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합의적 교회 향한 시노드 대장정 돌입프란치스코 교황 주례 미사로 10일 공식 개막… 17일 전 세계 지역 교회에서 일제히 개막 미사 제16차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가 10일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 미사로 공식 개막했다. 보편 교회는 2년 동안 ‘공동합의적 교회를 위하여 :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함께하는 여정을 구현해낼 계획이다. 【CNS】 제16차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시노드)가 10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로 개막했다. 보편 교회는 ‘공동합의적 교회를 위하여 :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2023년 10월까지 지역 교회→대륙 교회→보편 교회 순으로 2년간의 시노드 대장정에 돌입했다. 이번 시노드는 세례받은 모든 하느님 백성이 교회의 의사 결정과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데에 더욱 폭넓은 참여를 이끌어내는 공동합의적 보편 교회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주제로 대화와 경청, 식별을 하게 된다. 이번 시노드의 출발인 지역 교회 교구 단계 시노드는 17일 전 세계 교구에서 일제히 개막한다.공동합의성(Synodalitas)은 교회 지도자들과 구성원 모임 전체가 함께 교회 공동체의 합의와 의사결정을 이뤄나가는 중요한 전통이다. 교황은 교회가 당면한 과제를 성령의 도우심으로 모두가 친교와 일치 속에 대화하는 ‘함께하는 여정’을 늘 강조해왔다. 이를 실현할 지역 교회 단계 시노드는 내년 4월까지 진행되며, 2022년 9월부터 6개월간 대륙 교회 단계를 거쳐, 2023년 10월 교황과 주교단이 최종 시노드를 갖는 보편 교회 단계로 세계주교대의원회의는 마무리된다. 교황은 이날 미사에서 “함께하는 여정인 시노드를 여는 것은 예수님께서 모든 이를 만나고, 경청하고, 바라보신 그 길을 함께 걷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저와 주교, 사제, 수도자, 평신도까지 우리 모두가 오늘날 주님을 따르는 그리스도교 공동체로서 하느님 뜻을 인류와 공유하는지 각자 자문하며 이 시노드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느님께서 지금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이 무엇이며, 우리를 이끌고자 하는 곳이 어떤 방향인지 자문하는 가운데 모두가 즐겁게 함께하는 여정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교황은 개막 하루 전인 9일 추기경단과 주교단, 사제, 수도자들과 함께 교황청 시노드홀에 모여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이 시노드 여정의 의미를 설명하며, 묵상과 기도에 임했다.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유흥식 대주교도 신앙 증언을 통해 사제요, 주교로서 하느님의 백성들과 함께해온 의미를 전했다.전국 교구도 시노드 개막에 돌입한다. 15일 수원교구가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가장 먼저 시노드 개막 미사를 봉헌한 데 이어, 17일에는 서울대교구, 인천교구 등 전국 교구가 개막 미사를 봉헌하고, 교구 시노드에 들어간다. 이를 위해 주교회의와 각 교구 시노드 책임자들은 7일 첫 모임을 갖고, 실무를 논의했다.서울대교구 시노드 담당 책임자인 양주열(교구 통합사목연구소장) 신부는 “지난 시노드들이 청년과 가정 등을 주제로 했다면, 이번 시노드의 주제는 ‘교회’라 볼 수 있다”며 “교회는 시노드적이며 동시에 시노드가 곧 교회임을 모두가 체험하고 구현하게 될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주교회의 연락 담당자인 신우식(주교회의 사무국장) 신부는 “각 교구가 가장 필요로 하는 주제들을 고민하고 식별하는 것이 공동합의적 교회를 향한 과정이 될 것”이라며 “대면과 비대면, 설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적극 대화하고, 경청하는 가운데, 교구들이 아름다운 체험을 나누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cpbc2021.10.13
제16차 주교시노드 개막, 공동합의성의 긴 여정 시작지역, 대륙, 보편 교회 순으로 2023년 10월까지 2년간 진행… 각 지역 교회, 17일 개막 앞두고 준비 한창 제16차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가 10일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 미사로 공식 개막하고, 2년여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사진은 2015년 가정을 주제로 개최했던 세계 주교 시노드 모습. 【CNS】 제16차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시노드)가 10일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 미사로 공식 개막한다. ‘공동합의적 교회를 위하여 :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이날부터 2023년까지 2년 동안 지역 교회→대륙 교회→보편 교회 순으로 장기간 펼쳐지는 시노드가 대장정에 돌입하는 것이다.교황은 우선 개막 미사에 앞서 9일 오전 바티칸 시노드홀에서 직접 시노드 개최의 취지와 목적을 선포한다. 기나긴 여정의 시작을 환영하고, 제3천년기에 함께 나아가는 교회의 역할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묵상과 증언, 침묵의 시간도 예정돼 있다. 교황청은 시노드 개막에 앞선 성찰의 시간이라고 밝혔다.묵상하는 시간에 이어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이 인사말을 통해 시노드 여정을 알린다. 이어 남아프리카 여성과 미국인 수녀, 한국인 주교가 전하는 말씀의 시간으로 시노드의 의미를 함께 되새긴 뒤 시노드 과정에 관한 설명이 이어질 것이라고 교황청은 전했다. 교황은 이튿날인 10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시노드 개막 미사를 주례하며 이번 시노드 여정의 시작을 전 세계에 선포한다.이번 주교 시노드는 세례받은 모든 하느님의 백성이 폭넓게 참여하는 방식으로 2023년 10월까지 진행된다. 10일 교황 주례 개막 미사에 이어, 17일에는 전 세계 모든 교구가 교구장 주례로 개막 미사를 봉헌하며, 지역 교회 단위의 시노드에 돌입하게 된다.지난달 교황청이 발표한 예비 문서와 편람에 따르면 “공동합의적 교회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를 통해 공동의 사명을 추구하고자 친교를 향해 나아간다”면서 “공동합의성의 여정은 하느님 백성의 생생한 목소리에 기초해 가능한 하느님의 뜻을 최대한 가깝게 반영하는 사목적 결정들을 도출해내는 것”이라며 시노드의 목적과 원리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각 지역 교회는 현재 주교회의와 교구별 시노드 담당자를 선정해 내년 4월까지 약 6개월 동안 이어질 교구 차원의 시노드 과정과 방식을 논의 중이다. 한국 교회도 교구별 시노드 담당자를 확정하고, 주교회의와 교구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시노드는 주제대로 친교와 참여, 사명을 위해 나아가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이번 시노드는 특히 신앙감각의 주체인 세례받은 모든 이가 공동합의적 경험의 주체가 되도록 ‘경청’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편람은 각자가 지닌 편견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평등한 존엄을 지닌 모든 백성이 서로에게 귀 기울여야 함을 거듭 안내한다. 경청과 식별, 참여의 과정을 참된 공동합의적 과정을 명시하고 있다. 편람은 주교들에게 참여의 요청자요, 지원자가 되길 요청하고 있으며, 사제와 부제들은 모두를 공동합의적 길로 인도하고, 이를 위한 창의적 방법을 찾는 다리 역할을 요청했다.교구 단계 시노드를 위해 편람은 10가지 주제를 제안하고 있다. △여정의 동반자 △경청 △교회 일치 △식별과 결정 △공동합의성 안에 우리 등 10가지 굵직한 주제 안에 ‘교회 밖에 있는 동료는 누구입니까?’, ‘우리가 소홀히 하는 선교 영역은 어디입니까?’, ‘교회는 봉사하는 이들을 어떻게 지원합니까?’ 등 다양한 토의용 질문들이 안내돼 있다. 각 교구는 내년 4월까지 본당, 학교, 수도회, 평신도 단체 등 그룹에서 이뤄진 토론 내용을 취합해 지역 주교회의에 제출하고, 주교회의는 이를 정리해 대륙 교회 단계로 상정하게 된다.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로마교구 신자들에게 전하는 강론에서 “2년 동안의 시노드 여정은 의견을 모으는 작업이 아니라, 성령의 뜻에 경청하는 일”이라며 재차 의미를 전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cpbc2021.10.06
서로에게 귀 기울여 주님 뜻과 시대의 표징 식별하라제16차 세계 주교 시노드의 배경과 목적 보편 교회가 2023년까지 2년 동안 공동합의적 교회를 위해 모든 교회 구성원이 참여하는 시노드를 개최한다. 사진은 독일 교회가 지난해 교회 현안을 나누기 위해 펼친 시노드에서 사제와 평신도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CNS】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을 불러모았다. 제16차 세계 주교 대의원회(시노드)에 초대한 것이다. 가톨릭교회 안에서 세례받은 모든 이들은 17일부터 2년 동안 교회와 복음화를 위한 ‘함께 걸어가는 여정’에 동참해야 한다. 교황이 9~10일 바티칸에서 공식 개막을 알린 이번 시노드는 17일 각 지역 교회에서도 개막해 ‘교구 단계 시노드’에 돌입한다. 평신도부터 주교에 이르는 모든 가톨릭교회 구성원은 ‘공동합의적 교회를 위하여 :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교회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다양한 주제를 경청하고, 나누는 시기로 보내게 된다. 모두가 참여하는 시노드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아본다.왜 공동합의적 교회인가“하느님께서 제3천년기의 교회에 바라시는 것은 바로 공동합의성의 여정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10월 주교 대의원회의 제정 50주년을 기념한 자리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제시한 쇄신의 길을 따르는 공동의 여정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보편 교회는 올해 참여와 경청, 식별, 사명 실천으로 이어지는 공동합의의 원리를 구성원 전체가 체험하고 구현하게 될 시노드에 돌입했다.공동합의성(synodality) 혹은 공동합의적(synodal)이란 말은 시노드(라틴어 synodus, 영어 synod)에서 파생된 말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즉위 후 줄곧 강조해온 최신의 신학 개념이다. 그리스어 ‘함께’(syn)와 ‘길’(hodos)의 합성어로, ‘하느님 백성이 함께 걸어가는 여정’으로 풀이된다. 교회는 오랜 전승 안에서 초대 교회 때부터 하느님 말씀에 비춰 성령의 힘을 통해 여러 현안을 식별하고자 회의와 집회를 소집했고, 지역 교회 대표들이 참여하는 회의를 시노드라 불러왔다. 이러한 탓에 지금까지 시노드를 추기경과 주교 등 고위 성직자들의 회의라는 좁은 의미로만 이해해왔다.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드 어원에 따른 진정한 시노드 정신이 세례받은 주님의 백성이 능동적인 참여와 대화, 경청으로 친교를 맺고, 성령의 뜻에 귀 기울여 주님께 더욱 나아가는 본래 교회의 생활방식임을 강조한다.가톨릭교회를 이끄는 원리하느님 백성이 함께 걸어가는 여정에서 발현되는 공동합의성은 가톨릭교회가 지닌 유일하고도 신비한 질서이자, 영적인 원리이다.흔히 공동합의성을 다수결주의와 표결로 대변되는 민주주의 방식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오랜 역사를 지닌 교회는 성령의 이끄심 아래 회중의 참여와 친교, 사명 실천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동합의적 원리에 따라 발전해왔다.교회는 하느님 백성의 모임이다. 말씀과 성사로 뭉친 가톨릭 신자들은 하느님과의 친교, 형제자매와의 친교를 통해 하느님 사랑을 재확인하고, 주님이 바라시는 바가 무엇인지 식별해야 하는 은사를 받았다. 공동합의성은 이처럼 사도직, 예언직, 왕직의 직무를 물려받아 복음을 증거하는 주체인 신자 개개인이 한데 모여 교회와 사회에 협력하고자 경청하고 대화하며 신앙감각을 발휘하는 교회 일치의 원리인 것이다. 토론으로 합의를 이끌어내고, 결과를 도출하거나 대표를 선출하는 다수결 민주주의의 방식과는 목적과 과정이 전혀 다르다.하느님 백성이 주님과 함께하는 시노드적 모습은 성경에도 잘 드러나 있다. 하느님은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들을 불러모으셨고, 그 후손들은 이집트 탈출의 여정과 계약으로 하느님과의 여정에 함께했다. 그리고 예수님은 당신을 믿는 모든 이를 세례와 성찬을 통해 하나로 불러모아 생명에 동참하도록 이끌었다. 하느님과 인류가 일치하도록 이끈 예수 그리스도의 활동 또한 시노드의 모습이며, 나아가 오늘날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공동합의적 정신인 셈이다. 예수님의 뒤를 이어 교회를 이끌게 된 사도들은 성령의 인도 아래 원로들과 봉사자들을 뽑고, 교회 질서와 규칙을 결정한다.이처럼 교회가 지닌 시노드 정신은 초대 교부들의 탁월한 지성을 통해 교회를 결합시키는 영험한 질서로 자리매김하게 됐고, 교회 공동체의 건설과 발전을 이루는 원리인 공동합의적 의식으로 발전한다.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노드는 보편 공의회와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 교구 시노드 등 기존 제도를 넘어 진정한 ‘공동합의성’을 실현하고, 체험하는 첫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공동합의적 교회가 되기 위하여프란치스코 교황은 “공동합의적 교회는 경청하는 교회이고, 경청이 ‘단순히 듣는 것 이상’이라는 것을 깨닫는 교회”라고 했다. 나아가 “신앙을 가진 백성, 주교단, 로마 주교, 그 각자는 다른 이들을 경청하고, 모든 이는 성령, 곧 진리의 영을 경청하여 성령께서 여러 교회에 하시는 말씀을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공동합의적 교회는 경청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공동합의적 과정은 참여와 식별, 공동 책임의 생생한 체험을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과정은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뜻에 더 부합하는 사목적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가 발간한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공동합의성」은 “공동합의성의 지평은 일치를 향하여 걸어가면서 서로를 풍요롭게 해 줄 수 있는 ‘선물들의 교환’이 얼마나 희망찬 것임을 보여줄 수 있다”며 “오늘날 교회는 교회를 특징짓는 보편성과 교회 자신의 표현인 공동합의성, 이 두 가지야말로 다양성 안에서 일치 그리고 자유 안에서 친교를 촉진하는 누룩임을 드러내도록 부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시노드의 새로운 출발이번 제16차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가 지역 교회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평신도와 사제 수도자, 주교가 모두 공동합의성의 원리를 생생히 체험하고, 구체화하길 바라는 교황의 뜻이기도 하다. 공동합의 과정을 통한 궁극적 목적은 교회가 가장 교회다운 모습으로 하느님 뜻에 가장 부합하는 복음화와 선교 사명을 수행하기 위함이다.지역 교회 시노드를 위한 연락 담당자인 신우식(주교회의 사무국장) 신부는 “점점 개인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교황님은 어렵고 힘든 이들, 파괴되어 가는 지구 환경을 위해 우리가 성령의 인도에 따라 손을 내밀고 함께하는 공동체로 나아가고자 초대하신 것”이라며 “각 교구와 본당, 개인이 하느님 백성의 한 사람으로서 더욱 주님께서 원하시는 교회가 되고자 참여하고, 경청하는 가운데 이번 시노드가 진정으로 모두가 함께하는 여정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가 발간한 예비 문서와 편람은 “시노드는 꿈을 꾸고 미래에 시간을 투자하는 시기”라며 “특별히 공동합의적 과정의 첫 단계인 교구 단계는 모든 시노드 단계의 기반이 되며, 교구 단계는 가능한 많은 이가 성령의 인도에 따라 서로에게 귀 기울이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참된 공동합의적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한국 주교회의는 교구 단계 시노드를 위한 특별 누리집(cbck.or.kr/Synod/2021-2023)을 개설했으며, 교구 시노드 담당자를 비롯한 모든 이들은 게재된 예비 문서와 편람을 통해 이번 시노드의 취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cpbc2021.10.13
코로나19로 늘어난 가족과의 시간… 영적으로도 성숙했을까?‘사랑과 기쁨인 가정의 해’교황 권고와 한국 교회 결산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랑과 기쁨인 가정의 해’를 보내며 가정공동체가 영적으로 단단해지기를 기원했다. 3대가 모여 함께 기도하는 한 가정의 모습. 가톨릭평화신문 DB “이 시기 동안 교회는 여러 가정과 부부들이 그들의 결합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삼위일체적 사랑과 예수 그리스도와 결합된 표징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과제를 수행할 것입니다. 혼인은 각자를 향한 하느님 계획의 일부이며, 하느님 은혜의 결실이기에 완전하고도 충실한 마음으로 감사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프란치스코 교황은 2021년 「사랑의 기쁨」 반포 5주년을 맞아 ‘사랑의 기쁨인 가정의 해’(2021년 3월 19일∼2022년 6월 26일)를 선포하며 이같이 밝혔다. 교황은 가정의 해를 보내며 가정 공동체가 영적으로 단단해지길 기원하며, 관대함과 헌신, 신의, 인내의 미덕으로 성가정을 이룰 것을 제안했다. 교황은 또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7월 넷째 주일)을 제정해 젊은이들에게 삶과 신앙의 경험을 물려주는 조부모의 역할도 상기시켰다. 뿐만 아니라 ‘사랑의 기쁨인 가정의 해’에 요셉 성인을 기리는 ‘성 요셉의 해’(2020년 12월 8일∼2021년 12월 8일)도 포함돼 있어, 2021년부터 2년 동안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영적 연대와 사목적 관심이 가정에 집중된 해였다. 사랑의 기쁨인 가정의 해는 다음 달 6월 22∼26일 로마에서 열리는 제10차 세계가정대회로 마무리된다. 가정의 해 폐막을 앞두고, ‘사랑과 기쁨인 가정의 해’에 담긴 의미와 1년 3개월 동안 한국 교회는 가정의 해를 어떻게 지냈는지 돌아본다.‘사랑과 기쁨인 가정의 해’ 선포 배경지나친 개인주의화와 세속화, 물질 중심적 사고로 전 세계적 가정의 위기와 해체는 ‘사랑과 기쁨인 가정의 해’를 지정한 배경이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0년 12월 27일 온라인 삼종기도 직후 연설에서 “모든 그리스도인 가정이 혼인과 가정의 소중함을 재인식해 달라”고 권고하고, 모든 그리스도인이 가정의 해를 지내며 가정 공동체가 영적으로 더욱 단단해지기를 기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2021년 12월 26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을 맞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 혼인한 부부들에게 서한을 띄웠다. 코로나로 전 세계의 가정은 긴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가족들이 같은 집안에서 일하고 공부하고 기분 전환을 하고 쉬면서 온종일 같이 있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피로에 꺾이지 마십시오. 사랑의 힘은 여러분이 여러분 자신의 욕구와 관심보다는 다른 이들, 곧 여러분의 배우자와 자녀들을 더욱 잘 돌볼 수 있도록 해 줄 것입니다.”교황은 “봉쇄는 함께 보내야 하는 시간이 더욱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가정에서 대화를 많이 하는 특별한 기회였다”며 “바오로 성인의 사랑의 찬가(1코린 13,1-13)를 읽고, 평화의 시간을 가지며 서로 미소 지으려 노력하며, 매일 저녁기도를 바쳐보라”는 구체적인 방법도 알려줬다.가정 공동체를 위한 한국 교회의 노력코로나 사태와 맞물린 시기에 신자들은 사랑과 기쁨인 가정의 해를 보냈다. 가정의 가치를 새롭게 성찰하고, 가정 공동체에서 사랑의 토대를 쌓는 기회가 될 수 있었지만 풍요로운 열매를 맺기에는 상대적으로 교회의 관심과 지원이 부족했다. 자녀를 통해 가정이 성화될 수 있는 첫 영성체 가정교리가 많은 본당에서 이뤄지지 못했고, 미사뿐 아니라 기도 모임을 비롯한 단체 신심 활동이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교회의 지원과 관심 없이 가정 공동체가 스스로 영적으로 단단해지기란 쉽지 않았다.한국 교회에서는 유일하게 광주대교구가 ‘사랑의 기쁨인 가정의 해’ 개막 미사를 거행했다. ‘사랑의 기쁨 가정의 해’를 맞아 매달 19일 모든 본당에서 공동의 지향을 담아 기념 미사를 봉헌했다. 매달 19일 모든 본당에서 공동의 지향을 담아 기념 미사도 봉헌했다. 또 매달 전례기도와 사랑실천으로 구성된 19day 실천표를 제작, 릴레이 가정기도 챌린지를 진행하며 우리 가정 기도문 만들기, 어려운 가정 후원 등을 실천했다. 광주대교구 사목국은 「우리 가족이 함께 바치는 기도」책자를 발간, 5월 가정의 달부터 가정의 해가 폐막하는 6월 26일까지 8주 동안 가족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가정 공동체의 소명을 일깨우는 기회의 장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가정의 해를 보내는 나의 가족 이야기’를 주제로 한 공모전도 열고 있다.원주교구는 지난 3월부터 두 달간 열린 강좌와 필사, 기도, 가정대회 등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했다. 「사랑의 기쁨」을 묵상, 필사하고 6월까지 가정을 위한 묵주기도를 바칠 것을 권고했다. 한편, 서울대교구는 제1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맞아 지난해 7월 25일 기념 미사를 봉헌하고, 노년기는 성령의 선물임을 강조했다. 교구 사목국 노인사목팀은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맞아 신앙수기를 공모, 후손들에게 삶과 신앙의 경험을 물려주는 조부모의 역할을 격려했다. 이밖에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0일 요셉의 해를 기념해 정기 학술세미나 ‘부성 : 가정 안에서 아버지의 역할’을 열어, 아버지의 역할과 의미, 가정과 돌봄의 의미를 살폈다. 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회 위원장 이성효 주교는 제21회 가정 성화 주간 담화에서 “그리스도의 성사로 맺어지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성장해 거룩해진 가정은 그 자체로 교회가 돼 세상에 복음을 선포하는 자신의 사명을 완수한다”면서 “그리스도인 가정이 구현하는 이러한 모습은 불확실한 세상을 비추는 빛이요 부패를 막는 소금”이라고 강조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제자로 ‘몸의 신학’ 전문가인 스타니슬라오 그리기엘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가정의 두 기둥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인간은 인생에서 단 한 번 생물학적으로 태어나고, 생물학적으로 성장하지만 영과 진리 안에서 거듭해서 태어나지 않으면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합니다. 사랑은 생물학적으로 이미 태어난 사람의 삶을 더 좋고 더 아름다운 새로운 삶으로 이끌어줍니다. 사랑이 생물학적 울타리에 국한되면, 아버지는 수정 행위까지만 아버지이고, 어머니도 분만 행위까지만 어머니이겠지요.”프란치스코 교황 「사랑의 기쁨」, 가정생활의 기쁨 북돋는 나침반프란치스코 교황이 2016년에 반포한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은 ‘가정’을 주제로 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후속 교황 권고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과 2015년 두 해 잇따라 열린 가정에 관한 주교 시노드의 최종 결과다. 전 세계 교회 가정사목의 나침반 문헌으로,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교황이 가정 사목의 과제와 방향을 제시한 가르침이 담겼다. 서론과 9개 장, 총 325개 항으로 구성됐다. 교황은 “가정에 관한 그리스도교의 선포는 참으로 기쁜 소식”이라며, 그리스도인 가정들이 혼인과 가정이라는 선물을 소중하게 여기고, 관대, 헌신, 신의, 인내의 미덕으로 충만한 사랑을 지킬 것을 제안한다. 가정의 소명과 가정생활의 아름다움, 혼인, 자녀 양육 등 가정에 관한 다양한 주제들을 간결한 문체로 다뤘다. 교황은 또 교회는 현대 사회 가정의 복잡한 상황을 제대로 ‘식별’하고, 이들 가정에 가까이 다가가 ‘동반자’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엄격한 율법의 잣대가 아니라 가정생활의 기쁨을 북돋우고, 상처받은 가정을 하느님 자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목적 태도 변화도 촉구했다. 교황은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가정생활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사실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부부가 맹세하는 사랑은 모든 감정, 감성, 마음의 상태를 포함하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것입니다. 이는 한평생 지속되는 마음의 결단이 따르는 좀 더 심오한 의지입니다. 해소되지 않은 갈등과 혼란스러운 감정의 상황에서조차, 그들은 서로 사랑하고 서로에게 속하며 삶을 함께 나누고 끊임없이 사랑하고 용서하겠다는 결심을 날마다 확인합니다.” (129항)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cpbc2022.05.04
[신년 대담] 천천히 데워진 구들장은 식지 않듯… 하느님 사랑에 온전히 따를 뿐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신년 대담 정순택 대주교는 본지와의 대담에서 “하느님이 주신 선물인 새해에는 시노드 정신에 따라 모두가 각자 신원을 새롭게 성찰하고, 교회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희망의 여정이 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백영민 기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지난 12월 8일 교구장 착좌 미사 후 답사를 통해 “하느님께는 지금 감사의 마음을 올리지는 못해도 하느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언젠가 달릴 길을 다 달리고 나서 ‘큰 대과 없이 달릴 길을 다 달렸습니다’라고 마음으로부터 깊은 감사를 올리고 싶다”고 심경을 밝혔었다. 정 대주교가 기도하듯 나지막한 음성으로 밝힌 이 대목은 “내가 달릴 길을 다 달려 주 예수님께 받은 직무 곧 하느님 은총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다 마칠 수만 있다면, 내 목숨이야 조금도 아깝지 않습니다”(사도 20, 24)라고 한 바오로 사도의 말씀과 온전히 겹친다.서울대교구는 정 대주교와 함께 그리스도를 향한 힘찬 복음화 여정의 새 발걸음을 내디뎠다. 착좌 후 보름 뒤인 12월 23일 가톨릭평화신문과 가진 신년 대담에서 다시 만난 정 대주교는 신자 영성 생활, 젊은이 사목, 시노드의 의미 등 교구의 미래를 위한 다양한 현안을 성의껏 마음을 담아 전달했다. 정 대주교는 대담 중 ‘서로’, ‘함께‘, ‘사랑’, ‘협력’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썼다. 이 말대로 정 대주교는 사제와 수도자는 물론, 더 많은 신자와 서로 함께 사랑하고 협력하는 사목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로서 한국 교회 신자들과 북녘 교회 형제들에게 새해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임인년(壬寅年) 호랑이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많이 지치고 힘든 상황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새해라는 시간은 그저 쳇바퀴처럼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입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라는 주님의 선물이 곧 새해입니다. 새해라는 시간은 힘든 우리 마음에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시는 선물이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지닙시다.북녘 동포들은 마치 우리 눈에서는 사라지고 없어진 듯 보이지만, 하느님 안에서는 살아있는 형제자매들입니다. 분단의 역사가 70년을 넘다 보니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향한 국민들의 염원이 다소 힘을 잃어가는 것도 없지 않아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의 염원을 더 부여잡고, 기도에 임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한반도 평화와 북녘 교회를 향한 관심이 지속되길 바라십니다.우리가 염원하듯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북이 언젠가 성사된다면, 민족의 화해와 일치의 큰 전기가 될 것으로 희망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외교적으로, 그리고 국제사회 관계에서 풀어야 할 선제 조건들이 적지 않은 숙제가 있죠.- 교구장 착좌 후 교구가 당면한 여러 과제들과 맞닥뜨리시느라 무척 바쁘실 것 같습니다.새로운 직무를 맡고 나서 아무래도 하루하루 일정이 빡빡해졌습니다. 추가된 여러 만남들과 만만치 않은 일정들이 빼곡히 채워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벌써 밀려드는 서류가 많은데, 소화를 채 다하질 못해서 책상에 한가득 쌓여있네요.- 평소 몽당연필을 즐겨 사용하신다는 소문이 있습니다.메모할 때 작은 몽당연필을 볼펜대에 끼워 사용하곤 합니다. 물론 서면 결재는 선물 받은 만년필로 하고요. 교구의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아무래도 마지막 결재자가 되다 보니 사안에 따라서는 결재 전에 관련된 부분을 신부님들께 여쭤보고 하는데, 아무래도 더욱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졌습니다.- 기도하는 시간을 더 빼앗기게 되신 것 같습니다.착좌 후 며칠은 기도 시간도 많이 줄어들 정도로 여유가 없었습니다. 변화된 생활 속에서 다시금 기도하는 시간을 조금씩 찾아 나가고 있습니다.- 착좌 미사 내내 깊이 기도하시는 모습이 계속 눈에 띄었습니다. 어떤 기도를 하셨을지 궁금해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착좌 후 며칠 지나고 가톨릭평화방송 유튜브를 통해 그날 착좌 미사를 다시 시청했는데, 굉장히 무겁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저의 모습을 봤습니다. 그날 미사 끝에 답사에서도 말씀드렸듯이 하느님께 기쁘게 감사하는 마음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감정에 온전히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수도회 계실 때에도 요직을 맡으셨지만, 8년 전 교구 주교로 서품되신 뒤 오늘날 교구장에 착좌하시기까지 대주교님의 삶이 마치 ‘반전의 반전’으로 여겨집니다. 그때마다 주님의 뜻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반전의 반전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제 삶에서 제가 느낀 반전은 단 한 번뿐이었습니다. 일반 대학 3학년 여름방학 때 포콜라레 마리아폴리 모임에서 만난 ‘부르심’이 그것입니다. 당시 만난 부제님께서 어린아이처럼 단순하게 되지 못하는 제게 온돌의 구들장 비유를 들어주셨습니다. ‘봐라, 어떤 구들장은 쉽게 데워지기도 하지만, 다른 구들장은 뒤늦게 데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쉽게 데워진 구들장은 쉽사리 식기도 하지만, 잘 데워지지 않는 구들장은 데워지긴 어려워도 한 번 데워지면 좀체 식지가 않는다’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부제님은 ‘잘 데워지는 구들장이나 그렇지 않은 구들장이나 하느님께서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신다’고 덧붙이셨죠. 과학자를 꿈꾸며 공학도가 되어 한창 혈기왕성했고, 기고만장하기까지 했던 저도 하느님께서 사랑하신다면서 말이죠. 그 대답을 듣는 순간 하느님께서 저를 정말 있는 그대로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너무도 절절히 느끼면서, 그 사랑 앞에 저를 온전히 바치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세상이 달라 보였고, 모든 것이 감사하게 다가왔습니다. 무언가로 충만해지는 변화, 이것이 제 삶에서 유일한 반전이라면 반전의 순간이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모두 주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따르는 삶이었습니다. 8년 전 수도회에서 교구로 부르심을 받아오게 된 것도, 그리고 이번에 교구장 임명을 받게 된 것도 저로서는 너무도 놀라운 뜻밖의 소식이었지만, 성소를 뜨겁게 느낀 이후의 과정은 모두 그저 순명 안에 하느님의 뜻으로 삼고 따르는 길의 연속이라 여깁니다.- 가르멜수도회 수사 신부님들께서 대주교님을 ‘가르멜의 아들’로 표현하시면서 기도로 함께하시겠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그 표현은 영광이지만, 과찬의 말씀입니다. 주교로 처음 임명받았을 때에는 수도회에서도 기쁘고 영광스럽게 여기셨다면, 이번엔 아무래도 맡게 된 직무를 무거운 십자가로 여기고 함께 더욱더 기도해주시고자 하시는 것 같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사제와 신자들 사이에선 대주교님께서 전보다 야위신 것 같다며 걱정도 많이 하시던데요.가벼워져서 좋아했는데, 아쉽게도 이제 다시 체중을 회복해가고 있습니다. 하하.- 제16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교구 단계 시노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함께 가는 여정의 이번 시노드를 위해 서울대교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이신지 궁금합니다.이번 시노드는 사제, 수도자, 평신도까지 하느님 백성 모두가 그 안에서 울리는 성령의 음성을 듣고, 함께 걸어가자는 것이 취지입니다. 우리가 모두 하느님과의 친교 안에서 주인공으로 참여하고, 서로 경청하는 가운데 오늘날 교회 공동체가 세상을 위한 빛과 소금이 되는 선교의 역할을 어떻게 해나가면 좋을지 찾아 나가자는 초대가 이번 시노드라고 생각합니다.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하느님 앞에서 각자의 신원을 다시금 성찰하고, 주어진 사명은 무엇인지를 성찰하는 시간으로 시노드를 출발해야 합니다. 교구의 현 상황과 문제점을 분석하는 자리라기보다, 서로를 존중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경청하는 가운데 하느님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길에 초대된 것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각자가 주님 앞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찾고, 교회와 사회를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 고민하면서 희망의 빛을 느끼게 되리라 봅니다.- 교회 안의 청년과 청소년이 계속 줄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서울대교구가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할 청소년과 청년들을 위해 참가비를 파격적으로 지원한다는 대안도 내놓으셨습니다. 청소년 사목을 어떻게 풀어나가면 좋을까요?청소년, 청년 사목은 큰 도전이고 중차대한 과제입니다. 오늘날 청년과 청소년들은 관심 있는 주제에 따라 모임을 형성하기도 하고, 온라인 소통을 잘하는 특성이 있죠. 이런 부분을 감안하면, 젊은이들이 각 본당에서 신앙생활에 임하면서도 그때그때 관심과 주제에 따라 본당을 넘는 이벤트나 모임에 잘 참여할 수 있는 이동성(mobility)을 지닌 세대입니다. 본당 안에서 활동하면서도 다양한 관심사에 따라 본당을 넘나드는 모임에도 적극 참가하도록 사목자들 편에서 열린 새로운 시각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아울러 더욱 필요한 부분이 ‘찾아가는 사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구는 ‘가톨릭 아웃리치’라고 해서 이미 학교 밖 청소년 분과를 설립하고, 아지트(A지T, 아이를 지키는 트럭) 버스도 운영하는 등 찾아가는 사목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젊은이들을 찾아가는 사목을 더욱 모색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또 해외 교구와 교류를 통해 젊은이들이 해외 봉사를 적극적으로 체험토록 장을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글로벌화한 세계 안에서 젊은이들이 해외봉사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체험을 더 쌓고, 해외 젊은이들도 한국 교회와 사회를 체험하는 기회를 마련한다면 젊은이 사목 활성화에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해외 교구들과 이러한 기회를 교환함으로써 보편 교회의 젊은이들이 서로 나눔과 봉사의 문화를 경험하면서 더 깊은 신앙 체험을 하게 될 것이라 여깁니다.- 착좌식 답사에서 “신부님들의 협력 없이는 저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하시면서 사제단의 협력과 지지를 당부하셨습니다.하느님께서는 저와 우리 교구 사제단에게 새로운 출발선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우리 교구에는 잘 양성된 1000명에 이르는 사제단이 계십니다. 이 정도의 맨 파워(man power, 인적 자원)는 전 세계 3000개가 넘는 교구 가운데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아무래도 저는 교구 동료 주교님들에 비해 사제 한 분 한 분을 잘 모르는 상황에 교구장이 됐지만, 그렇기에 어쩌면 서로 편견과 선입견 없이 함께할 수 있다는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비해 232곳에 불과한 본당 숫자로 인해 많은 신부님이 사제품을 받고 17~18년이나 지나야 주임 사제가 되는 인사 적체는 고민할 사안입니다. 주임 사제가 되는 것만이 사제직을 잘 수행하는 길은 아니지만, 잘 양성된 한창 젊은 사제들이 교회와 세상을 위해 소명을 발휘할 수 있는 장과 무대를 만들어드리는 것이 앞으로 교구의 중요한 숙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교구는 그동안 인적, 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국내외에 많은 나눔을 실천해왔습니다. 이러한 나눔 활동을 위한 철학과 고민이 있으신지요?우리 교구를 비롯해 한국 교회는 이미 다른 어려운 나라와 교회에 크고 작은 도움의 손길을 많이 내밀고 있습니다. 재정적 나눔만이 아니라, 선교사, 수도자들의 파견 등으로도 나누는 교회의 모습을 이미 살고 있습니다. 이는 세상 안에 우리가 나눔의 중요성을 증거하는 모습입니다.이미 빈익빈 부익부는 더 극심해져 가고, 자본주의 자체는 인간 삶에 해답을 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눔의 문화가 필요합니다. 교황님께서 공유 경제, 나눔의 문화를 강조하시듯이 교회도 부족하지만 아끼면서 사는 가운데 나누는 문화를 실천하고 증거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나눔 속에서 보람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풍족해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가운데에서도 나눔을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길이고, 참 행복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교회의 맏형인 서울대교구가 앞으로 타 교구, 그리고 아시아 교회와 어떻게 협력하고자 하시는지 비전이 궁금합니다.교구 간의 협력은 지금까지도 잘 이뤄져 왔다고 여깁니다. 예컨대, 지난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보내는 동안 저희 교구는 타 교구와 학술 심포지엄, 행사 등을 협력했고, 지금도 교구 사제를 타교구 선교지에 파견하는 ‘피데이 도눔’ 방식으로 사제들의 사목활동에 있어 교류도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도농 간의 직거래로 상생하는 등 교구 간 독립성과 자율성 안에 존중하며 지내오고 있습니다.교황님께서도 한국 교회가 특별히 아시아 교회 내에서 큰 역할을 해내 주길 기대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가 간 네트워크화가 된 국제화 시대에 한국 교회가 아시아 교회와 더욱 교류하기 위해선 신학생 양성 과정 때부터 언어의 장벽을 타개하기 위한 훈련과 체험이 강화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신자들 모두 영성생활에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착좌 미사 강론을 통해 영성적 삶의 의미와 하느님과 인격적 만남을 강조하셨습니다. 이를 어떻게 이루며 살아가면 좋을지요?밤하늘의 달이 일천(一千) 강에 비친다는 말이 있지요. 달은 하나이지만, 모든 강물은 각기 달빛을 품고 있죠. 마찬가지로 가족 간의 사랑, 친구와의 사랑, 부부간의 사랑 등 여러 형태의 사랑 속에 하나의 달처럼 하느님 사랑이 각기 다른 형태로 담겨 있습니다. 그 안에서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을 만나야 합니다. 영성적으로 더욱 깊어지기 위해선 이렇게 여러 형태로 다가오는 사랑의 다양한 모습 속에서 그 깊은 속에 내재해 있는 하느님 사랑을 만나야 합니다. 사랑 안에서 기도와 말씀, 성체성사를 통해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을 만난다면,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하느님을 더욱 깊이 만나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오랜 코로나19 상황으로 힘겨워하는 신자와 국민을 향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하느님께서는 고통으로 힘겨워하는 우리를 저 멀리서 모른 체하고 팔짱 끼고 계신 분이 결코 아닙니다. 우리의 상황이 어려울수록 우리와 늘 함께 계시는 그분께 더욱 다가가는 계기로 삼읍시다. 정말 힘들 때 십자가 위의 예수님 앞에 말없이 머물면서 우리의 고통을 다 토로하고 쏟아내면서 그분을 더 깊이 만납시다. 하느님의 선물인 새해가 지난 2년과 다른 새 출발의 시간이 될 것이라 굳게 믿고 함께 나아갑시다.- 끝으로 대주교님 새해 소망을 듣고 싶습니다.모두가 세상의 기준이 아닌, 하느님께서 제시해주시는 참다운 행복의 기준을 우리 삶의 기준으로 삼고자 노력하는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특별히 하느님 백성 모두가 함께 걸어가는 시노드 여정에 돌입한 만큼 이 시간을 하느님 앞에 스스로를 돌아보고, 나누고, 사명을 성찰하는 시간으로 삼으시길 소망합니다. 함께 걷다 보면 분명히 하느님께서 인도해주시는 새로운 빛이 있을 거라 믿습니다.정 대주교는 기자들이 집무실을 나가는 끝까지 눈길을 떼지 않았다. 예정에 없던 질문들에도 하나하나 큰 제스처를 곁들여 자세히 설명하려는 대주교의 열정이 오래도록 잔상으로 남았다. cpbc2021.12.29
전국 사목연구소 네트워크 구축 가시화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전국 사목연구소장 첫 회의, 연대와 협력의 발판 마련 곽용승 신부 주재로 전국 사목연구소 간 연대와 협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제1회 전국 사목연구소장 회의가 열리고 있다. 오는 2024년 전국 사목회의 의안 작성 40주년을 내다보며 전국 사목연구소 간 연대와 협력, 이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이 가시화됐다.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소장 곽용승 신부)는 6월 29일 서울 광진구 면목로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5층 대회의실에서 제1회 전국 사목연구소장 회의를 열고, 전국 사목연구소 간 연대와 협력을 위한 방식과 내용에 대해 논의하고, 공동 연구 가능성도 모색했다. 이날 회의는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장 곽용승 신부 주재로 가톨릭 문화와 신학연구소장 정희완 신부와 (사)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장 김동원 신부, (사)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장 유희석 신부, 이미영(발비나) (사)우리신학연구소장, 햇살사목센터 소장 조재연 신부, 수원교구 사목연구소장 이근덕 신부, 의정부교구 사목연구소장 변승식 신부, 대구대교구 사목연구소장 박용욱 신부, 대전교구 시노드사목연구소장 박상병 신부, (사)미래사목연구소장 김상인 신부 등 10명이 함께한 가운데 열렸다. 담당 주교인 유흥식 대주교는 부산교구 보좌 신호철 주교 서품식에 참석하느라 회의에 함께하지 못했다. 주교회의 사무처장 이철수 신부는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과 함께 ‘한국 천주교 사목회의 의안’이 작성된 지 40주년이 돼 가는데, 소장님들의 모임을 통해 두 번째 사목회의 의안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며 “각 연구소가 다져온 내실을 바탕으로 연대와 소통, 나눔으로써 외연을 확장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회의에서 전국 모임 정례화와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정기적 만남과 함께 연구소별 연구 성과나 정보, 자료를 공유하는 네트워크 형성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아울러 사목연구소 간 연대와 협력을 위해 △단기적 과제보다는 중장기적 연구를 시도하고 △공동 연구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필요하다면 협회나 학회 조직 구성도 생각해볼 수 있으며 △공동 연구 목표는 어디까지나 오늘의 한국 실정에 맞으면서 신자들이나 사목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연구를 지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나아가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6차 정기총회 준비와 공동합의성 연구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사목 대안 연구 등 전국 사목연구소들의 공동 연구가 필요하고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주제와 한국 교회의 현안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이와 함께 △한국 교회 사목지표 연구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이후 한국 교회 과제 △‘가짜 뉴스’ 양산에 대한 교회적 대안 모색 △남북한 화해와 평화를 위한 교회 노력 방안 △아시아 복음화에 있어 한국 교회의 기여 방안 △각 위원회에서 제시하는 사목 방침의 본당 확산 방안 △사목연구소들의 연구 결과가 교회 복음화 활동에 수용되고 적용되기 위한 방안 등도 주요 사목 연구 과제로 제시됐다. 곽용승 신부는 회의를 마무리하며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플랫폼이 돼 어떤 연구소든지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공유하고 연대하고 비전을 함께하며 힘을 모아 공동 연구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면서 “오늘 만남으로도 의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지속적 만남을 통해 결실을 이끌어내기를 희망한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평화신문2021.07.07
아마존의 울부짖음에 꿈과 사랑으로 응답프란치스코 교황, 아마존 특별 시노드 후속 교황 권고 「사랑하는 아마존」 발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0월 바티칸에서 개최된 아마존 시노드 회기 중 아마존 원주민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CNS 자료 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일 주교대의원회의 범 아마존 특별회의 후속 교황 권고 「사랑하는 아마존(Querida Amazonia)」을 발표했다. 2019년 10월 6~27일 바티칸에서 열린 아마존 시노드에서 논의된 내용에 대한 교황의 응답이다. 아마존 지역의 복음화는 물론 오늘날 아마존이 겪고 있는 사회, 문화, 환경 문제의 해결을 위한 교황의 통찰을 담았다. 4개 장 111개 문항으로 이뤄진 권고는 서론(1~7항), 본론(8~110항), 결론(111항)으로 구성돼 있다. 본론은 제1장 사회적 꿈(8~27항), 제2장 문화적 꿈(28~40항), 제3장 생태적 꿈(41~60항), 제4장 교회의 꿈(60~110항)으로 나뉘어 있다. 교황은 권고를 통해 아마존을 위해 꾸는 자신의 꿈을 펼쳐 보이며 이 꿈에 모든 이들을 초대했다. 교황은 “가난한 이들, 토착 민족들, 가장 보잘것없는 형제자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존엄을 증진할 수 있는 아마존을 꿈꾼다”고 했다. 또 다양한 문화와 아름다운 생명을 지키고 아마존에 헌신하는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살아 숨 쉬는 아마존을 꿈꿨다. 사회 일각에서 관심이 집중됐던 기혼 사제 허용 문제에 관해서는 “아마존에서 사목할 사제 양성에 전 세계 주교들의 관심을 독려하고, 평신도 활동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사제가 없는 지역에서 신앙 공동체를 보전해 온 여성 신자들의 노력에도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여성이 성품에 받아들여질 때에야 비로소 교회 안에서 더 큰 위상과 참여가 허용되리라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환원주의를 경계하며 여성 성품직 논의를 일축했다.권고의 핵심은 무분별한 개발과 착취로 아마존 토착민과 가난한 이들이 겪는 고통, 파괴되는 환경 문제에 있다. 교황은 아마존의 울부짖음에 각국 정부와 기업인들의 책임을 환기하며 전 세계가 아마존을 지키는 데 함께하기를 촉구했다. 특별히 “교회는 아마존 민족들과 함께 걸어가라고 부름 받았다”며 ‘아마존의 얼굴을 지닌 교회’의 역할과 사명을 분명하게 제시했다.‘사랑하는 아마존’으로 시작하는 권고는 아마존과 전 세계에 보내는 교황의 연서(戀書)로 평가받고 있다. 교황은 권고에서 남미 시인들의 시적 언어를 빌리고, 문학적 표현을 사용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문장마다 아마존을 바라보는 교황의 따스한 시선과 아마존을 향한 사랑이 진하게 배어난다. 이는 교황이 아마존 시노드 기간에 아마존 토착민 대표와 지역 전문가들을 초청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아마존 시노드 특별 서기 마이클 체르니 추기경은 “마치 러브레터처럼 시작하는 권고를 통해 ‘사랑해야 구할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 교수 아데우손 아라우주 도스 산투수(영성신학과) 신부는 교황이 선택한 ‘꿈’이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산투수 신부는 “성경에서 꿈이란 하느님께서 당신의 계획을 계시하는 자리”라면서 “교황이 말한 꿈에는 아마존 시노드 최종 문서가 촉구하는 회심의 가치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평화신문2020.02.19
아마존 시노드 2주째… “공동의 집 보호는 모두의 책임”생태 보호 중요성 한 목소리로 강조, 아마존 여성 평신도·선교사 지원과 인권 전망대 설치 등 논의 아마존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아마존 시노드’ 회기 중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 교황청 바오로6세홀에서 아마존 원주민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CNS】 ‘범 아마존 지역에 관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특별회의’(아마존 시노드)가 개회 2주째를 넘어 중반부에 다다른 가운데, 시노드 참석자들이 아마존 생태와 토착 원주민 보호 문제에 한 목소리를 내며 공동 합의를 도출하고 있다.지난 14~18일 회기 동안 주교와 사제, 원주민들은 아마존 생태 보호의 중요성을 잇달아 언급했다. 페루 원주민인 한 여성은 “공동의 집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며 “숲의 수호자인 부족민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호소했다.이탈리아 교회 암브로지오 스프레아피코 주교도 교황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언급하며 아마존 시노드가 전 지구의 문제를 논의하고 있음을 재차 알렸다.볼리비아 교회 로버트 플록 주교는 시노드 회기 중 가톨릭뉴스서비스(CNS)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마존의 산림 파괴는 습도를 낮추고, 낮아진 습도는 건조한 상태를 야기해 더 많은 화재를 일으킨다”며 “화재가 거듭할수록 숲은 줄어들고,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아마존 생태보호를 재차 언급했다.플록 주교는 “생태계는 애초 토착 원주민들의 영토이자, 주님 창조물이며, 생태계 보호는 민족 보호 개념과 분리할 수 없다”며 “아마존 사람들도 생계를 위한 지속 가능한 개발의 의미를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서양 모델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회는 그들 편에서 아마존 파괴와 토착 민족에 대한 폭력을 중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아마존 지역 여성 평신도 역할의 중요성도 재차 제기됐다. 특히 여성들은 사제들과 또 달리, 그들의 문화에 뿌리를 두고 지내는 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대화와 생활로 공동의 책임을 하며 지내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이다. 현지 토착민들의 여성 권리 옹호와 아동보호 등을 위해 평신도 여성 선교사들을 지원하고, 그 역할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데에 대다수 참석자가 의견을 같이했다.아울러 일부 참석자들은 남녀 평신도 선교사들을 지원할 ‘아마존 지역 공동체 코디네이터’ 부서 설립을 제안했고, 성 착취와 마약 밀매 등으로 아마존 여성과 젊은이들을 향한 폭력이 증가하는 데 대해 교회가 ‘아마존 인권 전망대’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평화신문2019.10.22
아마존 시노드, 개발 위협 속 원주민 삶 돌아본 은총의 시간폐막 미사로 3주간 대장정 마무리… 원주민 위한 기금 조성·기혼남성 사제 서품 허용 등 합의, 교황 승인 얻어야 최종 문헌 효력 발휘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27일 거행된 아마존 시노드 폐막 미사에서 아마존 원주민 여성에게 현지 식물을 봉헌 예물로 받으며 웃음 짓고 있다. 【CNS】 “전례 없는 아마존의 환경 파괴에 맞서 우리는 ‘공동의 집’을 돌보기 위한 개인ㆍ사회ㆍ구조적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범 아마존 지역에 관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특별회의’(아마존 시노드)가 10월 27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한 폐막 미사를 끝으로 3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아마존 시노드에 참가한 주교단은 △아마존 생태 보호 △토착 원주민 터전과 문화 보호 △원주민 인권문제 참여 △아마존 지역 내에서 덕성이 입증된 기혼남성의 사제품 허용 △여성 지도자 역할 증대 등에 교회가 적극 동참키로 공동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개발에만 몰두하던 세계 흐름을 멈추고, 아마존의 울부짖음에 경청하자는 데 모두 뜻을 같이한 것이다.아마존 시노드 참가 주교 185명과 전문가 80여 명은 10월 26일 120항, 33쪽 분량의 최종 문헌을 발표했다. 최종 문헌은 “아마존 열대우림은 지구의 ‘생물학적 심장’”이라며 “지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지, 소유물이 아니다”라고 적시하면서 ‘생태 보고’인 아마존 환경의 중요성을 재차 천명했다.시노드 참가자들은 현재 무분별하게 일어나는 아마존 지역 생태 파괴에 맞서 “환경 파괴와 인권침해를 일으키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포기하도록 교회를 포함한 모든 기관에 촉구하고 지지할 것”이라며 “교회는 ‘아마존 수호자’인 원주민들을 도울 것”이라고 명시했다. 교회는 이를 위해 공동의 집을 관리할 부처를 만들고,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관련 교회와 보편 교회에 더욱 교육하고 홍보하는 활동을 이어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또 아마존 환경 보호를 지지하다 표적이 되는 사람들도 교회가 적극 지지하기로 뜻을 모았다. 아마존 지역과 원주민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세계 기금’ 조성에 관한 내용도 수록됐다.아마존 지역 복음화를 위해 남녀 평신도들의 역할 증대에 대한 목소리도 담았다. 시노드 교부들은 평신도 여성의 의사 결정 참여를 권장하는 단락을 최종 문헌에 수록했다. 최종 문헌은 여성 부제직에 관한 협의가 있었음을 담았지만,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함을 함께 명기했다. 최종 문헌은 남녀 평신도 선교사 활동을 위한 부처 설립의 시급성과 함께 아마존 사회ㆍ환경ㆍ인권 전망대 설치도 제안하고 있다.아울러 덕성이 입증된 기혼 남성인 ‘비리 프로바티’(viri provati)들에게 사제 서품을 허용할 것을 제안하는 안이 찬성 128명, 반대 41명의 표결로 최종 문건에 수록됐다. 현재 아마존 지역에선 사제 1명이 1만 6000여 명의 신자를 맡아 머나먼 거리를 다녀야 하는 곳이 있을 정도로 복음화가 시급함에 따라, 주교단이 이 같은 표결을 한 것으로 보인다.아마존 시노드가 발표한 최종 문헌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도좌 승인을 얻어야 교회적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교황은 이르면 올해 안에 이 같은 사항을 검토해 시노드 후속 권고로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프란치스코 교황은 폐막 미사 강론을 통해 “우리는 시노드를 통해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약탈을 일삼는 개발 모델에 의해 위협받는 원주민들의 삶을 돌아보는 은총을 받았다”면서 “그러나 시노드 회기 동안 우리는 어두운 현실을 다른 방식으로 보는 것의 가능함을 봤고, 창조된 세계를 이용당할 자원이 아니라, 보존돼야 할 가정으로 더욱 여기게 됐다”고 밝혔다.교황은 이어 “가난한 이들의 외침은 희망의 외침”이라며 “그들의 울음소리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 때 우리의 기도 또한 하늘에 닿을 것”이라고 전했다.변화의 시작은 시노드 이후부터다. 아마존 생태 보호를 위해 얼마나 많은 기업과 세계인이 공감하며 동참할 것인가, 또 원주민 복음화를 위해 얼마나 많은 지역 교회가 손을 맞잡을지 주목된다. 아마존의 눈물은 지금도 흐르고 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평화신문2019.10.30
아마존 시노드, 생태 보호·복음화 신중히 논의무분별한 개발 방지와 토착 문화 보존, 기혼 사제 허용 문제 등 토론… 최종 문헌은 26일 투표로 확정 7일 개막한 아마존 시노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참가 주교단 및 전문가들이 아마존 지역 복음화와 생태 문제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CNS】 6일 바티칸에서 개막한 ‘범 아마존 지역에 관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특별회의’(아마존 시노드)가 참가 주교단과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 속에 진행되고 있다.아마존 시노드 참가자 190여 명은 7일 교황청 시노드홀에서 열린 개막 총회를 시작으로 아마존 생태 문제 및 복음화와 관련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시노드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전체 회의와 소그룹 토의 등 평일 오전과 오후 내내 이어지는 회기 동안 자유로운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노드 초반기인 지난 7~11일에는 △파괴되어 가는 원주민 터전과 신앙생활 문제 △무분별한 아마존 개발로 인한 생태 문제 △아마존 지역 기혼 남성의 사제 서품 허용 △여성 지도자들의 역할 증대 △아마존 영토 보존을 위한 교회 노력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이 오갔다.특히 상당수 시노드 참가 주교들은 덕성이 입증된 기혼 남성인 ‘비리 프로바티’(viri provati)들에게 사제 서품을 허용해야 한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 교회 에르윈 크로이틀러 주교는 “아마존 지역을 관할하는 주교 가운데 3분의 2가 ‘비리 프로바티’의 사제 서품 허용을 찬성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기혼 남성의 사제 서품을 찬성하는 주교들이 독신주의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가톨릭 신자들에게 중요한 신앙의 중심인 성찬례의 축복을 원주민들이 받길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심각한 사제 부족을 겪는 아마존 지역 원주민 복음화 문제가 가장 뜨거운 이슈로 논의 중이지만, 주교들은 기본적으로 사제직의 본질과 독신주의의 가르침을 수호하는 교회 질서 안에서 이를 수행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하고 있다.아마존 토착 문화 보존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프랑스 교회 에마뉘엘 라퐁 주교는 “아마존의 많은 원주민과 노예의 후손들이 버림받았다고 느끼며, 그들의 토착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시노드 최종문서위원회 의장 클라우디오 우미스 추기경은 “인류는 지구 상의 여러 대륙에 있는 원주민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고, 아마존에도 큰 빚을 지고 있다”면서 “그들의 문화와 언어, 역사, 정체성과 영성은 인류의 재산이며, 세계 문화로서 존중받고 보존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몇몇 주교들은 교회 전례와 아마존 토착 의례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형태의 ‘가톨릭 아마존 예식’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 토착민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성소 계발에도 힘쓰자는 의견도 나왔다.아울러 아마존 보호를 위해 자연에 짓는 죄의 무게를 일깨우는 ‘생태적 회심’을 촉구하자는 의견도 연이어 나왔다. 주교들은 생태학적 관점의 죄를 묘사한 신학 문헌들을 출판해 보급하고, 특히 젊은이들과 함께 창조질서 보전 노력에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독일 주교회의 의장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은 “아마존 영토를 지키려면 인류와 자연 사이의 새로운 균형과 평화로운 공존을 이끌어내는 통합 생태학과 시각 변화가 필요하다”며 “부패와 착취, 세계인 무관심 종식을 위해 우리의 행동을 지속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시노드 사무처 사무총장 로렌조 발디세리 추기경은 개막 총회 연설에서 “아마존을 위한 주교 시노드는 작지만, 중요한 지리적 영역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보편 교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특별 총회”라며 아마존 시노드의 특별성을 재차 설명했다.아마존 시노드에서 이뤄진 전체 토론의 요약본은 오는 21일 상정돼 수정 작업을 거친다. 이어 시노드 최종문서위원회가 25일 막바지 수정 및 보완 작업을 한 뒤 26일 투표를 거쳐 시노드 최종 문헌을 확정 짓게 된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평화신문2019.10.15
[2019 세계교회 결산] 10개국 사목방문으로 평화 다지고, 환경 보호 위한 실천 모색프란치스코 교황은 올 한해에도 가장 낮은 곳을 향해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또 지구를 살리는 데 함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 곳곳에선 가톨릭교회를 향한 테러가 끊이질 않았다. 희망과 슬픔이 교차한 세계 교회의 2019년을 돌아본다.프란치스코 교황이 아흐메드 알타예브 대이맘과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지칠 줄 모르는 평화의 순례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9년 모두 10개 나라를 사목방문했다. 2월 아랍에미리트를 시작으로 3월 모로코, 5월 불가리아와 북마케도니아, 루마니아, 9월 모잠비크, 마다가스카르, 모리셔스, 11월 태국과 일본을 방문했다. 종교 간 화합과 세계 평화를 위한 그의 발걸음은 지칠 줄을 몰랐다. 특히 아랍에미리트 사목방문은 가톨릭교회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이슬람교 발상지인 아라비아반도를 찾은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슬람교 수니파 아흐메드 알타예브 대이맘과 ‘세계 평화와 공동 공존을 위한 인류 형제애에 관한 선언’에 공동 서명하면서 종교 간 화합의 새 역사를 쓰기도 했다. 교황은 가톨릭 교세가 약한 나라에 찾아가 가톨릭 신자들을 격려하며 평화와 화해, 자비와 사랑의 가치를 전 세계에 알렸다.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한 아마존 특별시노드 전 세계 언론의 눈은 바티칸에서 3주간 열린 아마존 시노드(범 아마존 지역에 관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특별회의)에 쏠렸다. 전례 없는 아마존 환경 파괴에 맞서 공동의 집 지구를 돌보기 위한 개인과 사회의 회개와 실천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시노드에 모인 전 세계 주교들은 최종 문헌에서 아마존 환경의 중요성을 재천명하고 원주민들을 착취하며 약탈을 일삼는 개발에 경종을 울렸다. 더불어 아마존 지역 복음화를 위해 평신도 역할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기혼 평신도에게 사제품을 허용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환경 문제에 관한 특별 시노드였지만, 대다수 언론에는 기혼 남성의 사제서품 허용 여부가 강조돼 보도됐다. 최종 문헌에 담긴 내용은 교황의 승인을 얻어야 효력이 발생한다. 더 이상의 사제 성범죄는 없어야, 교회의 반성과 방지 노력 사제들의 성범죄 사건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반성과 정화 노력도 이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월 바티칸에서 ‘교회 내 미성년자 보호’ 회의를 열었다. 전 세계 주교회의 의장 주교들과 남녀 수도회 장상, 동방 가톨릭교회 지도자, 청소년 전문가들은 나흘간 머리를 맞대며 성직자의 아동 성 학대 방지책을 논의했다. 교황은 “이같은 범죄는 가장 엄격한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사건 축소나 은폐 방지를 약속했다. 이와 관련해 5월에는 자의교서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를 발표,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성범죄 신고를 의무화하고 모든 교구에 신고 처리 기구를 설치하라고 권고했다. 교회의 명예 실추를 우려해 사제들의 성범죄 사건을 축소, 은폐해온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 공개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교황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가톨릭 청년들에게 보내는 희망과 용기 가톨릭 청년들의 축제인 세계 청년대회가 1월 파나마에서 열렸다. 155개국에서 모인 20여만 명의 가톨릭 신자 청년들은 믿음 안에서 하나가 되는 기쁨을 맛봤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청년들에게 “여러분은 하느님의 미래가 아니라 그분의 현재”라면서 “그분이 함께하심을 믿고 사랑의 열정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에이즈 시설과 청소년 교도소에 있는 청년들을 찾아가 만났다. 2018년 10월 청년을 주제로 열린 주교 시노드 결과물인 교황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계십니다」가 올해 4월 발표됐다. 교황은 이 권고에서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분석하고 청년 사목의 개혁 방안을 지세했다. 사목자들에겐 특별히 “청년과 동반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젊은이들의 자유를 존중하는 사목을 펼치기를 주문했다. 특별 전교의 달 선포, 선교 활동 의미 강조 가톨릭교회는 10월을 특별 전교의 달로 지내며 그리스도인의 고귀한 임무인 선교의 의미를 되새겼다. 특별 전교의 달 주제는 ‘세례받고 파견된 이들 : 세상 선교를 위한 그리스도의 교회’였다. 베네딕토 15세 교황은 1919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전쟁으로 피폐해진 세상을 위해 복음적 쇄신과 선교에 대한 열정을 일으키기 위해 「가장 위대한 임무」를 발표했다. 「가장 위대한 임무」 반포 100주년을 기념해 특별 전교의 달을 선포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례로 새롭게 태어난 생명은 팔려고 내놓은 상품이 아니라 주고 전하고 선포해야 할 보화”라면서 “이것이 선교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교황청은 특별 전교의 달 홈페이지(www.october2019.va)를 별도로 만들어 운영했다. 홈페이지에는 성화된 삶으로 하느님을 전한 인물 33인을 신앙의 증인으로 소개했는데, 김수환 추기경과 최경환 성인도 포함됐다. 끊이지 않는 테러, 신앙으로 목숨을 잃는 이들 증가 교회를 향한 테러는 좀처럼 줄지 않았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필리핀 남부 홀로섬에 있는 가르멜의 성모 성당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나 1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주일 미사 중에 일어나 피해가 더 컸다. 극단주의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 국가(IS)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스리랑카는 피의 부활절을 보냈다. 주님 부활 대축일에 수도 콜롬보 가톨릭 성당과 개신교회, 호텔 등 8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탄이 터졌다. 300명 이상이 숨지는 참사에 전 세계가 애도의 뜻을 표했다. 시리아에선 11월 신부들을 노린 IS 조직원의 테러로 아르메니아 가톨릭 사제 2명이 숨졌다. 또 수도회가 운영하는 학교와 성당에서도 폭탄 테러가 일어나 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부르키나파소 한 성당에선 5월 총격 테러가 일어나 6명이 숨졌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cpbc2019.12.19
불신과 분열 넘어 용서와 화해 통해 참 평화 이루자제53차 세계 평화의 날 교황 담화 ‘희망의 여정인 평화 : 대화와 화해와 생태적 회심’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8월 일본 원폭 피해 사실을 전하기 위해 바티칸을 찾은 일본 청년들을 만나 핵 위협의 폭력성을 전해 듣고, 평화의 당위성을 전달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매년 새해 첫날이면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교황의 메시지가 발표된다. ‘평화의 사도’로서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지구촌 모든 백성에게 전하는 특별 담화다. 올해 53번째 세계 평화의 날 담화 주제는 ‘희망의 여정인 평화 : 대화와 화해와 생태적 회심’. 어느 해보다 평화를 향한 당위성과 교황의 지론, 구체적인 평화 정착 방법론을 역설한 메시지가 7700여 글자로 구성된 40장(200자 원고지) 분량에 가득 담겼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평화는 소중한 선(善)입니다. 평화는 우리 희망의 대상이고 온 인류 가족의 열망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은 1일 발표한 제53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를 통해 이기심과 교만, 증오에서 비롯되는 사악한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촉구했다. 교황은 불관용에서 촉발된 각종 전쟁과 분쟁, 서로 무관심의 장벽에 갇힌 채 거짓 안보로 평화를 추구하려는 행태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평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신하는 ‘평화의 일꾼’, ‘확신에 찬 증인’, ‘기억의 지킴이’가 돼달라고 거듭 요청했다.모든 전쟁은 형제 살해 행위와 같아담화는 ①장애와 시련에 맞서는 희망의 여정인 평화 ②기억과 연대와 형제애에 기초한 경청의 여정인 평화 ③형제적 친교 안에서 이루는 화해의 여정인 평화 ④생태적 회심의 여정인 평화 ⑤우리는 희망하는 모든 것을 얻습니다란 주제의 5개 항으로 구성됐다.교황은 첫 항에서 우리가 얼마나 분열된 삶을 살고 있는지 가감 없이 지적했다. 교황은 “국내외 분쟁의 참상은 흔히 무자비한 폭력으로 증폭되고 인간의 육체와 정신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친다”며 “모든 전쟁은 인류 가족의 사명으로 새겨진 형제애를 파괴하는 일종의 형제 살해”라고 규정했다.교황은 지난해 11월 일본 사목방문을 상기하며 “이 세상은 공포심과 불신으로 지탱되는 거짓 안보에 바탕을 두면서 안정과 평화를 수호하고 보장하려는 사악한 이분법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이는 결과적으로 민족들 사이의 관계를 해치고 모든 대화의 가능성을 가로막아 버린다”고 지적했다. 일본 사목방문을 통해 지구촌 핵 폐기를 역설했던 교황이 사실상 핵무기와 원전 발전을 고수하는 일본과 같은 국가들의 정책을 비판한 것이다.아울러 교황은 “불신과 공포는 결코 평화의 관계로 이끌 수 없는 악순환을 만들어낸다”며 “핵 억제도 신기루 같은 안보만 만들어낼 따름”이라고 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추진해오고 있는 핵우산 정책 및 대북 제재가 자칫 폭력의 위험성을 증대시킬 수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평화의 일꾼, 기억의 지킴이가 필요하다교황은 “서로 다른 견해와 이념을 뛰어넘어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 확신에 찬 대화 없이는 참 평화에 다다를 수 없다”며 “배척이나 조작 없이 대화에 열려 있는 ‘평화의 일꾼’, 확신에 찬 증인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폭탄 생존자들처럼 미래 세대가 과거의 사건을 잊지 않도록 하는 ‘기억의 지킴이’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교황은 경험의 열매인 기억이 평화 증진을 위한 밑바탕이자, 영감으로 작용하는 중요성을 재차 덧붙였다.화해의 여정인 평화교황은 용서와 화해를 통해 평화에 이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역설했다.“화해의 여정은 용서하는 힘과 서로를 형제자매로 알아볼 역량을 우리의 마음속 깊은 데에서 발견하라는 초대입니다. 용서하며 살아가는 법을 익힐 때, 평화의 사람이 될 수 있는 우리의 역량은 더욱 커집니다.”아울러 “평화는 언제나 꾸준히 이룩해 나가야 하는 것”이라며 “평화는 우리가 언제나 공동선을 추구하고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며 법을 존중하면서 함께 나아가는 여정”이라고 설명했다.생태적 회심의 여정인 평화교황은 생태적 회심도 강조했다. 특히 ‘공동의 집’인 지구촌 자연이 착취당하는 현실을 비판하면서 생태적 회심을 통해 이웃, 피조물, 하느님과의 관계가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고 전했다. 가톨릭교회는 지난해 10월 바티칸에서 개최한 ‘범 아마존 지역에 관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특별회의’(아마존 시노드)를 통해 아마존 생태 보호와 원주민 인권 및 신앙생활 수호 등 아마존의 울부짖음에 경청하자는 데 공동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교황은 생태적 회심을 통해 자연 피조물과의 평화, 하느님과의 평화의 관계를 가져온다고 이른다. 이 생태적 회심은 결코 아마존 지역에 국한하지 않는다. 여전히 무분별한 개발을 일삼는 지구촌 곳곳에 전하는 메시지다.평화를 희망해야 평화를 얻는다“평화를 희망하지 않으면 평화를 얻을 수 없습니다.”교황은 기나긴 사회적 합의와 인고의 노력이 수반되더라도 평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회 구성원이 서로 믿음과 지치지 않는 사랑으로 평화의 가능성을 희망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화를 향한 사회 구조의 전반적인 변화와 이웃과의 믿음을 강조한 이 부분은 한반도 평화를 갈망하면서도 이념 정쟁으로 갈등하는 한국 사회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교황은 평화를 향한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을 재차 북돋웠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피를 통하여 만물을 기꺼이 화해시키셨습니다(콜로 1,20). 화해의 성사는 우리가 생각과 말과 행동에서 이웃을 향해서든 피조물을 향해서든 모든 폭력 행위를 멀리하도록 요구합니다.”아프리카, 중동, 남미 등 지구촌 대륙 곳곳은 여전히 총성과 핍박, 종교 탄압, 가난으로 인해 울고 있다. 전쟁과 분쟁으로 인해 발생한 지구촌 난민이 7000만 명이 넘고, 세계인 10명 중 6명이 종교 박해를 당하고 있다. 70년 전 이념 전쟁이 낳은 분단의 고통은 한반도에도 지속되고 있다. 교황이 전하는 진정한 화해와 평화를 향한 열망만이 모든 눈물을 닦아줄 수 있다. 평화신문2019.12.26
“청년들 삶의 여정에 교회가 동반자 돼야” 인천교구와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청소년을 위한 영적 동반’ 국제 학술 심포지엄 개최 인천교구와 살레시오회 한국관구는 15일 인천교구청 대강당에서 ‘청소년을 위한 영적 동반’을 주제로 국제 학술 심포지엄을 열었다. ‘젊은이, 신앙과 성소 식별’를 주제로 10월 3일 열릴 세계주교대의원회(주교 시노드) 제15차 정기총회를 앞두고, 청소년과 청년들의 신앙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이번 시노드 주제는 전 세계 젊은이들의 삶의 여정에 교회가 함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교황청은 교회는 젊은이들이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돕는 중재자이자, 하느님이 원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젊은이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는 기조강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폴란드 크라쿠프 세계청년대회에서 “세상이 바뀔까요?”라는 질문에 한 청년이 “네”라고 응답한 사례를 소개했다. 정 주교는 “젊은이들이 고민하는 방향성의 해답은 하느님께서 부르실 때 ‘네’라고 응답하는 데에서 시작한다”며 “삶 속에서 고통과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젊은이들은 결국 하느님의 이끄심 안에서 보기 좋은 세상을 향해 갈 것이고, 교회 역시 젊은이들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르심에 대한 소명을 느낄 때 그것을 판단하고 식별하기 위해서는 신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포지엄에서는 △청소년들의 목소리와 교회의 여정 : 청소년 사목의 쇄신을 위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초대(로사노 살라 신부, 교황청립 살레시오대학 사목신학 교수) △청소년 성소 사목, 식별과 영적 동반 젊은이들을 동반하는 우리의 헌신을 쇄신하고 강화하기(파비오 아타드 신부, 살레시오회 청소년사목 총평의원)를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으며, 청소년사목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제와 교수, 주일학교 교사 등이 패널로 참여해 경험 사례를 나눴다. 전은지 기자 eunz@cpbc.co.kr 평화신문2018.09.19
[사설] 경청하고, 이웃 되어주고, 청년들 증언 돕고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 제목이 한때 유행어가 됐듯, 이 시대 청춘은 많이 아프고 방황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아픈 청춘을 위한 ‘멘토’와 ‘힐링’이 무슨 인기상품처럼 나돌았지만 그 인기는 얼마 못 가 사그라졌다. 그렇다고 아픈 청춘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10월 28일 막을 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5차 정기총회(이하 시노드)는 교회가 현대 사회의 아픈 청춘과 ‘함께 걷기’ 위해 열린 회의였다. 각국에서 참석한 시노드 교부들은 젊은이들의 솔직한 발언을 듣고, 들은 것에 대해 진지하게 토의했다. 그 결과는 내년 초쯤 교황의 시노드 후속 권고 형태로 발표되겠지만, 회기 중에 공개된 토론 내용을 보면 시노드 교부들이 한 달 가까이 머리를 맞대고 고심한 가장 큰 주제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교회가 어떻게 해야 젊은이들이 하느님을 만나 신앙의 기쁨 속에서 살아가도록 이끌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하느님이야말로 진정한 위로자요, 영원한 멘토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문제는 청소년과 젊은이 사목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8일 폐막 미사에서 이번 시노드와 젊은이사목의 핵심을 짚어줬다. 경청하고, 이웃이 되어주고, 증언하는 것이 신앙의 길로 가는 3단계 과정이라고 말했다. 즉 젊은이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주고, 함께 걸으면서 복음 속 위로와 용기를 전하고, 그들이 신앙의 힘으로 변화된 새로운 삶을 증언하도록 도우라는 것이다.시노드 교부들의 고뇌와 수고에 경의를 표한다. 아울러 한국 교회도 이번 시노드를 계기로 젊은이 사목의 패러다임 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평화신문2018.10.30
청년사목의 개혁안 다룬 교황 권고 발표젊은이를 위한 주교 시노드 후속 문헌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9장 299항으로 구성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총장 로렌초 발디세리 추기경이 2일 바티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교황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를 발표하고 있다. 【바티칸시티=CNS】 “그리스도께서는 살아 계십니다. 그리고 그분은 (젊은이)여러분이 살아 있기를 원하십니다.”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계십니다(Christus vivit)」가 2일 발표됐다. 교황청이 발표한 「그리스도는 살아계십니다」는 지난해 10월 교황청에서 교회 내 젊은이의 역할을 주제로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이하 주교시노드)의 후속 교황 문헌이다. 교황이 3월 25일 자로 서명한 이 문헌은 젊은이들과 하느님 백성 전체에게 보내는 권고로 9장 299항으로 구성됐다. 교황은 “주교 시노드를 통해 여러 가지 반성과 대화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이번 권고가 젊은이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모든 백성에게 전달되기를 희망했다.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라는 제목은 교황이 권고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긍정적 메시지의 핵심이다. 교황은 서두에서 “그리스도는 살아 계시고 주님께서는 우리의 희망이며 이 세상에 젊음을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가져오신다”고 말한다. 이어 “그리스도는 당신 안에 있고 당신과 함께 걸으며 결코 당신을 버리지 않습니다. 그리스도는 당신을 부르며 당신이 돌아가서 다시 시작할 때까지 당신을 기다립니다”라며 젊은이들을 격려하고 위로한다.교황은 또 본문에서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을 구원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살아 계십니다’라고 선포하며 그리스도께 내어 맡기고, 삶의 구체적인 문제에 관해 주님과 대화하라고 젊은이들을 초대한다.교황은 특히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을 분석하고 이를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해 청년사목의 개혁 방향을 제시한다. 교황이 바라보는 젊은이는 세상의 미래이자 현재다.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유혹에 쉽게 마음을 여는 것이 젊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교황은 예수님을 만난 부자 청년을 예로 든다. 재산과 안락함에 사로잡혔기 때문에 그의 정신은 그다지 젊지 않았다고 말한다. 교황은 젊은이들에게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기회를 포착해 변화를 주도하는 용기 있는 선교사가 되어 달라고 당부한다.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는 언제나 젊으신 분이시기에 너그러운 봉사와 선교 사명을 통해 젊은이들과 동반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쟁과 인신매매, 성적 착취, 여러 가지 형태의 중독 등 젊은 자녀들이 처한 현실 앞에서 함께 울어주는 교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을 ‘찾아’ 모으고 그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공명정대한 사랑의 언어 등을 실천하고, 그들의 자유를 존중하는 ‘대중 친화적인(popular) 청년사목’을 펼칠 것을 주문한다. 성소와 관련해 교황은 우리 삶의 모든 것은 주님께 응답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며 특히 하느님의 부르심을 깨닫는다면 그 길을 따르라고 권고한다. 자신의 성소를 발견하는 것은 “고독과 침묵의 공간이 요구되는 과제”이고, 개인적인 결단이기에 교황은 분별력의 지혜 즉 식별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 여정에서 젊은이들을 돕는 사람들에게는 “가야 할 길을 강요하지 말고, 성소에 대한 마음을 불러일으키며, 그 과정을 동반해야 한다”고 독려한다.교황은 마지막으로 젊은이들에 대한 염원을 담아 “당신의 도전, 당신의 통찰, 당신의 신앙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윤재선 기자 leoyun@cpbc.co.kr 평화신문2019.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