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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봉 신부가 성경에서 건진 이야기제12회 찬미할 뿐입니다지난 가을에 교구청으로 살림을 옮겼으니 교구청 살림엔 풋풋한 새내기 입니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새해를 맞고 보니 사뭇 두어 해쯤, 지난 느낌이 듭니다. 사제의 삶이 언제나 어디에서나 한결같을 터임에도 교구청에서의 매일은 저를 어색하게 했습니다. 우선 주일에 쉴 수 있다는 사실이 생소했는데요.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일상이 생경스러웠습니다. 따져보면 신학교도 평일에 근무하고 주일에 쉬는 직장이었는데, 이렇게 색다른 느낌이 드니 의아합니다. 아마도 신학교에서는 방이 곧 집무실이었기에 강의시간 이외에는 줄곧 방에서 근무한 셈이었기에 출퇴근 개념이 희미했던 모양입니다. 이를테면 강의록을 준비하다 피곤해지면 잠시 쉬기도 하고, 지치는 날엔 일단 누워 뒹굴다 밤을 새워 일을 처리해도 무방했던 재택근무자였던 셈인데요. 이어졌던 본당의 사제생활은 또 얼마나 들쭉날쭉 입니까? 정해진 미사 시간 외에는 거의 정해진 게 없다 할 정도로, 본당 사제의 일상은 뒤죽박죽으로 엉켜 드는 일이 수 없이 많습니다. 사제관은 모두에게 "열린 장소"이고 사제의 시간은 온통 신자분들의 사정에 맞춰져야 하니까요. 그렇게 오락가락 대며 몽땅 "내놓은 존재"로 지내다가 모든 일이 계획에 따라 예정대로 착착착 진행되는 곳으로 이동했으니, 어리둥절할 밖에요. 바짝 긴장할 밖에요... 물론 이즈음에야 규칙적인 교구청 생활에 겨우 익숙해진 제 어눌함을 변명하는 것입니다. ^^ 아무튼 요즘 저의 가장 큰 변화는 9시 이전에 전화가 오면 으레 "출근 준비를 해야 하거든요"라는 말이 불쑥 튀어나오는 겁니다. 여태껏 고작 몇 걸음 걸어 도착하는 직장생활에 마음이 곤두서 있다는 증거일 테지만 그래도 이제는 새벽, 미사에 앞선 성체조배와 주교님을 모신 아침 식탁의 담소와 서둘러 출근을 준비하는 분주한 아침이 즐겁습니다. 토요일 오전 근무가 끝나면 가질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이 행복합니다. 명실공히 주일을 기다리며 한 주간을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근로자가 된 듯싶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로마에서 복음을 전하는 사명은 주님의 명령이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때문에 "어떻게든 내가 여러분에게 갈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로마1,10) 간절히 원했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하물며 최고 의회에 출두해서 첫 재판에 참여했던 그 날 밤, 주님께서는 바오로 사도에게 "용기를 내어라. 너는 예루살렘에서 나를 위하여 증언한 것처럼 로마에서도 증언해야 한다" (23,11)라고 격려하셨다는 걸 기억하세요? 그러고 보면 주님께서 사도의 꿈을 이뤄주신 방법이 좀 요사모사하다 싶네요. 하필이면 죄수의 몸으로 끌려가게 하시는 통에 복음 선두주자의 품새가 말이 아니니까요. 주제가 이 모양이니 "이대로 항해하면 짐과 배뿐만 아니라 우리의 목숨까지도 위험하고 큰 손실을 입을 것"(27,10)이라는 경고가 "황제 부대"의 백인대장에게 먹혀들 턱이 없었을 것입니다. 불어오는 남풍에 우쭐해서 닻을 올렸던 그들의 꿈은 폭풍 "에우라킬론"을 맞으면서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도무지 뚫고 나갈 수 없는 바람 앞에, 여러 날 동안 해도, 별도 나타나지 않고 거센 바람만 심하게 불어대서 모든 것을 포기해야 했던 무기력, 바람을 가려주는 작은 섬 카우다에 의지해서 "간신히 보조선을 붙잡을 수 있었던 아슬아슬한 순간", 모래톱에 좌초할까 두려워 닻을 내린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