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 정재우 신부 "동성애자 포용이지, 동성애 허용은 아냐"*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장 정재우 신부,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 [주요발언] "이 시대 우리 가정 많은 위기 겪고 있어" "동성애자를 포용하자는 것이지, 동성애 행위 허용은 아니다" "재혼한 사람들에 대한 영성체 문제 계속 논의될 것" "재혼자들, 신앙생활 하면서 장애 풀 수 있는 방법 찾아야" "혼인을 염두에 둔 동거는 혼인으로 이끌고 있어" [발언전문] 가정사목과 복음화를 주제로 지난 5일부터 진행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3차 임시총회가 엊그제 최종 보고서를 채택하고 막을 내렸죠. 최종 보고서에 동성애자들의 포용 문제나 이혼 후 재혼한 이들에 대한 영성체 허용 문제가 빠지면서 이런 저런 해석을 낳고 있는데요. 이번 총회가 남긴 과제와 의미는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원장 정재우 신부님 연결돼 있습니다. 정 신부님 안녕하십니까? - 먼저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주교 시노드라고도 하던데요. 천주교 신자가 아닌 분들 가운데는 시노드가 무엇인지 궁금해하실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어떤 회의인가요? ▶ 세계주교대의원회의라고 하면 좀 더 알아듣기 좋으실 것 같은데요. 교회가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서 심도있게 논의하기 위해서 전세계 주교님들 중에서 중요하신 분들이 교황청에 모여서 회의하는, 그런 주교님들의 회의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 회의가 정기회의가 있고 임시회의가 있는데요. 이번에 열렸던 것이 임시회의라고 알고 계실 것 같고요. 내년에 정기회의가 열리기 때문에 그 정기회의를 준비하는 그런 의미의 회의였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그러니까 이번에 임시회의였고 내년에 정기회의에서 또 논의가 되겠군요. 이번 회의 주제가 ‘가정 사목과 복음화’ 였는데요. 주제를 이렇게 잡은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 가정이 우리 삶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다 알고 있는데요. 우리가 가정에서 나고 자라고 새로운 가정을 탄생시키고 이렇게 살아오고 있는데, 이 시대의 우리 가정이 많은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가정이 시작되는 게 부부가 혼인하면서부터 가정이 시작되고 부부의 유대가 공고할수록 가정도 튼튼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이제 요즘은 이혼도 많고 또 가정을 이루는 혼인하는 준비부터 좀 여러 가지 의미가 약한 부분들이 보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우리 사회의 위기가 되고 교회 안에서도 신앙에도 여러 가지 어려움을 준다는 것을 우리가 다 알면서 특별히 그것을 우리 교회가 전체 세계 교회가 관심을 갖고 사목적인 방안을 논의하자 이런 의미로 이번에 가정사목과 복음화라는 주제를 잡으신 것 같습니다. - 이번 회의의 역시 관심의 초점은 동성애자들의 포용 문제, 그리고 이혼했거나 이혼 후 재혼한 이들의 영성체 허용 문제 다양한 문제들이 있었지만요. 이번 회의 논의 과정과 결과를 신부님께선 어떻게 지켜보셨는지요? 전체적으로 평가를 해주시죠. ▶ 이번 주교님들의 논의는 굉장히 사목적인 고민을 많이 하고 계시다는 것을 좀 느꼈습니다. 이게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이 있고 특히 지금 계속 관심을 갖고 계시는 동성애 부분이라든가 이혼했다가 재혼한 부부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라든가 이런 것은 계속해서 사목자들의 관심의 문제였었는데 그것을 어떻게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결해볼 것인가 하는 것을 굉장히 열띤 논의를 하셨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런 부분이 중간 보고서나 최종 보고서에도 좀 반영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좀 이런 내용들이 더 얘기가 많이 나오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그런데 “동성애 성향을 가진 사람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이런 문구가 최종 보고서에서 빠진 것을 두고 주요 외신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도하는 가톨릭 교회의 동성애 포용이 끝내 보수파의 반발을 넘지 못했다” 이런 식의 표현을 썼는데요. 신부님께서는 이런 시각의 보도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사실 동성애 성향을 가지신 분들이 하느님의 모상에 의해 탄생된 사람이고, 하느님 사랑에서 배제되지 않는다는 것은 언제나 저희 교회가 갖고 있던 생각입니다. 다만 동성애 성향을 가지신 분들이 하는 동성애 행위는 우리가 말하는 성행위의 그런 본연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동성애 행위를 거부, 반대하는 것인데요, 이런 면에서는 동성애 포용이라고 말할 때 그 말이 동성애 성향을 가진 사람을 포용한다고 하면은 저희 교회가 갖고 있던 입장을 계속 갖고 있는 것이고, 보다 실천적으로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이것을 동성애를 허용하자, 또는 동성애 행위를 인정해주자 이런 의미로 혹시 다른 언론에서 해석을 했다면 그것은 조금 더 확대 해석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 그러니까 우리 사회 일각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것도 확대 해석하는 것이라는 말씀이신거죠? ▶ 네, 지난 중간 보고서에서도 사실 동성애 성향을 가지신 분들을 교회 안에서 더 받아들이고 그 분들이 교회 활동에 더 기여하실 수 있는 그런 방법을 고민하자 이런 뜻은 있었지만 동성애 행위를 허용하자는 얘기는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부분은 그런 내용이 바뀐다기보다는 좀 실천적으로 교회가 그 분들에게 어떻게 다가갈까에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그리고 이혼 후 재혼한 이들에 대한 영성체 허용 문제도 최종 보고서에는 담기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합니까? ▶ 이것은 논의가 지금 계속 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보고서에서 결정적인 언급을 하기에는 어렵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목적인 그분들을 돌보는 부분도 있지만 거기에는 또 교회법적인 부분, 신학적인 부분들을 연구해야 할 것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사실 최종 보고서엔 들어가진 않았지만 중간 보고서에서 한 번 언급이 되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논의의 장은 있을 거고 그러면 어떤 식으로든 좀 방법을 마련하시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 혼인이 무효라는 확인을 교회에서 받기 전까지는 미사참례나 영성체, 고해성사 등 여러 신앙생활에 제약을 받는 것으로 압니다만, 결국 이런 신앙생활의 제약이 교회를 멀리하고 또 냉담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요? ▶ 우선 저희는 이혼부터 혼인 조당이라고 얘기할 때, 이혼만으로는 혼인 조당이 아니고 이혼한 다음에 재혼하신 경우에 그럴 때 교회가 말하는 혼인 무효화라던가 이런 것을 하지 않으시면 혼인 조당이 걸렸다고 얘기를 하는데요, 그럴 때 영성체 또는 고해성사를 받으시는 데에는 좀 제약이 있으시지마는, 미사 참례라든가 다른 신앙생활에 장애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먼저 말씀드리고요. 그 다음에 이런 혼인 조당의 얘기를 하는 이유는 혼인이 한 번 맺어지면 하느님께서 맺으신 것을 사람이 임의로 풀 수 없다, 이 믿음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혼이라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혼인을 무효라고 얘기하는 것이 그 분이 유효하게 맺으신 것은 풀 수 없지만 두 분이 더 이상 같이 살 수 없게 되셨을 때 그것이 처음부터 무효였다는 것을 교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입증하고 선언해드리는 것인데요. 그런 면에서 보면 혼인 무효라든가 그 밖에 교우 분들의 신앙의 이익을 위해서 사안에 따라서는 바오로 특전 같은 절차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혼인의 유대 의미 또 가치 이런 것들을 보존하면서도 또 그런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재혼하시는 분들의 신앙의 이익을 위해서 배려해드리는 절차들이 있기 때문에 신앙생활에 제약이 있다기보다는 신앙생활을 계속 하시면서 재혼하시는 분들이 혼인의 장애를 좀 풀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다만 최종 보고서 보면 결혼하지 않은 채 살아가는 남녀 커플, 즉 혼전동거와 관련해서는 다른 시각의 긍정적 요소가 있고, 피임도 존중할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 예, 사실 남녀가 함께 살기로 결정한다는 것은 대단히 사랑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그 사랑이 서로에게 충실한 사랑, 일시적인 어떤 그런 것이 아니라 조금 지나다가 불편해지면 금방 없었던 것이 되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정말 계속해서 어려울 때나 즐거울 때나 함께 하겠다는 그런 결심을 담은 사랑, 이것을 이제 두 분이 함께 살기로 하는 결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것을 사실 결혼이라고 할 수 있겠고, 동거의 경우에는 대개는 한 번 살아보고 해보겠다는 그런 의미라고 한다면 사랑의 의미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동거를 이미 살고 계시는 분들을 볼 때 그 분들이 정말 혼인에 가까운 결심을 이미 하시고 혼인 쪽으로 가고자하시는 분들이라면 그런 분들은 이제 혼인으로 들어오셔서 혼인으로 가실 수 있도록 유도를 해드리고, 모든 분들이 서로에게 충실한, 모든 것을 내어주는 사랑을 할 수 있도록 교회는 인도하고 초대하고 있습니다. 네, 지금까지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원장이신 정재우 신부님이었습니다. 윤재선2014.10.21
[인터뷰 전문] 김희중 대주교 "소외계층에게 친정집 같은 교회 돼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 [주요발언] "교회 쇄신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장애인, 이주민, 노약자, 빈곤층이 친정집처럼 자주 찾고 싶은 교회 돼야" "소외된 계층과의 연대 현실적인 방안 찾아야" "맞춤형 사목, 맞춤형 복음선포 필요해" "정치와 종교 구별돼야 하지만, 구성원이 모두 인간인 만큼 분리될 수 없어" "좌우 이념이 아닌 진리와 정의가 기준이 돼야" [발언전문] 천주교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가 지난주 막을 내렸죠. 총회에서는 한국교회 ‘반성’과 ‘쇄신’을 다짐하는 담화문 발표가 있었고, 앞으로 3년 간 한국 교회를 이끌어갈 주교회의 의장에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가 선출됐습니다. 신임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연결해 이번 총회가 남긴 과제와 의미, 그리고 한국교회의 나아갈 방향 등에 관해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 대주교님 안녕하십니까? 바쁘신데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3년간 한국 교회를 이끌어갈 주교회의 의장에 선출되셨는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사실 제가 이끌어간다기보다도 주변인들의 심부름꾼으로서 여러 주변인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조정하는 조정자 역할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제가 이 소임을 감당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막막한 기분이었습니다. 더구나 요즘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시기에 이 소임을 맡게 되어 부담감이 크지만 여러 주교님들이 기도하며 함께 해주시겠다고 말씀하셔서 크게 안심이 되었습니다. - 대주교님께서는 선출 직후 인터뷰를 통해 “시대의 아픔과 함께 하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셨는데요. ‘시대의 아픔’을 강조하신 배경이랄까,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만? ▶ 잘 아시다시피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목 헌장은 기쁨과 희망, 슬픔과 번뇌, 특히 현대의 가난한 사람과 고통에 신음하는 모든 사람들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도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번뇌인 것이라고 시작하고 있습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종교는 국가 사회 제도의 안녕에 관심을 갖지 말라고, 혹은 국민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건들에 대하여 의견을 표명하지 말라고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요구할 수 없다고 복음의 기쁨에서 밝히셨습니다. 사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최대의 화두는 교회의 현대 사회에 대한 적응이었습니다. 종교 공동체의 구성과 정치 공동체의 구성원이 다 똑같은 사람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자연히 공통적으로 겹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을 제시하고 보다 나은 종교 생활, 보다 나은 정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제안을 하면서 국가 발전에도 이바지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아픔의 방관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교회의 모습이 더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 한국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계신지요? ▶ 가톨릭 교회는 다른 교회에 비해서 꾸준히 신자가 늘지 않습니까? 그러나 양적인 성장에 비하여 영성적인, 신앙적인 성장은 많이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앙 생활의 기쁨과 보람을 느끼자 교회의 문을 두드렸지만 신앙 생활을 쉬고 계시는 분들을 보면 막상 교회 공동체 안에서 실망한 점이 많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공동체는 성인과 천사들만의 공동체가 아니라 인간적인 약점과 모자람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자신들과 똑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간과하면서 기대가 너무 크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분들이 실망한 배경은 충분히 이해가 되고 또 우리가 반성해야 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양적인 성장 못지 않게 영성적인 성장을 위해서 교회가 보다 쇄신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 주교단 차원에서 그동안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복음의 삶을 살아오지 못했다는 고백과 반성이 나왔는데요. 구체적으로 교회가 어떤 실천적인 활동과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가난한 사람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되라고 말씀하신 뜻을 살려서 가난한 사람으로 표현되는 장애인, 이주민, 노약자, 절대 빈곤으로 인간적인 품위를 지킬 수 없는 빈곤층 등 사회적 소외계층에 대해 교회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지만 미흡한 점이 많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교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마치 친정집처럼 포근하게 생각하고 자주 찾고 싶어 할 정도로 그분들에 대한 배려와 사랑과 정성이 더욱 적극적으로 강조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교황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참된 자유를 주시면서 가난한 이들의 외침을 들으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고요. 어쩌다 한 번씩 실천하는 관대한 행위보다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가 훨씬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보다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소외 계층과 더불어 희망을 일구어 갈 수 있는 연대의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 여러 지역교회가 교구 차원의 시노드를 통해 ‘내적 쇄신’을 다짐하고 ‘새로운 복음화’를 다짐해오지 않았습니까? 대주교님께서 생각하시는 ‘새로운 복음화’는 무엇이고, 어떤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 예나 지금이나 똑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변천하는 시대 상황에 맞추어 그 시대의 상황과 그 시대의 언어를 이해하면서 호흡을 함께하는 복음 선포를 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까 잠깐 말씀 드린 대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최대 화두는 교회의 세계 현대화의 적응이 아니었습니까. 급변하는 새 시대에 걸맞게 복음 선포의 대상자들에게 새로운 정신과 마음으로 맞춤형 사목 혹은 맞춤형 복음 선포가 새로운 복음화의 한 방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사회 정의와 공동선 실현을 위한 연대와 참여는 교회의 책무이기도 한데요. 문제는 보수니 진보니, 좌파니 우파니 하는 이념적 갈등이 마치 교회 내부에서도 심한 것처럼 외부에 알려지고 비춰지기도 합니다. 천주교가 왜 정치나 사회문제에 참여하려 하느냐, 이런 비난인데요. 교회의 사회참여를 두고 분열로 비춰지는데 대해 교회가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제2차 공의회 문헌인 사목 헌장 76항은 교회가 언제나 어디서나 참된 자유를 가지고 신앙을 선포하고 사회에 관한 자기 교리를 가르치며 사람들 가운데서 자신의 직무를 지장 없이 수행하고 인간의 기본권과 영혼들의 구원, 또 정치 질서에 관한 일에 대해서도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와 종교가 결코 상호 불가침적인 어떤 신성한 영역으로 금을 그어서는 안된다는 뜻이겠죠. 정치와 종교는 구별을 둬야 하겠지만 두 공동체 구성원 모두 인간이라는 점에서 분리될 수 없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교회는 보수니 진보, 좌익이냐 우익이냐 어느 한 편에 쏠리지 않습니다. 오로지 복음의 정신과 교회에서의 공식적인 가르침이 있다하여 예할 것은 예하고 아니오 할 것은 분명히 아니오 얘기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99.9%의 순금은 좌익에 있거나 우익에 있거나 혹은 진보의 손에 있거나 보수의 손에 있거나 똑같은 순금이 아니겠습니까. 이와 같이 진리와 정의가 기준이 되어 행동할 때에는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니며 진보도 보수도 아닌 그저 진리와 정의만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따라서 사회의 제반 현상이나 정치적인 행위에 대해서도 교회는 명확하게 선을 그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시민들이 혼란에서 좀 벗어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 지난달에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3차 임시총회에서는 가정과 혼인, 성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였는데요. 관심의 초점은 이혼 후 재혼한 이들의 영성체 허용 문제였는데, 최종 보고서에선 빠졌습니다. 앞으로 1년 간 더 깊은 성찰과 논의를 하기로 한 건데요. 대주교님께서는 교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 이 문제와 곁들여서 아마 동성애 문제도 포함되지 않습니까?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어느 누구도 교회의 사목적인 배려에서 제외될 수 없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그러한 행위 자체를 정당화하는 것과 그 분들을 배려하는 것과는 카테고리가 다른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분들이 그러한 위치에 있다고 해서 우리가 완전히 내팽개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 예비 임시 회의의 흐름이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향후 1년 동안 더 깊이 있게 연구하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내년 총회에서 보다 진전된 어떤 결과가 나오지 않겠는가 기대하고 있습니다. 네, 지금까지 천주교 주교회의 새 의장으로 선출된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님과 말씀 나눠봤습니다. 오늘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윤재선2014.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