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의 기도’ 안에 담긴 진수 깨닫고 주님 사랑 깊이 음미하길20세기 대표 신학자 과르디니 신부‘주님의 기도’ 뜻과 지혜 한 구절씩 해설 로마노 과르디니의 주님의 기도 / 로마노 과르디니 신부 지음, 안소근 수녀 옮김 / 가톨릭출판사 “성경에 실린 모든 청원을 살펴보십시오. 나는 여러분이 그 안에서 주님의 기도에 포함되어 있지 않거나 거기서 기인하지 않은 어떤 것을 발견하리라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성 아우구스티노) “주님의 기도는 가장 완전한 기도입니다. 이 기도를 통해서 우리가 올바르게 바랄 모든 것을 청할 뿐 아니라 우리가 마땅히 청해야 할 순서대로 청하기도 합니다.”(성 토마스 아퀴나스) 그리스도인에게 첫째가는 기도이자 가장 중요한 기도는 ‘주님의 기도’이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직접 알려주신 기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친숙한 기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님의 기도’를 제대로 이해하며 바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섣불리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간단한 기도지만 거기에 담긴 심오한 뜻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로마노 과르디니의 주님의 기도」는 ‘주님의 기도’에 관한 해설서다. 20세기 대표적인 가톨릭 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과르디니(1885~1968) 신부가 집필했다. “‘하늘에 계신’이라는 단어는 ‘하느님, 저는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원합니다.’라는 것을 뜻한다. 이 말을 할 때 그리스도인은, 말하자면 그 하느님을 자신의 삶 안으로 들어오시게 하는 모험을 한다. 그는 하느님, 타자, 헤어질 수 없는 분이 들어오심으로써 자신의 삶을 방해하시도록 매일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Ⅰ’ 중에서) 책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는 호칭을 시작으로 일곱 가지의 청원을 거쳐 마지막 ‘아멘’에 이르기까지 ‘주님의 기도’에 담긴 뜻과 지혜를 한 구절씩 해석한다. 전반부의 청원들은 우리에게 하느님 이름의 신비, 하느님 나라의 신비, 그분의 뜻과 그 뜻이 갖는 의미의 신비를 알려준다. 후반부는 단순하고 분명하게 매일의 삶에 대해 말한다. 그러나 기도의 전반부에 비추어 해석된다. 책을 읽을수록 ‘주님의 기도’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나의 지향’과는 다를 수 있는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것이니 말이다. 글을 번역한 안소근(성 도미니코 선교 수녀회) 수녀 역시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마다 우리는 시험을 치르고 있다”며 “하느님이 진실로 나를 사랑하는 아버지기에 그분의 뜻이 어떤 것일지라도 사랑에서 오는 것임을 믿고,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랄 수 있는지,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마다 주님은 우리에게 물으신다”고 전했다. 저자 로마노 과르디니 신부는 이탈리아 태생으로 독일의 가톨릭 신학자이자 종교철학자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가톨릭 청년운동(퀴크보른, Quickborn) 및 전례 운동을 지도했고, 그리스도교적 실존철학의 입장에서 실존과 신앙문제에 대한 연구를 지속했다. 주요 저서로는 「삶과 나이」, 「전례의 정신」,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에 있어서의 종교적 형상」 등이 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평화신문2023.02.28
![[금주의 성인]성 치릴로와 성 메토디오 (2월 14일)](//cpbc.co.kr/CMS/newspaper/2023/02/rc/840485_1.0_titleImage_1.jpg)
[금주의 성인]성 치릴로와 성 메토디오 (2월 14일)826/827~869년과 820/825?~885년, 그리스 출생, 슬라브 민족의 사도, 유럽의 수호성인 치릴로 성인과 그의 형인 메토디오 성인은 그리스의 테살로니키에서 고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당시 테살로니키에는 슬라브인이 많이 살고 있었고, 훌륭한 학교 또한 많았습니다. 그래서 성인 형제는 어려서부터 슬라브 민족의 언어와 풍속을 자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치릴로 성인은 14세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콘스탄티노플로 가 황립학교에 다녔습니다. 그는 형처럼 슬라브어를 사용하는 지방의 총독직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하고는 사제품을 받고 황립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쳤습니다. 메토디오 성인은 옵시키온 지방의 슬라브 식민지 가운데 한 지역을 맡은 총독이 되었다가 물러난 뒤에는 은수자가 됐습니다.형제는 보스포루스의 수도원에서 살고 있었는데, 미카엘 3세 황제가 러시아의 드니프로강과 볼가 강변에서 사는 하자르족을 회개시키도록 파견하자 하자르 언어를 배워 수많은 이를 개종시켰습니다. 선교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치릴로 성인은 이후 몇 달 동안 교황청이 운영하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메토디오 성인은 소아시아 헬레스폰트에 있는 폴리크로니온 수도원의 원장이 됐습니다.863년에는 모라비아 국왕의 요청에 따라 성 포티우스 주교는 성인 형제를 모라비아인 개종을 위해 파견했습니다. 비록 모라비아인들을 개종시키는 데는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슬라브어 실력에서 뛰어난 면모를 보였습니다. 치릴로 성인은 선교를 위해 성경을 고대 슬라브어로 번역했고, 그리스 문자를 기초로 슬라브 알파벳을 만들었습니다. 완성된 키릴 문자는 여전히 러시아어와 다른 슬라브 언어의 알파벳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 치릴로 성인은 형의 도움으로 복음서와 시편, 바오로 서간을 슬라브어로 번역했고, 전례서 또한 슬라브어로 번역해 전례를 거행했습니다. 위기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라틴어만 사용하던 교회 전례에서 슬라브어를 사용하고, 또 성인 형제가 콘스탄티노플에서 왔다는 이유로 서방 교회의 이단 일파라는 의심도 받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독일 파사우의 주교가 사제 후보자 선발을 거부한 것은 성인 형제의 선교활동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행히 하드리아누스 2세 교황은 이들에게 매우 호의적이었고, 성인 형제가 크름(크림)반도에서 선종한 성 클레멘스 1세 교황의 시신을 인도하자 이들의 정통성을 확신해 전례에서 슬라브어를 사용하도록 인가했습니다.‘슬라브 민족의 사도’라고 불리는 형제는 동유럽 교회와 그리스 정교회에서 큰 공경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행한 전례는 오늘날에도 러시아, 세르비아,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그대로 전해오고 있습니다. 1985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회칙 「슬라브인의 사도들」을 통해 베네딕토 성인과 함께 이들을 유럽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했습니다. 평화신문2023.02.08

종교·과학은 상호 보완… 더 풍요로운 세계로 이끌어인천성모병원 전양환(레오) 교수, 바티칸 천체관측국 학술대회와 후속 연구 담은 「물리학, 철학…」 책임 번역 「물리학, 철학 그리고 신학-이해를 위한 공동 탐구」의 책임 번역자 전양환 교수가 종교와 과학 연구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과학은 종교를 오류와 미신으로부터 정화할 수 있고, 종교는 과학을 우상과 거짓의 절대성으로부터 정화할 수 있습니다. 과학과 종교는 보다 넓고 풍요로운 세상으로 서로를 이끌 수 있습니다.” 3월 10일 출판된 「물리학, 철학 그리고 신학-이해를 위한 공동 탐구」의 책임 번역자 전양환(레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성 요한 바오로 2세의 말을 빌려 이같이 말했다. 이 책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요청으로 1987년 열린 바티칸 천체관측국의 국제학술대회에서 나온 내용을 엮은 결실이다. 각 분야 20여 명의 전문가들은 당시 학술대회에서 진행된 공동 탐구를 바탕으로 후속 연구에 착수했고, 그 결과를 책에 담았다. 30여 년의 간격과 7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전 교수는 “과학과 종교가 각자의 온전함을 유지하면서 상호 작용하는 방식에 관한 구체적인 연구는 아직까지도 없다”며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1세기를 ‘과학과 영성’의 시대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과학은 우리가 느낄 정도로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문화적 상황에 맞게 신학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학은 무엇보다 사람들이 하느님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도움을 줘야 하고, 세상과 동떨어진 학문이 아니라는 사실에 기초한다. 특히 전 교수는 몇 년간 학교에서 ‘과학과 종교’를 주제로 선택 과정 세미나를 진행했던 경험을 나누며 이번 책 주제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젊은이들은 각자 나름대로 주장이 있었고, 교회를 비판하거나 무신론을 주장하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영성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습니다. 저는 그들의 이야기를 일종의 신앙 고백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는 걱정을 많이들 하지만, 저는 교회가 젊은이들을 보듬어 줄 방식을 모르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과학과 종교는 신앙을 접하게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주제입니다.” 아울러 “오랫동안 사변철학으로 설명하던 난해한 신학적 과제들을 오늘날에는 현대 과학의 개념을 통해 설명할 수 있게 됐다”면서 과학의 발전은 신앙 교리를 더 잘 설명할 기회가 된다고도 밝혔다. 전 교수는 과학과 종교에 관한 연구는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한국 교회에는 국제적으로도 영향을 끼칠 신학자, 철학자, 과학자가 많다”며 “이들이 교회 안에서 함께 연구할 수 있도록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난 유연한 시스템 구축 또한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우리의 신앙은 언제나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 그리고 기도하는 체험적 삶 안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은 하나의 실재입니다. 과학이 주장하는 세상과 신학이 교리적으로 설명하는 세상은 똑같은 하느님의 창조물입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알게 되는 세상은 바로 하느님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는 세상입니다.” 책은 전국 교계 서점에서 구매 가능하다. 문의: 02-740-9718, 가톨릭대학교출판부 박민규 기자 mk@cpbc.co.kr 박민규2023.03.27
![[신앙단상] 봉헌금 얼마 내세요?(김정환 아우구스티노, 심리학·신학)](https://img.cpbc.co.kr/newsimg/upload/2023/03/10/JUG1678442911286.jpg)
[신앙단상] 봉헌금 얼마 내세요?(김정환 아우구스티노, 심리학·신학) 주일 미사 봉헌금 얼마나 내시나요? 예전에는 ‘천 원만 내서 천주교’라는 얘기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사이 물가가 많이 올랐지요. 저도 꼬깃꼬깃 이천 원도, 오천 원도 내었다가 요즘은 대개 만 원을 냅니다. 지난 주일 새벽, 봉헌금을 찾는데 현금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요즘은 대개 카드로 계산하다 보니 따로 얼마를 찾아두었어야 했는데 깜빡했던 거지요. 여기저기 뒤지는데 코트 주머니에서 불쑥 오만 원이 나왔습니다. 마침 엊그제 지인에게 돌려받은 돈이었어요. 그런데 순간 멈칫했습니다. ‘오만 원! 오만 원? 오만 원…’ 일단 신사임당은 옆으로 모셔두고 더 열심히 주머니를 뒤졌습니다. 다행히도(?) 세종대왕님이 나오셨어요. 꽤 많은 돈을 빌려줬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만 원권을 들고 집을 나서는데, 왠지 성당 가는 마음이 찜찜했습니다. 성경에는 ‘가난한 과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성전에서 부자들이 큰돈을 쾌척하는 중에 가난한 과부가 헌금 궤에 다가와 동전 두 닢을 넣었지요. 그 모습을 본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저 과부가 누구보다 많은 것을 바쳤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녀는 자기가 가진 전부를 내었기 때문이지요. 저는 그렇게는 못하겠던 것입니다. 오만 원이 튀어나왔을 때, 이대로 낼까 하다가 들었던 생각은 ‘이걸 쪼개면 다음 주에도 낼 수 있는데’ 였어요. 가만 되짚어 보니 그것도 봉헌을 핑계 삼아 본심을 슬쩍 감춘 것 같습니다. 진짜 마음은 더 간단했어요. ‘다 내기 아깝다!’ 왜 아까울까요? 물론 큰돈입니다. 오만 원에서 만 원을 빼고 사만 원이면, 도대체 라면이 몇 개인가요. 하지만 그렇게 구체적인 데까지 생각이 이르지 않아도 더 좀스러운 이유가 있었습니다. 합격이나 승진처럼 뭔가 특별히 청원할 것도 없는데, 평범한 주일 미사에 오만 원이나 내려니 주저되었던 거지요. 그러니 그간 봉헌금을 내왔던 제 속마음이 이참에 다 들통 났습니다. 말은 ‘우리들의 정성’이니 ‘이웃과의 나눔’이니 했지만, 저는 그저 미사 참여를 위한 최소액만 셈해 온 것이었어요. 게다가 ‘특별히 부탁드릴 것도 없는데 오만 원은 아깝다’니요. 그럼 그동안 저는 ‘예수님 마트’에 은총을 사러 다닌 거지요. 그것도 가능하면 세일하는 것으로요. 물론 주님께 무언가를 청하는 마음 자체가 나쁜 건 아닐 겁니다. 다만 그러한 기복에만 머물 때, 성당은 마트 아니면 경매장이 되겠지요. 과부 이야기의 참뜻도 ‘은총을 받으려면 가진 걸 다 내놓으라’는 협박은 아닐 거예요. 아마 봉헌의 진짜 의미는 ‘나’로부터 잠시 벗어나는 데에 있지 않을까요. 나를 지탱하던 물질 일부를 헐어내 봄으로써 나는 본래 물질이 아닌 하느님에 의지해 사는 존재라는 자각을, 그리고 내 라면만이 아니라 이웃의 라면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해 보게 되는 것이지요. 만 원 한 장에 저의 바닥을 보았지만, 덕분에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으니 결과적으로는 ‘만 원의 행복’인 셈인가요. 그러나저러나 이번 주에는 미리미리 봉헌금을 준비해 두어야겠습니다. 김정환 아우구스티노 (중년의 대학생, 연세대학교 심리학·신학)cpbc2023.03.10
![[금주의 성인]성 안토니오 아빠스 (1월 17일)](//cpbc.co.kr/CMS/newspaper/2023/01/rc/839210_1.0_titleImage_1.jpg)
[금주의 성인]성 안토니오 아빠스 (1월 17일)251~356년, 이집트 출생 및 선종, 수도원장, 은수자들의 아버지 안토니오 성인은 이집트 중부 코마나의 부유한 그리스도교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스무 살 되던 해, 부모를 여읜 성인은 성당에 갔다가 우연히 한 복음 말씀을 듣게 되었습니다.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마태 19,21 참고)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봉헌할 결심을 한 그는 상속받은 재산 중 누이동생을 위해 일부만 남겨두고 모두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성인은 고향 근처 한적한 곳으로 가서 은수자의 지도를 받으며 독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312년에는 “더 깊은 사막으로 들어가라”는 부르심을 받고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산기슭에 있는 빈 무덤 동굴에 거처를 마련한 뒤 15년 동안 노동과 기도 그리고 성경 읽기에 전념했습니다. 디오클레티아누스와 막시미아누스 황제의 그리스도교 박해 때는 순교할 각오로 알렉산드리아로 가 사형 선고를 받은 신자들을 도와주기도 했습니다.그 후 성인은 나일강 끝에 자리한 피스피르 산에 들어갔다가 텅 비어 있는 성채를 발견하고, 약 20년 동안 다시 독수 생활을 했습니다. 성인의 뛰어난 성덕과 수많은 기적에 관한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그를 찾아왔습니다. 제자가 되기를 원했던 많은 이에 의해 은수자 집단이 여러 곳에서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성인은 독수자로서 더욱 충실한 삶을 살기 위해 홍해 근처에 있는 콜짐이라는 높은 산으로 들어가 기도와 수덕 생활에 열중했습니다. 만일 전승이 옳다고 한다면 그는 356년 105세의 나이로 그곳에서 선종했습니다. 성인은 ‘사막의 교부’, ‘모든 수도자들의 원조’, ‘은수자들의 아버지’로 공경을 받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은수자들을 한데 모아 공동생활을 시작했고, 일정한 규칙을 제공하며 지도했기 때문입니다.교회 미술에서 성인은 보통 지팡이와 책, 종을 갖고 있거나 작은 돼지와 함께 표현됩니다. 돼지가 등장하는 이유는 성인에게 치유를 청하는 환자들을 돼지 지방으로 치료해 도움을 주었다는 전승에서 시작됐습니다. 또 다른 전승에 따르면, 어느 날 사막에서 악마가 멧돼지의 몸을 빌려 성인에게 나타났지만, 기도로 악마를 쫓아내고 그 멧돼지를 길들였다는 이야기에서 기인했습니다. 종은 돼지를 부를 때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평화신문2023.01.12

3년간 머리 맞대고 1400쪽 번역… “혼자라면 못 했을 은혜로운 시간”그릴마이어 추기경의 「교부들의 그리스도론」 공동 번역가들 인터뷰 왼쪽부터 안소근 수녀, 허규 신부, 김형수 신부, 최대환 신부가 공동 번역 과정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릴마이어(Alois Grillmeier, 1910~1998) 추기경의 「교회 신앙 안의 예수 그리스도」(1990) 1권이 한국어로 번역·출간되었다. 「교부들의 그리스도론」이란 제목으로 사도 시대에서 칼케돈 공의회까지의 그리스도론을 다룬 이 책은 초판 이후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현대 신학계에서 규범적이며 모범적인 연구로 평가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초대 교회의 그리스도교 공동체로 출발해 교회가 복음을 선포하는 과정에서 마주했던 다양한 상황과 방대한 만남, 그 안에서 나오는 다채로운 연구 주제들을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복음서가 선포하는 예수 그리스도, 그 바탕을 이루는 유다교 구약 성경의 신앙 전통, 당대 헬레니즘 세계와 그리스도교의 조우, 스토아 철학과 중기 내지 후기 플라톤주의 등 그 시대 철학과 영향은 물론이고, 선포된 신앙을 견지했던 정통 교부들, 여러 이단과 수많은 학파, 니케아, 콘스탄티노폴리스, 에페소, 칼케돈 공의회에서 이뤄진 주요 신앙 정식의 선포 등 그리스도론의 거대한 흐름을 조망하고 있다. 덕분에 책은 총 1400쪽에 달한다. 그렇다면 시대와 역사는 물론이고 주요 학문을 총망라한 이 책을 과연 누가 번역했을까? 최대환 신부(이하 최 신부) : 2007년에 술 마시면서 우리끼리 ‘이 책은 누가 번역할까?’ 하다가 시작된 거죠. 김형수 신부(이하 김 신부) : 아니, 식사하면서. 허규 신부(이하 허 신부) : 맨정신에는 못 했지.(웃음) 역시 혼자서는 불가능한 작업이었나 보다. 오랜 기간 연구와 저술 활동을 펼쳐온 5명이 무려 3년 동안 번역에 매달렸다. 바로 김형수(부산교구) 신부, 신정훈(서울대교구) 신부, 안소근 수녀(성도미니코선교수녀회), 최대환(의정부교구) 신부, 허규(서울대교구) 신부다. 2000년대 초반 우연히 독일 뮌헨에서 같이 공부했던 네 신부가 함께한 자리에서 꺼낸 ‘번역’ 얘기가 김 신부가 서울에 오고, 수많은 번역 작업을 해온 안 수녀가 영입되면서 2019년 본격화된 것이다. 3년 동안 1000쪽이 넘는 책을 번역하자면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을까. 아니,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겠나. 현재 독일에 있는 신 신부를 제외한 네 명을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에서 만났다. - 「교부들의 그리스도론」 그렇게 대단한 책인가? 최 신부 : 가톨릭 교의신학에서 교부들의 그리스도론을 연구하는 데 있어 전환점이 된 책이라 할 수 있죠. 철학을 원용해 그리스도에 관한 교의를 형성하는 과정이 타당했느냐는 논쟁이 있었는데, 교부들이 오랜 기간 토론과 격론을 통해 비판적으로 수용했다는 걸 잘 보여주거든요. 이에 대한 강의록은 1940년대부터 있었고, 독일어로 1980년대까지 증보판으로 나왔어요. 5명이 번역하기도 힘든데, 이 분은 그 시대에 혼자서 타자기로 쳤다는 게 더 놀랍죠. 안 수녀 : 주요 서적의 각주에 계속 나오는 책이에요. 이번에 번역하면서 느낀 점은 저자가 그리스도 철학을 받아들인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해줬다는 거예요. 대표적으로 우리는 ‘네스토리우스 같은 경우 이단이고 키릴루스는 정통이니까 키릴루스 말만 맞다’고 생각하는데, 저자는 네스토리우스가 어떤 배경에서 이런 말을 했고, 처음에는 잘못이 아니었을 수 있다는 점 등을 많이 참작해준 것 같더라고요. 이단으로 결정되는 것은 나중의 문제이고, 그전까지는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최 신부 : 1960~1970년대 독일 신학생들은 모두 봤던 책이에요. 오늘날 학생들에게는 더 요령 있게 정리된 책이 많지만, 그 교재가 나올 수 있었던 교과서라고 할까요. 또 저자가 독일 분이라 교회 일치에 관심이 많았는데, 신 신부가 공을 들인 해제에도 밝혔듯이, 교회 분열이 교의의 분열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정치적 이유가 많거든요. 신학의 원류로 가면 화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교부를 중심으로 한 그리스도론을 충분히 이해하면 서로 포용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지겠죠. - 공동 번역, 의견 충돌은 없었을까? 김 신부 : 의견 충돌이라기보다는 ‘용어 선택’에 시간이 걸렸어요. 최 신부 : 교의신학자, 성서학자, 철학자가 민감한 부분이 따로 있거든요. 그런 부분은 배운다는 생각으로, 또 너무 고집하지 않는 자세는 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안 수녀 : 누군가와 같이 번역하려면 자기 고집을 어느 정도는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해요. 아니면 그중 한 명이 절대적 권위를 갖고 있거나. 우리는 신 신부님이 그 역할을 했는데, 각자 분야가 다르다 보니 전문 분야에서는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받아들인 편이에요. 최 신부 : 저희도 꽤 오랫동안 공부했다고 생각하는데, 내용도 어렵고 생전 보지 못한 책과 사람이 너무나 많아서 놀랐어요. 일단 예전에 나온 책이라 PDF 파일로 돼 있지 않아서 제가 가진 원본을 희생시켰어요. 일은 먼저 나눠서 초안을 쓰고, 언어적으로 수녀님이 한 번 다듬으시고, 그걸 최종적으로 신 신부에게 보냈어요. 아무래도 교의신학자니까. 저희끼리 모여서 윤독하면서 다시 보고. 그때 용어나 내용을 두고도 토론을 많이 했죠. 허 신부 : 가장 걱정되는 사람은 편집자였어요. 원고 다 넘기고 나서 우리끼리 ‘편집자는 어떻게 하지?’ 얘기했거든요.(웃음) - 지금의 관점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없을까? 최 신부 : 신 신부님 해석에 따르면 (그리스도론 발전 과정 및 교회 정치 차원에서 서로 다른 중점을 가지고 막대한 영향을 끼친) 알렉산드리아 학파와 안티오키아 학파 중 저자는 알렉산드리아 학파에 좀더 공감하는 면이 있다고 하셨어요. 지금의 관점에서는 좀 경도된 면이 있죠. 허 신부 : 일단 옛날 책이라 기술 방식이 좀 달라요. 객관적인 내용만 쓰기보다는 저자의 생각이 들어가죠. ‘내가 보기에···’ 이런 식으로. 전체적으로 보면 이쪽을 좀 두둔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그것도 이 책의 장점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최 신부 : 그 시대 신학자들이 지닌 자신감이 있어요. 통찰이 상당히 많은데, 요즘은 그런 식으로 글을 쓰지 않잖아요. 다들 문헌에 의존하니까. 그리고 무척 복잡하게 얘기하고 나서 ‘진리는 단순한 것이다, 다 소용없다’ 이런 식으로 마무리된 면이 있어서 다들 웃기도 했어요. 김 신부 : 토마스 아퀴나스가 나중에 절필한 것처럼.(웃음) 내가 다 해보니 그렇더라···. 대가만이 할 수 있는 얘기겠죠. 사실 작업하면서 윤독하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100번을 넘게 읽었으니까. - 다음엔 뭐하지? 허 신부 : 번역을 끝내고 다들 ‘다음엔 뭐하지?’ 얘기했어요.(웃음) 안 수녀 : 과르디니의 「주님」 번역하자고. 또 이어갈 수 있는 게 책은 복잡했지만, 일주일에 한 번 모여서 같이 얘기하고 작업하는 게 좋았어요. 최 신부 : 번역은 고사하고 혼자라면 다 읽지도 못했을 책인데, 그래서 번역 작업 자체가 은혜로운 시간이었어요. 허 신부 : 은혜로운? 최 신부 : 은총이라고 할까? 풍요로운으로 하죠. 이런 식으로 작업했어요.(웃음) 덕분에 저희도 배우는 시간이었고, 출판사에서 오래 기다려주셔서 할 수 있는 만큼은 완성도 있게 작업했고요. 아마 2~3년만 늦었어도 못 했을 거예요. 우리 모두 눈이 침침해져서.(웃음) 김 신부 : 개인적으로는 2019년부터 서울에서 생활하게 됐는데, 번역하는 시간을 통해서 많은 위로와 가족적인 따뜻함을 느꼈고요. 허 신부 : 한국 사회는 다들 바쁘잖아요. 공부하는 사람들이 협업하기도 쉽지 않은데, 이런 기회가 있어서 감사했고, 이런 작업을 하는 것도 우리에게 주어진 좋은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윤하정2023.09.05

동티모르의 따뜻한 환대와 믿음의 힘동티모르에서 이동철 신부 (4·끝)‘선교지에서 온 편지’에 저의 편지를 보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너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든다. 신문에 기고되는 내용이지만, 편지니까 편안하게 선교지에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나누면 되겠다!’ 편지를 띄울 수 있고, 제 편지를 받는 분들이 계셔서 행복합니다. 비가 많이 와 비포장도로 급경사에서 차가 못 올라가고 미끌어져 있을 때 마을 신자들이 올라와 차를 끌어주고 있는 모습. 흙탕길 헤치며 드리는 미사 우기 때, 주일 미사가 있는 날이면 꼭 오전에 일찍 출발해 가야 하는 공소가 있습니다. 공소가 산 아래에 있는데, 그 길은 경사가 있는 비포장길이며, 우기 때마다 심각한 진흙길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전보다는 오후에 비가 많이 오기에 우기 때면 우선순위에서 가장 먼저 염두에 두고 미사를 하러 가는 곳입니다. 우기이던 어느 날, 주일 오전 미사 중에 비가 내렸습니다. 그렇게 많이 오진 않았기에 걱정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미사 후 다음 공소로 가려고 차로 비포장 경사길을 오르는데, 차가 갑자기 미끄러지기를 한두 번 하더니, 결국 길이 깊게 파여 빠져버렸습니다. 차는 오르지 못했고, 심지어 길 밖으로 미끄러지는 것이 아닙니까! 안절부절, 근심걱정, 갈팡질팡. 이런 제 모습을 보고 근처에 있던 신자분이 와서 제게 딱 한마디 하셨습니다. “아무(Amu)~!” ‘Amu’는 동티모르어인 떼뚬어로 ‘신부’입니다. 그는 저를 부르긴 하셨지만, 그 상황을 보고 같이 ‘얼음’이 된 듯했습니다. 그러나 곧바로 사라지더니 얼마 후 마을 신자들을 우르르 데리고 오셨습니다. 밧줄을 갖고 온 신자 분들, 삽을 들고 온 신자, 심지어 돌을 들고 온 이까지. 그러면서 다들 한마디 하셨습니다. “아무(Amu)~!” 그리고 그들은 이내 웃는 얼굴로 저를 위로해주고, 안심시켜주셨습니다. 함께 올라온 아이들은 좋은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재미있다는 얼굴입니다. 저도 얼굴은 웃긴 했지만, 속으로는 ‘아, 민폐를 끼쳤구나! 이런 민폐쟁이 이동철! 아이쿠~’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드디어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내 다시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는 과정이 수없이 반복됐습니다. 앞에서 차를 당기는 신자들은 함께 미끄러지며 넘어져 진흙 범벅이 되고, 뒤에서 차를 미는 신자들은 진흙이 튀어 역시 같은 진흙 범벅이 되었습니다. 얼마나 죄송했던지요. 어디 숨고 싶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결국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전 공소로 다시 돌아왔고, 예정에 없던 1박을 그곳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계획에 없던 1박에도 따듯하게 맞아줘 멍하니 있는데, 신자들은 이리저리 바삐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제게도 예정에 없었지만, 공소 신자들에게도 계획에 없던 사제의 1박이 생긴 상황이었기에 식사와 잠자리 준비로 분주하게 된 것입니다. 음식을 준비하는 복사단과 자매님들, 그리고 잠자리까지 마련해주시는 공소 회장님과 교육분과장님까지. 예정에 없었음에도 사제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공소 신자들을 보며, 감사함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화전민들인 그들은 나무를 해서 음식을 준비했고, 사제가 먹는 식사라고 해서 달걀후라이라는 특식까지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집에서 가장 깨끗한 침구류 세트도 내주셨습니다. 역시나 아이들은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공소에 몰려와 신이 난 얼굴로 함께 있어 줬습니다. 그들의 그런 모습이 제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습니다. 바닥이 온돌도 아니었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마을이라 새벽에 춥기도 했지만, 마음만은 따뜻했습니다. 다음날 새벽 신자들은 제가 일어나기도 전에 미리 음식을 해주셨고, 새벽 6시에 공소를 떠날 수 있었습니다. 잊지 못할 환대였고, 귀한 만찬이었습니다. 신자들이 차려준 성대한 저녁식사. 신자들에게 느끼는 감사함과 미안함 일정을 미리 잡고 공소를 방문할 때도 있습니다. 이때 온 마을 사람들이 공소 성당으로 와서 맞이해줍니다. 이때에도 그들은 음식을 준비합니다. 계획된 일정이라 음식도 많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사제가 먹고 남은 음식은 복사단이 주방에서 먹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로 맛있는 반찬은 복사단 아이들에게도 맛있는 것이기에 조금만 먹었습니다. 이 사실을 몰랐을 땐 맛있는 음식이라면 생각 없이 먹고 싶은 대로 먹었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복사단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합니다. 신자들이 예기치 않게 저희 수도원으로 찾아올 때도 있습니다. 대부분 아파서 약을 달라고 하거나 다쳐서 치료해달라고 오는 경우입니다. 잠깐 이야기 나누며 약을 드리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신자들이 찾아오는 시간이 제가 강론을 쓰는 시간에 큰 영향을 주진 않습니다. 지금도 떼뚬어가 많이 부족하지만, 초반엔 얼마나 부족했을까요? 아마 강론을 준비하며 애쓰는 저보다 그 강론을 듣는 신자들이 더 애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강론을 쓰고 있는데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창문 너머로 눈을 돌리니 아이들이 수도원 성당 앞 꽃밭에 앉아있는 것이었습니다. 나가서 물었습니다. “애들아~ 무슨 일이야?” 아이들은 “아무(Amu)~ 잡초 뽑으러 왔어요”라고 답합니다. 저의 게으름과 무관심으로 잡초가 무성해져 지저분해진 것을 아이들이 알아채고는 깨끗하게 해주려고 온 것이었습니다. 그들 중엔 4살 아이도 있었습니다. 고마움도 있었지만, 또 얼마나 미안하던지요. 제가 해야 할 일을 아이들이 대신해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남에 따라 제 머릿속은 ‘강론 써야 하는데…’하는 것에만 머물러 아이들을 빨리 돌려보낼 생각만 했습니다. 많은 신자의 환대를 받으며 감사했던 제가 저를 도와주겠다고 기꺼이 온 아이들을 환대가 아닌 오히려 빨리 돌려보낼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강론을 쓰며 성경 속에서 만난 예수님을 강론으로 풀어낼 생각만 했지, 뜻밖에 찾아온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아이들이 수도원 풀을 뽑고 있는 모습. 사람 냄새 나는 동티모르 신자들 동티모르의 신자들을 보면서 사람과 함께 살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사람들과 함께 살았고, 그 느낌을 자주 느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느꼈던 그것과는 다른 ‘사람 느낌’입니다. 그날을 돌아보면 그들의 신앙 속에 어린이와 같은 마음을 지닌 믿음을 봅니다. 신앙을 자신들의 삶에 중심에 두고, 그 신앙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제가 선교 사도직을 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들이 저를 대상으로 선교 사도직을 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저는 정말 그들을 통해 신앙을 배우고 있습니다. 한국에 휴가를 가게 되면, 어떤 신자분들은 제게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봅니다. 한국에서 보면 힘들 수 있습니다. 세계 최빈국이니 그렇게 보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겠지요. 그러나 그들 속에서 살다 보면 저희 수사들보다 더 불편하고, 힘들고, 어렵게 살고 계시는 분들이 많기에 오히려 저는 ‘동티모르에서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누리고 살고 있진 않은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는 화전민들이 아닙니다. 전기가 들어올 땐 인덕션을 사용하고, 정전되면 가스 불을 사용합니다. 정전이 3일 정도 이어지면 냉동실 고기에서 핏물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고기를 보관해서 먹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과학 문명을 누리고 살고 있는 저희들입니다. 힘들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오히려 그들의 문화에 더 젖어들지 못해 미안할 뿐입니다. 미사전 복사단들과 함께 찰칵(이동철베드로 수사) 후원 계좌 : 하나은행 220-890023-89804 예금주 : (재)천주교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이동철(베드로) 신부 /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동티모르 순교복자수도원 성소 담당 cpbc2023.09.20

엄격하게만 느껴지는 수도원에서 펼쳐지는 시트콤 같은 일상30년의 수도원 생활 담은 「신부 생활」 펴낸 안성철 신부 신부 생활안성철 신부 지음 / 시공사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신부의 존재는 잘 안다. 그런데 가톨릭 신자라도 수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수사 신부는 어떤 사람일까? 또 그들이 사는 수도원은 어떤 곳일까?“사람들이 수사님의 존재를 너무 몰라요. 우리 수도원이 바오로딸과 붙어 있는데, 동네 사람들도 수녀님은 알아보지만 우리는 수도원에서 일하는 직원으로 알거든요.”(웃음)성 바오로 수도회에 입회해 2001년 사제품을 받은 안성철(마조리노) 신부가 30년의 수도원 생활을 엮은 「신부 생활」을 펴냈다. 수도회 입회 기준이 유머감각 내지는 엉뚱함인지 의심스럽게, 근엄하고 엄숙한 수도원 이야기가 아니라 유쾌하다 못해 포복절도할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농담과 장난은 일상이요, 수도자들도 귀여운 거짓말을 하고, 이른바 땡땡이를 부린다. “저는 수도원에서 지내는 게 행복하고 즐거워요. 고행하려고, 죄인들의 보속을 위해 수도원에 들어온 게 아니거든요.”수도원 사제가 교구 사제와 가장 다른 점이 바로 공동체 생활이다. 안 신부는 공동체가 좋아서 수도회에 입회했다. 그런데 아무리 수도원이라고 해도,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게 어디 쉬울까. “매우 힘든 사람도 있죠. 그게 수도원에 사는 의미이고 고행이에요. 고행을 억지로 하는 게 아니고 그 많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 수도원에서 잘 살면 아마 결혼해서도 잘 살 요.(웃음) 그리고 저희가 매일 이렇게 웃고만 지내는 건 아니죠. 진지하게 기도하고, 우울한 날도 있고, 일할 때는 의견이 달라서 다투기도 하고요.” 많은 성직자와 수도자가 그렇듯 안 신부 역시 지난 30년간 서울에서 제주로, 미국에서 영국으로 자주 사목지를 옮겨야만 했다. 짐은 캐리어 하나에 라면박스 5~6개 정도. 많은 사람이 그토록 갈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청빈, 정결, 순명’의 종신 서원을 지키면서 그토록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결혼하라고 하면 나도 당장 하죠.(웃음) 가끔 사람들이 다시 태어나도 사제가 될 거냐고 물어봐요. 제가 19살에 수도원에 들어왔는데, 한 번 이렇게 살아봤으니 다음 세상에는 19살에 장가가려고요. 그리고 수도원은 필요한 걸 청구하면 다 사줘요. 이동하는 곳마다 기본적인 가구나 이불은 있으니까 짐이 단출할 수밖에 없죠.”성 바오로 수도회는 매스컴의 역할이 커질 것을 내다본 복자 야고보 알베리오네 신부가 100여 년 전에 인쇄기술학교를 세우면서 설립한 수도 공동체다. 매스컴과 미디어가 선한 영향력을 갖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출판을 중심으로 여러 매체를 활용해 복음을 전파하고 있다. “수도회별로 하는 일이 다양해요. 우리는 주로 책을 만들지만, 가난하고 버림받은 사람을 도와주는 곳도 있고, 농사짓고 치즈 만드는 곳도 있고요. 책을 읽고 성소자 모임에 와보고 싶다는 이들도있는데, 무엇보다 ‘내가 그곳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해요.”이번 책은 몇 년 전 진행했던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마조리노 신부의 주크박스’가 단초가 됐다. 그때 들려준 수도원 이야기를 우연히 접한 출판사 관계자가 책을 엮자고 제안했다.“제 방송에 하느님이나 성경 구절이 한 번도 안 나오는데, 하느님이 느껴지고 성경 말씀이 담겨 있는 것 같다며 출간을 제안하시더라고요. 불현듯 ‘이게 현대의 복음화구나!’ 싶었어요.”그렇게 시작된 책 작업은 관계자와 그 아내가 세례를 받는 계기가 됐고, 가톨릭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수도원 생활을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하게 됐다. 출판사에서는 투박하고 진솔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맞춤법 외에는 손대지 않았다는데, 문장력이 좋은 것인지 특유의 유머감각 때문인지 첫 책이라고는 믿기지 않게 술술 읽힌다. 무엇보다 평균 연령 40대 중후반의 수도자들이 모인 곳이 마치 대학생들의 기숙사 생활처럼 유쾌하고 호탕하다. “바오로 사도가 언제나 기뻐하라고 했는데, 방송이나 라디오, 책뿐만 아니라 나 자신이 매체잖아요. 우리가 웃고 행복한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예수님의 기쁜 소식을 느낄 수 있어야죠. 오늘이라는 하루는 하느님이 허락해주신 놀이터입니다. 모든 분이 평범한 일상에서 하루하루 눈을 뜨고 깨어서 재밌게 생활하셨으면 좋겠어요.”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문채현2022.12.07

주님 죽음 묵상하며, 기도와 참회로 그리스도 부활 기다리자사순 시기 묵상에 도움 될 만한 도서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고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 시기가 시작됐다. 재의 수요일부터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 전까지 40일간 기도와 참회에 도움이 될 만한 도서를 살펴봤다. 사랑의 계시 / 노리치의 율리아나 지음 / 강대인 옮김 / 가톨릭출판사「사랑의 계시」는 노리치의 율리아나가 1373년 깊은 병고 중에 하느님께 받은 계시와 이에 대해 묵상한 기록이다. 그녀는 중세 잉글랜드의 뛰어난 신비가이자 은수자로, 당시 노리치에 있는 성 율리아노 성당 인근의 작은 은수처에서 살았다. 율리아나는 16차례 환시를 경험했고, 그때마다 그리스도의 수난과 삼위일체에 대한 계시를 받았다. 그 계시를 통해 삼위일체 신비에 대해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이해하며 구원에 다가간다. 또 죄의 결과가 고통이지만, 고통을 통해 정화되고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게 되므로 죄의 기능도 구원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그리스도가 수난당하신 것이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 때문이기에 인간은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머물러야 한다고 강조했다.“주님께서는 당신이 원하실 때에 자유롭게 주십니다. 그리고 때로는 슬픔 안에 있도록 고통을 주십니다. 그 둘 다 하나인 사랑입니다. 우리가 온 힘을 다해 위로 안에서 우리 자신을 유지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 지복은 영원히 지속되며, 고통은 지나가고 구원받을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해도 미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고통에 대해 슬퍼하고 탄식하며 그 감정을 따르는 것은 하느님의 뜻이 아닙니다. 고통을 속히 초월하여, 영원한 기쁨 안에 머무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제15장 ‘고통의 감정을 따르는 것은 하느님의 뜻이 아님’ 중에서)율리아나의 삶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것이 거의 없지만 「사랑의 계시(Revelations of Divine Love)」는 여성이 영어로 남긴 첫 작품으로 영문학에서도 매우 중요시한다. 이번 책에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10년에 남긴 관련 강론도 수록되어 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되어라 / 박재찬 신부 글 · 하삼두 그림 / 분도출판사 “깊은 명상 가운데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그분과의 신비로운 사랑의 일치를 체험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관상(觀想, contemplation)’이다. 이러한 하느님 사랑과의 일치는 우리가 우리 자신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해준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 힘으로 도달할 수 없는 은총으로서의 관상 체험에 지나치게 집중하여 ‘일상’의 중요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 관상을 통해 깨어난 이는 거창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것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작은 들꽃에서 우주를 바라보는 이들이다.”(36쪽)토마스 머튼(1915~1968)은 북미에서 널리 알려진 현대 영성가다. 오늘날 많은 이가 머튼의 영성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의 삶과 영적 여정을 통해 스스로를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외롭고 힘들게 살았으며, 지적 반항아로 방탕하게 살았다. 수도자가 된 뒤에도 방황과 혼란은 지속됐다. 그러나 멈추지 않고 하느님을 찾고자 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 토마스 머튼을 연구한 박재찬(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신부는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자신이 소화하고 묵상한 머튼의 영성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2019년 5월부터 1년간 「가톨릭평화신문」에 연재한 글과 여러 곳에 기고한 관련 글을 모은 것이다. 고독과 침묵, 기도와 관상을 통해 자신 안에 이미 살아계신 사랑이신 예수님을 발견하고, 그분과 하나 되어 그 사랑을 사람들과 나누고자 했던 머튼의 생애와 영성을 발견할 수 있다.기억하라 - 메멘토 모리(사순 묵상) / 테레사 알리시아 노블 수녀 지음 / 민영문 옮김 / 바오로딸“모든 언행에서 너의 마지막 때를 생각하여라. 그러면 결코 죄를 짓지 않으리라.”(집회 7,36)라틴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 ‘네가 죽는다는 것을 잊지 마라’는 뜻이다. 고대 로마에서는 승리를 거두고 돌아오는 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메멘토 모리’를 외치게 했다. 이는 개선장군에게 겸손을 일깨우는 경고 장치였다. 이 문구는 삶 안에 이미 들어와 있는 죽음을 의식하고 현재 삶의 참된 가치를 찾도록 교훈을 준다.「기억하라 - 메멘토 모리(사순 묵상)」는 죽음을 묵상하는 오래된 영적 훈련 전통인 ‘메멘토 모리’를 재의 수요일부터 주님 부활 대축일까지 날마다 실천할 수 있는 묵상서다. 매일의 묵상은 여섯 단계로 구성된다. 당일 전례 말씀의 성경 장절을 소개한 뒤 묵상을 이끌 성경 구절을 인용한다. 이를 중심으로 메멘토 모리 묵상 글이 주어지고, 죽음의 순간을 생각하며 하루를 되돌아보는 성찰과 여러 상황에 놓인 세상의 많은 이를 위한 중재기도로 이어진다. 이후 교부들과 성인들 말씀이 주어지고, 마지막으로 묵상과 기도를 글이나 그림으로 기록하도록 이끈다. 인간적인 죽음을 위하여 / 유성이 지음 / 멘토프레스‘죽음’에 대한 책이다. 아니,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에 대해 상세히 기술한 책이다. 저자 유성이(마리아) 씨는 2007년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본격적으로 ‘죽음학’을 연구하며 박물관, 호스피스병원, 학교 등에서 죽음과 삶을 성찰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특히 어머니보다 12년을 더 살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쓸쓸한 죽음을 지켜보며 노년의 삶과 인간적 임종을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책으로만 하는 연구가 아니라, 2020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호스피스(hospice, 임종이 다가온 환자를 전인적으로 돌봄) 병원에 뛰어들었다. 「인간적인 죽음을 위하여」는 유성이 작가가 ‘간병사’로서 직접 체험한 기록이다. 2021년 1월 22일 호스피스병원에서 만난 88세 어르신(도미니코)이 죽어가는 시간 속에서 생명을 지닌 한 인간으로 존재했던 22일간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담았다. 그 과정에서 저자 개인의 팍팍한 삶도, 부모의 죽음과 그를 둘러싼 수많은 우여곡절도, 또 죽음을 맞이하게 될 노인들의 삶과 생각도 마치 내 얘기처럼 맞물린다. 현재 가톨릭대학교에서 생명윤리학 박사과정에 있는 저자는 인간적인 죽음을 맞기 위해 개인 스스로가 자기 돌봄을 하며 현실적인 준비도 해야겠지만, 타인의 도움이 절대 필요함을 강조한다.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장 정재우 신부는 추천사에서 “생의 말기를 지내는 환자를 돌보는 모습이 담긴 이 책은 ‘돌봄’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고 전했다.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cpbc2023.02.22

서울 화곡본동본당, 공동체 첫 신앙수기 펴내지난해 정월기 신부 부임 이후신자들 신앙수기 공모 시작60편 실린 「주님 사랑」 발간 사목적 해설 더해 묵상 이끌어 서울대교구 화곡본동본당 공동체 식구들이 주님과 함께한 사랑 이야기 「주님 사랑」. “죽어가는 사람들은 너무너무 살고 싶어하는데, 세상의 어떤 것도 그들의 삶을 연장할 수 없다. 죽어가는 사람들 대신에 내가 사는 것 같아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기에 내게 주어진 1초도 허투루 낭비할 수가 없다. 그래서 열심히 기도하고 일하며 하느님을 찬미하고 내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봉사하며 살게 된다.…” 80세 고령에도 간호사로 일하는 신은열(방그라시아)씨는 ‘요양병원 중환자실에서’라는 제목의 수기를 통해 평생 살아온 이야기를 본당 공동체에 전했다. 요즘도 야간근무를 자청하며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들에게 자비의 손길을 베풀고 복음을 전하고 대세를 준 이야기, 남편과 결혼과 남편의 사업이 부도가 나며 겪은 고단한 삶의 이야기, 남편이 2011년 뇌출혈로 쓰러져 하늘나라로 떠난 얘기 등등이 올올이 풀려나온다.서울대교구 화곡본동본당(주임 정월기 신부)은 최근 본당 식구들이 주님과 함께한 사랑 이야기 「주님 사랑」을 펴냈다. 한 편 한 편이 뼈아픈 고통과 시련 가운데서 하느님을 체험한 이들의 보석처럼 빛나는 신앙 이야기이고, 하느님 없이는 도무지 살 수가 없어 하느님께만 매달리며 하느님만 붙안고 살아온 이들의 생생한 사도행전, 곧 ‘화곡 행전’이다. 화곡본동본당에서 신앙 수기를 펴내게 된 건 2021년 2월 본당 주임으로 정월기 신부가 부임한 것이 계기가 됐다. 부임하자마자 정 신부는 주보에 신앙수기를 공모하고, 신자들이 글쓰기를 힘겨워하면, 그 이야기를 신자들이 구술하도록 하고 그 내용을 정리할 기자단도 함께 모집했다. 하지만 수기 공모도, 기자단 모집도 지지부진했다. 이에 정 신부는 국어교사 출신인 박은경(가타리나)씨를 기자단장으로 뽑고 권점자(가타리나)씨 등과 함께 신앙수기 공모와 정리 작업을 하도록 했다. 물론 자발적으로 신앙수기를 쓴 이들도 나타났다. 그렇게 해서 정 신부를 비롯해 본당 보좌 심현보 신부, 화곡본동본당에서 실습 중인 서울국제선교회 김태훈 부제, 한현식(헨리코) 본당 사목협의회 총회장 등의 원고 60편이 게재된 신앙수기집이 나왔다. 수기 원고마다 정 신부의 사목적 해설이 한 마디씩 덧보태졌고, 원고 곳곳에는 성경 말씀을 인용해 공동체가 말씀을 묵상하는 기회로 삼도록 했다. 정월기 신부는 “화곡본동본당에 부임해보니, 욥처럼 삶의 온갖 어려움을 다 겪으면서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하고 찬미했던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밭에 묻힌 보물 같은 신앙의 이야기가 성경에만 나오는 줄 알았더니 현실에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광장동본당에서 4권, 화곡본동본당에서 첫 번째 권을 내고 보니, 이런 신앙수기를 본당마다 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cpbc2022.09.20
![[신앙단상] 신부님에 대한 미움, 빗자루가 되다(김정환 아우구스티노, 중년의 대학생)](https://img.cpbc.co.kr/ctsnews/2023/03/01050102201.20230319.000146303.02.jpg)
[신앙단상] 신부님에 대한 미움, 빗자루가 되다(김정환 아우구스티노, 중년의 대학생) 혹시 어떤 신부님을 미워한 적 있으신가요? 부끄럽지만 저는 있습니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가신 본당 신부님이었는데, 강론이 너무 길고 난해했어요. 새벽에 미사를 나가면 내심 좀 빨리 끝났으면 싶지요. 그런데 그 신부님은 도무지 알아듣기 힘든 추상적인 얘기를, 십 분도 십오 분도 이어가셨습니다. 영성체를 하고서 이제야 가나 싶은데 또 이야기를 덧붙이기도 하고요. 나중에는 자꾸 미운 마음이 올라와서, 그 마음을 다잡느라 혼자 속으로 씨름을 했습니다. 지난겨울, 눈이 펑펑 내리던 새벽이었어요. 뒤뚱거리면서 어렵사리 성당에 갔는데, 그날도 공허한 말들이 이어졌습니다. 하느님의 자비, 회개와 기도, 천국에서 받을 상…. 물론 좋은 말씀이지요. 그런데 하나도 와닿질 않았습니다. 가뜩이나 모호한 성경 내용을 좀 쉽고 구체적으로 풀어주셨으면 좋겠건만, 강론이 한술 더 뜨는 거예요. 아마 오가는 길이 힘들어 불만이 더 컸겠지요. 성당을 나설 때도 폭설은 여전했고, 툴툴거리면서 돌아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내 삶은 어떻지? 강론이 추상적이라고 불평하는 나는, 가톨릭 신자로서 세상에 얼마나 구체적인 기여를 하고 있지? 손에 잡히지 않는 강론이 불만이라면 저라도 손에 잡히는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강론이나 제 삶이나 내실 없기는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문득 무엇을 해야 할지가 떠올랐습니다. 집에 돌아와 젖지 않는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근처 철물점을 찾았습니다. 다행히 가게 문이 열려있어 기다란 빗자루를 하나 샀지요. 그러고는 집 근처부터 눈을 쓸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요. 처음에는 왠지 부끄러웠어요. 괜히 착한 사람인 척한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기도 하고, 돈 받고 일하는 사람으로 보이면 억울할 것도 같았지요.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이번에는 ‘누가 내게 고맙다고 안 해주나’, 싶은 생각도 올라왔습니다. 사람 생각이 참 얄팍하지요. 그렇게 잡념이 들 때마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에만 집중하는 사이, 싸악싸악 길이 나고 몸에도 마음에도 훈김이 났습니다. 물론 결과론일 수도 있겠지만 생각해보면 이것도 신부님 덕분입니다. 답답한 강론이 아니었던들, 저는 그날도 제 발밑만 조심조심 살피면서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겠지요. 어쩌면 예수님은 그 난해한 강론을 통하여 제게 메시지를 전하신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답답하냐? 어떤 강론이든 핵심은 사랑과 실천이다. 너는 나를 따르겠다고 늘 말하지 않느냐? 그러면 너부터 구체적으로 행하거라. 나도 아버지의 뜻을 따라 언제나 그러했더니라.’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로는 신부님에게 별로 미운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강론이 복잡한들 본뜻은 짐작할 만했고, 신앙인으로서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으니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신부님의 깊은 생각을 제가 따라가지 못했구나 싶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신부님 덕에 신앙의 폭을 조금 넓혀 볼 수 있었으니 감사한 일이지요. 그날 산 빗자루는 대문 옆에 잘 세워 두었습니다. 내년 겨울에 눈이 오면 또 나설 생각입니다. 김정환 아우구스티노(중년의 대학생, 연세대학교 심리학·신학) cpbc2023.03.14

분도출판사 60주년 및 「교부들의…」 완간 ‘기쁨 두 배’ 기념식과 총서 완간 축하식 함께 열어
한국교부학연구회와 함께 올해부터
고대 그리스도교 문헌 총서 발간 계획 분도출판사 창립 60주년 기념식 후, 박현동 아빠스를 비롯한 한국교부학연구회 회원들이 17년 만에 완간한 「교부들의 성경 주해」를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있다. 종교 서적 및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통해 복음적 가치를 전해온 분도출판사(사장 정학근 신부)가 창립 60주년과 「교부들의 성경 주해」 총서 29권을 완간해 겹경사를 맞았다.분도출판사는 6일 서울 중구 장충단로 베네딕도 피정의 집 성당에서 창립 60주년 기념식과 총서 완간 축하식을 함께 열었다. 출판사는 창립 20주년을 맞은 한국교부학연구회(회장 장인산 신부)와 「교부들의 성경 주해」(구약 15권ㆍ신약 14권) 완간을 축하하고, 이성효(수원교구 총대리) 주교를 비롯해 한국교부학연구회원 장인산ㆍ노성기 신부, 하성수(시몬) 박사, 최원오(빈첸시오) 교수 등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분도출판사 사장 정학근 신부는 환영사에서 “창사 이래 시대의 징표를 출판물에 담아내고자 애써 온 분도출판사는 그간 의미 있는 책들을 펴냈다”며 “출판사가 하는 일은 출판사의 노력만으로 이어가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정 신부는 “훌륭한 기획과 더불어 우리말을 사랑하는 편집자와 역저자도 꼭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독자들의 애정과 관심이 없으면 생존하기 어렵다”며 관심을 요청했다. 한국교부학연구회 회장 장인산(청주교구 원로사목자) 신부는 축사에서 “최초의 계획보다 세 배가 넘는 시간이 걸렸지만, 많은 분의 노고와 헌신 덕분에 17년 만에 이 총서를 완성하게 되었다”며 “뜻깊은 해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를 통해 대중판 교부 문헌 총서 출간의 새로운 30년 여정을 함께 시작하게 되어 기쁘고 든든하다”고 전했다.교회 사학자이자 세계교부학회의 거장으로 알려진 독일의 에른스트 다스만 신부는 서면으로 보낸 축사에서 “분도출판사의 경축 행사와 한국교부학연구회 설립 20주년을 함께 기념하는 일은 아름다운 만남”이라며, “지난 수년간 한국교부학연구회와 분도출판사의 놀라운 합동 작업이 뛰어난 출판 열매를 거두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다스만 신부는 “한국의 신학적 학문 발전이 가르침에서나 연구 작업에서나 독립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장인산 신부와 에른스트 다스만 신부는 이날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해, 노성기(한국교부학연구회 총무) 신부가 대독했다. 분도출판사의 ‘분도’는 성 베네딕도 수도회의 창설자인 베네딕도 성인의 한자식 표기다. 분도출판사는 1909년 독일에서 한국에 진출한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 선교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하고 있다. 초창기부터 수도원 내부에 인쇄소를 설치해 종교 서적을 출간해오다 1962년 출판사 등록 후, ‘시대의 징표를 함께 읽어간다’는 정신에 따라 책을 통해 한국 교회의 신학적 토대를 쌓아왔다. 대표 도서로는 「해방신학」,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이해인 수녀), 「밥- 김지하 이야기 모음집」, 「인간 Ⅳ」(최민식 사진집) 등이 있다. 「꽃들에게 희망을」과 「아낌없이 주는 나무」 등 분도우화 시리즈도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73종이 출간된 「분도소책」, 34종이 발간된 「신학총서」와 「아시아신학 총서」 굵직한 학술 총서도 발간했다. 한국교부학연구회는 교부학의 중요성과 교부들의 가르침을 한국 교회에 알리기 위해 2002년 1월에 설립됐다. 2008년부터 분도출판사와 손잡고 창세기부터 요한 묵시록까지 교부들이 성경의 각 구절을 해석한 내용을 모은 세기적 대작 「교부들의 성경 주해」를 출간해왔다. 2005년부터 17년 동안 「교부들의 성경 주해」를 완간하기까지 번역에 참여한 이들만 22명이다.한편, 분도출판사와 한국교부학연구회는 올해부터 정부 지원을 받아 ‘고대 그리스도교 문헌 총서’를 발간하기로 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평화신문2022.05.10
갤러리 1898 정영란(글라라), 2022. 내가 주님, 너의 하느님이다. 너를 이집트 땅에서 끌어올린 이다. 네 입을 한껏 벌려라, 내가 채워주리라. (시편 81,11) 인천가톨릭대학교 그리스도교미술연구소의 그룹 전시 ‘황금채색세밀화-眞(말씀:진리가 되다)’전이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제3전시실에서 26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윤인복(소화 데레사) 소장을 비롯해 7명이 참여하는 이번 그룹전은 채색 필사본의 일환으로, 성경 말씀과 이미지가 있는 작품, 황금 배경에 템페라 기법을 활용한 작품 등 20여 점이 소개된다. 연구소 측은 “인쇄술이 발명되기 전까지 모든 책은 필경사가 직접 손으로 써서 만들었고, 거기에 삽화가들은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다”며 “‘손으로 써서 만든 책’인 필사본 안에서 말씀과 예술의 만남을 통해 하느님의 ‘진리’를 바라보며 대화하고, 잠시 머물며 ‘하느님의 빛’을 우리 안에 비출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제1전시실에서는 김혜선(실비아) 작가의 개인전이 개최된다. ‘in and out’을 주제로,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 채 갖지 못한 것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방황의 시기에 드렸던 작가의 기도를 18점의 그림으로 표현했다. 포토아이리스의 사진전은 제3전시실에서 열린다. 선우중호(시몬), 한영희(안드레아), 정기섭(미카엘), 김정자(안나) 작가가 중형 필름과 흑백 사진 등에 담은 특별한 세상을 감상할 수 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cpbc2022.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