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가톨릭 서울’ 나왔다 ‘가톨릭 서울’ 앱 개발의 주역인 사목국장 조성풍 신부(왼쪽)와 김세진 신부가 인터뷰 후 밝게 웃고 있다. 오른쪽은 ‘가톨릭 서울’ 앱의 신앙 생활 달력 화면. 서울대교구 사목국(국장 조성풍 신부)은 본당 커뮤니티 활성과 개인의 신앙생활을 돕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 ‘가톨릭 서울’을 개발했다. ‘가톨릭 서울’을 통해 발급받은 바코드로 미사 참여 시 본인 인증이 가능하고 교구와 본당 소식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하루 10분 기도를 비롯한 다양한 기도 영상과 교구 추천 유튜브 영상을 제공하며, 사용자가 직접 기도 지향을 남기고 함께 기도 할 수 있다. 개발은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인 ‘민트팟’이 맡았고 기획ㆍ개발부터 출시까지는 약 1년 5개월이 소요됐다. 개인은 기도ㆍ전례ㆍ배움ㆍ기부 등의 항목을 통해 자신의 신앙생활을 점검할 수 있다. 본당 신부는 본당 공동체 개개인이 얼마나 신앙생활을 하는지 각종 데이터를 볼 수 있고, 교구 사목국은 개개인의 데이터는 볼 수 없지만 본당 전체의 흐름은 파악이 가능하다. 각 본당에서는 ‘가톨릭 서울’ 앱의 원활할 운영을 위해 관리자를 지정해야 한다. 앱을 이용하려면 구글 플레이나 애플 스토어에서 ‘가톨릭 서울’을 검색해 휴대폰에 내려받으면 된다. 회원 가입은 본당 단위로 가능하며 서울대교구에 교적을 둔 사람만 정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타 교구 신자들은 게스트(guest) 모드 이용이 가능하지만, 본당 활동 참여는 할 수 없다. 행정지원팀 김세진 신부는 “ ‘가톨릭 서울’ 앱은 본당 커뮤니티 활성화와 각 개인이 자기 주도로 신앙생활을 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개발됐다”며 “신자들이 ‘함께 기도해요’라는 기능을 통해 기도를 주고받고, 본당 사제들은 푸시 메시지를 통해 신자들에게 말씀, 기도 등 각종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개인 신앙 가이드를 통해 배움, 기도, 애덕 활동 등 정해놓은 일정에 따라 알림을 받고 실천하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며 “개인별 신앙 데이터가 쌓이면 스스로의 신앙생활을 확인하거나 자기 스스로를 격려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앱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일부 어르신은 봉사자들이 초기에 잘 도와주면 사용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사목국장 조성풍 신부는 “교구는 앱을 통해 본당이 어떤 모습으로 돌아가는지 파악할 수 있고, 본당 신부는 신자들의 미사 참여와 성경 읽기 등 신앙생활 전반을 확인할 수 있어 사목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목자들이 얼마나 열정을 갖고 사목을 하느냐에 따라 현장의 분위기는 달라진다”며 “주임신부를 비롯해 본당에서 지도자 역할을 하는 평신도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교회는 시노드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사제, 수도자, 평신도 등 교회 구성원들이 충분히 의견을 개진하고 수렴하는 데 ‘가톨릭 서울’ 앱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cpbc2021.12.08

성경 속 비유,?우리네 삶의 이야기로 바꿔보면 쉬워요겨자씨에게 하늘 나라를 묻다 / 전원 신부 지음 / 생활성서안식년을 맞아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른 전원 신부와 겨자씨 삽화.“우리가 겪는 모든 일상의 이야기가 곧 ‘하느님의 이야기’에요. 내가 오늘 만나는 사람과 사건, 작은 일에도 하느님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우리는 하느님의 모상이니까요. 그러니 매 순간이 소중해지죠.” 올해 환갑을 맞은 전원 신부가 책을 냈다. 책을 냈다기보다, 생활성서사가 월간 ‘생활성서’에 연재해온 전 신부의 글을 한데 묶어 책으로 엮어줬다. 사제생활 25주년 기념 책 선물을 받은 셈이다. 전 신부의 글을 좋아하는 팬이 많다. 2011년 「매일미사」 묵상 글을 1년간 연재했는데, 두 상자가 되는 양의 감사편지를 국내외에서 받았다. 단순하면서도 쉽고, 삶의 본질을 꿰뚫는 깊은 통찰을 품은 그의 문장들은 이번 책에서도 빛을 발한다. 「겨자씨에게 하늘 나라를 묻다」는 복음 속 비유를 삶으로 풀어낸 에세이집이다. 신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하고 잘 알려진 ‘씨 뿌리는 사람’, ‘밀밭의 가라지’, ‘겨자씨’,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 등을 우리 시대의 이야기로 새롭게 풀어냈다. “복음을 보면 예수님은 당시 사람들 생활의 모든 이야기를 비유의 도구로 사용하십니다. 들판에 씨를 뿌리는 농부들, 고기를 잡고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와 강도를 만난 사람까지 모든 것이 사람들을 깨우치기 위한 비유의 소재였습니다.” 전 신부는 “예수님의 비유가 삶의 이야기로 이뤄진 것은 예수님께서 삶의 매 순간이 하늘 나라의 신비로 가득하다는 것을 전달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시대에 독서 모임 혹은 단체에서 함께 읽거나 홀로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면 일상에서의 기쁨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전 신부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자폐아를 키우는 어머니의 심정으로 풀어냈다. 자폐증을 앓는 아들을 둔 마리아 자매에게 이메일을 받았는데, 한 편의 동화가 적혀 있었다. 옛날 어떤 임금이 씨앗을 나눠 주면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워 오는 이에게 큰 상을 내리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임금이 준 씨앗은 꽃이 피지 않는 씨앗이었는데, 사람들은 꽃이 피는 씨앗으로 바꿔 임금 앞에 나타난다. 한 아이는 정직하게 빈 화분을 들고 가 임금에게 말한다. “바람과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심고 물과 거름도 주며 정성을 다했으나 아무런 꽃도 피지 않았습니다”. 자폐아를 키우는 어머니는 전 신부에게 이 동화는 내 이야기 같다며 슬퍼했다. “하느님께 꽃이 피지 않는 씨앗을 받은 것처럼 자폐 아들을 안고 수많은 날을 눈물을 쏟으며 정성을 다했는데 아무런 꽃도 피울 수 없었다”고. 전 신부는 그 어머니에게 이렇게 답했다. “마리아씨는 주님의 씨앗이 백 배로 열매를 맺은 좋은 땅입니다.” 책에는 복음 속 비유 풀이와 함께 저자의 신앙고백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25년 차 사제의 연륜과 지혜가 묻어난다. “우리가 영적으로 성장해 간다는 것은 밀밭의 가라지를 뽑아내듯 그야말로 흠도 티도 없는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그림자를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화해하며 하느님 안에서 한 인간으로서의 전인성을 회복해 가는 것을 말합니다.”(45쪽, ‘밀밭의 가라지 비유’ 중에서)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레지스 칼리지에서 영성을 공부한 전 신부는 통합사목연구소 대표, 제기동본당 주임, 주교회의 사목연구소 부소장을 지내며 사목 연구와 다수의 영성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는 “잘난 척하고 바쁘게 살아온 것 같다”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 것 같지만 정서적 유대를 맺고 사는 사람들은 승합차 한 대에 탈 수 있는 인원에 불과하다”고 털어놨다. 전 신부는 “내 안에도 부족함과 한계, 못난 가라지가 있는데 하느님이 나를 도와주시고 기다려주신다”면서, “그런 나의 모습을 자책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하느님의 사랑을 보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라지가 있는 내 모습을 받아들여야 남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전 신부의 글에는 사람들의 삶과 시의 한 구절, 영화의 한 장면이 녹아있다. 그만큼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까닭이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문채현2020.06.24

바나나 껍질 잘라 만든 꽃 성모님께 봉헌[미카엘의 순례일기] (55)어린 소녀의 봉헌물 한 소녀가 바나나 껍질로 꽃을 만들어 성모상 앞에 봉헌하고 있다. 아주 오래전에 존경했던 신부님께서 아프리카로 떠나셨습니다. 휴대전화가 드물던 시절이라 그 이후로는 연락이 끊겼지요. 한참 후 가톨릭평화신문을 통해 신부님의 선종 소식을 접하게 되었을 때에도, 그저 오래전 한국에서 만났던 기억만으로 기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친구 신부님께서도 아프리카로 교포 사목을 위해 떠나셨습니다. 5년이 기한이었지만 그곳에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교포 사목의 소임이 끝난 후에는 아프리카 원주민 본당으로 옮기셨지요. 다행히도 옛날과 달리, 이제는 인터넷과 SNS 덕분에 신부님께서 신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함께 보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곳은 전기도 없는 오지였기 때문에 도시에 일을 보러 나오실 때에나 가끔 소식을 올려주셨지만요. 드문드문 올라오는 사진 속 신부님의 얼굴은 검게 그을려 거칠기 그지없었지만, 한국에 계실 때보다 훨씬 행복한 얼굴이셨습니다. 한번은 순례 도중, 오랜만에 신부님이 올린 새 소식을 보게 되었습니다. 성모상에 무언가를 봉헌하는 아이의 사진이었는데 손에 든 것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신부님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알고 보니 그건 바나나 껍질을 가늘고 얇게 잘라 꽃다발처럼 만든 것이었습니다. 세례를 받은 어린 소녀는 성모님께 꽃을 봉헌하고 싶었지만, 꽃은 너무 귀하고 비쌌으므로 그 대신 바나나 껍질을 예쁘게 모아 성모님께 드렸던 것입니다. 마치 자신이 가진 전부인 동전 한 닢을 봉헌했던 성경 속 과부의 이야기 같았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많은 이들이 자신을 걱정해주고 있지만 사실 이곳에서 정말로 행복하다고 진심 어린 어조로 말씀하셨습니다.이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어린아이들이 맨발로 걸어 다니다가 바닥에 널린 깨진 유리병과 깡통에 늘 발을 다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본래 그런 뾰족한 물건들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서구의 문명이 들어서며 전에 없던 종류의 쓰레기가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신발을 새로 살 돈이 있는 것은 아니라며 안타까워하시는 신부님의 목소리에 저도 덩달아 가슴이 아팠습니다.순례가 막바지에 이르러 예루살렘에 머물고 있을 때였습니다. 마침 순례자들에게 성전 뒤쪽에서 고개 숙여 기도하던 과부의 비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요. 저는 소녀가 봉헌한 바나나 껍질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맨발로 걷다가 발을 다치는 어린아이들에 관해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저녁 식사 시간에 순례단이 그 사진을 보고 싶다고 하시기에 신부님의 SNS 주소를 알려드렸습니다. 식사 시간 내내 온통 신부님과 그 소녀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습니다.다음 날 아침, 지도 신부님과 순례자 몇 분께서 아이들의 신발을 사주고 싶다며 성의를 모아 오셨습니다. 친구 신부님과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하셨지요. 그리고 어떤 부부는 단지 일회성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그곳에 정성을 봉헌하고 싶다고 물으셨습니다. 한 번 정도는 제가 신자들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겠지만, 지속적인 도움이라면 당연히 직접 연락을 주고받으셔야 하기에 저는 벅찬 마음으로 곧장 신부님의 연락처를 드렸습니다.나중에 알고 보니 형제님께서는 병에 걸려 점차 시력을 잃어가고 계셨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시력이 다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내와 함께 떠난 순례였던 것입니다. 이렇게 떠난 순례에서 그 신부님과 소녀를 알게 된 것까지도 하느님의 뜻인 듯하다며 부부께서는 기뻐하셨습니다.하느님께서는 결코 우리에게 한계 이상의 무엇을 요구하지 않으신다고 저는 믿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 그것이야말로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이 아닌가요? 부자의 어마어마한 봉헌금보다 과부의 동전 한 닢을 기꺼워하셨듯이 그 소녀가 바친 바나나 껍질 꽃다발은 그 어떤 화려한 화환보다도 당신 마음에 쏙 드셨겠지요. 그 형제자매님의 진실된 기도와 마음 또한 마찬가지로 축복하셨을 것입니다. 준 것을 돌려받으려는 마음 없이 주는 것이야말로 주님의 길을 따르는 우리가 닮아야 할 모습일 테니까요. 신부님이, 작은 소녀가, 순례단의 부부가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간단하지만 참으로 어려운 그 사실을 자꾸만 잊고 사는 저를 반성하며, 오늘은 그 모든 이들의 행복을 온 마음으로 기도하고 싶습니다.“주고 가져가지 않는 것, 그것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도로시 데이, 1897~1980) 김원창(미카엘, 가톨릭 성지순례 전문가) 평화신문2022.02.15

허약했던 차동엽 신학생, 유학 중 만나 건강 이야기 하며 친하게 [허영엽 신부가 만난 사람들] (26) 고 차동엽 신부 (상) 유학생 시절 차동엽 신부. 당시 차 신부는 건강이 좋지 않아 유학 시절에도 기숙사 방 한쪽에 전기밥솥을 두고 현미밥을 챙겨 먹어야 했다. 차동엽 신부를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보통 이렇게 소개한다. “차동엽(車東燁, 1958년 5월 31일~2019년 11월 12일)은 대한민국의 가톨릭 사제이며, 세례명은 노르베르토. 그는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 77학번으로, 1981년에 학사 졸업하였고 해군 학사장교 72기 출신이며,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미래사목연구소 소장으로 봉직하였다. 2019년 11월 12일 새벽에 간암으로 선종했다. 향년 61세.”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에서 사목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그가 집필한 「무지개 원리」는 베스트셀러로 수백만 권이 팔렸다. 대표적인 가톨릭 스타강사였던 차동엽 신부는 교계 방송은 물론 공중파 TV에도 나가서 재미있는 강의를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 지금은 강의가 TV서도 많이 나오지만, 당시에는 흔한 일은 아니었다. 그는 로만 칼라를 하고 대중들에게 대놓고 교리나 성경을 강의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이용했고 강의 속에는 항상 신앙과 희망, 사랑이 녹아있었다. 본 편은 그리운 친구 차동엽 신부와 실제 했던 대화로 구성해보았다.허영엽 신부(이하 허 신부) : 우리가 만난 것이 빈에서였지요? 차동엽 신부(이하 차 신부) : 네. 1988년 오스트리아 빈 신학교에서였지요. 그땐 20대 후반의 꽃다운 나이였죠. (웃음) 나는 서울대 대학원을 다니다 늦은 나이에 신학교에 들어와 유럽으로 갓 유학 온 신학생이었고 허 신부님은 이미 4년 차 신부였죠. 허 신부 : 신부와 신학생이었지만 첫 만남서부터 촉(?)이 왔어요.(웃음) 그래서 친구처럼 지내게 되었죠. 그러면서도 우리는 서로에게 존댓말을 했어요. 서로 진짜 존중한다는 의미로 존댓말을 했던 것 같아요. 그때 사실 나는 다른 동창을 만나러 갔다가 그 친구가 없어 신부님을 만나게 됐어요. 그것도 참 우연은 아닌 것 같아요. 차 신부 : 신부님이 좋아하는 노래, ‘만남’에 그런 가사 나오잖아요? 둘 다 술도 잘 못 마시고 수다 떨기(?)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특별히 공동 주제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건강 때문이었죠. 전 아주 어릴 적부터 비탈길에서 연탄 같은 등짐을 많이 졌었고, 먹는 것도 부실해 몸이 많이 안 좋았던 것 같아요. 허 신부 : 전 모든 형제자매가 이상하리만치(?) 튼튼한데 저만 어릴 때부터 병치레를 많이 했어요. 사실 신학교에 들어와서도 중간에 건강 때문에 그만둘 뻔한 적도 있었고요. 고등학교 때 앓았던 폐결핵이 재발해 대신학교 2학년 때 신학교에서 나오게 되었어요. 전염병에 걸리면 공동생활을 하는 기숙사에서 당연히 나오는 거죠. 그때 전 성소를 접는 것이 주님의 뜻이라 생각했지요. 그런데 내가 나가는 날 전날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되어 계엄령이 발동되어서 모든 학생이 다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참 신기해요.차 신부 : 맞아요. 저도 우여곡절 끝에 인천교구 신학생으로 입학을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서울대교구 신학생이 되었으면 많이 달라졌을 거로 생각해요. 허 신부 : 그런데 신부님은 해군 사관 후보생 훈련 기간 중 작은 체구임에도 어떤 훈련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수한 훈련성적으로 졸업했다고 들었어요. 훈련 동료들이 ‘차돌이’라고 불렀다면서요?(웃음)차 신부 : 그땐 한창 젊은 나이니까 깡으로 버텼어요. 작다고 누구한테 지고 싶지 않더라고요. 허 신부 : 차 신부님을 생각하면 빈에 있는 북한 식당에 간 것이 늘 기억나요. 오스트리아는 중립국이라 북한과 수교가 있었고 북한 식당도 시내에 있었지요. 사실 당시에는 외국에 나가려면 꼭 장충단 공원 위쪽에 있는 반공센터에서 관련 교육을 이수했잖아요? 그 강의 때 북한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은 절대 가지 말라는 분위기로 이야기하죠. 자칫해서 안기부(지금 국정원)에서 알게 되면 처벌받는다고 엄포도 줬고요.차 신부 : 그런데 제가 아마 다른 한국 학생들에게도 북한 식당에 한번 가보자고 했더니 허 신부님도 구미가 당기는 듯 “한번 가보죠, 뭐” 하셨어요.허 신부 : 우리가 북한 식당에 들어갔을 때 다른 사람들은 거의 없었죠. 상당히 깨끗하고 큰 식당인데 선입견 때문인지 으스스했지요.(웃음) 젊은 남자 종업원이 와서 독일어로 “뭐 주문하십니까?” 했을 때 차 신부님이 호기롭게 “같은 한국 사람인데 한국말로 하시지요?” 했어요. 차 신부 : 전 그건 기억나지 않고 그 종업원이 아주 유창하게 독일어를 했던 것이 기억나요. 허 신부 : 그럼 그때 사실 독일어를 잘 못 알아들어서 그랬던 건가요? 우리가 음식을 시키고 그 종업원이 커튼 친 주방 쪽으로 가서는 모습을 한참 안 보였어요. 우리는 유난히 조용한 주위를 돌아보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지요. 그러자 한 신학생이 그랬던 것 같아요. “우리 이러다 납치되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차 신부님의 말에 모두 웃음이 터졌지요. 차 신부 : “이 사람들이 바봅니까? 우릴 데려다 어디다 써요. 정보도 없고 차비랑 밥값만 들어가지요!”(웃음)허 신부 : 그날 처음 북한 식당에 가서 식사했을 때 아주 맛있었고 나중에는 그 종업원도 우리에게 경계를 풀고 잘해주셨던 것 같아요. 차 신부 : 저는 사실 빈에 있으면서 그다음에도 그곳에 여러 번 갔었어요.(웃음)허 신부 : 내가 차 신부님 신학교 숙소에 갔을 때 눈에 먼저 보인 것이 구석에 두었던 밥솥이었어요. “이 밥솥에 직접 식사도 지으세요?” 하니까 현미밥을 하루에 한 번은 지어먹는다고 하셨지요. 그리고 책꽂이에도 보니까 조금 과장해서 독일어 서적보다 한국에서 가져온 건강에 관한 서적이 많았어요. 그래서 제가 이것저것 물어보면 전문가 이상으로 설명을 잘해주시고, 건강을 유지하는 법을 열강(?)하곤 했어요.차 신부 : 건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 다른 사람들 반응은 시큰둥하죠.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사람들은 다 건강하고 아픈 적이 드물었으니까요. 아파본 사람이 다른 사람의 아픔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겠죠.허 신부 : 사실 그때 신부님 방 구석에 작은 밥솥을 보고 눈물이 나오는 것을 많이 참고 일부러 웃기는 이야기를 많이 했죠.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고 하잖아요. 신부님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다 알고 느낄 수 있었어요. 차 신부 : 신부님에게 특히 고마운 건 빈에 오면 우리를 한국 식당에 데려가 밥을 사준 거예요. 제가 나중에도 사람들에게 그랬죠. 살면서 제일 고마운 건 배고플 때 밥을 사주는 사람이라고요. 저희가 굶지는 않았지만 사실 비싼 한국 식당에 가서 한식을 마음대로 먹을 순 없었을 때니까요. 그리고 신부님이 빈을 떠날 때마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빈 역에 배웅했는데 항상 흰 봉투를 내 주머니에 찔러주었어요. 처음에는 ‘같은 유학생끼리 힘들 텐데’ 싶어서 안 받으려 했는데 “나중에 다른 후배에게 갚아요”하는 신부님의 이야기를 듣고 그다음부터는 당당하게(?) 받았어요.(웃음)허 신부 : 어릴 때부터 간이 안 좋았다는 신부님의 외국 유학 생활은 다른 분들보다 몇 배는 더 힘들었을 거로 생각했어요, 신부님 말대로 매일 기도하지 않으면 못 버틴다고 하셨죠. 늘 한결같이 옆집 아저씨 같은 느릿느릿한 말투나 몸짓과 함께 특별한 유머 감각이 있어서 어려움을 잘 견디셨을 거예요. 신부님 말대로 한국에서 매일 밤새워 기도해주는 어머니의 기도 원조가 가장 큰 힘이라 하셨죠. <계속>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cpbc2022.06.14
성당이 낯선 아이 위한 책 예수님과 친해지는 놀이책 3종 가톨릭출판사가톨릭출판사가 영유아 아이들의 눈높이에 초점을 맞춘 놀이책 3종 「미사는 즐거워요」,「성경은 재밌어요」,「부활은 기뻐요」를 출간했다.「미사는 즐거워요」(자드 말로센느 지음ㆍ마리 파뤼 그림)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어려서부터 예수님과 성당, 미사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 성당 가는 길 미로찾기, 스티커로 성당 완성하기 등 다양한 놀이로 구성했다. 「성경은 재밌어요」(자드 말로센느 지음ㆍ샤를롯 뢰드러 그림)는 예수님, 아담과 하와, 노아, 모세, 다윗, 아브라함 등 성경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색칠공부와 스티커 붙이기 놀이를 할 수 있게 꾸몄다. 「부활은 기뻐요」(MAME출판사 편집부 지음ㆍ레아 파브르 그림)는 미로찾기, 다른 그림 찾기, 점 연결하기 등을 통해 부활 이야기를 담았다. 코로나19로 부모와 함께 성당에 나가지 못하는 영유아 아이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이지혜 기자 문채현2021.01.20
![[생활속의 복음]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 ‘하느님의 어머님’ 성모님께 대한 공경](//cpbc.co.kr/CMS/newspaper/2021/12/rc/816068_1.0_titleImage_1.jpg)
[생활속의 복음]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 ‘하느님의 어머님’ 성모님께 대한 공경 함승수 신부 천주교 교리 중에 가장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게 바로 오늘 기념하는 ‘천주의 성모 마리아’ 호칭에 관한 것입니다. 인간일 뿐인 마리아를 두고 감히 전능하신 ‘하느님의 어머니’라니…. 이런 ‘신성모독’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지요. ‘천주교는 마리아를 숭배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하늘을 보지 못하고 하늘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기에 생기는 오해입니다. ‘천주의 성모’라는 호칭은 마리아가 아니라 그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예수님은 육으로는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신 참사람이시면서 동시에 영으로는 하느님의 섭리와 능력으로 태어나신 참하느님이시니, 마리아의 품위는 단지 ‘인간 예수’의 어머니로 그치지 않고 ‘하느님의 어머니’로까지 들어 높여지는 것이지요. 이는 성경에도 기록된 진리입니다. 친척 마리아의 방문을 받은 엘리사벳이 성령으로 가득 차 이렇게 고백하기 때문입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루카 1,43) 우리는 손가락이 가리키는 하늘을 바라봐야 합니다. 교회가 마리아의 어떤 모습 때문에 그분을 ‘하느님의 어머니’로 부르며 공경하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마리아를 ‘성모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분이 거룩하신 주님을 육으로 낳으셨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예수님도 분명히 언급하셨지요.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르 3,35) 이 말씀은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관계를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마리아를 ‘어머니’라고 부르며 공경하신 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굳게 믿고 그분의 뜻에 순종하며 그것을 삶 속에서 충실히 실천하신 마리아의 신앙과 삶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즉 마리아께서는 육으로, 믿음으로, 행동으로 온전히 주님의 어머니가 되셨음을 인정하신 것이지요.복음에서는 마리아가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실 수 있었던 근본 이유를 마음가짐에서 찾습니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 성모님은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에 좋고 싫음을 따지지 않으셨습니다. ‘주님의 종’으로써, 그분의 구원역사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겪든 오직 주님만 바라보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자기 삶에 일으키시는 일들을 마음에 간직하고 그것이 당신 삶에 어떤 의미가 될지를 곰곰이 되새기셨습니다. 모진 비바람에도 흔들리거나 절망하지 않고 하느님의 뜻을 끝까지 따를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마리아의 삶을 통해 당신의 뜻을 이루셨지요. 이렇듯 성모님은 ‘하느님의 말씀’을 당신 자궁으로, 마음으로, 삶으로 온전히 잉태하여 낳으셨기에,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성모님을 본받으면 좋겠습니다. 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하느님만 바라보고, 행동으로 그분의 사랑과 자비를 온전히 실천하며, 삶으로 하느님을 이 세상에 현존케 하는 살아있는 ‘성전’이 되면 좋겠습니다. 생활 성가 ‘주만 바라볼지라’의 가사를 묵상하며 그 다짐을 마음에 새깁시다.하느님의 사랑을 사모하는 자 / 하느님의 평안을 바라보는 자너의 모든 것 창조하신 우리 주님이 / 너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하느님께 찬양과 경배하는 자 / 하느님의 선하심을 닮아가는 자너의 모든 것 창조하신 우리 주님이 / 너를 자녀 삼으셨네하느님 사랑의 눈으로 / 너를 어느 때나 바라보시고하느님 인자한 귀로써 / 언제나 너에게 기울이시니 어두움에 밝은 빛을 비춰주시고 / 너의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시니너는 어느 곳에 있든지 주를 향하고 / 주만 바라볼지라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평화신문2021.12.28
![[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4주일, 해외 원조 주일- ‘뼈 때리는’ 경고](//cpbc.co.kr/CMS/newspaper/2022/01/rc/817736_1.0_titleImage_1.jpg)
[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4주일, 해외 원조 주일- ‘뼈 때리는’ 경고 성경에서 말하는 예언은 맡길 예(預) 자에 말씀 언(言) 자를 써서 ‘하느님께서 맡기신 말씀을 대신 전함’이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또한 ‘예언’이라고 번역된 그리스어 단어는 ‘~를 위하여’라는 뜻의 전치사에 ‘말하다’라는 뜻의 동사가 더해진 합성어인데,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누구를 위하여 말하다’라는 뜻이 됩니다. 즉 그 말을 듣는 사람을 진정으로 위하는 마음으로, 때로는 듣기 불편한 말일지라도 전해야만 하는 겁니다. 그렇기에 이스라엘에서 ‘예언자’로 사는 것은 참으로 힘든 소명이었습니다. 특히 모두가 슬프고 어려운 일을 겪느라 힘든 시기에 잘못을 바로잡지 않으면 더 힘들고 괴로운 일이 닥칠 거라는 메시지를 전해야 할 때엔 동족들로부터 미움과 박해를 받거나 때로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습니다. 오늘의 제1독서에 나오는 예레미야 예언자의 삶이 그러했습니다. 그는 암울한 시기에 하느님의 뜻을 전하다 이방인들에게는 조롱을, 동족들에게는 박해를 받습니다. 생의 마지막에는 이집트로 끌려가던 길에 동료들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전해집니다. 슬프고 가혹한 소명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을 전하는 과정에서 겪으셔야 했던 어려움과 고통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과 뜻을 분명하게 전하셨지만, 예수님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고향 마을 사람들은 그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목수 요셉의 아들’이라는 그분의 출신과 가정환경을 토대로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 결론짓고는, 예수님이 하시는 말씀을 무시하고 거부한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이 하는 말, 배움의 끈이 짧은 이가 하는 말, 허물을 가진 이가 하는 말에는 귀를 막아버립니다. 자기가 그 사람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아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왜곡과 편견일 뿐입니다.주님께 대한 믿음이 진실하지 못할 때, 주님에 대해 아는 극히 일부분의 사실로 그분에 대해 성급하게 판단할 때, 우리는 믿음의 내용과 목표보다는 당장 눈에 보이는 ‘잿밥’에 더 관심을 갖게 됩니다. 나자렛 마을 사람들이 예수님께 눈에 보이는 놀라운 기적을 요구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들은 그런 요구를 직접 발설하진 않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을 이미 훤히 꿰뚫어보고 계셨습니다. ‘네가 카파르나움이라는 고을에서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고 마귀를 쫓아내는 놀라운 기적들을 많이 일으켰다던데, 우리에게도 그런 기적이나 한번 보여줘 보아라. 그러면 네가 별 볼 일 없는 목수의 아들이 아니라 진짜 예언자라는 것을 믿어줄 테니….’ 정해진 요구사항을 충족시켜주면 믿어주겠다는 마음은 참된 믿음이 아닙니다. 그들은 ‘믿음’이라는 허울 좋은 핑계로 자신들의 욕심과 호기심을 채우려 할 뿐입니다. 예수님이 아무리 놀라운 기적들을 보여주신다 해도 그들은 믿을 수 없는 이유를 먼저 찾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잘 아셨기에 그들 앞에서 아무 기적도 일으키지 않으십니다. 그 대신 구약의 아픈 역사를 인용하여 그들의 ‘뼈를 때리는’ 말씀을 하십니다.예수님이 인용하신 두 가지 이야기의 공통점은 이스라엘 민족들이 고통을 겪고 있던 그 시기에 하느님께서 ‘이방인’을 구원하셨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그 말씀을 하신 것은 그들에게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시려는 게 아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선포하신 구원의 메시지가 이방인들을 통해 실현된 것은 그들이 그 말씀을 제대로 듣고 따랐기 때문임을 알려주시기 위함이었지요. 자신들은 하느님께 선택받은 특별한 민족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그분의 뜻을 알고도 그 뜻에 맞게 자기 삶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구원은 언제나 ‘남의 일’이 될 뿐이라고 유다인들에게, 오늘 복음을 듣는 우리에게 엄중히 경고하시는 것입니다.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함승수 신부의 카카오스토리(https://story.kakao.com/_0TX0X5)에 가시면 매일 ‘생활 속 복음’을 볼 수 있습니다. cpbc2022.01.25
![[서울대교구 사목교서]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마르 16,15)](//cpbc.co.kr/CMS/newspaper/2021/11/rc/813929_1.4_titleImage_1.JPG)
[서울대교구 사목교서]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마르 16,15)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그리스도인은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꾸준히 계속하여 복음을 선포해야 합니다.’(2티모 4,2 참조) 지금은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신앙생활이 느슨해진 이들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복음을 전해야 할 때입니다. 이웃에게 힘차게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먼저 복음화되어야 합니다. 올 한 해 동안 다시 한 번 신앙의 기초를 튼튼히 다지도록 노력합시다. (1) ‘복음화되어, 복음화하는 공동체’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는 말씀을 남기고 승천하셨습니다. 복음은 하느님 나라에 대한 ‘기쁜 소식’이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하느님 나라의 기쁨을 체험해야 합니다. 이 기쁨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성경과 기도, 교회의 가르침과 미사, 사랑 실천을 통해 주님을 자주 만나야 합니다. 교회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가능한 한 자주 미사에 참례하며, 사랑을 실천하려고 노력합시다. 이렇게 신앙의 기초를 다지는 노력을 통해 복음의 기쁨과 풍요로움을 체험하게 되면, 복음화된 그리스도인으로서 확신 있게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게 될 것입니다. (2) ‘공동의 집인 지구를 소중히 여기는 공동체’ 교회는 세상을 넘어선 하느님의 나라를 바라보면서 살아가지만, 다른 한편 세상 안에서 세상과 더불어 살아갑니다. 교회는 ‘공동의 집인 지구를 소중히 여기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교회는 교황님의 뜻에 일치하여 “공동의 집”인 지구에 평화를 이루는 공동체, 평화를 나르는 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통해 생태적 회개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생태적 회개는 오늘날 교회가 수행해야 하는 복음화 사명과 사목 활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입니다. (3) ‘함께 걸어가는 공동체’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가운데 서로 형제자매가 되는 공동체를 원하셨습니다(마르 3,35 참조). 교회는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면서 완성된 하느님의 나라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공동체’입니다. 교회의 행동과 삶의 기준인 하느님의 뜻을 올바로 식별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 마음을 열고 논의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교황님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이루어지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의 여정에 온 교회가 동참해달라고 당부하십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지난 한 해 동안 200년 전 이 땅에 탄생하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두 사제의 하느님과 교회에 대한 사랑, 복음화를 위한 사목적 열정을 본받고자 노력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롭게 일어서기 위해서 올 한 해 다시금 신앙의 기초를 다집시다. 복음화되어, 자신과 교회 그리고 이웃과 세상을 복음화하는 여정을 살아갑시다. 이러한 ‘복음화되어, 복음화하는 교회 공동체’로서의 노력은 2031년에 맞이하게 될 ‘교구 설정 200주년’의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cpbc2021.11.24
![[가톨릭영상교리] (4) 십자 성호](//cpbc.co.kr/CMS/newspaper/2022/05/rc/823358_1.0_titleImage_1.jpg)
[가톨릭영상교리] (4) 십자 성호하느님의 자녀임을 드러내는 거룩한 표지 ※QR코드를 찍으면 ‘가톨릭 영상 교리’를 볼 수 있습니다.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ㆍ가톨릭평화방송 제작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성호경은 가장 짧지만 가장 중요한 기도입니다. 우리는 모든 크고 작은 일상사에서 기도의 시작과 끝에 성호경을 바칩니다. 눈 떠서 잘 때까지 성호경과 함께하는 것이지요. 성호경은 ‘십자 성호’를 긋는 기도로 ‘성호’는 ‘거룩한 표지’라는 뜻입니다. 성호경은 먼저 왼손을 가슴에 댄 채 오른 손가락을 편 상태로 내 몸에 십자 모양의 성호를 그으며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며 바치는 기도입니다. 이마에서 ‘성부와’, 가슴에서 ‘성자와’, 왼편 어깨에서 “성”, 오른편 어깨에서 “령의” 하며 십자를 긋습니다. 그리고 두 손을 모으며 ‘이름으로. 아멘’ 이라고 합니다.십자 성호의 구분십자 성호는 큰 십자 성호와 작은 십자 성호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요, 방금 설명해 드린 십자 성호는 큰 십자 성호입니다. 작은 십자 성호는 이마와 입술과 가슴에 작은 십자 표시를 하는 것입니다. 미사에서는 이 두 종류의 십자 성호를 다 사용하는데요, 미사의 시작과 끝에, 그리고 기도할 때는 ‘큰 십자 성호’를 긋고, 미사 중 복음을 듣기 전에는 ‘작은 십자 성호’를 긋습니다. 주님의 말씀인 복음을 머리와 입과 가슴에 새겨 잘 따르고 실행하겠다는 다짐으로 작은 십자 성호를 세 번 긋는 것입니다.성호경의 세 가지 뜻성호경은 크게 세 가지의 뜻을 지닙니다. 첫째, 예수 그리스도께서 돌아가신 십자가를 표시합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으로 인류 구원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는 삼위일체 신앙에 대한 고백입니다. 한 본체로서 세 위격이신 하느님을 그대로 믿겠다는 고백이며 모든 일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성호경은 악마로부터 구해지는 것이면서 구원이자 하느님 자비의 표지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성호경은 하느님께서 내려주시는 복을 기원하는 의미입니다. 성호경은 짧지만 특별한 은혜를 받게 해주는 준성사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호를 긋는 것은 나 스스로를 축복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성호경은 그리스도의 구원과 축복, 삼위일체 신앙의 고백이며, 우리가 가톨릭 신자임을 드러내는 신앙인의 상징입니다. 그래서 성호경은 가장 짧지만 가장 중요한 기도가 되는 것입니다.성호경의 유래그런데 성호는 언제부터 긋기 시작했을까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후 제자들은 십자가의 형상을 죽음의 형틀이 아닌 구원의 상징으로 새롭게 받아들였습니다. 이 십자가가 그리스도인의 표지로 예식에 들어온 것은 2세기경입니다. 세례 때 예비신자 이마에 주례자가 십자 표시를 했다고 전해집니다. 로마제국 박해시기 때는 남모르게 이마나 가슴에 간단한 십자 표시를 하는 습관이 신자들 사이에서 퍼져 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그리스도교가 로마의 국교가 되면서 십자가는 그리스도교의 대표적인 상징이 됐고, 전례에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4~5세기부터는 사제가 오른손으로 사람이나 사물에 십자를 그어 축복하는 관습이 생겼고, 두 어깨를 연결해 크게 긋는 큰 십자 성호는 11세기부터, 이마와 입술과 가슴에 하는 작은 십자 성호는 12세기부터 전례에 사용되었습니다.우리의 신앙 선조들도 박해 시기에 십자 성호를 암호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거지 행색으로 위장해 다니는 가운데 오직 성호를 긋는 표시로 흩어진 신자들을 찾아 모았고, 깊은 산골에서 옹기장이로 살아가던 신자들은 옹기 바닥이나 뚜껑에 십자 문양을 새겨 건네주며 서로를 알아보고 신앙생활을 이어갔습니다. 또 박해 시기에 배를 타고 조선에 들어왔던 제4대 조선대목구장 베르뇌 시메온(1814~1866, 장경일) 주교는 십자 성호와 관련해 이런 기록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작은 배 한 척에 타고 있던 선원들이 손을 하늘로 올리고 십자 성호를 계속 그으며 우리가 보내는 신호에 응답했습니다. 과연 그들은 신자였습니다.” 옛 신앙 선조들은 십자 성호 하나만 제대로 그어도 천국에 간다며 정성을 다해 성호경을 바치셨습니다.날마다 성호를 긋는 것은 내 몸 위에 십자가를 새기는 것입니다. 십자가의 희생을, 예수님의 사랑을 날마다 기억하는 것입니다. 또한, 성호를 그으며 나는 언제나 하느님의 은총 속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매일, 매 순간 예수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내 가슴으로 예수님을 안는 것입니다.마티아는 그리스말 ‘마티티아’의 약칭으로 우리말로 ‘하느님의 선물’이란 뜻입니다. [금주의 성인] 성 마티아 (5월 14일)신약성경에서 마티아는 사도행전에서 딱 두 번 나옵니다. 마티아를 사도로 선출하는 대목에서입니다.(사도 1,13.26)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후 열한 사도는 다른 제자들과 성모님과 다른 여자들과 함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열심히 기도하고 있습니다.마티아가 사도로 뽑힌 것은 이때쯤이었습니다. 사도행전이 전하는 당시 모습(사도 1,15-26)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하루는 백스무 명가량 되는 형제들이 모여 있을 때 베드로가 일어나 유다 이스카리옷의 직책을 대신할 사도를 뽑는 문제와 관련해서 발언합니다. “주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지내시는 동안 줄곧 우리와 동행한 이들 가운데에서, 곧 요한이 세례를 주던 때부터 시작하여 예수님께서 우리를 떠나 승천하신 날까지 그렇게 한 이들 가운데에서”(사도 1, 21-22) 사도를 뽑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제안에 따라 바르사빠스라고도 하고 유스투스라는 별명도 지닌 요셉과 마티아 두 사람을 가려서 앞에 세우고 나서 기도한 후 제비를 뽑아 마티아를 사도로 선출하게 됩니다.전승에 따르면 마티아는 사도단에 합류한 후 처음에는 유다 지방에서, 나중에는 콜키스(오늘날 흑해 동부 그루지아 일대)에서 복음을 전하다 순교했다고 합니다.마티아 사도는 세바스토폴리스(오늘날 흑해 동부 연안 도시 수후미)에서 죽어 그곳에 묻혔다가 로마 제국에 그리스도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어머니 성녀 헬레나(248?~330)에 의해 로마로 옮겨졌습니다. 그후 다시 독일 남서부 국경 도시 트리어로 이장됐습니다.그러나 다른 설도 있습니다. 마티아 사도는 유다 지방에서 복음을 전하다가 예루살렘에서 유다인들에 의해 돌에 맞아 순교했다고 전해집니다. 유다인들은 마티아 사도를 돌로 쳐 죽인 후에 다시 도끼로 목을 쳤다고 합니다. 유해는 나중에 로마로 옮겨졌다가 다시 트리어로 옮겨졌다고 하지요.트리어로 옮겨진 마티아 사도의 유해는 베네딕토 수도원 성 마티아 성당에 안치됐다고 합니다. 트리어는 마티아 사도를 수호성인으로 모시고 있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는 목수와 재단사의 수호성인이기도 합니다. 평화신문2022.05.03
![[신앙단상] 쌓이는 기도(장명숙, 안젤라메리치, 유튜브 크리에이터 밀라논나)](//cpbc.co.kr/CMS/newspaper/2021/11/rc/812508_1.0_titleImage_1.jpg)
[신앙단상] 쌓이는 기도(장명숙, 안젤라메리치, 유튜브 크리에이터 밀라논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누군가를 부러워한다는 것이 부질없음을 깨닫지만, 여전히 부러운 느낌이 드는 대상이 있으니 “모태 신앙이에요”라고 말씀하시는 신자분들입니다. 대한민국 보편적인 집안의 장녀로 태어난 저는 어려선 할머니를 따라 절에도 가봤고 할머니 돌아가신 후론 어머님 따라 점집에도 가본 경험이 있는 평범한 젊은 애였습니다. 그런 제게 가톨릭은 어쩌다 명동대성당 앞을 지날 때 새어 나오던 가슴 가득 스며드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 라디오의 좋아하는 클래식 프로에서 즐겨 듣던 아베 마리아, 헨델의 메시아 등 모두 긍정적인 느낌이었습니다. 결혼 후 2년 만에 가톨릭으로 세례를 받자는 남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었음도 모두 이 긍정의 힘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결에 세례는 받았어도 기도도 미사 참여도 어느 것 하나 열심인 게 없는, 한마디로 무지몽매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살아오는 여정에서 많은 시련과 고비를 겪으며 필사적으로 기도에, 신앙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시련들이 닥쳐왔습니다. 특히 큰아들의 생사를 넘나드는 수술 날, 수술 도중 수술실에서 나와 들려주시던 의사 선생님의 청천벽력 같은 “곧 떠날 것 같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라는 문장보다 무섭고, 무거운 문장을 제 일생에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때 울부짖었던 “처음처럼 제게 도로 주시면… 주님의 뜻을 따라 살겠습니다”라는 기도는 하늘에 닿아 처음처럼 도로 주셨습니다. 말짱하게….그 이후 묵주 기도, 매일 미사, 성경 읽기 등 주님의 뜻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야말로 저 급할 때만 하느님께 매달리고 귀찮게 구는 엉터리 신자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밀라노에서의 객지 생활이 외로워 신앙의 벗이 될 친구를 만나게 해주십사 화살기도를 올렸습니다. 이탈리아가 가톨릭 국가이니 사회 전반의 모든 문화가 가톨릭에 기반을 두기는 하지만, 최후의 만찬 그림이 있는 성당에서 주님의 배려로 만난 친구 집안은 유독 신앙심이 깊은, 생활 속에 신앙을 실천하는 집안이었습니다. 떠돌이 난민들을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신앙인의 품격, 어려운 처지에 처한 이들을 위한 따듯한 배려 등 …. 어머님이 쓰시던 묵주로 같이 묵주 기도를 올리며 친구가 제게 들려주었던 얘기가 있습니다. “어머니가 이 묵주알을 굴리며 우리를 위해 기도하셨을 걸 생각하면 어머니가 너무 그립고, 어머니의 기도가 쌓여서 지금의 내가 이만큼이라도 온 것 같아.”아! 그때 느꼈던 부러운 느낌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어머님의 쌓여진 기도. 비록 제겐 윗대의 쌓여진 기도가 없지만, 지금부터라도 기도가 필요한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제 자식들을 위해 부러워하는 에너지를 오롯이 모아서 기도를 쌓으리라 다짐합니다. 평화신문2021.11.03
[조경자 수녀의 하느님의 자취 안에서] 27. 사람들 사이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조경자 수녀(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JPIC분과위원장) 강화에 살 때에는 문만 열면 자연과 맞닿은 공기를 마실 수 있었다. 그러니 어쩌다가 미세먼지로 공기가 안 좋은 날이면 온종일 심각한 기후변화에 관해 이야기하곤 했다. 그런데 같은 시각에 숨 쉬며 살면서도 서울에서는 어쩌다가 미세먼지 없는 날이 되면 밖을 내다보며 그나마 ‘오늘’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게 된다. 강화도에서 봤던 사람들의 밝은 얼굴들과 대조적으로 도심에서 사람들은 마스크 안에 표정을 봉인시킨 듯한 모습이다. 색으로 표현하자면 무채색이 떠오를 것 같은 이미지이다. 그러나 하루하루 도심에서 생활하다 보니 촌뜨기가 도심을 바라보는 방법을 몰라서 알아보지 못했을 뿐, 정말 다양한 색이 곳곳에 있음을 조금씩 알게 된다. 시골에서는 펼쳐진 그 환경 자체가 아름답다. 그런데 도심의 아름다움은 겉만 봐서는 안 된다. 그 속을 봐야 한다. 나는 도심 속 아름다움을 새로운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코로나 19가 우리에게 사회적 거리를 갖게 하였고 사람들은 서로에게 그만한 마음의 거리를 둔 것 같다. 그러나 사람들은 출퇴근길 만원 버스와 지하철에서 꼭꼭 끼어 타며, 한 사람이라도 더 탈 수 있도록 사회적 거리를 좁혀준다. 자신의 얼굴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주고, 다른 사람들이 숨 쉴 공간을 배려해준다. 펭귄들이 영하 50℃의 추운 겨울을 날 때에 허들링하는 것처럼 코로나 19라는 이 겨울에 도심 속 사람들은 함께 살 수 있는 온기를 이렇게 찾고 있다.엊그제 나는 세종로 한복판에서 “지구를 살려주세요”라고 쓰여 있는 앞치마를 입고, 두 손에는 박스 종이에 “기후행동 지금당장”이 쓰인 피켓을 들고 광화문 기후행동을 하였다. 그런데 한 할머니께서 나를 먼발치에서 눈여겨보시더니 가까이 다가오셨다. 마스크를 썼으니 나는 눈으로 웃어 인사드렸다. 칠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할머니께서는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수녀님, 정말 미안해요. 우리가 다 망쳤어. 우리가 이렇게 되도록 이 땅을 다 망쳤어. 미안하고 고마워요.” 할머니는 이 말씀을 마치시고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시더니 피켓을 들어 올린 내 오른손 장갑 속으로 넣으셨다. 그리고는 “따뜻한 밥 한 끼 해주고 싶지만, 이걸로 꼭 사드세요”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아녜요 어르신. 그냥 마음으로 함께 해주세요”라고 말씀드렸지만, “내가 고마워서 그래”라고 하시며 자리를 떠나셨다. 장갑 속에서 돈을 꺼내보니 오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 들어 있었다. 큰 액수의 돈이기도 했지만, 할머니께서 나눠주신 마음이 너무도 감사했다. 할머니께서 주신 오만 원의 가치는 모든 기후행동을 하는 이들에게 힘을 주는 밥처럼 다가왔다. 따뜻한 지지의 눈길과 이야기가 오가는 도심 한복판에 지난봄부터 그 자리에 가지런히 핀 꽃 무더기를 발견하는 마음이 되었다. 마치 밭일하는 우리에게 한 상 차려 머리에 이고 밭으로 찾아오셨던 아랫집 할머니를 다시 만난 것 같아, 생각해보면 도시에서의 모든 일이 밭 매는 일과 다를 것이 없다고 여겨졌다. 그러니 이 도시는 사람이 땅이고, 사람이 나무이고, 사람이 꽃이고, 사람이 희망이다. 이 도시의 거리를 주님께서 함께 걷고 계시다. 지나치는 사람들 속에, 만원 버스라도 자리를 만들어주는 사람들 안에, 지지와 용기를 주는 눈빛 안에, 또 마음이 가난한 이들 안에 예수께서 계시다. 그분은 우리와 함께 계셔서 우리를 해방하시고, 자유롭게 하신다. 그분은 이 일을 하기 위해 오셨고, 또 영원히 함께하실 것을 약속하셨다. 말씀이신 분이 우리의 ‘오늘’에 항상 살아오시며, 당신의 ‘섬김’으로 말씀을 이루어주신다. 이 도심, 이 거리, 사람 서리 어디에서나 우리 주님께서는 늘 이렇게 말씀하신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가만히 보면 알 수 있다. 이미 해방해주셨음을, 이미 와 계심을….조경자 수녀(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JPIC분과위원장) cpbc2022.01.19
아름답게 나이드는 이들의 영성 미소는 나의 소명 김효성 수녀 지음생활성서가족과 떨어져 홀로 노인 요양시설에서 지내면서도 밝고 사랑 넘치는 어머니, 평생을 교단에서 보내다 은퇴한 후 졸업생들에게 목도리를 짜주는 할머니 교사, 미소로 웃음을 전파하는 100세 수녀들…. 캐나다에서 심리재교육학을 공부한 김효성(젬마, 성심수녀회) 수녀가 만난 사람들이다. 이들 공통점은 성숙하고 아름답게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정서적 고립감이 더 깊어질 수 있는 노인들에게 홀로 있어도 함께 있음을 느끼는 방법도 소개했다. 문자 메시지와 영상통화를 통해 멀리 있는 이들과 정신적 현존을 나누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원래부터 주님과는 비대면 만남이 아니었냐”라면서 “성경 읽기와 기도, 텔레비전 미사를 통해서라도 고요히 마음만 열면 주님이 오신다”고 조언한다.나이 듦에 대한 개인적 성찰뿐 아니라 노인을 사회의 일원으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답도 다뤘다. 노년에 이르면, 대부분 외부에서 공식적으로 부과되는 책임과 역할이 줄어들지만 비공식적으로 가까운 사람들과 친밀하고 자발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노년기는 젊은 시절과 달리 다른 위치에서, 다른 역할로, 다른 속도로 살면서 시야는 내면적으로 더 깊어질 수 있는 시기다. 저자는 나이 듦이 곧 무력함으로 연결되거나 사회의 구석으로 밀려남을 의미하지 않고, 오히려 젊은 세대와 사회를 위해 노인들만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 있음도 강조한다. 김 수녀는 ‘몬트리올 통합양성교육원’에서 심리재교육학을 공부했으며, 현재 파주에 있는 ‘성심 수녀회 예수마음배움터’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양성교육원에서 수도자들을 대상으로 ‘분노 다루기’, ‘아름답게 나이 들기’ 등을 주제로 교육하고 있다. 이지혜 기자 평화신문2021.08.24

하느님과 어떤 약속을 하셨나요[미카엘의 순례일기] (25)약속을 봉헌합니다 할머니와 함께 순례를 온 아이가 봉헌 바구니를 들고 신자들의 정성을 모으고 있다. 언젠가 60대 중반의 자매님께서 순례가 시작되고 3일 정도 후에 저를 조용히 부르신 적이 있습니다. 세례를 받은 지 3개월이 되셨는데, 제가 순례단과 나누는 이야기가 때로는 알아듣기 버겁다는 말씀이셨습니다. 6개월간 교리를 열심히 받았지만 아직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도 하셨습니다. 저는 내일부터 조금 더 쉽고 자세하게 설명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그리고 자매님께서 성당에 도착하면 누구보다 먼저 제대 앞 십자가로 다가가 성호를 긋고 무릎을 꿇고 기도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그래서 모태 신앙이거나 오래 신앙생활을 하신 분이라고 짐작했었다고도 말씀드렸습니다.“남편이 모태신앙이에요. 제가 십자가 앞에서 성호를 긋는 것은 남편 때문에 자연스럽게 배운 것이고요. 그이는 결혼한 지 30년이 되었는데도 성당에 같이 다니자는 말 한 번 없었어요. 그동안 성당 활동도 하지 않았는데, 아마 저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남편은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항상 거실 벽에 걸린 작은 십자가상부터 찾아요. 항상 명랑하고 우스갯소리도 잘하는 사람인데, 그 시간만큼은 얼마나 경건한지 몰라요.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고 십자성호를 조심해서 긋고는 앉아서 기도를 해요. 아무리 술을 많이 마시고 들어와도 빼먹은 적이 없어요. 그래 봐야 1분 남짓한 시간이지만…. 저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지만, 남편의 변치 않는 그 모습을 30년 동안 지켜보면서 어느샌가 하느님을 믿게 되더라고요.”남편에게 왜 그렇게 하느냐고 물어보신 적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형제님의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고 합니다.“하루에 1분은 하느님께 드리겠다고 약속했으니까. 어린 시절에 주일 미사에 빠지지 않는 것, 그리고 하루에 1분은 하느님께 드리는 것을 그분과 약속했거든.”다음 날 저는 순례 중에 성경과 계약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구약, 신약으로 나누어진 성경은 하느님과의 계약에 관한 것임을 말씀드리고, 자매님의 허락을 구한 후 형제님의 작은 기도와 성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순례가 끝나갈 무렵, 지도 신부님께서 강론을 시작하시면서 성호를 크고 천천히 그으셨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언제든 성호를 그을 때는 지금처럼 손동작을 크고 천천히 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또한, 우리 순례단 각자도 순례 후에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약속 하나씩을 정하자고 제안하셨습니다. 순례 마지막 날 미사 때에 그 내용을 한 분씩 발표하고, 봉헌금을 대신해서 그 약속이 담긴 메모지를 봉헌하자고 덧붙였습니다.순례의 마지막 날 미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모두 메모지를 한 손에 든 채 조금은 들뜬 마음이었습니다. 강론 시간이 되어 한 분씩 자신이 실천하기로 한 내용을 발표하였습니다. 한 형제님께서는 매일 복음을 읽겠다고 하려 했지만 지킬 수 없을 것 같아서, 매일 사무실 책상 위에 그 날의 복음 부분이 보이도록 성경을 펼쳐 놓기로 했다고 말씀하셔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셨습니다. 자매님 한 분은 직장에서 점심시간에 동료들의 눈치를 보느라 마음속으로만 식사 기도를 하셨지만, 앞으로는 작게라도 성호를 그으며 기도하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또 한 분의 자매님께서는 미사 때 봉헌하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고백하시고는, 커피를 사 마시게 될 때마다 한 잔의 커피값을 꼭 따로 챙겨서 그 돈을 봉헌금에 보태겠다고도 하셨습니다.순례를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신부님께서는 캐리어에서 작은 보따리 하나를 꺼내서 저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우리의 약속이 담긴 메모지가 가득한 보따리였습니다.“전 약속을 하나 더 하겠습니다. 저는 특수 사목을 담당하고 있어서, 혼자 미사를 드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방에 마련된 작은 제대 위에 이 보따리를 두겠습니다. 그리고 혼자 미사를 봉헌할 때마다 여러분의 약속이 꼭 지켜지기를 지향하겠습니다. 언젠가 하느님 앞에서 우리가 다시 만날 때, 우리가 그 약속을 지키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을 믿습니다.”세례를 받은 우리는 하느님과 수많은 약속을 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질 때만 그 의미가 있습니다. 하느님과 나와 한 약속은 때로 보이지 않고,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곤란하고 귀찮아질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사람 사이에서 했던 그 어떤 약속보다도 중요한 것이 하느님과의 약속임을 우리 모두 알고 있지요. 예수 성심 성월의 마지막 주간입니다. 단 한 번도 우리와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으신 그분께, 우리가 했던 약속들을 되살려보고 다시 한 번 결심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원창(미카엘, 가톨릭 성지순례 전문가) 평화신문2021.06.23
![[새 성전 봉헌] 서울대교구 홍은2동본당](//cpbc.co.kr/CMS/newspaper/2021/10/rc/811140_1.2_titleImage_1.JPG)
[새 성전 봉헌] 서울대교구 홍은2동본당 성모동산 축복식을 마친 후 염수정 추기경과 초대 주임 김형석 신부(염 추기경 옆), 주임 강재흥 신부(오른쪽 두 번째), 송영태 총회장이 머릿돌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대교구 홍은2동본당(주임 강재흥 신부)이 10일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21년 만에 본당 성전 봉헌식을 가졌다.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가좌로 59에 있는 홍은2동본당은 2000년 9월 19일 홍제동ㆍ연희동ㆍ응암동ㆍ가좌동성당에서 분가해 설립됐다. 수호 성인은 요한 마리아 비안네 성인이다.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는 ‘성체의 성인’, ‘고해소의 성인’, ‘본당 신부들의 수호 성인’ 등으로 불리는 모든 본당 사제들의 귀감이다. 현 성전은 2003년 12월 29일 착공해 2008년 12월 15일 준공됐다. 성전 봉헌식이 거행된 것은 본당 설립 21년, 성전이 준공된 지 13년 만이다. 성전 봉헌식에 앞서 올해 초 성모동산 이전 및 조경공사를 마쳤고 해설대와 독서대 등 제대도 새롭게 단장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성전 봉헌식 미사 강론에서 “우리 신앙인은 부활하신 예수님 안에서 새 생명으로 살아갈 희망을 얻는 것”이라며 “성전 봉헌식을 통해서 우리가 나아갈 길을 함께 숙고하고 본당의 사목 목표인 ‘우리 가정, 구역·반의 신앙 활성화’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신앙생활을 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이어 “성전을 짓기 위해 정성을 다하고 노력과 시간, 사랑을 다한 은인들,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강재흥 주임 신부는 답사에서 “어렵게 돌아왔지만 하느님의 도우심, 성모님의 보호하심 속에 신자들의 열정이 합쳐져 이제 제 자리를 찾고 21년 만에 성전을 봉헌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모든 게 신자들의 기도 덕분”이라고 신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사목회 최석배(야고보) 기획분과장은 “강재흥 신부님이 처음 부임했을 때 ‘신자들의 바람이 뭡니까’라고 물어서 모두가 ‘성전이 봉헌되지 않은 상태로 있어서 재임 중에 꼭 성전 봉헌식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이를 계기로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성전을 봉헌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송영태(레오) 총회장은 “홍은2동 식구들이 코로나19로 흐트러질 수도 있었지만 성전 봉헌에 앞서 백일동안 묵주기도를 봉헌하고 성경필사를 했다”며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주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린다”고 말했다.성전 봉헌식에는 홍은2동본당 신자 100여 명이 참석해 21년 만에 성전 봉헌식을 하게 된 것을 기뻐했다. 또 초대 주임 김형석 신부를 비롯해 교구 관리국장 김한석 신부, 한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 손병선(아우구스티노)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상도 기자 이학주2021.10.13

그리스도교는 어떻게 서양문화를 꽃 피웠을까중세 철학자 박승찬 교수1500년 동안 교회 여정 설명그리스도교 변천 과정 쉽게 풀어기존 출간된 2권 합본 개정 출간 그리스도교는 어떻게 수천 년에 걸쳐 서양문화에 영향을 끼쳤을까? 중세 철학 전문가 박승찬(엘리야,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가 초기 교회부터 16세기 종교개혁 직전까지 1500년 동안 그리스도교가 걸어온 여정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리스도교의 흐름을 짚어내기에 1500년이라는 시간은 광범위하지만 그리스도교가 생겨날 때부터 그리스도교의 변천 과정을 문화, 역사, 철학을 중심축으로 삼아 쉽게 풀어냈다. 그 과정에서 교회가 주체성을 보존하면서도 교회 밖의 사상과 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심도 있게 살폈다.「알수록 재미있는 그리스도교 이야기」는 2014년 가톨릭평화방송에서 방영된 ‘그리스도교, 서양 문화의 어머니’ 박승찬 교수의 강의를 정리한 것을 뼈대로 기존에 출간된 1, 2권을 한 권으로 합본해 개정 출간한 책이다. 중세는 고대와 근대 사이의 암흑기, 신학에만 몰두한 시대로 보수적이고 정체된 시기였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어느 시대보다도 풍요롭고 사상과 문화가 꽃핀 시기였음을 알 수 있다. 그리스도교의 태동과 최초의 토착화 과정을 시작으로 초기 그리스도교와 당시 문화의 주류였던 그리스-로마 문화가 어떻게 조화를 이뤘는지, 이단이 등장하게 된 배경 등을 다루고 있다. 성경이 형성된 과정뿐 아니라 종교 간 전쟁, 서양 철학의 두 기둥을 이뤘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다뤘다. 카를 대제의 문예 부흥과 흑사병을 비롯해 수도원 학교, 궁정 학교 등 활발한 교육과 고딕 양식의 건축 등 지금까지 잘 드러나지 않았던 사상과 교육, 건축 이야기를 풀어냈다. 교회 역사 안에 나타난 종교와 정치의 관계, 그리스도교 초기에 나타난 신앙과 이성의 관계도 다뤘다. 아벨라르두스와 엘로이즈의 슬픈 사랑, 제3차 십자군 전쟁에서 살라딘과 리처드 왕의 대결, 토마스 아퀴나스가 여인의 유혹을 물리친 일화 등 그리스도교의 역사라는 것이 결국은 역사 속 인물들의 삶과 직결된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그리스도교가 걸어온 여정에 인간적 슬픔과 고뇌, 따뜻한 위로가 깃들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박 교수는 들어가는 말에서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성경을 배울 기회는 많지만, 그리스도교의 전통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현대의 모습을 지니게 되었는지 배울 기회는 거의 없다”면서 “교회가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될 핵심을 보존하면서도 변화하는 문화와 반드시 대화가 필요함을 깨닫게 됐다”고 썼다.저자는 서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한 후 가톨릭대 신학부에서 신학을 공부하던 중 중세 철학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중세철학 전공으로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이자 김수환추기경연구소장을 지내고 있다. 그의 중세 철학사 강의는 2012년 대학교육협의회가 주관한 ‘대학 100대 명강의’로 선정됐다. 세계적 석학이자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가 쓴 중세 관련 도서 감수도 맡았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알수록 재미있는그리스도교 이야기박승찬 지음 / 가톨릭출판사 cpbc2021.06.08

이게 될까 싶었는데, 본당 경청모임 하며 주님과 함께 걷는 체험시노드 현장을 가다 - 의정부교구 의정부교구는 28일 경기도 양주 한마음청소년수련원에서 교구 시노드 경청모임을 개최한다. 그동안 각 본당에서 진행한 본당 시노드 경청모임의 내용을 종합, 논의하는 자리다. 교구 시노드 경청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의정부교구 시노드 의안집에 담아 주교회의로 보낼 예정이다. 의정부교구 시노드 과정을 짚어본다. 당연히 해야 하는 ‘우리’의 시노드의정부교구는 세계주교시노드 소식에 2021년 10월 실무를 맡을 교구 시노달리타스팀(이하 교구팀)부터 꾸렸다. 본당ㆍ지구ㆍ교구 사제 대표 7명과 수도자 대표 1명, 평신도 대표 5명 등 13명이 모였다. 이들은 보고서 작성으로 끝나는 형식적인 시노드가 아니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대로 ‘친교와 참여, 사명의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팀 내에 행정ㆍ기획ㆍ연구ㆍ본당지원ㆍ홍보 등 5개 분과를 두고 역할을 나눠 분주히 움직였다. 교구팀은 시노드가 세계 주교들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본당, 우리 교구, 우리 교회의 일이고 보편 교회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데 주력했다. 교구장 이기헌 주교는 교구 사제단에 편지를 보내며 힘을 보탰다. 이 주교는 본당과 교구에서 이뤄지는 시노드 경청모임에 사제들이 적극적으로 마음을 모아주기를 당부했다. 교구팀은 8개 지구 사제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해 시노드 경청모임의 의미와 과정, 전개 방식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교구팀 이종경(교구 홍보국장) 신부는 “본당 사제들의 동의와 협조 없이는 시노드가 잘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시간이 들더라도 사제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먼저였다”고 말했다. 교구장 이기헌 주교의 편지와 지구 사제회의 시노드 설명회는 사제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교구 내 85개 본당 가운데 71개 본당에서 본당 시노달리타스팀(이하 본당팀)이 구성됐다. 교구팀은 다음 단계로 본당에서 활동할 이들의 교육을 이어갔다. 1월 15~16일, 22~23일 총 4차에 걸쳐 본당팀을 대상으로 경청모임의 구성과 운영 과정에 관한 연수를 시행했다.걱정과 우려 속에 시작한 시노드 연수본당팀 연수가 진행되던 1월만 하더라도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시기였다. 본당 미사나 단체 모임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였다. ‘굳이 모여서 뭘 해야 하나’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당장 신앙생활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신자들에겐 ‘시노드’ ‘시노달리타스’는 너무 동떨어진 현실 같아 보였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본당에서 선발돼 연수에 참가한 이들조차도 ‘지금 이런 시기에 이게 될까?’라며 고개를 저였다. 그러나 연수를 통해 시노드의 의미를 알게 되고, 교구팀과 실제로 시노드 경청모임을 해보면서 시노드가 이전의 신앙 모임이나 단체 활동, 회의나 회합과는 다른 차원임을 깨달았다. 경청모임을 통해 나의 신앙을 나누고 우리의 신앙을 돌아보며, 성령과 함께 나와 우리가 함께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성찰하는 시간을 체험했다. 그동안 이와 같은 공동체 활동과 신앙 나눔에 얼마나 목말랐는지를 느끼게 됐다. 본당팀은 각 본당에서 본당 시노드 경청모임의 밀알이 돼 본당 시노드를 이끌어 나갔다.교구장 이기헌 주교는 1월 23일 각 본당에서 경청모임을 시작할 때에 맞춰 신자들에게 편지를 띄웠다. “모두가 움츠러들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때, 성령 안에서 서로에게 귀 기울이며 함께 뜻을 모아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면 본당 공동체는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경청과 대화로 이끄는 경청모임교구팀은 시노드가 자칫 교회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거나 민원을 제기하며 지적하고 건의하는 시간이 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세계주교시노드 모임 안내서인 편람과 예비문서를 연구하고 분석해 시노드 정신을 구현해 낼 의정부교구만의 안내서를 만들어 본당에 제공했다. 모두가 나눠야 하는 ‘근본 질문’(함께 걸어가는 교회)과 선택 질문 10가지 주제(△함께 걷는 길의 동반자 △경청 △용기 있고 담대하게 말하기 △기도와 전례 거행 △사명 안에서의 공동책임 △교회와 사회 안에서의 대화 △다른 그리스도교 교파들과 함께 △권위와 참여 △식별과 결정 △시노달리타스 안에서 이루는 우리의 양성)도 마련했다. 본당에선 1차(소그룹)와 2차(본당 전체)로 나눠 경청모임을 진행하되, 자유로운 나눔을 위해 1차 모임 땐 사제와 수도자가 참석하지 않도록 했다. 경청모임은 시작기도→주제에 정해진 성경말씀 묵상→주제 묵상→나눔과 경청→식별→마침 기도→마무리로 진행되도록 했다. 주제 묵상에서는 반드시 자신이 묵상한 것을 글로 써서 발표하도록 해, 나눔이 주제를 벗어나지 않도록 했다. 또 듣고 나누는 데서만 끝나지 않고 변화를 위해 함께 나아갈 길을 모색하도록 이끌었다.교구팀 김영욱(교구 통합사목국장) 신부는 “시노드가 진행될수록 초반 우려와 달리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면서 “코로나19로 단절됐던 공동체가 시노드를 계기로 친교와 나눔을 주고받으면서 기쁘고 풍요로운 자리가 됐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고 말했다. 본당에 속하지 않은 구성원과도 함께 걷기가능한 많은 이들이 참여하도록 한 세계주교시노드 권고에 따라 교구팀은 본당 소속이 아닌 다양한 사목분야 구성원들과도 경청모임을 했다. 고양 종교인 평화회의를 통해 이웃 종교인과 만났고, 교구 민족화해위원회를 통해 북한 이탈주민과도 함께 했다. 여성, 청년, 시민사회, 수도자, 장애인, 성소수자 단체와도 경청모임을 진행했다. 교구 시노드 홈페이지(synodalitas.uca.or.kr)를 별도로 만들어 온라인 참여 공간도 마련했다. 이종경 신부는 “단체에 속하지 않거나, 시간이 나지 않거나 여러 이유로 시노드 경청모임에 함께 하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도 놓칠 순 없었다”고 말했다.경청모임 마무리는 새로운 시작교구팀은 시노드 경청모임이 경청모임에 참여한 이들뿐만 아니라 참여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전달되도록 힘썼다. 2021년 10월 24일 자 주보부터 주보 3면을 시노드면으로 고정하고, 시노드 관련 소식과 현황을 알리고 있다. 본당팀엔 본당에서 진행된 내용을 본당 전체 신자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갖도록 요청했다.김영욱 신부는 “교구 시노드 경청모임 후 나온 의정부교구 시노드 의안집 내용도 각 본당에서 나누도록 할 계획”이라며 “경청모임은 마무리되지만, 논의된 내용을 우리 스스로가 실현하고 실천하는 것이 시노드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다.교구팀 노설리(클라라, 교구 통합사목국 직원)씨는 “본당별로 참여 인원, 논의 내용, 관심 정도가 다 다르지만 주님과 함께 걷는 공동체를 경험한 그 자체만으로도 뜻깊고 의미 있는 시간이라 생각한다”면서 “어려운 시기에도 시노드에 참여해 준 신자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cpbc2022.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