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곤의 불편한 이야기] 연옥 영혼만 영혼인가](//cpbc.co.kr/CMS/newspaper/2022/08/rc/828972_1.1_titleImage_1.jpg)
[안희곤의 불편한 이야기] 연옥 영혼만 영혼인가안희곤 하상 바오로(사월의책 대표) 며칠 전 아내가 저녁 식사를 앞에 놓고 한 가지 얘기할 게 있다고 했다. 그분께서 차분한 목소리로 할 얘기가 있다고 하면 덜컥 겁부터 나는 건 나뿐인가. ‘내가 또 뭘 잘못한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행히 아내가 꺼낸 얘기는 무서운 게 아니고 오히려 반가운 제안이었다. 밥을 먹을 때마다 식후 기도를 늘 잊곤 했는데 이제는 빼먹지 말자는 얘기였다.성당 소모임에서 함께 식사하는데 신부님이 그랬단다. 식후 기도 마지막에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의 안식’을 비는 부분이 있는데, 연옥에 있는 영혼들이 이 기도가 끝나야만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하시더란다. 산 사람들의 식사가 끝나기만 기다렸는데 기도를 안 하고 일어나버리면 얼마나 허탈하겠느냐는 우스갯소리에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그렇게라도 기도를 권하는 신부님 뜻이 짚였기에 별로 토를 달지는 않았다. 교회가 이렇듯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를 늘 강조하는 것은, 우리들 ‘거룩하고 보편된 공동체’에 속한 이들이 ‘모든 성인의 통공’과 죽은 이들과의 통교에 의해 서로 영적인 도움을 주고받음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사실 연옥은 성경에도 전혀 언급이 없는, 후대에 생긴 교리로 알고 있다. 중세 후기에 자본주의 출현과 경제 발전으로 사회가 빠르게 세속화되면서 교회도 이에 대응할 필요가 생겼고, 돈과 욕망을 좇는 신자들에 대해 죄를 정화할 기회로 연옥이 발명되었다는 것이다. 15, 16세기에 소집된 공의회에서 연옥이 교리로 채택되었고, 이렇게 탄생한 연옥은 자본주의 발전에도 일정한 기여를 했다고 한다.(자크 르 고프, 「연옥의 탄생」)그러나 나는 죄를 정화하는 기회로서 연옥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신자들의 영적인 연결을 믿고 그것을 통해 유한한 우리들의 삶을 죽음 너머까지 확장하는 교리로서의 연옥이 훨씬 의미 있다고 본다. 말하자면 통공(通功)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산 이와 죽은 이의 ‘연대’ 말이다. 그 어떤 인간도 홀로 태어날 수 없거니와, 죽은 이들이 첩첩이 쌓은 기억들 위에서 우리의 문화는 이루어졌고, 나는 다시 나의 이웃과 후대에게 내가 겪은 삶의 기쁨과 고통과 희망을 남길 것이다. 그것은 덧없고 유한한 우리 삶이 영원에 도달하는 방식이다.우리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그것이 반드시 신앙과 영적인 차원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리라.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이웃과 친구들이 비슷한 경험, 비슷한 환경에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그런데 왜 우리는 주로 죽은 이들과의 통공을 빌고 교회의 추상적 일치에만 관심을 가질까. 사제의 강론에서나 성당 모임에서나 우리 사회의 당면 문제에 관해 관심과 연대를 요청하는 이야기를 듣는 일은 매우 드물다.아마도 불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영혼과 저 세상에 관한 이야기는 안전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말할 수 있지만, 현실의 ‘통공’과 ‘연대’는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고 부담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가령 최근 우리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장애인들의 지하철 시위나 대우조선 하청노조의 파업에 대해서도 교회 안에서는 작은 관심밖에 없어 보인다. 이런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신자들의 입장도 일반인처럼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데, 가장 현세적이지만 현세적이지 않은 척 고결한 신자들 앞에서 사제들도 입을 다물고 비겁한 쪽을 택한 듯하다. 사회사목이나 노동사목의 역할이 교회에 주어져 있고 그 역할을 다하려 애쓰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한국 교회의 관심은 주로 영혼의 평화에만 기울어져 있는 듯하다. 그러나 지금 이곳의 통공을 모르는 우리가 어떤 세상에서 통공을 이룰까. 교회는 좀 더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한다. cpbc2022.08.03

‘한국 수필 문학의 거장’ 피천득, 인간적인 예수님께 반하다[백형찬의 가톨릭 예술가 이야기] (5) 피천득 프란치스코 (상) 피천득은 자신의 좋은 점은 모두 어머니에게 물려 받았고, 자신이 결점이 많은 것은 어머니를 일찍 여의어 그렇다고 말할 정도로 어머니를 무척 사랑했다. 사진은 어머니와 소년 피천득. 고등학교 국어책에 실린 수필 ‘인연’으로 기억하는 피천득(皮千得, 프란치스코, 1910~2007)은 평생 어린이 같은 마음으로 산 문인이었다. 키가 1m 50㎝ 정도이고 몸무게는 40㎏이 조금 넘는 작은 체구였지만 영혼은 한없이 맑았다. 어떤 사람은 “암흑이 지배하는 시대에 선생님의 수필을 읽는 것은 밤하늘에서 별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피천득은 평생 세 종류의 책을 지었다. 「인연」이라는 수필집 한 권, 「생명」이라는 시집 한 권, 「셰익스피어 소네트」라는 번역시집 한 권이다. 시와 수필은 각각 100편 내외만 창작한 지독한 과작(寡作)의 작가이다. 국어책 속에서 중학교 때, 국어책에는 ‘나의 사랑하는 생활’이란 수필과 나다니엘 호손이 지은 「큰 바위 얼굴」 그리고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이 들어있었다. 고등학교 국어책에도 수필 ‘인연’을 비롯해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이 실려있었다. 모두 피천득이 짓고 번역한 글이다. 지금도 그 글의 앞부분은 영화 예고편처럼 내 가슴 속을 흐른다. “나는 우선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지금 돈으로 한 오만 원쯤 생기기도 하는 생활을 사랑한다. 그러면은 그 돈으로 청량리 위생 병원에 낡은 몸을 입원시키고 싶다.”(나의 사랑하는 생활) “어느 날, 오후 해 질 무렵, 어머니와 어린 아들은 자기네 오막살이집 문 앞에 앉아서 큰 바위 얼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큰 바위 얼굴) “그날 아침 나는 학교에 가는 것이 대단히 늦었고, 더구나 아멜 선생님이 물어보시겠다고 한 분사법에 대하여 하나도 몰랐기 때문에 꾸지람을 들을 것이 겁이 났었습니다.”(마지막 수업) “지난 사월, 춘천에 가려고 하다가 못 가고 말았다. 나는 성심여자대학에 가 보고 싶었다. 그 학교에, 어느 가을 학기, 매주 한 번씩 출강한 일이 있었다.”(인연)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가지 않은 길) 이렇듯 피천득은 국어책을 통해 아름다운 글로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그때 배양된 정서가 아직도 내 가슴 속에서 따뜻하게 숨 쉬고 있다. 아흔 넘어 짜장면을 맛본 이유 피천득의 책상 위에는 늘 엄마 사진이 놓여있었다. 흑백 사진 속의 엄마는 언제나 젊고 아름다웠다. 일곱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열 살에는 어머니를 잃었다. 피천득은 엄마가 ‘나의 엄마’였다는 것은 타고난 영광이었다고 했다. 자신에게 좋은 점이 있다면 엄마한테서 받은 것이고, 자신이 많은 결점을 지닌 것은 엄마를 일찍이 잃어버려 엄마의 사랑 속에서 자라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자신이 새 한 마리 죽이지 않고 살아온 것은 엄마의 자애로운 마음 때문이며, 햇빛 속에 웃는 자신의 미소는 엄마한테서 배운 웃음이라고 했다. 그런 엄마는 피천득의 모든 글 속에 살아 있다. 피천득은 무척이나 순수하고 순진한 사람이었다. 몇 가지 일화가 이를 말해준다. 고해성사를 보기 위해 성당 고해소로 들어갔다. 죄를 고해야 하는데 판공성사 표만 달랑 놓고 나왔다. 피천득을 모르는 젊은 신부가 고해실에서 뛰쳐나왔다. “할아버지 성사 표만 내고 가면 어떻게 하세요?”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나는 죄가 없는데 어떡하나요?”라고 대답했다. 이에 젊은 신부가 야단을 쳤다. “사람에게는 죄를 짓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하느님께 죄 없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랬더니 피천득은 이내 자신이 매우 교만했고, 죄를 성찰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또 이런 일이 있었다. 지인 한 사람이 피천득을 모시고 서울대 구내 중국 음식점에 들어갔다. 코스 요리를 주문했는데 순서에 따라 짜장면이 나왔다. 피천득은 짜장면을 보더니 잠시 주저하다가 젓가락을 댔다. 그러고는 “나 짜장면 처음 먹어 보는 거야”라고 했다. 그때가 95세였다. 지인은 그 연세까지 짜장면을 들지 않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까닭을 물었더니 “모양이 좀 혐오스러워서 …” 라고 말을 흐렸다. 이런 일도 있었다. 여름 방학에 제자들이 가르침을 받기 위해 댁을 찾아갔다. 골목이 많은 동네라 문패를 보고 찾아야 했다. 아무리 다녀도 문패가 보이지 않았다. 날은 덥고 다리는 아프고 학생들은 짜증 났다. 그런데 어느 집 앞 나무 조각에 희미하게 ‘피천득’이라 적힌 문패가 보였다. 붓글씨로 쓴 글자였는데 오랜 세월로 많이 지워져 간신히 읽을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선생님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문패 찾느라 고생했다고 하자, “나는 번쩍번쩍 빛나는 돌에 이름 석 자를 기록할 만큼 유명하지도 위대하지도 않으니까”라고 했다. 이런 일화도 있다. 신년 세배 때, 제자가 세배하면 스승은 책상 위에 나란히 세워 놓은 크리스마스카드 중에서 하나를 골라 주었다. 그해에 받은 카드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모았다가 주는 것이었다. 또는 예쁜 양말이나 미제 초콜릿(당시는 귀한 식품)을 주기도 해서 받는 사람은 어린애처럼 좋아했다. 또한, 길을 걸을 때도 늘 가장자리로 걸었고, 자리를 잡아도 늘 낮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 모든 일화가 피천득이 얼마나 솔직하고, 순수하며 겸손한지를 말해준다. 만년에 가톨릭 신자가 되다 피천득의 호는 금아(琴兒)이다. 거문고 ‘금(琴)’, 아이 ‘아(兒)’이다. ‘금아’는 춘원 이광수가 지어주었다. 금아의 엄마는 거문고를 잘 탔다. 춘원이 그 거문고와 아이를 결합해 ‘금아’라 지어 준 것이다. 피천득은 ‘금아’를 무척 사랑했다. 피천득은 자기 이름에 대해 ‘피가지변(皮哥之辯)’이란 글을 통해 재밌게 얘기했다. 옛날 조상이 제비를 뽑았는데 皮씨가 나왔다. 皮가 좋지만 더 좋은 성(姓)이었으면 하고 면사무소 직원에게 부탁해 다시 뽑았다. 이번에는 毛씨가 나왔다. 毛씨도 좋지만 毛(털)는 皮(피부)에 의존한다고 생각해 皮씨를 택했다고 한다. 피천득은 자신의 이름인 ‘천득(千得)’이 점잖은 것 같지 않아 다른 이름으로 바꾸려고 했다. 그러나 엄마가 부르던 이름을 도저히 고칠 수가 없었다. 원래 이름은 하늘에서 얻었다고 해서 ‘天得(천득)’인데, 호적계의 실수로 ‘天’이 ‘千’으로 바뀌었다. 이름을 풀이하는 사람의 말에 따르면 평생 부자로 살 팔자였는데 이름의 획수가 하나 적어 가난하게 산다고 했다. 피천득은 어려서부터 유교식 교육을 받았다. 서당에서 한문을 배웠는데, ‘신동(神童)’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이십 대 중반에는 금강산 장안사에서 상월 스님에게 유마경과 법화경을 1년간 공부했다. 어떤 이는 피천득이 금강산에 계속 머물러 스님이 되었다면 고승(高僧)이 되었을 것이라 했다. 피천득은 ‘잠’이란 글에서 “목사님 설교를 들으면서 곧잘 잠을 잔다. 찬미 소리에 잠이 깨면 천당 갔다 온 것 같다”라고 했다. 이를 보면 개신교 신앙도 가졌던 것 같다. 예수회 김태관 신부는 피천득이 77세였을 때, 서강대학교 사제관에서 세례성사를 거행했다. 세례명은 ‘프란치스코’였다. 피천득은 자신이 존경했던 중세 이탈리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닮고자 ‘프란치스코’를 택한 것이었다. 그런데 세례명을 ‘프란치스코’로 정한 다른 이유도 전해진다. 수도회 ‘회칙’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오래전에 제자 한 사람이 ‘주님,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주소서’로 시작하는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가 적힌 족자를 선물해 그것이 계기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피천득은 교적을 서울 반포성당에 두었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영어 성경을 가죽 표지가 다 닳을 정도로 읽고 또 읽었다. ‘샘터’ 지령 400호를 기념하는 대담에서 김재순이 피천득에게 물었다. “언젠가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나는 죽을 때까지 종교를 못 가질 것 같아요’라고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선 만년에 가톨릭 신자가 되셨지요. 과연, 이 세상에 신이 있음을 믿으시는지요?” 금아가 대답했다. “확언은 할 수 없지만 신의 높은 경지나 정신은 가끔 느끼지요. 대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웅장함을 볼 때도 그런 걸 느낄 수 있고 음악 중에 최상의 음악, 이를테면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과 같은 음악을 들을 때도 신의 존재를 느낍니다.” 그러고는 가톨릭에 입문하게 된 사연도 이야기했다. “얼마 전 작고한 김태관 신부님이 제가 쓴 글 한 편을 보고 특별히 문답도 없이 저한테 세례를 줬어요. 그때 신부님이 읽었던 제 글이 ‘권력에 굴복하지 말고, 불쌍한 사람 저버리지 않게 해주소서. 일상생활에 있어서 대단치 않은 것에 근심 걱정하지 않게 해주소서’ 이런 내용이었답니다.” 피천득은 예수님에 대해서도 말했다. “예수님의 친구는 어부같이 당시 가난하고 천대받던 이들, 사회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이었는데, 이들을 오직 사랑으로 대했지요. 얼마나 인간적인 분입니까? 저는 신적인 면보다도 예수님의 그런 인간적인 면을 사랑합니다.” <계속> cpbc2023.01.31
![[금주의 성인] 시에나의 성 베르나르디노 사제 (5월 20일)](//cpbc.co.kr/CMS/newspaper/2022/05/rc/823926_1.2_titleImage_1.jpg)
[금주의 성인] 시에나의 성 베르나르디노 사제 (5월 20일) 이탈리아 프란치스코 수도회 신학자로 설교가이며 개혁가, 예수 성명 신심의 전파자입니다. 비오 2세 교황이 제2의 바오로 사도 라 부를 정도로 이탈리아 전역을 돌아다니며 선교 활동에 헌신했습니다. 성인은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친척 손에서 자랐습니다. 청소년기 시에나에서 인문 과학과 철학을 공부한 후, 대학에서 교회법을 배운 그는 성경과 신학에 심취했고, 신심의 실천에도 열의를 보였습니다. 1400년에는 약 4개월 동안 시에나의 산타 마리아 델라 스칼라 병원에서 흑사병 환자를 돌보다 병에 걸리기도 했습니다. 1402년 프란치스코회 입회하여 1404년 사제품을 받은 그는 세지아노에서 설교를 시작합니다. 그토록 원하는 사제가 되어 사람들에게 하느님 말씀을 전하고 싶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매우 듣기 거북한 데다 힘이 없었다고 합니다. 성인은 성모님께 설교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하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습니다. 어느 날 성인은 성모님께 기도하는 동안 하늘에서 신비로운 불길이 내려와 자신의 목을 훑고 지나가는 것을 경험했고, 성인은 호소력 짙고 힘 있는 목소리를 갖게 됐다고 합니다. 그는 1417년 밀라노에서 ‘대중 설교가’로 활동을 시작했고, 걸어서 중부와 북부 이탈리아 전역을 순회하면서 설교에 힘을 쏟았습니다. 설교를 통해 참회와 사랑의 실천을 강조했고, 도박, 고리대금업, 미신 등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한편 정치적 권력 투쟁을 비판했습니다. 성인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모범으로 프란치스코회의 회칙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당시 사람들의 정신적ㆍ영성적인 처지와 부족한 면들도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특히 성모 신심이 깊은 성인이 성모님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얼굴에서 광채가 나고 마치 천사처럼 빛을 발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런 성인의 설교를 듣기 위해 늘 많은 군중이 몰렸습니다. 이탈리아 전역에서 많은 개종자와 냉담자들을 교회로 이끌었으며, 이탈리아의 도덕적인 생활 개선에 기여했습니다. 성인은 강론할 때마다 IHS(Iesus Hominum Salvator, 라틴어로 인류의 구원자 예수라는 뜻)라 쓰인 팻말을 세워놓고 ‘구세주 예수’를 존경하며 사랑하라고 가르쳤습니다. 성인은 1444년 고향에서 설교를 마친 후, 고령의 나이와 시약한 몸에도 나폴리 왕국을 복음화하기 위해 출발했으나 열병에 걸려 5월 20일 아퀼라의 프란치스코 수도원에서 선종, 그곳에 묻혔습니다. 그의 무덤에서 많은 기적이 일어나자 에우제니오 4세 교황은 시성 조사를 명하였고, 1450년 5월 24일 니콜라오 5세 교황에 의해 시성됩니다. 성인은 광고업자의 수호성인이기도 합니다. cpbc2022.05.11

성경으로 해석한 신앙의 신비와 그리스도인 생활 규범[미사의 모든 것] (20)강론 강론은 가톨릭 성직자가 미사 전례에서 신앙의 신비와 신앙생활의 규범을 하느님 말씀을 바탕으로 설명하는 것을 뜻한다. 성경의 메시지를 현실화함으로써 신자들이 자신의 삶 안에서 그 뜻을 되새기는 것이 강론의 본질이다. 【CNS 자료 사진】 나처음: 미사를 마치고 성당을 빠져나오면 신부님 말씀이 기억나지 않는데 꼭 강론이 필요한가요?조언해: 나도 엄마가 아침밥을 뭘 차려주셨는지 기억나지 않아. 하지만 엄마의 정성스러운 아침 밥상이 하루를 지탱하게 하는 일용할 양식이고 내 생명의 자양분임을 알아. 신부님 강론도 마찬가지야. 우리를 신앙인으로서 삶을 지탱하게 하는 영적 양식이야. 그래서 강론은 꼭 필요한 거야.라파엘 신부: 언해가 좋은 비유로 강론을 설명해 주었구나. 신자들은 강론을 듣기 어렵고 사목자들은 강론을 하는 게 어렵지. 강론은 말씀 전례의 한 부분으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찌우는 데 반드시 필요하단다. 신자들이 강론을 통해 하느님을 강렬하게 체험하기 때문에 강론은 중요하단다. 그래서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강론은 거행되는 신비를 이해하도록 이끌고 사명으로 초대하는 것이어야 하며, 회중에게 신앙 고백과 보편 지향 기도, 그리고 성찬 전례를 준비시켜야 한다. 그러므로 고유한 직무에 의하여 강론을 맡은 이들은 참으로 이 임무를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셨지. (「주님의 말씀」 59항)나처음: 종종 신부님들께서 강론 때 정치나 사회 현안에 관해 과하게 말씀하시는 것을 봐요.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기고 성직자는 종교 문제에만 관여해야 하는 게 바람직한 게 아닌가요.조언해: 사실 저희 부모님도 신부님들이 밖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좋지만 미사 강론 중에는 하지 않았으면 하셔요. 일부 신자들은 신부님의 강론이 복음 말씀과 상관없이 정치ㆍ사회 문제에 치우쳐 있다 해서 미사 참여를 하지 않거나, 전혀 그런 말씀을 하지 않는 신부님들의 미사에 찾아가요. 라파엘 신부: 강론은 하느님 말씀을 지금 여기에 사는 우리의 말로 다시 전해 주는 역할을 하는 거란다. 그렇다고 하느님 말씀을 단순히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바꾸어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성경의 메시지를 현실화함으로써 신자들이 자신의 지금 삶 안에서 그 뜻을 되새기는 것이 강론의 본질이지. 하느님 말씀이 우리 삶 안에서 살아있는 말씀이 되려면 자연히 우리 삶 전체와 관계되어야 하지 않겠니. 신앙생활뿐 아니라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친 인간의 삶에 대해 교회가 말해야 하는 것이지. 성직자는 신앙생활에 관해, 그 종교에 관해 말하라는 요구는 전능하신 하느님을 기도의 청만 들어주고 복만 내려주는 분으로 한정시키는 것과 다름이 없어. 물론, 사제가 강론 때 지나치게 자기 취향에 따라 정치 발언을 하거나 사회 문제를 다룬다면 결코 하느님을 찬미하는 행위라 할 수 없겠지. 아울러 그날 미사의 말씀 전례 독서 내용만 해설하는 정도로 그치는 강론 역시 신자들로 하여금 피조물과 세상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을 잊게 만든다는 점에서 옳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지. 강론의 대상을 복음 해설에만 국한할 수 없고, 인간 삶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신자들이 이해하면 좀더 기쁜 마음으로 사제의 강론을 들을 수 있을 거야. 나처음: 강론은 언제부터 미사에 도입됐나요?라파엘 신부: 강론은 헬라어 ‘ομιλια’(호밀리아)를 우리말로 옮긴 말로 아버지가 자녀에게, 스승이 제자에게 또는 동료끼리 대화 형식으로 하는 이야기를 뜻한단다. 전례에서 ‘강론’은 신앙의 신비와 신앙생활의 규범을 하느님 말씀을 바탕으로 설명하는 것을 뜻해. 그래서 전례와 상관없이 회중에게 교리나 신앙을 주제로 말하는 ‘설교(praedicatio)’와 구분해 사용하고 있지. 강론은 구약 이스라엘 백성들이 회당에서 율법서와 예언서를 봉독한 후 회당장이나 미리 지정한 성인 남자가 그 말씀을 풀이해 준 예식을 그대로 미사에 받아들인 것이야. 주님이신 예수님께서도 나자렛 회당에서 복음을 선포하셨지.(루카 4,16-21 참조) 또 초대 교회 사도들도 복음을 선포하면서 강론을 중요시하였단다.(사도 13,15-41 참조)미사 강론에 관해 증언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문헌은 유스티노 성인의 「호교론」이야. 유스티노 성인은 이 책에서 “독서가 끝난 후에 주례자는 이와 같은 좋은 모범을 본받으라고 가르치고 교훈하기 위해 강론을 한다”고 설명하였지. 하느님 말씀을 읽고 이에 대해 해석하면서 현실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제시하는 방식의 이러한 강론은 특히 교부들에 의해 교리교육의 한 방편으로 발전하였단다. 암브로시오와 아우구스티노 성인,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오와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 같은 교부들의 많은 글이 사실 강론 때 했던 것이지. 특히 성 레오 대교황의 「성탄 강론」을 읽으면 미사 강론이 차지하고 있는 역할과 자리를 잘 알 수 있어요.조언해: 중세 때에는 강론의 비중이 크지 않았다고 들었어요.라파엘 신부: 중세로 접어들면서 신자들의 전례 생활이 아주 빨리 쇠퇴했단다. 이렇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일반인들이 전례 때 사용하는 라틴어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이지. 4세기 초까지만 해도 로마 교회 전례 공용어는 당시 국제어로 통용하던 헬라어였지. 그러나 4세기에 이르러서는 많은 사람이 더는 헬라어를 사용하지 않아 성 다마소 1세 교황(재위 306~384년)께서 로마 교회에 속한 신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인 라틴어를 전례 공용어로 채택했지.선교사들의 활동으로 그리스도교가 서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가면서 많은 이민족이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인이 되었지만 이들 대부분은 라틴어를 이해하지 못했지. 그럼에도 불구에도 교회는 미사를 비롯한 전례 때 라틴어 외에는 다른 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어. 사정이 이러니 강론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봉독한 하느님 말씀을 신자들에게 그 나라 말로 번역해 주는 것이 거의 전부였지. 이렇게 됨으로써 본래 의미의 강론은 미사 안에서 거의 무시됐고, 결국 신자들의 무관심으로 강론은 미사 안에서 비본질적인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단다. 강론의 쇠퇴는 말씀 전례의 쇠퇴를 불러왔고, 신자들은 하느님 말씀보다 성체께 대한 신심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돼 말씀의 식탁과 성찬의 식탁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게 되고 말았지. 이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는 전례 개혁을 단행해 미사를 비롯한 모든 전례에서 각 민족의 말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단다. 이후 미사 중에도 말씀 전례가 활성화되도록 개혁해 강론의 중요성이 다시 두드러지게되었지. 나처음: 좋은 강론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파엘 신부: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구나.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강론자가 강론을 할 때 “친밀함과 따스한 어조, 가식 없는 말씨, 기쁨에 넘치는 태도로 해야 한다”(「복음의 기쁨」 140항 참조)고 조언하셨지. 강론은 성찬 예식에 앞서 하느님과 당신 백성이 나누는 대화에서 최고의 순간으로서 모든 교리교육을 뛰어넘는 것이란다. 그래서 강론자는 먼저 자기 공동체의 마음을 잘 알아야 해. 그래야 그 공동체가 하느님께 생생하고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고, 한때 사랑으로 넘쳤던 그 대화가 어디에서 끊어지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지.사제가 좋은 강론을 하려면 먼저 자신이 하느님 말씀으로 깊이 감화되어 그 말씀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사목자가 되어야 해.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좋은 강론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셨단다. 먼저 주제가 통일되고 문장이 명료하고 일관되어서 사람들이 강론자의 말을 쉽게 따라가고 그 논리를 파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둘째,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 마라’고 지적하기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제시해 언제나 신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미래 지향적이어야 한다. 한 마디로 좋은 강론은 신자들에게 주님의 기쁨을 전하는 강론이지. 너무 어려워. 강론은….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cpbc2020.12.02

“주님께 의지하며 자신에게 먼저 온유하세요”[김용은 수녀가 묻고 살레시오 성인이 답하다] 11. 온유의 덕을 살려면 예수님께서는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라고 하셨다. 예수님을 닮은 참된 겸손과 온유의 덕이 필요한 때다. 【CNS 자료 사진】 사랑하올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께안녕하세요.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하면서 동시에 쓸쓸해지는 가을입니다. 자칫 우울해질 수도 있지만, 적정 온도의 우울감은 오히려 고요함을 유지하게 해주나 봅니다. 마음의 양식을 쌓기에 참 좋은 9월에 받는 성인의 편지는 영혼단련을 위해 뭔가 막 해보고 싶어집니다. 성인께서 지난 편지에 사랑을 하려면 애덕을 실천하라 하셨어요. 외적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자신에게 부족한 내적인 작은 덕들(little virtues) 중 하나만 구체적으로 시작해보라고요. 사실 제가 성인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유는 저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덕을 성인께서 지니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성격도 급하고 표현도 직설적이라서 부드럽고 온화한 사람이 참 부럽습니다. 물론 어떤 이는 타고나게 부드러운 성격과 친절한 태도를 지녔지요. 성인께서는 타고난 것이 아닌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서 온유의 꽃을 피우셨습니다. 그렇기에 저 자신에게도 희망을 봅니다. 온유의 덕을 쌓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노력하다 보면 정말로 부드럽고 온화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온유의 덕을 살고 싶은 김 수녀 드립니다.사랑하는 김 수녀와 독자들에게점점 짧아져 가는 그래서 더 보석 같은 가을, 마음의 일을 하면서 영혼의 열매를 맺기를 바랍니다. 온유의 덕을 쌓고 싶다고요? 그렇다면 무엇보다 김 수녀 자신에게 먼저 온유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어떻게요? 자신이 부족하고 안 되는 것이 있을 때 자책하고 비난하지 마세요. 그러니깐 자신을 혹독하게 다루지 않았으면 해요. 자칫 가파르고 높은 오르막길에서 열심히 오르다가 용기를 잃고 포기할 수도 있어요. 자신의 불완전함에 너그러워지세요.때론 잘해야 한다는 어떤 당위성으로 자신의 잘못에 화를 내고 또 이 화낸 것에 대하여 짜증 내고 짜증 낸 것에 대해 또 짜증을 낼 때가 있어요. 마치 평정심을 잃은 재판관처럼 재판할 때 죄에 대한 신중한 식별이 아닌 분노감정에 휩싸여 자신을 과시하는 잘못된 판결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자녀가 잘못할 때 화를 내는 경우가 있지만 사실 부드럽고 다정하게 하는 훈육이 훨씬 더 유익하지요.자신에게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요.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 격정에 사로잡히기보다 자신에게 연민을 가지고 부드럽게 조용히 타이르세요. 화를 내고 요란스럽게 하는 반성보다는 더 깊은 성찰을 이뤄낸답니다. 가끔은 괴팍하게 굴거나 급한 성격에 화를 낼 수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친절하게 말해요. “내 불쌍한 마음아, 그렇게 결심을 했는데도 피할 수 없었구나. 그래도 용기를 내자. 다시 일어나서 이 구렁에서 빠져나가자. 주님께서 도와주실 거야.”두 번째는 온유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을 믿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결심을 해요. 필요한 덕을 간절히 구하면서요. 무엇보다 주님께서 함께하시고 계심을 믿어요. 그런데도 결심이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고 마음이 현란할 때는 성경 말씀을 소리 내어 외쳐보세요. “내 영혼아, 어찌하여 녹아내리며 내 안에서 신음하느냐? 하느님께 바라라. 나 그분을 다시 찬송하게 되리라, 나의 구원, 나의 하느님을.”(시편 42,6)하느님 앞에 나 자신을 낮추면 나의 불완전함이 놀랍고 새로운 것도 아니에요. 설사 나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해도요. 어쩌면 덕행을 쌓는 여정에서 불완전함은 좋은 징조일 수도 있어요. 반면에 완전한 것 같은 상태를 경계할 필요도 있고요. 태어나면서부터 부드러운 성격을 지녀 많은 이들로부터 칭찬을 받는다고 해서 완덕에 이른 것은 아닐 테니까요. 그러니 조용히 자신의 마음에 용기를 북돋아 주세요. 그리고 결심한 덕행의 길로 다시 발을 내딛어요.세 번째로 온유하려면 겸손을 친구로 삼으세요.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마태 11,29) 겸손은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삶을, 온유는 이웃의 마음에 드는 삶을 살게 해요. 참된 겸손과 온유의 덕을 지닌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무시를 당해도 아파하거나 괴로워하지 않아요. 특히 그 어떤 일에도 분노를 터뜨리지 않았으면 해요.누군가의 잘못을 단호하게 바로잡아야 할 때에도 온유하고 차분하게 대하세요. 성난 코끼리를 달래는 데는 어린 양보다 더 좋은 것이 없어요. 총알에 의한 관통을 막는 데에는 방탄복보다 더 나은 것이 없고요. 아무리 이치에 맞는 바른말이라도 화를 내어 말을 하면 그 말은 다시 자신에게 돌아와요.임금이 평화로운 마음으로 나라를 순방하면 백성은 이를 영광으로 알고 기뻐하지만 무장한 군대들을 이끌고 돌아다니면 비록 그 목적이 안녕과 질서를 위한 것이라도 백성은 달가워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군대로 말미암은 폐해까지 겪게 되니까요.예수님으로 사세요! Live Jesus!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씀 김용은(제오르지오, 살레시오 수녀회) 수녀cpbc2022.09.21

“혼인과 가정의 아름다움을 증언하십시오”제10차 세계가정대회 폐막… 교황, 새로운 세대에 성가정의 기쁨과 아름다움 선포하길 강조 로마에서 개최된 제10차 세계가정대회가 6월 26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바치는 주일 삼종기도로 막을 내렸다. 이번 세계가정대회에는 120개국에서 약 2000명의 대표가 참가해 ‘가정의 사랑: 성덕의 소명이자 길’이라는 주제로 그리스도인 가정의 소명을 되새겼다. 대회는 주최 측이 “곤경에 빠진 지역에서 온 가정들의 증언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많을 것”이라고 예고한 대로, 다양한 어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가정들의 생생한 증언과 만남으로 채워졌다.특히 대회 첫날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가정축제에서 외교관 남편을 잃고 세 아이를 홀로 키우는 자키아 세아키씨의 증언이 참가자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콩고민주공화국 주재 이탈리아 대사였던 남편 루카씨는 지난해 유엔의 식량 프로젝트를 지원하던 중 피살됐다. 더구나 자키아씨는 이슬람 신자다. 자키아씨는 “상처 입은 가정이라 낙담의 순간이 있지만, 남편 사이에서 생겨난 사랑을 아이들에게 전해줄 임무가 남아 있다”며 낙담에 굴복하지 않겠다 말했다. 또 “성경과 코란(이슬람 경전)이 집안 곳곳에 놓여 있다”며 “(남편은 가톨릭이었지만) 각자의 종교는 소통과 경청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줬다”고 증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의 증언을 경청한 후 “우리는 가정 안에서 나와 다른 사람과 함께 살면서 형제자매가 되는 법을 배운다”며 자키아씨 가정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총성이 그치지 않는 우크라이나에 남편을 남겨둔 채 17살 딸과 이탈리아로 피신한 이리나씨는 “고향을 떠나오면서 애정과 추억, 희망을 모두 버렸다”며 “하지만 하느님께서 우리 여정을 도와주시고, 넓은 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보내주셨다”고 말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모녀는 피에트로씨 가정과 본당 공동체의 환대 속에서 손님으로 지내고 있다. 이 모녀에게 신축 아파트를 빌려준 피에트로씨는 “어떠한 가식도 없이 열린 마음으로 맞아들이려 했던 이유는 고통받는 사람을 환대하는 것이 그리스도를 환대하는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라며 “신앙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무도 환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교황은 이들의 증언에 대해 “전쟁은 냉소와 인간의 잔혹함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위대한 인류애를 보여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 주었다”며 하느님의 섭리에 대한 신뢰를 잃지 말라고 격려했다. 또 “가정은 세상에서 완수해야 할 사명이 있다”며 이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부부가 함께, 가정 안에서 함께, 다른 가정들과 함께, 교회와 함께 걸어가라”고 당부했다. 각국 대표들은 로마 시내 본당 교우들 가정을 방문해 친교 시간을 갖고, 성체조배ㆍ강연ㆍ미사 등 대회 일정에 참가했다.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의 가브리엘라 감비노 차관보는 이번 대회와 관련해 “혼인과 가정의 아름다움을 오늘날 세상에 선포하는 사명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또 각국 대표의 증언 시간을 프로그램에 많이 넣은 데 대해 “새로운 세대가 혼인을 신뢰하지 못하는 사회 환경에서 살고 있다”며 “그들이 신뢰할 만한 가정의 증언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회 위원장 이성효 주교와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위원장 손희송 주교, 대표 부부 6쌍 등 모두 16명이 대회에 참가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cpbc2022.06.29

우울증, 새로운 내면 탐색과 하느님 만남의 실마리정신과 의사와 사제 공저신앙에 무조건적 의존보다의학적 치료 병행해야 가톨릭 우울증 가이드(원제: The Catholic Guide to Depression) 에런 케리아티, 존 시핵 신부 지음 정두영 신부 옮김 분도출판사“한 신앙인 환자가 우울증의 치료를 위해 자신이 기도를 더 많이 해야 하는지, 아니면 약을 먹어야 하는지 묻는다면 필자의 대답은 ‘둘 다 하시오’다.”(25쪽) 우울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일반 그리스도인을 비롯해 곁에서 그들을 돕고 있는 사목자, 수도자, 영적 지도자, 그리고 의사들을 위한 안내서가 출간됐다. 가톨릭 신자이며 정신과 의사인 에런 케리아티와 포틀랜드대교구 사제로 현재 바티칸에서 사목하고 있는 존 시핵 몬시뇰이 펴낸 「가톨릭 우울증 가이드」.정신의학과 심리학은 우울증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 주었지만, 이 고통의 전모는 사실 복잡하다. 생물학적, 심리학적 요인은 물론이고 온갖 사회적, 문화적, 영적 요인 등으로 야기되며 그것들에 계속해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울증(depression)’이라는 말에는 ‘평평한 길 위의 움푹 팬 곳’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데, 우울증은 단지 움푹 팬 정도가 아니라 헤어나기 힘들 정도의 깊디깊은 구렁과 같다. 따라서 다면적 특성을 띠는 우울증의 원인과 양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적절히 치료하려면 철학, 신학과 대화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저자에게는 우울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제들을 비롯해 적지 않은 가톨릭 신자들이 찾아온다. 자신과 신앙을 공유하고 있는 정신건강 전문가를 만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일부는 “당신의 믿음이 더 커진다면 이 같은 고통을 겪지 않게 될 것이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더 많이 기도하고 더 많이 성경을 읽는 것이다” 등 주위에서 그릇된 조언을 듣게 된다. “이런 식의 조언들은 종종 우울증을 완화하기보다 더욱 악화한다. 이는 질병으로서의 우울증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며, 한 인간의 영성생활과 신앙에 가해지는 우울증의 충격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20쪽)“종교적 신앙은 하나의 보호막일 뿐이다. 우울증의 원인은 복합적이며, 사람들은 저마다 강한 유전인자와 생애 초기 환경 요인을 가지고 세상에 태어난다. 유전인자와 환경 요인은 우리가 처한 생활환경이나 선택과 무관하게, 또한 우리가 얼마나 절실히 기도하거나 우리가 얼마나 도덕적인지와 상관없이 그 영향력을 뚜렷이 드러낸다. 종교적으로 독실한 사람들도, 심지어 성인처럼 산 사람들도 심한 우울증으로 고통받았다.”(84쪽)저자는 인간의 영혼과 육신 사이, 정신과 물질 사이에 본질적인 통일성이 있다는 가톨릭의 관점을 견지하여 두 가지 측면에서 우울증에 접근한다. ‘위’로부터, 즉 우울증의 의학적, 심리학적, 사회적, 영적 원인과 치료 방법을 검토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아래’로부터, 다시 말해 우울증의 유전적 요인, 기타 생물학적 요인과 치료 방법을 논의한다.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003년 11월 열린 교황청 보건사목평의회 제18차 국제학술대회 연설에서 “하느님은 언제나 당신의 무한한 사랑으로 고통 중에 있는 이들 곁에 가까이 계신다. 우울증이란 질병은 ‘자신의 다른 측면을 발견하는 길’일 수 있으며, 하느님과의 새로운 만남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적 관점에서 우울증을 탐구함으로써 자신은 물론 하느님과의 새로운 만남에 대한 실마리를 찾는 독자들에게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문채현2022.06.28

종교·정치의 상생, 인간 구원과 공동선 실현 위한 ‘은총의 교류’사회 교리 주간 / 가톨릭교회는 정치를 어떻게 이해하나 가톨릭교회는 정치인들에게 봉사의 정신으로 권력을 행사하고, 사사로운 이익이 아니라 공동선을 위해 활동해 줄 것을 당부한다. 정치인들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감시하고 독려하는 것 역시 그리스도인의 의무다. 눈 덮힌 국회의사당. 정당별 대선 후보가 확정됨에 따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관한 국민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신자들의 올바른 정치 참여를 독려하고, 공동선 실현을 위해 종교와 정치 상생의 중요성을 일깨우고자 사회 교리 주간을 맞아 ‘가톨릭교회는 정치를 어떻게 이해하나’를 주제로 교회 가르침을 정리했다.정치 참여는 그리스도인의 의무정치 참여는 그리스도인의 의무이다. 공동선을 위해 일하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봉사의 한 표현이다.현재 우리나라뿐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회 약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이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졌다. 누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인간 구원을 위해 하느님께로부터 권위와 사명을 받은 ‘교회(종교)’와 인간 존엄과 공동선을 보장하고 정의를 존중하기 위해 국민으로부터 권위를 받은 ‘공권력(정치)’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우선으로 나서야 한다. 그래서 교회와 공권력, 곧 종교와 정치의 상생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시대를 대비한 바로 지금 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과업이다.성경이 말하는 정치 권위성경은 정치권력이 하느님에게서 오며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질서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라고 가르친다. 예수님께서는 민족의 통치자들이 휘두르는 압제와 전제권력을 거부하시고(마태 10,42), 은인으로 행세하는 그들을 거부하시지만(루카 22,25) 그 시대의 권위들에 직접 반대하시지는 않으셨다. 예수님께서는 카이사르에게 바칠 세금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우리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바쳐야 한다고 단언하셨다.(마르 12,13-17; 마태 22,15-22; 루카 20,20-26) 이것은 세속의 권력을 하느님의 권력, 절대 권력으로 만들려는 모든 시도에 대한 암묵적인 단죄이다. 하느님께서만 인간에게 모든 것을 요구하실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세속의 권력은 그에 합당한 권리를 지니고 있음을 나타낸다. 예수님께서도 카이사르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을 부당하다고 보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베드로 서간의 저자는 “주님을 생각하여, 모든 인간 제도에 복종하십시오. 임금에게는 주권자이므로 복종하고, 총독들에게는, 악을 저지르는 자들에게 벌을 주고 선을 행하는 이들에게 상을 주도록 임금이 파견한 사람이므로 복종하십시오. 여러분이 선을 행하여 어리석은 자들의 무지한 입을 막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 자유인으로서 행동하십시오. 그러나 자유를 악행의 구실로 삼지 말고, 하느님의 종으로서 행동하십시오. 모든 사람을 존경하고 형제 공동체를 사랑하며, 하느님을 경외하고 임금을 존경하십시오”(1베드 2,13-17)라고 권고한다.바오로 사도도 “사람은 누구나 위에서 다스리는 권위에 복종해야 합니다. 하느님에게서 나오지 않는 권위란 있을 수 없고, 현재의 권위들도 하느님께서 세우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권위에 맞서는 자는 하느님의 질서를 거스르는 것이고, 그렇게 거스르는 자들은 스스로 심판을 불러오게 됩니다.…여러분은 모든 이에게 자기가 해야 할 의무를 다하십시오. 조세를 내야 할 사람에게는 조세를 내고 관세를 내야 할 사람에게는 관세를 내며,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두려워하고 존경해야 할 사람은 존경하십시오”라고 당부한다.(로마 13,1-7)아울러 성경은 “무엇보다도 먼저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청과 기도와 전구와 감사를 드리라”고 권고하면서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도 기도하라”고 요청한다.(1티모 2,1-2)그러나 성경은 모든 정치권력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성경은 “인간을 위하여 하느님을 섬기며”(1베드 2,17) “악을 저지르는 자에게 하느님의 진노를 집행하는” (로마 13,4) 권위일 때에만 정당하다고 인정한다. 성경은 정치권력이 인간의 양심으로 인식되며, 평화의 도구인 진리와 정의, 자유, 연대를 통해 사회생활 안에서 완성됨을 일깨워 주고 있다.(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회칙 「사회적 관심」 39항 참조)정치의 토대와 목적은 인간이어야가톨릭교회는 정치인들에게 “봉사의 정신으로 인내와 겸손, 온건, 애덕 등 덕목에 따라 권력을 행사하고, 사람, 권위와 명예, 사사로운 이익이 아니라 공동선을 위해 활동해 줄 것”을 당부한다.(「간추린 사회 교리」 410항 참조)가톨릭교회는 사회에서 결정되고 이루어지고 겪는 일들에 무관심하지 않다. 교회는 정치, 경제, 노동, 법률, 문화 등이 세속적인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고 인간 구원과 관련한 교회 활동에 무관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다. 사회와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이 인간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정치의 위대함은 어려운 시기에 중요한 기본 원칙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며 장기적 공동선을 배려하는 것에서 드러난다”면서 “건전한 정치는 제도 개혁과 조정이 이루어지고 좋은 관행을 촉진하며 부당한 압력과 관료적 타성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회칙 「모든 형제들」 177-178항 참조) 그러면서 교황은 “고통받는 사람들을 직접 알지 못하여도 그러한 고통의 원인이 된 사회적 조건들을 바꾸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정치적 사랑의 활동”이라며 “어떤 이는 먹을 것을 주어 다른 이를 돕는다면, 정치인은 그를 위하여 일자리를 만들어 자신의 정치 활동을 드높이는 숭고한 형태의 애덕을 실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모든 형제들」 186항 참조)가톨릭교회는 정치의 토대와 목적은 ‘인간’이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또 정치의 정신에서 핵심은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을 위한 우선적인 사랑’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가난한 이들이 인간으로서 무한한 존엄을 인정받고, 문화 안에서 존중받으며, 사회에 참으로 통합되는 것이 오늘날 우리 시대에서 실현되어야 할 진정한 정치 활동이라는 것이다.그래서 가톨릭교회는 “정치 공동체는 국민이 인간의 권리를 참되게 행사하고 그에 상응하는 의무들을 온전하게 이행할 수 있는 인간적인 환경을 조성해 주고자 노력함으로써 공동선을 추구해야 한다”고 가르친다.(「간추린 사회 교리」 389항) 교회는 이를 위해 신자들에게 사회생활과 관련된 도덕적 진리들 곧 정의, 자유, 생명 존중, 타인의 권리 존중, 공동선 구현 등을 증진하고 수호하기 위해 합법적 수단을 이용하여 정치에 참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종교와 정치, 장벽이 아닌 다리가 되어야 종교와 정치는 모든 이를 향한 열린 마음을 통해서 표현된다. 종교와 정치 지도자들은 기꺼이 다른 사람의 견해에 귀 기울이고 모든 이에게 소통의 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종교와 정치의 상생은 인간 구원과 공동선 실현을 위한 은총의 교류라고 표현할 수 있다. 국제 사회에서 온갖 근본주의적 불용이 개인과 집단, 민족의 관계들을 해치는 것을 보고 있지만, 이웃 존중의 가치, 모든 다름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랑의 실천을 경험하고도 있다. 광신주의, 닫힌 논리, 사회적 문화적 파편화가 증대되고 있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종교와 정치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울려 퍼질 수 있게 방향을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모든 인간의 생명과 존엄이 사회의 어떤 가치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가르쳐 줄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대통령 선거 운동이 치열해지면서 정치권에서 “부러질지언정 구부리지는 않는다”는 태도를 자주 본다. 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러지지 않기 위해 구부리는 것’도 삶의 지혜라고 강론했다. 삶을 이해하는 데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완고함으로 사람들 사이에 소통 불가능한 벽을 세워서 연대를 악화시키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비록 논쟁과 다툼이 있었던 후라도 상호 이해의 다리를 놓는 쪽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모든 인류에게 “담이 아닌 다리를 세우는 사람이 되어 달라”고 늘 당부한다. 종교와 정치가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인간과 피조물을 잇는 다리가 될 때 교회와 사회 구성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cpbc2021.12.01
![[떠나자! 파울리타 수녀의 유익한 교리여행] (48) 여행지 : 가톨릭 신자의 의무](//cpbc.co.kr/CMS/newspaper/2022/03/rc/820369_1.5_titleImage_1.jpg)
[떠나자! 파울리타 수녀의 유익한 교리여행] (48) 여행지 : 가톨릭 신자의 의무마리 파울리타 수녀(노틀담 수녀회 교리교재 연구소) 우리는 세례를 통해 교회의 일원이 되면서 각자가 처한 환경과 조건에 따라 거룩하게 살아야 하고, 교회의 발전과 성화를 위하여 성심성의껏 노력해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국민이 지켜야 할 의무가 있듯이, 교회 공동체에도 신자들이 교회 공동체를 위해 지켜야 할 구체적 의무들이 있습니다. 사실 권리와 의무는 손바닥의 양면과 같기에, 교회법에 나오는 신자의 의무는, 신자이기에 행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권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가톨릭 신자의 의무’로 퀴즈 여행을 떠나볼까요?가톨릭 신자의 의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퀴즈 여행1. 다음 중 미사 참여 의무 대축일이 아닌 것은? ①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1월 1일) ②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3월 25일) ③성모 승천 대축일(8월 15일) ④주님 성탄 대축일(12월 25일) 2. 부득이 미사 참례를 못 했을 경우,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은? ①묵주 기도 5단 ②그날 미사의 독서와 복음 봉독 ③희생과 봉사 활동 ④주님의 기도 10번 3. 고해성사를 일 년에 최소한 몇 번 받아야 하는가? 4. 연중 금육재를 지켜야 하는 요일은? 5. 십일조는 아브람(아브라함)이 전리품의 십 분의 일을 사제인 누구에게 바친 데서 비롯하는가? 6. 교회의 유지비는 주로 주일 헌금과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7. 가톨릭신자와 비(非)신자 사이에 맺어지는 혼인을 무엇이라고 하는가?정답1. □번 2. □번 3. □번 4. □요일 5. 멜□□□6. □□금7. □□혼인(정답은 ‘가이드 설명’에서 확인하십시오) 가이드 설명 1. 미사 참여 의무 신자들은 십계명의 제3계명(주일을 거룩히 지내라)을 지키기 위해, 주일과 의무 대축일에 미사 참여를 해야 합니다. 일상의 노동에서 벗어나 쉬면서 하느님을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지요. 파스카 신비를 기념하는 미사 참여를 통하여 구원의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고, 받은 은혜에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미사 참여 의무 대축일은 주님 부활 대축일(주일)과 주일이 아닌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1월 1일), 성모 승천 대축일(8월 15일), 주님 성탄 대축일(12월 25일)이지요. 2. 미사 참여 의무 대행 미사에 참여할 수 없는 부득이한 예가 있습니다. 성당이 없는 지역에 거주하거나, 출타 중인데 성당을 찾을 수 없음. 주말에 출근하여 시간을 낼 수 없음. 병환 중임. 감염병으로 미사가 중지 또는 제한되었음. 집을 비울 수 없거나, 길이 위험해서 나갈 수 없음. 종교상의 자유를 누릴 수 없음 등이지요. 이런 경우에는 다음 중 하나만 실천하면 고해성사를 받지 않아도 됩니다. ①묵주 기도 5단 ②그날 미사의 독서와 복음 봉독 ③희생과 봉사 활동(2014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결정) 3. 고해성사, 영성체 규정 신자들은 최소한 일 년에 한 번 고해성사를 받아야 합니다. 회개와 참회의 사순 시기 동안 자신을 성찰하고 하느님께 용서를 구하는 고해성사(판공성사)를 받아야 하지요. 그리하여 최소한 일 년에 한 번 부활 시기에 영성체하여,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주님과의 일치를 이루어야 합니다. 부활 판공성사를 부득이한 사정으로 받지 못하면, 성탄 판공 때나 어느 때라도 받아야 합니다.(「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제90조 2항) 이때 받은 고해성사는 판공성사로 대행할 수 있지요. 4. 단식재(금식재)와 금육재 예수님의 수난에 동참하고 자신을 절제하며, 절약한 재화를 이웃과 나누기 위하여 단식재(금식재)와 금육재의 규정이 있습니다. 금육(禁肉)은 육식을 금하는 것으로, 연중 모든 금요일(대축일은 면제), 재의 수요일과 성금요일에 금육재를 지킵니다. 단식(斷食)은 한 끼는 충분히, 한 끼는 요기 정도, 나머지 한 끼는 완전히 먹지 않는 것으로, 재의 수요일과 성금요일에 단식재를 지킵니다. 이것을 의무로 하기보다는 주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과 희생으로 할 수 있도록 합니다.5. 십일조자신이 가진 것 중 ‘십분의 일’을 바치는 십일조(十一條)는 구약 성서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아브람(아브라함)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와, 전리품의 ‘십분의 일’을 사제인 살렘 임금 멜키체덱에게 주었지요.(창세 14,20) 야곱도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소유의 ‘십분의 일’을 하느님께 드린다고 서원하였습니다.(창세 28,22) 십일조는 인간의 모든 소유가 궁극적으로는 하느님께 속한다는 믿음의 표현으로, 십일조의 관습은 신약에서도 인용되고 있습니다.(마태 23,23; 루카 18,12)6. 교회의 유지비 세례를 통해 교회의 일원이 된 신자들은 교회가 유지되도록 지원할 의무가 있습니다.(교회법 제 222조 1항)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주일 헌금과 교무금이 교회의 유지비가 되고 있지요. 신자들은 하느님께 감사 제물로 바치는 주일 헌금을 정성껏 준비하며, 자녀에게도 봉헌의 의미를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교무금은 우리나라 신앙의 전통으로 선조들에게서 비롯된 것인데, 각 가정(또는 개인)이 스스로 책정하여 매달 바치도록 합니다. 봉헌금의 핵심은 그것의 액수(십일조 등)가 아니라, 과부의 헌금(마르 12,41-44)처럼 봉헌하는 이의 마음과 태도이지요. 7. 혼인성사 규정 신자는 원칙적으로 신자와 혼인하여야 하며, 이때 혼인성사를 받아야 합니다. 신자가 부득이 비(非)신자와 혼인하려면 관면(寬免)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관면혼인이라고 하지요. 그리고 관면의 조건이 있는데, 비신자인 배우자는 신자인 배우자가 계속 가톨릭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자녀를 세례받게 하겠다는 약속 등입니다. 신자가 혼인성사 또는 관면혼인을 받지 않았으면 ‘혼인 장애’(혼인 조당)에 해당하여, 성사(성체성사, 고해성사 등) 생활을 할 수 없지요.여행 옵션 : 가톨릭 신자 생활 다섯 기둥미사 및 전례 참여 : “전례는 우리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우리의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전례 헌장 10항)이기에, 미사 및 전례에 참여함으로써 신앙의 기쁨을 누린다. 성경 읽기와 기도 생활 :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성 예로니모). 예수님을 알기 위해 성경을 읽고, 하느님과의 인격적 만남을 위해 매일 기도한다. 본당 활동 및 소공동체 참여 :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교회 가족 공동체 일원으로서, 본당 활동과 소공동체에 참여함으로써, 우리 서로가 그리스도 안에 일치를 이룬다. 자선 및 봉사 활동 : “믿음에 실천이 없으면 그러한 믿음은 죽은 것이다.”(야고 2,17) 예수님이 주신 ‘사랑의 계명’을 자선 및 봉사 활동을 통해 몸소 실천한다.사회정의 운동에 참여 :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하여 사회교리를 배우고, 사회정의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하느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지도록 한다. 여행 기념품교회법에 나오는 ‘가톨릭 신자의 의무’(여섯 가지)는 가톨릭 신자로서 최소한 꼭 지켜야 할 사항입니다. 나는 그동안 이것을 충실히 지켜왔는지를 성찰하면서 나 자신의 신앙생활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여섯 가지 의무 중 나는 어떤 것에 성실하고, 어떤 것에 불성실하였나요? 그리고 위에 제시된 ‘가톨릭 신자 생활 다섯 기둥’은 예수님의 충실한 제자로 살아가기 위하여 갖추어야 할 품목(자세)들입니다. 나에게는 다섯 기둥 중 어떤 것이 튼튼하고 어떤 것이 약하나요? 약한 기둥에 대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보강하고 싶은가요?마리 파울리타 수녀(노틀담 수녀회 교리교재 연구소) cpbc2022.03.16

가톨릭 청년들이 ‘주님 말씀’과 함께 울고 웃으며 성장한 50년가톨릭청년성서모임 50주년, ‘성서가족’ 50주년 기념 미사 봉헌 가톨릭청년성서모임 50주년 미사에서 청년들과 신자들이 50주년을 축하하며 율동찬양을 하고 있다. 심장을 파고들며 몸과 마음을 울리는 찬양이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을 가득 채웠다. ‘그래 이렇게 뜨거웠었지. 이렇게 목청껏 주님을 불렀어. 기뻐 환호했었어.’ 5일 가톨릭청년성서모임 50주년 기념 미사에 모인 이들은 성경 한 구절 한 구절을 마음에 새기며 필사하고 묵상하던 날을 떠올렸다. 하느님은 누구신지, 말씀은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무엇을 전해주는지 고민하던 시간이었다. 혼자가 아니었다. 같은 고민을 나누는 또래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밤을 지새우며 하느님을 찾고 또 불렀다. 말씀으로 하느님을 만났던 50년 전 청년들과 지금의 청년들이 ‘성서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가톨릭청년성서모임 50주년을 맞아 5일 주교좌 명동대성당 일대에선 미사와 기념 공연, 전시회가 이어졌다. 가톨릭청년성서모임 50주년 주제 성구는 ‘당신 말씀은 제 발에 등불, 저의 길에 빛입니다’(시편 119,105)다. 오후 3시 시작한 가톨릭청년성서모임 50주년 기념 미사엔 성서가족 700여 명이 참석했다. 성서모임을 거쳐간 청년들은 물론 사제와 수도자도 함께했다. 1972년 서울 정릉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수도원에서 성서모임을 이끌었던 조화선(마오로) 수녀는 신자석 맨 앞에 자리했다. 당시 성서모임을 하던 여대생은 백발의 할머니가 됐고, 성서모임에서 배우자를 만난 청년들은 자녀와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이제 막 성서모임을 경험한 젊은이들은 채 가시지 않은 말씀의 열정으로 함께했다. 청년들은 미사에서 50주년을 맞아 필사한 성경 노트를 봉헌했다.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여러분이 체험한 하느님의 사랑을 이웃에게 증거하고 나눠주도록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가톨릭청년성서모임으로 불러주셨다고 생각한다”면서 “하느님 말씀을 통해 받은 하느님의 사랑을 늘 기억하고 일상의 삶 속에서 그 사랑을 용기있게 실천하도록 노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하느님의 말씀을 향한 여정이 비록 힘들다 하더라도 비록 멈추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니 하느님 사랑을 믿으라”고 격려했다. 미사 중에는 50주년 축하식도 열렸다. 가톨릭청년성서모임 산 증인들의 축사와 50년을 지탱해온 이들에게 감사패 전달이 있었다. 1973년 1, 2차 창세기 연수 지도 신부였던 최창무(전 광주대교구장) 대주교는 “당시 청년들의 모든 동아리를 제압하고 없애려 했던 유신이 선포됐는데, 모진 서리와 엄동설한에도 생명은 움텄다”면서 “(성서모임은) 시작한 지 3년 만에 각 본당에서 어버이성서모임으로 가지가 돋아났고 10년 후 청년성서모임이라는 새로운 큰 가지로 쑥쑥 자라났다”고 말했다. “하느님의 섭리와 힘은 놀랍다”고 한 최 대주교는 “사람이 되신 말씀, 예수님께 감사와 찬미와 영광을 드린다”고 했다. 1972년 창세기 첫 그룹 공부를 이끈 조화선 수녀는 “올림픽 경기를 보면 선수들 앞에 팻말을 들고 나가는 소년소녀가 있는데, 주님께선 제게 그 역할을 시키셨다고 본다”면서 “뒤따라 오는 선수들 코치들 높으신 분을 하느님 안에서 만날 수 있는 큰 복을 누렸다. 가는 곳마다 주님께서는 대표선수 보내주셨다”고 축하인사를 대신했다. 가톨릭청년성서모임 50년 중 25년을 지도 사제로 지내온 홍인식 신부는 “가슴이 먹먹하고 가톨릭청년성서모임이 이렇게 뿌리 내리고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서 하느님이 하신 일이구나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열과 성을 다해 젊은이들과 함께 해준 연수 지도 사제들에게 특별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35차례 연수 지도를 한 허영엽(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신부는 “가톨릭청년성서모임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좋은 지혜를 가르쳐 준 시간이었고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면서 지난 시간을 묵상하며 지은 축시를 낭독했다. 이어진 시상식에선 조화선 수녀, 홍인식 신부를 비롯해 이윤자(루치아, 제2대 대표봉사자)ㆍ최종명(클레멘스, 초대 센터대표)ㆍ윤민정(비아, 연수 봉사)씨는 감사패를 받았다. 또 50주년 기념 ‘하느님 말씀 체험 수기’ 공모전 수상자 김정은(로사, 말씀상)ㆍ허선호(파비아노, 사랑상)ㆍ이효재(아가페, 기억상)씨는 축하 상금을 받았다.가톨릭청년성서모임 안승태 지도 신부는 50주년 기념미사와 행사에 함께 해주고 준비해 준 모든 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주님의 말씀이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참된 희망과 불빛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미사 전 꼬스트홀에서는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기념공연이 열렸다. 연수 봉사자, 가톨릭청년성서모임에서 배우자를 만난 부부, 찬양 봉사자 등 다양한 성서가족들의 찬양과 증언이 어우러졌다. 연수 봉사로 10년간 활동한 박정하(바오로)씨는 “모든 순간이 은총이었다”면서 “저도 그랬듯이 성서모임 안에서 사람들이 변화하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고 말했다.가톨릭청년성서모임에서 말씀과 빠질 수 없는 건 찬양이다. 찬양 봉사자로 활동했던 서정호(유스티노)씨는 “1992년 신부님 몰래 드럼과 기타를 사고 연습해서 연수 때 기습적으로 찬양했었다. 우리만의 성가를 부르고 싶어서 저지른 일이었다. 크게 혼날 줄 알았는데 홍인식 신부님께서 다음에도 또 해보자고 한 기억이 떠오른다”며 눈물을 보였다. 성서가족들은 명동대성당 지하1층 갤러리1898에 들러 ‘민들레 꽃이 피었습니다’를 주제로 한 50주년 기념 전시를 보며 추억에 빠졌다. 50년 역사와 전시회 한 편을 장식한 성서가족의 나눔 내용을 돌아보며 하느님 사랑과 은총을 다시금 느꼈다. 50주년 준비위윈회 대표 봉사자 진효나(헬레나)씨는 “선배들의 발자취 속에서 예전이나 지금이나 젊은이들의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며 같은 생각으로 살았고 같은 신앙을 쌓아왔다는 것에 감동받았다”면서 “하느님께서, 성령께서 우리와 늘 함께하셨다는 걸 또다시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cpbc2022.05.10
![[금주의 성인] 성 필립보 네리 사제(5월 26일)](//cpbc.co.kr/CMS/newspaper/2022/05/rc/824342_1.2_titleImage_1.jpg)
[금주의 성인] 성 필립보 네리 사제(5월 26일)1515~1595년, 이탈리아 출생, 로마 선종, 신부, 오라토리오회 창립자 ‘로마의 사도’라고 불리는 성인은 사제들의 공동체인 오라토리오회를 설립해 신자들에게 영적 권고와 고해성사를 주었습니다. 그는 로마의 영성적 삶을 부흥시키는 일을 필생의 목표로 삼고 부자와 가난한 자, 권력자와 힘없는 이 구분 없이 영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성인은 피렌체에서 유명한 네리(Neri) 가문 출신으로 어린 시절, 산 마르코의 도미니코수도회 학교에서 수도자들에게 교육을 받았습니다. 18세에는 산 제르마노의 부유한 상인인 큰아버지의 양자가 돼 사업을 배우기도 했으나 베네딕도회 몬테카시노 수도원을 방문해 수도자들의 가난한 삶을 보고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성경의 가르침 가운데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마태 19,24 ;마르 10,25; 루카 18,25)는 구절을 보고 자주 묵상에 잠겼습니다. 그는 큰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평생 부유한 삶을 살 기회를 포기하고 일생을 하느님께 바칠 것을 결심, 큰아버지 곁을 떠나 로마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습니다. 성인은 3년 만에 학업을 포기하고, 책을 팔아 얻은 돈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줬습니다. 학업보다 복음의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1538년 본격적인 선교활동에 나서며 병원, 은행, 상점 등을 방문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의 설교는 신앙생활을 등한시했던 사람들에게 신성한 감동을 주었다고 합니다. 1548년에는 자신의 고해 사제 페르시아노 로싸 신부와 함께 ‘삼위일체 형제회’를 설립해 로마를 방문하는 순례자를 맞이하고 환자들에게 활발한 봉사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로싸 신부의 제안으로 1551년 36살의 늦은 나이로 사제품을 받아 지롤라모 델라 카리타 병원에서 고해 사제로 명성을 얻게 됐습니다. 성인은 수도 생활에 대한 꿈을 실현하고자 그와 뜻을 함께하는 사제들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형성해 ‘오라토리오(Oratorio)’라고 하는 작은 방에 모여 본격적으로 고해성사와 청년 사목에 주력했습니다. 이는 사제들의 공동체인 오라토리오회로 발전해 1575년 그레고리오 13세 교황의 공식 승인을 받고 발리첼라에 있는 성 마리아 성당을 맡게 됐습니다. 성인은 교황과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 이 오래된 성당을 다시 지어 ‘새로운 교회’를 만들었습니다.괴테(1749~1832)도 “유머 감각 풍부한 성인”이라며 찬탄해 마지않았던 성인은 뛰어난 재치로 신자의 영적 화합을 도모하고 선행의 아름다움을 실천으로 보여줘 많은 이의 사랑과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고 합니다. 그레고리오 4세 교황이 추기경 직위를 내렸으나, 완곡히 사양한 필립보 네리 신부는 선종하는 날까지 가난한 이들과 함께했습니다. 1615년 바오로 5세 교황에 의해 복자품에 올랐고, 1622년 그레고리오 15세 교황에 의해 시성됐습니다. cpbc2022.05.18

하느님의 모든 피조물과 생태적 조화 이뤄야9월 1일은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 그리스도인은 왜 피조물을 보호해야 하나 교회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을 보호하기 위해 그리스도인들에게 생태적 회심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한 활동가가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에서 머리에 얼음통을 이고 기후위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CNS】 가톨릭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결정에 따라 2015년부터 해마다 9월 1일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지내고 있다. 이날은 원래 정교회가 같은 이름으로 개인과 공동체에 피조물을 보호할 소명을 일깨워 온 것에 가톨릭교회가 연대하기 위해 제정됐다. 교황청은 이날 전 세계 모든 그리스도인이 함께 생태 위기에 맞서는 노력에 힘을 보태기를 주문하면서 하느님의 백성들이 기도하고 회개하며 생태 중심의 삶을 실천할 것을 당부한다.2021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을 맞아 그리스도인들이 왜 피조물과 공동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을 정리했다.▨ 성경 가르침“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 그래서 그가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집짐승과 온갖 들짐승과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주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데려다 에덴동산에 두시어, 그곳을 일구고 돌보게 하셨다.”(창세 1,26; 2,15)이 성경 말씀처럼 인간은 세상을 ‘다스리고’ 또 세상을 ‘돌보기’ 위해 창조되었다.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인간의 소명은 이 세상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이 세상에 하느님의 나라가 현존하도록 일하는 것이다. 인간은 이 일을 통해 하느님과 함께 영원히 살 자격을 얻는다. 따라서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고 자원을 남용하는 것은 “그곳을 일구고 돌보라” 하신 하느님의 명령에 어긋나는 행위이다.성경은 ‘노아의 방주’(창세 6ㅡ9장) 사건을 통해 피조물을 보호해야 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방주는 사실상 우리가 사는 땅을 상징한다. 방주에 오른 모든 생명체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이는 인간이 하느님의 말씀대로 모든 생명을 돌보지 않으면 세상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성경은 또 피조물을 파괴하는 일체의 행위가 하느님께 죄를 짓는 것임을 일깨워 준다.(레위 18,25.28; 이사 24,4-6; 호세 4,1-4 참조) 인간이 하느님을 거슬러 죄를 지으면 그분의 땅은 고통을 받아 메말라 불모지가 되고 적으로부터 파괴된다. 이처럼 성경은 피조물의 위기는 인간의 무지와 이기주의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경고한다.성경은 아울러 피조물 보호를 위한 인간의 능동적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수동적 태도만으로는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주님께서 집을 지어 주지 않으시면 그 짓는 이들의 수고가 헛되리라. 주님께서 성읍을 지켜 주지 않으시면 그 지키는 이의 파수가 헛되리라.”(시편 127,1)성경은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든 피조물의 본보기이시라고 고백한다. 성자 안에서 만물이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십자가 희생으로 만물을 하느님과 화해시키셨다고 고백한다.(콜로 1,15-20)▨ 교회 가르침가톨릭교회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은 저마다 고유한 선과 완전성을 지니고 있다고 밝힌다. 아버지 하느님께서 모든 피조물을 창조하신 후 보시니 “좋았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간은 각 피조물의 고유한 선을 존중해 창조주를 무시하거나 무질서한 이용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교회는 또 하느님께서 피조물들이 서로 의존하기를 바라시기에 서로 보완하며 서로에게 봉사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가르친다. 모든 피조물이 동일한 창조주에게서 창조되었다는 점, 모든 피조물이 창조주의 영광을 위해 창조되었다는 점에서 모든 피조물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연대해야 한다. 저마다 자신의 문화, 경험, 계획, 재능으로 하느님의 도구가 되어 피조물 보호에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와 여러 강연을 통해 피조물 보호를 위해선 무엇보다 ‘돌봄의 문화’가 촉진돼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 돌봄의 문화는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선, 연대와 보조성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교리의 원리를 나침반으로 삼아 ‘형제애’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한다. 교황은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본보기이신 예수 그리스도처럼 상처 입은 모든 피조물을 살피고, 치료해 주는 돌봄의 직무를 수행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교회는 하느님의 모든 피조물에 대해 인간이 저지른 피해를 복구하려면 모든 이의 재능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사회적 접근이 요청된다고 강조한다. 엄청난 기상 이변이나 커다란 자연재해의 위협에만 관심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사회 위기에서 비롯되는 참사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불균등한 분배가 개발과 환경 파괴를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교회는 아울러 피조물 보호를 위한 그리스도인의 회심을 촉구한다. 교회는 이를 ‘생태적 회개’라고 표현한다. 하느님 안에서 모든 살아있는 것과 영적 조화를 이루는 것이 생태적 회개의 출발이다. 교회는 연대와 책임, 배려가 생태적 회개로 나아가는 길잡이라고 한다. 교회는 ‘가정’에서 우선으로 생태적 삶과 생태적 회개를 실현해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물의 올바른 사용, 질서, 청결, 지역 생태계 존중, 모든 피조물 보호를 가정 안에서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cpbc2021.08.25

중독자와 가족의 치유는 기적같은 일, 주님의 도구로서 큰 보람[허영엽 신부가 만난 사람들] (43) 중독 상담 전문가 김지연 박사 (마리클라우디아) 김지연 박사가 가톨릭 알코올사목센터에서 ‘중독회복여정’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김지연(마리클라우디아) 박사는 단중독사목위원회에서 중독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상담과 치료를 담당하는 전문가이며 가톨릭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중독 관련 강의를 하는 교육자이다. 그의 가장 큰 강점은 20년 넘는 중독 상담 경험과 중독의 이론적 배경을 잘 접목하여 그 사람에게 맞는 치료를 하는 점이다. 중독 상담 분야에서 대모와 같은 김지연 박사는 중독자와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감이라고 한다. 중독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 가족과 사회가 함께 관여하고 치료해야 한다. 중독문제 해결을 단순한 격리에서 벗어나 가족이나 교회 공동체 안에서 함께 회복과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Q. 어떻게 세례를 받게 되었는지요? A, 저는 초등학교 때 저를 무척 예뻐해 주셨던 선생님을 따라 성당(현재는 절두산순교성지)을 다녔어요. 그런데 성당 가는 길이 어찌나 무섭고 멀게만 느껴졌는지 결국 첫영성체를 못 했어요. 친구들이 영성체를 하면 쫓아다니며 “맛있어? 진짜 예수님의 몸이야?” 하면서 괴롭혔던 기억이 생생해요.(웃음) 그래도 성당은 가장 재밌게 놀았던 곳이었죠. 고등학생 때 비로소 세례를 받았고 그 이후 모든 가족이 세례를 받았어요. 우리 집에는 제가 신앙을 전파한 셈이지요. Q. 김지연 박사의 학창 시절은 어땠나요? A, 정말 모범생인 학생이었죠.(웃음) 학칙, 교칙, 기타 규칙, 심지어 주훈까지도 반드시 지켰어요. 어기면 큰일이 생긴다고 생각했어요. 수학이 좋아 순수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대입 시험에서 불합격하고 너무 부끄러워서 죽겠다고 결심하고 절두산성당에 가서 성모님에게 엄청나게 원망을 쏟아냈어요. 그리고 죽으려고 한강으로 내려가다가 미끄러졌어요. 마침 그때 신부님하고 수녀님에게 들켜서 엄청 혼이 났어요. 지금 생각하면 신부님, 수녀님이 말리지 않았다면 욱하는 어린 마음에 무슨 일을 했을지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웃음) 요즘도 대입이 끝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청소년들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고 꼭 잡아주고 다독여주고 싶어요. Q.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A, 모든 것을 하느님의 이끄심이라 생각해요. 모든 이들을 친구로 대하시는 진정한 사제이면서 상담가인 허근(서울대교구 단중독사목위원장) 신부님께서 스스로 알코올 의존증을 겪고 극복하여 중독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에 감명을 받았지요.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던 중, 중독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8세에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고 한국에 귀국한 뒤 가톨릭 알코올사목센터에서 봉사를 하다가 허 신부님께서 시애틀의 약물중독전문가 Leo 학장을 소개해 주셔서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어요. Q. 가톨릭 알코올사목에 대해서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려요.A, 가톨릭 알코올사목센터는 1999년에 시작되었지만, 알코올 의존이 치료해야 하는 질병이라는 것을 우리나라에 전해 주신 분은 골롬반회의 안성도 신부님이에요. 안 신부님이 강릉본당을 중심으로 A.A(Alcoholics Anonymous, 알코올 의존자 모임)를 시작하였고, 1982년부터는 서울에서 각 본당 중심으로 A.A 모임과 중독자 가족 모임(AL-Anon)을 결성해 나갔죠. 이를 계기로 정신의학계에서도 알코올 중독자의 치료에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안 신부님 선종 후 1999년 10월부터 서울대교구에서 허근 신부님께서 가톨릭 알코올사목센터를 설립하여 시작하게 되었죠, 지금은 도박중독, 마약중독, 게임중독, 기타 중독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포괄적 접근을 하게 되었어요. Q. 하느님이 나에게 주신 탈렌트가 있다면? A. 하느님께서 제게 남다른 재능을 주신 게 있다면, 잘 기억하는 기억력과 위기와 어려움이 닥쳤을 때 대응하는 순발력과 언변도 주신 것 같아요. 인간에 대한 무한한 관심과 애정, 다른 표현으로는 ‘오지랖’이라고도 하지요. 저는 한 번 들은 사람의 목소리와 얼굴, 특징과 대화 등을 잘 기억해요. 아무리 오래된 내담자도 이야기와 상황 등을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은 큰 도움이 되죠.Q. 길잡이가 되어준 성경 말씀이 있다면?A. 성서모임을 할 때 ‘야훼이레’라는 단어에 꽂혔어요. 무조건 하느님께 맡기는 것, 무한한 신앙심, 신뢰, 믿음으로 지금도 힘든 일을 만나면 늘 저는 혼잣말로 ‘야훼이레’를 마치 주문을 외듯 외쳐요. Q. 일하면서 가장 보람이 있을 때는 언제인가요? A, 가족이 해체 위기에 있을 때 내가 가족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진심과 사랑으로 만나서 결국 그들이 다시 하나가 되고 서로 사랑하게 되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지요. 특히 중독에서 빠진 분이 회복될 때 너무 기쁘죠. 인생의 끝에서 절망하는 가족이나 중독자들이 길고도 힘든 터널을 빠져나오는 것은 하느님이 도와주시는 은총이 분명해요. 마치 기적과 같은 일이라 저 역시도 무척 행복해요. Q. 후배들에게 꼭 이 말을 하고 싶다면?A, 중독분야에 첫 입문을 하는 후배가 있다면 중독은 그렇게 무섭거나 두려운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중독이 있는 분들을 편견 있는 눈으로 보기보다 늘 친구같이 동반자같이 생각하면 결국 변화되고 치유가 돼요. 하느님 사랑의 힘이라 생각해요. 김지연 박사는 시간이 되면 외국에 있는 이민자들과 그 자녀들의 정신건강에 대해 상담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한다. 예전에 신촌 근처에서 가출한 청소년들을 위해 매주 수요일 간식과 담요 등을 준비해서 공원에 부스를 만들고 가출청소년들과 만나 상담도 해주고 필요한 생필품도 나눠주는 등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만약 시간이 생긴다면 그런 봉사를 다시 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특히 요즘 청소년들이 화나고 속상하고 외롭고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무조건 집을 떠나 쉴 수 있는 공간을 아무 조건 없이 제공해 주는 곳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수명이 길어지면서 어르신들에 대한 정신건강과 치매 예방 활동 등에 대해서도 사회의 연구 및 보살핌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독일에서 광부들이 탄광에 들어갈 때 임종 기도를 바치고 다시 탄광에서 나왔을 때 감사 기도로 마무리하는 것이 자신의 기도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가톨릭 중독분야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김지연 박사의 활동을 기대해본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영성심리상담교육원 원장) cpbc2022.11.08

“성경 필사 챌린지 주의하세요”가톨릭 성서 모임 이름 도용… 교회 내 단체와 무관 수원교구 복음화위원회가 최근 퍼지고 있는 성경필사 챌린지에 관한 주의사항을 신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수원교구 복음화위원회 제공 “가톨릭 성서모임 본부에서 행하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시편 필사 챌린지에 동참하게 되어 ○○씨, ○○씨, ○○씨 형제(자매)님을 지목합니다.”최근 이 같은 문자 메시지가 전국의 신자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 마치 ‘행운의 편지’나 ‘버킷 챌린지’처럼 부지불식 간에 ‘나’를 지목해 날아오는 이 메시지는 성경 시편을 쓰도록 유도하고, 다시 이를 지인 세 사람에게 전달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이 메시지는 세 사람에게 시편의 구절까지 특정해 필사하도록 요구하며, 필사한 시편 노트를 인증 사진까지 찍어 다음 사람들에게 전송하라고 요청하고 있다.그러나 실제 이 문자 내용은 각 교구가 운영하는 ‘가톨릭 청년 성서모임’이 주관한 이벤트가 아니어서 신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최근 많은 신자가 지인을 통해 받은 이 메시지에 좋은 뜻으로 동참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데, 성서모임을 비롯해 각 교구의 어느 단체도 이 같은 이벤트를 실시하거나 요청한 일이 없다. 더군다나 불특정 다수의 신자에게 참여를 요구하며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어 문제다. 이에 서울대교구와 수원교구 등 각 교구는 최근 출처가 불분명한 이 같은 내용의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을 경우 응하거나 참여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실제 수원교구가 운영하는 카카오톡 채널에는 “열심한 동생한테서 받고 즉시 써서 보냈는데, 정말 눈 부릅뜨고 신앙생활 하자”, “지인분에게 받아 동참했었다”는 등의 댓글과 피해 사례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각 교구는 코로나19로 교회 내 활동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SNS를 통해 주최하지 않은 단체명을 사칭해 이처럼 잘못된 방식의 이벤트를 진행하는 사실을 교구민들에게 전하며 “혹시 개인정보를 요청할 시에는 제공하지 말고, 어디서 누가 문자를 전달했는지 확인해 교구에 알려 달라”고 권하는 중이다. 아울러 방송 미사나 온라인 교리 등 비대면 신앙활동이 이어지는 상황을 이용해 자칫 유사종교가 펼치는 선교전략은 아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한국천주교 유사종교대책위원회 위원장 이금재 신부는 “누군가 시작한 이 메시지가 가톨릭 성서모임이란 이름을 도용해 교회가 공식적으로 실시하지도 않은 이벤트가 올바르지 않은 형태로 무분별하게 퍼지면서 많은 신자가 참여하지 않으면 커다란 심리적 부담과 죄책감을 들게 만들고 있다”며 “여러 경로로 확인한 결과, 신천지 등 유사종교가 펼치는 전략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 신부는 “다만, 이 같은 온라인 활동을 할 때엔 출처를 분명히 하고, 기한을 정해 소규모 모임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cpbc2020.08.19

제46대 미 대통령 바이든 취임, 성경에 손 얹고 통합과 치유의 정치 다짐취임사에서 성 아우구스티누스 금언 언급,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 될 것 강조… 파리기후변화 협약 복귀·무슬림 국민 입국금지 철회 등 행정명령 즉각 서명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해 역대 두 번째 가톨릭 신자 미국 대통령이 된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아내 질 바이든이 든 성경에 손을 올리고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CNS】 “우리는 하느님 아래 한 민족으로 모였습니다. 저는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연설 중)20일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조 바이든을 향한 가톨릭 신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20분 넘게 이어진 취임사를 통해 ‘통합’과 ‘치유’를 여러 차례 언급하며 정치, 인종, 사회 모든 분야의 ‘분열 종식’을 선언했다. 미국 주교단은 즉시 성명을 내고 “새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생긴 상처를 치유하고, 극심한 정치, 문화의 분열을 완화해 모든 이의 자유와 평등을 위해 헌신하며 국민들을 한자리에 모이도록 하느님께서 도와주시길 기도한다”고 밝혔다.성경에 손 얹고 하느님 도움 청한 신자 대통령 미국 교회는 가톨릭 신자인 바이든 대통령이 그가 지닌 ‘신앙 감각’으로 정책을 수행해 나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신자 대통령의 모습은 취임 당일부터 엿보였다. 바이든 대통령 내외는 취임 전 백악관 인근 세인트매슈성당을 찾아 미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취임 선서 때엔 바이든 일가가 1893년부터 가보로 간직해온 불가타 성경의 영문번역본 위에 손을 얹고, 대통령 직무 수행에 하느님의 도움을 청했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복원하고, 치유해야 할 것이 많다”며 “모든 도전을 극복해 미국의 영혼을 복원하고,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화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연설 내내 ‘화합’, ‘통합’, ‘단합’이란 표현을 썼다. 아울러 “정치적 극단주의, 백인우월주의, 국내외 테러리즘에 맞서야 한다”며 “우리가 단합한다면 폭력과 질병, 실업, 절망을 이겨낼 수 있다”고 전했다.성인의 금언 인용하며 경청 다짐‘경청’의 의지도 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견이 다르다고 분열로 가면 안 된다”며 “저를 지지하지 않은 이를 위해서도 열심히 나아갈 것이다.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사람은 사랑이라는 공동의 목표에 의해 정의되는 집단’이라고 말했다”며 가톨릭 성인의 금언도 인용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속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저녁에 울음이 깃들지라도 아침에는 환호하게 되리라’는 시편 30장 6절을 언급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40만 국민들을 위해서도 기도하자고 요청했다. 취임 전날에는 워싱턴대교구장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과 코로나19 희생자를 위한 추모 기도회도 열었다. 그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전개해나갈 일들에 각자의 노력과 기도를 더하자”고도 했다.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분열이 아닌 단합, 어둠이 아닌 빛, 사랑과 치유, 그리고 위대함과 선량함만이 우리를 인도하는 길이 될 것”이라며 “하느님께서 우리를 보호해주시길 기도한다”고도 전하는 등 취임사 내용 곳곳에도 신앙적인 느낌이 담긴 표현들이 많이 등장했다.바이든 대통령은 평소 묵주를 지니고 다니며 기도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오기도 했다. 상원의원과 부통령 시절에도 연설 때마다 성경 구절을 인용하고, 가톨릭 사회교리에 입각한 정책을 주장해오기도 했다.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도 신앙과 교리에 입각한 견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이민자 인도주의·친환경 정책 등 담긴 행정명령 시행곧장 백악관으로 향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당일 △전 국민 마스크 착용 의무화 △파리기후변화 협약 복귀 △신규 일자리 창출 △WHO와 관계 회복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예산 지원 중단 △무슬림 국민 입국금지 철회 등 17가지 행정명령에 즉각 서명했다. 보건 위기 대응과 백신 접종 권장, 이민자 인도주의 정책과 국제사회 협조, 친환경 정책 등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향하는 바와 일치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이민자와 노동자를 아우르는 사회보장제도 수립, 공공의료보험 선택권과 저소득 가정 보험 혜택 확대 등 열린 정책을 약속했는데, 서서히 이를 실현에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미국 주교회의는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내린 행정명령은 모든 생명이 다시 번성하고, 사랑받는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한 올바른 방향 전환”이라며 “특히 환경과 인간, 가난하고 취약한 이들을 향한 혜택은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의 보살핌으로 나아가도록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프란치스코 교황도 취임 축하 메시지를 통해 “모든 이들, 특히 가난한 이들의 권리와 존엄, 정의, 자유로 가득 찬 사회를 향해 일하길 바란다”며 “하느님께서 미국이 세계 안에서 이해와 화해, 평화를 증진하는 노력을 기울이도록 인도해주시길 기도드린다”고 밝혔다.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톨릭 신자임에도 낙태와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입장을 고수해오고 있어서다. 이에 미국 가톨릭 주교들과 신자들 사이에서도 바이든을 향한 시선이 분분하다. 이에 미국 교회는 올해 전국 차원의 프로라이프 생명운동가와 신자들이 함께하는 생명 대행진 행사 등 낙태 반대의 목소리를 대대적으로 낼 계획이다. 곧 인준될 바이든 내각 26명 가운데 40%가 가톨릭 신자로 알려졌지만, 상당수가 낙태를 찬성하거나 낙태죄에 유보적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cpbc2021.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