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이 권고의 핵심이다. 교황은 일상을 소박하게 성덕의 길로 가는 사람들을 ‘옆집의 성인’이라고 칭했다. 교황이 알려주는 성인이 되는 법은 간단하다. 일상에서 다른 이웃의 뒷담화(험담)를 하지 않고, 인터넷에 악플을 달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선을 행할 자신이 없으면 나쁜 짓만이라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원장 김민수 신부) 시리즈 세 번째 권으로 출간된 「옆집의 성인」은 가톨릭평신도영성연구소 상임연구원 박문수(프란치스코) 박사가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를 평신도의 눈높이에 맞게 쉽게 풀어쓴 해설서다. ‘평신도의 일상 영성’을 부제로, 성직자와 수도자와는 다른 처지에서 평신도의 영성 생활에 대해 다뤘다. 박 박사는 1부에서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를 평신도의 언어로 다시 풀이하며, 일상에서 작은 것에 충실하며 거룩함에 이르는 길을 제시했다. 2부에서는 일상 영성ㆍ금욕ㆍ순례를 다루고, 3부에서는 우리의 영성이 열매를 맺기 위한 과제로 환대와 연민을 제시했다. “교황이 든 예들은 너무 일상적이어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일처럼 보인다. 실천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고 용기를 갖게 한다. 하지만 쉬워 보이는 일일수록 실천하기 어려운 법. 그렇다고 자신을 방임하며 살아갈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작은 일 하나라도 실천하려는 결심을 하고 이를 한결같이 이어가려 노력하는 것이 거룩한 사람이 되는 첫 번째 단계이다.”(71쪽)박 박사는 “순례는 먼 곳으로 떠나는 일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깨어 겸손하게 사는 것”이라며 “이 매일의 사이클이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일치를 향한 나선형적 상승이기에 일상은 훌륭한 순례의 시간이자 장소가 된다”고 강조했다.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은 급변하는 일상 문화 안에서 생활하는 신앙인들에게 각각의 문화사회적 현상에 대해 신학적ㆍ윤리적 반성과 의미를 제공하는 소책자 시리즈를 간행하고 있다. 성경, 신학, 철학, 윤리, 영성, 교회사 등 다양한 교회적 시각으로 사회 이슈를 분석해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cpbc2022.02.23

예수님 통해 ‘하느님 자녀’로서 새로운 정체성 부여[무너져가는 집을 복구하여라!] 10. 하느님의 구원경륜 ⑦ - 예수님을 통한 하느님의 구원역사 하느님 구원 경륜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으려면 안내자가 필요하고, 그 안내자는 바로 성모님이다. 그림은 장미 나무에 15개의 메달을 그려 그곳에 성모님의 시선으로 바라 본 일화를 담은 로렌초 로토 작 ‘로사리오의 성모’. 출처=가톨릭굿뉴스 성경은 우리가 알다시피 구약과 신약, 곧 하느님과 맺은 ‘옛 계약’과 ‘새 계약’을 통한 구원의 역사이다. 그 구원의 역사가 한 번의 계약으로 종결되지 않은 이유는 이스라엘 백성이 ‘시나이 산’에서 맺은 첫 번째 계약에 불충실했기 때문이다. 이에 하느님께서는 당신 예언자들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의 완고해진 마음을 회두시키려 했지만, 그 뜻을 이룰 수 없게 되자, 그들을 심판하지 않으시고 새로운 방식으로 그들에게 다가오셨다. 죄의 상처 씻어주고 완고해진 마음 정화요한복음은 새롭게 펼쳐지는 하느님의 구원 의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요한 3,16-17) 이러한 구원 의지의 선포에서 알 수 있듯이, 하느님과 하느님 백성 사이에 맺은 새 계약은 당신의 외아들을 통해 당신 백성을 구원하시려는 새롭고도 획기적인 사랑의 증여 방식이다. 곧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의 죄를 심판하지 않고, 형언할 수 없는 더 큰 사랑으로 당신 백성을 찾아 나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돌판에 새겨진 하느님의 법을 지키는 옛 계약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이 지은 죄의 상처를 씻어주고 완고해진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이다. 또한 성령의 도움으로 온전히 새로 태어나게 하고 근원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새로운 계약이다.예수님께서는 니코데모와의 대화에서 새로 태어남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조하신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요한 3,3) 니코데모는 “이미 늙은 사람이 어떻게 새로 태어날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물과 성령으로 새로 태어나야 함”(요한 3,5)을 부연하신다. 물이 의미하는 바는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흘리신 물과 피를 통한 죄의 사함이요, 성령은 우리 마음에 새겨지는 하느님의 영이다. 이렇게 물과 성령으로 다시 태어날 때, 하느님의 자녀로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는 새 계약이 완성된다. 요컨대, 바오로 사도가 증언하듯이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당신 자녀(본질적인 차원이 아닌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통한 양자로서의 자녀)로 삼아 주셨을 뿐만 아니라, 성령의 도움으로 우리가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로 부를 수 있게 되었다.(로마 8,15) 구약성경에서나 당시 어떤 사람들도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른 경우는 없었다. 예수님만이 유일하게 하느님을 그렇게 불렀다. 당시 유다인들은 하느님의 이름을 직접 부르는 것을 불경스럽게 여겨, 일반적으로 “야훼” 하느님을 “아도나이”라고 불렀다. 신앙의 어머니요 안내자이신 성모 마리아이러한 상황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시 어린이가 자기 친부를 부를 때 쓰던 “Abba”(아빠)라는 명칭으로 하느님을 부르도록 한 것은 아주 이례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이것은 하느님과 예수님 사이의 특별한 관계, 즉 하느님에 대한 새로운 계시를 드러내 준다. 요컨대 “아빠, 아버지!”라는 하느님의 칭호는 예수님에게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가 아니라 실제적으로 당신 자신이 하느님과 본질이 같으신 분, 친자녀임을 의미한다. 예수님은 하느님과의 당신과의 새로운 관계를 계시함으로써, 그리고 우리를 당신 형제로 받아들임으로 해서 우리가 하느님과 새로운 관계를 맺도록 우리를 초대하셨다. 요컨대, 하느님과 인간과의 관계가 젖먹이 어린이가 그의 부모님과 관계를 맺듯이 아주 친밀하고 서로 신뢰하는 관계가 되어야 함을 제시하신 것이다.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의 자녀’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받았다.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어떤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함께 하신다는 것을 의미하며 동시에 하느님의 상속자(로마 8,17)가 되는 특권을 부여받게 됨을 가리킨다. 예수님이 선포한 복음은 바로 당신 아버지이신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깨닫게 하고, 그분과의 관계 안으로 초대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시나이 계약으로 온전히 회복되지 못한 하느님과의 관계는 예수님을 통해 새롭게 펼쳐진 하느님의 구원경륜을 통해 회복된다. 미사 성찬 기도문을 종결하는 마침 영광송은 삼위일체 하느님께 드리는 영광송이자 삼위일체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인간의 구원 여정을 드러내 주고 있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으로 하나 되어 전능하신 천주 성부, 모든 영예와 영광을 영원히 받으소서.”하느님께서 새롭게 펼치신 구원 경륜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으려면 안내자가 필요하다. 바로 그분은 예수님께서 십자가 상에서 당신 제자들에게 신앙의 어머니요, 신앙의 안내자로 내어주신 성모님이시다. 따라서 성모님의 시선으로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의 탄생의 기쁨을 맛보고(환희의 신비), 성모님의 시선으로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바치신 수난에 참여하고(고통의 신비), 성모님의 시선으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여 하늘에 오르신 그리스도의 영광에 참여(영광의 신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우리는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구원경륜의 심오한 사랑을 깨달아 예수 그리스도께서 펼치신 복음 선포에 참여하고 복음의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다. 김평만 신부(가톨릭중앙의료원 영성구현실장 겸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과 교수) cpbc2022.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