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삶의 여정에 교회가 동반자 돼야” 인천교구와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청소년을 위한 영적 동반’ 국제 학술 심포지엄 개최 인천교구와 살레시오회 한국관구는 15일 인천교구청 대강당에서 ‘청소년을 위한 영적 동반’을 주제로 국제 학술 심포지엄을 열었다. ‘젊은이, 신앙과 성소 식별’를 주제로 10월 3일 열릴 세계주교대의원회(주교 시노드) 제15차 정기총회를 앞두고, 청소년과 청년들의 신앙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이번 시노드 주제는 전 세계 젊은이들의 삶의 여정에 교회가 함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교황청은 교회는 젊은이들이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돕는 중재자이자, 하느님이 원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젊은이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는 기조강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폴란드 크라쿠프 세계청년대회에서 “세상이 바뀔까요?”라는 질문에 한 청년이 “네”라고 응답한 사례를 소개했다. 정 주교는 “젊은이들이 고민하는 방향성의 해답은 하느님께서 부르실 때 ‘네’라고 응답하는 데에서 시작한다”며 “삶 속에서 고통과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젊은이들은 결국 하느님의 이끄심 안에서 보기 좋은 세상을 향해 갈 것이고, 교회 역시 젊은이들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르심에 대한 소명을 느낄 때 그것을 판단하고 식별하기 위해서는 신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포지엄에서는 △청소년들의 목소리와 교회의 여정 : 청소년 사목의 쇄신을 위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초대(로사노 살라 신부, 교황청립 살레시오대학 사목신학 교수) △청소년 성소 사목, 식별과 영적 동반 젊은이들을 동반하는 우리의 헌신을 쇄신하고 강화하기(파비오 아타드 신부, 살레시오회 청소년사목 총평의원)를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으며, 청소년사목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제와 교수, 주일학교 교사 등이 패널로 참여해 경험 사례를 나눴다. 전은지 기자 eunz@cpbc.co.kr 평화신문2018.09.19
[사설] 경청하고, 이웃 되어주고, 청년들 증언 돕고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 제목이 한때 유행어가 됐듯, 이 시대 청춘은 많이 아프고 방황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아픈 청춘을 위한 ‘멘토’와 ‘힐링’이 무슨 인기상품처럼 나돌았지만 그 인기는 얼마 못 가 사그라졌다. 그렇다고 아픈 청춘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10월 28일 막을 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5차 정기총회(이하 시노드)는 교회가 현대 사회의 아픈 청춘과 ‘함께 걷기’ 위해 열린 회의였다. 각국에서 참석한 시노드 교부들은 젊은이들의 솔직한 발언을 듣고, 들은 것에 대해 진지하게 토의했다. 그 결과는 내년 초쯤 교황의 시노드 후속 권고 형태로 발표되겠지만, 회기 중에 공개된 토론 내용을 보면 시노드 교부들이 한 달 가까이 머리를 맞대고 고심한 가장 큰 주제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교회가 어떻게 해야 젊은이들이 하느님을 만나 신앙의 기쁨 속에서 살아가도록 이끌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하느님이야말로 진정한 위로자요, 영원한 멘토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문제는 청소년과 젊은이 사목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8일 폐막 미사에서 이번 시노드와 젊은이사목의 핵심을 짚어줬다. 경청하고, 이웃이 되어주고, 증언하는 것이 신앙의 길로 가는 3단계 과정이라고 말했다. 즉 젊은이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주고, 함께 걸으면서 복음 속 위로와 용기를 전하고, 그들이 신앙의 힘으로 변화된 새로운 삶을 증언하도록 도우라는 것이다.시노드 교부들의 고뇌와 수고에 경의를 표한다. 아울러 한국 교회도 이번 시노드를 계기로 젊은이 사목의 패러다임 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평화신문2018.10.30

청년사목의 개혁안 다룬 교황 권고 발표젊은이를 위한 주교 시노드 후속 문헌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9장 299항으로 구성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총장 로렌초 발디세리 추기경이 2일 바티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교황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를 발표하고 있다. 【바티칸시티=CNS】 “그리스도께서는 살아 계십니다. 그리고 그분은 (젊은이)여러분이 살아 있기를 원하십니다.”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계십니다(Christus vivit)」가 2일 발표됐다. 교황청이 발표한 「그리스도는 살아계십니다」는 지난해 10월 교황청에서 교회 내 젊은이의 역할을 주제로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이하 주교시노드)의 후속 교황 문헌이다. 교황이 3월 25일 자로 서명한 이 문헌은 젊은이들과 하느님 백성 전체에게 보내는 권고로 9장 299항으로 구성됐다. 교황은 “주교 시노드를 통해 여러 가지 반성과 대화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이번 권고가 젊은이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모든 백성에게 전달되기를 희망했다.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라는 제목은 교황이 권고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긍정적 메시지의 핵심이다. 교황은 서두에서 “그리스도는 살아 계시고 주님께서는 우리의 희망이며 이 세상에 젊음을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가져오신다”고 말한다. 이어 “그리스도는 당신 안에 있고 당신과 함께 걸으며 결코 당신을 버리지 않습니다. 그리스도는 당신을 부르며 당신이 돌아가서 다시 시작할 때까지 당신을 기다립니다”라며 젊은이들을 격려하고 위로한다.교황은 또 본문에서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을 구원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살아 계십니다’라고 선포하며 그리스도께 내어 맡기고, 삶의 구체적인 문제에 관해 주님과 대화하라고 젊은이들을 초대한다.교황은 특히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을 분석하고 이를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해 청년사목의 개혁 방향을 제시한다. 교황이 바라보는 젊은이는 세상의 미래이자 현재다.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유혹에 쉽게 마음을 여는 것이 젊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교황은 예수님을 만난 부자 청년을 예로 든다. 재산과 안락함에 사로잡혔기 때문에 그의 정신은 그다지 젊지 않았다고 말한다. 교황은 젊은이들에게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기회를 포착해 변화를 주도하는 용기 있는 선교사가 되어 달라고 당부한다.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는 언제나 젊으신 분이시기에 너그러운 봉사와 선교 사명을 통해 젊은이들과 동반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쟁과 인신매매, 성적 착취, 여러 가지 형태의 중독 등 젊은 자녀들이 처한 현실 앞에서 함께 울어주는 교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을 ‘찾아’ 모으고 그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공명정대한 사랑의 언어 등을 실천하고, 그들의 자유를 존중하는 ‘대중 친화적인(popular) 청년사목’을 펼칠 것을 주문한다. 성소와 관련해 교황은 우리 삶의 모든 것은 주님께 응답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며 특히 하느님의 부르심을 깨닫는다면 그 길을 따르라고 권고한다. 자신의 성소를 발견하는 것은 “고독과 침묵의 공간이 요구되는 과제”이고, 개인적인 결단이기에 교황은 분별력의 지혜 즉 식별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 여정에서 젊은이들을 돕는 사람들에게는 “가야 할 길을 강요하지 말고, 성소에 대한 마음을 불러일으키며, 그 과정을 동반해야 한다”고 독려한다.교황은 마지막으로 젊은이들에 대한 염원을 담아 “당신의 도전, 당신의 통찰, 당신의 신앙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윤재선 기자 leoyun@cpbc.co.kr 평화신문2019.04.09
“하느님과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라” 프란치스코 교황, 세계주교시노드에서 주교들에게 당부 프란치스코 교황이 “편견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하느님과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주교들에게 당부했다. 교황은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5차 정기총회(이하 시노드) 개막 첫날인 3일 지역교회를 대표해 참석한 시노드 교부(敎父)들에게 ‘경청하는 시노드’를 강조하면서 이같이 주문했다. 이달 28일까지 바티칸에서 열리는 이번 시노드는 교회가 젊은이들을 동반하고, 그들이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젊은이, 신앙과 성소 식별’이라는 주제로 교황이 소집한 회의다. 한국에서는 유흥식 주교, 조규만 주교, 정순택 주교, 권미나 수녀(참관인)가 참여하고 있다. 교황은 이날 개회 연설에서 “시노드는 나눔의 시간”이라며 나눔에는 용기 있는 발언과 겸손하게 경청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청하고 순례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성직중심주의라는 재앙과 자기만족이라는 바이러스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노드 교부들은 주제와 관련한 발표와 토의, 질의응답 등을 통해 최종 건의안을 만들어 교황에게 전달한다. 교황은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라고 할 수 있는 건의안을 토대로 젊은이들에 관한 문헌(후속 권고)을 발표하게 된다. 이에 대해 교황은 “소수가 읽고 다수가 비판할 뿐인 문헌을 작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세한 사목적 제안을 얻기” 위한 회의 진행을 요청했다.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 개막 미사에서는 젊은이들과 꿈과 희망을 공유하는 어른이 되라고 주교들에게 당부했다. 교황은 “희망은 우리를 변화시키고, ‘매번 그렇게 해왔어’라는 순응주의를 깨뜨린다”며 관습적 사고에서 벗어나 젊은이들이 처한 상황을 직시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 시노드는 5회 연설(발표)마다 한 번씩 침묵 시간을 갖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교황이 식별을 통한 교회 활동을 강조함에 따라 들은 내용을 파악해 식별할 시간을 갖기 위해 새로 도입한 방식이다. 한편 바티칸에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후 교회 현대화를 이끈 바오로 6세 교황과 엘살바도르 군부 독재에 항거하다 살해된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 이탈리아의 장애인 청년 눈치오 술프리치오 등 복자 7위 시성식이 14일 거행된다. 또 우리나라의 문재인 대통령이 시노드 기간에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을 만날 예정이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평화신문2018.10.10

‘카누에 탄 늙은 현자와 젊은이’ 서로 통했다젊은이 위한 세계주교시노드 폐막-주교와 젊은이, 토론과 경청 이뤄져 10월 25일 시노드 교부들과 함께하는 도보순례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젊은이들을 격려하러 나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리노 피시켈라 추기경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바티칸시티=CNS】 젊은이들을 위해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5차 정기총회(이하 시노드)가 25일간의 회기를 마치고 10월 28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각국 주교회의에서 선출한 대표 주교 156명을 비롯해 수도회 대표와 젊은이 참관인 등 약 300명이 참석한 이번 시노드는 교회가 젊은이들을 동반하고, 그들이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소집한 회의다. 이번 시노드는 진행 방식이 과거와 다른 데다 생동감이 넘쳤다는 게 시노드 교부들의 공통적 소감이다. 영국의 빈센트 니콜라스 추기경은 “시노드에 여러 번 참석해봤지만 이번에는 아주 재미있었다”며 “우리는 젊은이들에게 (일방적으로) 말하지 않고 그들과 함께 대화했다”고 미국 「아메리카」지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또 “교황이 줄곧 말해온 ‘함께 걷다’, 즉 시노드 정신을 체험했다”고 말했다. 교황이 개회식 때 “용기 있는 발언과 겸손한 경청”을 주문함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토론과 경청이 진지하게 이뤄졌다는 소감도 이어졌다. 본회의는 폐막 이틀 전인 26일 최종 보고서 편집을 위한 모임까지 포함해 총 20차례 열렸다. 시노드 교부들은 젊은이들의 신앙 현주소를 진단하고, 현대 사회에서 그들이 처한 상황과 어려움, 교회 내 여성의 역할, 디지털 문화 속 젊은이들의 방황 등에 대해 경청하고 발언했다.아프리카 카메룬의 앤드류 푸아냐 주교는 “아프리카의 성당은 젊은이들을 수용할 공간이 부족하다”며 뜨거운 신앙 열기를 전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폴란드의 그제고리 리시 대주교는 “미사 참여와 고해성사, 12년의 교리교육에도 불구하고 많은 젊은이에게 하느님은 여전히 추상적 관념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참관인 자격으로 참가한 오세아니아 사모아의 조셉 모에노-콜리오씨는 이번 시노드를 ‘카누에 탄 늙은 현자(賢者)와 젊은이’에 비유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늙은 현자는 별자리를 읽고 바다를 항해하는 법을 알고 있으며, 젊은이는 앞으로 나갈 힘이 있다”며 신구 세대가 하느님 나라를 향해 함께 항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부들은 교회 내 여성의 역할 확대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인도의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외관상 변화가 아니라 여성이 교회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진정한 변화를 촉구하는 교황의 뜻을 주교들에게 상기시켰다. 미얀마의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은 “젊은이는 쓸모없는(useless) 존재가 아니라 쓰이지 않는(use-less) 존재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며 젊은이 활용 방안 강화를 호소했다. 젊은이들의 도전의식 부족을 ‘따끔하게’ 지적하고, 성소수자를 적극 포용해야 한다는 발언도 그룹 발표에서 이어졌다.한편, 시노드 교부들은 10월 28일 폐막 미사에서 발표한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우리의 연약함과 죄가 젊은이들의 신뢰에 장애가 되면 안 된다”며 사목자들이 젊은이들 말을 경청하지 않고, 성직자 성추문으로 실망을 안겨준 데 대해 간접적으로 사과했다. 교황은 최종 보고서를 바탕으로 자신의 성찰과 사목 방향을 담은 후속 문헌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cpbc2018.10.30

교황과 주교들, 젊은이 성소를 말하다 경청하라, 식별하라, 실천하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19일 로마에서 열린 시노드 예비 모임에서 젊은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교황은 젊은이들에게 주님의 부르심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 잘 식별해서, 두려워하지 말고 실천하라고 강조한다. 【CNS 자료 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성소 주일 담화에서 3가지 열쇳말을 젊은이들에게 제시했다. 경청하라, 식별하라, 실천하라. 경청은 각자 마음 안에서 울려 퍼지는 하느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런데 그 부르심은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 듣고 접촉하는 다른 어떤 소리보다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성령께 마음을 열고 침묵 속에서 들어야 한다고 교황은 조언한다. 경청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식별이다. 식별은 그분 목소리의 의미를 이해하고, 해석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다. 교황은 “성소를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은 자살 행위이고, 어머니인 교회에 직접 ‘불임 시술’을 하는 것”(예수회 형제들과의 대화)이라며 성소 증진 노력을 촉구하면서도 그에 못지않게 식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성소 주일은 사제직과 수도 생활에 특별히 봉헌되는 성소를 위해 묵상하고 기도하는 날이다. 그런데 오는 10월 3일 개막하는 세계주교대의원회(주교 시노드) 제15차 정기총회에서도 ‘성소’와 ‘식별’ 문제를 다룬다. 주제가 ‘젊은이, 신앙과 성소 식별’이다. 물론 주교 시노드에서 다루는 성소는 젊은이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젊은이들이 신앙 안에서 기쁘게 살아가려면 교회건 직장이건 가정이건 각자 자리에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잘 듣고 그에 따라야 한다는 넓은 의미의 성소다. 그분 목소리에는 성직자와 수도자의 길로 부르시는 초대도 들어 있기에 성소 주일과 동떨어진 주제는 아니다. 시노드 예비 문서는 식별을 이렇게 설명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그 자체로는 불명확하고 모호하더라도, 여러 가지 해석에 열린 마음을 지니고 있다면, 성령께서는 그러한 일들을 통해 말씀하시고 행동하신다. 그 일들의 의미를 드러내고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이 식별이다.”아울러 실천과 관련해 교황은 젊은이들, 특히 성소를 찾는 이들에게 “두려워하지 마라”고 쉼 없이 당부한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루카 1,30)와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마르 4,40)는 성구를 즐겨 인용한다. 하느님이 좋은 결과로 이끌어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용기를 내어 ‘일어서라’는 호소는 웅변적이다.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모든 일과 모든 이에게서 자기방어를 하느라 내향적, 폐쇄적이 되고 무기력한 채로 남을 것이다.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 자기 안에 갇혀 있지 마라! 성경에서 ‘두려워하지 마라’는 표현은 각각 다르게 365번 반복된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한 해 동안 날마다 두려움에서 벗어나기를 바라신다는 말인 듯하다.”(3월 25일 제33차 세계 젊은이의 날 담화)시노드는 성소를 찾는 젊은이들과 ‘함께 걷는’ 문제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노드 사무국은 첫 제자들을 부르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가득한 눈길(요한 1,35-51 참조)을 동반자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 1순위로 올려놨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cpbc2018.04.19

유럽 청년 10명 중 6~7명 “미사, 왜 가요!”‘유럽의 젊은이와 종교’ 설문조사 발표, 프랑스 청년 64% ‘무교’라고 답해 그래픽=문채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003년 유럽 교회에 의미심장한 질문을 하나 던졌다. “사람의 아들이 오랜 그리스도교 전통을 가진 유럽 여러 나라에서 신앙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유럽 주교대의원회의 후속 권고 「유럽 교회」 47항)그리스도교 신앙의 찬란한 기억과 유산을 잃어가는 유럽의 현실을 가슴 아파하면서 한 질문이다.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루카 18,8)는 성경 구절에 빗댄 이 장탄식 조의 질문은 15년이 지난 지금 더욱더 유효하다.최근 발표된 ‘유럽의 젊은이와 종교’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젊은이의 70%, 프랑스 젊은이의 64%가 ‘종교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체코는 그 비율이 91%로 가장 높았다. 또 체코ㆍ스페인ㆍ독일ㆍ영국ㆍ벨기에 젊은이의 60~70%는 미사(예배)에 ‘절대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럽을 여전히 그리스도교 대륙이라고 칭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종교에 대한 소속감과 미사 참여율이 형편없다. 이 보고서는 영국 성 마리아 대학과 파리 가톨릭대 부설 베네딕토 16세 연구소가 공동 발표했다. ‘젊은이, 신앙과 성소 식별’이라는 주제로 10월 바티칸에서 개최되는 주교대의원회의(주교시노드)에 참석하는 주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 결과는 2014~2016년 유럽 특별조사 연구 보고서에서 종교와 신앙생활 영역을 분석해 뽑은 것이다. 설문 대상은 22개국 16~29세 연령층이다. 이 조사는 서쪽으로는 아일랜드부터 동쪽으로는 폴란드까지 대상으로 하고, 특별히 러시아와 이스라엘을 포함했기 때문에 지역적 편차가 크다. 또 조사분석 도구가 정교하지 않은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유럽 젊은이의 신앙 현주소, 나아가 유럽 교회의 미래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최신 데이터로서의 가치는 인정된다. ‘나는 종교가 없다’는 대답이 높은 비율은 체코(91%)ㆍ에스토니아ㆍ스웨덴ㆍ네덜란드ㆍ영국ㆍ헝가리ㆍ벨기에ㆍ프랑스(64%) 순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스라엘 젊은이는 1%, 폴란드 젊은이는 17%만이 그렇게 대답했다. 가톨릭 신자라고 밝힌 젊은이의 주일 미사 참여율은 벨기에 2%, 오스트리아 3%, 독일 6%로 나타났다. 가톨릭 신앙을 비교적 잘 이어가고 있다고 인정받는 폴란드와 포르투갈은 47%와 27%로 각각 집계됐다. 조사 대상국에서 젊은이의 주 1회 종교행사(미사, 예배 등) 참여율이 10%를 넘는 나라는 폴란드ㆍ이스라엘ㆍ포르투갈ㆍ아일랜드 4개국밖에 없다. 한때 ‘가톨릭교회의 맏딸’이라고 불린 프랑스는 젊은이 100명 중 64명이 무교라고 대답했다. 가톨릭 신자라는 젊은이는 23명밖에 안 된다. 눈에 띄는 점은 이슬람을 믿는다는 젊은이가 10명에 달하는 점이다. 무슬림들의 종교적 정체성이 강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프랑스에서 ‘23:10’이라는 비율은 충격적이다. 영국은 그 비율이 70(무교):10(가톨릭):7(성공회):이슬람(6)으로 조사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소집한 10월 주교 시노드는 이 같은 현실과 고민에서 출발한다. 교황은 무엇보다 먼저 젊은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누누이 말했다. 시노드 사무국이 온라인 설문조사(약 1만 5000명 참가)를 벌이고, 각국 젊은이 300명을 바티칸으로 초대해 ‘솔직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토록 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교황은 이번 시노드는 “젊은이 특유의 활력을 재발견하기 위한 교회의 호소”이고, 젊은이가 주인공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3월 19일 시노드 준비 모임에서는 “우리는 젊은이들의 생각을 묻지도 않은 채 너무나 자주 그들에 관해 얘기한다”며 “젊은이들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다. 시노드 정기총회는 10월 3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이어 내년 1월 중미 파나마에서 젊은이들의 신앙 축제인 세계청년대회가 예정돼 있다. 교황은 두 행사를 연결해 사목 쇄신책을 마련하고, 젊은이들에게 신앙의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평화신문2018.04.05

프란치스코 교황이 식별의 중요성 강조한 이유기획 - 영적 식별과 시대의 징표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1491~1556) 영성은 식별의 영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은 귀족 가문 출신의 기사 이냐시오가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고 돌아와 영적 독서를 하던 중 아기 예수를 안고 계신 성모 마리아 환시를 체험하는 순간을 형상화한 실물 크기 부조(스페인 기푸스코아 지방의 로욜라 생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론이나 메시지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가 ‘식별’이다.지난 성소주일 담화는 영적 식별에 관한 얘기가 주를 이뤘다. 앞서 3월에는 기도 지향을 ‘영적 식별 교육’으로 정하고 “교회가 개인과 공동체 차원에서 영적 식별 교육이 시급함을 인식하도록 기도하자”고 호소했다. 주님의 위로와 거짓 예언자들의 값싼 힐링을 구별하라고 당부하면서도 식별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10월에 소집한 세계주교대의원회(세계 주교 시노드)의 정기총회 주제(젊은이, 신앙과 성소 식별)에도 식별이 비중 있게 들어가 있다. 교황은 “교회 삶 안에 식별을 더 강하게 끌어들이기 위해” 이같이 주제를 정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정 시노드 후속 권고 「사랑의 기쁨」에서 계속 논란이 되는 이른바 비정상적(irregular) 상황에 처한 가정에 대한 문제도 결국은 식별의 문제다. 미혼ㆍ재혼 등으로 상처 난 가정의 “다양한 상황을 지나치게 엄격한 틀에 맞추지 말고” 잘 식별해서 영성체의 길을 열어줬으면 하는 것이 교황의 바람이다.하지만 식별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 신학적 주제다. 누구나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개념이 식별이다. 영적 식별 혹은 영신 식별은 예수회 설립자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 영성의 핵심 주제다. 따라서 교황이 말하는 식별은 자신의 영성과 사상의 뿌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봐야 한다. 교황은 ‘예수회 DNA’를 갖고 있다. 1958년 예수회에 입회해 주교가 되기 전까지 예수회원으로 살았다. 식별은 간단히 말해, 악의 영향을 떨쳐 버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빛으로 올바른 행동 양식을 찾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님께서 지금 여기에서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바를 찾아 실천에 옮기는 것까지 포함한다. 이냐시오는 「영신 수련」에서 선신(善神)과 악신(惡神)을 구분했다. 선신은 성령과 천사를 의미한다. 반대로 악신은 세속적이고 육적이며 악마적인 것에서 오는 생각이나 충동으로 보았다. 전통적으로 유혹의 원천이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영신 식별의 요점은 가령 어떤 생각이나 충동, 내적 이끌림이 선신에게 오는 것인지, 아니면 악신에게서 오는 것인지 판단하는 것이다. 즉 하느님의 뜻을 찾는 노력이다. 그러려면 가장 우선돼야 하는 것이 기도이다. 객관적으로 좋은 생각이나 충동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주님께서 지금 여기에서 나(공동체)에게 원하는 것인지 질문하는 것이다. 또한 하느님 뜻을 찾는다는 것은 성령께서 더 친밀하고 자유롭게 활동하시도록 공간을 비워두는 것을 의미한다. 교황이 폐쇄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들을 향해 “마음을 열고 성령께서 자유롭게 활동하시게 하라”고 일갈하는 것은 이와 연관돼 있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구하는 사람은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기도는 자신이 식별하고 결정하려는 문제(구체적 현실)에 그리스도의 빛을 비춰주기를 성령께 청하는 것이다. 여기서 전제돼야 할 것은 하느님을 향해 마음을 바꾸는 결단, 즉 회심이다. 또 하느님 뜻이 드러나면 그것을 반드시 실행에 옮기겠다는 실천 의지도 전제돼야 한다. 이런 전제 하에서 내적 체험들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깊이 성찰하면, 하느님께서 당신 뜻을 드러내 주신다고 이냐시오는 믿는다. 이냐시오 영성은 이런 과정에 따라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그것이 진정 성령의 이끄심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사리사욕에 의한 것인지 일정 기간 지켜볼 것을 요구한다. 악마가 ‘빛의 천사’로 위장하고 다가와서 내면의 가장 약한 부분을 공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식별의 과정은 교회 공동체가 시대의 징표를 읽는 것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시대의 징표에는 하느님의 뜻이 담겨 있다. 시대의 징표를 읽는다는 것은 현시대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의 계시가 주는 의미가 무엇이고, 하느님께서 성령을 통해 당신 현존을 어떤 방법으로 드러내길 원하시는지를 헤아리는 것이다. 시대의 징표 해석은 사목자들에게 더욱더 요구되는 의무다. “우리 시대의 다양한 언어들을 주의 깊게 들으며, 분별하고, 해석하며, 그리고 이를 하느님 말씀에 비추어 판단할 줄 아는 의무는 … 사목자와 신학자들에게 더 요구된다.”(「사목헌장」 44항) 교황은 지난 1월 칠레 사목방문 중 식별을 할 때 세속의 기준을 따르지 말라고 강력히 권고했다. “세속성은 세속의 기준을 사용하고, 그 기준을 따르고, 그 기준에 기초해서 선택하는 것이다. 즉, 식별하는 데 있어서 세속의 기준을 선호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교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 중 하나가 식별”이라며 식별 능력을 키우라고 당부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평화신문2018.06.20

가정 현실과 교회 사목간 틈새 좁힌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폐막, 어려움에 처한 가정의 ‘동반자’ 역할 강조 가톨릭 교회의 가정 사목이 이 시대 가정의 현실에 ‘눈높이’를 맞춰 변화 방향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가정을 주제로 10월 4일부터 3주간 바티칸에서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4차 정기총회(이하 시노드)에 참석한 대의원들은 한목소리로 “다양한 형태의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가정의 현실과 이를 바라보는 교회 시선 사이의 틈새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율법이나 관습의 잣대가 아니라 하느님 자비의 시선으로 복잡한 상황을 ‘식별’하고, 도움을 호소하는 이들의 동반자가 되어 ‘함께 걸어가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대의원들은 시노드 50년 역사상 가장 활발하게 토론이 이뤄졌다고 평가받는 이번 시노드에서 그동안 소홀했거나 외면했던 가정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놨다. 무엇보다 현실과 동떨어진 사목을 해온 데 대한 반성이 줄을 이었다. “교회도 가정의 위기에 책임이 있다. 가정 문제를 너무 일반적으로 생각했고, 통합적으로 보지 못했다. 이혼자와 미혼모, 그리고 그 자녀들을 냉혹한 태도로 대했다.”(소그룹 토론 결과 발표)호주의 마크 콜러릿지 대주교는 “진짜 위기는 우리가 너무 좁은 시각으로 결혼과 가정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대의원들은 3주 동안 가정의 상황을 경청하고, 가정의 소명과 사명을 성찰하면서 수렴한 의견을 최종 보고서(94개 항)에 담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제출했다. 교회 밖에서도 관심이 높았던 이혼 후 재혼(사회혼)자에게 영성체를 허용하는 안건에 대해서는 ‘식별’이 필요하다는 쪽으로(85항) 의견을 모았다. 또 동성애에 대해서는 기존 교회 입장을 고수했다. 교황이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인 이 보고서를 가감 없이 지역 교회에 내려보낼지, 아니면 이를 기초로 가정사목에 관한 가르침을 내놓을지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하지만 교황은 이미 10월 24, 25일 시노드 폐막 연설과 강론을 통해 교회가 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변화의 두려움과 관습의 안락함을 떨치고 일어나 하느님의 자비를 선포하라는 것이다. 교황은 시노드 폐막 연설에서 “교회의 첫째 과제는 비난 또는 절대 반대하는 것들을 물려주는 게 아니라 하느님 자비를 선포하는 것”이라며 “교의(敎義)의 진정한 수호자는 문자가 아니라 거기에 담긴 정신, 이론이 아니라 사람, 공식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라는 것을 시노드가 이해시켜 줬다”고 말했다. 교황은 25일 시노드 폐막 미사에서는 주님께서 눈먼 거지 바르티매오를 불러 치유해주신 이날 복음(마르, 10,46ㄴ-52)에 빗대 사목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제자들은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주님이 시키신 대로 눈먼 바르티매오를 주님께 데려갔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란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부르심 받은 존재입니다. 우리는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어려움을 겪더라도, 우리의 힘과 능력을 넘어선 추수의 기쁨을 누리는 것을 경험합니다.”교황은 주님을 위해 봉사한다면서도 주님이 문제라고 보았던 것을 그냥 지나쳐가고,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는 주님 마음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것은 ‘영적 환상’이라고 질타했다. 또 자신만의 신앙 여정을 미리 계획하고, 모든 걸 자신의 리듬에 맞춘 채 나머지는 귀찮아하는 것은 ‘계획된 신앙’(scheduled faith)이라고 말했다.이로써 가정을 주제로 2년간 두 차례(임시총회와 정기총회) 소집된 주교시노드는 막을 내렸다. 시노드의 정신은 교황 문헌 또는 최종 보고서 형태로 지역 교회에 전달될 예정이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평화신문2015.10.28

“현대 사회의 가정, 하느님 시선으로 바라본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4차 정기총회 소그룹 토의 프란치스코 교황과 시노드 교부들이 17일 바오로 6세홀에서 주교 시노드 설립 50주년 기념식을 하고 있다. 【바티칸=CNS】 가정을 주제로 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4차 정기총회(이하 시노드)에 참석 중인 대의원 주교들은 폐막을 닷새 앞둔 20일 현재 그동안의 토론과 발표 내용을 정리, 심화하는 소그룹 토의에 들어갔다. 아울러 한편에서는 주요 의제에 대한 대의원들 의견을 종합한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전체 회의에서 수정을 거친 후 교황에게 제출된다. 교황이 이 최종 보고서를 그대로 발표할지, 아니면 수정할지 알려지지 않았다. 대의원들은 교황이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가 담긴 최종 보고서를 기초로 가정 사목에 관한 문헌을 발표해주길 요청하고 있으나 이 또한 정해진 것은 없다.이탈리아의 엔리코 솔미 대주교는 19일 “시노드는 현대 사회의 가정을 하느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마크 콜러릿지 대주교는 이혼 후 재혼자에 대한 영성체 허용, 동성애, 혼전 동거 등 ‘골치 아픈’ 문제들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 있지만 “그런 문제는 가난과 전쟁, 여성 차별 등 시노드에서 다루고 있는 여러 의제 가운데 일부”라며 “그와 관련된 교회 가르침의 실질적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O…가정 문제는 사회, 정치적으로도 복잡하게 얽혀있는 터라 매일 브리핑을 통해 전해지는 대의원들의 토론 내용은 폭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광범위하다. 또 가정을 둘러싼 환경이 지역마다 달라 그동안 논의하고 다룬 내용을 어떤 식으로 최종 보고서에 담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형제 종교의 대표로 참석한 영국 국교회의 티모시 손튼 주교는 “시노드의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는 지역성과 보편성 사이의 긴장”이라며 “지역적 차원에서 논의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은 의제도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콘스탄티노플 동방정교회를 대표한 스테파노스 대주교는 “놀라운 작업이 진행됐고 많은 문제가 나열됐다. 쉬운 답은 없다. 그럼에도 교회는 어려운 문제와 씨름해야 한다”며 대의원들이 난제를 놓고 열띤 토의를 이어가는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예상대로 대의원들은 14, 15일 이틀간 이혼자와 재혼자의 영성체 허용 건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주교회의 의장 카데키 대주교는 15일 브리핑에서 “이혼 후 재혼자가 성체를 영하지 못하더라도 교회의 삶에 참여할 방법은 많다”며 “폴란드 교회는 영성체 허용에 반대한다”고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대의원들은 “교회는 상처받고 약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 그렇다고 재혼자의 영성체를 무차별적으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 좀 더 신중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루키나파소의 필립 케드라오고 추기경은 “아프리카는 이혼이나 재혼보다 뿌리 깊은 일부다처제가 더 심각한 문제”라며 이 문제가 소홀히 다뤄진 데 대해 섭섭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참관인 또는 전문가 자격으로 참석한 여성과 부부 등도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참관인으로 참석 중인 햇살 청소년사목센터 부부모임 대표 김나영(브렌다, 39)씨는 “한국 사회는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결혼과 육아를 포기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에서 온 한 참관인은 “부부들이 선호하는 인공 피임과 이를 단죄시하는 교회 가르침 사이에 간극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의원들은 브리핑에서 다양한 의견이 한꺼번에 쏟아져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 같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없다. 피곤하고 벅차지만 잘 진행하고 있다”고 답변. O…이번 시노드는 ‘열린 시노드’를 표방하면서 대의원들과 언론의 접촉에 제한을 두지 않고, 거의 매일 다양한 참석자들을 배석시킨 상태에서 회의 내용을 브리핑한 탓에 ‘스캔들’이라고 할만한 사건이 많았다. 최대 스캔들은 미국 뉴욕의 티머시 돌란 추기경을 비롯한 보수 성향의 추기경 13명이 시노드의 절차상 문제점을 정리해 교황에게 보낸 항의성 서한이 언론에 유출돼 시노드홀 안팎이 술렁였던 것. 추기경들은 서한에서 이혼과 재혼, 피임 등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 대해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시노드를 그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서한에 서명한 추기경들 가운데 4명이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고 밝히고, 언론에서는 ‘보수파와 개혁파 간의 갈등’이라는 식으로 몰고 가 혼란이 증폭됐다. 이에 대해 호주 시드니 조지 펠 추기경은 “누가 서한과 서명자 명단을 언론에 흘렸는지 모르겠지만 좋은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시노드에 찬물을 끼얹은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영국 빈센트 니코라스 추기경은 14일 “그 서한은 시노드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고 잘라 말했다. O…시노드 회기 중 주교 시노드 설립 50주년 기념행사와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부모 시성식이 바티칸에서 잇따라 열려 시노드의 의미를 더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7일 주교 시노드 설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시노드(Synod)라는 단어가 ‘함께 가다’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파생된 점을 상기시키고 “함께 가려면 상대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평화신문2015.10.21

“가정의 위기를 덜고 희망을 더하자”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소그룹 토론 마치고 그리스도인 가정의 소명 식별작업 들어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9일 가정을 주제로 한 주교 시노드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CNS】 가정을 주제로 소집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4차 정기총회(이하 시노드)가 13일 현재 회기 중반으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대의원 주교들은 소그룹 토론을 마치고 그리스도인 가정의 소명을 식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대의원 주교들은 현대 사회의 가정이 처한 상황을 진단하는 소그룹 토론에서 그리스도인 가정의 위기는 교회가 신앙교육을 소홀히 한데도 책임이 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또한 의안집이 가정 문제를 사회학적 시각으로 나열, 분석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교회는 가정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드러내면서 희망을 줘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런 의견은 ‘(가정의) 위기를 덜고 희망을 더하자’는 구호로 회자되면서 전체 대의원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특히 대의원들은 5개 언어권별 13개 그룹으로 나눠 진행한 토론 성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필리핀 마닐라대교구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은 9일 “다양한 상황에 놓인 가족들에 대해 자유롭고 열린 마음으로 나눔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O…교황청 대변인 롬바르디 신부는 12일 일일 브리핑에서 “(오늘) 이혼자와 재혼자에게 성사를 허용하는 안건을 집중 토론했다”며 “특히 진실한 혼인에 대해 가르치는 동시에 사랑 어린 마음으로 상처받은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 대표로 참석한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캐나다의 ‘소금과 빛’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교회의 친교에서 제외된 이들에게 교회가 문을 더 열어야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하느님 은총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자비의 정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국 워싱턴 도널드 우엘 추기경은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라는 교황님의 거듭된 요청이 회의장에 계속 메아리치는 느낌”이라고 분위기를 전한 뒤 “이번 시노드 핵심은 하느님의 자비로 세상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길을 찾는 데 있다”고 말했다. “가정과 함께, 그리고 가정을 위해 교회 책임을 다하기 위한 길을 찾자”고 한 교황 당부에 따라 ‘길’(Ways)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게 회의장 밖으로 전해지는 공통된 소식이다.O…이번 시노드는 소그룹 토론 활성화와 일일 브리핑제 도입 등 진행 방식을 개선해 한결 투명해지고 일반인 접근도 쉬워졌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시노드 사무국은 브리핑에 대의원들을 배석시켜 발언 기회를 주는 등 ‘열린 시노드’에 신경 쓰는 모습이 역력. 지난해 임시총회 진행 방식을 비판했던 남아공의 윌프리드 나피어 추기경은 “임시총회 중에 중간 보고서가 나오고, 언론이 그걸 갖고 이상향 방향으로 여론을 몰아가는 듯한 보도를 내보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특정 관점이 아니라 우리가 믿는 것이 진정 보편 교회가 원하는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 12일에는 브라질 대표 부부로 참석한 헨센데 부부와 인도에서 온 바자지 부부까지 브리핑에 참석해 평신도의 눈으로 본 시노드 진행 상황을 전했다. 헨센데 부부는 “주교들이 교육을 통해, 또 동반자 마음으로 결혼 전부터 결혼 후까지 부부들과 함께하려고 여러 제안을 내놓는 것 자체가 환영할만한 혁신”이라고 말했다. 또 “대의원들이 교의를 바꾸는 것에 대해 논의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언론이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슈만을 좇는 일부 언론의 보도 태도를 비판. 언론이 동성애자와 이혼자의 영성체 허용 문제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는 데 대해 롬바르디 신부는 7일 “논의 범위를 여성과 아동 폭력에 이르기까지 넓게 확대해야 한다”고 한 교황 당부를 전달한 바 있다. 캐나다의 폴 안드레 듀로처 대주교는 6일 여성 부제 서품 허용에 대해 소신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교회 전통상 부제직은 사목적 차원이지 성직 차원으로 정의되지 않았다”며 “교회 여성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부제 서품을 허용하는 문제를 생각해보자”고 제안. O…일부 대의원은 소그룹 토론에서 같은 언어권인데도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 프랑스의 울리치 대주교는 “언어만 같을 뿐 문화적 차이가 커서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힘들었다”고 말했다. 미국 필라델피아대교구 찰스 차풋 대주교는 “영어로 번역된 이탈리아어 문서는 단어에 내포된 예민한 정서를 포착해야 이해 가능한 것이 있다”며 “간혹 중요한 안건인데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있어 문제”라고 털어놨다. 페루의 가르시아 칼데론 대주교는 “한 예로 ‘homosexual people’을 동성애자로 번역하면 그 안에 사랑이란 의미가 담겨 있다고 인정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차풋 대주교는 “단어 선택에 예민한 이유는 그것이 복음과 복음의 진리에 대한 섬세함의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그 둘을 보호하기 위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O…이번 시노드에 전통적으로 교부(敎父)라 불리는 대의원 주교만 5개 대륙에서 270명이 참석. 이 가운데 추기경은 74명. 전문가, 협조자, 참관인, 이웃종교 대표까지 합하면 약 360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원이 머리를 맞대고 이 시대 가정 문제에 대한 복음적 해법을 찾는 중이다. 가정을 주제로 한 시노드라서 참관인 51명 가운데 18명이 평범한 가정의 배우자와 부모, 가장이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평화신문2015.10.14
![[시노드] 상처난 가정, 율법 아닌 자비로운 손길로 보듬어야](//cpbc.co.kr/CMS/newspaper/2015/10/rc/600385_1.0_titleImage_1.jpg)
[시노드] 상처난 가정, 율법 아닌 자비로운 손길로 보듬어야이번 시노드의 정신은 무엇인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24일 대의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3주간에 걸쳐 숨 가쁘게 진행된 시노드의 폐막식을 주재하고 있다. 【바티칸=CNS】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참가 교부들은 지난 3주간 숱한 토론과 발언, 또 그만큼의 고뇌로 시노드홀을 뜨겁게 달궜다. 회의장 밖으로 전해지는 주제와 토론 분량은 방대하기 이를 데 없다. 따라서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피하려면 이번 시노드를 관통한 정신을 읽어야 한다. 시노드에서 드러난 몇 가지 핵심 주제어를 통해 시노드를 다시 정리했다. 마음을 열고 들어라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4일 개막 미사에서 “이 시대의 가정을 둘러싼 환경은 매우 복잡하므로 성령께 마음을 열고 주님의 목소리와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듣는 시노드’를 강조했다. 율법에 얽매이지 말고 하느님의 시선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교황은 회기 중에 이를 또 한 번 강조했다. “시노드(함께 걷는다는 뜻)적 교회는 듣는 교회입니다. 서로 들으면서 배워야 합니다. 가정의 이야기, 그들의 기쁨과 희망, 그들의 고통과 고민을 직접 듣지 않고서 가정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실제로 대의원 주교들은 토론장의 경청하는 분위기를 높이 평가했다. 한국 대표로 참석한 강우일 주교는 10월 18일 바티칸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서로의 의견과 상황을 귀 기울여 듣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대의원들이 “(아프리카에서) 혼인은 개인이 아니라 가족 간의 결합”이라고 소개하자 서구권 대의원들은 ‘신선한 문화 충격’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가정의 다양한 삶에 대해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 안테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교황이 10월 17일 내놓은 메시지도 주의 깊게 들을 필요가 있다. “시노드의 발걸음은 로마 주교(교황)가 들음으로써 정점에 이릅니다. 시노드는 언제나 ‘베드로와 함께(with) 베드로 아래에서(under)’ 활동합니다. 이는 자유를 제한하는 게 아니라 일치를 보증하는 것입니다.”이는 하느님 백성을 이끌고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자꾸 다른 목소리를 내는 보수 성향의 추기경들을 두고 한 말로 해석된다. 보수 성향의 추기경 13명이 시노드의 절차상 문제점을 써서 교황에게 보낸 서한을 누군가 언론에 흘려 며칠 간 시노드홀 안팎이 술렁거리는 ‘스캔들’이 있었다. 자신의 권위를 좀처럼 내세우지 않던 교황은 이날 “베드로 사도는 사도단의 바위이고, 로마 주교는 신앙의 가장 중요한 증인”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하지만 이내 “거꾸로 세운 피라미드처럼 으뜸은 기초 아래에 있다”며 권위를 다시 내려놓은 후 “예수님 제자들에게 유일한 권위는 봉사의 권위이고, 유일한 권세는 십자가의 권세임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자비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대의원 상당수는 이혼과 재혼, 낙태, 동성결혼 등으로 ‘상처난 가정’을 율법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로운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콜러릿지 대주교가 이 같은 인식을 대변했다. “우리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아이 서너 명이 있는 황금기 시절의 로맨틱한 가정을 돌아보고 있지만 오늘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진짜 위기는 너무 좁은 시각으로 결혼과 가정을 이해하고 있는 데 있다. 시노드가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면 주교들끼리 둘러앉아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꼴이 될 것이다.”우루과이의 다니엘 베르옷 추기경은 아버지가 제각각인 아이들을 키우는 미혼모가 많은 남미 현실을 언급하고 “우리는 성사를 원하는 사람들의 울부짖음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노드의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는 이혼 후 재혼자의 영성체 허용 여부에 대해 ‘허용’ 의견을 피력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폴란드 주교단처럼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부류도 있다. 대의원들은 상처받은 가정의 상황을 식별하고, 그들이 진정한 뉘우침을 통해 하느님과 화해할 수 있도록 새로운 언어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의(敎義)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니오’라고 못을 박았다. 콜러릿지 대주교는 “재혼자 영성체 허용, 동성애, 동거 등 3가지가 매우 골치 아픈 문제”라며 “하지만 이에 대한 교회 가르침의 실질적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라인하드 막스 추기경은 “교의는 교회의 살아있는 전통”이라고 말했다. 식별하고 동반하라이번 시노드의 또 다른 키워드는 ‘식별’과 ‘동반’이다.한 예로 혼인성사의 약속을 깼다 하더라도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 사람이라면 다른 파혼자와 다르게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는 돌아온 탕자를 반갑게 맞이한 성경 속 아버지의 마음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요한 1,9)는 말씀에 대의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의원들은 “가정 문제는 워낙 복잡해 획일화할 수 없다. 지역 교회가 지역과 상황을 고려해 복음적 식별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식별 과정에서 지역과 문화 환경에 따라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진보와 보수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예수 그리스도가 교사인 동시에 목자이셨듯, 교회는 엄격하게 가르치는 스승인 동시에 따뜻한 마음을 지닌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또 교회는 상처 입고 길 잃은 사랑들을 예수님의 자비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함께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런 주장은 그들에게 사목적 관심을 제대로 쏟지 못했다는 대의원들의 반성에 이어 나왔다. 스페인어권 소그룹 대표는 “우리는 그들을 꾸짖는 것을 멈춰야 한다. 우월적이면서 속 좁은 태도로 그들을 대했던 것을 반성한다”는 요지의 토론 결과를 발표했다. 대의원들은 “동정심보다 더 나가야 한다. 슬픔과 고통에 빠진 사람들을 회개로 초대해 다시는 죄를 짓지 않도록 이끌려면 그들 삶의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한 분권‘건강한 분권’(healthy decentralisation), 즉 합리적 판단에 따라 권한을 분산시킨다는 말은 교황이 10월 17일 주교 시노드 설립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먼저 꺼냈다. “교황이 ‘함께 걷는’ 교회 안에서 각 지역의 온갖 문제들을 식별하는 일에 그 지역 주교를 대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건강한 분권화로 나가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교황은 어떤 사안을 지역 주교들의 식별에 맡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다. 첨예한 사안에 대한 지역 교회의 사목적 접근을 허용하자고 주장한 독일의 레인하드 막스 추기경 등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기는 하다. 건강한 분권의 필요성은 회기 중 몇 차례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영국 국교회의 티모시 손튼 주교는 “몇몇 의제는 지역 단위에서 논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회의장에 지역성과 보편성이라는 프레임이 얼마만큼 필요한지에 대한 긴장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 교황청 경신성사성 장관 프란시스 아린제 추기경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역 국경에 따라 죄를 바꾸자는 얘기인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지역화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평화신문2015.10.28