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들이 공동체 이루며 성령의 소리 듣고 이웃의 말을 더 경청하길”유흥식 추기경 특별대담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 한국 교회 소통 부족, 복음을 살 때 극복 가능 하느님 말씀 잘 듣고 들은 것 생활로 옮겨야 복음을 산다는 건 이웃 생각하고 사랑하는 것 기쁘게 사는 사제는 늘 공동체 이루고 살아 기쁨은 나눠서 더 크게, 고통은 나눠서 더 작게 살아 숨 쉬는 복음적 공동체 만드는 게 목표 세계청년대회의 꽃 ‘홈스테이·폐막 미사·밤샘기도’ 홈스테이로 사랑·도움 주고받는 체험 많이 했으면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은 최근 휴가차 한 달여 동안 방한했다. 유 추기경은 휴가 막바지인 22일 cpbc 본사를 찾아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성직자부 장관으로서 저는 전 세계 사제들을 위한 봉사자이며 그들을 위한 변호사”라며 “사제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성령의 소리를 듣고, 이웃의 말을 더욱 경청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느님 백성 모두가 함께 걷는 시노드 교회를 이루는 데 특히 중요한 사목자들의 역할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유 추기경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의 성공적 개최와 시복시성 등 한국 교회의 다양한 현안에 대해서도 애정이 가득 담긴 의견을 두루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리=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 1년 만에 휴가차 다시 한국을 찾으셨습니다. “휴가 오는 날 오전에 고해성사를 봤습니다. 고해 사제께서 잘 쉬고 오라고 하셨죠. ‘그렇게 하겠습니다’ 했는데 와서 보니 많은 분이 저를 만나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저를 만나자고 하실 때 기꺼이 응하고자 노력했지만, 시간이 부족해 제대로 인사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휴가 동안 많은 분을 만났고, 특히 헌신적인 착한 목자로 사는 사제들의 삶을 들을 때는 기뻤습니다.” - 장관으로 임명되신지도 3년이 넘었습니다. “전 세계 사제 수가 43만 명 정도 됩니다. 부제·종신 부제·신학생·예비신학생까지 저희 성직자부가 관심 갖고 지원해야 할 분들입니다. 전 세계 사제들이 제 상관이고, 저는 그분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입니다. 그분들이 없으면 제가 있을 수 없습니다.” - 지난 4월 말 로마에서 ‘본당 사제 국제모임’이 열렸습니다. “지난해 10월 시노드 정기총회 제1회기를 돌아보며 의문이 들었던 것이 시노드 교회를 건설하려면 본당 신부님이 참여해야 하는데, 지난 정기총회 참가자 가운데 본당 사제는 극소수였습니다. 구멍이 하나 뻥 뚫려 있었던 거죠. 그래서 지난 2월부터 본당 사제 국제모임 준비에 돌입해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님 주관으로 ‘본당 사제 국제모임’을 마련했습니다. 더 큰 시노드 교회를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죠.” - 본당 사제 국제모임의 결실은 어땠습니까? “교구와 본당 등 지역교회에서 실제로 시노드 삶을 살지 않는다면, 시노드 교회 건설은 매우 어렵습니다. 세계 본당 사목자 210여 명이 시노드 정신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모임은 본당 사제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대화로 시간이 갈수록 분위기가 고조되고 아름다웠습니다.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전 세계 본당 사제들에게 띄우는 편지를 써주셨습니다. 교황님께서 큰 사랑으로 본당 사제들을 직접 격려하고 힘을 주심을 본당 사제들이 깊이 느꼈습니다.” - 한국 교회에 시노드 정신이 더욱 확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국 교회는 평신도가 복음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여 복음이 선포된 아름다운 역사를 지닌 교회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복음을 위해 생명까지 바쳤던 우리 평신도들이 사제들 앞에서 수동적으로 변화되었음을 느낍니다. 물론 사제에 대한 존중과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조심스럽지만, 유교 문화에서 직분이 높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 앞에서 순종하는 문화가 있는데 이게 우리 교회에도 뿌리내린 게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교회 내 위와 아래의 소통 부족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결국 이는 복음을 살 때에 극복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경청이 중요합니다. 잘 듣는다는 것은 하느님 말씀을 잘 듣는다는 것이고, 잘 들은 것을 생활로 옮겨야 해요. 이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교회의 모습이고, 교황님이 말씀하시는 시노드 교회입니다. 바로 교회의 본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 본당 사제 국제모임에 참가한 한국 교회 사제들이 국내에서도 본당 사제 모임을 이어가고자 계획 중입니다. “우리가 만날 때에는 하느님을 중심으로 만나야 합니다. 말씀 중심으로 만나는 것이죠. 다른 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성령 안에서의 대화’, 즉 성령을 통해 돌아보고 친교를 나누는 것입니다. 사제들도 서로 말씀을 더 깊게 연구하고 공부하고, 만나서 서로 깊이 들으면 더 좋은 친교를 나눌 수 있거든요. 더불어 우리 모두는 세례성사를 통해 태어난 똑같은 형제자매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말씀을 받아들이고 살 때 모두가 내 형제자매가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성인 가운데 시노드 정신을 잘 실천했던 사례가 있다면요? “성인은 그 시대에 복음 말씀을 가장 잘 살았던 사람들입니다. 당시 시노드라는 말을 쓰진 않았지만, 누구보다 시노드 정신을 실천하며 사신 분들이 성인들입니다. 최경환 성인의 경우, 시장에 물건을 사러 가면 남들과 달리 시원찮은 것만 골라 사왔다고 합니다. ‘왜 좋은 것을 사오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제일 좋은 것을 내가 먼저 사버리면 상인이 나중에 시원찮은 물건을 제대로 팔 수 있겠느냐’고 하셨답니다. 복음을 산다는 것은 이처럼 이웃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거예요. 가장 먼저 경청하고, 하느님 말씀을 잘 듣고, 생활로 실천하며 성령 안에 이러한 관계를 이루며 사는 것. 이것이 시노드 정신입니다.” - 시노드 정신을 더욱 확산하기 위해 성직자부가 계획 중인 사안이 있다면요? “오는 10월 시노드 정기총회 제2회기가 끝나면 교황님께서 모든 의견을 모아 적당한 시기에 시노드 문헌을 발표하실 겁니다. 하지만 시노드는 교황님 문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노드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출발점입니다. 특히 성직자부는 사제 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쁘게 사는 사제는 혼자 살지 않습니다. 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요. 주교님들께도 가능하면 사제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십사 당부하고 있습니다. 기쁨은 나눠서 더 크게 만들고, 고통과 어려움은 나눠서 더 작게 만드는 살아 숨 쉬는 복음적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 교황청이 바라보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향한 기대가 있다면요? “저도 앞서 네 차례 세계청년대회에 젊은이들과 참여하면서 그들과 친구가 되고 그들을 이해하는 소중한 체험을 했습니다. 세계청년대회의 꽃은 ‘가정 홈스테이’와 ‘폐막 미사’, 그리고 ‘폐막 미사 전 밤샘기도’입니다. 예수님이라는 이름 하나를 바라보고 대륙을 건너온 이들이 다른 나라 형제자매의 집을 방문해 사랑과 도움을 주고받는 것은 큰 감동입니다. 우리도 가능하면 각 교구에서 더 많은 이가 홈스테이를 통해 그런 체험을 하도록 해줘야 합니다. 교구 대회에서 이뤄지는 홈스테이에서의 감동이 본 대회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교황님과의 폐막 미사 전 밤샘기도와 폐막 미사입니다. 밤새 수백만에 달하는 젊은이가 기도하고, 예수님 안에 많은 이가 모인 것으로 큰 감동을 줍니다. 대회를 통해 새로운 사제·수도 성소를 발견하거나 세상을 위해 평생 봉사하겠다는 이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큰 젊은이 행사인 세계청년대회가 지닌 장점입니다. 아울러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한국 교회가 더 복음적인 교회로 변화될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와 힘을 선사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합니다. 한반도는 어느 지역보다 평화를 간구하고 있습니다. 남북으로 갈라진 불행한 모습은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평화의 중요성과 긴급성을 잘 이해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교회에 젊은이들이 없다고만 할 게 아니라 찾아 나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 주교님들 사이에, 신부님들과 수도자들·젊은이 평신도 사이에 정말 더 많은 대화와 친교가 필요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가만히 앉아있는 게 아니에요. 도전해야 합니다. 성령은 오늘의 교회와 인류를 위해 새로운 걸 항상 주시기에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넓은 마음,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 끝으로 한국 교회가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을 비롯한 주교와 사제들의 시복시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양업 신부님 시복은 세계청년대회 전에 이뤄지기를 개인적으로 간절히 기도하고 있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계청년대회를 위한 기도와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의 시복을 위해 함께 기도하는 것도 좋은 길이라 생각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건강을 위해 계속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또 부족한 저를 위해서도 많은 기도를 부탁합니다. 고맙습니다.”장현민2024.07.24
시노드 정신 더 깊게 성찰, 선교하는 교회 만들자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 10월 열리는 정기총회 제2회기 지침 각 지역 교회에 전달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1회기 참석자들이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시노드 모임에 참석해 경청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FABC 제공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가 오는 10월 바티칸에서 열릴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2회기를 준비하는 지침 ‘2024년 10월을 향하여’를 각 지역 교회에 전달하고,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성찰을 심화해달라고 요청했다. 교황청은 지침을 통해 지역 교회가 정기총회 제2회기를 준비하면서 시노드 교회를 향한 여정의 역동성을 유지하고, 시노달리타스 성찰 심화 과정을 이행해 달라고 당부한 것이다.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 교황청은 지역 교회와 각 교회 연합체(국가ㆍ광역ㆍ대륙별 교회 등)에 “시노드 주제에 관한 근본이 되는 「종합 보고서」를 심화하는 데 힘써 달라”며 “‘어떻게 우리는 사명 안에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될 수 있는지’ 질문하고 성찰해 달라”고 밝혔다. 특히 “교회의 모든 구조를 선교 지향적으로 만들고 교회 사명의 역동을 활성화할 것”을 주문했다. 교황청은 “성찰의 목적은 여러 다른 맥락과 상황 안에서 우리가 따를 수 있는 길과 취할 수 있는 도구를 식별해 저마다의 고유한 의견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우리가 부름 받은 선교적 헌신, 즉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에 알맞은 일치와 다양성 사이의 역동성을 표현하는 구체적 형태를 성찰하기 위한 초대”라고 설명했다. 교황청은 지침을 통해 성찰을 위한 구체적인 질문도 전달했다. 교황청은 지역 교회 차원에서 △하느님 백성 모든 지체의 사명에서 분화된 공동 책임성을 어떻게 강화할지 △사명과 관련해 식별과 의사 결정 관계, 구조, 과정에서 공동 책임성을 인식하고 형성하며 증진할 방법 △공동 책임성을 더욱 잘 표현하기 위해 어떤 직무들과 기구가 도입될 수 있는지 등을 성찰할 것을 요청했다. 또 여러 차원의 교회 연합체, 나아가 교황과의 관계에서 ‘교회 전체 차원과 지역적 뿌리내림 사이의 균형을 찾기 위해 어떻게 이러한 관계들을 창의적으로 분명하게 할 수 있는지’ 성찰할 것을 당부했다. 시노달리타스 표징의 사례 공유 지역 교회 차원에서 이뤄진 성찰은 주교회의를 통해 제2회기 의안집 초안 작성에 활용된다. 교황청은 “지역 교회의 성찰은 「종합 보고서」를 성찰하는 것에서 출발하게 될 것”이라며 “지역 교회 차원에서 상황과 특징, 경험에 비춰 이바지할 수 있는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시노달리타스 표징들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들을 공유해달라”고 전했다. 이어 교황청은 “각 주교회의는 교구의 의견들을 취합한 요약문을 5월 15일까지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에 제출해 달라”고 전했다. 한편, 교황청이 별도로 다루도록 언급한 ‘특정 주제’는 △라틴 가톨릭교회의 「교회 법전」 (CIC)과 동방 가톨릭교회의 「동방 교회 법전」(CCEO) 등의 개정을 위한 기초 연구 △사제직 양성을 위한 「사제 양성 기본 지침」 (Ratio Fundamentalis)ㆍ「상호 관계」 (Mutuae Relations) 개정 △여성의 부제직에 대한 신학적·사목적 연구의 심화 등이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장현민2024.01.01
세계 각국 사제 300명 ‘시노드를 위한 교구 사제 모임’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4월 28일부터 5일간 로마에서 개최 교황청이 지역 교회 사제를 위한 시노드를 개최한다.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3일 관련 자료를 발표하고, “4월 28일부터 5일간 로마 인근 사크로파노의 ‘형제의 집’(Fraterna Domus)에서 교황청 성직자부(장관 유흥식 추기경)와 함께 ‘시노드를 위한 교구 사제 모임’을 연다”고 밝혔다. 이번 모임은 교구 사제들이 사목 현장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경청과 기도, 식별의 시간을 갖도록 하고, 동시에 보편 교회 차원의 시노드 역동성을 경험토록 하고자 기획됐다. 교황청은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1회기 「종합 보고서」가 다음 2회기를 준비하며 지역 교회 구성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시노드에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모임에는 각국 주교회의와 동방 가톨릭교회에서 선정한 300명의 교구 사제가 함께한다. 마지막 날인 5월 2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행사에 함께한다. 모임 결과는 오는 10월 열리는 제2회기 「의안집」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모임 참석자 수는 주교회의 회원 수에 비례해 분배된다. 주교회의 회원 수가 25명 미만이면 1명, 26~50명인 곳에서는 2명, 51~100명이면 3명, 100명 이상이면 4명이 대표로 선출된다. 주교회의가 없는 지역 교회에서는 이를 대표하는 사제가 1명이 참여한다. 또 동방 가톨릭교회의 경우 25명 이하일 경우, 주교 시노드 또는 성직자 평의회 대표 1명이 선정되고, 26~50명일 경우 2명, 50명을 초과하는 경우 3명의 대표가 선정된다. 교황청은 “모임에 참가하고자 하는 사제는 3월 15일까지 각 주교회의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며 “시노드 경험이 많은 사제, 각 지역 교회에서 농촌과 도시는 물론 사회 문화적으로 다양한 환경 속에서 사목한 사제가 우선 선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장현민2024.02.05
내 친구와 함께 ‘착한 그리스도인·정직한 시민’으로 성장하기[함께 걷는 시노드 여정] 1. 청소년과 시노달리타스 교회의 청소년 사목은 교회가 청소년 복음화의 사명을 수행하는 데 있어 청소년이 세상 복음화의 주역이 되도록 교육적으로 동반하는 사도직 활동이다. 사진은 서울대교구 염리동본당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교황청 재단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 고통받는 교회 돕기 ACN 한국지부가 마련한 ‘100만 어린이의 묵주 기도 캠페인’에 참여해 기도한 어린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가톨릭교회는 지난해 10월 4~29일 바티칸에서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1회기 여정을 마무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한 시노드 대의원들은 평화를 향한 교회의 역할, 가난한 이를 섬기는 교회 사명, 교회 내 여성의 역할, 시노드적 교회로 살아가기 위한 방법 등 다양한 주제로 경청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한편으로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한국 교회의 관심이 뜨거웠던 것에 비해, 이후 교회 모든 구성원에게 시노드 정신이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로 전해지지는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시노달리타스를 전문적이고 추상적 논의로만 머물게 할 것이 아니라, 사목 현장으로 내려와 실천하는 영성이 되도록 사목적 차원으로 구체화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에 본지는 주교부터 평신도까지 12명의 필진을 통해 제1회기의 결과물인 「종합보고서」가 밝힌 주제에 맞춰 사목 및 분야별로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과제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청소년, 청소년을 직접 만나는 첫째 사도 「한국 청소년 사목 지침서」 24항은 청소년 사목을 “교회가 청소년 복음화의 사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청소년이 청소년과 세상 복음화의 주역이 되도록 교육적으로 동반하는 사도직 활동”이라 정의한다. 이러한 정의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때부터 비롯되는데, 교회는 청소년을 단순한 사목적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교회 발전과 쇄신을 위해 청소년의 능동적인 참여에 희망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보편교회에서 발표한 청소년을 위한 여러 메시지를 통해 교회는 끊임없이 청소년에게 세례받은 평신도 그리스도인으로서 다른 교회 구성원과 함께 세상 복음화에 앞장설 공동 책임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또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갈 것을 권고한다. 특히 청소년에게 “청소년을 직접 만나는 첫째 사도가 되어야 하며, 자기들이 살고 있는 사회 환경을 고려하여 자기 자신들 가운데에서 자기 자신들을 통하여 사도직 수행”(평신도 교령 12항) 할 것을 요청한다. 다시 말하면, 청소년이 “저마다 자기 길”(「교회헌장」 11항)에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라는 하느님 부르심에 구체적으로 응답하며 그리스도인의 성소를 살아가길 기대한다. 곧 청소년도 평신도 그리스도인으로서 시노달리타스의 삶을 살면서 세상의 복음화에 앞장서기를 바라는 것이다. 교황, 청소년 목소리 경청해야 함을 강조 청소년에 대한 보편 교회의 기대와 응원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제15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후속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에서 절정을 이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가 젊은 모습을 유지하고 쇄신하면서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청소년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청소년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함을 강조한다. 또한 청소년은 신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세상의 중심에서 자기 신앙에 확신을 두고 기쁜 소식을 선포하는 복음의 증인이 되어주길 간절히 바란다. 이를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청소년이 “용감한 선교사”(「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175–178항)가 되어 세상 모든 사람에게 복음의 증인이 될 것을 요청한다. 더 나아가 자기 삶에서 구경꾼이 되는 것보다 “더욱 정의롭고 형제애로 가득한 사회”(「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174항)로 만들기 위해 “사회 변화의 주인공”(「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174항)이 돼주길 기대한다. 그렇다면, 온 교회가 시노달리타스를 실천하며 함께 하느님을 향해 걸어가는 지금 청소년의 역할은 분명해 보인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살고 있는 교회와 사회에 참여하는 “착한 그리스도인, 정직한 시민”의 삶을 사는 것이다. 이미 청소년은 교회와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자기 삶을 살며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 예로 전례 봉사, 밴드부 활동 등을 통해 전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거나, 주일학교 활동으로 친구들과 신앙생활을 하기도 한다. 또 학생회에 참가해 또래 사도로서 직접 교구 축제·본당 축제·신앙학교 등을 기획·운영하거나, 국내외 봉사활동에 참여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생태 환경 보호활동에 앞장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참여는 청소년이 교회로부터 소속감을 느끼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자부심을 품고 자기 신앙에 확신을 갖는 순간이 될 수 있다. 청소년의 참여는 교회가 청소년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자 누룩이 되어 교회의 친교 건설과 복음의 가치를 세상에 선포하는 그리스도인의 성소를 살도록 초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이 이러한 교회의 초대에 응답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다른 이들에 대한 봉사로 이끄는 여정”(「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255항)이 된다. 이 여정은 그리스도인의 성소를 사는 청소년에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청소년은 다른 이를 향한 삶을 살면서 “사회봉사에 필요한 소질”(「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255항)이 자신에게 있는지 찾게 된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은 “내가 창조된 이유, 내가 여기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주님께서 내 삶을 위하여 마련해 두신 계획”(「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256항)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이것은 곧 성소 식별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다. 청소년들도 평신도 그리스도인으로서 시노달리타스의 삶을 살며 세상의 복음화에 앞장서야 한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25일 부산 남천주교좌성당에서 열린 청소년·청년의 해 개막 선포식에서 젊은이들과 함께 하고 있는 손삼석 주교. 청소년 참여, 시노달리타스 되살리는 데 도움 청소년이 세상 복음화를 위하여 교회와 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자신의 성소를 발견하고 식별하여 그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교회는 청소년이 활발한 참여를 통하여 “저마다 자기 길을 식별하고, 하느님께서 각 사람에게 안배해 주신 개인적 은사인 자신의 최고 장점을 발휘”(「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11항)하도록 동반해 주어야 한다. 청소년의 참여는 세례 성사와 견진 성사의 은총을 받은 그리스도인으로서 교회의 선교 사명을 기쁘고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고 동시에 성숙한 신앙인으로 점진적인 성장을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장 과정에서 청소년은 예수 그리스도와 깊은 우정을 맺으며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을 살겠다는 결심이 서게 될 것이며, 이 결심은 또래 친구들에게 기쁜 소식을 선포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복음적 친교의 삶을 살도록 도와 줄 것이다. 이것은 곧 오늘날 교회가 지향하는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사는 것이다. 제15차 세계주교대의원회는 시노달리타스의 교회로 향하는 데 청소년의 참여를 중요하게 여긴다. 왜냐하면 “청소년의 참여는 시노달리타스를 ‘되살리는’ 데 도움”(「최종 문서」 121항)이 되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적극적인 참여는 성직주의와 평신도의 성직자화를 피하면서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이루는 시노달리타스의 교회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열리는 제16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여정을 걷는 올해는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반포 5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또 한국천주교회는 2027년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는 여정을 걷고 있다. 이러한 때, 교회가 청소년이 또래 친구들과 함께 ‘착한 그리스도인·정직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참여의 기회를 마련하여 더욱 적극적으로 함께 걸어간다면, 청소년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일에 매력을 느끼고 하느님 부르심에 기쁘고 즐겁게 응답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이진옥 박사 이진옥 페트라 (돈보스코청소년영성사목연구소 선임연구원 · 주교회의 교리교육위원회 위원)cpbc2024.03.27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여정[한창현 신부의 모두의 시노드] (9)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1년 10월 10일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를 소집했습니다. 이 총회는 일 년의 간격을 두고 두 번의 회기로 나누어, 제1회기는 2023년 10월 4~29일에, 제2회기는 2024년 10월에 열릴 예정입니다. 제1회기의 목표는 무엇보다도 시노달리타스 방식으로 이루어야 할 심화 과정을 개략적으로 그리는 것으로서, 다루어야 할 주제들과 그 결실을 거둘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2024년 10월 제2회기에서는 식별을 완료하고, 시노드 정신으로 살아가는 교회로서 성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마련해 교황께 제출합니다.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는 “교회의 사명인 복음 선포의 과정에서 오늘날 지역 차원에서부터 보편 차원에 이르기까지 ‘함께 걷기’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기초한 하느님 백성의 자문 과정으로 시작했습니다. 자문의 열매들은 교구 차원에서 수합되어 동방 가톨릭교회 시노드와 주교회의에 보내져 종합되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작성된 종합 의견서는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로 보내지고, 취합되어 ‘대륙별 단계 작업 문서’가 작성되었습니다. 전 세계 지역 교회는 이 문서를 돌려받아 살펴보고, 7개 대륙별 회의에서 서로 만나 대화하도록 초대되었습니다. 이 결과로 ‘대륙별 회의 최종문서’가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에 제출되었으며, 이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으로 종합되었습니다.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2023년 7월 7일 제1회기 참석자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이 총회에는 전 세계에서 400명 이상의 대의원이 참석합니다. 이 가운데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은 364명입니다. 그리스도교 타 종교 대표단 30여 명과 특별 초청자 8명은 투표권이 없이 논의에 참석하거나 조언만 할 수 있습니다.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은 교황을 비롯한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을 포함한 교황청 관계자와 세계 각국 주교회의를 대표하는 추기경과 주교, 동방 가톨릭교회 대표와 각 지역 주교회의연합회 대표, 그리고 각국 주교회의에서 추천받았거나 교황에 의해 직접 임명된 대학생, 난민 지도자, 과학자, 신학자 등을 포함합니다. 주교가 아닌 참석자의 비율은 21%를 차지하며 그중에 여성이 54명입니다. 한국 교회는 주교회의를 대표해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참석합니다. 시노드 총회 참석자들은 제1회기 의안집을 토대로 교회 현안에 대한 식별 작업을 지속합니다. 의안집은 총 2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제1부는 지금까지의 시노드 여정을 돌아봅니다. 제2부는 3개의 우선적 질문과 질문에 따른 다섯 개씩의 작업 목록(Worksheets)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총회 참석자들은 언어권 별로 구성된 12명 단위의 소모임(Circuli Minores)에 참석하며, 그룹 작업을 통해 제2부에서 제시된 각각의 작업 목록의 내용을 경청하고 식별하여 발전시키게 됩니다. 제1회기의 결실은 많은 주제들에 대해 공유되는 결론적 방향성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년의 기간을 두고 회기를 나눈 것은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제2회기까지 시간은 시노드 정신 살아가는 교회라는 주제를 지속적으로 식별하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제2회기는 신학적 및 교회법적 심화를 촉진하면서, 그때까지 이루어진 결실을 토대로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을 분별하는 데 전념해야 할 것입니다. cpbc2023.09.25
교황청, 시노드 정기총회 1회기 「종합 보고서」 성찰 권고「종합 보고서」 한글 번역본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며…’ 공개 제2회기 준비하며 하느님 백성이 걸어갈 여정의 기준 제시 보편ㆍ지역 교회가 오는 10월 열릴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2회기 준비에 속속 돌입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시노드 정기총회 제1회기의 결실인 「종합 보고서」(Synthesis Report)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종합 보고서」가 “제1회기와 제2회기 사이 하느님 백성이 걸어갈 여정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교황청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2회기 준비를 위한 지침 ‘2024년 10월을 향하여’를 통해 「종합 보고서」에 담긴 소중한 증언을 성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1회기의 결실인 「종합 보고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며 사명을 수행하는 교회’의 한글 번역본을 최근 공개했다. 한국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고찰하고, 제2회기 준비를 위해 눈여겨봐야 할 문서다. 「종합 보고서」는 도입부를 비롯해 총 3부로 구성된 본문과 맺음말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시노드 대의원들이 바티칸 원탁회의에서 교회가 나아갈 희망과 평화의 여정을 촉진하기 위해 나눈 경청과 대화의 열매들이다. 도입부는 “정기총회 제1회기를 특징짓는 대화와 기도와 만남 안에 나타난 주요 요소를 모은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종합 보고서」는 최종 문서가 아니라, 식별 과정에 봉사하기 위한 도구”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종합 보고서」 본문 역시 △제1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의 얼굴 △제2부 모든 이가 제자요 모든 이가 선교사 △제3부 관계를 엮고 공동체를 구성하기 등 ‘식별의 도구’로서 보고서의 역할에 충실하게 구성돼 있다. 각 부분을 구성하는 20개 장은 대화를 통해 성찰의 지향점을 제시하는 ‘수렴에 이룬 부분’과 신학ㆍ사목ㆍ교회법적으로 심화할 내용을 다룬 ‘다루어야 할 질문’, 하느님 백성이 나아갈 방향을 설명한 ‘대화에서 나온 제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노달리타스의 신학적 원리(1~7장),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 관련된 모든 이들과 그들의 관계(8~13장)에 관해 성찰 방향을 제안하고 있다. 아울러 교회들 사이의 교류, 세상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조직들의 네트워크로 시노달리타스(14~20장)를 다루고 있다. 「종합 보고서」는 올해 시노드 과정에 주교, 사제, 부제들이 더욱 능동적으로 함께할 방식을 발전시켜야 하며, 젊은이와 가족, 사목자들이 디지털 경로를 포함해 세대 간 문화로 시노달리타스가 정착되도록 제안하는 등 수십 가지의 성찰 목록을 밝히고 있어, 이들 제안에 맞는 한국 교회 차원의 연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교회는 제2회기에 앞서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가 지난 12월 발송한 ‘2024년 10월을 향하여’ 지침이 밝힌 요청에 따라, 시노달리타스를 심화하는 여정에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지닌 이들과 단체들이 동참하도록 독려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장현민2024.01.08
[서울대교구 사목교서] 시노드 교회를 향해서 계속 걸어갑시다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 시노드 실천하는 교회, 선교하는 교회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21년 10월 10일 시노드 개막 미사를 집전하심으로써 ‘2021-2023 제16차 시노드’를 시작하셨습니다. 회기를 1년 연장하여 2024년 10월 말에 폐막합니다. 교황님께서는 시노드 관련 법규를 수정하셔서, 지금까지 이루어진 대의원 주교들의 회의체(주교대의원회)로서의 시노드와는 달리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는 시노드’로 우리를 초대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 회기를 2024년 10월까지 연장하시면서까지 시노드가 일회성 체험에 그치지 않고, 교회가 앞으로 내내 걸어가야 할 모습이고, 구현해야 할 지향점임을 강조하고자 하십니다. 그러므로 저는 우리 서울대교구의 2024년 사목교서를 통해 ‘시노드 교회란 선교하는 교회’임을 강조하면서 “시노드 교회를 향해서 계속 걸어갑시다”라고 호소하고자 합니다. 시노드의 주제 ‘시노드 교회를 위하여: 친교, 선교, 참여’ 속에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친교’란 그저 사회적, 사교적 만남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결합’이라는 수직적 차원과 ‘온 인류가 이루는 일치’라는 수평적 차원이 있다고 「시노드 의안집」(46항)은 설명합니다. 시노드 교회가 지향하는 ‘친교’란 무엇보다도 하느님과 이루는 깊은 인격적 만남을 포함합니다.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과의 친교를 바탕으로 ‘우리 모두의 일치’라는 친교의 수평적 차원이 비로소 가능합니다. ‘친교’ 안에는 하느님 앞에서 ‘본연의 나’ 자신과 맺는 친교도 있습니다. 세상이 주는 물질적 풍요로움과 감각적 화려함이나 안락함에 참행복이 있는 것처럼 매달릴 때, ‘나’는 ‘껍데기 나’에 매달리는 것입니다. 선교는 인간적이고 세상의 논리 대신에 하느님의 논리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모든 차원이 변화하여야 합니다. 교회로 볼 때 이는 단순히 지리적으로 더욱 넓은 지역이나 더욱 많은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것만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과 구원 계획에 상반되는 인간의 판단 기준, 가치관, 관심 사항, 사고방식, 영감의 원천, 생활양식 등에 복음의 힘으로 영향을 미쳐 그것들을 변화시키고 바로잡는 것이기도 합니다.” (「현대의 복음 선교」 19항) 하느님과 이루는 깊은 인격적 만남, 곧 친교는 선교의 필수적 전제이고 지향입니다. ‘참여’는 ‘함께 가는 길’이라는 시노드의 어원적 뜻을 잘 드러내는 표현입니다.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더 나아가서는 전 세계인 모두가, 하느님의 백성이요 하느님의 사랑받는 피조물로서, 영원한 생명이요 사랑이신 하느님께 나아오도록 함께 부르심 받은 주인공들입니다. ‘복지주의 함정에서 벗어나, 우리가 향하고 있는 새 하늘, 새 땅의 논리를 앞당기면서 그분들을 동등한 품위를 지닌 존재로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를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cpbc2023.11.23
세계주교시노드[한창현 신부의 모두의 시노드] (8) 세계주교시노드의 제정 4회기에 걸쳐 진행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는 교회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공의회로서 참석자들이 다양해졌습니다. 제1차 바티칸 공의회의 참석자가 700여 명이었던 것에 비해, 참석 인원은 3000명으로 늘었으며, 처음으로 비유럽 지역 참석자가 반수를 넘었습니다. 참석한 주교들의 지역별 분포는 유럽 1089명, 중남미 573명, 북미 404명, 아시아 374명, 아프리카 296명, 오세아니아 75명이었으며, 4회기에 이르러 평신도 대표가 여성 수도자들을 포함하여 52명으로 늘었고, 개신교 국제기구의 대표 참관인들은 80여 명에 달했습니다. 앞서 열린 모든 공의회는 교회 가르침을 손상하는 오류와 이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심 사안이었습니다. 반면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의 교리를 공격하거나 교회 일치를 저해하는 요인들을 다루지 않았습니다. 2000년 교회 역사 안에서 이단을 지정하지 않은 유일한 공의회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였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한 요한 23세 교황은 개회 연설을 통해 공의회의 목표는 교회의 주요 교리를 토의하여 전통적 교리를 확인하는 일이 아니라고 역설하였으며, 공의회의 목적이 갈등의 씨앗을 찾아내고 근절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이러한 방향성 안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공의회 정신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 ‘주교대의원회의’를 제정하였습니다.(참조 :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주교들의 사목 임무에 관한 교령 주님이신 그리스도」 5항) ‘주교 시노드’라고도 부르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는 지역 교회의 사목자인 전 세계 주교들이 교회의 중대사를 숙고하며 교황에게 자문할 목적으로 소집되는 회합입니다. 정기총회는 3~4년 주기로 열리며, 필요에 따라 임시총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가장 최근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소집한 제16차 세계주교대의원회는 2021년 10월에 시작하여 2023년 10월 본회의로 마무리될 예정이었습니다. 더 많은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현재는 전체 일정이 1회기와 2회기로 나뉘어 2024년 10월 본회의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한국 교회는 제16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세계주교시노드’로 수정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교회 안에서 ‘시노드’라는 용어를 자주 접하였다면,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와 관련되어 있을 것입니다. 시노드 교구 단계 그룹모임을 통해 신자들에게 ‘함께 걷는’ 여정의 의미를 질문하고, 그 결과를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세계주교시노드는 주교 대의원들의 자문 회합에서 시작되었지만, 현재는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최대한 경청하기 위한 제도적 발전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회 안에서 신자들에게 시노드는 의견 수렴을 위한 절차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계주교시노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자들의 답변을 경청하기 위해 길고 어려운 과정을 거치는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는 하느님 백성 전체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이 요구됩니다. 또한 교회에서의 자문 절차는 곧 신앙 감각을 모으는 과정입니다. 하느님 백성은 ‘개별 신자 신앙 감각’으로부터 비롯되는 신앙을 ‘믿는 이들의 (공동체적) 신앙 감각’으로 승화시키는 가운데에서 성장합니다. 세계주교시노드는 하느님 백성 전체에게 자문을 구하고 이를 통해 교회 구성원들과 함께 하느님의 뜻을 식별합니다. 신자들은 시노드를 통해 이 과정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cpbc2023.09.18
교구·대륙별 시노드 여정에 뿌리 둔 정기총회 ‘가이드 북’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의안집 성격과 주요 내용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가운데) 추기경과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책임보고관 장-클로드 올러리슈(오른쪽 두 번째) 추기경이 6월 20일 교황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의안집을 공개하고 있다. OSV 제공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오는 10월 4~29일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첫 회기를 위한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을 6월 20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의안집은 2021년 10월부터 진행돼온 교구 단계·대륙별 단계 시노드에서 논의한 내용을 60여 쪽 분량으로 정리한 문서다.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참가하는 대의원들은 의안집 내용을 토대로 교회의 쇄신과 다양한 현안 등을 논의하게 된다. 의안집의 성격과 내용을 살펴봤다. 정기총회 논의 방향 안내하는 ‘가이드 북’ 세계주교시노드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가 6월 20일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의안집을 공개하면서다. 의안집은 새로운 내용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지금까지 진행된 교구별·대륙별 시노드에서 나눈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해 오는 10월 열릴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참가자들의 논의 방향을 안내하는 ‘가이드 북’에 가깝다. 교황청은 특히 의안집이 최종 문서의 초안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의안집은 이전에 작성된 모든 문서를 무효화하는 것이 아니며, 그 안에 뿌리를 두고 작성됐다는 것이다. 교황청은 의안집 머리말에서 “2021년 10월 10일 시작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로 성장하기 위한 여정을 거치며 전 세계 교구의 경험을 모아들였고, 그 과정에서 이어지는 여정의 출발점이 의안집”이라며 “결코 종착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의안집은 정기총회 참가자들이 총회 동안 전체적으로 어떤 관점으로 논의할 사안을 바라보고 어떻게 실천 방안을 찾아갈지 식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문서로 역할을 하게 된다. 동시에 정기총회 참가 대의원들이 성령의 부르심을 받았다고 느끼는 구체적인 단계를 식별할 수 있도록 준비한 문서가 의안집이다. 교황청은 이에 대해 “시노드 여정의 목표는 어떤 문서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희망의 지평을 여는 것”이라며 “교회 구성원들이 의안집을 통해 종종 적대적인 방식으로 제기되는 문제나 오늘날 교회의 삶에서 환대와 식별의 자리가 부족한 문제를 시노드 과정 안에서 복음적인 방식으로 다룰 수 있도록 구성되고 제작됐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의안집에 시노드 여정을 통해 모든 교회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교황청 세계주교시노드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은 6월 2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의안집은 교회 구성원 전체가 참여해 만든 문서”라면서 “이 문서는 모두가 공동 저자이며 각자가 성령으로부터 부르심 받은 역할에 따라 제작된 것”이라고 했다. 그레크 추기경은 또 “의안집은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이론적이고 체계적인 설명이 담긴 문서는 아니다”라며 “우리는 의안집 안에서 그동안 교회 전체가 참여해 논의한 것에 대해 우리 모두가 함께 걸으며 논의한 경험의 의미를 스스로 질문함으로써 더 많은 것을 배우는 여정의 열매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발맞춰 지역 교회에 대한 배려와 일치를 강조한 점도 의안집의 특징이다. 교황청은 “지역 교회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는 문화와 언어, 표현 방식의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권위와 리더십이라는 단어 역시 언어와 문화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는 만큼 더 나은 이해를 증진하고 분열적 언어를 피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6월 20일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의안집을 공개했다. 사진은 의안집 표지. OSV 제공 두 개의 섹션과 15개 워크시트로 구성 공개된 의안집은 두 개의 섹션으로 이뤄진 본문과 15개의 워크시트로 꾸려졌다. 우선 본문은 지난 2년간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되기 위한 여정을 정리한 ‘섹션A’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되기 위한 세 가지 우선순위를 제시하는 ‘섹션B’로 구성돼 있다. 섹션A는 성령 안에서의 대화를 통해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해 가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의안집에 따르면, 시노드적인 방법은 결국 ‘성령의 인도를 따르는 대화’이다. 이 안에는 성령이 교회에 전하는 말씀에 더 귀를 기울이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질문과 장애물을 식별해 예언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교회가 되기를 바라는 희망이 담겨있다. 이어지는 섹션B에서는 시노드의 주제인 ‘친교, 참여, 사명’에 따른 구체적인 우선순위를 제시한다. 의안집에서는 이를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환대와 친교 속 성장 △사명의 관점에서 세례받은 모든 이의 기여를 인정하고 소중히 여기기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선교하는 교회에서 통치 구조·역학 관계 파악하기 등으로 구체화한다. 교황청은 “친교는 같은 정체성을 지닌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모이는 사회학적 모임이 아니라 삼위일체 하느님의 선물을 의미한다”면서 “아울러 선교와 사명은 교회의 모든 활동을 주교와 사제 등 서품받은 성직자들에게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세례받은 모든 이의 기여를 요구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워크시트에서는 앞서 제시한 세 가지 우선순위와 관련해 각각 5개씩 질문을 제시해 모두 15개 주제를 다룬다. 예를 들어 친교와 관련된 주제에서는 자선과 봉사·정의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이어 사랑을 실천하는 법, 지역 교회 간 역동적인 교류 방안, 교회 일치의 여정, 종교 간 대화와 관련된 질문 등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통해 이번 정기 총회에서는 전쟁과 기후위기, 소수민족, 여성과 평신도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전망이다. 변화의 원동력 ‘경청하는 교회’에서 찾아 교황청은 “대륙별 단계 등을 거치며 각 지역 교회가 세계 곳곳에서 경험하는 독특한 상황을 파악하고 공유할 수 있었다”면서 “이 안에는 세상을 피로 물들이는 숱한 전쟁과 기후위기, 착취와 불평등 그리고 ‘버리는 문화’를 조장하는 경제 체제, 소수자를 압박하는 문화 식민주의, 이주 문제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의안집 안에는 제도와 구조, 절차에서도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되고자 하는 열망도 담겨있다. 의안집은 이 같은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을 ‘경청하는 교회’에서 찾는다. 교황청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는 무엇보다도 경청하는 교회”라며 “오늘날 교회의 얼굴에는 불신이라는 심각한 위기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교회는 성령을 토대로 화해와 치유, 정의의 길을 열어주는 참회와 회심의 여정에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쇄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장현민2023.07.02
친교·사명·참여 통해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 모색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어떤 내용 다루나 <상> 2018년 10월 바티칸에서 열린 주교 시노드에 참석한 주교단의 모습. OSV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10월 4~29일)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한 ‘함께 걷기’ 과정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로마에서 함께하는 총회로 한 회기를 정리하며 보편 교회가 새롭게 시작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자리다. 이를 앞두고 지난 6월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는 첫 회기 정기총회에서 사용할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을 발표했다. 의안집은 지금까지 지역별, 대륙별 시노드를 거치며 나온 결실인 ‘대륙별 단계 작업 문서’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지역 교회 전체 목소리가 담긴 중요한 문서이자, 이번 1회기 총회의 기초자료이기도 하다. 교황청은 의안집을 통해 지금까지 시노드 여정이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정리했고, 정기총회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될 ‘핵심 질문’이 무엇인지 제시하고 있다. 눈앞으로 다가온 시노드 정기총회 첫 회기를 준비하며, 총회에서 다뤄질 의안집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로마에서의 시노드 모습을 예상해봤다. 의안집의 구조 의안집은 크게 2부로 구성돼있다. 전체 A4용지 52페이지(한글 번역본 기준) 분량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제1부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라는 주제 아래 지나온 여정과 그 결실을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의 특징적 표징은 무엇인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제시하고 있다. 제2부는 총회에서 식별을 요청하는 세 가지, 즉 ‘친교, 사명, 참여’와 관련된 핵심 질문들을 담고 있다. 각 질문은 △친교와 관련해 어떻게 해야 교회가 더 충만하게 하느님과 이루는 결합과 온 인류가 이루는 일치의 표징이자 도구가 될 수 있나? △교회의 사명, 즉 선교를 위해 어떻게 임무를 공유할 수 있는가? △참여와 관련해서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선교적 교회를 이루기 위한 절차와 구조ㆍ제도는? 등이다. 이어 교황청은 의안집 마지막에 2부에서 제안한 친교와 사명, 참여와 관련된 세 질문을 바탕으로 각 5개씩 현안과 관련된 구체적인 질문을 정리해 둔 ‘작업 목록(Worksheets)’을 만들었다. 작업 목록을 만든 이유는 정기총회 참석자들이 각 주제와 관련해 다양한 관점에서 질문하고, 접근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시노드 여정과 그 의미 의안집은 “지금까지 시노드 여정의 가장 큰 의미는 ‘시노달리타스’의 실천에 있다”고 평가했다. “‘시노달리타스’라는 추상적이거나 이론적인 용어가 구체적 경험 안에서 구체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의안집은 또 하느님 백성의 소리를 경청하는 것으로부터 시노달리타스의 진정한 의미를 점진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교회의 사명 속에서 구체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봤다. 의안집은 시노드 여정을 거치며 참여한 이들이 “주님과의 유대, 사람들 사이의 형제애, 그리고 교회에 대한 사랑을 키우는 신앙 안에서 만나는 기회를 얻었다”며 “오늘날 교회의 삶에서 환대와 식별이 부족한 몇몇 문제를 복음적 방법으로 마주하는 장이 형성됐다”고 밝히고 있다. 의안집 인쇄본 모습.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지난 6월 오는 10월 열릴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 제1회기에 사용할 의안집을 공개했다. OSV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란 시노드 여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만드는 것이다. 의안집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 여정을 통해 나→우리, 아울러 단편ㆍ획일화→다양성을 꾀했다는 점에 의미를 더욱 촉진했다고 밝힌다. 의안집은 시노드를 살아가는 교회의 특징적인 표징으로 △세례성사로부터 유래하는 공동의 품위에 대한 인식 △경청하는 교회 △겸손하고 용서를 청하는 교회 △‘다름’ 사이에서 만남과 대화를 실천하는 것 △모두에게 열려 있고 모두를 환대하는 교회 △사랑과 진리의 관계를 깊이 이해하라는 부르심을 정직하게 마주한 교회 △일치의 표징으로서 자신의 소명을 더욱 충만하게 구현하는 교회 △식별하는 교회 등의 모습을 제시했다. 의안집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만들려는 노력을 통해 “나에서 우리로의 이동을 촉진하면서, 다양성을 인정하고 동시에 유일한 성령에 의해 하나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교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로 나아가는 방법은 의안집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로 나아가는 방법 역시 제안한다. 먼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될 수 있는 원동력을 전례 안에서 찾는다. 의안집은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전례헌장」 10항)인 전례 안에서, 특히 성체성사에서 거행하는 신비로 끊임없이 양육된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로 나아가는 길은 ‘시노드 방법’, 즉 ‘성령 안에서의 대화’로 구체화된다. 의안집은 총회 이전 시행된 지역별, 대륙별 시노드 단계를 거치면서 “시노드 방법을 통해 형제자매에 대한 경청을 넘어 성령의 부르심에 대한 경청, 그리고 성령으로부터 사명을 받는 체험의 장이 됐다”고 말한다. 성령 안에서의 대화, 즉 시노드 방법은 교회의 오랜 전통에서 출발한다. 대표적 사례가 부활하신 주님께서 엠마오로 가는 길에 두 제자를 만나는 이야기이다.(루카 24,13-35) 복음 속 두 제자처럼 시노드 방법은 참여자들의 친교를 형성하고 ‘선교적 역동성’을 불러온다. 로마에서의 1회기 시노드 총회는 이 같은 시노드 방법이 교회에 체화될 수 있는 방향성을 더욱 명확히 제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성령 안에서의 대화 의안집은 성령 안에서의 대화를 세 단계로 설명한다. 각자의 경험과 기도를 이야기하고 다른 이의 말을 듣는 ‘말하고 듣기’ 단계, 다른 이들의 이야기 가운데 자신에게 울림을 준, 혹은 자신 안에 저항감을 일으킨 것을 나누고 성령께서 이끌어 주시도록 맡기는 ‘다른 이들과 하느님께 공간을 내어주기’ 단계, 마지막으로 성령 안에서 대화의 열매를 식별하고 거두어들이는 ‘함께 구축하기’ 단계다. 각 단계 사이사이에는 침묵과 기도를 통해 부름 받은 문제에 이바지할 준비 단계를 갖고, 마지막에는 마침 기도를 바치며 마무리한다. 의안집은 “구체적인 상황들 안에서 이 단계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그럼에도 항상 이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이 세 단계를 결합한 의도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나아가는 방식의 특징”이라며 “이 방법을 위한 양성, 특히 여기에 참여하는 공동체를 동반할 수 있는 협력자들의 양성은 모든 세례 받은 이들을 위하여 우선적인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성령 안에서의 대화를 위한 양성을 거치면서 우리는 진정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보편 교회는 의안집을 통해 제안한 방법을 토대로 모든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경청하고, 성령을 통해 식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단계를 제안하며 교회가 지닌 고유의 영적인 힘이 발휘되는 방안을 나눌 것으로 기대된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장현민2023.08.28
교회 모든 사람들 목소리 담긴 의안집 나왔다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의안집 공개… 교황청 ‘우리에게 맡긴 역할 식별에 도움 주는 문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의안집이 현지시간 6월 20일 바티칸에서 공개됐다. 앞서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는 5월 10~11일 로마에서 제15차 정기회의를 열고, 첫 회기 의안집을 검토 및 승인했다. 교황청이 공개한 의안집은 오는 10월 로마에서 열릴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에서 참가자들의 논의 방향을 이끌고, 현안을 식별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의안집은 2021년 10월부터 교구 단계·대륙별 단계 시노드에서 논의된 내용을 60여 쪽 분량에 담고 있다. 다만, 교황청은 “의안집은 전 세계 교구 경험을 모아들인 여정의 출발점이지 종착점이 아니다”라며 의안집이 ‘최종 문서의 초안’은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은 6월 2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의안집은 전체 교회의 목소리가 담겨 있는 문서”라며 “모든 사람이 공동 저자이며 성령께서 우리에게 맡긴 역할을 식별하는 데 도움을 주는 문서”라고 설명했다. 의안집은 크게 본문과 워크시트로 구성됐다. 본문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여정을 정리한 ‘섹션A’와 시노드 교회를 향한 여정의 세 가지 우선순위인 ‘친교, 참여, 사명’에 대해 설명한 ‘섹션B’로 이뤄져 있다. 정기총회에 참가한 대의원들은 의안집을 통해 각종 현안은 물론, 지역 교회가 마주한 독특한 상황들에 대해 경청하고 식별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또 의안집은 교구와 대륙별 단계의 결실은 물론 전쟁과 불평등, 빈곤, 학대로 고통받는 전 세계 교회의 체험을 담으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교회의 언어를 새롭게 해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시아 교회 등 대륙별 회의에서 최종문서를 통해 이야기한 여성과 평신도의 역할 확대, 종교 간 충돌 등의 각종 현안도 정기 총회에서 깊이 있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책임보고관 장-클로드 올러리슈 추기경은 “의안집을 통해 각 지역 교회가 마주한 구체적인 경험을 만나고, 이를 통해 모든 사람이 함께 걸어가야 한다는 중요한 명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오는 10월 4~29일 로마에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첫 회기를 진행한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장현민2023.07.02
포콜라레 영성, 사랑과 일치 안에서 하느님께 도달하는 길 제시[함께 걷는 시노드 여정] (12·끝) 포콜라레 영성으로 본 시노달리타스 지난해 4월, 포콜라레운동 마가렛 카람 회장과 헤수스 모렌 세페다노 공동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한국 포콜라레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창우 주교 제공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는 교회의 새로운 용어가 아니라 교회의 전통적인 의사결정과 실천방식을 요약한 단어입니다. 곧 시노달리타스는 전통적으로 교회가 어떤 결정을 할 때 신앙감각을 지닌 하느님 백성의 의견을 경청하고 함께 도출된 결론들에 대해 교회의 권위로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특별히 제16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정기총회 제1회기 보고서는 ‘교회 영성’에 대한 다양한 은사(식별의 도구)를 강력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성령께서 함께하시는 많은 교회 영성의 사도직 안에서 ‘포콜라레 영성으로 본 시노달리타스’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따뜻함(벽난로) 함께 걸어가기 위해서는 상대방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지속적인 경청을 통하여 자연스러운 신앙감각(Sensus Fidei)으로 식별하여 모두가 한마음을 품는 따뜻한 공동체가 되는 것입니다. 코로나 이전 한국 천주교회는 주일 미사 참례율이 18.3%(2019년)였지만 최근에는 13.5%(2023년)입니다. 코로나가 끝났음에도 참례율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교회가 따뜻함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따뜻함은 한국 천주교회가 가지고 있는 신앙감각인 ‘거룩함의 공동체’를 통해 회복되어야 합니다. 세상을 향한 교회(친교·일치) 시노달리타스는 세상을 향해 계속 진행되어야 합니다. 교회가 세상을 향하고, 세상이 교회를 향하려면 하느님 백성들이 친교를 통해 일치해야 합니다. 먼저 세상을 향한 교회는 힘들고 지친 사람들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영혼의 눈물을 닦아주는 교회입니다. 분쟁과 이념과 대립의 현 시대를 성모님이 하느님께 시선을 돌려 오롯이 봉헌하셨듯이 나라와 민족, 남녀 간 다양성을 인정하고 교회가 먼저 나누며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21)라는 예수님 기도를 실천하는 일치의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기(말씀 살기와 참여) 제16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는 모든 믿는 이가 적합한 자격을 지니고 성령께서 각자에게 주신 선물(은총)을 통해 서로 섬기고, 사랑하는 교회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교회헌장(제12항)에 따르면 성령께서는 평신도의 참여와 부름의 은총으로 교회 쇄신과 더 폭넓은 교회 건설을 위해 유익한 여러 가지 활동이나 직무(사제직·예언직·왕직)를 받아들이고 준비하도록 초대하고 계십니다. 주교, 사제 중심의 성직주의를 버리고 평신도, 수도자와 함께 교회의 본래 모습인 사랑을 위해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 백성 모두는 각자의 소명(서로 사랑하기)과 카리스마(말씀 살기) 안에서 하나 됨의 ‘일치’를 기억하고 희망해야 합니다. 여정의 교회(선교와 사명)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께 성령의 도우심으로 예수님을 잉태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루카 1,29)고 성경은 말합니다. ‘식별의 시간’을 가지고, 마리아는 주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순명하십니다. 하느님의 역사하심(시간) 안에서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을 낳고 가슴 찔리는 고통을 받으신 후 하늘 위로 승천하시고, 우리의 어머니가 되시는 이 모든 사건을 품어 안으셨습니다. 시몬 베드로의 배신과 회심처럼 우리네 복잡한 일상에서도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마리아처럼 성령의 거룩한 ‘식별의 시간’을 요구하십니다. 마리아의 시간(신비)과 베드로의 시간(현실)의 여정 안에서 우리의 사명은 종교의 민감한 문제들(성직중심주의·특정주의·성소수자 문제·탈교회화 등)을 반성하고, 환경·인권·기후 위기들을 올바르게 성찰해 교회 공동선을 잘 지키고 보존해야 합니다. 깨어 있기(현 순간을 살아가기) “우리의 모든 노력은, 우리의 손에 주어진 유일한 시간인 현재의 이 순간을 향해 있어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이 순간 하느님의 뜻은 언제나 영혼의 깊은 곳에서 분명히 드러나 보인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 그러므로 이 순간에 하느님의 뜻을 하는 것은 ⋯ 우리의 삶이었습니다.”(포콜라레 영성, 이하 ‘영성’) ‘영성’은 교회 안에 존재하는 다른 많은 영성과 나란히 하느님께 도달하는 하나의 길을 제시합니다. 복음에 근본을 둔 ‘영성’은 더불어 살게 하는 강한 공동체적 특성이 있는데, 어디서든지 일치를 이루게 하며, 오늘날 하느님 백성들의 영신적 갈증에도 답을 주고 있습니다. ‘영성’은 먼저 사랑이신 하느님을 깨닫고 그분 뜻을 식별하고자 노력하며, 이웃사랑을 통해 거저받은 사랑을 그분께 되돌려주고자 합니다. 말씀에서 빛을 받으며 말씀을 실천함으로써 이웃과 서로 간의 사랑을 살 수 있게 됩니다. 삶에서 오는 고통 속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고 버림받으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일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우리 노력의 답으로 하느님으로부터 선물 받은 일치 안에서, 성체를 통해 양분(사랑할 힘)을 취합니다. 교회와의 일치 안에서 마리아처럼 세상에 예수님 현존을 낳아주고자 노력합니다. 이 세상에 우리 가운데 예수님 현존을 가져가는 것이 포콜라레 영성의 소명입니다. 포콜라레 운동(Focolare Movement)은 1943년 이탈리아 북부 트렌토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확산된 가톨릭의 사도직 영성·활동 단체이며 ‘마리아 사업회’라고도 불립니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트렌토시가 폭격에 모든 것이 파괴되고 무너지는 상황 속에서 그 어떤 것도 파괴할 수 없는 하느님을 유일한 자신들 삶의 ‘이상(理想)’으로 선택한 끼아라 루빅과 그의 첫 친구들로부터 이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이탈리아어로 ‘벽난로’를 뜻하는 포콜라레(Focolare)는 분열과 갈등으로 얽힌 세상에 ‘서로 간의 사랑과 모든 이의 일치’를 목적으로 창설된 영성 운동입니다. 포콜라레 공동체는 서로의 성소와 나이·신분·언어·문화가 다르면서도 모두를 하나로 엮어주는 ‘말씀’ 한 구절을 매달 선택해 삶 안에서 구체적으로 살면서 서로 형제적 사랑을 나누고자 노력합니다. 저도 주교직을 수행하고 있는 한 신앙인으로서 늘 말씀을 가까이하고 살아내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말씀의 훈련과 사랑 안에서 작지만 저의 경험담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가 포콜라레 회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문창우 주교 제공 주교단 ‘일치와 연대’ 한층 높이는 소중한 원동력 <분기별로 열리는 ‘주교 영성모임’> 저는 매년 분기별로 ‘주교 영성모임’에 참가합니다. 주교님들이 이 모임을 자발적으로 시작한 지도 20년이 넘어갑니다. 저는 유흥식 추기경님에 이어 2021년부터 ‘주교 영성모임’에서 봉사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매번 은퇴하신 주교님들을 포함해 모든 주교님께 모임 개최 알림(메일)을 보냅니다. ‘주교 영성모임’을 개최하는 교구에 주교님들 명단과 프로그램을 전달합니다. 이후 모임과 관련한 사항을 조율하고 확인합니다. 1박 2일의 여정에서 주교님들이 기쁘게 참석하고 프로그램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점검합니다. 모임을 마무리하고 회의록을 점검하면서 감사의 편지(Thank you letter)를 보냅니다. 주교님들의 격려와 감사 인사를 받으면서도 가끔 실수를 범하면 봉사를 잘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어느 날 주님 말씀이 마음에 강하게 울려왔습니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요한 13,14)는 말씀을 묵상하면서 새로운 힘을 느꼈으며, 즉시 사랑의 마음으로 봉사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하며 다시 시작했습니다. 제 부족한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주교님들께 양해를 구하기도 하고, 다시 올바르게 점검하면서 원활한 진행을 위해 노력합니다. 저에게는 작은 부담감이 몰려오기도 하고 쉽지 않은 시간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주교님이 모임에 적극 참여해 진솔하게 나누는 시간과 휴식 시간 동안 전해주시는 다양한 사목적 체험과 노하우가 얼마나 큰 사랑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1박 2일 동안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들이야말로 주교님들 사이 ‘일치와 연대’를 한층 높이는 소중한 원동력임을 경험합니다. 문창우 주교(제주교구장) ※지금까지 ‘함께 걷는 시노드 여정’을 연재해 주신 12명의 필진께 감사드립니다. cpbc2024.06.19
7개 대륙별 지역 현안과 목소리 정리, 시노드 총회를 향해 가다세계주교시노드, 7개 대륙별 회의 단계 마무리 (상) 세계주교시노드 대륙별 회의 단계가 지난달 31일 공식 종료됐다. 대륙별 회의에서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남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중동 등 7곳에서 회의가 열렸다. 그 결과를 정리한 7개의 최종문서가 만들어졌고, 이는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에 제출됐다. 최종문서들은 오는 10월 로마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에서 사용할 제2차 의안집 제작에 사용된다. 20일 로마에서 열린 7개 대륙에서 제출한 최종문서 분석 결과, 기자회견과 각 대륙회의 최종문서 내용 등을 바탕으로 두 차례에 걸쳐 세계주교시노드 대륙 단계 과정을 돌아본다. 아프리카 대륙회의에 참여한 주교, 사제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SECAM 제공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국장 나탈리 베카르 수녀가 20일 열린 대륙회의 최종문서 종합 회의 결과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OSV 식별 과정의 심화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시노드) 사무국장 나탈리 베카르 수녀는 20일 7개 대륙에서 제출한 최종문서 분석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대륙별 시노드 단계를 ‘식별 과정의 심화’였다고 설명했다. 베카르 수녀는 “대륙별 단계는 시노드 과정에서 가장 혁신적인 측면을 보여줬다고 결론 내렸다”면서 “대륙별 회의를 거치며 지역 교회 차원에서 많은 사람이 참여했고 그 결과 식별 과정이 더욱 심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대륙별 회의는 시노드 과정의 기본 정신인 포용성을 넓히고 체험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호주 주교회의 의장으로 기자회견에 함께한 퍼스대교구장 티모시 코스텔로 대주교는 오세아니아 대륙 간 회의 과정을 돌아보며 “첫 회의 때 각 지역 교회의 스타일과 내용이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이어 코스텔로 대주교는 “시노드 경험은 교회 내에 엄청난 다양성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 스스로 인정하고 이를 축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획일성에 기반을 두지 않는 ‘심오한 통일성’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대륙별 회의는 개별 지역 교회가 각자의 관심에 대해 논의하며 지역 교회 간 대화의 창구를 여는 기회가 될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베카르 수녀는 오세아니아 교회의 해양 보호 운동, 중동 교회가 직면한 탄압과 위기 등을 언급하며 “대륙 단계를 거치며 만들어진 대화 창구를 통해 지역 교회 간 협의와 연대를 촉진할 수 있고 이는 앞으로의 희망을 찾아가는 무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주교시노드는 복음 선포라는 교회의 사명을 이행하기 위해 지역 교회ㆍ보편 교회가 직면한 현실과 앞으로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다. 대륙별 회의에서도 교회의 쇄신과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여성과 청년 등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이야기한 의견이 많았다. 미국 주교회의와 캐나다 주교회의 등이 참여해 이뤄진 북미 대륙 회의에서는 공동체 내의 세대 간 격차와 긴장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경청에 바탕을 둔, 보다 포용적인 교회가 될 것을 강조했다. 교회 내의 갈등 극복에 먼저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다.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유럽연합주교회의위원회(COMECE)는 최종문서를 통해 “교회 내에서 여성의 역할과 의사 결정 과정 내에서 여성의 더 큰 참여를 유도할 구체적이고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 대륙회의에서는 교회 활동에 여성들의 참여가 중요함에도 여성들이 부차적인 위치에 놓이거나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기 어려운 지역도 있다고 지적하며, 여성의 역할에 대한 존중을 주제로 논의가 이뤄졌다. 남미 주교회의는 “여성의 참여는 희망의 요소”라며 “10월에 열릴 정기총회에서 관련 내용을 심도 있게 논의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시노드가 여성·청년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기회가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중동 교회는 “여성과 청년, 장애인 등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이들이 자유롭게 표현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보장하고자 노력했다”면서 “시노드 과정은 결국 이처럼 소외된 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교 간의 대화에 가톨릭교회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아프리카 주교회의는 “아프리카에서 종교는 갈등의 원인”이라는 지적과 함께 “교회가 평화 증진의 열망을 바탕으로 종교 단 대화 촉진에 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 간 갈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아시아와 중동 교회 역시 종교 간 충돌로 인한 피해와 미래에도 이어질 갈등을 우려하며 관련 내용을 최종문서에 포함해 제출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초점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는 현재 7개 대륙에서 보내온 최종문서를 종합해 제2차 의안집을 제작하고 있다. 제작된 의안집은 오는 5월 말 공개될 예정이다. 베카르 수녀는 “시노드 과정이 다양한 문화와 상황에서 하나의 교회가 되는 방법을 분별하고 배우는 과정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의안집을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노드 과정에 있어 결과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코스텔로 대주교는 “시노드 여정은 이미 진행 중인 과정”이라며 “다양한 단계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지금 결론을 내리는 것은 결론을 향한 여정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장현민2023.04.23
주교시노드, 여성·청년·평신도에게 투표권 준다세계주교시노드, 7개 대륙별 회의 단계 마무리 (하) 세계주교시노드 대륙 간 단계가 3월 말 마무리됐다. 개별 지역 교회들은 아시아, 아프리카와 마다가스카르, 유럽, 중동,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북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대륙별로 모여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 친교, 참여, 사명’이라는 주제에 맞춰 교회의 현안을 논의했다. 각 대륙은 논의한 내용을 정리한 최종문서를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에 제출했다. 7개 대륙회의 최종문서(Final Document) 내용과 교황청의 발표 내용을 토대로 앞으로 열릴 주교시노드 정기총회의 모습을 전망해본다. 사제, 부제, 수도자, 평신도 참여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과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책임보고관 장-클로드 올러리슈 추기경은 4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에 주교뿐만 아니라 사제와 부제, 수도자, 평신도 등 ‘비(非) 주교(Non-bishop)’ 교회 구성원들도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레크 추기경과 올러리슈 추기경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총회에는 주교 외에 사제와 부제, 수도자, 평신도 등 70명이 참여하고, 이 가운데 절반은 여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번에 참여하는 사제와 부제, 수도자, 평신도 70명 전원에게는 주교시노드 투표권이 부여된다. 이번 총회에는 4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이 가운데 370여 명이 정기총회 투표권을 부여받을 예정이다. 투표권을 보유하는 참여자 가운데 20%에 가까운 인원이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로 구성되는 것이다. 정기총회에 참여할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택하게 된다. 먼저 유럽주교회의연합회(CCEE), 라틴아메리카주교회의(CELAM), 아프리카와 마다가스카르 주교회의 심포지엄(SECAM),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오세아니아주교회의(FCBCO), 미국과 캐나다주교회의 등이 참여한 북아메리카 대륙회의, 동방가톨릭교회총대주교좌연합 등 7개 대륙에서 140명을 추천하고, 이 가운데 절반을 교황이 뽑는 형태다. 두 추기경은 참여할 인원을 선정할 때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주교시노드에 대한 이해도, 시노드 참여도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레크 추기경과 올러리슈 추기경은 각 대륙에 추천할 인원의 상당수를 청년으로 구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럽 대륙회의에 참석한 주교와 사제들이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CCEE 제공 처음으로 여성 투표권 부여 이번 결정에서 여성에게 시노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앞선 주교시노드에서 여성이 참관인으로 참여한 사례는 있지만, 시노드 투표권을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추기경은 이번 결정 배경에 대해 “우리의 세계가 이렇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결정이 혁명적인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교가 아닌 이들의 참여로 모든 하느님의 백성과 사목자 간 대화의 분별력이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며 “이번 변화를 통해 교회는 더욱 완성될 것이고 이들이 교회를 대표하는 것은 큰 기쁨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교황청의 결정은 7개 대륙회의에서 최종문서를 통해 제안한 내용과 연결된다. 앞서 각 대륙은 최종문서를 통해 ‘포용성과 환대’라는 시노드의 기본 정신을 바탕으로 다양성의 확대, 즉 ‘천막으로서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여성과 청년은 물론 장애인과 미혼 부모, 재소자, 성 소수자 등 사회와 교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모든 이들에 대한 포용을 강조한 것이다. 라틴아메리카주교회의가 “세례받은 모든 이들은 평등해야 한다”는 말로 소외당한 이들에 대한 교회의 배려를 촉구한 게 대표적이다. 아시아 대륙회의는 신발을 벗고 실내에 들어가는 아시아의 문화적 관행을 타인의 삶에 대한 존중의 인식으로 해석하며 ‘포용주의’를 시노드 정신의 핵심으로 설명했다. 북미 대륙회의는 소외당하는 이들에 대한 경청을 강조했고, 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 중동 대륙회의 역시 한목소리로 ‘천막의 확장’을 이야기했다. 유럽주교회의는 최종문서에서 “교회가 다양성을 지향하는 것은 주님께서 우리 교회에 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각 대륙회의는 교회 내에서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실천을 강화해야 함을 이번 세계주교시노드의 핵심으로 꼽았다. 포용성 확대는 물론 생태 문제와 선교, 전례, 종교 간 대화 등 개별 대륙회의에서 제안한 논의사항들은 궁극적으로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라는 주제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각 대륙회의가 주교시노드 과정을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기회로 평가하며 정기총회에서 이를 우선으로 다룰 것을 제안한 이유다. 각 대륙은 최종문서를 통해 주교시노드에 대한 기대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유럽 대륙회의는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해석과 실천의 심화’를 우선 논의 대상으로 언급하고 “교회의 본질을 재발견하는 기회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북미 대륙회의는 지금까지의 시노드 과정을 “현대 교회가 앞으로 나아갈 길로서 시노달리타스를 받아들이고 강화하는 과정”으로 평가하며 “우리는 여기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라 전했다. 아울러 중동 대륙회의는 주교시노드를 거치며 보편 교회는 물론 개별 지역 교회까지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 높아질 수 있기를 소망하며 그 과정을 거치며 쇄신된 교회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장현민2023.04.27
하느님 향해 걸어가는 교회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전국 교구 ‘성모 기도의 날’친교, 참여, 사명 되새기며세계주교시노드 결실 기도 서울대교구가 5월 31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성모 기도의 날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전국 교구가 5월 31일 ‘성모 기도의 날’을 거행하며 오는 10월 로마에서 개최하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가 뜻깊은 결실을 보기를 다 함께 기도했다. 서울대교구는 5월 31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성모 기도의 날 미사를 봉헌했다. 정 대주교는 미사 강론을 통해 시노드 주제인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 친교, 참여, 사명’을 언급하며,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정 대주교는 “경청의 자세가 교회의 참모습 중 하나”라며 “경청은 서로의 경험을 존중하며 각자의 체험 안에 녹아있는 하느님의 손길과 성령의 움직임을 식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주교는 “지금까지 성령께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모두가 주인공으로 참여하면서 함께 나누고 존중하며 경청하는 가운데 하느님의 뜻과 성령의 움직임을 식별해 나가는 시노드 여정을 걸어왔다”고 전했다. 정 대주교는 이어 “친교, 참여, 사명이라는 시노드 주제는 우리 교회가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모습”이라며 “우리는 성덕으로 불림 받은 주체로서 함께 하느님을 향해 걸어가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 대주교는 “함께 걸어가는 것이 시노드이며, 그런 점에서 교회가 곧 시노드이고, 또 시노드는 교회가 구현해야 할 모습”이라면서 “우리가 앞으로 계속 살아가고 구현해야 할 교회의 모습을 사는 첫걸음인 시노드를 통해 성모님께서 보여주신 모범을 따르고, 시노드 여정 안에서 하느님께 의탁하며 이 여정을 계속 걸어가자”고 당부했다. 대구대교구도 이날 대구 주교좌계산대성당에서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준비를 위한 성모 기도의 날 미사를 봉헌했다.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오늘날 교회는 하느님 백성 모두가 서로 만나서 대화하고 경청하고 식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성령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식별하고, 성령께서 시노드를 잘 이끌어 주시도록 의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도 이날 전주 중앙주교좌성당에서 주례한 성모 기도의 날 미사에서 “시노드 또한 어떤 의미에서 만남의 잔치다. 서로 다른 문화와 생각을 하는, 서로 다른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게 된다”며 “이에 경청이 반드시 필요하고, 경청을 통해 하느님의 목소리를 식별해야 하며, 인간적인 노력과 더불어 무엇보다 하느님의 은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노드가 잘 마무리되도록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만남처럼 하느님의 계획을 깨닫고, 하느님을 찬양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자”고 요청했다. 춘천교구장 김주영 주교와 교구 사제단이 5월 31일 주교좌 죽림동성당에서 열린 성모 기도의 날 미사에서 기도를 바치고 있다. 춘천교구 문화홍보국 제공 춘천교구장 김주영 주교는 춘천 주교좌죽림동성당에서 주례한 성모 기도의 날 미사에서 “올해 교구 사목 교서의 두 축은 ‘말씀 살기’와 ‘찬미받으소서 여정’으로, 이는 교회 본연의 방식인 시노드 여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면서 “교구와 본당이 함께 걷는 이 여정의 정신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모두의 참여와 기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성모 기도의 날’은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가 10월 4~29일 개최될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준비를 위해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이며, 성모 성월의 마지막 날인 5월 31일에 지역 교회가 함께 기도할 것을 요청하면서, 이에 각 교구가 교구장 주교의 재량에 따라 성모 기도의 날을 거행했다. 리길재·도재진·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도재진2023.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